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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金 "청년" 韓 "중산층" 洪 "7공화국"…反이재명은 한목소리

    국민의힘 대선 경선 주자들은 18일 서울 마곡동 ASSA아트홀에서 열린 당 비전대회에서 한목소리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경선 후보를 상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 질서를 수호하겠다”고 주장했다. 이날 대회는 후보자별로 정책 구상을 약 10분씩 발표하는 방식으로 열렸다.김문수 경선 후보는 “위기의 대한민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나섰다”며 열 가지 비전을 제시했다. 청년대표가 참여하는 2차 국민연금 개혁, 대학가 청년주택 5만 가구 공급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이날 별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실에 기업 민원 담당 수석을 신설하는 등 기업인과 소통하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법인세 및 상속세 최고세율을 인하하겠다”고 밝혔다.한동훈 후보도 “중산층이 잘 사는 아주 보통의 하루를 만들겠다”며 각종 경제정책을 발표했다. 그는 “박정희 정권 때와 같은 경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고도 했다. 안철수 후보는 “미래 과학기술 경쟁을 선도하기 위해선 경영자이자 과학자 출신인 내가 적격”이라고 했다.대대적 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공약도 나왔다. 홍준표 후보는 “대한민국 국호를 빼고 다 바꾸겠다”며 “경제·정치·사회 등 모든 분야에서 선진국 반열에 오르는 ‘제7공화국’ 시대를 열겠다”고 강조했다. 홍 후보는 개별 기자회견을 통해 흉악범에 대한 사형제 부활, 차별금지법 반대 등 공약도 발표했다.나경원 후보는 “이번 대선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를 지켜내느냐 마느냐의 전쟁”이라며 “규제 혁파와 노동개혁, 세제개혁, 징벌적 상속세 폐지 등을 통해 성장의 틀을 만들고 정치판도 싹

    2025.04.18 17:52
  • 홍준표, 트럼프 영감 받았나…"PC주의 심각, 페미니즘 대신 패밀리즘"

    홍준표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가 차별금지법과 정치적 올바름(PC) 주의에 반대하면서 패밀리즘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패밀리즘은 공동체적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가족주의로, 개인의 자유와 존엄을 기반으로 한다.홍 후보는 15일 '선진대국 국가대개혁 100+1' 사회·교육·문화 분야 국가 개혁 구상을 발표했다. 그는 "극단적 페미니즘과 정치적 올바름(PC) 주의가 우리 공동체에 잠식하고 있다"며 "해체된 사회를 가정과 가족의 회복, 즉 '패밀리즘'으로 다시 연결하겠다"고 밝혔다.그러면서 "차별금지법에 반대한다"며 '가정 중심 공동체 강화'와 '동성애 반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추진 중인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정책 폐기 기조와도 맞닿은 셈이다.이번 개혁안은 '정의로운 사회, 건강한 공동체' 구현을 주제로 26개 세부 혁신 내용을 담고 있다. 홍 후보는 앞서 대선 경선 출마를 선언한 뒤 정치, 경제, 군사·외교·안보 분야 개혁안을 차례로 공개했다.홍 후보는 "무너진 법과 정의로 바로 세우겠다"며 "흉악범 사형 집행과 범죄 정치인 등 소위 '법 미꾸라지'를 단호히 척결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흉악범 사형, 마약과의 전쟁, 한국형 FBI 설치, 간첩죄 적용 범위 확대 등이 언급됐다. 홍 후보는 앞서 본인의 대선 출마 선언식에서 "흉악범 사형을 판결 6개월 내에 집행하겠다"고 강조했다.교육 개혁에 대한 의지도 내비쳤다. 홍 후보는 "대학수학능력평가 중심의 공정한 선발제도를 복원하고, 저소득층 교육 복지 확대를 위한 '

    2025.04.18 10:52
  • 국힘 "대기업 신규채용 10%는 中企 출신으로…청년에 사다리 놓겠다"

    국민의힘이 대기업 신규 채용의 10%를 중소기업 출신으로 뽑도록 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이동 사다리를 만들어 청년들의 계층이동을 가로막는 장벽을 허물겠다는 구상이다. 일각에선 채용 등 민간 기업의 의사결정에 정부가 과도하게 개입한다는 지적이 나온다.국민의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은 17일 “노력하면 보상받는 원칙을 구현하겠다”며 이 같은 내용의 정책자료를 발표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이 연간 10% 이상의 수시 인력 이동을 관계 법령에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윤희숙 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대기업 채용 인원의 약 10%를 비정규직이나 중소기업 출신으로 구성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윤 원장은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과도하게 벌어진 임금 격차를 정책 도입 배경으로 밝혔다. 그는 “오늘날 청년들은 대기업에 들어가려고 갖은 애를 쓰고, 그러다 중소기업에 취업하면 실패자 취급을 받는다”며 “시작점이 어디든 열심히 하면 사다리를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주자는 취지”라고 했다.국민의힘은 원청과 하청업체 근로자의 임금 격차를 20% 이내로 줄이는 ‘원·하청 격차 신호등 제도’도 도입한다. 각 기업이 원청과 하청 근로자 임금을 공시하도록 규제할 방침이다. 두 집단 사이 임금 차이가 과도한 ‘빨간불’ 상태로 나타나면 정부가 나선다. 다만 관계 법령을 제·개정하지 않을 예정인 만큼 강제성은 없다.이날 국민의힘이 내놓은 정책 비전이 또 다른 형태의 노동 규제로 이어질 것이란 우려도 작지 않다. 산업계 관계자는 “신

    2025.04.17 18:18
  • 식민주의, 환경파괴…소외된 미술이 피어나다

    우리가 아는 명화를 그린 화가 대부분은 백인 남성이다. 오랫동안 서양미술사만이 세계 미술계에서 정사(正史)로 취급받았다. 하지만 지난 몇 년 새 미술계와 미술시장의 기류가 확 바뀌었다. 최근 대세는 여성, 흑인, 아시아인 등 다른 성(性)과 인종의 작가다. “백인 남성은 이제 너무 지루하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올 정도다. 미술에서는 남과 다르다는 것, 즉 참신함이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지금 서울에서 열리고 있는 두 전시는 이런 미술계의 흐름을 그대로 보여준다. 서울 청담동의 갤러리 글래드스톤에서는 브라질 원주민 작가 자이더 에스벨(1979~2021) 개인전이, 서초동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태국 현대미술가들의 단체전이 열리고 있다.◇원주민이 풀어낸 부족의 역사에스벨은 남아메리카 원주민인 마쿠시 부족 출신이다. 전기 설비 회사에 취직한 뒤 브라질 전역을 돌아다니던 그는 원주민들의 역사와 사회상을 접한 뒤 예술에 눈을 떴다. 생전 그는 아마존 원주민의 신화와 철학, 생활양식 등을 소재로 작품을 만들고 책을 펴냈다. 반식민주의 사회운동가, 교육자 등으로도 활동하며 명성을 쌓았다.많은 작품을 남기진 않았지만 그의 작업은 퐁피두센터와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등 유수 기관에서 소장하고 있다. 상파울루 비엔날레와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 등에서도 소개됐다. 정지웅 글래드스톤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다양성 정책을 폐기하려는 기조가 짙어지자 그의 작품을 찾는 수요가 오히려 늘었다”고 했다.이번 국내 전시는 아시아에서 열린 그의 첫 개인전이다. 아마존의 천연 안료로 염색한 설치작업과 캔버스 작업 등 25점

