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차 세계대전이 막바지로 향하던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이후 유럽 본토에서의 승기는 연합군이 잡았다. 두 달간의 싸움 끝에 독일군은 서부전선에서 철수하기 시작했다. 네덜란드인들은 독일군으로부터 해방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생각했다. 연합군이 유럽 본토에 있는 부대에 물자를 보급하려면 벨기에의 앤트워프 항구를 확보해야 했다. 하지만 독일군이 네덜란드 남서부의 셸드강을 장악한 탓에 물자보급은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다. 전략적 요충지였던 만큼 독일군은 이 지역을 지키는데 화력을 집중했다. 2021년 10월 처음 선보인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더 포가튼 배틀'은 네덜란드 남서부 항구도시 플리싱언에서 일어난 '셸드강 전투'를 배경으로 한다. 네덜란드에서 만든 이 영화는 마테이스 판헤이닝언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아바타 2: 물의 길'(2022)에서 제이크 설리의 아들 역을 맡은 제이미 플래터스부터 하이스 블롬, 쉬잔 라더르 등 네덜란드 출신 배우들이 캐스팅됐다. 작품의 무대부터 생소하다. '노르망디 상륙작전'처럼 세계 전쟁사에 남을만큼 유명한 장소가 아닌 네덜란드의 한 작은 도시에 있는 강에서 벌어진 전투를 그렸다. 이야기는 자의 또는 타의로 전쟁에 휘말린 평범한 청년 세 명의 시선에서 전개된다. 독일 해군 돌격대 병사 판스타베런은 동료를 잃은 후 줄곧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인물이다. 그는 러시아 전선에서 상해를 입은 뒤 네덜란드 전선으로 재배치된다. 반대 진영의 영국인 조종사 윌은 철없는 호승심에 불타오르는 초보 파일럿이다. 고위 군 간부였던 아버지의 반대를 무릅쓰고 몰래 참전했다가 독일군 점령지 한 가운데에 불시착한다. 나치 치하 시청의
현대인들의 집중력이 도둑맞고 있다. 미국의 10대들은 평균 65초마다 하는 일을 전환한다. 캘리포니아 어바인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직장인이 한 가지 일에 몰두하는 시간은 3분 남짓에 불과하다. 현대인들이 갈수록 산만해지는 이유는 뭘까. 흔히 '스마트폰 등 디지털 기기에 대한 자제력이 부족해서'란 개인적인 문제가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많은 자기계발서에서 '목표를 명확히 설정하고, 한 가지 일에 몰두하라'는 식의 개인적인 해결책을 조언하는 모습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최근 출간된 은 현대 사회의 집중력을 좀 먹는 '도둑'이 따로 있다고 설명한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저널리스트인 요한 하리는 집중력을 되찾을 방법을 모색하기 위한 여정에 떠난다. 그는 전 세계 250여명의 신경과학자, 사회과학자, 빅테크 기업 임직원 등을 인터뷰하며 사회 시스템이 조직적으로 집중력을 앗아가는 현상을 확인했다. "집중력 부족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의 문제다." 저자는 빅테크 기업을 현대인의 집중력을 앗아가는 주범으로 꼽는다. 그는 구글, 아마존 등 기업에 대해 "우리의 산만함은 그들의 연료다"고 말한다. 현대인이 화면을 들여다보는 시간만큼 돈을 벌며, 화면을 내려놓을 때마다 돈을 잃는다는 것. 이용자의 개인정보에 따른 '맞춤 알고리즘'으로 유저를 유인해 집중력을 흐트러뜨린다는 분석이다. 또 하나의 구조적인 문제는 경제적 불안정으로 인한 스트레스다. 저자는 직장인이 마주하는 경제적 위협을 '곰에 쫓기는 상태'에 비유한다. 생존에 위협을 느끼면 뇌는 과각성 상태에 돌입하며, 한 가지 일에 몰두하기 어려운 상태가 된다. 그는 1990년대 이후 '중산
한경미디어그룹이 새롭게 선보인 문화예술 플랫폼 아르떼의 이름은 예술을 뜻하는 스페인어 ‘아르떼(arte)’에서 따왔다. 왕립 스페인어 아카데미에 따르면 아르떼는 무언가를 할 수 있는 능력, 나아가 현실을 재현하거나 상상력을 구현해내기 위한 활동이다. 아르떼의 어원은 라틴어 ‘아르스(ars)’다. 라틴어 사전에서 아르스는 기술과 기예라고 나온다. 좁은 의미에선 인간의 미적 표현을, 넓은 의미로는 인간의 창조적인 모든 활동을 뜻한다. 영어 ‘아트(art)’도 같은 어원에서 출발한다. 아르떼는 명칭에 걸맞게 문화예술의 모든 것을 총망라한 플랫폼을 지향한다. 클래식부터 공연, 미술, 문학까지 문화계 소식과 전문 필진 100여 명의 감상평을 담는다. 한경미디어그룹의 오케스트라 한경아르떼필하모닉, 문화예술 채널 한경아르떼TV 등 기존 플랫폼과의 시너지를 도모한다는 의미도 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서울 잠실 롯데콘서트홀 무대 뒤편의 숨은 공간을 볼 수 있는 스테이지 투어가 5월 10일과 30일 이틀에 걸쳐 열린다. 롯데콘서트홀 스테이지 투어는 2018년부터 매년 시행돼 왔다. 올해 상반기 투어 일정은 지난 2월 24일을 시작으로 총 6회로 구성됐다. 투어는 오전 11시에 시작하며, 관람 인원은 회당 20여명이다. 참가 신청은 선착순 사전 예약제로 진행된다. 스테이지 투어는 관객이 아닌 연주자의 시선에서 무대를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참가자는 무대에 직접 올라서서 객석과 무대 사이의 거리를 체감해보고, 연주자들이 직접 사용하는 분장실이나 리허설 룸을 둘러볼 수 있다. 투어는 60여분간 진행된다. 참가자는 로비에서 연주자들의 사인이 담긴 포스터 월을 시작으로 VIP 라운지, 공연장 객석 및 무대, 악기 보관실, 주요 분장실, 연주자 라운지 및 리허설 룸, 파이프 오르간 고정 연주대 순으로 체험할 수 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바이올리니스트 클라라 주미 강(강주미)이 오는 5월 16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 맥에서 솔로 리사이틀을 연다. 강주미는 마포문화재단을 대표하는 클래식 기획공연 ‘M 소나타 시리즈’의 올해 첫 연주자로 나선다. '우아함과 균형감을 갖춘 바이올리니스트.' 강주미한테 붙는 수식어다. 