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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화가 정일 경인교대 교수(61)는 프랑스 파리 유학 시절 천둥처럼 그의 영혼을 강타했던 생텍쥐페리의 소설 《어린 왕자》의 감동을 아직도 잊을 수 없다. 머나먼 이국 땅에 홀로 내버려진 그에게 소설은 커다란 위안이었다. 삶이 고단하거나 열정이 고갈될 때마다 작업실 구석에서 슬그머니 책을 꺼내 읽으며 사색과 명상, 엄격한 자기수련의 지혜를 배웠다. 솔깃하게 와닿는 문장들을 때로는 유쾌하고 정답게, 때로는 심각하고 엄숙하게 그림으로 승화했다. 한국적 초현실주의 미술에 도전장을 던지며 인간의 원초적 향수와 동경, 꿈과 그리움, 사랑과 환희를 눈부신 색채로 화면에 쏟아냈다. 2009년에는 그의 작품이 고 장영희 서강대 교수가 암투병하면서 쓴 에세이집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의 표지에 실려 화단의 큰 주목을 받았다.정 교수가 12년 만에 소설 속 어린 왕자처럼 동화적이고 몽환적 작품을 들고 겨울 화단에 돌아왔다. 오는 31일까지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열리는 개인전 ‘레미니스(Reminisce·추억)’에 ‘어린 왕자’에서 큰 영감을 받아 내면적 경험과 감정을 몽환적인 색채로 풀어낸 회화 작품 40여 점을 걸었다. “예술가는 정신연령이 10세 미만이어야 한다”며 “작품을 보면서 행복해졌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백설기처럼 순박하다.정 교수는 홍익대 서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독일과 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했다. 학생들을 가르치면서도 국내는 물론 프랑스, 스웨덴 등에서 80여 차례 전시를 열었다. 미술 이론에 두루 밝을 뿐 아니라 평생 붓을 놓은 적이 없으니 그림과 동행한 40년의 세월이 무르익었다. 그는 “과거와 미래의 떨쳐버릴
한국 서양화의 선구자 김관호(1890~1959)는 1909년 약관의 나이에 일본으로 건너가 메이지학원에서 2년간 미술을 수학했다. 2년 뒤 도쿄예술대(옛 도쿄미술학교)로 학적을 옮겨 이국땅에서 조선인의 긍지를 지키며 예술혼을 불태웠다. 1916년 졸업을 앞둔 그는 당시로서는 깜짝 놀랄 대형 누드화 ‘해질녘’을 내놨다. 고향 평양 능라도를 배경으로 대동강변에서 목욕하는 두 여인의 뒤태를 서양화 기법으로 담아냈다. 한국적 인...
천재 화가 이인성(1912~1950)은 1950년 술에 취해 귀가하던 중 어이없게 숨지고 말았다. 검문하던 경찰관의 총기 오발이 근대기 회화를 정점에서 이끌던 그의 목숨을 앗아갔다. 당시 그의 나이는 39세였다.‘조선의 지보(至寶)’, ‘화단의 귀재(鬼才)’ 등으로 불린 그는 유화와 수채화, 드로잉 등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조선적 황토색 계통의 유화 작품들은 그가 색채감각이 뛰어나고 재능 있는 화가였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준다.삼성미술관 리움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1934년 작 ‘가을 어느 날’은 향토색을 가장 잘 표현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1933년 8월 대구에서 찍은 사진 속 두 여동생의 이미지와 한적한 가을 풍경을 접목해 현란한 색채로 재구성했다. 바구니를 옆구리에 낀 여인은 가을 하늘이 펼쳐진 들판에 젖가슴을 드러낸 채 서 있고, 민소매 원피스를 입은 단발머리 소녀는 힘없이 축 늘어진 해바라기와 옥수수, 갈대를 바라보고 있다. 황톳빛으로 물들어가는 모습은 정녕 가을 들녘인데 두 사람의 옷차림은 무더운 여름을 상기시킨다.하지만 일제강점기에 연약한 여인과 소녀를 소재로 했다는 점에서 한국을 전근대적 이미지로 고착한 작품이란 부정적인 의견도 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프랑스의 앤디 워홀’로 불리는 로베르 콩바(62)는 1970년대 추상미술과 미니멀리즘의 반동으로 일어난 구상미술의 재발견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발전시켰다. 1957년 프랑스 리옹에서 태어나 몽펠리에 미술학교에서 회화를 전공한 그는 무엇보다 회화적 행위에 의미를 부여했다. 논리와 분석, 형식의 틀에서 벗어난 그의 자유로운 생각은 구상회화의 새로운 형태인 ‘자유구상’의 개척으로 이어졌다. 만화와 낙서 문화에서 영감을 얻거나 록, 재즈, 블루스 등 음악적 요소를 회화에 도입했고, 중세시대의 유물, 이집트 벽화, 고딕 양식의 스테인드글라스를 작품 소재로 즐겨 사용했다.콩바가 2008년 제작한 ‘트럼펫을 연주하는 운전자’는 고대 이집트 벽화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다. 트럼펫을 연주하는 남성의 머리 스타일과 측면을 드러낸 얼굴이 이집트 벽화를 연상시킨다. 트럼펫을 운전대 형태로 묘사해 해학적인 효과를 낸다. 구불거리는 곡선 양식의 문양은 악기의 청각적 요소를 시각적 리듬감으로 환원한다. 인물을 둘러싸고 있는 검은 테두리와 강한 색채도 화면에 생동감을 준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경기침체와 미술품 양도세 강화 추진으로 국내 미술시장이 꽁꽁 얼어붙었지만 미술품 경매잔치는 계속된다. 지난달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김환기의 푸른색 점화 ‘우주’가 132억원에 팔린 기세를 이어받아 올 한 해를 마무리할 미술품 경매 행사가 잇달아 열린다. 국내 미술품 양대 경매회사 K옥션과 서울옥션이 17일과 18일 잇달아 여는 연말 세일 행사에는 국내외 인기 작가 작품과 고서화, 도자기 등 모두 347점이 출품된다. 두...
