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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초반까지 조선 땅에는 호랑이가 적잖이 출몰했던 것 같다. 풍석 서유구(1764~1845)가 쓴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는 ‘호랑이를 사로잡는 방법’까지 나온다. 다름 아닌 ‘끈끈이’로 덫을 놔 호랑이를 잡는다는 발상이 신기하다.“끈끈이를 땅에 깔거나 길가 여기저기에 펼쳐놓으면, 호랑이가 왔다가 머리가 닿아 끈끈이가 묻었음을 알게 된다. 발톱으로 후벼도 끈끈이가 떨어지지 않으면 땅에 앉는다. 그러면 잠깐 사이에 온몸이 모두 끈끈이 범벅이 되어 성내어 울부짖기도 하고 팔짝팔짝 뛰기도 하다가 죽는다.” (제7지 ‘전어지’ 중) 풍석이 30여년에 걸쳐 지은 《임원경제지》는 농촌생활과 관련한 지식을 집대성한 책이다. 조선 최대 실용 백과사전으로 꼽힌다. 농촌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구체적인 정보가 가득하다. 논에 물을 댈 때 사용하는 ‘자승차(自升車)’ 같은 기구부터 베개를 만드는 방법, 《동의보감》보다 더 많은 분량의 의학 지식, 밭두렁에 씨를 심어 수확을 늘리는 법, 다양한 술과 음식을 만드는 법 등 농축수산업, 원예, 요리, 기상, 지리, 의약, 건축, 음악, 서화 분야의 지식이 망라돼 있다. 총 2만8000여가지의 문물 지식을 16분야로 나눠 113권 252만여자에 담고 있다.이 《임원경제지》가 2014년 3월 전질 55권으로 완역, 출판된다. 초벌 번역은 완료됐으며, 여러 다른 필사본이나 판본과 대조해 오류를 바로잡는 교감(校勘)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에 앞서 이 책의 전체적인 모습을 해설하는 개관서 《임원경제지-조선 최대의 실용백과사전》(씨앗을 뿌리는 사람 펴냄)이 나왔다. 저자 풍석 선생의 삶과 사상, 각 지(志)에 대한 해설, 지의 서문, 세부 목차를 담고 있다. 《임원경제
“희망이란 마음가짐의 문제입니다. 희망은 우리 안에 있지 결코 우리와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희망에 대해 생각하면 할수록 삶 자체에 대한 희망과 믿음을 잃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조용경 포스코엔지니어링 상임고문(61·사진)은 글쓰기를 좋아한다. 2009년 이 회사 대표이사 부회장으로 부임하면서 매월 한 번씩 전 직원에게 띄운 편지 ‘조용경의 희망통신’의 주인공으로 재계에 널리 알려져 있다. 조 고문이 이 편지와 여러 매체에 기고한 글을 엮은 자전적 에세이 《한번쯤 기억해야 할 것들》을 펴냈다. 총 마흔네 개의 이야기를 희망, 행동, 향상, 깨달음, 신념, 행복 등 6개 주제 아래 모았다. 삶의 희로애락을 먼저 맛본 인생 선배로서 들려주는 이야기에 담긴 메시지가 단단하다. 물봉선, 금붓꽃, 깽깽이풀 등 직접 찍어 실은 우리 들꽃 사진들은 전문 작가 수준이다.책은 한편의 작은 한국 기업사라고 할 만하다. 고(故)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최측근 보좌관으로서 겪은 일화, 인천 송도국제도시 건설 총괄기획책임자로서 또 포스코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부회장으로서 세계 건설현장을 누볐던 체험담이 그렇다. 조 고문이 말하는 기업과 기업인론에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은 다 비즈니스 최일선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은 도덕군자가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인이 하는 것입니다. 또한 기업 경영은 기업가 정신, 통찰력, 모험심, 사명감, 인간사랑 등의 가치로 충만한 기업인이 맡았을 때 비로소 성공적인 열매를 맺게 되는 것입니다.”삶의 태도에 대한 조 고문의 신념은 많은 것을 생각게 한다. “신실세의 요구에 순응함으로써 즉각
디지털기술 덕에 온라인상의 정보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다. 요즘은 이틀 만에 5헥사바이트의 정보가 쏟아져 나온다고 한다. 1헥사바이트는 지금까지 쓰여진 모든 책에 포함된 정보의 2만배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정보를 모두 고품질 DVD로 보려면 5만년이 걸린다고 한다. 이 너른 정보의 바다에서 어떻게 필요한 정보를 뽑아내 활용할 수 있을까. 혼자서 걱정할 일은 아니다. 구글이 있어서다.구글은 인터넷 검색시장의 최강자다. 전 세계 검색시장의 80%가량을 점유하고 있다. 구글은 1조개의 웹페이지를 색인화했다. 색인화한 웹페이지를 대충 훑어보는 데만 3만8000년이 걸리는 분량이라고 한다. 이를 기반으로 매일 20억회가 넘는 인터넷 검색을 처리하고 있다. 필요한 검색어만 넣으면 유용한 정보를 깔끔 신속하게 보여준다. 10억명 이상이 구글 검색창을 두드리는 까닭이다.그게 구글을 깊숙이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정보기술(IT) 애널리스트 스코트 클리랜드는 “우리는 정말 구글의 정체를 모르고 있다”고 언한��. 그러면서 “구글은 공정한 검색 결과, 공짜 이메일, 유용한 광고를 선사하는 젊은 기업인지 아니면 사생활을 짓밟고, 저작물을 강탈하며, 웹을 지배하는 티라노사우르스인지 가려보자”고 제의한다. 새 책 《두 얼굴의 구글》을 통해서다.저자는 티라노사우르스를 마스코트로, ‘사악해지지 말자’를 모토로 삼고 있는 구글을 ‘음험한 빅 브러더’로 간주한다. 구글은 ‘검색’ ‘동영상 공유’ ‘위치기반 서비스’를 장악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아무도 모르게 개인 사생활 정보를 채집하며, 사람들의 마음까지 주무르는 ‘전지전능에 근접한 존재’가 됐다는 것
문화재청은 7일 경북 청송군 파천면 덕천리에 있는 '청송 소류정(靑松 小流亭)'을 문화재로 등록 예고했다. 소류정은 구한말 청송 의병대장을 지낸 소류(小流) 심성지(沈誠之, 1831~1904) 선생이 제자들과 함께 학문을 연구하던 곳이다. 소류 선생은 1895년 을미사변이 일어나자 이듬해 청송 지역에서 의병을 일으켰다. 65세의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의병대장으로 추대돼 청송 감은리 전투에서 일본군을 격퇴하는 전공을 세웠다. 그해 고종의 의병 ...
