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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이 천정부지로 뛰고 있다. 1ℓ에 2000원 선을 넘어섰다. 가뜩이나 어려운 살림살이에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그래도 요즘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돈만 내면 기름을 가득 채울 수 있으니 말이다. 천금으로도 기름을 살 수 없는 세상에 대비해야 한다. 지금 소비 추세라면 40년 뒤 석유 매장량이 바닥을 드러낸다는 예측이다. 대부분의 물건을 펑펑 쓰고 사는 세상이다. 호주 사람들은 쓰지도 않을 물건을 사는 데만 1년에 108억호주달러(12조5000억원)를 허비한다. 북미지역에서 사용하는 물건의 99%는 6개월 안에 쓰레기로 나온다. 그나마 쓰레기의 절반은 사서 한 번도 안 썼거나 거의 사용하지 않은 것이라고 한다. 이런 전 세계적 '과잉소비'와 무분별한 폐기라는 엔진은 언제까지 돌아갈 수 있을까. 자원이 완전히 고갈되기도 전에 쓰레기로 덮인 지구가 먼저 질식하지는 않을까. 《위 제너레이션(WE Generation)》은 빠르게 확산 중인 신소비 행태와 사회 관계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개인의 이기적 욕구와 사회의 공적 이익을 모두 충족시키는 새 세대를 조명한다. 그 속에서 다음 10년의 비즈니스 기회를 펼쳐 보인다. 저자는 20세기를 '소비'와 '광고' 시대로 정의한다. 새것에 비정상적으로 집착하며,제조업체의 '의도적 진부화' 전략에 매몰된 세대다. 21세기의 특징은 '관계'와 '협동'으로 요약한다. 인터넷과 네트워크 기반에 발을 딛고 있는 신인류 특성이 그렇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들을 협동하고 소통하는 경제 주체란 의미의 '위 제너레이션'이라고 부른다. 이들은 물물교환,공동 소유,협동 소비에 열광한다. 전에는 없던 커뮤니티를 만들고,필요한 것을 주고 받으며 네트워크를
울릉도 도동리에 있는 일본식 가옥(등록문화재 235호)이 울릉도와 독도의 역사문화를 체험하는 공간으로 탈바꿈했다. 문화재청으로부터 이 가옥의 관리를 위임받은 문화유산국민신탁은 28일 울릉도에서 이 가옥을 개조한 '울릉 역사문화체험센터'를 개관했다.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앞으로 울릉도 독도와 관련한 근현대사와 문화유산,가옥문화,남획으로 사라진 강치(독도 바다사자) 등과 관련된 자료를 소개하는 상설전시장과 1950~1960년대 울릉도 독도 관련 문...
[한경속보]재단법인 한국출판연구소는 2011년도 한국출판평론상·학술상 응모작을 10월 말까지 접수한다. 출판평론상 분야에는 2010년 1월 이후 발행된 여러 권의 도서를 대상으로 한 주제 서평이나 출판동향 평론(각 200자 원고지 30매 기준 2편),출판시평 원고,출판 관련 단행본이 대상이다.출판학술상 분야는 2010년 1월 이후 발표된 출판 관련 학술논문,출판·독서 관련 학술 단행본이면 응모 가능하다. 한국출판문화진흥재단 후원으로 운영되는...
국립민속박물관은 전남지역의 민속문화를 정리한 민속조사 보고서 7권을 발간했다. 이번에 발간된 보고서는 지난해 2월부터 9개월간 현지 조사한 장흥 영광 목포 등 세 지역의 민속지 및 살림살이를 다룬 각 1권씩 모두 6권과 전남의 민속문화 1권이다. 특히 '전남의 민속문화'는 전남지역 연구자들이 지역을 대표하는 민속문화에 관한 5가지 주제를 선정해 조사하고 기술했다. 전남의 밭농사를 대표하는 삼,목화의 재배 및 유통과 바다농사를 대표하는 갯벌에서...
[한경속보]소설가 신경숙 씨가 네티즌들이 뽑은 올해 한국의 대표작가로 선정됐다. 인터넷서점 예스24가 지난 1일부터 24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투표에서 신경숙 씨는 전체 투표자 3만6664명 중 16.6%인 1만1863명의 지지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소설가 김훈 씨와 고은 시인이 각각 13.6%,9.4%로 뒤를 이었다. 올해로 8회째인 이번 투표는 평론가와 출판 편집자,문학 전공 교수 등 400여 명의 전문가들이 기수상 작가를 제외하고 선정...