세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한 그는 독일 뤼베크 음대와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 한국예술종합학교 등에서 수학했다. 그는 2009년 서울 국제콩쿠르, 2010년 미국 인디애나폴리스 콩쿠르와 일본 센다이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알렸다. 1부에선 바흐의 ‘무반주 바이올린을 위한 소나타와 파르티타’ 중 소나타 1번 g단조와 파르티타 2번 d단조를 연주한다. 2부에선 이자이의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 3번 d단조, 5번 G장조, 6번 E장조를 들려준다. 바이올린의 화려한 기교를 느낄 수 있는 나탄 밀슈타인의 ‘파가니니아나’도 선보인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세계 최고의 사중주단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이 5월 28일 경기도 부천아트센터 콘서트홀에서 고별 무대를 갖는다. 1976년 결성된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은 현재 유진 드러커, 필립 세쩌(이상 바이올린), 로렌스 듀튼(비올라), 폴 왓킨스(첼로) 등 4명으로 구성됐다. 최우수 클래식 음반상 2회 수상을 비롯해 그래미상을 총 9차례 수상하고, 실내악단으로서는 최초로 미국 최고 권위의 에이브리 피셔상을 받았다.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오스트리아의 빈 뮤직페라인, 영국의 퀸 엘리자베스 홀 등 세계 주요 공연장에서 클래식 팬들과 작별 인사를 나눴다. 이들은 오는 25일부터 28일까지 서울, 광주, 대전과 부천 등에서 한국 팬들을 찾는다. 부천아트센터에서 열리는 연주회 '라스트 댄스'에선 멘델스존 현악사중주 1번 E장조, 브람스 현악사중주 3번 B장조, 드보르작 현악사중주 14번 A장조를 연주할 예정이다. 이번 연주회는 47년간 무대를 지켜온 에머슨 스트링 콰르텟에 작별을 고할 마지막 기회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300만 관객이 넘으면 한국에 다시 오겠다고 약속했는데, 이렇게 빨리 내한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가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50·사진)은 지난 27일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1년 일본 대지진이란 어두운 주제를 그린 작품인 만큼 한국 관객들이 즐겁게 봐줄 것이란 자신은 없었다”며 “전작 ‘너의 이름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은 지난달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의 기록적인 성공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신카이 감독은 지난달 내한 당시 “관객 300만 명을 돌파하면 한국을 다시 찾겠다”고 약속했다. 영화는 이날 기준 누적 관객 498만 명을 동원하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세운 역대 일본 작품 1위 기록(446만 명)을 갈아치웠다. 영화는 여고생 스즈메가 의자로 변해버린 청년 소타와 함께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으러 모험을 떠나는 로드무비다.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2016)과 ‘날씨의 아이’(2019)에 이은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세 작품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서 370만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것과 달리 ‘날씨의 아이’는 71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 2019년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며 ‘노 재팬(No Japan)’ 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저조한 성과를 올렸다. 이번 후속작 ‘스즈메의 문단속’의 흥행 여부 역시 불투명했다. 신카이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한 20년 세월 동안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을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며 “그것과
베스트셀러 순위를 ‘역주행’해서 다시 상위권에 입성한 책들이 있다. 조승우 한약사가 전하는 채소·과일식 해독법 이 4위에 올랐다. 지난해 10월 출간된 책이지만, 최근 저자가 여러 유튜브 채널에 출연하며 재조명됐다. 천명관 작가의 2004년 작 도 영국 최고 권위 문학상인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에 오르며 12위에 진입했다. 예스24의 4월 넷째 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8주 연속 이 차지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매튜 데스몬드는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수년 동안 도시 빈민들과 생활하며 쓴 로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데스몬드는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여기지 않는다. 정부 보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해서도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사회 전체, 그중에서도 ‘가난하지 않은’ 대다수 시민한테 돌린다. 저자가 지목한 ‘빈곤의 원흉’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기업은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한다. 