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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사실주의 화풍으로 유명한 이명복 화백(62)이 새로운 미술 인생을 경작하려고 제주도에 닿은 것은 2010년 2월이었다. 방송국에서 그래픽과 전시 기획을 맡으며 겸업 작가로 활동한 그는 32년의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제주로 향했다. 섬에 대한 환상을 품은 적은 없었다. 신의 계시라도 받은 듯 순식간에 이뤄진 일이었다. 살던 집을 옮기는 ‘이주’가 아니라 자신의 몸에 밴 낡은 문화를 완전히 내려놔야 하는 ‘이민’이었다. 3년여의 방황 끝에 가장 먼저 관심을 갖고 보게 된 것이 키가 크고 힘이 센 제주 여성신 ‘설문대할망’이었다. 매일 시간을 잊고 한국의 강인한 여성상을 주목하며 캔버스에 할망의 모습을 옮겼다. 때때로 제주의 바람 소리와 말의 역동성을 좇으며 마음속에 갈망하는 것 그대로를 화면에 수놓았다.이 화백이 지난 10년간 제주에서 작업한 작품들을 서울 한복판에서 펼쳐 보인다. 오는 20일까지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삶’을 주제로 열리는 개인전을 통해서다. 흑백톤의 해녀와 밭일하는 여성, 이국적인 풍경화 등 제주의 민낯을 붙잡은 작품 30여 점을 걸었다. 작가는 “제주에서 제2막 미술인생을 열며 보고 느낀 것들을 전하는 자리”라며 “한국 여성에 대한 경외감과 존경심을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중앙대 미대를 졸업한 이 화백은 다양한 이야깃거리를 시각적인 조형언어로 번역해 전파하는 ‘무언(無言)의 환쟁이’로 불린다. 1982년 ‘임술년’ 동인을 결성해 6년여에 걸쳐 황재형, 이종구, 송창 등과 함께 불우한 시대에 대한 미술적 모색을 주도하며 역사와 현실을 차지게 화폭에 품었다. 1990년대 후반
서울 인사동에 있는 갤러리 이즈(대표 한수정)가 올해의 최우수 신진 작가로 선정된 극사실주의 화가 노현우 씨의 개인전을 오는 10일까지 제1·2 전시장에서 연다. 갤러리 이즈는 2011년부터 창작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해마다 한국 현대미술의 미래를 밝힐 유망한 신진 작가를 선정해왔다. 러시아 국립 미술 아카데미를 졸업한 노씨는 국내외 무대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탄탄한 소묘 실력을 바탕으로 대상의 과학적 모방과 시적 감성의...
서양화가 김명숙 씨(60)는 젊은 시절 대구 근처 풍경에 매료됐다. 먼발치에서 관망하는 듯한 시선으로 팔공산의 안개 낀 풍경을 곧바로 화첩에 옮기면서 화가가 되기로 결심했다. 계명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대구 인근 풍경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도 하고, 상상력을 가미해 실제 풍경을 비틀어 보기도 했다. 1990년대 중반 그는 꽃집에 갔다가 여기저기 놓여 있는 다양한 형태의 꽃묶음과 화분, 꽃다발, 꽃병을 보면서 내밀한 자연의 아름다움에 마음을...
