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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2일 뉴욕에서 열리는 크리스티 경매에 한국 고미술품 22점이 출품된다. 이날 열리는 ‘일본과 한국 미술(Japanese and Korean Art)’ 경매에는 ‘백자청화송하인물위기문호’(사진)를 비롯해 호렵도 병풍과 십장생도 등 다양한 한국 고미술품이 나와 새 주인을 찾는다. 크리스티코리아는 경매를 앞두고 오는 26~28일 서울 삼청로 전시장에서 프리뷰를 열고 백자청화송하인물위기문호를 공개한다...
2015년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록시땅의 일본 법인 대표를 맡은 니시구치 가즈키는 새로운 마케팅 아이디어를 얻기 위해 충성 고객 각각을 심층 인터뷰했다. 왜 이 상품을 샀는지, 첫 구매의 계기가 뭔지 등을 세밀하게 구체적으로 조사했다. 충성 고객이었다가 타사 제품으로 갈아탄 ‘이반 고객’도 집중적으로 인터뷰했다. 그 결과 사람들이 처음 록시땅을 구입한 이유가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서’라는 걸 알게...
국보 제180호 '김정희필 세한도(歲寒圖)'를 국가가 소유하게 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0일 "세한도 소장자인 손창근 선생(91)이 지난 1월 말 박물관에 전화를 걸어 기증 의사를 전해왔다"며 "현재 기증과 관련한 제반 절차를 진행 중이며, 공식적으로 절차가 마무리되면 세한도를 언론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 모두가 세한도의 의미와 가치를 공유할 수 있도록 오는 11월 세한도 공개 ...
1784년 이승훈이 최초로 세례를 받으면서 평신도에 의한 자생교회로 출발한 한국 천주교는 이후 한 세기 동안 혹독한 박해에 시달렸다. 특히 4대 박해로 꼽히는 신유(1801년)·기해(1839년)·병오(1846년)·병인박해(1866년)는 수많은 순교자를 배출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이하 주교회의)에 따르면 현재 이름을 확인할 수 있는 순교자만 1800여 명. 무명의 순교자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이들 중 1984년 방한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에 의해 성인으로 선포됐던 103위(位)의 초상화가 시성(諡聖) 36년 만에 처음으로 완성돼 한자리에서 선보인다. 주교회의 문화예술위원회가 다음달 4~27일 서울 명동성당 입구의 갤러리 1898에서 여는 한국 103위 순교 성인화 특별전 ‘피어라, 신앙의 꽃’을 통해서다.주교회의에 따르면 교회 역사상 시성 기록이 남아 있는 성인은 1만 명에 달한다. 지금도 교황청 시성성의 심사와 교황의 교령 반포를 통해 새로운 성인이 탄생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천주교처럼 순교자로만 성인을 탄생시킨 것은 유례가 없다.그런데도 김대건 신부를 비롯한 103위 성인의 초상화를 이제야 모두 갖추게 된 데는 사연이 있다. 원칙적으로는 시성 당시 성인들의 개별 초상화와 103위 성인화를 사전 제작해야 했지만 사상 첫 시성식이었던 데다 한국천주교 200주년 기념사업까지 겹쳐 개별 초상화를 마련하지 못했다. 시성 전인 1977년 문학진 화백이 그린 103위 성인화(혜화동성당 소장)도 제작 당시엔 성인의 전 단계인 복자(福者)를 그린 것이어서 성인의 상징인 후광(後光)이 없다.이후 김대건 신부, 다산 정약용의 셋째 형인 정약종의 아들 정하상 등 40여 위의 초상화가 제작됐으나 김
국립고궁박물관이 19일 조선왕실 문화의 진수를 엿볼 수 있는 소장품 100건을 온라인에 공개했다. 국립고궁박물관은 2005년 8월 15일 개관 이후 조선왕실 문화재의 환수, 기증, 구입 등을 통해 조선왕실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주는 왕실 유물을 새롭게 확보해왔다. 박물관 홈페이지에서 감상할 수 있는 ‘소장품 100선’은 조선왕실과 대한제국황실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유물들이다. 어보·인장, 의궤&middo...
