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계열 필수 교양 수업 교재인 <미적분학 v.1>이 올 한해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빌려본 책' 타이틀을 얻었다. 인문 교양서나 소설이 아닌 전공서가 서울대 도서관에서 가장 많이 대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이뿐 아니다. '대출 횟수 톱10'에 <음악의 원리> <일반통계학> <임파워먼트 실천 매뉴얼> 등 전공 서적이 4권이나 이름을 올리는 등 교양·문학 서적의 퇴조가 뚜렷했다. 출판계는 유튜브, 넷플릭스 등으로 인해 전반적인 독서 인구가 줄어든 여파로 풀이한다. 교양·문학 서적을 읽는 사람이 급감하면서 수업을 위해 꼭 챙겨야 하는 전공서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아졌다는 얘기다. 올 한해 이렇다 할 베스트셀러가 없었던 점, 대학생들의 살림살이가 빡빡해지면서 통상 구입하는 전공 서적을 빌려보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27일 서울대 중앙도서관에 따르면 <미적분학 v.1>은 올해 총 94회 대출되며 530만여권의 장서 중 이용 빈도 1위에 올랐다. 대출 가능한 책이 5권뿐인 걸 감안하면 사실상 1년 내내 '대출 중'이었던 셈이다.전공서들이 대출 횟수 최상위권에 포진한 현상은 이례적이다. 지금까지 서울대 도서관에서 매년 가장 많이 대출된 책은 당대 시대상을 반영한 교양서나 소설의 몫이었다. '공정한 사회'가 화두였던 지난 3년 동안 마이클 샌델의 <공정하다는 착각>과 <정의란 무엇인가>가 1위에 올랐고, 페미니즘이 이슈였던 2019년엔 조남주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가장 많이 읽혔다.하지만 올해 대출 빈도 톱10 중 인문·교양서는 룰루 밀러의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와 샌델의 <공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일상이 된 시대다. 빨간 우체통은 자취를 감췄고, 꾹꾹 눌러 쓴 손 편지는 옛 추억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옛것의 아름다움에 빠져 전통을 지키려는 사람은 어느 시대에나 있는 법. 27년 차 에테가미(繪手紙) 작가인 후쿠마 에리코(62·사진)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다. 에테가미는 일본어로 그림을 뜻하는 ‘에’와 손 편지를 뜻하는 ‘테가미’의 합성어로, 직접 그린 그림에 짧은 시구를 더한 엽서를 말한다.최근 에세이집 <에테가미>를 펴낸 후쿠마를 서울 이촌동 자택에서 만났다. 토종 일본인인 그는 1994년 재일동포 출신인 양용웅 전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장과 결혼하면서 한국과 연을 맺었다. 양 전 회장은 1982년 재일동포를 끌어모아 신한은행 창립을 주도한 사람 중 한 명으로, 2001년 신한금융지주회사 설립 뒤 사외이사 등을 지냈다. 후쿠마는 이런 남편을 따라 2017년 한국에 들어온 뒤 전국 40여 개 학교에서 강좌를 열고, TV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에테가미 보급 운동을 펼쳤다.한국에선 생소하지만, 일본에선 에테가미 인구가 200만 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있다. 그림 편지로 안부를 묻는 전통 풍습을 1979년 서화가 고이케 구니오(1941~2023)가 재유행시켰다. 후쿠마도 이 무렵 에테가미를 접했다. 그는 “한국에 있는 남편 지인들에게 감사를 표현하고 싶었는데, 언어 장벽이 있었다”며 “꽃과 과일 등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물을 그린 뒤 어설픈 한글로 ‘감사합니다’라는 글씨를 눌러 썼다”고 했다.후쿠마는 1996년부터 고이케 문하에서 정식으로 배우기 시작했다. 스승이 그에게 보낸 마지막 편지에
<꿈꾸는 방>은 여성의 눈으로 미술사를 해설해온 이윤희 미술평론가의 신간이다. 요람부터 침실, 부엌, 거리와 일터까지 여성이 거쳐 가는 공간들을 중심으로 명화의 의미를 돌아본다.부엌은 여성의 공간이었다. 스페인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1618)는 부엌 그림의 정수를 보여준다. 신약 성서에 등장하는 마르다·마리아 자매의 일화를 그렸다.예수가 집에 들자 언니 마르다는 식사를 준비했고, 동생 마리아는 예수의 말씀을 들었다. 벨라스케스의 그림은 부엌에 있는 언니 마르다의 뾰로통한 표정에 시선을 집중시킨다. 저자는 “마르다와 마리아가 배움과 부엌일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던 것은 결국 두 사람 다 여성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책은 그림 속 여성들이 사회적 공간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살펴본다. 거리에 나선 여성들은 유혹과 위험에 직면했다. 에두아르 마네의 ‘폴리베르제르 술집의 바’(1882) 속 여성 종업원 뒤편 거울에는 추근대는 남성 손님이 비춰 보인다. 파스텔톤 색감이 인상적인 에드가르 드가의 ‘발레, 스타’(1878)의 커튼 뒤에는 발레리나를 음흉하게 지켜보는 중년 신사가 숨어 있다.책이 마지막으로 소개하는 작품은 정정엽의 ‘먼 길’(2020)이다. 과거 여성들이 비좁은 복도에 갇혀 있던 것과 달리, 여기서 여성은 드디어 탁 트인 바다와 육지 사이에 서 있다. ‘먼 길’을 걸어 자유로운 바다에 도착했다는 의미일까. 작품은 여러 생각을 남긴다.안시욱 기자
<90년대생이 온다>를 출간한 지 5년 만에 임홍택 저자가 후속작을 냈다. <2000년생이 온다>는 다가올 2000년생들을 “실패하는 법도, 손해 보는 법도 모르는 탈회사형 인공지능(AI) 인간”으로 규정한다.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0’으로 시작하는 이들은 벌써 취업전선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9년 고등학교 졸업자의 6.5%가 사회로 나왔다.저자가 업무 현장에서 취재한 이들의 사례는 낯설게 느껴진다. “회식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저의 몫으로 할당된 회식비를 돈으로 주세요” “대리님, 앞으로는 과장님 서류 출력해오실 때 제 것도 부탁드려요” 등 1990년대생 고참들을 당황하게 할 정도다.흔히 MZ세대(1980~2012년생)로 묶이지만 저자는 2000년대생들이 이전 세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마주한 사건이 다르다. 1980년대생을 기다린 것은 외환위기였다. 1990년대생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투명해진 미래를 걸어 나가야 했다. 사회 전반적인 실업과 경기 침체를 목도한 이들한테 안정적인 직장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이에 비해 2000년대생이 마주한 것은 2010년대 후반 코인 열풍이었다. 개인 자산이 손바닥 뒤집듯 오르내렸다. 회사 월급으로 ‘내 집 마련’은 불가능하고 국민연금을 성실히 납부해도 미래에 돌려받지 못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가세했다. 이들에게 직장은 더 이상 필수가 아니다. “근속이 아니라 퇴사를 목표로 하는 조직” “마치 넷플릭스를 구독하듯 사장이 나를 잠시 구독하는 관계”에 불과하다.직장에서 2000년대생을 어떻게 대해야 할까. 저자가 제시한 ‘초합리, 초개인, 초자율’이란