한민족의 격동적인 역사와 지난한 현실을 가늠해보고자 할 때 적어도 근·현대 미술사에선 이쾌대(1913~1965)만큼 적합한 인물이 없다. 경북 칠곡에서 부잣집 아들로 태어난 이쾌대는 서울 휘문고보를 졸업하고 일본 제국미술학교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다. 귀국하고 나선 이중섭과 최재덕 등 일본 유학파 화가들과 신미술가협회를 결성했다. 해방의 감격과 역사적 사건을 주제로 수십 명이 한데 엉켜 있는 ‘군상’ 연작을 그려 화단에 충격을 줬다.1948년 완성한 ‘군상Ⅲ’는 가로 151㎝, 세로 128㎝의 캔버스에 광복을 맞은 사람들의 환희, 감격, 공포, 걱정 등의 감정을 펼친 대표작이다. 동양화적 필선, 안료를 얇게 사용한 기법으로 십수 명의 인물을 고스란히 녹여냈다. 역동적인 인물의 포즈와 박진감 넘치는 화면 효과로 인해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극심한 좌우 이념 대립의 혼돈이 공존하던 역사적 상황을 찍어내서인지 그림은 결코 밝지 않다. 멀리 산자락을 배경으로 한 무리의 여성과 남성들이 서성인다. 고개를 돌린 채 마차에 턱을 괴고 앉아 있는 마부도 등장한다. 하늘에는 햇빛이 사라지고 구름이 몰려온다. 불안의 씨앗이다. 화면 왼쪽에서 흰 치마저고리를 입고 관객과 눈을 마주치며 응시하는 젊은 여성이 앞으로 다가올 전쟁을 예고하는 듯하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미술장터를 뜻하는 아트페어(Art Fair)는 단순한 미술 행사가 아니라 사람과 예술, 돈이 모이는 ‘아트 비즈니스의 장’이다. 1970년 세계적인 화상(畵商) 에른스트 바이엘러 등이 주도해 만든 스위스 바젤아트는 독일, 프랑스와 맞닿은 지리적 이점으로 세계 최대 규모 아트페어로 성장했다. 작년 6월 행사에서는 약 2조원의 매출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1979년 미술의 대중화를 표방하는 ‘화랑미술제’가 ...
‘예술이란 눈에 보이는 것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이게 하는 것이다.’ 현대 추상화를 개척한 독일 화가 파울 클레(1879~1940)가 생전에 남긴 말이다. 그는 어린아이처럼 대상의 군더더기를 던져버리고 단순한 모형과 간단한 색채로 그림 속에 삶의 본질을 풀어내고 싶어 했다. 당시는 아돌프 히틀러가 전쟁을 벌이고 홀로코스트를 자행한 시절이었다. 하지만 클레는 이에 굴하지 않고 꿈처럼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많이 남겼다.클레가 1923년 완성한 ‘노란 새들이 있는 풍경’은 숲속의 밤 풍경을 동화처럼 묘사한 작품이다. 어두운 숲속에 신기하게 생긴 다양한 색의 식물들이 흔들리듯 서 있다. 일곱 마리의 노란 새는 숲속 여기저기에서 지저귄다. 어떤 새는 구름에 거꾸로 매달려 있고, 어떤 새는 예쁜 꽃잎 위에 살포시 앉아 노래를 부른다. 거대한 밤은 노란 새들에게 동화적인 분위기를 만들어주고, 다양한 색감의 식물에는 몽상적인 그림자 역할을 한다. 춤추는 식물, 노래하는 새들과 어두운 밤이 선율처럼 변주되며 크고 작은 진동으로 공명한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전혀 다른 상상의 세계를 구현한 대가의 묘기가 흐드러지게 녹아 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시시각각 변하는 세상을 바라보며 절대의 손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보이지는 않으나 바람처럼 도처에 살아 있는 실체, 느낌으로서 존재하는 세상의 형상에 천착했다.” 지난 30여 년간 색채 추상화의 외길을 걸어온 서길헌 화백(61)이 캔버스를 붙들고 끊임없이 되뇐 말이다. 서 화백은 젊은 시절 세상이 보여주는 어느 순간의 형태가 아니라 본질적인 의미를 찾고 싶었다. 세상이 어느 것 하나 제자리에 오래 머물지 않았고,...
