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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청은 경남 합천 해인사 법보전목조비로자나불좌상과 복장유물을 23일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법보전 목조비로자나불좌상 및 복장유물(法寶殿 木造毘盧遮那佛坐像 및 腹藏遺物)'은 통일신라 말에서 고려 초에 제작된 목조불상과 그 안에 들어간 불경 등의 유물이다. 목조상의 동글동글한 나발(螺髮), 당당한 신체 표현, 옷차림 모양, 손가락을 말아쥔 형태 등이 당시 불상의 특징을 반영하고 있다고 문화재청은 설명했다. 복장유물로는 다라니, 발원문, 후...
문화재청은 대구 동화사 삼장보살도(三藏菩薩圖)를 보물 제1772호로 지정했다고 23일 밝혔다. 동화사 삼장보살도는 18세기 대표 화승인 의균이 그린 의식용 불화다. 가로로 긴 한 화면에 천장보살(天藏)·지지(持地)·지장(地藏)의 세 보살과 그 권속들을 표현했다. 문화재청은 “16세기 이전의 삼장보살도들이 국내에 거의 전해지지 않고 17~18세기 초에 제작된 석탑사 삼장보살도(1699년)나 대구 파계사 삼장보살도(1707년)조차 소재가 불분명...
독일 뫼렌 지방에는 ‘결혼은 창문을 통해 이뤄진다’는 속담이 있다. 중세의 미혼남녀 사이에서 유행한 특이한 구애 방식에서 비롯된 속담이다. 총각은 일요일이나 축제일, 축제일 전날 한밤중에 마음에 둔 처녀의 집을 찾는다. 지붕을 뚫거나 다락방 좁은 창문을 넘는 등 특이한 방법으로 처녀의 방에 들어간다. 그 경로가 어려울수록 사랑의 크기가 크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밤중에 고생스럽게 처녀를 만난 총각은 목적(?)을 달성했을까.서양사학자 양태자 씨의 《중세의 뒷골목 사랑》은 중세시대 성(性) 풍속사다. 게르만족 미혼남녀의 ‘찾아가는 밤’을 통한 사랑 찾기, 민간처방으로 전해지는 신랑감 찾는 처방과 성애를 위한 마법의 재료들, ‘결혼을 도와주는 남자’를 통한 아이 낳기, 신부의 지참금과 아침 선물 등 다양한 모습의 중세 성풍속이 소개돼 있다.불한당처럼 처녀의 집에 쳐들어간 총각은 불쌍하게도 ‘섹스를 하거나 에로틱한 짓을 해서는 안 되었다’고 한다. 처녀와 함께 침대에 누울 수는 있었지만 옷을 입은 채여야 했고, 처녀가 잠들기 전까지만 이런저런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는 것이다. 처녀 방에서 밤을 지새우거나 이상한 짓을 해서는 마을 사람들에게 호된 처벌을 받았다고 한다. 총각이 이렇게 몇 번 처녀를 찾아가면 처녀가 입은 옷 두께가 얇아졌고, 자연스레 결혼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귀족 사회에는 ‘대리 결혼’도 있었다고 한다. 중세에는 잔치에 당사자가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주로 신랑이 나타나지 않았는데, 이때 믿을 만한 사람으로 ‘대리 신랑’을 세웠다. 식을 치른 뒤에는 신랑 신부가 첫날밤을 치르기 위해 침대에 드는 절차가 있었다.
“유난히 길고 힘들었던 이틀이 지나갔다. 2001년 9월13일 아침, 나는 욕실 거울 앞에 말없이 한참 서 있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긴 거지? 우리가 혹시 놓친 것이 있었나?’ 정신을 차리자. 일단 오늘 하루를 버텨야 해. 내일 일은 내일 생각하고, 그 다음 일은 그때 생각하자. 지금은 혼란스럽지만 시간이 흐르면 모든 게 이해될 거야. 지금은 할 일에 집중하자.’ 2004년 4월. 9·11위원회에서 증언할 때 비로소 모든 사건이 머릿속에 정리되는 것 같았다.”천하의 콘돌리자 라이스 당시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 보좌관도 9·11 테러에 직면해서는 상황 파악이 늦었던 것 같다. 수행 비서인 토니 크로퍼드 육군 사령관이 비행기 한 대가 세계무역센터와 충돌했다고 보고했을 때의 첫 반응이 “별일이 다 있군”이었다. 전화로 연결된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첫마디도 “정말 이상한 사건”이었다. 업무회의를 하려고 내려간 상황실에서 또 다른 비행기가 세계무역센터와 충돌했다는 메모를 전달받았을 때까지도 그랬다. 그는 담담한 얼굴로 “일이 생겨서 먼저 가겠다”고 말한 뒤 상황실을 빠져나왔다. 테러 공격이라는 것을 알아차리고 뼛속까지 부들부들 떨었다고 했지만 말이다.2001년부터 만 8년간 집권한 부시 행정부에서 국가안보 보좌관, 국무장관을 지낸 콘돌리자 라이스(58)의 회고록 《최고의 영예》는 그의 백악관 시절 8년간의 일기다. ‘최연소, 첫 여성, 첫 흑인’이란 수식어가 늘 따라붙는 그가 부시 행정부에서 어려운 직책을 맡아 보여준 행보는 놀라웠다. 그는 세계를 뒤흔든 사건 사고의 한가운데에서 불가능해 보이는 과제를 몸으로 풀어냈다.책은 현대사의 모퉁이마다 불거졌던 사건의 전개와 처
충북 보은 법주사 등 7개 사찰이 세계유산 잠정목록 대상 사찰로 선정됐다. 국가브랜드위원회는 전통사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기 위해 문화재청 등과 연구·검토한 끝에 법주사, 공주 마곡사, 해남 대흥사, 순천 선암사, 영주 부석사, 안동 봉정사, 양산 통도사 등 7개 사찰을 잠정목록 등재 대상 사찰로 선정했다고 22일 밝혔다. 브랜드위원회는 “건축 환경적 진정성, 보존성, 독창적 가치 등이 우수한 사찰을 우선 추천하되 불교사적 중요...
