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후반 러시아는 격동의 시기였다. 소련 치하에서 여성들은 수많은 굴곡의 삶을 살았다. 올해 80세인 류드밀라 울리츠카야(1943~·사진)는 새로운 여성상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러시아 현대 문단의 대표 작가다. 울리츠카야는 1943년 우랄산맥 남부 바시키르 자치공화국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2차대전이 끝난 뒤 모스크바로 돌아와 직장을 구했지만, 지하 출판물을 읽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작가로서 주목받은 건 쉰 살의 나이에 이르러서다. (1992)로 프랑스 메디치상 등을 받으며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2001년 로 러시아 부커상의 첫 여성 수상자가 됐다. 국내에는 2012년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소개됐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여성을 둘러싼 가족사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가정불화나 정부의 강제 이주로 흩어져 산다. 이들 가정을 유지하고 지키는 주체는 여성이다. 다사다난했던 저자의 삶 속 마지막 보루가 가족이었기 때문일까. 에선 여성 주인공이 딸의 친구와 남편 사이의 불륜까지 포용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C)Yossi Zweeker 올해 탄생 80주년을 맞은 류드밀라 울리츠카야(1943~)는 새로운 여성상을 창조했다는 평가를 받는 러시아 현대 문단의 대표 작가다. 그는 20세기 후반 격동의 소련 치하에 살던 다양한 여성의 모습을 그려냈다. 울리츠카야는 1943년 우랄산맥 남부 바시키르 자치공화국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그의 조부가 스탈린 시대 정치 탄압으로 쫓겨나 정착한 곳이다. 2차대전이 끝나며 모스크바로 되돌아와 직장을 구했지만, 지하 출판물을 읽었다는 이유로 해고당했다. 작가로서 주목받은 건 쉰 살의 나이에 이르러서다. <소네치카>(1992)로 프랑스 메디치상 등을 받으며 유럽 전역에 이름을 알렸다. 2001년 <쿠코츠키의 경우>로 러시아 부커상의 첫 여성 수상자가 됐다. 국내에는 2012년 박경리문학상을 수상하며 <우리 짜르의 사람들>을 비롯한 여러 작품이 소개됐다. 작품들을 관통하는 주제는 여성을 둘러싼 가족사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가정불화나 정부의 강제 이주로 흩어져 산다. 이들 가정을 유지하고 지키는 주체는 여성이다. 다사다난했던 저자의 삶 속 마지막 보루가 가족이었기 때문일까. <소네치카>에선 여성 주인공이 딸의 친구와 남편 사이의 불륜까지 포용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나오기도 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는 진보 경제학의 실상과 허상을 가감 없이 드러낸 책이다. ‘따뜻한 경제학’ ‘착한 경제학’이라는 말로 포장된 주장들의 특징과 어폐 그리고 부작용을 파헤쳤다. 책은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신자유주의의 대안’ ‘참여민주주의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추앙한 학자들을 공개한다. 무상 복지의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현혹한 리더를 우러른 사람들이다. 저자는 등을 펴낸 백광엽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다. 그는 각종 경제학 이론과 데이터를 통해 진보 경제학자 100여 명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제기한다. 장하준 김상조 이정우 등 이름난 학자와 관료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린다. 백 위원은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경부고속도로 건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까지 초대형 경제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진보 경제학이 형태만 달리했을 뿐, 변함없이 ‘딴지’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탄탄한 이론을 갖추기보다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진보 경제학계는 ‘외국 자본과 결탁한 토착 자본이 국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매판자본론’으로 불린 이 이론은 1986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자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1990년대부터는 한국 시장이 외국 자본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종속론’을 들고나왔다. 이마저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네 마리 용’의 성장세가 꺾이지 않자 잠잠해졌다. 저자는 코너에 내몰린 진보 경제학자들이 새롭게 꺼내 든 무기가 ‘불평등’이라고 강조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국면에서 자본의 어두운 이면이 부각된 게 자양분이 됐
로 서점가를 강타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이번엔 꿀벌로 돌아왔다. 그의 신간 1·2권이 각각 7월 첫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3·4위에 올랐다. 지난주보다 판매량이 18.3% 증가하며 꾸준히 인기를 얻는 흐름이다. 은 꿀벌이 사라지고 인류 멸종의 위기가 닥친 미래를 바꾸기 위한 모험을 그린 작품으로, 작가 특유의 상상력과 해박한 역사 지식이 돋보인다. 1000억원대 자산가의 지혜를 담은 은 종합 1위를 탈환했다. 유시민 작가의 는 2위로 밀려났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러시아는 대다수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의 사상과 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 무력을 동원하지 않고는 통제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음.” 우크라이나 출신 공작원이 영국 비밀정보국(MI6)에 보낸 기밀문서에 등장하는 문구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직전의 얘기가 아니다. 그보다 100년 전인 1922년에 보고된 첩보다. 반복되는 역사는 늘 배울 점을 제시하기 마련. 최근 출간된 은 이처럼 지난 한 세기 동안 이어진 첩보 활동의 역사를 살피고, 오늘날 정보전쟁에 승리하기 위한 시사점을 모색하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응용역사학을 연구하는 칼더 월턴이다. “소련은 개별 전투에는 승리했지만 큰 틀의 전쟁에서는 패배했다.” 지난 100년간의 정보전쟁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다. 소련 정보원들은 서구권 요원에 비해 방대한 첩보 활동을 벌였지만 정확한 정보가 지도부 귀에 도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반체제 인사를 숙청하는 독재 국가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저자는 “소련 내부인민위원부(NKVD·국가보안위원회의 전신) 요원들은 스탈린의 생각에 반하는 정보를 보고하면 자신들이 고문과 죽음에 내몰릴 수 있다는 위험에 두려워했다”고 말한다. 지금 러시아 수장인 블라디미르 푸틴은 어떨까. 저자는 소련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 출신인 푸틴이 “첩보 활동, 은밀한 불법 활동, 암살, 선전 선동 등 KGB 교본에 나온 기술을 그대로 사용했다”고 말한다. 다만 푸틴은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갔다. 현재 러시아 정보기관은 “대규모 국가 조직 범죄의 매개체”로 거듭났다고 한다. 저자는 “푸틴이 물러나더라도 그의 후임자도 다르지 않
