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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오쩌둥은 중국공산당 입장에서 공과가 뚜렷한 인물이다. 중국의 공산혁명을 이끌고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을 세웠지만 그의 집권기에 중국민들이 겪은 고통은 막심했다. 1958년 급격한 공업화를 추진한 대약진운동은 농촌경제를 파탄시켜 수천만 명을 굶어 죽게 했다. 이 때문에 정치적 위기에 몰리자 1966년부터 10년 넘게 벌인 문화대혁명은 반대파를 제거하기 위한 방편으로 악용돼 수많은 사람이 잔혹하게 희생됐다. 1949년부터 1976년까지 그의 철권통치 아래 7000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마오의 뒤를 이어 실권을 장악한 덩샤오핑은 “검은 고양이든 흰 고양이든 쥐를 잘 잡는 것이 좋은 고양이”라고 강조했다. 국민의 생활 수준 회복이 급선무였기에 이념의 굴레에서 벗어나야 했다. 개혁·개방으로 사회주의에 시장경제를 접목한 결과 중국 경제는 급성장했다. 하지만 빈부격차가 극심해졌고, 부정부패와 사회 부조리도 만연했다.2013년 국가주석이 된 시진핑은 “폐쇄되고 경직된 과거의 길도, 기치를 바꾸는 나쁜 길도 가지 않는다”고 천명했다. 혁명만 추구하다 국민의 삶을 도탄에 빠뜨린 마오의 길도, 시장경제에 치중해 부작용을 낳은 덩의 길도 옳지 않다는 것. 시 주석은 실용적인 경제발전을 추구하면서도 마오식 대중주의와 사회주의 체제의 본질을 강화하려고 했다. 청나라 말기 유교문화를 바탕으로 하되 서양의 과학·기술을 도입해 부국강병을 꾀했던 중체서용(中體西用)에 빗대 ‘등체모용(鄧體毛用)’이라는 말이 나온 배경이다.지난 16일 개막한 제20차 중국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대회)와 함께 장기집권의 서막을 연 시 주석이 ‘중국특색 사회
2007년 4월 일본 동쪽 태평양 연안에서 미국·일본 함대가 인도 함대와 함께 합동해상훈련을 벌였다. 군비를 급속히 늘리면서 현대화하고 있는 중국군을 견제하기 위한 훈련이었다. 같은 날 인도는 중국 칭다오(靑島) 인근 해상에서 중국과도 합동군사훈련을 했고, 곧이어 러시아 해군과도 블라디보스토크 해상에서 합동훈련을 펼쳤다. 누구 편인지 정말 종잡기 힘든 인도다.지금도 마찬가지다. 과거 냉전 시대에 어느 쪽에도 속하기를 거부하며 ‘비동맹 외교’ 노선을 견지했던 인도는 2014년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집권한 이후 미·일 등 서방 국가와 전략적 협력을 확대해왔다. 인도 해군이 1992년부터 매년 실시하는 ‘말라바르 해상훈련’에는 미국 일본 호주 등 반중(反中)연합 협력체 쿼드(Quad) 4개국이 모두 참가하고 있다. 인도는 지난 5월 미국이 주도한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에도 참여했다. 이달 중순에는 인도-중국의 국경 분쟁 지역에서 가까운 우타라칸드주에서 미군과 연례 합동훈련도 예정돼 있다.러시아, 중국과 협력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미국의 제재 위협에도 러시아제 첨단 방공미사일을 도입해 배치했다. 지난달 초에는 러시아가 주도한 다국적 군사훈련에 병력을 보냈는데, 여기엔 국경 분쟁 등으로 관계가 극도로 나쁜 중국도 함께했다. 인도는 중국, 러시아와 함께 브릭스(BRICS), 상하이협력기구(SCO) 회원국이기도 하다.파키스탄 주재 미국 대사의 최근 카슈미르 방문에 인도 정부가 반발하고 있다. 카슈미르는 파키스탄이 실효적 지배를 하고 있지만 인도가 자국 영토라고 주장하는 곳이다. 미국의 거듭된 요청에도 러시아산 원
달빛 어스름한 시골길을 걷다가 길바닥에 기다란 무언가가 있어서 화들짝 놀란 경험이 있다. 뱀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누군가 버린 새끼줄이었다. ‘자라 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는 속담 그대로였다. 이를 불교의 유식학에서는 변계소집성(遍計所執性)이라고 한다. 변계란 감정이나 욕망, 주관에 이끌려 잘못 헤아리고 억측하는 것이다. 소집은 잘못 판단한 대상이나 사실에 대한 집착이다. 이런 착각과 집착에서 벗어나 새끼줄을 새끼줄로 보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옛 선사들은 설파했다.윤석열 대통령의 이른바 ‘비속어 논란’을 보면서 퍼뜩 든 생각이 새끼줄과 뱀의 비유였다. 사태의 시작은 단순했다.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OOOO 쪽팔려서 어떡하나….” 미국 뉴욕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짧은 환담을 마치고 나오던 윤 대통령이 이동 중 혼잣말처럼 내뱉은 한마디였다. 공식 연설도, 대담도, 대화도 아닌데 공동 취재 중이던 방송사 카메라에 잡혔다. 대통령 본인은 기억에 없다고 한다지만 여기서 ××는 비속어임이 확실해 보인다. 하지만 OOOO은 행사장의 소음 때문에 무슨 말인지 뚜렷하지 않다.그런데 MBC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이를 가장 먼저 보도하면서 불확실한 OOOO을 ‘바이든은’으로 해석한 게 문제였다. 현장 기자들 사이에선 바이든으로 들린다는 의견이 많았다지만, 그런 판단만으로 영상에 자막을 달고 내보낸 건 경솔했고 성급했다. 윤 대통령은 ‘1억달러를 글로벌 펀드에 공여하기로 방금 약속했는데 국회에서 거대 야당이 승인해주지 않으면 창피해서 어쩌나’라는 취지로 말했을 가능성이 높다. 맥
레트리버(retriever)는 지구상에 있는 400여 종 개들 가운데 가장 인기 있고 유용한 견종이다. 60㎝ 가까운 키와 30㎏ 안팎의 큰 덩치에 비해 성격이 온순하고 활발한 데다 영리하고 민첩해서 수색, 구조, 마약탐지, 시각장애인 안내, 사냥 등 다양한 분야에서 맹활약 중이다. 최초의 시각장애인 안내견은 독일산 셰퍼드였으나 지금은 전 세계에서 활동 중인 안내견의 90% 이상이 레트리버종이라고 한다. 많은 연구를 통해 기질, 품성, 사람과의 친화력, 건강과 체력 등이 검증돼서다.레트리버는 크게 래브라도 레트리버, 골든 레트리버로 나뉘는데 둘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되찾아오다, 회수하다’는 뜻의 영어 ‘retrieve’에서 파생한 이름이 말해주듯 이들은 원래 ‘회수’ 전문가였다. 털이 짧고 조밀한 래브라도 레트리버는 캐나다 동부 뉴펀들랜드섬 래브라도 지방에서 어부들이 해안에 펼쳐놓은 그물을 물어오던 회수견이었다. 19세기 영국 탐험가들이 이들을 유럽에 데려갔고 20세기에는 미국에도 전파돼 영국과 미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견종이 됐다. 길고 윤기 있는 황금빛 털이 아름다운 골든 레트리버는 영국이 원산지로, 오리를 비롯해 물가에 사는 새들을 사냥할 때 사냥감을 찾아오던 개였다.대통령의 반려견 ‘퍼스트 도그(First Dog)’라는 것도 공통점이다. 제럴드 포드 전 미국 대통령의 골든 레트리버 ‘리버티’는 주인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해 퇴임 후에도 함께 살다가 1984년 세상을 떠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반려견 ‘버디’는 반려묘 ‘삭스’와 함께 미국 아이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다. 2017년 멕시코 강진 현장에서 52명의 조난자를 구한 해군
