더이상 뉴스를 발행하지 않습니다.
‘매를 맞지 않고 애지중지 자라서 인성이 부족하다.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한 후에는 안전공간, 트리커 경고, 진보사상이 애들을 망친다. 최악은 이 밉살맞고 히스테릭한 존재들이 일터로 나갈 때 생기는 일이다. (중략) 일터의 젊은이들은 때로 나이 든 상사들을 미치게 한다. 부당한 업무에 항의하고, 서로의 임금을 비교하며 자신의 임금에 대해 불평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한다. 소임을 다한다는 것이 일터에서 소모되고 혹사당하는 것의 완곡어법이라면 이를 거부한다. 처우가 나쁘면 사표를 던진다.’젊은이들에 대한 한국 기성세대의 불평불만 같지만 아니다. 요즘 애들이 ‘난치성 눈송이병’에 걸렸다고 진단하는 미국 영국 ‘꼰대’들의 주장이다.고생이라곤 안 해봐서 인내심도 회복탄력성도 없고, 툭하면 징징대는 응석받이에, 지나치게 예민한 자아도취자라며 끌끌 혀를 찬다. 제2차 세계대전 때 8개월에 걸친 독일의 장기간 공습을 견뎌낸 ‘블리츠(Blitz)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약해빠진 세대라는 것이다.‘워싱턴포스트에서 대중문화와 정치를 다루는 저널리스트 해나 주얼은 <꼰대들은 우리를 눈송이라고 부른다>(원제 ‘We Need Snowflakes’)에서 보수적 기성세대의 이런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한다. 요즘 젊은이들이 이전 세대에 비해 특별히 나약하거나 유별나서가 아니라 이들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과 행동을 불편하게 여기는 사람들이 이들을 악마화하고 억압하기 위해 사실을 왜곡, 과장하고 있다고 그는 주장한다.책에 따르면 ‘눈송이 세대’라는 말 자체가 이런 젊은이들에 대한 멸칭이
'매를 맞지 않고 애지중지 자라서 인성이 부족하다. 고등교육기관으로 진학한 후에는 안전공간, 트리커 경고, 진보사상이 애들을 망친다. 최악은 이 밉살맞고 히스테릭한 존재들이 일터로 나갈 때 생기는 일이다.(중략) 일터의 젊은이들은 때로 나이든 상사들을 미치게 한다. 부당한 업무에 항의하고, 서로의 임금을 비교하며 자신의 임금에 대해 불평하고, 직장 내 괴롭힘을 신고하고, 더 나은 처우를 요구한다. 소임을 다한다는 것이 일터에서 소모되고 혹사당하는 것의 완곡어법이라면 이를 거부한다. 처우가 나쁘면 사표를 던진다.' 젊은이들에 대한 한국 기성세대의 불평불만 같지만 아니다. 요즘 애들이 '난치성 눈송이병'에 걸렸다고 진단하는 미국 영국 '꼰대'들의 주장이다. 고생이라곤 안 해봐서 인내심도 회복탄력성도 없고, 툭하면 징징대는 응석받이에, 지나치게 예민한 자아도취자라며 끌끌 혀를 찬다. 제2차 세계대전 때 8개월에 걸친 독일의 장기간 공습을 견뎌낸 '블리츠(Blitz) 정신'은 찾아볼 수 없고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약해빠진 세대라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에서 대중문화와 정치를 다루는 저널리스트 해
1864년 경남 양산 백성들이 한양으로 상경해 호위영 앞에서 한 달 넘도록 시위를 벌였다. 메기와 자라만 서식하는 저습지인 ‘메기뜰’에 땔나무를 채취하는 곳에 부과하는 시장세(柴場稅)를 무리하게 매긴 데 따른 것이었다. 백성들의 억울함을 전해 들은 흥선대원군은 “메기뜰에 대해 영구히 면세하라”고 명했다. 이 같은 사실은 백성들의 부당한 조세 탕감에 노력한 호위영 대장 정원용, 경상도관찰사 서헌순, 양산군수 심낙정의 공을 기리는 공덕비가 2007년 발견되면서 알려졌다.억울한 일이나 주장할 바가 있을 때 상경 시위를 벌이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고종 황제가 1919년 1월 21일 새벽 승하하자 일제 또는 친일파에 의한 독살설이 번지면서 국장일인 3월 3일을 계기로 전국에서 상경한 사람이 40만 명을 넘었다. 조정의 정책에 반대하는 유생들은 공동 명의 상소문인 만인소를 갖고 상경해 연좌시위를 벌였다.현대에 와서 상경 시위는 더욱 흔해졌다. 달라진 점이라면 시위의 주체가 노동자, 농민, 직역단체, 시민단체 등으로 다양해졌다는 것이다. 대규모 인원이 참가하는 노동자, 농민 ‘상경 투쟁’에는 전국에서 이들을 태우고 온 버스가 진풍경을 연출한다. 근래에는 숙박 중개 플랫폼의 과도한 수수료와 광고비에 항의하는 지방 숙박업주들, 포스코 사내·사외이사 퇴진을 요구하는 포항 시민, 새만금 예산 복구를 요구하는 전북 도민, 간호법 제정을 둘러싼 간호사와 간호조무사 등의 상경 시위도 있었다. 다양한 요구가 자유롭게 분출하는 민주·개방 사회인 만큼 시위 주체가 다양해지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다.전국에서 모인 중소기업 대표 3000여 명이
넷플릭스가 월드레슬링엔터테인먼트(WWE)의 인기 TV쇼 ‘RAW’를 내년부터 10년 동안 독점 중계한다는 소식이다. 중계권료는 50억달러(약 6조7000억원) 이상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의 스포츠 중계 계약 중 최대 규모로, 현재 RAW를 독점 중계하고 있는 USA네트워크가 맺은 5년 13억달러(약 1조7000억원)의 2배 가까운 금액이다. 이번 계약이 알려진 23일(현지시간) WWE 모회사인 TKO그룹홀딩스 주가는 20% 넘게 급등했다. 프로레슬링 같은 인기 콘텐츠가 가입자 유치에 결정적 변수가 될 것으로 넷플릭스는 기대하고 있다.“프로레슬링에선 경기력과 연기력 모두 중요하다.” WWE 여성 챔피언을 지낸 한국계 캐나다 프로레슬러 게일 킴의 말이다. ‘박치기왕’ 김일의 통쾌한 승리에 환호했던 1960~1970년대엔 다들 그게 진짜 경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프로레슬링은 잘 짜인 각본에 따라 진행되는 ‘스포츠 쇼’다. 승패는 미리 정해져 있고, 선수들은 각본과 스토리에 따라 자기 역할을 수행한다. 프로레슬링의 이런 극적(劇的)인 성격을 케이페이브(kayfabe)라고 하는데, 거구의 레슬러들이 링 위에서 충돌해도 큰 사고가 나지 않는 건 엄청난 훈련과 연습 덕분이다. 선수들의 뛰어난 경기력과 연기력에 관객은 짜고 치는 줄 알면서도 환호하는 것이다.짜고 친다고 다 나쁜 건 아니다. 두 사람이 미리 약속한 대로 공격과 방어 동작을 주고받는 태권도 등 각종 무술의 약속대련은 실전 전(前) 단계의 중요한 연습이다. 기본기가 탄탄해야 할 뿐만 아니라 공격과 방어의 호흡이 맞지 않으면 사고가 날 수도 있다. 액션영화의 격투 장면도 무술감독의 지도와 반복 연습이 없다면 사고로 이어지기 십상이다.윤