조선철(朝鮮綴)은 염소·양의 거친 털로 다양한 문양을 짜 넣은 한국의 전통 카펫이다. 문양 소재에 따라 사자도와 호접도, 오학도, 산수도 등으로 나뉜다. 조선시대 일본으로 건너가 귀족층의 걸개나 깔개로 사용됐다. 일본 교토 기온마쓰리 지역에서 전해져 내려오다 일본 소장가인 요시다 고지로 기온재단 고문이 2016년 경운박물관에 전시하면서 비로소 국내에 알려졌다. 일본에서 환수된 조선철을 비롯해 문화·예술적 가치가 높은 ...
중견 추상화가 김영세 화백(68)은 한평생 평면 회화의 혁신을 추구했다. 홍익대 회화과를 졸업한 직후 독일로 건너가 머나먼 이국땅에서 ‘회화의 본질은 무엇인가’를 끊임없이 질문하며 새로운 미학에 도전했다. 독일 뒤셀도르프 국립미술대 석사과정을 거쳐 쾰른대에서 철학을 공부하고 1991년 귀국한 그는 초기에 평면과 기하학적 패턴의 상호관계를 그림으로 묘사했다. 캔버스에 대한 실험을 거듭한 끝에 2010년부터 감각적 사유를 즉흥...
예술가들은 날씨를 대하는 갖가지 태도를 작품 속에 흥미진진하게 풀어냈다. 영국 문학가 에밀리 브론테는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에서 몇 그루 왜소한 전나무들이 심하게 휘어지는 모습을 통해 바람을 묘사했다. 영국 국민화가 윌리엄 터너 역시 눈보라를 비롯해 폭풍우, 안개 등을 화폭에 올려놓았다.터너가 77세에 완성한 ‘눈보라’는 날씨를 새로운 심미안으로 바라본 걸작이다. 눈발이 휘몰아치는 바다 위에 떠 있는 작은 증기선 한 척을 드라마틱하게 묘사했다. 거센 폭풍과 파도가 곧 배를 집어삼킬 것 같은 급박한 상황을 거칠고 재빠른 붓질로 생생하게 전해준다. 터너는 당시 네 시간 동안 돛대에 몸을 묶은 채 거친 파도를 직접 체험한 뒤 그림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폭풍과 파도, 휘몰아치는 비바람, 위태로운 배 등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소용돌이 구도’를 사용했다.사실적인 풍경화에 익숙했던 당시 사람들에게 형태가 불분명한 ‘눈보라’는 충격 그 자체였다. 당시 미술계는 ‘비누거품과 회반죽 덩어리’라고 조롱했다. 그러나 미술평론가 존 러스킨은 “바다의 움직임, 안개, 빛이 지금까지 캔버스에 그려진 것 중 가장 장엄하다”고 이 그림을 극찬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서양미술이 한국에 들어온 근대미술 도입기에 영남 지역은 국내 화단의 중심 역할을 했다. 천재 화가 이인성(1912~1950)과 사실주의 화가 이쾌대(1913~1965) 같은 뛰어난 영남 출신 작가들이 지역 미술의 위상을 높였다. 1970년대에는 이원희 강우문 김진태 박광호 서석규 서창환 이경희 이영륭 이지휘 장석수 남철 홍성문 등 많은 미술인이 영남 화단의 화려한 꽃을 피웠다. 걸출한 선배들의 사실주의 화풍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신(新)구상...
