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웃기는 삶을 살고 있지만 시집에서만큼은 독자들과 함께 울고 싶어요.”시집 <별의 길>을 출간한 개그맨 양세형(38·사진)은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웃찾사’ ‘코미디빅리그’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온 그가 이번엔 작가로 나섰다. 그는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쉬운 문체로 최근 3년간 쓴 88편의 시를 시집으로 엮었다.시집은 ‘당차게 올라온 서울, 이별해야 했던 동두천’이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고교 시절 SBS 개그맨 공채 시험에 붙어 홀로 상경한 뒤 20여 년이 흘렀다. 연예인으로서 관객한테 웃음을 줬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도 헐떡이는 서울에서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고 썼다.그때마다 시는 그에게 위로가 됐다. 그는 시를 쓰는 것이 “어린 시절 혼자만의 행복한 놀이였다”고 말했다. “당신을 생각하고 떠올리는 단어를 적으면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완성된다”고 했다. 표제시 ‘별의 길’의 제목처럼, 시집에선 유독 별에 대한 심상이 자주 등장한다. 무대에 선 스타로서의 자신, 그런 자신을 바라봐주는 관객의 반짝이는 눈빛, 세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등을 상징한다. 방송에서 보이는 이미지와 달리, 그의 시집이 전하는 내용은 진지하다.“많은 어른이 겉으로는 힘든 걸 내색하지 않지만, 사실 속으로는 어린아이처럼 울고 싶을 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시가 제게 위로를 줬듯, 저의 글을 읽는 독자들이 저와 함께 울며 힘을 얻으셨으면 좋겠습니다.”양세형은 이번 시집의 인세 수익금 전부를 청소년을 돕
"항상 남을 웃기는 삶을 살고 있지만, 시집에서만큼은 독자들과 함께 울고 싶어요." 시집 을 출간한 개그맨 양세형(38·사진)은 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웃찾사' '코미디빅리그' 등 방송 프로그램에서 활약해온 그가 '작가'로 나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시집에서 그는 동심을 떠올리게 하는 쉬운 문체로 최근 3년간 쓴 88편의 시를 엮었다. 시집은 '당차게 올라온 서울, 이별해야 했던 동두천'이란 문장으로 시작한다. 고등학교 시절 SBS 공채 개그맨 시험에 붙어 혈혈단신 상경한 뒤 20여년이 흘렀다. 연예인으로서 여러 유행어를 남기며 관객한테 웃음을 줬지만, 정작 본인은 '아직도 헐떡이는 서울에서 시커멓게 타버린 가슴을 부여잡고 있다'고 썼다. 그때마다 시는 그한테 위로가 됐다. 그는 시를 쓰는 것이 "어린 시절 혼자만의 행복한 놀이였다"고 했다. "당신을 생각하고 떠올리는 단어를 적으면 아름다운 시 한 편이 완성된다"면서다. "대학수학능력평가에서 400점 만점에 88점을 맞아, 이번에 88편의 시를 싣기로 마음먹었죠. 지식이 부족하더라도, 시는 누구나 가까이 즐길 수 있는 놀이라고 생각해요. 하하." 표제시 '별의 길'의 제목처럼, 시집에선 유독 별에 대한 심상이 자주 등장한다. 무대에 선 '스타'로서의 자신, 그런 자신을 바라봐주는 관객의 반짝이는 안광, 세상을 떠나 '하늘의 별'이 된 작가의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 등을 상징한다. 시집의 출간일인 12월 4일은 작가 선친의 생일이기도 하다. 진지한 시인과 유쾌한 개그맨. 얼핏 보면 양극단에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세형은 둘 사이에 닮은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개그 아이디어
올해 서점가는 ‘부와 성공’에 관한 책이 휩쓸었다. 불안한 미래를 이겨낼 노하우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들이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예스24와 교보문고가 4일 각각 발표한 ‘2023 베스트셀러 도서’에 따르면 2곳 모두에서 이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지난 3월 출간 이후 39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0위 안에 들었다. 17주 연속 1위를 지키기도 했다. 은 익명의 1000억원대 자산가가 지난 20여 년간 온라인에 연재한 칼럼을 모은 책이다. 출간 전부터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책자로 만들어 읽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자기계발서 가운데는 등이 ‘올해의 톱10’에 들었다. 예스24 관계자는 “따뜻한 힐링 문학에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매서운 내용의 자기계발서로 독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냉철하게 판단하려는 독자들의 수요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범우 세계문학 작품집' 시리즈로 유명한 출판사 범우사를 창업한 윤형두 회장이 지난 3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7세. 1935년 일본 고베에서 태어난 고인은 동국대 법학과를 졸업한 뒤 1966년 범우사를 설립해 출판계에 뛰어들었다. '책과 더불어 꾸준하게 한 길을'이라는 좌우명으로 비평판 세계문학선, 범우 문고 등을 통해 국내외 고전을 독자들한테 소개했다. 이후 범우출판장학회와 범우출판문화재단 등을 설립해 출판문화 발전을 위해 노력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등 출판 단체에서도 활동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 협회장(2011~2013)을 비롯해 한국출판협동조합 이사장, 한국출판학회 회장,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이사장 등을 역임했다. 그 공로를 인정받아 보광문화훈장, 국민훈장 석류장, 대통령표창, 한국출판문화상 등을 받았다. 