기시다 구니오(1890~1954)는 일본 근대 연극의 창시자로 꼽히는 극작가다. 지난달 기시다의 대표작 두 편이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 이제야 번역된 것은 과거 행적을 둘러싼 한국인의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기시다는 1920년대 연극계의 주를 이룬 가부키(歌舞伎), 신파극(新派劇) 등의 과장된 연출 방식에서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적 사건이나 갈등을 부각하기보다 평범한 대화만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묘사했다. 이번에 한국어로 나온 (1925)과 (1926)을 비롯해 60여 편의 희곡을 남겼다. 극장 현대화 운동을 주도하며 수많은 극작가를 양성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희곡을 좋아하는 한국 독자에게 낯설지 않다. 일본 최고 권위의 연극상이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등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수상작 여러 편이 국내에 소개됐다. 하지만 정작 기시다의 작품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었다. 그의 희곡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2002년 한·일 연극 교류가 시작된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부에 이동형 연극단 운영을 제안하고, 위원회를 꾸려 이동 극단을 이끌었던 과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기시다 구니오(1890~1954)는 일본 근대 연극의 창시자로 꼽히는 극작가다. 지난달 그의 대표작 두 편이 그의 작품 중 처음으로 한국어로 번역돼 나왔다. 이제야 번역이 이뤄진 것은 과거 행적을 둘러싼 한국인들의 거부감이 컸기 때문이다. 기시다는 1920년대 연극계의 주를 이룬 가부키(歌舞伎), 신파극(新派劇) 등의 과장된 연출 방식에서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극적 사건이나 갈등을 부각하기보단, 평범한 대화만으로 인물의 감정선을 묘사했다. 이번에 한국어로 나온 (1925)과 (1926)을 비롯해 60여 편의 희곡을 남겼다. 극장 현대화 운동을 주도하며 수많은 극작가를 양성하기도 했다. 그의 이름은 희곡을 좋아하는 한국 독자들한테 낯설지 않다. 일본 최고 권위의 연극상이 그를 기리기 위해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그동안 등 '기시다 구니오 희곡상' 수상작 여러 편이 국내에 소개됐다. 하지만 정작 기시다의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없었다. 그의 희곡이 한국어로 번역된 것은 2002년 한일연극교류가 시작된 이후 21년 만에 처음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 군부에 이동형 연극단 운영을 제안하고, 위원회를 꾸려 이동 극단을 이끌었던 과거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는 진보 경제학의 실상과 허상을 가감없이 드러낸 책이다. ‘따뜻한 경제학’ ‘착한 경제학’이라는 말로 포장된 주장들의 특징과 어폐 그리고 부작용을 파헤쳤다. 책은 나라를 구렁텅이로 몰아넣은 베네수엘라의 우고 차베스 대통령을 ‘신자유주의의 대안’ ‘참여민주주의의 살아 있는 표본’으로 추앙했던 학자들을 공개한다. 무상 복지의 포퓰리즘으로 대중을 현혹한 리더를 추앙했던 사람들이다. 이들은 그 때의 잘못에 대해서는 입을 다물고 또 다시 ‘대안 경제학’이라는 이름으로 목소리를 키우고 있다. 저자는 등을 펴낸 백광엽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이다. 그는 각종 경제학 이론과 데이터를 통해 진보 경제학자 100여명에 대한 날 선 비판을 제기한다. 장하준 김상조 이정우 등 이름난 학자나 관료들에게도 직격탄을 날린다. 한 마디로 ‘작정하고 쓴 책’이다. 경제개발 5개년 계획부터 경부고속도로 건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까지. 저자는 이런 초대형 경제 사건들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말한다. 진보 경제학이 형태만 달리했을 뿐, 변함없이 ‘딴지’를 걸어왔다는 것이다. 이들은 탄탄한 이론을 갖추기보단 감정에 호소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196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 진보 경제학계는 ‘외국 자본과 결탁한 토착 자본이 국민의 이익을 침해한다’고 주장했다. ‘매판자본론’으로 불렸던 이 이론은 1986년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가 발생하자 사그라들었다. 그러자 1990년대부터는 한국 시장이 외국 자본의 노예가 될 것이라는 ‘종속론’을 들고나왔다. 이마저도 한국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 ‘아시아 네 마리 용’의 성장세가 꺾이지 않자 잠잠해졌다. 저자는 코너
경북 경주 흥륜사 옛 터에 들어선 흥륜사. 사진=문화재청 경북 경주 흥륜사(興輪寺)는 사료에서 확인되는 신라 시대 최초의 사찰이다. 흥륜사는 에 기록된 칠처가람(七處伽藍·신성한 7개의 절터) 중 하나로, 고구려 승려 아도(阿道)가 세웠다고 전해진다. 이차돈의 순교를 계기로 중건돼 '대왕흥륜사'로 불리다가 조선시대에 소실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3년 '흥륜사지'란 이름의 사적으로 지정됐다. 지금은 1980년대에 새로 지은 흥륜사가 자리하고 있다. 하지만 흥륜사 옛 터의 정확한 위치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했다. 당초 이곳에서 '흥(興)'자가 적힌 기와가 출토돼 흥륜사로 알려졌으나, 이후 사찰 근처에서 '영묘지사(靈廟之寺)'라고 적힌 기와가 다수 수습된 것. 이에 학계와 지역에선 '영묘사 터'로 보기도 한다. 영묘사 역시 칠거지람 중 하나로, 선덕여왕 때 창건됐다가 조선 초기에 폐허가 된 것으로 전해진다. 흥륜사 서편 하수관로 설치 공사 중 발견된 당시 모습. 사진=문화재청 '흥륜사'인가 '영묘사'인가. 그 수수께끼를 풀어줄 단서가 추가로 나왔다. 5일 문화재청은 경주시와 춘추문화재연구원이 지난달 경주 흥륜사 서편에서 하수관로 설치를 위한 발굴조사 중에 '영묘지사'라고 적힌 기와 및 고려시대 불교 공양구 54점을 발견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조사에서 '영묘사(추정)'와 '영묘지사'라고 적힌 기와 조각이 추가로 발견되며 해당 절터를 '영묘사 터'로 보는 주장에 힘이 실릴 전망이다. 국립경주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지금의 흥륜사지는 일제 강점기에 지정된 위치로, 향후 기와 등 유물이 추가로 확인되면 흥륜사지가 영묘사지로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영묘지사'라고 적힌 기와 조각.
