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SG가 올해 ‘2년차 징크스’를 비껴갈지가 관건이다.”미국 아트뉴스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지난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제2회 아트SG’를 앞두고 18일 이렇게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SG에 대한 관심이 데뷔 첫해인 작년에 비해 줄어들며 부진할 것을 염두에 둔 지적이었다.올해 행사에서는 작년 35개국, 164개 갤러리보다 30%가량 줄어든 114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렸다. 빅토리아 미로, 데이비드 즈워너 등 해외 명문 갤러리들이 줄줄이 발을 뺐다. “모든 면에서 작년보다 나았다”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작년에 비해 흥행과 전시 구성 모두 한발 앞서갔다’는 평가가 많았다. 19~21일 아트SG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외 미술계 관계자들은 “참가한 갤러리는 줄었지만 지갑을 여는 컬렉터는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통제가 완화되자 중국과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의 ‘큰손’들이 싱가포르로 몰려왔다는 분석이다.올해 아트SG의 화두는 ‘아시아계 컨템퍼러리’였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컬렉터를 타깃으로 요즘 뜨는 작가들을 내세운 것이다. 전시장 입구부터 중국의 인기 작가 아이웨이웨이가 레고로 만든 모나리자 작품이 걸렸다. 아시아아트센터는 대만 조각가 리첸과 주밍의 작품을 가져왔고 커다란 잉어, 호랑이를 그린 그림이나 마오쩌둥의 점묘화 앞은 가격을 문의하는 중국인 컬렉터로 북적였다. 국제갤러리, 가나아트, 조현화랑, 더컬럼스 등 국내 주요 갤러리도 아트SG에 부스를 차렸다.이번 행사의 중심은 값비싼 ‘마스터피스’보단 잠재적 투자가치를 고려한
'전 세계 미술시장이 아트바젤과 프리즈라는 '거대 공룡'에 의해 양분되고 있다.''미술시장의 꽃'으로 불리는 아트페어의 최근 세계적 동향을 한 줄로 요약하면 이렇다. 두 개의 거대 세력이 탄탄한 네트워크와 인프라를 바탕으로 동네 미술 장터들을 집어 삼키는 모양새다. 아트바젤은 2004년 마이애미 진출을 시작으로 홍콩과 파리 등 각 대륙의 주요 아트페어를 먹어 치웠다. 프리즈는 런던을 거점으로 뉴욕과 시카고, 서울 등에서 막강한 체급을 자랑하고 있다."정면 승부가 어렵다면, 남들의 손길이 아직 닿지 않은 시장을 노리는 건 어떨까."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8년. 32세 청년이던 매그너스 랜프류(48·사진)는 그렇게 홍콩행 비행기에 올랐다. 당시 영국과 프랑스, 미국에 집중됐던 미술시장이 향후 아시아를 중심으로 재편될 것이란 믿음에서다. 예견은 적중했다. 그가 세운 '아트 홍콩'은 훗날 아트바젤의 모기업인 MCH가 인수하며 현재 세계 최대의 아트페어 중 하나인 ‘아트바젤 홍콩’의 모태가 됐다. 이후로도 그는 대만의 '타이베이 단다이', 일본의 '도쿄 겐다이' 등을 공동 개최하고 있다.아트페어계의 '미다스의 손'으로 통하는 그가 바라본 새로운 '블루 오션'은 싱가포르다. 19일부터 21일까지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2회 아트SG' 행사장에서 한국경제신문과 만난 그는 "향후 싱가포르가 '21세기 아트 실크로드'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했다. "동남아시아는 인구 규모가 유럽과 맞먹을 정도로 거대한 시장이고, 동시에 가장 가파른 경제 성장을 보이는 지역이죠. 싱가포르의 로컬
"아트SG가 올해 '2년 차 징크스'를 비껴갈 수 있을지 여부가 관건이다."미국의 아트뉴스(ART news)는 싱가포르 마리나베이샌즈 컨벤션센터에서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제2회 아트SG'를 앞두고 지난 18일 이렇게 보도했다. '동남아시아 최대 아트페어' 아트SG에 대한 관심이 데뷔 첫해인 작년에 비해 줄어들며 부진할 것을 염두에 둔 지적이었다.작년 행사부터 이미 기대 이하의 성적을 올렸다는 점이 우려를 더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여파로 전반적인 미술 시장이 위축된 데다가, 코로나19로 중국 컬렉터들의 발길이 묶인 영향이 컸다. 올해 행사는 작년 35개국 164개 갤러리보다 30%가량 줄어든 114개 갤러리가 부스를 차렸다. 빅토리아 미로, 데이비드 즈워너 등 해외의 명문 갤러리들도 줄줄이 발을 뺐다.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작년에 비해 흥행과 전시 구성 모두 한발 앞서갔다'는 평가가 많았다. 지난 19~21일 아트SG 행사장에서 만난 국내외 미술계 인사들은 "참석 갤러리의 수는 줄었지만, 지갑을 여는 컬렉터의 수는 오히려 늘었다"고 입을 모았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행 통제가 완화되자 중국과 인도네시아, 인도 등지의 '큰손'들이 싱가포르로 몰려왔다는 분석이다. 거기에 작년 행사로 시행착오를 거친 갤러리들이 동남아시아 현지 시장의 선호를 맞춤 저격한 ‘콘템포러리’ 작품들을 대거 꺼내 들며 흥행에 불을 지폈다. 동남아 컬렉터의 선택은 ‘아시아 콘템포러리’올해 아트SG의 화두는 '아시아계 콘템포러리'였다. 중국과 동남아시아 컬렉터를 타깃으로 '요즘 뜨는 작가들'을 내세운 것이다. 전시장 입구부터 중국의 인기
새하얀 캔버스가 전시장 벽에 덩그러니 걸려있다. 본격적인 드로잉에 앞서 물감의 발색을 돕기 위한 '밑칠 작업'이 아닌가 의심이 들 때쯤, 캔버스 가장자리에 눈길이 닿는다. 빨강과 노랑, 초록, 파랑 네 가지 색상의 물감으로 수없이 붓질을 덧댄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있다.독일과 한국에 오가며 활동하는 전원근 작가의 작품 '무제'(2023)는 흰색인 듯 흰색이 아니다. 새하얀 수건보다는 오래 쓴 행주 같은 세월감이 느껴진다. 작가가 1년 동안 작업실 바닥에서 색을 바르고 닦아내는 작업을 100번 넘게 반복한 결과다.서울 삼청동 초이앤초이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전원근의 개인전에선 이처럼 여러 겹의 색을 입히고 지워내는 과정을 반복해 그린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하나의 색을 사용한 그림부터 체크무늬, 원형 패턴 등 형태는 여러 갈래다. 