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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가 삼국통일을 하기 전에 강원 양양까지 진출했음을 보여주는 6세기 중엽 신라 무덤이 발견됐다. 문화재청은 강원고고문화연구원이 발굴 조사 중인 양양 현남면 후포매리 고분군에서 통일신라 때 것으로 보이는 앞트기식돌방무덤(횡구식석실묘·사진)을 확인했다고 6일 밝혔다. 양양지역이 신라 북진정책의 전략적 요충지였음을 규명할 자료로 주목받고 있다. 앞트기식돌방무덤은 장례를 추가로 치르기 위해 출입 시설을 만든 매장 형태다. 고분 입구에서...
영국 현대미술의 부활을 이끈 ‘젊은 영국 아티스트(YBA: Young British Artists)’의 대표 작가인 데이미언 허스트가 ‘스핀(Spin) 페인팅’ 시리즈를 내놓기 시작한 건 1992년부터였다. 스핀 페인팅은 원형의 캔버스 위에 물감을 자유롭게 뿌린 뒤 회전판이 돌아가는 힘에 의해 우연히 만들어진 형상을 담은 시리즈다.허스트의 스핀 페인팅 작품은 제목이 모두 ‘Beautiful’로 시작하고 ‘Painting’으로 끝난다. 그가 이 시리즈를 너무나 좋아해서일까. 허스트는 “한 작품을 마무리할 때마다 다음 작품을 또 만들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 만큼 스핀 머신과 그것의 예측할 수 없는 움직임을 매우 좋아한다”고 했다.‘캡슐 그림 속 아름다운 복고 생활(Beautiful Retro Life in a Capsule Painting)’은 허스트가 스핀 페인팅을 시작하고 10여 년이 지난 2005년에 만든 작품이다. 파란색과 진분홍, 노랑과 녹색의 영롱한 조합, 강렬한 문양에 그의 오랜 색채 탐구와 스핀 시리즈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오는 16일 열리는 제32회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만날 수 있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올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의 매출 규모가 2018년의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졌다. 총 출품작과 낙찰 작품 수는 늘었고, 낙찰률도 예년에 비해 큰 차이가 없었지만 총거래액이 급감해 경매시장 경기가 그만큼 나빴음을 보여줬다.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이사장 김영석)가 6일 발표한 '2020년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상반기 결산' 자료에 따르면 상반기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총 거래액(낙찰총액)은 약 489억7000만원으로 집계됐다. 2...
1968년 제17회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 수상 거부설이 돌았다. 국전의 고질적인 담합 심사, ‘돌려먹기식’ 수상자 선정 때문이었다. 추상화가 이승조(1941~1990·사진)의 작품 ‘핵(核)-F90’은 일부 심사위원이 대통령상감이라고 평했으나 3등에 해당하는 문공부장관상으로 결정됐다. 서울 동대문여중 교사이던 이승조는 “상을 타기도 어렵지만 안 타는 것이...
이덕리(1725~1797)는 비운의 실학자였다. 친형 이덕사가 정조 원년에 사도세자의 추존을 논한 상소문을 올렸다가 처형당하면서 전남 진도로 귀양을 가 평생 유배지를 벗어나지 못했다. 《상두지(桑土志)》는 그가 유배지에서 남긴 필생의 역작으로, 정민 한양대 교수가 다산 정약용의 저술로 잘못 알려져온 것을 바로잡고 제자들과 함께 번역했다. 이 책은 18세기 조선의 국방개혁 백서다. 조선의 지리와 기후, 경제와 군사 정보 등에 관한 폭넓은 식견을...
자연 경치를 있는 그대로 모사하는 게 풍경화의 전부는 아니다. 사생(寫生)을 넘어 작가의 개성과 시점, 경험 등 내면적 요소를 반영하기 마련이다. 풍경을 주관적으로 해석한 두 전시회가 눈길을 끈다. 2일 서울 소공로 금산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오세중(53) 개인전 ‘Brilliant Point’와 오는 8일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시작하는 하지훈(42) 개인전 ‘Landscape-structure 풍경 구조’다. 추상 속에 구상의 요소를 숨은그림처럼 배치해 놓은 게 닮았다.오 작가는 이번 전시에 제주시와 서귀포를 연결하는 516도로(1131번 지방도)의 숲터널 구간 3.5㎞를 차로 달리며 내다본 창밖 풍경을 그린 유화 18점과 설치작품 2점을 선보인다. 작품 제목 앞에는 모두 ‘Brilliant Point’가 붙어 있는데, 기억 속에 저장돼 있던 여러 풍경 가운데 작품으로 드러난 시점이 바로 ‘빛나는 순간’이란 의미다.그의 작품에서 풍경의 흔적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다. 붉은 장미꽃이 스치는 느낌이 확연한 ‘Virgo’(처녀자리)와 노란꽃이 흐드러진 봄 풍경임이 분명한 ‘Aries’(양자리) 정도를 빼고는 풍경의 여러 요소와 색이 혼합돼 실제 풍경을 상상하기 어렵다. Virgo, Aries도 비눗방울이 그림 속에 부유하듯 섞여 있는데, 이는 작가의 주관적 감정이 섞인 흔적이다. 처녀자리는 9월의 풍경인데, 작가가 기억을 떠올리는 실마리인 비눗방울을 서양의 점성술로 9월에 해당하는 처녀자리로 펼쳐놨다. 양자리는 4월에 해당한다.다른 작품들에선 빨강 파랑 노랑 초록 등 밝은 계통의 여러 색이 섞이고 번져 색채만 남아 있다. 오 작가는 “풍경의 근경 중경 원경이 뒤섞인 상태를 표현한 것”이라며 “추상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1주년을 맞아 경북 안동 도산서원을 비롯한 전국 9개 서원에서 축제가 펼쳐진다. 문화재청은 ‘한국의 서원 통합보존관리단’(이사장 이배용)과 함께 오는 3일부터 31일까지 ‘2020 세계유산축전-한국의 서원’을 연다고 30일 밝혔다. 축전은 ‘서원, 세계의 꽃이 되다’를 주제로 공연과 재현행사, 서원 스테이, 전통무예 공연, 서예 대회와 과거시험, 한시 백일...