은행은 대출과 신용 제한으로 가난한 채무자가 고리대금업계에서 돈을 빌리도록 내몰고 있다. 각종 부동산 정책은 빈곤층이 안전한 환경과 좋은 입지에서 살기 어렵게 한다. 저자는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를 ‘밑 빠진 독’에 비유한다. 가난한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잘사는 사람을 위한 방향으로 잘못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가장 필요한 개혁으로 ‘사회의식의 변화’를 꼽는다. 데스몬드는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가난한 사람들의 ‘적’으로 살기를 거부해야 한다”고 말한다. 쇼핑, 주거, 투자, 기부 등 일상의 모든 분야에서 공동체 규범을 재정의해야 한다. 그제야 빈곤층이 다른 시민과 동등한 선택의 기회를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사실 저자한테 빈곤은 선택지가 부족해서 생기는 문제다. 그가 묘사하는 빈곤층은 기본적으로 임금이 낮은 일자리에서 일해야 하고, 낙후된 지역에 거주하며, 금리가 높은 대출 수단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는 빈곤층의 선택지를 넓히기 위해 그동안 추진돼온 다양한 정책을 간과하고 있다. 저소득층 가정이 원하면 공립학교가
1964년 미국의 36대 대통령 린든 존슨이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그 후 미국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빈곤선보다 낮은 비율은 기존 19%에서 2021년 11.6%로 떨어졌다. 빈곤선은 해당 국가에서 적절한 생활을 하기 위한 최소 소득 수준이다. 식료품 바우처나 주택 공공부조 등 사회복지 혜택을 포함해 측정할 경우 이 비율은 7.8%까지 낮아진다. 최근 출간된 은 이 수치가 ‘전혀 만족스럽지 않다’고 말한다. 책은 “왜 가난한 사람들이 여전히 많은지” 의문을 던진다. 빈곤층의 참담한 현실을 묘사하며 빈곤이 지속되는 이유를 분석한다. 저자는 매튜 데스몬드 미국 프린스턴대 사회학과 교수다. 그는 수년 동안 도시 빈민들과 생활하며 쓴 로 2017년 퓰리처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다. 데스몬드는 가난을 개인의 탓으로 여기지 않는다. 심지어 정부 보조금 등 사회보장제도가 부족해서도 아니라고 한다. 오히려 비난의 화살을 사회 전체, 그중에서도 ‘가난하지 않은’ 대다수 시민한테 돌린다. 그는 “너무 많은 사회적 요소가 빈곤층을 더욱 가난하게 만든다”고 주장한다. 저자가 지목한 ‘빈곤의 원흉’은 그다지 새롭지 않다. 아마존과 월마트 등 대기업은 노동자에게 낮은 임금을 지급하면서도,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한 노동조합 결성을 방해한다. 은행은 대출과 신용 제한으로 가난한 채무자들이 고리대금업계에서 돈을 빌리도록 내몰고 있다. 각종 부동산 정책은 빈곤층이 안전한 환경과 좋은 입지에서 살기 어렵게 만든다. 소비자들도 마찬가지다. 저자는 소비자들이 진보 정책을 지지하거나 노동자를 공정하게 대우하는 매장에 충분한 우선순위를 두지 않고 있다고 평가한다. 저
"300만 관객이 넘으면 한국에 다시 오겠다 약속했는데, 이렇게 빨리 내한하게 될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스즈메의 문단속'으로 일본 애니메이션 흥행 신화를 써 내려가고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50·사진)은 27일 서울 용산의 한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2011년 일본 대지진이란 어두운 주제를 그린 작품인 만큼 한국 관객들이 즐겁게 봐주실 거란 자신은 없었다”며 "전작 '너의 이름은' 이상으로 많은 관심을 보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번 방한은 지난달 8일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의 기록적인 성공에 대한 감사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신카이 감독은 지난달 내한 당시 "관객 300만명을 돌파하면 한국을 다시 찾겠다"고 약속했다. 영화는 이날 기준 누적 관객 498만명을 동원하며 '더 퍼스트 슬램덩크'가 세운 역대 일본작품 1위 기록(446만명)을 갈아치웠다. 영화는 여고생 스즈메가 의자로 변해버린 청년 소타와 함께 재난을 부르는 문을 닫으러 모험을 떠나는 로드무비다. 감독의 전작 '너의 이름은'(2016)과 '날씨의 아이'(2019)에 이은 '재난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이다. 일본에서는 세 작품 모두 10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너의 이름은'이 한국에서 370만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것과 달리, '날씨의 아이'의 국내 관객은 71만명에 그쳤다. 2019년 한일관계가 얼어붙으며 '노 재팬(NO Japan)' 운동의 직격탄을 맞아 저조한 성과를 올렸다. 이번 후속작 '스즈메의 문단속'의 흥행 여부 역시 불투명했다. 신카이 감독은 "애니메이션 제작에 몰두한 20년의 시간 동안 한국과 일본의 관계가 좋을 때도, 좋지 않을 때도 있었다"며 "그것과 상관없이 신작을 만들 때마다 꾸준히 한국을 찾아 관객
