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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제품 개발에 탁월한 능력을 인정받는 3M에는 ‘15% 룰’이 있다. 이 시간에 하는 일에 대해서는 보고하지 않아도 된다. 직속 상관도 물어볼 수 없다. 구글은 3M보다 더 많은 20%의 시간을 할애해 그렇게 딴전을 피우도록 장려한다. 구글의 신제품 절반 이상이 이 ‘20% 룰’에서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잡스처럼 창조하고 구글처럼 경영하라》(전유현 지음, 을유문화사, 1만5000원)는 창조성에 목말라 하는 기업들을 위한 ‘경영학 수첩’이다. 저자는 기업 현장 경험과 3M, 구글 등의 혁신 사례, 경영학 이론을 버무려 조직에 매몰되기 십상인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끌어올리고, 상상력을 뒷받침하는 기업 문화와 인프라 등을 제도화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한다.저자는 “시장을 창출하는 혁신제품들은 집단 지성으로 일궈낸 융합 제품들”이라며 “개인이나 조직의 창조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인프라는 ‘다양성의 축적’”이라고 말한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글로벌 경제의 진폭이 좁아지고 있다. 2008년 미국 금융위기와 이어진 유럽 재정위기로 세계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참이다. 경제의 비이성적인 과열 양상과 거품 붕괴로 인한 급격한 추락은 자주 반복돼 왔다. 멀게는 17세기 네덜란드의 ‘튤립 투기 광풍’, 18세기 천재 과학자 뉴턴조차 거금을 잃은 영국의 ‘남해 버블’과 프랑스의 미시시피강 주변 개발계획을 둘러싼 ‘미시시피 버블’ 등이 대표적이다.파이낸셜타임스의 금융전문기자 존 어서스는 《비이성적 과열의 시장》(위너스북, 1만6000원)에서 버블과 동시다발적인 거품 붕괴란 글로벌 경제의 롤러코스터 현상을 분석한다. 지난 1세기 동안 상승과 하락을 반복한 글로벌 경제의 흐름을 연대순으로 또 굵직한 경제사건 위주로 정리해 전체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도와준다. 저자는 “시장경제는 탐욕과 두려움의 상호작용에 의해 움직여왔다”며 “지난 1세기 동안 반복된 거품 발생과 폭락의 흐름도 탐욕과 공포의 사이클이었다”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하나로 묶인 글로벌 경제 시스템이 아킬레스건”이라고 주장한다. 국제금융시스템이 너무 긴밀하게 연결돼 있어 이웃 나라의 경제사정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것. 자국통화가 없어 독립적인 통화정책을 펼칠 수 없는 유로존의 재정위기가 그렇다는 설명이다.저자는 건강한 자본주의 시장을 위한 조언도 건넨다. 그는 “인간은 군집행위에 쉽게 말려들며, 상황이 잘못되면 정부나 누군가가 나서서 해결해줄 것이란 기대를 하는 경향이 짙어 결과적으로 비이성적인 과열로 치닫게 된다”며 “도덕적 해이를 경계하고 남의 돈을 내 돈처럼 여기는 마구잡이식 투자
“시대가 달라졌다. 차원이 완전히 다른 새로운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패스트 팔로어(fast follower)’가 아닌 ‘퍼스트 무버(first mover)’여야 한다.” 피터 언더우드 국가브랜드위원회 위원(사진)이 한국과 한국인을 향해 작정하고 쓴소리를 했다. 한국적인 특성에 기반한 과거의 성공 방정식을 버리고 ‘새로운 한국다움’으로 무장해야 한국이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 펴낸 《퍼스트 무버》를 통해서다. 원한석이란 한국이름을 갖고 있는 언더우드 위원은 ‘한국에 뿌리를 둔 서양인’이다. 1885년 이후 서울에 살고 있는 언더우드 가문의 4세손이다. 고종 때 조선 땅을 밟은 개신교 선교사이며, 연세대를 설립한 호러스 언더우드가 증조 할아버지다. 그는 “이제는 남들이 닦아놓은 길을 성실하게 따라가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며 ‘운명을 건 변화’를 주문한다. “새로운 시대의 키워드는 ‘창의력’”이라며 “1980년대형 ‘말 잘 듣는 저장장치’를 양산할 뿐인 학교 교육부터 손을 대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정답은 하나’라는 주입식 교육으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상상력과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데서 한발 더 나아가 문제를 제기하는 능력을 갖춘 인재를 배출하는 교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는 엄격한 상하관계와 권위주의 문화에서도 벗어나야 한다고 말한다. 그에게 한국은 아직 ‘왕의 나라’다. 대통령은 나라의 왕이고, 아버지는 가정의 왕이며, 기업 오너는 기업이란 영토를 다스리는 황제에 가깝다. 예전에는 권위주의 문화가 불가능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패스트 팔로어 시대의 군사 독재가 낳은 돌격문화도 1960년대 이후 한국 경제를 이끈 동력이었음을 인정한다.
