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국보 1호는 무엇일까. 한국의 숭례문처럼 장엄한 건물도, 일본 광륭사 목조미륵보살반가상과 같은 아름다운 불상도 아니다. 북송 시대(960~1127) 궁중 화원 장택단의 '청명상하도(淸明上河圖)'라는 그림이다. 지난 2015년 청명상하도가 베이징 고궁박물원에서 처음 공개됐을 때 반응은 그야말로 폭발적이었다. 7시간 동안 줄을 서거나 밤새 대기한 이들도 있었다. 정문이 열리자마자 사람들이 일제히 내달리면서 '고궁박물원 오픈런'이란 조어까지 등장했다. 무엇이 이 그림을 특별하게 만든 걸까.최근 출간된 <청명상하도>는 256쪽에 걸쳐 중국의 국보 1호를 낱낱이 뜯어본다. 그만한 분량을 할애할 만하다. 가로 528㎝ 세로 24.8㎝로 길게 뻗은 화폭에 등장인물만 800명이 넘는다. 작가는 최선을 다해 모든 사람을 저마다 다르게 그렸다. 저잣거리를 세밀하게 기록한 것은 물론, 북송의 패망을 암시하는 상징들을 예리하게 숨긴 수수께끼 같은 작품이다.청명상하도는 지금의 허난성 카이펑시인 북송 동경의 청명절 풍경을 묘사한 그림이다. 동경에선 겨울철 빙하 피해를 막고자 제방을 세웠다. 4월께 청명 절기를 전후로 얼음이 녹으면 둑을 무너뜨렸다. 이때 선박들의 물길이 뚫렸는데, 그림 제목의 '상하'가 바로 이러한 상황을 의미한다.책을 쓴 중국화 학자 톈위빈은 청명상하도를 두고 "보는 것이 아니라 읽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풀어서 설명하면 이렇다. 두루마리 형태로 돌돌 말린 청명상하도는 오른쪽에서 시작해 왼쪽으로 펼쳐진다. 소설이나 영화를 감상하듯 순서대로 읽어야 작가의 의중을 파악할 수 있다는 얘기다.청명상하도는 기구한 운명을 타고났다. 송 휘
50년.1974년 경남 창원에 기계산업 중심 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 뒤 흐른 시간이다. 그동안 한국 산업화의 대들보 역할만 맡은 게 아니다. 김종영(1915~1982), 문신(1923~1995)을 비롯해 박종배, 박석원, 김영원 등 현대 조각사의 거장들이 창원과 인연이 있다.'조각의 도시' 창원은 지난 반세기 동안 어떻게 달라졌을까. 2024 창원조각비엔날레가 오는 9월 27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성산아트홀, 창원복합문화센터, 창원시립마산문신미술관 등에서 열린다. 특히 야철지로 활용됐던 성산패총 언덕에는 도시와 조각의 관계를 탐구하는 작품들을 설치한다는 구상이다.국내 여러 도시가 비엔날레를 개최하는 가운데 '조각' 장르만을 선별해 보이는 건 창원이 유일하다. 창원조각비엔날레는 2010년 문신조각심포지엄을 모태로 2012년부터 개최돼 올해로 7회를 맞이했다.올해 주제는 '큰 사과가 소리없이'다. 여성의 신체성을 탐구해온 김혜순 시인의 시 '잘 익은 사과'에서 따왔다. 창원을 '큰 사과'에 대입해 사과를 깎는 행위를 조각에 비유했다. "내 자전거 바퀴는 골목의 모퉁이를 만날 때마다 / 둥글게 둥글게 길을 깎아내고 있어요 / 그럴 때마다 나 돌아온 고향 마을만큼 / 큰 사과가 소리없이 깎이고 있네요"현시원 예술감독은 “사과껍질이 깎이며 스스로 나선형의 길을 만들어낸다는 시인의 상상력처럼, 이번 비엔날레에서 도시와 조각, 관객이 스스로 길을 내어 만나길 기대한다"며 "동시대 조각을 창원 도심 전역에 배치해 조각을 둘러싼 움직임을 조명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행사는 실외와 실내에서 이뤄지며 16개국 60팀(70명)의 작가가 참여한다. 26개국 90팀(166명)으로
“내 작품이 존재하는 가장 결정적인 곳은 미술관도, 상영관도, 텔레비전도, 심지어 스크린도 아니다. 바로 그것을 보는 관객의 마음이다.”'비디오아트의 렘브란트'로 불린 미국의 영상예술 거장 빌 비올라(1951~2024)가 12일 숙환으로 타계했다. 향년 73세. 작가의 배우자이자 오랜 동업자인 키라 페로프 등 유족은 "사인은 알츠하이머와 관련된 합병증"이라며 "캘리포니아 롱비치의 자택에서 평안히 별세했다"고 전했다. 비올라는 비디오 설치 작업과 전자음악 퍼포먼스를 오가며 탄생과 죽음이라는 인간의 보편적 경험을 탐구했다. 가장 물질적인 도구로, 인간의 정신 세계를 깊이 있게 다루며 40년 넘게 동시대 미디어 아트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 백남준의 제자로 비디오 아트를 순수예술의 반열에 올린 예술가 중 한 명이기도 하다. 비디오아트가 기술적 가능성에 머물렀던 1970년대부터 이미 형이상학적 통찰을 담은 영상 세계를 확장했다. 그는 동서양 미술뿐 아니라 불교 선종과 이슬람 수피교, 기독교의 신비주의 등 종교적 전통에서도 영감을 얻었다. 고속촬영을 통한 슬로우 모션 기법으로 유명한데, 정지된 듯 느린 속도로 흐르는 시간을 시각화한 그의 작품들은 관객이 내면 세계에 빠져들게끔 유도한다. 끊임 없이 쏟아지는 비, 타오르는 불과 느리게 움직이는 사람들의 동작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숭고함의 의미를 되새기게 했다. 1951년 뉴욕 퀸스 출신인 그의 어릴 적 기억은 깊은 물 속에서 시작한다. 여섯살 때 사촌과 놀러 간 호수에 빠져 익사할 뻔했다. 삼촌의 손길 덕분에 간신히 목숨을 건졌다. 무거운 돌처럼 호수 밑바닥에
앤디 워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팝아트의 거장'. 대중매체에서 빌려온 이미지로 날 선 질문을 던지는 '시각적인 시인'. 뉴욕의 옥외 광고 업계를 주름잡고, 카셀 도큐멘타 6(1977)과 베네치아 비엔날레(1978) 등 국제무대에서 인정받은 제임스 로젠퀴스트(1933~2017)의 여러 수식어 중 일부다.명성과 별개로, 그동안 그의 작품이 한국에 소개된 경우는 드물었다. 1989년 단체전과 1995년 개인전이 전부였다. 길게는 수십m에 달하는 작품 크기가 한몫했다. 서울 새문안로 세화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전시회 '제임스 로젠퀴스트: 유니버스'는 넉넉한 공간에서 그의 대표작 29점과 아카이브 자료 39점을 만날 기회다.거대한 규모와 추상적 상징으로 특징되는 그의 작품에는 굴곡진 인생사가 투영됐다. 잘 나가는 광고 화가로 출발해 미국 현대미술의 거장으로 눈을 감기까지, 그의 인생에 영향을 미친 크고 작은 사건들을 '추락과 교통사고, 그리고 화재' 세 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하늘 가까이 살던 소년, 동료의 추락을 지켜보다작가는 1933년 미국 노스다코타의 대평원에서 태어났다. 항공기 정비공이었던 아버지와 파일럿 어머니의 영향으로 8세부터 모형 항공기를 만들며 놀았다. 하늘과 가까이 살아온 유년기의 기억은 훗날 '시간 먼지-블랙홀'(1992) 등 우주를 연상케 하는 작업으로도 이어졌다.뉴욕으로 미술 유학을 떠났지만, 넉넉지 않은 형편 탓에 1년 만에 학업을 포기했다. 운전기사와 바텐더를 전전하다가 뉴욕의 네온사인 제작회사인 아트크래프트 슈트라우스에 들어갔다. 20대 초반부터 비계에 매달린 채 타임스퀘어의 옥외 광고를 그리기 시작했다.상업 화가로서 입지를 다지던