    2025.04.16 17:15
  • 이준석, TK 찍고 서울로…"安과 AI 논의 열려있다"

    "중국과의 과학 기술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과감한 규제 혁파가 핵심입니다."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16일 오전 서울 가산디지털단지를 찾아 출근길 시민들과 인사를 나눴다. '압도적 새로움, 이준석'이라고 적힌 팻말을 목에 건 이 후보는 이 후보는 가산SKC1센터 앞 횡단보도에서 1인 유세를 펼쳤다. 시민들은 이 후보한테 '응원한다'며 악수를 건넸다.그동안 대구와 포항 등 영남지역에서 출근길 인사를 이어가던 이 후보의 첫 서울 유세다. 이 후보는 기자들과 만나 "지금까지 TK(대구·경북) 지역 일정에 몰두해서 보수의 자존심을 세우는 데 매진했다"며 "이제 미래 비전을 제시할 장소로 가산디지털단지를 찾았다"고 말했다.이 후보는 "수많은 젊은 세대가 대한민국의 IT(정보기술) 산업 등 미래 산업을 위해 열심히 일하고 있다"며 "IT 개발자 출신인 내가 친숙하게 알고 보탬이 될 수 있는 곳으로 가장 먼저 발길이 갔다"고 했다.이어 "미래는 과학기술 경쟁 시대가 될 것"이라며 "가산디지털단지와 판교 테크노벨리, 테헤란로의 직장인들이 본인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규제 혁파를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보수와 진보 진영 양쪽에서 최근 잇따라 AI(인공지능) 관련 정부 예산 편성 확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건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입장을 내비쳤다. 이 후보는 "AI 산업의 핵심은 민간 투자 촉진"이라며 "100조~200조원 규모 예산 편성을 피상적으로 논의하는 것은 산업에 대한 해당 후보들의 몰이해를 보여준다"고 꼬집었다.이번 대선 구도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는 "보수 대 진보의 낡은 정치공학이 아니라 과거

    2025.04.16 11:07
  • '주 4.5일제' 내건 국힘…"기업 생산성 향상은 당연한 전제"

    국민의힘이 6·3 조기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유연한 주 4.5일 근무제'에 대해 "기업의 생산성과 경쟁력 향상이 당연히 전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연근무제 도입이 노동생산성 저하와 인건비 상승으로 이어진다는 산업계의 우려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김상훈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15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현행 근로기준법 내 과도한 규제를 개선하며 기업은 생산성을 높이고 근로자는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을 실현할 수 있는 균형 잡힌 해법을 찾고자 한다"고 했다.김 의장은 "탄력근로제와 선택근로제, 특별 연장근로 관련 요건 등이 지나치게 까다롭다는 지적에 착안한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총근로시간이 줄지 않기 때문에 임금은 기존과 동일한 수준"이라며 "비용과 부작용을 둘러싼 이해관계 갈등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진보 진영이 제안한 근로일수 단축 정책을 두곤 "국가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했다. 김 의장은 "민주당은 근로 시간을 줄이면서도 임금은 그대로 유지하려 한다"며 "불가피하게 임금을 삭감해도 그 차액을 국민 세금으로 보존하거나 기업 부담으로 전가하려고 한다"고 주장했다.국민의힘이 추진하는 주 52시간제 완화 정책이 근로자의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해선 "주 52시간 유연제는 처음부터 끝까지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서 진행되는 것"이라며 "근로자의 건강권이 조금이라도 침해된다면 즉각 중단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앞서 국민의힘은 법정 근로시간 주 40시간을 유지하면서 유연근무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2025.04.15 14:19
  • "꽃게밥 되기 싫어서 왔다"…홍준표 캠프 개소식 이색 축사들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대하빌딩에서 열린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제21대 대통령선거 경선 캠프 개소식 현장. 부슬비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이곳은 홍 전 시장의 대선 출마 선언을 참관하려는 지지자들로 발 디딜 틈 없었다. 1000여 명 넘는 인파가 몰린 탓에 사회자를 향해 '목청을 높여라'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올 정도였다.이 중에서도 눈에 띈 건 홍 전 시장의 지원 사격에 나선 원내·외 인사들이었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17명은 물론 상대편에서 섰던 이들 일부도 입장을 바꿔 지지를 선언했다. 정치에선 영원한 우군도 적군도 없다고 했던가. 홍 전 시장의 출마 선언식을 찾아 축사를 건넨 이들의 주요 발언을 정리했다.홍 전 시장의 대선 경선 캠프 상황실장을 맡은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축사의 포문을 열었다. 유 의원은 "나는 당 대변인을 맡으면서 홍 후보를 공개적으로 여러 번 저격했던 사람"이라며 "홍 후보에 대한 신뢰와 살아온 역정, 그 모든 것이 이번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함께하기로 했다"고 말했다.유 의원은 "(지난 대선 기간이던) 3년 전만 해도 홍 후보를 공개 지지하는 현역 국회의원은 손에 꼽았다"며 "홍 후보는 더 이상 '독고다이'(혼자)가 아니다.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많은 의원이 함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했다.국민의힘 전북도당위원장을 맡은 조배숙 의원은 "당직에 있는 만큼 중립적인 입장"이라면서도 홍 전 시장과의 개인적인 인연을 강조했다. 조 의원은 "30여년 전 변호사로서 개업했던 시절 홍 후보의 옆 방을 썼다"며 "법정에 오가며 함께 인사 나누곤 했다"고 말했다.이어 조 의

    2025.04.14 17:16
  • "금요일 4시간 일하고 퇴근"…국힘, '주 4.5일제' 대선 공약 추진

    국민의힘이 산업 현장의 근로 규제를 완화하는 방안을 대선 공약으로 추진한다. 주 4.5일 근무에 기반한 유연근무제 도입과 주 52시간 근로 규제 폐지, 업종별 최저임금제 차등 적용 등을 골자로 한다.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4일 국회 본관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법정 근로시간 40시간을 유지하되 유연근무제를 통해 실질적인 주 4.5일 근무제 도입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유연근로제를 도입하더라도 생산성과 효율성 향상이 전제돼야 한다"고 강조했다.권 비대위원장은 울산 중구청이 시범 실시하고 있는 '금요일 오후 휴무제도'를 소개했다. 그는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1시간씩 더 일하고 금요일에 오전만 근무하는 방식"이라며 "총 근무 시간이 줄지 않기 때문에 급여에도 변동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유연한 시간 배분을 통해 주 4.5일대의 실질적인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개선 효과를 가져오는 현실적인 제안"이라고 덧붙였다.더불어민주당 측이 주장하는 주 4.5일 근무제에 대해서는 '비현실적이고 포퓰리즘적'이라며 날을 세웠다. 권 비대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주 4.5일 근무제는 근로 시간 자체를 줄이면서 임금을 그대로 유지하려는 정책"이라며 "근로 시간을 줄이면 급여도 줄어드는 것이 상식"이라고 지적했다.주 52시간 근로 규제 폐지도 함께 검토한다. 권 비대위원장은 "일이 몰릴 때 집중적으로 일하고, 반대로 일이 적을 때 충분히 쉴 수 있는 유연한 근무환경이 필요하다"며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비롯해 근로 규제로 생산성이 저하되고 있는 산업 분야를 분석해서 제도 개선 방