문화재청은 5일 전남 영광 법성포 일대에서 전승되어 온 '법성포단오제'를 중요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 법성포단오제는 영광 법성포구 일대에서 벌어지는 난장(亂場)을 바탕으로 씨름, 그네타기 등 단오의 각종 놀이, 국악과 농악 경연대회, 각종 전문 예인의 초청 공연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특히, 뱃사람들의 안전을 기원하는 용왕제와 부녀자 중심으로 즐겼던 선유(船遊) 놀이를 비롯, '숲쟁이'(법성포 숲)에서 벌어지는 예인들의 경연 행사는 법성포...
조정래 소설 《태백산맥》 속 '남도여관'의 실제 모델인 '옛 보성여관'(사진)이 일반에 공개된다. 문화재청과 문화유산국민신탁은 전남 보성 벌교에 있는 '옛 보성여관'(등록문화재 제132호)을 새단장해 7일 개관한다. 보성여관은 1935년 건립된 2층 건물로 2004년 근대 건축사적·생활사적인 가치를 인정받아 문화재로 등록됐다. 1층은 카페나 소극장 등 이벤트와 전시공간, 2층은 다목적 커뮤니티 공간, 숙소는 숙박 체험장으로 바뀌어 하반기부터...
미국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품 중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국적이 바뀐 미술품이 있다. 고려 후기 작품인 ‘아미타불·지장보살도’다. 아시아미술 전문가 개릿 챗필드 피어가 1911~1912년 일본에서 수집한 것을 1913년 미술관이 사들였는데 1970년대에야 한국 미술품으로 국적이 정정됐다.해외 유명 미술·박물관에는 이런저런 사연으로 반출된 한국 미술품들이 많다. 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국제교류재단이 5일부터 8월5일까지 상설전시관 특별전시실에서 개최하는 특별전 ‘미국, 한국미술을 만나다’는 미국의 미술·박물관들이 소장하고 있는 한국 미술품을 모아 소개하는 자리. 주요 박물관 9곳과 30개 한국실 등에서 엄선한 86점을 선보인다. 1부 ‘한국미술을 소장하다’에서는 미국 박물관의 한국 미술품 소장 역사를 조명한다. 한국이 외국에 문호를 개방한 19세기 후반부터 최근까지 한국 미술품 소장의 흐름을 보여주는 유물 9점을 전시했다.1892년 보스턴미술관이 일본 미술품 수집가 에드워드 모스로부터 구입한 ‘청자 꽃 새 무늬 매병’이 대표적인 전시품. 왕실 하사품으로 추정된다. 선교사 언더우드 집안에서 기증한 브루클린박물관의 ‘청자 연꽃 무늬 주자’, 세브란스병원 설립을 후원했던 루이스 세브란스의 아들 존 세브란스가 기증한 클리블랜드미술관의 ‘청자 앵무 무늬 정병’, 앤 라이스 쿡 여사의 기증품으로 최초의 한국실에 전시됐던 호놀룰루미술관의 ‘청자 모란 넝쿨 무늬 사각형 반’, 중국 것으로 알려졌다가 후대에 고려 불화로 밝혀진 메트로폴리탄미술관 소장 ‘아미타불·지장보살도’ 등도 눈길을 끈다.필라델피아미술관 소장 ‘백자 복숭아 모양 연적’과 하버드미술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함께 경제를 이끌어 갈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에 '정의 열풍'을 불러 일으킨 마이클 샌델 미 하버드대 교수(59·사진)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미래엔)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논란이 된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강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최저가로 물건을 공급하는 게 유통시장의 유일한 가치라면 대형마...
문화재청은 2012년도 우수 문화재수리업자로 정우건설(대표 홍기원), 우수 문화재실측설계업자로 태창건축사사무소(대표 박태수)를 1일 지정했다. 우수 문화재수리업자와 문화재실측설계업자 지정은 문화재수리 등에 관한 법률 제54조(문화재수리업자의 평가 등)의 규정에 따라 문화재수리업자들의 기술수준과 수리의 품질을 높이기 위해 시행하고 있다. 이번에 지정된 우수업자는 문화재청이 발주해 지난해에 완료한 문화재수리와 문화재실측설계 중 문화재위원 등 관...
