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시간 35초의 마라톤 세계기록 보유자 켈빈 키프텀(케냐)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AP통신 등 외신은 키프텀이 현지 시각 11일 밤 11시께 그의 코치 제르바이스 하키지마나 등과 함께 교통사고로 숨졌다고 12일(한국시간) 보도했다. 향년 24세.키프텀은 케냐 고지대의 엘도렛과 캅타가트 사이를 잇는 도로에서 그가 탄 승용차가 통제력을 잃고 사고가 나 목숨을 잃었다. 키프텀과 하키지마나는 사고 현장에서 숨졌고, 동승자 한 명은 중상을 입고 인근 병원으로 후송됐다. 사고 지역은 케냐의 육상 훈련기지 근처로 알려졌다.키프텀은 처음으로 마라톤을 2시간 1분 이내에 완주한 선수다. 그는 지난해 10월 열린 2023 시카고 마라톤에서 42.195㎞ 풀코스를 2시간00분35초에 달려 세계신기록을 세웠다. 같은 케냐 출신의 전설적인 마라토너 엘리우드 킵초게가 2022년 베를린 마라톤에서 세운 종전 기록 2시간01분09초를 34초 당긴 기록이었다.1999년생인 키프텀은 고향에서 양과 염소를 키우던 중 하키지마나 코치의 눈에 들며 본격적인 훈련을 시작했다. 2018년 하프마라톤 국제대회에 처음 출전했는데, 당시 외신은 돈이 없던 그가 신발을 빌려 경기에&nb
한국 중장거리 수영 간판 김우민(22·강원도청)이 세계선수권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 선수가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목에 건 것은 2011년 박태환 이후 13년 만이다.김우민은 12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 어스파이어돔에서 열린 '2024 도하 국제수영연맹 세계선수권대회' 경영 남자 자유형 400m 결승에서 3분42초71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수확했다. 이번 대회 경영 종목 첫 금메달리스트로 이름을 올리는 영예도 누렸다.한국 선수로서는 2007년 멜버른, 2011년 상하이 대회 남자 400m 종목에서 우승한 박태환 이후 13년 만의 금메달이다. 역대 세계선수권대회 '챔피언'에 오른 한국 선수는 박태환과 김우민 둘뿐이다.김우민은 이날 종전 개인 최고 기록(3분43초92)을 1초21이나 앞당겼다. 2위 일라이자 위닝턴(23·호주)을 0.15초 차로 따돌렸다. 3위는 3분42초96의 루카스 마르텐스(22·독일)였다.예선에서 3분45초14를 기록한 김우민은 55명 중 3위로 결승행 티켓을 따냈다. 2022년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 금메달리스트 위닝턴, 2021년 도쿄 올림픽 챔피언 아메드 하프나우위(튀니지) 등 쟁쟁한 경쟁자들이 대거 출전했다는 점에서 김우민의 우승을 예상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우민의 독무대였다. 초반부터 거세게 질주한 김우민은 50m를 돌아선 뒤 1위로 올라섰다. 300m 지점까지 세계 기록 페이스를 유지하며 2위를 몸길이 하나 차이로 따돌렸다. 이후 속도가 떨어졌지만, 초반에 벌려놓은 격차를 바탕으로 가장 먼저 터치패드를 찍었다. 김우민은 전광판을 확인한 뒤 한껏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김우민은 최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남자 400
"지금껏 288명의 소아성애자를 감방에 처넣었지. 제법 괜찮지 않나.""그래서, 아이는 몇 명이나 찾았어?""…"영화 '사운드 오브 프리덤'의 초반부. 미국 국토안보부 소속으로 아동 성범죄자들을 체포해 온 팀 밸러드가 동료와 나눈 대화 중 일부다. 수많은 범죄자를 체포했으나, 정작 단 한 명의 피해 아동도 구하지 못한 터였다. 팀은 "대부분 피해자가 미국 밖에 있었고, 우리의 임무는 미국 내 범죄자를 잡는 것"이라고 둘러댄다. 그의 눈빛은 마음 한편의 죄책감으로 흔들리는 모습이다.'사운드 오브 프리덤'은 인신매매로 희생된 아이들을 구출하기 위해 직접 위험한 현장에 뛰어든 팀 밸러드의 실화를 기반으로 만든 영화다. 2013년 미국 국토안보부를 퇴사한 그는 아동구조전담기구(OUR)를 설립했다. 지금까지 4000건 이상의 작전에 참여해 6000명이 넘는 여성과 어린이를 구출한 것으로 알려졌다.영화는 자신을 연예기획사 관계자라고 소개한 한 여성이 오디션 참가를 돕는 척 '로시오'와 '미겔'을 납치하는 사건으로 시작한다. 프로필 사진이라고 속이며 촬영한 아이들의 사진은 이들을 노리는 도처의 인신매매범들한테 전달된다.동생 로시오를 먼저 구하는 데 성공한 팀은 누나 미겔이 콜롬비아에 팔려 갔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문제는 이곳이 반군 무장세력에 의해 점령당한 밀림 지역이라는 것. 팀은 실종된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 무법천지인 이곳으로 혈혈단신 향한다. 과연 그와 미겔은 무사히 돌아올 수 있을까.영화는 인신매매와 아동 성 착취 등 민감한 주제를 여럿 담고 있다. 무방비 상태의 아이들이 괴한한테 납치당하는 실제 폐쇄회로(CC)
권병준 작가(52·사진)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한 ‘올해의 작가상 2023’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본지 2월 7일자 A26면 참조국립현대미술관은 8일 “권병준의 작업은 기술을 통해 인간성에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사람들 간의 이해에 관한 날카로운 울림을 준다”며 선정 이유를 밝혔다.2012년 제정된 ‘올해의 작가상’은 동시대의 미학적·사회적 이슈를 다룬 시각예술가 4명을 선발해 작품 제작 및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그중 한 명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후보 작가들에게 각 5000만원, 최종 수상자에게는 추가로 1000만원을 지급한다.권병준은 음악과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획·연출하는 작가다. 1990년대 밴드 ‘삐삐롱스타킹’의 보컬로 활동한 그는 2000년대 중반 입체음향이 적용된 소리 기록과 전시 공간에서의 재현·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후보 작가 전시에서는 인간사회의 동반자로서 ‘로봇’을 조명하는 작업을 선보였다.안시욱 기자