범우사는 국내외 고전 번역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출판사다. 1967년 국어학자 양주동 선생 등이 쓴 을 시작으로 1970년대 범우고전선, 루이제 린저 저작선집, 사르비아 문고 등을 발간했다. 전집과 전집, 법정 스님의 등이 여기서 나왔다. 유족으로는 부인 강영매 전 이화여대 교수와 자녀인 윤재민 범우출판 대표이사, 윤재준 서울디지털대 교수, 윤성혜 윤아트 대표가 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올해 서점가는 ‘부와 성공’에 관한 책들이 휩쓸었다. 불안한 미래를 이겨낼 노하우를 알려주는 자기계발서들이 베스트셀러 최상위권을 차지했다. 예스24와 교보문고이 4일 각각 발표한 ‘2023 베스트셀러 도서’에 따르면 2곳 모두에서 <세이노의 가르침>이 1위에 올랐다. 이 책은 지난 3월 출간 이후 39주 연속 종합 베스트셀러 10위안에 들었다. 17주 연속 1위를 지키기도 했다. ▶(관련 기사) 14주 연속 베스트셀러 1위 <세이노의 가르침>…인기 이유는? <세이노의 가르침>은 익명의 1000억원대 자산가가 지난 20여년 간 온라인에 연재한 칼럼들을 모은 책이다. 출간 전부터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책자로 만들어 읽을 정도로 화제가 됐다. “당당하게 ‘노(No)’라고 외치라”는 뜻이 담긴 저자의 필명 ‘세이노(SayNo)’처럼 날카롭고 직설적인 화법으로 말한다. 자기계발서 가운데는 <김미경의 마흔 수업> <원씽> <역행자> 등이 ‘올해의 톱10’에 들었다. 문학을 제치고 자기계발서가 베스트셀러의 최상단을 차지한 것은 이례적이다. 예스24에 따르면 2021년에는 힐링 판타지 소설 <달러구트 꿈 백화점>이, 2022년에는 힐링 소설 <불편한 편의점>이 연간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예스24 관계자는 “따뜻한 힐링 문학에서 정신이 번쩍 들 정도로 매서운 내용의 자기계발서로 독자들의 관심이 옮겨가고 있다”며 “어려운 경제 상황 등을 냉철하게 판단하려는 독자들의 수요를 엿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는 ‘얼굴 없는 작가’들의 활약이 두드러졌다. <1%를 읽는 힘>을 베스트셀러로 만든 저자 ‘메르’도 온라인 필명으로 활동했다. 유튜버들의 영향력은 갈수록 세지고 있다. 게리 켈
“나는 진흙탕에서 프랑스의 왕관을 되찾았고, 내 칼끝에서 그것을 씻었다. 이제 국민의 뜻에 따라 내 머리에 쓴다.”1804년 12월 프랑스 파리 노트르담대성당.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는 교황을 파리로 데려와 대관식을 거행했다. 교황이 기름 붓는 의식을 끝내자 나폴레옹은 벌떡 일어나 직접 왕관을 썼다. 나폴레옹이 스스로 황제에 오른 이 역사적 사건은 프랑스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1807)이란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나폴레옹’은 명화 속 장면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겼다. 영화 ‘조커’(2019)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호아킨 피닉스가 나폴레옹을 연기했고, 거장 리들리 스콧이 연출했다. 둘이 호흡을 맞춘 것은 ‘글래디에이터’(2000) 이후 23년 만이다.나폴레옹의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근대 국민국가의 기초를 다진 위대한 리더이자 종신 집권을 꾀하며 혁명 정신을 퇴보시킨 독재자로 꼽힌다. 뛰어난 전술로 유럽을 호령한 전쟁 영웅이지만, 동시에 300만여 명의 프랑스 군인을 사지로 내몰았다. 아내 조제핀에게 보낸 열렬한 애정 공세에도 그의 외도를 막지 못한 비운의 사내이기도 하다.1977년 나폴레옹 시대를 배경으로 프랑스군 장교의 결투를 담은 ‘결투자들’로 데뷔한 스콧은 “나폴레옹의 생애는 곧 현대사의 시작”이라며 “나폴레옹은 세상을 바꾸고 역사를 다시 쓴 인물”이라고 강조해 왔다. 그가 숱한 히트작을 선보이면서도 줄곧 나폴레옹의 생애를 그린 영화를 숙원 사업으로 꼽아온 이유다.스콧은 그의 복잡다단한 삶을 세 가지 축에 집중해 풀어낸다. 격변하던
"나는 진흙탕에서 프랑스의 왕관을 되찾았고, 내 칼끝에서 그것을 씻었다. 이제 국민의 뜻에 따라 내 머리에 쓴다." 1804년 12월 노트르담 대성당. 일국의 왕을 넘어 유럽의 지배자로 거듭나고 싶었던 나폴레옹 보나파르트(1769~1821)는 교황을 파리로 데려와 대관식을 거행했다. 교황의 기름 부음이 끝나자 나폴레옹은 벌떡 일어나 직접 왕관을 썼다. 이 야심만만한 인물이 스스로 황제에 오른 장면은 신고전주의 화가 자크 루이 다비드의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이란 작품으로 널리 알려졌다. 오는 6일 개봉하는 애플TV+ 오리지널 영화 '나폴레옹'은 명화 속 장면을 스크린에 그대로 옮겼다. 올겨울 개봉하는 해외 영화 중 화제의 중심에 있는 작품이다. 영화 '조커'(2019)로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거머쥔 호아킨 피닉스가 나폴레옹을 연기했고, 거장 리들리 스콧이 연출했다. '글래디에이터'(2000)에서 호흡을 맞췄던 이 둘이 23년 만에 다시 만난 것이다. 나폴레옹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엇갈린다. 근대 국민국가의 기초를 다진 위대한 리더이자 종신집권을 꾀하며 혁명 정신을 퇴보시킨 독재자다. 뛰어난 전술로 유럽을 호령한 전쟁 영웅이지만, 동시에 300만명이 넘는 프랑스 군인을 사지로 내몬 장본인이다. 아내 조제핀에게 보낸 열렬한 애정 공세에도 그녀의 외도를 막지 못한 비운의 사내이기도 하다. 그의 복잡다단한 생애를 한 편의 영화로 정리하는 것은 쉽지 않다. 158분의 긴 러닝타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둘러싼 몇몇 사건들을 빠르게 훑고 지나간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다. 사전에 역사적 배경지식을 챙겨가지 않은 관객은 중간중간 흐름을 놓칠 수도 있겠다. 영화는 격변하던 18~19세기 유럽의 사회상과 군사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의 인기가 이어지고 있다. 11월 다섯째 주 예스24 베스트셀러 1위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가 차지했다. 벌써 3주 연속이다. <남에게 보여주려고 인생을 낭비하지 마라> <당신의 인생이 왜 힘들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십니까> 등 쇼펜하우어 관련 책들도 상위권을 유지했다.