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마련은 고사하고 월세를 내는 것도 급급한 청년들.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며 수년째 일자리를 찾는 ‘구직 N수’ 젊은이들…. 고달픈 현실을 살아가는 20·30대의 삶을 자전적 소설로 그려낸 작가가 있다. 최근 소설집 을 펴낸 이서수(39·사진) 작가다. 그는 자신이 경험한 고용 불안과 주거 불안 문제 등을 10편의 작품에 담아냈다. 2014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처음 내놓은 소설집이다. 9년 만에 비로소 책 한 권을 냈는데도 이 작가는 다행이라고 했다. “첫 책이 너무 늦게 나왔지만, 이제라도 책을 낼 수 있는 게 기적 같아요.” 기적이라는 표현을 쓴 이유는 글쓰기에 전념하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먹고 사는 문제가 만만치 않았다. 그는 택배 기사, 각색 작가, 카페 운영 등으로 수년간 생계를 이어가야 했다. 작가로서의 활동이 빛을 본 것은 최근 3년이었다. 이번 소설집의 표제 작품 은 올해 1월 문학동네 젊은작가상을 받았다. 젊은작가상은 등단 10년 차 이내 작가들의 신간 7편을 선정해 주는 상이다. 2020년 로는 황산벌청년문학상을, 이듬해에는 로 이효석문학상도 거머쥐었다. 평단의 호평은 자기 경험을 글로 옮긴 것들에 쏟아졌다. 소설집의 인물들 속에는 주거와 고용 문제에 시름했던 작가 본인의 모습이 고스란히 투영됐다. 반지하를 전전하는 모녀의 이야기 는 실제로 자기 어머니와 집을 보러 다니던 일을 떠올리며 썼다고 한다. 어렸을 때부터 반지하와 옥탑방, 고시원을 거친 경험이 자양분이 됐다. 그는 “마지막 원고라 생각하고 제가 느낀 바를 후회 없이 솔직하게 그렸다”고 설명했다. 소설 은 등단 10년 차를 앞두고 그려낸 요즘 젊은이의 모습이다. 이야기는 나와 여동
바버라 킹솔버(1955~)는 미국의 현대 생태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지난달 로 에르난 디아스의 와 퓰리처상 소설 부문을 공동 수상했다. 킹솔버의 작품 대부분은 그가 나고 자란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한다. 1955년 미국 메릴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켄터키의 농촌에서 자랐다. 의료 봉사를 나간 아버지를 따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한다. 미국 드포대에 피아노 장학생으로 입학했다가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와 그리스, 영국에서 편집·교열, 고고학 보조, 엑스레이 촬영 기사 등 여러 직업을 거쳤다. 다시 미국에 돌아와 진화생물학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고 과학 저술가로 활동했다. 1987년 소설 를 시작으로 전업 작가가 됐다. 그의 소설은 인간과 자연의 대립부터 인종 문제, 사회적 불평등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서구 열강들이 식민지 아프리카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 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지난해 출간한 는 미혼모에게서 태어난 소년이 도시에서 살아가며 겪는 문제들을 그려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침묵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비밀을 지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 반항을 내포하는 수동적 공격이기도 하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시 ‘님의 침묵’에서 떠나간 인연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침묵으로 승화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영화 ‘말 없는 소녀’는 침묵을 지키는 아홉 살 소녀의 이야기다. 그 침묵은 어떤 의미였을까. 영화는 클레어 키건의 원작 소설 의 전개를 충실히 따라간다. 코오트는 아일랜드 시골 가난한 농가에 산다.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은 바랄 처지가 아니다. 술과 경마에 빠진 아버지와 다섯째 아이를 밴 어머니에게 코오트는 애물단지 같았다. 소녀는 학교에서도 겉돈다. 아홉 살이 되도록 간단한 문장조차 제대로 읽지 못한다. 이래저래 코오트는 ‘말 없는 소녀’가 된다. 뭐 하나 신나는 일이 없던 코오트에게 새로운 세상을 접할 기회가 찾아온다. 여름 한철을 친척 킨셀라 부부 집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코오트는 친척 부부로부터 다정하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낀다. 요리를 함께하고 농장 일도 같이한다. 시내에 나가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일상을 공유한다. 별것 아닌 하루가 모이면서 굳게 닫혔던 코오트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물론 말이 갑자기 늘어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을 굳게 닫는 이유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 소녀의 침묵은 냉랭한 주변 환경에 담을 쌓은 결과였다. 이제는 혼자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비밀이 생겼다. 킨셀라 부부와 지낸 꿈같은 시간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어느덧 킨셀라 부부와 함께할 수 있는 날이 끝났다. 킨셀라 부부가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준 뒤 차를 타고 떠나는 순간, 코오트는 더 참을 수 없었다.