대한제국이 해외에 설치한 공관 중에서 유일하게 원형을 유지한 미국 워싱턴 D.C의 주미대한제국공사관(사진)이 102년 만에 한국 품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1910년 일제가 강제 매각한 주미대한제국공사관 매입계약을 체결했다고 21일 밝혔다. 1877년 건립된 이 건물은 백악관에서 자동차로 북동쪽 방향 10분 거리에 있는 로간서클 역사지구에 있다. 지하 1층~지상 3층의 빅토리아 양식을 간직하고 있는 유서 깊은 건축물이다....
[한경속보]문화재청은 '한성순보''독립신문' 등 한국 근대기 신문과 잡지 8건을 20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1883년 10월31일 창간된 한성순보는 통리아문 박문국이 열흘에 한 번씩 세계 정세와 외국의 문물을 소개하는 내용을 담아 1년여간 발행한 한국 최초의 근대신문이다. 독립신문은 서재필 박사(1864~1951)가 1896년 4월7일 창간한 한국 최초의 근대적 민간신문이다. 창간 이후 격일로 만들다가 1898년 7월1일 일간지로 전환...
‘베네치아에서는 모두가 상인이다.’14세기 중엽 한 피렌체 사람은 베네치아 여행 감상을 이렇게 말했다. 베네치아 사정을 정확하게 짚은 것이었다. 당시 베네치아에서는 지도자인 ‘도제’는 물론 예술가, 성직자까지 상업 거래에 뛰어들었다. 현금이 있는 사람은 누구나 상인들의 사업에 투자했다. 갤리선의 노잡이까지도 외국 항구에 가서 팔 상품을 갖고 다녔다.베네치아가 14~15세기에 전성기를 누리며 500여년간 동부 지중해의 해상 무역을 장악한 비결은 무엇일까. 영국의 역사 저술가 로저 크롤리는 《부의 도시, 베네치아》에서 베네치아인들 스스로가 ‘바다 나라’라고 부르던 해양 제국의 부흥과 그들이 창출한 상업적 부(富)에 대한 얘기를 들려준다.중부 유럽과 동부 지중해 지역을 잇는 해양고속도로, 아드리아해의 북쪽 끝 이탈리아 반도 북동부 저지대의 석호로 이뤄진 베네치아는 가망이 없는 곳이었다. 베네치아는 항구 도시가 아니어서 거친 파도에 취약했다. 석호의 물고기와 염전에서 나는 소금 외에 생산되는 게 없었다. 밀이나 육류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토지가 없으니 봉건제도가 존재하지 않았다. 베네치아의 유일한 희망은 바다를 통한 대외 교역이었다. 스스로 도덕관념이 없는 교역정신, 즉 어느 누구와도 무엇이든 사고 팔 수 있다는 생각으로 무장해야 했다. 살기 힘든 환경에서 모두 똘똘 뭉쳤다는 게 그나마 위안거리였다. 1080년대 베네치아는 노르만족으로부터 비잔틴 제국을 방어하면서 결정적인 보상을 얻었다. 베네치아 상인들이 비잔틴 제국의 영토에서 세금도 내지 않고 자유로이 교역할 자유를 얻은 것. 이후 베네치아 상인들은 콘스탄티노플로 몰려들었고, 동부 해
네이버는 한국 인터넷 검색시장의 절대 강자다. 열에 일곱은 네이버로 검색한다. 세계 검색시장을 호령하고 있는 구글도 한국에서만큼은 맥을 못 추고 있다. 한국 진출 7년째 시장 점유율이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다. 무슨 까닭일까.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한국 소비자의 마음속에서 한국인의 이런 디지털 소비 특성을 설명해줄 실마리를 찾는다. 네이버는 한국인의 디지털 소비 심리를 철저히 추종한 반면 구글은 주된 인터넷 이용자들의 욕망을 읽어내지 못했다고 지적한다. 새책 《대통령과 루이비통》에서다.황 교수는 한국 디지털 소비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한다. 우직하게 일하며 대세를 좇는 ‘회사인간’과 자신의 생각이나 스타일을 중시하고 재미있게 놀면서 일하는 ‘네오르네상스’다. 이를 다시 디지털 모더니스트·시크·컨서버티브·부머·루덴스와 네오르네상스란 소비자 유형으로 나누고, 이 여섯 가지 유형을 합리성을 특징으로 하는 ‘생활인’과 감성적이고 즉흥적인 ‘날라리’란 두 개의 소비코드로 구분한다.저자는 네이버 이용자들은 ‘회사인간’ 특성을 보이는 디지털 루덴스나 디지털 부머라고 말한다. 대세를 따르고 싶어하고, 늘 대세 이야기를 나누려고 하는 이들에게 네이버의 ‘실시간 검색어’서비스만큼 중요한 게 없지 않느냐는 설명이다. 반면 구글은 효율과 실용성을 강조하는 이성적인 디지털 모더니스트의 수요에 기능을 맞췄다는 것이다.이야기는 ‘미드 열풍’으로 이어진다. 황 교수는 “미드 열풍은 한국인이 ‘디지털 괴짜’라는 맥락에서 볼 때 쉽게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디지털 시크는 트렌디한 것을 좇아 ‘섹스 앤드
문화재청은 궁궐 건축물에 대한 가치 재평가 작업의 일환으로 창덕궁의 주합루(宙合樓)와 연경당(演慶堂) 두 곳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로 지정했다고 14일 밝혔다. 보물 1769호에 등재된 주합루는 정조 즉위 원년(1776) 창덕궁 후원에 임금이 직접 지은 글과 그림을 보관하기 위해 건립한 2층 건물이다. 1층에는 숙종 어필인 규장각 현판이 걸렸고, 2층에는 정조가 세손 시절 사용한 경희궁 주합루의 이름을 그대로 쓴 현판이 있다. 1층 규장각은 ...