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한 뒤 사진, 설치, 영상 등으로 활동무대를 넓혀온 노세환(42)은 통념의 허를 찌르는 작가다. 사과, 브로콜리, 병, 바나나 등 익숙한 사물을 페인트에 담갔다가 꺼낸 모습을 사진으로 포착한 대표작 ‘Meltdown’에서는 사물이 녹아내리는 듯하다. 하지만 실은 녹는 게 아니라 굳어가는 순간을 포착한 것이다.귀에 익은 속담도 그의 손에서는 유쾌하게 변형된다. ‘백지장을 맞들면 짜증난다’는 주제로 두 사람이 A4 크기의 종이를 맞들고 가는 행위를 연출했고, ‘구슬 서 말을 꿰어도 구슬이다’라며 실제 구슬을 꿰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콩과 팥을 직접 심어 기르면서 찍은 사진으로 ‘콩팥’ 시리즈를 만들기도 했다.그가 이번에는 발가락에 주목한 작품을 선보였다. 서울 신문로 2가 갤러리 에무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온실 속의 노마디즘 My Toes Are Free’를 통해서다.복합문화공간 에무의 지하 2층에 자리한 갤러리에는 발가락을 이용해 주전자에 담긴 차를 따르고, 가위로 꽃을 다듬고, 붓으로 색을 칠하는 사진이 걸려 있다. 가로 4m, 세로 2m짜리 대형 사진작품 3점, 발가락으로 칠한 회화 작품 4점을 포함해 평면작업 12점을 선보였다.정말 이 모든 걸 발로 했을까. 사진을 위해 연출한 동작이 아닐까. 작품이 걸린 뒤편 벽에서 상영 중인 영상을 보면 알 수 있다. 영상에서 발가락은 먼저 도마 위에서 퍼포먼스를 펼친다. 발레리나가 춤을 연습하듯 두 발의 발가락을 나란히 폈다가 오므리고, 세우고, 벌리는 동작이 이어진다. 뜨거운 김이 나는 도자기 주전자를 발가락으로 들어 작은 찻잔에 하나하나 따른 뒤 찻잔을 들어 손님 앞으로 밀어주기도 한
보물 제419-3호인 ‘삼국유사 권4~5’(범어사본)가 국보로 승격된다. 문화재청은 ‘삼국유사 권4~5’를 국보로, 원(元)나라 법전인 ‘지정조격(至正條格) 권1~12, 23~34’와 조선 후기 건축도인 ‘장용영 본영도형 일괄’을 보물로 각각 지정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삼국유사 권4~5는 부산 범어사 소장본으로, 전체 5권 가운데 권4~5만 남아있다. 일연 스님(1206~1289)이 1281년 편찬한 삼국유사의 고려시대 판본은 현재까지 발견되지 않았고, 현존 판본 중 가장 이른 것은 1394년께 판각해 찍은 조선 초기 판본이다.범어사 소장본은 1394년 판각한 목판으로 찍어낸 것으로, 동일 판본인 ‘삼국유사 권3~5’(국보 제306호), ‘삼국유사 권1~2’(국보 제306-3호)에 비해 찍은 시기가 가장 일러 서지학적 의미가 매우 큰 것으로 알려졌다. 후대에 간행된 1512년 판본과 서체, 규격, 행간 등이 밀접한 양상을 보여 판본학적 의미도 크다. 단군신화와 향찰로 쓴 향가 14수가 수록돼 있어 우리나라 고대 언어 연구에도 참고가 된다는 설명이다.보물로 지정 예고된 지정조격은 고려·조선의 법제사와 문화사에 많은 영향을 준 원나라 최후의 법전으로, 경북 경주 양동마을의 경주 손씨 문중에 전해져온 유물이다.장용영 본영도형 일괄은 조선 정조의 친위부대였던 장용영의 도성 안 본영(지휘본부)을 1799년(정조 23년)과 1801년(순조 1년)에 그린 건축화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류예(劉野·56)는 중국 현대미술을 이끄는 작가다. 문화대혁명 시기(1966~1976년)에 성장했고, 청년기에 톈안먼(天安門) 사태(1989년)를 겪었지만 동시대 미술인들과 달리 그의 작품엔 정치색이 거의 없다. 베이징에서 미술 공부를 한 뒤 1990년 독일로 건너가 베를린예술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류예의 작품은 균형 잡힌 구도와 부드럽게 풀어낸 색이 특징이다. 그는 아이처럼 밝은 여성의 모습과 세계적으로 유명한 네덜란드의 토끼 캐릭터 ‘미피’에서 영감을 얻은 작품을 즐겨 그렸다. 서양 고전 명화에서 빌려온 배경에 동양인을 등장시킨 작품도 많다. 기하학적 추상회화의 선구자 피에트 몬드리안(1872~1944)의 그림도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한다.그의 2001년 작품 ‘런던의 몬드리안(Mondrian in London)’은 몬드리안의 대표작 ‘빨강 파랑 노랑의 구성’을 등장시켰다. 이 작품에는 단조로운 구조, 수평적인 선과 수직의 그림자 표현 등 몬드리안의 영향이 고스란히 나타나 있다. 다음달 10일과 11일 열리는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1200만~2200만홍콩달러(약 19억~34억원)에 출품됐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사진-크리스티코리아 제공
