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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을 공부하는 강원(승가대학), 참선하는 선원, 계율을 공부하는 율원 등을 모두 갖춘 사찰을 총림, 이런 사찰의 최고 지도자를 방장이라고 한다. 가야산 해인사는 불교계 대표 종단인 조계종의 첫 총림이다. 일제강점기에 득세한 대처승(결혼한 승려)을 몰아내기 위한 8년간의 불교 정화 운동 끝에 1962년 현재의 조계종이 출범했고, 5년 뒤 해인총림 설치와 함께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1912~1993)이 방장에 추대됐다. 성철 스님이 그해 동안거 때 100여 일 동안 불교의 교리와 사상 등을 두루 강설한 것이 그 유명한 ‘백일법문(百日法門)’이다. 당시 법문에는 선방 스님은 물론 강원 학인, 절 살림을 맡은 사판승, 인근 사찰의 스님들까지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한다.해인사가 유명한 것은 팔만대장경 때문만이 아니다. 치열하기로 유명한 수행 풍토 덕분이다. 여름·겨울 석 달간의 안거 때는 선원뿐만 아니라 강원, 율원 스님들 모두가 1주일 동안 전혀 잠을 안 자고 수행하는 용맹정진에 참여한다. 스님들 사이에서 해인사 강원 출신이라고 하면 세속의 명문대 출신처럼 알아준다. 1980년대 이후 성철, 혜암, 법전 스님 등 세 명의 종정을 배출한 건 우연이 아니다.이런 해인사가 흔들리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제기된 주지 현응 스님의 성 추문 때문이다. 이전에도 성추행 의혹, 유흥업소 출입 의혹을 받았던 그가 최근에는 사복 차림으로 가발 쓴 비구니와 숙박업소를 드나들었다는 것이다. 의혹이 제기되자 현응 주지는 사직서를 제출하고 잠적했다고 한다. 해인사는 현응 주지를 사찰에서 내쫓는 산문출송(山門黜送)의 징계를 의결했고, 조계종 총무원도 징계 방침과 함께 대국민 사과를
대구 대현동 주택가의 이슬람사원 건축공사를 둘러싼 논란은 우리 사회의 가치 갈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논란은 2015년부터 경북대와 인접한 단독주택에 모여 기도를 드리던 무슬림 유학생들이 그 자리에 연면적 245.14㎡, 지상 2층 규모의 모스크를 짓기로 하면서 시작됐다. 이들은 2020년 9월 제2종 근린생활시설 종교집회장으로 용도를 변경해 건축허가를 받았다. 그러자 주민들은 동네 한복판에 다중이용시설인 모스크가 들어서면 번잡하고 소란해져 일상의 평온함을 해친다며 강력 반발했다. 하루 다섯 번 드리는 살라트(기도)와 그때마다 울려 퍼지는 아잔(기도 시간을 알리는 노래) 소리, 아랍 특유의 향신료 냄새도 주민들이 불편해하는 요소다. 반면 무슬림 측은 관할 구청의 허가를 받고 합법적으로 추진하는 공사를 막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라고 억울해한다.주민들의 반대가 거세지자 대구 북구청은 2021년 2월 공사 중단을 명령했다. 무슬림들은 이에 맞서 공사중지명령 철회를 위한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9월 북구청의 처분이 위법하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그래도 갈등은 사그라지지 않았다. 시민단체 등 외부인들도 건축 찬성과 반대로 나뉘었다. 무슬림 혐오다, 종교 탄압이다라고 맞서며 상호 불신과 감정 대립의 골이 깊어졌다. 공사 현장 앞에 무슬림이 금기시하는 삶은 돼지머리, 돼지 바비큐까지 등장해 충격을 안겼다.주민들의 행복추구권도, 무슬림이 요구하는 종교의 자유도 헌법이 보장하는 권리다. 그러니 어느 일방의 승리로 이 갈등을 끝내는 것은 불가능하다. 정부나 시민단체가 중재자로 나서 조금씩 양보하는 타협안을 만들 수는 없을까. 사원을
다산 정약용이 ‘황사영 백서 사건’에 연루돼 형 약전과 함께 전라도에 유배된 것은 1801년(신유년). 11월 22일 나주 율정에서 약전과 헤어진 뒤 이튿날 강진에 도착했으나 거처를 구하지 못했다. 집집마다 문을 닫고 만나주지 않아서였다. 동문 밖 노파의 주막집 골방에 겨우 짐을 푼 다산은 주막집의 당호(堂號)를 사의재(四宜齋)라고 지었다. ‘네 가지를 올바로 하는 이가 거처하는 집’이라는 뜻이다. 네 가지란 ‘생각은 맑게, 용모는 단정하게, 말은 적게, 행동은 무겁게’ 하는 것이다.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참모와 장관 등을 지낸 사람들이 정책연구포럼 ‘사의재’를 오는 18일 꾸린다는 소식이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전 대통령으로 이어지는 민주당 정부의 정책 성과를 평가, 성찰함으로써 정책 대안을 마련하고 집권 역량을 강화한다는 게 이들이 밝힌 창립 배경이다. 실제로는 문 정부의 정책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고 친문(친문재인)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 위한 것으로 비치고 있다.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이들이 사의재라는 이름을 붙인 건 뜬금없다. 다산은 유학의 본령은 수기치인(修己治人)이며 수기란 안으로 자신을 닦는 공부, 치인이란 안으로 온축된 도(道)를 밖으로 펴는 경세제민(經世濟民·세상을 다스리고 백성을 구제함)의 공부라고 했다. ‘경제’라는 말이 여기서 나왔다. 그의 학문과 삶에서 백성을 위한 현실 개혁과 실사구시(實事求是)를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목민심서> <경세유표>를 통해 치국의 도와 민생 대책을 밝히고, ‘기예론(技藝論)’을 통해 과학기술의 중요성을 설파한 것도 그래서다. 다산은 백공(百工
세자는 세자빈을 끔찍이 사랑했다. 그런데 불행히도 세자빈이 목을 매 자결했다. 세자는 왕이 된 후에도 그녀를 잊지 못해 왕비를 들이지 않았다. 그러기를 7년. 왕비 간택이 미뤄지면서 민심이 흉흉해졌다. 왕이 고자나 동성애자라는 해괴한 소문까지 돌았다. 더 큰 문제는 왕비 간택을 위한 금혼령(禁婚令)이 길어지면서 적령기를 놓친 청춘남녀가 늘고 있다는 것. 갓난아기 울음소리도 사라졌다. 현재 방영 중인 MBC 금토드라마 ‘금혼령-조선혼인금지령’의 도입부 스토리다.조선시대에는 스무 살이 넘어도 결혼하지 않으면 이상하게 여겼다고 한다. 조선의 기본 법전인 <경국대전>에는 나이가 13세면 혼사를 의논할 수 있고 남자는 15세, 여자 14세면 혼인을 허락한다고 했다. 유교 예절을 담은 <주자가례>를 기준으로 남자는 16~30세, 여자는 14~20세를 혼인 적령기로 여겼다. 고려 말에 시작된 조혼의 폐단을 없애기 위해 너무 일찍 결혼시키는 것은 금했다. 나이가 찼는데도 자녀를 결혼시키지 않으면 부모를 벌하는 규정도 있었다. 대신 형편이 어려워 결혼하지 못하는 경우 나라에서 혼례 비용을 보태줬다.예나 지금이나 결혼과 출산은 사회를 유지·전승하는 기본 토대다. 과년한 남녀가 짝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개인적 불행일 뿐만 아니라 국가적으로 문제임을 조선시대에도 인식하고 있었던 것이다. 초저출산 해결이 시급한 국가적 과제가 된 가운데 갈수록 초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30대 신부가 20대 신부를 추월했다. 1960년 남자 25.4세·여자 21.6세였던 평균 초혼 연령은 1991년 남자 27.9세·여자 24.8세, 2021년 남자 33.4세·여자 31.1세로 높아졌다. 이에 따라 초혼 아내 15만7000명