미국 워싱턴 정가 움직임이 긴박하다. 의회가 연방정부의 부채한도 증액을 승인해 디폴트(채무불이행)사태를 막을 것이냐,아니면 사상 초유의 디폴트 선언으로 내몰릴 것이냐의 갈림길에 있어서다. 2008년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가 몰아친 남유럽 국가의 재정위기는 터지기 직전이다. 그리스는 이미 선별적 디폴트 가능성이 시사되고 있다. 한국을 중심으로 한 동아시아 질서도 예측 불허다. 중국의 경제력과 군사력이 급팽창되고 있는 가운데 베트남 필리핀 등과 벌이는 난사군도 영유권 분쟁은 갈수록 공세적 양상을 띠고 있다. 대지진으로 인한 쓰나미와 원전 폭발로 도호쿠(東北)지방이 초토화된 일본의 향후 움직임도 주요 변수다. 3대 권력세습을 벌이고 있는 북한의 추가 무력도발 가능성은 한반도 평화에 커다란 위협요인이 되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계 정세는 어떤 맥락에서 파악하고 대처해야 할까. 앞으로 10년간의 세상 변화를 들여다본 단기 예측서 《넥스트 디케이드》를 참고할 만하다. 미국의 유명 국제정세 분석가인 조지 프리드먼이 다가올 10년간 세계 각지에서 펼쳐질 지정학적 힘의 구도를 예측한 책이다. 프리드먼은 미국 군사정치 분야의 싱크탱크인 스트랫포의 설립자이며 최고경영자다. 그는 미국과 미국 대통령이 전 세계적인 정치 · 경제적 상황 변화를 어떻게 인식하고 대처해 지배력을 유지할 것인지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2008년의 글로벌 금융위기는 경제부문이 아니라 지정학적이고 정치학적인 부문에 의미심장한 영향을 미쳤다고 진단한다. 자국의 금융과 통화체계를 통제할 힘이 없는 나라는 외부 충격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이 확산,국가 권력의 강
청나라의 생사와 찻잎 가격은 1878년부터 출하 때만 되면 뚝뚝 떨어졌다. 희한하게도 시중자금 경색시기와 맞물렸다. 시중 자금경색 배경에는 홍콩상하이은행이 있었다. 당시 상하이의 상업활동이 원활히 돌아가는 데는 300만냥의 돈이 필요했다. 그런데 홍콩상하이은행이 생사 출하시기에 맞춰 자금을 회수,시중자금이 100만냥을 밑돌도록 한 것.돈이 없는 상인들은 구매력을 잃었고,재배농가는 헐값으로 생사와 찻잎을 팔 수밖에 없었다. 홍콩상하이은행의 지원을 받았던 외국기업인 양행들은 이 틈에 생사와 찻잎을 매점,폭리를 취하면서 중국의 부를 빨아들였다. 홍콩상하이은행은 영국 식민지 양행들의 중앙은행 격이었다. 쑹훙빙 씨의 《화폐전쟁》시리즈 세 번째 책인 《화폐전쟁3》에 나오는 내용이다. 인류 사회에서 가장 중요한 권력은 화폐발행권이란 저자의 생각을 함축해 읽을 수 있는 사례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지난 100년간 아시아 지역의 화폐 변화와 국가의 흥망성쇠를 들여다본다. 미국의 화폐 역사를 분석한 1편과 유럽 금융의 변화과정을 회고한 2편과 다른 점이다. 그는 주권국가의 영역에 영토 영해 영공 등 물리적 공간 외에 금융이 추가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금융 전선 즉 화폐를 장악하는 자가 국가 간 경쟁에서 승리한다는 뜻에서다. 그는 "청나라의 멸망은 군사분야에서보다 금융 방면에서 시작됐다"고 결론짓는다. 아편무역 길을 튼 영국의 전략적 목표도 청나라의 화폐시스템을 완벽하게 무너뜨리기 위한 것이라는 말이다. "아편전쟁은 영국의 금본위제와 중국의 은본위제 사이에서 벌어진 한바탕 전략적 결전이었다"는 것이다. 그는 청나라와 달리 일본은 '금융 하이 프런티어'
불구대천의 원수지간이 됐다. 한 사람은 '주자의 세상'을 구축하려 했다. 다른 한 사람은 "천하의 이치를 어찌 주자만 안다는 말이냐"고 일갈했다. 함께 어울려 학문과 시사를 논했던 사이였다. 왜란에 이은 호란으로 흐트러진 사회를 추스르는 방법을 놓고 파열음이 빚어졌다. 주희를 절대화해 양반 사대부 계층의 기득권을 굳히려는 쪽과 생각의 자유,주체적 사회개혁을 꿈꾸는 쪽의 충돌이었다. 사문난적이란 모진 비난은 결국 피바람을 불렀다. 열 살 차이의 동년배,조선 중기의 우암 송시열(1607~1689)과 백호 윤휴(1617~1680) 이야기다. 우암과 백호,둘이 등을 돌리게 된 사단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과연 윤휴는 유언 한마디 남기지 못한 채 사약을 받아 마땅했을까. 《윤휴와 침묵의 제국》(다산초당,416쪽,1만7000원)은 그런 의문에 대한 역사학자 이덕일 씨(한가람역사문화연구소장 · 50)의 답변이다. 이씨는 윤휴에 초점을 맞춰 이야기를 풀어냈다. 윤휴의 사회개혁과 북벌 주장이 실패로 돌아가고,사문난적으로 몰려 사약을 받기까지 과정을 정밀하게 추적했다. "주자가 절대적 가치로 군림하기 시작하던 시대였죠.윤휴가 죽은 뒤 조선은 침묵과 위선의 세계로 빠져들었어요. 그런 침묵과 위선은 그의 사후 300여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씨는 "윤휴는 사고의 다양성이 용납되지 않던 시대에 자신의 자유로운 생각을 펼치는 걸 주저하지 않았다"며 "지금 우리는 그런 윤휴에게 떳떳한지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책의 주인공 윤휴는 숙종의 요청으로 조정에 들어가 북벌정책과 사회개혁의 꿈을 펼치려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한 비운의 정치가이자 유학자다. 남인의 영수로 허