중견 서예가 마하 선주선 씨(66)가 5일부터 11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작품전 ‘해서완미(楷書玩未)’를 연다. 선씨는 중국 베이징대 서법예술연구소 객좌교수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 한국서예가협회 회장을 지냈다. 작년 8월엔 원광대 서예학과 교수로 정년퇴임했다. 선씨는 자신만의 서예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난해부터 10년간 매년 말 각 서체의 탐색전을 여는 대장정에 들어갔다. 이번 전시가 그 두 번째로 자유로운 붓...
서양화가 문성식 씨(39·사진)는 2016년 여름 서울 종로 5가에서 장미를 구입해 부암동 작업실에서 키우며 세세하게 관찰했다. 장미에 꼬이는 벌레와 곤충, 꽃 주변에서 서성이는 나비나 새들을 목격했다. 마치 세상의 축소판 같았다. 그러면서 자신이 왜 장미에 갑자기 꽂혔는지, 꽃을 들여다보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자문했다. 아름답고 익숙한 꽃이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우리가 피상적으로 알던 것과는 다른 면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문씨...
누드는 서양미술의 오래된 소재다. 전통 누드화는 부드러운 피부 표현과 성적인 묘사를 중시했다. 복잡한 구조를 가진 육체는 미묘한 형태와 맥동(脈動)에 의해 미를 표현하는 최고의 대상이 돼왔다. 처음에는 남성 누드에 한정돼 있었으나, 기원전 4세기부터 여성이 월등히 많아졌다.프랑스에서 서양미술을 공부한 중국 근대미술의 거장 산유(1901~1966)도 여성 누드를 즐겨 그렸다. 그의 전작 도록에는 총 56점의 누드화가 실려 있다. 이 중 일곱 점은 늘씬한 여성들이 서 있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1950년 완성한 ‘다섯 명의 나부(裸婦)’도 벌거벗은 다섯 명의 여성이 모델처럼 서 있는 모습을 묘사했다. 가로 172㎝, 세로 120㎝ 크기로 산유의 누드화 중 가장 큰 작품이다. 중국 전통 서예에서 영감을 받은 필력과 서양화 기법이 두드러진다. 몸매를 굵은 선묘(線描)로 스케치해 리듬감을 살려냈고, 분홍색 계통의 농담(濃淡)으로 채색해 우아미를 아울렀다. 노란색 바닥과 붉은 벽지, 대상과 공간의 여백, 고양이와 다람쥐의 묘한 포즈를 통해 탄탄한 구성력과 조화미도 노렸다.이 그림은 지난달 23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수수료를 포함해 3억398만5000홍콩달러(약 459억원)에 낙찰돼 산유 작품의 경매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중견 작가 김상원 화백(62)은 한국인의 기억에 내재된 소나무를 미술 인생의 동반자로 여기며 평생을 살아왔다. 과거 조상들이 소나무가 품은 생명력을 살려 집을 지었듯, 그는 노송의 영기(靈氣)를 세세하게 붓질했다. 소나무를 찾아 서울 남산에서 제주 오름까지 전국을 누빈 게 벌써 30년을 훌쩍 넘었다. 새벽에 사생을 나가기도 하고, 깊은 산중을 헤매기도 했다.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그의 발길과 손길이 닿지 않은 데가 없을 정도다. 그동안 지명에 ...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보고시앙재단은 1992년 설립된 세계적인 문화예술 후원 단체다. 레바논 출신 아르메니아 보석상이던 로버트 보고시앙의 장남 장 보고시앙(70)이 회장을 맡아 조국 아르메니아와 레바논의 인도적 지원뿐 아니라 문화예술 후원에 적극 힘쓰고 있다. 2015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단색화’ 특별전을 주최하며 국내에도 이름을 알렸다. 올해 초에는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창의적 역량을 보여준 아티스트 김지아나(47)를 아시아 지역의 첫 재단 전속작가로 선정하고 후원을 시작했다. 지난달에는 브뤼셀 아트 로프트갤러리에서 김씨의 초대전을 열어 세계 컬렉터에게 적극적으로 소개했다.한국인 최초로 보고시앙재단 전속작가 명단에 이름을 올린 김씨가 내년 2월 16일까지 경북 칠곡 수피아미술관에서 작품전을 펼친다. 흙과 빛에 대한 사유와 집념을 20여 년간 자유롭게 풀어낸 그는 한국 현대미술을 새롭게 모색하고 증명해 보여준다. 김씨는 1992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파슨스스쿨오브디자인을 졸업하고 몬트클레어주립대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2005년 귀국해 서울대 대학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한 그는 그리기보다 흙을 평면 회화로 재조명하는 방향으로 작업 방식을 바꿨다. 세계 화단에 오브제 입체회화의 경향이 뚜렷한 것도 계기가 됐다. 힘이 들더라도 투광성이 강한 흙(포슬린)을 구워서 벽에 거는 작업을 하기로 결심했다. 흙의 물성 탐구와 흙 작업에 몰두하며 조선시대 화공(畵工)과 도공(陶工)의 역할을 하나로 합친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겠다는 일념으로 매달렸다. 흙이 지닌 무한한 조형적 가능성에 매료돼 흙과 빛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작품을 통해 꾸준히 표현했
작정을 하거나 예정을 하지 않는다. 그저 지나치다 마주하는 것과 마음을 담아 영감을 나눈다. 순간마다 색다른 현상으로 다가오는 것에 몰입하고, 그 찰나 일상적으로 가지고 있던 생각들을 색칠한다. 대상에의 몰입, 바로 순간이 그림이 됐다. 지난 20여 년간 일상의 풍경을 사진처럼 재현해온 서양화가 이만나 씨(48)의 이야기다.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이달 30일까지 열리는 이씨의 개인전은 일상에서 마주하는 풍경에서의 색다른 경험과 내면의 심리를...