소프라노 조수미(60·사진)가 한국 클래식 역사상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내건 '국제 콩쿠르'를 만든다. 조수미는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심사위원으로도 나서며 세계적인 성악가로서의 입지를 재확인했다. 조수미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가 열린 벨기에 브뤼셀에서 "내년에 '수미 조 국제 성악 콩쿠르'가 프랑스 파리 근교에서 열릴 예정"이라고 3일(현지시간) 말했다. 수미 조 콩쿠르는 내년 7월 15~21일 프랑스 파리 근교 '사토 드 라 페트레 엥보' 성에서 열릴 예정이다. 수미 조 콩쿠르의 개최는 한국 클래식의 높아진 위상을 반영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클래식 불모지'나 다름없던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성악가인 조수미의 입지를 보여주고, 최근 유럽 무대에서 주목받는 'K클래식' 열풍과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조수미는 올해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 선정되며 세계 3대 콩쿠르에 모두 심사위원으로 참가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그는 2017년 영국 BBC 카디프 싱어 오브 더 월드, 2019년 노르웨이 퀸 소냐 콩쿠르에서 심사위원으로 활약했다. 올해 조수미가 심사위원으로 나선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선 한국인 성악가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바리톤 김태한(23)이 아시아 남성 최초로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것은 물론, 결선 진출자 12명 중 한국인이 3명을 차지했다. 한국은 이번 콩쿠르 성악 부문 참가국 중에 가장 많은 결선 진출자를 배출했다. 조수미는 "제가 처음 국제 콩쿠르에 참가했을 때 이런 상황은 많이 없었다"며 "많은 한국인, 아시아계 예술인들이 활약하는 모습을 보면 자랑스럽다"고 했다. 이어 "심사하면서 역시 우리 한국 성악가들이 세계적 수준이라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했
민주주의는 매력적인 단어다. 지고지순의 경지에 올랐다. 심지어 무소불위다. 정치인들이 상대 후보를 쓰러뜨리기 위해 흔히 쓰는 수사가 ‘민주주의의 적’ 아니던가. 지금은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민주주의는 불과 400년 전만 해도 미운 오리 새끼였다.<누가 민주주의를 두려워하는가>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는 사상가들이 민주주의를 배척해온 과정을 추적한다. 책을 쓴 김민철 성균관대 교수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를 통해 민주주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저자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개념은 ‘인민이 통치하는 정부’다. 정부를 ‘통치’하는 것과 국가의 주인이 되는 ‘주권’의 개념은 다르다. 저자는 이를 주식과 펀드의 차이에 비유한다. 주식은 개인이 투자액과 투자처, 매수·매도 시기를 결정한다. 민주주의에서 주권에 가까운 개념이다. 펀드에 맡기는 경우는 다르다. 돈의 주인은 여전히 개인이지만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은 전적으로 펀드매니저의 손에 맡겨진다. 통치와 비슷하다.18세기 미국과 프랑스 혁명을 주도한 개혁가들은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란 국민주권 사상을 반영하면서도 인민이 직접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끔 고심했다. 엘리트들이 인민의 주권을 관리하는 일종의 펀드매니저가 되는 셈이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경멸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책의 1부는 엘리트 집단이 민중의 의지와 목소리를 두려워한 과정을 설명한다. 민중은 감정에 휘둘리고 쉽게 선동당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민주정은 법이 지배하는 형태로, 법 대신 민중의 결의가 최고 권력
돌고 돌아 ‘돈’이다. 예스24에서 뽑은 5월 다섯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13주 연속 이 차지했다. 은 출간과 동시에 2위로 올라섰다. 본능의 지배를 거슬러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작년 출간된 에 사례를 보완한 개정증보판이다. 를 잇는 ‘돈’ 시리즈의 완결판인 는 7위를 기록했다. 부의 본질을 소설 형식으로 쉽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돌고 돌아 ‘돈’이다. 예스24에서 뽑은 5월 다섯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13주 연속 이 차지했다. 은 출간과 동시에 2위로 올라섰다. 본능의 지배를 거슬러 경제적 자유와 행복을 쟁취하는 방법을 담은 책이다. 작년 출간된 에 사례를 보완한 개정증보판이다. 를 잇는 ‘돈’ 시리즈의 완결판인 는 7위를 기록했다. 부의 본질을 소설 형식으로 쉽고 유쾌하게 풀어냈다. 안시욱 기자
“너처럼 형편없는 녀석은 커서 아무것도 되지 못할 거야. 아, 하나 잘하는 게 있긴 하지. 엉뚱한 소리 하나는 잘해, 암송은 꼴찌인 녀석이.” 늘 선생님들을 애먹이는 골칫덩이 낙제생이 있었다. 여덟 살짜리 그 소년은 시를 암송하지도, 세계 각국의 수도와 유명한 지명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운동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학교 선생님과 축구부 주장 등 윗사람과의 관계도 엉망이었다. 부모님은 수시로 학교에 불려갔다. 어느 모로 보나 모범적인 학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야단만 듣던 소년은 뒷마당에 있는 개미집을 하염없이 관찰했다. 그런 뒤 과감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짧게 글로 지어냈다. 훗날 세계적 밀리언셀러가 되는 의 뼈대가 탄생한 것이다. 을 비롯해 여러 베스트셀러를 펴낸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1)의 삶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는 그가 쓴 첫 번째 자전적 에세이다. 전 세계 35개 언어로 번역된 책 3000만 부를 팔아치운 스타 작가의 모습 뒤에 감춰진 ‘인간 베르베르’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가가 되는 방법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다.” 베르베르가 열일곱 살에 읽은 한 작가의 인터뷰 기사는 인생을 바꿔놨다. 그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웠다. 매일 오전 8시부터 12시30분까지, 하루에 글 열 장을 쓰는 것. 그는 지금까지 30여 년간 이 습관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 보이지만 기발한 아이디어는 맨땅에서 솟아나는 법이 없었다. 도 12년 동안 수없이 출판을 거절당하며 수정·보완을 거듭한 뒤에야 출간됐다. 그는 명성을 얻은 지금도 “여전히 내 직업에 대한 확신이 없다”며 “새 책을 쓸 때마다 극도의