“일자리를 늘리려면 창업을 장려해야 해요. 그런데 창업해 성공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잖아요. 자칫 가진 것을 몽땅 잃기 십상이죠. 일을 벌이기 전이라면 하고자 하는 분야의 일자리를 찾아 2~3년 밑바닥부터 경험해야 합니다.”《당신도 사업을 할 수 있다》(한강)를 쓴 변자섭 씨(71·사진)는 “남들이 창업하니까 나도 한다는 식의 창업은 백이면 백 실패한다”며 이렇게 말했다. 변씨는 맨손으로 화장지 제조업체 모나리자를 창업해 상장까지 시킨 입지전적인 인물. 책은 스물 일곱에 화장지 총판을 시작, 모나리자를 창업하고 암을 얻어 경영권을 넘기기까지 27년의 일을 기록한 변씨의 경영수첩 격이다.“지난해 여름을 전후해 6개월간 두문불출하며 옛 기록과 기억을 더듬어 썼어요. 거칠긴 하지만 예비 소자본 창업자를 위한 창업과 마케팅 지침으로 활용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변씨는 1968년 대전에 모나리자의 전신인 삼남사를 세웠다. 충청·전라·경상지역의 화장지 총판이다. 고향에서 키우던 소를 판 돈 8만원, 퇴직금 8만원, 통장에 들었던 4만원을 합해 20만원으로 시작했다. 쌀 한 가마니에 2만원 하던 시절이다.“서울 무궁화화장지 1위 대리점이었죠. 버스로 지방 거래선과 서울 본사를 한번 도는 데 보름이 걸렸는데도 신발이 닳도록 돌고 또 돌았어요. 경쟁이 치열했던 만큼 성실하게 일했죠. 그러다보니 장미표화장지 같은 다른 화장지도 취급하게 됐고요.”1970년 유한킴벌리가 생기면서 재래시장의 화장지 시장이 초토화됐다. 변씨는 거꾸로 생각했다. 망하는 게 당연한 시장에서 1972년 쌍마화장지공업사를 창업했고, 모나리자 상표로 화장지를 만들었다. “스스로 근면했고 노력했
국립문화재연구소는 전남 완도군 보길도에서 고산 윤선도가 달을 감상하던 완월(玩月)장소로 추정되는 거북바위(龜巖)를 발견했다고 15일 밝혔다. 낙서재(樂書齋) 남쪽 14.6m 부근에 묻혀 있던 이 바위는 길이 360cm, 너비 270cm, 높이 95cm의 거북형상 화강암으로, 문헌상의 위치와 일치한다고 연구소는 설명했다. 연구소는 지난해 9~10월 '보길도 윤선도 원림'(명승 제34호)의 명승자원 학술조사를 벌였다. 이 바위는 윤위의 보길도지...
2009년 선종한 김수환 추기경 장례식에 대한 '의궤'(儀軌)형 보고서가 나왔다. 국립민속박물관은 15일 현대 장례의궤작성의 일환으로 '김수환 추기경 선종'과 안동 의성김씨 학봉종택 14대 종손인 '소운 김시인 삼년상', 김해의 전주이씨 '화재 이우섭 삼년상' 보고서를 발간했다. '김수환 추기경 선종'은 한국 천주교 장례문화를 기록한 의궤형식의 보고서다. 김 추기경의 생애사에서부터 50일간의 장례 전 과정과 추모행사, 사회 각계각층에서 보낸...
지난해 출판 불황에도 불구하고 신간 도서 발행 부수는 소폭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대한출판문화협회가 15일 발표한 ‘2011년도 출판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만화를 포함한 신간 도서 발행종수는 4만4036종, 발행부수는 1억955만227부로 전년대비 각각 9.3%, 3% 늘었다.발행종수에서 만화(34.7%)와 아동(29.8%)이 큰 폭으로 늘었으며, 순수과학(19.6%), 기술과학(13.2%), 철학(9.2%), 총류(1.7%), 종교(1.4%), 문학(0.1%) 이외의 분야는 감소했다. 발행부수는 순수과학(53.9%), 아동(43.9%), 기술과학(13.2%) 순으로 많이 늘었다. 발행부수가 가장 많은 분야는 아동으로 전체의 34.4%를 차지했으며 학습참고서(15.7%), 문학(14.5%)이 뒤를 이었다.종당 평균 발행부수는 2488부로, 전년대비 5.7% 줄었으며, 평균 면수도 260쪽으로 전년보다 12쪽 줄었다. 또 출판사 지난해 책 한권도 내지 않은 무실적 출판사는 늘어 전체(3만8170개)의 93.1%에 달했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문화재청은 전남 장흥군 '장흥 신와고택', '장흥 오헌고택'과 경북 영덕군 '영덕 영양남씨 난고종택'을 국가지정문화재 중요민속문화재로 지정 예고했다고 14일 밝혔다. 장흥 신와고택(新窩古宅)은 1800년대 현 소유자의 6대조 위영형이 터를 잡기 시작해 1920년대에 고조부인 신와(新窩) 위준식이 완성한 집이다. 사당?안채?사랑채?행랑채?헛간채?문간채 등 일곽이 남도지역 전통 양반가의 특징을 잘 보여주고 있으며, 신앙의례?민속생활사적 특징과 서...