푸른 빛의 수많은 줄이 캄캄한 전시장 천장과 바닥을 수직으로 연결하고 있다. 그중 하나를 잡아당기자 빛이 사라지면서 전시장 한쪽에 놓인 피아노에서 멜로디가 흘러나온다. 다른 줄을 당기자 다른 멜로디가 연주된다. 프랑스의 인터랙티브 디자인 아티스트그룹인 랩212의 설치 작품 ‘포티(Porte)’다.포티는 프랑스어로 ‘악보’라는 뜻. 빛이 나는 줄을 관객이 만지면 동작센서가 작동해 정보가 컴퓨터로 전해지고, 컴퓨터는 미디(MIDI) 음표를 자동 연주 장치가 설치된 피아노로 보내 프랑스 작곡가 샤플리에 푸가 작곡한 멜로디를 연주한다. 관객이 줄을 만지면 악보에 음표가 더해지는 셈. 각각의 줄은 한두 개의 짧은 멜로디를 담고 있어 공간을 옮겨 다니면서 여러 줄을 당기면 자신만의 작곡을 할 수 있다.서울 한남동 디뮤지엄에서 열리고 있는 ‘SOUNDMUSEUM :너의 감정과 기억’은 공감각형 전시다. 세계적인 작가 13명(팀)의 소리 설치, 관객 참여 퍼포먼스, 인터랙티브 라이트 아트(light art), 비주얼 뮤직 등 22점을 벽과 커튼으로 분리된 독립공간에서 다양한 형식으로 소개하고 있다.전시장에 들어서면 파란색 조명이 가득한 계단 공간에서 맑고 세밀한 소리들을 먼저 만나게 된다. 계단 양쪽 벽과 계단 아래 벽에 꽃줄기처럼 설치돼 있는 수백 개의 작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다. 스피커마다 나오는 소리가 다른데 전체로는 절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캐나다의 작곡가 겸 설치 작가 로빈 미나드의 ‘클라이미트 체인지(Climate Change·Blue)’다. 조그만 원형 스피커를 성장하는 식물의 형상으로 벽에 심어 명상하듯 몰입할 수 있는 공간을 연출한다. 스피커마다 귀를 대 보는 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연기돼온 서울옥션 홍콩 경매가 장소를 바꿔 서울에서 열린다. 서울옥션은 제32회 홍콩 경매를 다음달 16일 오후 5시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 6층 경매장에서 연다고 밝혔다. 경매에 앞서 약 한 달간 서울~부산~홍콩~서울로 이어지는 순회 프리뷰를 개최한다.총 75점, 74억원 규모로 진행되는 이번 경매에는 박수근 윤형근 김창열 박서보 이우환 등 한국 근현대미술 대표 작가들의 작품이 대거 출품된다. 미국인 로버트 노드랜더가 서울의 미군기지에서 박수근으로부터 직접 구입한 ‘트리 위스 어 우먼(Trees with a Woman)’(사진)은 노드랜더의 딸이 보유하고 있다가 이번 경매에 출품됐다. 추정가는 2억~3억원.‘한국 현대 도자기’ 섹션도 마련돼 조선시대 분청사기를 현대적 조형미로 재탄생시킨 윤광조,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를 계승한 권대섭, 백자의 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김익영 등 국내 대표 도예가들이 한국 현대 공예의 아름다움을 선보인다.구사마 아요이, 데이미언 허스트, 에디 마르티네스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도 다양하게 만날 수 있다. 구사마의 1988년 작 ‘소울 버닝 프레시즈(Soul Burning Flashes)’는 선명한 붉은 빛과 검은색의 대비가 뚜렷한 작품으로, 추정가 28억5000만~40억원에 출품됐다. 이번 경매 최고가 작품으로 주목받는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예술의 역사는 상전이(相轉移·phase transition), 즉 국면 전환의 역사다. 역사를 다음 장으로 넘기게 하는 이종 간의 통섭이 그런 상전이의 동력으로 작용해왔다.”예술철학의 대가인 이광래 강원대 명예교수는 신간 《미술과 무용, 그리고 몸철학》에서 이렇게 강조한다. 특정 분야, 특정 장르의 울타리를 넘어 다른 분야로 용감하게 ‘가로지르기’를 한 사람들 덕분에 예술의 새로운 역사가 씌어왔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서로 다른 분야의 지식과 경험을 아우르는 통섭은 인적인 것과 물적인 것, 지적인 것과 정서적인 것, 마음과 몸의 인터페이스, 즉 이종 공유다.미술과 무용의 인터페이스도 마찬가지다. 시각예술이자 공간예술인 두 장르는 ‘몸철학 위에 세워진 인터페이스 현상’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춤은 살아서 움직이는 회화”라고 바로크 시기 고전연구가인 장바티스트 뒤보스 신부는 말했다. 이사도라 덩컨은 산드로 보티첼리의 ‘프리마베라’에 도취한 나머지 “나는 이 그림을 춤출 것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그러한 번민으로 내게 주어졌던 삶의 사랑, 활력, 출산의 메시지를 전할 것”이라고 자서전 《나의 삶》에서 토로했다.이종 교배 내지 이종 공유를 욕망했던 미술가들은 캔버스 위에 춤추는 뮤즈(혼)를 몸과 함께 펼쳐놓았다. 춤을 화면에 옮긴 보티첼리를 비롯해 한스 홀바인, 앙리 마티스, 에드가 드가, 앙리 드 툴루즈 로트레크, 페르낭 레제 등은 물론 파블로 피카소와 로버트 라우션버그처럼 아예 춤을 춘 화가들의 이야기가 흥미롭다.무용과 미술의 인터페이스는 르네상스 이후 진화를 거듭해온 주제다. 덩컨은 헬레니즘 이후 수많