전원근 작가는 "그동안의 작품 시도를 총망라한 전시"라며 "오랜 시간 축적하고 덜어내는 과정 자체가 예술의 일부"라고 말했다.올해로 25년 차 작가인 전원근은 27세에 독일 뒤셀도르프로 넘어갔다. 주변에 위로를 건네겠다는 마음으로 미술을 시작하며 미니멀리즘에 뛰어들었다. 몇 차례의 거친 붓질만으로 물감의 물성을 강조하던 당시 유럽식 모노크롬(한 가지 색을 사용한 그림)에는 적응하지 못했다. 작품이 풍기는 특유의 긴장감 때문이었다. 대신 그는 옅은 물감을 수백번 덧칠하고 덜어내는 방식으로 색의 경계에서 나오는 긴장감을 지우는 작업에 몰두했다.전시의 제목은 '식물의 언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로, 공들여 가꿔야 하는 그의 작품 세계를 상징한다. 겉으로 보이는 모습은 평범하다.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원로 조각가 박석원(82)의 초기 화두는 '절단'이었다. 작가는 6·25전쟁의 상처가 채 아물기 전인 1960년대에 20대를 보냈다. 전쟁 직후 한국 사회가 품었던 시대적 상실감을 철 용접의 방식으로 날카롭게 풀어냈다. '황폐해지고 못쓰게 된 땅'을 뜻하는 '초토'(1967) 등으로 젊은 혈기를 표출했고, 회복할 수 없는 자연에 대한 분노를 드러냈다. 상처에 새살이 돋아나듯, 폐허가 된 땅에도 새로운 생명이 쌓여갔다. 움직이지 않을 것 같던 작가의 마음도 시간이 흐르며 변했다. 1980년대 전후로 절단뿐 아니라 축적을 아우른 '적의(積意)' 시리즈를 작업하기 시작했다. 최근 만난 박 작가는 "쌓고 부수며 다시 쌓는 행위가 지금껏 나를 끌고 왔다"며 "그 반복의 몸짓 자체에 생명이 있음을 느낀다"고 말했다. 서울 성수동 더페이지갤러리에서 열리고 있는 박석원의 개인전은 이처럼 '절단과 축적'이라는 주제를 담고 있다. 돌과 철, 나무, 한지 등 전통적인 소재를 반복해서 자르고 쌓아 올린 그의 작품들은 파괴와 재건이 반복되는 자연의 순환 속 인간의 위치를 조명한다. '한국 미니멀리즘 추상 조각의 선구자'라는 수식어가 붙는 만큼, 그의 작품은 대상의 원래 형태를 재현하는 데 무게를 두진 않는다. 사물을 극단적인 기하학의 세계로 단순화하면서 오히려 재료 본연의 자연스러운 성질을 부각한다. 전시의 이름은 '비유비공(非有非空)'이다. '모든 법의 실상은 있지도 아니하고 없지도 아니하다'는 뜻으로, '유(有)'와 '무(無)' 사이 중도를 뜻하는 불교 용어다. 절단과 축적 중 어느 한 편에 치중되지 않은 작가의 조각 세계와
“죽을 만큼 죽었습니다. 더 이상 사람들이 쓰러지지 않게 해주세요!”1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1917년. 독일 판화가 케테 콜비츠(1867~1945)는 이런 성명을 발표했다. 전쟁을 위해 노인과 아이들의 동원까지 거론되던 시절이다. 3년 전 막내아들을 전장에서 잃은 그는 목판화 연작집 ‘전쟁’(1922~1923)을 제작하는 등 반전 운동에 앞장섰다.콜비츠는 1867년 쾨니히스베르크에서 태어났다. 석공인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12세부터 미술 공부를 시작했다. 초기 작품들은 노동자의 열악한 환경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데 집중했다. 노동자 지구에서 생활하며 목도한 현실을 옮긴 대표작 ‘직공들의 반란’ 등을 제작했다. 여성 최초로 베를린 예술아카데미 회원이자 명예교수로 위촉되는 등 작품성을 인정받았다.빛나는 시간은 오래가지 않았다. 1933년 독일을 장악한 나치는 반전 운동 등 사회 참여적 메시지를 전하던 그의 작품 활동을 가로막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의 집이 폭격에 노출돼 상당수 작품이 소실됐다. 콜비츠는 전쟁이 끝나기 직전인 1945년 4월 22일 세상을 떠났다. 최근 세계 곳곳에서 벌어진 전쟁의 여파로 콜비츠의 작품이 재조명받았다. 지난해 말 케테 콜비츠 평전이 국내 출간됐고, 그 전인 작년 5월까지 제주에서 콜비츠전이 열렸다.안시욱 기자
‘서울의 봄’은 극장가에 가뭄의 단비 같은 영화였다. 비수기로 꼽히는 11월에 개봉해 1270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계의 ‘봄 기운’을 확인한 극장들은 블록버스터급 신작을 대거 개봉할 예정이다. 설 연휴(2월 9~12일) 대목을 톡톡히 누려보겠다는 계산이다. 자신감 있게 꺼내 놓은 카드는 액션 영화다.가장 기대를 모으고 있는 작품은 워너브러더스의 ‘듄: 파트2’(사진)다. 북미 개봉일인 3월 1일보다 앞선 2월 중 국내 개봉을 결정했다. 1965년 출간된 프랭크 허버트의 공상과학(SF) 소설 <듄>을 각색한 영화로 제작비가 1600억원을 넘었다. 지난해 12월 드니 빌뇌브 감독이 13년 만에 한국을 찾아 영화를 알리기도 했다.유니버설픽처스의 액션 블록버스터 ‘아가일’도 다음달 7일 개봉한다. ‘킹스맨’ 시리즈를 연출한 매슈 본 감독의 신작이다. 자신이 쓴 스파이 소설이 현실이 되자 전 세계의 표적이 된 작가 엘리가 위기를 벗어나기 위해 전설적인 요원 아가일을 찾아가는 줄거리다. 오는 18일 감독과 헨리 카빌, 브라이스 하워드, 샘 록웰 등 주연 배우들이 내한을 앞두고 있다.24일에는 모건 프리먼이 주연한 ‘무티: 주술 살인’과 리암 니슨의 ‘레트리뷰션’이 나란히 공개된다. ‘레트리뷰션’은 스페인 영화 ‘레트리뷰션: 응징의 날’(2016)의 리메이크 작품이다. 국내에서도 2021년 ‘발신제한’이란 제목의 영화가 만들어지기도 했다.한국 영화로는 다음달 7일 ‘데드맨’이 극장가에 입성한다. 이름값으로 돈을 버는 일명 ‘바지사장’ 업계에서 누명을 쓴 인물이 자기 이름을 되찾는 과정을 그린 범죄 추적극이다
'서울의 봄'은 극장가에서 가뭄의 단비 같은 영화였다. 통상 비수기로 꼽히는 11월 말에 개봉했지만, 1270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역대 한국 영화 개봉작 흥행 '톱9'에 이름을 올렸다. 극장가는 '흥행 바통'을 이어받기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크리스마스, 여름휴가, 추석 연휴와 함께 국내 성수기 '빅4'로 꼽히는 설 연휴(2월 9~12일) 대목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업계가 꺼내든 카드는 '액션 영화'다. 극장가의 한파가 녹아내릴 기미를 보이자, 단숨에 관객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액션 장르로 승부수를 띄웠다는 분석이다. '듄'의 후속작 '듄: 파트2'부터 '킹스맨' 제작진의 '아가일', 리암 니슨의 신작 '레튜리뷰션' 등 제작비 수십~수백억 원에 이르는 대작들이 줄줄이 출격을 앞두고 있다. 여기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도 액션 신작들의 공개를 예고하며 흥행 기대에 불을 지피고 있다. 팬데믹 뚫은 '서울의 봄'…불붙은 '액션 대작' 마케팅14일 배급사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영화 '서울의 봄'은 누적 관객 1270만명을 돌파하며 팬데믹 이후 개봉한 영화 중 가장 높은 스코어를 기록했다. '범죄도시 2'(1269만명) '범죄도시 3'(1068만명) 등의 흥행을 넘어선 기록이다. 영화관을 찾은 관객도 덩달아 늘었다. 지난해 12월 영화관 매출액은 1643억원으로 팬데믹 이전인 2018년 같은 기간의 90% 수준으로 회복했다. 바닥을 찍은 2021년 12월 매출액인 845억원에 비해 두배가량 뛴 수치다. 극장가에 간만에 순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 대목을 앞둔 영화업계는 액션 대작들의 마케팅에
