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K팝 스타 방탄소년단이 서점가를 강타했다. 데뷔 10주년을 기념해 나온 가 예약판매만으로 6월 넷째주 예스24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15주 연속으로 정상을 지킨 은 2위로 내려왔다. 다양한 분야 신간의 약진도 돋보였다. 게임 ‘블루 아카이브’ 일러스트를 수록한 와 이 책의 한정판은 예약판매만으로 각각 8위, 4위에 올랐다. 도 5위에 오르며 꾸준한 인기를 보였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성 레지스탕스 영웅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최근 출간된 은 나치 독일에 저항한 유대인 소녀들의 역사를 수면 위로 끌어올린다. 그들의 투쟁은 홀로코스트가 자행된 시기에 그치지 않았다. 책은 해방 이후에도 역사에서 외면당하면서 계속된 그들의 싸움을 조명한다. 게토는 유대인 격리지역을 뜻한다. 저자는 유대인 여성사를 연구해온 주디 버탤리언이다. 그는 2007년 도서관에서 우연히 란 책을 발견했다. 별 기대 없이 펼쳐본 이 책엔 첩보활동과 물자 조달부터 무장투쟁, 시설 폭파 등 격동적인 저항의 서사가 담겨 있었다. 그가 상상한 것보다 훨씬 규모가 크고 조직적이었다. 이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난 이들의 이야기를 전혀 듣지 못했을까?" 이후 10여 년 동안 연구와 취재를 하고, 당사자들의 회고록을 모았다. 무려 736쪽에 걸쳐 생존자와 유가족의 이야기를 밀도 있게 담았다. 이들의 싸움은 '다윗과 골리앗'처럼 영웅적이거나 화려하진 않았다. 책은 가족과 동지의 죽음을 목도한 여성들이 좌절하고 고뇌하는 처절한 모습을 있는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는 유대인 소녀들을 '저항운동의 신경중추'로 꼽는다. 여성은 남성보다 감시망을 쉽게 벗어날 수 있었다. 소녀들은 지하 유인물을 치마 속에 꿰매 넣었고, 곰 인형 속에 권총을 숨겼다. 핸드백 안엔 레지스탕스를 위해 조달하던 수입품이 가득했다. 저자는 "대부분의 연락책은 여성이었다. 유대인 여성들은 할례를 받은 유대인 남성의 신체적 표식이 없었기에 '바지 내리기 테스트'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었다"고 말한다. 위험한 상황을 늘 피해 간 것은 아니다. 당시 유대인 격리지역인 '게토'를 벗어나는
'석 자 칼로 하늘에 맹세하니 산하가 떨고, 한 번 휘둘러 쓸어버리니 피가 산하를 물들인다.' 충무공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가 새겨진 한 쌍의 칼이 국보로 지정된다. 22일 문화재청은 충무공 이순신의 '이순신 장도(李舜臣 長刀)'를 국보로 지정 예고했다. 이순신 장도는 1963년 보물로 지정된 '이순신 유물 일괄'에 포함됐던 유물이다. 이번 지정 예고를 통해 이순신 유물 일괄에서 제외되며 국보로 승격될 전망이다. 최종 확정은 예고 기간 30일 동안 각계 의견을 수렴하고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친 뒤 이뤄진다. 이순신 장도는 크기와 형태가 거의 같은 칼 두 자루가 각각 칼집을 갖추고 있다. 몸체가 196.8㎝인 칼의 칼날 위쪽에는 이순신이 직접 지은 시구인 '삼천서천산하동색'란 문구가 적혀 있다. 197.2㎝ 길이의 또 다른 칼에는 '일휘소탕혈염산하'란 구절이 새겨져 있다. 이는 이순신을 기리는 유고 전집 의 기록과 일치한다. 두 칼의 칼자루는 모두 나무에 어피(魚皮)를 감싸고 붉은 칠을 했다. 칼자루의 일부분엔 금속판을 댄 후 미끄러짐을 방지하기 위해 가죽끈을 'X자' 형태로 덧댔다. 칼자루와 칼날의 결합 부분에 새겨진 글귀를 통해 '갑오년(1594년) 4월에 태귀련과 이무생이 만들었다'는 제작 기록도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유물은 '충무공의 역사성을 상징하는 유물'로서 가치가 크다는 게 문화재청의 설명이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칼날에 새겨진 시구가 기록과 일치하고, 제작연대와 제작자가 분명하다"며 "제작 기술과 예술성 역시 우수하고 완성도가 높다"고 설명했다. 이어 "에 후손들이 칼을 보관했다는 기록이 있는 만큼, 제작 시기를 고려하면 약 200년간 가문에서 보관한 셈"이라며 이순신의
기술 혁신은 '꽝'과 '당첨'이 섞인 제비뽑기와 같다. 여기서 어떤 물건을 꺼내는지에 따라 우리 운명이 달라진다. 최근 두 명의 미국 경제학자는 이 역할을 국가가 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우후죽순 등장하는 새로운 기술들의 옥석을 가리고, 이를 사회에 바람직한 방향으로 적용하는 일은 시장보다 정부가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미국에서 출간된 는 기술 진보를 둘러싼 권력 투쟁의 역사를 정리한 책이다. 노벨 경제학상 후보로 거론되는 대런 아세모글루와 그의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동료 교수 사이먼 존슨이 함께 썼다. 이들은 그동안 기술 발전의 혜택이 일부 계층한테만 돌아간 점을 지적하며, 시장에서 개인의 자유로운 선택이 늘 공동체에 최적의 결과를 보장한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1000년에 이르는 경제사를 추적한 저자들의 분석은 이렇다. 중세 유럽에서 농업 기술이 발전하며 생긴 부는 귀족 계층이 독식했다. 산업혁명으로 생산성이 개선된 뒤에도 영국 노동자의 임금은 한 세기가량 제자리걸음 했다. 인공지능(AI) 등 디지털 혁신이 진행중인 오늘날도 마찬가지다. 책은 현대 사회의 업무 자동화와 정보의 홍수, 사생활 감시 등의 문제가 노동자의 일자리를 빼앗고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저자들은 국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더 많은 정보를 가진 정부가 시민들을 올바른 방향으로 이끌어줄 수 있다는 믿음 때문이다. 저자들은 "역사적으로 공동체의 이익은 엘리트 계층이 신기술에 따른 이익을 독점하지 못했을 때 극대화됐다"며 "현대 국가는 권력을 동원해 개인의 정보 독점을 막고, 노동자 친화적인 기술 개발을 지원해야 한다"