'정의 열풍'을 불러일으킨 마이클 샌델 미국 하버드대 교수(59·사진)는 1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미래엔)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논란이 된 '대형마트 의무휴업'과 관련,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상생 협력'을 강조했다. 그는 “소비자에게 최저가로 물건을 공급하는 게 유통시장의 유일한 가치라면 대형마트 영업규제를 반대하는 게 합당하지만 골목상권의 작은 가게들이 장사를 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나선 미국 자동차 여행길을 당황하게 만드는 요인 중 하나는 ‘척도’다. 습관대로 계기판의 숫자를 보고 액셀러레이터를 밟다 보면 속도위반으로 걸리기 십상이다. TV 기상캐스터는 우리나라의 한여름 더위쯤인데도 연일 60도를 넘는다며 호들갑을 떤다. 슈퍼마켓에서 소고기를 살 때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그게 저녁으로 먹기에 충분한 양인지 눈으로 보고 집어들었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두 나라에서 사용하는 척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국 사람들은 우리와 다른 척도를 사용한다. 거리는 ‘마일(mile)’, 온도는 ‘화씨(℉)’, 무게는 ‘파운드(lb)’를 쓴다. 우리처럼 각각 ‘미터(m)’ ‘섭씨(℃)’ ‘킬로그램(㎏)’을 쓰는 나라의 여행객들은 매 순간 본능적으로 환산하느라 머리에 쥐가 날 정도다. 미국 사람들은 왜 우리와 다른 척도를 사용할까. 우리가 사용해 익숙한 ‘미터법’이 도량형의 대세가 아닌가. 그 미터법은 어디에서 만들어졌고, 어떻게 세상에 퍼졌을까. 우리의 삶 속에서 척도가 갖는 의미는 무엇일까. 로버트 크리스 미국 스토니브룩대 교수가 쓴 《측정의 역사》는 이런 질문에 대한 해설서다. 저자는 고대 중국, 서아프리카, 중세 유럽, 혁명기의 프랑스, 개척기의 미국에 이어 현재까지 ‘측정의 역사’를 꼼꼼히 짚으며, 미터법이 국제단위계로 통합돼 ‘만물의 척도’가 되는 과정을 추적한다.미터법이 등장한 것은 18세기 후반의 프랑스 혁명기다. 지금도 그렇지만 인류는 각양각색의 척도를 사용해왔다. 지역은 물론 시기에 따라서도 다 달랐다. 최초의 측정 도구는 ‘인체’였다. 대부분의 문화권에서는 ‘발’ 단위가 있었다. ‘손가락’ 굵기로 발 길이를 나누기도
장르소설 전문 출판사인 북스피어는 다음달 출간 예정인 미야베 미유키의 신작 《안주》를 제작하면서 마케팅 비용 5000만원을 독자들로부터 모금했다. 10만원짜리 계좌가 모집 열흘 만에 목표액을 채우고 마감됐다. 공상과학(SF) 전문 출판사인 행복한책읽기는 새로운 도서 출간을 위한 계약 및 제작비를 독자들로부터 모금하기로 하고 조건을 제시했다. 모금액 1000만원이 모일 때마다 책을 1권씩 내고, 투자한 독자들에게는 5%의 수익금을 돌려준다는 것. 모금 1주일 만인 31일 현재 1000만원 넘게 모였다. 영화 시장에서 활발하게 진행되던 네티즌 펀드(북펀드)가 최근 출판 시장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넷 서점 알라딘은 지난 24일 출판사들과 협업하는 ‘독자 북펀드’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서 유통업체가 독자와 출판사의 연결고리를 제공한 사례는 알라딘이 처음이다. 알라딘이 문학동네와 함께 진행한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의 《바람의 그림자》재출간 프로젝트는 하루도 안 돼 목표금액 200만원이 채워졌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작가 장 지글러의 《대량살상-기아의 지정학》은 이틀 만에 목표액을 채웠다. 독자 북펀드 서비스에 대한 출판사들의 관심도 크다는 게 알라딘 측 설명. 《읽지 않은 책에 대해 말하는 법》의 저자 피에르 바야르의 《여행하지 않은 곳에 대해 말하는 법》(다빈치 출판사), 일본 신본격 미스터리의 대부 시마다 소지의 《나쓰메 소세키와 런던 미라 살인사건》(두드림출판사), 한홍구 엄기호 홍성수 교수가 감시 사회에 대해 철학적·법적·인권적 관점에서 고찰한 《감시 사회》(철수와영희)도 독자 북펀드 대상 도서로 추가될 예정이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
H씨는 서른다섯 살의 중학교 교사다. 선생 월급이 뻔한 탓에 저축이고, 노후 설계고 생각할 겨를이 없었다. 대학원에도 다니던 그는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부동산 과목을 집중해 들었다. 하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서 1000만원 정도의 작은 경매 물건을 골라 투자했다. 운이 나빴는지 10번 넘게 입찰에 참여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14번째 도전에서 빛을 봤다. 법원감정가 1700만원짜리 공유지분이 있는 논 119㎡를 6차 입찰에서 580만원에 낙찰받았다. 용도지역은 계획관리지역으로 중개업자의 말로는 아파트가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한 곳이다. 다행히 매각이 종결될 때까지 공유자가 우선매수권을 행사하지 않았다. 소유권을 이전하고 5개월 만에 낭보가 날아들었다. 1㎡당 120만원에 수용한다는 통지를 받았다. 꼭 다섯 달 만에 투자금 580만원을 1억4280만원으로 24배나 불린 것이다.H씨 같은 전설적인 부동산 경매 투자 성공사례들이 많다. 부동산 경매에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부동산 경매는 왠지 어려워 보인다. 섣불리 투자에 나섰다가는 큰코 다칠 것만 같다. 경매에 관련된 법에는 까막눈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투자금 규모도 만만찮아 꺼리게 된다. 권리관계 등 따져야 할 것도 여간 많은 게 아니다.고준석 신한은행 청담역 지점장이 부동산 경매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을 위한 특강 격인 책을 펴냈다. 《경매부자들》이다. 저자는 우리나라 금융기관에서는 처음으로 ‘프라이빗 뱅커 겸 부동산 전문가 1호’로 활동해온 재테크 전문가. 1995년 경매투자를 시작해 2000건이 넘는 경매 경험을 쌓은 ‘경매의 달인’이기도 하다. 책에는 저자 자신이 도와 경매 부자가 된 사람