다른 나라에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를 환수하기 위해서는 국제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린델 프롯 호주 퀸즐랜드대 명예교수(사진)는 19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문화재환수국제포럼 기조 발제에서 "해외 반출 문화재 환수 문제는 1960년대 유엔총회에서 제기됐고 유네스코로 넘겨진 결과 1970년 문화재 불법 반출입 및 소유권 양도 금지와 예방 수단에 관한 협약이 채택됐다"며 "이 협약에 따라 120개국으로 구성된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협약 창설 40주년을 맞아 당사국들이 올 3월 유네스코 본부에서 협약 이행과 개선을 논의했다"며 "태국 싱가포르 홍콩처럼 불법 반출 문화재의 경로가 되는 국가들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았지만 많은 국가들이 힘을 합친다면 국제 네트워크는 더 발전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롯 교수는 "국제박물관협의회는 오래 전 반출 문화재를 포함해 회원 간의 반환 협상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도쿄대의 의궤 반환은 불교계 조직이 주도해 성사시켰다"며 "한국 몽골 일본 태국처럼 불교공동체의 활동이 활발한 나라들은 이들 네트워크를 통해 결실을 맺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혜문 문화재제자리찾기 사무총장은 "일본의 조선 왕실 의궤 반환 결정은 불가능해 보이는 현실적 한계를 민간의 노력으로 이룬 쾌거"라며 "과거사 해결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치밀한 전략,한 · 일 시민단체와 의원 외교가 불가능을 가능으로 바꾼 문화재 반환 운동의 전범이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날 포럼 참석자들은 문화재에 대한 인식과 환수를 위한 협력 증진에 시민사회와 민간단체의 네
프랑스에 약탈된 지 145년 만에 귀환한 외규장각 의궤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9일부터 9월18일까지 박물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145년 만의 귀환,외규장각 의궤'특별전을 연다.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도서 297책 중 가장 오래된 《풍정도감의궤》를 비롯한 의궤 71점과 '강화부 궁전도' 등 관련 유물을 포함,165점을 전시한다. 김영나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조선왕조 의궤는 2007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지정돼 그 역사적 문화적 가치를 세계적으로 인정받은 조선시대 기록문화유산의 꽃"이라며 "이번 전시는 외규장각 의궤 귀환의 기쁨을 국민과 함께 하는 데 있다"고 말했다. 이번 특별전은 6부로 나눠 외규장각 의궤의 면모를 조명했다. 1부에서는 의궤 개념과 구성을 설명했다. 왕이 보는 어람용과 여러 곳에 나눠 보관하는 분상용 의궤를 나란히 전시해 표지,본문,도설을 비교해 볼 수 있다. 2부부터는 의궤를 내용별로 구분해 전시했다. 2부의 주제는 '왕권과 통치'.의궤 속에 녹아든 조선시대 통치 이념을 살펴볼 수 있도록 종묘제례,친경(親耕),영건(營建),녹훈(錄勳)관련 의궤를 전시했다. 특히 유일본인 숙종 8년(1682)의 《보사녹훈도감의궤(保社錄勳都監儀軌)》는 한글이 기록된 희귀 의궤여서 주목된다. '나라의 경사'를 주제로 한 3부에서는 왕실의 혼례,책봉,존호 등에 관한 의식을 기록한 의궤를 전시했다. 4부 '왕실의 장례'코너에서는 국장(國葬)과 관련한 장례 준비,무덤 조성,장례 행렬,3년상 중의 제사 의식 등을 기록한 국장도감,빈전도감,산릉도감 등을 만날 수 있다. 이번 특별전은 영상매체를 적극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의궤에 그려진 장대한 행
▶ 청소년에게 권하고 싶은 교양도서 - 교보문고, 예스24추천 조선 중기의 선비 김득신(1604~1684)은 자타가 공인하는 책벌레였다. 밤낮 없이 읽고 또 읽은 다독가로 유명했다. 《사기》의 '백이전(伯夷傳)'은 1억1만3000번이나 읽었다. 자신의 서재를 '억만재(億萬齋)'로 이름붙인 까닭이다. 한유의 '사설(師說)'은 1만3000번,'노자전(老子傳)'은 2만번,'능허대기(凌虛臺記)'는 2만5000번 독파했다. 옛 글 36편을 읽은 횟수가 나오는 '고문삼육수독수기(古文三六首讀數記)'의 기록이다. 그처럼 많이 읽는 게 가능할까. 다산 정약용은 고개를 갸우뚱하면서도 김득신의 독서편력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문자가 만들어진 이래 종횡으로 수천년과 3만리를 다 뒤져도 대단한 독서가는 김득신이 으뜸"이라고 말했다. 조선 후기의 실학자 이덕무(1741~1793)는 스스로를 '간서치(看書痴)'라고 불렀다. '책에 미친 바보'란 뜻이다. 열아홉살 때엔 집에 '구서재(九書齋)'란 이름을 붙였다. 책을 읽고(讀書) 보고(看書) 간직하며(藏書) 옮겨 쓰고(抄書) 바로잡고(校書) 비평하며(評書) 쓰고(著書) 빌리고(借書) 햇볕과 바람에 말리는(曝書 또는 포쇄) 등 책과 관련된 모든 것을 이루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그는 여색에 미친 사람처럼 책에 빠져 산다고 했다. 눈병도 그의 책읽기를 가로막지 못했다. 맥망이란 벌레가 책에 나오는 신선이라는 글자만 갉아먹듯이 실눈을 뜨고 글자와 먹 사이의 정수에 집중하곤 했다. 한겨울 칼바람이 창을 넘어오면 논어로 병풍을 만들어 외풍을 막았다. 한기가 심해지면 중국 한나라의 역사책인 한서를 이불삼아 덮었다. 갈대꽃으로 이불을 만들고 금과 은으로 상서로운 그림을