‘고바우 영감’으로 유명한 만화가 김성환(1932~2019)은 6·25전쟁 발발 후 피란을 가지 못해 서울 정릉 집의 다락방에 숨어지냈다. 경복고 학생이던 그는 자신이 목격한 전쟁의 참혹한 실상을 날짜별로 일지를 쓰듯 스케치했다. 시신이 산산조각 나 널브러진 모습, 종로5가 길거리에 버려진 시신들, 개성을 폭격한 미군기, 헐렁한 군복을 입은 인민군 소년병…. 밀짚모자를 쓰고 그림 구석에 숨어서 살펴보는 사람은 작가 자신이다. 김 화백은 후에 국방부 정훈국 미술대에서 수많은 인물화와 기록화, 삽화를 그렸다. 전투가 치열했던 6사단 군인들의 얼굴을 그린 세밀화는 이름, 계급 등이 사진처럼 생생하다.김 화백이 남긴 수많은 전쟁 기록화 가운데 80여 점이 6·25전쟁 70주년을 맞아 일반에 공개된다. 국립현대미술관이 25일 오후 4시 유튜브 생중계로 온라인 개막하는 기획전 ‘낯선 전쟁’을 통해서다.전시 제목 ‘낯선 전쟁’은 시간이 지날수록 전쟁과 분단, 통일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가 커지면서 점차 6·25가 낯설고 잊힌 전쟁이 돼가고 있다는 의미다. 전쟁세대의 기억에 남아있는 6·25의 참상을 되새기고 인간답게, 평화롭게 살 수 있는 세상을 염원하는 뜻을 전시에 담았다. 피란길에서 제작된 작품부터 시리아 난민을 다룬 동시대 작품까지 회화, 드로잉, 영상, 뉴미디어, 퍼포먼스 등 국내외 작가 50여 명의 작품 250여 점을 선보인다.4부로 구성된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전쟁 당시의 기록을 다양하게 살펴보는 1부 ‘낯선 전쟁의 기억’이다. 전쟁이 발발하자 김환기 권영우 우신출 윤중식 임호 김성환 등 많은 예술가가 종군화가단에 가입해 활동했다.평
알록달록한 색띠(컬러밴드)가 화면에 물결친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리본이나 길게 잘라놓은 색종이 같은 컬러밴드가 가로로 혹은 세로로 중첩되면서 유쾌한 ‘색의 공간’을 만들어낸다. 서울 한남동 가나아트 나인원에서 열리고 있는 하태임 작가(47)의 개인전 ‘UN PASSAGE’에 전시된 작품들이다. 이번 전시에 하 작가는 컬러밴드를 담은 평면 작업 연작 15점을 걸었다. 그는 컬러밴드 연작에 ‘...
보물로 지정된 겸재 정선(1676~1759)의 화첩이 경매에 나온다. 케이옥션은 다음달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7월 경매에 보물 제1796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鄭敾筆海嶽八景 宋儒八賢圖) 화첩’이 출품된다고 23일 밝혔다. 추정가는 50억~70억원. 경매시작가는 50억원으로 예정돼 있어 낙찰된다면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다.2013년 2월 보물로 지정된 이 화첩에는 금강산과 주변의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 및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故事)인물화 8점 등 16점이 수록돼 있다. 진경산수화를 포함해 겸재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살펴볼 수 있는 화첩이다. 특히 서로 주제가 다른 작품을 하나의 화첩에 모은 것은 극히 드물고, 같은 작품 수로 구성해 균형을 맞춘 것도 보기 힘든 사례라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됐다.화첩의 표지에는 ‘겸재화(謙齋畵)’라는 제목이 먹으로 씌어 있어 보물 지정 이전에는 ‘겸재화’라고 불렸다. 제작 시기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제사(題詞)나 발문(跋文)은 없지만 그림마다 사용된 인장과 화풍을 볼 때 겸재의 노년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화첩의 각 폭에는 ‘謙齋(겸재)’라는 서명과 함께 ‘鄭’과 ‘敾’을 새긴 두 개의 백문방인(白文方印·글자가 하얗게 찍히는 사각형 도장)이 찍혀 있다. 이는 겸재가 66세부터 70대 후반까지 사용한 도장이다.수묵으로 그린 진경산수화 8점은 단발령·비로봉·혈망봉·구룡연·옹천·고성문암·총석정·해금강의 순서로 실려 있다. 이 중 비로봉·혈망봉·구룡연·옹천·해금강 등 5폭