따뜻한 남반구 휴양지를 도심에 옮겨온 걸까.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 전시장에 야자수가 펼쳐졌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늘어진 줄기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고, 메마른 잎사귀는 테이프로 간신히 나무토막에 고정돼 있다.어딘가 기운 없는 이들은 국내외 8개 작가 그룹이 참여한 전시 ‘피곤한 야자수’의 일부다. 기후변화와 식민주의, 인간의 욕망 등 전 지구적 문제를 식물의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조용히 살아가던 야자수를 피곤하게 한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주로 열대 및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야자수의 식생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 여파로 한반도 남부까지 확산한 종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바뀐 날씨에 적응하지 못해 멸종 위기에 내몰렸다. 가정용 식물을 활용한 설치작업부터 사진, 영상, 회화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들이 저마다 경종을 울린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자수의 일부를 천으로 재구성한 로스비타 바인그릴의 설치작품을 헤치고 나아가면 밑동만 남은 숲을 그린 장종완 작가의 ‘적외선 회화’가 모습을 드러낸다.야자수는 착취의 상징으로 쓰이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북아프리카에 주둔한 나치 군단의 표식에도 야자나무가 등장한다. 카트린 스트뢰벨의 작품에선 노예제와 전쟁 등 침략의 역사를 목격한 야자수를 그린 드로잉 104점이 선풍기 바람에 조용히 흩날린다.이번 프로젝트는 오스트리아 연방 정부가 후원하고 모로코 르큐브독립예술공간(설립자 엘리자베스 피스케르니크)이 공동 주최했다. 2019년 오스트리아, 2022년 모로코에서 각각 열린 전시에 이은 세 번째
프랑스 파리에서 테제베(TGV)를 타고 서남쪽으로 1시간 30분을 달리면 고즈넉한 도시가 나온다. 중세 프랑스의 천년고도이자 기독교인들의 순례지, 품질 좋은 와인으로 유명한 투르다. 루아르강을 따라 자연과 고성이 어우러진 경관을 자랑하며 '프랑스의 정원'이라 불리는 곳. 투르에도 어두운 과거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혼란했던 시기다. 1940년 독일군의 폭격으로 도시 중심부가 잿더미가 됐다. 전후 10여년간 재건 사업을 거치고 나서야 옛 모습의 일부를 되찾을 수 있었다.프랑스 추상화가 올리비에 드브레(1920~1999)의 풍경화는 투르의 역사와 쌍둥이처럼 닮았다. 인상주의를 계승한 초기 작업부터 나치의 침공으로 어두워진 드로잉, 새살이 돋은 듯 색채가 폭발하는 후기작까지. 작가가 한평생 지켜본 투르의 절경이 경기 수원시립미술관에 펼쳐졌다. 그동안 한국에서 드브레의 이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1998년 주한프랑스문화원에서 개최한 판화전을 제외하면 굵직한 국내 전시가 없었기 때문이다. 수원시립미술관은 이번 전시를 위해 프랑스 올리비에 드브레 현대창작센터(CCC OD) 컬렉션과 작가 유족의 소장품 70여점을 들여왔다.생전 작가는 "나는 풍경이 아니라 풍경 앞에 서 있는 내 안의 감정을 그린다"고 말했다. 전시 제목이 마음(Mind)과 풍경(Landscape)을 합친 '마인드스케이프'인 이유다. 같은 풍경이라도 당시 인상에 따라 다른 색채로 그린 대목에서 모네를, 기호화된 추상에서 피카소를 떠올릴 만하다. 이야기는 1920년 프랑스 파리의 어느 유복한 가정에서 출발한다. 의사와 예술가 집안에서 태어난 작가는 유년 시절에 투르의 외가에서 휴가를 보내며 그
화가를 꿈꾸던 김조은(35·사진)은 20대 때 붓을 한 번 놓았다. ‘그림 잘 그리는 아이’란 주변 시선에 부담되고 질려서 미국으로 떠났다.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거나 책 제본소에서 일하는 등 샛길을 걸었다.다시 붓을 집어 든 건 9년이 지나고서다. 도전적인 일을 찾아 헤매던 중 한국화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고향에 두고 온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등 기억 속 여성들의 모습을 비단에 옮기기 시작했다. 미국에서는 ‘아침’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했다.반응은 뜨거웠다. 2019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하퍼스, 메이크룸 등 현지 화랑에서 연달아 러브콜을 받았다. 로스앤젤레스(LA)와 뉴욕에 기반한 프랑수아 게발리의 전속작가가 됐다. 특히 여성 컬렉터를 중심으로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며 입소문 났다.김조은이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며 금의환향했다. ‘최소침습(最小侵襲)’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번 개인전에는 신작 실크 드로잉 등 14점이 걸렸다. 최근 외과수술을 받은 작가는 타인에 대한 섬세한 손길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이 고통과 돌봄, 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루는 이유다.작가는 전시명이 어떤 인생관이라고 말한다. “최소한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면서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길 바라는, 거창한 행동보다 사소한 다정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아이러니한 인생관이죠.”작가는 간헐적인 사시로 태어났다. 제한된 입체시력은 작가가 ‘투명주의’라고 명명한 기법으로 이어졌다. 층층이 쌓인 여러 겹의 반투명한 레이어가 인물의 전후좌우 시점을 동시에 투사한