4년 전 방화로 훼손돼 복구 중인 국보 1호 숭례문이 상량(上樑)을 했다. 문화재청은 8일 오후 3시 숭례문 복구 현장에서 최광식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박원순 서울시장, 전재희 국회 문방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전통의례 방식에 따라 상량 고유제를 올렸다. 이날 행사에서는 중요무형문화재 56호 종묘제례보존회가 조선시대 왕실이나 국가의 각종 의례양식을 집대성한 국조오례의에 근거해 의식을 집전, 상량대(마룻도리)를 올리고 공사과정과 참여자 등을...
살림출판사의 문고판 인문서 시리즈인 살림지식총서가 400호를 넘어섰다. 살림출판사는 400호 특집판으로 '대한민국 리스크 세트'(전7권, 각권 3300원)를 9일 펴냈다. 2003년 6월 《미국의 좌파와 우파》《미국의 정체성:10가지 코드로 미국을 말한다》 등 10권의 '미국 시리즈'를 출간한 이후 10년 만이다. '대한민국 리스크' 시리즈는 396~402호에 해당하는 7권을 묶은 것이다. 총선과 대선이 치러지는 올해 우리 사회에 내포된 갖...
고객은 공짜를 좋아한다. 정말이다. 웬만해서는 지갑을 열지 않는다. 특히 디지털 콘텐츠 시장이 그렇다. 공짜 파일이 넘쳐난다. 그게 기업들의 고민이다. 배짱부리며 영업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애플처럼 말이다.《낫 포 프리》는 공짜 시대에 필요한 수익창출 지침이다. 저자는 사울 버먼 IBM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컨설팅 부사장. ‘컨설팅’지가 2005년 뽑은 ‘톱 컨설턴트 25인’ 중 한 명이다. 저자는 “디지털 혁명 속의 소비자 행동패턴, 구매욕구, 구매결정 방식을 정확히 파악해 수익모델을 혁신적으로 바꿔야 한다”며 풍부한 사례와 함께 그 방법을 제시한다. ‘가격 혁신’ ‘지불자 혁신’ ‘패키지 혁신’ 세 가지다.가격 혁신은 가격을 새롭게 책정하는 것. 저자는 같은 상품이라도 소비자가 원하는 방식에 따라 상품당 가격을 매기고, 기간에 따라 구독제로 가격을 정하는 사례를 보여준다. 지역에 따라 가격을 달리하며, 판매가 아닌 대여 방식을 택하는 예도 있다. ‘벨케이드’란 신약을 들고 영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진입한 존슨앤드존슨처럼 약효가 나타날 때만 돈을 받는 방식도 제시한다.지불자 혁신은 소비자가 직접 비용을 지불하는 게 아니라 제3자가 돈을 내도록 하는 방식이며, 패키지 혁신은 제품의 패키지 방식을 바꾸는 것이다. 소비자 필요에 따라 하나의 제품을 쪼개고 또 나눈 것을 다시 몇 개로 통합하기도 하며 맞춤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패키지 혁신은 특히 앱스토어나 안드로이드 등 모바일 플랫폼의 등장으로 다양화할 수 있는 무수히 많은 방법을 찾는 것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저자는 “디지털 혁명은 기업의 수익구조와 함께 고객의 소비 행동을 바꿔놓
늘 돈 걱정이다. 달리 대안은 없다.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생각뿐이다. 그래서 불안하다. 노후가 자신 없다. 뻔한 월급을 굴려 필요한 목돈을 만들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어떻게 돈 걱정 없이 살 것인가》(조병준 외 지음, 한경BP, 1만3800원)는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이다. 증권회사에서 VIP고객을 위한 자산전략 컨설팅을 하는 저자가 연령과 성향에 맞춰 실천할 수 있는 다양한 투자 전략 및 수익률을 높일 수 있는 금융상품을 소개한다.저자는 “몇억 만들기 식의 재테크 전략은 버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금리, 저성장 시대에 들어선 상황에서 고금리, 고성장 시대에 통했던 방법을 적용하는 건 무리라는 것. 대신 결혼, 자녀 교육, 내집마련, 은퇴 준비 등 어떤 목적의 돈이 언제쯤 얼마나 필요한지 알고, 미리 준비를 시작하는 인생 플랜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주식형 펀드, 주가연계증권(ELS), 퇴직연금, 주식형채권, 개인연금, 브라질 채권 등 속속들이 알지 못했던 여러 상품의 장단점을 비교분석해 돈을 때맞춰 모으고 관리하는 과정을 알려준다. 풍부하고 적절한 사례가 장단기 머니 플랜을 짜는 데 큰 도움을 준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기업하기가 정말 어렵다. 