권병준(52·사진) 작가가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 주최하는 '올해의 작가상 2023' 최종 수상자로 선정됐다.▶▶▶(관련 리뷰) MBC카메라에 X큐 날린 그 가수, 국립현대미술관에 갇혀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은 8일 "권병준의 작업은 기술을 통해 인간성에 질문을 던지고, 이를 통해 사람들 간의 이해에 관한 날카로운 울림을 준다"며 권 작가의 수상 이유를 밝혔다. 2012년 제정된 '올해의 작가상'은 동시대의 미학적·사회적 이슈를 다룬 시각예술가 4명을 선발해 작품 제작 및 전시 기회를 제공하고, 그중 한명을 최종 수상자로 선정하고 있다. 후보 작가한테는 각 5000만원이 수여된다. 수상자에게는 추가로 1000만원이 주어진다.권병준은 음악과 연극, 미술을 아우르는 뉴미디어 퍼포먼스를 기획·연출하는 작가다. 1990년대 초반 싱어송라이터로 음악 경력을 시작한 그는 2000년대 중반 입체음향이 적용된 소리 기록과 전시 공간에서의 재현·기술 개발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최근 로봇을 이용한 기계적 연극을 선보이고 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진행 중인 후보 작가 전시에서는 인간사회의 동반자로서 '로봇'을 조명하는 작업을 선보였다. 신작 '외나무다리를 건너는 로봇'과 '오체투지 사다리봇', '부채춤을 추는 나엘' 등은 음향과 빛을 활용해 로봇의 움직임을 그림자 연극처럼 표현한 작품들이다. 김성희 국립현대미술관장은 "권병준은 몰입감 넘치는 로봇 종합극을 이용해 인간 공동체의 무한 확장의 가능성을 질문하고, 거침없이 직진하는 현대 문명의 흐름에 다양한 갈래를 제시하는 아름다운 작품을 보여줬다&qu
동굴처럼 어두운 전시장. 칠흑 같은 내부를 손전등에 의지해 거닐다 보면 이내 영롱한 빛을 반사하는 그림을 마주친다. 성인(聖人)과 천사, 영웅의 형상을 금박으로 칠한 동유럽 종교미술 '이콘화(畵)'와 닮은 모습이다. 하지만 작품은 기존 이콘화와 결정적인 부분에서 다르다. 인물이나 휘장, 안장 등 인간의 흔적이 온데간데없다. 주인 없는 말 한 마리가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플라톤의 동굴에서 처음 빛을 마주한 사람처럼, 그림을 본 관객은 낯선 광경에 당황할 만하다. 화면 속 말이 이렇게 외치는 듯하다. '자, 이제 누가 주인이지?'서울 이태원동 에스더쉐퍼에서 열리고 있는 에티엔 샴보의 전시는 이처럼 역설이 가득하다. 있어야 할 것이 제자리에 없고, 없어야 할 사물이 불쑥 튀어나온다. 이콘화부터 설치미술, 조각 등 여러 매체를 넘나들며 기존 관념을 뒤틀어온 작가의 첫 한국 개인전이다. 프랑스 파리를 기반으로 활동하는 그의 작품은 퐁피두센터, 파리시립 현대미술관, 루이비통 재단 등이 소장하고 있다.전시 제목은 'Prism Prison'. 빛의 궤적을 뜻하는 '프리즘(Prism)'과 개인 또는 사회 집단의 감금을 상징하는 '감옥(Prison)'을 연결한 말이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어둠 속의 관객은 손전등 빛을 비추는 순간 동물의 신체를 기존 인간중심적 내러티브에서 해방한다"며 "궁극적으론 우리 모두를 구속하는 제약과 통제에 대해 성찰하고자 했다"고 말했다.전시는 예술에 대한 통념을 지우는 데서 출발한다. 전시장 입구에 놓인 '이레이저(Erasure·소거)'가 이를 보여준다. 여섯개의 네온관으로 이뤄진 설치품이 무언가를 지우기 위해
국내외 주요 시상식을 휩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의 성공 비결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공개됐다는 점이다. 연휴 동안 밀린 콘텐츠를 ‘정주행’한 시청자들 사이 입소문을 탄 효과를 톡톡히 봤다.올해 설에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 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가 차린 ‘콘텐츠 차례상’이 풍성하다.○웹툰·소설 원작으로 ‘한 상 가득’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오는 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이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2019) 등에서 긴장감 넘치는 심리 묘사로 호평받은 이창희 감독의 신작이다.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신인상 등 주요 만화상을 휩쓴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드라마는 우연히 살인을 저지른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다. 대학생 ‘이탕’(최우식 분)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중 우발적 살인을 저지른다. 수상함을 느낀 강력계 형사 ‘장난감’(손석구 분)은 이탐의 뒤를 캐지만, 증거는 없다. 여기에 죽은 남자가 12년간 지명수배된 연쇄 살인마란 사실이 더해지며 사건은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혼란스러운 이탕 앞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는 누군가의 메시지가 도착한다. 하늘이 준 특별한 능력으로 법의 테두리 밖에서 ‘죽어 마땅한 쓰레기’들을 청소하자는 것. 본인한테 생긴 ‘악인 감별 능력’이 기막힌 우연의 결과인지, 실제로 주어진 초인적인 능력인지 확신하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진 이