따뜻한 남쪽 나라 휴양지를 도심에 옮겨온 걸까. 야자수가 만개한 서울 소격동 아트선재센터 더그라운드 전시장 얘기다. 그런데 이상한 점이 한둘이 아니다. 천장에서 바닥까지 늘어진 줄기는 생기를 잃은 지 오래고, 메마른 잎사귀는 테이프로 간신히 나무토막에 고정된 모양새다.어딘가 기운 없는 이들은 국내외 8개 작가 그룹이 참여한 전시 '피곤한 야자수'의 일부다. 기후변화와 식민주의, 인간의 욕망 등 전 지구적 문제들을 식물의 관점에서 살펴보려는 취지에서 기획됐다. 조용히 살아가던 야자수를 피곤하게 만든 주범은 다름 아닌 인간이다.주로 열대 및 아열대 기후에서 자라는 야자수의 식생은 기후변화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지구온난화 여파로 한반도 남부까지 확산한 종이 있는가 하면, 일부는 바뀐 날씨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멸종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가정용 식물을 활용한 설치작업부터 사진, 영상, 회화에 이르는 다양한 매체들이 저마다 경종을 울린다. 멸종 위기에 처한 야자수의 일부를 천으로 재구성한 로스비타 바인그릴의 설치작품을 헤치고 나아가면, 밑동만 남은 숲을 그린 장종완 작가의 '적외선 회화'가 모습을 드러낸다.야자수는 착취의 상징으로 활용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북아프리카에 주둔한 나치 군단의 표식에도 야자나무가 등장한다. 카트린 스트뢰벨의 작품에선 노예제와 전쟁 등 침략의 역사를 목격한 야자수를 그린 드로잉 104점이 선풍기 바람에 의해 조용히 흩날린다.이번 프로젝트는 오스트리아 연방 정부가 후원하고 모로코의 르큐브-독립예술공간이 공동 주최했다. 2019년 오스트리아, 2022년 모로코에서 각각 열린 전시에 이은 세 번째
칠레 출신 영국 화가 파토 보시치(46)가 ‘동방 원정’에 나섰다. 10대 때 고향 남미를 떠난 작가는 독일과 헝가리, 러시아 등을 여행한 모험가다. 최근 신화와 전설에 관한 은유를 담은 풍경화를 들고 서울 인사동의 터줏대감 선화랑을 찾았다. 그의 첫 한국 여행이자 아시아에서 처음 연 개인전 ‘마법적 균형’이다. 2020~2023년 제작된 보시치의 회화 22점과 드로잉 46점이 걸렸다.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체크무늬 남방을 걸치고 나타난 작가는 조너선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농담을 곁들이며 작품을 소개했다. “제 작업의 핵심은 세상을 여행하는 겁니다. 유럽의 ‘앤티크’적인 요소들이 서로 다른 문화권을 융합하는 매개가 됐습니다. 관람객을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마법 같은 상상의 세계로 인도하고 싶어요.”칠레에서 태어난 작가는 깎아지른 듯한 안데스산맥과 거친 태평양 파도를 보며 자랐다. 18세에 홀로 유럽으로 건너갔다. 그는 1주일에 하루는 종일 박물관에 머무른다. 시리아와 중국, 이집트 관련 유물을 관찰하며 스케치하기 위해서다.그의 그림들 속에는 그리스·로마 신화의 한 장면처럼 헬멧을 쓴 전사가 군마를 타고 평원을 질주하는 등 영웅과 그의 말이 자주 등장한다. 파도를 가르며 질주하는 백마 두 마리를 그린 ‘전차’(2022)도 그중 하나다. 타로에서 ‘전차’는 진취적인 에너지를 상징하곤 한다. 전시는 8월 3일까지.안시욱 기자
“살아있는 모든 것은 고유하다…. 삶은 그 고유성과 독특성을 폭력으로 지워 없애려는 곳에서 고사(枯死)한다.”러시아 소설가 바실리 그로스만(1905~1964·사진)의 소설 <삶과 운명>을 관통하는 문장이다. 전체주의에 의해 자유를 박탈당한 독일과 소련의 평범한 가정을 조명한 작품으로, 톨스토이의 <전쟁과 평화>에 비견되는 대작이다.우크라이나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그로스만은 러시아 모스크바대에서 화학공학을 전공했다. 1934년 발표한 첫 단편이 당대 문호들한테 주목받으며 전업 작가가 됐다.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 학살로 모친을 잃었다. 폭탄 폭발로 큰아들이 희생됐다. 비극을 겪은 그로스만은 종군기자로 1000일 이상 활동했다. 소련 최초의 홀로코스트 보고서로 꼽히는 ‘트레블링카의 지옥’은 전범재판에 증거로 제출됐다. 그로스만은 평생 소련 정부의 검열에 시달렸다. 1940년 출간한 <스테판 콜추긴>이 스탈린상에 지명됐지만 스탈린이 그를 수상자 명단에서 제외했다.안시욱 기자
‘현대 시는 공감하기 어려운 데다 난해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서하(32·사진)의 시를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성과 난민, 동성애자 등 소수자 문제를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불편한데 매력적이다’는 반응이 절반, ‘해설 없이 읽기 벅차다’는 평이 나머지였다.시인으로서 한층 원숙해진 걸까. 2016년 한국경제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어려운 시’를 고수해 온 이 시인이 쉬운 언어로 돌아왔다. 전작 <진짜 같은 마음>(2020), <조금 진전 있음>(2023)에선 볼 수 없던 일이다. 최근 3집 <마음 연장>을 출간한 시인은 “무언가에 쫓기듯이 썼던 1·2집과 달리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풀어냈다”고 말했다.이번 시집은 ‘기만하는 습관’을 반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동안 시인은 문학의 언어로 소수자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정작 난민의 삶이나 동성애자의 정체성을 직접 경험해본 적이 없었다. 자기 모습이 위선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긴 이유다.이런 심경 변화는 시집에 수록된 에세이 ‘기만한 습관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나는 스스로를 기만적으로 여기게 되었다. 예상을 빗나가는 시를 쓰길 바라면서 정작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그래, 좀 모순적이지.”시인이 그동안 골몰해온 소수자에 대한 관심이 식은 건 아니다. ‘모두가 덜 춥고 불행했으면 좋겠는데’(‘알음알음’)란 바람은 여전히 유효하다. 강경애 작가의 <인간문제>에서 영감을 받아 쓴 ‘뒤로 더 뒤로’는 상류층에 의해 유린당한 하층 계급의 여성