크면 큰 대로, 작으면 작아서 걸리는 게 많다. 경쟁은 치열하다. 죽기 아니면 살기다. 달리고 또 달리지 않으면 제자리 지키기도 어렵다. ‘붉은여왕효과’에 진저리 쳐지는 상황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조직과 경영 방식으로 스마트 시대의 거친 파도를 헤쳐나갈 수 있을까. 노부호 서강대 교수(65)는 “아직 멀었다”며 손을 내젓는다. “지금은 상식의 시대가 아니라 역설의 시대”라며 “‘좋은 경영자’가 아닌 ‘창조적 파괴자’ ‘미친 경영자’가 돼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면서 ‘통제경영으로부터의 작별’을 주문한다. 최근 펴낸 《통제경영의 종말》(21세기북스, 2만2000원)에서다. 그가 지난 15년간 21세기 비즈니스포럼을 운영하면서 기업인들과의 현장 사례 중심 연구를 통해 터득한 지혜를 체계적으로 엮은 책이다.노 교수는 “기업이 당면한 문제의 기본은 낮은 경쟁력”이라며 “경영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주장한다. 경영의 수준을 가장 낮은 ‘지시통제경영’, 목표를 주고 일을 시키는 ‘목표관리경영’, 자율적 주도권을 강조하는 ‘비전경영’ 3단계로 나누고 “비전경영 수준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중소기업의 경영 수준은 대체로 낮아요. 대기업도 목표관리경영에서 비전경영으로 가는 중이라고 할 수 있어요. 글로벌 스마트폰시장의 강자 삼성전자도 그래요. 연구·개발(R&D) 수준은 높은데 관리경영 수준은 그에 훨씬 못 미칩니다. 조직과 조직원은 자율에 맡겨야 상상하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주도권을 쥐면 생각하죠. 그때 아이디어가 나와요. 그 아이디어가 혁신으로 이어지는 겁니다.” 그는 P&G가 직원 각자에게 맡은 일을 책임지게
삼성 창업주인 고 이병철 회장은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제왕학’이라고 할 수 있는 후계자 교육을 했다고 한다. 이 회장은 ‘사람에 대한 공부를 가장 많이 해라’ ‘적고 또 적어라, 거기서 큰 그림이 나온다’ ‘말을 삼가고 반복해 캐묻고 경청하라’ ‘검을 들되 휘두르지 않고 목적을 달성하라’는 등의 가르침을 남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대한민국 상위 0.1%의 자식교육》(이규성 지음, 행복에너지, 1만5000원)은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한 대기업 창업주들의 자녀교육 노하우를 정리한 책이다. 삼성, 현대차, LG, SK, 롯데, 두산 등 국내 유명 기업가문이 망라돼 있다.저자는 “명문 기업가의 자식농사 비법은 결코 어렵거나 특별하지 않다”며 “부모의 모범, 즉 본보기 교육에 철저했다”고 강조한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조선시대에는 외국인의 출입을 엄격히 통제했다. 국경을 넘어 들어올 수 있는 사람의 범위를 제한했다. 그러나 조선에 왔다 간 흔적을 남긴 사람이 적지 않았다. 이들의 눈에 비친 조선은 어떤 나라였을까.규장각 교양총서 여섯 번째 책인 《세상 사람의 조선여행》(규장각한국학연구원 엮음, 글항아리, 2만3800원)은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인들의 조선 탐방기다. 어마어마한 뇌물을 챙겨간 명·청의 환관, 임진왜란 때 명나라 군인으로 조선에 온 미얀마 군인, 19세기 중엽 천주학이 금지된 조선의 국경을 죽을 각오로 몰래 넘었던 프랑스 선교사들, 일제 강점기 조선의 야생 동물을 조사한 스웨덴 동물학자 스텐 베리만 등 저마다의 이유와 서로 다른 깊이로 조선을 만난 이방인들의 이야기가 흥미진진하다. 사진엽서 등 다양한 화보와 사진도 이방인의 눈으로 본 조선시대로의 여행을 생생하게 안내한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문화재청은 경남 함양군 심진동 용추폭포와 화림동 거연정(居然亭), 밀양 월연정(月淵亭)을 각각 국가지정문화재인 명승으로 8일 지정했다. 심진동 용추폭포는 우리나라 동천구곡을 대표하는 안의삼동(安義三洞)의 하나로, 높이 약 30m에 호소 지름 약 25m다. 함양 화림동 거연정 일원은 조선 중기 화림재 전시서(全時敍)가 이곳에 은거할 때 지은 억새 정자를 그의 7대손 전재학이 1872년 재건한 것이다. 밀양 월연정 일원은 밀양강과 동천이 합류하...