“아름답다.” “섬세하다.”나흘 일정의 국빈 방한 첫째 날인 29일 오후 6시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내외는 우리 문화재를 보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안내를 받은 스웨덴 국왕 내외가 가장 먼저 관람한 것은 황남대총 금관. 일제 강점기인 1926년 할아버지 구스타브 아돌프 6세가 채집한 서봉총(瑞鳳) 금관과 모양이 비슷한 금관이다. 최 장관으로부터 설명을 들은 국왕 내외는 한층 진지한 시선으로 금관을 살폈다. 삼국시대 반가사유상 앞에서는 실비아 왕비가 특히 좋아하는 모습이었다. “섬세하고 아름답다”는 실비아 왕비의 감탄사에 구스타브 16세가 추임새를 놓는 등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다. 고려청자투각칠보무늬향로를 보고 나서는 세 마리 토끼 모양 받침에 관심을 보이며 “앙증맞다”고 했다. ‘달과 토끼’에 대한 설명을 듣고 “동양 문화에 그런 상징이 있는지 몰랐다”며 깊은 관심을 보였다. 칼 구스타브 16세 스웨덴 국왕 내외가 국빈 방한 첫째 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은 것은 우리 문화와 스웨덴 왕가의 인연이 깊기 때문이다. 그 인연은 192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스타브 16세 국왕의 할아버지인 구스타브 아돌프 6세 전 국왕이 남다른 인연의 주인공이다. 구스타브 아돌프 6세는 왕세자 시절 상처한 뒤 재혼했다. 고고학에 대한 관심이 많아서 택한 아시아를 신혼여행하던 중 경주에서 진행되던 서봉총 발굴에 참여했다. 그는 출토된 금관(보물 제339호)을 손수 채집했는데, 이 금관에는 세 마리의 봉황 모양이 장식돼 있었다. 서봉총이란 이름은 스웨덴의 한자표기인 ‘서전(瑞典)’과 출토된 금관에 장식돼 있던 ‘봉황(
‘아르고스의 눈’이 붙어 있는 공작의 꽁지깃만큼 화려한 것도 없다. 사치스럽지 않으냐는 생각이 들 정도다. 보고 즐기기에는 더없이 좋지만 말이다. 다윈의 ‘자연 선택’이란 시각에서 보면 이 공작의 꽁지깃만큼 어처구니없는 것도 없다. 천적의 눈에 잘 띄는 데다 도망칠 때도 거추장스러울 게 틀림없어서다. 다윈은 이를 ‘성(性) 선택’ 이론으로 설명했다. 원칙적으로 암컷은 아름다운 수컷과 짝짓기하기 때문이라는 얘기다. 그러나 자연이 미(美)를 허용하는 까닭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공작의 암컷은 정말 색깔 등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갖고 있을까. 성 선택이 작용한다면 왜, 어떻게 그리되는 것일까. 독일 뮌헨동물학연구소의 요제프 라이히홀프가 생물체에 발현된 아름다움의 기원에 현미경을 들이댔다. 《미의 기원》이 그 결과물이다. 독일어권 최고의 진화생물학자로 꼽히는 저자는 생물의 진화 과정에서 아름다움이 차지하는 역할에 대한 신선한 시각을 펼쳐 보인다. 풍부한 관찰 사례와 인문학적 글쓰기는 진화생물학에 대한 호기심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저자는 이스라엘 생물학자 아모츠 자하비가 성 선택이 기능하는 이유로 제시한 ‘핸디캡 이론’의 허점을 짚는 것으로 이야기를 푼다. 핸디캡 이론은 사람이건 동물이건 젊은 수컷들은 스스로를 과시하기 위해 ‘위험’이란 핸디캡을 감수한다는 것이다. 공작의 화려한 꽁지깃도 그렇게 나온 것이란 설명이다. 저자는 같은 종 새들의 깃이 미적으로 똑같다는 데 주목한다. 핸디캡 이론이 작용한다면 수컷들은 개체별로도 천차만별이어야 옳지 않으냐는 것. 모든 수컷이 똑같은 핸디캡을 갖고 있다면 암컷의 입장
“이 회로에 대고 말하면서 스위치를 조작하면 목소리 크기가 확연히 커지는 것을 알 수 있다.” 1947년 크리스마스 이브. 벨 연구소의 월터 브래튼이 전날 자기 팀이 만든 증폭기의 시연 상황을 회로도와 함께 적어놓은 이 말은 20세기 극소전자 혁명의 시작을 알리는 최초의 공식 기록이다. 이듬해 ‘반도체 삼극진공관’ ‘표면 장벽 삼극진공관’ ‘결정 삼극진공관’ ‘고체 삼극진공관’ ‘아이오테트론’ ‘트랜지스터’ 중에서 이름이 결정됐고, ‘벨 전화연구소 공식 기밀 기술’ 딱지가 붙은 트랜지스터의 탄생이다. 1925년 미국 독점 전화회사였던 AT&T가 세계 최초로 전화기를 발명한 알렉산더 그레이엄 벨의 이름을 따 설립한 벨 연구소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민간 과학기술 연구소로 꼽힌다. 설립 이래 보유하고 있는 특허만 3만3000개나 되며 노벨상 수상자만 해도 13명을 헤아린다. 트랜지스터와 함께 전화교환기, 광통신, 휴대전화, 통신위성, 디지털 카메라 분야의 핵심 기술이 다 이 연구소에서 나왔다. 한국계 김종훈 사장이 최연소, 최초 외부인, 최초 동양인 사장으로 2005년 취임해 낯익은 곳이기도 하다. 2006년 프랑스 알카텔-루슨트로 주인이 바뀌었다. 《벨 연구소 이야기》는 이곳이 어떻게 이처럼 큰 성과를 냈는지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193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 중반까지 벨 연구소의 혁신과 성과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연구소를 대표할 만한 인물들을 중심으로 풀어낸다. 저자는 “벨 연구소의 성공은 한 천재의 힘이 아니다”고 말한다. 아이디어를 내는 과학자와 그 아이디어를 제품화하는 엔지니어의 힘을 하나로 모으는 문화를 조성, 우리가 지금 ‘현재’라고 부르는 ‘미
