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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갑 기자
    김경갑 기자(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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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환기·이우환·호크니…미술품 110억대 여름 세일

    세계적인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가 지난달 25, 26일 영국 런던에서 시행한 현대미술 경매 낙찰률이 97%까지 치솟은 가운데 국내에도 여름을 맞아 경매 ‘큰 장’이 선다. 국내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17일 여는 여름 경매에 김환기, 박수근, 천경자, 이우환, 박서보, 영국 화가 데이비드 호크니 등 국내외 인기 작가의 작품을 비롯해 희귀한 고미술품 등 총 184점(추정가 110억원)을 출품한다. 올 상반기 경매시...

    2019.07.14 17:30
  • '아프리카의 바스키아'…낙서 그림으로 일깨운 희망과 용기

    ‘카메룬 국민화가’ 조엘 음파두(Joel Mpahdooh·63)는 아프리카의 전통 화풍에 프랑스 스타일의 일러스트를 가미한 ‘그래피티 아트(낙서화)’의 선구자로 꼽힌다. 미국 천재 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와 키스 해링보다 한 발 앞서 낙서화를 개척한 그는 아프리카의 독특한 기하학적 조형성을 평면회화로 승화했다. 프랑스 파리에서 공부하며 선진 미술문화를 접한 그는 미국의 팝아트는 물론이고 유럽...

    2019.07.11 17:48
  • [그림이 있는 아침] 빈센트 반 고흐 '생트마리드라메르의…'

    프랑스 남부 아를에서 40~50㎞ 떨어진 작은 바닷가 마을 생트마리드라메르에는 6세기께부터 순례자들이 모여들었다. 성모의 자매 마리아, 야곱의 모친 레베카 등 많은 성녀들이 여기에 상륙했다는 전설이 얽혀 있어서다. 네덜란드 출신 프랑스 인상주의 화가 빈센트 반 고흐도 정신질환 치료차 요양을 위해 아를에 머무르면서 이곳을 자주 찾았다. 해가 뜨는 아침이면 해변에 나가 생동하는 바다와 뱃머리가 뾰족한 어선의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고흐가 1888년에 완성한 ‘생트마리드라메르의 바다 풍경’은 생트마리 해변의 여름 풍경을 특유의 채색법으로 차지게 잡아낸 수작이다. 일렁이는 파도를 표현하기 위해 파란색과 흰색의 대비를 강조했고, 녹색과 노란색을 더해 생동감을 줬다. 어선 세 척을 그림 위쪽에 배치해 관람객이 배를 타고 바닷속에 들어가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게 한다. 역동적인 파도를 통해 자연의 에너지를 은유한 것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고흐는 생트마리 해변에서 멀리 지중해를 바라보며 빛과 함께 시시각각으로 움직이는 색채나 색조를 순간적으로 잡아내려 고심했다. 그는 동생 테오에게 보낸 편지에 ‘지중해의 물빛은 마치 고등어 같다. 초록빛인지 보랏빛인지, 또 푸른빛인지 잘 알 수 없다. 불과 몇 초 사이 반짝이는 물결이 분홍 또는 회색의 색조를 흉내내기 때문’이라고 적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7.08 17:17
  • 구상과 추상 멋진 줄타기…추리소설 같은 색채 미학

    중견 서양화가 김정운 씨(59)의 그림은 알록달록하지만 혼란스럽다. 그의 손끝에서 던진 정교한 미끼는 큰 궁금증을 낳고, 그만큼 그림을 보고 난 뒤 여운은 짙다. 김씨는 스위스 정신의학자 헤르만 로르샤흐가 1921년 발표한 인격진단검사(잉크 얼룩을 피실험자에게 보여주고 어떻게 보이는지 묻는 방식)처럼 관람객에게 다양한 질문과 메시지를 던진다. 김씨의 작품이 이뤄낸 심미적 해석을 기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김씨의 이런 색다른 작품 경향을 감상...

