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에 갇혀 알을 낳은 여자 / 낳은 알을 아버지에게 빼앗기고 돼지우리에 그 알이 던져진 걸 봐야만 하는 여자’ 김혜순 시인(67)의 속 한 구절이다. 그에게 유화부인은 단순히 ‘주몽의 어머니’가 아니다. 김 시인은 해모수에게 겁탈당하고, 아버지 하백에게 쫓겨나 감옥에서 아들을 낳아야 했던 여성의 삶에 주목했다. 김 시인은 현대 여성 문학의 대표 작가다. 1978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평론 부문에 입선하고, 이듬해 에 시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김수영문학상, 대산문학상과 영미권 최고의 상으로 꼽히는 캐나다 그리핀시문학상을 2019년 한국 시인 최초로 받았다. 여성으로서 (시를) 쓴다는 것은 김 시인의 주요 관심사다. 그는 시론집 에서 “‘시한다’는 것은 내 안에서 내 몸인 여자를 찾아 헤매고 꺼내놓으려는 출산 행위와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김 시인은 최근 ‘2023년 T S 엘리엇 메모리얼 리더’로 선정돼 오는 10월 미국에서 낭송회를 연다. 하버드대 라몬트 도서관과 T S 엘리엇 재단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매년 시인 한 명을 선정해 낭송회와 연설 기회를 제공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1500년대 유럽에선 머리 긴 여자들을 ‘마녀’라고 불렸대요. ‘남들과는 다른 존재’들의 목소리는 무시당하곤 했죠. 지속할 수 있는 미래를 위해선 이런 사람들까지도 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근 두 번째 시집 를 펴낸 주민현 시인(33·사진)은 “우리가 ‘나’라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다른 존재들과 함께 멀리까지 나아갔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27일 한국경제신문 기자와 만나 “코로나와 기후 위기, 전쟁 등 모두에게 영향을 주는 문제는 이러한 연대와 포용으로 극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주민현 시인은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2017년 등단하고 처음 내놓은 (2020)에선 뜨개질을 뜻하는 ‘퀼트’를 통해 남성과 여성 사이 단절을 봉합하는 페미니즘을 이야기했다. 주 시인은 “첫 시집이 여성 개인의 문제에 집중했다면, 이번 작품은 생태와 환경 등 인간이 아닌 존재로 시선을 넓혔다”고 설명했다. 이번 시집은 타인과 세계에 대한 인식을 51편의 시를 통해 그려냈다. 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있는 사람과 한국에 있는 화자를 대비하면서 전개된다. 주 시인은 “코로나를 통해 사회가 격리됐지만, 역설적으로 같은 호흡을 나누는 존재라고 생각했다”며 “멀리 떨어진 다른 존재의 고통에 대해서도 책임과 연대 의식을 느낀다”고 강조했다. 그가 일상에서 마주친 문제들은 시의적이면서도 다양하다. 세계적 규모의 재난을 비롯해 ‘묻지마’ 살인, 산업재해, 성희롱, 아동학대 등 온갖 사건과 이슈를 다룬다. 시집의 해설을 쓴 오연경 시인은 “주민현이 보여주는 것은 예외적인 것으로 보도되는 사건 자체가 아니라, 일상에 스며든 재난의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의 아일라섬은 술꾼들한테는 '위스키의 성지'로 통한다. 이곳에는 라프로익부터 킬호만, 아드벡 등 세계적으로 잘 나가는 위스키 증류소 9곳이 모여 있다. 아일라 위스키의 특징을 꼽자면 기침이 나올 정도로 매캐한 피트향이다. 라프로익을 처음 맛본 사람은 '병원 냄새' 혹은 '소독약 냄새'에 당황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걸 별미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호불호가 갈리는 독특한 풍미로 인해 '사랑하거나 증오하거나'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라프로익 특유의 향은 회사를 위기에서 구하기도 했다. 1920년 미국에서 금주법을 시행하자, 수출길이 막힌 수많은 스코틀랜드 양조장이 줄도산했다. 당시 사장이던 이언 헌터는 미국 세관에 자기 제품을 술이 아닌 의약품으로 신고해 단속을 피했다. 세관 직원은 라프로익의 향을 맡자마자 보기 좋게 속아 넘어갔다. "이건 약이 분명하다"면서. 은 이처럼 스코틀랜드 위스키에 얽힌 이야기를 풀어낸 위스키 탐험기다. 등 주류 관련 책을 펴내고, 유튜브 채널 '주락이월드'를 운영하는 조승원이 썼다. 책은 그가 직접 위스키의 본고장 스코틀랜드 곳곳을 돌아다니며 방문한 증류소 26곳을 소개한다. 위스키의 배경을 알면 그 풍미를 보다 깊이 있게 즐길 수 있다. 위스키는 보리 발아, 건조, 분쇄, 당화, 발효 등 주조 과정의 미세한 차이로도 맛이 갈린다. 책은 각 업체가 어디서 원재료를 공수하는지, 어느 오크통에 숙성하는지, 어떤 모양의 틀에서 증류하는지 등을 설명한다. 서로 다른 맛만큼이나 업체들이 품은 이야기도 개성 넘친다. 일가족이 75만개의 돌을 직접 쌓아 지은 글렌피딕부터 우주에 보낸 보리 씨앗으로 위스키를 만든
서울 신천동에 있는 롯데콘서트홀은 롯데문화재단의 메세나 정신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예술의전당 음악당 이후 28년 만인 2016년 서울에 들어선 클래식 전용 홀이다. 국내 최초로 객석이 무대를 둘러싼 빈야드 양식을 도입해 어느 좌석에서나 똑같이 깊이 있는 음향을 선사한다. 2015년 설립된 롯데문화재단은 이처럼 클래식 문화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왔다. 당시 신동빈 회장이 사재 100억원을 출연하고, 롯데물산과 롯데호텔, 롯데쇼핑 등 3사가 나머지 100원을 조성해 설립됐다. 지금껏 문화예술 지원에 투입한 금액은 약 1500억원에 이른다. 롯데콘서트홀은 국내 클래식 음악계를 선도하는 공간이다. 국내 2000석 이상 대규모 콘서트홀 최초로 ‘악기의 제왕’ 파이프 오르간을 설치한 데 이어, 2021년 국내 처음으로 국제 오르간 콩쿠르를 창설했다. 오는 9월 열리는 본선에선 6개국 출신의 오르가니스트 11명이 경연을 펼친다. 신예 아티스트들이 개성을 뽐낼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상주 예술가를 지원하는 ‘인 하우스 아티스트’ 제도를 통해서다. 2021년 코리안챔버오케스트라와 에스메 콰르텟을 시작으로 2022년 첼리스트 문태국과 피아니스트 신창용이 선정됐다. 올해는 피아니스트 이진상·윤소영이 다채로운 연주로 관객과 만나고 있다. 아울러 롯데콘서트홀은 매년 여름 ‘클래식 축제’를 개최하고 있다. 2020년 첫선을 보인 ‘클래식 레볼루션’은 특정 작곡가의 음악을 집중적으로 탐구하는 음악 축제다. 첫해 베토벤을 시작으로 2021년 브람스와 피아졸라, 2022년 멘델스존과 코른골트를 다뤘다. 다음 달 11일부터 열흘간 열리는 이번 행사에선 레너드 번스타인의 작품 세계를 만나볼 수 있다. 안