어린이 독자를 겨냥한 <설민석의 한국사 대모험> <에그박사 11>이 10위권에 올랐다. 등단 53주년을 맞은 조정래 소설가의 신작 <황금종이 1·2>도 각각 12위, 15위로 치고 올라왔다.안시욱 기자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의 은 환경경제학 관점에서 교통혼잡과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화학 기술부터 조세제도, 윤리, 금융 등까지 살펴본다. 환경경제학의 역사는 오래됐다. 1800년대 말 태동해 국가의 주요 자산인 숲을 보존하는 데 주로 관심을 기울였다. 이런 논의는 개릿 하딘의 과 레이첼 카슨의 등으로 이어졌다. 저자는 환경경제학의 관점에서 ‘그린 경제학’을 제시했다. 팬데믹과 오염, 생태계 소실,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문제를 아우르면서다. 저자는 환경주의와 시장주의 어느 한쪽에도 일방적으로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사회의 법규와 규정, 가치 등을 바라볼 때는 주로 먼 미래를 바라본다. 지금 세대의 필요와 욕구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성의를 보이는 정도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오염에 대한 가격이 제대로 책정돼 있지 않다” 정도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추가로 생산된 제품의 편익과 비용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현재 개인과 기업이 오염 등 부정적 외부 효과에 지불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낮다”며 “그 비용은 나머지 사회 구성원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내놓은 한 가지 대안은 ‘그린세’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세금을 매기자는 얘기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오존층을 파괴하는 아황산가스 등이 부과 대상이다. 오염물질에 높은 가격을 매기면서 소비자와 생산자, 투자자들이 친환경적인 제품으로 옮겨갈 유인을 제공해야 한다는 논리다. 저자의 분석에 따르면 이상적인
“밀턴 프리드먼은 언제 죽었나. 또 언제부터 왕이 되었나.” 2019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 조 바이든 후보가 던진 질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우파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 바이든은 시장을 중시하는 ‘프리드먼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기 위해 이같이 발언했지만, 역설적으로 10년도 전에 세상을 떠난 프리드먼이 아직 미국 경제학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한 미국 경제학자다.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경제학을 이끈 석학으로 꼽힌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아내인 로즈 프리드먼과 함께 시장의 우월성과 정부 실패를 설명한 TV 시리즈 ‘선택할 자유’로 평범한 시민들이 시장경제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는 스탠퍼드대 역사학자 제니퍼 번스가 쓴 그의 전기(傳記)다. 저자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 보관된 프리드먼의 논문을 전부 열람하고 그의 친구와 동료, 경쟁자들을 인터뷰했다. 책은 프리드먼의 개인적 일생부터 경제이론과 통화정책 등 복잡한 주제까지 두루 섭렵했다. 프리드먼은 통화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정부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에 맡기자는 ‘작은 정부’ 이론으로 케인스 학파의 적극재정을 비판했다. (1963)에서 1929년 대공황이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중에 돈이 말라버리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소비자 수요 감소와 부족한 정부 개입 탓”으로 본 케인스주의자들의 견해와 상반되는 입장이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
201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윌리엄 노드하우스 예일대 교수의 <그린의 정신>은 환경경제학 관점에서 교통혼잡과 지구온난화뿐만 아니라 지속가능한 화학 기술부터 조세제도, 윤리, 금융 등까지 살펴본다. 환경경제학의 역사는 오래됐다. 1800년대 말 태동해 국가의 주요 자산인 숲을 보존하는데 주로 관심을 기울였다. 이러한 논의는 개릿 하딘의 <공유지의 비극>과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 등으로 이어졌다. <침묵의 봄>은 화학약품을 둘러싼 사회적 딜레마를 다뤘다. 저자는 이들의 주장을 시장의 관점에서 보완해 ‘그린 경제학’을 제시했다. 팬데믹과 오염, 생태계 소실, 기후변화 등 광범위한 문제를 아우르면서다. 저자는 환경주의와 시장주의 어느 한쪽에도 일방적으로 편을 들지 않겠다는 자세를 취한다. 하지만 사회의 법규와 규정, 가치 등을 바라볼 때는 주로 먼 미래를 바라본다. 지금 세대의 필요와 욕구를 외면하지 않았다는 성의를 보이는 정도다. 책을 한 줄로 요약하면 “오염에 대한 가격이 제대로 책정돼있지 않다” 정도다. 노드하우스 교수는 시장이 제대로 작동했다면 추가로 생산된 제품의 편익과 비용이 일치하는 수준에서 가격이 결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현재 개인과 기업이 오염 등 부정적 외부효과에 지불하는 비용이 지나치게 낮다”며 “그 비용은 나머지 사회 구성원들이 부담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저자가 내놓은 한가지 대안은 ‘그린세’다. 제품을 생산하거나 소비하면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에 세금을 매기자는 얘기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하는 이산화탄소, 오존층을 파괴하는 아황산가스 등이 부과 대상이다. 오염물질에 높은 가격을 매