“일제로부터 지켜야 한다며 외할아버지가 사재를 털어 구입하신 백자인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년 만에 다시 만나니 뭉클하네요. 철없던 시절에 저기 있는 도자기로 소꿉놀이하다가 야단을 맞기도 했죠.”11일 서울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을 찾은 노현 씨(63)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노씨의 외할아버지 수정 박병래 선생(1903~1974)은 일제강점기 당시 수집한 백자 375점을 1974년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병래 선생 같은 민간인이 건네준 유물을 기증관에서 전시해 왔는데 지난 2년간은 문을 닫았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기증관은 12일 재개관한다.새 단장을 마친 이곳에는 박병래 선생을 비롯해 110여 명의 기증자가 남긴 작품 1671점이 전시된다. 2020년 손창근 선생이 기증한 ‘세한도’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기증한 ‘수월관음도’는 5월 5일까지 특별공개된다. 국보로 지정된 송성문 기증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제15’, 이근형 기증 ‘이항복필 천자문’(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도 여럿 볼 수 있다.전시관에서는 손기정 선생의 ‘그리스 청동 투구’가 관람객을 맞이한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부상으로 주어졌지만 1986년에서야 국내에 반입됐다. 손기정 선생은 “투구는 나만의 것이 아니라, 우리 민족의 것”이라며 1994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안시욱 기자
"일제로부터 지켜야 한다며 외할아버지가 사재를 털어 구입하신 백자인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년 만에 다시 만나니 뭉클하네요. 철없던 시절에 저기 있는 도자기로 소꿉놀이하다가 야단을 맞기도 했죠." 11일 서울 이촌동 국립중앙박물관 기증관을 찾은 노현(63) 씨는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노 씨의 외할아버지 수정 박병래 선생(1903~1974)은 일제강점기 당시 수집한 백자 375점을 1974년 기증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박병래 선생 같은 민간인이 건네준 유물을 기증관에서 전시해왔는데 지난 2년간은 문을 닫았다. 리모델링 공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기증관은 12일부터 재개관한다. 새 단장을 마친 이곳에는 박병래 선생을 비롯해 110여명의 기증자가 남긴 작품 1671점이 전시된다. 지난 2020년 손창근 선생이 기증한 '세한도'와 윤동한 한국콜마 회장이 기증한 '수월관음도'는 5월 5일까지 특별공개된다. 국보로 지정된 송성문 기증 '초조본 유가사지론 권제15', 이근형 기증 '이항복필 천자문'(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유산도 여럿 볼 수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손기정 선생의 '그리스 청동 투구'가 맨 먼저 관람객을 맞이한다. 1936년 베를린올림픽 마라톤 우승 부상
"누구나 안전지대에 머물고자 하는 관성이 있습니다. 오리들의 이야기지만, 미지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계속 안으로 숨으려 하는 인간의 본성을 그린 영화죠."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제작사 일루미네이션의 크리스 멜라단드리 대표는 지난해 12월 22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간담회에서 신작 '인투 더 월드'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영화의 원제는 '이주(Migration)'. 작은 연못에서의 삶에 안주하던 오리 가족이 새로운 땅을 찾아 모험하는 줄거리다. 10일 개봉하는 '인투 더 월드'를 보고 나면, 이 영화야말로 '안전지대'에 머물렀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어디서 본 듯한 전개 방식 등 기존 애니메이션들이 보인 안전한 흥행 공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캐릭터를 오리로 설정한 만큼 '비행 액션' 등 시각적인 요소는 어린 관객들이 즐기기엔 충분하다. 익숙한 플롯에 지친 성인들은 지루함을 느낄 수 있다는 얘기다. 영화는 미국 유니버설 픽처스 산하 일루미네이션이 7년 만에 내놓은 오리지널 스토리다. 일루미네이션은 지난해 '바비'에 이어 글로벌 흥행 2위를 기록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제작비 7000만 달러로 5억4000만 달러 넘게 벌어들인 '슈퍼배드'(2010) 등을 선보인 '알짜' 제작사로 통한다. 문제는 '슈퍼배드' 시리즈의 '미니언즈', '마이펫의 이중생활'(2015)의 강아지 '맥스' 이후 이렇다 할 오리지널 캐릭터가 없었다는 점이다. 닌텐도 지식재산권(IP)에 기반한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흥행에도 마냥 웃을 수 없던 이유다. 멜라단드리 대표는 "오리지널 스토리텔링을 하겠다는 일루미네이