2018년 6월 스위스에서 열린 스콥 바젤아트페어에서였다. 화가 구상희 씨(48)는 설움을 톡톡히 당했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주류 작가들과 달리 한쪽 구석에 걸린 자신의 그림들을 보며 몸도 마음도 많이 아팠다고 했다. 작가 생활을 계속해야 할지 의문마저 들었던 그때, 문득 자신처럼 소외된 공간에 생각이 미쳤다. 캔버스의 구석과 액자의 모서리, 주변…. 왜 그림은 캔버스를 둘러싼 틀 안에만 머물러야 하는가. 아파서 낑낑대던 그는...
파춘(巴春) 김원(1921~2009)은 함경남도 장평에서 태어나 6·25전쟁 중이던 1951년부터 부산에 정착해 예술활동에 매진했다. ‘진짜 화가가 되기 위해서는 만 권의 책을 읽고 만 장의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부친의 말씀을 늘 가슴 속에 품고 살았다고 한다.1960년대 초부터 예술적 표현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작품들을 제작했다. 드럼통에 용접을 하거나 오브제를 이용하는 등 아상블라주(폐품이나 일용품을 비롯해 여러 물체를 한데 모아 작품을 제작하는 기법 또는 그 작품) 같은 표현 방법을 시도했다. 작가는 “당시 물질이 지니는 표현성을 자각했기에 물질을 그대로 사용해서 사실(事實)을 표현하려 했다”고 술회했다.이런 김원에 대해 미술평론가 김강석(1932~1975)은 “1960년대 초기부터 네오다다(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 뉴욕에서 나타난 전위예술운동)라는 과정을 밟고 팝아트를 시도한 유일한 작가”라고 평했다.그의 1963년작 ‘생 100’은 이 시기 작품으로, 자궁에서 생명이 잉태되는 모습을 석고와 달걀을 사용해 표현했다. 실제 사물을 이용해 이미지의 직접성을 생생히 전달한다. 부산시립미술관에서 다음달 8일까지 열리는 ‘1960-70년대 부산미술’ 기획전에서 볼 수 있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스페인 동북부 카탈루냐 지방의 연례 축제에서 빠지지 않는 행사가 ‘카스텔(Castell)’이라는 인간탑 쌓기다. 2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며 2010년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카스텔은 카탈루냐어로 ‘성(城)’ ‘요새’라는 뜻. 수십 명부터 수백 명까지 한 팀을 이뤄 6~10층의 탑을 쌓는다. 카스텔의 낮은 층에는 건장한 남성이, 높은 층에는 어리고 가벼운 소년소녀가 배...