근대 한국화 거장 소정 변관식(1899~1976)은 조선시대 겸재 정선 이후 금강산을 가장 잘 묘사한 작가로 유명하다. 전국을 유람하며 실경산수를 그린 소정은 1937년 일제가 민족말살정책을 시작하자 아예 금강산에 들어가 살다시피 하며 그곳의 아름다운 경치를 화폭에 담았다. 소정은 적묵법(먹의 농담을 쌓아가듯 한 기법)과 파선법(진한 먹을 튀기듯 점을 찍는 기법)을 사용해 개성적인 필묵으로 자신만의 수묵 세계를 구축했다.‘외금강 구룡폭포 추색’은 적묵법과 파선법을 적절하게 활용해 금강산의 속살을 잡아낸 소정의 대표작이다. 수직 구도나 사선 구도에서는 불쑥불쑥 필묵을 쓰면서 분방(奔放)을 추구한 야성이 넘친다. 벽처럼 둘린 암산 사이 거대한 물줄기는 장엄한 외금강에 추색이 번졌음을 말해준다. 구룡폭을 향하던 시선이 물줄기가 부서지는 구룡연을 거쳐 좌측 관폭정 앞 촌부에 머문다. 때맞춰 추색을 즐기는 촌부들은 광활한 구룡폭포의 물줄기에 탄성을 지른다. 세찬 물줄기가 침묵에 갇히면 금강산을 물들인 오색단풍이 소곤소곤 말을 걸어온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 추상미술의 선각자 남관(1911~1990)이 프랑스 파리 땅을 밟은 건 1955년. 그의 나이 44세였다. 일제강점기 구시대 미술을 걷어내고 새로운 미술을 추구하고자 했던 결기는 세계 미술의 중심지 파리로 가는 계기를 마련했다. 김환기가 이듬해 파리로 건너와 4년간 체류하며 여인, 매화, 항아리 등이 등장하는 반추상화 작품에 매달릴 때 남관은 세계 각지에서 모인 작가들의 아지트인 ‘아카데미 드 라 그랑드 쇼미에르’에...
한국 미술시장의 ‘대장주’ 김환기(1913~1974)의 작품이 한국 미술품 경매 역사를 새로 썼다.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지난 23일 홍콩컨벤션전시센터에서 연 ‘20세기 & 동시대 미술’ 경매에서 김환기의 1971년작 푸른색 점화 ‘우주, 5-IV-71 #200’이 8800만홍콩달러(약 132억원)에 낙찰됐다.10분간 33회 치열한 입찰 경합이날 17번째 경매 미술품으로 등장한 ‘우주’의 시작가는 4000만홍콩달러(약 59억원). 경매가 시작되자마자 입찰자들의 호가가 이어지며 불과 몇 분 만에 6200만홍콩달러(약 91억원)로 올라 김환기 작품의 최고가 기록을 뛰어넘었다. 8000만홍콩달러를 넘어 한국 미술품 최초로 100억원대에 들어서서도 입찰은 멈추지 않았다. 10분간 계속된 입찰 경합은 결국 33회 응찰 끝에 크리스티의 예상가(73억~95억원)를 훨씬 웃도는 약 132억원에 낙찰됐다. 수수료 16%를 포함한 가격은 153억원(약 1억195만홍콩달러)가량이다. 낙찰자는 크리스티 뉴욕을 통해 경매에 참여한 컬렉터로 알려졌다. 현장에서 경매를 지켜본 이학준 크리스티 코리아 대표는 “김환기 작품이 세계 주류 미술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입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김환기 예술 절정 보여준 득의작‘우주’는 김환기의 작품 세계가 절정을 이룬 뉴욕시대 득의작(得意作)이다. 가로 254㎝, 세로 254㎝의 화면을 수만 개의 푸른 점이 꽉 채우고 있어 마치 거대한 우주를 파고드는 밤하늘의 별처럼 규칙적으로 율동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동양적 서정과 시적인 패턴을 통해 점화에서 구현하고자 한 김환기의 초월적 특질을 명백하게 보여준다는 평가다.이 작품은 1971년 포인덱스터갤러리에서 열린 김환
한국화가 지전 김종순 씨(67)는 어린시절 아버지(난곡 김응섭) 어깨 너머로 문인화와 사군자 그림을 배웠다. 한국과 중국의 문인화 책을 읽으며 틈틈이 화법도 익혔다. 2012년 작고한 김흥호 전 이화여대 평생대학원장에게 8년간 동양철학을 배우며 기본에 충실하면서도 틀에 얽매이지 않는 미술을 해보겠다고 다짐했다. 서예가 김양동 선생에게 서법도 전수했다. 독학으로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수련과 연습으로 묵화와 행위예술(퍼포먼스), 현대미술도 섭렵했다...
