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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10년 만에 오대산 돌아온 조선왕조실록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는 외세의 침략 속에 숱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우리의 기록유산을 되찾으려는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결과, 마침내 원래 자리였던 오대산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서정민 학예연구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환수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110여 년 만에 오대산으로 돌아온다. 의궤는 조선시대에 왕실이나 국가에 큰 행사가 있을 때 후세에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그림과 문자로 기록한 책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9일 강원 평창군 오대산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사진)에서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록 75권과 의궤 82권 등 관련 유물 1207점을 이곳에서 보관·전시한다고 발표했다. 개관은 12일. 오대산사고본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왕조가 주요 기록을 안전하게 분산·보관하기 위해 전국에 세운 네 곳의 외사고 중 오대산사고에 보관했던 서적이다. 오대산사고는 1606년 설치된 뒤 수호 사찰로 지정된 인근의 월정사가 보호해왔다.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일제강점기였던 1913년 일본 도쿄제국대학으로 반출됐다가 관동대지진으로 상당수 소실됐다. 이후 1932년과 2006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국내에 환수됐다. 평창=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2023.11.09 19:15
  • 일제에 빼앗긴 오대산 실록과 의궤, 110년만에 원래 자리로

    "오대산사고본 실록과 의궤는 외세의 침략 속 숱한 고초를 겪었습니다. 우리의 기록유산을 되찾으려는 국민의 마음이 모인 결과, 마침내 원래 자리였던 오대산으로 돌아오게 됐습니다." (서정민 학예연구관) 일제강점기 당시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환수된 오대산사고본 조선왕조실록과 의궤가 110여년 만에 오대산으로 돌아온다. 의궤는 조선시대에 왕실이나 국가에 큰 행사가 있을 때 후세에 참고할 수 있도록 관련 내용을 그림과 문자로 기록한 책이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은 9일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로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에서 개관 기념 기자간담회를 열고 실록 75권과 의궤 82권 등 관련 유물 1207점을 이곳에서 보관·전시한다고 발표했다. 개관은 12일. 오대산사고본은 임진왜란 이후 조선왕조가 주요 기록을 안전하게 분산·보관하기 위해 전국에 세운 네 곳의 외사고 중 오대산사고에 보관했던 서적을 의미한다. 오대산사고는 1606년 설치된 뒤 수호 사찰로 지정된 인근의 월정사가 보호해왔다. 6·25전쟁 당시 전각이 소실됐고, 현재 복원된 건물이 들어섰다. 오대산사고본은 외세의 침탈로 인한 수난을 겪었다. 실록은 일제강점기였던 1913년 일본 동경제국대학으로 반출됐다가 관동대지진으로 상당수 소실됐다. 이후 1932년과 2006년, 2017년 세 차례에 걸쳐 국내에 환수됐다. 왕실의 행사 절차를 기록한 의궤는 1920년대 일본으로 불법 반출됐다가 2011년 반환됐다. 환수된 유물들은 그동안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보관해왔다. 원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지역 주민들의 염원에 따라 문화재청이 오대산에 설립한 실록박물관이 소장하게 됐다. 박물관 건물은 기존 월정사 성보박물관

    2023.11.09 14:45
  • 북한이 자체생산한 플루토늄을 美 핵무기 전문가에게 보여준 이유 [책마을]

    "우리가 만든 걸 좀 보시겠습니까?" 미국 핵무기 전문가들이 2004년 북한 영변의 핵시설을 찾자, 리홍섭 핵과학연구소장으로부터 이런 질문이 돌아왔다. 세계적 핵물리학자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명예교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그의 손에는 0.2㎏가량의 플루토늄 조각을 밀봉한 유리병이 쥐어졌다. 헤커는 당황했다. 북한은 이미 핵폭탄의 주재료인 플루토늄을 자체 생산하고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자기들의 기술을 애써 숨기려고 하지 않는 듯한 태도였다. 그는 "북한은 핵시설이 잘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들이 무엇을 달성했는지를 바깥세상에 보여주려 열심이었다"고 회상한다. 왜 그랬을까. 은 당대 최고의 핵무기 전문가 중 한 사람인 시그프리드 해커가 직접 보고 경험한 북핵의 실상을 증언한 책이다. 저자는 '맨해튼 프로젝트'로 유명한 로스앨러모스국립연구소 소장을 지냈다. 이번 책을 통해 2004년부터 7년간 매년 북한 영변 핵시설을 최전선에서 시찰한 기록을 엮었다. 오늘날 북한은 세계 열 손가락 안에 드는 핵무기 보유국이다. 저자에 따르면 "(중국·러시아와 더불어) 미국을 겨냥할 가능성이 높은 3개국 중 하나"다. 2017년 함경도 만탑산 핵실험이 유발한 규모 6.3 지진으로 유추할 때, 북한은 히로시마 폭발 규모의 15배가 넘는 핵폭탄을 보유한 상태다. 저자는 북핵 개발을 '이중 경로 전략'의 틀로 분석한다. '북한이 핵 개발에 필요한 시간을 벌기 위해 외교를 활용했다'는 기존 통념과 상반되는 관점이다. 그는 북한이 외교와 핵 개발 중 한쪽을 우선한 것이 아니라 양쪽을 동시에 추구했다고 본다. 하나의 노선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하고, 자국 내의 불안

    2023.11.09 09:18
  • [이 아침의 소설가] 국제 주요 문학상 휩쓴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는 오스트리아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최근 제12회 박경리문학상을 받는 등 수상한 국제 문학상만 20개가 넘는다. 를 비롯한 그의 작품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됐다. 란스마이어는 1954년 오스트리아 벨스에서 태어났다. 대학 졸업 후 월간지 ‘호외’ 등에서 기자로 일했다. 르포 작가로 활동한 경력은 작품에 현장성을 부여하는 작가 특유의 문학 세계를 구축하는 밑거름이 됐다. 전업 작가의 길을 걸은 건 인류의 몰락을 그린 장편소설 (1982)을 펴내면서다. 1984년 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고대 로마 시인 오비디우스를 소재로 한 로 하인리히 뵐 문학상 등 유럽 주요 문학상을 휩쓸었다. 란스마이어는 1990년대부터 세계를 일주했다. 세상을 직접 느끼고 경험해야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신념 때문이다. 그의 발길은 아메리카와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유럽은 물론 중국 일본 네팔 스리랑카 등 아시아 곳곳에 닿았다. 그는 여행기를 모아 2012년 를 펴냈다. 는 24명의 북극탐험대 이야기다. 포기하지 않는 인간의 투쟁을 보여주면서 과학 기술의 미명 아래 자연을 타자화하는 인간의 오만함을 비판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2023.11.08 18:42
  • "칼 세이건 책엔 밑줄 안 긋는다. 잉크 아까워서..." 리처드 도킨스가 꼽은 '인생책'들