2021년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압둘라자크 구르나(76)는 아프리카 동쪽의 잔지바르섬 출신이다. 1964년 흑인혁명으로 이슬람 군주국이 무너진 뒤 아랍·이슬람계에 대한 박해가 심해지자 구르나는 스무 살에 영국 유학을 떠나 대학교수가 됐다. 하지만 기독교와 백인 중심의 영국 사회에서 겹겹의 억압과 차별을 겪어야 했고, 이런 경험은 난민과 디아스포라의 삶을 연민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계기가 됐다. 아프리카·아라비아·인도를 연결하는 무역항이자 세 문화의 교차점인 잔지바르의 문화적 혼종성은 그의 문학을 더욱 풍성하게 했다.디아스포라(diaspora)는 그리스어 ‘dia’(너머·여러 방향으로)와 ‘spero’(씨를 뿌리다)를 합친 말이라고 한다. 본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세계 각지에 흩어진 유대인을 뜻했으나 점차 식민 지배, 강제 이주, 전쟁 난민, 결혼, 비즈니스 등 다양한 이유로 삶의 터전을 옮기게 된 사람들로 의미가 확장됐다. 첫글자를 대문자로 쓴 ‘Diaspora’만 유대인 디아스포라를 의미한다. 구르나가 말했듯이 외국인·이주민에 대한 거부감과 배타성은 전반적으로 모든 사회에서 발견된다. 당사자들에겐 차별과 억압, 아픔일 수밖에 없다.하지만 조개의 상처에서 영롱한 진주가 맺히듯이 디아스포라의 아픔이 다양한 문화 콘텐츠로 재탄생해 빛을 발하고 있다. 구르나뿐만 아니라 V S 나이폴(2001년), 헤르타 뮐러(2009년), 가즈오 이시구로(2017년) 등 노벨문학상 수상자도 여럿이다. 영상 작품에서도 디아스포라 콘텐츠가 힘을 발휘하고 있다. 한국계 이성진 감독과 배우 스티븐 연, 중국·베트남계 여배우 앨리 웡이 의기투합한 넷플릭스 드라마 ‘성
티셔츠의 원조는 미국 해군으로 알려져 있다. 1913년 팔을 짧게 자른 반소매 상의를 병사들 속옷으로 보급했는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한다. 면 소재로 만든 반소매 속옷은 부드럽고 통기성이 뛰어난 데다 빨래하고 말리기도 쉬워서다. 제대한 해군 장병들은 일상에서도 반소매 속옷을 즐겨 입었고, 대공황을 겪으면서 티셔츠는 속옷에 그치지 않고 노동자와 젊은이의 일상복이 됐다. 2차대전 이후에는 말런 브랜도, 제임스 딘 같은 유명인들이 입으면서 ‘티셔츠&청바지’ 패션이 반항아의 상징처럼 유행했다.티셔츠를 정치적 도구로 처음 사용한 사람은 1940년대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였던 토머스 E 듀이였다. 선거유세 때 티셔츠에 ‘Do it with Dewey’라는 문구를 새긴 것. 지금도 선거 때면 티셔츠 마케팅이 치열하다. 팬덤 정치의 파생상품인 ‘굿즈’는 후보의 메시지를 확산하고, 지지자들의 일체감을 형성하며, 판매량을 통해 바닥 민심의 가늠자 역할까지 한다. 그 대표 상품이 후보의 얼굴과 메시지가 찍힌 티셔츠와 모자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해 8월 구치소에서 찍은 ‘머그샷’을 새긴 티셔츠 등을 팔아 100억원 가까운 정치자금을 모았다. 국내 선거에서도 티셔츠 마케팅은 기본이다.그제 부산을 방문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입은 ‘1992’ 티셔츠가 화제다. 티셔츠에 새겨진 ‘1992’는 원래 부산이나 롯데와 무관하다는 게 제조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의 마지막 우승 연도인 1992년을 상징하는 숫자로 해석되면서 지지자들의 구매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부산 시민들의 염원을 그만큼 잘 안다는 뜻이었을까.
“1990년대 중반이 되면 바비(인형)의 국적은 더욱 모호해졌다. 나일론 머리카락은 일본제였고, 몸체를 구성한 플라스틱은 대만제, 안료는 미국제, 면 소재의 옷은 중국제였다. 바비는 단순한 소녀 인형이지만 자신만의 세계적인 제조 공급망을 만들어냈다.” 미국 경제학자 마크 레빈슨은 2006년 출간한 <더 박스: 컨테이너는 어떻게 세계 경제를 바꾸었는가>에서 이렇게 평가했다. 컨테이너 덕분에 전 세계 상품 운송 비용이 절감되고 글로벌 무역이 활성화돼 대규모 글로벌 공급망이 형성됐다는 것이다. ‘박스’가 세계 경제를 연결했다는 저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오늘날 비교적 싼 비용으로 해외직구가 가능하게 된 것도 컨테이너 덕분이다.해상 운송에 컨테이너를 처음 도입한 사람은 미국의 운송사업가 맬컴 매클레인(1913~2001)이다. 1956년 4월 길이 9m짜리 컨테이너 58개를 싣고 뉴저지에서 텍사스로 향한 ‘아이디얼 엑스(Ideal X)’가 세계 첫 컨테이너선이다. 컨테이너 보급에는 막대한 투자, 트럭·기차·선박에 모두 싣기 위한 표준화 작업, 부두 노동자들의 반발 등 넘어야 할 산이 많았지만 결과는 혁명적이었다. 컨테이너가 보급되기 전에는 화물을 싣고 내리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화물선은 항행하는 시간이 50%, 항구에서 짐을 싣고 내리는 시간이 50%였다. 컨테이너 덕분에 화물선이 항행하는 시간이 90%로 늘어났고, 하역비용은 t당 5.83달러에서 0.16달러(15.8센트)로 급감했다. 매클레인을 ‘컨테이너화(containerization)의 아버지’라고 부르는 이유다.이제 컨테이너 없는 글로벌 공급망이나 국제 분업은 불가능하다. 2022년 세계 100대 컨테이너항만이 처리
윤석열 정부의 국정 지지율이 높지 않은 건 사실이지만 “눈 떠보니 후진국”이라는 야당의 공세는 아무래도 지나치다.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긴 했지만 경제가 폭망한 것도 아니고, K팝을 비롯한 한국 문화는 전 세계로 무대를 넓히고 있다. 분식점 메뉴인 라면과 김밥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한때 ‘블랙 페이퍼’라며 백안시했던 김 수출액이 1조원을 돌파한 상황이다.그렇다면 대한민국은 선진국인가. 유엔 산하 정부간기구인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는 2021년 7월 한국의 지위를 그룹 A(아시아·아프리카)에서 그룹 B(선진국)로 변경했다. 1964년 가입 이후 내내 그룹 A에 속했다가 57년 만에 국제사회로부터 선진국임을 인정받은 것이다. 경제지표를 보면 선진국임을 부정하기 어렵다. 명목 국내총생산(GDP) 기준 국가 경제 규모가 2020년 세계 10위, 2022년에는 13위였다. 글로벌 강달러로 인한 원화가치 하락과 성장 부진 등이 겹쳐 순위가 다소 내려갔지만 전후 분단국이 이 작은 땅에서 이만한 인구로 이뤄낸 성과로는 대단하지 않은가.하지만 다른 지표들을 보면 선진국이라고 말하기가 민망해진다. 국가가 안정적·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사회·정치·문화·환경·교육·안전 등 다방면의 발전이 요구되지만 한국은 아직 그런 단계에 이르렀다고 하기 어렵다. 이런 현실을 잘 보여주는 것이 달갑잖은 1등 기록들이다. 인터넷 포털 검색창에 ‘OECD 1위’를 쳐보면 좋은 1등, 자랑스러운 1등보다 부끄럽고 민망한 1등이 훨씬 많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평균의 2배를 훨씬 넘는 자살률(인구 10만 명당 25.2명)을 비롯해 노인빈곤율(40.4%), OECD 평균의 3배에