지난해 출판업계 영업이익이 38.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이값과 인쇄비 등 제작 원가가 급격히 상승한 여파라는 게 출판가의 분석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는 지난해 77개 주요 출판 기업의 총영업이익이 2081억원으로 2021년(3393억원)보다 38.7% 감소했다고 27일 밝혔다. 총매출액은 약 5조1081억원으로 전년(4조9684억원) 대비 2.8% 늘어나는 데 그쳤다. 협회의 ‘2022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영업이익은 모든 부문에서 감소세를 보였다. 교육도서 출판사의 낙폭이 41.5%로 가장 컸고, 만화·웹툰·웹소설 출판사(38.7%), 단행본 출판사(19.7%)가 뒤를 이었다. 주요 단행본 출판사의 총매출액은 4629억원으로 2021년(4693억원) 대비 1.5% 감소했다. 교육도서 출판사와 만화·웹툰·웹소설 출판사가 각각 3.1%, 6.2% 성장세를 보인 것과 대조된다. 오프라인 점포를 갖고 있는 국내 4대 서점의 2022년 총매출액 합계는 약 2조722억원으로 전년 대비 2.3% 증가했으나 총영업이익은 199억원으로 전년 대비 33.3% 줄었다. 교보문고는 138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했다. 알라딘커뮤니케이션은 영업이익이 8.8% 감소했다. 예스24는 2022년 영업이익이 166억원으로 전년(132억원)에 비해 26% 증가했다. 2021년 9억원의 적자를 본 영풍문고는 1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했다. 협회 관계자는 “매출은 2021년에 비해 큰 차이가 없으나 영업이익은 38.7% 감소했다”며 “용지 가격과 인쇄비 등 제작 원가 상승, 인건비 상승, 영업 수수료 인상을 포함한 온라인 마케팅 비용 증가 등에 원인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설명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그대 발밑에 내 꿈을 깔았으니 /사뿐히 걸으소서, 그대 밟는 것 내 꿈이오니.”아일랜드 국민 시인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1865~1939)의 대표작 ‘하늘의 융단’ 속 구절이다. 시인이자 정치인이었던 그는 정확히 100년 전 아일랜드인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았다.예이츠의 주된 시상(詩想)은 여인에 대한 그리움이었다. 첫 시집 <어쉰의 방랑기>로 이름을 알리던 1889년 아일랜드는 영국의 지배 아래 있었다. 아일랜드의 여성 독립운동가 모드 곤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때 시작됐다.곤의 모습에 반한 예이츠는 그를 위해 무엇이든 바칠 마음이었다. 아일랜드 민족주의 운동 단체에 가입했다. 시풍도 기존 탐미적인 성향에서 민족주의를 고취하는 방향으로 바꿨다. 대부분의 시 내면엔 모드를 향한 간절한 속삭임이 있었다.그의 사랑은 이뤄지지 않았다. 30년간 청혼했지만 번번이 거절당했다. 결국 그는 52세의 나이에 다른 여인과 가정을 꾸렸다. 1922년 아일랜드 독립 이후 상원의원이 됐고, 이듬해 노벨상을 받았다.예이츠의 시는 여전히 많은 사랑을 받는다.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 뒤 만찬장에서 “나의 영광은 훌륭한 친구들을 가진 데 있었다”는 구절을 인용해 화제가 됐다.안시욱 기자
일제 강점기 때 전차 선로가 들어서며 훼손된 광화문 앞 월대(越臺·月臺)의 변화 과정과 규모를 추정할 수 있는 근거 자료가 확인됐다.25일 문화재청은 광화문 월대 발굴조사 결과와 향후 복원계획을 공개했다. 문화재청 관계자는 "월대의 서편과 달리 비교적 원형을 유지하고 있는 동편 모습을 통해 경복궁 중건 당시 월대의 전체 모습을 확인했다"며 "복원을 위한 실물 자료를 확보했다는 게 가장 큰 성과"라고 설명했다.월대는 궁궐 등 주요 건물 앞에 설치하는 넓은 기단 형식의 대(臺)를 뜻한다. 광화문 앞에 있던 월대는 중요한 국가 행사가 있을 때 임금과 백성이 만나 소통하는 장소였다. 고종(재위 1863~1907) 때 경복궁을 중건하면서 남긴 '영건일기'에는 1866년 3월 3일 "광화문 앞에 월대를 쌓았다"는 기록이 있다.문화재청과 서울시의 발굴조사 과정에서 일제가 광화문 월대를 훼손하고 그 위에 깐 전차 철로가 모습을 드러냈다. 1917년에 설치된 것으로 추정되는 이 선로는 광화문 월대의 동편과 서편에서 '와이(Y)' 형으로 만나 세종로 방향으로 연결된 것으로 확인됐다. 1966년 세종로 지하도가 생기며 땅속에 묻혔다.지금까지 월대의 정확한 모습이나 규모는 확인되지 않았다. 문화재청은 1890년대 이후로 전해진 사진 자료를 통해 전체 규모를 가늠했다. 발굴조사 결과 길이 48.7m, 너비 29.7m의 전체 규모를 파악했다.임금이 지나가는 길인 어도(御道)의 옛 모습도 가늠할 수 있었다. 월대에서 중앙 문과 이어지는 공간에 너비 약 7m의 어도지 흔적이 확인됐다. 어도 계단 터에서 소맷돌을 받쳤던 돌인 지대석이 확인돼 월대 원형을 복원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됐다.월
올초부터 부동산 규제가 완화되면서 관련 도서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방대한 부동산공법을 압축 정리한 수험서 <2023 에듀윌 공인중개사…>가 예약 판매만으로 2위에 올랐다.자기계발서와 인문서의 인기도 꾸준하다. 예스24의 4월 셋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7주 연속 <세이노의 가르침>에 돌아갔다. ‘마음 근력’을 단련하는 방법을 전한 <내면소통>이 10위, 프랑스 철학과 교수의 인문 에세이 <모든 삶은 흐른다>가 18위를 차지했다.안시욱 기자
2005년 4월 25일 오전 9시19분.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기차가 오른쪽으로 꺾이는 곡선 구간을 시속 116㎞로 들어가다가 벌어진 사고였다. 선두의 두 칸이 선로 옆 아파트와 부딪혔다. 107명이 죽고 562명이 다쳤다. 아사노 야사카즈는 이날 아내와 여동생을 잃었다. 그의 딸은 중상을 입었다.“차장 및 관제사와의 무선에 유난히 신경을 곤두세웠던 점, 일근 교육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며 변명을 생각했던 점으로 인해 운전에 대한 주의가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토교통성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로부터 2년2개월이 지나 발표한 보고서다. 사고 원인은 구조적 문제가 아니라 23세 열차 운전사의 개인적 실책이 됐다.<궤도 이탈>은 사고 후 10년 동안 서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JR서일본)에 맞서 사고 원인을 파헤친 아사노의 행적을 기록했다. 고베신문 기자였던 마쓰모토 하지무가 사고를 둘러싼 정보를 모은 ‘논픽션 저널리즘’이다. 아사노는 사고를 구조적인 문제로 봤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JR서일본은 영업 실적을 위해 배차 간격을 줄이고 운행 속도를 높였다. 애당초 정시 운행이 불가능한 열차 시간표를 편성한 것이었다. 운행이 지연되면 운전사에게 선로 정리를 시키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일근 교육’을 하기도 했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사노는 감정싸움 대신 이성과 논리를 선택했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입장을 뛰어넘어 JR서일본 측에 공동 검증을 제안했다. 그는 “이건 과학기술 논쟁이다. 감정론으로만 얘기하다 보면 안전으로의 길은 열리지 않는다”고 했다.결국 그는 변화를 만들어냈다