“완벽한 이론을 찾는다면 … 신의 마음을 읽을 것이다.”스티븐 호킹(1942~2018)은 그의 역작 <시간의 역사>(1988)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수학적 계산과 물리 법칙만으로 ‘신의 의도’에 다가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책은 ‘우주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블랙홀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등 질문을 던지며 전 세계적으로 2500만 부 넘게 팔렸다.이내 호킹은 한계에 부딪혔다. 마치 누군가 정교하게 설계한 것처럼 우주는 ‘지나치게’ 생명에 우호적이었다. 암흑에너지와 우주배경복사, 중력 등이 조금만 어긋났어도 인간이 나타날 수 없었다. 우주의 기원을 함수로 풀어낸 그의 이론은 이를 설명하지 못했다. 호킹은 훗날 이렇게 말했다. “<시간의 역사>는 잘못된 관점에서 쓴 책입니다. 신과 같은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볼 것을 권했지만, 우리는 우주 밖으로 나갈 수 없죠. 이제 신 놀음을 그만둘 때가 됐습니다.”최근 출간된 <시간의 기원>은 ‘스티븐 호킹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이론’이란 부제를 달고 나왔다.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났으니 호킹이 직접 쓴 책은 아니다. 그의 제자이자 공동 연구자로 20여 년을 함께한 토마스 헤르토흐가 호킹의 마지막 연구를 정리하고, 호킹과의 인간적인 에피소드를 소개한다.호킹은 마지막 연구에서 빅뱅 이론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형이상학적 물리 법칙 대신 인간 관찰자의 시선에 주목했다. 만물을 굽어보는 ‘신’이 아닌, 땅을 살아가는 ‘벌레’의 시선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러자 불변의 진리로 여겨졌던 물리 법칙도 우주의 탄생과 함께 진화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책 제목이 진화론
"완벽한 이론을 찾는다면 … 신의 마음을 읽을 것이다." 스티븐 호킹(1942~2018)은 그의 역작 <시간의 역사>(1988)에서 이같이 선언했다. <시간의 역사>는 우주의 본질에 관한 예리한 통찰서였다. 수학적 계산과 물리 법칙만으로 '신의 의도'에 다가설 수 있다고 주장했다. "우주는 어떻게 시작했는가" "블랙홀의 끝에는 무엇이 있는가" 등 질문을 던지며 전 세계적으로 2500만부 넘게 팔렸다. 이내 호킹은 한계에 부딪혔다. 우주는 '지나치게' 생명에 우호적인 공간이었다. 누군가 우주를 정교하게 설계한 것처럼 보였다. 알맞게 계량한 듯한 암흑 에너지와 우주배경복사, 중력과 공간의 작용 등이 조금만 어긋났더라면 인간이 나타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우주의 기원을 복잡한 함수로 풀어낸 그의 이론은 이를 설명하지 못했다. "<시간의 역사>는 잘못된 관점에서 쓴 책입니다. 신과 같은 관점에서 우주를 바라볼 것을 권했지만, 우리는 우주 밖으로 나갈 수 없죠. 이제 신 놀음을 그만둘 때가 됐습니다." 최근 출간된 <시간의 기원>은 '스티븐 호킹이 세상에 남긴 마지막 이론'이란 부제를 달고 나왔다. 세상을 떠난 지 5년이 지났으니 호킹이 직접 쓴 책은 아니다. 그의 제자이자 공동 연구자로 20여년을 함께한 토마스 헤르토흐가 호킹의 마지막 연구를 정리했다. 호킹은 마지막 연구에서 빅뱅 이론을 원점으로 되돌렸다. 형이상학적 물리 법칙 대신 인간 관찰자의 시선에 주목했다. 만물을 굽어보는 '신'이 아닌, 땅을 살아가는 '벌레'의 시선으로 되돌아간 것이다. 그러자 불변의 진리로 여겨졌던 물리 법칙도 우주의 탄
텅 빈 복도에 검은 옷차림의 여성이 등을 돌린 채 서 있다. 침묵과 신비감이 감도는 이 작품은 덴마크 화가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인테리어'(1905)다. 여성은 불빛이 새어 나오는 방을 응시하고 있지만, 그 방에 속하지 않는다. 방과 방 사이 애매한 공간에 덩그러니 서 있을 뿐이다. "그림 속의 여성들은 어디에 있는가." 최근 출간된 <꿈꾸는 방>은 이런 질문을 던지는 책이다. <불편한 시선> 등의 저서에서 여성의 눈으로 미술사를 해설해온 이윤희 미술평론가의 신간이다. 요람부터 침실, 부엌, 거리와 일터까지 여성이 거쳐 가는 공간들을 중심으로 명화의 의미를 돌아본다. 부엌은 오랫동안 여성의 공간이었다. '요섹남'이란 말이 유행할 정도로 성별에 따른 역할 구분이 완화됐지만, 여전히 부엌을 '금남 구역'으로 두는 문화권도 적지 않다. 이러한 풍조는 예술에도 반영됐다. 볼프강 하임바흐의 '창 뒤에 주방 하녀가 있는 아침 식탁'(1670)을 보면 '먹는 사람 따로 있고, 치우는 사람 따로 있나'는 외침이 들리는 듯하다. 스페인 궁정화가 디에고 벨라스케스의 '마르다와 마리아의 집에 있는 그리스도'(1618)는 부엌 그림의 정수를 보여준다. 신약성서에 등장하는 마르다·마리아 자매의 일화를 그렸다. 예수가 집에 들자 언니 마르다는 식사를 준비했고, 동생 마리아는 예수의 말씀을 들었다. 혼자 부엌일 하는 것이 억울했던 마르다는 동생이 자신을 돕게 해줄 것을 청했다. 예수는 오히려 "왜 그렇게 걱정이 많으냐, 마리아는 좋은 일을 택했으니 그것을 빼앗지 마라"고 다그쳤다. 이 일화를 다룬 대부분 작품이 예수의 말씀에 귀