“인연이라는 말은 한국에선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 의미를 잘 모르죠.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적 정서인 인연의 의미를 이해하고 느끼는 걸 보면서 행복했습니다.”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한국계 캐나다인 셀린 송 감독(36·사진)이 6일 화상으로 국내 언론과 만났다. 송 감독은 “(한국을 떠나 살아온) 저의 어린 시절 인연을 돌아보며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의 공간과 언어뿐 아니라 철학까지 녹아든 작품이 태어났다”고 했다.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는 제96회 아카데미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다음달 10일 열리는 시상식에서 ‘플라워 킬링 문’의 마틴 스코세이지,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런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들과 최종 수상을 놓고 경쟁한다.한국계 여성 감독이 작품상 후보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성 감독의 데뷔작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을 두드린 것도 이례적이다. 94년간의 아카데미 역사에서 랜다 헤인즈의 ‘작은 신의 아이들’(1986), 그레타 워윅의 ‘레이디 버드’(2017) 등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을 뿐이다. 한국계 감독 영화로는 2020년 봉준호의 ‘기생충’이 작품상을 받았고, 2021년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의 ‘미나리’도 후보가 됐다.송 감독은 한국계 선배 감독과 세계적으로 유행한 K컬처의 공을 치켜세웠다. “영화 ‘기생충’을 계기로 해외 관객들이 한국어 자막이나 문화적 요소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덕을 본 것 같아요. K팝과 K드라마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사리가 85년 만에 돌아온다.문화재청은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사진)를 임시 대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사리는 이와 별개로 조계종에 기증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사리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도굴돼 일본으로 유출됐고, 보스턴미술관이 이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리구 안에는 작은 크기의 팔각당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 있다. 현재 석가모니 부처, 지공스님·나옹스님의 사리 등 총 4과(果)가 남아 있다.안시욱 기자
미국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고려시대 사리가 85년 만에 돌아온다. 사리를 봉안하는 용기인 사리구는 일정 기간 대여하는 방식으로 국내에 들어온다. 문화재청은 "보스턴미술관이 소장한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를 임시 대여하는 방향으로 추진하고, 사리는 이와 별개로 조계종에 기증하기로 미술관 측과 합의했다"고 6일 밝혔다. 보스턴미술관 소장 사리 및 사리구에 관한 논의는 지난 2009년부터 시작됐다. 당시 보스턴미술관 측은 '사리 반환 가능, 사리구 반환 불가'라는 입장을 제시했으나, 종단과 문화재청이 사리만의 단독 반환에 반대하면서 협상이 지지부진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4월 김건희 여사의 미술관 방문을 계기로 논의가 재개됐다"고 설명했다. 은제도금 라마탑형 사리구는 고려시대 불교문화의 정수를 담은 문화유산으로 평가받는다. 개성 화장사 혹은 양주 회암사에 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리구는 일제강점기인 1939년 도굴돼 일본으로 유출됐고, 보스턴미술관이 이를 취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리구 안에는 작은 크기의 팔각당형 사리구 5기가 안치돼있다. 현재 석가모니 부처, 지공스님·나옹스님의 사리 등 총 4과(果)가 남아 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고려시대를 대표하는 뛰어난 문화유산인 사리구가 약 100년 만에 처음으로 국내에 들어와 국민에게 공개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했다. 조계종 문화부장 혜공스님은 "부처님과 선사들의 진신사리는 불교의 성물로, 환지본처의 의미를 새기며 최대한 존중하여 모실 것"이라고 했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인연'이란 단어는 한국에선 누구나 아는 말이지만, 다른 나라 사람들은 그 의미를 잘 몰라요. 영화 '패스트 라이브즈'를 통해 한국적 정서인 인연을 전 세계 사람들이 이해하고 느끼는 걸 보면서 행복했습니다."장편 데뷔작 '패스트 라이브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아카데미 시상식 후보에 오른 셀린 송(36) 감독이 그의 작품 속 키워드 '인연'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6일 한국 언론들과 화상으로 만난 자리에서 송 감독은 "저의 어린 시절 인연을 돌아보며 만든 작품이기 때문에 한국의 공간과 언어뿐 아니라, 한국의 철학까지 녹아든 작품이 태어났다"고 했다.한국계 캐나다인인 송 감독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패스트 라이브즈'는 지난달 23일(현지 시각)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과 각본상 후보에 올랐다. 한국계 여성 감독이 작품상 후보로 거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계 감독 영화로는 2020년 봉준호의 '기생충', 2021년 한국계 미국인 정이삭의 '미나리' 이후 세 번째다."'기생충'을 계기로 해외 관객들이 한국어 자막이나 문화적 요소를 거부감 없이 받아들이게 된 덕을 본 것 같아요. K팝, K드라마의 인기는 말할 것도 없고요. 하하."여성 감독의 데뷔작이 아카데미 시상식의 문을 두드린 것은 이례적이다. 그동안 랜다 헤인즈의 '작은 신의 아이들'(1986), 그레타 워윅의 '레이디 버드'(2017) 등이 작품상 후보에 올랐으나 수상과는 인연이 없었다. 송 감독은 다음 달 10일(현지 시각) 열리는 시상식에서 '플라워 킬링 문'의 마틴 스코세이지, '오펜하이머'의 크리스토퍼 놀런 등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감독들과 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제시 린가드(32)가 K리그1 FC서울 입단 절차를 밟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5일 검은색 후드티에 모자를 눌러쓴 린가드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3시간 전부터 게이트에 운집한 200여 명의 팬은 그의 이름 ‘제시’를 연호했다. 