“러시아는 대다수 우크라이나인이 러시아의 사상과 체제에 반감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음. 무력을 동원하지 않고는 통제력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음.” 우크라이나 출신 공작원이 영국 비밀정보국(MI6)에 보낸 기밀문서에 등장하는 문구다.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기 직전의 얘기가 아니다. 그보다 100년 전인 1922년에 보고된 첩보다. 반복되는 역사는 늘 배울 점을 제시하기 마련. 최근 출간된 은 이처럼 지난 한 세기 동안 이어진 첩보 활동의 역사를 살피고, 오늘날 정보전쟁에 승리하기 위한 시사점을 모색하는 책이다. 저자는 미국 하버드대에서 응용역사학을 연구하는 칼더 월턴. 그는 자본주의와 공산주의 진영 사이의 ‘총성 없는 전쟁’인 냉전에 대해 독특한 해석을 내린다. 역사학자들은 흔히 냉전 시기를 미국의 반공 기조가 강화된 1947년부터 소련이 붕괴한 1991년까지로 잡는다. 저자는 냉전이 1917년 러시아 혁명부터 이미 시작됐고, 현재까지 계속되고 있다고 주장한다. 두 진영의 스파이들이 그림자 속에서 펼친 전쟁의 양상을 보면 그렇다는 설명이다. "소련은 개별 전투에는 승리했지만 큰 틀의 전쟁에서는 패배했다." 지난 100년간 정보전쟁에 대한 저자의 분석이다. 소련 정보원들은 서구권 요원들에 비해 방대한 첩보 활동을 벌였지만, 정확한 정보가 지도부의 귀에 도달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이는 반체제 인사들을 숙청하는 독재 국가들에서 흔히 나타나는 문제다. 저자는 "소련 내부인민위원부(NKVD·KGB의 전신) 요원들은 스탈린의 생각에 반하는 정보를 보고할 경우 자신들이 고문과 죽음에 내몰릴 수 있다는 위험에 두려워했다"고 말한다. 반대편인 자본주
경주 황오동 쪽샘지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신라고분군이 자리 잡고 있다.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의 무덤이 대량으로 확인되면서 2007년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이뤄졌다. 1000기의 봉분 무덤 가운데서도 세간의 이목을 사로잡은 건 쪽샘 44호 무덤. 약 1500년 전의 신라 공주가 잠들었으리라 추정되는 곳이다. 2014년 5월부터 이뤄진 44호 무덤의 정밀 발굴 조사는 9년간의 일정으로 지난달 마무리됐다. 5세기 후반 형성된 쪽샘 44호 무덤은 전형적인 신라시대 돌무지덧널무덤 구조를 띤 고분이다. 나무로 짠 곽 주변에 돌을 쌓고, 그 위로 흙을 덮어 놓은 형태다. 규모는 동서로 30.8m, 남북으로 23.1m다. 130㎝ 남짓의 10대 왕실 공주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780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그 가운데도 관심을 끄는 것은 영롱한 청록빛의 물방울 모양의 장식물이다. 비단벌레 등껍데기로 만든 이 장식은 황남대총과 천마총 등 최상위 계층인 왕족의 무덤에서만 발견된 유물이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비단벌레 꽃잎장식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그 비밀을 밝혀냈다. 문화재청 산하 국립경주문화연구소는 4일 경북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발굴 성과시사회를 열고 44호 무덤에서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를 최초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비단벌레 장식이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에 부착됐다는 점을 처음 확인했다. 말다래는 말의 안장 밑에 길게 늘어뜨린 직물을 뜻한다. 지금껏 신라 고분에서 확인된 말다래는 ‘천마도’ 장식을 모티브로 해왔지만, 비단벌레를 꽃잎 모양으로 장식한 형식이 발견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44호 무덤의 말다래는 대나무살
경상북도 경주 황오동 쪽샘 44호분 발굴 현장 전경. 안시욱 기자. 경주 황오동 쪽샘지구에는 국내 최대 규모의 신라고분군이 자리잡고 있다. 4~6세기 신라 왕족과 귀족의 무덤들이 대량으로 확인되면서 2007년부터 본격적인 조사가 진행됐다. 1000기의 봉분 무덤 가운데서도 세간의 집중을 사로잡은 건 쪽샘 44호 무덤. 약 1500년 전의 신라 공주가 잠들었으리라 추정되는 곳이다. 쪽샘 44호분 피장자 상상도. 문화재청 제공. 2014년 5월부터 이뤄진 44호 무덤의 정밀 발굴 조사는 9년간의 일정으로 지난달 마무리됐다. 5세기 후반 만들어진 쪽샘 44호 무덤은 전형적인 신라시대 돌무지덧널무덤 구조를 띤 고분이다. 나무로 짠 곽 주변에 돌을 쌓고, 그 위로 흙을 덮어 놓은 형태다. 규모는 동서로 30.8m, 남북으로 23.1m다. 130cm 남짓의 10대 왕실 공주가 묻힌 것으로 추정되는 무덤에서 780점의 유물이 출토됐다. 그 가운데도 관심을 끄는 것은 영롱한 청록빛의 물방울 모양의 장식물이다. 비단벌레 껍질로 만든 이 장식은 황남대총과 천마총 등 최상위 계층인 왕족들의 무덤에서만 발견된 유물이었다. 학계에서는 그동안 비단벌레 꽃잎장식이 어떤 용도로 사용됐는지는 밝혀내지 못했는데 이번에 그 비밀을 밝혀냈다. 쪽샘 44호분에서 출토된 '비단벌레 꽃잎장식 죽제 직물 말다래' 재현품. 문화재청 제공. 문화재청 산하 국립경주문화연구소는 4일 경북 경주 서라벌문화회관에서 발굴 성과시사회를 열고 44호 무덤에서 ‘비단벌레 꽃잎장식 직물 말다래’를 최초로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소는 비단벌레 장식이 ‘죽제(竹製) 직물 말다래’에 부착됐다는 점을 처음 확인했다. 말다래는 말의 안장 밑에 길게 늘어뜨린