“훌륭한 창작자를 지원하는 게 넷플릭스의 역할이죠. 이번에 박찬욱 감독과 ‘전, 란’ 작업을 함께하게 돼 영광입니다.” 테드 서랜도스 넷플릭스 대표는 21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넷플릭스 앤 박찬욱 위드 미래의 영화인’ 행사에서 영화 ‘전, 란’에 대해 “거장의 손에서 탄생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박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제작을 맡았다. 제작 단계에 있는 이 영화는 임진왜란 때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서랜도스 대표는 “박 감독의 복수 3부작을 좋아했고 ‘헤어질 결심’도 여러 번 봤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넷플릭스는 좋은 스토리텔러를 고르고 최대한의 지원을 통해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한다”며 “예산과 창작의 자유는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2004년 영화 ‘괴물’을 보며 한국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며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인 국제 영화도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 란’은 한국과 밀접한 주제로 거장의 손에서 태어난 만큼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전, 란’은 오래전부터 시나리오를 써온 작품”이라며 “무협 액션 사극인 만큼 어느 정도 규모가 따라줘야 했는데 넷플릭스와의 원활한 협의로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했다. 이어 “작품을 만드는 데 간섭이 없어서 만족스러웠다”며 “편집 단계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진 순조롭게 제작되고 있다”고 웃었다. 미래의 영화인을 꿈꾸는 학
"훌륭한 창작자를 지원하는 게 넷플릭스의 역할이죠. 이번에 박찬욱 감독과 '전, 란' 작업을 함께하게 돼 영광입니다." 테드 서랜도스 대표는 21일 온라인으로 생중계된 '넷플릭스 앤 박찬욱 위드 미래의 영화인' 행사에서 영화 '전, 란'에 대해 "거장의 손에서 탄생하는 작품이란 점에서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박 감독이 각본에 참여하고 제작을 맡았다. 현재 제작 단계에 있는 이 영화는 임진왜란 때 무신 집안의 아들 '종려'(박정민 분)와 몸종 '천영'(강동원 분)이 적이 돼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그렸다. 서랜도스 대표는 "박찬욱 감독의 복수 3부작을 좋아했고, '헤어질 결심'도 여러 번 봤다"며 기대를 드러냈다. 이어 "넷플릭스는 좋은 스토리텔러를 고르고 최대한의 지원을 통해 원하는 작품을 만들 수 있게 한다"며 "예산과 창작의 자유는 전혀 문제 되지 않을 것"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한국 콘텐츠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표현했다. 그는 "2004년 영화 '괴물'을 보며 한국 영화와 사랑에 빠졌다"며 "넷플릭스가 처음 선보인 국제 영화도 봉준호 감독의 '옥자'였을 정도"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번 '전, 란'은 한국과 밀접한 주제를 가지고 거장의 손에서 태어난 만큼 더욱 기대된다"고 했다. 박 감독은 "'전, 란'은 오래전부터 시나리오를 써온 작품"이라며 "무협 액션 사극인 만큼 어느 정도 규모가 따라줘야 했는데, 넷플릭스와의 원활한 협의로 많은 지원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간섭이 없어서 만족스러웠다"며 "편집 단계까지 가봐야 알겠지만, 아직까진 순조롭게 제작되고 있다"고 웃었다. 서랜도스 대표는 지난 20일 2박 3일 일정으로 한국을 찾았다. 그는 22일 '넷플
높은 난간에서 뛰어내려도 상처 하나 안난다. 총으로 무장한 경호원들도 순식간에 제압한다. 타깃의 숨통을 끊을 때는 피도 눈물도 없다. 그러면서도 옷 매무새가 흐트러지는 걸 극도로 꺼리고, 빨대 없인 음료를 마시지 않는다. '깔끔한 냉혈 킬러'. 김선호가 연기한 영화 '귀공자' 이야기다. 21일 개봉한 영화 '귀공자'는 액션물의 대가로 꼽히는 박훈정 감독의 여덟 번째 작품이다. 박 감독은 전작 '신세계'의 누아르 분위기에 '마녀'의 활극을 더했다. 귀공자 역의 김선호를 비롯해 강태주, 김강우, 고아라 등이 영화 내내 등장하는 추격 액션을 소화한다. 영화의 주인공은 한국인과 필리핀인의 혼혈인 '코피노'다. 필리핀 불법 사설 경기장을 전전하는 복싱 선수 '마르코'(강태주 분)는 어느 날 한국에 있는 생면부지의 아버지로부터 연락받는다. 그는 몸져누운 어머니의 약값을 마련하기 위해, 그리고 그동안 자기 가족에 무관심했던 아버지와 만나기 위해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오른다. 이야기는 마르코가 정체불명의 남자 '귀공자'를 만나면서부터 미궁에 빠진다. 무슨 이유에선지 귀공자는 그를 추격하기 시작한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의 여러 세력도 각기 다른 이유로 그를 쫓기 시작한다. 마르코는 영문도 모른 채 자기 목숨을 노리는 조직들의 알력 다툼 한 가운데 휘말린다. 매력적인 등장 인물들은 극을 끌어내 가는 원동력이 됐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영화 스크린에 오른 김선호는 그동안 드라마에서 보인 '착한 남자' 이미지를 벗어던졌다. 자동차 추격, 와이어 총기 액션 등을 소화하며 잔인한 킬러로 탈바꿈했다. 재벌 2세 '한 이사'(김강우 분)와 대치하며 주고받는 재치 있는 대사도 관객
지난 4월 강원도 강릉 산불 당시 인근 박물관으로 급하게 옮겼던 '경포대(鏡浦臺)'의 현판이 50여일 만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20일 문화재청과 강릉시는 강원 강릉 경포대에서 현판 7기가 긴급 보존처리를 마치고 돌와왔음을 알리는 현판 귀향식을 열었다. 최응천 문화재청장과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 김홍규 강릉시장을 비롯한 관계자 70여 명이 참석해 현판을 걸고, 산불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의 신속한 일상 복귀를 기원했다. '관동팔경' 중 하나인 경포대는 강릉을 대표하는 명소다. 고려 중기 김극기의 시 와 조선시대 정철의 등 작품들에서 나타나듯 여러 문인들이 방문해 경치를 감상했던 유서깊은 장소다. 1326년 건립된 경포대는 2019년에 보물로 지정됐다. 지난 4월 11일 발생한 산불은 경포대 인근까지 번졌다. 비지정 문화유산 '강릉 상영전(觴詠亭)'은 전소되고, 강원도지정 유형문화유산 '강릉 방해정(放海亭)'은 안채와 별채의 건축 부재 일부가 불타는 피해를 봤다. 경포대는 강릉시청 및 소방서 등 관계자의 발 빠른 대처로 화마를 피했다. 이 과정에서 현판 7기는 혹시 모를 피해에 대비해 인근 오죽헌 박물관으로 옮겨졌다. 문화재청은 현판을 급하게 떼어내는 과정에서 일부 틈이 벌어지거나 모서리 이음쇠 등이 떨어지는 등의 문제를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 4월 26일 현판을 문화재보존과학센터로 옮겨 훈증과 세척, 색 맞춤, 고리 설치, 안료 안정화 등 보존 처리 작업을 진행했다. 문화재청은 "산불이나 폭우 등 급변하는 기후변화로 인한 자연재해로부터 국가 유산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책을 강구해 나갈 것"이며 "향후 지자체 등 관계기관, 지역 주민과 합심해 국가 유