2006년 말 중국 산둥성 칭다오에서 한국 피혁회사 두 곳의 기업주가 몰래 도주했다. 진출 초기와 달리 위안화 값과 인건비가 급등하는 등 경영 환경이 악화한 데다 기업을 청산하려 해도 절차가 터무니없이 까다롭고 불리해서였다. 그동안 감면받은 세금을 토해내야 하고, 정부기관 여러 곳의 승인을 받아야 했다. 1990년대 말부터 중국으로 몰려간 노동집약적 중소기업 상당수가 2000년대 중후반부터 보따리를 싼 이유다. ‘5면5감’(5년간 세금 면제 후 5년간 세금 감면)의 감언이설로 한국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리던 지방 관리들이 갈수록 까다로운 규제를 들이밀기 일쑤였다.사실상 종신고용을 보장하는 노동법도 견디기 힘든 요소다. 중국의 근로계약법은 고용계약 형태를 크게 1~3년 단위의 고정기한제, 무기한제, 일정 업무 완성기한제 등 세 가지로 나눈다. 근로자가 같은 기업에서 만 10년을 연속 근무한 경우, 2회 연속 고정기한 근로계약을 마치고 새로 계약하는 경우엔 무기한제가 된다. 문제는 이때부터 갑을관계가 바뀐다는 것. 대충 일해도 자르기 힘들고, 퇴직금도 다른 직원보다 훨씬 많이 줘야 한다.이른바 ‘차이나 리스크’는 광범위하다. 높은 대중(對中) 수출 의존도 때문에 중국의 경기 침체나 급격한 정책 변화로 겪는 위험뿐만이 아니다. 요소수 사태로 경험했듯이 수입 의존도가 높은 품목이 많은 한국으로선 언제든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이후 경험한 외교·안보 리스크도 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중국의 정치·경제가 돌아가는 방식이다. 시장경제를 표방하면서도 공산당이 모든 걸 쥐락펴락한다. 언제라도 안면몰수하고 강압적
서울 금천구에 사는 박인홍 씨는 지난 2일 강원 인제군에 고향사랑기부금으로 10만원을 냈다. 인제군 1호다. 박씨는 “어머니의 고향이 인제읍 원대리인데 지역이 활력을 되찾는 데 밑거름이 됐으면 하는 마음에서 참여했다”고 말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로제피부과의 김주용 원장은 4일 경북 영천에 500만원을 기부했다. 김 원장은 “저는 대구 토박이지만 지인을 통해 알게 된 영천이 아주 매력적인 곳이라 기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1일부터 고향사랑기부제가 시행되면서 전국 지방자치단체마다 기부금 유치 경쟁이 뜨겁다.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거주지가 아닌 지자체에 기부하면 금액에 따라 일정 비율을 세액공제하는 제도다.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할 수 있으며 10만원까지는 전액을, 10만원 초과분에 대해서는 16.5%를 세액공제해준다. 게다가 각 지자체는 기부금의 30% 한도 내에서 지역 특산품 등으로 구성된 답례품을 최대 150만원어치까지 제공하므로 기부자로선 일석삼조다.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각 지자체는 1호 기부자, 고액 기부자 명단 등을 공개해 관심을 끌고 있다. 고액 기부자 중에는 유명 인사나 기업인, 향우회장 등이 많다. 걸그룹 러블리즈 출신 가수 겸 방송인 미주(본명 이미주)는 충북 옥천군 1호 기부자로 나서 500만원을 쾌척했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충북 음성), 손흥민 선수(춘천시), 그룹 방탄소년단 멤버 제이홉(광주광역시 북구)도 기부에 동참했다. 함경도가 고향인 배우 이정길 씨는 “경북은 제2의 고향”이라며 이철우 경북지사를 직접 찾아 500만원을 기부했다.지역 특성에 따라 10종 안팎에서 80~90종까지 다양한 지자체들의 답례품도 흥미롭다. 지역
서울의 대중교통은 편리성 면에서 세계적이다. 인터넷 포털에 목적지를 입력하고 길찾기를 요청하면 버스, 지하철, 마을버스까지 연계한 최적의 교통편과 소요 시간을 분 단위로 알려준다. 서울의 시내버스는 370여 개 노선, 7000여 대. 지하철, 마을버스와 연계해 시내 곳곳을 거미줄처럼 연결한다. 도로가 도시의 혈관이라면 버스, 지하철은 혈액이다. 특히 간선·지선 버스는 지하철이 닿지 않는 도시의 구석구석까지 승객을 실어 나른다. 그 덕에 도시가 유지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새벽 4시께 출발하는 첫차부터 승객으로 넘쳐나는 버스들이 있다. 지하철 첫차가 운행하는 새벽 5시 이전에 노원·도봉·강북·중랑·구로구 등 서울 변두리를 출발해 강북 도심과 강남 등으로 향하는 차들이다. 승객은 대부분 도심 빌딩에서 청소, 경비 등을 맡은 50~60대 노동자들. 서울 상계동 7단지 영업소를 새벽 4시5분에 출발해 강남역으로 향하는 146번 버스는 ‘새벽 만원버스’로 유명하다. 여러 해 이용하는 이들이 많아 승객끼리 안부 인사를 나눌 정도다.새벽 만원버스를 유명하게 만든 이는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다. “6411번 버스를 아십니까”로 시작하는 2012년 진보정의당 대표 수락 연설이 계기였다. 서울 구로동을 새벽 4시에 출발하는 이 버스는 출발점부터 거의 만석이 된다. 이처럼 청소·경비 노동자로 새벽부터 만원이 되는 버스노선은 146번(상계~강남) 240번(중랑~신사) 160번(도봉~온수) 등 여럿이다.한덕수 국무총리가 2일 새벽 146번 버스를 타고 새해 첫 출근길의 근로자들을 만났다. 승객들은 한 총리에게 “사무실 직원들이 나오기 전에 빌딩 청소를 마쳐야
‘보신각 골목길을 돌아서 나올 때엔 찢어버린 편지에는 한숨이 흘렀다.’ 가수 현인(1919~2002)이 1950년 발표한 ‘서울야곡’의 한 구절이다. 서울야곡은 서울 번화가의 밤 풍경과 이별의 서정을 경쾌한 탱고 리듬에 실은 노래다. 충무로, 명동, 종로네거리 등 당대 서울의 화려한 야경을 스냅사진처럼 가사에 담았다. 쇼윈도, 그라스, 네온, 마로니에, 레인코트, 바가본드(방랑자), 엘레지 등의 외래어는 해방 후 밀려들던 서양풍을 짐작하게 한다.보신각이 있는 종로네거리(현재의 종각역 네거리)는 예로부터 서울의 대표적 번화가였다. 한양 도성의 정문인 숭례문(남대문)을 들어서서 성안 중심으로 통하는 남대문로와 흥인지문(동대문)~돈의문(서대문)을 연결하는 종로가 만나는 교차로가 종로네거리다. 조선시대 종로 일대는 육의전을 비롯한 수많은 상점이 몰려 있는 쇼핑가였다. 사람들이 구름같이 모였다 흩어지는 거리라고 해서 운종가(雲從街)라고 불렀다.종로네거리에 커다란 종을 매달고 시보(時報) 기능을 하게 한 것은 그래서였다. 조선 태조 때 2층짜리 종루(鐘樓)를 짓고 종을 걸었다. 궁궐의 보루각에서 자격루(물시계)가 자동으로 시간을 알려주면 경복궁 문루에서 이를 종루와 사대문으로 전파했다. 밤 10시쯤에는 통행금지를 알리는 인경(人定)이, 새벽 4시에는 통금 해제를 알리는 파루(罷漏) 종이 울렸다. 임진왜란 때 종루가 소실된 후 광해군 때 단층 종각을 지었고, 1895년 고종이 ‘보신각(普信閣)’이라는 편액을 내렸다. 도성의 사대문에 유교 오상(五常)인 인의예지(仁義禮智)를 건 데 이어 한복판인 종각에 ‘신(信)’을 넣은 것이다. 현재의 종각은 6·25전쟁 때