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은 길바닥에 앉아 물건을 파는 사람들을 많이 그렸다. 6·25전쟁으로 피폐해진 시대에 좌판과 행상을 벌인 사람들을 통해 삶의 절박함을 묘사했다. 생계를 꾸리기 위해 좌판을 벌인 그림 속 사람들은 가난하지만 가족을 위한 사랑으로 가득했다.1960년에 완성한 ‘좌판 가족’ 역시 어린 자식을 끼고 길거리에 앉아 물건을 파는 부부의 뒷모습을 따뜻하게 포착한 대표작이다. 가족을 등장시켜 전쟁이 할퀴고 간 빈곤한 사회를 은유적으로 암시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시장의 화려한 색채들은 사라지고, 세 사람의 무채색 풍광만이 덩그러니 남아 있다. 2014년 가나아트센터가 기획한 ‘박수근 탄생 100주년 기념전’에 처음 공개돼 주목을 받았다.화강암 같은 질감도 돋보인다. 박수근은 우리나라 석조미술품에서 아름다움의 원천을 느꼈다고 한다. 경주 남산의 석탑과 불상에 심취해 의도적으로 석조의 질감을 표현하려 애썼다. 신라시대 석공이 떡 주무르듯 했던 돌조각이 천년 세월의 비바람에 독특한 질감을 만들어냈듯 그의 노력은 결국 ‘박수근표 질감’을 탄생시켰다. 가장 민족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말은 박 화백에게 딱 맞는 듯하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초현실주의 거장 마르크 샤갈의 그림, 콜롬비아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수작,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 국민화가 박수근의 작품, 추사 김정희의 글씨, 김환기의 반추상화 등 미술사적으로 검증된 거장들의 희귀작 208점이 경매에 오른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2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경매장에서 실시하는 올해 마지막 메이저 경매를 통해서다. 출품작의 추정가 총액이 약 147억원에 이른다. 미술 투자자를 흥분시킬 만한 그림은 물론 고미술, 고악기, 보석 디자인까지 작품 영역을 넓혔다.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가 지속되면서 그림과 같은 비교적 안전한 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는 만큼 기업이나 거액 자산가, 골프장, 고급 호텔 등 ‘큰손’ 컬렉터들이 매수세에 적극 합류할지 주목된다.14억~20억원대 김환기 ‘점화’K옥션은 이번 경매에 김환기의 1960년대 반추상화와 점화(點畵) 등 여섯 점을 ‘얼굴 상품’으로 전면에 배치했다. 1961~1964년에 완성한 반추상화 ‘야상곡’은 가로 65㎝, 세로 100㎝ 크기로 진한 청색 바탕에 선과 색면으로 밤하늘에 뜬 보름달과 산을 묘사한 희귀작이다. 추정가는 9억~16억원이다. 뉴욕 시대 점화 ‘19-V-69 #57’은 추정가 14억~20억원에 나왔다. 점과 선, 면의 조형 형식을 면밀히 탐구한 작품으로 이번 경매에서 최고가를 쓸지 주목된다.영국 최대 미술관 테이트모던에서 회고전을 열고 있는 백남준의 작품도 네 점이나 경매에 부친다. 1980년대 제작한 ‘TV는 새로운 심장(TV is New Hearth·추정가 5억8000만~10억원)’은 신전을 연상시키는 건축적인 요소와 비디오라는 과학적인 요소를 결합한 조각이다. 앤틱한 우드 프레
한지 조형미술가 서정민 씨(59)는 작업이 풀리지 않고 막막할 때 프랑스 상징파 시인 샤를 보들레르의 운문시집 <악의 꽃>에 수록된 시 ‘만물조응’을 읊조렸다. ‘자연은 하나의 신전, 거기 살아 있는 기둥들은/ 간혹 혼돈스러운 말을 흘려보내니/ 인간은 정다운 눈길로 그를 지켜보는/ 상징의 숲을 건너 거길 지나간다’는 구절을 읽다 보면 어떤 초월적인 에너지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 시에는 주변...