하얗고 파란 질감이 일렁이는 화면을 보라. 붓끝에서 피어난 백색 기운이 작은 파문을 일으키며 푸른색으로 번진다. 하얀 화면에 수직과 수평의 엷은 붓자국만 남기는 이른바 백색 그림이다. 장독대에서 정성으로 기도하던 어머니 앞의 정화수에 비친 하늘과 보름달의 세계를 응축한 ‘백색을 찾아서’란 제목의 이 그림은 2010년 한국 화단에 ‘하얀 단색화의 파장’을 몰고 왔다. 바로 단색화 경향의 하얀 그림을 개척한 신양섭 화백(78)의 작품이다. 이우환 박서보 정상화 하종현 등이 국제 화단을 유랑자처럼 누비며 ‘미술 한류’의 전사처럼 싸울 때, 그는 변방에 앉아 오로지 백색 하나로 단색화의 기량을 보여줬다. 서구 양식을 두서없이 도입했던 한국 화단에서 그의 외로운 분발이 놀랍다.오는 12일부터 25일까지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열리는 ‘신양섭 개인전’은 이런 작가의 정신을 오랜만에 돌아볼 수 있는 자리다. 10년 만에 여는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의 주제는 ‘백색의 마술’. 1980년 이후 제작한 ‘하얀 추억’을 비롯해 ‘내안의 풍경’ ‘백색을 찾아서’ 시리즈 등 백색 그림 20점을 건다. 달항아리와 같은 한국 특유의 백색미를 담아 미술이 고요하고 명상적인 느낌을 준다는 걸 여과 없이 보여주는 작품들이다.충남 서산에서 태어나 중앙대 미대(옛 서라벌예대)를 졸업한 신 화백은 1981년 열린 마지막 대한민국미술대전에서 서양화 부문 대상을 수상했다. 올해로 화업 50년을 맞은 그는 원래 하얀 색조를 바탕으로 한국의 자연 풍광을 단순화시켜 화면을 채웠던 구상화가였다. 마음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풍경을 캔버스에 삼각형, 원형, 사선,
프랑스 파리에서 남쪽으로 약 877㎞ 떨어진 생트로페는 세계 85개국에서 연간 600만 명의 관광객이 몰려드는 지중해 연안의 작은 항구 마을이다. 영화배우 톰 크루즈를 비롯해 브래드 피트, 앤젤리나 졸리, 디자이너 코코 샤넬 등 유명인의 휴양지로도 잘 알려져 있다.프랑스 점묘화의 대가 폴 시냐크(1863~1935)는 1892년 지중해 여행 중 이곳의 매력에 반했다. 시냐크는 당장 작업실을 이곳에 정한 뒤 작품 활동에 들어갔고,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그의 1892년 작 ‘항구의 집들, 생트로페’는 편집증에 가까운 점묘법으로 그린 신인상주의 화풍의 대표작이다. 팔레트에서 섞지 않은 순색을 사용해 생트로페 해변의 예쁜 집과 나룻배, 교회를 점묘 기법으로 형상화했다. 태양빛을 분해하고 사물들을 수많은 색 점으로 인식해 화폭에 재조합했다. 수면에 떠 있는 작은 배들의 그림자는 여러 개의 터치로 나눴다. 검은색과 노란색의 보색 대비가 돋보인다. 바다 위에서 율동하는 듯한 수많은 점은 마치 사람들이 조화롭게 춤을 추는 모습을 하늘에서 카메라로 찍은 듯한 느낌을 준다. 이 그림은 2016년 미국 뉴욕 소더비경매에서 1067만달러(약 127억원)에 낙찰됐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1980년대 미국 뉴욕 이스트빌리지는 실험예술의 용광로였다. 당시 마약과 범죄로 살벌한 동네였지만 임차료가 저렴하고 폐허가 된 건물이 많아 가난한 예술가들이 모여들었다. 이들은 사회·정치 문제에도 적극적으로 개입했다. 폭력과 차별로 가득한 현실에 대한 저항과 비판의식을 예술로 펼쳐 보였다. ‘검은 피카소’ 장미셸 바스키아는 거리 뒷골목과 기차역 담벼락 등에 그래피티(낙서화)를 남기며 자유분방한 에너지를 분출했다...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을 이용한 콘텐츠 서비스가 다양화하면서 예술사진 시장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단순한 기록성에 머물렀던 전통적 사진(스트레이트 포토)에 더해 현대인의 생각을 표현한 ‘만든 사진(making photo)’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20~40대 영상 디지털 세대가 경제주체로 떠올라 사진 컬렉션에 관심을 보이는 데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이 활황세를 나타내는 것이 주요인으로 꼽힌다. 그동안 여름 화단을 장식했던 사진전이 최근 계절 구분 없이 줄을 잇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올겨울에도 초현실주의 사진의 대가 에릭 요한슨을 비롯해 러시아 작가 팀 파르치코브와 한국 작가 이정진, 이정록, 정연두 등의 작품들이 관람객을 맞고 있다. 기록 중심의 전통 사진은 물론 첨단기법으로 재구성한 ‘만든 사진’, 다큐멘터리 사진 등 다양하다. 일부 작품은 짙은 회화성으로 그림과의 경계를 허물고 있다. 에릭 요한슨의 초현실주의 사진 스웨덴 출신 작가 요한슨의 ‘만든 사진전’은 지난 18일 경기 분당 성남큐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에릭슨은 디지털 기반의 합성 사진보다 정교한 기획 아래 작품의 모든 요소를 직접 촬영해 이미지를 재창조한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유의 상상력과 세심한 표현으로 ‘상상을 찍는 사진작가’라는 별칭도 얻었다. 한국과 스웨덴 수교 60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전시에는 대형 작품을 비롯해 사진 촬영 스케치, 소품 등 50여 점이 걸렸다. 파르치코브는 서울 삼청동 공근혜갤러리에 근작들을 풀어놓았다. 파르치코브는 러시아 국립대에서 영화를 전공한 뒤 사진, 영상, 설치를 이용한 독특한 시각의 작업을 해왔다. 2013년 칸딘스키상을 수