경복궁은 어찌하여 세계의 다른 궁궐들보다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을까. 한국의 궁궐이 소박하다는 것은 사대주의 때문이라는 정치적인 관점에서부터 물자가 부족해서라는 경제적 시각,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서라는 미학적 분석까지 다양하다. <산을 품은 왕들의 도시 1·2>는 조선의 수도 한양을 둘러싼 ‘산’들을 중심으로 궁금증을 해소한다.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원으로 있는 이기봉 박사는 가상 인물 인터뷰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나간다. 조선의 개국공신 정도전은 답한다. 경복궁은 하늘과 임금을 잇는 징검다리였고 징검다리는 굳이 화려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임금을 하늘과 연결해주는 시각적 효과는 서울을 설계할 때부터 반영됐다.먼저 도성을 둘러싼 산줄기는 도성 밖에서 안쪽을 보지 못하게 하는 차단막이 된다. 차단막은 임금의 신비감을 증폭한다. 숭례문에 들어서면 북악산과 보현봉이 시선을 압도한다. 세종대로를 따라 걸을수록 북악산 아래 경복궁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낸다. 광화문에 도달하면 시야에서 산은 사라지고 궁궐의 모습이 이를 대체한다. 단계적인 풍경 변화를 통해 산세의 위엄은 임금의 권위로 전환된다.경복궁의 웅장함은 건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산을 통해 표현된 셈이다. 다른 문명처럼 거대하고 화려한 궁궐이 필요하지 않은 이유다. 책은 두 권으로 구성됐다. 1권의 주인공이 정도전이었다면 2권에는 태종과 광해군이 등장한다.안시욱 기자
요리를 소재로 하는 영화에는 일반적인 패턴이 있다. 요리에 재능을 가진 주인공이 조력자를 만나 성장하는 과정을 다룬다. 재료의 준비 과정부터 서빙까지, 다양한 인물들의 노력과 정성이 이야기를 끌고 간다. 마지막 순간 최대 라이벌과의 화려한 요리 대결도 빠지지 않는 요소다.지난 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 ‘헝거’는 자칫 평범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요리 장르에 ‘인간의 탐욕’에 대한 주제 의식을 더했다. 영화 속의 요리는 단순히 물리적인 배고픔을 해소하지 않는다. 사회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수단이다. 인간의 원초적 욕구인 ‘식욕’은 채워지지만, ‘남들과 다른 존재’가 되고 싶은 허기는 채워지지 않는다.부와 성공에 대한 보편적인 열망을 자극한 덕분일까. 넷플릭스에 따르면 지난 10~16일 ‘헝거’의 시청 시간은 4358만 시간으로 비영어권 영화 부문 1위를 기록했다.‘마지막 여름’, ‘귀수동화’ 등 태국 내에서 공포·스릴러 장르를 연출한 시티시리 몽콜시리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드 지니어스’의 주연을 맡았던 추띠몬 쯩짜런쑥잉이 주인공 오이 역을, 노파차이 차야남이 스타 요리사 폴 역할을 맡았다.이야기는 볶음면 식당에서 일하는 오이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가난하고 권태로운 일상을 보내던 그는 어느 날 태국 최고의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헝거’로부터 스카우트를 제의받는다. 오이의 ‘특별해지고 싶다’는 열망은 그를 헝거로 이끈다.헝거의 대표 요리사 폴은 업계 최고의 실력으로 명성을 쌓은 베테랑이다. 정계와 재계의 유력인사들도 그의 요리를 맛보기 위해 줄을 선다. 점잖
'상수리나무 아래' '시멘틱 에러' '재벌집 막내아들'…. 요새 콘텐츠 좀 본다 하는 사람은 한번쯤 들어봤을 제목들이다. 이들 작품의 공통점은 웹소설이 인기를 끌며 웹툰으로 재창작됐다는 것. 이른바 '노블코믹스'다. 일부 작품은 이후 드라마로도 만들어져 큰 성공을 거뒀다. 콘텐츠 플랫폼 리디가 20일 인기 웹소설 '품격을 배반한다'를 원작으로 한 같은 제목의 웹툰을 공개했다. 매주 목요일 한 편씩 연재되며, 출시와 동시에 총 15편이 공개됐다. 김빠 작가의 웹소설 '품격을 배반한다'는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시대극이다. 재정난을 겪고 있는 한 귀족 가문의 장녀 '클로이'와 오만방자한 왕가의 혈통 '데미안'의 사랑 이야기다. 앞서 '2022년 리디 어워즈' 로맨스 판타지 e북 부문에서 최우수상을 받으며 리디 웹소설의 대표작으로 자리 잡았다.웹툰으로 제작된 '품격을 배반한다'는 원작 웹소설의 줄거리와 세계관을 만화로 옮겼다. 정반대 성격의 남녀 주인공이 서로에게 느끼는 감정 변화를 섬세한 그림체로 표현했다. 작품의 배경인 중세 시대의 성곽과 의상을 재현해 몰입감을 더했다.'품격을 배반한다' 웹툰은 국내 공개에 앞서 지난 1월 리디의 글로벌 웹툰 구독 서비스 '만타(Manta)'에 선공개돼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리디 관계자는 "'품격을 배반한다'는 원작 웹소설의 명성만큼 올 상반기 리디 웹툰의 최고 기대작으로 손꼽힌다"며 "원작의 인기요소를 담아내는 동시에 그림으로 새로운 매력을 더하는데 집중했다"고 말했다.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2005년 4월 25일 오전 9시 19분. 일본 효고현 아마가사키시에서 '후쿠치야마선 탈선 사고'가 발생했다. 오른쪽으로 꺾이는 곡선 구간을 시속 116㎞로 진입하다가 벌어진 사고였다. 