9만 명. 2006년 멕시코 정부가 시작한 '마약과의 전쟁' 이후 지금까지 생사가 묘연해진 그 나라 국민 숫자다. 마약을 재배하기 좋은 날씨에 지리적으로 미국에 유통하기도 편해 일찌감치 마약 카르텔들이 자리잡은 결과다. 정부가 강경 진압에 나섰지만, 이미 카르텔 세력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진 뒤였다. 두 세력 간 유혈 충돌이 본격화하며 애꿎은 시민들의 피해만 커졌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노이즈'(2022)는 멕시코에 만연한 실종 문제와 페미니즘을 결합한 예술영화다. 사라진 딸을 찾아 나선 한 여성이 비슷한 처지의 피해자들을 만나 연대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멕시코에서 페미니즘 영화 '디 이터널 페미닌'(2016)을 연출한 나탈리아 베리스타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어머니 '훌리아' 역할을 맡은 배우 훌리에타 에구롤라가 극을 끌고나간다. 그의 딸 헤르는 9개월 전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홀연히 사라졌다. 딸이 코카인을 소지했던 점,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마약 카르텔과 인신매매범들의 활동이 활발한 지역이란 점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했다. 카르텔과 결탁한 무능한 공권력은 피해자 가족을 두 번 죽인다. 경찰은 신원 미상의 시체가 모인 공동묘지만 찾아다닌다. 그게 더 빠르고 쉽게 사건을 해결할 수 있다면서. 우여곡절 끝에 만난 유력한 용의자도 곧 석방된다. 경찰과 검찰은 괜히 카르텔을 자극하면 훌리아만 위험해진다며 조용히 집으로 돌아갈 것을 권한다. 작품은 대중적인 흥행보다 예술성을 강조한다. 예술영화의 전형이다. 페미니즘, 성 소수자 등 다양성에 초점을 둔 주제 의식을 부각한다. 작품 곳곳에 "한 사람의 여성도 잃을 수 없다"는 문구가 적힌 벽화와 소품을 대놓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11명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소품과 자료들이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해 한자리에 모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특별전의 개막을 알렸다. 전시는 오는 8월 28일까지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열린다. 194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민국 최고 리더십 무대였던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함께 시민에게 공개됐다. 본관 전시는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로 시작한다. 독립운동 시절부터 그의 가방에 넣고 다니며 신생 국가의 대외 전략을 출력해낸 유품이다. 박정희 대통령이 그린 ‘방울이 스케치’도 만날 수 있다. 방울이는 청와대에서 키웠던 반려견이다. 방울이는 1979년 10·26 사태로 박 전 대통령이 세상을 달리했는데 본관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릴 때마다 꼬리를 흔들며 달려가곤 했다고 한다. 전시엔 보존상 이유로 복제품이 걸렸다.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도 전시됐다. 김 전 대통령에게 조깅은 단순한 운동 이상이었다. 국정을 정리하고 정치적 결단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1993년 7월 금융실명제가 발표됐을 때 청와대 참모들조차 미리 눈치채지 못했다. 다만 그날 아침 평소보다 두 배가량 빨라진 대통령의 달리기 속도를 보고 ‘오늘 무슨 일이 있을 것’이라고 예감했다고 한다. 전시장 곳곳엔 역대 대통령들의 인생 스토리를 엿볼 수 있는 소품이 배치됐다. 신군부에 체포될 당시 독서와 꽃 가꾸기로 옥고를 견딘 김대중 대통령의 삶은 그의 ‘원예 가위’에서 드러난다. 노무현 대통령이 사법시험 준비 시절 누워서도 책
초대 이승만 대통령부터 제18대 박근혜 대통령까지. 역대 대통령 11명의 삶을 고스란히 담은 소품과 자료들이 청와대 개방 1주년을 기념해 한자리에 모였다. 문화체육관광부는 1일 '우리 대통령들의 이야기-여기 대통령들이 있었다' 특별전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8월 28일까지 청와대 본관과 춘추관에서 열린다. 1948년부터 지난해까지 대한민국 최고 리더십의 무대였던 청와대는 지난해 5월 윤석열 정부의 출범과 동시에 시민에게 공개됐다. 본관 전시는 대한민국의 기틀을 세운 이승만 대통령의 '영문 타자기'로 시작한다. 독립운동 시절부터 그의 가방에 넣고 다니며 신생 국가의 대외 전략을 출력해낸 유품이다. 1953년 7월 한국전쟁 휴전 무렵 이승만은 직접 타자기를 두드리며 문서를 작성했다. 나이가 들어 타자 실력이 줄면서 '독수리 타법'으로 단어를 하나씩 입력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도 함께 만나볼 수 있다. 박정희 대통령이 직접 그린 '방울이 스케치'는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 그는 늘 드로잉 수첩을 갖고 다녔다. 군인이 되기 전 초등학교 교사로 일한 그에게 서예, 그림, 음악은 익숙한 분야였다. 그는 경부고속도로 계획안을 직접 스케치하며 그림을 통해 국정 상황을 입체적으로 파악하곤 했다. 청와대에서 키운 반려견 방울이의 그림도 그중 하나다. 1979년 10·26 사태로 박정희는 세상을 달리했다. 방울이는 돌아오지 않는 주인을 기다리며, 본관 침실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꼬리를 흔들고 달려가곤 했다. 전시엔 보존상의 이유로 복제품이 걸렸다. 김영삼 대통령의 '조깅화'는 그의 전광석화 같은 정치 스타일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는 매일 새벽 청와대 내 녹지원에서