“안녕하세요. 잘 지내?” 지난 1일 제주 서귀포시 야크마을. 검은색 티셔츠에 남색 면바지 차림의 베르나르 베르베르(62)가 어눌한 한국어로 인사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베르베르가 “여러분과 왜 글을 쓰고,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얘기 나누고 싶습니다. 가까이 오세요”라고 말하자, 다들 의자를 들고 작가 앞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이날 행사는 베르베르의 대표작 의 한국어판 출간 30주년 및 신간 출간을 기념해 연 북토크. 11세 초등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독자 40여 명이 자리를 채웠다. 이들은 2박3일 동안 베르베르 작품으로 토론회를 하고, 작가와 함께 송악산 둘레길을 걸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고국이 아닌 다른 나라 팬들과 ‘독서여행’을 떠나는 것은 매우 드문 일. 하지만 베르베르에게 한국은 낯선 이국이 아니다. 그의 책이 가장 많이 팔린 나라이자 그를 사랑하는 팬이 가장 많은 국가여서다. 등 세계적으로 팔린 그의 책 3000만 부 중 약 1300만 부가 한국에서 판매됐다. 베르베르가 지난 30년 동안 한국을 아홉 번이나 찾은 이유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르베르는 이번 방한 일정 동안 서울과 강원 원주, 제주와 부산을 들렀다. 그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한국 사랑’은 신간 의 주제인 ‘환생’으로 옮아간 뒤에도 계속됐다. “다시 태어난다면, 역시 (다른 생명체가 아니라) 인간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인 남성이면 어떨까요. 물론 계속 글을 쓰는 소설가로요.” 베르베르는 의 모티브를 ‘퇴행 최면’이란 명상 기법에서 얻
‘인형처럼 예쁘다’란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장난감이 있다. 1959년 미국 업체 마텔이 내놓은 바비 인형이다. 새하얀 피부에 날씬한 몸매, 금발 머리카락을 가진 바비 인형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곤 했다. 영화 ‘바비’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은 배우 마고 로비(33)는 3일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형적인 바비는 이제 선입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했다. 로비는 그동안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선보여온 할리우드 대표 여배우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광인(狂人) ‘할리퀸’부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4)의 팜파탈 여주인공 나오미까지 다양한 연기로 한국 관객을 만났다. 로비는 인형들의 세계 ‘바비랜드’에 살다가 인간 세상으로 넘어오는 금발의 바비 인형을 연기했다. 그는 “바비 인형은 때론 아이들한테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줬다”며 “남들이 규정해 준 바비 인형의 정체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스크린에 옮기기 위해 감독도 그가 직접 선정했다. 감독은 이전 작품에서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호평받은 그레타 거윅이다. 그는 데뷔작 ‘레이디 버드’(2018)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작은 아씨들’(2020)로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로비는 “사회적 메시지를 유머러스하면서도 묵직하게 전달하는 감독의 전개 방식에 감탄했다”고 말했다. 영화에는 여러 바비가 등장한다. 흑인부터 임신부, 장애인 등 수많은 바비가 바비랜드를 함께 이룬다. 직
배우 마고 로비(33)가 3일 서울 종로구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사진=변성현 한경닷컴 기자 ‘인형처럼 예쁘다’란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장난감이 있다. 1959년 미국 제조업체 마텔에서 만들어낸 ‘바비’ 인형이다. 새하얀 피부에 날씬한 몸매, 금발 머리카락을 가진 바비 인형은 뭇 여성들의 선망 대상이 되곤 했다. 영화 ‘바비’를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처음 찾아온 배우 마고 로비(33)는 3일 서울 종로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전형적인 바비는 이제 선입견일 뿐”이라고 말했다. 로비는 영화의 주연으로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제작에도 참여했다. 그는 그동안 파격적인 이미지 변신을 선보여온 할리우드의 대표 여배우다. ‘수어사이드 스쿼드’(2016)의 광인(狂人) ‘할리퀸’부터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4)의 팜므파탈 여주인공 나오미까지 다양한 연기로 한국 관객을 만났다. 로비는 인형들의 세계 ‘바비랜드’에 살다가 인간 세상으로 넘어오는 금발의 바비 인형을 연기했다. 그는 “바비 인형은 때론 아이들한테 ‘여성은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을 심어줬다”며 “남들이 규정해 준 바비 인형의 정체성을 극복해 나가는 과정을 통해 관객들께 생각할 거리를 드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런 고민을 스크린으로 옮기기 위해 감독도 그가 직접 골랐다. 메가폰을 잡은 사람은 이전 작품들에서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선보이며 호평 받은 그레타 거윅이다. 그는 데뷔작 ‘레이디 버드’(2018)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작은 아씨들’(2020)로 미국 아카데미상 6개 부문에 후보로 올랐다. 로비는 “사회적 메시지를 유머러스하면
“안녕하세요. 잘 지내?” 지난 1일 제주 서귀포시 야크마을. 검은색 티셔츠에 남색 면바지 차림의 베르나르 베르베르(62)가 어눌한 한국어로 인사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어 베르베르가 “여러분과 왜 글을 쓰고, 어떤 식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 얘기 나누고 싶습니다. 가까이 오세요.”라고 말하자, 다들 의자를 들고 작가 앞에 옹기종기 모여들었다. 이날 행사는 베르베르의 대표작 의 한국어판 출간 30주년 및 신간 출간을 기념해 연 북토크. 11세 초등학생부터 머리가 희끗희끗한 중년 부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40여명 독자들이 자리를 채웠다. 이들은 2박 3일 동안 베르베르 작품들에 대한 토론회를 갖고, 작가와 함께 송악산 둘레길을 걸었다. 교보문고와 하나투어, 출판사 열린책들이 힘을 보태 마련한 자리였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가가 고국이 아닌 다른 나라 팬들과 ‘독서여행’을 떠나는 건 매우 드문 일. 하지만 베르베르에게 한국은 낯선 이국이 아니다. 그의 책이 가장 많이 팔린 나라이자 그를 사랑하는 팬이 가장 많은 국가여서다. 등 전 세계적으로 팔린 그의 책 3000만 부 중 약 1300만부가 한국에서 판매됐다. 그래서 그는 지난 30년동안 한국을 아홉번이나 찾았다. 하지만 제주도는 이번이 처음이다. 베르나르는 이번 방한 일정동안 서울과 강원도 원주, 제주와 부산을 들렀다. 그는 “제주도의 아름다운 자연에서 새로운 영감을 얻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의 ‘한국 사랑’은 신간 의 주제인 ‘환생’으로 옮아간 뒤에도 계속됐다. “다시 태어난다면, 역시 (다른 생명체가 아닌) 인간이 좋을 것 같습니다. 한국인 남성이면 어떨까요. 물론 계속 글을 쓰는 소설가