미국 캘리포니아 소도시의 방송국 DJ 데이브는 단골 바에서 우연히 만난 여성 에블린으로 인해 악몽처럼 끔찍한 일을 겪는다. 에블린은 데이브의 열성 팬이었다. 우연한 만남을 가장한 의도적 접근이었던 것. 데이브는 애인이 있다고 말했지만 둘은 관계를 맺게 되고, 그에 대한 에블린의 집착이 광기처럼 펼쳐진다.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자살 소동을 벌이고, 흉기로 공격하는 일까지…. 스토킹 영화의 원조로 꼽히는 할리우드 배우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1971년 감독 데뷔작 ‘어둠 속에 벨이 울릴 때(Play Misty For Me)’이다.남녀를 불문하고 스토커의 공통점은 집착을 사랑이나 구애로 착각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10월부터 시행 중인 ‘스토킹 처벌법’은 상대방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상대 또는 그의 동거인, 가족에게 어떤 행위를 해 불안감이나 공포심을 일으키는 것을 ‘스토킹 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접근하거나 따라다니거나 진로를 막아서는 행위, 주거지·직장·학교나 그 부근에서 기다리거나 지켜보는 행위, 우편·전화 등을 이용해 글·그림·영상·음향 등을 보내는 행위, 직접 또는 제3자를 통해 물건 등을 주거지나 그 부근에 두는 행위, 피해자 주변의 물건을 훼손하는 행위 등이 모두 포함된다.스토킹의 극단적 형태는 상대에 대한 물리적 폭력이다. 지난해 3월 서울 노원구 세 모녀 살해사건, 같은 해 12월 송파구 피해자 어머니 살해사건 등 스토킹 살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이번에는 서울지하철 2호선 신당역 화장실에서 순찰근무 중이던 20대 여성 역무원이 스토커에 의해 살해당했다. 범인은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두 차례나 기
요즘 정치권의 '핫한' 인물은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8일 자신의 SNS에 '소중한 추석 밥상을 짜증나게 하는 특검법 추진에 반대합니다'라는 글을 올리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히면서 뉴스 인물로 떠올랐다.조 의원은 이 글에서 "지금 이 상황에서 대통령 부인에 대한 특검이 민생에 얼마나 도움이 되겠느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추석 밥상에 이재명 대표와 함께 김건희 여사 의혹을 올리기 위해 서둘러 특검법을 발의했다고 한다. 가족들이 모이는 소중한 자리를 짜증나게 만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이미 문재인 정부 시절에 특검법에 포함된 내용의 대다수를 샅샅이 수사했는데 특검을 한다고 전혀 몰랐던 사실이 과연 나오느겠냐. 민주당도 제1야당, 국회 다수당으로 여당과 정정당당한 정책 경쟁으로 승부하라"고 촉구했다. 남의 부인을 정치 공격의 좌표로 찍는 행위가 부끄럽고 좀스럽다고도 했다.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꼴'이 된 민주당 쪽의 비판이 꼬리를 물었다. 김건희 특별법안이 처리되려면 본회의 표결 전에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야 하는데 법사위원장이 여당인 국민의힘 김도읍 의원이다. 때문에 법사위 상정 자체가 안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 그래서 민주당이 검토한 것이 '패스트 트랙'이다. 김건희 특검법안을 신속처리 안건으로 지정하겠다는 것. 그러려면 법사위 소속 의원(18명)의 5분의 3 이상인 11명이 찬성해야 하는데 민주당 법사위원은 10명이라 1명이 부족하다. 하지만 캐스팅 보트를 쥔 조 의원이 찬성해줄 것으로 믿었기에 별 문
서울시는 박원순 시장 때인 2017년 11월 100만 가구에 ‘태양광 미니 발전소’를 설치해 원전 1기 설비용량에 해당하는 1기가와트(GW)를 생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이름도 거창한 ‘2022 태양의 도시, 서울’ 종합계획. 2022년까지 5년간 총사업비 1조7000억원을 들여 3가구 중 1가구꼴로 태양광 에너지를 자체 생산할 수 있도록 아파트 베란다, 주택 옥상, 건물 옥상과 벽면 등 자투리 공간에 태양광 설비를 설치하겠다는 것이었다.에너지업계에선 이때부터 태양광 사업이 운동권 출신의 먹잇감이 되고 있다는 소문이 돌기 시작했고, 이는 사실로 드러났다. 서울시 감사 결과 68개 태양광 업체가 협동조합, 주식회사 등의 형태로 서울시 태양광 사업에 참여해 536억원의 보조금을 받았다. 이 중 14개 업체는 보조금 118억원을 받은 뒤 곧바로 폐업했다. 녹색드림협동조합(녹색드림) 등 3개 업체는 2014년부터 2018년 6월 말까지 서울시 미니 태양광 보급대수의 51.6%(2만9789개)를 수주해 전체 보조금의 절반인 124억여원을 차지했다. ‘운동권 대부’로 알려진 허인회 전 이사장이 운영한 녹색드림은 37억여원의 특혜성 보조금을 받은 것으로 밝혀졌다. 태양광 협동조합 임원들이 서울시에 조언하면서 정책에 관여하고, 이 과정에서 파악한 내부 정보를 이용해 사업을 수주한 ‘짬짜미’ 구조도 드러났다. 태양광 사업이 ‘복마전’ ‘좌파 비즈니스’란 말을 듣게 된 이유다.문재인 정부가 추진한 신재생에너지 지원사업(전력산업기반기금사업)에서도 막대한 예산이 불법적으로 새나간 것으로 확인됐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부패예방추진단이 지난 5년간 12조원을 투입한 이 사업과 관련해 1차
서울시농수산식품공사가 발표한 올 추석 차례상 평균 비용은 대형마트의 경우 30만7430원, 전통시장은 22만4181원으로 지난해보다 8% 이상 올랐다. 비용도 그렇지만 명절이면 차례 음식 장만이 집집마다 며느리들의 원성을 산 지 오래다. 각종 전과 나물, 고기, 떡, 탕, 밥 등을 상다리가 휘도록 차리느라 허리가 휠 지경이다. 명절 증후군, 명절 포비아에 시달리고 명절 끝에 부부싸움 난 집도 많았다.하지만 이마저도 옛말이 돼가고 있다. 차례 음식을 사서 올리는 집이 적지 않다. 주문만 하면 차례 음식 일체를 가족 규모에 따라 서울·경기, 경상, 전라 등 지역별 특성에 맞춰 배달해주는 곳도 많다. 아예 제사와 차례를 지내지 않는 집도 늘고 있다. 차례상 차리기가 지나치게 번거롭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유교식 제사가 예법으로 정착한 것은 중국 송대 유학자 주희의 학설을 모아서 편찬한 <주자가례(朱子家禮)>가 고려 말 이후 전해지면서다. 제사나 차례상에 30여 가지 제물을 올리는 지금보다 <주자가례>의 제사상 차림은 간소하다. 식초, 간장을 빼면 상에 올린 음식은 밥과 국, 국수, 고기, 구이(炙), 생선, 떡, 육포, 나물, 육장, 김치, 과일 등 17가지다. 고기, 생선 등의 구체적인 종류나 재료는 명시하지 않았다. 조율이시(棗栗梨枾), 홍동백서(紅東白西) 등의 진설법은 후대에 형성된 습속이다.더욱이 기제사와 달리 명절 차례상은 계절 과일과 술, 차만 올리는 정도로 간소했다. 지금도 퇴계 종가에서는 명절 차례상에 술과 전, 포, 과일, 떡국(설)이나 송편(추석) 정도만 올린다. 다른 종가들도 마찬가지다. 조상께 정성껏 음식을 대접하는 기제사와 달리 명절 차례는 간단한 음식과 함께 차나 술