평균 1억5000만㎞ 떨어진 태양을 타원 형태로 도는 지구의 공전주기는 약 365.2422일. 지구에서 관측했을 때 태양이 춘분점에서 시작해 다시 춘분점으로 돌아오는 시간, 즉 회귀년(回歸年)이다. 끝도 없이 이어지는 공전 속에서 한 해의 시작을 정할 수 있었던 것은 지구의 자전축이 기울어진 채 공전하면서 생긴 계절의 변화 덕분이다. 역사적으로는 낮이 밤보다 길어지기 시작하는 동지(冬至), 한 해의 첫 번째 절기이자 봄이 시작되는 입춘(立春), 밤낮의 길이가 같아지는 춘분(春分)을 새해의 기점으로 삼는 경우가 많았다. 중국의 음력설을 춘제(春節)라고 부르는 것이나, 설날에 신춘 휘호를 쓰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4000여 년 전 요순(堯舜)시대에 하늘에 제사를 지낸 데서 비롯됐다는 춘제는 중국 최대 명절이다. 당송 팔대가의 한 사람인 북송 시인 왕안석은 ‘폭죽 소리 속에 한 해가 저물고(爆竹聲中一歲除) 따뜻한 봄기운 도소주에 들어왔네(春風送暖入屠蘇)’라고 춘제 풍경을 묘사했다. 춘제에는 우리와 마찬가지로 가족과 친척들이 함께 모여 새해 인사를 나누고 즐거운 시간을 보내며 풍요와 무병장수를 기원한다.춘제를 전후해 짧은 기간에 억 단위의 대규모 인원이 이동하는 중국만의 현상을 상징하는 것이 춘윈(春運), 설 연휴 특별수송이다. 내년 공식 춘제 연휴는 음력 섣달그믐날(양력 1월 21일)부터 1주일이지만 춘윈은 1월 7일부터 2월 15일까지 총 40일이다. 1월 첫째 주말부터 대이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에는 춘윈 이동 연인원이 30억 명에 달했고, 내년에는 코로나 이전 수준의 80%에 달할 것으로 중국 여행 플랫폼 등은 전망하고 있다.즐거워야 할 춘제 대이동이 내년
20여 년 전 오대산 월정사에서 인허 스님(1916~2003)을 만났을 때였다. “허망한 소리 해봐야 구업(口業)만 짓는다”며 인터뷰를 사양하던 스님이 한참 시간이 흐른 뒤에 꺼낸 첫마디가 이랬다. “본래 근본은 말이 없는 거야. 유가에서도 도에 가까운 자는 말이 적다고 했어. 부처가 되려면 묵언정진해야 돼. 구시화문(口是禍門)이니 수구여병(守口如甁)하라. 입은 화가 들어오는 문이니 병마개 막듯 봉하라는 얘기야.”임인년(任寅年) 호랑이해가 1주일밖에 남지 않았다. 한 해를 보내면서 얼마나 많은 구업을 지었는지 되볼아보게 된다. 참으로 많은 이들이 거친 말, 경솔한 말, 막말로 화를 자초한 한 해였다.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은 연초부터 막말과 인신공격을 주고받으며 정치혐오를 부추겼다. 6·1 지방선거 땐 단일화에 실패한 서울교육감 보수 후보들이 서로를 ‘미친 X’ ‘상종 못할 XX’ ‘인간말종’이라고 비난했다. 퇴임한 문재인 대통령을 건드리면 “확 물어버리겠다”는 탁현민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의 말은 귀를 의심케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 장경태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빈곤포르노’ 시비, 대통령 전용기의 추락을 위해 기도한 천주교와 성공회 신부들은 또 어떤가. ‘인사 참사’ ‘외교 참사’ 등 툭하면 ‘~참사’ 꼬리표를 갖다 붙이는 민주당의 말폭탄도 거칠기는 매한가지다. 자신의 숱한 의혹은 덮어둔 채 상대를 ‘패륜정권’이라고 몰아붙이는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자기가 전에 했던 말의 되갚음을 받고 있다.“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할 뿐 자기가 하는 말의 옳고 그름을 알지 못한다. 말을 내
연말에 새해 달력을 받을 때마다 확인하는 게 ‘빨간 날’, 즉 공휴일이 며칠이나 되느냐다. 우리나라 공휴일은 1949년 대통령령으로 제정한 ‘관공서의 공휴일에 관한 규정’(공휴일 규정)에 따라 일반 국민에게도 그대로 적용돼 왔다. 지난해 제정된 ‘공휴일에 관한 법률’(공휴일법)의 내용도 이와 다르지 않다. 일요일과 선거일을 빼면 5대 국경일 중 제헌절을 제외한 3·1절, 광복절, 개천절, 한글날, 1월 1일, 설·추석 연휴(3일), 어린이날, 현충일, 성탄절 등 15일이 공휴일이다.문제는 공휴일이 토·일요일과 겹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인 휴일 수를 보장받기 어렵고 연도별 공휴일 편차가 크다는 것. 그래서 도입된 게 대체공휴일제다. 1959년 처음 도입된 대체공휴일제는 폐지와 재도입을 거듭해왔는데, 그때마다 국민휴식권 보장론과 공휴일 과다론이 대립했다. 일요일과 휴일의 분리, 공휴일 요일제 도입 등의 개선책도 꾸준히 제기돼왔다.미국 연방법은 총 10일의 법정공휴일을 규정하고 있는데 이 중 6일은 요일이 지정돼 있다. 마틴 루서 킹 탄생일은 1월 셋째주 월요일, 조지 워싱턴 탄생일은 2월 셋째주 월요일 하는 식이다. 특정일로 정해진 나머지 4일도 토요일과 겹치면 금요일, 일요일과 겹치면 월요일을 대체휴일로 정한다. 일본은 ‘국민의 축일에 관한 법률’이 정한 공휴일(축일)이 총 16일이다. 축일이 일요일과 겹치면 다음 평일이 대체 축일이 되고, 축일과 축일 사이에 평일이 놓이면 징검다리 휴일을 ‘국민축일’로 보장한다. 성년의 날(1월 둘째주), 바다의 날(7월 셋째주) 등은 ‘해피 먼데이’ 제도를 도입해 월요일로 지정했다. 영국도 요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발끝에서 나온 전반전 첫 득점, 2-0으로 끌려가다 후반 들어 1분여 사이에 터진 ‘신성(新星)’ 킬리안 음바페(프랑스)의 두 골, 그리고 연장전 후반에 나란히 한 골씩 주고받은 끝에 펼쳐진 승부차기까지…. ‘각본 없는 드라마’라는 말이 이보다 더 잘 맞을 수 있을까. 어제 새벽 펼쳐진 카타르월드컵 아르헨티나-프랑스 결승전 이야기다. 메시는 우승컵과 함께 ‘골든볼’을 품에 안았고, 결승전 해트트릭을 기록한 음바페는 득점왕에 올랐다.언제나 우승 후보로 꼽혔던 아르헨티나의 월드컵 우승은 36년 만이다. 그만큼 한이 깊었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첫 경기에선 피파랭킹 51위 사우디아라비아에 충격패까지 당했다. 그럼에도 이후 우승까지 무패 행진을 벌인 여러 이유가 있다는 게 세계 축구계의 평가다. 리오넬 스칼로니 감독(44)의 자율적·실리적인 축구, 디에고 마라도나에 비해 소심하고 열정이 부족하다는 평을 받았던 메시의 변신과 선수들 간 친밀한 관계, 예전과 달리 경기 내내 강한 압박과 빈틈없는 패싱 플레이를 구사한 조직력과 팀워크, 번지르르한 말보다는 목표(골)에 집중하는 지향성…. 이 덕분에 아르헨티나는 원맨팀(one-man team)이라는 오명을 벗고 원팀(one team)으로 거듭났다.하지만 아르헨티나의 국격은 축구 실력만큼 높지 않다. 한참 뒤처진다.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18일(현지시간) 아르헨티나 정치인들은 이런 축구대표팀으로부터 배우라고 충고했다. 아르헨티나 국민은 올해 기록적인 가뭄과 100%에 달하는 물가상승률로 고통받고 있다. 정치와 경제가 모두 혼란스러운 가운데 두 차례 대통령을 지낸