불교의 선문답이나 화두에는 진퇴양난의 딜레마적 상황이 자주 등장한다. “어떤 사람이 나무에 올라가 있다. 입은 나뭇가지를 물고 있고, 손은 가지를 잡을 수도 없으며, 발로 가지를 디딜 수도 없다. 그때 어떤 이가 나무 아래에서 ‘달마가 서쪽에서 온 이유가 뭐냐’고 묻는다. 답하지 않으면 질문을 외면하는 것이고, 답을 한다면 나무에서 떨어질 것이다. 어찌해야 하겠는가.” 당나라 때의 향엄 스님(?~898)이 던진 ‘향엄상수(香嚴上樹)’라는 화두다. “일러도 몽둥이 30방이요, 이르지 못해도 30방”이라고 한 덕산 스님이나, 만공 스님에게 “이걸 숭늉 그릇이라고도 하지 말고, 숭늉 그릇이 아니라고도 하지 말고, 한마디로 똑바로 일러보라”고 한 수월 스님도 마찬가지다.진퇴양난의 딜레마에서 벗어나려면 생각의 틀을 깨야 한다. 선문답에서 중요한 것은 논리적 추론이나 정답이 아니다. 덕산은 몽둥이에 맞느냐 안 맞느냐의 이분법에서 벗어나기를 주문한다. 만공 스님은 숭늉 그릇을 문밖에 내던져 깨트림으로써 생각을 가로막는 틀 자체를 깨버렸다. 동쪽 선방과 서쪽 선방의 수행자들이 고양이 한 마리를 두고 다툼을 벌이자 고양이 목을 베어버렸다는 ‘남전참묘(南泉斬猫)’의 고사도 다르지 않다. 살생은 안 된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시비의 대상을 없애버린 것이다.정세균 전 국무총리가 그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만나 “당의 분열을 막기 위해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기”라며 ‘현애살수(懸崖撒手)’라는 사자성어를 인용했다고 한다. 현애살수는 깎아지른 낭떠러지에서 나뭇가지를 잡고 있던 손을 놓는다는 뜻이다. 죽으란 얘긴
한국은 수학 선진국이다. 지난해 2월 국제수학연맹은 4그룹이던 한국의 수학 국가등급을 최고 등급인 5그룹으로 승격시켰다. 1981년 연맹에 최하 등급으로 가입해 최단기간에 최고 등급에 올랐다. 현재 5그룹 국가는 한국을 포함해 독일 러시아 미국 브라질 영국 일본 중국 등 12개국뿐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최근 공개한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 2022’에서도 37개 OECD 회원국 가운데 한국의 수학 순위는 1~2위로 최상위권이었다.이런 수학 선진국이 ‘수포자(수학을 포기한 자)의 나라’라는 건 아이러니다. PISA에서 수학 성적을 6등급으로 나눴을 때 상위권 비율은 22.9%, 최하위 6등급 비율은 16.2%였다. 하위권 비율은 2009년에 비해 두 배로 늘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학생들의 양극화 정도를 나타내는 분산추이도는 98.1%로 OECD 최고였다. 수학을 잘하는 학생도 많지만 수포자가 많다는 얘기다. 고학년이 될수록 수포자가 늘어나는 것도 문제다. 자신을 수포자로 생각한다는 비율이 초등 11.6%, 중학교 22.6%, 고교 2학년 32.3%라는 조사 결과도 있다.교육부가 현재 중2 학생들이 치르는 2028학년도 대입 수능시험에서 ‘심화수학’(미적분Ⅱ·기하)을 빼기로 해 논란이다. 이공계 학생도 문과 수준의 수학 시험만 보게 한다는 것으로, 학력 저하와 그에 따른 첨단 과학기술 인재 양성 차질이 우려된다. “미적분을 모르면 인공지능의 기본 원리도 가르치기 어렵다”는 학계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교육부의 설명대로 학생의 학습 부담과 학부모의 사교육 부담이 준다는 보장도 없다.하지만 “수학은 지옥”인 학생들에겐 이번 조치가 복음일지도 모르겠다. 수학이 필요한
북한의 식량난이 심각했던 1997년 중국 옌볜에서 동포(조선족) 사업가를 만났을 때였다. 북한을 자주 드나든다기에 실상이 어떠냐고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집집마다 하얀 천이 주렁주렁 걸려 있어서 아기 있는 집이 왜 이렇게 많은가 했더니 여성들 생리대였어요. 중국에서도 그런 거 사라진 지가 언제인데….” “청진에 사는 친척 동생이 찾아왔는데 너무 말랐어요. 시립악단 책임자니까 중간 이상은 될 텐데 말입니다. 몸보신을 시킨다고 고기를 좀 먹였더니 그걸 소화하지 못해서 다 토해 버렸지 뭡니까.” 눈물을 글썽이던 그의 표정을 잊을 수 없다.북한은 만성적인 식량위기 국가다. 작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매년 100만t 안팎의 식량이 부족해 약 1000만 명이 고질적인 식량 부족 상태에 노출된다는 게 전문가들 분석이다. 올해 초에는 코로나 시기 3년간의 국경 봉쇄로 식량난이 악화해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이후 최악이라는 분석까지 나왔다. 유엔은 인구의 절반가량이 영양 부족이라고 추정한다. 먹을 게 부족한데 다른 경제 사정이야 오죽할까. 지난 7월 세계은행은 북한을 1인당 국민총소득(GNI) 1135달러 미만인 저소득 국가로 분류했다. 최빈국이란 얘기다. 아프가니스탄 에티오피아 말리 소말리아 남수단 예멘 르완다 등이 북한과 동급이다.남북한 경제력 격차가 더욱 벌어졌다는 소식이다. 통계청이 어제 발표한 ‘2023 북한의 주요 통계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북한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6조2000억원. 대한민국(2161조8000억원)의 60분의 1 수준이다. 내년 서울시 예산(45조7230억원)보다 훨씬 적다. 1인당 GNI는 143만원으로 남한(4249만원)과의 격차가 약 30배로 벌어
2001년 3월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이 파괴한 아프가니스탄의 바미안 동서(東西) 대불은 문화유산 수난의 대표적 사례다. 힌두쿠시산맥 절벽에 새긴 동대불은 높이 38m, 서대불은 높이 55m로 세계 최대 입불상이었다. 1500여 년 역사의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탈레반은 로켓포와 다이너마이트로 한순간에 폭파해 버렸다. 온 세계가 경악하며 비난하는데도 탈레반 외무장관은 “바미안은 아프간의 문화유산이며, 그것을 파괴하든 안 하든 그것은 우리의 일”이라고 태연하게 말했다. 탈레반만이 아니다. 1979년 소련의 아프간 침공 때는 러시아 병사들이 불상을 향해 사격 연습을 하는 바람에 총알 자국이 잔뜩 남았고, 1998년 아프간 내전 때는 폭격으로 불상의 머리와 다리가 부서졌다.아이러니하게도 인류 문화유산의 최대 파괴자는 인간이다. 정치 종교 이념 등 여러 이유로 예술품과 종교적 상징물, 서적 등을 파괴해온 역사가 깊다. 예술품이나 문화재를 파괴하는 반달리즘이란 용어의 기원이 된 5세기 중엽 반달족의 로마 침략과 문화 파괴로부터 러시아의 폭격에 초토화된 우크라이나의 오래된 성당까지 침략과 전쟁은 예외 없이 문화유산 파괴를 동반했다. 왕조나 국가, 정권이 바뀌면서 훼손·파괴된 경우도 많다. 진시황의 분서갱유(焚書坑儒)는 사상 탄압인 동시에 문화 파괴였다. ‘우상 파괴’라는 이름으로 자행되는 ‘훼불 사건’은 현대에도 진행형인 반달리즘이다.세계 각국 문화유산을 인류 공동의 유산으로 보존·전승하고 있는 것은 인류가 현대에 와서 이룬 진보다. 하지만 아직도 반달리즘은 그치지 않고 있다. 조선의 법궁(法宮·임금이 사는 궁궐)인 경복궁 담장