‘10명 중 8명은 길거리에 담배꽁초를 한 번이라도 버린 적이 있다.’ 서울환경운동연합이 2019년 흡연자 701명을 온라인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다. 응답자의 95.4%가 꽁초는 쓰레기인 줄 아는데도 그랬다. 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은 사람이 꽁초를 무단투기하고 있을 것이다. 쓰레기통 바로 옆에서라면 모를까 꽁초를 아무 데나 버리는 사람이 워낙 많아서다. 심지어 바로 옆에 담배꽁초 전용수거함이 있는데도 바닥에 비벼 끈 다음 발로 툭 차서 빗물을 하수관으로 빼내는 빗물받이에 넣는 사람도 있다.손안에 쏙 들어오는 휴대용 재떨이가 다양하게 나와 있지만 이용자는 많지 않은 듯하다. 담배회사에 꽁초 수거 책임을 부여하자는 의견도 많다. 담배회사인 KT&G가 휴대용 재떨이 제작 배포, 담배꽁초 전용수거함 설치 등을 사회책임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은 조족지혈(鳥足之血) 수준이다.2020년 환경부 보고서에 따르면 길거리에 버려지는 담배꽁초는 하루 평균 1246만 개비. 담배꽁초가 빗물받이로 들어가면 하루 최대 231만 개비가 바다로 유입된다고 한다. 담배 필터 소재는 합성플라스틱 섬유인 셀룰로스 아세테이트여서 완전 분해되는 데 10년 이상 걸린다고 한다.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흡연자들의 인식 전환과 실천이다. 길거리에 공용휴지통이 없다는 이유로 대로와 골목에, 특히 빗물받이 안으로 꽁초를 수없이 던져 넣은 결과 빗물받이가 제구실을 못하면서 도심 물난리를 겪은 게 한두 번이 아니다. 지난달 8일 중부지방에 80년 만의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졌을 때도 담배꽁초와 쓰레기 등으로 인해 빗물받이가 막혀 물난리를 겪은 곳이 많았다. 빗물받이를 막고 있는 쓰레기를 맨손으로 치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아브라함이 100세에 얻은 아들이 이삭이다. 40세에 리브가와 결혼한 이삭은 무려 20년이 지나서야 쌍둥이 아들 에서와 야곱을 얻었는데 둘은 생김새도 성격도 판이했다. 형 에서는 체격이 건장했고, 불그스레한 피부에다 온몸에 털이 수북했다. 거칠고 야성적인 에서는 용맹한 사냥꾼이 돼 고기를 좋아하는 아버지의 마음에 들었다. 반면 어머니는 조용하고 내성적이라 주로 장막 안에 머무르며 집안일을 도와주는 야곱을 좋아했다.에서는 배고픔을 달래려고 팥죽 한 그릇에 장자의 권리를 야곱에게 넘긴 것으로 유명하다. 야곱은 137세가 돼 기력이 쇠하고 눈마저 침침해진 이삭을 속여 장남인 형에게 가야 할 아버지의 축복마저 가로챘다. 형제의 운명은 그렇게 갈렸다.이처럼 옛 역사와 신화에는 쌍둥이 이야기가 많다. 로마의 전설에 등장하는 로물루스와 레무스 형제, 제우스와 레토 사이에 태어난 태양의 신 아폴로와 달의 여신 아르테미스 남매, 유다가 며느리 다말을 범해 태어난 아들이자 손자인 베레스와 세라…. 삼국사기에는 신라 벌휴왕 때 경주 부근의 한기부에서 한 번에 아들 넷, 딸 하나를 낳았다는 기록이 있고, 삼국유사에는 신라 문무왕 때 세쌍둥이와 네쌍둥이가 태어났다는 기록이 있다. 문무왕은 네쌍둥이를 낳은 여종에게 곡식 200석을 상으로 내렸다고 한다. 조선시대에도 세쌍둥이 이상을 낳으면 양반집 1년치 양식에 해당하는 쌀과 콩 10석을 내렸다고 조선왕조실록은 전한다.지난해 태어난 쌍둥이(다태아)가 1만4000명으로 전체 출생아(26만4000명)의 5.4%에 달했다고 한다. 1990년대 1%대였던 쌍둥이 비율은 2002년 2%, 2012년 3%, 2018년 4%를 넘어섰고 지난해에는 5%를 돌
올해로 13년째인 ‘창덕궁 달빛기행’은 고즈넉한 달빛 아래 청사초롱으로 불을 밝힌 채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고궁의 구석구석을 탐방하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낙선재 후원 상량정에서 대금 소리를 들으며 궁궐의 밤 풍경에 스며들고, 연경당에서는 공연도 감상한다. 올해 달빛기행은 다음달 1일부터 10월 28일까지 매주 목~일요일 오후 7시에 시작한다. 100명이던 하루 참여 인원을 150명으로 늘리고, 관람료가 3만원인데도 선착순 예매한 9월분 입장권이 순식간에 매진됐다. 경복궁 별빛야행, 창경궁·덕수궁 궁궐야행 등도 인기다. 참여 인원을 제한하는 대신 고품격 관람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이다.고궁의 밤 풍경을 이렇듯 오롯이 즐길 수 있게 된 건 발굴·보존·보호 위주의 문화유산 정책에 ‘활용’의 개념이 더해진 덕분이다. 2000년대 들어 문화유산의 창의적이고 생산적인 활용이 곧 보존이라는 공감대가 확산하면서 경복궁·덕수궁 수문장 교대의식, 궁중문화축전, 숭례문 파수의식, 고궁 음악회 등이 잇따랐다. 오는 10월 1~9일 열리는 ‘궁중문화축전’은 경복궁 등 5대 궁과 종묘, 사직단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국내 최대 연례 문화유산축제다. 고궁뿐만 아니라 국공립 박물관, 향교·서원·전통 산사 등 지역 문화재 활용도 활발하다.최근 청와대에서의 패션 화보 촬영이 논란을 빚으면서 세계적인 명품 브랜드 구찌와 문화재청이 오는 11월 1일 경복궁에서 열기로 한 패션쇼가 취소됐다. 외교가와 경제계 인사, 연예인 등 500여 명을 초청해 근정전 앞마당을 중심으로 행사를 열고 근정전 전면과 좌우에 회랑처럼 연결된 행각(行閣)을 모델들의 런웨이로 활
미국 포드자동차가 전기차 분야 투자 확대를 위해 3000명의 직원을 정리해고할 것이라고 한다. 해고 대상 중 2000명은 정규직, 1000명은 하청업체가 파견 형식으로 고용한 직원이다. 한국에서라면 난리가 날 일이다. 시위와 파업이 벌어지고, 부당해고 취소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이다. 우리 근로기준법은 경영 악화 방지를 위한 사업의 양도, 인수, 합병 등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경우로 해고 요건을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기업으로선 한 번 채용한 사람을 여간해선 해고하기가 어렵다. 그러니 경기나 경영환경이 나빠졌을 때를 생각하면 인력 수요가 있어도 신규 채용을 꺼리게 된다. 결국 기업들은 해고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 핵심 공정만 남기고 생산 과정의 많은 부분을 도급화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왔다. 