린가드는 맨유와 FC서울의 유니폼을 들고 온 팬들에게 손 인사를 건네며 사인을 해줬다. 앞서 그는 자신의 SNS에 공항에서 대한항공에 짐을 부치기 위해 대기하는 사진을 올리며 ‘서울행’에 대한 힌트를 내비쳤다.린가드는 FC서울과 입단을 위한 최종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상당 부분 합의를 마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기본 2년에 1년을 연장하는 조건을 포함한 구두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연봉은 K리그1 최고 수준인 15억~2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협상이 차질 없이 이뤄지면 린가드는 6일 건강 검진을 받고 7일 계약서에 서명한 뒤 8일 입단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팬들과 첫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입단 기자회견이 끝나면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 중인 FC서울 선수단과 합류해 본격적으로 팀 합을 맞출 전망이다.린가드는 한국 프로 축구 무대를 누빈 외국인 선수 중 ‘이름값’만으로는 역대 최고란 평가가 나온다. 맨유 유스 출신인 린가드는 버밍엄 시티, 브라이턴, 더비 카운티 등에 임대돼 경험을 쌓은 뒤 201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전을 치렀다. 2021~2022시즌까지 맨유에서의 통산 232경기를 뛰며 35골을 넣기도 했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선 32경기를 뛰며 6골을 터뜨렸는데, 특히 2018 러시아
침목, 폐자재, 고철….쓰임을 다한 사물들이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의 얼굴이 되고, 각자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풍경이 된다. 지난 30여 년간 생활폐기물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여온 조각가 정현(67·사진)에게 쓸모없는 것이란 없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은 것들에도 사연이 있습니다. 남모르게 살아가며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이들의 강인함을 노래하고 싶어요.”작가가 최근 머문 곳은 전남 여수의 한 레지던스. ‘원점으로 돌아가자’며 3개월간 마음을 비워내기 위해 산책에 나선 장소다. 발길에 차이는 숱한 돌멩이도 쉽게 넘기지 않았다.이들의 덩어리진 시간은 작가의 손을 거쳐 스티로폼 조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덩어리’에서다. 1990년대 이후로 제작한 침목, 아스팔트 기반의 조각부터 녹슨 철판을 활용한 드로잉,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근작까지 30여 점을 담은 회고전이다.작가는 30세의 늦은 나이에 프랑스 파리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에서 갈고닦은 사실주의적 표현 기법을 선보였지만,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동료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철학적 사유가 결여된 작품’이라고 평가받았다. 작가는 일반적인 도구인 조각도나 헤라 대신 삽과 톱, 도끼를 들기 시작했다. 버려진 사물에 대한 관심도 이때 싹텄다.대표작 ‘서 있는 사람’은 침목을 거칠게 잘라 만든 작품이다. 미완성품처럼 거칠고 투박하지만, 동시에 강인한 생명력이 돋보인다. 각박한 하루를 이겨내며 살아가는 ‘평범한 인간’을 형상화한 작품 50점은 프랑스 팔레루아얄 정원에 2016년 전시되기도 했다.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잉글랜드)와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활약한 미드필더 제시 린가드(32)가 K리그1 FC서울 입단 절차를 밟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5일 오후 검은색 후드티에 모자를 눌러쓴 린가드가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하자 3시간 전부터 게이트에 운집했던 200여명의 팬들은 그의 이름 '제시'를 연호했다. 린가드는 맨유와 FC서울의 유니폼을 들고 온 팬들한테 손 인사를 건네며 사인을 해줬다. 앞서 그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공항에서 대한항공에 짐을 부치기 위해 대기하는 사진을 올리며 '서울행'에 대한 힌트를 내비쳤다.린가드는 FC서울과 입단을 위한 최종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이미 상당 부분 합의를 마친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일 영국의 스카이스포츠는 "기본 2년에 1년을 연장하는 조건을 포함한 구두 계약에 합의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보도했다. 연봉은 K리그1 최고 수준인 15억~20억원 선으로 추정된다.협상이 차질 없이 진행되면 린가드는 6일 건강 검진을 받고 7일 계약서에 서명한 뒤 8일 입단 기자회견을 통해 한국 팬들과 첫인사를 나눌 예정이다. 입단 기자회견이 끝나면 일본 가고시마에서 전지훈련 중인 FC서울 선수단과 합류해 본격적으로 팀 합을 맞출 전망이다.린가드는 한국 프로 축구 무대를 누빈 외국인 선수 중 '이름값'만으로는 역대 최고란 평가가 나온다. 맨유 유스 출신인 린가드는 버밍엄 시티, 브라이턴, 더비 카운티 등에 임대돼 경험을 쌓은 뒤 2015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데뷔전을 치렀다. 2021~2022시즌까지 맨유에서의 통산 출전 기록만 200경기가 넘는다. 잉글랜드 대표팀에선 32경기를 뛰며 6골을 터뜨렸는데,
