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6년 프랑스 타라스콩의 한 성당. 한 신부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등지의 성직자들도 차례차례 참변을 당한다. 모두 기독교에서 금기로 여기는 자살이나 중세에 악마를 정화하기 위해 거행한 화형의 형태였다.이 모든 건 악령 ‘발락’이 벌인 짓이다. 거룩한 수녀의 모습을 한 발락은 한마디로 엄청나게 강한 악령이다. 성당에 있는 성수를 부글부글 끓게 하는가 하면, 성모상에 깃들어 마음대로 움직이기도 한다. 그의 앞에선 그 어떤 것도 안전하지 않다. 신성한 그리스도 성전마저도.지난달 27일 개봉한 ‘더 넌 2’(사진)는 이렇게 시작한다. ‘넌(nun)’은 우리말로 수녀다. 수녀 형상의 악령을 봉인하기 위한 ‘아일린’ 수녀의 퇴마록을 담은 영화다. 공포영화의 기본인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에 충실하면서도 성물을 찾는 과정의 어드벤처,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볼거리까지 적절히 가미했다.영화는 ‘컨저링’(2013) ‘애나벨’(2014) 등으로 10년째 이어져 온 ‘컨저링 유니버스’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시리즈 내내 가장 강력한 악령으로 묘사된 발락의 기원을 그린 프리퀄이다. 세계적으로 약 3억6500만달러를 벌어들인 시리즈 최대 흥행작 ‘더 넌’의 후속이다.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더 넌 2’는 이전 작품에서 4년이 흐른 시점을 다룬다. 아일린 수녀와 방랑자 ‘모리스’가 발락을 봉인한 터였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발락은 모리스의 육신에 깃들어 있었고, 힘을 되찾기 위해 유럽 곳곳을 누빈다. 봉인 수단이 ‘그리스도의 성혈’에서 &l
출판사 김영사를 설립한 김강유 회장이 지난 1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그는 1947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와 동국대 불교대학원을 졸업한 후 1976년 형제인 김경섭 김중섭 씨와 출판사 정한사(현 김영사)를 세웠다. 1979년에는 이름을 김영출판사로 바꿨다. 김영사는 다양한 분야에서 3000여 종의 책을 펴낸 국내 대표 출판사 중 하나다. 1989년 발간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전 에세이 가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를 출간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발인은 10월 3일 오전 8시.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출판사 김영사를 설립한 김강유 회장(사진)이 지난 1일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향년 76세. 고인은 1947년 전남 고흥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 불어불문학과와 동국대 불교대학원을 졸업한 후 1976년 형제인 경섭·중섭 씨와 출판사 정한사(현 김영사)를 세웠다. 1979년에는 이름을 '김영출판사'로 바꿨다. 김영사는 문학, 인문, 과학, 경제·경영, 종교 등 다양한 분야에서 3000여 종의 책을 펴낸 국내 대표 출판사 중 하나다. 1989년 펴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자전 에세이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가 밀리언셀러에 등극했다. 이 밖에도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 '문명의 충돌', '먼나라 이웃나라', '정의란 무엇인가' 등 수많은 베스트셀러들을 낳았다. 고인은 1989년 당시 편집장이던 박은주 씨를 대표이사로 세운 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지만, 2014년 25년 만에 다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박 전 대표와 법적 분쟁을 벌이기도 했다. 이후 최근까지 김영사를 이끌다가 지병이 악화되면서 눈을 감았다. 그는 지난해 불교수행 법인인 재단법인 여시관을 설립해 이사장을 맡기도 했다. 고인은 출판문화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1994년 출판공로상과 2001년 국무총리상을 받았다. 2004년에는 한국출판인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출판인상'을, 2006년에는 한국출판문화대상을 받았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월 3일 오전 8시다. 안시욱 기자
"전 지구적 범위에서 '신냉전' 구도가 현실화하고 있는 현 상황은…핵 무력을 건설하고 그것을 불가역적인 국법으로 고착시킨 우리 공화국의 결단이 얼마나 천만 지당한가를 입증한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6~27일 평양 만수대의사당에서 열린 최고인민회의에서 이같이 말했다. 신냉전 기류가 짙어진 현재 국제정세를 들어 핵 무력 강화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반미연대'를 다시 구축하려는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처럼 최근의 국제정세를 신냉전으로 규정하는 시도는 어렵지 않게 보인다. '적의 적은 아군'이라는 말처럼 자극적이면서도 직관적이다. 신냉전 구도를 예견하는 학자들은 20세기 중후반 자유민주주의 진영과 공산주의 진영 간 '총성 없는 전쟁'이 되풀이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최근 출간된 는 다르다. 작금의 세계 질서를 신냉전 구도로 바라보는 것은 적절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제목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남중국해 분쟁, 북한의 핵 도발이 전부 연결된 상황을 뜻한다. 한국이 이런 '연결된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선 신냉전이 아닌 '얄타 체제의 해체'라는 렌즈로 세계를 바라봐야 한다고 역설한다. 저자는 백승욱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전인 2021년 어느 학회에서 전쟁의 발생 가능성을 시사하는 질문을 던졌다. 이때부터 저자는 우크라이나와 대만 문제가 긴밀히 연결돼있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미국 중심의 세계 질서에 도전하려는 러시아와 중국의 의도가 깔려 있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현재 상황을 고정된 냉전의 틀로 바라보는 것은 오독"이라고 지적한다. 오히려 얄타 체제의 해체 과정에 가깝다. 얄타 체제는 제2차