수화 김환기(1913~1974)는 1933년 일본에서 미술대학을 졸업했다. 그다지 어렵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결코 자만하지 않았다. 어려서부터 인정이 많아 주위 사람들의 평판도 좋았다. 일제강점기와 6·25전쟁 등 질곡의 세월을 몸소 겪으면서도 한국인의 강한 민족성을 바탕으로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화면에 녹여냈다. 아름답지 못한 현실, 절망의 시대를 지나온 그의 예술적 대안은 결국 전통과 사람, 자연이었다.1950년대 초에 제작한 유화 ‘노점’은 이런 가치를 구현한 대표작이다. 고단한 시절 가장이 아이를 업은 부인, 아들과 함께 좌판을 벌이는 장면을 밝고 해학적으로 그렸다. 가로와 세로 각각 41㎝ 크기의 작은 그림이지만 작가의 낙천성이 고스란히 묻어나온다.전쟁 중에 그렸음에도 분위기는 매우 평화롭고 고즈넉해 보인다. 시린 삶을 견디는 사람, 쟁반 같은 보름달, 붉게 익은 과일을 정연하게 배치했다. 좌판 위로 이제 막 떠오르는 보름달에 힘든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희망을 살짝 얹었다. 화사하고 따뜻한 색채, 균형적인 사각 구도를 통해 구성미도 극대화했다. 전쟁 중임에도 민족의 앞날을 적극적으로 긍정하는 대가의 시선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다가온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화랑은 미술시장의 최전선에서 실핏줄 같은 역할을 한다. 미술가들에게 전시 공간을 제공하면서 다양한 창작 콘텐츠 판매에 무한 책임을 진다. 미술품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사업인 만큼 관람료를 받지 않는 게 관례다. 그림 판매를 금지하고 관람료로 운영되는 미술관과 다른 점이다. 화랑들이 위기에 처하면 국내 10만여 명에 달하는 전업 작가들은 생계조차 버거워진다. 미술가들을 발굴하고 육성하는 화랑업계가 불황의 늪에 빠져들고 있다.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최근 발표한 ‘2018년 미술시장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전국 상업화랑 460곳의 2018년 매출은 1953억원으로 최종 집계됐다. 화랑 수는 전년보다 다섯 곳 늘었으나 매출은 20.1% 급감했다. 경기 부진에 따른 작품 판매 부진으로 전국 화랑의 총매출 규모가 2013년 이후 처음으로 2000억원 선이 무너졌다. 지난해 매출도 정부가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 업종을 갤러리까지 확대하고 미술품 양도세 과세 강화를 추진한 여파로 전년보다 5% 이상 줄어든 1800억원대로 추산된다. 작년 화랑 매출 1800억원대 추산 국회에 계류 중인 그림 거래 투명화를 위한 미술품 유통법, 국세청이 만지작거리는 미술품 양도세 과세 강화 카드, 기획재정부가 작년 1월부터 시행한 미술품 현금영수증 의무 발행은 화랑업계에 메가톤급 악재로 부각되고 있다. 고가 미술품 수요자인 기업과 컬렉터의 상당수가 세금 폭탄을 우려하고 신분 노출을 꺼려 아예 수집을 포기할 수 있어서다. 2013년 미술품 양도소득세 부과로 한 차례 타격을 받은 미술시장이 더욱 음성화하고 거래가 급감해 화랑의 매출 감소가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까닭이다. 화랑들은 이런 악재에 따른 판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클리 온라인경매’ 전용 전시장(사진)을 열었다. 위클리 온라인경매는 매주 화요일 시작해 그다음 주 월요일 오후에 마감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전용 전시장은 매주 수요일부터 경매 마감일까지 6일간 출품작을 전시한다.K옥션은 전용 전시장 마련 기념으로 오는 27일까지 판화 경매를 연다. 김환기, 박수근, 장욱진, 이대원, 천경자, 김창열, 이우환, 김종학, 이왈종, 앤디 워홀 등 국내외 유명 작가의 판화가 출품됐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올해 설 연휴는 여느 해보다 짧다. 절반이 주말과 겹친다.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함께 가까운 미술관을 찾아 ‘아캉스(art+vacance)’를 즐기며 짧은 연휴의 아쉬움을 달래보면 어떨까. 문화의 향기로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미술 전시회가 다채롭게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이 설 당일에도 문을 열고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과 서울서예박물관 등도 휴무 없이 관람객을 맞는다. 이중섭 이...