서점가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장악한 책 상당수는 인간 심리와 행동과학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다. 저명한 외국 교수가 쓰고, 그럴듯한 통계 자료들이 인용되면 신뢰가 더해진다. ‘돈과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만 고쳐먹으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글귀가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책을 읽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최근 출간된 <손쉬운 해결책>은 이게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과학 저널리스트인 제시 싱걸은 몇몇 자기계발서가 내놓은 ‘손쉬운 해결책’들이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부 연구의 검증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2000년대 흥행한 ‘긍정심리학’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뒤섞어 쓰고 있었다고 꼬집는다. 긍정심리학은 사람을 행복하고 낙관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런 변화가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사람이 행복해서 더 오래 사는지, 아니면 건강한 덕에 오래 살아서 행복한지와 같은 쟁점들이 완벽히 해명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저자는 자기계발 심리학에 대한 도발적인 비판을 통해 학계의 자기 성찰을 유도한다. 독자도 마찬가지다. 손쉬운 해결책에, 또는 설익은 행동과학에 낚이지 않기 위해 참고할 만한 책이다.안시욱 기자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진이 인터넷에 돌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값비싼 명품 패딩을 입고 산책하는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다. 이들은 모두 컴퓨터 프로그램을 이용해 생성한 사진을 그럴듯하게 퍼트린 ‘가짜 뉴스’다. 갈수록 고도화하는 정보 기술은 진짜와 가짜 구분을 어렵게 한다. 뉴스 소비자들은 당연히 불안하다.범람하는 가짜 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최근 출간된 은 가짜 뉴스와 싸우기 위해선 가짜 뉴스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오랫동안 군사 정보 분석가로 활약한 신디 L 오티스다. 그는 “고대 이집트부터 트럼프 정권까지 이어져 온 가짜 뉴스에 특정한 전략과 패턴이 있다”고 설명한다.3000여 년 역사를 돌아본 책의 분석은 이렇다. 가짜 뉴스는 꽤 오래전부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동원돼왔다. 고대 이집트 람세스 2세는 가짜 뉴스를 통해 자신의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그는 전투에 승리하지 못했지만 ‘신의 가호가 함께한 람세스 2세가 단박에 적군을 분쇄했다’는 내용을 적은 파피루스를 사방에 퍼뜨렸다.가짜 뉴스는 개인의 인지적 편향을 이용하는 식으로도 작용해왔다. 흑인, 유대인, 난민, 동성애자 등 특정 계층에 편견을 가진 사람은 가짜 뉴스에 노출되기 쉬웠다. 책은 “가짜 뉴스는 보통 우리의 생각을 완전히 바꿔 놓으려고 의도하지는 않는다. 대신 우리가 듣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내용을 말해줌으로써 우리의 시각을 굳힌다”고 강조한다.책을 다 읽고 나면 가짜 뉴스를 가리기 위해 &lsquo
대학교 여름 방학이 다가오며 ‘스펙’을 쌓기 위한 수험서 5종이 6월 넷째 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포진했다. 토익(TOEIC) 수험서 ‘리딩’ ‘리스닝’ 분야가 각각 10위, 12위를 차지했다. 영어단어를 수록한 <해커스 토익 기출 VOCA 보카>는 18위에 올랐다. 한국사능력검정시험 수험서 <2023 큰별쌤 최태성의 별별한국사…> 상·하권은 17위와 20위를 기록했다. 종합 1위는 유시민 작가의 <문과 남자의 과학 공부>가 차지했다.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신작 <꿀벌의 예언> 1·2는 각각 4위와 6위에 올랐다.안시욱 기자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성 레지스탕스 영웅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최근 출간된 <게토의 저항자들>은 나치 독일에 저항한 유대인 소녀들의 역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게토는 유대인 격리지역을 뜻한다. 유대인 여성들의 투쟁은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시기에 그치지 않았다. 책은 해방 이후에도 역사에서 외면당하면서 계속된 그들의 싸움을 조명한다.저자는 유대인 여성사를 연구해온 주디 버탤리언이다. 그는 2007년 도서관에서 우연히 <게토의 여자들>이란 책을 발견했다. 첩보활동과 물자 조달부터 무장투쟁, 시설 폭파 등 격동적인 저항의 서사가 담겨 있었다. 그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조직적이었다. “왜 난 이들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을까?” 이후 10여 년 동안 연구와 취재를 하고 생존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았다.