“어머니, 저는 지금 참호에서 파이프담배를 피우고 있어요. 이건 독일 담배예요. 그러면 어머니는 ‘죄수나 포로의 담배겠지’라고 하실 테죠. 아닙니다. 독일 병사가 자신의 참호에서 직접 갖다준 겁니다. 어제 영국과 독일 병사들이 양측 참호 사이의 무인지대에서 만나 악수를 하고 선물을 교환했죠. 성탄절 내내 말입니다. 정말 경이롭지 않습니까.”제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4년 말 서부전선 런던 소총여단의 19세 이등병 헨리 윌리엄슨이 어머니에게 보낸 편지다. 당시 성탄절을 앞두고 프랑스 동북부와 벨기에 등 서부전선 여러 곳에서 비공식 정전(停戰·전투 중지)이 이뤄졌다. 전쟁이 소강상태에 접어들면서 양측은 전선을 따라 깊은 참호를 파고 대치했는데, 성탄절이 다가오자 무인지대에서 만나 대화하고 음식, 담배, 신문 등을 교환하기 시작했다. 캐럴을 함께 불렀고 축구까지 했다.성탄절 자정까지는 서로 총을 쏘지 않기로 한 양측 군인들은 거짓말처럼 친구가 됐다. 크리스마스가 지나고 어떻게 다시 서로 싸울지 걱정할 정도였다. 교황 베네딕토 15세는 “최소한 천사들이 노래하는 동안만이라도 총성이 들리지 않게 하자”며 교전 당사국에 공식 정전을 요청했다. 하지만 양측 지휘부는 정전을 강력히 금지했고, 이듬해 대폭 줄어들었던 크리스마스 정전은 1916년 완전히 사라졌다. 참혹한 전쟁 중에도 인간애를 보여준 ‘크리스마스 정전’이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지면서 소설, 영화, 책으로도 만들어졌다. 2005년 개봉한 ‘메리 크리스마스’도 이를 소재로 한 영화다.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크리스마스 휴전’ 가능성이 사라지는 모양새다. 주요
영국 정부는 2018년 1월 ‘고독부 장관(Minister for Loneliness)’을 세계 최초로 임명했다. 일본도 지난해 초 ‘고독·고립 담당장관’을 임명하고 내각관방에 고독고립 대책 담당실을 설치했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고독과 고독사는 이제 세계 공통의 이슈다. 국내에서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고독사 예방법)이 제정돼 지난해 4월부터 시행 중이다.정부가 이 법에 따라 처음 실시한 고독사 실태조사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해 고독사가 3378명으로 최근 5년 사이에 40%나 증가했다. 주목되는 것은 남성이 압도적으로 많다는 점이다. 남성이 여성의 5.3배였다. 특히 50~60대 중장년 남성이 52%로 전체의 절반을 넘어 고독사 고위험군임이 입증됐다. 정년 등으로 인한 실직과 인간관계 단절, 가사노동 미숙, 건강 악화 등이 겹친 결과다.‘5060 남성 고독사’는 우리만의 현상은 아니다. 일찌감치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노인대국’ 일본에선 연간 3만 명 넘게 홀로 생을 마감한다. 고독사의 일본어 발음 ‘고도쿠시(Kodokushi)’는 국제적 용어가 됐다. 세입자의 고독사로 인한 주택 임대업자의 손실을 보상하는 보험상품도 나와 있다. <고독사 대국> <부러운 고독사> <고독사 서바이벌> <남자의 고독사> 등 관련 서적도 쏟아진다.일본에서도 남성 고독사가 70~80%를 차지한다. 50대부터 고독사 위험이 시작되고, 혼자 살면서 가사에 익숙하지 않은 60대 남성이 고독사 고위험군이라고 한다. 2019년 국내에 번역, 소개된 <남자의 고독사> 저자인 나가오 가즈히로 의학박사에 따르면 남자는 나이가 들면 여자와 달리 생각의 유연성이 줄어들고, 사회 적응
양극화(polarization)는 원래 물리학에서 유래한 용어다. 전자기파가 진행할 때 전기장이나 자기장이 특정 방향으로 진동하는 현상을 편광이라고 하는데 19세기 중반 두 당파가 지배하는 국가에서 의견이 모이지 않고 벌어지는 현상을 정치학자들이 편광으로 설명하면서 양극화란 용어가 생겼다고 한다. 양극화가 극심한 사회의 특징은 갈수록 양측이 멀어진다는 것.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 증거만 찾고 관심을 기울이는 확증편향, 자신이 신뢰하는 사람들의 판단을 쫓아가는 동조편향이 이를 부추긴다.여기에 편승한 것이 ‘탈(脫)진실’ 시대의 가짜뉴스다.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극우 언론의 가짜뉴스에 대응한다며 유튜브 채널 ‘유시민의 알릴레오’를 2019년 초 시작했다. 하지만 그는 여기서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가 본인과 노무현재단 계좌를 불법 추적했다”고 허위 발언해 1심에서 유죄를 선고받았다. 김의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친야 성향의 극좌 유튜브 채널 ‘더탐사’와 손잡고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이른바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했으나 가짜뉴스임이 밝혀졌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은 지난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 유튜브 방송을 통해 대통령 관저를 한남동 외교부 장관 공관으로 정하는 과정에서 역술인 ‘천공’이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으나 대통령실은 “가짜뉴스” “청담동 술자리 시즌2”라며 김 전 의원을 경찰에 고발했다.야당은 이런 의혹들을 엄호하고 부화뇌동했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 의장은 당 공식회의에서 “의혹이 사실이라면 제2의 국정농단”이라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가인 김병로(1887~1964)는 일제강점기에 ‘유조리(有條理) 최열렬(最熱烈)’로 불렸다. 독립운동가들의 무료 변론을 맡아 조리가 있으면서도 열렬하게 변호해서였다. 그 덕분에 ‘조선 제일의 좌경 변호사’로 낙인이 찍혔지만 해방 후 민족의 분열보다는 통합을 위해 노력했다. 청렴강직한 법관상도 세웠다. 10년 가까이 대법원장으로 일하며 손잡이가 부러진 도장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한다. 지극히 공평하고 사사로움이 없는 지공무사(至公無私), 늘 경계하고 두려워하며 홀로 있을 때도 사리에 어긋나지 않도록 언동을 삼가는 계구신독(戒懼愼獨)이 그의 좌우명이었다.사법부 수장인 대법원장은 국민적 존경과 신뢰의 대상이어야 마땅하다. 따라서 막강한 권한과 위상만큼 법률 지식 외에도 정의감과 용기, 공평무사한 태도 등 여러 덕목을 갖춰야 한다. 김명수 대법원장은 그런 점에서 참 예외적인 경우다. 문재인 정부 때 대법관 경력도 없이 춘천지방법원장에서 대법원장으로 바로 임명된 것은 진보성향 판사들의 연구 모임인 우리법연구회와 국제인권법연구회 초대 회장을 맡았던 전력 때문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했다. 실제로도 그랬다. 진보성향 판사를 주요 보직에 앉히는 ‘코드 인사’를 반복한다는 비판이 잇달았다.대법원장 공관 리모델링을 위한 예산 무단 전용, 아들 부부의 공관 무상 거주 등 잡음도 끊이지 않았다. 임성근 부장판사의 사직서 수리와 관련한 거짓말은 기소 내지 탄핵감이다. 임 판사의 사직서 수리를 거부하고도 이를 부인했다가 대화 녹취록이 공개되면서 거짓말이 만천하에 드러났다.이번에는 ‘인사 포퓰리즘’ 논란을