바버라 킹솔버(1955~)는 미국의 현대 생태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다. 지난달 로 에르난 디아스의 와 퓰리처상 소설 부문을 공동 수상했다. 킹솔버의 작품들 대부분은 그가 나고 자란 시골 풍경을 배경으로 한다. 1955년 미국 메릴랜드에서 태어난 그는 켄터키의 농촌에서 자랐다. 의료 봉사를 나간 아버지를 따라 콩고민주공화국에서 유년기를 보냈다. 그는 다채로운 경력을 자랑한다. 미국 드포 대학에 피아노 장학생으로 입학했다가 생물학으로 전공을 바꿨다. 졸업 후에는 프랑스와 그리스, 영국에서 편집 교열, 고고학 보조, 엑스레이 촬영 기사 등 여러 직업을 가졌다. 다시 미국에 돌아와 진화생물학 대학원 과정을 이수하고 과학 저술가로 활동했다. 1987년 소설 를 시작으로 전업 작가가 됐다. 그의 소설은 인간과 자연의 대립부터 인종 문제, 사회적 불평등까지 폭넓은 주제를 다룬다. 서구 열강들이 식민지 아프리카에 미친 영향을 조명한 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됐다. 지난해 출간한 는 미혼모한테 태어난 소년이 도시에서 살아가며 겪는 문제들을 그려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너처럼 형편없는 녀석은 커서 아무것도 되지 못할 거야. 아, 하나 잘하는 게 있긴 하지. 엉뚱한 소리 하나는 잘해, 암송은 꼴찌인 녀석이." 늘상 선생님들을 애먹였던 골칫덩이 낙제생이 있었다. 여덟 살짜리 그 소년은 시를 암송하지도, 세계 각국의 수도나 유명한 지명을 기억하지도 못했다. 그렇다고 운동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학교 선생님이나 축구부 주장 등 윗사람들과의 관계도 엉망이었다. 부모님은 수시로 학교에 불려갔다. 어느 모로 보나 모범적인 학생과는 거리가 멀었다. 야단만 듣던 소년은 결심했다. 남들이 걷는 길을 가기보단 자기만의 길을 개척하겠다고. 자신의 풍부한 상상력에 모든 걸 걸기로 다짐했다. 소년은 뒷마당에 있던 개미집을 하염없이 관찰했다. 과감하고 엉뚱한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이 여덟 장짜리 짧은 소설은 훗날 세계적 밀리언셀러 가 된다. 을 비롯해 여러 베스트셀러를 펴낸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61)의 삶을 다룬 책이 출간됐다. 는 그가 쓴 첫 번째 자전적 에세이다. 전 세계에 35개 언어로 번역된 3000만부의 책을 팔아치운 '스타 작가'의 모습 뒤에 감춰진 '인간 베르베르'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소설가가 되는 비결은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아침 같은 시간에 글을 쓰는 것이다." 베르베르가 열일곱 살에 읽은 한 작가의 인터뷰 기사는 그의 인생을 바꿔놓았다. 그는 자신만의 규칙을 세웠다. 매일 아침 8시부터 12시 30분까지, 하루에 열 장씩 글을 쓰는 것. 그는 지금까지 30여년간 이 습관을 지키고 있다고 한다. 천부적인 이야기꾼으로 보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꾸준한 고민과 노력의 결과였다. 기발한 아이디어들은 결코 맨땅에서 솟아나는
침묵에는 여러 의미가 있다. 비밀을 지키는 의지의 표현이기도 하고, 반항을 내포하는 수동적 공격이기도 하다. 만해 한용운 선생은 시 에서 떠나간 인연에 대한 애절한 그리움을 침묵으로 승화했다. 5월 31일 개봉한 영화 ‘말 없는 소녀’는 침묵을 지키는 아홉살 소녀의 이야기다. 그의 침묵은 어떤 의미였을까. 작품은 콤 베어리드 감독이 연출을 맡아 제72회 베를린 국제영화제 국제심사위원상을 받았고, 지난 3월 열린 제95회 아카데미시상식에서 최우수국제장편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영화는 클레어 키건의 원작 소설 의 전개를 충실히 따라간다. 코오트는 아일랜드 시골의 가난한 농가에서 산다.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은 바랄 처지가 아니다. 술과 경마에 빠진 아버지와 다섯째 아이를 임신한 어머니에게 코오트는 애물단지 같았다. 학교에서도 겉돌며 간단한 문장조차 제대로 읽지 못한다. 이래저래 코오트는 ‘말 없는 소녀’가 된다. 뭐하나 신나는 일 없었던 코오트에게 새로운 세상을 접할 기회가 찾아온다. 여름 한 철을 친척 킨셀라 부부 집에서 보내게 된 것이다. 코오트는 친척 부부로부터 다정하다는 감정을 처음으로 느낀다. 요리를 함께 하고 농장 일도 같이 한다. 시내에 나가서 시간을 보내기도 하면서 일상을 공유한다. 굳게 닫힌 코오트의 마음의 문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한다. 물론 말이 갑자기 늘어났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입을 굳게 닫는 이유에 변화가 생겼다. 처음에 소녀의 침묵은 냉랭한 주변 환경에 담을 쌓은 결과였다. 이제는 혼자서 간직하고 싶은 소중한 비밀이 생겼다. 킨셀라 부부와 지낸 꿈같은 시간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어느덧 킨셀라 부부와 함
민주주의는 매력적인 단어다. 지고지순의 경지에 올랐다. 심지어 무소불위다. 정치인들이 상대 후보를 쓰러뜨리기 위해 흔히 쓰는 수사가 ‘민주주의의 적’ 아니던가. 북한마저 스스로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부르며 반역자를 처벌한다. 지금은 아름다운 ‘백조’의 모습을 하고 있지만 민주주의는 불과 400년 전만 해도 ‘미운 오리 새끼’였다. 는 고대 그리스부터 현대에 이르는 사상가들이 민주주의를 배척해온 과정을 추적한다. 책을 쓴 김민철 성균관대 교수는 민주주의 ‘혐오의 역사’를 통해 민주주의의 본질에 다가갈 수 있다고 말한다. 저자가 말하는 민주주의의 개념은 ‘인민이 통치하는 정부’다. 정부를 ‘통치’하는 것과 국가의 주인이 되는 ‘주권’의 개념은 다르다. 저자는 이를 주식과 펀드의 차이에 비유한다. 주식의 경우 개인이 직접 투자액과 투자처, 매수·매도시기를 결정한다. 펀드에 맡기는 경우는 다르다. 돈의 주인은 여전히 개인이지만, 자금을 운용하는 방식은 전적으로 펀드매니저의 손에 맡겨진다. 18세기 미국과 프랑스 혁명을 주도했던 개혁가들은 인민이 나라의 ‘주인’이란 국민주권 사상을 반영하면서도 인민이 직접 나라를 다스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게끔 고심했다. 엘리트들이 인민의 주권을 관리하는 일종의 펀드매니저가 되는 셈이다. 그 이유는 민주주의가 오랫동안 경멸의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책의 1부는 엘리트 집단이 민중의 의지와 목소리를 두려워해 온 과정을 설명한다. 민중은 감정에 휘둘리고, 쉽게 선동당하는 존재로 여겨졌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진정한 민주정은 ‘법이 지배하는’ 형태며, ‘법 대신 민중의 결의가 최고 권력을 갖
“숨이 안 쉬어져요(I can’t breathe).” 2020년 5월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외마디 비명을 남기고 숨졌다. 사인은 질식사. 위조지폐 사용 신고를 접수하고 출동한 경찰관이 현장 근처에 있던 그의 목을 7분가량 짓누른 결과였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무장하지 않은 흑인 남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은 삽시간에 퍼졌다. 플로이드의 죽음은 인종 차별에 항의하는 대대적인 시위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2021년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낯설고 먼’을 통해 영상으로 부활했다. 트레이번 프리·마틴 데스먼드로 감독이 공동으로 연출을 맡았다. 미국 래퍼 조 본 버니지 스콧과 배우 앤드루 하워드가 각각 흑인 시민과 백인 경찰 역할을 맡아 호연을 펼쳤다. 영화는 동일한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타임 루프’ 형식으로 전개된다. 낯선 여자와 하룻밤을 보낸 흑인 남성 카터는 집으로 돌아가기 위한 길에 나섰다. 담배 한 대를 입에 문 순간, 백인 경찰 머크가 그를 마약 소지자로 보고 몸을 수색한다. 