국고보조금이 지급된 서울국제도서전 감사에 대해 문화체육관광부와 대한출판문화협회의 마찰이 깊어지고 있다. 출협이 감사에 반발하며 박보균 문체부 장관의 해임을 촉구하자, 문체부에선 "윤철호 출협 회장은 사태의 교묘한 왜곡과 책임회피에서 벗어나 정당한 감사에 협조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하고 나섰다. 문체부는 25일 입장문을 내고 "이번 감사는 K 출판의 도약을 위해 출판정책 수행기관의 실태와 역량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도서전 운영·회계 과정의 의혹과 불투명함, 허술함의 실체를 확인하고 추적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윤 회장의 어이없는 독선과 폐쇄적인 행태로 인해 도서전과 관련한 출협 전체 회원사의 명예와 평판이 더 이상 손상돼선 안 된다"며 감사 과정에서 지금껏 밝혀진 내용을 공개했다. 출협은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민간단체로, 지난 6월 약 13만 명이 참가한 서울국제도서전을 주최했다. 행사에 약 10억의 국고보조금이 지급됐고, 출협은 부스 사용료, 관람료 등으로 수억 원의 수익을 거뒀다. 문체부가 지목한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먼저 출협이 도서전 기간 중 발생한 수익금을 자체 예산으로 조달한 것처럼 자부담 항목으로 보고하고 규모를 축소한 점을 지적했다. 문체부는 "해당 예산은 자부담이 아니고 사업 수행에 따른 수익금으로 봐야 하며, 그 금액 또한 심하게 축소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했다. 감사 중 통장의 일부 내역을 블라인드 처리해 제출한 점도 강조했다. 문체부는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도서전의 수익금 내역을 확인하기 위해 통장 제출을 요구했지만, 출협이 입금 내역을 알 수 없도록 상당 부분을 가린 사본을 제출했다"며 "도서전
정부가 대한출판문화협회를 겨냥해 지난 5년간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내역을 한 번도 제출하지 않았다며 "이권 카르텔적 요인이 있는지 면밀히 추적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에 출협은 "공개해야 할 부분에 대해선 공개했다"고 반박했다. 박보균 문화체육부장관은 24일 간담회에서 "출협의 회계처리를 들여다본 결과 서울국제도서전의 수익금 상세 내역 누락하는 등 탈선 행태가 발견됐다"며 이같이 말했다. 출협은 국고보조금이 지급되는 민간단체로, 문체부 산하 공공기관인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 보조금 집행과 수익금 사용을 감독하고 있다. 문체부는 출협이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5개년간의 보조금 정산 과정에서 수익금 상세 내역을 한 차례도 출판진흥원에 제출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감독 기관인 출판진흥원이 이를 확인하지 않고 승인해 온 점도 지적했다. 지난 6월 약 13만명이 다녀간 서울국제도서전의 경우 약 10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출협은 도서전 기간 중 부스 사용료와 관람객 입장료 등을 포함해 수억 원의 수익금을 거뒀다. 문체부는 출협이 이러한 수익금 초과 이익에 대해서도 국고 반납 의무 등 회계 처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또 감사 과정에서 통장의 입출금 내역 일부를 흰색으로 지우고 제출하는 등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출협은 이날 오후 입장문을 내고 "협회는 그간 규정에 따라 보조금 정산을 완료하고 회계 감사를 통해 필요한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며 "보조금 사용에 대해 경비지출 내역을 영수증 한 장까지 증빙자료를 만들어서 보고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서울국제도서전은 국가행사가 아닌 민간 행사"라며 "문체부가 보
단군왕검의 어머니 '웅녀'부터 신라 최초의 여왕 '선덕여왕', 바다의 용조차 반한 절세미인 '수로 부인'까지. 고대 문학에 등장하는 여성들의 삶을 다룬 '삼국유사 특별전'이 열린다. 국립한국문학관은 다음 달 4일부터 10월 말까지 서울 은평역사한옥박물관에서 기획전시 '삼국의 여인들, 새로운 세계를 열다'를 연다고 24일 발표했다. 는 고려 후기 승려 일연이 고조선부터 후삼국까지의 설화를 모아 편찬한 역사서다. 현재 유네스코 세계기록문화유산 및 국가지정문화재(국보)로 등록돼있다. 전시의 주제는 삼국시대 고전 문학에 등장하는 '여신' '여왕과 왕후' '신비로운 여인' 등 다양한 여성이다. 1부에선 고구려 주몽의 어머니 '유화', 신라 선도산의 산신이자 시조모로 알려진 '사소' 등을 통해 건국 설화 속 어머니의 강인함과 따뜻함을 조명한다. 이어지는 2부에선 삼국시대의 진취적인 여성들을, 3부에선 현실 세계를 넘어 낯선 존재와 조우한 신비로운 여성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이번 전시에선 한국문학관이 소장하고 있는 등 문학 원본 자료와 향가·설화를 모티프로 재해석한 근현대 작품, 세계 각국 언어로 번역된 다양한 버전의 가 전시된다. 아울러 이만익 화백의 '처용가무도'(1984) '헌화가'(1999), 김원숙 화백의 '보름달 여인'(1995) 등 주제와 관련된 미술작품과 미디어콘텐츠도 만나볼 수 있다. 문정희 한국문학관장은 "이번 전시로 고대 사회 여성의 힘과 아름다움을 새롭게 발견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며 "향후 개관할 한국문학관의 주요 소장품을 미리 엿볼 기회"라고 설명했다. 국립한국문학관은 한국문학 유산의 계승과 문학 활동 진흥 등을 목적으로 2019년 설립됐다. 문학관 건물은
역사는 대부분 과거를 다룬다. 하지만 여기 미래를 기록한 역사학자들이 있다. 이들은 역사에 반복되는 특정한 패턴을 바탕으로 다음 단계를 짐작한다. 최근 출간된 <제4의 전환이 도래했다>와 <종말>은 이런 방식으로 10년 뒤 미국의 모습을 내다봤다. <제4의 전환이 도래했다>는 미국의 세대 이론가 닐 하우가 자신의 전작 <제4의 전환>(1997)을 현대적으로 보완한 책이다. 전작에서 그는 사회가 '갱신·안정화·쇠퇴·위기'를 80년 주기로 되풀이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남북전쟁과 제2차 세계대전 등 굵직한 '위기'를 기점으로 사회가 재정립되는 현상을 관찰하면서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1945년으로부터 80여년이 지난 지금, 하우의 예상대로 또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책은 사회적 양극화와 각지에서 벌어지는 전쟁, 세계적 팬데믹 등 연이은 악재를 위기의 증상으로 지목한다. 하우는 "지난 역사적 패턴을 고려할 때, 미국은 외부 세력과의 전면적인 전쟁, 혹은 혁명과 내전을 거친 뒤 재건 절차를 밟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우의 이론은 세대론에 기반한다. 