“괴로움이란 머릿속에서 만들어내는 감정이에요. 거기에 그렇게 실체가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렇다고 느끼는 것일 뿐이죠. 그 감정을 가만히 내려놔야 괴로움에서 멀어질 수 있어요.”23일 서울대 문화관에서 열린 ‘희망대토크’ 강연에 앞서 서울 강남의 한 호텔에서 만난 고이케 류노스케(小池龍之介·34·사진) 스님은 현대인의 괴로움과 화, 행복의 실체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일본 도쿄대 출신으로, 야마구치의 스키요미지 주지로 있는 그는 국내에는 베스트셀러 작가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화내지 않는 연습》《생각버리기 연습》등 6권의 저서가 한국에서 70만부 가까이 팔렸다. 그런 그가 한국을 찾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동안 초청일정이 취소돼 두 번의 방한 기회를 놓쳤다는 그는 “준비한 주먹밥을 먹었더니 어느새 서울이더라”며 “한국과 일본은 너무 가까워 다른 나라라는 생각이 안 든다”고 했다.그는 아주 까다로운 채식주의자다. 참기름이나 올리브유 등 식물성 기름을 두른 요리조차 멀리할 정도다. 그래서인지 투명한 피부에 호리호리한 몸이 한결 가벼워 보였다. 통역할 때 잠깐씩 명상에 들기도 한 그는 “괴로움의 본질은 인간관계에 있다”고 했다.“인간관계가 나빠지면서 괴롭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마련이죠. 서로 싸우는 동안 각자 자기만 생각하게 되고, 자신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는 것이지요. 아무리 잘나가는 기업의 CEO면 뭐해요. 관계가 틀어져 직원들이 따라주지 않으면 행복할 수 없는 거죠.”그는 스스로 인간관계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대학시절 결혼 2년 만에 이혼하고 출가를 결심했고, 주지 스님인 아버지와 절에서 살면서 어머니와
문화재청은 1961~1963년 숭례문 해체 수리공사 당시 작성된 실측도면을 추가로 확보해 조사 분석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22일 밝혔다. 이번에 확보된 도면 자료는 구본능 문화재수리기술자가 소장하고 있던 자료로, 청사진 28매와 잉킹도면(얇고 반투명한 재질의 트레이싱 종이에 잉크로 그린 도면) 4매, 기타 도면 6매다. 1961년 숭례문 해체 직전에 작성된 이 실측도면에는 지붕 용마루와 내림마루, 문루 주변 담장, 문루 1층 마루 등에 대한...
문화재청은 오는 10월31일까지 경복궁 함화당과 창덕궁 가정당 등 전각 두 곳을 소규모 회의장, 교육장 등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기업이나 단체 등에 유료로 개방한다. 경복궁 함화당은 고종이 외국사신을 접견했던 건물이다. 침전 권역과 향원정 사이에 있어 경관과 건물이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는 곳으로 고품격 모임에 잘 어울린다. 창덕궁 가정당은 1925년에 왕과 왕비의 휴식을 위해 세운 건물로 일반 관람으로 볼 수 없는 곳에 있어 비공개회의 등에 ...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는 음표와 음표 사이의 거리감, 쉼표 때문입니다. 말이 아름다운 이유는 말과 말 사이에 적당한 쉼이 있기 때문입니다.”베스트셀러 작가 혜민 스님의 얘기를 들으면 언제나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러나 일상은 늘 전쟁 같은 것. 쉬지 못한 몸은 아린 생채기 투성이일 뿐이고, 마음은 하는 일 없이 가만히 있을 때조차 의미없는 잡념의 포로가 되곤 한다.《명상하는 자가 살아남는다》를 쓴 바산트 조지는 “우리는 문화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한다. 유명한 영적 지도자 디팩 초프라의 프로그램을 포함해 활발한 강연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는 “인간은 먼저 자신에게 해가 되는 상태를 스스로 만들어 놓고는 그 참담한 결과에 대처할 방법을 강구하는 ‘이상한 동물’”이라며 깨끗한 마음의 회복과 의식의 변화를 요청한다. 그러면서 붓다, 예수, 지두 크리슈나무르티, 오쇼 라즈니쉬 등 여러 현자들의 예를 들며, 명상을 통한 자기변화의 길을 함축해 제시한다.저자는 각자의 변화를 위해 필요한 것은 ‘정보’가 아닌 ‘지혜’라고 말한다. “지구 공멸의 위험이 그 어느 때보다 심각하다”며 “지혜를 필요로 하는 ‘영적 혁명’이 절실하다”고 역설한다. 명상이 신체적, 정신적, 감정적 건강의 토대라는 것이다.저자는 “지금까지는 아는 것, 즉 지식을 중요시했다면 이제는 ‘아는 것’에서 ‘알아 가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한다. 외부세계의 정보 속에 파묻혀 혼란에 빠지지 않도록, 이를 적절하게 배치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려면 단순히 보는 것에 그치지 말고 관찰하고 구별해야 하며, 그냥 듣기만 하지 말고 경청해야 한다고 얘기한다.