정부과천청사가 생기면서 1986년 중앙청 건물(옛 조선총독부 청사)을 개조해 이전했던 국립중앙박물관의 용산 이전이 결정된 것은 1993년. 비판도 적지 않았다. 용산가족공원은 갯벌과 모래가 섞인 저지대 퇴적층이라 침수 가능성이 크다는 것. 한강이 범람할 경우 수장고가 물에 잠길 우려도 제기됐다. 200년 주기의 대홍수에도 안전하도록 흙을 메워 지반을 대폭 높인 이유다. 관람객의 접근성도 걱정거리였다. 여러 고궁과 국립민속박물관·종로 등 볼거리가 몰려 있고 교통도 편리한 경복궁과 달리 드넓은 용산공원에 달랑 박물관만 있으면 누가 가겠느냐는 것. 하지만 기우였다.중앙박물관의 올해 관람객이 사상 처음으로 400만 명을 돌파했다. 2005년 10월 용산 이전 후 누적 관람객은 5400만 명을 넘어섰다. 전 국민이 한 번 이상 박물관에 다녀간 셈이다. 2010년 이후 매년 300만 명대를 유지하던 연간 관람객은 2020년 코로나19로 77만 명으로 줄었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341만 명으로 회복해 세계 미술관·박물관 중 5위를 기록했다. 영국 미술매체 아트뉴스페이퍼에 따르면 파리 루브르박물관이 772만 명으로 1위였고 바티칸박물관(508만 명), 영국의 영국박물관(409만 명)과 테이트 모던(388만 명)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7만 명이던 외국인 관람객이 올해 17만 명으로 늘어난 점도 주목할 만하다.관람객 증가는 좋은 전시 덕분이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오스트리아 빈미술사박물관과 함께 기획해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 펼친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은 올해만 17만 명이 찾는 등 총 관람객이 32만 명에 달했다. 올여름 영국 내셔널갤러리 소장 명화를 선보인 ‘거장의 시선, 사람을 향하다&rsqu
2008년 4월부터 넉 달 넘게 이어진 광우병 논란과 대대적 시위는 결과적으로 허망했다. 공기로도 전염된다느니 ‘뇌송송 구멍탁’이니 하면서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지만 지금까지 미국산 소고기로 인해 인간광우병이 발생한 사례가 단 한 건도 없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명박(MB) 정부의 대처도 문제였지만 일부 방송과 인터넷 등의 허위·과장·왜곡이 공포를 키웠다. 여기에 사회단체, 정당 등이 가세하면서 촛불집회와 가두시위로 번졌다. 시위가 절정에 달한 6월 10일에는 경찰 추산 10만여 명(주최 측 추산 70만 명)이 서울 광화문·종로 일대에 운집했다. 엄청난 인파에 놀란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재협상, 내각 개편, 한반도대운하 사업 포기 등을 약속하고서야 광우병 사태는 잦아들었다. 광우병 촛불시위가 잦아들 무렵 또다시 거리를 메운 것은 불교계였다. MB 정부의 종교 편향, 불교 차별에 항의하는 ‘이명박 정부 규탄 범불교도대회’가 8월 27일 서울광장에서 열렸다. 전국에서 모인 20만 불자들의 “MB 아웃(OUT)” 규탄 소리가 광장에 울려 퍼졌다. 이 소식을 들은 고우 선사(1937~2021)는 얼마 뒤 지리산 벽송사에서 열린 ‘벽송선회’에서 이렇게 일갈했다. “20만이라는 숫자가 폭력이 돼서는 안 됩니다. MB를 규탄하고 미워하는 것은 불교의 방식이 아닙니다. 그를 위해 기도하는 것이 불자의 길입니다.” 숫자는 힘이다. 집회 참가자 수는 간절한 열망의 크기를 나타내기도 하지만, 때로는 상대를 억누르는 힘이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우리 숫자가 이렇게 많은데 이래도 덤빌 거야?”라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이성과 논리, 과학보다 숫자의 힘을 앞세우면 폭력이나 다름없
북한 주민들이 휴전선 대신 중국 쪽으로 대거 탈북하기 시작한 것은 식량난이 심각해진 1990년대 중반부터였다. 정치적·개인적인 문제였던 탈북 동기도 ‘살기 위해서’로 바뀌었다. 가장 많이 이용하는 경로는 북동쪽의 두만강이다. 수심이 얕고 강폭이 좁은 데다 겨울엔 얼어서 건너기가 쉽다. 하지만 곳곳에 깔린 북한 병사들의 눈을 피해야 한다. 압록강 쪽은 수심이 깊고 강폭이 넓은 데다 경비마저 삼엄해 도강 자체가 쉽지 않다. 목숨을 걸고 탈북에 성공해도 새로운 고난이 시작된다. 밀입국자, 불법체류자 신분인지라 노동력 착취와 폭력, 인신매매와 성매매, 중국 남성과의 강제 결혼 등 인권유린을 당하기 십상이다. 지난 4월 국제인권연맹(FIDH)이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내 탈북자는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대부분 여성이다. 2003년 이후 강제 북송된 8125건 중 74%(6036건)가 여성이다. 중국 당국은 탈북민을 난민이 아니라 ‘불법 이민자’로 규정해 강제 송환하고 있는데, ‘공화국 배반자’로 낙인찍힌 이들을 기다리는 건 그야말로 생지옥이다. 교도소와 정치범수용소 등에서의 강제노동과 가혹한 고문은 일상이고, 즉결 처형·공개 처형도 다반사다. 중국은 지난달 초 항저우 아시안게임 폐막 직후 구금 중이던 탈북민 약 600명을 기습적으로 북한에 강제 송환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따르면 중국에는 2000여 명의 탈북민이 구금돼 있다고 한다. 중국 정부는 북한 내 대규모 인권 침해에 대한 증거가 없어 유엔 난민협약, 고문방지협약을 적용할 수 없다는 궤변을 늘어놓고 있다. 국회가 그제 ‘중국의 북한이탈주민 강제북송 중단 촉구 결의안’을 채