원청과 하청, 대기업과 정규직 중심의 1차 노동시장과 중소기업·비정규직 중심의 2차 노동시장으로 이중구조가 생겨난 이유다.서울 청담동 하이트진로 본사 옥상에서 열흘 넘게 점거 농성 중인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하이트진로 지부 조합원들의 파업도 이런 이중구조에서 비롯됐다고 봐야 한다. 화물차 기사인 이들이 본사를 점거한 것은 자신들과 운송 계약을 한 물류회사(수양물류)와의 협상에 진전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수양물류는 하이트진로가 100% 출자한 자회사다. 사실상의 사용자인 본사가 협상에 나서라는 것이 이들의 요구다. 하지만 하이트진로는 계약당사자가 아닌데 협상에 개입하면 하도급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노사협상이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파업으로 이어지는 이유다.문제는 법으로 보장된 파업의 범위를 넘어서는 불법적인 점거·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연간 강수량은 379㎜로 서울의 4분의 1 정도에 불과하다. 19세기 말부터 인구가 급증하면서 물 확보가 큰 문제로 대두되자 LA시는 캘리포니아 동부 오언스밸리의 물을 끌어오기로 했다. 오언스밸리까지 거리는 391㎞. 산을 뚫고 사막을 건너는 6년의 공사 끝에 첫 번째 LA 수로가 완공됐다. 그 뒤로도 인구가 늘어나자 이번에는 콜로라도 강물을 끌어오는 약 400㎞의 대수로를 1941년에 완성했다. 이후 제2 LA 대수로, 700㎞가 넘는 캘리포니아 수로 등을 잇달아 건설했다. LA가 미국 제2 도시로 성장한 역사는 수로 확장과 궤를 함께한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도시와 물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 크고 작은 도시들이 강을 끼고 발달한 이유다. 한정된 수자원을 둘러싼 국내 도시들의 분쟁도 잦아지고 있다. 국내만 해도 강원 영월군과 충북 제천시(평창강 장곡취수장), 부산시와 경남 합천군(황강 하류 광역취수장), 경기 동두천시와 연천군(한탄강 취수장)이 물 때문에 다투고 있다. 남강댐을 둘러싼 경상남도와 부산시의 물 분쟁, 국보인 울주 반구대암각화 보존을 둘러싼 대구와 울산의 물 다툼도 있었다.수돗물 수질 악화로 식수원을 옮기려는 대구시가 또 물 분쟁에 휩싸였다. 대구시는 당초 시민들에게 맑은 물을 공급하기 위해 식수 공급원을 낙동강 상류의 해평취수지로 옮기는 방안을 추진했으나 수원(水源) 부족과 수질 악화를 우려한 구미 지역의 반대로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다 지난 4월 해평취수장을 구미시와 공동 이용하기로 하고 관련 기관들과 협정을 체결했으나 17일 이를 공식 파기한다고 발표했다. 새로 취임한 김장호 구미시장이 취수원 공동 이용에 부정적인 입장을 취하자
무슬림(이슬람 신자)들의 인사말 ‘앗살라무 알라이쿰’은 ‘평화가 당신에게 있기를’이라고 주로 번역된다. 수단 국립 옴두르만대에서 쿠란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은 공일주 중동아프리카연구소장은 지난해 한 기고문에서 이는 잘못된 번역이라고 지적했다. ‘앗살라무’는 아랍어 ‘살람(salm)’ 앞에 정관사 알(al-)을 붙인 것인데, 아랍어 사전에서 살람을 찾아보면 ‘안전, 평화, 화해, 찬사, 알라의 이름들 중 하나, (해로움을) 당하지 않음, 무슬림들 사이의 인사말’ 등의 여러 뜻이 있다.이 인사말이 아랍 무슬림 사이에 쓰이는 뜻은 대략 네 가지인데 “당신이 나로부터 해로움을 당하지 않을 것이니 안심하라”는 게 대표적이다. 이동하며 살아야 했던 아랍 유목민 사회에서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먼저 “나는 당신의 적이 아니다, 해치지 않겠다”며 건네는 첫인사라는 것이다. 그러니 평화보다는 안전에 관련한 개념이며 쿠란에 나오는 살람이나 앗살람에는 평화란 뜻이 없다고 공 소장은 강조한다.그렇다면 이슬람이 평화의 종교라는 건 지나치게 미화된 이야기일까. 서로가 상대를 공격하거나 해치지 않는 것이 평화의 전제라는 점에서 전혀 무관하지는 않은 듯하다. 하지만 현실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이슬람 테러 범죄는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성전(聖戰·지하드)을 빙자한 이슬람 과격단체와 근본주의자들의 납치와 폭력, 살상으로 인해 다수의 선량한 무슬림마저 테러분자로 의심받는 게 현실이다.1988년 출간한 소설 <악마의 시>에서 이슬람 선지자 무함마드의 신성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살해 위협에 시달려온 인도계 영국 소설가 살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코로나19 위기 해소'를 선언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어제(11일) 전했다. 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지난 10일 평양에서 열린 전국비상방역총화회의에서 '중요 연설'을 통해 "나는 이 시각 당중앙위원회와 공화국 정부를 대표하여 영내(국내)에 유입되었던 신형 코로나 비루스(코로나19 바이러스)를 박멸하고 인민들의 생명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최대비상방역전에서 승리를 쟁취하였음을 선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지난 5월 12일부터 가동해온 최대 비상방역체계를 정상방역체계로 등급을 낮춘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 당과 정부는 현 방역 상황을 평가하고 과학연구 부문이 제출한 구체적인 분석 자료에 근거하여 나라에 조성되었던 악성 전염병 위기가 완전히 해소되였다는 결론에 도달하였다"고 했다. 북한의 코로나19 관련 통계가 미덥지 않다고 보는 외부의 시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온 세계가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변이바이러스와 싸우고 있는 때에 북한이 자력으로 코로나19 위기에서 벗어났으면 진심으로 축하할 일이다. 어려운 경제사정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바이러스 유입을 막기 위해 북한과 중국 간의 기차, 자동차 운행도 막았던 것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그런데 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부부장은 이어진 연설을 통해 엉뚱하게도 코로나19 확산의 화살을 남한으로 돌렸다. 남측에 의해 코로나 19가 북한에 유입됐다는 것이다. 남북 교류와 접촉이 막혀 있는 상황에서 어떻게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남에서 북으로 전파됐다는 걸까.김 부부장은 "우리가 이번에 겪은 국난은