세계 최고(最古) 금속활자로 추정되는 증도가자(證道歌字)가 1234년 고금상정예문(古今詳定禮文), 1241년 동국이상국집(東國李相國集) 등 고려시대 주요 문헌들을 인쇄하는 데 쓰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제기됐다.증도가자는 고려 고종 26년(1239) 수도 개경에서 발간된 목각 번각본 남명천화상송증도가(南明泉和尙頌證道歌·보물 제758호)를 인쇄한 활자로 직지심체요절(1377)보다 최소 138년 이상 앞선 것으로 추정된다.김성수 청주대 교수는 8일 한국학중앙연구원에서 열린 ‘고려의 금속활자와 세계 인쇄사의 재조명’ 국제학술대회의 주제발표 ‘한국 금속활자의 시원과 13세기 전후 간행도서의 분석’을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김 교수는 “13세기 개경에는 관 주도로 만들어진 금속활자가 있었다”며 “이 활자로 증도가를 비롯한 여러 문헌을 인쇄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고금상정예문, 동국이상국집에 주목하며 “이들 책은 별도의 활자로 찍었다는 게 정설이지만 남명송증도가와 서체가 동일해 모두 같은 금속활자로 찍었을 가능성이 높다”고 강조했다.그는 “남명송증도가와 동국이상국집의 서체는 한 사람이 일괄적으로 서사한 것처럼 전개됐다”며 “가지런하게 잘 조판된 책의 한 페이지처럼 홀수행과 짝수행의 글자체와 크기 등이 일치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또 “증도가자를 비롯한 초기 한국 금속활자의 원천 기술은 1102년(숙종 7년)의 고주법(鼓鑄法) 제정과 해동통보(海東通寶) 주조에서 비롯됐다”며 “한국 금속활자 주조의 시원은 고려 동전 해동통보가 주조된 1102년에서부터 증도가자로 남명송증도가를 인쇄한 13세기 초기 사이에 이뤄졌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
출판계가 서점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율 인하 운동에 나섰다.대한출판문화협회를 비롯한 21개 출판·서점 관련 단체는 8일 기자회견을 열고 온·오프라인 서점에 적용되는 카드 수수료율을 1.5% 이하로 낮춰줄 것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이들 단체는 “출판·서점계에 약 3%라는 카드 수수료율 적용은 불합리하고 불균형한 부담”이라며 “서점 매출 가운데 카드 결제 비중이 80% 이상인 점을 감안하면 3%에 달하는 수수료는 출판계에 치명적인 위협이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를 상대로 이달 안에 카드 수수료율 인하와 관련한 법제도 개선을 마무리해달라고 촉구했다. 출판계는 지난해 말부터 서점의 카드 수수료율 3%는 업계 평균치인 2.09%를 웃돌고 골프장, 주유소 등의 1.5%에 비해서도 크게 높다며 공동 대응해왔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나는 도둑이다.' 한쪽짜리 차례를 넘기자 마자 나오는 첫 문장이 도발적이다. 다짜고짜 '도둑'이라니, 괜히 숨이 차오른다. 《완득이》 작가 김려령 씨(41·사진)가 2년 만에 내놓은 소설 《가시고백》(비룡소, 1만1500원)이다. 주인공은 고교 2년생 '해일'. 타고난 손재주로 자기도 모르게 남의 물건을 훔치는 '도둑'과 친구들이다. “그렇다고 범죄소설은 아니고요. 도둑 소년의 '독백'이 '고백'으로 가는 여정을 그렸어요. 가슴속에 가시로...
지난 1월 수출이 2년3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무역수지도 2년 만에 적자를 냈다.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이 직격탄을 맞은 탓이다. 유럽지역 수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44.8%나 줄었다. 우리나라 수출은 물론 세계 경제에 먹구름을 드리우고 있는 유럽 재정위기 상황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EU 정상들이 유로존 재정 통합과 유로안정화기구(ESM) 조기 도입안 등을 합의했지만 불확실성은 가시지 않고 있다. 위기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어떻게 손을 써야 바로잡을 수 있을까. 글로벌 금융위기, 특히 유로존의 위기를 다룬 두 권의 책이 출간됐다. 세계 금융계 큰손 조지 소로스가 쓴 《유로의 미래를 말하다》와 뉴욕타임스 경제 칼럼니스트 마이클 루이스의 《부메랑》이다. 소로스는 《유로의 미래를 말하다》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의 경제 흐름을 짚으면서 유로존 구제 전략을 제시한다.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 뉴욕서평 등에 기고한 시론을 엮었다. 당시 국제경제 흐름 속에서 그가 시론을 통해 던진 메시지의 의미와 효용을 가늠해보는 재미가 있다. 소로스는 “유로화 창시는 분명히 잘못된 시도였다”며 “지금 유럽 재정위기는 유로화의 구상 당시부터 내재된 결점에서 비롯됐다”고 말한다. 그는 “하나의 완전한 통화가 만들어지려면 중앙은행뿐만 아니라 재정정책을 펼칠 수 있는 재무기관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런데 EU 회원국들은 중앙은행은 세웠지만 참여국 국민에게 세금을 부과할 수 있는 권리까지는 허용하지 않았다는 것. 회원국은 은행과 재정위기를 개별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형편에서 위기가 확산, 결국 7500억달러 규모의 유럽재정