"무라카미 하루키 작품 속 사람들은 맥주를 왜 이렇게 '찔끔찔끔' 먹을까?""<작은 아씨들>의 에이미가 입에 달고 다닌 '절인 라임'은 무슨 맛일까?""<채식주의자> 주인공이 먹는 식물성 대체육이 널리 보급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이용재 음식 평론가(사진)의 신간 <맛있는 소설>은 문학에 대한 군침 도는 질문들로 가득한 책이다. 지난 5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에서 만난 그는 "먹거리는 글을 쓸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를 반영한다"며 "소설을 제대로 음미하기 위해선 음식을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재 평론가는 독특한 이력의 작가다. 미국에서 대학원을 졸업하고 건축평론가로 일하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귀국했다. 8년간의 타지 생활로 멀어졌던 한식을 다시 먹으러 다니며 '외부인의 시각'을 갖게 됐다는 그다. 솔직하고 '까칠한' 품평을 담은 에세이 <외식의 품격>(2013)은 지금껏 10쇄 넘게 증쇄된 스테디셀러다. "문학은 나의 글쓰기의 기반"이라고 말한 이 평론가는 소설에 대한 오랜 관심을 강조했다. 그는 "그다지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서도 책은 늘 풍족하게 사주시던 부모님 밑에서 자랐다"며 "<헨젤과 그레텔> 속 과자집을 보고 입맛을 다시고, 갓 잡은 참치회 맛을 상상하며 <노인과 바다>를 읽었다"고 했다. 이번 신간도 그가 초등학교 5학년 때 읽은 <작은 아씨들>의 '절인 라임' 이야기로 시작한다. 네 자매 중 막내인 에이미가 학교에서 몰래 먹다가 꾸지람을 들었던 음식이다. 그는 "라임은 커녕 바나나조차 귀했던 시절, '매우 짜고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는 폴란드의 ‘국민 작가’로 꼽히는 소설가다. 19세기 동유럽 농촌 생활을 사실적인 문체로 담아내 100년 전인 19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1867년 태어난 레이몬트는 방랑벽 짙은 청년기를 보냈다. 아버지는 그를 안정적인 재단사로 키우려고 했으나, 레이몬트는 연극배우가 되려고 가출했다. 이듬해 빈털터리가 된 채 귀향했고, 아버지의 도움을 받아 철도 역무원으로 취직했다.지루한 삶 속 유일한 유희는 글쓰기였다. 유랑극단 생활 체험을 소재로 쓴 <희극 여배우>(1896) 등을 펴내며 등단했다. 공업도시 우치를 무대로 인간의 노예화를 다룬 <약속의 땅>(1899)으로 이름을 알렸다. 대하소설 <농민들>로 1924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사계절의 흐름에 맞춰 4부작으로 구성된 이 소설은 농촌 사람들의 삶에 대한 투쟁과 욕망, 인생의 애틋한 순간을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레이몬트 작품들은 공산주의 폴란드에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그의 모든 작품이 공산주의 선전에 동원된 것은 아니다. 그의 마지막 작품 <반란>(1924)은 평등을 꿈꾸며 농장을 점령한 동물들이 결국 디스토피아적 세계에 빠지는 과정을 이야기한다. 비슷한 내용을 다룬 조지 오웰의 <동물농장>(1945)보다 20여 년 앞서 나왔다.안시욱 기자
“XXX… /얼마나 더 바라야 제 소원 들어주실래요 /죽여 달라니까요… 돌연사를 바란다고요…”저주와 비속어가 난무하는 이 문장은 박참새 시인(29·사진)의 시 ‘창작 수업’의 첫 구절이다. 등단을 준비하는 시 속 화자는 “더럽게 쓰고 싶었다”며 이렇게 쓴 습작을 제출한다. 창작 수업의 선생은 “감상이 지나치고 감정이 질척댄다”며 절제할 것을 권한다. 화자는 당돌하게 대꾸한다. “ㅋㅋ 웃겨 정말”연초부터 적나라한 언어와 파격적인 형식으로 기성 문단의 아성을 두드리는 작가가 나왔다. 최근 제42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참새 시인이다. “활화산 같은 언어가 페이지를 뒤덮는다”(이수명 시인) 등의 심사위원 평가를 받으며 경쟁자 250여 명을 제치고 수상했다.데뷔 시집 <정신머리>를 출간한 박 시인과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깡패처럼 제멋대로 쓰고 살렵니다”라는 ‘까칠한’ 수상 소감과 달리, 실제로 그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도전자의 자세로 답변을 이어갔다. “운과 성실함이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제 겨우 한 발 뗐을 뿐이니, 수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정신머리>에 수록된 55편의 시에는 기성 권위에 끊임없이 이의를 제기하는 화자가 등장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의 싸움에서 승산은 희박하다. ‘내가 나의 아군이라면’이란 시집의 자서(自序)가 암시하듯, 본인 스스로도 자신 있게 ‘아군’이 되지 못한 상태다. 잔뜩 위축된 상황에 놓인 화자는 “내가 오로지 할 수 있는, 해야만 하는 유일한 작업은 그 집을 더욱
2022년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후임자로 아들 찰스 3세가 역대 최고령인 73세에 즉위했다. 세 살 때 후계자로 내정됐으니, 무려 70년을 왕세자로 지낸 것이다.영국 왕실만의 사정이 아니다.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다가올 미래 사회를 살아갈 수많은 중장년층의 입장은 더 난처하다. 최근 출간된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은 이렇게 진단한다. “당신은 100세에 유산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유산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 자녀가 받게 된다. 그리고 계획보다 훨씬 적게, 훨씬 늦게 들어올 것이다.”세계적인 베스트셀러 <2030 축의 전환>의 저자 마우로 기옌 미국 와튼스쿨 교수가 다시 한번 충격적인 미래를 전망한 책을 펴냈다. 그는 “정해진 나이에 배우고 일하며 재산을 상속받는 인생 설계가 앞으로 통용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신간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은 최대 10개 세대가 공존할 2050년대 사회를 예고하고, 그 안에서 달라질 기업과 개인의 생존 전략을 분석한다.저자는 여러 세대가 뒤섞인 ‘멀티제너레이션’ 사회에선 각 연령대에 어울리는 역할이 있다는 고정관념이 무의미하다고 얘기한다. X세대나 MZ세대를 나누고 이러쿵저러쿵하는 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저자의 대안은 ‘퍼레니얼’이다. 자신이 속한 세대의 생활 방식에 얽매이지 않고 세대를 뛰어넘어 살아가는 사람들을 뜻한다. 평생에 걸쳐 학교와 일터를 오가는 사람들, 은퇴한 뒤에도 재취업 전선에 뛰어드는 노인들이 여기에 해당한다.퍼레니얼적 사고에 따르면 미래의 비즈니스 성공