문화재청은 강북구 수유동 이준 열사 묘소를 비롯해 건국훈장 대한민국장을 서훈 받은 독립유공자의 묘소 7개소를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이준 묘소 외에 문화재로 등록 예고한 곳은 손병희 묘소(강북구 우이동), 이시영·신익희 묘소(이상 강북구 수유동), 안창호 묘소(강남구 신사동), 김창숙 묘소(강북구 수유동), 한용운 묘소(중랑구 망우동)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등록 예고한 묘소 7개소 모두 애국정신을 기릴 수 있는 역사적·교육...
문화재청은 경북 울릉군 독도리에 있는 ‘독도 사철나무’(사진)를 국가지정문화재 천연기념물로 지정 예고했다고 13일 밝혔다. 문화재청은 “독도 사철나무는 독도를 대표할 수 있는 수종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국토의 동쪽 끝 우리 땅 독도를 100년 이상 지켜온 나무로 영토적·상징적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독도는 섬 전체가 천연기념물인데 그곳에서 자라는 특정 생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하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의 최근 독도 방문을 비롯 우리 정부의 독도에 대한 실효적 지배강화 조치로도 풀이된다. 독도 사철나무는 독도의 동도 천장굴 급경사지 위쪽 끝부분에서 자라고 있다. 강한 해풍과 열악한 토양조건 등 불리한 생육환경에서 자라온 나무로 독도에서 생육하고 있는 몇 안되는 수목 중 가장 오래된 나무다. 문화재청은 30일간의 지정 예고 후 문화재위원회 심의 절차를 거쳐 천연기념물로 공식 지정할 예정이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빠리의 번화가 샹제리제 거리, 뉴욕의 5번가, 동경의 긴자 한다면 서울은 명동거리. (…) 이 땅의 냉한지대와는 아랑곳없이 명동의 하루는 낮이면 낮대로, 밤이면 밤대로 온갖 사치와 유행과 오락과 술과 여자로 그칠 사이 없는 소란 속에 그래도 한국 최고의 호사로운 풍경을 이루고 있다.’55년 전 한 신문 기사에 묘사된 서울 명동의 하루 풍경은 요즘의 명동과 별반 다름이 없다. 전국 최고의 상권이라거나 외국인 관광객이 가장 많이 몰리는 곳이라는 데서 알 수 있듯이 명동은 여전히 소비문화의 중심지요, 서울의 활력을 느낄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런 명동의 공간성(空間性)은 언제 어떻게 형성됐을까.여성학자 김미선 씨는 최근 펴낸 《명동 아가씨》에서 “소비문화 중심으로서의 명동은 이미 1950~1960년대에 만들어졌다”며 “그 중심에 여성이 있었다”고 강조한다. 그는 당시 ‘명동 백작’이라 불린 소설가 이봉구의 시선에 포착된 남성 중심의 데카당과 낭만의 거리로서의 명동이 아닌 ‘여성에 의해 성별화된 소비·노동·문화 공간으로서의 명동’을 조명한다. 당대를 경험한 명동 사람 개개인의 시대 체험을 벽돌 삼아 쌓아 올린 ‘여성의 명동사’가 촘촘하다.지금의 명동은 일제시대 일본인이 모여 살았던 본정통(本町通)의 배후로 발전했다. 현재의 충무로 1, 2가 일대를 가리키는 본정통과 나란한 명동 1, 2가 일대의 명치정(明治町)이다. 조선시대까지 가난한 양반이 살던 이곳은 본정통의 상권을 뒷받침하는 먹자골목 또는 유흥거리로 발전했다. 야노 다테키가 1936년에 쓴 《신판 대경성 안내》에는 ‘명치정 1정목은 큰길 쪽은 소매점가, 골목 일대는 카페, 끽다점, 오뎅
전북 고창의 선운사 도솔암마애불(보물1200호)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마애불좌상이다. 도솔암 왼편의 바위벼랑, 칠송대에 부조돼 있다. 치켜 올라간 눈꼬리와 굳게 다문 입술, 하얀 석회로 봉해진 명치 끝의 사각 복장구멍 등은 선운사를 창건한 검단선사의 비결서와 동학농민군에 얽힌 이야기를 떠올리게 한다.동학농민군이 꺼내 확인했다는 선운사 도솔암마애불의 비결서처럼 한반도에는 나라의 앞날을 예언하는 비결서가 적지 않았다고 한다. 대표적인 게 《정감록》이다. 그런데 이 예언서 속의 ‘정도령(鄭姓眞人)’은 누구일까. 계룡산은 예언과 어떤 관계가 있고, 십승지(十勝地)로 불리는 명당의 의미는 또 무엇일까.한국의 예언문화사를 천착해온 백승종 씨가 《정감록 미스터리》를 통해 이런 의문에 대한 답을 구했다. 