선두의 두 칸이 선로 옆 아파트와 부딪혔다. 107명이 죽고 562명이 다쳤다. 아사노 야사카즈씨는 이날 아내와 여동생을 잃었다. 그의 딸은 중상을 입었다. 이날부터 그의 삶은 원래 궤도를 벗어났다. "차장 및 관제사와의 무선에 유난히 신경을 곤두세웠던 점, 일근 교육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하며 변명을 생각했던 점으로 인해 운전에 대한 주의가 소홀했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 국토교통부 사고조사위원회가 사고로부터 2년 2개월이 지나 발표한 보고서다. 단 12줄로 사고 원인을 요약했다. 사고 원인은 구조적 문제가 아닌, 23세 열차 운전사의 개인적 실책이 됐다. 최근 한국어로 번역된 은 사고 이후 10년 동안 서일본여객철도주식회사(JR서일본)에 맞서 사고 원인을 파헤친 아사노 씨의 행적을 기록했다. 고베 신문 기자였던 마쓰모토 하지무가 사고를 둘러싼 정보를 모은 '논픽션 저널리즘'이다. 아사노 씨를 비롯한 유가족의 관점에서 당시 인터뷰와 언론 보도, 사건 보고서를 정리했다. 아내와 여동생을 떠나보낸 아사노 씨는 사고를 구조적인 문제로 봤다. 그의 분석에 따르면 JR서일본은 영업 실적을 위해 배차 간격을 줄이고 운행 속도를 높였다. 애당초 정시 운행이 불가능한 열차 시간표를 편성한 셈이었다. 운행이 지연될 경우 운전사에게 선로 정리를 시키거나 보고서를 작성하게 하는 등 '일근 교육'을 실시하기도 했다. 그는 JR서일본의 고압적인 조직문화가 운전사의 과속을 부추겼다고 주장했다. 사고를 둘러싼 핵심 논
“아픔과 시련과 고통과 신음과 통증들은모두 나의 양 떼들이라나는 이 양들을 몰고 먹이를 주는 목동” (‘나의 양 떼들’) 17번째 시집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을 출간한 신달자 시인은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몸에 대해 오만했던 젊은 시절을 반성했다”며 “내 몸, 그리고 앓는 몸을 가진 분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시집이다”고 말했다. 1943년에 태어난 그는 올해 팔순을 맞는다. 내년 등단 60주년을 앞두고 있다. 반백 년이 넘는 시간 동안 글을 써오며 한국시인협회 회장을 역임한 원로 시인이다. 그는 산수(傘壽)의 나이에서 어떤 깨달음을 얻었을까. 표제에 등장한 ‘전쟁과 평화가 있는 내 부엌’에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 제목은 톨스토이의 장편소설 <전쟁과 평화>에서 영감을 얻었다. 그는 “어려서는 그저 관념적으로 지나쳤던 그 제목이 노년에 이르러서 새롭게 느껴졌다”고 했다. 시에서 묘사한 그의 부엌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다섯 개의 칼’과 ‘쇠뭉치 방망이’, ‘날 선 가위’가 도사린다. 냉동고엔 얼린 고기가 쌓여 있고, 냄비에는 짐승의 뼈가 푹 고아진다. 서랍장엔 ‘한 주먹 털어 넣으면 영원한 안식으로 가는 약’이 날마다 눈인사를 건네기도 한다. “죽음의 공포가 널려 있는 부엌에서 매일 평화롭게 밥을 먹는다.” 시인은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부엌의 풍경에 주목했다. 시인이 바라본 인생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인간도 늘 ‘삶’이라는 전쟁 속에 있다”며 “그 속에서도 평화를 찾을 수 있다는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꺼져가는 생명을 살리기 위해 의료진이 마지막으로 사투를 벌이는 곳. 응급실 소생실을 조금이나마 보여드리고 싶었어요.”최근 사진집 <응급실 소생실 레벨 원입니다>를 펴낸 이강용 씨(사진)는 19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병원에서 가장 잘 ‘보이지 않는’ 공간인 응급실 소생실의 모습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제목의 ‘레벨 원’은 응급 중증도 분류체계 5단계 중 가장 위급한 상황이다. 심정지나 중증 외상 등 즉각적인 처치가 필요한 환자가 도착한 상태를 뜻한다.이씨는 7년째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하고 있는 간호사다. 그는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경북 문경 생활치료센터 응급실에서 일하면서 비참한 광경을 목격했다. 응급실의 모습을 전하면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더 코로나19를 조심하게 될 것 같아서 카메라를 들었다. 그는 비번 시간을 활용해 기록을 남겼고, 그의 작품은 같은 해 ‘코로나 스토리’ 공모전에서 상을 받았다. 그동안 찍었던 응급실의 모습이 알려지며 ‘사진 찍는 간호사’로 불리기 시작했다.책은 코로나19 환자뿐만 아니라 응급실을 찾은 다양한 사람을 소개했다. 이씨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로 공장에서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실려 온 환자를 꼽았다. 신발의 고무 밑창이 새까맣게 탈 정도로 강한 전류에 노출된 상태였다. 간신히 살아난 환자가 꺼낸 첫마디는 ‘언제부터 다시 일할 수 있냐’였다고 한다. 그는 “사고를 당해서 오는 환자는 주로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노동자들”이라며 “자신의 건강보다 당장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환자들을 보며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그는 소생실 한