‘그림자’가 들어가는 말은 대체로 어둡고 부정적이다. ‘그림자 정부’는 국가나 조직을 대표하는 공식적인 기관이나 인물 대신 막후에서 이들을 지배하며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는 인물 또는 기관을 말한다. ‘호황의 그림자’ ‘죽음의 그림자’ 등에선 부작용이나 비극의 냄새가 난다.경제 분야에선 특히 그림자가 많이 사용된다. 법과 규정의 통제 범위 밖에서 이뤄지는 경제활동을 주로 지칭한다. ‘그림자 금융’은 투자은행이나 헤지펀드, 사모펀드 등 은행과 비슷한 역할을 하면서도 중앙은행 등 감독당국의 건전성 규제를 받지 않는 금융회사들을 말한다. 미국의 서브프라임모기지 부실 사태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초래했다. 국내에서도 잇단 금리 인상으로 프로젝트파이낸싱(PF)과 부동산 펀드·신탁 등 부동산 관련 그림자 금융이 지난 9월 말 842조원(한국금융연구원 추산)을 넘어서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떠올랐다.‘그림자 규제’는 법규 위반이 없는데도 공무원의 재량권으로 인허가를 내주지 않거나 행정지도와 구두 지시 등으로 간섭하는 것이다. 세무당국과 규제 기관의 레이더에 포착되지 않아서 통계에 잡히지 않는 ‘그림자 경제’(지하경제), 그런 활동이 이뤄지는 ‘그림자 시장’도 있다. 미국과 유엔의 강력한 경제 제재를 받는 북한의 ‘그림자 무역결제’도 주목할 만하다. 북한 업체가 직접 개입하지 않고 대북 수입업체와 수출업체 간 상호 결제를 통해 제재를 회피하고 있다는 것이다.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액을 배럴당 60달러로 설정하기로 한 가운데 러시아가 제재를 회피하기 위해
미국 하버드대 의대의 허버트 벤슨 박사가 심장수술 환자 1802명을 세 그룹으로 나눠 기도의 효과를 실험했다. 그 결과 교회 신자의 기도를 받은 환자들과 그렇지 않은 환자들 사이에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오히려 자신이 기도를 받았음을 안 환자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심한 합병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2006년 4월 미국 심장학회지에 실린 연구 결과다. 영국의 진화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는 <만들어진 신>에서 이를 인용하며 “신은 없다”고 단언했다.도킨스의 주장에 완전히 동의할 수는 없지만 과학과 지성, 현대 문명의 발달이 종교의 절대적 위상을 위협하는 것은 사실이다. 서구는 물론 국내에서도 종교 인구가 줄어들고, 신부 목사 스님 등 성직 희망자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이 이를 방증한다. 지난달 29일 발표된 ‘잉글랜드·웨일스 2021 인구 센서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의 기독교 신자 비율이 사상 처음으로 절반 아래로 떨어졌다. 기독교 신자는 2750만 명으로 전체의 46%, 10년 전에 비해 13%포인트 줄었다. 반면 ‘무종교’는 37%(2220만 명)로, 12%포인트 증가했다. 이 때문에 성공회의 국교 폐지론까지 확산하고 있다.국내 사정은 더하다. 한국갤럽이 지난해 3~4월 전국의 만 19세 이상 1500명을 조사한 결과 믿는 종교가 있다는 사람(종교 인구)이 40%, 무종교가 60%였다. 2004년 54%였던 종교 인구 비율은 줄곧 하향 추세다. 20~30대의 탈(脫)종교 현상이 두드러진다. 20대 종교 인구는 2004년 45%에서 22%로, 30대는 49%에서 30%로 급감했다. 젊은이의 70~80%가 무종교인이니 종교의 미래가 걱정될 수밖에 없다. 2015년 인구주택 총조사 결과도 마찬가지다. 종교 인구는 43.9%, 무종교는 56.1%였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5월 “역동적 제로 코로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하라”며 “중국 공산당의 방역정책을 왜곡하거나 의심, 부정하는 모든 언행에 단호하게 투쟁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중국 방역정책의 가장 중요한 기조인 제로 코로나는 중국어로는 ‘칭링(淸零)’이라고 한다. ‘바이러스가 일절 없는 청정 상태로 확진자 수를 0으로 떨어뜨린다’는 뜻. 적은 수의 확진자만 나와도 그 지역을 봉쇄하고 주민 전원을 대상으로 유전자증폭(PCR) 검사를 해 감염자를 찾아낸다. 주민들은 완전 격리, 외출 불가, 집합 금지 등으로 엄격히 통제한다.극단적인 차단 조치는 2020년 우한 발병 이후 2년가량 꽤 효과를 봤다. 중국은 자체 개발한 백신(시노백)과 방역정책으로 미국 등 자유 진영에 비해 확진자 및 사망자 수가 훨씬 적다는 점을 체제 우월성의 홍보 수단으로 삼았다. 하지만 지난 3월 말 중국 내 하루 확진자 수가 수천 명대로 폭증하고 그중 절반이 상하이에서 나오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인구 2600만 명인 경제 수도에 대한 전면 봉쇄는 엄청난 사회경제적 피해를 낳았다. 지난달 말 베이징·상하이·신장 등 중국 전역에서 다시 확진자가 늘고 봉쇄지역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생활 불편, 경제 침체에 따른 중국인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상하이, 광저우, 베이징 등 중국 도처에서 성난 주민들이 거리로 몰려나와 칭링 반대 시위를 벌이고 있다. 손에는 아무런 구호도 적지 않은 백지(A4 용지)를 들었다. 검열에 저항한다는 의미다. 이들은 “봉쇄 대신 자유를 원한다” “문화혁명 2.0을 끝내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시진핑 퇴진, 구금자 석방도 요구