한고조 유방은 항우가 부친을 인질로 잡아 삶아 죽이겠다고 협박했을 때 그 국 한 사발을 달라며 태연한 척했다. 초나라 병사에게 쫓길 때 수레가 무거워 달리지 못하자 자식들을 세 번이나 발로 차 마차에서 밀어냈다. 항우를 사면초가에 몰아넣고 천하를 얻은 뒤에는 한신과 팽월을 토사구팽했다. 또 사마의는 과부와 고아까지 사기의 대상으로 삼는 등 음흉하고 뻔뻔했다. 초나라 유비는 다혈질이었지만 철저한 이미지 관리를 통해 인자하고 너그러운 사람으로 각인시키는 데 성공했다. 천하를 놓고 다투는 제왕의 처세술이 평범한 사람들의 그것과 다를 게 없다. 불리할 때는 고개를 숙이며 납작 엎드리고,유리할 때는 강하게 밀고 나가 짓밟는 것이다. 중국 청나라 말기 이종오란 사람이 남긴 《후흑학(厚黑學)》은 중국 역사에 이름을 남긴 통치자들의 처세 비법을 '면후심흑(面厚心黑)' 즉 '두꺼운 얼굴(面厚)'과 '음흉한 속마음(心黑)'으로 풀어낸 책이다. 큰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불리한 문제는 인정하지 않고 거짓말을 가볍게 생각하며 틀려도 사과하지 않는 철면피가 돼야 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철면피'만이 영웅호걸이 됐다는 주장이다. 신동준 씨가 펴낸 《후흑학-승자의 역사를 만드는 뻔뻔함과 음흉함의 미학》은 이종오의 《후흑학》을 탐구한 책이다. 이종오 《후흑학》의 요체를 압축해 소개하고,관직을 얻거나 유지하는 데 필요한 후흑술을 재정비해 글로벌 전쟁터에서 싸우는 기업총수 등이 마땅히 새겨야 할 9가지 처세술로 압축해 소개하고 있다. 월왕 구천과 오왕 부차,유방과 항우,장량과 한신,조조와 유비,손권과 사마의,장제스와 마오쩌둥 등 오월동주부터 신중국의 개막에 이르
파국에 파국이 이어졌다. 2008년 3월,월가의 5대 투자은행 베어스턴스가 무너졌다. 한 해 전 불거진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로 인한 유동성 악화가 치명타였다. 주당 150달러에 육박했던 주식은 2달러란 헐값에 JP모건으로 넘어갔다. 9월 리먼브러더스 파산은 글로벌 금융위기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렸다. 자산이 6000억달러가 넘었던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미국 역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 파산이었다. 메릴린치는 뱅크오브아메리카로 넘어갔고,세계 최대 보험회사인 아메리칸인터내셔널그룹(AIG)도 아사 직전이었다. MIT 앤드루 로 교수가 들어보인 '종말을 가리키는 시계'가 자정을 향해 재깍거렸던 것이다. 로 교수는 '퀀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란 보고서에서 이렇게 적었다. '만일 우리가 세계금융 시스템에 대한 헤지펀드 산업의 영향을 나타내는 종말의 날 시계를 개발한다면,그 눈금은 (롱텀캐피털이 붕괴된) 1998년 8월에는 자정까지 5분이 남아 있었고,1999년 1월에는 자정까지 15분이 남아 있었으며,헤지펀드 산업에 있어서의 체계적 위험 상태에 대한 우리의 현재 전망은 밤 11시51분을 가리키고 있을 것이다. '과연 2008년의 월가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세상을 뒤덮었던 엄청난 금융쓰나미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퀀트》는 2008년 월가에서 비롯된 금융시장 붕괴의 원인과 뒷얘기를 다룬 책이다.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인 저자의 시각이 독특하다. 그는 자본시장을 좌지우지했던 '퀀트'들에 초점을 맞춘다. 퀀트는 고도의 수학 · 통계 지식을 이용한 계량분석기법으로 투자법칙을 찾아내고 컴퓨터로 적합한 프로그램을 구축한 뒤 투자를 행하는 사람을 말한다. 한마디로 수학과 컴퓨
이 책,참 독특하다. 서술방식이 파격적이다. 짤막한 질문에 답문이 여럿 딸린 구성이다. 휴대폰 화면의 '트위터 멘션들'을 보는 것 같다. 《소크라테스와 CRM》(쌤앤파커스,270쪽,1만4000원) 말이다. 아니나 다를까. 저자인 김영걸 KAIST 교수(정보미디어 경영대학원장 · 51)도 "트위터 형식"이라고 했다. 정확히 말하면 그의 '트위터 강의록'이다. 김 교수는 지난해 6월5일부터 9월15일까지 트위터로 강의했다. 주제는 '고객관계관리(CRM).'자신을 팔로잉하는 트위터러를 대상으로 한 무료 강의다. 100일 동안 매일 한 개씩 100개의 질문을 날렸다. 팔로어들이 좋은 답변을 올리면 칭찬을 하고 리트위트(공유)했다. 그걸 종이책으로 엮었다. 답문을 모두 갈무리하면 500페이지 분량도 넘는 것을 핵심만 간추렸다. "원래 종이책으로 낼 생각은 아니었어요. e북으로 냈죠.그런데 제 강의를 들은 최고경영자(CEO)들에게 e북을 구매하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자비로 비매품 100부를 찍어 나눠드렸지요. 책이 필요하다며 주문이 수십 부씩 들어오더라고요. 종이책을 찍을 수밖에 없었어요. "그의 트위터 강의에 대한 아이디어는 트위터의 세계에 입문한 지난해 2월 싹이 텄다. 처음에는 남들처럼 했다. 빌 게이츠나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외수 작가 같은 유명 인사들을 팔로했다. 곧 시들해졌다. 거의 모든 멘션이 비슷한 유형이었기 때문이다. 좋은 글귀나 신변잡기 같은 거 말이다. "남들과 똑같은 트위터 말고,교수란 직업을 살린 새로운 시도를 해볼 게 없을까 생각했죠.그러다 떠오른 게 '트위터로 강의를 해보면 어떨까'였어요. 트위터 공간에서 불특정 다수에게 KAIST 강의를 한다면 '세계 최초의 트위터 대학강의'가 되지 않겠