“때론 저의 소설 속 이야기들보다 현실 사회가 더 무섭다고 느낄 때가 있습니다. 사회에서 외면받고 소외당하는 사람들은 매일 악몽 같은 삶을 살아가니까요.” 최근 소설집 를 펴낸 정보라 작가는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사회비판적 호러’로서의 귀신 이야기를 그렸다”고 말했다. 영국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후보에 오른 에서 ‘토끼 인형의 저주’를 매개로 대기업의 횡포와 사회 부패를 꼬집었다면, 이번엔 초현실적인 귀신들을 통해 사회적 소수자들의 원한을 그렸다. 지난해 부커상 후보 소식 이후 지금까지는 정 작가의 기존 작품들이 재조명받는 시간이었다. 이번 소설집으로 정 작가의 새로운 이야기들을 접할 수 있게 됐다. 그는 “마감의 굴레에 딸려오는 일거리가 아니라, 마치 놀이를 즐기듯 귀신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고 했다. 소설집 는 정체불명의 물건들을 보관하는 수상한 연구소를 배경으로 한다. 연구소엔 ‘손수건’ ‘저주받은 양’ 등 귀신 들린 물건들이 널려 있다. 복도와 계단이 수시로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귀신이 불쑥 말을 건네오기도 한다. 연구실 귀신들에 얽힌 오싹한 이야기는 ‘한밤의 시간표’에 따라 야간 근무를 하는 직원들의 입을 통해 전달된다. 작품에 수록된 7편의 단편 모두가 연구소에서, 그것도 적막에 싸인 밤에 벌어지는 일이다. 정 작가는 “학교나 사무실 등 익숙한 공간일수록 아무도 없는 밤에 가면 묘한 느낌이 든다”며 “대학 강사를 오래 한 저에게 가장 일상적인 공간이었던 연구소를 배경으로 정했다”고 말했다. 소설집은 귀신 이야기를 매개로 사회적 소수자에 관한 문제를 다뤘다. 정 작가는 자기 작
‘아미’가 도서 시장에도 진격했다. 16일 방탄소년단 데뷔 10주년 기념 책 가 예약판매 시작 하루 만에 예스24 일간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 소속사 빅히트뮤직이 공식적으로 펴낸 첫 번째 책이다. 멤버 인터뷰를 중심으로 방탄소년단의 노력과 성장 과정을 담았다. 각종 미공개 사진과 역대 앨범 정보, 영상 및 음원으로 연결되는 330개 이상의 QR코드가 수록됐다. 다음달 9일 정식 출간되는 이 책은 23개 언어로 번역돼 나온다. 주간 베스트셀러 1위는 15주 연속 이 차지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신간 는 20년 가까이 출판업계에서 일해온 오경철 편집자의 회고록이다. 편집자는 작가가 건네준 원고를 보기 좋게 가공해 시장에 내놓는 역할을 한다. 단순히 ‘남의 문장을 읽고 고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책의 기획 단계부터 표지, 날개지, 뒷면, 보도자료 작성까지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 여러모로 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한 명의 애서가로서 시작했지만, 책 만드는 일을 직업으로 삼으면서 책에 대한 환멸이 싹텄다고 했다. 긴 세월 쌓아온 애증 관계를 무시할 수 없던 탓일까. 고민 끝에 나온 표어는 ‘결국 책을 사랑하는 일’이다. 저자는 “비록 알아주는 사람이 없을지라도 그 책을 기억할 수 있게 해주는 나만의 표식을 남겨두고 싶었다”고 말한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안다. 아이가 끊임없이 건네는 ‘왜?’란 질문이 얼마나 얄밉고 성가신지를. 집을 나서는데 신발을 신지 않으려고 떼쓰는 자녀를 떠올려보자. 아이가 신발을 신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 “신발을 신지 않으면 발을 다친단다”라고 타이르면 “왜 발을 다치면 안 돼?”란 질문이 돌아온다. “엄마 아빠가 하라면 좀 해!” 소리쳐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다. “왜 하란 대로 해야 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부모는 보통 자녀에게 억지로 신발을 신기고 현관을 나선다. 하지만 미국 미시간대 법학·철학과 교수인 스콧 허쇼비츠는 조금 달랐다. 그는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제기하는 질문들로부터 철학적 사고를 도출했다. 은 저자가 두 아이 렉스, 행크와 대화를 나누며 떠올린 생각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다시 집 현관. 저자는 신발을 신지 않으려는 렉스로 인해 ‘권력’과 ‘권위’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렉스가 자기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부모의 권위’에서 찾는다. 총을 든 강도 앞에선 소지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지만, 이런 권력은 강도의 무기가 없어지면 함께 사라진다.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금품을 내놓게 만드는 권위는 없다. 아이가 부모의 지시에 따르게 하기 위해선 권력이 아니라 권위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책은 철학의 범주에 따라 3개 부분으로 구성됐다. 1부는 권리, 정의, 처벌 등 도덕적 관념에 관한 사례를 모았다. 이어지는 2부에선 성별, 젠더 등 개인의 정체성에 대해 논의한다. 마지막 3부는 지식, 진실, 신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존재들을 다뤘다. 책의 원제는 이다.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으로 유명한 토