저자는 유대인 소녀들을 ‘저항운동의 신경중추’로 꼽는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시망을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이들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처럼 영웅적이진 않았다. 하지만 소녀들은 지하 유인물을 치마 속에 꿰매 넣었고, 곰 인형 속에 권총을 숨겼다. 핸드백 안엔 레지스탕스를 위해 조달하던 수입품이 가득했다. 저자는 “대부분의 연락책은 여성이었다. 유대인 여성들은 할례를 받은 유대인 남성의 신체적 표식이 없었기에 ‘바지 내리기 테스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위험한 상황을 늘 피해 간 것은 아니다. 당시 유대인 격리지역인 게토를 벗어나는 일이 발각되면 즉시 사형으로 이어졌다. 여성 레지스탕스는 매일 게토 안팎을 오가며 목숨을 건 투쟁을 벌였다.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전 대통령이 경찰에 연행되는 사진이 인터넷에 돌았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값비싼 명품 패딩을 입고 산책하는 영상은 소셜미디어를 떠들썩하게 했다. 전부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들어낸 '가짜 뉴스'다. 갈수록 고도화되는 정보 기술은 진짜와 가짜 사이의 구분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범람하는 가짜 뉴스에 속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피지기'면 '백전불태'다. 최근 출간된 은 가짜 뉴스와 싸우기 위해선 가짜 뉴스의 역사부터 살펴봐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오랫동안 군사 정보 분석가로 활약한 신디 L. 오티스다. 그는 "고대 이집트부터 미국 트럼프 정권까지 이어져 온 가짜 뉴스에 특정한 전략과 패턴이 있었다"고 설명한다. 3000여년의 역사를 돌아본 책의 분석은 이렇다. 가짜 뉴스는 꽤 오래전부터 정치적인 목적을 위해 동원돼왔다. 고대 이집트의 람세스 2세는 가짜 뉴스를 통해 자기의 정치적 위상을 끌어올렸다. 실제로 그는 전투에 승리하지 못했지만, '신의 가호가 함께한 람세스 2세가 단박에 적군을 분쇄했다'는 내용을 적어 놓은 파피루스를 사방에 퍼뜨렸다. 공포와 분노 등은 가짜 뉴스가 조회수를 늘리기 위해 주로 이용하는 감정들이었다. 2018년 멕시코에선 실종됐던 어린이들이 장기가 제거된 흔적과 함께 사망한 채로 발견됐다는 가짜 뉴스가 돌았다. 소름이 끼치는 내용에 분노한 시민들은 뉴스를 분주히 퍼다 날랐고, 결국 무고한 외지인 두 명이 붙잡혀 처형당했다. 가짜 뉴스는 개인의 인지적 편향을 이용하는 식으로도 작용해왔다. 흑인, 유대인, 난민, 동성애자 등 특정 계층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은 가짜 뉴스에
"한국은 영웅적인 나라입니다. 중국 일본 러시아 등 주변 강국들의 압박에도 기적 같은 성장을 이뤄냈으니까요. 그러니 이야기꺼리가 많을 수 밖에요. 지금 준비중인 차기작 의 영감도 이순신 장군 스토리에서 얻었습니다."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2·사진)는 28일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고유의 문화와 에너지를 발견하는 건 큰 즐거움이자 놀라운 경험"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를 비롯해 등을 펴낸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이번 방한은 한국어판 출간 30주년과 신작 출간을 기념해 마련됐다. 그가 한국을 찾은 건 이번이 아홉 번째다. 그는 "한국에 올 때마다 마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프랑스에서도 한국 영화를 찾아보고, 한식당에 간다"고 했다. 그의 소설은 유독 한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베르베르 작품의 한국어 출판을 전담하는 열린책들에 따르면 그동안 팔린 3000만부 가운데 1300만부가량이 한국에서 판매됐다. 그는 "아무리 좋은 책을 써도 좋은 출판사 없인 독자와 만날 수 없다"며 "개미라는 낯선 소재에도 불구하고 의 가능성을 봐준 열린책들 없인 성공할 수 없었을 것"라고 강조했다. 한국 독자들에게도 감사를 전했다. 그는 "프랑스 독자들은 과거에 대한 향수가 강한 반면, 한국 독자들은 미래지향적인 경향이 있다"며 "그래서 미래의 모습을 그린 저의 작품들을 한국 독자들이 재밌게 읽은 것 같다"고 했다. 이어 "한국인들의 미래에 대한 관심은 한국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하고 유지하는 힘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래와 상상력은 베르베르의 30여년 작가 생활을 상징하는 단어다. 8년 전 소설 에선 코
재능보다 노력이 중요하다는 '그릿', 부드러운 개입으로 좋은 선택을 유도할 수 있다는 '넛지', 당당한 자세를 취하는 것만으로 인생을 바꿀 수 있다는 '파워포즈'…. 서점에서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놓인 베스트셀러 진열대를 채운 책들을 보면, 태반이 인간 심리와 행동과학에 기반한 자기계발서다. 저명한 외국 교수가 쓰고, 그럴듯한 통계 자료들이 인용되면 신뢰감이 더해진다. '돈이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도 마음만 고쳐먹으면 인생이 달라진다'는 글귀는 독자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책을 읽고 인생이 달라졌다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최근 출간된 은 이게 독자의 잘못이 아니라고 한다. 과학 저널리스트 제시 싱걸은 몇몇 자기계발서들이 내놓는 '손쉬운 해결책'들이 허상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저자는 일부 연구의 검증 방식에 의문을 제기한다. 2000년대 흥행한 '긍정심리학'은 상관관계와 인과관계를 뒤섞어 쓰고 있었다. 긍정심리학은 사람을 행복하고 낙관적으로 만들 수 있는 방법이 있고, 그런 변화가 정신건강을 증진하고 수명을 연장하는 효과가 있다는 이론이다. 저자는 "사람이 행복해서 더 오래 사는지, 아니면 건강한 덕에 오래 살아서 행복한지와 같은 쟁점들이 완벽히 해명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 심리학 이론이 유행처럼 번지며 무분별하게 활용된 문제도 있다. '넛지' 이론이 인기를 끌던 2014년, 미국 백악관은 '넛지팀'을 신설했다. 이론상 시민은 '재산'으로 받아들일 정도로 큰 금액은 저축하고, '수입'으로 여길 정도로 적은 금액은 써버릴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오바마 정부는 경기부양을 위한 지원금을 조금씩 나눠서 지급했다. 예산을 따로 늘리지 않고 지