최근 출간된 <궁궐의 고목나무>는 왕궁의 마당과 후원, 뒷산에 뿌리 내린 나무를 다룬다. 궁궐을 보면서 주인인 임금이나 전각의 건축미가 아니라 나무에 주목한 점이 이례적이다.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가 지었다. 책은 서울 4대 궁궐과 종묘의 고목 변천사를 살펴본다. 창덕궁과 창경궁은 ‘동궐도’에 묘사된 과거 모습과 현재를 비교했다. 경복궁과 덕수궁, 종묘는 겸재 정선 등 조선 후기 화가의 그림과 의궤, 개화기의 옛 사진을 참조했다. 가장 오래된 궁궐 나무는 창덕궁 규장각 뒤편에 있는 향나무로 조선이 개국하기 전인 1270년께부터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속살이 썩어버렸다. 받침대 15개에 의지한 채 줄기가 용틀임하듯 굽어 있다.창경궁 고목엔 유난히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창덕궁을 보조하는 거주 시설이자 권력에서 물러난 여인이 주로 머물던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도세자의 통곡을 들은 선인문 회화나무, 공주들이 그네를 걸던 느티나무 등 저마다의 사연이 흥미롭다.안시욱 기자
김재홍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59·사진)가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됐다. 4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정무직 인사에 따르면 김 신임 관장은 30여 년간 한국 역사를 연구한 학자다. 대통령실은 “국가유산 및 역사에 대한 이론적 전문성과 박물관 운영의 풍부한 현장 경험을 겸비했다”며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보존하고 세계와 교류하는 등 국립중앙박물관을 이끌 적임자”라고 설명했다. 김 관장은 서울 용산 국립중앙박물관을 비롯해 13개 산하 박물관을 총괄한다.196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그는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국시대 생활 유적과 농업사를 비롯해 무덤,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무 조각), 철기 생산 분야를 연구했다.1993년 학예연구직을 시작으로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약 20년간 근무했다. 2012년 제6대 국립춘천박물관장을 지냈다. 이후 국민대 국사학과(현재 글로벌인문·지역대학 한국역사학과) 교수로 부임하며 한국학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국민대 박물관을 새로 단장한 명원박물관 관장을 맡기도 했다.이 밖에 한국상고사학회장,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설립위원,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고대 농업기술사 연구: 철제 농구의 고고학> <통일신라 고고학개론>(공저) 등이 있다. 고대 목간의 분류 방안을 제시한 연구 논문도 발표했다.△경북 영천 출생(59) △서울대 국사학과 졸업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국립춘천박물관장 △국민대 글로벌인문·지역대학 한국역사학과 교수 △국민대 명원박물관장 △한국상고사학회장 △국립인천
그리스·로마 신화의 한 장면 같다. 헬멧을 쓴 전사가 군마를 타고 평원을 질주하고 있다. 신체 일부는 안개 속에 파묻힌 것처럼 가려졌다. 세월이 흐르며 지워진 고건물 벽화, 파편 일부가 떨어진 그리스 조각상 같은 모양새다. 기원전 알렉산드로스 대왕의 페르시아 원정을 묘사한 '동쪽으로의 도착'(2021)이다.칠레 출신 영국 화가 파토 보시치(46)가 '동방 원정'에 나섰다. 10대 때 고향 남미를 떠난 작가는 독일과 헝가리, 러시아 등을 여행한 모험가다. 최근 신화와 전설에 관한 은유를 담은 풍경화를 들고 서울 인사동의 터줏대감 선화랑을 찾았다. 그의 첫 한국 여행이자 아시아에서 처음 연 개인전 '마법적 균형'이다.긴 머리와 덥수룩한 수염, 체크무늬 남방을 걸치고 나타난 작가는 조나단 스위프트의 소설 <걸리버 여행기>의 주인공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장난기 가득한 표정으로 농담을 곁들이며 작품을 소개했다. "제 작업의 핵심은 세상을 여행하는 겁니다. 유럽의 '앤티크'적인 요소들이 서로 다른 문화권을 융합하는 매개가 됐습니다."칠레에서 태어난 작가는 깎아지른 듯한 안데스산맥과 거친 태평양 파도를 보며 자랐다. 18세에 홀로 유럽으로 건너갔다. '풍랑에 휘말린 듯 영국에 난파했다'는 저자는 1906년경 지어진 런던 북부의 교회 건물에 정착했다. 도시를 비추는 창문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포탈처럼 느껴졌다고 한다.작가는 일주일에 하루는 종일 박물관에 머무른다. 시리아와 중국, 이집트 관련 유물을 관찰하며 스케치하기 위해서다. 이후 화폭을 스튜디오에 가져온 뒤, 빈자리를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우면서 작업이 완성된다. 그의 풍