세계 최고 발레단 중 하나인 영국 로열 발레단이 '잠자는 숲속의 미녀'로 한국 관객을 찾는다. 무대가 아닌 스크린을 통해서다. 메가박스는 다음 달 3일 서울 코엑스, 일산 킨텍스 상영관 등에서 '로열 오페라 하우스 라이브 시네마'를 상영한다고 밝혔다.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는 세계 3대 오페라하우스로 꼽힌다. 1946년부터 영국 중심부 코벤트 가든에 있는 오페라 하우스에 로열 발레단과 로열 오페라단이 상주하고 있다. 케빈 오헤어가 감독을, 마리우스 페티파가 안무 프로덕션을 맡고 있다. 로열 오페라 하우스 라이브 시네마는 공연을 영화관에서 보는 행사다. 실제 오페라 하우스 무대에 오른 무용수를 보는 것과 비슷한 경험을 할 수 있다고 메가박스는 설명했다. 공연 사이사이 등장하는 작품 소개와 관계자 인터뷰, 백스테이지 투어 등은 덤이다. 이번 라이브 시네마에선 로열 발레단의 '간판 무용수'들이 대거 출연한다. 때 묻지 않은 순수한 16세 소녀인 오로라 공주 역할은 야스민 나그디 수석 무용수가 맡는다. 플로리문드 왕자 역할은 매튜 볼 수석 무용수가 연기한다.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인형'과 더불어 고전 발레 3대 명작 중 하나다.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의 동화를 토대로 차이콥스키가 작곡했다. 안무가 마리우스 페티파와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의 협업으로 완성된 '잠자는 숲속의 미녀'는 189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번 작품은 '100년 동안 잠에 빠진 공주가 왕자의 키스로 잠에서 깨어난다'는 동화의 내용에 기반한다. 차이콥스키와 마리우스 페티파는 동화에 지나지 않는 샤를 페로의 이야기에 선과 악으로 대비되는
“저는 어려서 스파이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집에선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집 밖에 나가면 여전히 베트남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거든요.”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52·사진)은 15일 서울 태평로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온 경험은 그 당시 미국에 정착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공통으로 경험한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그는 다민족·다문화 작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미국 문학계에서 요즘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데뷔작 로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응우옌은 베트남전쟁 난민 출신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남베트남에서 자랐다. 1975년 사이공(현 호찌민)이 함락되자 난민이 돼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사회에 섞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부모가 운영하던 가게 건너편에 붙은 ‘또 다른 아시아인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팻말을 보고 충격받은 경험이 있다. 현재는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영문학과 소수 민족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중적 정체성’은 응우옌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다. 베트남전 직후를 배경으로 한 의 주인공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 북베트남, 남베트남,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이중간첩’이다. 책은 냉전 시기 사회주의 베트남과 자유주의 미국 양쪽의 잘못을 골고루 풍자한다. 전쟁의 책임은 진영을 불문하고 양쪽에 있다는 메시지다. 그는 “모든 국가나 민족은 자신의 부끄러운 과거를 덮으려는 본능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쪽 편을 들기보다 사람들이 지난 과오를 어떻게든 정당화하려는 모습을 유머러스하게 비판하고자 했다”고 말했다.
14세기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불교 유물 ‘묘법연화경 권제6(妙法蓮華經 卷第6)’이 일본에서 돌아왔다. 15일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서울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묘법연화경 권제6'을 공개했다. 이 유물은 남색 종이에 불교 경전 내용을 금·은가루로 만든 안료로 필사한 사경이다. 병풍식으로 접을 수 있는 형태로, 전부 펼치면 세로 27.6㎝, 가로 10m에 이른다. 사경(寫經)은 불교 경전을 베껴 쓴 책을 의미한다. 한반도에선 고려시대에 제작이 활발히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본래 불교 교리를 전파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사경은 세월이 흐르며 부처에게 소원을 빌고 공덕을 쌓기 위해 만들어졌다. '묘법연화경'은 부처가 되는 길이 누구에게나 열려있음을 기본 사상으로 한 불교 경전이다. 총 7권으로 구성됐다. 이번 환수본은 6권에 해당하는 유물로, 묘법연화경 전파를 독려하고 공양 실천을 강조하는 내용이 수록됐다. 묘법연화경 권제6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된다. 겉면을 이루는 표지와 내부 좌측을 수놓는 경문(經文), 내부 오른쪽의 변상도(變相圖)로 나뉜다. 먼저 표지엔 금색 안료로 그려진 4개의 연꽃을 수직으로 배치했다. 여백은 은빛의 넝쿨무늬로 빽빽이 채워 넣었다. 표지를 펼치면 접혀있던 내부가 드러난다. 내부엔 불교 경전의 내용을 옮겨 적은 경문이 수록됐다. 경문은 한 면당 6행씩, 각 행당 17자의 글자가 배치됐다. 금색 안료로 경계를 그리고, 그 내부를 은색 글자로 채워 넣은 형태다. 경문 오른쪽엔 경전의 내용을 이해하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한 변상도가 배치됐다. 화면 우측에는 묘법연화경을 설법하는 석가모니불과 그 권속을 표현했다.