    "에는 내가 당장 취소하거나 사과할 대목이 거의 없다. 단 한 가지 예외, '제목'만 빼면." 영국의 진화생물학자이자 과학 저술가 리처드 도킨스는 본인의 대표작 에 대해 이같이 자평했다. '생물은 유전자의 자기복제 속에 만들어진 기계적 존재에 불과하다'는 내용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문제작이다. 그는 "유전정보의 불멸성이 책의 핵심 주제라는 점에서 보다 '기운 나는' 제목인 가 더 적절했을지 모른다"고 돌아본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은 도킨스가 쓴 '책에 대한 책'이다. 그의 80세 생일을 맞아 2021년 영어로 출간됐다. 전투적 무신론자, 회의론자 등 다양한 수식어가 따라붙는 도킨스가 이번엔 '과학 커뮤니케이터'를 자처하고 나섰다. 반세기 가까이 저술 활동을 하며 꼽은 '인생 책'들에 대한 서평과 에세이, 대담 등 58편의 글을 엮었다. 실재를 다루는 과학과 상상에 기반한 문학. 도킨스는 얼핏 양극단에 있는 둘 사이를 넘나들었다. '교양서적은 장황하고 유려한 문체로 써야 한다'는 기존의 통념 대신 간결하고 논리적인 문장으로 핵심을 짚었다. 종교계에 논쟁을 불러일으킨 부터 등 그의 저서들이 전 세계 독자들한테 꾸준히 사랑받은 이유다. 책은 총 6개에 장에 걸쳐 진화론과 자연선택, 신앙과 철학 등 다양한 주제를 다룬다. 각 장은 유명인들과의 대담으로 시작한다. 천체물리학자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진화심리학자 스티븐 핑커 등이다. 종교인에게 과학을 가르치는 최선의 방법은 무엇인지, 종교는 진화의 부산물인지 등 도발적인 문답을 거침없이 주고받는다. 석학들과의 대화 이후 도킨스를 진화생물학의 길로 안내한 책들에 대한 소개가 이어진다. 찰스 다윈의 , 댄 바커의 등 과

    2023.11.08 09:17
  • "이놈의 임신 때문에 왜 나만 피해봐야 해"…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

    "이놈의 임신 때문에 원래 실력은 온데간데 없어. 나만 왜 이렇게 피해 봐야해. 내 인생은 이제 시작인데…."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의 후반부. 주목받는 신인 작가 '재이'와 남자친구 '건우'의 갈등이 극에 달한 롱테이크 장면이다. 비혼·비출산 커플인 둘의 관계는 계획에 없던 아이가 들어서며 틀어진다. 임신한 연인을 수개월째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주던 건우도 참지 못하고 폭발한다. "너만 시작이야? 나도 시작이야." 15일 개봉하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출산과 육아에 대한 사회의 여러 단면을 있는 그대로 그린 '하이퍼 리얼리즘' 영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시민평론상을 받았다. 마리끌레르영화제,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등 해외 영화제에 초청돼 "고전적인 가족 패턴을 따르도록 강요받는 여성을 예리하게 관찰한다"(파리한국영화제)는 평가를 받았다. 유지영 감독(39)의 두 번째 장편영화다. 장편 데뷔작 '수성못'(2018)이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방황하는 20대를 다뤘다면, 이번 작품은 출산과 경력단절, 비혼주의를 둘러싼 30대의 고민을 포착했다. 유 감독의 실제 경험이 반영됐다. 감독은 "상처투성이 과거에 대한 반성이자 서늘한 성장담"이라고 설명했다. 한해인 배우가 연기한 여주인공 재이는 이기적인 캐릭터다. 남자친구의 만류에도 낙태를 고민한다. 자기 원고가 주목받지 못한 것을 아이 탓으로 돌린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는다는 이유로 술독에 빠져 살기도 한다. 배 속의 아이를 걱정하는 주변의 시선에는 이렇게 반문한다. "내가 내 인생을 선택한다는데, 좀 이기적이면 안 되나." 재이와 평행선을 달리는 인물이 남자친구 건우(이한주 분)다. 그는 자기 삶을 희생하면서

    2023.11.08 08:54
  • 대산문학상에 현기영 소설 '제주도우다'

    코로나19는 소통을 가로막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옥좼다. 하지만 어떤 문인들한테는 기회가 됐다. 등단 48년차를 맞은 원로 소설가 현기영(82·가운데)도 그들 가운데 한 명이다. 그는 “팬데믹 기간에 억압과 자유를 새로 성찰할 수 있었다”고 말할 정도다. 그는 “내면의 억압을 떨쳐내고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문학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제31회 대산문학상 수상 작가 간담회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수상자로 선정된 현기영 소설가, 김기택 시인(왼쪽), 이양구 극작가(오른쪽)는 팬데믹 이후 문학의 역할에 대해 “위축된 자유를 다시 회복하는 일”이라며 입을 모았다. 소설 부문 수상작인 는 제주 4·3사건을 둘러싼 정치권력의 억압과 해방의 서사를 조명한다. 현기영 소설가는 “이 세 권의 소설이 내가 오랫동안 매달려온 4·3사건의 마침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집 로 시 부문을 수상한 김기택 시인은 “코로나19 기간에 겪은 외로움이 시적 자양분이 됐다”고 했다. 이양구 극작가는 수상작 을 두고 “균형의 문제를 많이 고민했다”고 강조했다. 번역 부문 수상자로는 천명관의 를 독일어로 옮긴 마티아스 아우구스틴·박경희 번역가가 선정됐다. 대산문화재단이 운영하는 대산문학상은 총상금 2억원의 국내 최대 규모 종합문학상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2023.11.06 19:38
  • 김기택·현기영·이양구 등 대산문학상 수상…"자유와 해방이야 말로 문학의 힘"

    코로나는 소통을 가로막았고, 자유로운 생활을 옥죄었다. 하지만 어떤 문인들한테는 기회가 됐다. 등단 48년 차를 맞은 원로 소설가 현기영 작가(82)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는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억압과 자유를 새로 성찰할 수 있었다"며 "내면의 억압을 떨쳐내고 자유롭게 만드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문학의 힘"이라고 강조했다. 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에서 열린 제31회 대산문학상 수상작가 간담회에서는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수상자로 선정된 현기영 소설가, 김기택 시인, 이양구 극작가가 팬데믹 이후 문학의 역할에 대해 "위축된 자유를 다시 회복하는 일"이라며 입을 모았다. 소설 부문 수상작인 는 제주4·3사건을 둘러싼 정치권력의 억압과 해방의 서사를 조명한다. 현기영 소설가는 "잔혹한 참사를 만난 민초들의 억울함을 그렸다"고 했다. 이어 "이 세 권의 소설이 내가 오랫동안 매달려온 4·3사건의 마침표가 될 것"이라며 "무거운 주제를 피하지 않고 다룬 작품들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시집 로 시 부문을 수상한 김기택 시인은 "코로나19 기간에 겪은 외로움이 시적 자양분이 됐다"며 "그동안 보지 못했던 세상의 새로운 단면을 발견했다"고 했다. 자신을 '사물주의자'로 정의하는 김 시인은 인간이 아닌 사물을 화자로 내세우며 인간 중심적 사고방식을 비판한다. 표제작 격인 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팔처럼/날은 뭔가를 껴안으려는 것 같다" 시인은 근본적으로 생명을 해치는 도구인 '날'의 오목한 형태로부터 다른 대상을 포용하려는 자세를 떠올린다. 시인은 "자신의 폭력적인 본성을 잊지 않고 반성하려는 윤리적 존재를 형상화했다"고 설명했다. 이양구 극작