유명인이 뽑은 ‘2023년 올해의 책’이 서점가를 들썩였다. 이동진 평론가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추천한 소설 네 권이 1월 첫째주 예스24 소설부문 베스트셀러 10위권에 진입했다. <맡겨진 소녀> <아주 희미한 빛으로도> <트러스트> <부처스 크로싱> 등이다. 그중 지난해 퓰리처상 수상작인 <트러스트>는 전주 대비 40배 넘는 판매액을 올렸다.‘스펙’을 쌓기 위해 수험서를 찾는 독자도 늘었다. 4 RC>를 비롯한 네 권의 수험서가 종합 베스트셀러 ‘톱10’에 이름을 올렸다.안시욱 기자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을 ‘기술적 특이점’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특이점을 넘어서면 사회·경제적으로 한계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 최근 출간된 <핸드오버>는 이 같은 기술적 특이점이 목전에 왔다고 주장한다. 핸드오버(The Handover)는 ‘권력·책임의 이양’이다. 인간이 인공지능(AI)에 권력을 넘겨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미래학자나 테크 기업 관계자가 아니라 정치학자가 AI 사회를 내다본 책이다.책을 쓴 데이비드 런시먼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우리는 이미 300년 동안 AI와 살아왔다”고 말한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결정하지만, 인간은 아닌 ‘인공 대리인’들의 지배를 받아왔다는 이유에서다. 17세기 등장한 근대국가와 18~19세기 현대적 기업이 여기 해당한다.저자는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는 방식을 택했다. 주인 대리인 이론, 권력, 법인격 등 정치적 개념을 통해 국가와 기업이 형성됐던 과정을 설명하고, 이와 ‘닮은꼴’ AI가 가져올 미래 모습을 전망한다. 책은 정치철학자 토머스 홉스의 <리바이어던> 개념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홉스는 국가를 개개인이 모인 집합체인 ‘거대한 인공 인간’으로 묘사했다. 개인은 국가에 자기 권한 일부를 넘긴 대신 안전한 생활을 보장받았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의사결정과 실행을 더 큰 집단인 기업이 맡으며 효율적인 자원분배를 가져왔다. 국가와 기업에 이은 ‘두 번째 특이점’이 AI에 의한 변화다.런시먼에 따르면 국가와 기업, AI는 ‘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30분께. 출근길 서울 성수대교의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시민 32명이 죽었다는 비보가 전해졌다. 정부는 1994년을 ‘부실 공사 추방 원년의 해’로 지정하고, 다시는 건물 붕괴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했다. 정부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삼풍백화점이 내려앉았다. 이번엔 무려 502명이 사망했다.역사 연구자 강부원 저자의 신간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은 이처럼 현대사에 변곡점을 만들어낸 사건을 선별해 소개한 책이다. 40가지 사건 가운데는 경기중학교 입시 과정에서 발생한 무즙 파동(1964년)도 담겼다.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항에 ‘무즙’이라고 답한 학생들이 오답 처리된 게 문제였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직접 만든 엿을 들고 항의했다. 그 엿을 들고 시험 관계자들에게 외쳤다. “엿 먹어라.”정치적으로 편향된 책의 서술 방식이 아쉬움을 남긴다. 저자는 표면적으로 6·25 전쟁 세대, 산업화 세대, 민주화 세대를 공평한 잣대로 비춘다고 말하지만 실제 본문 대부분은 특정 세대에 대한 치우침이 드러난다. 저자는 연예인 대마초 파동(1975년)을 두고 “국민이 어떤 방식으로든 ‘자유’와 ‘해방’을 경험케 하지 못하려는 독재 정권의 의도가 반영됐다”고 말한다.안시욱 기자
낙서 피해로 훼손된 서울 경복궁 담장이 1차 복구 과정을 거쳐 80%가량 회복됐다. 지금껏 들인 비용만 2000만원이 넘는 가운데 문화재청은 인건비를 포함해 총 1억원 이상의 복구 비용을 손해배상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문화재청은 4일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에 설치한 가림막을 걷고 긴급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했다. 낙서 피해 규모는 영추문 좌·우측 12.1m,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좌·우측 24.1m로 총 36m가량에 이른다.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국립고궁박물관 소손 보존 처리 전문가 수십 명이 투입돼 응급조치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담장 표면 상태를 점검한 뒤 이르면 봄부터 2단계 보존 처리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일부 스며든 스프레이로 인해 응급 복구 작업 위주로 이뤄졌다”며 “현재 공정률은 80% 정도”라고 말했다.복구 작업 기간 투입된 총인원은 234명으로 하루 평균 29.3명이 투입됐다. 전문 장비 임차료를 포함한 물품 비용만 2153만원으로 집계됐다. 복구 과정에 들인 인건비, 향후 2단계 보존 처리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비용을 고려할 때 총비용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문화재청은 “낙서범들에게 원상 복구에 든 비용을 징수하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할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력해 강력히 대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안시욱 기자