저자는 몇 가지 단편적인 단서로 정감록에 담긴 의미의 변천을 역사적으로 정리했다.저자는 “정감록은 조선시대 지배이데올로기인 성리학에 맞서 평민 지식인들이 준비한 대항이데올로기였다”고 말한다. 《조선왕조실록》 영조 15년(1739) 8월 기록에 정감록이 처음 등장한다. ‘이미 서북 변방(평안도와 함경도)의 사람들이 ‘정감의 참위(讖緯)한 글’을 서로 널리 전했다. 그래서 조정 신하들이 그 책을 불살라 금지시키기를 청했다’는 것이다. 정감록은 적어도 1739년 이전에 정치적으로 홀대받던 서북지방 사람들의 손에서 탄생했을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정감록은 정도령을 빼놓고 말할 수 없다. 정감록은 정감과 이심, 이연 형제가 대화하는 형식이다. 저자는 “정도령은 정성진인 또는 진인(眞人)이라고 언급되는데 이는 조선 왕조를 반대하는 모든 세력을 대표한다
문화재청은 부산 기장에 있는 장안사 대웅전(사진)을 국가지정문화재인 보물 제1771호로 지정했다고 6일 밝혔다 기장 장안사는 신라 문무왕 13년(673)에 원효대사가 창건해 쌍계사로 불리다 애장왕(809) 이후 장안사로 바뀌었다. 임진왜란 때 소실된 것을 조선 인조 8년(1630) 의월대사와 인조 16년(1638) 태의대사가 각각 중창했다. 2009년 부산대 현장조사 때 천장 반자에서 발견된 4건의 묵서명(墨書銘)을 통해 효종 8년(1657...
1900년 4월 개막된 파리만국박람회는 그 의미가 남달랐다. 20세기를 여는 첫 만국박람회란 점에서다. 참여국들은 전시관을 짓고 자국의 문화예술과 기술을 보여주며 국력을 과시하기에 여념이 없었다. 고종(1852~1919)도 이 박람회를 대한제국의 존재를 알리는 기회로 활용했다. 민영찬을 특파대사로 보내 대한제국관을 설치하고 왕실의 생활용구, 도자기, 무기, 종자, 악기 등을 전시했다. 그러나 이들 전시품은 비용이 없어서 모두 현지에서 기증하고 돌아올 수밖에 없었다.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 때 전시됐던 우리 악기들이 112년 만에 돌아왔다. 국립국악원은 국악박물관 재개관에 맞춰 7일부터 10월7일까지 두 달간 기획전시실에서 ‘1900년 파리, 그곳에 국악’전을 연다.이번 전시회에서는 1900년 파리만국박람회 전시품 중 해금(사진), 대금, 단소, 거문고, 정악가야금, 양금, 향피리, 세피리, 방울, 용고, 북 등 국악기 11점을 처음 공개한다. 당시 전시품 중 공예품은 프랑스공예예술박물관으로, 악기는 프랑스 국립음악원의 악기박물관으로 이관 소장됐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그와 함께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시골 아저씨 같은 표정은 마음을 풀어지게 하고, 쉼없이 쏟아내는 말들은 연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잡초는 화초로, 소음은 리듬으로, 들풀은 종이로, 경치는 운치로’ ‘팔리면 상품, 안 팔리면 작품’ ‘내버리면 청소, 써버리면 창조’ 등 추임새처럼 넣는 짧은 말의 운율은 개그콘서트 ‘용감한 녀석들’의 1인 무대를 연상시킨다. 쓰레기 더미에 묻혀 망해가던 남이섬을 세계적인 생태문화관광지로 탈바꿈한 강우현 남이섬 대표(59) 얘기다. 10년 사이 연 27만명, 20억원 수준이던 남이섬 관광객 수와 매출을 각각 230만명, 240억원으로 10배나 늘린 그는 ‘창조 경영’ ‘역발상 경영’의 선구자란 소리를 듣기 충분하다. 최근 《남이섬에 가고 싶다》(나미북스)를 펴낸 그를 ‘나미나라 공화국(남이섬)’에서 만났다.▷선착장이 북새통이네요.“휴가철이라서 그런가요. 요즘은 하루에 1만여명이 놀러와요. 올 상반기엔 115만명이 왔어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 정도 늘었네요.”▷외국인이 많이 보이던데요.“지난 한 해 동안 42만명이 왔어요. 총 관광객이 230만명이니까 외국인 비중이 20%에 육박하네요. 올 들어서는 벌써 35만명을 헤아려요. 연말까지 55만명은 될 것 같아요. 지난해 103개국 관광객이 다녀갔는데 올해는 104개국이 넘었죠.”▷역시 일본인 한류 관광객이 많겠죠.“최근엔 동남아 사람들이 늘었어요. 태국 관광객 비중이 제일 크죠. 지난해 15만명이 다녀갔어요. 일본 관광객은 여덟 번째죠. 여기서 찍은 태국 영화가 히트쳤다고 해요.”▷요즘이 남이섬을 여행하기 제일 좋나요.“딱히 그렇다고는 할 수 없어요. 남이섬은 ‘지금’이 가장 좋지요.