"저는 어려서 스파이 같은 삶을 살았습니다. 베트남인 부모와 함께 있는 집에선 자신을 미국인이라고 생각했지만, 집 밖 미국인들 사이에선 여전히 베트남 사람이란 느낌을 받았거든요." 소설가 비엣 타인 응우옌(52·사진)은 15일 서울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개의 얼굴을 가지고 살아온 경험은 그 당시 미국에서 정착한 아시아계 이민자들이 공통으로 경험했을 일"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베트남계 미국인인 그는 다민족·다문화 작가들의 강세가 두드러지는 최근 미국 문학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작가다. 데뷔작 로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연출을 맡은 드라마로도 제작되고 있다. 응우옌은 베트남 전쟁 난민 출신이다. 전쟁이 한창이던 1971년 남베트남 지역에서 자랐다. 1975년 호찌민이 함락되자 난민이 돼 미국으로 건너갔다. 미국 사회와 동화하고자 했지만, 부모님이 운영하던 가게 건너편에 붙은 '또 다른 아시아인이 미국인의 일자리를 빼앗았다'는 팻말을 보고 충격받았다고 한다. 현재는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영문학과 소수 민족학을 강의하고 있다. '이중적 정체성'은 응우옌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단어다. 베트남 전쟁 직후를 배경으로 한 의 주인공은 프랑스인 아버지와 베트남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이다. 게다가 북베트남, 남베트남, 미국 중앙정보국(CIA) 사이의 '이중간첩'이다. 미국과 베트남에 오가며 주위의 동료들을 감시해야 하는 위치에 놓인다. 응우옌은 "제목에서 드러나듯 주인공은 어느 세력에나 '동조'하고, 쉽게 한쪽 편을 정하지 못하는 인물"라고 설명했다. 책은 냉전 시기 사회주의 베트남과 자유주의 미국 양쪽의 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안다. 아이가 끊임없이 건네는 '왜?'란 질문이 얼마나 얄밉고 성가신지를. 집을 나서는데 신발을 신지 않으려고 떼쓰는 자녀를 떠올려보자. 아이가 신발을 신어야 하는 이유를 묻는다. "신발을 신지 않으면 발을 다친단다" 타이르면 "왜 발을 다치면 안 돼?"란 질문이 돌아온다. "엄마 아빠가 하라면 좀 해!" 소리쳐 보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이렇다. "왜 하란 대로 해야 해?"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른 부모는 보통 자녀에게 억지로 신발을 신기고 현관을 나선다. 하지만 미국 미시간대 법학·철학과 교수인 스콧 허쇼비츠는 조금 달랐다. 그는 아이들이 일상적으로 제기하는 질문들로부터 철학적 사고를 도출했다. 은 저자가 두 아이 렉스, 행크와 대화를 나누며 떠올린 생각들을 모아 펴낸 책이다. 다시 집 현관. 저자는 신발을 신지 않으려는 렉스로 인해 '권력'과 '권위'의 차이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다. 저자는 렉스가 자기 말을 들어야 하는 이유를 '부모의 권위'에서 찾는다. 총을 든 강도 앞에선 소지품을 내놓을 수밖에 없지만, 이런 권력은 강도의 무기가 없어지면 함께 사라진다. 상대방이 자발적으로 금품을 내놓게 만드는 권위는 없다. 아이가 부모의 지시에 따르게 하기 위해선 권력이 아닌 권위가 필요하다고 저자는 말한다. 어린아이와의 대화를 담았지만, 내용은 전혀 가볍지 않다. 저자는 "아이들은 나의 철학적 사고를 위한 '트로이 목마'일 뿐이다"고 말한다. 철학적 개념에 대한 논쟁의 역사를 꽤 깊이 있게 짚는다. 앞서 권위에 대해서도 서로 다른 설명을 내놨던 여러 철학자의 주장을 해설한다. 예컨대 로버트 볼프는 자율성과 권위가 양립할 수 없다고 봤다. 그는 권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인 비엣 타인 응우옌(52·사진)은 로 2016년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의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아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 응우옌은 베트남 전쟁 난민 출신이다. 1971년 남베트남 지역에서 자란 그는 수도 호찌민이 함락된 197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펜실베이니아, 캘리포니아 등지에 정착하며 미국 문화를 습득했다. UC버클리에서 영문학과 민족학을 전공했고,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영문학과 소수민족학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그의 작품에는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이민자’란 자신의 이중적인 정체성이 녹아 있다. 는 전쟁 시기 남베트남과 북베트남,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삼중 스파이인 주인공이 서사를 끌고 나가는 첩보 소설이다. 베트남 사람의 관점도 아니고, 서구인의 관점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서 전쟁의 비극을 조명한다. 응우옌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18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학’을 주제로 강연한다. 그가 방한하는 건 작품 활동을 시작한 뒤 처음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지겨울 정도로 많다. 남극 빙하가 녹고,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영상은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안 봐도 뻔한 내용을 몇 번 봤던 다큐멘터리와 똑같이 담아내니 그럴 수밖에 없다. 14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작은 농장’은 조금 다르다. 기후 변화로 ‘망가지는 자연’을 다룬 게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자연이 회복될 수 있다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줘서다.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80만㎡ 황무지가 주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애프리콧 레인 농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존 체스터가 그의 아내와 함께 8년 동안 경험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영화는 토론토 국제영화제, 선댄스 영화제 등에서 관객상을 받았다. 