    2025.04.14 11:36
  • '강남 캠프' 입성한 이준석 "여의도 정치·광화문 풍수 의존 않겠다"

    "11년 전 서울 강남 선정릉역 인근에서 창업했을 때 사무실에 직접 페인트를 칠한 기억이 납니다. 기대와 포부가 함께했던 이때처럼, 지금 우리 선거사무소의 시작에도 포부와 기대가 가득합니다."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예비후보는 10일 서울 서초구 강남대로에 개관을 앞둔 선거사무소를 찾아 이 같이 말했다. 주황색 상의에 우비를 걸치고 나타난 그는 10분가량 실내의 흰 벽면에 오렌지색 페인트를 칠했다. 그는 "젊은 세대가 넘쳐나는 강남역 일대와 테헤란로 벤처 거리가 저희 힘이 되는 지점"이라며 "여의도 정치문화나 광화문 풍수에 의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오렌지색은 개혁신당의 상징색이다.강남대로 도로변 건물 1층에 마련된 선거사무소의 접근성을 앞세워 표심을 공략한다는 구상이다. 이 예비후보는 "그동안 (여의도·광화문 일대의) 대선캠프는 일반 유권자들이 들어가시기에 위압적인 분위기였다"며 "경기 남부로 출퇴근하는 직장인분들이 쉬었다 가실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경기 화성을을 지역구로 둔 그는 "제가 서울에서 화성 동탄으로 출근할 때 이용하는 광역버스 정류장과도 가깝다"고 했다.이 예비후보는 "선거캠프를 꾸미는 방식은 후보자의 철학을 보여준다"며 "직접 페인트칠을 하는 건 대선 과정에서 근본부터 바로 세우는 정치를 하겠다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의힘은 탄핵에 대한 찬성과 반대 의견으로, 민주당은 친명(친이재명)·비명으로 갈라지고 있다"며 "남들이 과거를 이야기할 동안 우리는 미래지향적인 정치를 하겠다"고 강조했다.그러면서 "미래에

    2025.04.10 16:03
  • 김구·안창호 등 독립운동가 글씨, 덕수궁서 만난다

    광복 80주년을 맞아 김구, 안창호 등 독립운동가 친필 휘호가 한자리에 모인다.국가유산청 궁능유적본부는 스타벅스를 운영하는 에스씨케이컴퍼니, 문화유산국민신탁과 함께 이달 8일부터 20일까지 서울 덕수궁에서 ‘유묵(遺墨), 별이 되어 빛나다. 두 번째 빛’ 특별전을 선보인다고 7일 밝혔다.이번 전시는 스타벅스가 2015년부터 기증한 백범 김구, 도산 안창호, 만해 한용운, 위창 오세창 등 독립운동가의 친필 휘호 영인본 11점을 소개한다. 영인본은 원본을 사진 및 기타 방법으로 복제한 인쇄물을 뜻한다. 김구 선생이 조국의 독립을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쓴 ‘광복조국(光復祖國)’, 뜻이 있으면 반드시 이룬다는 의미의 ‘유지필성(有志必成)’ 등의 휘호를 볼 수 있다.안시욱 기자

    2025.04.07 18:05
  • 설치미술로 표현한 AI가 지배하는 미래

    “하이 빅스비, 인공지능(AI)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영상 속 인물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스마트폰의 AI 음성비서를 부른다. AI와 빅데이터가 개인정보와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다. 삼성 갤럭시의 ‘빅스비’, 애플의 ‘시리’ 등 프로그램이 저마다 학습한 내용을 읊는다.대화 내용보다 섬뜩한 것은 질문자의 정체다. 질문을 던지는 ‘샐리’도 생성형 AI로 제작한 가상 인물이다. 여성의 얼굴 형태를 취하면서도 덥수룩한 콧수염이 난 모습은 이미지 생성 과정에 어떤 오류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AI가 AI를 부리는 미래를 묘사한 설치미술가 양아치의 신작 ‘고스트 1.0.0’이다.서울 강남구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의 국제기획전 ‘합성열병’은 급속도로 발전한 생성 AI를 동시대 작가 9명의 시선에서 돌아본다. 독일 출생의 말레이시아계 작가 로렌스 렉, 싱가포르 설치미술가 호 루이 안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 30여 점이 걸렸다. 미술 분야에서 AI 기술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데이터가 권력이 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등을 질문한다.아직은 숱한 오류를 낳는 AI 이미지를 다루면서 전시는 시작한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룬드는 생성 AI로 제작한 영상 작업을 선보였다. 기계에 밀려 직장을 잃는 등 일곱 명의 소외된 인물이 단체로 상담하는 줄거리다. AI가 그려낸 등장인물들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일그러진 형태다. 이들의 불안한 처지를 상징하는 듯하다.전시 제목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책 <아카이브 열병>(1995)에서 따왔다. 데리다는 역사의 기록인 ‘아카이브’에 투영된 권력과 욕망을 포착한 뒤 이를 ‘열병’이라고 진단했

    2025.04.07 17:11
  • 태국 작가 24명이 풀어낸 윤회와 사유의 서사

    "예술은 인간의 감정에 대한 보편적 언어다."20세기 독일어권 최고의 시인으로 꼽히는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이렇게 말했다. 체코에서 태어나 독일, 러시아, 프랑스 등지의 여러 예술가와 마음을 나눈 뒤 남긴 소회다. 언어나 문화가 달라도 예술이 주는 감동은 모든 장벽을 초월한다는 얘기다.지금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선 조금 낯선 전시가 열리고 있다. 2025 한세예스24문화재단 국제문화교류전 '태국 현대미술-꿈과 사유'다. 태국의 현대미술가 24명의 작품 100점으로 동시대 태국을 돌아본다. 작가들의 이름을 제대로 발음하기 어려울 정도로 생소하지만, 이들의 메시지는 오늘날 한국과도 공명한다.이번 전시는 한세예스24문화재단이 선보인 일곱번째 국제문화교류전이다. 재단은 2015년 베트남을 시작으로 미얀마,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6개국의 기획전을 선보였다. 전시를 기획한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는 "태국은 권역 내에서 유일하게 자주독립을 유지한 만큼 문화적 다양성을 잘 보존하고 있다"며 "동남아 미술을 이해하기 위한 시작점"이라고 강조했다.1부는 신예들의 작품을 모아놓은 전시다. 태국은 주민의 95% 이상이 불교 신자인 만큼 신화와 종교를 주제로 한 작품이 많이 남아 있다. 전시된 신진 작가들의 작품에선 기존 관행을 해체하는 시도가 눈에 띈다. 불상에 우주복을 입히고, 비너스 조각상의 하반신을 결합하는 등 전통과 현대의 경계가 허물어진 모습이다.거대한 정치 담론보단 삶의 내밀한 이야기를 건네는 작품이 대다수다. 어릴 적 할머니와의 추억을 추상적인 여성 인물화로 풀어낸 줄리 베이커 앤 서머의 회화가 그런 사례다. 생계를 위