1956년 프랑스 타라스콩의 한 성당. 한 신부가 끔찍하게 살해당한 채 발견된다. 오스트리아, 헝가리, 이탈리아 등지의 성직자들이 차례로 참변을 당한다. 기독교에서 금기시하는 자살이나, 중세에 악마를 정화하기 위해 거행했던 화형의 형태를 취했다. 전부 악령 '발락'의 소행이다. 그는 발칙하게도 거룩한 수녀의 모습을 하고 있다. 축성(祝聖)을 앞둔 포도주병을 깨뜨리고, 성모상(聖母像)에도 자유자재로 깃든다. 그의 앞에선 그리스도의 성전(聖殿)도 안전하지 않다. 27일 개봉한 '더 넌 2'는 이렇게 시작한다. 제목의 '넌(Nun)'은 우리말로 수녀를 뜻한다. 수녀 형상의 악령을 봉인하기 위한 '아일린' 수녀의 퇴마록을 담은 공포 영화다. 관객을 깜짝 놀라게 하는 '점프 스케어'의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성물을 찾는 과정의 어드벤처, 후반부 컴퓨터그래픽(CG)을 활용한 볼거리까지 적절히 가미했다. 영화는 '컨저링'(2013) '애나벨'(2014) 등으로 10년째 이어져 온 '컨저링 유니버스'의 8번째 작품이다. 시리즈 내내 가장 강력한 악령으로 묘사된 발락의 기원을 그린 프리퀄이다. 세계적으로 약 3억65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시리즈 최대 흥행작 '더 넌'의 후속이다. 마이클 차베즈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더 넌 2'는 이전 작품에서 4년이 흐른 시점을 다룬다. 아일린 수녀와 방랑자 '모리스'가 발락을 봉인한 터였다. 완전히 사라진 줄 알았던 발락은 모리스의 육신에 깃들어 있었고, 힘을 되찾기 위해 유럽 곳곳을 누빈다. 봉인 수단이 '그리스도의 성혈'에서 '성 루치아의 눈'으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는 전작의 흐름과 유사하다. 전작 '더 넌'은 흥행과 별개로 '별로 무섭지 않다'고 혹평받기도 했다. 시작부터 공포 장면이
지난 50년 동안 미국 내 한부모 가정이 급증했다. 1980년대에는 아동의 80%가 양쪽 부모 밑에서 자랐지만, 이 비율은 2019년 57%까지 떨어졌다. 한부모 가정의 증가는 여성 권익 신장의 상징일까, 아니면 아이에 대한 관심이 떨어지고 있다는 신호일까. 혼인과 육아는 민감한 주제다. 사실보다는 감정이 지배하고, 아이의 입장보다는 어른들의 가치관이 중요하게 거론되는 경우가 많다. 가정 내 보살핌 정도와 자녀의 미래 생활 수준 사이 인과관계를 밝히기도 쉽지 않다. 많은 미국인이 전통적인 '두 부모 가족'을 구시대의 유물로 간주하는 이유다. 이런 불편한 질문에 정면으로 맞서는 책이 출간됐다. 은 한부모 가정, 이혼 가정 등 가족 형태가 아동의 미래뿐만 아니라 국가 전체의 안녕에도 악영향을 미친다고 주장한다. 멜리사 키니 미국 메릴랜드대 교수가 40여년 간 축적된 통계를 바탕으로 두 부모 가족의 경제적 이점을 풀어낸다. 분석의 요지는 이렇다. 부모가 함께하는 환경은 아이의 장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사회 계층에 따라 가족 구성에 차이가 발생하고, 이러한 가족 형태는 불평등을 재생산한다. 결혼생활을 유지한 부모의 자녀일수록 성공할 확률이 높다. 이 문제를 꺼내 들지 않는 것은 사회 전체 이익에 반한다. 두 부모 가정은 한부모 가정보다 아이에게 나은 경제적 여건을 제공한다. 조나단 그루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이혼 가정 자녀의 교육·소득 수준은 두 부모 가정에서 자란 아이에 비해 낮았다. 한 세대로 끝나는 문제가 아니다. 이혼 가정의 아이가 커서 결혼할 때도 더 잦은 재혼과 별거를 겪었다. 저자는 최근 미국의 이혼이 저학력·흑인 여성
대한제국의 외교 무대인 덕수궁 돈덕전(惇德殿)이 100여 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근현대 외교 관련 전시공간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돈덕전은 25일 개관기념식을 열고 26일 정식으로 문을 연다. 돈덕전은 서울 덕수궁 석조전 북쪽에 있는 서양식 2층 건물이다. 1902년 당대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하던 건축 양식을 본떴다.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국제행사를 열기 위한 장소로 조성됐다. 서양 열강과 대등한 근대국가로서의 면모, 주권 수호 의지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런 구상은 러·일전쟁과 콜레라 창궐 등으로 무산됐다. 돈덕전은 이후 외교 사절 접견 장소와 국빈급 외국인의 숙소 등으로 사용됐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일제에 뺏긴 뒤 1920년대 훼철됐다. 그 자리에 어린이 유원지, 덕수궁 관리를 위한 가건물 등이 세워졌다가 헐렸다. 새롭게 개관한 돈덕전은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 공간이었다는 역사성을 반영했다. 대한제국 외교사 전시와 기록 보관 및 도서 열람, 국내외 문화교류와 예술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덕수궁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역사 문화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복원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돈덕전은 2017년 발굴조사 과정을 시작으로 지난해 외부 공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24일 전시물 제작과 설치 등 내부 작업이 끝났다. 문화재청은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조사 과정에서 출토된 벽돌과 타일을 재현해 건물 외관과 복도 바닥에 활용했다. 내부에는 100년 전 분위기의 조명과 프랑스식 가구, 집기를 배치했다. 보일러실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시설도 복원했다. 1층은
현대인한테 집은 유독 각별하다. 필요한 돈의 단위부터 다르다. 직장생활을 막 시작한 대부분의 사회초년생에게 전세 보증금은 전 재산이나 마찬가지다. 직장과 가까운지, 녹물이 나오는지 등 일상의 편의부터 목숨의 안녕까지 영향을 미친다. '집을 구하며 어른이 됐다'는 말이 누리꾼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유다. 집을 안전하게 구하는 일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2010년대 이후 일련의 사건들은 세입자들을 불안에 떨게 했다. '세 모녀 전세 사기 사건'부터 지난해 '빌라 왕 사태'까지. 보증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 없이 피해자들을 속여 재산상의 이익을 취한 사례들이 이어졌다. "전세 사기를 당하는 순간 집은 감옥이 됐습니다." 을 출간한 홍인혜 작가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평범한 시민이 전세 사기를 극복하는 과정을 담은 '시시한 영웅 이야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부제는 '전세 사기 100% 충격 실화'. 압류부터 공매에 이른 저자의 실제 경험담을 만화와 에세이로 엮었다. 홍 작가는 광고 회사에서 카피라이터로 근무하다가 2018년 시인으로 등단했다. 약 20년째 인터넷 블로그에 만화를 그렸고, 이 중 2021년에 27화에 걸쳐 연재한 '루나의 전세 역전' 웹툰은 누적 463만 조회수를 기록했다. 2015년에 60㎡(약 19평) 투룸 구조 빌라에 입주한 게 사건의 시작이었다. 기존에 살던 원룸에 비해 넓고 채광도 우수해 '운명의 집'이라고 느껴졌다고 한다. 얼마 뒤 임차인 통지서가 날아들었다. 집주인은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상태였고, 집이 압류돼 공매에 넘어간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았다. 복잡한 채무 관계가 얽힌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은 없었다. 체납세금에 대한 가산금이 쌓여갈수록, 홍 작가가 돌려