식전방장(食前方丈). 매우 호사스러운 밥상을 뜻하는 사자성어다. 사방 열 자나 되는 상 가득히 차려진 음식이라니 두말할 게 없다. 이 말은 중국 진나라 무제 때의 재상 하증의 고사에서 비롯됐다. 하증은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로 사치스러운 인물이었다. 한 끼 밥상에 1만전을 들이고도 “젓가락으로 집어 먹을 만한 게 없다”며 투정부렸다고 한다. 맹자, 소동파 등 여러 사람들로부터 탐식가로 조롱을 받을 만했다.청빈한 선비의 나라 조선에도 하증 못지않은 탐식가들이 적지 않았던 것 같다. 조선시대엔 탐식을 부도덕하게 여겼지만 권세가들은 예외없는 탐식가들이었다. 중종 때의 권신 윤원형이 대표적이다. 그의 탐식기질은 탄핵 상소에도 나와 있다. 궁중의 사옹원처럼 집에 선부(남자요리사)를 두었고, 식전방장에 팔진미를 즐기면서도 하증처럼 ‘젓가락 갈 데가 없다’며 투정부렸다는 것이다.《조선의 탐식가들》은 성리학 이데올로기가 밥상까지 지배했던 조선시대의 탐식 보고서다. 갖가지 사연과 형태로 음식과 맛을 탐한 이들의 이야기를 다루며 조선 사대부들의 미식 트렌드를 드러내 보인다.《홍길동전》을 쓴 허균도 맛있는 음식이라면 사족을 못 썼다. 음식비평서 《도문대작(屠門大嚼)》을 남긴 그는 스스로를 “먹을 것만 탐한 사람”이라고 말하고 다녔다. 친구인 명필 한석봉에게 “나는 평생 구복(口腹)만을 위한 사람”이라고 적어 보내기도 했다. 맛있는 음식이 풍부한 남원이나 가림(공주)의 수령으로 보내달라고 이조판서에게 청을 넣었고, 귀양을 가면서도 새우와 게가 좋은 함열로 보내달라고 로비를 했다니 알 만하다.또 중종의 사돈 김안로는 개고기 맛에 빠져, 개고
이런 낭패가 없다. 선을 보는 날인데 늦잠을 잤다. 미장원에 가기는 글렀다. 옷을 차려입을 시간도 없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대범하게 ‘민낯’으로 나갈까. 이럴 땐 방법이 있다. 급한 대로 오른쪽 볼터치만 강조하는 것이다. 뇌의 특성을 활용한 화장법이다. 뇌는 사람의 얼굴에 민감하다. 생각만큼 얼굴을 꼼꼼하게 보지 않고 절반만 보며, 왼쪽 눈에 들어온 이미지 정보로 전체를 판단하는 경향이 강하다. 몸과 뇌는 좌우 교차로 연결돼 있어 왼쪽 눈으로 본 게 우뇌로 전달된다. 언어영역이 있는 좌뇌와 달리 우뇌는 이미지나 영상을 주관한다. 오른쪽 얼굴이 예쁘면 다 예쁘게 보이기 십상이란 얘기다.《단순한 뇌 복잡한 나》는 이처럼 흥미로운 이야기가 가득한 뇌과학 책이다. 이케가야 유지 도쿄대 교수가 네이처, 사이언스 등에 나온 다양한 실험결과에 명쾌한 설명을 곁들여 뇌와 뇌과학의 세계로 안내한다. 고등학생 눈높이에 맞춰져 있다. 저자가 모교인 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네 번의 강의를 묶었다. 그만큼 이해하기 쉽고 남는 것도 많다. 이번에는 남자 입장. 프러포즈를 해야 하는데 어디서 어떻게 하면 성공할까. 아찔한 다리 위에서 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 놀이공원의 으스스한 도깨비집에 가는 것도 괜찮다. 놀라거나 떨려서 가슴이 두근거리는 곳이면 어디나 좋다. 뇌의 착각을 유도하는 것이다. 어떤 이유로든 가슴이 두근거리면 뇌는 상대가 매력적이라서 가슴이 뛰는 거라고 지레짐작을 한다. 그래서 상대방에 대해 호감을 느끼게 되며, 프러포즈에 대해 ‘예스’라고 답하게 된다는 설명이다.저자는 일상의 흔한 경험과 뇌 이야기로 운을 뗀 뒤 조금씩 더 깊은 뇌과학 이론
유니클로는 일본의 세계적인 ‘패스트패션’ 브랜드다. 가격 대비 품질이 좋은 캐주얼 브랜드로 정평이 나 있다. 국내에는 2005년 진출했다. 해마다 70% 이상 성장하며, 지난해 36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명동중앙점은 개장 당일 12억8000만원어치를 팔아, 단일 의류매장 하루 매출 최고액을 기록하기도 했다. 유니클로는 어떻게 성공할 수 있었을까.《유니클로 제국의 빛과 그림자》(요코다 마스오 지음, 서울문화사, 1만4800원)는 성장신화 일색인 여느 책들과는 달리 유니클로 기업 내부 실상과 문제점을 꼼꼼히 짚은 책이다. 유니클로의 탄생 배경과 ‘카리스마 경영자’로 불리는 야나이 다다시 회장의 ‘냉철한’ 리더십에 주목했다. 회장 부친과 야쿠자와의 관계도 언급한다. 매장 근로환경에도 시선을 맞춘다. 저자는 “야나이 회장은 현장의 자립과 자율을 강조하지만 점장의 권한은 인건비를 줄이는 것뿐”이라고 잘라 말한다. 하루 15~16시간씩 일하는 일본 점장과 중국 현지 공장 노동환경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문화재청은 '김치와 김장문화'를 유네스코 인류무형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찬반투표와 김장문화 관련 사진 공모에 관한 설문 웹페이지를 개설해 2월 한달간 운영한다. 설문 웹페이지(cha.go.kr/kimchi)는 문화재청 홈페이지 내에 김치 유네스코 등재에 대한 찬반투표와 김장 관련 사진 공모로 구성돼 있으며, 찬반투표와 함께 등재를 기원하는 응원 댓글도 남길 수 있다. 투표 결과와 응원의 메시지는 김치 등재에 대한 국민의 동의를 나타내는 증거자...