디자인은 현대인의 일상과 밀접하다. 당대의 정치·경제·문화 현상이 삶 속에 파고들었다면 디자인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석유 파동이 일어났던 1970년대에 자동차 디자인이 대거 바뀔 수밖에 없었다. 육중했던 자동차들은 기름을 덜 먹고 바람의 저항을 덜 받도록 보닛이 납작하게 디자인됐다. 이탈리아 ‘국민 디자이너’ 아킬레 카스틸리오니(1918~2002·사진)가 트랙터의 볼트와 너트...
전북 부안 변산반도에 직소폭포가 있다. 폭포 주변에는 우금암을 비롯해 실상용추(實相龍湫)라 불리는 소(沼)와 분옥담(噴玉潭), 선녀탕(仙女湯) 등이 이어진다. 웅장한 폭포와 못을 거치며 흐르는 계곡이 있어 예부터 사람들이 많이 찾았다. 화산암에서 생겨난 주상절리와 희귀한 침식 지형 때문에 지질학적 가치도 크다.조선시대 후기 시·서·화에 뛰어나 ‘삼절(三絶)의 예술가’로 불린 표암 강세황이 부안 직소폭포 일대 절경을 놓칠 리 없었다. 표암은 둘째 아들 완이 부안 현감으로 재임하던 1770년대 초 이곳 일대를 직접 다니면서 우금암과 실상사, 직소폭포의 실경을 화폭에 담았다. 18세기 부안 일대를 그린 유일한 실경산수화 ‘우금암도(禹金巖圖)’다. 변산 특유의 암산(巖山) 분위기를 화법에 얽매이지 않고 굵은 갈필(渴筆)로 표현했다. 현장을 먹으로 유희하듯 빠른 필치로 꾸밈없이 풀어냈다. 직각으로 가늘게 쪼개진 암산 벽의 무늬가 마치 비단처럼 보인다. 표암은 ‘진경산수는 그곳을 가보지 못한 사람들이 그 속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는 그림’이라고 생각했다.그런 면에서 그는 시보다는 기행문이, 기행문보다는 그림이 낫다고 믿었다. 틀에 박히지 않은 자유로운 구도와 묘사는 그런 표암의 생각을 잘 보여준다. 문화재청은 최근 부안 직소폭포 일원을 국가지정문화재 명승으로 지정 예고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국민 화가 박수근의 유화 작품 ‘공기놀이하는 아이들’(43.3×65㎝)은 작년 10월 서울옥션 홍콩 경매에서 23억원에 낙찰됐다. 김환기 작품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을 장악하면서 박수근 작품은 3억~5억원대 유화 작품 위주로 거래된 점을 감안하면 오랜만에 고가에 판매된 것이다. 지난해 경매시장에서 박수근 작품은 총 41점이 출품돼 33점이 팔렸다. 낙찰률 80.4%(낙찰액 60억원)를 기록하며 ‘이름값...