2011년 4월 영국 웨스트민스터 성당에서 왕세손 윌리엄(현재 왕세자)과 케이트 미들턴의 결혼식이 성대하게 열렸다. 윌리엄은 당시 수색구조헬기를 조종하는 공군 대위였다. 하지만 결혼 예복은 연미복도, 공군 정복도 아니었다. 진홍색 상의, 검은색 하의로 된 ‘아이리시 가드’ 보병연대의 예복이었다. 이 연대의 명예대령으로서 아프가니스탄 전쟁에 참전 중이던 부대원들에게 경의를 표하기 위해서였다. 군복(제복)을 명예롭게 여기는 영국 왕실의 전통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군인, 경찰, 소방관, 판사, 교도관 등 공무원부터 의사, 간호사, 호텔리어, 경비원 등 민간인까지 다양한 사람이 제복을 입는다. 소속감과 일체감, 책임감과 품격, 권위 등을 살려주는 제복의 힘 때문이다. 그중에서도 제복을 입은 공무원의 역할과 위상은 특별하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 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헌신해서다. 불행히도 우리는 이들을 무시하거나 존중하지 않은 역사가 있다. 군·경찰의 비리와 부패, 권력의 시녀화가 한몫했지만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경찰에 물리력으로 저항하는 시위대, 치안센터나 구급차 안에서 행패 부리는 취객은 사라져야 한다. 최근 들어 제복의 권위와 명예를 존중하고 예우하는 사례가 잇따르는 것은 그래서 고무적이다. 구순의 6·25 참전용사들에게 4년째 매주 돼지갈비 점심을 무료로 제공하는 식당 주인, 경남 사천의 한 횟집에서 군 장병들의 음식값을 대신 치른 50대 남성, 안양의 한 고깃집에서 “내 동생도 현역 군인”이라며 휴가 나온 군인의 고깃값을 내준 20대 청년, 서울의 카페에서 육군 장병이 주문한 음료 컵에 ‘나라를 지켜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글을 써준 아르바
조계종 종정을 지낸 성철 스님(1912~1993)은 불교의 주요 교리와 사상을 과학적으로 설명한 것으로 유명했다. 해인총림(해인사) 초대 방장에 추대된 1967년 동안거 때 약 100일에 걸쳐 불교를 총체적으로 강설한 ‘백일법문(百日法門)’이 대표적이다. 유튜브에 공개된 당시의 육성 법문을 보면 꽤 많은 분량이 과학강의를 방불케 한다. 아인슈타인 특수상대성이론부터 시작해 양자이론, 핵물리학, 생물학, 실험심리학, 정신분석학 등을 넘나들며 과학으로 불교를 풀어낸다. 특수상대성이론에 따르면 ‘질량=에너지’다. 둘은 상호 변환하면서 질량과 에너지의 총합은 일정하게 유지한다. 그래서 세상은 불생불멸이다. 또한 에너지가 질량으로 변환할 땐 전자(음전자)-반전자(양전자)처럼 쌍으로 나타나고, 질량이 에너지로 바뀔 땐 쌍으로 없어진다. 이 같은 쌍생성·쌍소멸 현상은 불교에서 말하는 중도(中道)의 쌍차쌍조(雙遮雙照)와 닮았다. 쌍차란 양변(양극단)을 버리는 것, 쌍조는 양변이 서로를 비추고 완전히 융합하는 것을 말한다. 인간 세상은 물과 불, 선과 악, 옳음과 그름, 있음과 없음, 괴로움과 즐거움, 너와 나 등 수많은 양극단의 상대모순이 대립하고 투쟁하는 세계다. 여기서 참다운 평화를 이루려면 모순상극의 양극단을 버리고 융합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쌍차와 쌍조며 선악, 시비, 고락의 이분법을 넘어선 중도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현실에선 양극단에 쏠리기 쉬운 게 인간이다. 종교, 이념, 민족과 인종, 출신 지역, 젠더 등 다양한 이유로 분열, 갈등, 증오가 형성되고 무자비한 폭력과 살상마저 자행한다. 수많은 사상자를 내고 있는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부
한집에 살던 두 여인이 공교롭게도 사흘 간격으로 아들을 낳았다. 그중 한 여인이 잠결에 깔아뭉개는 바람에 아이가 숨지자 옆방 여인의 산 아이와 바꿔치기했다. 서로 자기 아이라고 다투는 두 사람을 놓고 솔로몬 왕이 명령했다. “산 아이를 둘로 나눠 두 여인에게 나눠주라.” 깜짝 놀란 진짜 어머니는 “아이를 죽이지 말고 저 여인에게 주라”고 했다. 중국 북송의 명판관 포증(포청천)도 그랬다. 정실부인과 첩이 한 아이를 두고 서로 자기 아들이라고 우겼다. 포청천은 땅바닥에 흰색 원을 그리고 그 안에 아이를 세운 다음 두 여자에게 팔을 잡아당기게 했다. 아이가 아파하자 첩은 얼른 손을 놓고 말았다. 누가 생모인지는 자명하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당 지도부와 중진 및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에게 내년 총선 불출마 또는 수도권 지역 험지 출마를 요구했다. 당의 현재 상태를 위기라고 진단한 인요한 혁신위원장은 “정말 (윤석열) 대통령을 사랑하면 험지에 나와서 하고, 그렇지 않으면 포기하라. 사랑하고 지지하면 희생하라는 말”이라고 했다. 파장이 만만찮다. 김기현 대표와 윤재옥 원내대표를 비롯한 당 4역, 대통령과 친한 장제원 이철규 권성동 의원, 3선 이상 중진인 정진석 주호영 의원 등 대상자가 워낙 많아서다. 영남 다선 의원 수도권 출마론, 동일 지역구 3선 초과 연임 금지론 등에 대해선 “선거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반대론이 벌써부터 나온다. ‘사랑이란 자기의 유익이 아니라 사랑하는 사람의 유익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는 것’이라고 성경은 가르친다. 더불어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무소속)은 지난해 12월 ‘사법 리스크’에 직면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를 향해
전국의 시골 마을에 스피커가 설치된 건 1970년대 전기가 들어오고 나서였다. 이 덕분에 마을 이장은 공지사항 전달을 위해 마을 곳곳을 돌아다니거나 목청껏 외치지 않아도 됐다. 동네마다 이장 목소리가 확성기로 쩌렁쩌렁 울렸다. “아, 아, 마을 이장입니다. 주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오는 목요일 저녁 6시에 마을회의가 있으니 회관으로 모여주세요.” 지금은 마을방송도 스마트 시대다. 이장이 스마트폰 앱을 통해 각종 공지사항과 마을 소식 등을 전하면 집에 설치된 수신기나 휴대폰으로 이를 듣는 시스템이다. 이장은 시간, 장소에 관계없이 공지사항을 전할 수 있어 좋고, 주민들도 공지사항을 놓치는 일이 없게 됐다. 무선방송장치를 도입해 마을 스피커 대신 집집마다 수신기(확성기)를 갖춘 곳도 많다. 읍·면·리의 행정 책임자인 이장과 도시지역 행정동 책임자인 통장은 행정조직의 최말단에 있지만 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다. 법규로 명시되진 않았지만 책임과 역할은 일일이 나열하기 힘들 정도다. 민방위 훈련 및 소집 통지서 전달, 주민등록과 전입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 확인, 전시 생필품 보급 등 각종 법령에 따른 업무가 다양하다. 주민의견 수렴 및 전달, 주민 화합 단결과 이해 조정, 정부 홍보물 전달과 각종 통계조사 업무 지원, 농지 경작·가축 사육·국공유 재산실태 등 사실확인 업무, 재해 예방과 대응, 저소득층과 위기가정 등 복지 사각지대 발굴도 이들의 몫이다. 일이 생각보다 고되다 보니 이장·통장 구인난을 겪는 곳이 적지 않다고 한다. 전남의 경우 이장·통장 10명 가운데 7명이 60대 이상일 정도로 고령화가 심각하다. 70대도 23%나 된다. 1990년대 이후 ‘반장’은 유명무실해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선 올 들어 교수 11명이 그만뒀다. 