대한제국의 외교 무대 덕수궁 돈덕전(惇德殿)이 100여년 만에 시민 품으로 돌아온다. 근현대 외교 관련 전시 공간 및 복합문화공간으로 활용된다. 돈덕전은 25일 개관기념식을 갖고 26일 정식 개관한다. 돈덕전은 서울 덕수궁 석조전 북쪽에 있는 서양식 2층 건물이다. 1902년 당대 프랑스 파리에서 유행하던 건축 양식을 본떴다. 고종 즉위 40주년을 기념해 대규모 국제행사를 열기 위한 장소로 조성됐다. 서양 열강과 대등한 근대국가로서의 면모와 주권 수호 의지를 세상에 보여주기 위한 목적이었다. 이러한 구상은 러일전쟁과 콜레라 창궐 등으로 무산됐다. 돈덕전은 이후 외교 사절 접견 장소나 국빈급 외국인의 숙소 등으로 사용됐다. 1905년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을 일제에 빼앗긴 뒤 1920년대 훼철됐다. 그 자리에 어린이 유원지, 덕수궁 관리를 위한 가건물 등이 세워졌다가 헐렸다. 새롭게 개관한 돈덕전은 대한제국 외교의 중심 공간이었다는 역사성을 반영했다. 대한제국 외교사 전시와 기록보관 및 도서 열람, 국내외 문화교류와 예술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조성됐다. 앞서 문화재청은 2015년부터 덕수궁의 역사성을 회복하고 역사 문화자원으로 조성하기 위한 복원 정비사업을 추진했다. 돈덕전은 2017년 발굴조사 과정을 시작으로 지난해 외부 공사를 마무리했다. 지난 24일 전시물 제작과 설치 등 내부 작업이 끝났다. 문화재청은 최대한 원래 모습에 가깝게 재현했다고 설명했다. 조사과정에서 출토된 벽돌과 타일을 재현해 건물 외관과 복도 바닥에 활용했다. 내부에는 100년 전 분위기의 조명과 프랑스식 가구와 집기를 배치했다. 보일러실로 활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지하 시설도 복원했다. 1층은 대
2016년 독일 프랑크푸르트 도서전에 이변이 일어났다. 잘 알려지지 않은 이탈리아 작가의 자연 소설이 출판 에이전시의 눈길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알프스산맥을 배경으로 두 소년이 우정을 키워나가는 잔잔한 줄거리에도 전 세계 38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과 파올로 코녜티(45)는 그렇게 세상에 이름을 알렸다. 작품은 이듬해 이탈리아 최고 권위의 스트레가상과 프랑스 메디치상을 받았다. 고독과 불안 등 현대인의 상처를 면밀히 관찰한 점이 세간의 공감을 얻었다. 1978년생인 그는 등단 이후 미국 뉴욕에 오가며 도시의 불안정한 삶을 직접 경험했다. (2012)에선 온몸에 피어싱을 하고 머리를 알록달록하게 염색한 청년을 묘사했다. 그는 답을 구하기 위해 자연으로 돌아갔다. 유년기에 아버지와 시간을 보낸 이탈리아 북부 알프스 지류의 오두막에 은거하며 자연 속 삶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글로 썼다.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여덟 개의 산’이 국내에서 개봉했다. 제75회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어릴 적 산행의 추억, 도시에서 방황하는 청년기, 다시 산으로 돌아와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주인공의 일생을 스크린에 옮겼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위험한 책’입니다.” 이서하 시인(31·사진)은 자신의 신간 시집 에 대해 “주체적으로 움직이지 않는 부동의 존재들, 사고의 폭을 넓히지 않는 편협한 존재들에게 경각심을 주는 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이번 책은 이 시인이 3년 만에 내놓은 두 번째 시집이다.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하고 펴낸 데뷔작 에서 ‘사랑’의 감정을 이야기하듯 풀어놨던 그다. 이번 시집에선 인생에서 마주치는 ‘위험한 일’들을 건조한 어조로 진술했다. 그는 위험에 대해 “어느 정도 예측할 수 있지만 대비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최근 한경과의 인터뷰에서 설명했다. 목차부터 ‘위험’이 도처에 도사린다. 수록작 59편의 제목은 전부 ‘가장 위험한…’으로 시작한다. 시인은 첫 시집을 낸 뒤 줄곧 이런 제목의 시들을 발표해왔다. 시작은 2020년 쓴 ‘가장 위험한 죽음’이다. “가까운 가족의 죽음을 겪고 ‘상실’이 가져다주는 고통을 실감했죠. 그러면서 세상의 온갖 위험한 것들로 시선을 넓히게 됐습니다.” 수록된 작품들은 평소 사람들이 관심을 건네지 않는 존재에 주목한다. 예를 들면 ‘가장 위험한 옛날 교회’는 사람이 떠난 교회에 덩그러니 남은 의자가 주인공이다. 사물이 겪는 부조리함을 통해 불편한 감정을 안기기도 한다. ‘가장 위험한 되감기’는 대놓고 지직거리는 소음을 연상하게 하는 삽화를 실었다. 그림을 자세히 뜯어보면 미세한 글자가 빼곡히 적힌 시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 시인은 “사람들이 듣고 싶어 하지도, 보고 싶어 하지도 않는 세상의 잡음을 의미한다”며 “이런 외면받는 목소리들을 소음으로 여기는 편협함이야말로 가
안녕하세요. 저는 시각장애인 안내견 ‘백설’입니다. 사람들은 제가 누군가의 눈이고, 발이라고 말해요. 이런 저한테는 3개의 가족이 있습니다. 2021년 4월 4남매 중 막내로 태어났어요. 경기 용인에 있는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훈련사 선생님들의 보살핌을 받으며 자랐죠. ‘빛남’ ‘보송’ ‘보라’ 등 언니·오빠 중 가장 먹성이 좋아 선생님들이 애를 먹었답니다. 두 달 뒤 새 가족이 생겼어요. 아빠와 엄마, 오빠 두 명이 있는 평범한 4인 가족이었죠. 이들은 ‘퍼피 워커’라고 불렸어요. 본격적으로 안내견 훈련을 받기 전, 1년 동안 일반 가정에서 사람들과 살아가는 법을 가르쳐주는 자원봉사자라고 합니다. 낯선 냄새에 적응하는 게 쉽진 않았어요. 아직도 첫날 밤이 생생해요. 밤새 낑낑거린 탓에 큰오빠가 뜬눈으로 밤을 지새웠죠. 장판과 소파를 죄다 물어뜯기도 했어요. 기운이 워낙 좋아서 산책하러 나갈 때면 아빠를 질질 끌고 다니기 일쑤였죠. 그렇게 1년을 보냈어요. 여름철 무더위에 마트에서 잠시 숨을 고르려다가 저를 두고 뭐라고 하시는 주변 분들 때문에 어쩔 줄 몰라 했던 엄마의 모습이 기억나요. 