    2025.04.04 17:07
  • 검은 캔버스 위에 새겨진 아마존 착취의 역사

    '저항'은 예술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재 중 하나다. 권력자를 향한 삐딱한 태도는 남다른 시선에서 세상을 바라보는 원동력이 된다. 입체파 거장 파블로 피카소의 대표작으로 나치의 학살을 고발한 '게르니카'를 꼽는 이가 적지 않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외압이 거세질수록 힘을 얻기도 한다. 올해 초 미국 뉴욕 글래드스톤에서 개인전을 연 브라질 원주민 작가 자이더 에스벨(1979~2021)이 그렇다. 반식민주의와 생태주의 등 원주민 예술운동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다. 정지웅 글래드스톤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트럼프 행정부의 다양성 정책 폐기 기조가 짙어지자 오히려 그를 찾는 수요가 늘었다"고 말했다.지난달 뉴욕 지점에서 막을 내린 전시 '자이더 에스벨'이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을 찾았다. 아시아에서 열린 첫 개인전이다. 아마존의 천연 안료로 염색한 설치작업과 캔버스 작업 등 25점이 걸렸다. 그동안 상파울로 비엔날레, 베네치아 비엔날레 본전시 등에서 에스벨을 띄엄띄엄 만난 사람이라면 작가의 생애를 한눈에 돌아볼 기회다.에스벨은 라틴아메리카의 원주민인 마쿠시 부족 출신이다. 처음부터 미술가의 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전기 설비 회사에 취직한 뒤 브라질 전국을 돌아다니며 원주민 사회를 조사한 것이 계기가 됐다. 아마존 각지의 신화와 철학, 생활양식 등을 기록한 책을 여럿 펴내기도 했다. 이때 조사한 자료는 훗날 작품에 그려진 자연물과 전통적인 도상으로 이어졌다.화가이자 큐레이터, 작가, 교육자, 사회운동가 등 분야를 넘나들며 활동했다. 2013년 본인 이름을 딴 갤러리를 설립해 동료 화가들을 지원했다. 전업 작가 생활은 작고하기 직

    2025.04.02 16:33
  • 미술계 '리움 파워' 재시동…홍라희, 명예관장으로 복귀

    "두 재단의 창립자인 호암 이병철 선생과 간송 전형필 선생은 우리나라의 문화유산을 지키기 위한 '문화보국'을 실천하신 분들이었다. 공통된 비전에 의해 설립된 두 기관이 겸재 정선이라는 주제 안에 협력했다는 것은 이 전시를 더욱 뜻깊게 한다."지난달 31일 경기도 용인 호암미술관에서 열린 '겸재 정선' 특별전 개막식. '금강전도', '인왕제색도' 등 국보급 유물들 못지않게 눈길을 끈 건  전시 도록 서두에 실린 한 인사말이었다. 글쓴이는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지난 8년간 일선에서 물러났던 그의 공식 복귀를 알리는 순간이었다.2017년 리움미술관 관장직에서 전격 사퇴했던 홍라희(80)씨가 명예관장으로 돌아왔다. 삼성문화재단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기획한 호암미술관 특별전 '겸재 정선' 개막에 맞춰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이날 개막식과 이후 진행된 소규모 만찬을 찾은 홍 명예관장은 "성원에 감사드리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공식 인사를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홍 명예관장은 '한국 미술계 영향력 1위'에 수년간 오를 정도로 막강한 입지와 인맥을 갖고 있다. 세계적인 미술전문매체 '아트넷'이 선정한 세계 200대 컬렉터 목록에 해마다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 회장의 유족들이 국가에 기증한 '이건희 컬렉션'에도 홍 관장의 안목과 조언이 반영됐다.경기여고와 서울대학교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한 홍 명예관장은 1995년 시아버지인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이 설립한 호암미술관 관장직에 취임하면서 미술계에 정식 데뷔했다. 지난 2004년 서울 한남동에 개관한 리움미술관 관장직을 맡으며 국내 최고

    2025.04.02 10:27
  • "접으면 쓰러지지 않는다"…강철로 빚은 '접힌 조각'

    대구 봉산동 우손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고(故) 김인겸(1945~2018) 작가의 개인전 ‘조각된 종이, 접힌 조각’은 조각적 단순함을 추구한 작가의 말년 작업을 돌아본다. ‘스페이스리스’와 ‘빈 공간’ 시리즈 20여 점이 전시돼 있다.두 연작이 서로 부족한 부분을 채우듯 조응한다. 스페이스리스는 넓적한 미술 도구인 스퀴즈로 물감과 먹을 얇게 펴 바른 종이 작업이다. 종이 위에 여러 층의 면을 겹쳐 그리며 입체감을 표현했다. 빈 공간은 이런 이미지를 3차원(3D) 모형으로 구현한 조각이다. 강철과 스테인리스 스틸을 통해 입체적으로 제작됐지만 오히려 평면성이 두드러진다.1996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간 작가가 ‘접힌 조각’을 내놓자 미술계에선 의아해했다. 이전 해 베네치아 비엔날레에 출품한 ‘프로젝트21-내추럴 넷’의 중량감이 흔적도 없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당시 작가는 아크릴 구조물과 물을 채운 수조, 컴퓨터 모니터, CCTV 등을 활용한 설치 작업으로 한국관 1·2층 사이 나선형 계단 주변을 꾸몄다.반응은 뜨거웠다. 2001년 파리 오데옹5갤러리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을 두고 프랑스 평론가 기부아이에는 이렇게 평했다. “어떻게 종이로 된 2차원 평면이 조각 작품과 주변 공간을 하나로 묶을 수 있을까… 접힌 조각들, 그리고 조각된 종이들은 파리의 갤러리에서 완벽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김 작가의 딸인 김재도 홍익대 초빙교수는 “파리에서 활동한 이방인 작가로서 (선친의) 고민이 녹아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대형 조각을 제작할 작업실과 값비싼 재료를 마련할 여유가 없었다. 기존에 사용한 무거운 재료 대신 잡지와 신문지

    2025.03.30 17:17
  • 꿈에서 마주친 털북숭이 괴물…어릴적 트라우마와 만나다

    이미주 작가(43)가 처음 설인을 만난 건 고등학생 때 일이다. 교내 전생 체험 행사에 참여한 작가는 그날 밤 꿈을 꿨다고 한다. 18세 소녀는 당시 그의 나이 개수만큼의 계단을 차례로 내려갔다. 축축한 흙바닥에 발을 디딘 찰나. 작가는 어느새 흰색 털로 뒤덮인 자기 손을 발견했다.소름 돋은 작가는 꿈에서 번쩍 깼다고 한다. 스트레스가 심한 날이면 설인이 나오는 악몽에 시달렸다. 흉한 몰골의 털북숭이 괴물은 사춘기 소녀의 치부를 모아놓은 것 같았다. 홍익대 산업디자인학과를 졸업한 뒤 스페인 유학길에 오르고, 이후 일러스트레이터로 일하면서도 작가는 설인을 마음 한편에 숨겼다.작가가 감춰온 내면의 설인이 캔버스에 출몰했다. 서울 논현동 서정아트에서 열린 그의 개인전 '탐구생활: 숨겨진 실타래'에서다. 설인과 버섯, 물 등 작가의 여러 자아를 상징하는 아기자기한 캐릭터를 중심으로 회화와 조각 20여점이 걸렸다. "설인을 계속 숨기면 평생 트라우마로 남을 것 같았습니다. 내면의 부끄러움과 속 시원하게 대면하기로 했죠. 막상 작품으로 만들고 나니까 걱정만큼 보기 흉하지 않더라고요."20여년을 함께한 설인은 작가의 내면을 비추는 일종의 페르소나다.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한 2011년 무렵부터 마음속 설인의 이미지를 꺼내기 시작했다. 작은 도자기 작품으로 시작된 설인 캐릭터는 점차 조각과 회화로 확장했다. 작가는 "그동안 설인은 작품 구석에 수줍게 등장하곤 했다"며 "주인공으로 전면에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입구에 놓인 네 점의 설치작업에서 전시는 시작한다. 무엇인가 오래 기다려서 충혈된 듯한 눈알 한 쌍이 놓였다. 망부