서울의 ‘빅5’ 병원 중 한 곳에선 마취통증의학과 교수 5명이 집단 사직했다. 부산의 한 대학병원에서도 소화기내과 교수 2명이 사표를 냈다. 예전에는 경제적인 문제나 자녀 교육 때문에 그만두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는데 지금은 일이 너무 힘들다는 게 주된 이유라고 한다. 끊임없이 밀려드는 환자 진료와 수술, 의대 강의와 수련에다 연구 성과까지 꼬박꼬박 내야 하니 쉴 틈이 없다. 갈수록 전공의가 줄어 교수가 당직까지 서야 한다. 내과·외과·흉부외과·산부인과·소아청소년과 등 생명을 다루는 필수과목의 ‘바이털 의사’가 특히 힘들지만 문제는 여기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과목 불문, 지역 불문, 노소 불문이다. 힘들어서 도저히 못하겠다면서 다들 대학병원, 종합병원을 떠난다는 얘기다. 일반적으로 의사라고 하면 의대 졸업 후 5년가량 수련의, 전공의 과정을 마친 전문의를 뜻한다. 10년 이상의 어렵고 힘든 공부 과정을 거쳤기에 생명을 살리는 보람과 자부심에다 사회적 지위, 상대적으로 넉넉한 경제적 보상은 당연시됐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생명을 살리는 보람보다 의료소송에 휘말릴 리스크가 더 커졌고, 업무 강도는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는 게 이들의 호소다. 개원의들과의 수입 격차도 예전보다 훨씬 커졌다. 김윤 서울대 교수(의료관리학)에 따르면 대학병원과 종합병원 의사 연봉은 1억6000만~1억8000만원, 동네 병·의원 의사 연봉은 평균 3억2000만원 정도다. 존경도 명예도 없으니 돈이라도 벌자며 전문의들이 대학병원을 떠난다는 것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의 전문의 9
지난해 3월 9일 열흘째 고립돼 있던 우크라이나 남부 마리우폴의 어린이병원과 산부인과병원을 러시아 공군이 폭격했다. 병원은 순식간에 지옥으로 변했다. 6세 어린이를 포함해 4명이 사망했고 17명이 다쳤다. 러시아군의 의료시설 공격은 처음이 아니었다. 같은 날 수도 키이우 서쪽 지토미르에서도 병원 2곳이 러시아군의 포격을 받아 사상자가 발생했다. 세계보건기구(WHO) 집계 결과 러시아는 우크라 침공 2주 만에 의료시설을 18차례나 공격했다. 앙리 뒤낭(1828~1910)은 1859년 제2차 독립전쟁 중이던 이탈리아의 솔페리노를 지나다 전쟁터에서 참혹하게 죽어가는 군인들을 목격했다. 마을 부녀자들과 구호활동을 펴고 제네바로 돌아간 그는 이라는 책을 통해 전쟁의 참상을 전하고 전쟁터에서도 인간의 기본권이 보장돼야 함을 역설했다. 적대행위에 가담하지 않은 부상자, 환자, 포로, 민간인, 의무요원과 종교요원 등은 차별 없이 보호받아야 한다는 그의 호소는 국제인도법의 철학적 바탕이 됐다. 무력분쟁 중이라도 민간인에 대한 고의적인 공격과 학살, 생존에 필수적인 기반시설 공격은 명백한 국제인도법 위반이다. 하지만 이런 전쟁의 규칙이 지켜지지 않는 사례가 많다. 2015년 10월에는 아프가니스탄 북부 쿤드즈의 ‘국경없는의사회’ 병원이 미군의 폭격에 희생됐다. 어린이 3명을 포함한 환자 24명과 의료진 14명, 간병인 4명 등 42명이 목숨을 잃었다. 아프간 정부는 “병원에 탈레반이 숨어들어 공격했다”고 발표했지만 국제적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2015~2016년 시리아와 예멘에서도 병원에 대한 공격이 끊이지 않았다. 민간인 500명 이상이 희생된 가자지구 알아흘리아랍병원 폭발 참사는 누구의
1970년대 등장한 한국 모노크롬 회화의 의미가 재조명된 것은 2000년대 이후다. 2012년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의 단색화’ 전을 계기로 국내외에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모노크롬 회화 대신 ‘단색화’라는 이름이 널리 쓰이고 ‘Dansaekhwa’라는 영어 명칭이 정착한 것도 이때였다. 한국 단색화에는 서구의 모노크롬과 다른 특징이 있다. ‘캔버스 위에서 반복적인 신체 행위를 통해 세계와 자아, 물질계와 정신계가 합일되는 직관적 깨달음의 장을 펼쳐 보인다는 것’(권영진 미술사학자)이다. 지난 14일 타계한 박서보 화백은 이를 “주문을 외듯, 참선을 하듯, 한없이 반복한다는 것은 탈아(脫我)의 경지에 들어서는, 또는 나를 비우는 행위의 반복”이라고 설명했다. 작가마다 선택한 한지, 면포, 삼베 등의 재료에 무한 반복의 수작업으로 물성(物性) 화면을 드러내는 것도 단색화의 특징이다. 박 화백은 자타공인 수행자요 구도자였다. 연필로 무한반복의 선을 긋는 1970년대 초기 ‘묘법(描法)’부터 덧바른 한지 위를 막대기나 자 같은 도구를 이용해 일정한 간격을 유지하며 밀어내는 2000년대 이후의 색채묘법에 이르기까지 한결같았다. 색채묘법에선 밀려난 한지의 결로 촉각의 화면을 만들고 색을 입혔다. 목적 없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드러나는 정신성이 작업의 과정이자 메시지였다. 자나 깨나 ‘이뭣고’와 같은 화두를 들고 깨달음을 향해 가는 수행승처럼. 특히 팔순 이후에 선보인 말년의 화려한 색채묘법은 단일한 색조인데도 딱히 무슨 색이라고 규정하기 어려웠다. 스스로 경험한 자연에서 포착한 색감을 화폭에 구현했기 때문이다. 2021년 국제갤러리에서 연 개인전에는 공기색 벚꽃색 유채꽃
1976년 8월 1일, 일요일 아침에 멀리 캐나다에서 낭보가 날아들었다. 몬트리올 올림픽 레슬링 자유형 62㎏급에 출전한 양정모 선수가 건국 이래 첫 올림픽 금메달을 딴 것. 한국선수단이 귀국하자 김포공항에서 서울 시내까지 카퍼레이드가 펼쳐졌고, 성대한 환영행사도 열렸다. 포상과 혜택도 쏟아졌다. 양 선수는 체육인 최고 영예인 체육훈장 청룡장을 받았고, 전년도에 만들어진 체육연금 수혜자가 됐다. 체육인 가운데 병역특례 혜택을 맨 처음 받은 선수도 그였다. 당시는 그런 시대였다. 전후 폐허 위에서 막 경제개발을 시작한 가난한 나라, 뭐 하나 내세울 게 없는 나라였다. 국위 선양의 목마름이 그만큼 컸다. 더욱이 남북한 체제 경쟁이 극심한 마당에 북한은 이미 처음 출전한 1972년 뮌헨올림픽에서 사격의 이호준이 금메달을 딴 터였다. 1973년부터 국위 선양 및 문화 창달에 기여한 예술·체육 특기자에게 군복무 대신 해당 분야에서 일하게 하는 특례제도를 도입한 이유다. 한창 실력을 발휘할 시기에 경력 단절 없이 활동을 이어갈 수 있는 이 제도가 많은 예술·체육인들에게 동기부여가 된 것도 사실이다. 제19회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그제 16일간의 열전을 마무리한 가운데 금메달리스트에게 주어지는 병역특례가 또다시 논란이다. 제도를 만들 당시에 비해 종목이 대폭 늘어난 데다 e스포츠·바둑·체스·브레이킹 댄스·카드게임(브리지) 등 ‘스포츠 같지 않은’ 종목들이 포함되면서다. 1974년 테헤란 대회 때 16개였던 한국의 금메달은 이번 대회에서 42개로 늘었다. 병역특례를 위해 경기에 참가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짙은 종목도 있다. 대부분 아마추어가 나온 다른 나라와 달리 병역 미필의