그는 부당한 조사라며 항의했지만 결국 목이 졸려 사망했다. 숨이 넘어가는 순간, 다시 낯선 여자 곁에서 눈을 떴다. 카터와 머크의 지독한 악연은 이게 시작일 뿐이다. 도망도 가보고 저항도 해보지만 결과는 늘 같았다. 그렇게 99번째 아침을 맞은 그는 머크 경관과 모든 걸 터놓고 대화를 나눠보기로 한다. 과연 카터는 무사히 집에 돌아갈 수 있을까. 이 영화에는 몇몇 특징이 있다. 첫 번째는 짧은 러닝타임(32분). 똑같은 사건이 계속 반복되는 탓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타임루프 장르의 단점을 최소화한 ‘신의 한 수’였다. 상영시간이 짧다 보니 불필요한 부분은 과감하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을 연출한 프랑스 여성 감독 쥐스틴 트리에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은 경쟁 부문에서는 초청받지 못했지만, 황혜인 감독이 학생 영화 부문인 ‘라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에서 단편 영화 ‘홀’로 2등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막을 내린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선 역대 세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트리에 감독에 앞서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언, 2021년 ‘티탄’의 쥘리아 뒤쿠르노가 이 상을 받았다.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벗으려는 여성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은 법정 드라마다. 앞서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21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두 번째로 높은 3점을 받으며 평단에서 호평받았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연출한 영국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에게 돌아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 사는 부부에 관한 내용으로, 2014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스크린 데일리에서 최고점인 3.2점을 받은 핀란드 영화 ‘폴른 리브즈’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감독상은 베트남 출신 프랑스인 쩐아인홍 감독, 각본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차지했다. 한국 영화는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하는 ‘경쟁 부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비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등 6개 분야에서 작품을 선보였다. 김창훈 감독의 ‘화란’, 김지운 감독의 ‘거미집’, 김태곤 감독의 ‘탈출: PROJECT SILENCE’ 등 7편이 초청받았다. 라시네프에서 2위를 한 황혜인
27일 막을 내린 제76회 칸국제영화제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배우 송강호가 여우주연상을 받은 메르베 디즈다르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AP통신/연합뉴스 제76회 칸국제영화제에서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을 연출한 프랑스 여성 감독 쥐스틴 트리에가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한국은 경쟁 부문에서는 초청받지 못했지만, 황혜인 감독이 학생 영화 부문인 ‘라시네프(시네파운데이션)’에서 ‘홀’이라는 작품으로 2등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27일(현지시간) 프랑스 칸에서 막을 내린 칸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쥐스틴 트리에 감독은 여성 감독으로선 역대 세 번째로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앞서 1993년 ‘피아노’의 제인 캠피온, 2021년 ‘티탄’의 쥘리아 뒤쿠르노가 상을 받았다. ‘아나토미 오브 어 폴’은 남편을 살해한 혐의를 벗으려는 여성 소설가의 이야기를 담은 법정 드라마다. 앞서 영화제 소식지 스크린 데일리에서 21개 경쟁 부문 진출작 중 두 번째로 높은 3점을 받으며 평단에서 호평받았다. 2등 상인 심사위원대상은 ‘더 존 오브 인터레스트’를 연출한 영국 감독 조너선 글레이저에게 돌아갔다. 아우슈비츠 수용소 옆에 사는 부부에 관한 내용으로, 2014년 출간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스크린 데일리에서 최고점인 3.2점을 받은 핀란드 영화 ‘폴른 리브즈’의 아키 카우리스마키 감독은 심사위원상을 받았다. 감독상은 베트남 출신 프랑스인 쩐아인홍 감독, 각본상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차지했다. 한국 영화의 활약도 돋보였다. 한국 영화는 황금종려상을 놓고 경쟁하는 ‘경쟁 부문’에는 오르지 못했지만, ‘비경쟁 부문’ ‘주목할 만한 시선 부문’ 등 6개
일본 인기 만화 시리즈의 열기가 뜨겁다. 지난주 에 이어 신간 3편이 예약판매만으로 예스24 5월 넷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20위권에 안착했다. 애니메이션으로도 방영 중인 이 단숨에 2위로 치고 올라왔다. 강렬한 작화로 연예계의 빛과 어둠을 그려냈다. 전 세계 누적 발행 부수 5억 부를 돌파하며 기네스북에 오른 액션·모험 만화 는 5위를 기록했다.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12주 연속 이 차지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17세기 초 활동한 화가 아담 엘스하이머(1578~1610)는 32세에 요절했다. 그는 주로 10~50㎝ 정도 너비의 작은 동판에 유화를 그렸다. 기구한 삶 탓에 많은 것을 남기진 못했다. 낡은 코트, 쥐가 파먹은 담요, 흰 장화 한 켤레…. 부인과 두 살배기 아들을 부양하기엔 어림도 없었다. “그는 동시대의 어떤 예술가보다도 큰 성취를 거머쥐었다.” 최근 을 출간한 예술비평가 줄리언 벨은 엘스하이머가 남긴 40여 점의 작은 그림이 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한다. 천문학의 발전이 ‘하늘로의 문’을 막 열던 시기. 그의 작품은 루벤스, 렘브란트 등 후대 화가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1578년 독일에서 태어난 엘스하이머는 작품 활동을 위해 이탈리아로 넘어갔다. 17세기 로마에선 바로크 회화가 유행했다. 이전 르네상스 양식이 단정하고 우아한 표현을 중시했다면, 바로크 기법은 빛을 활용한 극명한 명암 대비가 두드러졌다. 당시 이름을 날리던 카라바조 등 화가들은 칠흑같이 어두운 배경에 화려한 색채로 인물을 묘사했다. 엘스하이머의 작품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이고 세밀하다. 많은 바로크 화가가 널찍한 캔버스에 유화를 그리던 것과 달리, 엘스하이머는 동판에 그린 ‘캐비닛 아트’를 고집했다. 캐비닛 아트란 말 그대로 캐비닛에 넣을 만큼 작은 작품을 뜻한다. 작품에 숨을 불어넣는 듯한 저자의 평론은 글맛을 더한다. 두 가지 판본으로 전해지는 ‘토비아스와 천사’는 아버지의 시력을 고치기 위한 여정에 나선 소년을 그렸다. 저자는 인물 뒤편의 소, 나무, 구름과 새 등 전체적인 풍경이 두 인물과 함께 이동하는 것처럼 배치된 점을 짚어낸다. 또 다른 판본에선 ‘치유와 구