    2025.03.28 09:04
  • “빅스비, 이것 좀 검색해줘”…AI가 AI를 조종하는 미래

    "하이 빅스비, 인공지능(AI)은 앞으로 어떻게 진화할까?"영상 속 인물이 나지막한 목소리로 스마트폰의 AI 음성비서를 부른다. AI와 빅데이터가 개인정보와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묻는다. 삼성 갤럭시의 '빅스비', 애플의 '시리' 등 프로그램이 저마다 학습한 내용을 읊는다.대화 내용보다 섬뜩한 것은 질문자의 정체다. 질문을 던지는 사람 '샐리'도 생성형 AI로 제작된 가상 인물이다. 여성의 얼굴 형태를 취하면서도 덥수룩한 콧수염이 난 모습은 이미지 생성 과정에 어떤 오류가 있었음을 암시한다. AI가 AI를 부리는 미래를 묘사한 설치미술가 양아치의 신작 '고스트 1.0.0'이다.서울 신사동 코리아나미술관의 국제기획전 '합성열병'은 급속도로 발전한 생성형 AI를 동시대 작가 9명의 시선에서 돌아본다. 독일 출생의 말레이시아계 작가 로렌스 렉, 싱가포르 설치미술가 호 루이 안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 30여점이 걸렸다. 미술 분야에서 AI 기술의 현주소는 어디인지, 데이터가 권력이 되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지 등을 질문한다.아직은 숱한 오류를 낳는 AI 이미지를 다루면서 전시는 시작한다. 스웨덴 작가 요나스 룬드는 생성형 AI로 제작한 영상작업을 선보였다. 기계에 밀려 직장을 잃는 등 일곱명의 소외된 인물들이 단체로 상담하는 줄거리다. AI가 그려낸 등장인물들의 얼굴은 이목구비가 일그러진 형태다. 이들의 불안한 처지를 상징하는 듯하다.전시 제목은 프랑스 철학자 자크 데리다의 책 <아카이브 열병>(1995)에서 따왔다. 데리다는 역사의 기록인 '아카이브'에 투영된 권력과 욕망을 포착한 뒤 이를 '열병'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전시는

    2025.03.27 15:19
  • 배곯던 소년 눈에 비친 모란, 노인의 캔버스에 만개했다

    모란은 꽃말이 부귀영화지만 작가의 기억 속 모란은 넉넉함과 거리가 멀었다. 촌지를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 교실 대신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던 5월의 어느 날 활짝 핀 모란이 눈에 들어왔다. 그 꽃봉오리가 어찌나 탐스러워 보였는지. 일평생 캔버스 수백 점에 모란을 피운 고(故) 정의부 화백(1940~2022) 얘기다.정 화백의 작고 3주기를 기념한 회고전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리고 있다. 1970~2010년대 작가가 그린 모란 작품 19점과 풍경화 3점이 나와 있다. 단색화와 앵포르멜, 민중예술 등 숱한 미술사조가 뜨고 지던 시절부터 우직하게 걸어온 사생화 외길 인생을 돌아볼 수 있다.이번 전시는 정 화백 아들 정서호 씨와의 협업으로 기획됐다. 산부인과 전문의인 정씨는 얼마 전 홍익대 회화과에 입학한 늦깎이 미술학도다. “도봉산 설경을 그리러 나선 선친을 여덟 살 때 따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힘든 작업을 왜 하시는지 이해되지 않았죠. 환갑을 앞둔 제가 붓을 집어 든 걸 보니 역시 아버지의 DNA가 남아 있나 봅니다.”1940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정 화백은 홍익대 대학원에서 서양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개인전을 20여 회 열었다.모란 시리즈는 생전 작가가 남긴 작품 3000여 점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작가의 석사 논문 주제인 고갱을 빼닮은 중후한 선과 선명한 색조가 특징이다. 작가가 동경했다고 알려진 운창 임직순 선생의 화풍과도 맞닿아 있다. 꽃과 동네 주민 등 시골 전경을 정감 어린 색채로 묘사한 점에서다.모란의 형태는 제작 시기마다 다르다. 전시장에는 영글기 전 꽃봉오리부터 청화백자에 꽂힌 모란, 산그늘에 핀 듯 어두운 모란 덩굴까

    2025.03.26 17:17
  • '잊혀진 왕국' 가야의 타임캡슐이 열렸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각축전이 벌어진 시기를 삼국시대로 칭하곤 한다. 비슷한 시절 영남 일대에서 500여 년간 번성한 또 다른 나라가 있다. 자체적인 문헌 기록이 없어 삼국에 끼지 못한 왕국 가야다. 최근 경남 함안·김해 일대에서 관련 유물이 잇달아 출토되며 ‘잊혀진 왕국’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24일 찾은 경남 함안군 가야리 유적 발굴조사 현장. 20m에 달하는 계단식 석조 배수로 주위로 유적지를 표시하는 흰색 실선이 그어져 있었다. 부엽층과 사질층을 번갈아 쌓아 나무판자로 고정한 성벽이 배수로 양옆에 들어섰다. 460~548년 사이 조성한 것으로 추정되는 아라가야 왕성 옛터 모습이다.특히 눈에 띈 건 지름 9.7m의 원형 집수지다. 성안에 물을 모아 가두기 위한 시설로 약 2주 전 새롭게 발견됐다. 가야 유적에서 집수 시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변에선 짧은목항아리와 솥모양토기 등 생활유적이 출토됐다.이날 경남 창원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에선 금관가야의 도읍지인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최근 발견한 최고급 의례용 옻칠 제기 15점을 처음 공개했다. 1세기 변한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오춘영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장은 “그동안 최고급 고분에서만 발견되던 옻칠 제기가 생활유적에서 발견된 첫 사례”라면서 “봉황동 일대가 금관가야 왕족의 생활공간이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말했다.유물들은 약 109㎡ 공간에서 집중적으로 출토됐다. 깊이 0.7m 안팎의 유기물층에서 옻칠 제기를 비롯한 300여 점의 목제품이 무더기로 나왔다. 발굴지 일대에는 배수로 또는 도랑으로 사용된 듯한 흔적이 남아 있다. 문화유산계에선 이곳에 대규모 취