“책이 나온 지 꽤 됐는데도 이런 관심을 받은 것은 그동안 지지해준 독자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저한테 가장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고래> 영어판으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에 이름을 올린 천명관 작가(사진)는 오랜 기간 애정을 쏟아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먼저 전했다.영국 부커재단은 18일 6개 작품을 2023년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로 발표했다. 한국 작품 중 천명관의 <고래>는 지난달 14일 1차 후보로 선정된 데 이어 마침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지난해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에 이어 2년 연속으로 한국 작품이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됐다. 한강은 <채식주의자>(2016년)와 <흰>(2018년)으로 최종 후보가 됐으며 <채식주의자>로 상을 받았다.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2004년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인 <고래>는 출간 당시 베스트셀러에 올랐으며, 이번 후보 지명으로 19년 만에 다시 주목받았다. <고래>는 산골 소녀에서 소도시의 기업가로 성공하는 금복을 둘러싼 인물들이 빚어내는 이야기를 다룬 소설이다. 앞서 1차 후보 선정 당시 부커상 심사위원회는 <고래>에 대해 “사악한 유머로 가득한 소설”이라며 유머와 무질서로 전통적 스타일을 전복하는 문학 양식인 ‘카니발레스크’ 동화라고 칭했다. 이날 최종 후보로 발표하면서 “이런 소설은 없었다”며 “읽어보길 추천한다, 에너지에 휩쓸린다”고 평가했다.수상작은 다음달 23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가려진다. 안시욱 기
"책이 나온지 꽤 됐는데도 이런 관심을 받은 것은 그동안 지지해 준 독자들의 덕분이라고 생각해요. 이것이 저한테 가장 의미 있는 부분입니다." <고래> 영어판으로 세계적 권위의 문학상인 영국 부커상의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에 이름을 올린 천명관 작가는 오랜 기간 애정을 쏟아준 독자들에게 "감사하다"는 뜻을 먼저 전했다. 그는 18일 최종 후보 발표 직후 한국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대학생 때 읽은 책이 최종 후보가 돼서 기분 좋다는 지인도 있었다"며 "옛날에 읽은 분들과 최근에 읽은 분들 모두 입소문을 지속적으로 내주시면서 (해외에서도) 관심을 받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수상한 것은 아니라서 1차 후보에 올랐을 때나 지금이나 별 생각없이 담담하다"고 말했다. 아직 기뻐하기는 이르다는 뜻이었다. 영국 부커재단은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6개 작품을 2023년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로 발표했다. 한국 작품 중 천명관의 <고래>는 지난달 14일 1차 후보로 선정된 데 이어 마침내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고래>가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최종 후보작으로 선정된 것은 작년 정보라 작가의 <저주토끼>에 이어 2년 연속으로 일어난 경사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공쿠르상과 함께 세계 3대 문학상으로 꼽힌다. 인터내셔널 부문은 비영어권 작가들의 영어 번역 작품을 대상으로 한다. 1차 후보로 롱리스트 13편을 발표한 뒤 최종 후보인 쇼트리스트 6편을 선정한다. 수상작은 다음달 23일 런던에서 열리는 시상식에서 가려진다. 최종 후보에는 <고래>를 비롯해 프랑스 작가 마리즈 콩테
왜 경복궁은 세계의 다른 궁궐에 비해 웅장하지도, 화려하지도 않을까? 스페인 남부의 알람브라 궁전이나 중국 베이징의 자금성 등 세계의 유명한 궁궐들은 거대한 규모와 화려한 장식을 자랑한다. 외국의 사례에 비해 한국의 궁궐들은 작고 소박하게 느껴진다. 그동안 이 질문에 대해 여러 해석이 제기돼 왔다. 사대주의 때문이라는 정치적인 관점에서부터 물자가 부족해서라는 경제적 시각, 자연과의 조화를 위해서라는 미학적 분석까지 다양하다. <산을 품은 왕들의 도시 1·2>는 조선의 수도 서울을 둘러싼 ‘산’들을 중심으로 이 궁금증을 해소한다.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원으로 있는 이기봉 박사는 인터뷰라는 독특한 형식으로 이야기를 끌어 나간다. 때는 14세기 말, 고려왕조가 막을 내리고 새 나라 조선이 출범하던 시기였다. 수도를 개경에서 서울로 옮기는 일은 개국 최대의 프로젝트였다. 조선을 세운 태조는 이를 개국공신 정도전에게 맡겼다. 저자는 역사 방송 아나운서들이 던진 질문을 환생한 정도전이 답하는 형식으로 천도 과정을 설명한다. 문제는 ‘도읍을 어디에 정하느냐’였다. 개경에 연고를 둔 기존 세력의 반대를 무마하기 위한 구실이 필요했다. 여기서 동원된 게 풍수지리 사상이다. 북쪽의 북악산을 기준으로 좌청룡 낙산, 우백호 인왕산으로 둘러싸인 서울을 ‘명당’으로 포장했다. 환생한 정도전은 “궁극적인 목표는 도읍을 옮기는 일이었고, 풍수지리 사상은 수단이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문명에서 ‘임금의 권위가 살아 있는 풍경’을 연출하는 일은 중요한 과제였다. 밖에서 보기에 임금이 머무는 공간은 하늘
한 기업의 최고경영자 A는 자기 분야의 정상에 올랐다. 그는 경력을 쌓느라 가정에 소홀했다는 후회에 사로잡혀 있다. 건축 사업 컨설턴트 B는 업계 내에서의 좋은 평판과 화목한 가정,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그런데도 후회하고 있다. 자신의 목표에 비해 능력이 부족하다며 스스로 채찍질했다. 최근 출간된 은 후회는 줄이고 만족을 늘리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을 제시한다. 단순한 '후회 치유법'을 다룬 책이 아니다. 책은 기본적으로 살면서 후회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책의 주요 관심사는 후회의 빈도를 줄이는 요령이다. "만족한 삶의 표본일 줄 알았던 사람들도 알고 보니 끝없는 후회로 고통받고 있었다." 이 책을 쓴 마셜 골드스미스는 세계적인 리더십 전문가다. 그는 수십 년간 구글, 골드만삭스 등 유명 기업의 임원들을 상대로 인생 상담을 했다. 