한국여자골프의 ‘전설’ 구옥희(1956~2013)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탠더드 레지스터 대회’에서 우승한 것은 1988년. 이를 시작으로 박세리 신지애 고진영 등에 이어 지난 6월 전인지가 2022시즌 세 번째 메이저 대회인 KPMG 위민스PGA챔피언십에서 우승해 한국 선수 LPGA 통산 205승을 달성했다.반면 남자 선수들은 세계 무대 데뷔도 늦었고, 성적도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한국 남자골프의 전설’ 최경주(52)는 서른 넘어 미국프로골프(PGA)투어에 데뷔해 2002년 뉴올리언스 콤팩 클래식에서 한국인 첫승을 거뒀다. 8승을 올린 최경주를 비롯해 양용은 배상문 강성훈 김시우 이경훈 노승열 등이 잇달아 PGA 무대에 진출해 승전보를 꾸준히 전해왔다. 8일 올 시즌 마지막 정규대회인 윈덤 챔피언십을 제패해 한국 남자 선수 통산 22승을 기록한 김주형은 PGA투어 정상에 오른 아홉 번째 한국 선수다. 임성재가 재미동포 존 허와 공동 준우승을 차지해 경사가 겹쳤다.통산 205승 대 22승. 우승 횟수는 한참 밀리지만 남자 선수들이 PGA에서 올린 성적의 가치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 한국 남녀 선수들이 처한 상황의 차이를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박세리의 성공은 ‘세리 키즈’를 양산하며 골프 붐과 함께 여자골프의 인기를 한껏 끌어올렸다. 이 때문에 대회 수도, 총상금 규모도 여자가 압도적이다. 시즌 초 발표를 기준으로 KLPGA는 올해 33개 대회에 총상금 305억원을, KPGA는 22개 대회에 160억5000만원을 걸었다. 남자 선수는 상대적으로 인기가 덜하고, 스폰서 구하기도 쉽지 않다. 병역 문제도 해결해야 하고, 기혼자인 경우 가족의 생계까지 걱정해야 한다.올 시즌 LPGA투어에서 뛰는 한국 선수는 30
책과 신문, 잡지 따위를 구입해 읽는 ‘구독’의 영어는 ‘subscription’인데 이를 영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뜻이 다양하다. ‘구독·구독료’라는 뜻 외에 기부금과 기부, 가입, 서비스 이용이나 어떤 일을 위한 모금 등 이질적인 뜻이 하나의 단어에 담겨 있다. 왜 그럴까. 이야기는 영국의 언어학자이자 사전 편찬자였던 존 민슈(1560~1627)로 거슬러 올라간다.민슈의 대표작은 1617년 출간된 다국어사전 ‘언어에 대한 안내서(Ductor in linguas)’ 다. 11개 국어로 된 이 사전의 인쇄 비용을 마련하지 못해 고민하던 민슈는 출판 예정인 사전의 내용을 설명한 인쇄물을 만들어 구독자를 미리 모집했다. 그 결과 국왕, 왕비, 귀족과 상인 등 다양한 계층의 417명이 구독자로 참여했고, 민슈는 ‘구독의 발명자’ 또는 구독형 출판의 ‘원조’가 됐다.17세기 당시의 구독은 저자가 도움을 요청하면 후원자나 일반 시민들이 돈을 대는 방식이라 지금의 크라우드 펀딩과 비슷했다고 한다. 이때 돈을 지불하겠다고 문서 아래(sub)에 이름을 쓰는(script) 것을 subscription이라고 불렀다. 하지만 책값을 미리 지불하는 것만이 아니라 기부의 의미도 내포했다. 책이 최종적으로 완성된다는 보장이 없어서였다. 이 단어가 ‘구독(購讀)’ 외에 다양한 뜻으로 쓰이는 연유다.일정 금액을 내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정기적으로 이용하는 이른바 ‘구독경제’ 또는 ‘구독형 서비스’가 급속히 늘고 있다. 문제는 구독경제의 범위가 음원, 온라인 동영상, 미술품 등을 넘어 식음료와 생필품, 자동차 등으로 확산하면서 ‘구입해 읽는다’는 뜻과 어울리지 않는 사례가 많다는 점이
미국 항공우주국(NASA)이 1990년 4월 우주왕복선으로 지구 궤도에 쏘아 올린 허블우주망원경은 대기권의 간섭을 받지 않아 지구상의 거대한 망원경으로도 얻기 힘든 선명한 우주 사진을 30년 이상 보내왔다. 렌즈 지름 2.4m인 허블이 2004년 1월 보내온 ‘허블 딥 필드’는 아무것도 없는 빈 하늘을 11일에 걸쳐 찍은 4색 사진인데, 여기서 약 3000개의 은하가 발견됐다. 이후 우주의 빈 공간 어디를 찍어도 좁은 점 안에 무수히 많은 은하와 천체들이 가득했다. 허블은 이런 식으로 지금까지 70억~120억 년 전에 형성된 2000개 이상의 초기 은하를 발견하는 등 우주물리학 발전에 막대하게 기여했다.NASA가 지난해 12월 발사한 제임스웹 우주망원경(JWST)은 허블의 뒤를 잇는 최첨단 적외선 우주망원경이다. 육각형 거울 18개를 벌집처럼 이어 붙인 것으로, 파장이 길어서 우주먼지나 가스구름을 통과해 훨씬 멀리까지 가는 근적외선 및 중적외선 파장을 포착할 수 있어 해상도가 허블보다 100배나 높다. 초기 우주 생성의 비밀을 풀어줄 것으로 기대된다.지난 2월 지구에서 약 160만㎞ 떨어진 ‘제2 라그랑주 점’(L2)에 안착한 웹망원경이 찍은 초기 우주의 총천연색 사진이 11일(현지시간) 처음으로 공개됐다. 중력이 미치지 않는 L2 안착 직후 웹망원경이 지구에서 약 2000광년 떨어진 별 모습 등을 찍은 사진이 일부 공개된 적은 있지만 정교한 처리 과정을 거쳐 우주 깊은 곳의 이미지를 풀컬러로 보여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이날 공개된 사진은 지구로부터 46억 광년 떨어진 ‘SMACS0723’이라는 은하단의 이미지다. 은하단보다 멀리 떨어진 뒤쪽 천체의 빛을 확대해 휘게 하는 ‘중력 렌즈’ 현상으로 관
선거 유세 중 뜻밖의 총기 피습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잘 알려진 대로 일본의 대표적인 명문가 출신인데, 친가와 외가의 정치적 성향이 반대였다. 할아버지 아베 간은 중의원을 지낸 반전 평화주의자였고, 아버지 아베 신타로 전 외무상은 친한파였다. 반면 외조부는 태평양전쟁의 A급 전범이자 총리를 지낸 기시 노부스케다.정치적 지향이 판이한 두 가문이 결혼으로 맺어진 것부터 기이하다. 더욱 특이한 것은 기시 노부스케의 사위임을 탐탁지 않게 여긴 아버지와 달리 아베 전 총리는 그의 외손자임을 자랑스럽게 내세웠다는 점이다. 게다가 정한론(征韓論)을 주창한 에도시대 사상가 요시다 쇼인을 가장 존경하는 인물로 꼽았다니 그가 ‘일본 우익의 상징’이 되는 건 일찌감치 정해진 운명이었는지도 모른다.총리가 자주 바뀌는 일본 정치판에서 두 차례에 걸쳐 8년9개월간 재임한 그는 최장수 총리였다. 하지만 한·일 관계는 가장 불편한 시기였다. 제2차 집권을 시작한 이듬해인 2013년 야스쿠니신사를 참배해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의 강한 반발을 불렀고, 역사 왜곡 등 일본 사회의 우경화는 더욱 심해졌다.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문재인 정부가 사실상 파기한 데다 한국 대법원이 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에 대한 일본 기업의 배상 책임을 인정하자 한국 수출 규제로 맞섰다. 군대 보유 금지, 교전권 불인정 등을 명시한 ‘평화헌법’ 개정과 반격 능력 보유 등의 방위력 증강도 추진했다. 일제강점기 조선인 강제노역 현장인 사도광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한국이 강하게 반발하자 “역사전(戰)을 걸어 온 이상 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지난달 26일 방영된 jtbc 축구 예능 ‘뭉쳐야 찬다2’에는 네덜란드 축구 영웅 루드 굴리트(60)가 게스트로 나와 눈길을 끌었다. 