    2019.07.08 17:09
  • "집은 감성의 명당…따뜻한 기운과 행복 새겼죠"

    조각가 박상숙 씨(68)는 1995년 어느 날 갑자기 프랑스 파리로 떠나기로 결심했다. 김세중 청년조각상을 비롯해 석주미술상, 토탈미술관장상을 휩쓸며 역량을 인정받던 때였다. 남편(조각가 윤성진)도 선뜻 동의해 줬다. 한 달 반 만에 짐을 꾸려 파리 근교 보쉬르센에 둥지를 틀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시작한 파리 생활이었다. 작가는 나무나 돌은 물론 알루미늄, 스테인리스 등 새로운 재료를 과감히 사용해 가옥의 안팎 풍경을 축조해 왔다. 세간살이 ...

    2019.07.07 17:58
  • 조선 백자 31억·佛畵 12억…고미술 시장 '훈풍'

    지난해 4월 소더비 홍콩 경매에서 명나라 선종 때 제작된 불교 경전 ‘대반야반라밀다경(大般若波羅蜜多經)’ 10권 세트가 2억3900만 홍콩달러(약 323억원)에 낙찰됐다. 불교 문화재로는 사상 최고가였다. 중국 근대미술 대가 치바이스(1864~1957)의 ‘산수십이조병’은 2017년 베이징 경매에서 9억3150만위안(약 1570억원)에 낙찰돼 세계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중국 고(古)미술품 가격...

    2019.07.02 17:18
  • 미술품 경매시장 활력 잃어…상반기 낙찰총액 24% 줄어

    미술시장이 침체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1일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대표 김영석)에 따르면 김환기와 단색화 열풍이 주춤하면서 8개 경매회사의 상반기 낙찰총액은 전년 동기(1030억원)보다 24% 줄어든 826억원으로 집계됐다.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국제 미술시장의 회복 조짐에도 불구하고 국내 경기침체가 지속되면서 비교적 안전한 투자처로 평가받는 유명 화가 그림에도 투자금이 줄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최고 ‘블루칩’으로 꼽히는 김환기가 낙찰총액 1위를 차지했다. 그의 1971년작 분홍색 점화 ‘무제’(71억원)를 비롯해 또 다른 추상화 ‘14-VII-70 #180’(17억원), 반추상화 ‘항아리’(9억원) 등이 줄줄이 팔리며 낙찰총액 145억원(낙찰률 약 70.6%)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6% 줄어든 액수다. 이우환(58억9000만원), 클로드 모네(36억원), 박수근(29억7000만원)이 뒤를 이었다. 가장 비싼 작품은 지난 3월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5000만홍콩달러(약 72억4700만원)에 낙찰된 르네 마그리트 그림 ‘사이렌의 노래’(사진)였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7.01 17:38
  • [그림이 있는 아침] 앙리 마티스 '대화'

    프랑스 화가 앙리 마티스(1869~1954)는 전통적인 회화에서 흔히 쓰이지 않는 원색을 대담하게 병렬 배치하거나, 보색 관계를 교묘히 활용해 개성을 지닌 예술을 구축했다. 그는 평생 ‘화가는 어린아이가 사물을 처음 바라보는 것처럼 대상을 응시해야 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20세기 회화의 일대 혁명을 일으킨 야수파(포비즘)는 마티스의 이런 혁신적 사고와 섬세한 촉수에서 태어났다.마티스가 1908년 시작해 5년 만에 완성한 2m 크기의 ‘대화’는 색채의 묘미를 보여주는 포비즘 예술의 수작이다. 하얀 줄무늬의 청색 옷을 입고 서 있는 남성과 검은색 옷을 걸치고 의자에 앉아 있는 여성을 미니멀한 형태로 묘사했다. 남성은 창밖의 나무처럼 뻣뻣하게 선 채로, 여자는 창밖의 샘물처럼 일부분이 잘려나간 듯 불안한 상태에서 서로 흐려진 눈빛을 주고받는다. 3차원 원근법을 철저히 무시하고 색채언어의 무한한 잠재력에 집중했다. 화면의 바탕과 여인이 앉아 있는 의자를 청색으로 채색해 공간뿐 아니라 감성조차 차갑게 묘사했다.창틀 난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프랑스어 ‘NON(안돼)’이란 글자가 보인다. 음침한 실내를 벗어나 창밖은 녹색과 붉은 기운으로 꾸며 비교적 온화하게 연출했다. 마티스는 아마도 남녀 사이의 대화가 붉은 꽃과 녹색 나무가 어우러지는 창밖의 풍경처럼 바뀌기를 기대했던 것은 아닐까.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7.01 17:26
  • 마네 꽃그림 흑백 재현…정물화 통념을 비틀다