김재홍 국민대 한국역사학과 교수(59·사진)가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임명됐다. 4일 대통령실이 발표한 정무직 인선안에 따르면 김재홍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은 30여년간 한국 역사를 연구한 전문가다. 이로써 김 관장은 국립중앙박물관과 13개 소속 박물관을 총괄하게 됐다.1965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 관장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삼국시대 생활 유적과 농업사를 비롯해 무덤, 목간(木簡·글을 적은 나뭇조각), 철기 생산 분야를 연구했다. 1993년 학예연구직으로 국립중앙박물관 생활을 시작해 약 20년간 근무했다. 2012년 제 6대 국립춘천박물관장을 역임했다. 이후 국민대 국사학과(현재 글로벌인문ㆍ지역대학 한국역사학과) 교수로 부임하며 한국학연구소장 등을 지냈다. 국민대 박물관을 새로 단장한 명원박물관 관장을 맡기도 했다. 이밖에도 한국상고사학회장, 국립인천해양박물관 설립위원, 국가유산청 문화유산위원회 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주요 저서로는 <한국 고대 농업기술사 연구: 철제 농구의 고고학> <통일신라 고고학개론>(공저) 등이 있다. 고대 목간의 분류 방안을 제시하는 연구 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지난 2022년 7월 취임한
해마다 이맘때쯤 비슷한 소식이 들려온다. 지난 1일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6월 모의평가 채점 결과를 발표했다. 이른바 '킬러 문항'이 빠졌다는 평가에도 국어·수학·영어 모두 어려워 수험생들이 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땀을 흘리는 건 수험생만이 아니다. 역대 평가원장 11명 중 8명이 3년 임기를 마치지 못하고 사퇴했다. 학부모와 교육계, 본인의 입시를 회상하는 선배 세대, 심지어 정치권에서도 한마디씩 거든다. '불수능이 양극화를 부추긴다' '물수능이 변별력을 없앤다' '입시제도 전반이 문제다'. 무엇이 문제길래 매년 되풀이되는 걸까.'수능 콘텐츠'의 공급자 역할을 맡았던 저자들이 입시제도의 문제점을 맹공하고 나섰다. <수능 해킹>를 펴낸 의사 문호진과 소설가 단요는 각각 실전 모의고사를 출제하고 학원을 운영한 이력이 있다. 이들이 강사와 수강생, 교사 등을 인터뷰한 내용의 골자는 '수능의 퍼즐화', 그리고 이에 따라 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게 되는 '사고의 외주화'다. 저자들은 최근 10년간의 수능을 루빅스 퍼즐에 비유한다. 초심자는 풀어내기가 불가능에 가깝지만, 해법을 외우면 손쉽게 공략할 수 있다는 얘기다. 평가원 내외부의 정치적 압력과 난이도 조절, 변별력 유지 등 여러 문제가 얽히다 보니 문제 유형이 정형화됐다는 분석이다. 대학 교육을 이수하기 위한 사고력을 평가하겠다는 수능의 본래 취지는 형해화됐다.사교육계는 수능의 출제 원리를 분석한 각종 모의고사를 자체 생산하고 있다. 저자들은 이를 두고 '수능 해킹'이라고 부른다."고통스러운 노력을 통해 얻는
화가를 꿈꾸던 아침(미국 활동명) 김조은(35)은 20대 때 붓을 한번 놓았다. '그림 잘 그리는 아이'란 주변 시선에 질렸다. 2010년 미국으로 떠났다. 연극 대본을 쓰고, 스테인드글라스 작업을 하거나 책 제본소에서 일하는 등 샛길을 걸었다.다시 붓을 집어 든 건 9년이 지나고서다. 무언가 '도전적인' 작업을 찾아 헤매던 중 한국화 작업이 눈에 들어왔다. 작가는 고향에 두고 온 할머니와 어머니, 동생 등 기억 속 주변 여성들의 모습을 비단에 옮기기 시작했다.반응은 뜨거웠다. 2019년 뉴욕에서 첫 개인전을 연 뒤 하퍼스, 메이크룸 등 현지 화랑에서 연달아 러브콜을 받았다. LA와 뉴욕에 기반한 갤러리인 프랑수아 게발리의 전속작가가 됐다. 특히 그는 여성 컬렉터를 중심으로 '세대와 국경을 초월한 공감대를 형성한다'고 평가받는다.김조은이 서울 청담동 글래드스톤에서 국내 첫 개인전을 열며 금의환향했다.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린 작가가 한국으로 역수입된 셈이다.'최소침습(最小侵襲)'이란 제목으로 열린 이번 개인전에는 신작 실크 드로잉 등 14점이 걸렸다. 최근 외과수술을 받은 작가는 타인에 대한 섬세한 손길의 중요성을 실감했다고 한다. 이번에 전시된 작품들이 주로 고통과 돌봄, 사랑에 대한 기억을 다루는 이유다.작가는 전시명이 어떤 인생관이라고 표현한다. "최소한으로 자신을 드러내길 바라면서도 누군가의 기억에 남길 바라는, 거창한 행동보다 사소한 다정함을 더 소중히 여기는 아이러니한 인생관이죠."작가는 간헐적인 사시로 태어났다. 남들이 보는 평범한 입체도 작가 눈엔 왜곡된 형상으로 보인다. 제한된 입체시력은 작가가 '투명주의'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은 네덜란드 건축 거장 렘 콜하스가 설계한 서울대미술관이다. 미술관이 ‘목 좋은 곳’에 들어선 이유는 시민과 미술계 그리고 미술학도를 연결하는 역할을 맡기 위해서다. 최근 서울대미술관이 개최한 기획전 ‘미적 감각’은 새삼 미술관의 사명을 생각하게 한다. 난해한 개념미술이나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미술이 아니라 아름다움의 본질을 탐구하는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를 담고 있어서다.이번 전시는 1945년생 김홍주부터 1990년생 이나하까지 작가 12명의 작품 100여 점을 선보인다. 반세기 넘는 세대 차이를 아우르는 건 세밀한 묘사력, 조화로운 화면 구성과 색감 등 직관적인 아름다움이다. 이들의 작업은 우리 주변의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김용식 작가의 ‘영원과 한계’ 연작이 가장 먼저 관객을 반긴다. 산딸기와 라일락 등 화초를 3m 너비의 대형 캔버스에 확대해 그렸다. 주변의 이끼와 거미줄마저 작품의 일부다. 전시를 기획한 조나현 학예연구사는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 앞에서 감정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언제인가. 어쩌면 우리는 작품의 아름다움에서 오는 감각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말했다.전시는 인터넷 쇼핑을 모티프로 한 박윤주의 영상으로 마무리된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생활하기 위한 소비활동 전반을 묘사했다. 전시는 8월 25일까지.안시욱 기자