    2023.11.06 15:47
  • [책마을] 獨과 달랐던 日 전범재판…국제사회 무능만 드러냈다

    1946년 5월 3일. 일본 도쿄 중심부 육군사관학교 건물에 11명의 국제 판사가 모였다. 법정으로 개조된 강당에 일본의 전직 군인 및 민간인 지도자 26명이 들어섰다. “극동국제군사재판소를 개회하며, 어떤 사안이든 심리할 준비가 됐다”는 재판장의 선언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일본 전범 용의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은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 재판) 준비와 판단 과정, 그리고 재판 결과의 장기적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책은 도쿄 재판을 “실패한 재판”이라고 평가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린 탓에 흐지부지 끝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제법의 허점과 국제사회의 무능함을 드러냈고 이게 오늘날 전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게리 J. 바스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는 “나치 독일 지도자들을 처벌한 뉘른베르크 재판의 기록은 풍부하지만 도쿄 재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며 집필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은 2년 넘게 이뤄졌다. 도덕적·법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혔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 출신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일본 피고에 대해 공정한 판결을 할 수 있는지, 전쟁 행위 자체로 범죄가 성립하는지, 나치 독일 사례처럼 조직적인 학살로 볼 수 있는지 등이 문제가 됐다. 검찰은 광범위한 증거를 제출했다. 100만 명 이상의 필리핀 사상자, ‘난징 대학살’의 희생자, 눈을 가린 채 참수당한 호주 포로 등 사례가 제시됐다. 수많은 증언이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묘사했다. 결국 7명의 피고가 사형을, 16명이 종신형을 받았다. 2명은 그보다 낮은 형을 선고받았다. 1명은 정신이상으로 면제됐다. 문제의 시작은 재판부 내부 분열이었다. 일각에서는 일왕을 법정에 올리지 못한 것을

    2023.11.03 20:25
  • [책마을] 유튜버가 쓴 책들 인기 폭발…자기계발서 <더 마인드> 1위

    영상 매체의 인기에 힘입은 책들이 약진했다. 예스24의 11월 첫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더 마인드>에 돌아갔다. 40만 유튜버 ‘하와이 대저택’이 부와 성공을 이끌어내는 ‘무의식 마인드셋’의 비법을 전하는 책이다. 체형교정 전문 유튜버의 <기적의 자세요정>은 3위에 올랐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신작 영화가 개봉하자 원작 도서 <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가 14위를 기록했다.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 12>, 드라마 ‘연인’의 대본집 <연인 1~3> 등이 20위권에 올랐다.안시욱 기자

    2023.11.03 19:41
  • "위대한 지도자는 적절한 순간에 약한 모습을 보인다"[책마을]

    대체로 권력은 사회 대부분의 구성원과는 상관없는 일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정치인이나 기업의 대표 등 일부 의사결정자들의 전유물인 것 같아서다. 이 때문에 권력은 고위층의 부패와 직권 남용 등 부정적인 이미지와 연결되곤 한다. 최근 출간된 은 권력에 대한 이런 통념에 반박한다. 책을 쓴 데버라 그룬펠드 미국 스탠퍼드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우리는 모두 누군가한테 권력자다"라는 권력론을 제시한다. 저자가 대학에서 25년 넘게 '권력의 본질과 역할'에 대해 강의하며 정리한 결과다. 책은 권력의 사회성에 주목한다. 권력을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내는 결과를 통제하는 능력"으로 정의한다. 부·명예·카리스마·매력 등 개인적인 속성과는 다르다. 특정 개인한테만 태어나면서부터 주어진 권리도 아니라고 본다. 저자는 권력을 배우의 연기에 비유한다. 배우들이 작품마다 배역에 맞게 연기하듯, 사회와 직장에서 주어진 역할에 맡게 권력을 연기하면 된다는 의미다. 시간과 장소, 상황에 알맞은 역할을 수행할 때 권력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다고 조언한다. 어떤 상황에서는 권력이었던 것이 때로는 아닌 가변성을 지닌다. 이런 맥락에서 '갑질' 역시 직장 상사의 전유물이 아니라고 한다. 직장에서 시달리던 이들은 퇴근하고 나서는 새로운 인간관계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가정에서는 배우자나 아이한테, 식당에서는 점원한테 '갑질'을 할 수 있는 입장에 놓이게 된다. 다른 사람의 복종을 강제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오히려 공격적이지 않은 방식으로도 권력을 얻고 휘두를 수 있다. 때로는 자신을 낮추고 권력을 드러내지 않는 게 더 효과적이다. 저자는 하워드 슐츠 전 스타벅

    2023.11.03 08:54
  • "제사 음식에 부침개처럼 기름 쓴 요리 올리지 않아도 된다"

    성인 10명 가운데 6명꼴로 제사를 지내고 있으며 제사를 지내는 사람들의 40% 정도만 앞으로도 제사를 이어갈 것으로 응답했다. 제사와 관련해 가장 개선이 필요한 문제로는 음식과 형식의 간소화가 꼽혔다. 이 같은 결과는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가 지난달 23~25일 성인 15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제례 문화 국민인식조사'에서 드러났다. 제사 간소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성균관 유생들이 "종가의 전통 제례 문화를 보존·계승하되, 일반 가정 제사는 국민의 부담을 줄이는 방식으로 현대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제례 문화의 명맥을 이어가면서도 일반 가정의 경제적 부담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다. 성균관의례정립위원회는 2일 국회 소통관에서 이러한 내용이 담긴 '전통 제례 보존 및 현대화 권고안'을 발표했다. 이번 권고안은 제사의 여러 형태 중 조상의 기일에 지내는 '기제사'와 3월 상순 조상의 묘에 올리는 '묘제'를 대상으로 한다. 앞서 위원회는 설과 추석 등 명절의 '차례'를 간소화하는 '차례 표준안'을 발표한 바 있다. 기제사에 올리는 음식은 밥과 국, 포(脯)와 적(炙) 각각 한 가지씩에 삼색(三色)나물과 과일이면 충분하다. 기존 등에서 제시한 20가지가 넘는 상차림에 비해 종류와 개수 모두 줄었다. 전을 비롯해 기름을 사용한 각종 요리는 올리지 않아도 된다. 과일 종류는 가정의 형편에 따라 자유롭게 선택해도 된다. 최영갑 위원장은 "제사의 핵심은 사랑과 공경으로 정성을 다함에 있다"며 "제사상은 간단한 반상에 좋아하시던 음식을 더 올리거나 생일상처럼 차려도 좋다"고 했다. 묘제의 경우 이보다 간략하다. 7개의 차림이면 된다. 조상의 묘 쪽으로 수저를 올려놓는 시접과