"밀턴 프리드먼은 언제 죽었나. 또 언제부터 왕이 되었나." 2019년 미국 대선에 출마한 조 바이든 후보가 던진 질문이다. 민주당 대선 후보가 우파 신자유주의 경제학자의 이름을 직접 거론한 것은 이례적인 일. 바이든은 시장을 중시하는 '프리드먼 시대'의 종언을 선언하기 위해 이같이 발언했지만, 역설적으로 10년도 전에 세상을 떠난 프리드먼이 아직 미국 경제학계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는 결과를 낳았다. 밀턴 프리드먼(1912~2006)은 자유시장경제를 옹호한 미국 경제학자다. 케인스와 함께 20세기 경제학을 이끈 석학으로 꼽힌다. 1976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았다. 아내인 로즈 프리드먼과 함께 시장의 우월성과 정부실패를 설명한 TV 시리즈 '선택할 자유'로 평범한 시민들이 시장경제의 원리를 이해할 수 있게 도왔다. 는 스탠퍼드대 역사학자 제니퍼 번즈가 쓴 그의 전기(傳記)다. 저자는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에 보관된 프리드먼의 논문을 전부 열람하고, 그의 친구와 동료, 경쟁자들을 인터뷰했다. 책은 프리드먼의 개인적 일생부터 경제이론과 통화정책 등 복잡한 주제까지 두루 섭렵했다. 프리드먼은 통화주의를 대표하는 인물이다. 정부 역할을 최소화하고, 시장의 자율적인 조정 기능에 맡기자는 '작은 정부' 이론으로 케인스 학파의 적극재정을 비판했다. (1963)에서 1929년 대공황이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중에 돈이 말라버리는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통화량을 늘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결과"라는 분석을 내놨다. "소비자 수요 감소와 부족한 정부 개입 탓"으로 본 케인즈주의자들의 견해와 상반되는 입장이다.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해 저자는 프리드먼
분노, 질투, 경멸, 악의, 샤덴프로이데(타인의 불행을 통쾌하게 여기는 감정)…. 철학자들은 흔히 이런 감정들을 잡초에 비유하곤 한다. 정원을 아름답게 가꾸기 위해 잡초를 제거해야 하듯, 잘 살기 위해선 부정적인 감정들을 뿌리 뽑아야 한다는 의미에서다. 최근 출간된 의 견해는 다르다. 크리스타 토머슨 미국 스워스모어대 철학과 교수는 부정적인 감정들을 '지렁이'에 빗댄다. 이들의 존재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오색찬란한 꽃만큼이나 정원이 잘 가꿔지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지표다. 저자는 "이상하고 추한 감정들은 자아를 풍요롭게 만들기 위한 필수 요소"라며 "그동안 철학계는 이런 감정들의 부정적인 측면만 강조하며 그 가치를 간과했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부정적인 감정들이 특정 충격에 대한 보호기제가 된다고 말한다. 예를 들어 타인한테 무시당하면 분노는 개인의 자존감을 활성화하고 분개한 자아와 대면할 기회를 준다. 샤덴프로이데를 느낄 경우도 마찬가지다. 자신보다 우위에 있는 대상이 무너지는 모습을 보며 자아존중감을 되찾을 수 있다고 본다. 토머슨의 표현을 빌리자면 질투는 '우리가 원하는 것을 갖고 있지만, 우리보다 덜 누릴 자격이 있는 사람들한테 느끼는 감정'이다. 질투는 이러한 불평등을 바로잡고 자기 권리를 주장하는 방식이다. 경멸은 자기보다 무능한 것처럼 보이는 대상한테 느끼는 감정으로, 자기의 위상을 재확인하고 자신감 회복을 도와준다고 한다. 이어 악의에 대한 설명이 이어진다. 토머슨은 남한테 지시받고 있다고 느낄 때 악의가 표출된다고 분석한다. 악의의 핵심 기능은 이 과정에서 개인의 자율성을 되찾는 것이다. 저자는 "내가 누구인지
문화재청이 내년도 ‘국비 지원 발굴조사’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20억원 늘린 5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사업 예산은 땅속에 묻힌 문화유산을 발굴하는 데 쓰인다. 매장유산법에 따르면 건설 사업시행자는 일정 면적 이상의 공사를 할 때 매장 문화유산을 조사해야 한다. 지표조사를 한 뒤 유적이 확인되면 표본조사, 시굴조사, 정밀 발굴조사 과정을 거친다. 조사 과정에서 공사가 지체될 뿐 아니라 만만치 않은 조사 비용 탓에 공사 시행자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2004년부터 소규모 건설공사를 대상으로 국비 지원 발굴조사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표본·시굴조사는 비용 전액을, 정밀 발굴조사는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단독주택(792㎡ 이하), 농어업시설(2644㎡ 이하), 개인 사업장(792㎡ 이하), 공장(972㎡ 이하) 등이 지원 대상이었다. 올해부터는 단독주택과 1·2종 근린생활시설, 운동시설, 창고 및 공장 등에 면적과 상관없이 진단조사(표본·시굴조사)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올 들어 지난 10월까지 230여 건의 건설공사가 진단조사 단계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예산안은 다음달 중순 국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정부가 부담하는 매장 유산 발굴조사비가 내년에 상당폭 확대된다. 문화재청은 내년 '국비 지원 발굴조사' 사업 예산을 올해보다 20억원 늘린 50억원으로 편성했다고 28일 발표했다. 예산안 확정은 다음 달 중순 국회에서 최종 결정된다. 일정 면적 이상의 건설공사의 경우 사업시행자는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매장 문화유산 조사를 실시해야 한다. 지표조사를 한 뒤 유적이 확인되면 표본조사와 시굴조사, 정밀발굴조사의 과정을 거친다. 조사 과정에서 공사가 지체될 뿐 아니라 만만치 않은 조사 비용 탓에 공사 시행자들의 불만이 적지 않았다. 이에 문화재청은 2004년부터 소규모 건설공사에 대한 국비 지원 발굴조사 사업을 시행해오고 있다. 사업시행자의 경제적 부담을 줄여주고, 문화유산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다. 표본·시굴조사의 경우 비용의 전액을, 정밀발굴조사의 경우 1억5000만원까지 지원한다. 단독주택(792㎡ 이하), 농어업시설(2644㎡ 이하), 개인 사업장(792㎡ 이하), 공장(972㎡ 이하) 등이 지원 대상이었다. 올해부터 기존에 비해 지원 범위가 확대됐다. 단독주택과 1·2종 근린생활시설, 운동시설, 창고 및 공장 등의 경우 면적과 상관없이 진단조사(표본·시굴조사) 비용을 전액 지원했다. 발굴조사 계획서 기획 및 작성 등 행정 업무도 정부 기관에서 대신 수행했다. 올해 10월까지 230여건의 건설공사가 진단조사 단계에서 정부의 지원을 받았다. 문화재청은 내년 국비 지원 규모를 기존 3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정부 예산안에 확정됐고, 다음 달 국회의 최종 결정만을 앞두고 있다. 문화재청은 "앞으로도 건설공사 시행자의 발굴조사 비용에 대한 부담을 완화하기 위