    1630년대 경제대국 네덜란드에는 이슬람 세계와 신대륙, 아시아 지역에서 수입된 사치품들에 대한 취향이 널리 퍼져 있었다. 희귀하고 값비싼 꽃들은 부유층의 주요 수집 대상이었다. 터키 원산의 원예식물인 튤립은 사재기까지 가세해 꽃 한 송이 가격이 현재 환산 가치로 8만7000유로(약 1억6000만원)까지 폭등했다. 상업적 화가들은 화려하고 예쁜 꽃 그림을 쏟아내며 폭발적인 꽃 수요를 거들었다. 일부 화가들은 꽃 정물화를 통해 현세적 아름다움과 ...

    2019.06.30 18:59
  • 로비·골프장 등에 걸 큰 그림 온라인 세일

    기업의 사옥 로비나 회의실, 골프장 클럽하우스, 호텔 라운지 등 넓은 공간을 효과적으로 채울 수 있는 큰 사이즈 그림들이 대거 경매에 부쳐진다. K옥션이 26일까지 본사 홈페이지에서 진행하는 ‘자선+프리미엄 온라인 경매’에서다.작고 작가 김환기와 곽덕준을 비롯해 박서보, 이강소, 구자승, 전준엽 등 국내외 유명 화가들의 그림과 고미술, 다이아몬드, 주얼리 등 240점(추정가 25억원)이 출품됐다. 실용성과 예술미를 동시에 지닌 수작과 대작이 시중가보다 20~30% 저렴한 가격으로 나와 있다. 김환기가 미국 뉴욕에 상주하며 작업한 작품 ‘무제’(추정가 4억~5억원)는 3억5000만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해를 연상시키는 타원 형태와 그 주변 구상 이미지에서 서정성을 자아낸다.박서보의 100호 작품 ‘묘법 No. 990214’, 이강소의 100호 작품 ‘From an Island-06107’, 류병엽의 150호 대작 ‘풍경’ 등도 눈길을 끈다. 강요배의 ‘담해’, 곽덕준의 ‘무의미’, 구자승의 ‘여인’, 전준엽의 ‘빛의 정원에서-마음 풍경’, 에바 알머슨, 권기수, 정보영, 박성민 등 개성 있고 실력 있는 국내외 작가들의 대형 작품도 경매에 오른다. 고미술품을 활용한 공간 인테리어를 선호하는 애호가들을 위한 옛 가구도 눈길을 끈다. 오동나무로 제작한 ‘책갑’은 300만원에 내놓았고, 은행나무로 만든 외다리소반 화형일주반도 150만원부터 경매한다.자선경매에는 재단법인 예올의 후원금 조성을 위한 작품과 아이템이 여러 점 나왔다. 배우 최지우가 기증한 본인 소장품인 마이셜리(Mysuelly) 가방을 비롯해 김현주, 양유완 작가가 직접 기증한 작품, 김종훈, 윤규상, 허대

    2019.06.24 17:50
  • [그림이 있는 아침] 천경자 '탱고가 흐르는 황혼'