가을엔 땅에 떨어진 은행을 집어먹다가 배탈이 나기도 했죠. 작은오빠와 난생처음 본 새하얀 눈도 평생 잊지 못할 거예요. 처음 이 집에 왔을 때 4㎏였던 몸무게는 어느덧 18㎏까지 쑥쑥 늘었어요. 어느덧 매일 저녁 현관에서 아빠와 오빠들이 돌아오는 시간에 맞춰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됐죠. 매달 안내견학교에 가서 다른 친구들과 뛰어놀기도 하고, 선생님들에게 보행 수업도 받았어요. 커다란 노란색 안내견 조끼가 점점 몸에 맞아갈 즈음, 우린 가족사진을 찍으러 갔어요. 퍼피 워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가 올해로 설립 30주년을 맞았다. 고(故) 이건희 삼성그룹 선대회장의 주도로 1993년 설립됐다. 단일 기업이 운영하는 세계 유일의 안내견 학교다. 지금껏 280마리의 안내견을 무상으로 분양했고, 현재 76마리가 국내에서 활동하고 있다. 처음부터 수월했던 것은 아니다. 1994년 국내 1호 안내견 ‘바다’ 전까지 안내견에 대한 인식은 전무하다시피 했다. 삼성이 처음 개를 기른다고 했을 때 주변의 시선은 곱지 않았다. 안내견 한 마리를 온전히 관리하는 데 약 10년의 세월과 1억원이 드는데 “왜 굳이 그 비용을 들이냐”는 비웃음을 사기도 했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안내하는 도우미견이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안내견의 대부분은 래브라도 리트리버다. 크기가 적당하면서도 사람에게 호의적이어서 마약 탐지견, 재난 구조견 등으로도 활약하는 견종이다. 모든 안내견은 보건복지부에서 발급한 ‘장애인 보조견 표지’를 부착한다. 알아보기 쉽도록 노란색 조끼 위에 시각장애인이 의지할 수 있는 하네스를 착용한다. 여러 사람이 이용하는 시설에서 안내견을 마주치면 어떻게 대해야 할까. 먼저 안내견을 동반한 시각장애인이 평등하게 시설을 이용할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된다. 현행법상 정당한 사유 없이 안내견의 출입을 막으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 부과 대상이 될 수 있다. 시각장애인의 안전한 보행을 위해 지켜야 할 에티켓도 있다. 기특하고 예뻐보이더라도 과도한 친절은 자제해야 한다. 안내견에게 먹을 것을 주면 식탐으로 인해 파트너를 제대로 안내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안내견을 부르거나 사진을 찍는 행위도 안내견의 집중력을 흐트러뜨릴 수 있다.
“오늘의 안내견학교가 있기까지 도와주신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강아지를 키워주고 은퇴견을 돌봐주는 자원봉사자들. 법과 제도를 지원해주는 정부와 지자체. 이 사업을 이용해주는 시각장애인 파트너분들…. 무엇보다 안내견들한테 감사합니다.” 박태진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장(사진)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지난 30년간 안내견학교를 돌아보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001년 수의사로 안내견학교에 들어온 뒤 안내견 훈련사 및 지도사로 활동했다. 교장으로 부임한 지는 5년이 됐다. 안내견학교가 처음 들어섰을 때는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교육과정을 마련하기 위해 외국 사례를 참고해야 했는데, 해외 기관의 협조를 구하는 것마저 쉽지 않았다. 박 교장은 “영국과 독일, 미국, 일본 등의 안내견학교를 벤치마킹하려고 해도 ‘개를 먹는 나라’라는 인식으로 인해 번번이 거부당했다”고 회상했다. 1995년 뉴질랜드의 안내견학교에서 연수를 시작하며 물꼬가 트였다. 현지에 훈련사 두 명이 파견돼 3년 동안 훈련 체계를 배워 왔다. 그렇게 처음으로 자체 양성해낸 1호 안내견 ‘바다’와 파트너 양현봉 씨가 맺어졌다. 이후 과정도 순탄치 않았다. 박 교장은 “양현봉 씨도 3년 반 정도 안내견과 생활하다가 중도에 포기했다”고 털어놨다. 택시나 지하철 등 교통수단부터 숙박시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서 안내견 동반 출입이 거부당한 탓이다. “시각장애인 파트너분들이 안내견 인식 개선에 중요한 역할을 했죠. 초창기에 이분들이 겪은 고초는 말로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2000년대 들어 법과 제도가 바뀌고, 미디어에 안내견이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9년 장애인복지법에 안내견을 동반한 시
안대를 쓰자 칠흑 같은 어둠이 펼쳐진다. 왼손을 길게 뻗으니 무릎 근처에 안내견 머리가 느껴진다. 목덜미부터 등을 따라 손으로 훑어 하네스를 잡는다. “앞으로”라고 외치자 장애물을 요리조리 피해 나아간다. 계단이 나타나자 잠시 멈춰 선 뒤 시작 지점을 찾을 수 있게 나를 이끈다. 일반적인 성인 남성의 경보에 가까운 빠른 속도. 처음에는 불안한 마음에 주춤거리다가도 서로에 대한 신뢰가 쌓이니 속도가 붙는다. 1년간의 퍼피워킹을 마치고 삼성화재 안내견 학교에서 6~8개월의 훈련 끝에 양성된 안내 시범견 ‘지니’와 함께 걸었다. 숙련된 안내견으로 거듭나는 일은 쉽지 않다. 훈련견 중 온전한 안내견으로 자라는 비율은 35%다. 가장 적합한 성품 및 건강 상태를 지닌 종견과 모견에게서 태어난 후보군 안에서도 10마리 중 3~4마리꼴로 안내견이 된다. 안내견은 시각장애인과 안전하고 자연스러운 삶을 살기 위해 어떤 훈련을 거칠까. 또 훈련법 중 일반 가정의 반려견에게 적용할 만한 내용이 있을까. 1993년 학교 설립과 동시에 입사해 30년 동안 안내견을 양성한 신규돌 훈련사를 만나 물었다. 안내견 학교에는 훈련사 6명이 약 20마리의 안내견을 관리한다. 개마다 하나의 방에 배치되고, 두 개의 방이 하나의 거실로 이어진다. 거실을 지나면 개들이 서로 마주칠 수 있는 마당으로 통한다. 하루 약 30분~1시간 야외에서 개별 훈련을 받고, 나머지 시간은 견사 내부에서 개들끼리 보낸다. 평가 절차는 크게 세 단계다. 초기 평가에선 건강과 품행, 기질(성격), 업무수행 능력 등 네 개 분야에서 각 개체의 특성을 파악하고 훈련 방향을 설정한다. 훈련 시작 후 3개월 차 중간평가에선 다른 명령 전까지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평균 수명은 12.5년. 매일 보행하고 식단을 조절하는 안내견의 경우 이보다 조금 긴 14년 정도를 산다. 시각장애인의 파트너로 임무를 완수한 은퇴 안내견은 견생의 황혼기에 접어든다. 노령이 된 이들은 누구와 여생을 보낼까. 올해 열두 살을 맞은 은퇴 안내견 ‘해리’를 경기 안산의 어느 가정에서 만났다. 해리는 2011년 김창주 씨(54) 집에서 퍼피워킹을 마치고 시각장애인 파트너와 8년을 보냈다. 이후 10년 만인 2021년 김씨 가족과 다시 만났다. 함께 사는 여섯 살 안내견 종견 ‘해빛’에 비해 움직임이 느릿한 모습이었지만, 인터뷰 내내 편안한 자세로 김씨 곁을 지켰다. 김씨 가족은 해리를 다시 입양하기까지 많은 고민을 거쳤다고 했다. 평균 수명을 고려했을 때 노환으로 해야 할 병간호는 물론 금세 다시 찾아올 이별의 슬픔을 감내해야 하기 때문이다. “퍼피워킹을 할 때 주변에 은퇴견은 못 받을 것 같다고 호언장담했어요. 하지만 막상 해리의 은퇴 소식을 들으니 마음이 움직였죠. 1년 같이 있었을 뿐이지만, 저의 자식이라고 생각하니까요.” 해리를 처음 만난 그날을 김씨는 생생하게 기억한다고 했다. 퍼피워킹 프로그램이 지금처럼 대중적으로 알려지지 않았을 때였다. 삼성화재 안내견학교 훈련사들이 자원봉사자를 구하기 위해 발 벗고 나서야 했다. “처음엔 강아지를 키우는 게 이렇게 큰일인 줄 몰랐어요. 홍보에 나선 훈련사분들과 우연히 마주쳤고, 이때 해리를 만나 운명처럼 데려오게 됐죠.” 지금은 차분한 모습이지만, 어릴 적 해리는 여느 강아지처럼 기운이 넘쳤다고 했다. 반려견에 관한 경험이 없던 김씨는 애를 먹었다. 집안 곳곳에 오줌을 누고, 산책