‘한국 미술을 세계로, 미래로.’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올해 창립 21주년을 맞아 내건 슬로건이다. 한국 미술시장의 지평을 넓히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서울옥션은 1998년 설립 이후 지속가능한 경영과 차별화한 핵심 역량을 바탕으로 한국 미술 수출과 그림 대중화에 주력해왔다. 그동안 미술품 2만6000여 점(낙찰 총액 9100억원)을 거래하며 국내 경매시장을 이끌었다. 작년에는 낙찰 총액 1286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 창립 첫해(18억원)보다 70배가량 규모를 키웠다. 그동안 미술애호가 3만여 명이 생겨났고, 수많은 신기록도 쏟아냈다.2007년 박수근 ‘빨래터’ 돌풍서울옥션은 1998년 10월 첫 경매에서 한국적 인상주의 미술의 개척자 오지호의 ‘향원정’을 3500만원에 팔았다. 당시 한국 미술품으로는 경매 최고가였다. 서울옥션이 첫 경매를 시작한 1998년 거래 총액은 20억원이 채 안 됐고 1999년에는 24억원어치를 팔았다. 이듬해 박수근의 ‘집골목’(1억9800만원), 유영국의 ‘산’(1억원), 장욱진의 ‘시골집’(6600만원) 등 대가들의 수작을 줄줄이 경매에 올려 미술 경매시장의 기초를 닦았다. 2001년 4월 서울옥션은 겸재 정선의 ‘노송영지도(老松靈芝圖)’를 경매에 올렸다. OCI 창업주인 이회림 명예회장은 당시 애호가들과 치열한 경합을 벌인 끝에 7억원을 주고 이 그림을 손에 쥐었다. 점당 2억~4억원 수준이던 박수근과 이중섭의 그림값을 넘어서며 고미술 최고가를 세웠다.2007년 5월 서울옥션은 꿈틀대던 한국 미술시장에 그야말로 기름을 끼얹는 사건을 일으켰다. 박수근의 20호 크기 ‘빨래터’(37×72㎝)를 경매에 올
미국 뉴욕 맨해튼 남부 첼시에는 실험예술 공연 공간인 ‘키친(Kitchen)’이 있다. 웨스트사이드 19번가를 서쪽으로 따라가다 허드슨강변에 도착하기 바로 전에 있는 이 센터는 현실과 세상을 변화시키는 전위예술의 진원지로 꼽힌다. 순수미술은 물론 언더그라운드 음악, 무용, 독립영화 등 다양한 장르의 실험적이고 진취적인 예술가가 숱하게 거쳐간 곳이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도 이곳에서 작품을 발표하며 뉴욕 미술계에 새바람을 일으켰다.강남센터를 ‘한국판 키친’으로서울옥션이 강남센터를 ‘한국판 키친’으로 키우며 ‘미래의 20년 신화 창조’에 나서고 있다. 창사 20년을 넘은 서울옥션은 올 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강남센터를 개관해 미술시장 저변 확대에 나서며 제2의 성장기에 들어갔다. 강남센터는 지하 5층~지상 8층, 연면적 4975㎡ 규모로 경매장, 전시공간, 레스토랑, 이벤트홀 등을 갖췄다. 프랑스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가 설계와 디자인을 맡아 심미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을 살렸다. 파리 카몽도 디자인학교를 졸업한 빌모트는 1975년 건축·인테리어사무소 빌모트&어소시에이츠를 설립했으며 파리 샹젤리제 거리, 루이비통 파리 본사, 인천공항 등을 설계했다.서울옥션은 강남센터를 기존 평창동 사옥과는 별개로 연간 4회 메이저 경매를 여는 경매장소뿐 아니라 다양한 기획전과 작가와의 대화, 아트마켓아카데미 교육 등을 여는 미술문화 복합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변에 코리아나미술관과 화장박물관, 호림박물관, 송은미술관, 에르메스아뜰리에, K옥션 등이 자리하고 있어 ‘강남 아트밸리’의 랜드마크 역할도 한
국내 한 전자회사에 다니는 김모씨(38)는 요즘 스마트폰으로 서울옥션 홈페이지에 접속해 그림을 검색하고 응찰하는 재미에 푹 빠졌다. 오프라인 경매와 달리 충분한 시간을 두고 응찰할 수 있는 데다 잘만 고르면 소액으로 ‘월척’을 낚을 수 있어서다. 김씨는 지난달 25일 서울옥션 온라인 경매에서 67회 경합한 끝에 그림 한 점을 낙찰받았다.점당 1000만원 미만의 중저가 미술품 소장을 원하는 직장인과 주부, 학생 등이 늘면서 온라인 경매시장이 급팽창하고 있다. 미술품만 취급하던 경매가 최근에는 시계와 보석, 와인은 물론 오디오와 피규어, 자전거, 가구 등으로 품목이 다양해지고 있다. 서울옥션은 이런 변화를 발 빠르게 선도하고 있다.서울옥션은 고가라는 인식 때문에 미술품에 쉽게 접근하지 못하는 일반인을 위해 온라인 경매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2007년 온라인 경매를 시작한 서울옥션은 2104년 ‘이비드 나우(eBid Now)’라는 이름을 내걸고 시장 확대에 나섰다. 