건강에 관해서라면 소금 같은 동네북도 드물다. 과잉 섭취하면 만병을 부른다고 손가락질 받은 지 오래다. 다 소금이 흔해지고부터다. 소금의 처지가 늘 이랬던 것만은 아니다. 소금은 나라 경제의 원동력 중 하나였다. 요즘의 정보기술산업보다 유망한 업종이 제염업이었다. 그 자체로 권력을 상징하기도 했다. 소금의 생산과 판매는 늘 왕실이 장악했다. 신하(臣)가 소금 결정(鹵)을 그릇(皿)에 두고 지킨다는 뜻의 소금 염(鹽)자가 높았던 위상을 설명해준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다. 월급을 말하는 샐러리(salary)의 어원이 소금(salt)이다. 중세 이후에도 소금 그릇은 황금으로 칠했다고 한다. 유승훈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가 쓴 《작지만 큰 한국사, 소금》은 한국의 소금 문화사다. 자칭 ‘소금박사’인 저자가 소금을 통해 들여다본 한국의 역사, 경제, 문화 흐름이 흥미롭다. 저자의 소금 여행은 고려시대에서 출발한다. 13세기 말 고려 충렬왕은 우리나라 역사상 처음으로 소금을 전매(專賣)했다. 《고려사》충렬왕 14년(1288) 3월에 ‘무신일에 사신을 각도에 파견해 소금을 전매하게 했다’는 기록이 있다. 저자는 충렬왕이 소금 관리법을 원나라에서 배웠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본다. 충렬왕은 세자 시절 원나라에 볼모로 잡혔고, 제국대장 공주와 혼인해 원나라의 사위가 됐다. 충렬왕이 제국대장 공주와 혼인한 1274년쯤 마르코 폴로도 원나라에 와 있었다. 17년 동안 원나라에서 생활한 폴로에 따르면 소금은 원나라의 가장 중요한 세원이었다. 조정이 직접 소금을 판매하거나 상인에게 위탁판매하는 방법으로 소금의 생산과 유통을 통제했다.소금 전매는 왕실 재정의 충당이 주 목적이었다. 그 처음은 200
‘일본인은 후발 주자의 입장에서 선행의 성공 사례를 효율적으로 모방할 때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지만, 선발 주자의 입장에서 타국을 이끌어야 할 처지가 되면 사고가 정지해버립니다. 마치 일본인은 그런 일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것처럼, 또는 일본인만은 타국의 모범이 되는 것이 금지돼 있거나 심지어 그런 일을 하면 일본인은 이미 일본인이 아니게 돼버린다는 듯이 말입니다.’우치다 타츠루 일본 고베여학원대 명예교수(62)가 분석한 일본과 일본인론이다. 그는 《일본 변경론》에서 일본인의 고유한 사고나 행동의 특성을 ‘변경성(邊境性)’으로 규정한다. “일본인은 여기가 아닌 저 바깥 어딘가에 세계의 중심인 ‘절대적 가치체계’가 있고, 어떻게 하면 그것에 가깝게 가거나 멀어지는지 그 거리에 대한 의식에 기초해 사고와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끊임없이 힐끔거리며 새로운 것을 외부세계에서 찾으면서도 자기 자신은 한 치도 변하지 않는다”고 일본인의 행동 패턴을 꼬집은 정치학자 마루야마 마사오의 지적도 같은 맥락이다.저자는 마루야마, 타쿠앙 선사, 뇌과학자 요로 다케시 등 유명 인사는 물론 만화까지 거론하며 일본인의 내면에서 작동하는 변경성의 특징을 파헤친다. ‘나’에 대해 자신감이 없이 항상 새로운 것을 따라잡으려고 발버둥치면서도 세계 표준을 향해 달려나가고, 전통이나 옛 사람의 지혜는 헌신짝처럼 내버리며, 병적이다시피 침착하지 못한 일본인의 성격에서 변경인적인 속성을 끄집어낸다.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 이어령의 《축소지향의 일본인》, 롤랑 바르트의 《기호의 제국》같은 책처럼 일본과 일본인을 이해하는 틀거리를 던져준
“《먼나라 이웃나라》를 확 바꿨어요. 한층 높아진 우리의 안목과 시각으로 세계를 바라봐야죠.”교양 만화 《먼나라 이웃나라》시리즈의 전면 개정판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김영사)를 펴낸 이원복 덕성여대 석좌교수(66·사진)는 1일 서울 정동의 한 식당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역사는 항상 새로 쓰여지는 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먼나라 이웃나라》는 1987년 시리즈 첫 출간 이후 25년간 1500만부 넘게 팔린 ‘국민 만화’. 한국 만화 사상 최장기 미완결 연재 만화로, 유럽 6개국에서 시작해 일본 한국 미국 중국을 거쳐 내년 스페인편까지 전 15권 완간을 앞두고 있다. 그동안 세 차례 개정 시기에 맞춰 도표, 수치, 통계를 최신화해 보강한 적은 있지만 그림과 내용의 기본 틀까지 완전히 흔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25년 전 초판 원고는 싹 폐기했죠. 1만2000컷의 원고를 완전히 새로 그렸고요. 쓸데없이 낡은 내용은 걷어내고, 1000장 이상의 역사 자료 사진도 새로 넣었어요. 3년이 걸렸네요.”이 교수가 《새로 만든 먼나라 이웃나라》출간을 생각한 것은 처음 신문 연재할 때에 비해 우리나라의 위상이 많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달라진 만큼 그에 걸맞은 시각에서 세계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는 것.“《먼나라 이웃나라》 신문 연재를 시작한 것은 30년 전이었어요. 강산이 세 번이나 바뀐 셈이죠. 당시 국민소득이 1000달러 수준이었는데 이젠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20-50클럽(소득 2만달러, 인구 5000만명 이상)’에 가입한 나라가 됐어요. 우리나라 위상이 그만큼 높아진 거죠. 이 만화 시리즈는 사회 현상을 다루는 것인 만큼 늘 업그레이드해줘야죠.”이 교수가 돈을 받고 만화를 그린 것은