보물로 지정된 겸재 정선(1676~1759)의 화첩이 경매에 나온다. 케이옥션은 내달 15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에서 열리는 7월 경매에 보물 제1796호 '정선필 해악팔경 및 송유팔현도(鄭敾筆海嶽八景 宋儒八賢圖) 화첩'이 출품된다고 23일 밝혔다. 추정가는 50억~70억원. 경매시작가는 50억원으로 예정돼 있어 낙찰된다면 국내 고미술품 경매 최고가를 경신하게 된다. 2013년 2월 보물로 지정된 이 화첩에는 금강산과 주변의 동해안 명소를 그린 진경산수화 8점과 중국 송나라 유학자들의 일화와 글을 소재로 그린 고사(故事)인물화 8점 등 16점이 수록돼 있다. 진경산수화를 포함한 겸재의 폭넓은 작품 세계를 샬펴볼 수 있는 화첩이다. 특히 서로 주제가 다른 작품을 하나의 화첩에 모은 것은 극히 드물고, 같은 작품 수로 구성해 균형을 맞춘 것도 보기 힘든 사례라는 점에서 보물로 지정됐다. 화첩의 표지에는 '겸재화(謙齋畵)'라는 제목이 먹으로 씌어 있어 보물 지정 이전에는 '겸재화'라고 불렸다. 제작 시기를 확실히 알 수 있는 제사(題詞)나 발문(跋文)은 없지만 각 그림마다 사용된 인장과 화풍을 보면 겸재의 노년기 작품으로 추정된다. 화첩의 각 폭에는 '謙齋(겸재)'라는 서명과 함께 '鄭'과 '敾'을 새긴 두 개의 백문방인(白文方印·글자가 하얗게 찍히는 사각형 도장)이 찍혀 있다. 이는 겸재가 66세부터 70대 후반까지 사용한 도장이다. 수묵으로 그린 진경산수화 8점은 단발령·비로봉·혈망봉·구룡연·옹천·고성문암·총석정·해금강의 순서로 실려 있다. 이중 비로봉·혈망봉·구룡연·옹천·해금강
영국 개념미술의 거장 마이클 크레이그 마틴(79)의 작품 소재는 매우 친근하다. 시계, 전구, 신발, 선글라스, 컵, 옷걸이, 헤드폰, 노트북, 책, 의자, 코르크마개뽑이, USB 등 일상의 사물들이 그의 화면에서 주체가 된다.그는 이런 재료들을 단순화한 이미지를 톡톡 튀는 느낌의 선명한 색과 함께 배치해 낯섦과 새로운 시각적 경험을 선사한다. 노란색 바탕에 파란색 전구를 가운데 배치한 ‘파란 전구’, 핑크색 바탕에 와인 병따개를 꽉 채운 ‘코르크마개뽑이’…. 이를 통해 오브제는 본래의 의미에서 벗어나 선, 면, 색과 같은 미술의 기본 요소로 사용된다.2010년작 ‘Untitled(IMAGE)’는 알루미늄 바탕에 아크릴로 작업한 것으로, 핑크색 바탕에 컵과 옷걸이 등의 윤곽선, IMAGE라는 단어의 글자들을 섞어 배치했다.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50주년 특별전 ‘현대 HYUNDAI 50’ 2부 전시에서 만날 수 있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사진 제공=갤러리현대
포도 한 송이를 담은 흑백 사진이 사람 키보다 크다. 가로 1m, 세로 2m로 인화했는데도 촘촘히 박힌 포도알 하나하나가 선명하다. 검은색으로 윤이 나는 포도알 표면에 앉은 흰색 분가루, 약간 쭈글쭈글해진 일부 포도알의 주름까지 선명하다. 알맹이마다 표정이 살아있다고 할까. 손바닥만 한 포도송이를 이렇게 확대해 놓으니 전혀 다른 느낌이다. 젊은 사진작가 고려명(37)은 하이퍼리얼리즘을 추구한다. 디지털카메라가 날로 발달하는데도 구식 아날로그카메라와 필름을 고집하는 이유다. 그는 독일제 대형 카메라에 우주관측용 필름을 넣어 촬영한다. 몇 미터짜리 대작으로 제작해도 이상이 없다고 한다. 하이퍼리얼리즘의 목표는 대상의 정밀한 재현이 아니다. 아무리 정밀한 묘사도 실제와는 달라서다. 극사실주의적으로 확대된 이미지는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보게 함으로써 대상에 관한 전혀 다른 시각과 새로운 관점을 제공한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22일 개막한 고려명 초대전 ‘투영Projection’은 극사실주의 사진 작업을 비롯해 고 작가의 작업 전반을 선보이는 자리다. 대형 카메라로 근접 촬영한 포도송이, 잠자리와 매미 날개, 말린 장미 등의 컬러 및 흑백 작업과 사하라 사막 사진 등 25점을 걸었다. 매미 날개는 옛날 임금이 썼던 익선관(翼善冠)에 모양을 본떠 만들었을 정도로 청빈, 염치, 겸손 등의 좋은 상징을 내포한다. 포도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다산과 풍요를 상징한다. 붉은 장미를 확대한 사진은 마치 거대한 우주가 폭발하는 장면 같다. 백색 바탕에 있는 듯 없는 듯한 팝콘 사진도 흥미롭다. 하얀 종이에 팝콘을 올려놓고 노출을 길게 해서 찍은 작품이
작고 깡마른 여성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 붓질을 한다. 맨발에 짧은 옷차림으로 키보다 훨씬 높은 캔버스를 상대하는 이 여성은 추상화가 최욱경(1940~1985)이다. 작업 외에는 아무것도 신경 쓰지 않는 모양새다.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소개되고 있는 최욱경 영상 자료는 한 번 작업을 시작하면 하루고 이틀이고 캔버스 앞을 떠나지 않았다는 그의 창작열을 짐작하게 한다. 서울의 유복한 집에서 태어난 최욱경은 일찍부터 그림에 재능을 보여 김기창...