“굶주림은 정신과 성격을 바꾸어 놓았다. 그것은 개인의 사고 속에서는 보이지 않지만 행동 패턴에서는 그대로 드러났다. (…)루마니아 병사뿐 아니라 독일군 병사도 살아남기 위해 인육을 먹었다. 그들은 얼어붙은 시체에서 살점을 얇게 잘라내어 끓인 뒤 ‘낙타고기’라고 하면서 나누어 먹었다. 인육을 먹은 자들은 금세 알아볼 수 있었다. 안색이 파리한 대다수 포로들과 달리 얼굴에 붉은 빛이 돌았기 때문이다.”러시아 볼고그라드(옛 스탈린그라드)의 마마예프 쿠르간 전쟁기념비 앞에서 인육을 먹는 포로들의 모습을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삭막하긴 해도 평화로운 주변 분위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곳은 70년 전 포탄과 총알이 빗발쳤던 전쟁터였다.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20세기 가장 참혹했던 전투의 하나로 꼽힌다. 1942년 8월21일부터 이듬해 2월2일까지의 공방전에서 소련 병사들은 하루 넘어까지 살아있지 못했고, 독일 병사들은 7초마다 1명씩 죽어나갔다. 6개월간 사상자는 200만명에 육박했다. 인간의 광기와 어리석음이 빚어낸 전쟁의 참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현장이었던 것이다.《피의 기록, 스탈린그라드 전투》는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전모를 보여주는 기념비적인 작품으로 꼽힌다. 영국 유명 역사가인 저자 안토니 비버는 1941년 6월 히틀러의 바르바로사 작전으로 시작된 독소전쟁의 추이를 개괄하고, 스탈린그라드 전투의 전개 과정을 집중 조명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균형감 있는 시각이 이 책의 덕목이다. 전쟁 일지, 군목의 보고서, 사적인 편지, 일기, 포로의 진술, 전투 참가자들의 인터뷰 등 다양한 자료를 기반으로 다큐멘터리처럼 촘촘하면서도 생생하게 전장을 재
세계 금융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그리스의 국가부도와 유로존 탈퇴 가능성이 짙어지면서다. 한국에 미친 충격파가 유난히 크다. 지난 15일 코스피지수가 넉 달 만에 1900선 아래로 주저앉았다. 환율도 연일 급등세를 타고 있다. 잠시 스쳐 지나가는 위기의 바람일까. 아니면 길고도 힘든 또 다른 글로벌 불황의 시작일까.김경원 CJ그룹 경영고문은 “고통이 수반되는 깊고 긴 불황에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한민국 경제 2013 그 이후》에서다. 김 고문은 “지난 15년간 평균적인 경기사이클의 주기를 적용하면 불황은 2013년에 도래할 가능성이 크다”며 “특히 유럽의 재정위기가 유로존의 해체나 사실상 이에 준하는 상황으로 진행되면 그 불황은 단순한 경기하강을 넘어서 깊고 긴 침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김 고문은 2008년 6월 삼성경제연구소 글로벌연구실장으로서 국제유가 추이를 정확하게 예측해 이름을 날렸다. 당시 국제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를 넘나들었는데, 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이란 골드만삭드의 전망과 반대로 ‘유가 반토막’ 의견을 내놓았던 것. 유가는 그해 하반기부터 하락세를 보였다.김 고문은 요즘 겪고 있는 글로벌 경제 위기의 ‘중국원죄론’을 주장한다. 세계 및 한국경제 문제의 상당 부분이 중국의 세계경제 편입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1990년대 중반부터 ‘세계의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 덕분에 세계적으로 물가가 억제되자 각국은 금리를 내려 돈을 풀었고, 자산버블이 초래됐다. 꺼지게 마련인 자산버블이 붕괴돼 불황이 닥치면 중국의 ‘디플레이터’ 역할을 믿고 새로 돈을 풀어 경기를 부양하는 형태가 반복됐다는 것이다. 밀턴 프리드먼의 소위
그만한 ‘엄친아’도 드문 것 같다. 그는 미국 명문 스탠퍼드대와 예일대 로스쿨을 졸업했다. 조지프 리버만 연방 상원의원 입법 보좌관, 연방 항소법원 판사시보, 맥킨지 경영컨설턴트, 구글 전략담당으로 경력을 쌓았다. 2006년에는 CBS방송의 리얼리티쇼 ‘서바이벌’에 출연, 5만 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아시아계 미국인으로는 처음 우승했다. ‘안경 쓴 공부벌레’란 동양인에 대한 편견을 깨뜨린 일대 사건이었다. 2008년엔 버락 오바마의 대선 캠페인에 참여했고, 오바마 정부 출범 이후 연방통신위원회(FCC) 소비자보호국 부국장으로 일했다. 요즘 미 공영방송 PBS 프로그램의 사회자 등 방송인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미국 이민 2세 권율 씨(37·사진) 이야기다.그런 그가 “나는 ‘루저’였다”고 고백했다. 1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나는 매일 진화한다》(중앙북스) 출판 기자간담회에서다. 그는 “나의 어린 시절을 잘 표현하는 한마디는 바로 ‘두려움’이었다”고 했다. “선생님을 실망시킬까봐,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할까봐 두려워했고, 그런 모습을 들킬까봐 전전긍긍했던 콤플렉스 덩어리였다”고 말했다. 어린 시절 그의 뇌리에 각인된 미국 사회는 ‘무서운 곳’이었다. 그는 덩치 큰 흑인 아이들에게 집단 구타를 당했고, 슈퍼에서 지갑을 훔치려는 아이를 붙잡았다가 칼에 찔릴 뻔한 적도 있었다. 그래서인지 까닭 모를 불안감이 덮치곤 했다. 여덟 살 무렵에는 강박증과 폐쇄공포증 경향도 보였다. 하루에 손을 스무 번 넘게 씻었다. 공중화장실에서 공격을 당해 몇 년간 공중화장실을 가지 못했다. 백인 아이들이 왕따를 시켜 자살을 생각하기도 했다. 그는 “가장 끔찍한 것은