르네상스란 단어에는 '감탄하라'는 뜻이 내포된 것 같다. 메디치 같은 전설적 부자들과 그들이 후원한 레오나르도 다 빈치 등의 화가들,화가들이 완성한 명작들을 떠올리면 감탄하지 않는 게 이상할 정도다. 양정무 한국예술종합대 미술이론과 교수가 쓴 《상인과 미술-서양미술의 갑작스런 고급화에 관하여》는 르네상스와 르네상스 문화에 대한 전복적 해석을 담은 책이다. 부와 천재,인문주의 시대로 르네상스를 바라보는 사고틀을 부정한다. 저자는 중세 유럽 경제사 연구자인 로버트 로페즈의 '르네상스 장기 불황론'을 빌어,르네상스 시기는 심각한 불황기였다고 말한다. 중세 때 안정적으로 성장하던 유럽 경제는 르네상스 시기 200여년간 대불황의 늪에 빠졌다. 14세기 중엽부터 이어졌던 금융시장 붕괴,흑사병,기근,전쟁 등으로 중세 후기 번영이 초토화됐다는 것이다. 이 시기에도 사치품 시장만큼은 활황을 누리는 데 이는 부의 양극화 현상으로 해석한다. 르네상스는 지배세력의 흥망주기가 빨라지는 귀족사회였는데 지배층에 편입한 신흥 세력이 '문화소비'로 자신들의 지배력을 정당화했다는 것이다. 돈 있는 사람들이 엘리트 집단에 들어가는데 필요한 패스워드가 문화였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또 "미술품 거래라는 새 사업 영역에 뛰어든 상인에 의해 그림들이 점점 더 고급스럽고 화려해졌으며 자본주의 시장의 마케팅 경쟁처럼 미술이 생산되고 소비됐다"며 "르네상스 미술을 서구 상업문화의 역사로 바라봐야 한다"고 주장한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일본식 장인정신이 일본의 패인이다. " 김현철 서울대 국제대학원 일본 전공 교수가 뜬금없는 소리를 했다. 일본에서 먼저 펴낸 《한국의 황제경영 VS 일본의 주군경영》을 통해서다. 그는 이 책에서 최근의 '경제 한류' 비결을 꼼꼼히 짚는다. 일본 기업과 비교하며 한국 기업의 상승세가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다. 그는 한 · 일 경제 분위기의 역전을 설명하는 키워드로 '디지털 시대'와 '모듈화'를 꼽는다. 많은 부품의 규격이 통일화된 디지털 시대에는 각각의 부품을 일일이 연결하는 조정과 통합 기술보다 전체적 설계와 모듈화 기술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아날로그 시대의 조정과 통합 기술에서 압도적인 일본은 이런 디지털화 물결에 올라타지 못했다. 일본식 장인정신이 하나의 요인이란 게 저자의 분석이다. 일본의 장인정신은 적당주의를 용납하지 않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좁고 깊게 한우물만 판다. 그래서 많은 기업들이 완벽만 추구하는 좁은 영역,즉 우물에 갇혀 고립된 상태가 됐다는 것이다. 반대로 잃을 기술이 별로 없던 한국 기업은 디지털 시대에 신속 대응했다. 디지털 시대에는 대규모 설비 투자를 통해 값싸고 질 좋은 제품을 생산하며 규격을 만들어가는 기업이 이긴다. 시장을 선점하면 네트워크 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경쟁의 우위에 설 수 있다. 한국 기업은 빨리빨리 문화를 통해 스피드 경영을 실천했다. 그 결과 네트워크 효과를 누렸으며 사실상 표준을 만드는 기회를 창출했다는 것이다. 저자는 실질적인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고 대외활동만 하는 일본의 '주군경영'에도 쓴소리를 한다. 현장에 모든 것을 맡기는 풍토여서 최고경영자들의 위기대응 능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서울대 학생들이 '최고의 강의' '최고의 멘토'로 뽑은 '난도샘' 김난도 교수의 '인생 강의록'이다. 지난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초판을 낸 후 6개월 만에 80만부 이상 팔렸다. 오는 9월께 100만부를 돌파해 '밀리언셀러'가 될 전망이다. 이 책은 1월 3주부터 종합베스트셀러 1위에 올라 에세이로는 최장기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달 말까지 종합 1위 자리를 놓친 것은 세 차례.그룹 JYJ의 뮤직 에세이 《데어 룸스-우리 이야기》가 나온 1월 4주와 신정아 씨의 《4001》이 발간된 3월 4주,문재인 씨의 《운명》이 출간된 6월 4주뿐이다. 김 교수는 인생 선배로서 미래를 불안해하는 청춘들을 다독인다. 그는 이러저러한 스펙을 쌓으라는 취업의 방법론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대책 없는 감상으로 '어떻게 하다보면 다 잘 될 거야'하는 흔한 위로도 하지 않는다. 때로는 영혼을 감싸안는 따뜻한 차 한 잔처럼,머리를 내리치는 따끔한 죽비처럼 한편 한편 청춘과 함께 호흡한다. 자신도 '때로 우연에 기댈 때도 있었다'며 솔직히 고백하는가 하면,아직 '너라는 꽃이 피는 계절'이 오지 않았다는 것을 깨우치며 용기를 북돋운다. '아직 재테크하지 마라' '일단 기차에 올라타라'는 조언도 덧붙인다. 같은 고민을 해온 인생 선배처럼,마음 털어놓을 수 있는 삼촌처럼,힘들 때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멘토처럼 그렇게 곁에 서서 차분히 얘기해준다. 그는 서울대에서도 학생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 교수로 유명하다. 법학에서 행정학으로,다시 소비자학으로 전공을 바꾸었고 행정고시를 준비하다 실패해서인지 미래 설계에 관한 상담을 많이 해온다고 한다. 서울대생들만 상담을 청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20개국 한국학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학술대회가 열린다. 한국국제교류재단은 창립 20주년을 맞아 7~9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2011 한국국제교류재단 어셈블리'를 개최한다. 한국학에 대한 새로운 접근-글로벌 관점에서 바라본 한국'을 주제로 한 이번 대회는 한국어,인문학,사회과학,이론과 정책,한국학센터,교수법 등 6개 소주제로 나눠 발표와 토론을 진행한다. 2009년 한국국제교류재단상 수상자인 존 던컨 미 UCLA 교수,한국학자로는 처음...