직전 주기의 '위기'를 위대한 세대(1901~1927년생)가 짊어졌다면, 이번엔 밀레니얼 세대(1980~1995)가 헤쳐 나가야 한다. 그는 "황혼기의 기성세대는 다음 세대한테 미래의 보상보다 큰 희생을 권유하고, 젊은 세대는 이를 거부하며 갈등할 것"으로 내다보기도 했다. 하우는 근미래 사회의 분위기를 설득력 있게 제시했지만, 구체적인 원인이나 작동 방식까지 설명하진 못했다. 미국의 역사학자 피터 터친은 에서 엘리트주의가 유발할 정치적 붕괴 과정을 사회과학적으로 추론했다. 역사적 데이터와 통계 모델로 국가의 흥망성쇠를 분석하는 '역사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포작가를 꼽는다면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76·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역대 가장 많은 수입을 기록한 호러 영화 ‘그것’(2017)을 비롯해 ‘미저리’(1990) ‘샤이닝’(1980) 등도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3억5000만 부가 넘게 판매한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킹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47년생인 그는 어려서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기괴한 글을 즐겨 쓰는 것 말고는 별달리 눈에 띄지 않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킹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공포 소설 를 펴낸 1974년부터다. 명성을 안겨준 호러 외에도 공상과학(SF), 판타지, 비문학 등 폭넓은 분야의 작품 500여 편을 선보였다. 그는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로도 유명하다. 호러 영화뿐만이 아니다. 소설집 (1982)에 수록된 그의 작품들은 자유를 갈망한 남자들의 이야기 ‘쇼생크 탈출’(1994), 소년들의 성장기 ‘스탠 바이 미’(1986) 등으로 영화화됐다. 이런 킹의 신작 가 오는 9월 미국에서 출간된다. 책의 주인공은 작가의 전작들에서 여러 차례 조력자로 등장한 홀리 기브니다. 홀리가 한 여성의 실종사건의 배후로 의심되는 노부부와 벌이는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려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께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참사 소식을 들으시고 희생되신 분들의 영혼과 유가족을 위해, 또 우리 한국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유흥식 추기경(72·사진)은 서울 명동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지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이런 희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8월 한국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큰 권위와 명예를 가진 자리다. 그는 세계 성직자와 신학생을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부의 장관도 맡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유 추기경의 인터뷰집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이날 간담회의 화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였다. 유 추기경은 “관계자들이 자기 역할을 조금 더 확실히, 정확히 잘했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가 오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께서도 23일 삼종기도 때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실 것”이라고 말했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최측근에서 소통하는 인물이다. 그의 생애와 신앙생활에 대한 문답을 담은 에도 교황이 직접 나서서 추천사를 남겼다. 유 추기경은 “교황께서는 규정이나 이론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신앙을 강조하신다”며 “이번 책도 사랑의 실천으로 복음을 전파하려고 노력해온 저의 지난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의 강한 방북 의지도 언급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께선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 정도가 아니라 ‘북한에 가고 싶다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희생되신 분들께 참으로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도 참사 소식을 들으시고 희생되신 분들의 영혼과 유가족을 위해, 또 우리 한국 사회를 위해 기도하고 계십니다." 유흥식 추기경(72·사진)은 서울 명동 한국천주교 서울대교구청에서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사회 전체의 노력으로, 우리 한국 사회에서 이런 희생이 더 이상 발생하지 않기를 기도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유 추기경은 지난해 8월 한국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으로 임명됐다. 추기경은 가톨릭교회 교계제도에서 교황 다음으로 큰 권위와 명예를 가진 자리다. 그는 전 세계 성직자와 신학생을 관장하는 교황청 성직자부의 장관도 맡고 있다. 이번 간담회는 유 추기경의 인터뷰집 한국어판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간담회의 화두는 '오송 지하차도 참사'였다. 유 추기경은 "관계자들이 자기 역할을 조금 더 확실히, 정확히 잘했더라면 이렇게 큰 피해가 오지 않았을 것이란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황께서도 23일 삼종기도 때 희생자를 위해 기도하실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유 추기경은 프란치스코 교황 최측근에서 소통하는 인물이다. 그의 생애와 신앙생활에 대한 문답을 담은 에서도 교황이 직접 나서서 추천사를 남겼다. 유 추기경은 "교황께서는 규정이나 이론 보다는 구체적이고 실천적인 신앙을 강조하신다"며 "이번 책도 사랑의 실천으로 복음을 전파하려고 노력해온 저의 지난 과정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교황의 강한 방북 의지도 언급했다. 유 추기경은 "교황은 '북한이 초청하면 거절하지 않겠다' 정도가 아니라 '북한에 가고 싶다. 나를 초청해 달라'고