국립중앙박물관은 상설전시관 조선 4, 5실의 전시작품을 교체, 조선후기 전시품 26건 57점을 새로 선보였다.근대회화 코너에서는 안중식의 ‘백악춘효(白岳春曉)’ 여름본과 가을본을 동시 공개해 비교 감상할 수 있게 했다. 이들 작품은 올해 등록문화재 485호가 됐다. 정조의 ‘화성친행반차도’도 주목된다. 이는 정조의 화성능행 장면을 정리한 8폭 병풍과는 달리 정조가 화성에 행차하는 장면을 긴 화폭에다 이어서 그린 것이다. 외규장각 의궤도 새로 교체했다. 사도세자가 죽고난 뒤 빈궁(상여가 나갈 때까지 세자의 관을 두던 곳)과 혼궁(장례 뒤 무덤 조성 전까지 신위를 모시던 곳)의 설치, 운영에 관해 기록한 사도세자빈궁혼궁도감의궤를 볼 수 있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어보(御寶)는 왕실의 권위를 상징하는 도장이다. 책봉(冊封)이나 국장(國葬) 등 국가의례 때 왕과 왕후, 왕세자, 왕세자빈, 빈(嬪) 등 해당 주인공에게 바쳐졌다. 주인공 사후 종묘 신실에 영구히 모셔져 왕실과 국가를 지키는 상징이 됐다.조선시대 어보를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열린다. 국립고궁박물관은 내달 1일부터 9월30일까지 ‘왕의 상징, 어보(御寶)’ 특별전을 개최한다. 지난 6개월간 전시실을 보수·개편한 고궁박물관의 재개관 기념전이다.이번 특별전은 크게 조선의 어보, 어보와 국가의례, 어보의 제작과 봉과(封裏·운반을 위해 어보를 싸는 과정), 어보의 봉안을 주제로 총 229점의 관련 유물을 전시한다. 특히 세조의 만수무강을 빌고자 혜각존자(慧覺尊者) 신미(信眉) 등이 상원사를 중창하면서 지은 권선문(국보 제292호)과 여기에 찍혀있는 세조비 정희왕후의 어보를 함께 전시한다. 대한제국을 선포하며 제작한 국새 칙명지보(勅命之寶)와 이것이 날인된 문서인 대한의원개원칙서(大韓醫院開院勅書·등록문화재 제449호)를 짝지어 전시하며, 성석린 고신 왕지(成石璘告身王旨·보물 제746호), 이징석 왕지(李澄石王旨·보물 제1001호), 이징석 사패 교지(李澄石賜牌敎旨·보물 제1001호) 등을 처음 일반에 공개한다. 또 1층 왕실의 오례실에서는 ‘갑옷과 투구’(온양민속박물관 소장품), 정조대왕 초장지 출토 유물 ‘백자호’ 등 명기(冥器·죽은 사람의 명복을 빌기 위해 만든 부장 그릇) 일괄 부장품을 10월 말까지 공개한다. 2층 조선의 국왕실과 왕실의 생활실에서는 ‘영친왕 홍룡포’ ‘영친왕비 대홍원삼’을 5일간 공개하고, 복식 전공자와 관계 전문가에게 진품을 직접 확인할 수 있
‘사랑에 대한 남자의 갈망은 사실 여자의 몸에 대한 갈망을 뛰어넘는다.’중국의 유명 시사·영화 평론가 한하오웨(韓浩月)는 남자의 심리를 제대로 꿰뚫고 있는 것 같다. 남자의 사랑에 대한 감정에 대해 “누군가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남자만이 사랑에서 비롯되는 행복한 소유감을 누릴 수 있으며, 이는 성적 쾌락을 초월한다”고 말하고 있으니 말이다. “남자가 자신감을 갖지 않으면 스스로 큰 돌이 될 수 없으며, 그 자신감의 원천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여자의 신뢰다”란 말도 맞지 않은가. 한하오웨가 쓴 《남자의 도(男人之道)》는 남자를 위한 처세서다. 그가 책에서 풀어놓은 말들에는 고개를 끄덕이게 하는 무엇이 있다. 그는 돈 벌어 오는 소모품쯤으로 전락하고 있는 이 시대 남자들의 행복한 인생을 위한 길을 제시한다. 남자들이 개인적으로 행복해지고, 사회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을 결혼, 가정, 사회, 품위 네 가지 주제로 나눠 짤막하게 얘기한다. 무슨무슨 비법과는 거리가 있지만 시선을 빨아들이는 흡인력만큼은 대단하다. 그는 진짜 남자는 친구를 많이 사귀지 않는다고 말한다. “남자에게 친구란, 할 말 못할 말이 없는 친구 하나에, 공동체 형식으로 왕래하는 친구 셋에서 다섯, 그리고 가끔 모임을 갖고 술 마시는 친구 일고여덟 명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믿을 수 있고 경계심이 들지 않는 친구가 되려면 “스스로 강해지고 독립적이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인생이란 여정을 함께할 자신의 반쪽을 좋은 친구로 삼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인다. 기품 있는 남자가 되기 위해서는 분노를 제어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말도 새겨들을 만하다. “화를 안