수화 김환기(1913~1974)는 문예지 ‘현대문학’이 창간된 1955년부터 1972년까지 표지부터 삽화까지 모든 그림을 도맡아서 그렸다. 그에게 표지화나 삽화를 그리는 작업은 화단에서 한걸음 떨어져서 자유롭게 조형실험을 하는 기회였다고 한다. 표지화나 삽화를 그리기 위해 문학 작품을 이해하고 행간의 의미를 읽어내는 과정이 새로운 실험의 가능성을 열어주기도 했던 것이다. 소품이긴 하지만 예전 잡지에 실렸던 화가들의 작품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유영국 이대원 박서보 윤중식 박노수 이숙자 김형근 김구림 임직순 서세옥 최영림 문학진 등 한국 화단을 이끌어온 주요 작가들이 예전 잡지에 실었던 작품들이 경매에 나온다. 케이옥션이 20일부터 7월 28일까지 세 차례 여는 프리미엄 온라인 경매 ‘거장들의 소품(小品)전’이다.이번 경매에는 1974~1991년 ‘월간중앙’ ‘문예중앙’ ‘계간미술’에 표지화 및 목차화로 사용된 작가 54명의 작품 180여 점이 나온다. 경매 시작가 합계는 약 1억7600만원. 대부분 소품이지만 당시 작가들이 주로 다뤘던 소재로 제작된 데다 소품을 통해 다양하게 시도하며 변화해간 양식을 비교해볼 수 있어 흥미롭다.문예중앙 1980년 봄호에 실린 이대원의 ‘농원’(사진)은 1980년대 특유의 차분한 색감과 밀도 높은 점묘법이 돋보이는 수작이다. 이 잡지 1975년 2월호 목차와 10월호 표지를 장식한 유영국의 ‘산’은 가로 68㎝, 세로 8㎝의 특이한 형태여서 눈길을 끈다. 월간중앙 1975년 5월호에 실린 박서보의 ‘이집트에서’(가로 66㎝, 세로 6.5㎝)는 종이에 색연필로 그린 작품으로, 초기 묘법시대로 들어선 작가의 아기자기하고 색
“기와 조각과 조약돌, 똥거름이야말로 진정한 장관이다.”1780년 음력 5월부터 10월까지 사행단으로 중국에 다녀온 연암 박지원은 ‘열하일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이유는 이랬다. 중국 사람들은 담을 쌓을 때 깨진 기와 조각을 이용해 물결·동그라미·동전 구멍 등 온갖 무늬를 만들었다. 집앞 뜰에는 기와 조각과 냇가의 조약돌을 이리저리 맞춰 무늬를 냈다. 그러면 비가 오더라도 땅이 진창이 될 걱정이 없을뿐더러 미적으로도 훌륭했다. 중국인들은 심지어 똥을 거름창고에 모아 네모·여섯모·여덟모로 반듯하게 쌓아올렸다.연암 전문가인 박수밀 한양대 교수는 《열하일기 첫걸음》에서 사소한 것 하나도 놓치지 않고 배움의 기회로 삼았던 연암의 진면목을 보여준다. 연암은 처음 경험하는 중국 여행에서 끊임없이 자각하고 성찰하며 백성을 이롭게 하는 법을 궁리했다.압록강을 처음 맞닥뜨린 중국 마을 책문에서부터 그랬다. 소 외양간과 돼지우리 등 가축 종류에 따라 우리를 짓는 방법이 달랐다. 거름더미와 똥거름까지 그림처럼 깨끗하고 정갈하게 치워져 있었다. 모든 도구가 규격에 맞고 있어야 할 자리에 놓여 있었다. 여기서 깨달은 바를 연암은 이렇게 적었다.“이와 같은 다음에야 비로소 이용(利用)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용이 있음 다음에야 후생(厚生)이 될 것이고, 후생이 된 다음에야 정덕(正德), 곧 도덕이 바로 설 것이다. 생활이 스스로 넉넉하지 못할진대, 어떻게 그 도덕을 바르게 할 수 있단 말인가.”열하일기는 단순한 견문록이 아니라 역사, 지리, 풍속은 물론 경제·문학·예술·건축·의학·종교에 이르는 전 분야를 망
작가 김덕한(39)은 특이한 경력의 소유자다. 대학(배재대 칠예과)에선 중요무형문화재 및 명인들에게 옻칠을 공부했다. 옻의 역사와 화학적 분석, 옻나무 기르기와 옻 채취법 등 재료를 대하는 작가의 기본자세를 이때 배웠다. 명지대 대학원에서는 문화재보존관리학을 전공해 석사학위를 받았다. 문화재수리기능사(옻칠공·도금공) 자격증도 보유하고 있다.그는 30대 초반까지 전국의 사찰에서 불상을 복원했다. 세월의 더께 속에 훼손된 불상의 표면을 벗겨내고 다시 칠하는 과정의 반복을 통해 마침내 작업의 단초를 찾았다. 전통도료인 옻칠을 바탕으로 다양한 현대미술 작업을 시작한 것. 옻칠에 안료를 섞어 만든 색들을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패널 등 다양한 재료에 반복적으로 쌓아올린 뒤 사포로 갈아내는 작업이다. 그동안 쌓였던 색들은 사포 작업을 통해 다양한 색과 모양으로 스스로를 드러낸다.대전 만년동 이응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김덕한 개인전 ‘The Propagation:단편적 이미지들의 군집’은 그의 이런 작업을 선보이는 자리다. 스테인리스로 제작한 구(球)의 표면에 색을 입힌 뒤 갈아낸 ‘Compressed’ 시리즈, 알루미늄 막대에 색을 입히고 깎아낸 설치작업 ‘Division’ 시리즈, 패널에 색을 입힌 ‘Overlaid’ 시리즈 등 평면·설치·압체를 망라한 작품 100여 점을 내놓았다.출품작은 각각 하나의 작품인 동시에 수십 개가 모여서 또 하나의 큰 작품을 이루기도 한다. 옻칠을 기반으로 한 작품의 색감이 이렇게 다채로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현대적이고 세련된 미감을 자랑한다.김 작가는 “현재의 모습은 과거가 누적된 것”이라며 “옻의 색으
6·25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미국 캐나다 필리핀 태국 등 4개국 참전용사와 전사자·실종자 및 유가족 등이 온라인으로 만난다. 경기 용인 새에덴교회가 오는 24일 오전 10시 개최하는 ‘한국전쟁 참전용사 초청 온라인 보은행사’에서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담임목사(사진)는 16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당초 전쟁 발발 70주년을 기념해 성대한 방한 초청행사를 ...