    2023.11.02 15:15
  • 박경리문학상 받은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 "시공 초월한 고통과 사랑 전하는 게 문학의 역할"

    “박경리 선생을 기념한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선생의 <시장과 전장>을 읽고 6·25전쟁 이후 한국인들의 삶을 상상하곤 했죠. 시공간을 초월한 고통과 사랑의 감정을 전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제12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69·사진)는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954년 오스트리아 벨스에서 태어난 그는 빈대학에서 철학과 비교인류학을 전공했다. 월간지 ‘호외’ 등에서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다가 1982년 <찬란한 종말>로 등단했다.란스마이어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함께 오스트리아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통한다. 엘리아스 카네티상, 프란츠 카프카상 등 국제문학상만 20개 넘게 받았다. 그의 작품은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됐다.그의 작품은 주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인물을 그린다. <빙하와 어둠의 공포>는 19세기 말 북극탐험대를, <최후의 세계>는 고대 로마시인 오비디우스의 행적을 좇는 인물을 내세운다. 다양한 개인의 여정을 통해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넌지시 암시한다.작가는 실제로도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자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세상을 직접 느끼고 경험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뿐 아니라 네팔 스리랑카 등 아시아 곳곳을 찾았다. 그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만난 경험을 문학적 상상력과 결합했다”고 했다.그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현재진행형인 전쟁과 관련해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지나 영상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을 전할 수 있지만, 희생자

    2023.11.01 19:27
  • "시공간을 초월한 고통과 사랑 전하는 게 문학의 역할"

    "박경리 선생을 기념한 상을 받게 돼 영광입니다. 선생의 을 읽고 6·25전쟁의 이후 한국인들의 삶을 상상하곤 했죠. 시공간을 초월한 고통과 사랑의 감정을 전하는 것이 문학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제12회 박경리문학상 수상자 크리스토프 란스마이어(69·사진)는 1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1954년 오스트리아 벨스에서 태어난 그는 빈 대학에서 철학과 비교인류학을 전공했다. 월간지 '호외' 등에서 자유기고가로 활동하다가 1982년 로 등단했다. 란스마이어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엘프리데 옐리네크와 함께 오스트리아 현대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통한다. 엘리아스 카네티상, 프란츠 카프카상 등 국제문학상만 20개 넘게 받았다. 그의 작품은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됐다. 그의 작품은 주로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인물을 그린다. 는 19세기 말 북극탐험대를, 는 고대 로마시인 오비디우스의 행적을 좇는 인물을 내세운다. 다양한 개인들의 여정을 통해 인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넌지시 암시한다. 작가는 실제로도 세계를 탐험하는 여행자다.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세상을 직접 느끼고 경험해야 한다"는 신념 때문이다. 아메리카와 유럽 대륙뿐 아니라 네팔 스리랑카 등 아시아 곳곳을 찾았다. 그는 "다양한 문화권의 사람들과 만난 경험을 문학적 상상력과 결합했다"고 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등 현재진행형인 전쟁과 관련해 문학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고 했다. 그는 "이미지나 영상만으로도 전쟁의 참상을 전할 수 있지만, 희생자들의 깊은 고통을 사람들에게 더 잘 보여주고 이해시키는 데는 문학만한 게 없다"고 했다. 박경리문학상은 를 집필

    2023.11.01 16:38
  • "日 전범재판은 실패"...日은 무죄 주장한 인도 재판관 비석을 야스쿠니에 세웠다 [WSJ 서평]

    1946년 5월 3일. 일본 도쿄 중심부 육군사관학교 건물에 11명의 국제 판사가 모였다. 법정으로 개조된 강당에 일본의 전직 군인 및 민간인 지도자 26명이 들어섰다. "극동국제군사재판소를 개회하며, 어떤 사안이든 심리할 준비가 됐다"는 재판장의 선언과 함께, 세간의 주목을 받은 일본 전범 용의자들에 대한 재판이 시작됐다. 은 극동국제군사재판(도쿄 재판)의 준비와 판단 과정, 그리고 재판 결과의 장기적 영향을 분석한 책이다. 책은 도쿄 재판을 "실패한 재판"이라고 평가한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엇갈린 탓에 흐지부지 끝났기 때문이다. 오히려 국제법의 허점과 국제사회의 무능함을 드러냈고, 이게 오늘날 전쟁에까지 영향을 미쳤다는 주장이다. 게리 J. 바스 미국 프린스턴대 정치학 교수가 썼다. 그는 "나치 독일 지도자들을 처벌한 뉘른베르크 재판의 기록은 풍부하지만, 도쿄 재판에 대해서는 알려진 바가 적다"며 집필 이유를 설명했다. 할복에 실패한 채 체포된 도조 히데키 일본 총리의 일화부터 11차례에 걸친 히로히토 일왕과 맥아더 장군의 비공개 회동, 일본군의 만행에 관한 각계의 증언 등을 엮었다. 재판은 2년 넘게 진행됐다. 지정학적 갈등의 골이 깊은 데다 도덕적·법적 쟁점이 복잡하게 얽혔기 때문이다. 여러 나라 출신으로 구성된 재판부가 일본 피고인에 대해 공정한 판결을 할 수 있는지, 전쟁 행위 자체로 범죄가 성립하는지, 나치 독일의 사례처럼 조직적인 학살로 볼 수 있는지 등이 문제가 됐다. 검찰은 광범위한 증거를 제출했다. 100만명 이상의 필리핀 사상자, '난징 대학살'의 희생자, 눈을 가린 채 참수당한 호주 포로 등 사례가 제시됐다. 수많은 증언이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2023.10.31 16:58
  • 코믹 연기마저 '따거본색'…다시 빛나는 주윤발의 시간

    “내 빛나던 시간은 끝난 지 오래야.” 다음달 1일 개봉하는 ‘원 모어 찬스’의 도입부.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린 ‘광휘’(주윤발 분)가 나지막이 한탄한다. 사채를 끌어다 쓴 탓에 빚쟁이들한테 쫓기고, 사랑했던 여자친구는 10여 년 전에 떠난 상태. ‘도신’(1989) 속 주윤발의 카리스마 넘치는 도박사 연기를 기억하는 팬들에게는 낯선 모습일 수 있겠다. 영화 속 캐릭터는 패가망신했어도, 주윤발의 ‘빛나는 시간’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0년간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으로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온 그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근엄한 ‘큰 형님’ 이미지를 내려놓고 우스꽝스럽고 친근한 연기로 변신을 시도했다. 도박이라는 껍데기를 썼지만, ‘원 모어 찬스’는 가족의 사랑에 관한 영화다. 철없는 도신 광휘가 자폐증 아들을 만나면서 따뜻한 아빠로 변해가는 줄거리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아들은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작품은 밤새 도박하다가 카지노에서 나온 광휘를 비추며 시작한다. 땅바닥에 굴러떨어진 칩을 주우며 “행운의 징조야”라며 들뜬, 영락없는 철부지의 모습이다. 행운이 아닌 불행의 전조였을까. 그는 이날 저녁 수만달러를 잃는다. 설상가상으로 오래전 자신을 떠난 연인(원영의 분)이 존재조차 몰랐던 아들 ‘아양’을 데리고 온다. 심지어 아들은 자폐증이 있다. 한 달간 아이를 맡아주면 10만홍콩달러를 준다는 제안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아들과 동거를 시작한다. 과거에 대한 궁금증을 안긴 채, 이들은 조금씩 인생을 바꿔나간다. 아들로부터 ‘허풍쟁이’라고 불