스마트폰 클릭 몇 번으로 메시지를 주고받는 게 일상이 된 시대다. 빨간 우체통은 자취를 감추고 있고, 정성들여 눌러 쓴 편지도 서서히 옛 추억으로 잊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도 먹과 붓을 사용한 손 편지를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27년 차 에테가미 작가인 후쿠마 에리코(62·사진)씨다. 에테가미(繪手紙)는 일본어로 그림을 뜻하는 '에'와 손 편지를 뜻하는 '테가미'의 합성어로, 직접 그린 그림에 짧은 시구를 더한 엽서다. 최근 에세이집 <에테가미>를 펴낸 후쿠마씨와 20일 서울 이촌동 자택에서 만났다. '숨 가쁘게 돌아가는 시대에 느릿한 손 편지의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속도와 활자 정보에 피로해진 몸과 마음은 '조용하고 편안한 시간'을 원하고 있지 않을까요. SNS 메시지는 기억에서 금방 사라지지만, 정성 들인 손 그림 편지는 쉽게 잊히지 않아요." 후쿠마씨는 1961년 일본 히로시마현에서 태어났다. 한국과의 인연은 1994년 재일교포 출신인 남편 양용웅 전 재일한국인본국투자협회장을 만나며 시작됐다. 2017년 남편을 따라 한국에 들어온 뒤 전국 40여개 학교에서 강좌를 열고, TV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에테가미 보급운동을 펼쳤다. 양 회장은 1982년 신한은행 창업 당시 재일교포들을 결집해 투자 자본을 마련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다. 2001년 신한금융지주회사가 설립된 뒤 사외이사 등을 역임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장르지만, 일본에서 에테가미는 일찍부터 전통적인 서화 양식으로 자리 잡았다. 무더위에 그림 편지로 안부를 묻는 '쇼추미마이' 풍습이 대표적이다. 1979년 서화가 고이케 구니오(1941~2023)
"간단함, 병맛, 솔직함으로 회사를 뒤흔들 90년대생이 온다."2018년 출간된 <90년생이 온다>는 이 같은 결론을 내렸다. 알아듣기 힘든 줄임말을 남발하고 맥락 없는 이야기에 열광하는 이들. '꼰대'에 분개하고 당돌하게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낯선 세대'의 등장을 예고하며 베스트셀러에 올랐다.숨 가쁘게 바뀌는 세태를 반영한 것일까. <90년대생이 온다>가 출간된 지 5년 만에 10년 뒤 세대를 내다보는 후속작이 나왔다. 임홍택 저자의 <2000년생이 온다>는 다가올 2000년생들을 "실패하는 법도, 손해 보는 법도 모르는 탈회사형 AI 인간"으로 규정한다.주민등록번호 앞자리가 '0'으로 시작하는 이들은 벌써 취업전선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2019년 이미 고등학교 졸업자 6.5%가 사회로 나왔다. 저자가 업무 현장에서 취재한 이들의 사례는 낯설게 느껴진다. "회식에 참여하지 않았으니, 저의 몫으로 할당된 회식비를 돈으로 주세요" "대리님, 앞으로는 과장님 서류 출력해오실 때 제 것도 부탁드려요" 등 1990년대생 고참들을 당황하게 할 정도다.흔히 MZ세대(1980~2012년생)로 묶이지만, 저자는 2000년대생들이 이전 세대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고 주장한다. 성인이 되는 과정에서 마주한 사건이 다르다. 1980년대생들을 기다린 것은 IMF 외환위기였다. 1990년대생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불투명해진 미래를 걸어 나가야 했다. 사회 전반적인 실업과 경기 침체를 목도한 이들한테 안정적인 직장은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었다.반면 2000년대생들이 마주한 것은 2010년대 후반 코인 열풍이었다. 개인의 자산이 손바닥 뒤집듯 오르내렸다. 회사 월급으로 '내 집 마련'
서양에서 인쇄술이 태동한 15세기 유럽. 책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글을 읽을 수 없던 대다수 사람에겐 여전히 ‘그림의 떡’이었다. 삽화는 인쇄술 발달의 혜택이 일반인에게까지 닿을 수 있게 해준 수단이었다.독일 판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는 문맹인을 위한 보조수단으로 활용한 삽화를 독자적 예술 장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다. 성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옮기면서도 예술가로서 작품 세계를 구현했고, 자신의 굴곡진 인생과 미지의 세계를 판화로 표현해냈다.뒤러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 전시회가 인천 송도동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린다. 19일부터 시작하는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 특별전이다. 뒤러의 ‘3대 목판화’와 ‘4대 동판화’가 1996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 모였다. 뒤러의 작품뿐만 아니라 다른 작가의 판화 55점도 만나볼 수 있다. 세계문자박물관은 왜 삽화를 전시하게 됐을까.디지털 기술 발전으로 영상과 이미지가 글보다 익숙해진 요즘, 문자와 그림의 관계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장은 “삽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뒤러의 작품 세계를 통해 문자와 그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전시는 뒤러의 3대 목판화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성모 마리아의 생애’ ‘대수난’ ‘요한계시록’ 등 성경의 내용을 묘사한 작품들이다. 특이한 점은 성경의 내용을 당시 모습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유럽 문화를 반영해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성모와 요셉의 약혼 장면을 그린 ‘마리아의 약혼’에서는 이스라엘이 아니라 뒤러가 생활한 독일 뉘른
서양에서 인쇄술이 태동하던 15세기 유럽. 책이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지만 글을 읽을 수 없었던 대다수 사람들한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었다. 삽화는 인쇄술 발달의 혜택이 일반인한테까지 닿을 수 있게 해준 수단이었다. 독일 판화가 알브레히트 뒤러(1471~1528)는 문맹인을 위한 보조수단으로서의 삽화를 독자적 예술 장르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 작가다. 성경의 내용을 그림으로 옮기면서도 예술가로서 작품 세계를 구현했고, 자신의 굴곡진 인생과 미지의 세계를 판화로 표현해냈다. 뒤러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회가 인천 송도동 국립세계문자박물관에서 열렸다. 19일부터 열리는 ‘문자와 삽화-알브레히트 뒤러’ 특별전에서다. 뒤러의 ‘3대 목판화’와 ‘4대 동판화’가 1996년 이후 27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에서 모인 곳이다. 뒤러의 작품뿐만 아니라 55점의 판화를 만나볼 수 있다. '문자' 박물관은 왜 삽화를 전시하게 됐을까.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영상과 이미지가 글보다 익숙해진 요즘, 문자와 그림의 관계를 되돌아보자는 취지에서다. 김성헌 국립세계문자박물관장은 “삽화를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뒤러의 작품 세계를 통해 문자와 그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자 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뒤러의 3대 목판화를 보여주며 시작한다. ‘성모 마리아의 생애’ ‘대수난’ ‘요한계시록’ 등 성경의 내용을 묘사한 작품들이다. 특이한 점은 성경의 내용을 당시 모습 그대로 표현하지 않고 유럽 문화를 반영해 재해석했다는 것이다. 성모와 요셉의 약혼 장면을 그린 ‘마리아의 약혼’에서는 이스