어둑한 거리, 홀로 불 켜진 가게 앞 플라스틱 의자에 등이 구부정한 남자가 앉아 있다. 그가 독백처럼 내뱉는다. “가게 문을 닫아야 하나.” 오늘 영업을 끝내고 문을 닫아야 할지, 아예 장사를 접어야 할지 두 가지로 읽히지만 본뜻은 후자에 가깝다. 회색 톤의 화면에 자영업자의 한숨과 짙은 고민이 묻어난다. 화가 오상열(41)은 이렇게 회색빛 도시에서 살아가는 현대인의 일상을 포착해 화면에 담아낸다. 퇴근 후 포장마차에서 ...
올해 열릴 예정이던 국내외 주요 아트페어가 대부분 내년으로 연기된 가운데 조형예술에 특화된 행사인 ‘조형아트서울 2020’이 17~21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다. 올해 행사의 주제는 ‘바람이 불어도 가야 한다’. 김성복 성신여대 교수의 출품작 제목에서 그대로 따온 것으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미술계가 전반적으로 위축됐지만 이대로 멈춰 있을 수 없다는 각오를 담았다. 김 교수의 작품은 보폭을 한껏 넓힌 두 사람이 마주보고 성큼성큼 내딛는 초대형 스테인리스강 조형물이다. 위로 향한 시선, 힘차게 휘젓는 팔과 다리, 실제보다 과장된 손과 발의 크기가 역경을 딛고 전진하려는 자세를 대변한다. 신준원 조형아트서울 대표는 “지난 2~3월 이후 많은 아트페어와 비엔날레 등이 취소돼 3월로 예정됐던 ‘조형아트서울 2020’도 연기를 거듭하며 개최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해왔다”며 “개최를 희망하는 많은 갤러리와 컬렉터의 지지에 힘입어 행사를 열기로 했다”고 밝혔다. 손성례 청작화랑 대표가 운영위원장을 맡은 올해 조형아트서울에 참가하는 갤러리는 웅갤러리, 비앙갤러리, 이정갤러리, 청작화랑, 갤러리화이트원 등 86곳. 지난해 93곳에 비해 소폭 줄었다. 지난해 10곳이었던 해외 참가 갤러리는 미국 마이애미아트센터와 한국계 화랑인 파리 오송갤러리, 상하이 묵지갤러리 등 세 곳으로 줄었다. 국내외 작가 600여 명의 조각, 유리, 설치, 미디어아트, 회화 작품 등 2000여 점이 소개된다. 참가하는 갤러리 수는 다소 줄었지만 행사장 규모 및 작품 수는 큰 차이가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해에는 2만5000여 명이 다녀갔으나 올해에는 관객이 적잖게 줄어들
엄마와 아이가 꽃밭에 누워 있다. 실제보다 과장해서 그린 가분수형 머리를 외로 꼬고, 턱을 받친 모습이 해학적이다. 아이와 엄마의 꽃밭 유희가 부러운지 새가 옆에서 힐끗 보고 있다. 17일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열리는 미술품 경매에 출품되는 서양화가 최영림(1916~1985)의 ‘모정(母情)’이다. 화면 왼쪽 아래에 사인과 함께 제작 연월(1975년 8월)을 밝혀놓았다.최영림은 평양의 부유한 한약방집 장남으로 태어났다. 평양 광성고보에 재학 중이던 1935년 조선미술전람회(선전)에 입선할 정도로 일찍부터 실력을 인정받았다. 일본에 유학해 태평양미술학교에서 공부했고, 판화가 무나카타 시코에게 목판화 기법을 배우기도 했다. 6·25전쟁 때 월남해 1955년부터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추천작가·초대작가 및 심사위원을 지냈고, 서라벌예대와 중앙대 등에서 후진 양성에도 힘썼다.최영림은 추상과 반추상의 상징적·실험적 양식을 시도한 1950년대의 ‘흑색(黑色)시기’를 거쳐 1960년대부터는 구상으로 복귀했다. 황토색을 주조로 한 화면에 벌거벗은 아이와 여인들, 소 등 한국의 서정이 담긴 주제를 토속적이고 해학적인 미로 담아냈다.서화동 선임기자 fireboy@hankyung.com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중반은 한국 화단에서 실험미술이 꽃핀 시기였다. 화단의 새로운 조형 질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었다. 기성 작가와 이론가들이 함께 결성한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미술뿐만 아니라 음악·패션·영화·연극 등의 20~30대 예술가로 구성된 제4집단,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개념미술을 추구한 ‘Space&Time 조형예술학회(ST)’, 전국의 실험 작가들이 결집한 대구현대예술제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에서 벗어나 입체, 오브제, 설치·개념미술, 퍼포먼스, 비디오, 사진, 대지미술 등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이런 움직임을 통해 탄생했다. 이승택(88) 곽덕준(83) 박현기(1942~2000) 이건용(78) 이강소(77) 등 이 시기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한 실험미술 거장들의 작품이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가 16일부터 일반에 공개하는 50주년 특별전 ‘현대 HYNDAI 50’의 2부 전시에서다. 