굴리트는 이날 각 운동 종목의 레전드로 구성된 ‘어쩌다벤져스’의 일일 명예감독으로 나섰는데, 상대팀 이름이 독특했다. ‘대구 치맥FC’. 축구팀 이름이 왜 ‘치킨과 맥주’를 뜻하는 치맥일까.대구 치맥FC는 2018년 창단한 아마추어 축구단이다. 그해 7월 대구 두류공원 일원에서 열린 치맥 페스티벌에서 활약한 자원봉사자들이 모여 팀을 결성했다. 당시 축제에 참여한 외국인 봉사자들도 다수 가세해 국내에선 보기 드문 다국적·다인종의 글로벌 축구단이기도 하다. 치맥 축제를 주최하는 한국치맥산업협회 등 후원사도 갖고 있다. 과연 치맥의 도시 대구답다.대구가 ‘치맥의 성지’로 불리는 직접적 계기는 2013년부터 열려온 치맥 페스티벌이다. 폭염이 극성인 7월에 열리는데도 첫해에 27만 명이 참여한 것을 필두로 4회째인 2016년부터는 매년 100만 명 이상 찾는 지역 대표 축제다.대구가 치맥 성지로 자리 잡은 또 다른 배경이 있다. 대구는 일제강점기부터 전국 양계산업의 중심지였다. 대구 산격동에 있던 신기부화장은 일제강점기 국내 최대 부화장이었고, 1970년대에는 국내 양계장의 70~80%가 대구·경북에 있었다고 한다. 대구의 옛 이름인 ‘달구벌’이 ‘달구(닭)+벌’이라는 어원 분석도 있으니 묘한 인연이다.1970~1980년대 이후 치킨 프랜차이즈의 상당수가 대구에서 태동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1978년 대구 효목동에서 문을 연 계성통닭이 처음 선보인 양념치킨은 그야말로 대박이었다. 프라이드치킨, 전기구이가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 '탈북어민 북송사건'과 관련해 국가정보원이 지난 6일 박지원·서훈 전 국정원장을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박 전 원장은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과 관련해 첩보 관련 보고서 등을 무단 삭제한 혐의 등을, 서 전 원장은 탈북귀순 어민 강제북송 사건과 관련한 합동조사를 강제로 조기 종료시킨 혐의 등을 받고 있다. 박 전 원장은 즉각 "사실무근"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전임 정부의 상식을 넘어서는 안보 및 대북 관련 행태들이 뒤늦게 드러나면서 충격을 안겨주고 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21일 서해 최북단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다가 실종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를 북한군이 사살한 뒤 불태운 사건이다. 당시 정부는 "자진 월북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발표했으나 최근 해경과 국방부는 기존 입장을 번복했다. 이 사건의 진상 조사를 위해 '서해공무원 피격 사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린 국민의힘은 계획된 월북이 아니라 단순 표류인데도 당시 정부가 월북으로 몰아갔다고 주장하고 있다.국민의힘 TF 등에 따르면 당시 우리 정보 당국은 고인이 "대한민국 공무원이다. 구조해달라"고 북한군에 요청한 감청 기록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7시간의 방대한 감청 기록 가운데 '월북'이라는 단어는 한 번뿐이며 그마저도 고인의 직업 발언이 아니라 북한군끼리의 대화에서 "월북했다고 합니다"라는 말이 나온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TF팀장인 하태경 의원은 이날 브리핑에서 "문재인 정부가 이대준 씨의 생존 사실을 사전에 파악하고도 유족들에게는 '실종'이라고 숨겼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지난달 초 자신의 SNS를 통해 책을 한 권 추천했다. 김희교 광운대 교수가 쓴 《짱깨주의의 탄생》이다. 본문만 650쪽을 넘는 이 책은 문 전 대통령의 말마따나 제목이 도발적이고 내용도 논쟁적이다. 저자는 한국에서 급속히 자리잡고 있는 주류의 중국 인식을 ‘짱깨주의’라고 부르면서 이를 “미·중 충돌 시기 한국의 안보적 보수주의가 중국을 바라보는 독특한 시각”이라고 규정했다.짱깨주의란 중국과 중국인은 무조건 나쁘다며 함부로 말하고 멸시하는 중국 혐오다. 이 같은 중국 인식은 보수적인 언론과 정당 등 보수주의가 기획한 악의적 프레임이라고 저자는 비판한다. 과연 그런가. 책을 읽다 보면 인식의 차이가 너무 커서 말문이 막힐 정도다.동북공정은 팽창정책과는 거리가 먼 중국의 수세적인 북한 붕괴 대비책인데, 보수 언론이 역사 전쟁으로 부추겼다고 한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의 핵심 기제인 데다 미·중 간 억지력 균형을 깨기 때문에 이에 대한 중국의 반응은 ‘감정적이지도, 과잉 대응도 아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이른바 ‘사드 보복’이 가장 낮은 수준의 경제적 대응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이렇게 주장한다. “짱깨주의에서 탈피해 보면 중국은 지역의 평화체제를 구축하는 데 어느 국가보다도 유용하다. (중략) 중국은 이미 우리에게 평화체제를 함께 열어 가자고 손 내밀고 있다.” 책을 읽노라면 평화를 지향하는 중국을 패권국가 미국이 괴롭히고 있으며, 한국은 여기에 부화뇌동하고 있는 듯하다. 문 전 대통령은 이런 책을 추천하면서 “중국을 어떻게 볼 것이며 우리 외교가 가야 할 방향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 대한민국 경찰의 흑역사로 기록된 유명한 말이다. 1987년 1월 서울 남영동 대공분실에서 고문 끝에 사망한 서울대생 박종철 군의 사인에 대해 당시 강민창 내무부 치안본부장은 이렇게 발표했다. ‘경부(목 부위) 압박에 의한 질식사’라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부검 소견을 감춘 채 단순 쇼크사로 은폐하려고 했다. 이것이 시민들의 공분을 사면서 결국 6월 항쟁의 도화선이 됐다.대한민국 경찰은 ‘민중의 지팡이’를 자임했지만 권력의 통제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1948년 정부 수립과 함께 내무부 치안국으로 출발한 이후 끊임없이 권력을 비호하는 데 동원됐고 때로는 앞장서기도 했다. 1960년 3·15 부정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대에 실탄을 쏜 것도 경찰이었다. 1970~1980년대에는 군부독재에 저항하는 학생과 시민들을 무차별 연행·구금하고 고문까지 자행했다.이 때문에 정치적 격변기마다 경찰 중립화와 수사권 독립이 거론됐으나 번번이 무산됐다. 1961년 5·16 군사정변 후에도, 1980년 ‘서울의 봄’에도 그랬다. 마침내 민주화가 이뤄지고 1991년 치안본부가 내무부 외청인 경찰청으로 독립한 것은 중립화를 위해서였다.경찰의 민주적 통제 장치 마련이 또다시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이른바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 박탈)’을 위한 검찰청법 및 형사소송법 개정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이 마무리되면서 비대해진 경찰 권력을 통제할 필요성 때문이다. 검수완박에 따라 수사 경찰의 권한이 대폭 확대됐다. 2024년 국가정보원의 대공수사권까지 이양되면 경찰은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권력기관이 된다.행정안