낙서 범죄 피해를 당한 서울 경복궁 담장이 1차 복구를 마치고 모습을 드러냈다. 지난해 12월 16일과 17일 두 차례에 걸쳐 훼손된 담장에 대한 응급 조치가 끝났지만, 담장 곳곳에는 파랗게 번진 스프레이 흔적이 남아 있었다. 지금껏 들인 비용만 2000만원이 넘은 가운데 문화재청은 인건비를 포함한 전체 복구 비용을 손해배상 청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문화재청은 4일 경복궁 영추문과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주변에 설치했던 가림막을 걷고 긴급 보존 처리 작업을 마친 담장을 공개했다. 낙서 피해의 규모는 영추문 좌·우측 12.1m,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좌·우측 24.1m로 총 36m에 이른다. 국립문화재연구원 문화재보존과학센터와 국립고궁박물관 소손 보존 처리 전문가 수십명이 투입돼 응급조치에 나섰다. 문화재청은 담장 표면 상태를 점검한 후 이르면 봄부터 2단계 보존 처리 작업에 돌입할 계획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갑자기 추워진 날씨와 일부 스며든 스프레이로 인해 응급 복구 작업 위주로 이뤄졌다"며 "현재 공정률은 80% 정도"라고 말했다. 복구에 들인 비용도 만만치 않았다. 지난해 12월 16일부터 28일까지 한파로 작업이 중단된 5일을 제외하고 총 8일간 공정이 진행됐다. 작업 기간 중 투입된 총인원은 234명으로 하루 평균 29.3명이 투입됐다. 전문 장비 임차료를 포함한 물품 비용만 2153만원으로 집계됐다. 복구 과정에 들인 인건비, 향후 2단계 보존 처리를 위해 추가로 필요한 비용을 고려할 때 총비용은 1억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문화재청은 "낙서범들한테 원상 복구에 든 비용을 징수하고,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 올해의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오는 9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이번 행사는 전 세계 4200여개 기업이 지난 1년간 축적한 AI 기술 성과를 선보이는 무대다. 냉장고 내부 사진만 보고도 저녁 메뉴를 짜주고, 능숙하게 자동차를 운전하거나 암을 진단하는 기계들이 벌써 등장을 예고하고 있다.하지만 학계에서 AI를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 반 우려 반이다. 기술 발전의 속도와 방향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래학자 레이 커즈와일은 2005년 <특이점이 온다>에서 기술이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순간을 '기술적 특이점'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특이점을 넘어서면 사회·경제적으로 한계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변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했다.최근 출간된 <핸드오버>는 이러한 기술적 특이점이 목전에 왔다고 주장한다. 영어 원제 '더 핸드오버(The Handover)'의 사전적 의미는 '권력·책임의 이양'이다. 인간이 AI에 권력을 넘겨야 할 날이 머지않았다는 얘기다. "스스로 코딩을 시작하고 자신을 가르칠 수 있게 된 기계는 스스로 똑똑해질 가능성이 생겼다. AI는 아마도 매우 빨리, 우리보다 훨씬 더 똑똑한 존재가 될 것이다."미래학자나 테크 기업 관계자가 아닌 정치학자가 AI 사회를 내다본 책이다. 그래서 특이하다. 책을 쓴 데이비드 런시먼 영국 케임브리지대 정치학과 교수는 "우리는 이미 300년 동안 AI와 살아왔다"고 말한다. 인간처럼 생각하고 결정하지만, 인간은 아닌 '인공 대리인'들의 지배를 받아왔다는 이유에서다. 17세기 등장한 근대국가와 18~19세기 현대적 기업이 여기 해당한다
2024년엔 많은 것들이 바뀐다. 대한민국이 공식적으로 '다문화 국가'에 진입하는지 여부도 그중 하나다. 지난해 국내 장·단기 체류 외국인은 약 250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4.9%에 달했다. 2021년 3.8%, 2022년 4.4% 이후 꾸준히 증가세다. 통계에 집계되지 않은 불법체류 외국인(약 40만명 추정)을 더하면 실제 외국인 비중은 이보다 높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전체 인구 중 외국인 비율이 5%를 넘어가면 다인종·다문화 사회로 보고 있다.최근 출간된 <인디아더존스>는 이처럼 글로벌 시대에 피해 갈 수 없는 '다양성'에 관한 여러 분야 석학의 고찰을 엮은 책이다. 티앤씨재단이 만든 아포브 콘퍼런스에서 오고 간 내용을 활자로 옮겼다.집필에는 분야별 연구자 6명이 참여했다. 염운옥 경희대 글로컬역사문화연구소 학술연구교수,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장대익 가천대 창업대학 석좌교수, 민영 고려대 미디어학부 교수, 김학철 연세대 학부대학 교수, 이수정 경기대 범죄교정심리학과 교수 등이다.영화 '인디아나 존스'를 패러디한 책 제목엔 이중적인 의미가 담겼다. '다른 곳에서(In the Other Zones)'라는 뜻도 있지만, 있어야 할 곳이 아닌 다른 공간에 뚝 떨어져 역경을 헤쳐가는 캐릭터 '존스'(해리슨 포드 분)를 떠올리게 한다.피부색에 따른 공공연한 차별이 없어진 것은 비교적 최근 일이다. 불과 110여년 전 미국 뉴욕주 브롱크스 동물원에는 콩고인 남성 '오타 벵가'가 원숭이 옆에 나란히 전시됐다. 1950년에 이르러서야 유네스코(UNESCO)는 "호모 사피엔스는 단일종이며 모든 인간은 평등하다"고 선언했다.한국인도 역사적으로 인종차별의 피해