"국장 행렬의 중심은 '대여(관을 실은 상여)'입니다. 왕의 대여 옆에는 장막을 치지 않지만 왕비의 상여 옆에는 장막을 칩니다. 여기 장렬왕후국장도감의궤의 반차도(행렬을 그린 그림)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유새롬 학예연구사) 국립중앙박물관이 145년 만에 프랑스에서 돌아온 외규장각 의궤 중 일부를 4일 언론에 처음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유물은 풍정도감의궤(豊呈都監儀軌 · 1630년),장렬왕후존숭도감의궤(莊烈王后尊崇都監儀軌 · 1686년...
한국학중앙연구원은 조선왕실의 정보창고인 '장서각'을 연구원 경내에 신축,5일 정식 개관과 함께 '조선의 국왕과 선비'전을 다음달 말까지 연다. 장서각은 1981년 문화재관리국(현 문화재청)에서 위탁받은 장서각 소장 조선왕실 도서와 민간에서 기탁 · 기증받는 고문헌의 보관 · 전시 · 연구를 위한 시설.총예산 226억원을 들였다. 지하 2층 지상 3층 1만128㎡ 규모로 도서 수장공간은 3869㎡다. 항온항습 등 첨단 기능을 갖추고 있다. 조선왕실 도서 9만여책 외에 43개 가문에서 기증한 고문헌과 고문서 3만5000점을 소장하게 된다. 정정길 원장은 "올해는 고종 황제가 적상산 사고 도서를 장서각으로 옮긴 지 100년이 되는 해이며 초조대장경 판각이 시작된 지 1000년이 되는 해"라며 "그 역사를 담아 장서각 신축 개관에 즈음해 특별전을 개최한다"고 말했다. 개관전에는 장서각 소장 왕실도서와 민간수집 도서 중 팔도지도와 입학도설을 비롯한 138점을 선보인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인간은 패배를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인간은 파멸 당할지언정 패배하지 않는다. "늙은 어부의 고독한 싸움을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그린 《노인과 바다》에서 이렇게 독백한 작가 어니스트 헤밍웨이. 짧고 힘찬 글과 널리 공개된 생활로 유명했던 그는 인간애를 향한 의지와 행동파 작가로 커다란 울림을 주었다. 1,2차대전과 스페인 내전에 적극 참여한 그는 자유를 옹호하는 행동주의 주인공이 등장하는 소설을 남겼다. 《무기여 잘 있거라》(1929),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1940) 등이 대표적이다. 쿠바에 정착해 작품활동을 하던 1952년의 《노인과 바다》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노인과 바다》로 퓰리처상과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세상은 1961년 7월2일 미국 아이다호 케첨시에서 들려온 한 발의 총성 소식에 경악했다. 헤밍웨이가 20여년의 쿠바 생활을 등지고 미국으로 돌아간 이듬해 자살한 것이다. 바로 50년전 오늘이다. 그가 소설을 통해 세상에 남긴 '인간의 존엄성'과 '자유에의 의지'는 아직도 뚜렷하다. "나는 저 물고기에게 인간이 무엇을 할 수 있고,인간이 어디까지 견딜 수 있는지를 보여 주겠다"던 헤밍웨이의 후예들은 오늘도 먼 바다를 향해 노를 젓는다. 힘으로는 감당하기 힘들지언정 정면으로 맞설 가치가 있는 억센 상대가 있는.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동반성장이 화두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동반해 지속 성장할 수 있는 묘책 찾기 논의가 활발하다. 약육강식 논리로는 구현될 수 없는 선진사회 진입을 앞두고서다. 《동반성장》은 모두가 윈-윈하는 지속 가능 성장전략을 모색한 책이다.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인 저자는 공동체적 자율에 기초한 한국형 동반성장 모델에서 해법을 찾는다. 저자에 따르면 선진국은 경제 발전 상황과 사회문화적 특성에 맞는 고유의 동반성장 모델을 발전시켜왔다. 일본은 도요타처럼 특유의 집단주의 정서를 기반으로 공동 이익을 창출하는 모델을 발전시켰다. 미국은 실리콘밸리와 같이 자유경쟁 시장질서 속에서 기술혁신 유발체제를 진전시켰다. 유럽은 좀 다르다. 일본 미국과 달리 정부가 적극 개입하는 정책주도형 모델을 채택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을 이끌었다. 저자는 "한국인에게는 특유의 동반성장 DNA가 있다"며 "자율과 통제의 융합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한국인은 유대관계와 공동체 분위기를 중시하고 그 속에서 자발성과 창의성을 발휘하고자 하는 열망이 강하다"며 "우리의 공동체주의를 잘 활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2009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엘리너 오스트롬을 등장시킨다. 오스트롬은 개인의 합리적 선택이 공공이익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공유지의 비극'을 공동체의 지성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어장 초원 호수 지하수 등의 공유재산은 정부나 시장이 아니라 공동체를 중심으로 한 자치협력체가 더 효율적으로 관리해 환경 오염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것.저자는 한국에 적합한 동반성장은 시장자율에 맡