    2015년 8월 작고한 천경자 화백은 여인의 한(恨)과 환상, 꿈과 고독을 화려한 원색으로 그려 국내 화단에서 여성 화가로는 드물게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꽃과 여인의 화가’로 불리는 천 화백은 1970년대 들어 회고적 성격이 짙은 작품들을 제작하며 내면의 세계를 시각화하는 데 깊이 빠져들었다. 여성이란 숙명에 맞서기보다는 고독을 감내하며 세계 곳곳에서 주워 담은 다채로운 스토리텔링을 관조적 화풍으로 승화했다.‘탱고가 흐르는 황혼’은 여인의 고독과 고통스러운 현실에서 벗어나려는 욕망을 담아낸 1970년작이다. 담배를 입에 문 여성의 옆모습을 두 송이 장미와 함께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보라색 옷깃 사이에 간직한 장미는 여인의 입술과 동색을 이루며 손끝에서 맴돈다. 바닥에 기어다니듯 스멀거리는 담배 연기와 똬리를 틀어 단정하게 말아 올린 헤어 스타일은 영락없이 뱀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1940~1950년 화사(花蛇)를 즐겨 그렸던 천 화백이 뱀을 여인의 머리와 담배 연기로 대체한 게 이채롭다. 이 그림은 2006년 3월 갤러리 현대에서 열린 회고전 ‘내 생애 아름다운 82페이지’에 출품돼 시선을 끌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6.24 17:43
  • 백자 달항아리, 그림·사진·도예로 진화…미술시장 테마주로 뜬다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 김환기(1913~1974)는 생전에 “내가 조형미에 눈뜬 것은 도자기에서 비롯됐다”고 할 정도로 조선 시대 백자 달항아리에 심취했다. 1940년대 처음 달항아리를 소재로 다룬 ‘섬 스케치’를 비롯해 ‘항아리와 여인들’(1951), ‘항아리’(1957), ‘항아리와 매화가지’(1958) 등 명작을 쏟아내며 백자에 대한...

    2019.06.23 18:03
  • 흙과 불, 색채의 마술…40여 년 매달린 도자회화

    도자 픽셀 하나하나가 가슴을 휑하게 꿰뚫는다. 거대한 화면은 완전히 새로운 미술로 보였다. 이제 ‘그림’이라는 말의 정의를 바꿔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림이란 화가가 붓을 들어 칠하는 게 아니라 ‘흙과 불로 응축한 도자 조각에 적힌 색의 음표들을 연주하는 바로 그 순간에 탄생하는 것’이라고 정의해야 할 것 같다. 20일 서울 삼청로 아트파크갤러리에서 개막한 미술가 이흥복 씨(59)의 개인전은 흙과 불,...

    2019.06.20 17:29
  • 약사 출신 화가 유율금 씨, 갤러리 밈서 개인전

    약사 출신 중견 화가 유율금 씨가 오는 26일까지 서울 인사동 갤러리 밈에서 개인전을 연다. 유씨는 자신의 이름에 들어간 성(姓)씨인 ‘유’를 모티브로 작업하는 추상화가다. 한 개의 원과 세 개의 직선으로 이뤄진 ‘유’자를 색채와 결합해 추상언어로 화면을 구축한다. 일반적인 비구상 회화와 달리 글자의 이합집산과 빽빽함을 바탕으로 한 추상작업이란 점에서 유별나다.‘나는 어디에도 있으나, 사실은 어디에도 없다’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커다란 화폭을 깨알 같은 글씨 ‘유’로 가득 메운 근작 20여 점을 걸었다.작가는 “캔버스에 수많은 ‘유’자를 새기면서 내면에 쌓인 감정의 찌꺼기들을 모두 토해냈다”고 했다. ‘유’자를 통한 타자와의 관계를 만들기보다 자신만의 공간에 몰입하게 한다는 얘기다. 이런 기호로서 추상적 공간은 실재하는 사회와 분리된 인간군상으로 철저하게 개별적 차이가 소멸된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6.20 17:25
  • 금동불상·고려청자·궁중화…희귀 古미술 1000여 점 대향연

    통일 신라 시대 금동여래입상(金銅如來立像)은 불상 중에서 단연 으뜸에 속한다. 금동으로 제작돼 곳곳이 부식됐지만, 전형적인 팔각형 연화대좌(蓮華大座) 위에 입상 형태를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오른손을 들고 왼손은 앞쪽으로 내밀어 손바닥을 위로 향하고 있는 모습에서 부처의 자비로움이 느껴진다.8세기 말~9세기 초반 제작된 높이 24㎝의 금동불상을 비롯해 고려청자, 조선 시대 백자와 분청사기, 왕실에 걸린 궁중화, 서민들이 즐겼던 민화, 일상 공예품, 전통 산수화 등을 아우르는 고미술품 1000여 점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경운동 수운회관에 있는 국내 최대 고미술 전문 화랑 다보성갤러리가 오는 20일 개막하는 ‘한국의 미 특별전’이다. 3·1운동 100주년을 기념해 선조들의 삶 속에 담긴 지혜와 문화를 되새기고 침체된 고미술 시장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기획했다.국보급 청자와 궁중도자기 수두룩1층 전시장에 들어서면 고려청자가 관람객을 반긴다. 13세기 전북 부안 가마터에서 발굴된 ‘청자상감죽절표형주자(靑瓷象嵌竹節瓢形注子)’는 고려 사람들이 스스로 비색(翡色)이라 일컬으며 자랑했던 투명한 녹청색을 실감하기에 제격이다. 본체 표면에 대나무를 세로로 촘촘히 세운 모양을 만들고 마디마다 홈을 파서 백토를 넣고 구워낸 백상감 기법이 빼어나다.발길을 살짝 옆으로 옮기면 조선 시대 국보급 도자기들이 눈길을 붙잡는다. 15세기 때 제작된 ‘백자철화용문호(白磁鐵畵龍紋壺)’는 풍만하게 벌어진 둥근 몸체가 어깨까지 팽창된 형태여서 당당하고도 대담한 느낌을 준다. 몸체 위쪽에는 검은색 안료인 철사(鐵砂)를 사용해 용