천재화가 이중섭은 사랑하는 아내를 향한 그리움과 소년 시절 북녘에 홀로 남겨둬 생사를 확인하지 못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그림에 절절하게 남겼다. 6·25전쟁 중 아내와 어머니를 북녘에 남겨둔 채 피란한 것에 대한 죄책감이 늘 그를 괴롭혔다. 세상을 뜨던 해인 1956년 병고에 시달리면서도 생사를 알 수 없는 두 사람에 대한 애절함은 더욱 깊어갔다. 이중섭은 붓을 곧추세워 애정과 모정의 간절함을 화면에 새겼다. 작품 제목은 당시 ...
박수근 화백(1914~1965)은 6·25전쟁이 끝나자 흩어졌던 가족을 모아 서울 창신동 작은 툇마루가 있는 집에서 살았다. 1952년부터 1963년까지 이곳에서 거주하며 ‘길가에서’(1954)를 비롯해 ‘절구질하는 여인’(1954), ‘나무와 두 여인’(1962), ‘유동’(1963) 등 자신의 대표작들을 쏟아냈다.1954년 완성한 ‘길가에서’는 아기를 업은 단발머리 소녀의 모습을 향토색 짙은 색감과 또렷한 윤곽선, 특유의 우둘투둘한 질감을 드러내는 기법으로 그렸다. 세상 근심걱정 모르는 갓난아기 동생은 처네에 폭 싸여 얼굴을 묻고 잠이 들었다. 단발머리 소녀는 누군가를, 아마도 먹을 것을 구하러 간 아비나 어미를 기다리는 듯하다. 화면에 정지시킨 사람의 형상은 당대의 생각과 감정을 그대로 간직한 채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속눈썹에 달린 눈물방울처럼 애처롭게 다가온다.그림에 담긴 소녀의 눈빛과 표정, 자태에서 당시의 고단한 ‘냄새’를 맡을 수 있다. 그렇지만 고된 삶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강렬한 의지와 희망이 화강암처럼 스며 있다. 단순한 설정이지만 소녀에 의해 시대적 감성을 집약하고 있다는 점에서 박수근 예술의 전형을 읽을 수 있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성실한 작가로 살았던 박 화백은 이처럼 일상의 평범한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 시대적 감성을 자극한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서양화가 이범헌 한국미술협회 이사장(58)은 지난해 8월 아티스트그룹 ‘옥인콜렉티브’로 활동하다 생활고에 못 이겨 극단적인 선택을 한 이정민·진시우 부부를 떠나보내며 큰 충격을 받았다. 촉망받았던 작가들이어서 더욱 안타까웠다. ‘초일류 문화강국’ ‘신(新)한류’ 같은 슬로건이 난무하는 가운데 기초예술 분야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들은 여전히 방치돼 있어 미술단체장으로서 책임...
단색화가 이희돈 화백(70)은 1970년대 한국 화단에 풍미했던 ‘한국적 미니멀리즘(단색화)’에 동참하며 자연의 연기(緣起)를 회화로 표현해 왔다. 서울 북아현동에서 미술 재료 유통사업(홍주화방)을 하면서 화가로 변신한 그는 초창기에는 구상회화에 주목하다가 모노크롬(단색화)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화백은 1990년대 후반 캔버스에 작은 구멍을 촘촘하게 뚫는 타공 기법에 착안해 자신의 조형언어로 채택했다. 닥나무를 빻아 만...