이제 막 안내견으로 자라나는 강아지, 파트너로 함께 걸어갈 안내견, 긴 여정을 끝마친 은퇴 안내견까지…. ‘조금 특별한’ 삶을 살아가는 개들과 함께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퍼피워킹은 삼성화재 안내견학교에서 안내견으로 성장할 강아지들의 사회화를 위해 위탁 양육하는 자원봉사 활동이다. 퍼피워커는 생후 8~9주의 강아지를 약 1년간 맡아 기른다. 일부 소모품을 제외한 사료와 간식, 울타리와 이동을 위한 보관함, 약품과 진료비 등이 제공된다. 생후 2년 동안의 사회화 경험이 향후 품행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퍼피워커의 책임감이 요구된다. 안내견학교의 교육 지침에 따라 배변과 급식, 목욕, 건강관리 등 품행 전반을 항상 관심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온전한 안내견으로 자라기 위해선 몇 가지 주의사항이 필요하다. 우선 지나치게 애정을 쏟아선 안 된다. 명확한 규칙에 따라 교육해야 한다. 안내견 학교에서 제공하는 사료나 간식 외 다른 음식물을 줘서도 안 된다. 집 안에서도 정해진 구역에서 생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퍼피워킹 자원봉사자는 안내견학교가 신청자의 자격 요건을 검토해 선발한다.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 보호자가 있어야 한다.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 등 다양한 경험을 시켜줘야 하기 때문이다. 20㎏ 이상으로 훌쩍 자라므로 체력이 필요하다. 막내 자녀가 초등학교 3학년 미만이거나, 이미 다른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면 제한이 있을 수 있다. 시각장애인 파트너로서 안내견을 분양신청할 경우 전맹(중증)과 저시력(경증) 관계없이 만 19세 이상이면 가능하다. 다만 학교나 직장, 사업장 혹은 기타 사회활동 등 생활을 위해 정기적으로 다니는
부자가 망해도 삼대(三代)는 간다고 했다. 일본을 보면, 맞는 얘기다. 1990년대 이후 경기 침체의 늪에 빠져 '잃어버린 30년'을 보냈지만, 다시 아시아 맹주로 올라서기 위해 힘을 다지고 있다. 최근 출간된 는 일본의 정치·경제적 흐름을 정리하고 한국의 미래 전략을 제시한다. 책은 "일본이 새로운 대외 팽창을 시도하며 국제 질서의 판을 흔들고 있다"고 주장한다. 쿼드와 아시아·태평양 전략 등 아베 전 총리가 생전에 그려 놓은 대국 외교의 꿈이 가시화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저자는 서울대 국제대학원장으로 있는 김현철 교수다. 문재인 정부 때 대통령 비서실 경제보좌관 등을 지냈다. 책에서 나열하는 대안도 신남방정책, 소득주도성장 등 이전 정권의 핵심 정책들을 떠올리게 한다. 정치관과는 별개로, 현재 상황에 대한 분석 자체는 설득력 있다. 일본이 대외 팽창을 시도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16세기 임진왜란이 시작이었다. 20세기엔 중일전쟁·태평양전쟁 등으로 패권을 넘봤다. 이러한 시도는 아시아는 물론이고 전 세계를 혼란에 빠뜨렸다. 한국은 늘 피해자였다. 미·중 갈등을 계기로 일본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베 전 총리는 미국에 태평양·인도양 지역을 묶어 중국의 바닷길을 틀어막는 전략을 제안했다. 미국의 힘을 빌려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동아시아 지역 내 긴장 고조로 인한 부담은 대만과 한국 등이 지게 된다. 그 사이 자기들은 기지 국가로서 이익을 취하겠다는 심산이다. 한국이 일본의 전략에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는 외교적으로 다변화를 꾀할 것을 제안한다. 인도나 아세안 등이 대표적이다. 무역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구조 상 특정
“세상엔 여덟 개의 산과 바다가 있대. 그 중심엔 가장 커다란 수미산이 있지. 누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여덟 개의 산과 바다를 여행한 자와 수미산에 오른 사람 중에 말이야.” 이탈리아 북부 몬테로사의 허름한 산장. 이십년지기 피에르토와 브루노가 술잔을 기울이며 말한다. 얼큰하게 취한 30대 사내들의 실없는 소리가 아니다. 147분의 러닝타임 동안 두 인물의 삶을 지켜본 관객한테 인생의 선택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장면이다. 20일 개봉하는 ‘여덟 개의 산’은 산에서 처음 친구가 되고, 몇십년 후 산에서 다시 만난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룬다.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을 받은 파올로 코녜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금도 해발 2000m 산장에서 매년 여름을 보내는 작가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았다. 벨기에 출신 부부 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과 샤를로트 반더미르히가 이를 스크린에 옮겼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이야기를 끌고 가는 건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인물의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다. 도시 출신 피에르토는 열한 살의 여름에 방문한 알프스 산마을에서 유일한 또래 브루노를 만난다. 두 사람은 여름마다 산과 초원, 호수를 누비며 순수한 추억을 나누지만 결국 다시 보기 어려워진다. 피에르토는 아버지와 떠난 여행에서 고산병을 겪고 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여기에 철없는 불만까지 쌓이면서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며 산을 떠난다. 같은 시간 브루노의 집안 어른들도 그를 공부시키기 위해 도시에 보내려고 한다. 그 후로 20여 년이 흘러서야 피에르토가 알프스를 다시 찾았다. 아버지의 부고 소식을 접한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가야 고분군의 가치가 세계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지난 10여 년 동안 민·관·학(民·官·學)이 마음을 모아 이뤄낸 쾌거입니다.”