볼더국제영화제에선 최우수 다큐멘터리상과 심사위원대상을 휩쓸었다. 체스터 부부가 농장을 차린 이유는 반려견 ‘토드’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감독이 동물 학대 취재 현장에서 구조한 강아지다. 심각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인 토드는 자주 짖었다. 다닥다닥 붙어사는 도심에서 키우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토드를 버릴 순 없었다. 체스터 부부는 2011년 도시를 떠나 ‘자연 농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시작은 막막했다. 이전 땅 주인은 한 작물만 길렀고, 이게 땅을 척박하게 했다. 자연 농법 전문가 앨런 박사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수록 땅에 이롭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피복작물을 심고 소, 양, 오리 등 수십 종의 동물을 들였다.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생긴 퇴비는 메마른 땅을 생명력 넘치는 토양으로 되살렸다. 계획한 대로 다 풀리
환경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는 지겨울 정도로 많다. 남극 빙하가 녹고, 아마존 열대우림이 사라지는 영상은 더 이상 사람들의 시선을 끌지 못한다. 안봐도 뻔한 내용을, 몇번 봤던 다큐멘터리와 똑같이 담아내니 그럴 수 밖에 없다. 14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위대한 작은 농장'은 조금 다르다. 기후 변화 여파로 '망가지는 자연'을 다룬게 아니라 우리의 노력으로 자연이 회복될 수 있다는 걸 설득력 있게 보여줘서다. 이 작품은 미국 캘리포니아의 80만㎡ 황무지가 주변 생태계와 조화를 이룬 '애프리콧 레인 농장'으로 거듭나는 과정을 그렸다. 미국 다큐멘터리 감독 존 체스터가 그의 아내와 함께 8년 동안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영상에 담았다. 체스터 부부가 농장을 차린 이유는 반려견 '토드'와 함께 살기 위해서다. 감독이 동물 학대 취재 현장에서 구조한 강아지다. 심각한 분리불안 증세를 보인 토드는 자주 짖었다. 다닥다닥 붙어사는 도심에서 키우기엔 적합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토드를 버릴 순 없었다. 체스터 부부는 2011년 도시를 떠나 '자연 농장'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시작은 막막했다. 이전 땅 주인은 한 작물만 길렀고, 이게 땅을 척박하게 만들었다. 자연 농법 전문가 앨런 박사는 "다양한 작물을 재배할수록 땅에 이롭다"고 조언했다. 이들은 토양 침식을 막기 위해 피복작물을 심고 소, 양, 오리 등 수십 종의 동물을 들였다. 동물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니며 생긴 퇴비는 메마른 땅을 생명력 넘치는 토양으로 되살렸다. 계획한대로 다 풀리는 일이 어디 있겠는가. 새들은 정성껏 키운 농작물을 먹어 치웠고, 들쥐는 땅에 구멍을 뚫어 지반을 무너뜨렸다. 밤이 되면 야생 코요테가 오리와
베트남계 미국인 작가 비엣 타인 응우옌(52·사진)은 로 2016년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그의 장편 데뷔작인 이 작품은 박찬욱 감독이 공동 연출을 맡아 드라마로 제작되고 있다. 응우옌은 베트남 전쟁 난민 출신이다. 1971년 남베트남 지역에서 자란 그는 수도 호찌민이 함락된 1975년 미국으로 이주했다. 팬실베니아, 캘리포니아 등지에 정착하며 미국 문화를 습득했다. UC버클리에서 영문학과 민족학을 전공했고, 현재 서던캘리포니아대에서 영문학과 소수민족학을 가르치고 있다. 주요 작품으로는 등이 있다. 그의 작품에는 '미국에 사는 아시아계 이민자'란 자신의 이중적인 정체성이 녹아있다. 는 전쟁 시기 남베트남과 북베트남,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삼중 스파이인 주인공이 서사를 끌고 나가는 첩보 소설이다. 베트남 사람의 관점도 아니고, 서구인의 관점도 아닌 모호한 위치에서 전쟁의 비극을 조명한다. 이런 응우옌이 한국을 찾는다. 오는 18일 서울국제도서전에서 '아시안 디아스포라와 미국 문학'을 주제로 강연을 연다. 그가 방한하는 건 작품활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책을 집어 든 보통의 독자들은 대개 제목과 저자, 출판사 순으로 훑어본다. 애독가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책의 맨 뒷장을 펼친다. 대다수 독자들이 건너뛰는 이 곳엔 편집, 디자인, 마케팅 담당 등 저자와 함께 책을 펴낸 이들이 적혀 있다. 최근 출간된 는 어느 편집자가 쓴 회고록이다. 저자는 20년 가까이 출판업계에서 일해온 오경철 편집자다. 만족스러운 책을 만들어내지 못해 좌절하고, 업계의 부조리한 관행에 실망한 순간들도 있었다. 이번 회고록은 책을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책 만드는 일'을 계속한 그의 경험담을 담았다. 저자는 책의 첫 문장에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 편집자가 된다"고 말한다. 편집자는 '읽는 사람'과 '쓰는 사람'의 모호한 경계에 있다. 작가가 건네준 원고를 보기 좋게 가공해 시장에 내놓는 게 편집자의 역할이다. 단순히 '남의 문장을 읽고 고치는 일'에 그치지 않는다. 책의 기획 단계부터 표지, 날개지, 뒷면, 보도자료 작성까지 관여하지 않는 부분이 없다. 여러모로 책에 대한 애정과 관심이 없으면 쉽지 않은 일이다. 저자의 편집자 생활은 그다지 성공적이지 않았다. 출판사에 취직한 그는 전혀 관심 없던 분야의 책들을 편집해야 했다. 성취감은 별로 없었다. 독립해서 차린 1인 출판사에선 '돈 되지 않는 문학책'에 골몰하다가 빚더미에 올랐다. 프리랜서로도 활동했지만, 출판사에서 주는 일감이 떨어지면 그 길로 백수가 됐다. 출판업계의 일부 불합리한 관행을 두고도 "눈에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다"고 한탄한다. 그는 신출내기 시절, 수준이 한참 떨어지는 한 시집에 유명인들의 추천사가 줄줄이 실리는 모습을 보고 실망했다. 한 에세이의 추천사는 그가 대