‘바람이 불지 않으면 노를 저어라.’스스로 노력해 나아가야 한다는 뜻의 이 라틴어 격언은 개인뿐만 아니라 국가경제에도 적용된다. 세계 경제는 2000년대 들어 유례없는 ‘골디락스 경제’를 구가했다. 1인당 국민소득이 2만5000달러 미만인 나라를 일컫는 신흥국의 성장세가 두드러졌다. 브릭스(BRICs)로 상징돼 왔던 신흥국의 2003~2007년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7.2%로, 1980년대와 1990년대 평균 성장률의 두 배에 가까웠다. 이런 추세가 정점에 이른 2007년에는 세계 183개국 중 114개국이 5% 넘는 성장률을 즐겼다. 미국의 부채 확대와 저금리 기조에 기인한 전 세계적 유동성 팽창이 지구촌 성장에 고휘발성 연료를 댔다. 2008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터지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전 세계적인 성장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유로존의 재정위기는 세계 경제를 초긴장 상태로 몰아넣고 있다. 세계의 공장이며 소비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 경제에도 비상등이 켜졌다. 2009년 이후 3년 만에 ‘바오바(8%대 경제성장률 유지)’가 깨졌다.세계 경제의 성장 엔진은 이대로 멈추는 것일까. 아니면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누구의 노젓는 힘이 더 세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을까. 신흥국의 잠재력은 여전히 유효할까. 세계적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의 루치아 샤르마 신흥시장 총괄사장이 이 물음에 답했다. 새책 《브레이크아웃 네이션(Breakout Nations)》을 통해서다.저자는 ‘브레이크아웃 네이션’을 앞으로 ‘10년 동안 유망국으로 부상할 나라’로 정의한다. 고속성장 기조를 유지하고, 경제성장률과 전망치가 소득수준이 비슷한 나라들의 평균과 맞먹거나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되는 나라를
한국간행물윤리위원회를 확대 개편해 만든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이하 출판진흥원)이 공식 출범 행사도 갖지 못한 채 삐걱거리고 있다.대한출판문화협회, 한국출판인회의, 한국작가회의 등 출판계 인사 500여명은 25일 오전 서울 교보문고 광화문점 광장에 모여 이재호 출판진흥원 초대 원장에 대한 인사 철회를 촉구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출판계의 반발을 의식, 이날 오전 열 예정이던 출판진흥원 출범식 행사를 취소했다. 이들 출판계 단체는 ‘낙하산 인사 규탄 및 출판문화 살리기 실천대회’ 성명을 통해 “정부는 출판계의 오랜 염원을 짓밟고 출판산업에 대한 식견과 비전이 없는 특정학교, 보수언론 출신 인물을 출판진흥원 초대 원장으로 임명하는 낙하산 인사를 자행했다”며 “이런 식의 인사는 출판진흥원의 설립 취지를 정면으로 짓밟는 폭거로서 출판산업을 죽이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또 “출판 진흥정책 부재로 인해 출판계가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며 “정부는 올해를 ‘국민 독서의 해’로 정했지만 예산은 겨우 국민 1인당 10원꼴인 5억원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어 “출판산업의 활로를 찾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완전한 도서정가제와 이를 통한 서점 유통 구조의 다양성을 확보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고 이 원장 임명 철회, 출판산업 회생대책 수립 등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범출판인 서명 운동과 시위를 전개하기로 했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문화재청은 법성포 단오제를 중요무형문화재 제123호로 지정하고, 중요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편종·편경) 보유자로 김현곤 씨(77)를 인정했다고 24일 발표했다. 법성포 단오제는 전남 영광군 법성포면 법성포 일대에서 단오 무렵 지역 주민에 의해 전승돼온 전통 민속 축제다. 뱃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용왕제, 부녀자들이 중심이 돼 즐긴 선유(船遊)놀이, '숲쟁이'(법성포 숲)에서 벌어지는 예인들의 경연 행사 등으로 꾸며진다. 법성포에는 조선시...