하루 28분.미국인이 물건과 서비스를 구입하는 데 할애하는 시간이다. 마케터 입장에선 짧다고 느낄 수도 있다. 시장 환경은 갈수록 삭막해지고 있다. 충성고객은 더 이상 충성스럽지 않다. 경쟁 제품은 나날이 늘고,팔아야 할 물건은 산더미처럼 쌓이고 있다. 소비자의 눈과 마음을 확 끌어당겨 지갑을 열게 만드는 방법은 없을까. 《왜 나이키는 운동화에 아이팟을 넣었을까》(에이드리언 오트 지음,노지양 옮김,랜덤하우스,1만2800원)의 저자는 '시간가치'를 따지는 요즘 소비자의 마음을 헤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소비자들이 기꺼이 시간을 투자하게 만들거나,시간을 절약해주는 등 구매와 소비의 관점에서 시간이란 개념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나이키가 애플과 협력해 내놓은 '나이키 플러스 스포츠 킷'이 좋은 예다. 저자는 "나이키는 제품 차별화와 가치 창출을 위해 소비자들이 제품에 시간과 정성을 투자해야 한다는 사실을 포착한 것"이라고 말한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왼손에는 총알 한 개를,오른손에는 총알이 장전된 총을 들고 있다. 두 손을 똑같이 어깨 높이로 들어올리고 총을 발사하는 동시에 총알을 떨어뜨린다. 어느 총알이 땅바닥에 먼저 닿을까. 왼손의 총알이라고 답했다면 대단히 상식적인 사람이다. 발사된 총알은 속도로 인해 어떤 식으로든 더 오래 공중에 떠 있을 게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틀렸다. 물리법칙에 따르면 두 총알 모두 똑같은 시간에 바닥에 닿는다. 과학의 세계에는 이처럼 상식을 배반하는 경우가 부지기수다. 과학의 영역뿐만 아니다. 일상생활 속의 상식도 마찬가지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상식에 커다란 함정이 뚫려 있기 십상이다. 특히 일상을 넘어선 일에까지 상식을 적용해 낭패를 보는 일도 허다하다. 《상식의 배반》은 우리의 머리와 가슴 속에 확고히 자리잡은 상식에 반기를 든 책이다. 저자는 추호도 의심해본 적 없는 우리의 상식이 사실은 얼마나 허술한지 낱낱이 파헤친다. 파장이 큰 사회문제를 더 이상 상식적인 수준에서 검토하고 진행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하는 까닭이다. 상식은 누구나 보편타당한 진리라고 믿는 비공식적 규칙쯤으로 정의된다. 일상의 삶이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사회적 지능'의 정수라고 할까. 각각의 상황에서 무엇이 적절한지 그것도 어떻게 아는지 모른 채 그냥 안다. 상식에 어긋나는 상황이 돼야만 그 존재를 의식하게 되는 그런 것이다. 상식에 대한 신뢰는 대단하다. 일상생활 속의 지금,여기에서 맞닥뜨린 소소한 문제만이 아니라 국가 사회적 문제까지 상식의 잣대를 들이대 판단하고 실행한다. 저자는 '자신이 이미 알고 있다'고 생각하게 하는 '상식의 자만심'이 위험하
'직선 전체와 긴 선분의 비율이 긴 선분과 짧은 선분의 비율과 같을 때,이 직선은 외중비(外中比 · 황금비율)에 따라 분할됐다고 말한다. ' 기원전 300년께 그리스 수학자 유클리드의 '황금비율'에 대한 정의다. 긴 선분 대 짧은 선분의 비율이 '1.6180339887…대 1'인 황금비율은 완벽한 아름다움을 드러내는 가장 이상적인 비율로 여겨져 왔다. 황금비율 하면 여러 가지를 떠올리게 마련이다. 이집트의 피라미드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화가 몬드리안의 작품까지 다양하다. 16~17세기 천문학자 요하네스 케플러 같은 이는 신이 만물을 창조할 때 이 황금비율을 사용했다고 믿기도 했다. 《황금비율의 진실》을 쓴 마리오 리비오는 황금비율 연관성에 대한 많은 주장들이 근거가 없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자연물을 제외한 상당수의 문화재와 예술작품에는 우리가 상식처럼 생각하고 있는 황금비율과의 관련성이 없다는 것을 역사적 과학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그리스 아테네의 파르테논 신전은 치수측정을 근거로 황금비율 관련성을 인정받아 왔다. 그런데 신전의 치수는 문헌마다 제각각이다. 실제 측정 치수도 황금비율과 거리가 있다. 저자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라고 말한다. 다빈치가 황금비율을 접한 시기와 작품들의 연대가 맞지 않는 데다 '황금비율 열광자'들이 다빈치의 작품에서 황금비율에 해당하는 치수를 찾아내기 위해 그은 선들이 대부분 임의로 그려진 것이라는 설명이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한경속보]문화재청은 강원 화천군 평화의댐 위쪽 수역의 황쏘가리 서식지와 충남 부여·청양 지천 미호종개 서식지를 국가지정문화재인 천연기념물로 각각 지정 예고했다고 30일 밝혔다. 황쏘가리는 쏘가리와 비슷하지만 유전적 변이로 주황색 또는 황금색을 띠는 희귀종이다.한강 일대에서 주로 서식하며 1967년 7월18일 천연기념물 190호로 지정됐다. 미호종개는 금강 수역에서만 분포하는 희귀 어종으로,유속이 완만하고 수심이 얕은 수역의 모래 속에 몸을...