한국 수채화의 맥을 잇고 있는 정우범 화백(74)은 지난 40여 년 동안 자연의 아름다움을 화폭에 담아왔다. 정 화백은 2002년부터 수채화에 아크릴을 혼용한 ‘판타지아’ 시리즈를 선보였다. 장미, 팬지, 양귀비, 피튜니아 등 형형색색 원색의 꽃들을 화면에 빼곡히 채워 많은 미술 애호가를 열광시켰다. 원색의 꽃들로 가득 채워진 단순한 구성이지만 빠른 붓놀림과 문지르기 기법으로 상생과 융합의 미학을 풀어냈다. 최근에는 삼각형과 사각형 등 기하학적 요소나 글자 형태로 꾸민 ‘문자 판타지아’에 매달리고 있다.정 화백의 근작 ‘판타지아’를 비롯해 전명자 김재학 김명식 김정수 박일용 안광식 오상열 박현웅 김대섭 등 탄탄한 화력을 갖춘 작고·중견 화가 10여 명의 작품 30여 점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가 선화랑과 공동으로 오는 30일까지 여는 신년 특별전 ‘2020 빛과 희망’이다.1980년 이후 현대미술을 조명하기 위해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작가마다 창의적 도전을 시도했던 작품부터 2010년대 이후 최근 작품까지 소개된다. 출품작은 풍경화, 정물화, 사실주의 회화 등으로 한국 현대미술의 프리즘을 다채롭게 보여준다. 2007년 12월 프랑스 국립미술협회전(SNBA)에서 대상을 받은 전명자 화백은 아래로 굽은 것 없이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노란색 해바라기를 화폭에 가득 올린 작품을 출품했다. 황금색으로 물든 해바라기에 결혼행진곡을 시각적으로 접목한 게 이채롭다. 진달래 작가로 잘 알려진 김정수 화백은 ‘축복’ 시리즈를 걸었다. 수많은 진달래 꽃잎을 마치 고봉밥처럼 형상화해 어머니의 헌신적
비로자나는 범어 바이로차나(Vairocana)를 음역한 것이다. ‘햇빛이 온 세계 어느 곳에나 두루 비친다’는 광명편조(光明遍照)를 의미한다. 전국 사찰에서는 ‘대적광전(大寂光殿)’이라는 이름으로 비로자나불을 모신다. 부처의 ‘크나큰 선정(大寂)’과 ‘지혜의 빛(光)’을 온 누리에 두루 비추기 위함이다.90대 원로화가 박돈은 평생 끝없는 번뇌와 변신 끝에 광명편조에 고무됐다. 인간의 근원적인 염원과 원초적인 힘을 햇빛에서 찾았다. 2010년에 완성한 ‘해돋는 천지’는 북녘 고향 황해도 장연현의 광명을 응축한 작품이다. 1949년 남으로 내려와 다시는 가보지 못한 고향에 대한 향수를 일출(日出)로 승화했다. 가장 미세한 붓으로 오랜 시간 하나하나 점을 찍어 그야말로 한 점 한 점 그리움을 새기듯 정성을 기울인 결과물이다.넓게 펼쳐진 대지 위로 말을 타고 달리는 소년의 모습, 그 아래로 펼쳐진 산봉우리와 일출의 순간은 태초의 모습이자 우주의 질서가 지배하는 공간이다. 유화물감의 기름진 느낌 없이 담백하고 편안하며 따뜻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도 작품이 주는 큰 매력이다. 새해를 맞아 장엄하면서도 따뜻하고, 부드러우면서도 신비한 분위기의 햇빛이 그늘진 곳 하나 없이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비추기를 기대한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경기 침체와 정부의 미술품 양도소득세 강화 방침에 꽁꽁 얼어붙은 국내 미술시장에 햇볕이 들까. 주요 화랑과 미술관은 세계적인 거장부터 다양한 시대와 세대를 대표하는 작가까지 풍성한 전시로 관객을 맞는다. 작고 작가 곽인식을 비롯해 이우환, 박서보, 제니 홀저(미국), 에코 누그로흐(인도네시아), 데이비드 오스트로스키(독일), 펜티 샤말라티(핀란드) 등 국내외 인기 작가 200여 명으로 2020년 라인업을 꾸렸다. 2년마다 현대미술의 최신 흐름...
새해 첫 예술품 경매에 미국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친필 서명이 담긴 《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한정판(사진)이 나왔다. K옥션은 오는 7일까지 열리는 ‘자선+프리미엄 온라인경매’에 1929년 찰스 스크라이브너스 손스 출판사가 펴낸 《무기여 잘 있거라》 초판본 한정판 510편 가운데 437번째 책을 추정가 1300만~1700만원에 출품했다. 《무기여 잘 있거라》는 헤밍웨이가 1928년 ...
애플 창업자 스티브 잡스(1955~2011)는 미국 추상표현주의 화가 마크 로스코(1903~1970)의 색채미학이 안내하는 세계를 무한한 영감의 원천이라 여겼다. 그는 “복잡한 생각을 단순하게 표현해야 한다”고 말한 로스코 철학에 공감하고 애플의 모든 제품에 미니멀리즘을 적용했다. 잡스처럼 시각예술을 소프트웨어, 애니메이션, 영화, 게임 등 모든 콘텐츠산업에 공통적으로 영감을 줄 수 있는 ‘창의 엔진(creat...