국내외 주요 시상식을 휩쓴 넷플릭스 드라마 ‘더 글로리’와 디즈니플러스 ‘카지노’의 성공 비결에는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지난해 설 명절 대목을 앞두고 공개됐다는 점이다. 연휴 동안 밀린 콘텐츠를 ‘정주행’한 시청자들 사이 입소문을 탄 효과를 톡톡히 봤다. 올해 설에도 넷플릭스, 디즈니플러스, 티빙, 웨이브 등 각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업체가 차린 ‘콘텐츠 차례상’이 풍성하다. 스릴러와 액션 장르물부터 추리 그리고 서바이벌 예능까지 연휴 기간 출사표를 던진 프로그램들을 정리했다. 웹툰·소설 원작으로 ‘한 상 가득’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오는 9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살인자ㅇ난감’이다. 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2019) 등에서 긴장감 넘치는 심리 묘사로 호평받은 이창희 감독의 신작이다. 대한민국 콘텐츠어워드 만화신인상 등 주요 만화상을 휩쓴 동명의 웹툰이 원작이다. 드라마는 우연히 살인을 저지른 평범한 남자와 그를 지독하게 쫓는 형사의 이야기를 그린다. 대학생 ‘이탕’(최우식 분)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마치고 귀가하던 
마크 브뤼스(86)는 동양을 사랑한 네덜란드 조각가다. 산업 오브제를 활용한 작품으로 현대 사회의 대량생산체제에 대한 자각을 일깨웠다. 그는 1980년대 동양의 자연 사상에 심취해 한국에 머물기도 했다.1937년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브뤼스는 24세에 프랑스 파리로 넘어가 아방가르드 미술운동 계열인 ‘누보 레알리슴’에 합류했다. 누보 레알리슴이란 산업 오브제를 활용해 산업 사회의 대량생산 및 소비를 표현한 미술 갈래를 뜻한다. 1980년대부터는 동양적인 것에 심취했다. 한국의 자연도 그중 하나였다. 자연의 생명력을 통해 인간의 존재 의미를 되돌아보고자 했다. 자연물에 동양의 도깨비를 연상케 하는 이목구비를 묘사한 회화가 단적인 예다.작가와 한국의 인연은 1987년 서울올림픽미술제를 계기로 본격화했다. 한국에 6개월간 체류하며 제작한 조각 ‘개의 세계’는 지금도 서울 올림픽공원에 전시돼 있다. 최근 브뤼스의 작품들이 25년 만에 한국을 다시 찾았다. 서울 청담동 갤러리508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구름 속에 살다’에서는 작가의 최근 평면작업을 만나볼 수 있다. 물 먹인 캔버스에 마른 파스텔을 사용해 색 번짐 효과를 극대화한 그림들은 동화 속 이미지 같은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전시는 2월 29일까지.안시욱 기자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89·사진)은 1963년 말 프랑스 파리 유학길에 올랐다. 타지에서 가장 낯설었던 것은 언어도 음식도 아닌, 현지의 여성 예술가들이었다. 기본적인 조소 양식을 따라가기도 벅찬 그와 달리 파리 여성들은 이미 구성과 추상을 오가며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6·25전쟁 이후 모두가 힘들던 시절 얘기다. 현실은 대학을 막 졸업한 여성에게 특히 팍팍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여자가 무슨 예술이냐’는 주변의 눈총도 받았다. 하지만 예술을 향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한국에 돌아온 김윤신 조각가는 1970년대부터 ‘기원쌓기’ 연작을 내놨다. 조각난 나무를 솟대처럼 쌓아 올린 작품들이다. 옛사람들이 안녕을 기도하며 만든 서낭당 돌무더기와 비슷한 형태다. 그는 나무토막을 쌓으며 간절히 빌었다. “그래, 난 세계적인 작가가 될 거야. 그리고 미술사에 내 이름을 남기고 싶어.”20대 김윤신의 ‘기원’이 90세를 목전에 두고 현실로 이뤄졌다. 지난달 17일 그는 국제갤러리·리만머핀과 공동 소속 계약을 맺었다. 상업 갤러리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뿐 아니다. 오는 4월 열리는 세계 최고 권위의 미술 전시인 이탈리아 베네치아비엔날레 본전시에 초청되며 국제 미술 무대의 중심에 들어섰다.김윤신 조각가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제적인 화랑 두 곳과 동시에 계약하게 돼 영광스럽다”며 “‘김윤신’ 하면 떠오를 만한 좋은 작품을 세상에 남기고 싶다”고 했다.지난 40여 년간 아르헨티나를 기반으로 활동한 김 조각가는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침목, 폐자재, 고철….쓰임을 다한 사물들이 따스한 위로를 건네는 사람의 얼굴이 되고, 각자의 개성이 조화를 이루는 자연의 풍경이 된다. 지난 30여년 간 생활폐기물을 활용한 작품을 선보여온 조각가 정현(67·사진)한테 쓸모없는 것이란 없다. "남들이 보기엔 하찮은 것들에도 사연이 있다. 남모르게 살아가며 세월의 무게를 이겨낸 이들의 강인함을 노래하고 싶다."작가가 최근 머문 곳은 전남 여수의 한 레지던시. '원점으로 돌아가자'며 3개월간 마음을 비워내기 위한 산책에 나선 장소다. 발길에 차이는 숱한 돌멩이도 쉽게 넘기지 않았다. 거센 파도를 맞아 매끄러운 놈, 아직 날카로움을 간직한 놈 등 각양각색이었다.이들의 덩어리진 시간은 작가의 손을 거쳐 스티로폼 조각으로 다시 태어났다. 서울 남현동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개인전 '덩어리'에서다. 1990년대 이후로 제작한 침목, 아스팔트 기반의 조각부터 녹슨 철판을 활용한 드로잉, 3D프린팅 기술을 접목한 근작까지 30여점을 담은 회고전이다.작가는 30세의 늦은 나이에 프랑스 파리 유학길에 올랐다. 한국에서 갈고 닦은 사실주의적 표현 기법을 선보였지만, 파리국립고등미술학교 동료들의 반응은 냉랭했다. '철학적 사유가 결여된 작품'이라고 평가받았다. 작가는 일반적인 도구인 조각도나 헤라 대신 삽이나 톱, 도끼를 들기 시작했다. 정교한 손기술이 아닌 즉각적인 감정을 조각에 담아내기 위해서였다.버려진 사물에 대한 관심도 이때 싹텄다. 처음 눈에 띈 것은 서울역 한편에 쌓여 있던 침목이었다. 폐기처분을 앞두고 있던 이들을 개당 2만원에 사들였다. 오랜 시간 비바람을 맞