어둑한 전시장 바닥의 벽에서 파도가 밀려온다. 물이 발을 적실라 움찔할 정도로 생생하다. 가로 13m, 높이 6m의 검은 벽에는 푸른 파도가 넘실댄다. 사람 키 높이에서 일렁대던 물결이 일순 천장 높이까지 치솟자 탄성이 절로 나온다. ‘쏴아~ 쏴아~’ 하는 파도 소리까지 들리니 진짜로 바닷가에 온 듯하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 K3(3관)에서 전시 중인 에이스트릭트의 대형 멀티미디어 설치 작업 ‘Starry Beach(별이 빛나는 해변)’다. 파도는 벽을 타고 솟았다가 잦아들기를 반복한다. 바닥에서도 파도가 다가왔다 물러갔다 한다. 3분 길이의 디지털 영상이 반복되지만 되풀이된다는 걸 거의 의식하지 못할 정도로 변화무쌍하다. 거대한 블랙박스로 변신한 K3 공간을 가득 채운 파도는 밤하늘의 별처럼 빛을 발하며 초현실적 풍경을 연출한다. 디지털 영상이 투사되는 벽과 바닥, 천장을 뺀 전시장의 나머지 3개 벽에는 거울을 설치해 공간이 더욱 넓고 장대해 보인다. 전시장에 가만히 서서, 혹은 앉아서 파도의 끝없는 변주를 감상하노라면 금세 어느 바닷가에 피서를 온 느낌이다. 에이스트릭트는 디지털 미디어 기술을 활용해 감각적인 융복합 콘텐츠를 기획, 제작해온 아트테크 기업 디스트릭트(D’strict)의 크리에이터들로 구성된 미디어아트 창작그룹. 디스트릭트는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의 대형 LED(발광다이오드) 스크린에서 요동쳤던 파도 영상 ‘웨이브(Wave)’로 주목받았다. 이에 힘입어 본격적인 미디어 아트 창작을 위해 에이스트릭트를 결성하고 첫 작품을 선보인 것이다. 상업 디자인에 쓰는 디지털 기술로 순수 예술작품을 자유롭게 창작하기 위해 미디어 아트 브랜드를 개발했다
경남 양산 통도사 대웅전은 네 개의 편액을 달고 있다. 동쪽에서 들어올 땐 대웅전이라는 편액을 보게 되지만 서쪽에는 ‘대방광전’, 중심축선인 남쪽에는 ‘금강계단’, 북쪽에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셨음을 뜻하는 ‘적멸보궁’이란 편액이 걸려 있다. 대웅전은 석가모니불을 모신 전각이다. 나머지 편액은 뭘 뜻할까. 미술사학자인 주수완 우석대 교수는 “대방광전은 부처님이 지상...
국립중앙박물관은 제75주년 광복절을 맞아 국내에 남아있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인 '고종이 데니에게 하사한 태극기'(등록문화재 제382호)를 14일부터 23일까지 상설전시실 중근세관 대한제국실에서 특별공개한다. 데니 태극기는 고종이 자신의 외교고문이었던 미국인 오웬 데니(1838~1900)가 미국으로 돌아갈 때 하사한 것이다. 데니는 1886년 청나라 리훙장(李鴻章)의 추천으로 고종의 외교고문이 됐으나 고종의 자주외교 방침에 따라 ...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것은 무관심입니다. 사람들이 함께 사는 것에 관심을 가지면 좋겠습니다. 특히 북한과 북한 사람들을 생각할 수 있게 됐으면 합니다.”1960년 선교사로 와서 한국에서 60년 동안 살아온 메리놀회 소속 함제도 신부(87·미국명 제러드 해먼드·사진)의 말이다. 함 신부의 한국 생활은 충북 청주교구에서 사제로서 신자들을 섬긴 절반과 1989년 이후 메리놀회 한국지부장을 맡아 가난하고 아픈 북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헌신한 절반으로 나뉜다.함 신부가 사제 서품 및 한국 선교 60주년을 맞아 회고록 《선교사의 여행》을 출간했다. 북한 연구자인 고민정 김혜인 이향규 씨 등이 함 신부의 구술을 채록, 재구성해 가톨릭동북아평화연구소가 펴냈다. 회고록 출간을 기념해 서울 신길동에 있는 메리놀회 한국지부에서 12일 함 신부를 만났다.“지난 5일 장익 주교(전 춘천교구장)가 선종했는데 돌아가시기 전에 찾아가서 만났어요. 제일 무서운 게 뭐냐고 물으니 ‘무관심’이라고 하더군요. 서로 관심을 가지고 뭉치면 한국인은 못할 일이 없습니다.”책에는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의 가난한 아일랜드계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나 메리놀회 선교사가 되기까지의 과정, 한국에 와서 1989년까지 청주교구 사제로 살며 가난한 이들과 함께 웃고 울었던 이야기, 메리놀회 한국지부장으로서 북한에 인도적 지원을 하기 위해 애썼던 이야기 등이 이어진다.1933년생인 함 신부는 메리놀소신학교(고교)와 메리놀신학대를 졸업했다. 소신학교 때인 1951년 만난 ‘평생 친구’ 장 주교의 권유로 한국을 1지망 선교지로 택했다. 장 주교가 선종한 뒤 장례미