    2025.03.24 17:13
  • 함안 가야리·김해 봉황동…'잊혀진 왕국' 타임캡슐 열렸다

    고구려와 백제, 신라의 각축전이 벌어진 시기를 삼국시대로 칭하곤 한다. 비슷한 시절 영남 일대에서 500여년간 번성한 또 다른 나라가 있다. 자체적인 문헌 기록이 없어서 삼국에 끼지 못한 왕국 가야다. 최근 경남 함안·김해 일대에서 관련 유물이 잇따라 출토되며 '잊혀진 왕국'의 베일이 벗겨지고 있다.24일 찾은 경남 함안 가야리 유적 발굴조사 현장. 20m에 달하는 계단식 석조 배수로 주위로 유적지를 표시하는 흰색 실선이 표시돼 있었다. 부엽층과 사질층을 번갈아 쌓아 나무판자로 고정한 성벽이 배수로 양옆에 들어섰다. 460~548년 사이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 아라가야 왕성 옛터 모습이다.특히 눈에 띈 건 지름 9.7m의 원형 집수지다. 성안에 물을 모아 가두기 위한 시설로 약 2주 전 새롭게 발견됐다. 가야 유적에서 집수 시설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금까지 지반 약 2m 아래까지 발굴된 상태다. 주변에선 짧은목항아리와 솥모양토기 등 생활유적이 출토됐다.오춘영 국립가야문화유산연구소장은 "집수지 하부엔 동식물의 유체와 각종 목제품 등 당시 생활상을 보여주는 유물들이 잠들어있다"며 "아라가야의 '타임캡슐'인 셈"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아라가야의 토목공사 기술력이 돋보이는 유적"이라며 "가야의 역사를 기록한 '목간'이 최초로 발견되길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이날 경남 창원 국립가야문화연구소에선 금관가야의 도읍지였던 김해 봉황동 유적에서 최근 발견한 최고급 의례용 옻칠 제기 15점을 처음 공개했다. 1세기 변한 시대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물이다. 오 소장은 "그동안 최고급 고분에서만 발견됐던

    2025.03.24 16:02
  • 높낮음 없는 무등산처럼…"'포용디자인'으로 모두 품을 것"

    "모두를 끌어안는 '포용디자인'의 힘을 예술 도시 광주에서 보여드리겠습니다."최수신 광주디자인비엔날레 총감독(67)은 19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올해 11회째를 맞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포용'을 주제로 오는 8~11월 광주 용봉동 광주비엔날레전시관 일대에서 열린다.최 총감독은 "높고 낮음이 없는 무등산을 품은 광주는 포용디자인을 담기에 적합한 장소"라며 "서로 다른 소리가 모여 화음을 이루듯, 차별과 소외를 공존과 배려로 바꾸는 디자인을 모색하겠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회성 행사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산업 혁신을 향한 비전을 제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국내 최대 규모의 디자인 미술 축제다. 2년마다 광주비엔날레 미술전과 번갈아 가며 개최된다. 지난 2013년 제5회 행사 이후 12년 만에 광주비엔날레 재단에서 주최한다. 지난 6~10회 행사는 광주디자인진흥원이 진행했다. "미술전과 일원화해 브랜드 가치를 높이겠다"는 게 광주비엔날레 재단 측 설명이다.올해 행사의 지휘봉을 잡은 최수신 총감독은 한국의 1세대 자동차 디자이너다. 1978년부터 대우자동차, 기아자동차 등에서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2000년대 미국으로 건너간 뒤로부터 포용디자인 분야의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현재 미국 사바나예술대학에서 산업디자인 학부장을 맡고 있다.포용디자인은 다양한 능력과 장애,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접근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드는 디자인 관행을 뜻한다. 이번 행사는 '너라는 세계: 디자인은 어떻게 인간을 끌어안는가'란 주제로 4개 전시관에서 진행되는 본전시

    2025.03.19 16:45
  • 깊은 무게 중심…관용성·비거리·타격감 우수

    핑골프 G시리즈는 최근 수년간 프로와 아마추어 골퍼한테 가장 사랑받은 클럽 중 하나다. 지난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우승자 20명 중 7명의 선택을 받았다. 지난 1월 열린 2025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개막전에서 챔피언에 오른 김아림도 핑 드라이버를 사용한다.삼양인터내셔날 핑골프에서 올해 선보인 G440 드라이버는 ‘국민 드라이버’로도 불리는 G시리즈의 후속 모델이다. 핑 드라이버 역사상 가장 깊은 무게 중심(CG)을 구현한 결과 안정감 있는 스윙과 빠른 볼 스피드가 특징이다. 핑골프는 “2년 이상 준비한 만큼 핑 드라이버의 모든 노하우와 기술력을 총동원했다”며 “관용성은 물론 비거리와 타구음, 타격감을 한층 개선했다”고 설명했다.이번 신제품의 핵심 기술은 ‘프리호젤’이다. 드라이버 내부에는 헤드와 샤프트가 결합하는 통로인 호젤이 있다.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구조적으로 변화를 주기에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이번 모델은 호젤의 연결 부분 중간을 덜어낸 뒤 비슷한 중량을 헤드 바닥에 재배치했다. 드라이버 무게를 늘리지 않으면서도 한층 깊은 무게 중심을 형성하게 된 배경이다.프리호젤 기술은 드라이버의 ‘스윗 에이리어’의 범위가 헤드의 안쪽까지 확대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스윗 에이리어는 공을 맞혔을 때 최적의 타격감을 주는 지점이다. 높은 관용성과 빠른 볼 스피드는 물론, 잘 맞은 공이 만들어내는 스핀이 볼의 궤적을 안정감 있게 잡아준다는 얘기다.카본 크라운이 드라이버의 헤드 부분을 감싸는 ‘카본 플라이 램 크라운’ 형태로 제작됐다. 가볍고 단단한 카본이 마치 왕관처럼 헤드를 감싸 안게 만들면서

    2025.03.18 16:02
  • "역사는 번역된다"…이집트 예술가가 본 진실

    “예상 대기시간 세 시간입니다. 불편을 드려 죄송합니다.”지난해 4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베네치아 비엔날레. 행사장인 자르디니 공원 북부에 들어선 이집트관의 현장 안내 요원이 입장을 기다리는 관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80개 넘는 참가국이 각자 조성한 전시장 중에서도 이집트관은 유독 장사진을 이뤘다. 이유는 하나. 영상과 소리, 설치작업으로 전시장을 무대처럼 꾸민 이집트 작가 와엘 샤키(54)의 존재감 때문이었다.샤키는 이집트 우라비혁명(1879~1882)을 다룬 ‘드라마 1882’를 당시 선보였다. 70여 년간 이어진 영국의 이집트 식민 지배의 단초를 제공한 사건이다. 아랍권 출신인 작가는 이날의 기억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재현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뮤지컬 같은 45분짜리 영상이 관객을 매혹했다”고 평했고, 영국 아트리뷰는 ‘2024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술인’ 6위에 샤키를 꼽았다.샤키가 한국을 찾았다. 서울 소격동 바라캇컨템포러리에서 4월 27일까지 열리는 개인전 ‘와엘 샤키: 텔레마치와 다른 이야기들’에 작가가 2000년대에 만든 초기 비디오 작업이 나와 있다. ‘텔레마치’ 시리즈(2007~2009) 등 영상 6점을 비교적 적은 대기시간을 들여 여유롭게 만날 기회다.역사의 통·번역사를 자처하는 샤키의 작업은 ‘기록된 역사를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까’란 고민에서 출발한다. 그는 1970년대 원유 사업이 떠오르던 시절 사우디아라비아 메카로 이민 갔다. 베두인족 등 토착 민족의 전통과 현대화의 물결이 충돌하던 시절이다. 서구 중심으로 기록된 역사에 의문을 품은 작가는 아랍 사회의 모순을 화면에 담기 시작했다.이번 전시에 걸