포드자동차는 20세기 최고의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과학적 관리 기법과 컨베이어 벨트를 결합한 ‘포드주의’는 자동차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지구촌 전체의 생활 양식을 바꿔놨다.<글로벌 포드주의 총력전>은 미국 제조업의 성장 신화를 견인한 포드주의가 세계로 확산한 과정을 분석한 책이다. 책을 쓴 스테판 링크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포드 조립라인이 있던 1930년대 디트로이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제조업이 쇠퇴한 지금은 옛 명성을 잃었지만, 당시에는 저자가 ‘20세기의 수도’라고 표현할 정도로 산업의 중심지였다. 나치 독일의 폭스바겐, 소련의 가즈 등 이념적으로 미국 반대편에 있던 나라들도 포드를 앞다퉈 모방했다.나치는 폭스바겐을 세우고 ‘국민차’ 프로젝트를 개시했다. 미국 기업에 적극적인 러브콜을 보내면서도 자본 통제를 활용하는 양면 전술을 펼쳤다. 이들 기업이 독일에서 남긴 이익을 본국으로 송환하지 못하게 하면서 수익을 독일 공장에 재투자하도록 유도한 것이다. 그렇게 독일은 1936년 프랑스를 제치고 세계 3위의 자동차 수출국으로 올라섰다. 하지만 문제는 예기치 못한 곳에서 발생했다. 하지만 독일은 미국처럼 방대한 영토와 풍부한 천연자원, 그리고 대량 생산된 상품을 소비할 수 있는 인구가 없었다. 수출을 통해 해외 시장을 개척하면 좋겠지만 세계 진출에 제약이 많았던 독일에는 한계가 있었다.소련에서도 포드주의 토착화는 순탄치 않았다. 저자는 독일에 비해 극단적으로 외국 기업을 배제한 지도부의 결정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소련은 해외 투자를 유치하기보다 외국의 선진 시설을 사들여 직접 운영하는 방법을
‘팬덤 구매’ 열풍이 서점가를 휩쓸었다. 12월 둘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133만 유튜버 ‘빠더너스’의 문상훈이 쓴 <내가 한 말을 내가 오해하지 않기로 함>이 차지했다. 대중을 상대로 말하는 직업을 가졌음에도 ‘말’이 가장 어렵다는 진솔한 고민을 담은 산문집이다. 쇼펜하우어 돌풍의 주역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올해의 베스트셀러 <세이노의 가르침> 등이 뒤를 이었다. 266만 유튜버 흔한남매의 <흔한남매 15>는 5위, 인기 일본 만화 시리즈 <주술회전 24 더블특장판>은 6위를 기록했다.안시욱 기자
분노, 질투, 경멸, 악의, 샤덴프로이데(타인의 불행을 통쾌하게 여기는 감정)….철학자들은 흔히 이런 감정들을 잡초에 비유하곤 한다.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잡초를 제거해야 하듯, 잘살기 위해선 부정적인 감정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미에서다.최근 출간된 <악마와 함께 춤을>의 견해는 다르다. 크리스타 토머슨 미국 스워스모어대 철학과 교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지렁이’에 빗댄다. 이들의 존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색찬란한 꽃만큼이나 정원이 잘 가꿔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다. 저자는 “이상하고 추한 감정들은 자아를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그동안 철학계는 이런 감정들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며 그 가치를 간과했다”고 주장한다.저자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특정 충격에 대한 보호기제가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타인한테 무시당하면 분노는 개인의 자존감을 활성화하고 분개한 자아와 대면할 기회를 준다. 샤덴프로이데를 느낄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대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자아존중감을 되찾을 수 있다고 본다.토머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질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지만, 우리보다 덜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한테 느끼는 감정’이다. 질투는 이런 불평등을 바로잡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방식이다. 경멸은 자기보다 무능한 것처럼 보이는 대상한테 느끼는 감정으로, 자기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자신감 회복을 도와준다고 한다.이어 악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토머슨은 남한테 지시받고 있다고 느낄 때 악의가 표출된다고 분석한다. 악의의 핵심 기능은 이 과정에서 개
포드 자동차는 20세기 최고의 기업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과학적 관리기법과 컨베이어 벨트를 결합한 '포드주의'는 자동차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늘리며 지구촌 전체의 생활 양식을 바꿔놨다. 미국만 놓고 보더라도 노동자의 소득 수준을 높이고 생활권을 확장해 세계 1등 공업국의 핵심 역할을 맡았다. <글로벌 포드주의 총력전>은 미국 제조업의 성장 신화를 견인한 포드주의가 세계로 확산하는 과정을 분석한 책이다. 나치 독일의 '폭스바겐', 소련의 '가즈' 등 이념적으로 미국 반대편에 있던 나라들도 포드를 앞다퉈 모방했다.책을 쓴 스테판 링크 미국 다트머스대 교수는 포드 조립라인이 있던 1930년대 디트로이트로 독자들을 안내한다. 제조업이 쇠퇴한 지금은 옛 명성을 잃었지만, 당시에는 저자가 '20세기의 수도'라고 표현할 정도로 산업의 중심지였다. 유럽의 수많은 정치인과 기업인, 엔지니어들이 새로운 형태의 생산 현장을 직접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미국에 뒤쳐졌던 나치 독일과 소련은 '미국의 방식으로 미국을 이기자'는 처방을 내놨다. 독일 정치인 테어도어 뤼데케는 "독일이 미국의 사냥감이 되기 전에 미국의 수단과 메커니즘을 연구해야 한다"고 했다. 