말을 하다 보면 실수할 때가 있다. 말이 꼬일 때도 있고 발음이 엉뚱하게 나갈 때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대한 인식이 오발탄으로 나가는 경우는 없다. 어제(20일)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경우가 그랬다. 설 의원은 이날 20대 전반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함께 했던 민주당 의원들과 긴급브리핑을 갖고 2020년 9월 서해상에서 북한군에 의해 우리 공무원이 살해된 사건에 대한 정부의 재조사를 비판했다. 사건의 진실과 상관 없이 정부와 여당이 이를 정쟁에 이용하고 있다는 취지였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민의힘이 대통령 기록물을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그렇게 할 것까지도 없다"면서 "안보 해악을 감수하고라도 2020년 9월 24일 당시 국방위 비공개 회의록 공개를 간절히 원한다면 국회법에 따라 회의록 열람 및 공개에 협조하겠다"고 밝혔다.문제의 발언은 브리핑 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나왔다. 설 의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느닷없이 공세를 하는데 이해할 수 없다. 그 당시 보고받은 야당 의원도 ‘월북이 맞네’라고 했는데 지금 와서 무엇 때문에 이러는 것인가. 윤석열 정부가 바라는 게 진실규명인가, 아니면 단순한 정쟁을 통한 이득인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국민은 '이게 무슨 짓이냐'(라고 한다). 지금 민생이 힘든데 아무것도 아닌 내용을 가지고…"라고 말했다. 설 의원은 곧바로 "죄송하다. 이 말은 지우겠다"고 했지만 한번 뱉은 말을 어찌 주워담겠는가. 서해 피살 사건에 대한 민주당과 구 여권의 인식을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우상호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7일 "전 정권이 북한 눈치를 보
숭실대 한국기독교박물관에 있는 국보 ‘정문경(精文鏡)’은 우리나라 초기 철기시대를 대표하는 청동 유물이다. 기원전 4~3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정문경은 고조선 시대 유물이라는 점 외에 그 정교함에 가치가 있다. 지름 21.2㎝의 거울 뒷면을 대중소 3개 동심원 구역으로 나누고 거기에 1만3000여 개의 선과 100여 개의 동심원, 삼각형 등 기하학적 문양을 새겼다. 선의 높이는 0.007㎜, 폭은 0.05㎜, 선들 사이의 간격은 0.3㎜에 불과하다. 1㎜ 안에 머리카락 굵기(0.08㎜)보다 가는 선 3개를 그려 넣은 셈이라 확대경을 동원해야 제대로 보일 정도로 정교하고 세밀하다. 고도로 숙련된 제도사가 확대경과 초정밀 기구를 동원해도 그리기가 쉽지 않은 작업인데, 맨눈에 초보적 기구로만 이토록 정교한 문양을 어떻게 그렸을까.더욱 놀라운 것은 정문경이 주물 제품이라는 점이다. 금속판에 선을 그은 것이 아니라 틀(거푸집)에 쇳물을 부어 정밀하게 문양을 찍어냈다. 정교한 틀을 만들기도 어렵거니와 쇳물로 초정밀 문양을 떠내는 것은 더 어렵다. 현대의 전문가들이 밀랍주조법, 주물사주조법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복원을 시도했으나 온전히 성공하지는 못했다. 발견 당시 제기됐던 현대 위조설은 자연스레 사라졌다. 오죽하면 “이건 사람의 솜씨가 아니다”고 했을까. 고조선 당시 청동거울은 제사장의 권위를 상징하는 신물(神物)의 하나였다는데, 정말 하늘이 도와주기라도 한 걸까.한국 공예미술사에 또 하나의 불가사의가 추가됐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가 그제 공개한 8세기 통일신라 금박 유물 ‘선각단화쌍조문금박(線刻團華雙鳥文金箔)’이다. 가로 3.6㎝, 세로 1.17㎝, 두께 0.04
토의 동쪽 끝 독도를 든든하게 지켜주는 형님 섬 울릉도는 화산활동에 의해 2200m의 심해에서 솟아오른 해발 1000m 가까운 절벽 섬이다. 섬의 대부분이 깎아지른 절벽으로 이뤄져 천혜의 절경을 자랑한다.하지만 연중 100일가량은 육지로부터 고립된다. 파도가 출항 조건을 초과하면 배가 뜨지 못한다. 겨울엔 폭설과 강풍까지 겹쳐 이동이 더욱 어렵다. 응급환자가 생겨도 발만 동동 구를 뿐 육지로 나갈 수 없다. 울릉도로 여행 갔다가 며칠씩 발이 묶이는 건 예사다. 울릉도의 최근 5년 평균 선박 결항률은 22.1%에 달한다. 섬을 지배하는 건 사람이 아니라 자연이라고 하는 이유다.울릉도의 교통은 외부와의 연결은 물론 내부 왕래도 여의치 않았다. 섬 곳곳을 연결하는 유일한 연결로인 울릉도일주도로가 완전 개통된 게 불과 몇 해 전이다. 1963년 정부가 일주도로 건설을 결정했지만 1976년에야 공사가 시작됐다. “길을 뚫자, 파도를 막자”는 간판을 섬 곳곳에 걸어놓은 채 변변한 장비도 없이 석공들이 거의 맨손으로 돌을 깨 해안 석축을 쌓았다고 한다.우여곡절 끝에 39.8㎞의 일주도로가 1차로 개통한 것은 2001년. 그러나 울릉읍 내수전~북면 섬목을 잇는 동쪽 4.4㎞ 구간은 울릉도에서도 절벽이 가장 험한 데다 지반이 약해 도로를 뚫지 못했다. 이 때문에 북면 사람들이 육지로 나가려면 서면을 거쳐 빙 둘러서 도동항으로 가야 했다. 이 난공사 구간을 뚫는 작업이 2011년 시작돼 2019년 3월 끝나 마침내 44.2㎞ 전 구간이 개통됐다. 북면에서 도동항까지 1시간30분 걸리던 길이 15분가량으로 줄었으니 상전벽해(桑田碧海)에 견줄 만한 변화다.울릉도에 또 하나의 상전벽해가 이뤄지고 있다. 2020년 11월 착공한