1994년 10월 21일 오전 7시 30분경. 실시간 긴급 속보로 믿기 어려운 소식이 전해졌다. 출근길 서울 성수대교의 상판이 무너져 내리면서 시민 32명이 죽었다는 비보였다. '부실시공'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정부는 1994년을 '부실 공사 추방 원년의 해'로 지정하고, 다시는 건물 붕괴로 인한 인명 피해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 선언했다.정부의 다짐이 무색하게도, 1년이 채 지나지 않아 삼풍백화점이 내려앉았다. 이번엔 무려 502명이 사망했다. 겉으로는 웅장하고 세련된 건물이었지만, 내부는 곪아 터져 위태롭기 짝이 없었다. 백화점 경영진은 건물이 흔들린다는 보고를 받고도 시설을 계속 운영했다. 1990년대 중반 두 차례의 건물 붕괴 사고는 '초고속 성장 신화' 이면의 그림자를 보여줬다.역사 연구자 강부원 저자의 신간 <한국 현대사를 뒤흔든 40가지 사건>은 이처럼 현대사에 변곡점을 만들어낸 사건을 선별해 소개한 책이다. 지난 수십 년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소소한 사건들부터 누구나 기억할만한 큰 사고들까지 두루 돌아본다. 노동문제, 민주화, 여성 인권 등 각 사건이 내포한 사회적 맥락에 대한 저자의 해석을 추가했다.저자가 선정한 40가지 사건들은 수십 년이 지난 오늘날에도 통하는 교훈을 준다. 경기중학교 입시 과정에서 발생한 무즙 파동(1964)이 대표적이다. '엿을 만들 때 엿기름 대신 넣어도 좋은 것은 무엇인가'라는 문항에 '무즙'이라고 답한 학생들이 오답 처리된 게 문제였다. 극성스러운 학부모들은 무즙으로 직접 만든 엿을 들고 항의했다. 그 엿을 들고 시험 관계자들에게 외쳤다. "엿 먹어라"'엿 먹어라'는 말뿐만 아니라 '치맛바람' 등
미국 소설가 프랭크 허버트(1920~1986)는 공상과학(SF) 소설 분야에서 기념비적인 작가다. 대표작 <듄>(1965)은 미래 사회를 지배하는 인공지능과 희소한 자원을 둘러싼 갈등, 권력을 향한 인간 군상의 암투를 다룬 방대한 세계관을 구축했다. 세계적으로 2000만 부 넘게 팔리며 ‘스타워즈’ ‘매트릭스’ 등 여러 SF 작품에 영향을 끼쳤다.허버트는 1920년 미국 워싱턴주에서 태어났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1939년 나이를 속여 신문사에 입사했고, 각종 잡지에 짧은 소설들을 기고했다. 1955년 첫 장편소설 <바다의 용>으로 석유 파동이 발생하기 20여 년 전에 석유를 둘러싼 국제 분쟁을 예고해 주목받았다.<듄>은 그가 6년 동안 오리건주 사막을 취재하는 과정에서 태어났다. 메마른 사막 행성에서 살아가는 인류가 유일한 자원인 ‘스파이스’를 독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권모술수를 담았다. 1만여 년 뒤의 미래 세계를 그렸지만, 첨단 기술이나 장비를 부각하지 않았다. SF 소설 문학상의 양대 산맥으로 꼽히는 휴고상과 네뷸러상을 석권했고, 1984년과 2021년 영화로 제작됐다.허버트는 이후 20여 편의 단편을 펴냈고 1986년 췌장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올해 그를 기리는 작품이 잇따라 나온다. 다음달 드니 빌뇌브 감독의 ‘듄: 파트2’가 개봉하고, 그의 단편 32편을 엮은 단편 걸작선도 출간된다.안시욱 기자
"XXX… /얼마나 더 바라야 제 소원 들어주실래요 /죽여 달라니까요… 돌연사를 바란다고요…" 저주와 비속어가 난무하는 이 문장은 박참새 시인(29·사진)의 시 '창작 수업'의 첫 구절이다. 등단을 준비하는 시 속 화자는 "더럽게 쓰고 싶었다"며 이렇게 쓴 습작을 제출한다. 돌아오는 대답은 "구리다"는 속된 질타뿐이다. 창작 수업의 선생은 "감상이 지나치고 감정이 질척댄다"며 절제할 것을 권한다. 화자는 당돌하게 대꾸한다. "ㅋㅋ 웃겨 정말" 연초부터 적나라한 언어와 파격적인 형식으로 기성 문단의 아성을 두드리는 작가가 나왔다. 최근 제42회 김수영문학상을 받으며 등단한 박참새 시인이다. "활화산 같은 언어가 페이지를 뒤덮는다"(이수명 시인) "형식적 파괴 속 보이는 단단함"(조강석 문학평론가) 등 심사위원 평가를 받으며 250여명의 경쟁자를 제치고 수상했다. 1981년 민음사에서 제정한 김수영문학상은 2006년부터 미등단 작가들한테도 기회를 주고 있다. 데뷔시집 <정신머리>를 출간한 박참새 시인과 서울 망원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깡패처럼 제멋대로 쓰고 살렵니다"라는 '까칠한' 수상소감과 달리, 실제로 그는 인터뷰 내내 조심스러운 도전자의 자세로 답변을 이어갔다. "운과 성실함이 맞물린 결과라고 생각해요. 이제 겨우 한 발 뗐을 뿐이니, 수상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고 있습니다." <정신머리>에 수록된 55편의 시편에는 기성 권위에 끊임없이 이의제기하는 화자가 등장한다. '계란으로 바위 치는 격'의 싸움에서 승산은 희박하다. '내가 나의 아군이
“‘코리아’는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본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쟁의 전장이 될 것이다.”1880년 여름. 14년 전 불타버린 제너럴셔먼호의 행방을 조사하러 한반도를 찾은 미국 해군 제독 로버트 슈펠트는 이같이 말했다. 슈펠트는 조선이 더 이상 ‘은둔의 왕국’으로 남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말처럼 향후 몇 년간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이 벌인 대규모 전쟁의 격전지가 됐다.최근 출간된 <또 다른 위대한 게임>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아시아 지역의 기존 세력 균형을 재편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셰일라 미요시 예거 오벌린칼리지 동아시아학 교수다. 일본과 네덜란드 혼혈 출신인 그는 버락 오바마의 옛 연인으로도 유명하다.한국의 중요성은 그동안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연구한 서양 학자들 사이에서 간과돼 왔다. 중국과 일본에 밀려 이야기의 주체로 거론된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을 중심에 두지 않고는 1860년대부터 1900년대 초 동아시아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외교학계에서 ‘위대한 게임’이란 주로 19세기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영국과 러시아의 대립 구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또 다른 위대한 게임’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오히려 단순해 보이게 만든다. 메이지 일본과 청 왕조, 러시아 3자의 문제뿐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서구 열강의 개입, 조선의 내부 분열이 복잡하게 얽혀 있기 때문이다.저자는 외교와 군사, 문화, 지리를 넘나들며 이런 복잡한 속내를 풀어낸다. 주요 전투의 전개 양상을 풀어낸 대목이 눈여겨볼 만하다. 일