높이 5.35m, 폭 4m의 대형 인물화가 관객을 노려보고 있다. 자글자글한 주름과 마구 뻗친 수염, 앙다문 입술에서 인물의 고집스러운 성격이 대번에 느껴진다. 낮은 명도의 붉은 배경에서 유일하게 반짝이는 인물의 안광이 묘한 이질감을 낳는다. 초상화가 강형구(68)의 '자화상'(2019)이다.낯설게 느껴지는 건 자화상의 눈빛만이 아니다. 전시가 열리는 장소도 독특하다. 서울 논현동 한복판의 건설회관에 들어서면 강형구의 대형 자화상을 비롯해 처칠, 간디, 마릴린 먼로 등 시대의 아이콘이 된 인물들의 초상화 20여점을 만나볼 수 있다. 건설공제조합이 지난해 말까지 사무실로 사용한 곳을 리모델링한 공간으로, 복합문화공간으로서 선보이는 첫 전시다.수록된 작품들의 공통점은 하나. 잔털 한 올까지 사실적으로 묘사한 얼굴에 유난히 비현실적으로 반짝이는 눈동자를 그려 넣었다는 점이다. 강형구의 인물화는 이렇듯 리얼리즘과 허구가 뒤섞여 있다. 김종길 미술평론가는 강 작가의 작품세계를 두고 "현실주의를 기반으로 하되 창조적 상상력이 결합한 '허구적 현실주의'"라고 평가했다.강형구는 세계 양대 미술품 경매회사 중 하나인 크리스티가 사랑한 남자다. 2007년 크리스티 홍콩에 출품한 고흐 초상화는 456만7500만 홍콩달러(약 7억7000만원)에 낙찰됐다. 추정가 50~60만 홍콩달러(약 8500만~1억원)를 훌쩍 넘은 수치다. 앤디 워홀, 살바도르 달리, 베토벤 등 이후 출품한 인물화들도 전량 낙찰됐다. 그의 작품은 미국의 지미 카터 센터, 영국의 프랭크코헨 컬렉션, 잠실 올림픽 주경기장 등 국내외 유명 미술관들이 소장하고 있을 정도로 그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카메라 셔터 몇
'1세대 여성 조각가' 김윤신(89·사진)은 1963년 말 파리 유학길에 올랐다. 타지에서 가장 낯설었던 것은 언어도 음식도 아닌 현지의 여성 예술가들이었다. 기본적인 조소 양식을 따라가기도 벅찼던 그와 달리, 파리의 여성들은 이미 구성과 추상을 오가며 이름을 알리고 있었다. 6·25전쟁 직후 모두가 힘들었던 시절의 얘기다. 현실은 특히 대학을 막 졸업한 여성들한테 팍팍했다. '먹고 살기도 힘든데, 여자가 무슨 예술이냐'는 주변의 눈총도 받았다. 하지만 파리에서 세계적인 여성 예술가들의 활약상을 목도한 그의 열정을 막을 수 없었다. 한국에 돌아온 김윤신은 1970년대부터 '기원쌓기' 연작을 내놨다. 조각난 나무를 솟대처럼 쌓아 올린 작품들이다. 옛사람들이 안녕을 기도하며 만든 서낭당 돌무더기와 비슷한 형태다. 그는 나무토막을 쌓으며 간절히 빌었다. "그래, 난 세계적인 작가가 될 거야. 그리고 미술사에 내 이름을 기록하고 싶어." 20대 김윤신의 '기원'이 90세를 목전에 두고 현실로 이뤄졌다. 지난 17일 그는 국제갤러리·리만머핀과 공동 소속 계약을 맺었다. 상업 갤러리로부터 '러브콜'을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윤신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국제적인 화랑 두 곳과 동시에 계약을 맺게 돼 영광스럽다"며 "여느 세계적인 작가들처럼 '김윤신' 하면 떠오를 만한 좋은 작품들을 세상에 남기고 싶다"고 했다. 지난 40여년간 아르헨티나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김윤신은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 남서울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두 갤러리와 인연을 맺게 됐다. "생애 마지막 여행
원로 조각가 박석원(사진)은 1960년대 이후 한국 추상 조각의 유행을 선도한 작가다. 사물을 절단하고 반복해서 쌓아 올린 그의 작품들은 조각을 이루는 물질들의 자연적인 성질에 주목한다.1942년 경남 진해에서 태어난 그는 어릴 적 외로울 때마다 동네 뒷산의 개울가를 찾았다. 축축하게 젖은 진흙을 빚고, 돌과 나무토막을 쌓으며 시간을 보낸 추억은 그를 조각가의 길로 이끌었다. 박 작가는 일찌감치 국내 미술계에서 두각을 보였다.20대였던 1968년과 1969년 ‘초토’와 ‘비우’로 대한민국미술대전 국회의장상을 연속으로 휩쓸었고,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 창립 멤버로 활동하며 파리 비엔날레 등 국제무대에 작품을 선보였다.극단적으로 단순한 형태를 추구한 그의 작품들은 서양의 미니멀리즘과 맞닿아 있다. 여기에 인공적인 재료가 아니라 자연적인 소재를 주로 활용하고, ‘자연과의 합일’ 등 동양사상을 결합했다는 점에서 한국적 미니멀리즘을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는다.1960년대 초기 작품들은 앵포르멜(부정형 미술)에 기반한 철 용접작업이 대부분이었다. 6·25전쟁 이후 폐허가 된 땅을 떠올리며 만든 ‘초토’ 등이 이때 나왔다.안시욱 기자
새하얀 캔버스가 전시장 벽에 덩그러니 걸려 있다. 본격적인 드로잉에 앞서 물감의 발색을 돕기 위한 ‘밑칠 작업’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쯤, 캔버스 가장자리에 눈길이 닿는다. 빨강과 노랑, 초록, 파랑 네 가지 색상의 물감으로 수없이 붓질을 덧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독일과 한국을 오가며 활동하는 전원근 작가의 작품 ‘무제’(2023·사진)는 흰색인 듯 흰색이 아니다. 새하얀 수건보다는 오래 쓴 행주 같은 세월감이 느껴진다.서울 삼청동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 열리는 전원근의 개인전에선 이처럼 여러 겹의 색을 입히고 지워내는 과정을 반복해 그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나의 색을 사용한 그림부터 체크무늬, 원형 패턴 등 형태는 여러 갈래다. 전 작가는 “오랜 시간 축적하고 덜어내는 과정 자체가 예술의 일부”라고 말했다.올해로 25년 차 작가인 전원근은 27세에 독일 뒤셀도르프로 넘어갔다. 주변에 위로를 건네겠다는 마음으로 미술을 시작하며 미니멀리즘에 뛰어들었다. 몇 차례의 거친 붓질만으로 물감의 물성을 강조하던 당시 유럽식 모노크롬(한 가지 색을 사용한 그림)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작품이 풍기는 특유의 긴장감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옅은 물감을 수백 번 덧칠하고 덜어내는 방식으로 색의 경계에서 나오는 긴장감을 지우는 작업에 몰두했다.전시의 제목은 ‘식물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로, 공들여 가꿔야 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상징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평범하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아크릴 물감을 물에 묽게 풀어 넓적한 붓으로 칠한 게 전부다. “저의 작품들은 화려한 메시지를 자랑하지 않아요. 화분에