저스틴 토레스(43)는 최근 미국 문단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지난 15일 미국 최고 권위의 출판문학상인 전미도서상 소설 부문을 받았다. 지금껏 펴낸 장편은 두 편에 불과하지만 ‘퀴어 문학’을 영미권 문학의 주요 무대로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그는 1980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났다. 사춘기 때 자신의 동성애적 정체성을 발견했다. 뉴욕대에 장학생으로 입학했지만 주변 환경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퇴했다. 이후 미국 전역을 돌며 여러 직업을 전전했다. 작가로 살겠다고 마음먹은 건 10년여의 방랑을 끝낸 31세 때였다. 히스패닉 혼혈과 경제적 빈곤층, 동성애자로서 사회 주변부를 맴돈 자기 경험을 녹여 소설을 썼다.<위 더 애니멀즈>는 부모의 위태로운 관계와 아버지의 폭력을 겪어내는 세 형제의 성장기를 다룬 이야기다. 책은 출간 즉시 미국 베스트셀러에 올랐고 15개 언어로 번역됐다. 2018년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돼 선댄스영화제에서 상을 받았다.전미도서상 수상작인 <블랙아웃>은 토레스가 12년 만에 내놓은 장편소설이다. 동성애를 질병으로 여기는 사회의 시선을 비판하는 책이다. 이들의 목소리를 가로막는 세태를 풍자하듯, 작품 속 동성애자들의 진료 기록과 초상화 일부는 검게 칠해져 가려진 채로 등장한다.안시욱 기자
'장기 평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역사학자 중 한명인 존 루이스 개디스 미국 예일대 교수는 냉전 시기를 두고 이렇게 말하곤 했다. 두 차례의 세계대전을 겪고 구축된 얄타 체제는 강대국들간의 아슬아슬한 세력 균형을 가능케 했다. 서로를 파멸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을 알기에, 직접적인 충돌을 피할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의 견해는 다르다. 저자 폴 토머스 체임벌린 미국 컬럼비아대 교수는 "장기 평화는 서구의 얘기일 뿐, 같은 시기 아시아에선 전쟁이 끊이지 않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아시아에서의 전쟁은 사실상 서구 초강대국들의 대리전이었다고 설명한다. 저자는 '동쪽으로는 만주 평원, 남쪽으로는 인도차이나반도의 열대우림, 서쪽으로는 중앙아시아 및 중동의 건조한 고원'을 경계로 그 안쪽을 들여다본다. 이게 저자가 그은 아시아의 경계선이다. 넓은 지역에 흩뿌려지다보니 파괴의 규모는 그동안 간과되곤 했다. 968쪽에 달하는 이 '벽돌 책'은 아시아 전역의 참혹한 역사를 '냉전의 유산'이라는 동일한 렌즈로 분석한다. 6·25전쟁 300만명, 중국 내전 250만명, 베트남전쟁 400만명…. 냉전 동안 아시아 전역에서 벌어진 폭력의 현장에서 희생된 사람 수다. 프랑스·인도차이나 전쟁(29만명), 방글라데시 해방전쟁(100만명) 등 덜 알려진 사건까지 합하면 2000만명에 이른다. 이 기간 지구촌에서 살해된 사람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저자가 냉전을 두고 "본질적으로 폭력적인 시기"라고 표현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책은 시기를 기준으로 아시아에서의 전쟁을 세 가지로 구분한다. 처음 두 시기는 공산주의 확장과 맞물려 있다. 태평양전쟁 종전 직후 일본의 힘이 한풀
역주행한 책들이 출판가를 사로잡은 한 주였다. 예스24 11월 셋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에 돌아갔다. 독일 철학자 쇼펜하우어가 건네는 인생 조언을 엮었다. 지난 9월 출간된 이 책은 최근 TV 예능프로그램 ‘나 혼자 산다’에 노출되며 주목받았다. 쇼펜하우어가 쓴 도 덩달아 상위권을 기록했다. 한강 작가의 는 프랑스 메디치상 수상 효과로 다시금 5위에 진입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전문직, 여성, 소수자, 노동자 등 네 가지 인구 집단이 중도 좌파 성향으로 강하게 기울고 있다.” 2002년 ‘떠오르는 민주당(The Emerging Democratic Majority)’이라는 논문에서 존 주디스와 루이 테익세이라가 내놓은 분석이다. 2008년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자 이들의 주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주당 선거전략가들은 “인구통계학은 운명”이라며 한동안 자기들의 승리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선거 결과는 예상치 못한 양상을 보였다. 2010년과 201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잇따라 선전했다. 백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2016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자 주디스와 테익세이라의 가설은 힘을 잃은 듯 보였다. 최근 출간된 에서 주디스와 테익세이라는 “노동계급의 이탈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들은 각각 저널리스트와 정치학자로 미국에서 중도 좌파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신간은 민주당이 핵심 지지 기반이던 평범한 노동자를 잃고, 지식계급과 급진적인 시민 활동가들의 소굴이 된 이유와 과정을 설명한다. 책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민주당 지도부는 1970년대 지미 카터부터 1990년대 빌 클린턴 대통령에 이르는 기간 동안 노동조합을 포기했다. 대신 자유무역과 이민 정책을 수용했다. 긴축 정책과 금융 규제 완화를 옹호하는 월스트리트 출신 임원들이 행정부를 채웠다. 민주당이 고학력층의 정당이 되는 동안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목소리는 외면받았다. 저자들은 “2020년대 들어서 노동 문제는 할리우드와 실리콘밸리, 환경, 인권, 페미니즘 단체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났다”고 지적한다. 노동자 당원들