‘2020 박물관·미술관 주간’이 13일 서울 광화문에 설치한 초대형 LED(발광다이오드) 미디어예술 공개를 시작으로 개막한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박물관문화재단은 13~23일 전국 곳곳에서 박물관·미술관 주간을 기념한 다양한 행사를 연다고 12일 밝혔다.개막 행사에서는 미디어예술 작품인 ‘거리로 나온 뮤지엄’이 경복궁 광화문 주변 담장에 공개된다. 세계적 미디어 예술가 이이남 작가와 꼴라쥬플러스(장승효&김용민)팀이 박물관 전시장 속 작품들을 가로 35m, 세로 3.5m의 LED에 구현했다.이이남 작가는 한국을 대표하는 매화와 날아오르는 나비 속에서 유물이 태어나고, 경복궁을 담은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를 배경으로 유물들이 함께 어우러지는 모습을 통해 문화와 문명이 탄생하는 과정을 역동적으로 표현했다.이번 행사 기간에는 전시 관람료 할인 혜택이 주어진다. 문화N티켓 홈페이지에서 예매·결제하면 박물관은 40%(최대 3000원), 미술관은 1000∼3000원 할인받을 수 있다. 자세한 프로그램은 박물관·미술관 주간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캔버스에 벽돌이 가득하다. 벽돌이 삐뚤빼뚤 놓인 작품도 있고 가지런하게 배열된 작품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다. 입체감이 두드러져 진짜 벽돌을 붙여놨나 싶을 정도다. 허락만 해준다면 만져보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바짝 다가가서 보니 평면이다. ‘벽돌 작가’로 유명한 김강용 화백(70)의 ‘벽돌 회화’다. 서울 신문로 성곡미술관에서 13일부터 김 화백의 대규모 회고전 ‘김강용 : 극사실적 벽돌...
전시장 바닥에 100개의 물그릇이 놓여 있다. 동그란 모양의 그릇은 크기도 재질도 제각각이다. 하얀색 자기도 있고 놋쇠 그릇, 스테인리스도 있다. 사발처럼 큰 그릇도 있고 종지만 한 것도 있다. 크기는 달라도 그릇에 담긴 마음은 하나다. 누군가를 위해 기도하는 간절함을 어찌 물그릇의 크기로 가늠할 수 있을까.부산 해운대구에 있는 부산시립미술관 3층에서 열리고 있는 ‘젊은 시각 새로운 시선 2020-낯선 곳에 선’에 전시된 문지영 작가의 작품 ‘100개의 마음’이다. ‘젊은 시각~’전은 부산시립미술관이 1999년부터 지역 신진 작가를 발굴·지원하기 위해 열고 있는 기획전으로, 지금까지 60명의 젊은 작가를 소개해왔다.올해 전시의 부제 ‘낯선 곳에 선’은 낯선 세계와 환경에 서게 된 외부인이라는 의미다. 또한 낯선 곳에 있는 선(線)이라는 뜻도 담고 있다. 전혀 다른 세계와의 접점에서 갖게 되는 생각과 감정, 시선, 기준의 문제를 문지영을 비롯해 권하형, 노수인, 유민혜, 하민지, 한솔 등 6명의 작가가 풀어냈다.문지영 작가는 지적 장애와 시각 장애가 있는 동생과 몸이 아픈 어머니를 화면에 등장시켰다. 작가는 동생을 낫게 하기 위해 어릴 때부터 엄마를 따라 전국의 사찰을 다니며 기도했다. 그 과정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문 작가는 결혼이라는 삶의 전환을 겪고 난 뒤 어머니의 삶을 다시 보게 됐다고 한다. 어머니는 가족인 동시에 사회적 약자였던 것이다.‘신에게 빈다고 병이 낫느냐’고 탓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엄마’로 대변되는 사회적 약자들, 특히 여성이 종교나 기복 행위에 의지하는 것은 그렇게 매도할 수 없는 일이다. 기도의 대상이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서울관 ‘또 다른 가족을 찾아서’ 전시와 청주관 ‘보존과학자 C의 하루’ 전시의 가상현실(VR) 영상을 제공한다. 미술관 홈페이지 ‘온라인 미술관’에 있는 VR 영상은 이용자가 원하는 위치와 작품을 클릭해 이동하며 전시 공간을 상하좌우로 360도 회전하며 체험할 수 있다. 전시장에서 볼 수 있는 영상과 텍스트, 오디오 가이드가 VR 화면과 연결된다. &...