물리학 책을 앞에 둔 비전공자의 머리는 뜨거워진다. 외계어 같은 방정식과 암호 같은 주기율표, 도통 와닿지 않는 도표 탓이다. 두뇌를 구성하는 1000억 개의 신경세포에 과부하가 걸린다. 특히 분자, 원자, 전자 등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라면 더욱 그렇다. 신간 은 물리를 전혀 알지 못하는 ‘물알못’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나온 책이다. 원자에서 인간까지,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았다. 윤동주의 유고 시집 에서 따온 제목이 암시하듯,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단독 저서로는 5년 만에 내놓은 책이다. 책은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물리학자로서 세상을 전부 이해하고 싶었지만, 세상을 이해하려면 결국 물리를 넘어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학생 시절 세상을 이해하는 데 문학이나 철학, 예술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물리학만으로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소위 ‘물리 제국주의자’가 돼 갔다고 말한다. 만물이 원자로 구성된 건 사실이다. 하지만 그는 깨달았다. 원자만 가지고는 만물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118개의 원자 이름이 나열된 주기율표를 들여다본다고 세상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저자는 모든 것을 물리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멈췄다. 오히려 원자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각 단계를 서로 다른 층위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책의 논의는 인간과 문명으로 확장한다. 서로 전혀 다른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국가나 민족이라는 허구적 상상을 바탕으로 공동체를 꾸린다. 사회 역시 개별 인간이 모여 창발된 새로운 시스템이다. 종교, 사랑 등의 개념들은 원자 구조를
“나무는 경계가 없어서/ 자기에게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 새로운 정부를 세운다”(‘새들의 시’)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74·사진) 시인이 최근 17번째 시집 으로 돌아왔다. 그는 한국경제신문 기자에게 “나무는 ‘정면’이 없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곧 아름다운 정면이 된다”며 “오로지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고 했다.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그는 1982년 연작시 을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 삶의 모습을 절제된 언어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후 ‘섬진강 시인’이란 수식어와 함께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고향 진메마을에서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55편의 시를 담아 2년 만에 출간한 시집에서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곳곳에 불어넣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오히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했다. “지난 2년 동안 팬데믹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켰다. 잘사는 사람,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과 경제적·정치적으로 소외당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 커졌다. 이러다가 양 끝에 있는 사람들이 서로를 ‘무관하다’고 여길까 봐 두려워졌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수록작 ‘우리들의 꽃밭’에서 드러난다. 시에선 “그렇지 않아도 서로 거리가 먼 사람들이 사회적인 거리를 두고” 있다고 말한다. 이어 화자는 “서로 안 보일 때까지” 거리가 멀어져서 “서로 무관하게 될까” 걱정한다. 어떻게 해야 할까. 김 시인은 “우리가 힘든 이유는 보수와 진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 등
죽음은 영원한 이별이다. 망자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일은 인류의 중요한 관심사였다. 방식에는 문화마다 편차가 있다. 사후세계를 지상 세계의 연속선상에서 본 고대 이집트인들은 미라를 만들어 시체를 보존했고, 영혼을 하늘로 돌려보내야 한다고 여긴 티베트에선 조장(鳥葬)이 성행했다. 한반도는 어땠을까. 1985년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진도 다시래기는 출상 전날 상갓집 마당에 모여 민요를 부르며 춤을 추는 사당 놀이에서 유래했다. 여기에선 성적(性的) 농담을 주고받기도 하고, 아기를 출산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한다. 선조들은 이별의 아픔을 받아들이면서도 해학을 통해 망자를 위로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전통은 3~6세기 삼국시대에도 존재했다. 오는 5월 26일부터 10월 9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특별전 '영원한 여정, 특별한 동행'에선 고대 가야와 신라의 장송 의례와 관련된 유물을 소개한다. 윤성용 국립중앙박물관장은 25일 기자들과 만나 "선조들이 무덤에 넣은 상형 토기와 토우장식 토기로부터 죽음으로 인한 이별의 고통과 이를 치유하는 과정을 엮어냈다"고 했다. 이번 전시는 국보와 보물 15점을 포함해 인물, 동물, 사물을 본떠 만든 332점의 토기를 선보인다. 이 중 97점은 1926년 일제강점기 당시 경주 황남동에서 수습됐다. 출토될 당시 유물들은 바스러져 있었다. 1999년부터 20여년 간 복원과정을 거쳐 토기 뚜껑 위에 하나의 장면으로 붙여냈다. 이번 전시에서 온전한 모습을 처음으로 확인할 수 있다. 전시는 크게 1부의 상형 토기와 2부의 토우장식 토기로 나뉜다. 상형 토기는 특정 사물의 모습을 본떠 흙으로 빚은 그릇이다. 3세기부터 경주 덕천리를 중심으로