“7년간의 전쟁이 끝날 무렵 이순신 장군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명량해전과 한산도 대첩을 마친 장군의 최후를 담아야 한다는 마음에 부담감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습니다.” 배우 김윤석(사진)은 15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노량: 죽음의 바다’ 제작보고회에서 충무공 이순신 역할을 맡은 것을 두고 “양면의 동전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민족의 영웅을 연기하는 것은 영광스러웠지만 임진왜란과 장군의 일생을 마무리 짓는 작품이기에 그 어느 때보다 고민이 깊었다”고 했다. 다음달 20일 개봉하는 영화 ‘노량’은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국내 역대 최다 기록인 1761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2014), 지난해 여름 최대 흥행작 ‘한산: 용의 출현’의 후속편이다. 전작들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 박해일에 이어 김윤석이 ‘3대 이순신’으로 나섰다. 작품은 일본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1598년, 이순신 장군이 적의 유탄으로 숨을 거둔 노량해전이 배경이다. 400여 척의 왜선을 격파한 전투다. 김윤석은 “조선과 일본, 명나라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영리하게 대처하면서도 적에 대한 분노를 엄히 품으며 전쟁을 매듭짓는 이순신을 떠올리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이어 “임진왜란에 관한 영화도 계속 제작될 것”이라며 “역사적으로나, 재미로나 이순신 장군을 떠올리면 빼놓을 수 없는 작품으로 기억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연출을 맡은 김 감독은 “이순신 3부작은 ‘노량’을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한산도 대첩에서 지장(智將)의 면모를, 명량해전에서 용장(勇將)의 모습을 강조했다면 이번에는
"7년간의 전쟁이 끝날 무렵 이순신 장군은 어떤 생각을 하셨을까요. 명량해전, 한산도 대첩 등으로 이어져 온 장군의 마지막 모습을 담아야 한다는 마음에 부담감을 가지고 연기에 임했습니다." 배우 김윤석은 '노량: 죽음의 바다'에서 충무공 이순신 역할을 맡은 것을 두고 "양면의 동전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15일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민족의 영웅을 연기하는 만큼 영광스러웠지만, 임진왜란과 장군의 일생을 마무리 짓는 작품이기에 어느 때보다 깊게 고민했다"고 했다. 다음 달 20일 개봉을 앞둔 '노량: 죽음의 바다'는 김한민 감독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국내 역대 최다 기록인 1761만 관객을 동원한 '명량'(2014), 지난해 여름 최대 흥행작 '한산: 용의 출현'의 후속편이다. 전작들에서 이순신을 연기한 최민식, 박해일에 이은 '3대 이순신'으로 김윤석이 나섰다. 작품은 이순신의 마지막 전투인 노량해전을 배경으로 한다. 1598년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하자 왜군은 남해 관음포 일대로 퇴각한다. 달아나는 적들을 섬멸하고자 나선 이순신은 총 400여 척의 적선을 격파했다. 임진왜란 발발 이후 7년간 이어졌던 전쟁의 끝을 알리는 순간이었다. 이순신은 이때 적의 유탄에 맞아 전사했다. 연출을 맡은 김한민 감독은 "지난 '이순신 3부작'이 '노량'을 위해 달려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한산도 대첩에서 지장(智將)의 면모를, 명량 해전에서 용장(勇將)의 모습을 강조했다면, 이번 작품에서는 '현명한 장수' 이순신을 구상했다"고 설명했다. 김윤석은 "조선과 일본, 명나라가 복잡하게 얽힌 상황에 영리하게 대처하면서도, 적에 대한 엄정한 분노를 안
"전문직, 여성, 소수자, 노동자 등 4가지 인구 집단이 중도 좌파 성향으로 강하게 기울고 있다." 2002년 (The Emerging Democratic Majority)이라는 논문에서 존 주디스와 루이 테익세이라가 내놓은 분석이다. 2008년 대선에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가 당선되자 이들의 주장이 주목받기 시작했다. 민주당 선거전략가들은 "인구통계학은 운명"이라며 한동안 자기들의 승리가 계속될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후 선거 결과는 예상치 못한 양상을 보였다. 2010년과 2014년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잇따라 선전했다. 백인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돌아선 영향이 컸다. 2016년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승리하자, 주디스와 테익세이라의 가설은 힘을 잃은 듯 보였다. 최근 출간된 에서 주디스와 테익세이라는 "노동계급의 이탈을 예측하지 못했다"고 고백한다. 저자들은 각각 저널리스트와 정치학자로 미국에서 중도 좌파로 활동하고 있다. 이번 신간은 민주당이 핵심 지지기반이던 평범한 노동자를 잃고, 지식계급과 급진적인 시민 활동가들의 소굴이 된 이유와 과정을 설명한다. 책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민주당 지도부는 1970년대 지미 카터부터 1990년대 빌 클린턴에 이르는 기간 동안 노동조합을 포기했다. 대신 자유무역과 이민 정책을 수용했다. 긴축 정책과 금융 규제 완화를 옹호하는 월스트리트 출신 임원들이 행정부를 채웠다. 민주당이 고학력층의 정당이 되는 동안, 가난한 노동자 계급의 목소리는 외면받았다. 저자들은 민주당의 당론을 결정해온 세력이 바뀌는 과정을 추적한다. 예전에는 노동과 민생 문제가 중요한 관심사였다면, 클린턴과 오바마 집권기를 거치면서 이러한 양상이 약화했다는 분석이다.