    2025.03.17 17:27
  • 배곯던 소년 눈에 비친 모란, 80대 노인의 캔버스에 만개했다

    모란은 꽃말은 부귀영화이지만, 작가의 기억 속 모란은 넉넉함과 거리가 멀다. 촌지를 내지 못할 정도로 어려운 형편에서 자란 소년이 있었다. 교실 대신 길바닥에서 시간을 보내던 5월의 어느날 활짝 핀 모란이 눈에 들어왔다. 그 꽃봉오리가 어찌나 탐스러워 보였을까. 일평생 캔버스 수백점에 모란을 피운 고(故) 정의부 화백(1940~2022) 얘기다.정 화백의 작고 3주기를 기념한 회고전이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열렸다. 1970~2010년대 작가가 그린 모란 작품 19점과 풍경화 3점이 나와 있다. 단색화와 앵포르멜, 민중예술 등 숱한 미술사조가 뜨고 지던 시절부터 우직하게 걸어온 사생화 외길 인생을 돌아본다.이번 전시는 작가의 아들인 정서호씨의 협업으로 기획됐다. 30여년 차 산부인과 전문의인 정씨는 얼마 전 홍대 회화과에 입학한 늦깎이 미술학도다. "도봉산 설경을 그리러 나선 선친을 여덟살 때 따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이런 힘든 작업을 왜 하시는지 이해되지 않았죠. 환갑을 앞둔 제가 붓을 집어 든 걸 보니, 역시 아버지의 DNA가 남아있나 봅니다."1940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난 정 화백은 홍대 대학원에서 서양화 석사 학위를 받았다. 한국과 일본을 오가며 개인전을 20여회 가졌다. 고등학교 교편을 잡으며 중·고등학교 미술 교과서를 편찬한 교육자였다. 한국미술대전 심사위원회 운영위원장을 지내고, 박서보·하종현 등 미술인들과 두루 지낸 마당발이기도 했다.모란 시리즈는 생전 작가가 남긴 작품 3000여점 중에서도 대표작으로 꼽힌다. 작가의 석사 논문 주제였던 고갱을 빼닮은 중후한 선과 선명한 색조가 특징이다. 작가가 동경했다고 알려진 운창 임직순 선생의 화풍과도 맞

    2025.03.17 15:44
  • '노 매너' 조던 스피스 "고의 없었다"

    전 세계랭킹 1위 조던 스피스(32·미국·사진)가 경기 중 골프채를 집어던져 도마에 올랐다. 마침 더블보기로 홀 아웃하면서 홧김에 던졌다는 해석이 나오자 그는 “던질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했다.사달은 15일(현지시간) 미국프로골프(PGA)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3라운드 16번홀(파5)에서 벌어졌다.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베드라비치의 TPC 소그래스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경기에서 스피스는 15번홀까지 1타를 줄이며 선두권 진입을 노렸다. 16번홀 두 번째 샷, 핀까지 238야드를 두고 그는 시속 30마일의 강풍을 마주했다. 곧바로 핀을 노렸지만 맞바람 탓에 공은 해저드에 빠졌고, 벌타를 받고 친 공도 그린 주변 벙커에 빠졌다. 상기된 표정의 스피스가 쥐고 있던 클럽은 잔디 위로 툭 떨어졌고, 그는 더블보기로 홀을 빠져나갔다.경기를 마친 뒤 그는 “불운이 이어져 너무 답답했다”며 “잡고 있던 클럽을 놓쳤는데 바람에 날아가버렸다. 결코 좋은 행동은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이 더블보기로 1오버파를 기록한 그는 중간합계 2언더파 214타 공동 33위로 떨어져 사실상 선두권에서 멀어졌다.스피스는 TPC 소그래스와 유독 악연이 많은 선수 중 하나다. 열 번의 출전 가운데 첫 번째 출전에서만 톱10을 기록했고, 다섯 번이나 커트 탈락했다.안시욱 기자

    2025.03.16 17:28
  • 미술전도 쓰레기 감축…친환경 전시가 뜬다

    16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특별전시실 입구. 에곤 실레, 구스타프 클림트 등의 명화를 보기 위해 25만 명 넘게 다녀간 전시관에선 가벽 철거 등 뒷정리 준비가 한창이었다. 이곳에서는 얼마 전까지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가 열렸다. 국립중앙박물관 관계자는 “해외 거장전이면 쓰레기가 10t 이상 나오는데 이번 전시에선 절반 수준으로 확 줄었다”고 말했다.비결은 전시장 직선 벽면의 약 64%를 구성한 모듈형 벽체에 있다. 대부분 미술품 전시는 관람객의 몰입을 돕고자 가벽을 설치하는데, 페인트를 칠한 석고보드나 폴리염화비닐(PVC) 자재는 가열할 때 유해 물질이 발생해 재활용이 어렵다. 하지만 이번 전시에선 재활용까지 염두에 두고 모듈형으로 만들었다. 홍예나 디자이너는 “다음 전시에 다시 쓰기 위해 해체한 뒤 창고에 보관하면 된다”고 설명했다.전시가 끝난 뒤 쌓이는 폐기물을 줄이거나 재활용하는 ‘친환경 전시’ 사례가 늘고 있다. 통상 일반 미술 전시는 약 5t, 수백 점이 걸리는 대형 전시는 회당 10~20t의 폐기물이 배출된다. 매년 국내에서 전시 1만 건이 열린다고 가정하면 최대 20만t에 이르는 폐기물이 쌓이는 셈이다.국립현대미술관(국현)은 2022년 ‘미술관-탄소-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탄소 배출 감축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듈형 가벽은 물론 친환경 인증 페인트를 사용하고 전시를 위한 각종 액자, 카펫 등을 지역 미술관에 대여해준다. 지난해 국현 청주관에서 전시한 안성석 작가의 외벽 설치작품 원단을 재활용한 가방을 출시했고, 지난달엔 김하늘 디자이너와 협업해 전시 폐기물인 석고보드를 재사용한 벽걸이 훅과