윤석열 정부는 처음부터 기울어진 운동장에 서 있다. 역대 대선 중 가장 적은 0.7%포인트 차이로 당선된 윤 대통령은 정치 신인이다. 경쟁자였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초선 의원이지만 성남시장, 경기지사를 거친 베테랑이다. 국회의 압도적 다수를 점한 제1야당은 무소불위(無所不爲)다. 정부가 뭘 좀 해보려고 해도 번번이 국회에서 야당의 벽에 막혀버린다. 무엇보다 경제가 안 좋다. 코로나19가 끝나지도 않은 상태에서 덮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복합위기는 국민의 삶과 경제를 옥죄고 있다. 일제히 동투(冬鬪)에 나선 노동계도 우군이 아니다.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국정의 추진 동력을 얻을 수 있는 게 지지율인데 현실은 정반대다. 지난 22~24일 갤럽 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30%에 그쳤다. 취임 두 달 만에 30%대로 떨어진 지지율은 석 달도 안 돼 20%대로 추락하기도 했다. 이후 내내 콘크리트 지지층이 떠받치는 20%대 후반~30%대 초반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더 심각한 건 윤 대통령과 참모진의 대응이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국민만 바라보고 일하겠다”거나 “열심히 하다 보면 국민들이 진정성을 알아줄 때가 올 것”이라는 말을 듣고 있노라면 삶은 고구마를 통째로 삼킨 듯 답답하다. 국민 10명 중 6명이 국정 수행에 대해 부정적인데 도대체 어떤 국민을 바라본다는 것인가. 정권 출범 초 16%였던 무당층이 29%로 늘었다는 건 여권 지지층이 이탈했다는 증거다. 중도층은 물론 보수층에서도 이탈자가 생기기 시작한 지 오래다.그런데도 걸핏하면 점수를 깎아 먹고 있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다. 취임 초 내각 구성 과정에서의 혼선은 오래된 일이라 치자. ‘사
임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10명은 지난 1일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대규모 인원 밀집이 예상될 때는 지방자치단체장이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조치를 취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이 그 이행 실태를 지도·점검하도록 하는 게 골자다. 핼러윈 축제의 주최자가 명확하지 않고 법적인 지역축제에도 해당하지 않아 관할 지방자치단체가 별도의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하지 않은 것이 ‘10·29 참사’의 주원인으로 지적되자 개정안을 내놓은 것이다.놀라운 것은 입법 속도다. 사고가 주말에 일어났음을 감안하면 거의 하루이틀 만에 법안을 낸 셈이다. 참사 이후 23일까지 여야 의원들이 대동소이한 내용으로 발의한 법안이 15개나 된다. 다른 법안들도 마찬가지다. 노조의 불법 파업으로 인한 손실에 대한 사측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는 노조법 개정안도 대여섯 개가 발의돼 있다. 법안 하나에 대개 10여 명씩, 많게는 수십 명이 공동 발의하므로 법안을 내고도 내용을 잘 모르는 경우가 허다하다.국회의원들의 ‘입법 인플레’가 심각하다. 우리나라 의원들의 입법 발의 건수는 세계 최고다. 14대 국회(1992~1996) 때 321건이던 것이 15대 1144건, 20대 2만3047건으로 늘었다. 21대 국회 들어서는 지금까지 1만6556건이 발의돼 임기 말엔 3만 건을 넘을 가능성이 크다. 한국산업연합포럼은 23일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한 입법제도 개선 방안’을 주제로 연 포럼에서 최근 4년간 우리 국회의 의원 발의 건수는 영국의 35.7배, 일본의 53.5배이며 의원 입법 건수는 연평균 2200건으로 영국의 79배, 일본의 20배, 미국의 11배라고 밝혔다.시민단체 등
삼성 창업회장인 호암 이병철(1910~1987)이 대구 서문시장 근처 인교동에 삼성상회를 설립한 것은 1938년 3월. 그는 일본 와세다대 친구인 이순근을 지배인으로 앉히고 경영 일체를 맡겼다. 주변의 걱정에도 그는 흔들리지 않았다. ‘의인물용 용인물의(疑人勿用 用人勿疑: 의심이 가거든 사람을 쓰지 말라. 일단 채용했으면 의심하지 말고 대담하게 일을 맡겨라)’.호암은 세상을 뜨기 1년 전에 출간한 <호암자전(湖巖自傳)>에서 “삼성상회가 단기간에 급성장한 이면에는 두터운 우정으로 보답해준 이순근 씨의 힘이 컸다”고 회고했다. 사람을 무엇보다 소중히 여기는 그의 경영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호암은 일찍부터 “기업은 사람이다”라고 강조했다. 인간을 존중하고 개인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줘야 기업도 국가도 발전한다는 뜻에서였다. 호암은 1976년 11월 전국경제인연합회 회보의 글에서 “기업이 훌륭한 인재를 키워내지 못한다면 부실 경영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인재야말로 기업과 국가의 현재와 미래를 이끄는 핵심 동력이라는 얘기다.광복 후 호암은 사회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사업보국(報國)의 결의를 다졌다. 일제의 강압 아래 변변한 기업 하나 없음을 통탄했던 그는 기업이 부강한 나라의 기초라고 여겼다. 기업을 통해 국가와 사회, 더 나아가 인류에게 공헌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제조업부터 금융업까지, 경공업부터 중화학공업까지 사업을 확대한 호암이 반도체 개발을 필생의 과제로 결심한 건 인생의 만년인 일흔세 살 때였다. 삼성반도체의 성공 여부에 삼성은 물론 국가의 운명이 달려 있다고 본 그의 생각은 그대로
2011년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서울 내곡동 사저 매입과 관련한 의혹이 제기됐을 때 ‘벽장 속 6억원’이 화제였다. 땅을 산 이 전 대통령 아들 시형씨가 이듬해 특검 조사에서 땅값 중 6억원을 큰아버지인 이상은 다스 회장에게 현금으로 빌렸다고 한 것. 이 회장 측은 2005년 무렵부터 개인 계좌에서 1000만~2000만원의 현금을 찾아 자택 붙박이장에 쌓아뒀으며, 이 중 1만원권으로 5억원, 5만원권으로 1억원을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검찰은 2018년 재수사에서 이 돈의 출처가 김윤옥 여사인 것으로 확인했지만 이 회장이 벽장에 현금을 쌓아둔 것은 사실이었던 모양이다. 붙박이장은 잠금장치도 없이 그 앞에 자전거를 세워둬 평범한 벽장처럼 위장했다고 한다.은행 거래가 보편화하지 않았던 옛날에는 장롱이 금고 역할을 했다. 하지만 요즘 세상에 거액의 현금을 집안에 보관하고 있다면 뭔가 구리다는 의심을 사기 십상이다. 도난, 화재 등의 위험을 무릅쓰고 굳이 현금을 보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장롱 속 현금은 뇌물이나 탈세 자금, 비자금 등 검은돈일 가능성이 크다. 국세청의 고액 세금 상습 체납자들을 조사해 보면 대여금고, 옷장, 비밀수납장 등에 현금이나 귀금속, 달러, 골드바, 명품 시계 등을 숨겨놓는 경우가 많다.2009년부터 발행된 5만원권 환수율이 극도로 낮은 점도 ‘장롱 속 돈다발’을 의심케 한다. 지난달 한국은행 발표에 따르면 올해 1~8월 5만원권 환수율은 26.8%에 그쳤다. 2019년(60.1%)에 비해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 코로나19 확산 이후 경제적 불확실성 증대로 국민의 현금 보유 성향이 높아진 점, 불황으로 자영업자 등을 통한 화폐 환수가 원활하지 않은 점 등이 원인으로 꼽히지