경매 품목도 종전 그림 위주에서 골동품과 인형, 보석, 시계, 디자인 등으로 확대했다. 2017년에는 낙찰 총액 147억원을 기록했다. 온라인 경매를 처음 선보인 2007년(7억8800만원)에 비해 18배 이상으로 늘어난 것이다. 온라인 경매 참여 인원도 2만 명을 넘어섰다. 서울옥션은 내년 온라인 경매 낙찰 총액 목표를 300억원으로 잡았다.각종 진기록도 쏟아냈다. 2017년 ‘데코레이티브 아트(장식예술)’를 주제로 한 온라인 경매에서는 출품작 271점 중 269점이 팔려 낙찰률 99%(낙찰 총액 4억9500만원)를 기록했다. 이날 경매에서 작가 미상의 조명디자인 작품 ‘이집트 여인&사자상’은 13시간 동안 1681회의 응찰 경합을
디지털 혁명이 미술품 유통 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이른바 ‘국경 없는 아트 소비시대’가 열렸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에 나서는 미술애호가가 늘고 있다. 해외 역직구(수출)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이런 추세를 반영해 서울옥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는 지난해 글로벌 미술품 경매대행 서비스 사업인 ‘월드와이드옥션’을 통해 미술품 직구시장에 진출했다.월드와이드옥션은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와 크리스티, 필립스 등에서 진행하는 경매의 실시간 정보는 물론 응찰, 낙찰 후 작품 운송, 설치에 이르는 서비스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형태의 실험적 미술사업이어서 업계의 관심을 끌고 있다.서울옥션블루는 월드와이드옥션을 시작한 지 1년 만에 낙찰 누적금액 200억원을 넘어섰다. 지난 5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미국 보스턴 출신인 미술가 요나스 우드의 대작 ‘일본 정원 3’를 49억원(약 401만달러)에 낙찰받아 새 주인을 찾아줬다. 경매대행 작품 중 최고가였다. 호안 미로의 판화(1612만원)와 카오스의 2012년작 ‘메이크 더 런(Make the run)’(2억6411만원), 조지 콘도의 2008년작 ‘정신적 풍경’(5억8000만원) 등도 경매대행 목록에 올랐다.서울옥션블루가 해외 미술품 경매대행 사업에 진출한 것은 커지고 있는 수입시장 때문이다. 지난해 미술애호가와 아트딜러, 기업 등이 해외에서 사들인 미술품 규모는 3000억원대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7억2300만달러)과 비슷한 수준으로 지난해 국내 미술품 경매시장 규모(약 1900억원)를 훨씬 웃돈다. 최근에는 40~50대 미술애호가들이
“국내외 저성장 기조가 고착화하면서 미술사업 환경이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연간 4000억원 규모의 한국 미술시장은 미국(28조원) 등 선진국에 비하면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수준이죠. 규제보다는 보호장치가 필요한데도 정부가 과세를 강화한다니 안타깝습니다.”국내 최대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을 이끌고 있는 이호재 회장은 “시장이 최소 2조원은 돼야 과세 효과도 있고 10만여 명에 달하는 작가들 역시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다”며 “시장을 먼저 키우는 성장 드라이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회장은 경매문화 불모지에서 온몸으로 미술경매시장을 개척해냈다. 그의 꿈은 여전히 진행형이다.서울옥션은 올 1월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8층짜리 신사옥(강남센터)을 개관해 본격적으로 ‘강남 시대’를 열었다. ‘서울옥션 제2 도약’의 상징인 강남센터는 미술품 경매만 하는 장소가 아니라 창의적인 미술 콘텐츠를 바탕으로 애호가들의 라이프스타일을 만족시키는 복합공간이다. 강남권 고객의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아온 기존 평창동 본사의 약점도 보완했다. 불황기에 구조조정보다 구조혁신으로 판을 더 키우는 전략으로 읽힌다. 이 회장은 “서울옥션은 미술시장이 가장 어려울 때 새로운 대안을 만들었다”며 “강남센터를 중심 축으로 국내 미술시장의 저변을 넓히고, 한국 미술문화를 알리는 데 심혈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미술시장 힘들 때 대안으로 등장서울옥션은 1997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탄생했다. 당시 미술시장은 그림 거래가 거의 끊기다시피했다. 가나아트센터를 운영하던 이 회장은 한계에 부딪힌 화랑 운영