    2023.10.30 18:43
  • '큰 형님'의 황금기 끝났다고?…주윤발 존재감, 여전히 빛났다

    "내 빛나던 시간은 끝난 지 오래야."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원 모어 찬스'의 도입부. 도박으로 전 재산을 날린 '광휘'(주윤발 분)가 나지막이 한탄한다. 사채를 끌어다 쓴 탓에 빚쟁이들한테 쫓기고, 사랑했던 여자친구는 10여 년 전에 떠난 상태. '도신'(1989) 속 주윤발의 카리스마 넘치는 도박사 연기를 기억하는 팬들한테는 낯선 모습일 수 있겠다. 영화 속 캐릭터는 패가망신했어도, 주윤발의 '빛나는 시간'은 현재진행형이다. 지난 50년간 '영웅본색' '첩혈쌍웅' 등으로 홍콩영화의 전성기를 이끌어온 그다. 최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근엄한 '큰 형님' 이미지를 내려놓고 우스꽝스럽고 친근한 연기로 변신을 시도했다. 그의 존재감은 러닝타임 내내 빛난다. 도박이라는 껍데기를 썼지만, '원 모어 찬스'는 가족의 사랑에 관한 영화다. 철없는 도신 광휘가 자폐증 아들을 만나며 따뜻한 아빠로 변해가는 줄거리다. 어느 날 불쑥 나타난 아들은 그에게 '제2의 인생'을 살게 하는 계기가 된다. 제목 그대로 '원 모어 찬스(또 한 번의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작품은 밤새 도박하다가 카지노에서 나온 광휘를 비추며 시작한다. 며칠은 안 감은 듯한 부스스한 머리에 후줄근한 차림이다. 땅바닥에 굴러떨어진 칩을 주우며 "행운의 징조야"라며 들뜬, 영락없는 철부지의 모습이다. 행운이 아닌 불행의 전조였을까. 그는 이날 저녁 수만 달러를 잃는다. 설상가상으로 오래전 자신을 떠난 연인(원영의 분)이 존재조차 몰랐던 아들 '아양'을 데리고 온다. 심지어 아들은 자폐증이 있다. 한 달간 아이를 맡아주면 10만 홍콩달러를 준다는 제안에 울며 겨자 먹기로 아들

    2023.10.29 14:51
  • [책마을] '배부른 소리'처럼 들리는 '자연식 1년'

    “사슴 고기를 비계 약간과 함께 굽는다. 구운 어수리 씨앗으로 향미를 더하고 직접 훈연한 바닷소금으로 살짝 간한다. 마음도 뱃속도 모두 든든해진다.”낯선 재료지만 군침을 돌게 하는 이 음식은 저자의 2020년 11월 28일 식단이다. <야생의 식탁>은 스코틀랜드 약초 연구가인 모 와일드가 1년 동안 집 근처 자연에서 구한 재료로 생활한 기록을 모은 에세이다. 제철 요리로 소박한 식탁을 꾸렸는데, 궁핍을 각오하고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오히려 풍요로움을 선사했다고 주장한다.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야생에 뛰어든 이유는 지구와 인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책은 기후 위기가 가시화됐고 자극적인 조미료로 점철된 음식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 ‘자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만이 이를 치유할 방법’이라고 생각한 저자는 스코틀랜드 중부의 숲과 바다로 향한다.시작은 두툼한 연어였는데 버터와 기름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양톱풀 잎을 깔고 구웠다. 야생 사과를 발효해 식초를, 흑겨자 씨앗으로 겨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봄 푸성귀 향에 취하고 가을의 풍족함에 감사하며 한 해를 보냈다.마지막 식사는 2021년 겨울에 했다. 비만이었던 저자의 체중은 31㎏ 줄었다. 저자는 “나는 새로운 사람이 됐다고 느낀다. 정신적으로나 감정적으로 더 젊고 가벼워진 기분”이라고 했다.읽다 보면 선진국 국민의 배부른 소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책 곳곳에서 자신의 정치관을 독자한테 주입하려고 한다. “평등을 실천하고 소비를 줄이라”고. 그는 78억 인구를 먹이는 일이 어려운 걸 인정하면서도 대량생산에는 반대한다. “자연에서는 누구도 가난해지지 않

    2023.10.27 18:36
  • [책마을] 서점가 달구는 역사책 열풍…스타 강사들의 신작 줄이어

    역사책들이 서점가를 달구고 있다.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으로 국제 정세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진 데다 유명 작가들이 앞다퉈 신간을 내서다. <최태성의 365 한국사 일력>이 예약판매만으로 종합 베스트셀러 19위에 진입했다. 역사 강사인 저자가 과거의 오늘과 관련한 역사적 사건들을 달력 형태로 엮었다. 53만 역사 유튜버 임소미의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세계사>, 배기성 강사의 <역사는 반복된다>, 최태성 강사의 <최소한의 한국사> 등이 20위권에 안착했다.안시욱 기자

    2023.10.27 18:33
  • [책마을] 화가 김홍도를 中에 보낸 정조의 속내

    “김홍도를 이번에 마땅히 데리고 가야 하는데 정원에는 자리가 없습니다. 이에 김홍도를 신의군관으로 추가해 주기를 청하였습니다.” 정조 13년인 1789년 의 기록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조선 후기에는 매년 중국에 사신을 보냈다. 이를 연경(베이징)에 행차한다는 의미에서 ‘연행(燕行)’이라고 불렀다. 당시 사절단 단장 격인 이성원은 특별히 김홍도를 연행에 데려갈 것을 요청했고, 정조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정조는 왜 당대 최고의 화원이자 임금이 직접 주문한 그림을 그리던 ‘특별화원’ 김홍도를 연경에 보냈을까. 은 18세기 중국을 찾은 조선 사신들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당시 중국은 명이 쇠하고 청이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 잡던 시기였다. 등을 정재훈 경북대 사학과 교수가 엮고 해설했다. 책에는 김홍도의 붓 끝을 통해 정조가 보고자 했던 중국의 풍경이 묘사된다. 김홍도의 중국 파견에는 화성 건설에 중국의 축성법을 참고하기 위한 정조의 의도가 반영됐다. 당대 최대 국책사업이었던 만큼 가장 신뢰하는 화원을 보낸 것이다. 김홍도는 ‘천하제일 관문’으로 통했던 산해관을 유심히 관찰했다. 빼곡히 들어선 벽돌 성곽 앞에 있는 해자를 화폭에 담았다. 그렇게 화성은 중국 산해관의 동라문, 조양문과 비슷한 형태로 지어졌다. 18세기 연행은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창구였다. 명을 몰아낸 청이 새롭게 구축한 제도뿐만 아니라 연경에 유입된 서양 문화까지 조선에 소개됐다. 학술적으로도 기존 성리학 대신 북학과 고증학이 유행하는 계기가 됐다. 이런 활동은 19세기 조선이 근대 문물을 받아들이는 기초 배경이 됐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2023.10.27 18:03
  • 정조는 뭘 그리라고 김홍도를 베이징에 보냈을까 [책마을]