여름철 무더위에 당장이라도 베어 물고 싶은 싱싱한 수박이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다. 그 가운데 한 덩이에 ‘비바 라 비다’라고 적혀 있다.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노래 제목으로 익숙한 이 문구는 스페인어로 ‘인생이여 만세’란 뜻이다. 멕시코 출신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가 생애 마지막으로 그린 ‘비바 라 비다’(1954)다. 생동감 넘치는 색으로 인생을 예찬하는 메시지를 남긴 칼로는 이 작품을 완성하고 8일 뒤 세상을 떠났다. 정작 칼로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6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었고 18세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 나이를 먹고는 남편과 여동생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임종을 앞두고 오른발이 썩어 잘라냈고 몸을 가누지 못해 병상에 누워 지내야 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친 1953년. 칼로는 고향 멕시코에서 첫 번째 개인전에 나서며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외출이 행복하길.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길.” 생애 마지막 순간 ‘인생이여 만세’를 외치면서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길 바랐던 걸까. 그림에는 화가의 삶과 철학, 감정이 녹아 있다. 음악 선율도 작곡가의 생애를 알면 다르게 들린다. 은 오랜 시간 사랑받은 클래식 예술가 39인의 삶과 작품을 다룬 책이다. 예술가들의 인생도 칠흑 같은 어둠이나 막막한 사막처럼 느껴진 순간들이 있었다. 그 안에서 빛과 길잡이가 돼준 그들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다. 책은 음악과 미술을 넘나든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예술경영 겸임교수인 저자는 문화부 기자로 활동할 당시 클래식과 미술을 ‘7과 3의 예술’ ‘영화로운 예술’ 등 칼럼에서 엮어왔다. 이번
‘책의 얼굴’ 표지가 베스트셀러 순위를 움직였다. 7월 셋째주 예스24 베스트셀러 종합 1위는 <아기 판다 푸바오>가 차지했다. 에버랜드 동물원에 있는 ‘국내 탄생 1호 판다’ 푸바오의 성장기를 담은 포토 에세이로, 푸바오의 세 살 생일을 기념해 한정판 리커버(표지 갈이) 도서로 재출간됐다. 아마존, 월스트리트저널 선정 ‘올해의 책’인 <도둑맞은 집중력>은 전주보다 여섯 계단 오른 4위를 기록했다. 책 제목을 ‘집중맞은 도둑력’으로 비튼 북커버(표지 덮개) 사은품 이벤트가 인기를 끈 덕이다.기존 베스트셀러들이 여전히 상위권을 지켰다. 1000억원대 자산가의 지혜를 담은 <세이노의 가르침>이 2위,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가 3위에 올랐다.안시욱 기자
민주주의를 보는 학계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군의 학자들은 민주주의를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개념으로 여긴다. 자유 평등 행복처럼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란 뜻이다. 몇몇 학자는 민주주의를 단지 수단으로 여긴다.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최근 번역된 는 민주주의를 도구로 본다. 제이슨 브레넌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가 2016년에 낸 이 책은 학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그가 내놓은 새로운 도구가 에피스토크라시, 즉 똑똑하고 우수한 사람들에게만 정치 참여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지식인에 의한 통치’이기 때문이다. 브레넌은 대표제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권 자체를 공격한다. 그의 주장대로면 유권자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만 투표권을 받는다. 점수가 낮은 사람은 투표권을 아예 박탈당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약한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그는 “무고한 사람의 운명을 무지하고, 편파적이며, 때론 부도덕한 의사결정자의 손에 맡겨선 안 된다”고 역설한다. 브레넌의 주장을 이해하려면 먼저 그가 바라본 사회의 모습을 살펴봐야 한다. 그는 유권자를 세 가지 유형으로 나눈다. 사회의 대다수는 정치에 무관심한 ‘호빗’, 그리고 특정 정치 팬덤에 휩쓸리는 ‘훌리건’이 차지한다. 합리적·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의견을 표출하는 ‘벌컨’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유권자가 호빗과 훌리건에 머무르는 것이 그들의 잘못만은 아니다. 브레넌에 따르면 인간은 애초에 그렇게 설계됐다. 개인이 던진 한 표가 사회에 미치는 미미한 영향력을 고려할 때 정치에 무지한 게 오히려 합리적이다. 선입견에 따라
‘서점’이라고 적힌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내 간판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은커녕 천장의 나무판자 사이로 모래가 쏟아지고, 바닥에는 모래가 산처럼 쌓여 있다. 도무지 현실 같아 보이지 않는 이 광경은 문보영 시인(31·사진)의 속 한 장면이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역자 후기’를 펼쳐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문 시인의 시를 풀이한 ‘문보영 번역가’는 “편집하는 중에 푸른 눈의 당나귀를 마주쳤다” 등 내용과 상관없는 얘기만 늘어놓는다. 이쯤 되면 독자는 슬슬 눈치챈다. 제목에 속았다는 사실을. “시를 쓰면서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장난기예요. 장난꾸러기 시인 한 명쯤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웃음) 최근 세 번째 시집 을 출간한 문 시인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시집은 초현실적 배경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 46편을 묶었다. 문 시인은 “현실을 다루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현실과 멀어진 세상으로 가게 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현실을 다루지만 역설적으로 현실에서 벗어난 시. 그게 문 시인의 장르다. 2016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문 시인은 김수영문학상을 안겨준 (2017)에선 환상 속 도서관에서 문학도들이 나누는 대담을, 두 번째 시집 (2019)에선 최후의 1인만이 살아남는 온라인 게임 세상을 그려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지난 3년 동안 친구, 독자들과 낙서를 교환했어요. 제가 만든 세상을 소개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풀어냈죠. 장난기 가득한 낙서들이 일종의 사고실험이 됐어요.” 그는 시에서 알맹이와 껍데기가 겉도는 모습을 즐겨 표현한다. 수록