오는 7월 19일까지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현대갤러리와 함께했던 국내 작가 16명, 해외 작가 13명의 작품 70여 점을 선보인다. 실험미술 거장들의 작품은 본관에서 볼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과 바닥은 물론 천장까지 장식하고 있는 검은색 선부터 만나게 된다. 종이로 감싸고 뭉친 쇠막대로 선과 점의 형태를 만들어 기하학적 패턴을 형상화한 이승택의 ‘무제’다. 1982년 서울 관훈미술관에서 열린 세 번째 개인전에서 처음 발표한 이후 38년 만에 공개된 것으로, 전시장 전체로 작품의 공간을 확장해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이승택은 1950년대 후반부
1960년대 말~1970년대 초중반은 한국 화단에서 실험미술이 꽃핀 시기였다. 화단의 새로운 조형질서를 모색하는 움직임이 동시다발적으로 일었다. 기성 작가와 이론가들이 함께 결성한 한국아방가드드협회(AG), 미술 뿐만 아니라 음악·패션·영화·연극 등의 20~30대 예술가로 구성된 제4집단, 시간과 공간에 대한 관심을 바탕으로 개념미술을 추구한 'Space&Time조형예술학회(ST)', 전국의 실험 작가들이 결집한 대구현대예술제 등이 대표적이다.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에서 벗어나 입체, 오브제, 설치·개념 미술, 퍼포먼서, 비디오, 사진, 대지미술 등 장르와 매체를 넘나드는 작품들이 이런 움직임을 통해 탄생했다. 이승택(88) 곽덕준(83) 박현기(1942~2000) 이건용(78) 이강소(77) 등 이 시기에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던 실험미술 거장들의 작품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가 오는 16일부터 일반에 공개하는 50주년 특별전 '현대 HYNDAI 50'의 2부 전시에서다. 7월 19일까지 갤러리현대 본관과 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에서는 1980년대 중반부터 지금까지 현대갤러리와 함께했던 국내 작가 16명, 해외작가 13명의 작품 70여점을 선보인다. 실험미술 거장들의 작품은 본관에서 만날 수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벽과 바닥은 물론 천장까지 장식하고 있는 검은색 선부터 만나게 된다. 종이로 감싸고 뭉친 쇠막대로 선과 점의 형태를 만들어 기하학적 패턴을 형상화한 이승택의 '무제'다. 1982년 서울 관훈미술관에서 열린 세번째 개인전에서 처음 발표한 이후 38년만에 공개된 것으로, 전시장 전체로 작품의 공간을 확장해 새로운 경험을 안겨준다. 한국 실험미술의 선구자로 손꼽히는 이승택은 1950년대 후반부터 '
서울 광화문광장에 거대한 키네틱 조형물이 등장했다. 설치작가 강익중 씨(60)가 6·25전쟁 70주년을 기념해 만든 설치작품 '광화문 아리랑'이다. 강 작가가 6·25전쟁 유엔 참전국 어린이 1만2000명과 협업해 만든 공공미술 작품으로, 6·25전쟁 70주년사업추진위원회가 '평화를 위한 기억, 그리고 한걸음'을 주제로 여는 특별전 형식으로 오는 15일부터 일반에 공개된다. 6·25 전사자들을 추모하고 어린이들의 꿈과 통일 염원을 담은 '광화문 아리랑'은 가로, 세로, 높이가 각각 8m인 정육면체 형태다. 각 면의 한가운데에 커다란 달항아리 그림이 있고, 달항아리 표면은 어린이들의 그림으로 채웠다. 한국과 22개 참전국 등 23개국 어린이들이 그려서 보내온 그림들은 가로, 세로 3인치(7.62㎝)의 정사각형 종이에 그린 것. 참전용사들의 희생 덕분에 현재 평화롭게 살고 있는 우리의 모습과 어린이들이 꿈꾸는 미래의 모습, 호국 영령에게 쓴 감사의 메시지 등이 들어 있다. 항아리 주변은 강 작가가 직접 쓴 한글작품 '아리랑'이 둘러싸고 있다. '아리랑'은 우리 민족을 하나로 묶어주고 소통하게 해주는 노래라는 점에서 한국과 참전국을 이어주고, 전쟁에서 희생된 참전국 전사자들의 넋을 위로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게 강 작가의 설명이다. 한글작품 '아리랑'의 글자와 글자 사이에는 국내외 전사자 17만5801명의 이름을 새겨 넋을 기억하도록 했다. 광화문 아리랑은 정육면체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을 따로 제작해 위와 아래로 나뉘어 있으며, 6·25전쟁 70주년을 상징하는 뜻에서 70초마다 90도씩 회전한다. 움직이는 '키네틱 조각' 형태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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