다음달 12일 미국 뉴욕에서 UFC 헤비급 챔피언 존 존스(36)와 타이틀전을 하는 도전자 스티페 미오치치(41)는 UFC 사상 유일하게 헤비급 타이틀 3차 방어에 성공한 ‘GOAT(Greatest Of All Time·역대급)’ 파이터다. 선수 경력이 화려하지만 본업은 따로 있다.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의 소방관. 경기가 끝나면 어김없이 돌아간다. 엄청난 대전료를 받으면서도 소방관 일을 계속 하는 데 대해 그는 “내가 사랑하는 일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미오치치처럼 본업을 따로 가진 채 운동선수로 활약하는 이들이 국내에도 적지 않다. 2018년 3대3 농구 국가대표로 선발된 임채훈은 동아제약의 ‘박카스 영업맨’이었다. 평일엔 직장인, 주말엔 선수로 뛰었다. 2020년 83세의 나이로 세상을 뜬 배우 송재호는 1978년부터 취미로 시작한 사격에 열정을 쏟아 전국체전에서 금메달까지 딴 선수이자 국제심판이었다. 복싱 드라마에 캐스팅된 것을 계기로 권투를 시작해 2013년 국가대표 최종 선발전에서 우승한 배우 이시영, 지난해 실용사격 국가대표로 뽑힌 개그우먼 김민경도 마찬가지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컴파운드 혼성 단체전과 남자 단체전에서 각각 은메달을 딴 주재훈 선수(31)의 스토리가 감동적이다. 그가 활을 처음 잡은 것은 해병대 제대 후 대학 3학년이던 2016년. 경북 경산의 양궁동호회에서였다. 이후 유튜브 영상을 보며 자세를 익혔다. 연습장이 없어서 경북 울진의 빈 축사에 과녁을 놓고 연습했다고 한다. 그의 직업은 한국수력원자력 청원경찰. 당연히 훈련시간이 부족했다. 아침이나 늦은 오후, 야간에 연습하면서 전업 선수의 3배 속도로 활을 쏘는 압축 훈련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지난 4월 태극마크를 단 그는
2009년 1월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이 국회에서 폭력난동을 벌였다. 국회 로텐더홀에서 농성 중이던 민노당 당직자에 대한 강제 해산에 항의하면서 국회 경위를 폭행하고, 박계동 국회 사무총장실로 쳐들어가 집기를 부수고 탁자에 뛰어올라 발을 굴렀다. 그 유명한 ‘공중부양’ 사건이다. 공무집행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강 의원에게 1심 판사는 무죄를 선고했는데, 그 논리가 기묘했다. 난동 당시 박 사무총장은 신문을 읽고 있어서 공무수행 중이 아니었으므로 공무집행방해가 아니라고 했다. 탁자를 부순 것은 사무총장을 상대로 이뤄진 일련의 행위로서 공무집행방해에 포함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니 공무집행방해 혐의도 무죄, 공용물 손괴도 무죄였다. 1심과 2심에서 유·무죄가 엇갈렸던 이 사건은 대법원에서 2심 판결대로 벌금 300만원의 유죄로 확정됐다. 1심 판결 당시 비판 여론이 비등했다. 판사가 미리 결론을 정해놓고 언어적 기교로 사실과 법리를 꿰맞춘 ‘기교사법’이라는 것이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를 법원이 지난달 27일 기각한 사유를 보며 기교사법을 떠올렸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검찰이 이 대표에게 적용한 혐의는 크게 세 가지다. 성남시장 시절 백현동 개발 특혜비리 사건의 배임, 경기지사 시절 방북 추진 과정에서 쌍방울그룹이 북한에 방북 비용을 대납한 뇌물, 과거 이 대표의 검사 사칭 사건과 관련한 위증교사 등이다. 형사소송법은 죄를 범하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를 구속의 전제조건으로 하면서 주거 부정, 증거인멸 염려, 도주 염려를 구속의 사유로 들고 있다. 아울러 구속 사유를 심사할 때 범죄의 중대성, 재범 위험성, 피
단군이 신화 속 인물인지 실존 인물인지는 여전히 논란거리다. 하지만 단군 왕검이 한민족 최초의 국가인 고조선을 건국한 것을 기념하는 개천절은 5대 국경일(3·1절 제헌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중 연원이 가장 오랜 경축일이다. 예로부터 함경도 등에선 음력 10월 3일에 단군 탄신을 축하하는 ‘향산제(香山祭)’를 올렸다. 단군을 신앙의 대상으로 모시는 대종교는 1909년부터 이날을 ‘개천절’ ‘개천경절(慶節)’로 기념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1919년 이날을 ‘대황조(大皇祖) 성탄 및 건국기원절’이라는 국경일로 제정한 것은 일제강점기 독립투사 중 많은 이들이 대종교 신자였던 것과 무관치 않다. 일제의 민족종교 탄압을 피해 만주로 본거지를 옮긴 대종교는 항일무장투쟁에 앞장섰다. 청산리대첩에 참여한 북로군정서의 서일, 현천묵, 김좌진, 이범석 등이 대표적이다. 1932년 일제가 괴뢰정권 만주국을 세운 뒤에는 수많은 대종교인이 투옥돼 순국하거나 옥중에서 광복을 맞았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후 ‘단군기원’, 즉 단기를 국가 공식 연호로 법제화한 것, 이듬해 양력 10월 3일을 국경일로 정한 것, ‘홍익인간’을 교육의 공식 이념으로 채택한 것 등은 이런 역사의 연장선에 있다. 훗날 대종교 총전교(최고지도자)를 지낸 초대 문교부 장관 안호상 박사의 역할도 컸다. 실존 여부를 알 수 없는 중국 요임금의 개국 연도를 근거로 추정한 ‘기원전 2333년’이라는 단국의 개국 연대나 개국일이 정확하다고 보긴 어렵다. 하지만 단군사상이 국가적 위기극복의 매개체, 민족공동체 의식의 상징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다민족, 다인종이 뒤섞여 사는 글로벌 시대에 민족국가의 기원
2019년 12월 중국 청두에서 8차 회의가 열린 이후 중단 상태인 동북아시아 3국 최고위 협의체의 한국 측 공식 명칭은 ‘한·일·중 정상회의’다. 언론에서는 대체로 ‘한·중·일’로 썼지만 정부 차원에서는 ‘한·일·중’으로 표기했다. 한국을 앞세우는 것은 당연한데 일종의 고유명사처럼 굳어진 ‘한·중·일’의 순서를 깬 것은 정상회의 개최 순번에 따라 표기한다는 방침 때문이다. 3국 정상회의는 2009년 베이징, 2010년 제주도에서 열려 일본-중국-한국 순으로 의장국(개최국)을 맡는 관행이 정착됐다. 그래서 일본도 ‘일·중·한’으로 표기했으나 중국은 ‘중·한·일’이 아니라 ‘중·일·한’으로 쓰고 있다. 한국을 얕보는 심리가 깔려 있는 것이다. 외교관계와 국제회의 명칭 등에서 국가 이름을 나열하는 순서는 자국과의 친소(親疏)·은원(恩怨) 관계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동맹인 미국은 당연히 1순위지만 다른 나라들은 관계가 좀 복잡하다. 일본은 자유민주체제의 일원이지만 식민지배의 구원에다 역사 왜곡, 독도 영유권 주장 등으로 편치 않다. 중국은 경제적으로 밀접한 관계지만 6·25전쟁 땐 적이었고, 지금도 ‘주적’인 북한과 같은 편이다. 러시아도 마찬가지다. 북한은 헌법상 대한민국 영토이고, 북한 주민도 국민이라는 점에서 ‘순서 특혜’를 받아왔다. 북미·북일·북러 등으로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이젠 아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잇단 국가명 순서 파괴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윤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차 유엔총회 기조연설을 통해 북한과 러시아를 ‘러시아-북한’ 순으로 부르면서 이들의 군사거래 위험성을 엄중 경고했다. 핵과 미사