겉보기에 성공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들이 후회하는 모습을 보며 '만족한 삶'의 본질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고 한다. 책을 관통하는 핵심 메시지는 불교의 '무상'이다. 제목도 "숨을 쉴 때마다 새로운 내가 된다"는 석가모니의 인용문에서 따왔다. 석가모니는 살면서 느끼는 감정이 오래 지속되지 않는다고 봤다. 오히려 새로운 호흡마다 감정이 변하고 결국 사라진다고 했다. 저자는 불교의 가르침을 인생의 후회에 적용한다. 결론은 단순 명료하다. "현실에 충실한 삶을 살아라." 그는 과거의 실수에 대해 자책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반대의 상황으로, '과거의 가장 빛나던 순간'을 재현하고 싶어 하는 마음도 불필요하다고 한다. 현생에 미련을 두지 말라는 '인생 무상'의 개념이 역설적이게도 현실에 열정을 쏟으라는 메시지를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배우기도 벅찬데 또 다른 세대가 찾아오고 있다. 더 막강한 영향력을 예고한 집단이다. 2010~2024년 출생자를 통칭하는 이른바 ‘알파세대’다.신간 <알파의 시대>는 지구촌에 새롭게 명함을 내민 알파세대를 설명하기 위한 책이다. 알파세대는 지금 0~13세다. 그들은 베이비붐세대(1946~1964년생), X세대(1965~1979), M세대(1980~1994)와 Z세대(1995~2009)의 뒤를 잇는다. <알파의 시대>는 알파세대라는 용어를 만든 사회학자 마크 매클린들이 애슐리 펠 등과 함께 썼다.책은 알파세대의 핵심 특징으로 디지털, 글로벌, 이동성, 소셜네트워크와 비주얼을 제시한다. 알파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다. 태어날 때부터 온라인 네트워크가 구축된 디지털 환경에서 자랐다는 뜻이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모두 경험한 MZ세대와 다르다. 이들은 이미지와 영상을 소통의 기본 수단으로 사용한다.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 메타버스에도 열성적으로 참여한다. 갤럭시의 빅스비나 아이폰의 시리를 비롯한 음성인식 인공지능(AI)과도 자유롭게 소통한다.알파세대에 대한 이해는 육아 지침서로, 상품과 서비스의 기획 근거로, 부동산 투자 방향으로도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저자들은 렌털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알파세대의 특징을 감안할 때 주택 구입보다 월세 등을 훨씬 더 선호할 것으로 내다봤다.안시욱 기자
트로트 열풍이 도서 시장에도 상륙했다. <우리는 왜 임영웅을 사랑하는가>가 7위에 올랐다. 임영웅의 음악 세계에 대한 분석과 그의 1집 정규 앨범 평론을 담았다. 예스24의 4월 둘째주 종합 베스트셀러 1위는 6주 연속 <세이노의 가르침>에 돌아갔다.봄바람과 함께 시·소설 등 문학 분야의 약진도 돋보였다. 소설 <메리골드 마음 세탁소>가 8위, 문학동네의 <2023 제14회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이 9위를 차지했다. 기존 베스트셀러인 <스즈메의 문단속>까지 3권의 문학 도서가 10위 안에 포진했다.안시욱 기자
유행은 돌고 돈다. 단정하고 고전적인 느낌의 ‘프레피 룩’도 10년 주기로 부활한다. 패션 저널리스트인 매기 블록은 그의 책 <프레피 룩의 왕국: 제이크루의 흥망성쇠>에서 프레피 룩이 계속해서 살아남는 이유를 설명한다. “프레피 룩은 늘 변화한다. 또 여러 세대에 걸쳐 이미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됐다.”프레피 룩은 무엇일까.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을 뜻하는 ‘프렙(prep)’에서 따온 말로, 미국 동부 명문 사립학교 학생들의 옷차림을 일컫는다. 단추를 단정히 채운 옥스퍼드 셔츠와 베이지색 면바지, 거기에 남색 재킷을 걸친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떠올리기 쉽다.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프레피 룩의 중심에는 미국 의류 브랜드 제이크루(J. Crew)가 있었다. 제이크루는 미국인들이 ‘무엇을 입고 싶은지’ 또 ‘무엇이 되고 싶은지’ 그 열망을 제대로 알고 있었다.제이크루는 1983년 아서 시나이더가 설립했다. 뼛속까지 장사꾼이던 그는 프레피 룩 분야에서 돈 냄새를 맡았다.당시 ‘랄프 로렌’은 특유의 ‘폴로’ 로고로 구매력 높은 미국 명문 사립 고교생들 사이에서 인기몰이 중이었다. 보다 저렴하게 옷을 낸 ‘렌즈 엔드’도 고급 브랜드로 여겨지진 않았지만 짭짤한 이익을 거두고 있었다. 시나이더는 둘 사이 틈새시장을 노렸다. 그의 전략은 랄프 로렌의 고급스러운 스타일을 렌즈 엔드 가격으로 선보이는 것이었다.흥행을 위해선 브랜드의 정통성을 보여줄 수 있는 이야기가 필요했다. 그는 첫 카탈로그에 이렇게 홍보했다. “제이크루는 럭비, 라크로스와 조정 경기 의류에서 100년의 역사를 갖고 있습니다!” 모두 아이비
유행은 돌고 돈다. 단정하고 고전적인 느낌의 ‘프레피 룩’도 10년 주기로 부활한다. 패션 저널리스트 매기 블록은 그의 책 '프레피 룩의 왕국: 제이크루의 흥망성쇠'에서 프레피 룩이 계속해서 살아남는 이유를 설명한다. “프레피 룩은 늘 변화한다. 또 여러 세대에 걸쳐 이미 미국 문화의 일부가 됐다.” 프레피 룩은 무엇일까. 대학 진학을 앞둔 고등학생을 뜻하는 ‘프렙(prep)’에서 따온 말로, 미국 동부 명문 사립학교 학생들의 옷차림을 일컫는다. 단추를 단정히 채운 옥스퍼드 셔츠와 베이지색 면바지, 거기에 남색 재킷을 걸친 아이비리그 대학생을 떠올리기 쉽다. ‘위대한 개츠비’ 속 성공한 사업가들이나 유력 정치인 등 점잖은 상류층들의 사교모임 복장 같기도 하다. 한 마디로 ‘부유한 백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이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프레피 룩은 백인 상류층의 전유물이 아니다. 프레피 룩의 시작은 ‘패션의 대중화’다. 과거 ‘신사’들은 양복점에서 정장을 맞춰 입었지만 1818년 헨리 브룩스가 최초의 남성 기성복을 내놓으며 의류 소비를 혁신적으로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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