소련은 국민경제 5개년 계획을 세우며 "가장 진보한 미국의 기술로 신속하고 완전한 전환을 이루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이들한테 포드주의는 매력적인 대안이었다. '기술은 모두를 위한 것이어야 한다'는 신념을 가졌던 포드는 자신의 노하우를 기꺼이 공유했다. 모든 노동자가 조직의 일부로서 임무를 수행한다는 작업 방식도 전체주의와 엇비슷한 지점이 있어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나니. 이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이 한 몸 죽는다 한들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마지막을 담은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사진)가 오는 20일 개봉한다. 김한민 감독이 그린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관객 1761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과 그 뒤를 이은 ‘한산’의 속편으로 순제작비만 286억원이 들었다. 이순신 역은 배우 김윤석이 연기했다. 김윤석은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속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신념에 찬 단호함, 부하들이 믿고 따르지만 정작 본인은 더 외로워진 이순신 장군을 표현했다”고 말했다.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는 순간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수장을 잃은 왜군은 퇴각하기 바쁘다. 조선의 장수들은 전쟁 승리를 자신하지만 이순신의 생각은 다르다. “쉽게 끝나지 않는다.”이순신이 내다본 것처럼 간단치 않은 상황이 벌어진다. 왜군 장수 고니시(이무생 분)는 명나라 도독 진린(정재영 분)에게 뇌물을 바치며 퇴로를 뚫는다. 사천에 주둔하던 시마쓰(백윤식 분)의 살마군도 고니시를 돕기 위해 출병한다. 500척에 달하는 적선을 앞뒤로 맞아야 하는 상황에서 이순신은 결전지로 노량을 고른다. “열도 끝까지 쫓아서 완전한 항복을 받아야 한다.”100분이 넘는 해상 전투 장면이 이때부터 펼쳐진다. 이순신 함대의 원거리 포격과 거북선을 활용한 물리적 타격, 학익진으로 펼쳐진 판옥선의 화공이 짜임새 있게 배치됐다. 왜군도 2교대 체제의 조총부대를 앞세우며 전투는 난전으로 거듭난다. 롱테이크 전투 장면이
프랑스 소설가 조르주 상드(1804~1876)는 ‘쇼팽의 연인’으로 유명하다. 보수적이던 19세기에 열렬한 자유연애를 펼친 여성으로 주로 알려졌지만, 동시에 70권이 넘는 작품을 남긴 낭만주의 문학사의 대표적인 작가다.180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났다. 열여덟 살에 지방 귀족과 혼인했지만, 순탄치 않았던 결혼 생활 탓에 두 아이를 데리고 나왔다. 이때부터 남장하고 파리 사교계를 오가는 등 파격적인 행보로 주목받았다. 시인 뮈세와 빅토르 위고, 화가 들라크루아 등 당대 이름난 예술가와 교류했다.상드의 문학 활동은 그의 생애를 따라 여러 양상을 보였다. 초기 작품에선 사회 편견에 맞서 정열을 추구한 개인의 모습을 담았다. 10년이 넘는 기간 사랑을 나눈 쇼팽과의 첫 만남도 이 무렵이다.쇼팽의 죽음, 그리고 자기 아들과의 관계가 단절된 뒤로는 도시 외곽에서 조용한 노년을 보냈다. <악마의 늪> 등 전원소설을 펴내다가 1876년 71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최근 그가 말년에 쓴 자전적 소설 <내 생애 이야기>가 한국어로 처음 완역돼 출간됐다. 개인의 회고록에 문학성을 입히면서도 19세기 프랑스 사회상을 엿볼 수 있는 역사적 기록물이다.안시욱 기자
"모두가 한마음으로 바라나니. 이 원수를 갚을 수 있다면 이 한몸 죽는다한들 여한이 없을 것입니다."눈빛에서 최후를 앞둔 결연한 의지가 번뜩인다. 왜군의 칼끝에 죽임을 당한 병사들의 이름을 한 명씩 외우고는 이내 전사자 명부를 불태운다. 더 이상 돌아갈 곳도, 기억할 사람도 없다는 의미일까. 7년간 이어진 임진왜란의 끝을 알린 전투이자, 동시에 이순신 장군의 마지막 순간으로 기록된 '노량해전'을 불과 몇 시간 앞둔 시점이다.한민족의 성웅. 세계 해전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무공을 올린 명장. 충무공 이순신(1545~1598)의 마지막 고뇌를 밀도 높게 묘사한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가 20일 개봉한다. 김한민 감독이 그린 '이순신 3부작'의 대미를 장식하는 작품이다. 관객 1761만명을 동원하며 한국 역대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명량'과 그 뒤를 이은 '한산: 용의 출현'의 속편으로, 순제작비 286억원을 들인 대작이다.이순신 역은 배우 김윤석이 연기했다. '명량'의 최민식, '한산'의 박해일이 국난을 극복한 영웅의 면모를 강조했다면, 김윤석은 지난했던 전쟁의 끝을 마주한 이순신의 복잡한 내면을 표현했다. 김윤석은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속내를 가늠할 수 없지만 신념에 찬 단호함, 부하들이 믿고 따르지만 정작 본인은 더 외로워진 이순신 장군을 표현했다"고 말했다.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는 순간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수장을 잃은 왜군은 퇴각하기 바쁘다. 바닷길은 이순신에 의해 막힌 지 오래. 순천 앞바다에는 250척에 달하는 조명연합함대가 일본군을 물 샐 틈 없이 포위하고 있다. 벌써 전쟁의 승리를
이야기는 병원을 찾은 존 크레이머(토빈 벨 분)를 비추며 시작한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직쏘’로 활동하던 왕년의 악명이 무색할 정도로 늙고 병약한 모습이다. 뇌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는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13일 개봉하는 ‘쏘우X’는 제임스 완 감독의 공포·스릴러 시리즈 ‘쏘우’의 10번째 작품이다. 2004년 개봉한 1편은 자기 신체를 훼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독특한 게임 설정과 극한에 내몰린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며 인기몰이했다. 기괴한 가면을 쓴 채 자전거를 탄 직쏘 인형은 여러 작품에서 패러디할 정도로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산소호흡기’를 달고 돌아온 것은 존의 얘기만은 아니다. 시리즈 자체가 1편 이후 이렇다 할 속편을 내놓지 못하며 간신히 연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매번 비슷한 플롯이 반복되는 데다 존이 죽은 뒤 그의 후계자를 자칭하는 인물이 연달아 나타나며 ‘후속을 위한 후속’ ‘단순한 고어 쇼’ 등으로 혹평받았다.이번 속편은 1편과 2편 사이의 줄거리를 다루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세계적으로 1억7000만달러 넘게 벌어들이며 1편의 수익(1억3900만달러)을 넘어섰다. ‘원조 직쏘’ 존과 조수 아만다(쇼니 스미스 분) 등 반가운 얼굴들이 극을 이끌며 오랜 팬들의 기대가 커진 덕분이다.직쏘는 일종의 ‘다크 히어로’다. 개인적 복수심이 아니라 나름의 정의관을 갖고 범죄자를 심판한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격언처럼 도둑질을 일삼은 자는 손버릇의 원흉이 된 손가락을 희생해야 하는 식이다. 시험대에 오른 이들은 ‘기적의 치료법’을 선전하는 암 전문