조선 후기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鄭敾, 1676∼1759)의 초기 기록화가 보물로 지정됐다. 국가유산청은 '정선 필 북원수회도첩(鄭敾 筆 北園壽會圖帖)'을 국가지정유산 보물로 지정했다고 28일 발표했다. 해당 유물은 조선 숙종 때인 1716년 과거 급제 60년을 맞은 이광적(李光迪, 1628~1717)의 잔치 장면을 묘사한 서화첩이다.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다. 총 20장 40면으로 구성된 책자 맨 앞장엔 '북원수회도'가 수록됐다. 마루에 둘러앉은 20여명의 참석자와 연회를 준비하는 여인들, 마당에서 대기하는 하인 등을 묘사했다. 1716년 10월 22일 서울 장의동(옛 서촌 일대) 집에서 이광적이 연 기로회(耆老會)의 한 장면이다. 기로회는 나이가 들어 벼슬에서 물러난 사람들의 모임이다.이어 본문에는 참석자들이 읊은 시가 모임에 앉은 순서로 수록됐다. 책자의 마지막 대목엔 행사 참석자 명단이 나이순으로 적혀있다. 국가유산청은 "진경산수를 대표하는 화가인 정선의 초기작이자 기록화라는 점에서 미술사적으로 중요하다"며 "숙종 후반기에 활동한 중요한 역사적 인물들과 관련된 시문들이 함께 담겨 있다는 점에서 역사적 가치도 높다"고 설명했다.안시욱 기자
19세기 초 제작된 궁궐지도인 '동궐도'를 처음 본 사람은 보통 세 번 놀란다. 먼저 세세한 디테일이다. 가로 576㎝ 세로 273㎝ 화폭에 궁궐 건물 540여채를 빼곡히 그려 넣었다. 이름 모를 작가의 솜씨도 좋다. 드론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시원한 원근감이 두 번째 놀라는 볼거리다. '올컬러'인 점은 덤.최근 출간된 <궁궐의 고목나무>는 마지막 세 번째 포인트에 주목한다. 마당과 후원, 뒷산에 뿌리내린 나무다. 그림에 묘사된 나무는 무려 4075그루. 그동안 사라지거나 모양새가 달라진 개체도 있지만, 대부분 궁궐의 비밀을 간직한 채 남아있다.궁궐의 주인인 임금도, 전각의 건축미도 아닌 나무에 주목한 점이 이례적이다. 박상진 경북대 명예교수의 신간이다. 그의 관심 분야는 백년노송처럼 한결같다. <청와대의 나무들> <궁궐의 우리나무> <우리 문화재 나무 답사기> 등을 펴냈다.이번 책은 서울의 4대 궁궐과 종묘의 고목 변천사를 살펴본다. 창덕궁과 창경궁은 '동궐도'에 묘사된 과거 모습과 현재를 비교했다. 경복궁과 덕수궁, 종묘는 겸재 정선 등 조선 후기 화가들의 그림과 의궤, 개화기의 옛 사진을 참조했다.가장 오래된 궁궐 나무는 창덕궁 규장각 뒤편 향나무다. 조선이 개국하기 전인 1270년경부터 자리 잡은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은 속살이 썩어버렸다. 받침대 15개에 의지한 채 줄기가 용틀임하듯 굽어있다.창경궁 고목엔 유난히 많은 이야기가 전해진다. 창덕궁을 보조하는 거주시설이자 권력에서 물러난 여인들이 주로 머물렀던 공간이기 때문이다. 사도세자의 통곡을 들은 선인문 회화나무, 공주들이 그네를 걸던 느티나무 등 저마다의 사연이 흥미롭다.조경에도
1세대 연극배우이자 연출의 대부 고(故) 이해랑 선생의 손녀. 말의 눈빛과 털끝까지 표현한 한국 극사실주의 대표 화백 이석주의 딸.이사라 작가(45)의 그림을 처음 만난 사람이라면 이런 수식어를 듣고 고개를 갸우뚱할 수 있겠다. 그의 ‘원더랜드’ 시리즈는 순정만화 주인공 같은 소녀를 팝아트 형식으로 옮겨오기 때문이다. 메소드 연기에 가까운 리얼리즘을 추구한 조부의 ‘햄릿’이나, 말갈기가 휘날리는 장면까지 정밀하게 묘사한 부친의 그림과는 거리가 한참 멀다. 한마디로 비현실적이다.3대(代)에 걸친 예술가의 DNA는 어디로 갔을까. 지난 26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막을 내린 그의 개인전 전시장을 찾아가 물었다.“조부, 부친과 완전히 다른 예술을 추구하는 이유는 뭔가요?”곱게 빗어 넘긴 노란 머리카락과 순진무구한 미소, 별을 삼킨 듯 맑게 빛나는 눈동자. 이사라가 그린 소녀를 보면 TV 만화 ‘들장미 소녀 캔디’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 몽환적인 파스텔톤 색감이 돋보이는 그의 작품은 어렴풋한 동심을 소환한다. 이 작가는 말했다. “표현하는 방식은 달라도 그 안에 담긴 철학은 비슷해요. 예술을 진지하게 대하는 성실한 태도는 할아버지, 아버지로부터 배웠다고 생각합니다.”원더랜드는 작가가 창조한 미지의 세계다. 아이언맨과 스파이더맨 등 히어로들이 모여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성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이다. 작가는 최근 원더랜드 세계관을 풀어서 설명한 소설 <What Happened in the Wonderland>(헤르몬하우스)를 펴내기도 했다.원더랜드에는 지켜야 할 여섯 가지 규칙(Rule 6)이 있다. 예의 바르게 행동할 것, 지금 이 순간을 가장 소
데이비드 호크니, 빌렘 드 쿠닝, 세실리 브라운….세계적인 현대미술 작가들의 뒤에는 늘 그가 있었다. 때로는 작가들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대부(代父)로, 때로는 아지트를 내어주는 격의 없는 친구로, 무엇보다 예술만이 오직 세상을 아름답게 한다는 굳건한 믿음을 가진 후원자로. 최근 타계한 미국의 전설적인 갤러리스트 시드니 펠센(1924~2024)의 이야기다.60년 전통의 판화 공방 ‘제미나이 GEL’을 공동 창립한 펠센이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별세했다. 향년 100세.제미나이 GEL(Graphic Editions Limited)은 1966년 설립 이후 미국 서부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갤러리다. 시작은 LA 멜러즈애비뉴의 허름한 공방이었다. 1975~1979년 캐나다의 해체주의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의 손을 거쳐 지금의 새하얀 갤러리 건물로 재탄생했다.펠센이 처음부터 예술과 가까운 삶을 살았던 건 아니다. 그의 부모는 시카고에서 청과점을 운영했다. 10대 때 온 가족이 LA로 이주한 이유도 싱싱한 농산물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고교 졸업 후엔 군에 입대해 유럽에 주둔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들어간 서던캘리포니아대(USC)에선 회계학을 전공했다.타고난 멋쟁이 기질은 숨길 수 없었다. 챙이 넓은 페도라와 뿔테 안경을 즐겨 쓰던 영락없는 LA 신사의 모습이었다. 낮에는 회계사로 근무하고 밤에는 취미로 그림과 도자기 수업을 듣는 생활이 이어졌다.전업 갤러리스트로 활동하기 시작한 건 40대 초반부터다. 판화 장인 케네스 타일러의 작업실을 우연히 방문한 것이 계기였다. 원화의 ‘복제품’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지던 판화의 독창적인 기법에 매료됐다. 펠센은 대학 동창 스탠리 그린스타인을