    2019.06.17 18:06
  • [그림이 있는 아침] 호아킨 소로야 '그 바다에 가고 싶다'

    여름이 성큼 다가왔다. 바다와 해변의 정취가 그리워지는 계절이다. 많은 사람들에게 여름 바다는 낭만의 대상이다. 바다 위로 코브라처럼 고개를 빳빳이 세우고 돌진해오는 파도는 호기심과 역동적 환희의 존재다.스페인 화가 호아킨 소로야(1863~1923)가 그린 ‘그 바다에 가고 싶다’는 그의 고향인 발렌시아 앞바다를 산책하는 두 여인의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포착한 수작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장소에서 아내와 딸을 그린 그림에는 하얀 에너지가 가득하다. 바닷물도 흐르고, 바람도 흐르는 공간 속에서 마치 시간을 박제한 것처럼 두 여인은 정지돼 있는 듯하다. 우산을 들고 있는 딸과 모자를 벗어 손에 든 부인의 하얀 옷에 와닿는 햇빛의 표현이 바닷바람과 소리까지 느낄 수 있을 만큼 생생하다. 여기에 황토색 모래를 밟으며 해변을 따라 걷는 두 여인의 행복과 환희도 빠른 터치로 아울렀다.여인들의 어깨너머로 들려오는 파도소리는 달콤하기 그지없다. 소로야는 프랑스 인상주의의 세례를 받았지만 그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인상주의를 창조했다. 햇살을 가득 모아 캔버스에 뿌린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빛의 표현이 탁월했다. 그래서 생전에 ‘빛이 닿아서 퍼져나가고 반사가 되는 듯한 눈부심을 포착하는 데 능한 화가’란 호평을 달고 살았다.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

    2019.06.17 17:51
  • 하종현 화백 "수도승 도 닦듯…동작과 감정, 마대에 녹여 色 입혔죠"

    한국의 대표적인 단색화가 하종현 화백(84)은 1960년대부터 ‘회화란 무엇인가’라는 화두를 부여잡고 50여 년을 숨차게 달려왔다. 그의 예술적 삶은 도전과 실험의 연속이었다. 홍익대 미대를 나와 1962년부터 1968년까지 즉흥적인 추상화 장르인 ‘앵포르멜 스타일’에 몰두한 그는 전위적 미술가그룹인 한국아방가르드협회(AG)를 결성하고 다양한 오브제를 이용해 물성을 탐구했다. 1974년 마대(麻袋) 캔...