구독형 전자책 기업 밀리의서재와 콘텐츠 공급계약을 맺은 출판사가 2000개를 넘었다고 회사측이 12일 발표했다. 콘텐츠 보유량도 16만권으로 늘어 단행본 기준 국내 전자책 플랫폼 중 최다 콘텐츠를 확보하게 됐다. 2016년 설립된 밀리의서재는 최근 2년간 꾸준히 몸집을 불려왔다. 2021년 3월 1000개였던 제휴 출판사는 같은 해 11월 1300개, 지난해 11월 1700개를 넘겼다. 손을 맞잡은 출판사가 늘어나며 콘텐츠 보유량도 늘었다. 2021년 11월 10만권이었던 콘텐츠 수는 2년 사이 16만권으로 늘었다. 매달 새롭게 공급되는 신간 도서는 평균 1100권에 이른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선 콘텐츠의 양 못지않게 질이 중요하다. 밀리의서재가 문학동네, 쌤앤파커스, 다산북스 등 주요 출판사들과의 제휴에 힘을 쏟은 이유다. 최근 출판사 복복서가와 제휴한 '김영하 작가 기획전'이 대표적이다. 등을 함께 공개하며 김영하 작가의 작품 15권을 모두 제공하는 유일한 독서 플랫폼이 됐다. 내년 초에는 창비와 제휴해 유홍준의 구병모의 천선란의 등을 차례로 선보일 예정이다. 국내 작가뿐만 아니라 히가시노 게이고, 베르나르 베르베르 등 해외 유명 작가들의 도서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밀리의서재가 보유한 히가시노 게이고 작품은 2021년 18권, 2022년 50권에 이어 올해 60권으로 확대됐다. 이성호 밀리의서재 콘텐츠사업본부장은 "밀리의서재가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출판업계와의 우호적인 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며 "국내 출판시장 활성화를 위해 출판사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겠다"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이야기는 병원을 찾은 존 크레이머(토빈 벨 분)를 비추며 시작한다. 사이코패스 살인마 '직쏘'로 활동했던 왕년의 악명이 무색할 정도로 늙고 병약해진 모습이다. 뇌암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그는 삶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다. "아직 할 일이 너무 많은데"라며 끈질기게 버티는 게 전부다. 13일 개봉하는 '쏘우X'는 제임스 완 감독의 공포·스릴러 시리즈 '쏘우'의 10번째 작품이다. 2004년 개봉한 1편은 자기 신체를 훼손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 독특한 게임 설정과 극한에 내몰린 인간의 밑바닥을 보여주며 인기몰이했다. 기괴한 가면을 쓴 채 자전거를 탄 직쏘 인형은 여러 작품에서 패러디할 정도로 공포의 대명사로 자리매김했다.'산소호흡기'를 달고 돌아온 것은 존의 얘기만은 아니다. 시리즈 자체가 1편 이후 이렇다 할 속편을 내놓지 못하며 간신히 연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매번 비슷한 플롯이 반복되는 데다가, 존이 죽은 뒤 그의 후계자를 자칭하는 인물들이 연달아 나타나며 '후속을 위한 후속' '단순한 고어 쇼' 등으로 혹평받았다. 이번 속편은 1편과 2편 사이의 줄거리를 다루며 초심으로 돌아갔다. 전 세계적으로 1억7000만 달러를 넘게 벌어들이며 1편의 수익(1억3900만 달러)을 넘어섰다. 영화 평점 사이트 로튼토마토에서도 시리즈 사상 최고점인 신선도 지수 80%를 기록 중이다. '원조 직쏘' 존과 조수 아만다(쇼니 스미스 분) 등 반가운 얼굴들이 극을 이끌며 오랜 팬들의 기대감이 커진 덕분이다.직쏘는 일종의 '다크 히어로'다. 개인적 복수심이 아닌 나름의 정의관을 갖고 범죄자들을 심판한다. '눈에는
이탈리아 작가 카를로 콜로디(1826~1890)는 ‘피노키오의 아버지’로 널리 알려졌다. 올해 발간 140주년을 맞은 <피노키오>는 지금도 세계에서 가장 널리 읽히는 동화 중 하나다.<피노키오>는 나무 인형 피노키오가 희생과 사랑 등을 배우며 인간으로 거듭나는 줄거리다. 어린이들이 성장하며 마주하는 선악의 인간 군상을 세세하게 담았다.콜로디는 1826년 이탈리아 피렌체의 가난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집안을 지원해주던 후작의 도움을 받아 신학자의 길을 걸을 뻔했으나, 문학에 대한 애정으로 지역 출판사에서 일을 시작했다. 1856년부터 어린이 교육으로 눈을 돌렸다.<피노키오>는 1881년부터 2년간 지역 아동 신문에 연재됐다. 1940년 월트디즈니 영화 ‘피노키오’가 그린 모습과 달리 어둡고 암울한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피노키오가 강도를 만나 나무에 매달려 죽는 잔혹한 결말로 마무리됐다가 추후 그가 사람이 되는 해피엔드로 수정됐다. 작품은 연재를 마친 뒤 1883년 책으로 나왔다. 당시 이탈리아에서만 100만 부 넘게 팔리며 콜로디를 베스트셀러 작가 반열에 올렸다. 콜로디는 <잔네티노> <미누촐로> <베포> 등 동화집도 냈다.안시욱 기자
립스틱은 불황이 오면 더 잘 팔린다고 한다. 경기가 고꾸라지면 값비싼 보석이나 명품 가방을 포기하는 대신 부담이 덜한 립스틱으로 기분을 내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얇아져도 자존감을 충족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경기와 립스틱 판매량 사이의 상관관계는 ‘립스틱 지수’로 불리며 불황을 내다보는 지표 중 하나가 됐다. 립스틱 지수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마스크를 쓰면서 정확도가 떨어지자 이제는 ‘매니큐어 지수’가 그 자리를 대체하고 있다.최근 출간된 <감정 경제학>은 이처럼 “경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사람의 감정”이라고 진단한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조원경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가 썼다. 조 교수는 “감정에 대한 이해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기업인과 투자자, 소비자들한테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한다. 남성에게도 립스틱 같은 지표가 있을까.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남성의 팬티에 주목했다. 불경기엔 남들에게 보여줄 일 없는 속옷부터 덜 산다는 이유에서다.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경제학 원리들을 소개한다. 특정 주제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20개 주제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논의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부담 없이 경제 원리에 접근할 수 있는 입문서로 적당한 책이다.안시욱 기자