60년 전통의 판화 공방 ‘제미나이 G.E.L.’을 공동 창립한 갤러리스트 시드니 펠센이 지난 9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자택에서 숙환으로 사망했다. 향년 99세.1966년 설립된 제미나이는 미국 서부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갤러리다. 1960년대 석판화와 실크스크린 부흥기를 견인하면서 판화가 독자적인 예술 장르로 거듭나는 데 기여했다. 빌렘 드 쿠닝, 데이비드 호크니 등 세계적인 예술가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대학에서 회계학을 전공한 그는 40대 초반에 판화 장인 케네스 타일러의 작업실을 방문하며 판화의 잠재력에 매료됐다. 펠센은 대학 동창 스탠리 그린스타인(1924~2014)과 타일러의 작은 작업실을 갤러리로 꾸며나갔다.펠센은 혁신에 대한 개방성을 무기로 예술가를 끌어모았다. 원작자와 판화 인쇄업자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내주며 ‘한정판 판화’ 제작 방식을 정립했다. 밤새도록 전시 오프닝 행사를 비롯한 사교 모임을 열며 초기 LA 예술계를 결집하는 데 한몫했다.안시욱 기자
'수중 장비검사 이상 무. 하잠(下潛)!"26일 찾은 전북 고군산군도 수중유산 발굴조사 현장. 인근 해역에 입수한 김태연 잠수사(45)의 음성이 무전기를 통해 흘러나왔다. 지휘통제실 모니터로 실시간 송출되는 김씨의 가시거리는 3~5m 남짓. 20년 경력의 베테랑 잠수사인 김씨는 해저의 진흙을 60㎝가량 파 내려갔다.40분 뒤 김씨는 20㎏ 상당의 나무토막과 도자기 파편이 가득 담긴 망태기를 들고 복귀했다. 30㎏이 넘는 잠수장비를 내려놓은 김씨는 연신 "심 봤다"를 외쳤다. 그는 "고려시대 선박의 일부로 추정된다"며 "고군산군도에서 3년째 잠수하고 있는데, 조만간 난파선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고 말했다.고려시대 대중국 무역의 기항지, 수군진(水軍鎭)이 설치된 군사 요충지, 임금의 임시거처 숭산행궁(崧山行宮), 바다신한테 제사 지내던 오룡묘(五龍廟)….'동아시아 보물창고' 고군산군도의 다른 이름들이다. 선유도·무녀도·신시도 등 16개의 유인도와 47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이곳엔 예로부터 많은 배가 오갔다. 화물로 실었던 청자 다발과 고선박에서 사용한 노, 닻 등 다양한 유물이 출토된 만큼 문화유산계에선 난파선이 매몰됐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군산군도 해역 수중유적은 2020년 선유도 일대에서 작업하던 잠수사의 신고로 처음 알려졌다. 이후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진행된 수중 발굴조사를 통해 청동기시대 마제석검과 삼국시대의 토기, 고려청자, 조선백자 등 900여점이 발견됐다. 특히 마제석검은 선사시대부터 선유도 해역에서 해상활동이 이뤄졌음을 알려주는 단서다.현재까지 시굴이 완료된 면적은 선유도 동쪽 해역 2780
빌렘 드 쿠닝, 데이비드 호크니, 세실리 브라운…. 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아티스트들의 뒤에는 늘 그가 있었다. 때로는 작가들을 든든하게 지원하는 대부(代父)로, 때로는 ‘아지트’를 내어주는 격의 없는 친구로. 최근 타계한 미국의 전설적인 갤러리스트 시드니 펠센(1924~2024)의 이야기다. 60년 전통의 판화 공방 ‘제미나이 GEL’을 공동 창립한 펠센이 지난 9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의 자택에서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99세. 제미나이 GEL(Graphic Editions Limited)은 1966년 설립 이후 미국 서부 예술가들의 사랑방 역할을 해온 갤러리다. 시작은 LA 멜로즈 애비뉴의 허름한 공방이었다. 1975~1979년 캐나다의 건축 거장 프랭크 게리의 손을 거쳐 지금의 새하얀 갤러리 건물로 재탄생했다. 펠센이 처음부터 예술과 가까운 삶을 살았던 건 아니다. 그의 부모는 미국 시카고에서 청과점을 운영했다. 10대 때 온 가족이 LA로 이주한 이유도 싱싱한 농산물을 구하기 위해서였다. 고등학교 졸업 후엔 군에 입대해 유럽에 주둔했다. 미국으로 돌아온 뒤 들어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교(USC)에선 회계학을 전공했다. 타고난 멋쟁이
'현대 시는 공감하기 어려운 데다가 난해하다'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서하(32)의 시를 좋아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여성과 난민, 동성애자 등 소수자 문제를 긴 호흡으로 이야기하기 때문이다. 그의 시는 '불편한데 매력적이다'는 반응이 절반, '해설 없이 읽기 벅차다'는 평이 나머지였다. 시인으로서 한층 원숙해진 걸까. 2016년 한국경제 신춘문예로 등단한 뒤 '어려운 시'를 고수해 온 이서하 시인이 쉬운 언어로 돌아왔다. 전작 <진짜 같은 마음>(2020), <조금 진전 있음>(2023)에선 볼 수 없던 일이다. 최근 3집 <마음 연장>을 출간한 시인은 "무언가에 쫓기듯이 썼던 1·2집과 달리, 어떤 구애도 받지 않고 하고 싶은 말을 편하게 풀어냈다"고 말했다.▶▶▶(관련 기사) 읽는 사람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위험한 시집'이번 시집은 '기만하는 습관'을 반성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동안 시인은 문학의 언어로 소수자 문제를 지적해왔지만, 정작 난민의 삶이나 동성애자의 정체성을 직접 경험해본 적 없었다. 자기 모습이 위선적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경각심이 생긴 이유다.이러한 심경 변화는 시집에 수록된 에세이 '기만한 습관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나는 스스로를 기만적으로 여기게 되었다. 예상을 빗나가는 시를 쓰길 바라면서 정작 예측 가능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것은 그래, 좀 모순적이지.""시인으로서 세상에 어떤 목소리를 내야 할 지 확신 없이 지냈어요. 저의 무지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기로 했죠. 고집을 내려놓고 편안하게 쓰기 시작했어요. 그랬더니 소수자뿐 아니라 우리 사회의 모든 '어른'들이