새해를 코앞에 둔 12월 마지막 주. 새로운 한 해를 준비하기 위한 인문·자기계발서가 인기를 끌었다. 자기계발서 <퓨처 셀프>가 12월 넷째주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5위에 올랐다. 인문교양서 <생각이 너무 많은 어른을 위한 심리학>은 전주 16위에서 5계단 오른 11위에 자리했다. 연말연시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에 <돈은 모든 것을 바꾼다> <손실 없는 투자원칙> <나는 배당투자로 매일 스타벅스 커피를 공짜로 마신다> 등 투자·재테크 도서들이 20위권에 진입했다.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2주 연속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차지했다.안시욱 기자
"'코리아(Corea)'는 앞으로 중국과 러시아, 일본 사이에서 벌어지는 모든 전쟁의 전장이 될 것이다." 1880년 여름. 14년 전 불타버린 제너럴셔먼호의 행방을 조사하러 한반도를 찾은 미국 해군 제독 로버트 슈펠트는 이같이 말했다. 슈펠트는 조선이 더 이상 '은둔의 왕국'이 아닌, 동아시아 지배권을 넘보는 열강들의 각축장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의 말처럼 향후 몇 년간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이 벌인 대규모 전쟁들의 격전지가 됐다. 최근 출간된 <또 다른 위대한 게임>은 "청일전쟁과 러일전쟁은 아시아 지역의 기존 세력 균형을 재편하고, 제2차 세계대전의 발판을 마련했다"고 말한다. 저자는 셰일라 미요시 예거 오벌린 칼리지 동아시아학 교수다. 일본과 네덜란드 혼혈 출신인 그는 버락 오바마의 옛 연인으로도 유명하다. 한국의 중요성은 그동안 동아시아 근현대사를 연구한 서양 학자들 사이에서 간과돼왔다. 이웃한 중국과 일본에 밀려 이야기의 주체로 거론된 일이 드물었다. 하지만 저자는 "한국을 중심에 두지 않고는 1860년대부터 1900년대 초 동아시아 역사를 이해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글로벌 독자를 위해 한반도 근현대사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을 펴내게 된 이유다. 외교학계에서 '위대한 게임'이란 주로 19세기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싼 영국과 러시아의 대립 구도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한반도에서 벌어진 '또 다른 위대한 게임'은 아프가니스탄 문제를 오히려 단순해 보이게 만든다. 메이지 일본과 청 왕조, 러시아 3자의 문제뿐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미국 등 서구 열강의 개입, 조선의 내부 분열이 복잡하게 얽혀있
지난해 영국 역사상 최장수 군주인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96세를 일기로 서거했다. 후임자로 아들 찰스 3세가 역대 최고령인 73세에 즉위했다. 3살에 후계자로 내정됐으니, 무려 70년을 왕세자로 지낸 것이다. 영국 왕실만의 사정이 아니다. 노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추세를 감안하면, 다가올 미래 사회를 살아갈 수많은 중장년층의 입장은 더 난처하다. 최근 출간된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은 이렇게 진단한다. "당신은 100살에 유산을 물려받게 될 것이다. 유산은 당신이 아니라 당신 자녀가 받게 된다. 그리고 계획보다 훨씬 적게, 훨씬 늦게 들어올 것이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2030 축의 전환>의 저자 마우로 기옌 와튼스쿨 교수가 다시 한번 충격적인 미래를 전망하는 책을 펴냈다. 그는 "정해진 나이에 배우고 일하며 재산을 상속받는 인생 설계가 앞으로 통용되지 않을 것"고 주장한다. 신간 <멀티제너레이션, 대전환의 시작>은 최대 10개 세대가 공존하게 될 2050년대 사회를 예고하고, 그 안에서 달라질 기업과 개인의 생존전략을 분석한다. 세대론은 이미 지겹도록 논의된 주제다. MZ세대에 이어 '잘파세대(Z세대+알파세대)'의 등장을 예고하는 신간들이 잇따라 출간되는 현실을 보면 그렇다. 청소년은 고리타분한 부모와 더 자주 마찰을 빚게 되고, 청년층은 돌려받기 힘든 연금을 납부하는 데 불만을 품으며, 고령층은 젊은 세대의 미성숙함을 나무란다는 식의 서술은 세대론을 다룬 책들에서 익히 봐왔던 내용이다. 책의 특별한 점은 이런 세대 구분 자체를 문제의 핵심으로 꼽는다는 것이다. 저자는 우리 삶에서 '교육→일→은퇴'
이공계열 필수 교양 수업 교재인 <미적분학 v.1>이 올 한 해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본 책’ 랭킹 1위에 올랐다. 인문 교양서나 소설이 아니라 전공 서적이 서울대 도서관 대출 1위 타이틀을 가진 건 이번이 처음이다.이뿐만 아니다. ‘대출 횟수 톱10’에 <음악의 원리> <일반통계학> <임파워먼트 실천 매뉴얼> 등 전공 서적이 4권이나 이름을 올렸다. 출판계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독서 인구가 줄어든 여파로 풀이한다. 교양·문학 책을 읽는 사람이 급감하면서 수업을 위해 꼭 챙겨야 하는 전공서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것이다. 올해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가 없었던 점, 경기 둔화로 전공서적을 사는 게 부담스러워진 학생이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27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따르면 <미적분학 v.1>은 올해 총 94회 대출되며 530만여 권의 장서 중 이용 빈도 1위에 올랐다. 대출 가능한 책이 5권뿐인 걸 감안하면 사실상 1년 내내 ‘대출 중’이었던 셈이다.전공서들이 대출 횟수 최상위권에 포진한 건 과거에는 없던 일이다. 지금까지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 가는 책은 당시 시대상을 반영한 교양서나 소설의 몫이었다. ‘공정한 사회’가 화두였던 지난 3년 동안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정의란 무엇인가>가 1위에 올랐고, 페미니즘이 이슈였던 2019년엔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가장 많은 사람의 손을 거쳤다.하지만 올해 대출 톱10 중 인문·교양서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 유발 하라리의 <호모데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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