대선 패배에 이어 지방선거까지 참패한 더불어민주당에서 책임을 둘러싼 공방이 뜨겁다. 친문(친문재인)과 친명(친이재명) 그룹의 '네탓이오' 공방이다. 연고도 없는 지역구(인천 계양을)의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해 당선된 이재명 의원을 둘러싼 책임론이 비등하지만, 문제의 근원을 되짚어 가다 보면 강성지지층을 등에 엎은 당내 강성파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정치는 언제나 지지자들의 기초 위에 있어야 하는 거지만, 그런 지지자들이 수동적 추종자가 아니라 적극적 팬덤의 모양새를 띠게 된 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 때부터였다. 이후 친박, 친문, 친명으로 팬덤이 이어졌고, 그 결집력과 목소리가 점점 강해져왔다. 이 과정에서 강성지지자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하는 그룹이 당내에 형성됐고, 이들 강성파에 당 전체가 휘둘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문제는 팬덤 정치의 비민주성이다. 여기엔 추앙과 추종만 있을 뿐 비판이 없다. 다양한 견해가 끼어들 틈도 없다. 오직 자신들이 지지하는 정치인만 절대선일 뿐이다. 그러니 누가 뭐라 해도 오직 '마이웨이'만 있을 뿐이다. 2019년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토론회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극성 지지자들의 당내 경선 상대 후보에 대한 문자폭탄과 악플에 대해 “경쟁을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라고 말해 이런 분위기에 기름을 끼얹었다. 그 결과가 내분과 혼란에 휩싸인 현재의 민주당이다. 이와 관련해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김종민 의원이 지난 6일 JTBC '썰전 라이브'에 출연해 자기반성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노사모
1980년대, 지방 출신 서울 유학생의 거의 유일한 동물성 단백질 공급원은 삼겹살이었다. 정육점은 물론 동네 슈퍼에서도 팔았던 얼린 삼겹살은 인기 만점이었다. 소고기는 언감생심이고, 얇게 사각형으로 썰어서 스티로폼 접시에 담은 삼겹살 몇 팩이면 ‘촌놈들’ 영양보충하기에 충분했다.냉동삼겹살(냉삼)의 인기가 시들해진 것은 1990년대 들어 냉장유통이 확산하면서였다. 한돈이 냉장 상태로 공급되면서 ‘생삼겹’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등장했다. 기존 삼겹살에는 ‘냉동’이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한돈 대신 수입육이 그 자리를 차지했다.근년 들어 복고풍의 유행과 함께 젊은 층에 인기를 얻었던 냉삼이 가정집 식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물가 급상승과 함께 동네 정육점에서 파는 삼겹살이 ㎏당 3만원을 훌쩍 넘어서자 수입 냉삼으로 바꾸는 집이 늘고 있는 것. 가격이 절반 수준인 수입 냉삼으로 바꾼 한 40대 직장인은 “웬만하면 한돈의 ‘자존심’을 지키고 싶지만 삼겹살 값이 올라도 너무 올랐다”고 털어놨다.천정부지로 치솟는 물가가 공포 수준이다.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1년 전보다 5.4%나 뛰었다. 소비자의 구입 빈도와 지출 비중이 큰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 상승률은 6.7%에 달했다. 돼지고기(20.7%) 수입 소고기(27.9%) 감자(32.1%) 배추(24.0%) 밀가루(26.0%) 경유(45.8%) 휘발유(27.0%) 등 만만한 품목이 없다.더 큰 문제는 올해 들어 상승폭이 계속 커져온 물가 고공행진이 당분간 꺾일 조짐이 안 보인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등 대외 요인에 따른 유가·곡물가 인상에 국내에서도 극심한 가뭄으로 인해 양파, 마늘, 감자 등 밭작물 출하량이 줄면서
“바보라네, 슬기롭게 처신해야지 하면서/ 정도와 도리를 모르는 사람은/ 지혜롭게 살아야지 하면서/ 뻐꾸기를 가지고 매사냥에 나서는 격일세/ 하는 말은 지혜와 슬기가 철철 넘치는데/ 하는 행동은 바보쟁기를 끌고 있다네.”르네상스 시대 독일의 인문주의자 제바스티안 브란트(1458~1521)가 쓴 《바보배(Das Narrenschiff)》의 한 구절이다. 자신의 영리함과 약삭빠름만 믿고 다른 사람의 조언을 무시하는 사람은 어리석다는 얘기다.1494년 지금의 스위스 바젤에서 독일어로 처음 출간된 이 책은 풍자 산문시집이다. 책에는 수많은 바보들이 등장한다. 돈 많은 바보와 가난한 바보, 권력자, 술꾼과 노름꾼, 게으름뱅이, 매춘부, 사채업자, 악덕 사장 등 종류가 다양하다. 충언에는 귀를 막고 간언에는 솔깃한 바보, 이간질하는 바보, 진실에 입 다무는 바보도 있다.저자는 110가지가 넘는 유형의 바보들을 배에 가득 태우고 어리석음의 풍랑이 몰아치는 세상의 바다를 지나 바보들의 천국인 ‘나라고니아’로 향한다. 설렘과 즐거움에 들뜬 승선자들은 쾌락의 노래를 합창하며 즐기다 배가 침몰하고 나서야 깨닫는다. 자신들이 추구했던 가치가 헛되고 부질없음을…. 가련한 바보들을 향한 풍자가 신랄하다. “무릇 세상의 쾌락에는 비참한 종말이 닥치니/ 바보들아 보아라, 어디에 닻을 내리게 될지.”당대 유럽 전역의 베스트셀러였던 이 책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은 현대인들과도 별반 다르지 않다. 광기와 비이성, 어리석음과 무능함, 탐욕과 무절제, 편견과 불통, 허세와 자아도취, 아첨과 이간질 등 인간의 어리석음은 동서고금을 관통한다.나온 지 500년도 훨씬 넘은 이 책을 새삼 떠올리게 된
2008년 689만여 명이던 방한 외래관광객은 이듬해부터 두 자릿수 증가율을 지속하면서 2019년에는 1750만 명으로 늘었다. 그사이에 세 번의 위기가 있었다. 2013년에는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독도 방문을 계기로 일본인 관광객이 급감했다. 2015년에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유행의 직격탄을 맞았고, 2017년에는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갈등으로 중국인 관광객 방한이 급감하면서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관광산업은 이처럼 외부 변수에 매우 취약하다. 전염병, 외교 갈등, 환율, 경제위기 등 별별 요인이 발목을 잡는다. 하지만 억눌린 여행 수요는 시차를 두고 더 큰 수요로 폭발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 사태로 억눌렸던 해외여행 수요가 각국에서 폭발하는 가운데 일본 도쿄에서 한국 관광비자를 받으려는 사람들의 ‘오픈런’이 펼쳐졌다. 지난 1일부터 재개된 한국 관광비자 신청을 위해 주일 한국총영사관 앞에 전날 밤부터 수백 명이 장사진을 이뤘다. 접수 절차가 복잡해 하루 신청자를 선착순 200명으로 제한한 탓에 한국에 하루라도 빨리 가려는 사람들이 몰려든 것이다.한·일 양국은 코로나19가 확산하자 2020년 3월부터 90일 무비자 체류 및 관광비자 발급을 중단한 상태다. 일본은 오는 10일부터 여행사 패키지 투어에 대해서만 관광 목적의 입국을 허용할 예정이나, 한국은 상호주의를 넘어 세계 주요국 개인에게도 관광비자 신청을 받기 시작했다.중국인과 일본인은 방한 관광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2015~2021년 방한한 외국인 8014만 명 가운데 중국인이 37.3%, 일본인이 16.4%였다. 무비자 방문 재개 등으로 여행시장이 정상화되면 폭발적 입국 러시가 예상된다.일본과 한국은 관광산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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