그레타 거윅(39·사진)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영화인 중 한 명이다. 그는 작가이자 배우, 감독 등 역할을 넘나들며 다양한 여성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치고 있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뮤지컬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갔다. 버나드칼리지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며 극작가의 길을 걸었다. 여러 편의 저예산 독립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기본기를 다졌다. 2012년 ‘프란시스 하’에서 당찬 포부를 안고 상경한 20대 여성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감독으로서 연출력도 인정받았다. 영화 전공자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느낀 경험을 떠올리며 연출한 작품들에 평단의 호평이 쏟아졌다. 데뷔작 ‘레이디 버드’(2017)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작은 아씨들’(2019)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여섯 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거윅이 개봉을 앞둔 ‘바비’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다음달 2일 그는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등 주연 배우들과 방한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인형 ‘바비’가 현실 세계로 통하는 균열을 발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난초꽃을 그리지 않은 지 20년 만에, 뜻하지 않게 마음속의 하늘을 그려냈다.”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서예가 추사 김정희(1786~1867)의 마지막 난초 그림 ‘불이선란도’에 적힌 글귀다. 문화재청은 27일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金正喜 筆 不二禪蘭圖·사진)’를 비롯해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파주 보광사 동종’ ‘불조삼경’ 등 조선시대 유물 네 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불이선란도는 김정희의 묵란도(墨蘭圖, 묵으로 그린 난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이다. 그림 가운데 옅은 묵으로 그려낸 난초 주위로 그를 상징하는 추사체(秋史體)로 적힌 글귀들이 더해진 작품이다. 세로 54.9㎝, 가로 30.6㎝ 종이 바탕에 수묵으로 그렸다.안시욱 기자
"난초꽃을 그리지 않은 지 20년 만에, 뜻하지 않게 마음속의 하늘을 그려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이자 서예가 추사 김정희(1786~1867)의 마지막 난초 그림 '불이선란도'에 적힌 글귀다. 문화재청은 27일 '김정희 필 불이선란도(金正喜 筆 不二禪蘭圖)'를 비롯해 '기장 고불사 영산회상도' '파주 보광사 동종' '불조삼경' 등 조선시대 유물 4건을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불이선란도는 김정희의 묵란도(墨蘭圖, 묵으로 그린 난초)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그림이다. 그림 가운데에 옅은 묵으로 그려낸 난초 주위로 추사체(秋史體)로 적힌 글귀들이 더해진 작품이다. 세로 54.9㎝, 가로 30.6㎝ 종이 바탕에 수묵으로 그렸다. 작품은 김정희가 인도의 현인 '유마힐(維摩詰)'이 보살들과 나눈 대화를 기록한 의 한 장면을 떠올리며 그린 것으로 전해진다. 그는 마음의 통일을 구하는 원리인 '선(禪)'을 여러 가지 말로 설명하는 보살에게 침묵으로 일관하며 '선은 둘이 될 수 없다(불이선)'는 의지를 보였다. 그림이 '불이선란도'라고 불리게 된 이유다. 그림 좌측 하단엔 작품의 제작 배경이 맵시 있는 추사체로 적혀 있다. "처음에는 달준(達俊)을 위해 거침없이 붓을 놀렸다"는 구절로부터 '달준'이란 인물을 위해 남긴 작품이란 점을 짐작할 수 있다. 작품엔 '난초를 서예의 필법으로 그려야 한다'고 본 김정희의 철학이 드러난다. 난초는 마치 중력을 거스르듯 여러 차례 꺾이고 휘갈긴 형태로 표현됐다. 옅은 묵으로 그려 힘이 없어 보이면서도 굴곡진 마디와 한 송이의 꽃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림의 오른쪽엔 "초서와 예서의 글씨체로 (난을) 그렸으니 세상 사람들이 어찌 이를 이해하고 어찌 이를 좋아할 수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심장’으로 불린다. 1345년 완공된 이 건물은 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자 빅토르 위고가 쓴 소설 의 배경이 된 역사적인 장소다. 해마다 1300만 명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적어도 5년 전에는. 성당이 불길에 휩싸인 건 2019년 4월 15일이었다. 첨탑 보수 과정에 발생한 불씨가 주변에 옮겨붙으며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내부가 대부분 목조로 돼 있는 데다 여러 국보급 유물이 보관된 탓에 진화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15시간가량 이어진 화재로 첨탑과 본관 지붕이 소실됐다. 파리 시민들은 센강에 모여 성당이 화마에 당하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봐야 했다.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4년 전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을 스크린으로 옮겼다. 800여 년 역사를 간직한 건물과 예수의 가시 면류관 등 유물이 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한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그렸다. 프랑스 거장 장자크 아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 ‘연인’(1992)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감독이다. 총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본당과 계단, 테라스, 북쪽 복도를 세트로 재현했다. 화재 이후 미개방 상태인 성당 내부 촬영 허가도 받아 사실감을 끌어올렸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시민들로부터 제보받은 화재 당시 사진과 영상 6000여 점은 영화의 재료가 됐다. 화면을 분할해 성당, 소방대원, 시민 등 여러 사람의 모습을 동시에 담았다. 이런 편집은 파랑·하양·빨강 세 가지 색상이 동일한 비율로 배치된 프랑스 국기를 연상하게