카롤리나 오테로는 스페인 출신 유명 무용가이자 고급 창부였다. 그녀는 1차 세계대전이 터지기 전 사치와 쾌락의 중심이었던 파리 사교계를 좌우했다. 웨일즈의 에드워드 왕자, 스페인 왕 알폰소 13세, 러시아의 니콜라이 황제가 그녀의 품에서 놀았다. 그녀는 애인들에게서 받은 명품 보석으로도 유명했다. 그녀와 애인들은 카르티에의 단골이었다. 카르티에는 가슴 전체를 감싸는 순금 틀에 ‘큰 눈물방울’ 다이아몬드 30개를 비롯한 1000만프랑어치 보석을 박아 만든 가슴장식에 오테로란 이름을 붙였다. 《빈티지 주얼리》는 지난 120년간 세상을 매혹시킨 주얼리(보석 장신구) 디자인의 역사를 담은 책이다. 아르 누보 양식이 나타난 1890년께부터 현재까지, 시대를 주름잡았던 주얼리와 디자인, 유명 주얼리 업체와 디자이너, 그에 얽힌 에피소드를 10개 시기로 나눠 역사 문화적 배경과 함께 들려준다. 카롤리나 오테로처럼 각 주얼리에 얽힌 유명인들의 얘기가 솔깃하다. 아르 누보 운동에 큰 역할을 한 조르주 푸케와 체코 태생 그래픽 아티스트 알폰스 무하가 1889년부터 협력해 만든 뱀 모양의 팔찌는 당시 파리의 최고 미인 사라 베르나르를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빅토르 위고는 자신의 희극 ‘에르나니’를 공연하는 그녀의 연기에 감동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 눈물을 당신에게 바칩니다”고 쓴 편지에 눈물방울 모양의 다이아몬드를 동봉했다는 얘기가 전해진다.화보 형식의 화려한 주얼리 사진들이 책을 보는 맛을 더해준다. 각 시대의 문화와 스타일을 대표하며 미래의 주얼리 디자인을 예견한 작품 사진들이다. 각 주얼리의 디자이너와 디자인 특징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주얼리 재료와
단돈 1달러, 우리돈 1000원으로 하루를 살 수 있을까. 세상에는 그 1000원도 없어 굶주리는 사람들이 수도 없이 많다. 최빈국 50개국의 평균 빈곤선은 1인당 하루 99센트. 세계 인구의 13%인 8억6500만명(2005년)이 그렇게 근근이 살고 있다. 가난이 가난을 부르는 ‘빈곤의 덫’에 걸려 꼼짝달싹 못하는 모습이다. 각국 정부의 지원과 해외 원조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사정이 나아지지 않는 까닭은 무엇일까. 해외 원조가 도움이 되기는 하는 것일까.미 MIT의 개발경제학자 아비지트 배너지와 미국의 ‘예비 노벨상’인 존 클라크 메달을 받은 경제학자 에스테르 뒤플로 교수가 세계적 빈곤의 해결 방안을 제시했다. 《가난한 사람이 더 합리적이다(원제:POOR ECONOMICS)》를 통해서다.경제학자들은 세계적 가난의 해결 방법을 놓고 두 파로 갈린다. 한쪽은 가난의 덫을 끊을 수 있게끔 무조건적 원조를 제공해야 한다는 ‘공급론’ 진영이다. “대대적인 초기투자로 지역 문제를 해결하도록 도와야 한다”는 제프리 삭스 미 컬럼비아대 교수가 대표적인 공급론자다. 다른 한쪽은 원조는 시장 발전을 저해할 뿐이라고 주장하는 ‘수요론’ 진영이다. 윌리엄 이스털리 뉴욕대 교수가 원조를 불신하는 수요론 진영의 대표격이다. 그는 “원조는 피원조국 정부를 부패시킨다”며 “가난한 나라에 유리한 대안은 자유 시장 시스템을 도입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놔두는 것”이라고 주장한다.배너지와 뒤플로 두 저자는 이런 논쟁에서 조금 비켜서 있다. 대신 왜 그 많은 정부 지원과 해외 원조가 큰 효과를 거두지 못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그러면서 원조의 효과를 촉발시킬 실마리를 찾는 데 주력한다. 가난한 사람들의
상처받고 깨지기 쉬운 인생살이다. “난 뭔가 잘못됐어” “난 정말 쓸모없는 사람이야”하는 생각이 시도때도 없이 드는 게 사실이다. 인생은 이런 자책과 후회의 반복일까. 미국의 저명한 불교 명상가 타라 브랙이 쓴 《받아들임》은 편안하고 행복한 인생을 위한 참고서다. 저자는 “‘내가 삶의 주인공’이라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다가도 돌연 스스로에게 책임을 지우며 무가치하다고 여기는 ‘나의 함정’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역설한다. “삶을 완벽하게 만들겠다는 ‘망상’을 버리고, 불완전함이 존재의 자연스러운 일부분임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사업이 망해 자책하는 40대 중반의 가장, 컴퓨터 게임에 빠진 아들과 다투는 엄마, 먹는 걸 멈출 수 없는 젊은 여성, 남편의 외도 때문에 고통받는 아내 등 주변 누구나 겪었을 법한 마음의 고통을 얘기한다. 그들이 왜 그런 고통을 겪게 됐는지, 고통에 직면했을 때의 느낌은 어떤지, 어떤 과정을 거쳐 고통에서 벗어났는지 들려준다. 다른 사람처럼 일상에서 고통을 겪고 또 자유로워진 저자 자신의 이야기도 모두 내 이야기처럼 읽힌다. 각 장 말미에 실어놓은 ‘성찰연습’ ‘명상연습’ 등 마음챙김과 자비를 기르는 훈련법이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을 준다.《내가 알고 있는 걸 당신도 알게 된다면》은 칼 필레머 미 코넬대 교수가 인생선배들에게서 들은 삶의 지혜를 모은 책이다. 저자는 2006년부터 70세가 넘은 1000여명의 인생선배를 찾아다니며 삶의 지혜에 대한 조언을 구했다. 모두 합해 3만년의 결혼생활을 지켜왔고, 3000명의 아이를 키워낸, 8만년의 인생 퇴적층에서 발굴한 행복론인 셈이다. 30가지로 펼쳐진 행복한 삶
지난 2008년 실체가 확인된 직후 행방이 묘연해진 국보급 훈민정음 해례본 상주본의 소유권이 국가에 귀속되면서 상주본 찾기가 새 전기를 맞았다. 문화재청은 7일 국립고궁박물관 강당에서 지난해 대법원에서 상주본의 소유권자라는 확정판결을 받은 조용훈 씨(67)로부터 상주본의 소유권 일체를 기증받았다. 조씨는 “상주본을 기증하게 돼 매우 기쁘다”며 짤막하게 기증 소감을 말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33장 1책의 목판본으로 세종28년(1446년) 훈...