물리학은 차가운 학문이다. 보편적 법칙으로 만물의 이치를 설명한다. 물리 법칙에서 '인간적인' 감정을 찾기란 쉽지 않다. 특히 분자, 원자, 전자 등 미시적인 세계를 다루는 양자역학이라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물리학 책을 앞에 둔 비전공자의 머리는 뜨거워진다. 외계어 같은 방정식과 암호 같은 주기율표, 도통 와닿지 않는 도표 탓이다. 두뇌를 구성하는 1000억개의 신경세포에 과부하가 걸린다. 도중에 책을 내려놓는 경험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이유다. 이 묘한 간극을 해소할 수 있는 책이 최근에 출간됐다. 은 원자에서 인간까지, 물리학자의 눈으로 바라본 세상을 담았다. 윤동주의 유고 시집 에서 따온 제목이 암시하듯, 과학과 인문학이 만나는 과정을 그렸다. 예능 프로그램 '알쓸인잡'에 출연하며 과학 지식을 쉽게 설명해온 김상욱 경희대 물리학과 교수가 단독 저서로는 5년 만에 내놓은 신간이다. "물리학자로서 세상을 전부 이해하고 싶었지만, 세상을 이해하려면 결국 물리를 넘어 다양한 학문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도달했다." 책은 저자의 고백으로 시작한다. 학생 시절 그는 세상을 이해하는 데 문학이나 철학, 예술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물리학만 가지고도 모든 현상을 설명할 수 있다는, 소위 '물리 제국주의자'가 돼 갔다고 말한다. 만물이 원자로 구성된 건 사실이지만, 원자만 가지고는 만물을 설명할 수 없었다. 118개의 원자 이름이 나열된 주기율표를 들여다본다고 세상이 보이는 건 아니었다. 저자는 모든 것을 물리로 환원하려는 시도를 멈췄다. 오히려 원자에서 우주로 나아가는 각 단계를 서로 다른 층위로 바라봐야 한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 과정을 꿰뚫는 단어가 '창발(創
“007,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액션 프랜차이즈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통쾌한 액션으로 극장가를 흔든 ‘범죄도시’ 시리즈가 세 번째 작품으로 돌아왔다.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겸 제작자인 마동석(사진)은 “‘범죄도시’는 제 연골과 뼈, 그리고 주먹과 영혼을 갈아 넣은 시리즈”라며 “양쪽 어깨 수술을 여러 번 하면서 팔을 뒤로 넘기지 못할 정도지만, 관객들이 제 액션을 보며 시원해 하시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범죄도시 3’의 주요 소재는 마약이다. 서울 광역수사대에서 일하게 된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신종 마약 유통을 수사하며 마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마동석과 함께 이준혁·이범수·김민재와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 등이 출연했다. 2편의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범죄도시’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범죄 액션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1편이 688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개봉한 2편은 1269만 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마동석은 “팬데믹 기간과 겹쳐 흥행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1000만 영화가 됐다는 소식에 제작진이 다 같이 놀랐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이전 작품들과의 차별화’라고. 1편과 2편에서 장첸(윤계상 분)과 강해상(손석구 분)이 각각 메인 빌런을 맡았다면, 이번 작품에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명의 악당이 ‘투톱’ 체제로 주인공을 위협한다. 주변 환경도 바꿨다. 마동석은 “계속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후속작이 전편을 베끼지
"007,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처럼 오랫동안 사랑받는 액션 프랜차이즈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통쾌한 액션으로 극장가를 흔든 '범죄도시' 시리즈가 3번째 작품으로 돌아왔다. 24일 서울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마동석(사진)은 "'범죄도시'는 제 연골과 뼈, 그리고 주먹과 영혼을 갈아 넣은 시리즈"라며 "양쪽 어깨 수술을 여러번 하면서 팔을 뒤로 넘기지 못할 정도지만, 관객들이 제 액션을 보며 시원해하시는 모습을 보면 기쁘다"고 말했다. 오는 31일 개봉하는 '범죄도시 3'의 주요 소재는 마약이다. 서울 광역수사대에서 일하게 된 '괴물 형사' 마석도(마동석 분)가 신종 마약 유통을 수사하며 마주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마동석과 함께 이준혁·이범수·김민재와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 등이 출연했다. 2편의 연출을 맡은 이상용 감독이 다시 한번 메가폰을 잡았다. '범죄도시'는 시리즈를 거듭하며 '범죄 액션 프랜차이즈'로 자리매김했다. 2017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은 1편이 68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시작을 알렸다. 지난해 개봉한 2편은 1269만명을 극장으로 불러 모았다. 마동석은 "팬데믹 기간과 겹쳐 흥행에 큰 기대를 하지 않았다"며 "1000만 영화가 됐다는 소식에 제작진이 다 같이 놀랐다"고 했다. 이번 작품에서 가장 공들인 부분은 '이전 작품들과의 차별화'라고. 1편과 2편에서 장첸(윤계상 분)과 강해상(손석구 분)이 각각 메인 빌런을 맡았다면, 이번 작품에는 서로 다른 개성을 가진 두 명의 악당이 '투톱' 체제로 주인공을 위협한다. 주변 환경도 바꿨다. 마동석은 "계속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후속작이 전편을 베끼지 않도록 신경썼다"며 "'판을 좀 바꾸자'는 생각에 마석도의