김수환 추기경(1922~2009)에게 사람들이 물었다. “추기경님은 여러 나라 말을 잘하신다고 들었는데 어떤 말을 가장 잘하십니까?” 대답이 뜻밖이었다. “내가 가장 잘하는 말? 그건 거짓말이지.” 온 국민의 존경을 받은 김 추기경이 거짓말을 잘했을 리 없다. 다만 자신도 모르게 했을지도 모르는 거짓말에 대해 겸손하게 고백했을 뿐…. ‘가야산 호랑이’ 성철 스님(조계종 전 종정)은 1993년 열반에 들면서 ‘한평생 남녀의 무리를 속여서/하늘에 가득한 죄업이 수미산을 지나간다’는 게송을 남겼다. 성철 스님은 일찍이 깨달음을 얻고 후학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남겼다. 하지만 그 모든 말을 후학이 잘못 받아들였다면, 결과적으로 속인 것이 된다는 뜻일 게다.성직자가 존경받는 것은 언행이 언제나 타의 모범이 되기 때문이다. 법정 스님의 말과 글은 그래서 맑고 향기로웠고, 여수 애양원에서 나병환자를 돌봤던 손양원 목사(1902~1950)는 여순사건 때 두 아들을 총살한 좌익학생을 용서하고 양아들로 삼았다. 원수를 용서만 해선 안 되고 사랑해야 한다면서….정치적 발언을 삼가야 할 종교인들이 쏟아낸 증오의 말들이 물의를 빚고 있다. 대한성공회 원주 나눔의집 대표인 김규돈 신부는 14일 자신의 SNS에 “(대통령) 전용기가 추락하길 바라마지 않는다. 온 국민이 ‘추락을 위한 염원’을 모았으면 좋겠다”는 글을 올렸다. 파장이 커지자 성공회는 이날 김 신부의 사제직을 박탈하고 대전교구장이 사과의 뜻을 담은 사목교서를 발표했다. 이에 앞서 천주교 대전교구 박주환 신부도 지난 12일 “비나이다~”라는 글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전용기에서
20세기 한국 대표화가 김환기(1913~1974)는 달항아리 마니아였다. 1950년대 그의 서정적 추상 작품에서 달과 구름, 새, 매화 등과 함께 빠지지 않은 것이 백자 항아리였다. 달항아리 수집도 했던 그는 달항아리에서 사람의 체온을 느낀다고 했다. “단순한 원형이, 단순한 순백이 그렇게 복잡하고, 그렇게 미묘하고 불가사의한 미를 발산할 수가 없다. 싸늘한 사기지만 살결에는 따사로운 온도가 있다.”17세기 후기~18세기 전기의 약 100년 동안 경기도 광주의 관요에서 만든 달항아리의 원래 이름은 백자대호(大壺)였다. 다른 도자기와 달리 높이가 40㎝를 넘을 정도로 컸기 때문이다. 여기에 ‘달항아리’라는 이름을 붙인 이도 김환기라고 한다. 순백의 바탕색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는 것이다. 미술사학자 고유섭,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 등도 달항아리의 아름다움을 일찌감치 알아봤다.달항아리가 많은 이의 주목을 받은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다. 2005년 국립고궁박물관이 ‘백자 달항아리’라는 개관 특별전에 달항아리 9점을 선보였다. 2011년 문화재청은 국보·보물로 지정된 백자대호 7점의 명칭을 ‘백자 달항아리’로 바꿨다. 2000년 런던의 영국박물관은 한국실을 열면서 18세기 달항아리를 ‘Moon Jar’라는 이름으로 선보였다. 이제 달항아리는 한국미술의 가장 핫한 아이템 중 하나다. 강익중 최영욱 강민수 권대섭 등 수많은 작가가 지금도 달항아리를 만들고 그린다. 그룹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권대섭의 달항아리를,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가 최영욱의 달항아리 그림을 소장하는 등 국내외에서 관심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내년 3월 미국 뉴욕에
미국 프로복서 조지 포먼(73)은 1977년 신예 선수와 12라운드 경기에서 판정패하고 심장마비까지 겪었다. 이후 링을 떠나 개신교 목사가 된 그는 자선활동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전성기가 한참 지난 38세에 현역으로 복귀했다. 무려 10년 만에 돌아온 포먼은 불혹을 넘기고도 KO 행진을 이어갔다. 마침내 1994년 26살의 마이클 무어러를 10회 KO로 꺾고 IBF·WBA헤비급 챔피언 벨트를 다시 맸다. 그의 나이 45세. 무함마드 알리와의 ‘세기의 대결’에서 타이틀을 빼앗긴 지 20년 만이었다. 포먼은 그뒤로도 3년을 더 링에서 싸우다 은퇴했다.스포츠 선수에겐 기량과 경험 못지않게 체력이 중요하다. 종목별 차이는 있지만 전성기가 뚜렷이 존재하는 이유다. 대개 10대에 운동을 시작해 20대에 전성기를 누리고 30대에 접어들면 하향세를 보이기 마련이다. 하지만 포먼이 보여주듯 선수에겐 정해진 은퇴 나이란 없다. 극한의 체력을 요하는 종목에서도 불혹을 넘긴 ‘노익장 선수’가 적지 않다.지난 2월 열린 베이징 동계올림픽의 최고령 선수는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에 출전한 독일의 클라우디아 페히슈타인(50). 1992년 알베르빌 대회부터 여덟 번째 올림픽에 참가한 그는 올림픽 메달만 9개(금 5, 은 2, 동 2)를 목에 걸었다. 지난해 도쿄올림픽에 출전한 ‘탁구 신동’ 신유빈(18)은 무려 41살 위의 니시아렌(59·룩셈부르크)을 접전 끝에 겨우 이겼다.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베른하르트 랑거(65·독일)는 지난 7일 미국프로골프(PGA) 챔피언스투어 팀버테크 챔피언십을 제패해 지난 2월 자신이 세운 최고령 우승 기록을 경신했다. 랑거는 18살 때부터 스윙 코치의 가르침을 직접 적은 노트를 지금도 골