<저주토끼>에 이은 <고래>의 2년 연속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작별하지 않는다>의 한국 최초 프랑스 메디치상 수상….최근 몇 년간 유럽 문학계를 달구고 있는 한국 현대소설의 매력이 세계 최대 영어서적 시장인 미국에서도 통할까. 그 가늠자가 될 만한 시험무대가 16일 오전 10시(현지시간 15일 오후 8시)에 열린다.이날 발표하는 ‘전미도서상’ 최종후보에 오른 5개 작품 중 정보라 작가(사진)의 <저주토끼> 영어판이 포함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출판문학상인 전미도서상에 한국 소설이 최종 후보에 오른 건 <저주토끼>가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조남주 장편 <82년생 김지영>과 김보영 소설집 <종의 기원>이 번역문학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게 전부였다. 1950년 제정된 이 상은 매년 소설·시·논픽션·번역문학·청소년 문학 등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저주토끼>는 번역가 안톤 허가 영어로 옮기고 아셰트출판그룹 산하 앨곤퀸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2018년 영어를 시작으로 17개 언어로 번역돼 20여 개국에 소개됐다. 지난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저주를 내리는 토끼 인형을 소재로 현대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그렸다.출판업계 관계자는 “<저주토끼>는 독창적인 소재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데다 이번 5개 후보작 중 유일하게 (상대적 소외지역인) 아시아 작품”이라며 “충분히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저주토끼>가 부커상에 이어 전미문학상 최종후보에 오른 건 국제무대에서 높아지고
(정보라 작가)에 이은 (천명관)의 2년 연속 영국 부커상 최종후보 선정, (한강)의 한국 최초 프랑스 메디치상 수상…. 최근 몇년간 유럽 문학계를 달구고 있는 한국 현대소설의 매력이 세계 최대 영어서적 시장인 미국에서도 통할까. 그 가늠자가 될 만한 시험무대가 16일 오전10시(미국시간 15일 오후8시) 열린다. 이날 발표하는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에 오른 5개 작품 중 정보라 작가의 영어판이 올랐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권위 있는 출판문학상인 전미도서상에 한국 소설이 최종 후보에 오른 건 가 처음이다. 이전까지는 조남주 장편 과 김보영 소설집 이 번역문학 부문 1차 후보에 오른 게 전부였다. 1950년에 제정된 이 상은 매년 소설·시·논픽션·번역문학·청소년 문학 등 5개 부문에서 시상한다. 는 번역가 안톤 허가 영어로 옮기고 아셰트출판그룹 산하 앨곤퀸 출판사에서 출간했다. 2018년 영어를 시작으로 17개 언어로 번역돼 20여개국에 소개됐다. 지난해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히는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저주를 내리는 토끼 인형을 소재로 현대 자본주의의 그림자를 그렸다. 출판업계 관계자는 "는 독창적인 소재와 사회에 던지는 메시지 등에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데다 이번 5개 후보작중 유일하게 (상대적 소외지역인) 아시아 작품"이라며 "충분히 수상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가 부커상에 이어 전미문학상 최종후보에 오른 건 국제무대에서 높아지고 있는 한국소설의 '몸값'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는 숫자가 말해준다. 10년 전만 해도 국제문학상 후보에 오른 작품이 한 편도 없었는데, 올 들어선 이미 10편이 명단에 올랐다. 손원평의 은 일본서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원작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원작을 희석하지 않고 기존 팬층에 집중하는 방향으로 제작하게 된 이유입니다." 호러 영화 '프레디의 피자가게'를 제작한 제이슨 블룸 블룸하우스 대표가 13일 한국 취재진과의 화상 통화에서 한 말이다. 15일 개봉하는 영화를 보고 나면 고개를 갸우뚱할만한 대목이다. '호러테이닝(호러+엔터테이닝)' 장르를 표방한 만큼 볼거리는 꽤 풍성하다. 하지만 기존 팬층과 새로운 관객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원작 게임의 팬이라면 달라진 줄거리와 주요 공포 포인트에, 원작을 모르는 관객이라면 다소 억지로 끼워 맞춘 듯한 전개로 인해 당황할 수 있겠다. '프레디의 피자가게'는 1980년대에 아이들이 실종되고 폐업한 '프레디의 피자가게'에서 일하게 된 야간 경비원의 생존기를 그린 영화다. 영혼이 깃든 마스코트 인형인 '애니메트로닉스'들이 5일 동안 주인공 일행을 위협한다. 2014년 발매된 동명의 비디오 게임이 원작이다. 영어 원제를 직역하면 '프레디에서의 다섯날 밤(Five Nights at Freddy's).' 영화는 원작 게임의 팬층인 10·20대를 중심으로 입소문을 탔다. 지난달 27일 북미에서 개봉과 동시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개봉 첫 주에만 8000만 달러(약 1039억원) 넘게 벌어들였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인시디어스' 등을 제작한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 작품 중에서도 역대 최고의 개봉 성적이다. 영화는 게임 속 배경을 그럴듯하게 재현해냈다. 식당보다 테마파크에 가까운 이곳에는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는 8비트 오락기와 놀이방 등이 배치됐다. 가게의 마스코트는 약 2m 크기의 기계인형 5대다.