홍익대 학장과 예술원 회원을 지낸 설초(雪蕉) 이종우(1899~1981)는 일본 도쿄미술학교를 졸업한 뒤 1925년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파리에 유학한 1세대 유화가다. 그는 파리에 3년가량 머물면서 러시아계 화가가 운영하는 슈하이에프연구소에서 공부했다. 1927년에는 살롱 도톤느에 ‘모부인(某婦人)의 초상’ ‘인형이 있는 정물’ 등을 출품해 입선했고, 이듬해 귀국해 첫 개인전을 열었다.‘루앙 풍경’은 그가 프랑스 유학 시기에 그린 작품 중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그림이다. 루앙은 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센강 하류를 끼고 있는 도시로, 모네가 수많은 ‘루앙 대성당’ 연작을 그린 곳으로 유명하다. 이종우는 모네와 달리 대성당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강가의 나무와 풀을 근경에 배치하고 강 위의 다리와 강 건너 건물들을 뒤쪽에 뒀다. 기본적인 형태 인식과 색의 구사 등이 세잔의 영향을 강하게 보여준다. 국립현대미술관이 주요 소장품 300여 점과 미술연구센터 자료 200여 점을 모아 과천관에서 지난 4일부터 열고 있는 상설전 ‘시대를 보는 눈: 한국 근현대 미술’에서 만날 수 있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히잡을 쓴 여성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오토바이 위에 앉아 있다. 레오파드나 카무플라주(보호 및 위장용 얼룩무늬)가 프린트된 천으로 만든 카프탄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은 여느 무슬림 여성처럼 비밀스럽고 수동적이지 않다. 베일로 얼굴을 가렸지만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이 거리낌없다. 작가는 패션 화보나 힙합, 무술 공연을 찍는 것처럼 아래에서 위로 앵글을 잡아 인물들을 더욱 당당하게 만들었다.서울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전시 중인 하산 하자즈(59)의 국내 첫 개인전 ‘다가올 것들에 대한 취향’에 전시된 사진 작품 ‘헤나 에인절스(Henna Angeles)’다. 하자즈는 모로코와 영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작가로, 이질적인 문화 간의 대립과 편견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취향을 공유하고 소통할 것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런 메시지를 강렬한 색채와 리드미컬한 구도로 담아낸 사진 연작, 영상, 설치 등 22점을 내놨다.하자즈에게 문화 간의 경계 허물기는 태생적 유산이자 과제였다. 모로코 북부 대서양 연안의 라라슈에서 태어난 그는 10대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1970~1980년대 영국에서 하자즈는 2세대 이민자로서 정체성의 혼란과 언어 장벽, 인종 차별, 경제적 소외 등의 문제를 겪어야 했다. 당시 제3세계 출신 젊은 예술가들은 대안적인 생활양식, 패션, 예술 등을 모색하면서 자신만의 문화를 형성하기 시작했다. 정규 교육을 받지 않은 하자즈는 스트리트 음악과 패션, 인테리어 디자인 등을 자연스럽게 접하면서 주류문화에 대한 반항심과 함께 창조적 정신을 키웠다.그가 사진 작업을 본격화한 것은 1980년대 후반 모로코를 자주 여행하면서였다. 서구적 시각에서 ‘이국적인