    2025.03.16 17:23
  • [책마을] 계량경제학자가 본 피카소와 세잔의 차이

    예술과 돈의 관계는 미묘하다. 작품 낙찰가와 연주자의 티켓 파워 등 수치는 직관적이다. 다만 작가의 정성과 예술혼 등 비물질적인 ‘성역’도 존재한다. 예술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세태를 두고 조각가 김종영은 이렇게 썼다. “세속적 물욕과 공명심에 얽매여서는 생각과 행동이 자유롭지 못함이고, 자유롭지 못한 정신 상태에서 어떻게 남의 심금을 울리는 예술작품이 생겨나겠는가.”약간 발칙한 가설을 세운다. 작가의 작업 방식이나 활동 기간, 예술적 특징이 작가의 ‘몸값’을 결정하는 변수라면 어떨까. 작가의 창의성이 사실 연령대에 따라 갈린다면 어떨까.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천재와 거장>은 계량경제학의 시선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젊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은 ‘천재’, 경력이 무르익은 황혼기에 꽃피운 ‘거장’으로 예술가를 분류해 각각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이론, 측정, 확대 적용, 영향…. 인문·예술 교양서를 기대하고 책장을 넘겼다간 1~4장의 제목을 보고 당황할 수 있겠다. 일종의 연구 논문을 방불케 한다. 데이비드 W 갤런슨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가 썼다. 저자가 학부 시절 우연히 들은 현대미술사 수업이 시작이었다. 그는 작가가 작품을 완성했을 때의 연령과 작품 경매가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이후 근대 미술, 조각, 문학, 영화 등으로 분야를 넓혀 2006년 미국에서 이 책을 냈다.저자가 천재로 꼽는 대표적 작가는 파블로 피카소다. 피카소의 그림은 철저한 계획의 결과였다. 하나의 작품을 그리기 위한 사전 연구 항목만 400가지. 직전 시대의 서정적 작품과는 전혀 다른 입체파의 서막을 열어젖힌 배경이다. 저자가

    2025.03.14 18:10
  • 단거리주자 피카소, 마라토너 세잔…천재와 거장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예술과 돈의 관계는 미묘하다. 작품 낙찰가와 연주자의 티켓 파워 등 숫자는 직관적이다. 다만 작가의 정성과 예술혼 등 비물질적인 '성역'도 존재한다. 예술의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세태를 두고 조각가 김종영은 이렇게 썼다. "세속적 물욕과 공명심에 얽매여서는 생각과 행동이 자유롭지 못함이고, 자유롭지 못한 정신 상태에서 어떻게 남의 심금을 울리는 예술작품이 생겨나겠는가."약간 발칙한 가설을 세운다. 작가의 작업 방식이나 활동 기간, 예술적 특징이 작가의 '몸값'을 결정하는 변수라면 어떨까. 작가의 창의성이 사실 연령대에 따라 갈린다면 어떨까.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천재와 거장>은 계량경제학의 시선으로 문제에 접근한다. 젊은 나이에 전성기를 맞은 '천재', 경력이 무르익은 황혼기에 꽃피운 '거장'으로 예술가를 분류해 각각의 성공 요인을 분석한다.이론, 측정, 확대 적용, 영향…. 인문 예술 교양서를 기대하고 책장을 넘겼다간 1~4장의 제목을 보고 당황할 수 있겠다. 일종의 연구 논문을 방불케 한다. 데이비드 W. 갤런슨 미국 시카고대 경제학과 교수가 썼다. 저자가 학부 시절 우연히 들은 현대미술사 수업이 시작이었다. 작가들이 작품을 완성했을 때 연령과 작품 경매가의 상관관계에 주목했다. 이후 근대 미술, 조각, 문학, 영화 등으로 분야를 넓혀 2006년 미국에서 이 책을 냈다.저자가 '천재'로 꼽는 대표적인 작가는 파블로 피카소다. 피카소의 그림은 철저한 계획의 결과였다. 하나의 작품을 그리기 위한 사전 연구 항목만 400가지. 직전 시대의 서정적 작품들과 전혀 다른 입체파의 서막을 열어젖힌 배경이다. 저자가 집계한 경매

    2025.03.14 10:30
  • 代를 이어 지킨 미식사랑…컬렉터 위한 '味學 아지트'

    전시를 보면 남는 건 두 가지다. 아름다운 작품이 주는 여운이 한 가지, 감상에 기력을 쏟아 주린 배가 나머지다. 꽃구경도 식후사(食後事)라고 했다. 미학(美學)이 미식(美食)으로 이어지는 즐거움이야말로 전시의 백미라고 하겠다.갤러리 속 레스토랑은 단순히 음식을 대접하는 공간이 아니다. 맛 좋은 음식은 감상 분위기를 돕고, 실내외에 걸린 작품들이 갤러리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서울 종로구 화랑가의 대표 갤러리들이 메뉴 개발부터 와인 페어링, 인테리어까지 까다로운 검수를 거치는 이유다.“미술-미식 연결” 국제갤러리 ‘더 레스토랑’국제갤러리는 서울 소격동 K1 건물 1층에 ‘카페@더 레스토랑’과 2층 ‘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식 수프인 ‘애플 포타주’를 비롯한 제철 코스요리를 양혜규 작가의 최신 설치작업과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일본 도쿄의 고급 호텔과 대형 외식 그룹 총괄 셰프를 지낸 아베 고이치가 개관 이후 줄곧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불과 30여 년 전만 해도 한국은 갤러리 레스토랑의 불모지였다. 1999년 국제갤러리가 국내 화랑으로서 처음 레스토랑을 열자 미술계는 반신반의했다. 외환위기 직후 갤러리들이 허리띠를 졸라매던 시절 미식 사업에 뛰어든 것이다. ‘갤러리 운영을 위한 혁신이 필요하다’는 이현숙 회장의 의지가 반영됐다.이런 운영 철학은 2세 경영자인 김찰스창한 사장으로 이어졌다. 현재 갤러리 운영 전반에 관여하는 김 사장의 첫 임무는 레스토랑과 카페 경영이었다. 국제갤러리 관계자는 “(김 사장은) 지금도 신메뉴 개발 과정에서 하나하나 맛을 본다”며 “미술과 미식을 잇겠다는 취

    2025.03.13 17:58
  • 삼청동 갤러리 미식 투어…日셰프가 30년 지킨 '국제'·한옥의 멋 '두가헌'

    전시를 보면 남는 건 두 가지다. 아름다운 작품이 주는 여운이 한 가지, 감상에 기력을 쏟으며 남은 주린 배가 나머지다. 꽃구경도 식후사(食後事)라고 했다. 미학(美學)이 미식(美食)으로 이어지는 즐거움이야 말로 전시의 백미라고 하겠다.갤러리 속 레스토랑은 단순히 음식을 대접하는 공간이 아니다. 맛 좋은 음식은 감상 분위기를 돕고, 실내외에 걸린 작품들이 갤러리의 첫인상을 좌우한다. 서울 종로구 화랑가의 대표 갤러리들이 메뉴 개발부터 와인 페어링, 인테리어까지 까다로운 검수를 거치는 이유다.“미술-미식 연결” 국제갤러리 ‘더 레스토랑’국제갤러리는 서울 소격동 K1 건물 1층에 ‘카페@더 레스토랑’과 2층 ‘더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다. 프랑스식 수프인 ‘애플 포타주’를 비롯한 제철 코스요리를 양혜규 작가의 최신 설치작업과 함께 음미할 수 있다. 일본 도쿄의 고급 호텔과 대형 외식 그룹 총괄 셰프를 지낸 아베 고이치가 개관 이후 줄곧 주방을 책임지고 있다.불과 30여년 전만 해도 한국은 갤러리 레스토랑의 불모지였다. 1999년 국제갤러리가 국내 화랑으로서 처음 레스토랑을&n

    2025.03.13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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