민주주의를 보는 학계의 시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일군의 학자들은 민주주의를 그 자체로 가치 있는 개념으로 여긴다. 자유 평등 행복처럼 인간이 인간답게 사는 데 필수불가결한 요소란 뜻이다. 몇몇 학자들은 민주주의를 단지 수단으로 여긴다. 평화와 번영을 달성하기 위한 도구 중 하나에 불과하다는 의미다. 더 나은 도구가 있다면, 이들은 기꺼이 민주주의를 버리고 새로운 대안을 찾아 나서야 한다고 주장한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는 후자에 속한다. 제이슨 브레넌 미국 조지타운대 석좌교수가 2016년에 낸 이 책은 학계에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 완전무결한 줄 알았던 민주주의에 결함이 있다고 주장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그가 내놓은 새로운 도구가 에피스토크라시, 즉 똑똑하고 우수한 사람들한테만 정치 참여의 기회를 줘야 한다는 '지식인에 의한 통치'이기 때문이다. 이전부터 '민주주의 2.0'을 찾으려는 시도는 여럿 있었다. 영국의 사상가 존 스튜어트 밀은 모두한테 한 표를 주고, 더 우수한 사람한테 투표권을 추가로 부여하는 복수투표제를 고안했다. 미국의 법철학자 알렉산더 게레로는 임의로 선발된 심사위원들이 결정을 내리는 추첨제를 제안했다. 브레넌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간다. 대표제 민주주의의 근간인 투표권 자체를 공격한다. 그의 주장대로면 유권자 자격시험에 합격한 사람들만 투표권을 받는다. 점수가 낮은 사람들은 투표권을 아예 박탈당하거나, 다른 사람보다 약한 투표권을 가지게 된다. 얼핏 봐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주장이다. 브레넌 역시 이를 알면서도 '악역'을 자처했다. 그는 "무고한 사람의 운명을 무지하고, 편파적이며, 때론 부도덕한 의사결
한요셉 작가. (C)Huan He "북한 태생으로 올해 87세이신 이모할머니는 아직도 고향에 남겨진 가족을 그리워하세요. 전쟁을 겪은 세대가 세상을 떠나면서 이들의 목소리도 함께 사라지고 있습니다." 한요셉 작가(32·사진)는 "이모할머니 같은 분들의 이야기를 이어 나갈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그는 20일 열린 온라인 간담회에서 미국 타임지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그의 첫 장편소설 에 대해 "6·25 전쟁과 남북 분단으로 인한 이민자 가족의 아픔을 그린 책"이라고 설명했다. 한 작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 한국에서 태어나 어렸을 때 미국 하와이로 건너갔다. 은 전쟁과 분단, 이민 등 역사의 소용돌이에 살았던 한 가족의 이야기다. 6·25전쟁 당시 북한에서 내려온 백태우는 평생 고향을 그리며 살았다. 죽어서 혼령이 된 뒤에도 손자 제이컵의 몸을 빌려 월북을 시도한다. 미국에서 자란 제이컵은 생사의 기로를 오가며 한국의 역사와 한국인으로서의 정체성을 깨닫는다. 한 작가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지난해 미국에서 출간돼 디아스포라 문학계의 떠오르는 신작으로 화제 됐다. 타임뿐만 아니라 뉴욕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등 주요 해외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한 작가는 이 소설로 전미도서재단의 '35세 이하 가장 주목받는 작가 5인'에도 이름을 올렸다. 남북 분단을 소재로 삼은 이유는 자신의 뿌리를 찾기 위해서다. 그는 "미국식 교육을 받으며 자라다 보니, 오히려 제 가족이 겪은 역사를 이해하지 못했다. 가족의 이야기, 나아가 한국계 이민자로서 저의 정체성을 그리기 위한 방법을 고민했다"고 설명했다. 그의 책은 분단 이후 타지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 했던 교포들의 설움까지 가미한다. 제이컵이
문보영 시인 프로필 사진. (C)Photographer Hae Ran '서점'이라고 적힌 커다란 문을 열고 들어간다. 이내 간판에 속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책은커녕 천장의 나무판자 사이로 모래가 쏟아지고, 바닥에는 모래가 산처럼 쌓여 있다. 도무지 현실 같아 보이지 않는 이 광경은 문보영 시인(31·사진)의 속 한 장면이다. 시를 이해하기 위해 '역자 후기'를 펼쳐도 당황스럽긴 마찬가지다. 문보영의 시를 풀이한 '문보영 번역가'는 "편집하는 중에 푸른 눈의 당나귀를 마주쳤다" 등 내용과 상관없는 얘기만 늘어놓는다. 이쯤 되면 독자는 슬슬 눈치챈다. '모래 서점'의 간판처럼, '역자 후기'란 제목에 속았다는 사실을. "시를 쓰면서 포기할 수 없는 한 가지를 꼽으라면 장난기에요. 장난꾸러기 시인 한 명쯤 있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요?"(웃음) 최근 세 번째 시집 을 출간한 문보영 시인과 서울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이번 시집은 초현실적 배경에서 벌어지는 기이한 이야기 46편을 묶었다. 문 시인은 "현실을 다루고 싶어 하는 사람이 역설적으로 현실과 멀어진 세상으로 가게 된 이야기"라고 설명했다. 현실을 다루지만 오히려 현실에서 벗어난 시. 그게 문 시인의 장르다. 2016년 중앙일보 중앙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문 시인은 등단한 지 일 년 만에 김수영문학상을 안겨준 (2017)에선 환상 속 도서관에서 문학도들이 나누는 대담을 그렸다. 두 번째 시집 (2019)에선 최후의 1인만이 살아남는 온라인 게임 세상을 담아냈다. 이번 시집에서는 이전 작품보다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강조했다. "지난 3년 동안 친구, 독자들과 낙서를 교환했어요. 제가 만든 세상을 소개하고, 그 안에서 벌어지는 일들을 풀어냈죠. 장난기 가득한