길상(吉祥). 보통 복되거나 좋은 일이 있을 조짐을 뜻하는 말이다. 넓게 보면 살면서 이루어지기를 소망하는 모든 것들을 포함한다. 중국 미술의 많은 소재들은 행복한 삶에 대한 강한 염원을 반영하는 이 길상과 관련돼 있다. 국립중앙박물관은 24일부터 9월23일까지 아시아관 중국실에서 ‘길상, 중국 미술에 담긴 행복의 염원’ 테마전을 연다. 중앙박물관 소장품과 공·사립 박물관 및 개인 소장가의 관련 유물 100여점을 모았다. 세 가지 주제로 나눠 전시한다. 제1부에서는 신선들과 각종 서수(瑞獸)들이 그려진 공예품들, 길상어구가 있는 와당 등에서 고대 중국인들의 현세관과 내세관을 살필 수 있다.제2부에서는 용과 봉황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중국에서는 천자가 덕으로 나라를 살펴 두루 평안하게 하면, 용과 봉황이 그 상서로운 징조를 보여준다고 믿었다. 그래서 용과 봉황은 길조(吉兆)를 뜻하며 태평성대를 구현하는 황제의 권위를 상징하게 됐다. 이후 상서로움과 경사(慶事)를 나타내는 상징으로 의미가 확장됐다. 용과 봉황이 그려진 도자기들과 금사로 용을 수놓은 예복(사진)을 볼 수 있다. 제3부에서는 중국 미술 속 다양한 길상 표현을 다룬다. 중국인들은 오복(五福)이 이루어지기를 소망했다. 오복은 행복(福), 관직(祿), 장수(壽), 기쁨(喜), 재물(財)을 뜻하는데 중국 미술의 길상 표현들은 앞의 세 가지 주제에 집중되는 경향을 보인다. 한자로 복과 음이 같아 행복을 상징하는 박쥐가 그려진 ‘박쥐 무늬 대야’, 빨간 비단에 학과 모란으로 이루어진 수(壽)자가 수놓아진 덮개(壽文刺繡) 등을 감상할 수 있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어세계화재단은 해외 한국어 교육기관인 ‘세종학당’ 14곳을 신규 지정한다고 23일 밝혔다. 신설되는 세종학당은 칠레 산티아고, 이탈리아 베네치아, 뉴질랜드 오클랜드, 몽골 울란바토르, 콜롬비아 보고타 등 14개국 14개소다. 이에 따라 세종학당은 43개국 90개소에서 운영하게 됐다. 추가 지정된 14개소 가운데 우크라이나 등 8개국에는 처음으로 세종학당이 들어선다. 세종학당은 이를 운영하고자 하는 기관의 신청을 받아 상·하반기 2차례 심사를 통해 지정한다. 올 상반기에는 모두 12개국 15개소가 신규 지정됐다. 또 문화부는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가진 전문 한국어 교사 20명을 몽골·베트남·터키 등 11개국에 1년간 파견한다. 문화부가 한국어 교원자격증을 가진 전문 한국어 교사를 해외에 파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편, 세종학당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세종학당재단’이 오는 10월 출범한다. 세종학당재단은 지난 5월 국회를 통과한 개정 ‘국어기본법’에 따라 설립되는 공공기관으로, 개별 세종학당에 교육과정, 교원 파견, 교재 개발 등을 총괄 지원할 예정이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의 신간 《안철수의 생각》(김영사)이 발간 첫날 서점가를 휩쓸며 역대 하루 판매 기록을 경신했다.온라인 서점 예스24는 《안철수의 생각》이 역대 최단시간, 최고 판매량을 기록했다고 20일 밝혔다. 《안철수의 생각》은 지난 19일 낮 12시부터 20일 오전 11시까지 모두 1만1000여권이 판매돼 《스티브 잡스》의 만 24시간 판매기록인 7500권을 일찌감치 갈아치웠다. 출판사 김영사는 초판 4만부가 곧 소진될 것으로 보고, 추가 2만권을 서둘러 인쇄키로 했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휴가철이다. 먼 바캉스 여행길을 앞두고 들떠 있을 때다. 한여름 더위에 갇힌 조선시대 사람들은 어떤 여행을 꿈꿨을까. 또 일제시대 이 땅의 여름 풍경은 어땠을까. 이 물음에 답해줄 두 권의 책이 나왔다. 《조선 사람의 조선여행》과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다.《조선 사람의 조선여행》은 조선시대 사람들의 여행 이야기다. 길을 나섰거나, 나서지 못한 사람들이 우리 강토를 돌아본 기록을 모았다. 흔히 생각하는 일상적 여행 범주에 들지 않는 이야기도 여럿이다. 방안에 앉아서 그림과 글로 다른 곳을 여행하는 와유(臥遊), 세상으로부터 격리돼 멀리 떠나야 했던 유배, 지방 행정을 정찰하러 가는 암행어사 길도 여행으로 보고, 이들 여행이 이뤄진 시대의 역사를 찬찬히 살폈다.유배길이 고난의 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이 새롭다. 명종 때 을사사화에 연루돼 경북 성주로 유배를 간 이문건을 통해 유배길은 지방관리들의 배려 속에 유람(?)을 떠났던 길이었음을 보여준다. 유배길에 오른 죄인들은 다른 데로 도망갈 수가 없어 어느 정도 자율적인 노정이 보장됐다고 한다. 호송 원칙과는 달리 압송관도 유배인과 따로 떨어져 길을 갔다고 한다. 길을 떠나지 못하는 이들은 와유를 통해 상상의 여행길에 올랐다. 와유는 누워서 유람한다는 뜻으로, 명승이나 고적을 그린 그림 등을 보며 즐기는 것을 말한다. 그림 외에 산수를 유람한 기행문을 읽으며 와유를 했고, 돌로 만든 인공산인 석가산(石假山)을 보며 상상의 여행을 즐겼다. 이것도 어려우면 집이나 방 이름에 바다와 강을 끌어들이는 와유의 방식도 택했다고 한다. 《키스 동양의 창을 열다》는 스코틀랜드 출신 영국 여성 화가 엘리자베스 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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