영토와 종교, 민족은 국가 간 분쟁의 단골 소재다. 페르시아만을 둘러싸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이라크가 대표적이다. 같은 이슬람 국가지만 서로 전쟁까지 벌일 정도로 무슬림 연대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사우디는 아랍어를 사용하고 수니파가 90%, 시아파는 10%에 불과하다. 이라크 역시 아랍어를 사용하지만 수니파는 35%, 시아파는 65%쯤 된다. 이에 비해 이란은 페르시아어를 사용하고 인구의 99% 이상이 무슬림이며, 그중 90% 이상이 시아파다.그런 까닭에 이들의 관계는 복잡하다. 석유를 둘러싼 강대국들과의 이해관계와 지정학적 요인까지 얽혀 있어 중동의 평화 회복은 난제 중의 난제다. 1980년부터 8년간 이어진 이란·이라크 전쟁은 이슬람 원리주의에 입각한 이란 혁명으로 왕정을 무너뜨리고 시아파 신정체제를 수립한 호메이니가 아랍 전역의 시아파에게 봉기를 촉구하면서 촉발됐다. 사우디, 요르단 등 수니파 왕정국가들이 이라크를 지원했음은 물론이다. 2019년 사우디 동부 의 유전이 드론 공격을 받아 원유생산량이 절반으로 줄어들었을 때 사우디는 이를 이란의 소행이라고 주장했다.이란이 사우디와 미군이 주둔 중인 이라크 북부 쿠르디스탄 지역의 에르빌을 공격할 것이라는 첩보를 미국과 사우디가 공유하고 관련 국가들이 군의 위기대응 태세를 격상했다는 외신 보도에 국제석유시장이 출렁거렸다. 이란은 지난 9월 하순부터 이라크 북부를 수십 발의 탄도미사일과 무장 드론으로 공격해왔다. 에르빌을 겨냥한 미사일을 미군이 격추하기도 했다.이란은 사우디 공격 임박설을 즉각 부인했지만 중동의 정세 불안은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다. 당장 지난 1일 뉴욕상업거래소에서
30여 년 전에는 정년퇴직하는 선배들이 노인 같았다. 신문사 부장급만 해도 백발이 성성한 분이 많았다. 갓 대학을 졸업한 젊은이의 눈으로 봐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국장급은 영감님 같기도 했다. 당시 정년이 55세였는데도 그랬다. 그사이 평균수명(기대여명)이 늘어난 걸 보면 이런 차이를 숫자로 실감할 수 있다. 통계청의 생명표에 따르면 1970년 62.3세에 불과했던 한국인의 기대여명은 1990년 71.7세, 2020년 83.5세로 늘어났다. 노화의 격세지감이 클 수밖에 없다. 한국은 일본 스위스 등을 잇는 장수국가로, 기대여명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보다 3년 길다.지금은 60세에 정년퇴직하는 이들도 대부분 아저씨 느낌 그대로다. 각종 운동과 취미활동으로 젊은이 못잖은 체력을 자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2020년의 건강수명(유병기간을 제외한 기대수명)은 66.3세, 주관적으로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기대수명은 71.0세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건 좋은데 제도가 현실을 반영하지 않아서 문제다. 달라진 인구 현실에 맞게 신속하게 법을 바꾸고 제도를 손질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다는 얘기다. 시급한 개혁과제로 대두된 국민연금도, 고령자 건강보험 진료비 급증도, 노인 기준 연령 문제도 달라진 인구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탓이 크다.국민연금만 해도 그렇다. 2018년 연금재정 계산 때는 2057년에 기금이 고갈될 것으로 추산했지만 고령화가 빨라지면서 2~3년 앞당겨질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평균수명이 늘고 노인 인구가 급증해서다. 한국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를 지나 2025년이면 이 비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전망이다. 이태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인구구조대응연구팀
1914년 6월 28일 보스니아 수도 사라예보에서 두 발의 총성이 울렸다. 오스트리아-헝가리제국의 프란츠 페르디난트 황태자 부부가 세르비아 민족주의자들의 테러에 희생됐다. 이를 계기로 시작된 제1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탓에 제국은 해체됐고, 중부 유럽의 작은 내륙국가 오스트리아만 남았다.하지만 1500년대 초부터 1차대전 직전까지 제국이 떨친 위세는 대단했다. 현재의 오스트리아를 비롯해 독일, 체코, 헝가리, 스페인, 이탈리아, 폴란드, 베네룩스 3국 등에 이르기까지 유럽의 절반을 지배했다. 그런 제국을 600년 가까이 이끈 것이 바로 10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합스부르크 가문이다. 알프스 시골 귀족이던 합스부르크가(家)가 역사의 전면에 나선 것은 1273년 루돌프 백작이 독일 왕(루돌프 1세)으로 즉위하면서다. 이후 신성로마제국 황제를 세습했고 합스부르크 제국을 출범시킨 페르디난트 1세, 여성 황제 마리아 테레지아, 프랑스 루이 16세의 왕비로 단두대에서 목숨을 잃은 마리 앙투아네트 등 수많은 인물을 낳았다.합스부르크 왕가가 대단한 이유는 또 있다. 문화예술에 대한 지속적 후원과 수집이다. 제국의 힘이 유럽 전역에 미친 1500년대부터 수집을 시작해 미술품은 물론 주화와 훈장, 광물 표본, 해양생물, 시계, 악기, 전투장비 등에 이르기까지 엄청난 목록을 자랑한다. 16세기의 루돌프 2세는 궁정화가를 기용하는 한편 유명한 장인들에게 공방을 지어주고 후원했다. 페르디난트 2세 대공은 엄청난 양의 갑옷을 모았고, 필리페 4세는 궁정화가 벨라스케스를 적극 후원했다. 페르디난트 2세는 네덜란드 지역에서만 1400여 점의 회화를 수집했다.수집품들을 황실에 가둬놓지 않고 일반에 공개
경남 진주의 빈농 출신 사업가 정태수(1923~2018)가 20년 넘게 다니던 세무서를 그만두고 한보상사를 차린 것은 한국 나이로 쉰이던 1974년이었다. 처음엔 몰리브덴 광산을 인수해 운영하다 이듬해 주택건설업에 손을 댔다. 1976년 서울 강남 개발에 뛰어든 그는 양재천과 탄천의 유수지여서 비만 오면 물이 고이는 저습지 23만7900㎡를 헐값에 사들여 주거용지로 용도를 변경했다. 여기에 14층짜리 28개 동, 4424가구의 대단위 아파트를 지었다. 1979년 완공된 대치동 은마아파트다.1970년대만 해도 강남은 인기 없는 땅이었다. 오죽하면 박정희 정부가 인구 분산을 위해 강북 명문고들을 강남으로 강제이주시켰을까. 1976년 경기고를 시작으로 도심에서 이전한 20여 개 학교 가운데 15개가 강남·서초·송파 등 강남권으로 옮겼다. 결과는 놀라웠다. 자녀를 좋은 학교에 보내려는 부모들로 인해 이 지역 고교생은 물론 초·중학생과 전입 인구가 급증했다. 강남 8학군이 형성된 배경이다.특히 단대부속고, 중대부속고, 숙명여고, 진선여고 등이 있고, 멀지 않은 곳에 휘문·중동고와 경기여고 등이 있는 대치동은 ‘사교육 1번지’로 자리 잡았다. 그 중심이 은마아파트다. 1980년대 후반~1990년대 초 취업이 힘들었던 명문대 운동권 출신들이 임대료가 가장 쌌던 은마아파트 종합상가 학원에서 ‘1타강사’로 명성을 떨쳤다. 대치동 학원가에서는 주민들을 자가에 거주하는 대원족(대치동 원주민), 연어족(대원족의 자녀 세대로, 결혼 후 대치동으로 재입성한 사람), 대전족(대치동 전세족) 등으로 나눈다. 가구 수가 많고 전셋값이 상대적으로 낮은 은마아파트에 ‘대전족’이 많다고 한다.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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