히잡을 쓴 여성들이 좁은 골목길에서 오토바이 위에 앉아 있다. 레오파드나 카무플라주(보호 및위장용 얼룩무늬)가 프린트된 천으로 만든 카프탄 드레스를 입은 여성들은 여느 무슬림 여성들처럼 비밀스럽고 수동적이지 않다. 베일로 얼굴을 가렸지만 정면을 응시하는 눈빛이 거리낌없다. 작가는 패션 화보나 힙합, 무술 공연을 찍는 것처럼 아래에서 위로 앵글을 잡아 인물들을 더욱 당당하게 만들었다. 서울 삼청동 바라캇 컨템포러리에서 전시 중인 하산 하자즈(59)의 국내 첫 개인전 ‘다가올 것들에 대한 취향’에 전시된 사진작품 ‘헤나 엔젤스(Henna Angeles)’다. 하자즈는 모로코와 영국을 오가며 활동 중인 작가로, 이질적인 문화 간의 대립과 편견을 넘어 다양한 문화적 취향을 공유하고 소통할 것을 강조한다. 이번 전시에는 이런 메시지를 강렬한 색채와 리드미컬한 구도로 담아낸 사진 연작, 영상, 설치 등 22점을 내놓았다. 하자즈에게 문화 간의 경계 허물기는 태생적 유산이자 과제였다. 모로코 북부 대서양 연안의 라라슈에서 태어난 그는 10대에 영국으로 이주했다. 1970~80년대 영국에서 하자즈는 2세
아이들이 텔레비전을 보고 있다. 탁자 앞 걸상에 책상다리를 한 큰아이는 턱을 괸 채 TV 삼매경에 빠졌다. 그런 언니를 따라하려는 듯 TV 바로 아래에서 고개를 한껏 뒤로 젖힌 작은 아이의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베란다에 가득한 화분과 꽃, 작은 아이를 위한 보조의자까지, 넓지 않은 집이지만 행복이 가득해 보인다.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에서 지난 5일부터 열리고 있는 '갤캉스 2020-갤러리에서 바캉스를'에 전시된 박강원의 1993년 유화 작품 '아이들2'다. 이번 전시에는 명상과 관조의 시간을 바다에 투영한 오병욱, 세련된 도시 감성으로 일상을 담아내는 박강원, 영원한 이상향인 선계(仙界)를 묘사한 이경재, 기억과 흔적과 근원을 기하학적이고 유기체적 형태로 재구성하는 제유성, 현실과 가상이 모호해진 공간에 새로운 유토피아를 빚어내는 이우림, 동심의 영웅인 로봇을 재구성한 김석 등 10여 명의 작가들이 평면 및 입체 작품 40여 점을 선보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로 인해 휴가를 떠나기가 쉽지 않은 이번 여름, 좋은 작품을 통해 위로와 격려, 새로운 힘을 얻어보라는 뜻에서 전시 제목을 정했다고 한다. 작품 가격도 시원시원하다는 게 갤러리 측의 설명이다. 전시는 오는 11일까지. 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서기 554년 9월 지금의 충북 옥천군 옥천읍에 있었던 관산성에서 백제와 신라 군대가 맞붙었다. 진성에서 펼쳐진 1차 전투는 가야의 여러 나라와 왜의 군사 지원까지 받은 백제의 승리였다. 하지만 신라의 깊숙한 영역인 구타모라새에서 벌어진 2차 전투는 쉽지 않았다.왕자 여창이 이끄는 백제군은 3만여 명. 금관가야 구형왕의 셋째 아들이자 김유신의 조부인 김무력이 신라군을 이끌고 백제에 맞섰다. 전투가 지루하게 이어지자 백제의 성왕은 아들을 위문하러 보병과 기병 50여 기를 거느리고 길을 나섰다. 하지만 정보를 입수하고 옥천의 구진베루(狗川)에서 매복한 신라군에 잡혀 죽었다. 대혼란에 빠진 백제군은 3만 명에 가까운 장졸과 마필을 잃고 대패했다.백제사 연구의 대가인 노중국 계명대 명예교수는 《역사의 맞수 1 : 백제 성왕과 신라 진흥왕》에서 이 ‘관산성 대회전’이 성왕과 진흥왕은 물론 백제와 신라의 운명을 갈라놓았다고 설명한다. 관산성 패전 이후 백제에서는 왕권이 흔들리며 8개의 대귀족 가문을 중심으로 한 정치 운영으로 체제가 바뀌었다.