‘내 예술은 하나 변하지가 않았소. 여전히 항아리를 그리고 있는데 이러다간 종생 항아리 귀신이 될 것 같소.’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가 친구에게 쓴 편지의 한 구절이다. 김환기는 생전에 “내가 조형미에 눈뜬 것은 도자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정도로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에 심취했다. 유백색 대호(大壺)와 청백색 달항아리의 군더더기 없는 절제미에 반해 수집에도 열정적이었다. 백자를 사들여 팔로 안아보고, 때로는 마당의 육모초석 위에 올려놓고 바라보며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부산 피란 시절 제작한 ‘항아리와 여인들’도 백자를 화가의 시각으로 캔버스에 푸짐하게 올려놓은 수작이다. 화면은 수평으로 하늘과 바다, 육지로 삼등분돼 있다. 푸른 바다에는 배가 떠 있고, 해변에는 피란민들 숙소인 천막이 조그맣게 묘사돼 있다. 반라(半裸)의 여성들은 저마다 당당한 모습으로 전쟁의 아픔 대신 달항아리를 소중히 이거나 보듬고 있다. 전쟁의 암울함을 외면하기보다는 차라리 달항아리에 평화와 행복을 담으려는 간절한 염원으로 읽힌다.무엇보다 사람들의 동작의 대비가 흥미롭다. 오른쪽 네 명의 여인은 무언가를 성취한 듯한 표정으로 걷고 있고, 왼쪽 어깨동무를 한 두 여인은 기다리는 듯한 표정을 하고 있다. 저 멀리 수평선을 기표로 여인들의 행위가 마치 절망에서 피어난 희망처럼 변주된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정부의 미술품 양도차익 과세 강화 방침이 올해 경매시장에 직격탄을 날렸다. 미술품 경매시장이 긴 침체기로 접어드는 게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29일 미술계에 따르면 국내 양대 경매회사 서울옥션(823억원)과 K옥션(571억원)의 올해 미술경매에 1394억원(낙찰총액 기준)이 유입됐다. 작년(2000억원)보다 30% 줄어든 액수다. 서울옥션의 낙찰액은 작년(1286억원)보다 36% 급감했다. 지난해 낙찰총액 2000억원을 사상 처음 돌파하며 신기원을 열었던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가 올해는 크리스티코리아의 한국 작품 낙찰액과 6개 군소 경매회사의 실적을 포함해도 1600억원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미술시장 전문가들은 “국세청이 미술품 양도차익에 매기는 세금을 기타소득 분리과세가 아니라 종합과세로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경매시장의 불안감을 키웠다”며 “국제 시장 안정세와 금리 인하로 풍부해진 유동성 덕분에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는 국내외 유명 화가 작품과 고미술품에는 그나마 저가 매수세가 몰렸다”고 분석했다.김환기 ‘우주’ 132억…한국 미술 최고가김환기의 작품이 줄줄이 낙찰되며 경매시장을 주도했다. 올해 ‘큰손’ 컬렉터들은 양대 경매회사에서 김환기 작품 58점을 사들이는 데 모두 248억원을 ‘베팅’했다. 크리스티코리아의 홍콩 거래액까지 합하면 380억원을 넘는다. 잠정 집계된 낙찰총액의 23%에 달한다. 그의 대표작 ‘우주(Universe 5-IV-71 200)’는 지난달 크리스티 경매에서 132억원에 낙찰돼 국내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다시 썼다. ‘항아리와 날으는 새’(11억원), ‘야상곡(9억원), ‘정Ⅱ원-65&r
전윤수 중국미술연구소장(51·사진)이 제2대 인천시씨름협회장으로 선임됐다. 동국대 미대를 나온 전 회장은 세계적 고미술 딜러 사카모토와 20여 년 동안 교류하며 서울과 도쿄, 베이징을 오가며 고미술 화상으로 성공했다. 최근에는 일본인이 소장한 7세기 국보급 백제 금동관음보살입상의 환수 작업을 추진하며 큰 주목받았다. 전 신임 회장은 “전통 민속경기인 씨름의 활성화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선수들을 격려 지원하겠다”며 “엘리트 체육과 생활체육이 공존 상생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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