정우현 미스터피자 회장(64)은 자칭 ‘꾼’이다. 초등학교까지 나무꾼, 농사꾼이었고, 대학 졸업까지 10년간은 싸움꾼에, 여학생 낚시꾼이었다. ROTC 출신 소대장 시절의 술꾼, 노래꾼, 승부꾼으로, 동대문에서 15년 장사꾼으로 이름을 날린 그는 지금 이렇게 말한다. “나는 피자꾼이다.” 정 회장은 미스터피자 호의 키를 잡고 있는 선장이다. 미스터피자는 국내 피자업계 1등 기업. 전국 400여개 매장과 중국, 미국, 베트남 등 해외 27개 매장을 운영한다. 이탈리안 홈메이드 뷔페 레스토랑 제시카키친과 수제머핀 커피전문점 마노핀이 패밀리 브랜드다. 그는 어떤 사람일까. 어떻게 미스터피자를 한국 1등 피자 브랜드로 키웠을까. 정 회장이 《나는 꾼이다》(위즈덤하우스)를 통해 자기 얘기를 했다. 미스터피자 창업과 세계화까지 남다른 성공 스토리가 흥미진진하다. 그가 세상을 읽고 사람을 대하며, 결정하고 추진했던 순간들은 인생과 경영의 모범으로 새길 만하다.그는 동대문 평화시장의 거상이었다. 1974년 제대 후 15년간 처가에서 운영하던 섬유도매업체 천일상사를 맡아 연매출 100억원대로 키웠다. 1989년 미스터피자를 만났다. 고비용 저효율 구조의 늪에 빠진 섬유산업 대신 외식업에서 사업 기회를 찾던 참이었다. 그는 사업설명회를 하려던 재일교포 3세 호소카와 요시키 미스터피자재팬 사장을 찾아 이렇게 말했다. “피자 공부를 할 수 있도록 말미를 달라. 결심이 설 때까지 다른 후보자와 상담을 보류해 달라.”그걸로 됐다. 한국에서는 한국 미스터피자 상표로 등록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합의도 이끌어냈다. 1년 뒤인 1990년 9월12일 원래 목욕탕으로 설계된 건물의 구조를 변경해가며 이대 1호
올해는 선거의 해다. 4월에 19대 국회의원 선거가 있고, 12월에 18대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정치인들의 표밭갈이는 이미 시작됐다. 인기영합 선심성 공약들이 쏟아지고 있다. 반값, 무상, 공짜 딱지가 붙은 정책들이 난무한다. 가히 포퓰리즘 선거판이라고 할 만하다. 그런 정책들이 제대로 이행될 수 있을까. 그렇게 해도 탈이 없는 것일까. 임중연 동국대 교수는 천만의 말씀이라고 한다. 그는 “선진국을 슬럼가로, 경제대국을 부채대국으로 전락시킨 것이 바로 포퓰리즘”이라고 단언한다. “공짜 복지로 인해 눈덩이처럼 커져가는 국가채무를 부담해야 하는 것은 국민, 즉 우리들이다”며 올바른 판단을 내려야 한다고 역설한다. 새책 《어느 과학자의 점심시간》을 통해서다.임 교수는 제목에서 보듯 세계인명사전 ‘마르퀴스 후즈 후(Marquis Who’s Who)’에도 이름이 올라 있는 과학자다. 동국대 기계로봇에너지공학과 강단에 서고 있다. 그는 “역대 정권의 포퓰리즘 행태는 삶의 질을 저하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정치권의 선심성 공약들이 얼마나 무서운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알려서 경각심을 일깨우고 싶다”며 책을 펴낸 이유를 말했다.그는 동네 공항으로 전락한 청주국제공항, 교육포퓰리즘의 희생양이 된 ‘이해찬 세대’ 등 선심성 정책으로 인해 초래된 경제 후퇴, 예산 낭비 현장 등을 짧은 글 속에 담아냈다. 과잉 복지로 몰락한 그리스, 살인적인 청년 실업률에 시달리는 스페인, 세계 10대 부국에서 슬럼가로 밀린 아르헨티나 등 포퓰리즘에 무릎을 꿇은 해외 여러 나라에도 시선을 돌려 그 폐혜를 꼼꼼히 짚었다.임 교수는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정책을 모두 시행하려면 1년에 60조원이 든
미국 경제학자 해럴드 호텔링이 1929년 공식화한 ‘호텔링 법칙’은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아는 상식 같다. 호텔링은 대중 모두를 아우를 수 있는 ‘중간’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그는 “가장 많은 고객에게 접근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정확히 중간에 상품을 갖다놓고 장사하는 것”이라며 “그렇게 하지 않은 사람은 그렇게 하는 사람들에게 패배할 것”이라고 말했다.20세기 초 기업들은 중간층 소비자에게 주목했다. 의류업체는 모든 세대를 위한, 누구나 입는 옷을 만들어 소비층을 넓혔다. 할리우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죠스’와 같은 블록버스터를 앞세워 최대한의 관객을 빨아들이는 데 열을 올렸다. ‘옴니버스’라는 프로그램처럼 미국 TV는 상류층도 하류층도 아닌, 평균적인 미국 대중을 직접적으로 겨냥한 프로그램을 틀어댔다. ‘개성’이 들어설 수 있는 자리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한편으로는 요즘도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경향이기도 하다.