<태백산맥>의 저자 조정래 소설가의 신간이 인기몰이하고 있다. 12월 첫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에 조정래 장편소설 <황금종이 1·2>가 나란히 4위와 5위에 올랐다. 반세기 가까이 한국 사회를 관통하는 문제들을 다뤄온 그가 ‘돈’을 둘러싸고 펼쳐지는 인간 군상의 비극을 담아냈다.‘미디어 셀러’들의 강세도 이어졌다. 방송 프로그램에 나가며 입소문을 탄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4주 연속 1위 자리를 지켰다. 유튜브 채널 ‘수페TV’를 운영하는 송민섭 저자가 쓴 <나는 배당투자로 매일 스타벅스 커피를 공짜로 마신다>는 6위에 올랐다.안시욱 기자
연말연시마다 돌아오는 연례행사가 있다. 깨끗한 새 다이어리를 마련하는 일이다. 매년 이맘때면 '내년엔 달라져야지'라는 야심 찬 각오로 한 해 계획을 적어나간다. 직장 옆자리에서, 혹은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이 쓴 계획표를 자랑하는 동료들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런 계획이 한 달 이상 계속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아니, 작심삼일이란 말처럼 3일을 버티기조차 버겁다. 게으름 때문에, 또는 의지가 부족하기 때문에. 그렇게 새로운 삶을 살아보겠다는 다짐은 무력감으로 바뀌기 마련이다. 내 인생을 바꿀 수는 없을까. 최근 출간된 은 이 질문에 자신 있게 '가능하다'고 외친다. 일 년 계획이 먹히지 않는 이유는 의지의 문제도, 게으른 천성 탓도 아니다. 근본적인 문제는 '제대로 기록하는 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책은 "기록의 핵심은 '생각'과 '실행'에 있지만, 대부분의 기록은 둘 중 하나가 빠진 '낙서'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국내 1호 기록학자'로 꼽히는 김익한 명지대 교수가 썼다. 지난 3월 출간된 베스트셀러 의 저자다. 이전 책에서 기록의 중요성을 이론적으로 설파했다면, 신간에선 이를 일상에서 실천할 수 있는 방안들을 담았다. 저자의 처방전은 '한 달 계획'이다. 25년 동안 꾸준히 기록을 남기며 내린 결론이다. 그는 "자신의 꿈과 연동되는 계획은 세우고 실행할 수 있는 최대의 시간을 한 달"이라며 "기록의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고, 루틴의 성취감도 매달 맛볼 수 있으니 일석이조인 셈"이라고 말한다. 이어 한 달 다이어리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제시한다. 자신의 목표를 선언하고 일, 성장, 여가, 가족, 관계의 다섯 가지 분야에서 이뤄낼 과제를 메모하라고 조언
주인한테 대들고 있는 걸까. 앞을 노려보며 으르렁대는 개 한 마리가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조선시대 화가 김두량(金斗樑·1696~1763)의 작품 ‘삽살개’(1743·그림)다. 풍성한 털과 날카로운 발톱이 인상적인 이 그림 위쪽에는 영조(재위 1724~1776)의 글이 적혀 있다.“밤에 사립문을 지키는 것이 네 책임이거늘, 어찌하여 낮에도 이처럼 짖고 있느냐.” 그 당시 조정의 관료들은 노론과 소론으로 분열돼 다투고 있었다. 화합을 도모했던 영조가 이들을 ‘대낮에 짖는 삽살개’에 빗대 꾸짖은 것이다.‘탕평(蕩平)’을 위해 글과 그림으로 소통했던 영조·정조대의 궁중 서화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8일부터 내년 3월 10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탕탕평평-글과 그림의 힘’ 특별전에서다. 이번 전시에는 처음 대중에 공개되는 ‘삽살개’를 비롯한 88점의 유물이 걸린다. 탕평은 유교 경전 <서경>에서 따온 말로 ‘치우침 없이 공정하면 왕도가 넓어지고 평탄해진다’는 뜻이다.전시는 내년 영조 즉위 300주년을 앞두고 마련됐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글과 그림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알리려고 소통한 영조와 정조의 행적에 주목한 전시”라고 말했다.영조가 탕평을 추구한 건 왕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재를 폭넓게 등용하기 위해서였다. 전시장 입구를 지키듯 걸려 있는 ‘삽살개’를 지나면, 이에 대한 영조의 고민을 담은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벽면에 빼곡히 들어선 신하들의 초상화가 대표적이다. 탕평 정신에 맞게 소론 출신 박문수, 남인 출신 강세황 등 여러 파벌의 신하들에게 두루 일
주인한테 대들고 있는 걸까. 앞을 노려보며 으르렁대는 개 한 마리가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다. 조선시대 화가 김두량(金斗樑·1696~1763)의 작품 '삽살개'(1743)다. 세밀한 붓질로 풍성하게 묘사한 털과 굵직한 선으로 휘갈긴 날카로운 발톱이 종이를 찢고 나올 듯하다. "밤에 사립문을 지키는 것이 네 책임이거늘, 어찌하여 낮에도 이처럼 짖고 있느냐." 그림 상단에는 영조(재위 1724~1776)의 글이 적혀 있다. 당시 조정의 관료들은 노론과 소론으로 분열돼 다투고 있었다. 화합을 도모했던 영조가 이들을 '대낮에 짖는 삽살개'에 빗대 꾸짖은 것이다. 이처럼 '탕평(蕩平)'을 위해 글과 그림으로 소통했던 영조·정조대의 궁중 서화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8일부터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탕탕평평-글과 그림의 힘' 특별전에서다. 이번 전시에는 처음 대중에 공개되는 '삽살개'를 비롯한 88점의 유물이 걸린다. 탕평은 유교 경전 에서 따온 말로 '치우침 없이 공정하면 왕도가 넓어지고 평탄해진다'는 뜻이다. 전시는 내년 3월 10일까지. 전시는 내년 영조 즉위 300주년을 앞두고 마련됐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7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편향되지 않고 공정한 사회를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 영조·정조의 탕평 정신을 돌아볼 때"라며 "글과 그림으로 자신들의 의지를 알리고자 소통한 두 임금의 행적에 주목했다"고 말했다. 영조가 탕평을 추구한 건 왕권을 강화하는 동시에 인재를 폭넓게 등용하기 위해서였다. 전시장 입구를 지키듯 걸려 있는 '삽살개'를 지나면, 이에 대한 영조의 고민을 담은 작품을 여럿 만날 수 있다. 벽면에 빼곡히 들어선 신하들의 초상화가 대표적이다. 영조는 충신들의 초상화를 적극적으