아담 엘스하이머, '이집트로의 도피'(1609). 동판에 유화. 31cm x 41cm 17세기 초 활동한 화가 아담 엘스하이머(1578~1610)는 32세에 요절했다. 그는 주로 10~50㎝ 정도 너비의 작은 동판에 유화를 그렸다. 기구한 삶 탓에 많은 것을 남기진 못했다. 낡은 코트, 쥐가 파먹은 담요, 흰 장화 한 켤레…. 부인과 두 살배기 아들을 부양하기엔 어림도 없었다. "그는 동시대의 어떤 예술가보다도 큰 성취를 거머쥐었다." 최근 을 출간한 예술비평가 줄리언 벨은 엘스하이머가 남긴 40여 점의 작은 그림들이 미술사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고 말한다. 천문학의 발전이 '하늘로의 문'을 막 열던 시기. 그의 작품들은 루벤스, 렘브란트 등 후대 화가들 사이에서 반향을 일으켰다. 1578년 독일에서 태어난 엘스하이머는 작품활동을 위해 이탈리아로 넘어갔다. 17세기 로마에선 바로크 회화가 유행했다. 이전 르네상스 양식이 단정하고 우아한 표현을 중시했다면, 바로크 기법은 빛을 활용한 극명한 명암 대비가 두드러졌다. 당시 이름을 날렸던 카라바조 등 화가들은 칠흑같이 어두운 배경에 화려한 색채로 인물을 묘사했다. 엘스하이머의 작품은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사실적이고 세밀하다. 많은 바로크 화가들이 널찍한 캔버스에 유화를 그렸던 것과 달리, 엘스하이머는 동판에 그린 '캐비넷 아트'를 고집했다. 케비넷 아트란 말 그대로 캐비넷에 넣을 만큼 작은 작품을 뜻한다. 유럽의 부유한 수집가들이 좁은 비밀 공간에 조그마한 그림과 조각을 따로 전시한 데서 유래했다. 아담 엘스하이머, '토비아스와 천사'(1606). 동판에 유화. 12.4cm x 19.2cm 작품에 숨을 불어넣는 듯한 저자의 평론은 글맛을 더한다. 두 가지 판본으로 전해지는 '
"세계가 깊이 병들었는데, 여전히 아름답고 낭만적인 서정시를 쓸 수는 없는 일이겠지요." 문명의 발전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또 문학은 그 속에서 어떤 존재여야 하는가. 최근 시론집 를 출간한 나희덕(57·사진) 시인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서면 인터뷰에서 생태 위기의 현실과 그 속에서 시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가 시론집을 낸 것은 2003년 이후 20년 만이다. 그는 "이전 시론집이 여성성을 중심으로 한 젠더 문제를 다뤘다면, 이번에는 인류세 시대에 어떻게 하면 자연과 공생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인류세'란 2000년대 이후 인류의 자연환경 파괴로 인류와 지구환경이 맞서게 된 시대를 의미한다. 1966년 충청남도 논산에서 태어난 그는 자연에서 뛰놀며 유년기를 보냈다. 공부를 위해 상경하고부터 도시적 환경에 위화감을 느꼈다고 한다. 그는 "높은 육교와 달리는 차들, 밀집한 집들과 교실에 숨이 막히고 불안했다"며 "도시에서 겪은 자연과의 단절감이 오히려 일찍부터 시를 쓰게 한 조건이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흙'은 나 시인에게 각별한 소재다. 1989년 등단작 '뿌리에게'에서부터 흙이 화자로 등장한다. "깊은 곳에서 네가 나의 뿌리였을 때/ 나는 막 갈구어진 연한 흙이어서/ 너를 잘 기억할 수 있다"는 구절은 뿌리를 포근히 감싸는 흙의 모성애를 묘사했다. 이랬던 흙의 존재감은 시인의 시력(詩歷)이 흐르면서 차츰 연해졌다. 2014년 '뿌리로부터'에선 "한때 나는 뿌리의 신도였지만/ 이제는 뿌리보다 줄기를 믿는 편이다"고 선언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줄기'보다는 '가지'를, 또 그보다는 가지에 매달린 '잎'과 하염없이 지는 '꽃잎'을 믿게 된다. 흙과 뿌리
"나무는 경계가 없어서 자기에게 모든 것들을 받아들여 새로운 정부를 세운다" ('새들의 시') '섬진강 시인'으로 알려진 김용택(74·사진) 시인이 최근 14번째 시집 으로 돌아왔다. 22일 그는 한국경제신문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나무는 '정면'이 없다,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곧 아름다운 정면이 된다"며 "오로지 '하나의 정답'만을 강요하는 현대 사회를 돌아보게 한다"고 설명했다. 1948년 전북 임실에서 태어난 그는 1982년 연작시 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섬진강을 배경으로 자연의 아름다움과 그 속 삶의 모습을 절제된 언어로 노래하기 시작했다. 이후 '섬진강 시인'이란 수식어와 함께 한국 서정시를 대표하는 이름으로 자리매김했다. 지금도 고향 진메마을에서 집필을 이어가고 있다. 55편의 시를 담아 2년 만에 출간한 시집에서는 정치와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곳곳에 불어넣었다. 코로나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로 집에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오히려 세상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고. 그는 "팬데믹 때 집에서 세계사·미술사·철학사 등 책을 두루 읽으며 세상을 바라보는 나름의 철학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은 수록작 '우리들의 꽃밭'에서 드러난다. 시에선 "그렇지 않아도 서로 거리가 먼 사람들이 사회적인 거리를 두고" 있다. 이어 화자는 "서로 안 보일 때까지" 거리가 멀어져서 "서로 무관하게 될까" 걱정한다. 이 모든 문제는 "자본의 간교한 습성"과 "제도"를 통해 심화한다. "지난 2년 동안 팬데믹이 우리 사회의 양극화 문제를 심화시켰다. 잘 사는 사람, 권력을 많이 가진 사람과 경제적·정치적으로 소외당하는 사람 사이의 간극이 커졌다. 이러다가 양 끝에 있는 사람
지난 3월 성추문 사건과 관련해 체포 전망이 제기되던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수갑을 차고 경찰에 연행되는 사진이 유포됐다. 이는 인공지능(AI)을 이용해 만든 허위 이미지로 밝혀졌다.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선 프란치스코 교황이 명품 브랜드의 하얀 패딩 재킷을 입고 산책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이 화제 됐다. 이 역시 AI가 생성한 가짜 사진이었다. 챗 GPT, 미드저니 등 생성형 AI 기술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면서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생성형 AI가 만들어내는 이미지, 영상, 음성 등이 갈수록 정교해지면서 사용자들이 진위를 파악하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이에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상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AI를 이용해 제작된 콘텐츠라는 사실을 표시하도록 하는 '콘텐츠산업진흥법 일부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고 22일 밝혔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AI로 제작된 콘텐츠의 경우 해당 출처를 의무적으로 표시해야 한다. AI 기술을 이용해 만든 콘텐츠에 대한 규제 논의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확산하고 있다. 유럽연합(EU)에선 AI가 만든 콘텐츠에 표기를 의무화하는 규제안이 검토되고 있다. 미국에서도 AI로 만든 정치 광고영상과 사진에 출처를 의무적으로 표기하도록 하는 방안이 발의된 상황이다. 이 의원은 "AI 기술 발전 속도가 지나치게 빨라지면서 오·남용으로 인한 부작용이 우려된다"며 "AI 오·남용을 막기 위한 관리 방안을 마련해 인공지능 시대의 규범적 틀을 확립하겠다"고 입법 취지를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안시욱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