그러나 시대가 많이 변했다. ‘중간’과 ‘대중’만으로는 오래 살아남을 수 없게 됐다. 소비자는 변덕스러워졌다. 클릭 한번에 마음이 움직인다. 브랜드 충성심은 간데 없고, 부동층은 두터워지고 있다. 인구통계학적 분석을 통한 타깃 마케팅도 점점 힘을 쓰지 못하는 형편이다.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이미 나와 있는 것 같다. 중간과 대중이 아니라면 ‘니치(niche)’, 즉 틈새를 노리는 것이다. 영국 저널리스트 제임스 하킨도 《니치》에서 “이제 니치는 틈새가 아니라 주류다”고 외친다. 주류의 틈바구니에서 생존하기 위한 전략으로서의 니치에서 눈을 돌려 기업 및 조직, 사회 모두 니치적 시선과 성과가 아니면 살아남기 힘들게
로마는 막강한 국력과 화려한 문명의 대명사다. 그토록 너른 땅덩어리를 정복하고, 그만큼 많은 지역에 뚜렷한 흔적을 남긴 제국은 없다. 그런 로마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10대 소년 황제 로물루스 아우구스툴루스가 폐위된 476년, 서로마제국은 지상에서 사라졌다. 이후 크고 작은 왕국과 민족이 난립하는 중세가 시작됐다. 로마제국의 붕괴는 어디에서 비롯됐을까.《로마멸망사》(루비박스, 2만3000원)는 제목대로 로마제국 멸망사에 초점을 맞춘 책이다. 영국의 역사학자인 저자 에이드리언 골즈워디는 로마제국의 전성기로 꼽히는 서기 180년, 5현제 시대부터 이야기를 한다. 이후 3세기 중반 혼란에 빠져든 뒤 재건됐고, 4세기에 동서로 분리된 이유, 5세기에 서로마가 어떻게 붕괴했는지 소설처럼 흥미진진하게 펼쳐 보인다. 더 오래 존속했던 동로마제국과 비교해가며 서로마제국의 멸망 원인을 짚어내는 접근법도 이해를 돕는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호주 원주민 출신의 단거리 육상선수, 바비 맥도널드. 그는 육상경기에서 몸을 굽혀 손바닥을 땅에 대고 있다가 뛰쳐나가는 출발자세를 처음으로 시도한 사람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니, 순발력과 탄력을 높이려는 의도 때문이 아니라 추위를 많이 타서 몸을 잔뜩 움츠리다가 그냥 그렇게 됐답니다. 이렇게 가끔은 우연한 행동이 위대한 발견을 가져오기도 합니다.’홍승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펴낸 《생각의 정거장》(책읽는수요일, 1만1000원)에는 이런 얘기들이 가득하다. 버스를 타고, 지하철로 이동하며 트위터에 남긴 생각의 단상들과 이와 관련된 위인들의 명언을 골라 엮었다. 다방면에 걸친 예술적 소양이 깊어서인지 짤막한 문장 안에서도 사색과 성찰의 깊이를 느낄 수 있다. 뜻밖의 사실을 아는 재미와 함께 일상의 바쁜 행동과 생각을 놓고 여유를 부리는 법도 배울 수 있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직장인들은 한 달 평균 1.3권의 책을 읽고 있으며, 내성적인 성향보다 외향적인 성격을 지닌 사람들의 독서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교보문고 독서경영연구소가 20~59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11년 직장인 독서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지난해 1인당 전자책 2권을 포함해 16권, 한 달 평균 1.3권의 책을 읽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0년 1인당 독서량 15.5권에 비해 0.5권 늘어난 것으로, 전자책이 독서량 증가를 견인했다고 교보문고 측은 풀이했다. 출근시간에 읽는 책은 종이책(67.1%)이 전자책(32.9%)보다 많았으며, 매체 만족도도 종이책(85.2%)이 전자책(58.2%)보다 높았다.또 내성적이고 정적인 사람들이 책을 많이 읽을 것이란 통념과 달리 외향적이고 사교적인 직장인들의 독서량이 더 많은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현 건국대 교수는 “외향적인 사람이 성취욕구도 높아 다른 사람들과 커뮤니케이션을 활발히 하기 위해 자기계발서나 베스트셀러를 읽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김재일 기자 kji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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