건축가 조민석 씨(57·사진)가 영국 서펀타인파빌리온의 올해 설계자로 선정됐다. 서펀타인파빌리온은 2000년 시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영국에 건축물을 세운 적 없는 건축가를 매년 설계자로 선정하고 있다. 자하 하디드 등 건축계 최대 권위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이 거쳐 간 만큼 ‘작은 프리츠커상’으로도 꼽힌다. 한국인이 파빌리온 설계자로 지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4일 영국 서펀타인갤러리에 따르면 조씨는 오는 6월 5일부터 10월 27일까지 런던 켄싱턴가든 내 서펀타인 사우스에 설치될 23번째 파빌리온을 선보일 예정이다. 그는 ‘군도의 여백’이란 이름으로 마당 같은 역할을 하는 중앙 공간을 둘러싼 5개의 섬 콘셉트로 파빌리온을 꾸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조씨는 201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안시욱 기자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 기증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가 내년부터 미국 두 개 도시와 유럽을 찾는다. 지난 2년간 전국적으로 100만 명이 둘러본 전시다. 고구려 광개토왕비 탁본이나 조선 외규장각 의궤 등에 대한 박물관 상설 전시도 새 단장을 한다.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사진)은 24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주요 계획을 발표했다. ‘이건희 컬렉션’은 올해 제주와 춘천에서 전시회를 열고 내년부터 해외로 진출한다. 내년 11월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시작으로 2026년 3월 시카고박물관, 같은 해 9월 영국박물관에서 특별전을 연다. 회화, 도자, 공예, 불교 조각 등 이건희 회장 기증품 250여 점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윤 관장은 “전시품이 풍성한 만큼 해외 관람객에게도 많은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국민적 관심이 큰 문화유산의 상설 전시도 재정비된다. 국립중앙박물관 상설전시관 로비와 전시실 사이 ‘역사의 길’에 들어선 ‘디지털 광개토왕비’가 단적인 예다. 중국 지안(集安)에 있는 비석 모습을 7.5m 높이의 발광다이오드(LED) 기둥으로 재현했다. 광개토왕비는 고구려 광개토왕(재위 391~412)의 아들 장수왕(재위 413~491)이 아버지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414년께 세운 비석이다.박물관 측이 지난해 구입한 원석(原石) 탁본인 ‘청명본’도 처음 공개된다. 한학자 청명(靑溟) 임창순(1914~1999)이 소장했던 네 권짜리 책으로, 1889년 리원충이 탁본한 것을 세 글자씩 잘라 붙여 첩으로 제작한 형태다. 원석 탁본은 19세기 후반 광개토왕비에 석회가 칠해지기 이전에 뜬 탁본을 뜻한다.조선 외규장각 의궤를 위한 전용 전시 공간도 마련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유족 기증 특별전 '어느 수집가의 초대' 전시가 내년부터 미국 두 개 도시와 유럽을 찾는다. 고구려 광개토왕비 탁본이나 조선 외규장각 의궤 등 국민적 관심이 큰 유물에 대한 박물관 상설 전시도 개편된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사진)은 24일 신년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난해 국립중앙박물관 및 13개 소속 박물관의 관람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돌파했다"며 "박물관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에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건희 컬렉션, 제주·춘천 이어 세계로최근 몇 년 사이 박물관에 대한 관심이 증가한 데는 '이건희 컬렉션'의 영향이 컸다. 2022년 약 23만명의 관람객이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의 기증품 특별전을 찾았다. 지난해 광주, 대구, 청주박물관에서 진행된 순회 전시의 방문객은 총 74만명을 넘어섰다.올해 이건희 회장 기증품 특별전은 제주와 춘천으로 무대를 옮긴다. 6월 4일부터 8월 19일까지 국립제주박물관에서 인왕제색도, 청동 범종 등 기증품 300여점이 전시된다. 9월 10일부터 11월 10일까지는 국립춘천박물관에서 순회 전시가 이어진다. 대구 비산동 출토 청동기 등 명확한 출토 정보가 있는 기증품은 관할 지역 소속 박물관으로 옮겨져 상설 전시에 사용될 예정이다. '이건희 컬렉션'은 내년부터 해외로 진출한다. 내년 11월 미국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을 시작으로 2026년 3월 시카고박물관, 같은 해 9월 영국박물관에서 특별전을 갖는다. 회화, 도자, 공예, 불교 조각 등 고 이건희 회장 기증품 250여점 등을 선보일 예정이다. 윤 관장은 "전시품이 풍성한 만큼 해외 관람
건축가 조민석 씨(57·사진)가 영국 서펀타인 파빌리온의 올해 설계자로 선정됐다. 서펀타인 파빌리온은 2000년 시작한 공공미술 프로젝트로, 영국에 건축물을 세운 적 없는 건축가를 매년 설계자로 선정하고 있다. 자하 하디드 등 건축계 최대 권위의 프리츠커상 수상자들이 거쳐 간 만큼 '작은 프리츠커상'으로도 꼽힌다. 한국인이 파빌리온 설계자로 지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4일 영국 서펀타인 갤러리에 따르면 조 씨는 오는 6월 5일부터 10월 27일까지 런던 켄싱턴 가든 내 서펀타인 사우스에 설치될 23번째 파빌리온을 선보일 예정이다. 조 씨는 ‘군도의 여백’이란 이름으로 마당 같은 역할을 하는 중앙 공간을 둘러싼 5개의 섬 콘셉트로 파빌리온을 꾸밀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1966년생인 조 씨는 2003년 매스스터디스를 설립했다. 서울 강남의 부티크 모나코를 비롯해 2010년 상하이 엑스포 한국관, 제주의 스페이스닷원, 지난해 김중업의 건축물을 복원, 신축한 주한프랑스대사관 등을 설계했다. 2014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 건축전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53년간 옥(玉) 가공 기술을 연마한 김영희 씨(64·사진)가 국가무형유산이 된다. 