사방천지가 분홍색으로 물든 바비랜드. 이곳은 오로지 바비 인형만을 위한 세계다. 대통령부터 의사, 판사, 기업가까지 전부 바비 인형의 몫이다. 반면 바비의 남자친구 켄은 ‘그냥 켄’이다. 바비가 바라봐주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 그저 보기 좋게 가꾼 멋진 몸매만 유지하면 된다.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사진)의 무대가 된 판타지 세상의 모습이다.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들어도 당신 잘못이 아니다. 영화 자체가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이전 작품들에서 다양한 여성의 삶을 그려온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자신이 바라본 남성 중심적 현실과 정반대 모습인 ‘거울 세계’를 스크린에 옮겼다. 이야기는 마고 로비가 연기한 ‘전형적인 바비’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959년 마텔사가 처음 선보인 바비처럼 금발에 완벽한 몸매를 지닌 백인 미녀의 모습이다. 그는 바비의 천국인 바비랜드, 바비랜드와 대조적인 현실 세계, 현실 세계처럼 변해버린 바비랜드를 차례로 경험한다. 바비랜드에는 다양한 바비가 함께 살아간다. 인종과 체형은 제각각이다. 트랜스젠더 장애인 임신부 등 개성 넘치는 바비도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완벽하다. 자기를 바라봐주길 기다리는 켄을 뒤로한 채 밤마다 ‘여자들의 파티’에서 춤과 노래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평온하던 일상은 어느 날 마고 바비가 인간처럼 변하며 틀어진다. 하이힐에 맞춰 까치발 형태였던 발이 평평해지고, 군살 하나 없이 날씬하던 몸에 셀룰라이트가 붙는다. 이상 증세의 원인이 현실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켄(라이언 고슬링 분)과 함께 현실로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미국 로스앤
사방천지가 핑크 색으로 물든 바비랜드. 이곳은 오로지 바비 인형만을 위한 세계다. 대통령부터 의사, 판사, 기업가까지 전부 바비 인형들의 몫이다. 반면 바비의 남자친구 켄은 '그냥 켄'이다. 바비가 바라봐주지 않으면 존재 의미가 없다. 그저 보기 좋게 가꾼 멋진 몸매만 유지하면 된다. 19일 개봉한 영화 '바비'의 무대가 된 판타지 세상의 모습이다. 어딘가 불편한 느낌이 들어도, 당신 잘못이 아니다. 영화 자체가 현실을 풍자하는 블랙 코미디다. 이전 작품들에서 다양한 여성들의 삶을 그려온 그레타 거윅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자신이 바라본 남성중심적 현실과 정반대 모습의 '거울 세계'를 스크린에 옮겼다. 이야기는 마고 로비가 연기한 '전형적인 바비'의 여정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1959년 마텔사가 처음 선보인 바비처럼 금발에 완벽한 몸매를 지닌 백인 미녀의 모습이다. 그는 바비들의 천국인 바비랜드, 바비랜드와 대조적인 현실 세계, 현실 세계처럼 변해버린 바비랜드를 차례로 경험한다. 바비랜드에는 다양한 바비가 함께 살아간다. 인종이나 체형은 제각각이다. 트랜스젠더 장애인 임산부 등 개성 넘치는 바비도 있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은 완벽하다. 자기를 바라봐주길 기다리는 켄들을 뒤로한 채, 밤마다 '여자들의 파티'에서 춤과 노래를 즐기며 하루를 마무리한다. 평온했던 일상은 어느 날 마고 바비가 인간처럼 변하며 틀어진다. 하이힐에 맞춰 까치발 형태였던 발은 평평해지고, 군살 하나 없이 날씬했던 몸엔 셀룰라이트가 붙는다. 이상 증세의 원인이 현실 세계에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켄(라이언 고슬링 분)과 함께 현실로 떠난다. 그렇게 도착한 로스앤젤레스(LA)의
무더운 여름철엔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공포 소설이 제격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공포작가를 꼽는다면 미국의 소설가 스티븐 킹(76·사진)을 빼놓을 수 없다. 역대 가장 많은 수입을 기록한 호러 영화 ‘그것’(2017)을 비롯해 ‘미저리’(1990) ‘샤이닝’(1980) 등 굵직한 영화들도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지금은 3억5000만부가 넘는 판매를 올린 베스트셀러 작가지만, 킹의 성장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1947년생인 그는 어려서부터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기괴한 글을 즐겨 쓰는 것 말고는 별달리 눈에 띄지 않는 학창 시절을 보냈다. 대학을 졸업하고 세탁 공장 노동자와 건물 경비원 등을 전전했다. 1971년 영어 교사 자리를 얻었지만, 각종 잡지에 짧은 소설을 기고하며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킹이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공포 소설 <캐리>를 펴낸 1974년부터다. 유명세를 안겨준 호러 외에도 공상과학(SF), 판타지, 비문학 등 폭넓은 분야의 작품 500여편을 선보였다. 다작에도 불구하고 높은 완성도로 문단에서 호평받았다. 문학계에서의 공헌을 인정받아 2003년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2014년 미국 국가예술 훈장을 수훈했다. 그는 ‘가장 많이 영화화된 작가’로도 유명하다. 호러 영화뿐만이 아니다. 소설집 <사계>(1982)의 수록된 그의 작품들은 자유를 갈망한 남자들의 이야기 ‘쇼생크 탈출’(1994), 소년들의 성장기 ‘스탠 바이 미’(1986) 등으로 영화화됐다. 이런 킹의 신작 <홀리>가 오는 9월 미국에서 출간된다. 책의 주인공은 작가의 전작들에서 여러 차례 조력자로 등장한 홀리 기브니다. 홀리가 한 실종사건의 배후로 의심되는 노부부와 벌이는 치열한 두뇌 싸움을 그려냈다. 안시욱 기자 s
여름철 무더위에 당장이라도 베어 물고 싶은 싱싱한 수박이 화폭을 가득 채우고 있다. 가운데 원통의 덩이를 중심으로 설익은 수박부터 잘 익은 수박까지 다양하게 배치됐다. 그 중 먹기 좋게 조각난 한 덩이에는 '비바 라 비다'라고 적혀있다.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노래 제목으로 익숙한 이 문구는 스페인어로 '인생이여 만세'란 뜻이다. 멕시코 출신의 화가 프리다 칼로(1907~1954)가 생애 마지막으로 그린 '비바 라 비다'(1954)다. 새파란 하늘과 갈색 땅을 배경으로 배치된 다양한 모습의 수박들은 인생이란 무대를 떠올리게 한다. 생동감 넘치는 색으로 인생을 예찬하는 메시지를 남긴 칼로는 이 작품을 완성하고 8일 뒤 세상을 떠났다. 하지만 정작 칼로의 삶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6살에 소아마비에 걸려 다리를 절었고, 18세에 교통사고를 당한 뒤 평생 후유증에 시달렸다. 나이를 먹고는 남편과 여동생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었단 사실을 마주해야 했다. 임종을 앞두고 오른발이 썩어 잘라냈고, 몸을 가누지 못해 병상에 누워 지내야 했다. 그렇게 몸과 마음이 지친 1953년. 칼로는 고향 멕시코에서의 첫 개인전에 나서며 이런 말을 남겼다. "이 외출이 행복하길. 그리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길." 생애 마지막 순간 '인생이여 만세'를 외치면서도, 다시는 돌아오지 않길 바랐던 걸까. 칼로의 삶을 알고 나면 그 복잡하고 이중적인 마음이 조금은 이해되는 느낌이다. 그림에는 화가의 삶과 철학, 감정이 녹아 있다. 음악의 선율도 작곡가의 생애를 알면 다르게 들린다. 은 오랜 시간 사랑받은 클래식 예술가 39인의 삶과 작품을 다룬 책이다. 예술가들의 인생도 칠흑 같은 어둠이나 막막한 사막처럼 느껴진 순간들