1676년 11월 서른 살의 야심만만한 독일 철학자 라이프니츠(1646~1716)는 모험을 감행한다.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당시 마흔네 살의 '불온한 은둔자' 스피노자(1632~1677)와 마주한 것. 라이프니츠는 어떤 의도로 스피노자를 만났을까. 스피노자는 유대 공동체와 기독교단으로부터 다 추방당했기 때문에 스피노자를 만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인생이 끝장날 수 있는 모험이었다. 어떤 신학자는 스피노자를 지목해 "이 시대에 가장 불경스럽고 가장 위험한 자"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라이프니츠 또한 스피노자의 연구가 '오싹하고 끔찍하다''용납할 수 없을 정도로 뻔뻔하다'는 말로 비난하던 차였다. 《스피노자는 왜 라이프니츠를 몰래 만났나》는 이 두 철학자의 은밀한 만남에 주목한 책이다. 저자는 두 철학자의 짧은 만남을 중심으로 라이프니츠와 스피노자의 삶과 사상을 풀어낸다. 근대 철학자 중에서 현대철학에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로 평가받는 스피노자가 '공공의 적'으로 손가락질 받게 되는 과정과 만물에 대한 강박적인 관심 속에 조롱과 찬사를 동시에 받는 라이프니츠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이야기를 엮어간다. 두 철학자의 어려운 사상이 비교적 쉽게 읽힌다. 두 철학자의 1676년 만남을 증명하는 증거는 단 한 장의 종이뿐이라고 한다. '가장 완벽한 존재가 존재한다'는 제목으로 라이프니츠가 쓴 이 문건은 신의 존재를 놓고 두 철학자가 나눴을 대화의 깊이를 짐작하게 한다. 스피노자와의 만남을 부인하던 라이프니츠는 60세가 다 돼서 "내 입장은 한때 너무 멀리까지 나아갔고,스피노자주의자들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고 고백했다고 한다. 저자는 "두 사람은 사실상 극단적으로 상이하면
[한경속보]문화재청은 '광복군가집 제1집''애국창가 악보집''안익태 대한국애국가 자필악보'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다고 29일 밝혔다. '광복군가집 제1집'은 한국광복군 제2지대 선전위원회가 1943년에 편찬한 군가집이다.한유한(1910-1996)이 작곡한 '국기가''2지대가''광복군가''압록강행진곡' 등의 광복군가를 숫자보로 편찬한 등사본 악보집이다.작사·작곡자가 분명히 알 수 있으며 일제강점기에 발행한 현존 광복군가집 중 가장 오래된 원본 ...
대림산업은 건설과 석유화학 부문을 선도해온 기업이다. 72년 역사를 자랑한다. 총 12개사로 이루어진 대림그룹의 모기업이다. 50여년간 단 한 번도 국내 10대 건설사,100대 기업에 들지 못한 적이 없다. 널리 알려지지는 않았다. 소비재 기업처럼 일반 소비자들과 직접적인 접촉이 많지 않아서다. 대개는 아파트 건설 분야의 e편한세상 브랜드를 기억할 뿐이다. 대림산업 스스로도 자기 자랑에 익숙한 편이 아니다. 다른 기업들과 달리 일반인들이 생활 속에서 대림의 역할과 실체를 체험하며 형성한 구체적 이미지가 적다. 기업문화가 그렇다. 고지식하며 보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밖으로 드러내기보다 우직하게 주어진 길만 열심히 갈 뿐이다. 한눈을 파는 일이 없다. 광고로 표현할 수 있는 메시지가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 '업(業)의 기본'을 강조하는 것에 주안점을 둔 까닭이다. 기본 · 원칙 · 약속은 대림산업 창업주인 고 이재준 회장부터 이준용 명예회장,이해욱 부회장까지 이어지는 경영철학의 밑바탕을 이루는 요소다. 이순신대교,여천 석유화학 플랜트,e편한세상 건설현장 등으로 바뀌는 광고화면 속에서도 한 곳에서 움직이지 않고 빛을 발하는 불빛이 어떤 상황에서도 기본을 지키는 대림의 기업철학을 보여준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대림그룹의 기업광고 '기본이 혁신이다'편은 '올빼미 촬영'으로 만들어졌다. 대부분의 촬영 스케줄이 늦은 밤 아니면 동이 틀 무렵의 새벽녘에 잡혔다. 특히 여천 석유화학 플랜트,이순신 대교,e편한세상 건설 현장 등은 각기 멀리 떨어져 있었다. 한 편의 광고로 보면 30초밖에 안 되지만 제각각 떨어져 있는 현장을 동이 트기 전 짧은 시간에 촬영하다 보니 제작 기간이 다른 광고물에 비해 몇 배나 길었다. 광고 한 편을 찍는 데는 길어도 이틀이면 충분하다. 매일 새벽 한 컷 정도 촬영해야 했던 대림그룹의 광고는 1주일이 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만큼 많은 정성이 실렸다. 보통 광고의 두 배인 30초 광고물의 처음부터 끝까지 카피와 비주얼이 절묘하게 어울린 광고가 탄생한 배경이다. 비주얼과 카피뿐만 아니라 사회적 분위기도 광고 성공에 한몫했다. 모두가 '혁신'을 외쳤다. 사실 '혁신'은 수십 년간 우리나라 기업 대부분이 추구해온 기업 가치이자 정신이었다. 어떤 기업은 와이프만 빼고는 모두 바꾸라며 '변화를 통한 혁신'을 주문했다. 어떤 기업은 '속도'가 관건이라며 '스피드를 통한 혁신'을 노래했다. '글로벌 경쟁력을 통한 혁신'을 주장하며 사내 모든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영어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었다. 사회 전반적으로 '혁신'이라는 말에 피로감을 느낄 정도로 혁신 구호가 넘쳤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혁신'에 이르는 '방법'이었다. 기본에 충실하지 않고 혁신만 앞세웠던 수많은 시도들이 실패로 돌아간 까닭이다. 해외에서도 그랬다. 엄청난 부를 창출하며 성공가도를 달리다 추악한 도덕적 해이로 충격을 준 엔론사태 이후,기업들이 '정의'를 재조명하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이때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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