가을의 끝자락에 자연을 곱게 물들인 단풍이 한창이다. 산들은 붉은빛으로 울긋불긋한 자태를 뽐내고, 은빛을 담은 억새 물결이 일렁인다. 강변에선 줄지어 선 나무가 오색 터널을 만들고, 나무에 매달린 잎이 바람에 나부낀다. 하늘을 가린 숲, 하늘과 맞닿은 산마루, 여울이 반짝이는 물가에 깔린 단풍길이 시적인 감성을 자극한다.독일 출신인 미국 낭만주의 화가 앨버트 비어슈타트(1830~1902)는 이런 늦가을 정취를 진솔하게 포착한 걸작을 남겼다. 1886년 완성한 ‘가을 숲’이다. 허드슨 강변 곳곳에 번지는 알록달록한 단풍을 스냅 사진처럼 사실적으로 그려냈다.비어슈타트는 1859년 서부지역의 지도를 만들기 위해 떠나는 탐험대에 합류해 미술 인생의 전환기를 맞았다. 꼬박 3년을 여행하고 돌아온 그는 요세미티 계곡과 로키산맥, 허드슨강 등 경이로운 대자연을 스케치한 풍경들을 캔버스에 옮겼다. 이듬해 서부 풍경화 전시회를 열어 화단의 큰 주목을 받았고, 단번에 미국 허드슨 리버 화파의 스타로 떠올랐다. 콜로라도주는 비어슈타트를 기념하기 위해 산 하나에 그의 이름을 붙였다. 지금도 미국 서부를 바라보고 있는 비어슈타트산이 바로 그것이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 단색조(모노크롬) 회화의 1세대 작가 하종현 화백(84)은 1960년대부터 ‘한국적 회화’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숨차게 달려왔다. 그의 미술 인생은 도전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홍익대 미대를 나와 1962년부터 1968년까지 즉흥적인 추상화 장르인 앵포르멜 스타일에 몰두한 그는 전위적 미술가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하고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물성을 탐구했다. 1974년 마대(캔버스) 앞면에 그리지 않고 뒷...
올 상반기 서울옥션과 K옥션 등 8개 업체가 실시한 미술품 경매(온라인 포함)에서는 출품작 1만2458점 중 8199점이 팔려 낙찰 총액 826억원(낙찰률 65.8%)을 기록했다. 김환기 작품의 낙찰액은 145억원으로, 전체 낙찰 총액의 13%를 점유했다. 낙찰가 상위 작가 10명의 낙찰액(396억원)은 전체 경매 유입 자금의 48%를 차지했다. 상위 20명 낙찰액(465억원) 점유율은 56%에 달했다. 국내에는 약 10만 명의 전업 작가가 활동하고 있지만 극히 일부 작가 작품만이 경매시장에서 거래되고 있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연간 2000억원대 국내 미술 경매시장이 ‘0.1% 작가만의 리그’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서울옥션이 이런 경매 형태의 단점을 보완해 보다 많은 화가들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새로운 상품을 내놓았다. 지난 7일 선보인 온라인 경매 ‘제로 베이스’다. 작가들은 기존 경매 기록이 없더라도 다양한 전시 이력과 작품성만 갖추면 누구나 출품할 수 있다. 시장 가격이 형성돼 있지 않기 때문에 출품작 경매는 모두 ‘0원’에서 시작한다. 최종 경매 가격은 전적으로 구매자들의 응찰 경쟁을 통해 결정된다. 경합 여부에 따라 경매 낙찰가는 예상가의 10배, 100배, 그 이상의 가격이 형성될 수도 있다.손지성 서울옥션 홍보팀장은 “제로(0)라는 숫자는 새로운 시작점이자 무한한 잠재력을 확인하는 경매 방식으로 결과를 쉽게 예측할 수 없다”며 “그동안 그림의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른 재판매 형태로 형성된 경매시스템에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제로 베이스의 첫 작품 경매는 10일 시작해 오는 15일 마감된다. 서울옥션이 선정한 유망 작가 김완진을 비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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