‘1837년 6월 7일 세 명의 조선 신학생이 마카오의 파리외방전교회 극동대표부에 도착했다. 한양을 출발한 지 6개월 만이었다. 만주에서 북경을 거쳐 남쪽으로 중국 대륙을 종단하는 9000리(3600㎞) 길을 걷는 사이에 계절이 세 번 바뀌었다.’ 지난해 출간된 (이충렬 지음)의 한 대목이다. 세 명의 신학생은 1821년생 동갑인 김대건 안드레아와 최양업 토마스, 이들보다 한 살 위인 최방제 프란치스코였다. 불행히도 최방제는 풍토병에 걸려 그해 11월 세상을 떠났고, 남은 두 사람은 1844년 12월 신학교를 졸업하고 부제(副祭)가 됐다. 여기서부터 길이 갈렸다. 당시 조선 천주교를 이끌던 프랑스 사제들은 내성적인 최양업 대신 외향적 성격의 김대건을 먼저 조선에 들여보내기로 했다. 부제 신분으로 조선에 돌아온 김대건은 제3대 조선대목구장에 임명된 페레올 주교를 입국시키기 위해 황포돛배를 타고 서해를 건너 상하이로 갔다. 거기서 조선인으로는 처음 사제품을 받고 페레올 주교와 함께 천신만고 끝에 한양으로 돌아와 신자들을 돌봤다. 이후 산둥반도~백령도 입국로 개척을 시도하다 발각돼 1846년 9월 16일 한강변 새남터 모래사장에서 처형됐다. 그의 나이 불과 25세. 사제가 되고 1년이 갓 넘었을 때였다. 1849년 두 번째 조선인 사제로 서품된 최 신부는 그해 12월 압록강을 건너 귀국했다. 충북 진천의 배티성지를 기반으로 삼남지방(충청 경상 전라)의 127개 공소를 걸어 다니며 미사를 집전하고 신자들을 만났다. 한 해 동안 걸은 거리가 7000리(약 2800㎞), 바쁠 땐 하루 80~100리를 걸었다고 한다. 최 신부는 1861년 6월 과로에 장티푸스가 겹쳐 경북 문경에서 선종했다. 천주교에서는 김 신부를 ‘피의 순교자’,
1973년 미국 버클리대 입시에서였다. A학과에는 여학생 263명 중 192명(73%), 남학생 80명 중 55명(69%)이 합격했다. B학과에는 여학생 87명 중 81명(93%), 남학생 270명 중 234명(87%)이 합격했다. 그런데 두 학과를 합한 전체로는 여학생이 350명 중 273명(78%), 남학생은 350명 중 289명(83%)이 합격했다. 어떤 집단의 전체 추세와 그 하위집단의 추세가 역전 현상을 보이는 ‘심슨의 역설’이다. 이런 사실을 모른다면 전체 통계만을 보고 대학 측이 여학생을 차별했다고 주장하기 십상이다. 통계는 어떤 현상이나 실태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편리한 도구다. 하지만 원천 데이터의 오류나 분석 방법의 차이에 따라 결과가 판이해진다. 통계적 오류나 착시는 물론 조작 유혹, 조작 논란이 빈번한 이유다. 가장 빠지기 쉬운 것이 평균의 함정이다. 가령 우리나라 직장인 평균 월급을 이야기할 때 그 숫자가 실제 직장인의 소득을 얼마나 충실히 대표하는지는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 정규직·비정규직·기간제 등 고용 형태와 사업장 규모 등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통계 전문가들은 평균의 함정에 빠지지 않으려면 반드시 중앙값, 표준편차, 분포 형태 등을 함께 보고, 평균 속에 누락된 데이터의 속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분석의 기준과 초점, 변수 간의 상관관계와 인과관계, 비교 대상의 적절성 등도 정확한 통계를 위해 살펴봐야 할 요소다. 각종 통계가 넘쳐나는 시대다. 분석상의 오류를 넘어 데이터와 자료의 왜곡, 편향적인 해석 등 통계 조작의 문제도 신경 써야 하는 세상이다. 중국은 후한의 반고가 쓴 에 군현별 인구를 상세하게 기록했을 만큼 통계의 역사가 길지만 ‘못 믿을 통계’의 나라가 된 지
역사는 거대한 물줄기다. 멀리 보는 이는 본류를 타고 가지만 단견으로 본다면 지류를 붙잡고 천하를 논하기 십상이다. 안타깝게도 권력을 잡고 나면 짐짓 거창한 명분을 내세우지만 후자에 머무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박근혜 정부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시도가 그랬고 문재인 정부의 가야사 복원, 김원봉 서훈 추진이 그랬다. 권력자의 한줌 손아귀에 역사를 움켜쥘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해방 이후 27년 동안 검정 체제였던 중·고교 국사 교과서가 국정 체제로 바뀐 건 1974년 유신정권 때였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지나친 반공 이데올로기와 체제 선전 등이 문제로 지적되면서 2011년까지 세 차례에 걸쳐 검정화가 마무리됐다. 이 과정에서 ‘좌편향 교과서’ ‘뉴라이트 교과서’ 등 출판사별 좌우 편향이 심각한 문제로 대두됐고, 이를 둘러싼 이념 갈등도 극심해졌다. 박근혜 정부는 이를 교과서 국정화로 해결하고자 했다. “올바른 역사 교육을 위해 균형 잡힌 올바른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는 대통령 지시로 ‘국가공인’ 유일본 교과서 제작을 추진했다. 한나라당 대표 시절 “어떤 경우든 역사에 관해 정권이 재단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 그러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역사를 새로 써야 한다는 얘기가 된다”고 한 것과는 정반대였다. 결국 그 말대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자마자 국정교과서는 폐기됐다. 문재인 정부는 대통령 지시로 가야사 연구·복원을 100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추진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가야 유적이 경상남북도만이 아니라 섬진강, 순천만, 광양만, 남원 일대, 금강 상류 지역까지 분포해 있으니 영호남 공동으로 가야사를 복원해 지역감정을 허물자고 했다. 소외된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서화동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