    "김홍도를 이번에 마땅히 데리고 가야 하는데 정원에는 자리가 없습니다. 이에 김홍도를 신의군관으로 추가해 주기를 청하였습니다." 정조 13년인 1789년 의 기록이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조선 후기에는 매년 네다섯 번 중국에 사신을 보냈는데, 연경(지금의 베이징)에 행차한다는 의미에서 '연행(燕行)'이라고 불렀다. 당시 사절단 단장 격인 이성원이 특별히 김홍도를 연행에 데려갈 것을 요청했고, 정조는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김홍도의 공식 임무는 연행의 기록을 그림으로 남기는 일. 이 정도는 다른 평범한 화원도 수행할 수 있었다. 당대 최고의 화원이자, 임금이 직접 주문한 그림을 그렸던 '특별화원' 김홍도가 왕의 특명으로 연경을 찾은 것이다. 정조는 김홍도의 붓끝을 통해 중국의 어떤 풍경을 보고 싶었을까. 은 18세기 중국을 찾은 조선 사신들의 기록을 담은 책이다. 당시 중국은 명이 쇠하고 청이 새로운 세력으로 자리 잡던 시기였다. 격동하는 국제정세를 기록한 박지원의 , 홍대용의 등을 정재훈 경북대 사학과 교수가 엮고 해설했다. 김홍도의 중국 파견에는 화성 건설에 중국의 축성법을 참고하기 위한 정조의 의도가 반영됐다. 당대 최대의 국책사업이었던 만큼, 가장 신뢰했던 화원을 보낸 것이다. 김홍도는 '천하제일의 관문'으로 통했던 산해관을 유심히 관찰했다. 빼곡히 들어선 벽돌 성곽 앞에 있는 해자를 화폭에 담았다. 그렇게 화성은 중국 산해관의 동라문, 조양문과 유사한 형태로 지어졌다. 18세기 연행은 새로운 세계를 접하는 창구였다. 명을 몰아낸 청이 새롭게 구축한 제도뿐만 아니라 연경에 유입된 서양 문화까지 조선에 소개됐다. 학술적으로도 기존 성리학 대

    2023.10.27 08:43
  • 실화라 확 몰입되지만, 신파 결말은 글쎄… 설경구 주연영화 '소년들'

    실제 사건을 다룬 영화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극의 흐름이 현실성 있고 탄탄하다. 그만큼 결과를 이미 알고 있는 관객 입장에서는 긴장감이 떨어질 수 있다. 사건들을 짜임새 있게 배치하는 감독의 연출력과 이를 지루하지 않게 연기하는 배우들의 역량이 시험대에 오르게 된다. 다음 달 1일 개봉하는 '소년들'은 현실성과 몰입감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았다. 1999년 '삼례나라슈퍼 사건'이 작품의 모티프다. 전북 완주군 삼례읍의 한 슈퍼에 침입한 3인조 강도가 주인 할머니를 살해한 사건인데, 동네 소년 3명이 누명을 쓰고 옥살이했다. 이들의 억울한 사연은 17년이 지나 열린 재심에서 무죄판결을 받으며 세상에 알려졌다. 법정 실화극 '부러진 화살', 금융 범죄 실화극 '블랙머니'에 이은 정지용 감독의 세 번째 실화 바탕 영화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그는 영화와 다큐멘터리를 오가며 사회적 이슈들을 날 선 시선에서 바라봐 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진실을 감추려는 공권력과 여기에 침묵하는 주변인한테 일침을 날린다. 감독은 시사회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부조리를 파헤치는 의미에서 '고발'이란 제목도 고려했지만, 소년들의 감정에 집중하기 위해 지금의 제목이 붙었다"고 했다. 영화는 과거와 현재를 번갈아 비추며 몰입감을 더했다. 1999년 사건 조사 과정과 2016년 재심을 교차 편집했다. 천진난만했던 소년들의 과거와 살인자라고 낙인찍힌 현재의 간극을 통해 '잃어버린 17년'을 강조한다. 증거와 증언이 조작되는 상황에 무기력하게 당했던 소년들이 세월이 지나 반격에 나서는 장면은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극에 입체감을 더한 건 설경구가 연기한 주인공 '황 반장' 캐릭터다. 이

    2023.10.26 16:50
  • 이태원 참사 유가족 "'왜 갔느냐' 보단 '왜 못 돌아왔나' 기억해주세요"

    "저는 이태원 참사 희생자 의현이 누나 김혜인입니다. 누나로서 의현이가 어떤 동생이었고, 어떻게 살았는지 기록을 남기고 싶었습니다. 똑같은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으려면 우리 사회가 이를 기억해야 하니까요." 이태원 참사로 동생을 잃은 김혜인 씨는 25일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창비)에 구술자로 참여한 이유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이태원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출간된 이번 책은 사건 당일과 그날 이후의 증언을 수록한 생존자·유가족 인터뷰집이다. 잠시 눈물을 삼킨 김 씨는 "시민의 안전을 책임져야 하는 국가와 정부는 2022년 10월 29일에 없었다"며 힘주어 말했다.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고 기억하려는 취지로 결성된 '10.29 이태원 참사 작가기록단'이 썼다. 시민단체 활동가, 변호사, 작가 등 13명의 작가기록단이 9달 동안 진행한 인터뷰를 엮었다. 집필에 참여한 유해정 작가는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사람들이 현실과 마주하고, 사건의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발버둥 친 시간을 기록했다"며 "희생자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우리가 더 안전한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바람을 담았다"고 했다. 진술에 참여한 이들은 형제자매부터 친구와 애인, 이태원 주민과 노동자까지 다양하다. 이들을 하나로 묶는 것은 희생자들과 비슷한 또래인 '2030 세대'라는 점이다. 이날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정민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부모님을 위해 정작 본인들의 슬픔을 드러내지 않고 꾹 참았던 형제자매들이 많다"며 "어쩌면 부모보다 힘든 시간을 보냈을 젊은이들의 아픔을 다룬 책"이라고 했다. 책은 1년이 다된 지금까지도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진 공직자가 단 한