'인시디어스' 1편이 국내에 개봉한 건 10년도 더 된 2012년이다. 영혼 세계로 통하는 '빨간 문'을 열게 된 램버트 가족이 정체불명의 악귀들한테 쫓기는 이야기를 그렸다. 속편 '인시디어스: 두 번째 집'(2013)은 악령에게 몸을 잠식당한 아버지 조쉬(패트릭 윌슨 분)를 아들 달튼(타이 심프킨스 분)이 구하는 장면으로 마무리됐다. 19일 개봉하는 '인시디어스: 빨간 문'(이하 '빨간 문')은 그로부터 10년이 흐른 시점을 다룬다. 최면을 통해 과거의 끔찍한 기억을 지우고 살아가던 조쉬와 달튼 부자(父子)가 다시 한번 '빨간 문'을 열면서 겪는 기이한 일을 그렸다. 전작의 호러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가족애의 서사는 한 층 끌어올렸다. 영화는 시리즈 다섯 번째 작품이지만 이야기는 2편에서 이어진다. 당시 9살 소년이었던 달튼은 어엿한 미대생이 됐다. 중년이 된 조쉬는 얼굴에 주름도 깊어지고, 드문드문 흰머리가 난 모습이다. 전작에서 다정했던 조쉬와 달튼은 어딘가 서먹해졌다. 함께 차를 타고 이동하는 것도, 가벼운 통화를 하는 것도 어색할 따름이다. 그 이유는 완전히 지운 줄 알았던 과거의 잔상이 계속 맴돌았기 때문이다. 달튼의 잠재의식에는 악령에 씌어 가족을 헤치려 한 아버지의 모습이 남아있었다. 그 무렵 조쉬도 정체불명의 존재들이 자기를 쫓는 환상에 시달린다. 결국 달튼이 무의식중에 '빨간 문'을 그려내자 과거의 악몽이 재현되기 시작한다. 익숙한 이름들이 시리즈의 정통성을 이어갔다. 전편들에서 제작과 감독으로 참여한 할리우드 '공포 거장' 두 사람이 다시 한번 손을 잡았다. '파라노말 액티비티'(2010)를 제작한 제이슨 블룸과 '쏘우'(2004) '컨저링'(2013) 등을 연출한 제임스 완 감독이
방탄소년단(BTS), 임영웅 등 인기 가수를 다룬 책들이 약진했다. 방탄소년단의 가 지난 9일 정식 출간되며 베스트셀러 종합 3위에 재진입했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처음 발매한 공식 회고록이다. 은 예약판매만으로 종합 8위에 올랐다. 아이돌이 주름잡아 온 한국 가요계에 ‘임영웅 신드롬’이 발생한 이유와 지금의 팬덤이 형성되는 과정 등을 정리했다. 7월 둘째 주 예스24 베스트셀러 종합 1위는 지난주에 이어 이 차지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여름은 저마다 다른 추억을 남긴다. 쏟아지는 햇살, 파도가 넘실거리는 해변, 울창한 나무 사이로 쏘다니던 방학의 기억 등. 하지만 때로는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는 윤흥길 소설 의 마지막 구절처럼 길고 힘겹게 지나가기도 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3년의 여름은 어땠을까. 소설가 김연수(53)의 신작 소설집 는 모두가 ‘낯선 여름’을 보내야 했던 지난날을 위로하는 책이다. 지난 3년 동안 김 작가는 독자들에게 짧은 글을 읽어주는 낭독회를 열었다. 2021년 10월 제주도부터 올해 6월 경남 창원까지 전국 도서관 20여 곳에서다. 작가가 마스크 너머로 독자와 만나며 쓴 글을 모은 책이 다. 짧게는 원고지 16장 분량부터 길게는 50장이 채 안 되는 소설 20편이 그렇게 묶였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작중엔 많은 여름이 등장한다. 여름과 관련한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매년 반복되는 여름을 보여준다. ‘여름의 마지막 숨결’ 속 학창 시절 친구와 갈라진 1984년의 여름부터 ‘젖지 않고 물에 들어가는 법’의 아내가 의료 사고로 죽은 여름까지 다양하다. 김 작가의 주제 의식은 표제작이자 마지막 수록작인 ‘너무나 많은 여름이’에 함축됐다. 소설 속 화자는 코로나19 기간 중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접한다.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 있던 그때, 일본인 철학자 미야노가 동료와 나눈 편지를 보곤 깊은 울림을 느낀다. 미야노 역시 오랫동안 유방암을 앓은 환자였다. 그는 오히려 자기가 떠나간 뒤의 여름이 ‘최고의 여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껏 자기가 겪어온 모든 ‘좋은 여름’ 역시 이름 모를 누군가가 죽고 난 뒤의 일이었다는 이유에서다. “하나뿐인 여름이 해마다
한국의 무형문화유산 '한지(韓紙) 기술'과 '인삼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 등재에 도전한다. 문화재청은 '한지, 전통 지식과 기술'(가칭)을 2024년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 등재신청 대상으로 선정했다고 13일 발표했다. 2년 뒤인 2026년 신청 대상으로는 '인삼 문화: 자연과 가족(공동체)을 배려하고 감사하는 문화'가 올랐다. 문화재청은 내년 3월 말까지 '한지, 전통 지식과 기술'의 등재 신청서를 작성해 유네스코에 제출할 예정이다. 신청 대상에 오른 후보들은 6개월 동안 각 나라가 추천한 전문가들과 인가 비영리단체(NGO)의 평가 및 권고를 거치게 된다. 최종 등재 여부는 2026년 개최되는 '무형유산 보호를 위한 제21차 정부 간 위원회'에서 결정된다. 한지는 한국 전통 방식으로 만든 종이다. 닥나무와 황촉규(黃蜀葵·닥풀)를 주재료로 해 장인의 숙련된 기술을 거쳐 완성된다. 증기로 쪄낸 닥나무 껍질을 말린 흑피(黑皮)를 흐르는 물에 씻어 백피(白皮)로 만들고, 잿물로 삶고 두드린 뒤 채로 건져 건조하는 공법을 거친다. 한지의 품질은 고려시대부터 명성이 높았다. 종이의 본고장인 중국에서도 제일 좋은 종이를 '고려지(高麗紙)'로 칭한 걸로 전해진다. 송나라 손목(孫穆)은 에서 "고려의 닥종이는 빛이 희고 윤이 나서 사랑스러울 정도"라고 극찬했다. 문화재청은 '한지, 전통 지식과 기술'을 두고 "과거 농촌 단위에서 한지를 제작해온 전통이 오늘날 마을 내 사회적 협동조직의 형태로 이어져 오고 있다는 점에서 한국의 공동체 문화를 보여준다"고 설명했다. 단순한 집필 도구의 용도를 넘어서 문화유산의 보수와 수리, 인형·의류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발히 활용된 점에서도 높은 평가를 받