인문과 교양 분야 서적의 약진이 돋보였다. 이 출간과 동시에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10위에 안착했다. 건축가인 저자가 영감을 얻은 근현대 건축물 30개를 한 권에 담았다. 종합 3위로 재진입한 , 6위를 차지한 , 지난 2월 출간된 뒤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는 까지 총 네 권의 인문서가 10위권에 포진했다. 베스트셀러 1위는 14주 연속 에 돌아갔다. 경제적 자유에 대한 조언을 담은 이 2위에 올랐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를 밝히는 일은 과학자들의 오래된 관심사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조향사 에두아르 로지에와 오귀스트 로랑은 ‘생명의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냈다. 천연 재료와 인공적으로 합성한 재료로 만들어진 향수의 차이를 밝히기 위해 나선 그들의 실험은 후대 화학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출간된 는 프랑스를 강타한 묘약 ‘향수’의 역사를 파헤친 교양서다. 저자는 미시시피대 교수인 테레사 레빗이다. 그는 프랑스 혁명 전후로 향수가 문화생활에 미친 영향과 향수를 둘러싼 과학적 논쟁 과정을 설명한다. 당초 향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됐다.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었다.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 감염의 유일한 징후는 악취였다. 향수로 냄새를 지우는 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프랑스인들은 향수가 건강과 활력의 필수 공급원이라고 생각했다. 자연에서의 ‘생명의 정수’가 향수에 남아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루이 14세의 궁전엔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혁명 이후 집권한 나폴레옹도 한 달에 향수를 60병씩 사용했다. 그는 향수를 물이나 와인에 희석해 마셨고, 심지어 발작을 일으킨 사람의 얼굴에 뿌리기도 했다. 향수와 관련한 논쟁은 과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 나폴레옹이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은 1820년대, 두 청년이 만났다. 파리 중심가의 가장 오래된 향수 공장 ‘로지에 페레 에 피스’를 물려받은 조향사 로지에와 친구 로랑은 향수 가게 뒤편에 실험실을 차렸다. 로지에가 자연 추출물을 정제하면 로랑이 이를 결정으로 만들어 관찰하는 식이었다. 두 청년은 자연물엔 인간이 만든 합성물과는 다른
1933년 독일군 수장 하먼슈타인-에쿠오르트 장군이 쓴 ‘부대지휘교본’은 ‘무식한데 신념을 가진 사람을 요직에 앉히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장군은 때론 적군보다 아군에 더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는 제1차 세계대전부터 6·25전쟁까지 전장에서 부대를 참패로 몰아넣은 패장 12명의 사례를 소개한다. 졸전을 펼친 장군들이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사실 이들은 원래부터 ‘무능한’ 리더가 아니었다. 책에 소개된 장군들은 대부분 엘리트 코스를 밟은 베테랑이었다. 젊은 시절부터 근면하게 활약하며 승진을 거듭한 인재들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고집불통이 된 리더 개인과 이들에게 묵직한 감투를 쥐여준 조직의 잘못이 결합한 탓이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최근 소설집 을 펴낸 이서수 작가(39·사진)는 자신이 경험한 고용·주거 불안 문제를 10편의 작품에 담아냈다. 2014년 등단한 뒤 처음 내놓은 소설집이다. 9년 만에 비로소 책 한 권을 냈는데도 이 작가는 “이제라도 책을 낼 수 있는 게 기적 같다”고 했다. 글쓰기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택배 기사, 각색 작가, 카페 운영 등으로 수년간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작가로서 활동이 빛을 본 것은 최근 3년이었다. 평단의 호평은 자기 경험을 글로 옮긴 것들에 쏟아졌다. 그는 “저는 현실과 밀착한 글을 쓰는 사람인 것 같다”며 “솔직한 글을 쓸 때 편안함을 느끼고,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반지하를 전전하는 모녀의 이야기 는 실제로 자기 어머니와 집을 보러 다닌 일을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반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을 거친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그는 “마지막 원고라 생각하고 제가 느낀 바를 후회 없이 그렸다”고 설명했다. 소설 은 등단 10년 차를 앞두고 그려낸 요즘 젊은이의 모습이다. 이야기는 나와 여동생 ‘근희’의 갈등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나’는 야한 옷을 입고 유튜브를 촬영하는 근희를 심하게 꾸짖는다. 게다가 근희는 소셜미디어를 통해 모르는 사람한테 사기까지 당한다. 여러모로 근희는 사회적 통념과는 거리가 먼 골칫덩이였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 등 최신 의사소통 기술이 난무하는 시대를 담았지만, 인물들을 화해시킨 건 꾹꾹 눌러 쓴 손편지 한 장이다. 근희가 보낸 편지엔 ‘나는 누구나 유명해질 수 있는 시대에 나도 같이 유명해지고 싶었던 것뿐이야’ ‘내 몸도 아름다워. 언니는 왜 우리의 몸을 핍박의 대상