최응천 문화재청장은 17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직후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일부터 리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 고분군(Gaya Tumuli)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3년 잠정 목록에 오른 이후 10년 만이다.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와 함께 한반도 남부에 있었던 고대 국가다. 10여 개 왕국의 연맹체로 낙동강 일대에서 문명을 꽃피웠다. 통일된 국가체를 구성하지 못하다가 562년 신라에 의해 병합됐다. 자체적인 역사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잊힌 왕국’ 또는 ‘신비의 왕국’ 등으로 불려왔다.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 고분군에 대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한국은 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 등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가야 고분군은 1~6세기에 걸쳐 영·호남 지역에 분포했던 7개의 고분군으로 이뤄진 유산이다.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등이다.이번 등재는 약 10년 만의 결실이다. 가야 고분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가야 고분군의 가치가 세계로부터 인정받았습니다. 이번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는 지난 10여년 동안 민·관·학(民·官·學)이 마음을 모아 이뤄낸 쾌거입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은 17일(현지시각)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가야 고분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직후 이같이 말했다. 지난 10일부터 리야드에서 열리고 있는 제45차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 고분군(영문명: Gaya Tumuli)을 세계유산 목록에 올리기로 최종 결정했다. 2013년 잠정목록에 오른 이후 10년 만이다. 가야는 고구려·백제·신라와 함께 한반도 남부에 있었던 고대 국가다. 10여개 왕국의 연맹체로 낙동강 일대에서 문명을 꽃피웠다. 통일된 국가체를 구성하지 못하다가 562년 신라에 의해 병합됐다. 자체적인 역사 기록이 남아있지 않아 ‘잊힌 왕국’ 또는 ‘신비의 왕국’ 등으로 불려왔다. 세계유산위원회는 가야 고분군에 대해 “주변국과 자율적이고 수평적인 독특한 체계를 유지하며 동아시아 고대 문명의 다양성을 보여주는 중요한 증거가 된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이로써 한국은 문화유산 14건, 자연유산 2건 등 총 16건의 세계유산을 보유하게 됐다. 가야 고분군은 1~6세기에 걸쳐 영·호남 지역에 분포했던 7개의 고분군으로 이뤄진 유산이다. △전북 남원 유곡리와 두락리 고분군 △경북 고령 지산동 고분군 △경남 김해 대성동 고분군 △경남 함안 말이산 고분군 △경남 창녕 교동과 송현동 고분군 △경남 고성 송학동 고분군△경남 합천 옥전 고분군 등이다. 이번 등재는 약 10년 만의 결실이다. 가야 고분군은 2013년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세상엔 여덟 개의 산과 바다가 있대. 그 중심엔 가장 커다란 '수미산'이 있지. 누가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을까? 여덟 개의 산과 바다를 여행한 자와 수미산에 오른 사람 중에 말이야." 이탈리아 북부 몬테로사의 허름한 산장. 이십 년 지기 '피에르토'와 '브루노'가 술잔을 기울이며 말한다. 얼큰하게 취한 30대 사내들의 실없는 소리가 아니다. 147분의 러닝타임 동안 두 인물의 삶을 지켜본 관객한테 '인생의 선택'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장면이다. 20일 개봉하는 '여덟 개의 산'은 산에서 처음 친구가 되고, 몇십년 후 산에서 다시 만난 두 남자의 우정을 다룬다. 산을 소재로 했지만, 빼어난 절경을 예찬하는 영화가 아니다. 예측불가능한 위험 등 산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그 안에서 서로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선택에 집중한다. 이탈리아 최고 권위 문학상인 스트레가상을 받은 파올로 코녜티의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지금도 해발 2000m 산장에서 매년 여름을 보내는 작가의 경험을 고스란히 담았다. 벨기에 출신 부부 감독 펠릭스 반 그뢰닝엔과 샤를로트 반더미르히가 이를 스크린에 옮겼다. 제75회 칸 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줄거리를 끌고 가는 건 서로 다른 배경을 지닌 두 인물의 '브로맨스'(남자들의 우정)다. 도시 출신 피에르토는 11세 여름을 맞아 방문한 알프스 산마을에서 유일한 또래 브루노를 만난다. 두 사람은 여름마다 산과 초원, 호수를 누비며 순수한 추억을 나눈다. 둘의 관계는 어른들의 개입으로 갈라진다. 피에르토는 아버지와 떠난 여행에서 고산병을 겪고 산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긴다. 철없는 불만이 쌓여 "아버지처럼 살지 않겠다"며 산을
전자정부 서비스 ‘정부24’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점은 5점 만점에 1.5점. 불필요한 기능이 많은 데다 정작 필요한 서비스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만 개에 달하는 평가 중 상당수는 ‘원하는 서비스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다. 는 시민이 이용하기 쉬운 정부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 책이다. 미국의 시빅 테크(시민을 위한 기술) 단체 ‘코드 포 아메리카’에서 활동하는 김재연 연구위원은 ‘시빅 데이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저자는 “(정부24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들의 나쁜 평가는) 시빅 데이터에 대한 이해 없이 관공서 창구를 그대로 인터넷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시빅 데이터의 원칙은 크게 세 가지다. 시민 눈높이에서 정부 서비스를 디자인할 것. 시민이 찾기 전에 먼저 시민을 찾아갈 것. 그리고 시민의 피드백을 거칠 것. 