여름은 저마다 다른 추억을 남긴다. 쏟아지는 햇살, 파도가 넘실거리는 해변, 울창한 나무 사이로 쏘다니던 방학의 기억 등. 하지만 때로는 "정말 지루한 장마였다"는 윤흥길 의 마지막 구절처럼 길고 힘겹게 지나가기도 한다.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린 지난 3년의 여름은 어땠을까. 소설가 김연수(53·사진)의 신작 는 모두가 "낯선 여름"을 보내야 했던 지난날을 위로하는 책이다. 사상 처음으로 모두가 마스크를 쓴 채 여름을 나야 했다. 사랑하는 사람들을 잃기도 했다. 여러 모로 '최고의 여름'은 아닐 수 있지만, 여기서도 김연수는 다정한 희망의 말을 건넨다. 소설집 는 작가가 마스크 너머로 독자들과 만나며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지난 3년 동안 그는 독자들에게 짧은 글들을 읽어주는 낭독회를 가졌다. 2021년 10월 제주도부터 올해 6월 경남 창원까지 전국 도서관 20여 곳에서다. 짧게는 원고지 16장 분량부터 길게는 50장이 채 안 되는 소설 20편이 그렇게 묶였다. 책 제목에서 드러나듯 작중엔 많은 여름들이 등장한다. 여름과 관련한 일상적인 에피소드들은 기쁘거나 슬프거나 매년 반복되는 계절을 보여준다. 속 학창 시절 친구와 갈라진 1984년의 여름부터 의 아내가 의료 사고로 죽은 여름까지 다양하다. 김연수의 주제 의식은 표제작이자 마지막 수록작 에 함축됐다. 소설 속 화자는 코로나19 기간 중 어머니의 임종 소식을 접한다. 슬픔과 상실감에 빠져있던 그때, 일본인 철학자 미야노가 동료와 나눈 편지를 보곤 깊은 울림을 느낀다. 미야노 역시 오랫동안 유방암을 앓던 환자였다. 그는 오히려 자기가 떠나간 뒤의 여름이 "최고의 여름"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껏 자기가 겪어온 모든 "좋은 여름들
1994년 4월 7일. 아프리카 중부의 내륙 국가 르완다에서 집단학살(제노사이드)이 발생했다. 인구의 85%를 차지했던 후투족이 소수의 투치족을 비극의 대상으로 삼았다. 대통령이 탄 비행기의 추락 사고가 투치족 소행이라는 주장을 입에 올리면서다. 석달간 이어진 살육으로 국민의 10%인 100만명이 사망했고, 여성 15만~20만명이 성범죄에 노출됐다. 르완다 내전으로 불리는 충격적 사건은 여러 영화에서 등장한다. 돈 치들과 호아킨 피닉스가 출연한 ‘호텔 르완다’(2006)와 라울 펙 감독의 ‘4월의 어느날’(2004)이 대표적이다. 내전을 둘러싼 상황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는 작품들이다. 하지만 대부분 남성 주인공들이 가족과 이웃을 지키는 이야기를 다루는 데 그쳤다. 여성들의 서사가 스크린에 옮겨진 것은 참극 이후 30년 가까운 세월이 흐르고 나서였다. 지난 2021년 개봉한 영화 ‘트리 오브 피스’는 난리를 피해 창고에 숨어든 네 명의 여성이 81일간 살아가는 과정을 담았다. 아란나 브라운 감독의 장편 데뷔작으로, 르완다 출신 배우 엘리아네 우무하예르 등이 출연했다. 지난해부터 넷플릭스에서 공개됐다. 영화는 후투족 임산부 아닉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여기 이렇게 오래 있을 줄 몰랐는데…. 우리는 최후를 미룰 뿐이다.” 후투족이라고 안전한 것은 아니었다. 아닉은 온건파 후투족으로 강경파의 숙청 위협에 시달려야 했다. 그는 투치족 수녀 자넷과 성폭력 피해 여성 무테시, 미국에서 온 자원봉사자 페이턴과 함께 머물게 된다. 악취가 코를 찌르는 지하 창고 안에서다. 먹을거리는 없는데 밖을 나갈 수도 없는 상황. 지하 창고를 벗어나면 살육과 강간의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
일론 머스크는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창업가 가운데 한 명이다. 산업의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으로 2021년 세계 최고 부자 자리에 올랐다. 그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로서 회사를 전기차 분야 세계 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키웠다. 지금은 인공지능(AI)을 탑재한 인간형 로봇 개발에 뛰어들고, 우주 개발 벤처 기업 스페이스X를 이끌며 혁신을 이어가고 있다. 머스크가 말한 창의력의 비결은 책이었다. 그는 "나의 상상력과 실험 정신은 독서에서 나왔다"고 했다. 어렸을 때부터 유독 낯가림이 심했던 그는 혼자 서재에 틀어박혀 있는 시간이 길었다. 등 공상과학(SF) 소설에 몰입해 '기술로 세상을 구하고 싶다'는 꿈을 꿨다. 책에서 얻은 영감들로 전기 자동차나 태양전지로 에너지 문제를 해결하고, 지구 멸망을 대비해 화성에 도시를 세우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고 한다. 최근 출간된 은 이처럼 혁신으로 세계를 바꾼 최고경영자들의 서재를 소개하는 책이다. 일론 머스크를 비롯해 제프 베이조스, 빌 게이츠가 읽은 100권의 도서에 대한 서평과 그들이 책을 접하게 된 사연을 풀어놓는다. 27년 동안 일본에서 비즈니스 저널리스트로 일한 야마자키 료헤이가 경영자들을 직접 만나 취재한 내용을 모았다. 머스크와 베이조스, 빌 게이츠에겐 공통점이 있다. 각각 테슬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기업을 만들어내고, 세계 부자 1순위에 올랐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세 명 모두 책을 끼고 산 독서광이었다. 저자는 "그들은 역사부터 과학, SF, 경제학, 경영학, 자기 계발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분야의 책을 읽고,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는 실마리를 찾아냈다"고 설명한다. 서로 다른 경영 철학을 반영하
20세기 후반 러시아는 격동의 시기였다. 소련 치하에서 여성들은 수많은 굴곡의 삶을 살았다. 올해 80세인 류드밀라 울리츠카야(1943~·사진)는 새로운 여성상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러시아 현대 문단의 대표 작가다. 울리츠카야는 1943년 우랄산맥 남부 바시키르 자치공화국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2차대전이 끝난 뒤 모스크바로 돌아와 직장을 구했지만, 지하 출판물을 읽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작가로서 주목받은 건 쉰 살의 나이에 이르러서다. (1992)로 프랑스 메디치상 등을 받으며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2001년 로 러시아 부커상의 첫 여성 수상자가 됐다. 국내에는 2012년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소개됐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여성을 둘러싼 가족사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가정불화나 정부의 강제 이주로 흩어져 산다. 이들 가정을 유지하고 지키는 주체는 여성이다. 다사다난했던 저자의 삶 속 마지막 보루가 가족이었기 때문일까. 에선 여성 주인공이 딸의 친구와 남편 사이의 불륜까지 포용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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