    2023.10.25 14:49
  • "이 주문만 외우면 소원 다 이뤄져"…신라인의 부적 '수구다라니' 첫 공개

    신라 사람들은 부처의 가르침이 담겨 신비로운 힘이 깃들었다고 믿은 ‘다라니(陀羅尼)’를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다. 수많은 다라니 중에서도 최고로 친 건 ‘수구다라니(隨求陀羅尼)’다. 주문을 외우는 즉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겼기 때문이다. 몸에 지닐 뿐 아니라 불상의 복장에 넣거나 탑에 봉안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됐다.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의 바람을 담은 다라니가 처음 대중에 공개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특별전을 연다고 24일 발표했다. 경주 남산에서 출토된 다라니 두 점과 이를 담은 작은 상자까지 총 세 점을 내년 1월 28일까지 전시한다.이번에 공개된 수구다라니는 국내에서 나온 가장 오래된 다라니로 추정된다. 박물관 측은 “지금까지는 고려와 조선시대 때 만든 다라니만 공개됐다”며 “통일신라시대 수구다라니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이번 유물은 1919년 조선총독부가 입수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해왔다. 처음 입수 당시 범자(고대 인도 문자)와 한자로 각각 적힌 두 점이 하나의 종이에 붙어 있는 형태였다. 2021년부터 보존 처리를 거쳐 두 점이 분리돼 원래 형태를 되찾았다.범자로 적힌 수구다라니는 가로 30.3㎝, 세로 29.7㎝ 크기로 여러 번 접힌 흔적이 남아있다. 여러 조각으로 나뉜 종이 위로 문자가 적혀 있고 불교 의식에 쓰는 용구인 금강저를 든 금강신이 그려져 있다. 또 다른 수구다라니는 한자로 적혀 있다. 693년 한자로 옮겨진 불교 경전 <불설수구즉득대자재다나리신주경>에 따라 만든 것으로 추정된다.수구다라니를 보관하던 경합(經盒)은 구리에 금

    2023.10.24 18:37
  • 주문 외우면 현실이 된다...'신라인들의 부적' 수구다라니 첫 공개

    신라인들은 부처의 가르침을 담아 신비로운 힘이 깃들었다고 믿은 '다라니'(陀羅尼)를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다. 수많은 다라니 중에서도 최고로 치는 건 '수구다라니(隨求陀羅尼)'였다. 주문을 외우는 즉시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몸에 지닐 뿐 아니라 불상의 복장에 넣거나 탑에 봉안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됐다. 통일신라시대 사람들의 간절한 바람을 담은 다라니가 처음 대중에 공개된다. 국립경주박물관은 '수구다라니, 아주 오래된 비밀의 부적' 특별전을 연다고 24일 발표했다. 경주 남산에서 출토된 다라니 2점과 이를 담은 작은 상자까지 총 3점을 내년 1월 28일까지 전시한다. 이번에 공개된 수구다라니는 국내에서 나온 가장 오래된 다라니로 추정되고 있다. 박물관 측은 "지금까지는 고려와 조선시대 때 만든 다라니만 공개됐었다"며 "통일신라시대의 수구다라니를 선보인 건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번 유물은 1919년 조선총독부가 입수한 뒤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관리해왔다. 처음 입수 당시 범자(고대 인도 문자)와 한자로 각각 적힌 두 점이 하나의 종이에 붙어 있는 형태였다. 2021년부터 보존 처리를 거쳐 두 점이 분리돼 원래 형태를 되찾았다. 범자로 적힌 수구다라니는 가로 30.3㎝ 세로 29.7㎝ 크기로 여러 번 접힌 흔적이 남아있다. 여러 조각으로 나뉜 종이 위로 문자가 적혀 있고, 불교 의식에 쓰는 용구인 금강저를 든 금강신이 그려져 있다. 비슷한 크기의 또 다른 수구다라니는 한자로 적혀 있다. 693년에 한자로 옮겨진 불교 경전 에 따라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전의 내용처럼 연꽃 위에 놓인 검과 금강저, 소라 나팔 등의 모습이 확인된다. 수구

    2023.10.24 17:02
  • 자연식 덕분에 31㎏나 빠져 행복하다고?…선진국 국민의 '배부른 소리' [책마을]

    "사슴 고기를 비계 약간과 함께 굽는다. 갓 뜯은 끈적끈끈이버섯과 목이버섯도 추가한다. 구운 어수리 씨앗으로 향미를 더하고 직접 훈연한 바닷소금으로 살짝 간한다. 늦게 난 어수리 싹 몇 개를 곁들여 먹으니 마음도 뱃속도 모두 든든해진다." 낯선 식재료들이 눈에 띄지만, 군침이 도는 이 음식은 저자의 2020년 11월 28일 식단이다. 은 스코틀랜드 약초 연구가인 모 와일드가 1년 동안 집 근처 자연에서 구한 재료만으로 생활한 기록을 모은 에세이다. 계절마다 제철 요리로 소박한 식탁을 꾸렸는데, 궁핍과 고난을 각오하며 시작한 이 프로젝트가 오히려 풍요로움을 선사했다고 주장한다. 식료품을 구하기 위해 야생에 뛰어든 이유는 지구와 인류에 대한 걱정 때문이다. 책은 기후 위기가 가시화됐고, 자극적인 조미료로 점철된 음식이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다고 본다. "자연에 온전히 몰입하는 것만이 이를 치유할 방법"이라고 생각한 저자는 스코틀랜드 중부의 숲과 바다로 향한다. 첫 시작은 두툼한 연어였는데, 버터나 기름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서양톱풀 잎을 깔고 구웠다. 야생 사과를 발효해 식초를, 흑겨자 씨앗으로 겨자를 만들었다. 그렇게 봄의 푸성귀 향에 취하고 가을의 풍족함에 감사하면서 한 해를 보냈다.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배고픔을 못 이겨 피시앤칩스 가게로 달려갔지만, 가게가 문을 닫은 덕에 자연식을 이어갈 수 있었다. 야생에서 구하기 어려운 당분과 지방을 섭취하기 위해선 이웃의 도움을 빌려야 했다. 가을에 채집한 각종 씨앗에는 약간의 독성이 있었는데, 저자는 여기서도 "욕심내지 말고 조금씩 먹으라는 자연의 교훈"을 찾는다. 2021년 겨울에 마지막 식사가 끝났