알고리즘에 기반한 자동 추천 시스템이 하나의 대안이다. 예를 들면 젊은 부부가 정부 웹사이트에 접속해 육아복지 지원을 신청하면 자동으로 주택복지 정책까지 소개하는 식이다. 저자는 “공익을 목적으로 기술, 디자인, 데이터를 연구해 가르치는 대학을 늘리고, 학생들이 정부 기관과 프로젝트를 함께하도록 돕는 식으로 인력 풀을 키워야 한다”고 제안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지난해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에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장면이 공개됐다. 이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열 살 남짓의 여자아이로, 아버지를 빼다 박은 통통한 모습이었다. 김정은의 건강이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북한 ‘4대 세습’의 유력한 주인공으로 거론됐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연구기관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활동하는 이성윤 교수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에서 북한 최초의 ‘여성 폭군’에 보다 강력한 후보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더 날씬하고 영리하며 위험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이야기다. 북한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게 거의 불가능한 폐쇄적인 사회다. 이 교수는 북한의 공식 성명과 탈북자 증언, 공식 행사를 촬영한 영상자료를 모아 책을 펴냈다. 글로벌 독자를 대상으로 한 김여정의 전기(傳記)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여정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북한의 유력 인사가 펼친 매력 공세에 당시 한국 사회는 평화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마치 왕실의 공주를 모시듯 김여정을 극진히 대했다. 독재자가 절대 군주처럼 군림해온 북한에서 김씨 일가는 그런 존재였다. 김정일 개인 일식 요리사의 회고록에 의하면 김여정은 부모로부터 ‘여정 공주’라고 불리며 호의호식했다고 한다. 연장자를 존중하는 사회적 통념에도 불구하고, 김여정은 어른들을 대할 때 반말로 부르도록 교육받았다. 김여정은 선전·선동에도 능하다. 냉소적인 익살이 섞인 가학적인 말투로 선동전을 펼친다. 한국 정부를 두고 “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을 설명할 때 줄곧 따라붙는 수식어다. 비행기로 두 시간이면 도달할 수 있지만, 2019년 노재팬(NO Japan) 운동과 뒤이은 코로나19의 여파로 수년간 발길이 끊겼다. 그 사이 일본에선 말 그대로 시대가 바뀌었다. 2019년 나루히토 일왕이 즉위하며 '레이와(令和)' 시대가 열렸다. 30여년 전 아키히토 일왕이 즉위할 당시의 엄숙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오히려 들뜬 기운이 감돌았다. 일본 사회는 오랜 경기침체를 극복하고, 국제 사회에서 재도약할 것이란 기대감에 부풀어 올랐다. 은 최근 일본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들을 기자의 시각에서 담아낸 책이다. 이하원 조선일보 논설위원이 2018년부터 3년간 도쿄 특파원으로 일하면서 취재한 경험을 녹여냈다. 수교 이후 최악의 한일관계, 8년 만의 아베 신조 총리 경질, 사상 최초의 하계 올림픽 연기 등 굵직한 사건들이 벌어졌을 당시의 사회 모습을 현장감 있게 담았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 '신(新) 아날로그 사회'는 남녀 차별과 초고령화, 노동력 부족 등 일본의 사회적 문제 전반에 관해 설명한다. 2부는 레이와 시대가 개막하며 달라진 일본의 모습을 조명한다. 이어진 3부는 재일교포와 독도 영유권 문제 등 한일관계를 집중해서 다룬다. 레이와 시대가 열리며 지난 31년간 지속했던 '헤이세이(平成)' 시대가 막을 내렸다. 레이와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 의 '초봄에 무엇을 하든지 좋은 시기에, 공기는 상쾌하고 바람은 부드럽다'는 구절에서 따왔다. 평화를 향한 염원을 담았지만, 동시에 평화헌법을 개정해 재무장하려는 의도가 깔린 복합적 의미의 연호다. 지난달 한미일 정상이 캠프 데이비드에서 만나
한 남성이 작업장에서 사고를 겪고 질병 수당을 신청한다. 심사에서 탈락하고 항소를 결심하지만, 복잡한 절차로 인해 마음을 접는다. 하는 수 없이 실업수당을 알아보는데, 이번엔 인터넷 신청이라는 벽에 부딪힌다. 약자한테 유독 불편하고 답답한 정부 행정을 꼬집으며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의 줄거리다. 영화만의 일은 아니다. 코로나19 기간에 스마트폰에 익숙지 않던 사람들은 QR코드를 찍지 못해 식당 앞에서 발을 동동 굴러야 했다. 인터넷 예매를 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귀향길 기차표 현장 발권은 하늘의 별 따기다. 효율성을 위한다고 하지만, 정보 격차로 인해 공공서비스의 문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는 현실이다. 는 시민이 이용하기 쉬운 정부로 나아가기 위한 방법을 연구한 책이다. 미국의 시빅 테크 단체 '코드 포 아메리카'에서 활동하는 김재연 연구위원은 '시빅 데이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주민등록번호부터 지문까지 대부분의 개인정보를 정부가 관리하는 상황에서 '시민을 위한 데이터'를 구축하는 것부터가 시작이라는 의미다. 우선 정부가 만든 웹사이트나 모바일 앱을 이용자 친화적으로 바꿔야 한다. 전자정부 서비스 '정부24'의 구글플레이스토어 평점은 5점 만점에 1.5점. 불필요한 기능은 많은데, 정작 필요한 서비스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1만개에 달하는 평가 중 상당수는 '원하는 서비스를 어디서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는 불만이다. 저자는 "시빅 데이터에 대한 이해 없이, 관공서 창구를 그대로 인터넷으로 옮긴 것에 불과하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시빅 데이터의 원칙은 크게 세 가지다. 시민의 눈높이에서 정부 서비스를 디자인할