반면 신라 진흥왕은 강력한 왕권을 확립해 신라를 반석에 올려놓았다. 군사조직 정비, 신무기 개발, 왕권 중심의 불교 치국책과 호국불교 강화 등이 뒤따랐다. 진흥왕은 이를 기반으로 백제, 고구려, 가야 등으로 영토를 확장했다. 백제 편에 섰던 가야제국은 모두 멸망했다. 지증왕이 국호 ‘신라’에 부여했던 ‘덕업일신 망라사방(德業日新 網羅四方:덕업을 날마다 새롭게 해 사방을 망라한다)’의 의미를 실현해 나갔고, 삼국통일의 기초를 놓았다.노 교수는 성왕과 진흥왕의 맞대결은 선대 왕들이 놓은 토대 위에서
장면 전 총리의 아들로, 천주교 춘천교구장을 지낸 장익 주교가 5일 강원 춘천의 한 공소에서 병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87세. 1933년 서울에서 장 전 총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미국 메리놀대와 벨기에 루뱅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에서 공부한 뒤 1963년 오스트리아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1984년 방한을 앞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으며 김수환 추기경 비서와 정릉본당, 세종로본당 주임신부 등을 거쳐 1994년...
장면 전 총리의 아들로, 천주교 춘천교구장을 지낸 장익 주교가 5일 저녁 춘천의 한 공소에서 병환으로 선종했다. 향년 87세. 1933년 서울에서 장면 전 총리의 셋째 아들로 태어난 고인은 미국 메리놀대와 벨기에 루뱅대,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에서 공부한 뒤 1963년 오스트리아에서 사제품을 받았다. 1984년 방한을 앞둔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에게 한국어를 가르쳤으며, 김수환 추기경 비서와 정릉본당, 세종로본당 주임신부 등을 거쳐 199...
퇴계 이황의 고향인 경북 안동 예안(禮安)에 처음 정착한 광산 김씨는 21세(世) 김효로(1454~1534)였다. 예안의 입향조이자 광산 김씨 예안파의 시조다. 그의 후손들은 실용적인 가학의 전통을 꾸준히 지킨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24세 김령의 ‘계암일록’(1603~1641)과 ‘정미일록’(1607)부터 25세 김광계의 ‘매원일기’(1603~1645), 26세 김염의 &lsq...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와 한국문화재재단은 ‘2020 창덕궁 달빛기행, 한여름밤의 특별한 시간’을 오는 13일부터 다음달 13일까지 매주 목~일요일 진행한다. ‘창덕궁 달빛기행’은 참가자들이 해설사와 함께 창덕궁 정문인 돈화문과 인정전, 낙선재, 연경당 등 여러 전각을 둘러보는 프로그램이다. 연경당에서는 그림자극과 부채공연, 상량정에서는 대금 독주, 영화당에서는 거문고 독주, 애련정에서는 판소리 공연을 ...
색색의 물감을 물에 떨어뜨린 듯 색의 띠들이 꾸불꾸불 펼쳐져 있다. 끝없이 펼쳐진 색의 능선 같기도 하고, 형형색색의 보석을 잘라 놓은 단면 같기도 하다. 프랑스의 세계적인 추상회화 작가 베르나르 프리츠(71)의 2013년 작품 ‘Polji’. 가로·세로 2m의 대작인데 물끄러미 보고 있노라면 색의 마법에 빠져드는 듯하다. 지난해 프랑스 퐁피두센터에서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주목받은 프리츠는 이처럼 관습적인 채...