문화재청은 김 씨를 국가무형유산 '옥장(玉匠)'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옥장은 옥을 가공해 공예품을 제작하는 장인으로, 국가무형유산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1996년 이후 27년 만이다.김영희 씨는 현재 시도무형유산 '옥장' 보유자로 인정된 장인이다. 1970년 김재환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한 이후 53년 동안 옥 가공 기술을 연마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실시한 옥장 보유자 인정조사를 통해 투각 및 조각하기, 홈내기 등 김 씨의 종합적인 옥 가공 기량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옥은 예로부터 동양 문화권에서 금·은과 함께 귀한 보석으로 대접받았다. 희고 부드러운 옥의 성질은 끈기와 온유, 은은함, 인내 등을 의미하기도 한다.옥공예의 세부 과정을 살펴보면 재단 작업과 톱 작업, 물레 작업, 연마작업 등이 있다. 세공 방식이 복잡한 데다 다양한 공구를 능숙하게 활용해야 하는 만큼 옥장으로 인정받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옥장은 1996년 등록된 장주원 옥장이 유일하다.문화재청은 30일 이상의 예고기간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검토하고, 무형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처 김 씨의 국가무형유산 옥장 보유자 인정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국내 미술시장 규모는 1조원을 돌파했고, 전국에서 열리는 아트페어만 70개가 넘은 지 오래다. 하지만 여전히 미술투자는 어렵게만 느껴진다. '관심은 있는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미술팬들이 부지기수다. 20~30대 '후발주자'들한테 미술시장의 문턱은 더욱 높게 느껴진다. 최근 출간된 <컬렉터처럼, 아트투어>는 미술시장에 이제 막 입문한 투자자들을 위한 안내서다. 변지애 케이아티스트 아트컨설팅 대표의 첫 에세이다. 뉴욕 소더비인스티튜트에서 공부한 뒤 아트SG, 타이베이 당다이, 도쿄 겐다이 등 아시아 아트페어들의 한국 총괄로 활동하는 등 업계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이다. 저자는 "현대 미술이 어려운 이유는 모든 작가의 작품이 다르고, 직관적으로 예쁜 것이 훌륭한 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주도하는 추상표현주의와 팝아트가 패권을 차지했고, 이는 오늘날 '개념미술'로까지 이어졌다. 기존의 예술 관념을 완전히 뒤튼 현대 미술을 두고 '아는 만큼 보인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현대 미술을 이해하는 첫 단추는 작가의 생애를 알아보는 것이다. 책은 컬렉터라면 꼭 알아야 할 국내외 대표 아티스트 20인을 짚고 넘어간다. 윤형근 박서보부터 장미셸 바스키아, 데이비드 호크니 등 해외 작가들까지 다양하다.미술계의 최신 트렌드가 집약된 주요 시장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2022년 세계 양대 아트페어로 꼽히는 프리즈가 진출한 뒤 아시아 아트 허브로 거듭난 서울부터 미국과 스위스, 중국, 멕시코 등 각 대륙 주요 시장의 흐름을 요약한다. 책은 "예술 작품은 결코 단순한 투자의 대상이
53년간 옥(玉) 가공 기술을 연마한 김영희 씨(64·사진)가 국가무형유산이 된다. 문화재청은 김씨를 국가무형유산 ‘옥장(玉匠)’ 보유자로 인정 예고했다고 22일 밝혔다. 옥장은 옥을 가공해 공예품을 제작하는 장인으로, 국가무형유산으로 인정받은 사례는 1996년 이후 27년 만이다.김씨는 현재 시도무형유산 옥장 보유자로 인정된 장인이다. 1970년 김재환 선생의 문하생으로 입문한 이후 53년 동안 옥 가공 기술을 연마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실시한 옥장 보유자 인정조사를 통해 투각 및 조각하기, 홈내기 등 김씨의 종합적인 옥공예 기량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가무형유산 옥장은 1996년 등록된 장주원 옥장이 유일하다.안시욱 기자
원로 조각가 박석원(82·사진)의 초기 화두는 ‘절단’이었다. 작가는 6·25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 전인 1960년대에 20대를 보냈다. 전쟁 직후 한국 사회가 품었던 시대적 상실감을 철 용접의 방식으로 날카롭게 풀어냈다. ‘황폐해지고 못쓰게 된 땅’을 뜻하는 ‘초토’(1967) 등으로 젊은 혈기를 표출했고, 회복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듯, 폐허가 된 땅에도 새로운 생명이 쌓여갔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작가의 마음도 시간이 흐르며 변했다. 1980년대 전후로 절단뿐 아니라 축적을 아우른 ‘적의(積意)’ 시리즈를 작업하기 시작했다. 최근 만난 박 작가는 “쌓고 부수며 다시 쌓는 행위가 지금껏 나를 끌고 왔다”며 “그 반복의 몸짓 자체에 생명이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는 박 작가의 개인전은 이처럼 ‘절단과 축적’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돌과 철, 나무, 한지 등 전통적인 소재를 반복해서 자르고 쌓아 올린 그의 작품은 파괴와 재건이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 속 인간의 위치를 조명한다.‘한국 미니멀리즘 추상 조각의 선구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큼, 그의 작품은 대상의 원래 형태를 재현하는 데 무게를 두진 않는다. 사물을 극단적인 기하학의 세계로 단순화하면서 오히려 재료 본연의 자연스러운 성질을 부각한다.전시의 이름은 ‘비유비공(非有非空)’이다. ‘모든 법의 실상은 있지도 아니하고 없지도 아니하다’는 뜻으로, ‘유(有)’와 ‘무(無)’ 사이 중도를 뜻하는 불교 용어다.그의 작품이 표현한 자연은 완전한 정적 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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