“반구대암각화(사진)의 침수 방지를 위해 물길을 돌리거나 제방을 쌓아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할 수 있다.” 울산대 반구대암각화유적보존연구소와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가 최근 미국에서 개최한 '세계 선사 및 고대 예술:한국 울산의 반구대암각화' 국제심포지엄에서 반구대암각화의 새로운 보존방안이 제시됐다. 반구대암각화의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위해 주변 지형을 훼손해서는 안 된다며 침수 원인인 사연댐 수위를 낮출 것을 주장한 문화재청과 다른 의...
휘발유 당 2280원. 주변 주유소보다 150~200원쯤 비싸다. 그런데도 단골손님이 많다. 매출의 35%를 단골들이 올려준다. 1번 국도 시흥대로변의 에쓰오일 백산주유소. 가격경쟁으로 인한 폐업 위기를 딛고 ‘서비스 1등’으로 견학코스가 된 이 주유소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문성필 백산주유소 이사(46·사진)는 ‘고객만족 서비스’ ‘직원들의 자존감’ 두 가지를 꼽는다. 가업을 이어받아 17년째 백산주유소를 운영하고 있는 문 이사는 최근 자신의 경험담을 담은 《백산주유소》(시간여행)를 펴냈다. “2004년에 주유소 운영을 포기하려고 했어요. 경쟁이 심했고, 스스로 돈 벌 생각만 하는 장사치가 아닌가 하는 자격지심에 좌절했었죠. 그런데 기름의 의미가 달라보이더라고요. 기름은 그냥 기름이 아니었던 거죠. 주유하는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꿈을 실현해주는 에너지였고, 그 꿈이 이뤄지도록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100가지 마일리지 사은품’으로 관심을 끈 뒤 ‘네 번의 인사’로 주유 고객과의 소통을 꾀했다. 고객이 주유소에 들어와 주유하고 떠날 때까지 단계별로 네 차례 인사를 하며 고객을 제일로 여긴다는 마음을 보여줬다. 세련된 유니폼은 물론 주유소 인테리어도 다른 주유소와 차별화했다. 문 이사 자신은 굳이 앞에 나서는 편이 아니었다. 잘하면 칭찬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볍게 옐로카드를 꺼내드는 정도였다. 그렇게 ‘직원 스스로 생각하는 서비스’가 정착되면서 2006년 매출이 두 배로 껑충 뛰었다. 직원의 정규직화는 백산식 서비스의 화룡점정이었다.“고객을 위한 진실한 마음이 자연스럽게 우러나오는 서비스이기를 바랐어요. 6개월에 걸쳐 아르바이트 직원 모두
리처드 도킨스 영국 옥스퍼드대 석좌교수(71·사진)는 우리시대 가장 유명한 진화생물학자다. 그는 과학적 사고와 진화론의 수호자 역할을 자처해왔다. 1976년 펴낸 《이기적 유전자》를 통해 인간을 포함한 모든 생명체는 유전자에 의해 창조된 ‘생존기계’이며, 자기 유전자를 남기려고 이기적인 행동을 하는 존재로 규정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2006년의 《만들어진 신》에서는 “신은 헛된 망상에 불과하다”고 주장해 과학과 종교 사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월에는 영국 성공회의 수장 로언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와 신의 존재를 화두로 대화를 나눠 화제를 모았다. 신(神)이나 초자연적인 힘에 대해 말하는 것은 “우리는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하는 것일 뿐이라는 그가 일반 대중을 위한 과학 입문서를 펴냈다. 《현실, 그 가슴 뛰는 마법》이다. 이 책의 덕목은 중학생 정도의 독해 수준으로도 읽을 수 있게 쉽다는 점이다. TV 과학 프로그램의 명쾌한 해설가처럼 여러 비유를 들며 치밀하게 핵심에 접근하는 솜씨가 빛을 발한다. 영화 ‘해리포터’ 시리즈에도 참여한 데이브 매킨의 컬러 일러스트도 이해를 돕는다. 그는 누구나 궁금해하는 열두 가지 질문을 던지며 이야기를 푼다. ‘최초의 인간은 누구였을까’ ‘사물은 무엇으로 만들어졌을까’ ‘세상은 언제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우주에는 우리뿐일까’ 같은 질문을 하고, 신화나 종교가 내놓은 이야기와 과학적 실험 과정과 결과를 비교한다. 그러면서 신화나 종교의 이야기보다 더 마법 같은 과학의 결과를 옹호한다.무지개에 대한 설명은 인류의 가장 오래된 이야기 중 하나인 수메르신화의 영웅 길가메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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