“이승우 작가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흥분됩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자그마한 일을 포착해 서사를 부여하죠. 세계 무대에서 통할 만한 그 매력을 프랑스 사람들에게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2023 한국문학번역원상’ 번역대상(프랑스어)을 받은 장클로드 드크레센조는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1993년 제정한 이 상은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한 번역가에게 준다. 올해 이승우의 을 옮긴 드크레센조·김혜경(프랑스어·왼쪽부터), 조혜진의 을 번역한 오영아(일본어), 김혜진의 를 옮긴 리아 요베니티(이탈리아어)가 번역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드크레센조는 프랑스에서 ‘이승우 전문가’로 통한다. 이 소설가의 작품을 해설한 을 2020년 펴냈고,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룬 두 번째 저서를 집필 중이다. 그는 “비유와 상징으로 돌려 말하는 이승우의 문체를 번역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보다 쉽게 읽히는 직관적인 문장들로 재구성해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원작의 글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15년 넘게 한국문학을 번역해온 전문가다. 이승우 장편소설 , 정과리 문학평론가의 등이 그를 통해 프랑스에 소개됐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에 한국학 전공을 창설하고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는 등 프랑스 내 한국문학 연구에 앞장섰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이승우 작가의 소설은 읽으면 읽을수록 흥분됩니다. 현실에서 일어난 자그마한 일을 포착해서 거기에 서사를 부여하죠. 세계 무대에서 통할 만한 그 매력을 프랑스 사람들한테도 알리고 싶었습니다." '2023 한국문학번역원상' 번역대상(프랑스어)을 받은 장클로드 드크레센조는 6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한국문학번역원이 1993년 제정한 이 상은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기여한 번역가한테 준다. 올해 이승우의 을 옮긴 드크레센조·김혜경(프랑스어), 조혜진의 을 번역한 오영아(일본어), 김혜진의 를 옮긴 리아 요베니띠(이탈리아어)가 번역대상을 공동 수상했다. 드크레센조는 프랑스에서 '이승우 전문가'로 통한다. 이 소설가의 작품을 해설한 을 2020년 펴냈고, 그의 작품 세계를 다룬 두 번째 저서를 집필 중이다. 그는 "특정 주제에 대해 단정하지 않고, 비유와 상징으로 돌려 말하는 이승우의 문체를 번역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며 "보다 쉽게 읽히는 직관적인 문장들로 재구성해볼까 고민했지만, 결국 '원작의 글맛'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05년부터 15년 넘게 한국문학을 번역해온 전문가다. 이승우 장편소설 , 정과리 문학평론가의 등이 그를 통해 프랑스에 소개됐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 대학교에서 한국학 전공을 창설하고 한국학 교수로 재직하는 등 프랑스 내 한국문학 연구에 앞장섰다. 드크레센조는 "최근 한강 작가의 메디치상 수상 등 여파로 프랑스에서 전보다 다양한 장르의 한국문학이 소개되고 있다"며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이어가기 위해선 깊은 생각거리를 주는 어려운 문학 작품들도 계속 번역돼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을 공동 번역한
립스틱은 불황이 오면 더 잘 팔린다고 한다. 경기가 고꾸라지면 값비싼 보석이나 명품 가방을 포기하는 대신 '가벼운 사치'인 립스틱으로 기분을 내려는 수요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주머니가 얇아져도 자존감을 충족하고 싶어하는 심리가 반영된 결과다. 경기와 립스틱 판매량 사이 상관관계는 '립스틱 지수'로 불리며 불황을 내다보는 지표중 하나가 됐다. 최근 출간된 은 이처럼 "경제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변수는 사람의 감정"이라고 진단한다. 기획재정부 관료 출신인 조원경 UNIST(울산과학기술원) 교수가 썼다. 조 교수는 "감정에 대한 이해는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가는 기업인과 투자자, 소비자들한테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한다. 남성에게도 립스틱 같은 지표가 있을까.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을 지낸 앨런 그린스펀은 남성의 팬티에 주목했다. 불경기엔 남들에게 보여줄 일 없는 속옷부터 덜 산다는 이유에서다. 불황과 치마 길이의 관계를 설명한 햄라인 지수, 코로나19 때 마스크 착용으로 '용도폐기'된 립스틱의 자리를 이어받은 매니큐어 지수 등 인간 심리에 기반한 경기 분석은 낯선 일이 아니다. 책은 여러 사례를 통해 일상에서 적용할 수 있는 경제학 원리들을 소개한다. 수학자들의 계산에 따르면 객관식 문항에서 하나 고를 경우 선택지의 37%를 탐색했을 때 최적의 결정을 내릴 확률이 가장 높다고 한다. 신입 사원을 뽑기 위해 100명의 지원자를 면접한다면 처음 37명 중 최고점자를 정하고, 이후로 들어오는 사람 중 그보다 나은 사람들을 고르면 된다는 얘기다. 특정 주제를 깊이 파고들기보다는, 20개 주제에 대한 학계의 다양한 논의를 흥미롭게 소개한다. 관심 가는 주제에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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