기후변화로 인해 봄날의 초목은 온데간데없다. 코로나 이후 두 차례에 걸친 팬데믹으로 나라 살림은 무너졌다. 포퓰리즘으로 무장한 정치세력은 과학 기술을 독점해 독재 체제를 구축하려고 한다. 은모든 작가가 신작 장편소설 에서 상상한 2040년대 한국의 모습이다. 최근 출간된 은 디스토피아로 변모한 한국을 그리면서도, 그 속에서 더 나은 세계를 꿈꾸는 인간의 의지와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은 작가는 2018년 한국경제 신춘문예에 장편 으로 등단했다. 실제로도 술을 즐긴다는 작가의 취향이 반영된 것일까. 그의 작품들은 마치 한 잔의 칵테일처럼 인간적인 위로와 공상과학(SF)적 요소를 절묘하게 배합한다. 책은 출생률 저하와 노년 인구의 급증으로 '집합가족'의 울타리에 모인 사람들을 그린다. "혈연의 제약을 벗어던진 애착 공동체"인 새로운 가족 형태로, "지옥 같던 팬데믹이 남긴 유산"이다. 주인공 이심도 그중 하나다. 자신의 마지막 조각을 찾았다고 생각하며 새로운 가족을 만나지만, 예상치 못한 갈등을 마주하고 고뇌에 빠진다. '아치 에너미'인 경규철 총리가 미래 사회에 대한 비관을 끌어올린다. 단 한 번도 직접 등장하지 않는 등 베일에 싸인 인물이다. '빅 브라더'처럼 군림하며 언제 어디서든 국민을 통제할 뿐이다. 갖은 선전·선동으로 정권을 잡은 뒤 '테크노 비엔날레'를 열고자 한다. 국가 전체를 장악할 '경찰형 안드로이드'를 도입할 심산이다. 인공지능과 생체기술, 홀로그램 등. 온갖 미래기술이 난무하지만, 작가의 고민은 어디까지나 현재에 기반한다. 은 작가는 공중보건의사로 일하는 주인공 이심을 통해 사회의 문제를 진찰한다. 문제의 핵심은 양극화다. 대중은 온갖 규
‘미디어 셀러’ 신간들이 서점가를 흔들었다. 예스24의 11월 둘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전지적 푸바오 시점>에 돌아갔다. 송영관 사육사가 판다 푸바오 가족의 일상을 담아낸 포토에세이다. 온라인으로 연재되다가 SNS 채널을 통해 입소문을 탔다. 뜨개 유튜버 ‘바늘이야기 김대리’의 <김대리의 데일리 뜨개>는 4위, ‘옷뜨는 김뜨개’의 <옷뜨는 김뜨개의 쉬운 니트레시피>는 17위를 기록했다. 동기부여 유튜브 채널에 지속해서 노출된 남석관 저자의 <손실 없는 투자원칙>, 윤제성 저자의 <윤제성의 월가의 투자>도 상위권에 올랐다.안시욱 기자
한강 작가의 가 한국 작품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으며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예스24의 집계 결과 수상이 확정된 9일 오후 10시께부터 다음날 오전까지 전월 전체 판매량 대비 3배가 넘는 판매액을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1958년 제정된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는 한강 작가가 2016년 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이후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제주 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관점에서 그려낸 작품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흔적과 시간을 이야기한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을 찾아 어머니 정심의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줄거리다. 는 2021년 9월 출간 당시에도 예스24 9월 4주 차 종합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오르며 화제가 됐다. 이후로도 꾸준히 판매되며 서점가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일 결과가 발표된 페미나 외국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 출판사 측에서는 책의 추가 인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재고의 소진이 임박할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며 “10일 오후부터는 예약 판매로 전환해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에는 내가 당장 취소하거나 사과할 대목이 거의 없다. 단 한 가지 예외, ‘제목’만 빼면.”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는 본인의 대표작 에 대해 이같이 자평했다. ‘생물은 유전자의 자기복제 속에 만들어진 기계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내용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그는 “유전정보의 불멸성이 책의 핵심 주제라는 점에서 보다 기운 나는 제목인 ‘불멸의 유전자’가 더 적절했을지 모른다”고 돌아본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은 도킨스가 쓴 ‘책에 대한 책’이다. 그의 80세 생일을 맞아 2021년 영어로 출간됐다. 전투적 무신론자, 회의론자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도킨스가 이번엔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자처하고 나섰다. 반세기 가까이 저술 활동을 하며 꼽은 ‘인생 책’들에 대한 서평과 에세이, 대담 등 58편의 글을 엮었다. 실재를 다루는 과학과 상상에 기반한 문학. 도킨스는 얼핏 양극단에 있는 둘 사이를 넘나들었다. ‘교양서적은 장황하고 유려한 문체로 써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에서 벗어나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핵심을 짚었다. 종교계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부터 등 그의 저서가 전 세계 독자들에게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다. 책은 총 6개 장에 걸쳐 진화론과 자연선택, 신앙과 철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각 장은 유명인과의 대담으로 시작한다.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등이다. 종교인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종교는 진화의 부산물인지 등 도발적인 문답을 거침없이 주고받는다. 석학들과의 대화 이후 도킨스를 진화생물학의 길로 안내한 책들에 대한 소개가
한강 작가의 가 한국 작품 최초로 프랑스 메디치 외국문학상을 받으며 판매량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예스24의 집계 결과 수상이 확정된 9일 오후 10시경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전월 전체 판매량 대비 3배가 넘는 판매고를 올린 것으로 확인됐다. 1958년 제정된 메디치상은 공쿠르상, 르노도상, 페미나상과 함께 프랑스의 4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관련 칼럼) 한국 최고의 인기 소설이 한강의 작품? “챗GPT, 읽어보긴 한 거니” 는 한강 작가가 2016년 로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한 이후 5년 만에 펴낸 장편소설이다. 제주4·3사건의 비극을 세 여성의 관점에서 그려낸 작품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이들의 흔적과 시간을 이야기한다. 소설가인 주인공 경하가 손가락이 잘리는 사고를 당한 친구 인선의 제주도 집을 찾아 어머니 정심의 아픈 과거사를 되짚는 줄거리다. 한강 작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이 소설이 지극한 사랑에 대한 소설이기를 바란다"고 했다. 는 2021년 9월 출간 당시에도 예스24 9월 4주차 종합 베스트셀러 2위까지 오르며 화제 됐다. 이후로도 꾸준히 판매되며 서점가의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6일 결과가 발표된 페미나 외국문학상 최종 후보에도 오른 바 있다. 책을 출간한 문학동네 출판사 측에서는 책의 추가인쇄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예스24 관계자는 "기존에 있던 재고의 소진이 임박할 정도로 수요가 몰렸다"며 "10일 오후부터는 예약판매로 전환해 운영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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