다홍색 비단을 중심으로 소매에 옥색과 황색 옷감을 덧댔다. 앞면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원앙이 금박으로 새겨졌다. 어깨 부분과 밑단, 뒷면에는 백자장생(百子長生)을 뜻하는 복숭아와 석류 장식이 빼곡하다.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1818~1832)가 1830년 김병주와 결혼할 때 입은 예복이다.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장식이 무색하게 공주는 결혼 2년 만에 요절했다. 생을 마감했을 때 그의 나이는 13세였다. 왕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였다. <조선왕조실록>엔 순조가 딸의 죽음에 “슬프고 서러워 마음을 걷잡을 수 없다”고 말한 기록이 나온다. 이 사연을 듣고 나면, 공주가 혼례 때 입은 ‘활옷’의 장식들이 서글프게 다가온다.복온공주의 활옷을 비롯한 조선 왕실 여성들의 혼례복과 관련 유물을 한 번에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국립고궁박물관은 9월 15일부터 12월 13일까지 ‘활옷 만개(滿開)-조선 왕실 여성 혼례복’ 특별전을 연다고 13일 발표했다.활옷은 과거 공주와 옹주, 왕자의 부인 등 왕실 여성이 입었던 ‘웨딩드레스’다. 치마와 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하는 긴 겉옷이다. 조선 초기 왕실에선 홍장삼(紅長衫: 길이가 긴 홍색 옷)으로 불렀는데, 훗날 왕실을 넘어 민간에서도 신부가 입는 예복으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사치를 엄금했던 조선시대치고는 이례적으로 화려한 자수와 ‘가장 진한 붉은 빛’(대홍·大紅) 등 눈에 띄는 염색, 금박 기법 등이 쓰였다”고 설명했다.이번 특별전엔 국내외 박물관이 소장한 활옷 9점과 관련 유물 등 모두 110여 점이 전시된다. 활옷 9점 중 6점은 해외에서 들여왔다. 미국 필드박물관,
다홍색 비단을 중심으로 소매에 옥색과 황색 옷감을 덧댔다. 앞면엔 부부의 금실을 상징하는 원앙이 금박으로 새겨졌다. 어깨 부분과 밑단, 뒷면에는 백자장생(百子長生)을 뜻하는 복숭아와 석류 장식이 빼곡히 들어섰다. 순조의 둘째 딸 복온공주(1818~1832)가 1830년 김병주와 결혼할 때 입은 예복이다. 백년해로를 기원하는 장식이 무색하게 공주는 결혼 2년 만에 요절했다. 그의 나이 만 13세였다. 왕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그였다. 엔 순조가 "슬프고 서러워 마음을 걷잡을 수 없다"고 말한 기록이 나온다. 공주의 사연을 듣고 나면, 그가 혼례 때 입은 '활옷'의 장식들이 서글프게 다가온다. '복온공주 활옷'을 비롯한 조선 왕실 여성들의 혼례복과 관련 유물들이 한자리에 모인다. 국립고궁박물관은 9월 15일부터 12월 13일까지 '활옷 만개(滿開)-조선 왕실 여성 혼례복'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13일 발표했다. 활옷은 과거 공주와 옹주, 왕자의 부인 등 왕실 여성들이 입었던 '웨딩드레스'다. 치마와 저고리 등 여러 받침옷 위에 착용하는 긴 겉옷이다. 조선 초기 왕실에선 홍장삼(紅長衫·길이가 긴 홍색 옷)'으로 불렀는데, 훗날 왕실을 넘어 민간에서도 신부가 입는 예복으로 자리 잡았다. 박물관 관계자는 "사치를 엄금했던 조선시대치고는 이례적으로 화려한 자수와 '가장 진한 붉은 빛'인 대홍(大紅)의 염색, 금박 기법 등을 활용해 제작된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특별전엔 국내외 박물관들이 소장한 활옷 9점과 관련 유물 등 모두 110여점이 전시된다. 현존하는 50여점의 활옷 중 유일하게 착용자가 알려진 '복온공주 활옷' 등 국내에 전하는 활옷 3점을 공개한다. 해외에서 들여온 활옷은 6점으로 미국
지난해 11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장에 어린 딸을 데리고 온 장면이 공개됐다. 이전까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10살 남짓의 여자아이로, 아버지를 빼다 박은 통통한 모습이었다. 김정은의 건강 이상설이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에서, 김정은의 딸 김주애는 북한 '4대 세습'의 유력한 주인공으로 거론됐다. 미국 외교·안보 전문 연구기관 우드로윌슨센터에서 활동하는 이성윤 교수의 견해는 다르다. 그는 에서 북한 최초의 '여성 폭군'에 보다 강력한 후보가 있다고 주장한다. 김정은의 여동생이자 '더 날씬하고 영리하며 위험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 이야기다. 북한은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얻는 게 거의 불가능한 폐쇄적인 사회다. 이 교수는 북한의 공식 성명과 탈북자 증언, 공식 행사를 촬영한 영상자료를 모아 책을 펴냈다. 글로벌 독자를 대상으로 한 김여정의 전기(傳記)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여정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북한의 유력 인사가 펼친 매력 공세에 당시 한국 사회는 평화 통일에 대한 희망으로 부풀어 올랐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마치 왕실의 공주를 모시듯 김여정을 극진히 대했다. 독재자가 절대 군주처럼 군림해온 북한에서 김씨 일가는 그런 존재였다. 김정일 개인 일식 요리사의 회고록에 의하면 김여정은 부모로부터 '여정 공주'라고 불리며 호의호식했다고 한다. 연장자를 존중하는 사회적 통념에도 불구하고, 김여정은 어른들을 대할 때 반말로 부르도록 교육받았다. 김여정은 김정은과 마찬가지로 스위스 기숙학교에서 시간을 보냈다. 귀국 후 김일성종합대학에서 공부했는데, 오로지 그를
“한국에서도 문학상 하나 못 받았는데 무슨 노벨상입니까. 이번에 한국을 방문한다고 하니 주변 문인들이 ‘드디어 한국에 상을 받으러 가냐’고 묻더라고요. 하하.”8일 서울 효자동에서 만난 중국 소설가 위화(余華·63·사진)는 장난기 가득한 모습이었다. 인터뷰 내내 웃음이 가시지 않았다. <인생> <허삼관 매혈기> 등에서 20세기 격변의 세월을 사는 중국인의 비참한 삶을 그리면서도 풍자와 해학으로 ‘웃으며 살아갈 힘’을 전한 그다운 모습이었다.이번 방한은 그의 등단 40주년을 기념해 마련됐다. 중국에선 기념행사를 하지 않아 한국에서 맞이하는 이번 행사가 더 뜻깊다고 말했다. “만약 중국에서 40주년 기념회를 했다면 주변 사람들이 내가 연로해서 죽은 것으로 착각했을지 몰라요. 80주년 기념행사를 하게 되면 다시 한국에 와서 해야겠습니다.”위화는 노벨문학상을 받은 모옌, 루쉰문학상을 받은 옌롄커와 함께 중국 현대문학의 3대 거장으로 꼽힌다. 매년 노벨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인지도 높은 작가지만 다작과는 거리가 있다. 1991년 <가랑비 속의 외침>을 시작으로 지금껏 쓴 장편은 여섯 편뿐이다. 그는 “지난 40년 동안 쓴 작품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그다지 노력하는 작가는 아닌 것 같다”며 “중국에 돌아가면 작품활동을 성실히 하겠다”며 웃었다.그의 장편은 하나하나가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대표작은 대약진운동, 문화혁명 등 중국의 현대사를 거쳐 간 한 가족의 이야기를 그린 <인생>이다. 작품은 세계 42개 언어로 번역돼 누적 2000만 부 이상 팔렸다. 출간된 지 31년이 지난 지금도 매년 160만 부 이상 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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