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 스틸 이미지. 찬란 제공 노트르담 대성당은 '파리의 심장'으로 불린다. 1345년 완공된 이 건물은 고딕 양식의 정수를 보여준다. 스스로 황제 자리에 오른 나폴레옹 1세의 대관식이 열린 곳이자, 빅토르 위고의 소설 의 배경이 된 역사적인 장소다. 프랑스 관광청에 따르면 2018년까지 매년 1300만 명이 넘는 관광객이 이곳을 찾았다. 적어도 이때까지는. 성당이 불길에 휩싸인 건 2019년 4월 15일 오후 6시 50분부터였다. 첨탑 보수 과정에 발생한 불씨가 주변에 옮겨붙으며 피해가 커진 것으로 추정됐다. 내부가 대부분 목조로 돼 있는 데다 여러 국보급 유물이 보관된 탓에 진화 과정에 어려움을 겪었다. 15시간가량 이어진 화재로 첨탑과 본관 지붕이 소실됐다. 파리 시민들은 센강에 모여 성당이 화마에 당하는 모습을 망연자실하게 지켜봐야 했다. '노트르담 온 파이어' 연출을 맡은 장 자크 아노 감독. 찬란 제공 29일 개봉하는 영화 ‘노트르담 온 파이어’는 4년 전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 사건을 스크린으로 재현했다. 800여년 역사를 간직한 건물과 예수의 가시 면류관 등 유물들이 재가 될 수도 있는 상황에서 고군분투한 소방관들의 활약상을 그렸다. 프랑스 거장 장 자크 아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그는 ‘에너미 앳 더 게이트’(2001) ‘연인’(1992) 등으로 한국에도 잘 알려진 감독이다. 총 400억원의 제작비를 들여 본당과 계단, 테라스, 북쪽 복도를 세트로 재현했다. 화재 이후 미개방 상태인 성당 내부 촬영 허가도 받아 사실감을 끌어올렸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다큐멘터리 형식이다. 시민들로부터 제보받은 화재 당시의 사진과 영상 6000여 점은 영화의 재료가 됐다. 화면
그레타 거윅(39·사진)은 최근 할리우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여성 영화인 중 하나다. 그는 작가이자 배우, 감독 등 역할을 넘나들며 다양한 여성들의 이야기를 스크린에 펼치고 있다. 1983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태어난 그는 뮤지컬을 공부하기 위해 뉴욕으로 건너갔다. 버나드 칼리지에서 영문학과 철학을 전공하며 극작가의 길을 걸었다. 여러 편의 저예산 독립 영화에 출연하며 배우로서 기본기를 다졌다. 2012년 '프란시스 하'에서 '당찬 포부를 안고 상경한 20대 여성' 연기를 완벽히 소화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감독으로서의 연출력도 인정받았다. 영화 전공자는 아니지만, 현장에서 직접 느낀 경험을 떠올리며 연출한 작품들에 평단의 호평이 쏟아졌다. 데뷔작 '레이디 버드'(2017)로 골든글로브 작품상을 받은 데 이어 '작은 아씨들'(2019)로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6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이런 거윅이 개봉을 앞둔 '바비'와 함께 한국을 찾는다. 다음 달 2일 그는 마고 로비, 라이언 고슬링 등 주연 배우들과 함께 방한할 예정이다. 이번 작품은 인형 '바비'가 현실 세계로 통하는 균열을 발견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때론 저의 소설 속 이야기보다 현실 사회가 더 무섭다고 느낍니다. 사회에서 외면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은 매일 악몽 같은 삶을 살아가니까요.” 최근 소설집 를 펴낸 정보라 작가(사진)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사회비판적 호러’로서의 귀신 이야기를 그렸다”고 말했다.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에서 ‘토끼 인형의 저주’를 매개로 대기업의 횡포와 사회 부패를 꼬집었다면, 이번엔 초현실적인 귀신들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의 원한을 그렸다. 그는 “마감의 굴레에 딸려오는 일거리가 아니라 마치 놀이를 즐기듯 귀신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했다. 소설집 는 정체불명의 물건들을 보관하는 수상한 연구소를 배경으로 한다. 연구소엔 ‘손수건’ ‘저주받은 양’ 등 귀신 들린 물건이 널려 있다. 복도와 계단이 수시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귀신이 불쑥 말을 건네기도 한다. 연구실 귀신들에 얽힌 오싹한 이야기는 ‘한밤의 시간표’에 따라 야간 근무하는 직원들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정 작가는 “학교나 사무실 등 익숙한 공간일수록 아무도 없는 밤에 가면 묘한 느낌이 든다”며 “대학 강사를 오래 한 저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었던 연구소를 배경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정 작가는 자기 작품의 장르를 ‘사회비판적 호러’라고 설명했다. 흥미를 자극하는 일반적 공포물보다는 시대를 통찰하는 문학의 기능을 중시하겠다는 뜻이다. 그는 “산업재해를 입고 장애인이 된 노동자, 성적으로 이용당하는 여성, 성 소수자 등 다양한 인물의 한(恨) 서린 사연이 이야기를 끌고 나간다”고 설명했다. 소름 끼치는 귀신 이야기를 다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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