공기청정기에서 깨끗하게 걸러진 순수 공기가 튜브를 타고 이동하다 컴프레서를 통과하면서 높은 압력을 띠게 된다. 고압의 공기는 트럼펫과 피리, 호른으로 전달돼 중간의 페달을 발로 밟으면 소리가 난다. 피리가 놓인 의자 위에는 올리브나무 화분이 있고, 그 위로 천장에 매달린 왕관과 왕관 모양의 전구들이 빛을 발한다. 서울 삼청동 초이앤라거갤러시에서 열리고 있는 한무권 개인전 ‘트럼펫’에 전시 중인 설치 작품 ‘트럼...
국립현대미술관(MMCA)은 대국민 참여 온라인 행사 ‘소장품 집콕놀이’를 다음달 6일까지 진행한다고 3일 밝혔다.‘소장품 집콕놀이’는 온라인으로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을 향유하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극복에 동참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마련한 행사다. 행사에 참여하려면 먼저 국립현대미술관 홈페이지 이벤트 페이지에서 이중섭 장욱진 김종태 등의 근대 명화 및 권오상 써니킴 정연두 등 현대 작가 작품 9점의 미술관 소장품을 확인한다. 그러고 나서 이 소장품들을 드로잉, 사진, 영상 등으로 재창조해 인스타그램이나 트위터에 게시물을 공유하면 된다. 미술관 인스타그램 혹은 트위터의 이벤트 게시물에 응원 댓글(#코로나19 극복 미술로 응원합니다)을 달아도 된다.행사 참여를 하면 결식 우려가 있는 만 18세 이하 아동·청소년에게 월드비전 ‘사랑의 도시락’이 전달된다. ‘소장품 집콕놀이’ 재현작 1회에 도시락 3개, 응원 댓글 1회에 도시락 1개가 전달된다. 기발하고 재치 있게 소장품을 재현한 참가자 111명에게는 문화 상품도 제공한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설악산 풍경과 꽃 그림으로 유명한 김종학 화백(83)이 인물화를 즐겨 그렸던 때가 있었다. 1977년 뉴욕에 갔을 무렵이었다. 그는 이렇게 회고했다.“길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 지하철에서 마주보고 서 있던 사람들 중 기억에 남은 사람들을 집에 와서 그리곤 했다. 다양한 인종의 얼굴과 모습이 흥미로웠다. 미술관에 가서 그림을 보는 것만큼이나 사람들을 지켜보는 것이 좋은 공부가 됐다.”김종학의 인물화는 특정한 누군가가 아니라 그의 마음에 새겨진 얼굴이다. 자연을 보고 드로잉을 하지만 그림을 그릴 땐 드로잉을 보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마음에서 기인한다.부산의 ‘조현화랑 해운대’에서 그의 초상화 작품을 집중 조명하는 개인전이 열리고 있다. 1977~1989년에 그린 초기 인물 드로잉 28점과 신작 41점을 선보이는 자리다. 젊은 흑인 여성을 그린 이 작품에선 흑과 백으로 처리한 인물 바탕에 하얀색 선글라스와 붉은 입술, 빨강 노랑 보라 파랑의 목걸이만으로 멋스러움을 제대로 살렸다. 전시는 오는 30일까지.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한국인 최초 서양화가 고희동이 최초의 미술유학생으로 일본 도쿄미술학교 서양화과에 입학한 것은 1909년. 이후 미술학도들의 일본행이 이어졌다. 김환기 장욱진 이중섭 등 근현대 대표 화가 대부분이 일본을 통해 서양 미술을 받아들였다. 배운성(1901~1978)은 달랐다. 일본을 거쳐 1922년 독일로 유학을 떠난 최초의 유럽 유학파이자 1940년 귀국하기까지 베를린과 파리를 무대로 명성을 드날린 첫 한국 미술가였다. 서울 자하문로 웅갤러리와 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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