    2023.10.24 14:27
  • [취재수첩] '독도는 우리 땅' 외치려면 울릉도 유적부터 보존해야

    지난 21일 찾은 울릉도에서 ‘일제 해저케이블 육양(부설) 지점’ 표지석을 만난 건 해안가 도로변에 아무렇게나 자란 잡초들을 5분 넘게 헤치고 나간 뒤였다. 닿을 수 있는 길도 없고, 관광안내 지도에도 없는 유적. 대체 어떤 유적이길래 이런 푸대접을 받나 싶었다. 표지석에는 이런 글이 적혀 있었다. “1904년 일본이 포설한 해저케이블이 이곳에 육양된 바 있다. 이는 울릉도가 극동의 통신 요충지였음을 뜻하는 것이며, 이런 교훈을 잊지 않기 위해 이곳에 표지석을 세운다.” 기자를 이곳까지 안내해준 조건 한일역사문제연구소 연구위원에게 무슨 뜻인지 물었더니 이런 답을 들려줬다. “해저케이블은 일본이 독도에 관심을 가진 1900년대 중반 러·일전쟁 전후로 울릉도와 독도를 침탈하고자 한 증거입니다. 이런 중요한 유적이 방치되는 게 안타까워서 언론에 알린 겁니다.” 10월 25일은 ‘독도의 날’이다. 독도가 우리 땅이란 걸 선언한 ‘대한제국 칙령 제41호’가 123년 전 바로 이날 제정된 걸 기린 기념일이다. 표지석이 암시하는 것처럼 일본이 독도에 눈독을 들인 건 그 이후인데도 일본은 ‘다케시마의 날’을 정하고 “한국이 독도를 불법 점거하고 있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런 일본의 억지를 무너뜨리려면 이런 유적부터 잘 보존하는 게 상식이다. 하지만 울릉도에는 방치된 유적이 한둘이 아니다. 비단 독도와 관련된 유적 외에도 오래전부터 개척민들이 남긴 유적이 길가에 그대로 노출돼 있다. 19세기 울릉도를 불법 점거한 이들을 수색·토벌하기 위해 파견된 수토사가 남긴 태하리 각석문과 통일신라 후기에 축조된 것으로 추정되는 현포리 고분군도 훼손에 무방비한 상태였

    2023.10.24 03:00
  • 70년전 독도 바다는 '33인의 청년'이 지켰다

    "독도 근해에서 오징어 조업을 하던 선친께서는 입버릇처럼 말씀하셨어요. 독도를 손짓하시며 '우리 청년들이 열악한 배를 타고 직접 지킨 곳'이라며 자랑스럽게 이야기하셨죠." 조석종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장은 지난 20일 경북 울릉군 독도의용수비대기념관에서 이같이 말했다. 선친인 고(故) 조상달 씨는 1953년 결성된 독도의용수비대에서 전투 대원으로 활동했다. 25일 '독도의 날'을 앞두고 동북아역사재단에서 마련한 이날 기자간담회는 70년 전 조직돼 3년 8개월간 독도와 인근 영해를 지킨 독도의용수비대를 기념하기 위한 행사였다. 독도의용수비대는 울릉도 주민들이 독도를 일본의 침탈로부터 수호하기 위해 결성한 단체다. 홍순칠 대장 등 33명으로 구성됐는데, 대부분 가벼운 상처를 입고 의병 제대한 청년들이었다. 기념관은 울릉도에서 독도가 가장 잘 보이는 동쪽 해안 지점에 2017년 들어섰다. 울릉도 청년들은 왜 독도로 나섰을까. 1950년대 초 일본 어선들은 독도에 무단으로 침입해 자기네 영토라는 말뚝을 꽂았다. 인근 해역에는 일본 순시선이 돌아다니며 우리 어민의 조업을 방해했다. 조 관장은 "우리 땅인데 왜 우리 주민이 어업을 못 하는가, 이런 문제의식으로 의용수비대가 결성됐다"고 말했다. 의용수비대는 총 6차례 일본 무장 순시선을 물리쳤다. '독도 대첩'으로 불리는 1954년의 교전이 대표적이다. 독도 인근을 침범한 일본 무장 순시선 오키호·헤꾸라호에 약 1시간 공세를 퍼부었고, 헤꾸라호에 박격포를 명중시켜 격퇴했다. 매년 11월 21이면 대전 국립현충원 독도의용수비대 묘역에서 유가족이 모여 이날을 기념한다고 한다. 이들은 독도 동도 암벽의 '한국령(韓國領)' 조각 등

    2023.10.24 03:00
  • [책마을] 마돈나는 '혁신의 선구자'인가, 그저 '욕망의 아이콘'일 뿐인가

    1927년 영국 소설가 엘리너 글린은 단편소설 에서 유명인에겐 있지만 일반인에겐 없는 신비로운 자질을 발견했다. 성적 매력과 카리스마, 아름다움을 능가하는 무언가다. 글린은 “다른 모든 것을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일부 사람만의 자질”이라며 이를 ‘잇(it)’이라고 불렀다. ‘팝의 여왕’ 마돈나의 인기 비결은 무엇이었을까. 이 질문은 미국 저널리스트 출신 메리 게이브리얼의 를 관통한다. 마돈나가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팝스타로 올라선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명성을 얻으려는 욕망, 다른 하나는 단연 ‘잇’이다. “그의 특별한 분위기를 단번에 느낄 수 있었다.” 젊은 시절 마돈나와 작업한 프랑스 가수 패트릭 에르난데스는 이렇게 회상했다. 1982년 마돈나의 ‘그저 그랬던’ 데모 테이프를 들은 한 동료는 부족한 음악적 재능을 압도하는 톱스타의 기운을 알아차렸다고 했다. 마돈나의 스크린 데뷔작 ‘수잔을 찾아서’(1985)를 연출한 수잔 세이델만은 “주인공 역의 핵심은 주변을 빨아들이는 능력”이라며 “마돈나 말고는 이를 소화할 수 없다”고 했다. 마돈나는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을 거침없이 활용했다. 자기 경력에 더 도움이 될 만한 매니저를 영입하기 위해 전임자를 인정사정없이 내쳤다. 동성애자 단체의 지지를 얻기 위해 오빠의 동성애 사실을 본인 허락 없이 밝혔다. 1990년 월드투어에서는 종교적 의상을 입은 댄서들에게 둘러싸여 성행위를 연상케 하는 포즈를 취했다. 그의 에로틱하고 야심 찬 열망은 그를 향한 국가적 수준의 욕망으로 번졌다. 이런 면에서 책이 마돈나의 삶을 ‘여성 영웅 이야기’로 단순화한 점은 아쉬움을

    2023.10.20 18:15
  • [책마을] "전시 잘 보려면 주변 환경에 주목하라"

    는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을 제대로 관람하기 위한 안내서다. 1990년부터 33년째 이곳에서 일한 이현주 홍보전문경력관이 그간의 경험을 이야기하듯 풀어냈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두 점이 박물관의 간판으로 자리매김한 과정부터 무대 뒤편에서 전시를 기획하는 이들의 고민까지 잘 알려지지 않은 후일담을 모았다. 국립중앙박물관 소장품은 약 150만 점, 상설 전시 유물만 1만 점이 넘는다. 저자는 보다 깊이 있게 전시를 즐기고 싶은 관람객에게 디자인과 조명 등 주변 환경에 주목할 것을 권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2023.10.20 18: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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