“장교에는 네 가지 유형이 있다. 똑똑하고 게으르거나, 똑똑하고 부지런하거나, 멍청하고 게으르거나, 멍청하고 부지런하거나 등이다. (중략) 반드시 주의해야 할 사람은 멍청하면서 부지런함을 갖춘 자다. 그는 무엇을 하건 간에 조직에 해를 끼칠 뿐이므로 어떤 책무도 맡아선 안 된다.” 1933년 독일군 수장 하먼슈타인-에쿠오르트 장군이 쓴 ‘부대지휘교본’은 ‘무식한데 신념을 가진 사람을 요직에 앉히지 마라’는 메시지를 전달한다. 독선과 아집으로 똘똘 뭉친 장군들은 때론 적군보다 아군한테 더 큰 피해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출간된 는 제1차 세계대전부터 한국전쟁까지 전장에서 부대를 참패로 몰아넣은 패장 12명의 사례를 소개한다. 개인 블로그에 전쟁사 관련 글을 연재하는 저자는 “우리가 정말로 주목해야 할 쪽은 패자들이다. 그들의 과오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말한다. 과감한 표지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가슴팍에 휘장을 치렁치렁 달고 있는 장군들의 시선은 어딘가 엉뚱한 곳을 향하고 있다. “근면하고 성실했던 장군들은 어떻게 ‘똥별’이 되었는가”라는 띠지는 호기심을 자아낸다. 책을 펼치면 ‘이게 정말 사실인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황당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대표적인 일화가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을 이끌었던 무다구치 렌야 장군의 임팔 전투다. 그는 미얀마에서 인도 침략의 교두보를 확보하기 위해 작전을 지휘했다. 공명심에 눈이 먼 렌야는 무리한 작전을 펼쳤다. 우거진 밀림 사이로 병참 보급이 어려울 것이란 참모들의 조언에 “일본인은 원래부터 초식동물이다. 주변 산이 이처럼 푸르니 풀을 뜯어 먹으면 된다”고 명령했다. 벼랑 끝에 내몰린
생물과 무생물의 차이를 밝히는 일은 과학자들의 오래된 관심사다. 19세기 중반 프랑스 파리에서 활동한 조향사 에두아르 로지에와 오귀스트 로랑은 ‘생명의 비밀’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냈다. 천연 재료와 인공적으로 합성한 재료로 만들어진 향수의 차이를 밝히기 위해 나선 그들의 실험은 후대 화학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 출간된 는 파리를 강타한 묘약 ‘향수’의 역사를 파헤치는 교양서다. 저자는 미시시피대 교수인 테레사 레빗이다. 그는 프랑스 혁명 전후로 향수가 문화생활에 미친 영향과 향수를 둘러싼 과학적 논쟁 과정을 설명한다. 당초 향수는 질병을 예방하기 위해 사용됐다. 단순한 미용 목적이 아니었다. 미생물과 바이러스가 발견되기 전, 감염의 유일한 징후는 악취였다. 향수로 냄새를 지우는 것은 건강을 지키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었다. 프랑스인들은 향수가 건강과 활력의 필수 공급원이라고 생각했다. 자연물의 ‘생명의 정수’가 향수에 남아 있다는 믿음에서였다. 루이 14세의 궁전엔 향수 냄새가 진동했다. 혁명 이후 집권한 나폴레옹도 한 달에 향수를 60병씩 사용했다. 그는 향수를 물이나 와인에 희석해서 마셨고, 심지어 발작을 일으킨 사람의 얼굴에 향수를 뿌리기도 했다. 향수와 관련한 논쟁은 과학사에 한 획을 그었다. 나폴레옹이 물러난 지 얼마 되지 않은 1820년대, 두 청년이 만났다. 파리 중심가의 가장 오래된 향수 공장 ‘로지에 페레 에 피스’를 물려받은 조향사 로지에와 친구 로랑은 향수 가게 뒤편에 실험실을 차렸다. 로지에가 자연 추출물을 정제하면 로랑이 이를 결정으로 만들어 관찰하는 식이었다. 두 청년은 자연물엔 인간이 만든 합성물과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제21회 유심작품상 수상자로 고두현 시인(시)과 민병도 시조시인(시조), 정찬주 소설가(소설), 구중서 문학평론가(특별상)를 선정했다고 5일 발표했다. 시상식은 만해축전 기간인 오는 8월 11일 강원 인제 동국대 만해마을에서 열린다. 부문별 상금은 1500만원이다. 유심작품상은 ‘님의 침묵’을 쓴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불교 사상가인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한 상이다.유심작품상 심사위원회는 고두현 시인의 수상작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를 두고 “그의 시에는 약간의 유머와 익살과 얼굴 바꾸기와 다정다감이 있는데 두 번 읽으면 슬퍼진다. 시 속에 여러 얼굴이 있다”고 평했다. 고 시인의 다른 작품에 대해서는 “인간의 본질적인 아픔이 시의 흐름을 주도한다”고 했다.고 시인은 1963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늦게 온 소포> <물미해안에서 보내는 편지> <달의 뒷면을 보다> 등 여러 시집을 냈고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김만중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 문화에디터로 활동하며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arte.co.kr)에 ‘고두현의 아침시편’ ‘고두현의 문화살롱’ 등을 연재하고 있다.안시욱 기자
고두현(60·사진) 시인이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로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리는 상인 유심작품상을 받았다.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는 제21회 유심작품상 수상자로 고두현 시인(시 부문)을 비롯해 민병도 시인(시조 부문), 정찬주 작가(소설 부문), 구중서 문학평론가(특별상)를 선정했다고 5일 발표했다. 시상식은 만해축전 기간인 8월 11일 강원도 인제 동국대 만해마을에서 열린다. 부문별 상금은 1500만원이다. 유심작품상은 '님의 침묵'을 쓴 시인이자 독립운동가, 불교 사상가인 만해 한용운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상이다. 2003년 설악만해사상실천선양회가 제정한 유심상은 올해로 21회째를 맞았다. 시, 시조, 소설, 특별상 분야로 나눠 수상자를 선정한다. 상의 명칭은 만해 선생이 1918년 9월 창간한 잡지 에서 따왔다. 시 부문을 수상한 고 시인은 1963년 경남 남해에서 태어나 1993년 중앙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했다. 등 다수의 시집을 펴냈다. ‘시와 시학 젊은 시인상’, ‘김만중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현재 한국경제신문 문화 에디터로 활동하며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에서 ‘고두현의 문화살롱’, ‘고두현의 아침시편’ 등을 연재하고 있다. 유심작품상 심사위원회는 수상작 ‘오래된 길이 돌아서서 나를 바라볼 때’를 두고 “약간의 유머와 익살과 얼굴 바꾸기와 다정다감이 있다”며 “두 번 읽으면 슬퍼진다, 시 속에 여러 얼굴이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남해 출신인 고 시인은 섬의 경계를 허물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을 이미 이루었다”며 “안을 볼 줄 알고 밖을 끌어안는 시적 사랑이 숨어 있다”고 덧붙였다. 고 시인의 ‘남몰래 발등에 힘을 주며’에 대해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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