서울 남부와 경기를 가로지르는 관악산 아랫목. 서울대 관악캠퍼스 정문에서 가장 가까운 건물은 강의실도 연구실도 아니다. 네덜란드의 건축 거장 렘 콜하스가 설계한 서울대미술관이다.미술관이 대학 초입 '목 좋은 곳'에 들어선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문화 시민과 미술계, 그리고 미래를 책임질 미술학도를 연결하는 중간다리 역할을 맡기 위해서다. 2006년 '현대미술로의 초대'전을 시작으로 동시대 미술에 대해 반성과 질문을 던지는 전시가 이곳에서 꾸준히 열려온 이유다.최근 서울대미술관이 개최한 기획전 '미적감각'도 현대미술에 대한 고민의 연장선에 있다. 오늘날 유행하는 난해한 개념미술도, 관객에게 정치적 올바름을 강요하는 소수자 예술도 아니다. 인간의 오감을 자극하며 한눈에 봐도 '보기 좋은' 작품의 가치를 재조명한다.전시를 기획한 조나현 학예연구사는 "정교하게 그려진 그림 앞에서 감정이 벅차오르는 경험을 해 본 적이 언제인가. 어쩌면 우리는 작품의 해석에 몰두한 나머지, 작품의 아름다움에서 오는 감각의 중요성을 놓치고 있었는지 모른다"고 설명했다.이번 전시는 1945년생 김홍주부터 1990년생 이나하까지 작가 12명의 작품 100여점을 선보인다. 반세기 넘는 세대 차이를 아우르는 건 세밀한 묘사력, 조화로운 화면 구성과 색감 등 직관적인 아름다움이다.이들의 작업은 우리 주변의 사물을 자세히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 김용식 작가의 '영원과 한계' 연작이 가장 먼저 관객을 반긴다. 산딸기와 라일락 등 화초를 3m 너비의 대형 캔버스에 확대해 그렸다. 주변의 이끼와 거미줄마저도 작품의 일부다. 가느다란 선을 수백번 쌓아 올
현대미술계 거장 이우환의 '다이얼로그' 시리즈가 미술품 조각 투자 시장에 나왔다. 미술품 조각 투자 기업 열매컴퍼니는 제2호 미술품 투자계약증권의 증권신고서가 효력을 발생해 청약 절차에 돌입한다고 21일 밝혔다. 청약 기간은 오는 24일 오후 1시까지다. 청약 대상은 이우환 화백의 2007년 작 '다이얼로그' 300호 작품이다. 모집 총액(작품 가격)은 12억3000만원으로 주당 10만원, 총 1만2300주에 대해 청약 공모한다. 이우환은 작품 낙찰가가 30억원을 넘기는 등 한국 생존작가 중 작품값이 가장 비싼 작가 중 하나다. 앞서 열매컴퍼니는 지난해 말 업계 최초로 조각 투자 증권 1호를 발행했다. 열매컴퍼니가 작년 12월 내놓은 쿠사마 야요이의 '호박'은 당시 모집 목표 금액인 12억3200만원을 청약 개시 1시간 만에 달성했다. 최종 청약률은 약 650%였다. 이번 청약은 비례 배정 및 에스크로(가상계좌) 납입방식으로 진행된다. 다만 지난 1호 청약 배정 후 입금하지 않은 고객은 이번 회차 청약에 참여할 수 없다. 다음 회차인 3호 청약부터 다시 참가할 수 있다. 김재욱 열매컴퍼니 대표는 "국내 1호 투자계약증권을 발행한 선두 주자로서 책임감을 갖고 금융상품들을 지속해서 만들어 갈 것"이라며 "투자자들의 안전과 신뢰를 최우선으로 여기며 미술 금융시장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안시욱 기자
"명분이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영화 '범죄와의 전쟁'(2012)에서 조폭 두목을 연기한 하정우가 싸움에 나서기 전 내뱉은 대사다. 본심은 부산의 나이트클럽 운영권을 독점하겠다는 심산이었다. 체면치레를 위한 포장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영화 속 깡패들만 명분 싸움에 골몰하는 건 아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을 때 표면적으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진을 막겠다는 명분을 앞세웠다. 오늘날 한국은 어떤가. 의대 증원을 반대하는 입장에 대해선 '명분 없는 집단 휴진 철회하라'란 비판이 먼저 제기된다. 과연 그럴까. 신간 <역사는 돈이다>는 "정치·외교·군사 등 모든 영역을 움직인 건 명분이 아닌 실리"라고 말한다. 위선 가득한 명분 뒤편엔 늘 주판알이 분주하게 튕겨왔다는 주장이다. 러시아의 침공도, 의사들의 휴진도 결국 '돈' 때문이란 얘기다. 책은 부(富), 화폐, 금융 세 가지 관점에서 인류의 반만년 넘는 역사를 재해석한다. 자유와 평등, 평화 등 이상적인 담론이 아닌 지극히 차가운 이해타산에 기반한다. 경제 관료를 거쳐 현재 한국은행 감사로 일하는 강승준 저자의 현실주의적인 시각이 녹아든 결과다.이야기는 기원전 5000년 무렵 메소포타미아에서 출발한다. 문명의 시발점인 문자의 탄생부터 회계장부에서 기원했다. 생산성이 높아지며 잉여생산물이 축적됐고, 인류는 이를 교환하기 시작했다. 진흙에 쐐기 모양으로 '외상값'을 기록한 게 문자의 시작이다.권력 전복의 순간에는 늘 돈이 있었다. 로마의 최고 지도집단인 원로원이 카이사르를 살해한 것도 자신들의 부와 특권, 특히 화폐주조권을 지키기 위해서
“당신의 사진이 만족스럽지 않다면, 그건 너무 멀리서 찍었기 때문이다.”‘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종군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1913~1954·사진)가 남긴 말이다. 그의 70주기를 기념한 사진전이 지난 13일 부산 고은사진미술관에서 열렸다.카파는 스페인 내전과 중일전쟁, 제2차 세계대전, 이스라엘 독립전쟁, 베트남전쟁 등 다섯 곳의 전장을 누볐다.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는 기자정신을 뜻하는 ‘카파이즘’이 그의 이름에서 비롯했다. 1955년부터 매년 최고의 보도사진엔 ‘로버트카파상’의 영예가 주어지고 있다. 카파는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 해인 1913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나치의 박해를 피해 고향 헝가리를 떠나 프랑스 파리에 정착했다. 자신의 출신을 감추기 위해 본명 엔드레 프리드먼 대신 로버트 카파라는 미국식 이름으로 활동했다.1936년 스페인 내전에서 총탄에 맞아 쓰러지는 병사를 촬영한 사진으로 국제적인 명성을 얻었다. 이후 사진작가인 카르티에 브레송, 데이비드 시모어 등과 함께 보도사진 통신사 매그넘을 설립했다.안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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