    2019.06.16 17:41
  • 교육·노인·육아·도시 재개발…렌즈로 포착한 중국의 실상

    중국의 대표적인 사진작가 왕칭송(53)은 자신의 작업을 ‘사회적 다큐멘터리’라고 부른다. 사회의 현장을 지속적으로 카메라 렌즈에 담는 기자이기를 자처한다. 실제로 그는 자본주의와 서구문화 유입으로 변화를 겪고 있는 중국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논쟁을 설득력 있게 풀어낸다. 군중을 동원해 스케일로 승부하는 왕칭송은 1990년대 사진 장르에 설치미술과 행위예술을 접목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뉴욕현대미술관, 구겐하임뮤지엄 등 대형 미술관도 그의 작품에 주목했고, 소장품의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베이징을 기반으로 활동하는 왕칭송이 8월 31일까지 서울 방이동 한미사진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중국 현대사회를 특유의 시선으로 고발한 작품 40여 점을 걸었다. 1990년대 후반 자신의 모습을 디지털로 합성해 작업한 초기 포토몽타주 사진부터 중국 사회를 특유의 해학적 감성으로 연출한 작품, 수십 수백 명의 모델을 동원한 사진까지 지난 20년의 작업을 한꺼번에 풀어놓았다. 중국 사회의 교육, 이주민, 도시재개발, 과소비, 노인, 육아 등 사회적 시스템의 뒷면을 날카롭게 포착한 작품들이다. 중국 사회 전체가 급속한 성장가도를 달리는 가운데 그 이면에 감춰진 실상을 진지하게 질문한다는 뜻에서 전시회 제목을 ‘생활예찬(The Glorious Life)’으로 붙였다.도서관에서 공부하는 학생을 연출해 찍은 2013년 작 ‘팔로 유(Follow You)’는 풍자라고 하기에는 너무 직선적이다. 거대한 도서관을 감옥처럼 둔갑시켜 학생이 갇혀 졸고 있는 모습을 흥미롭게 잡아냈다. 가족 사진을 연상시키는 ‘언제까지나 영원히’는 시골마을 최빈층에서 태어나 넝마주이와 비슷한 생활

    2019.06.12 18:13
  • [그림이 있는 아침] 나라 요시토모 '불면의 밤(고양이)'

    일본의 대표적인 네오팝아티스트 나라 요시토모(60)는 순진해 보이면서도 악동 같은 표정의 어린아이나 강아지, 고양이를 소재로 즐겨 사용한다. 현대인의 내면에 감춰진 공포와 고독감, 반항심, 잔인함을 어린 소녀와 귀여운 동물을 통해 보여준다. 만화 같은 그의 그림은 2010년 미국 뉴욕 아시아 소사이어티 개인전을 계기로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 현대미술관 등 주요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면서 국제 미술시장에서 더욱 주목받기 시작했다.1999년에 완성한 이 그림은 소녀의 얼굴만을 큼지막하게 그린 세로 120㎝, 가로 110㎝ 크기의 대작이다. 빨간 셔츠를 입고 입을 꼭 다문 아이는 송곳니를 드러내고 무서운 얼굴로 정면을 응시하고 있다. 아이의 눈에는 우수가 가득해 보인다. 치켜뜬 눈은 두려움, 고독, 반항심 등 다양한 감정을 쏟아내며 포커페이스(포커판에서 자신의 패를 숨기기 위해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얼굴)로 살아야 하는 현대인의 속내를 드러낸다. 고양이를 닮은 캐릭터로 묘사해 늘 보호받고 싶고, 숨고 싶고, 상처받고 싶지 않은 애잔한 심정까지 담아냈다.이 그림은 지난달 25일 홍콩 크리스티 경매에서 3492만5000홍콩달러(약 53억원·수수료 포함)에 팔려 나라의 작품 가운데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6.10 17:39
  • 빌 게이츠도 반한 달항아리 그림…"도공의 魂 재현"

    17~18세기 조선시대 백자 달항아리는 하얀 바탕과 둥근 형태가 보름달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둥실하고 풍만한 어머니의 뽀얀 살결 같은 푸근함이 매력적이다. 하얀 달덩이처럼 미소를 뿜어내는 백자에 괜스레 안겨보고 싶어진다. 모태의 아련한 향수를 자극하는 것은 아닐까. 중견 인기 서양화가 최영욱 씨(54)는 30대 후반부터 이런 달항아리의 넉넉한 미학을 화폭에 재현하며 숨가쁘게 달려왔다. 한 점 문양이나 채색도 없이 소박하지만 보름달...

    2019.06.09 18:01
  • 전통 한국화 필법에 서양물감…美 풍경 담은 현대판 진경산수

    전통과 현대를 아우른 이른바 ‘융합 산수’(일명 퓨전 한국화)를 개척한 박병춘 씨(54)는 홍익대 미대 재학 시절부터 ‘좋은 예술은 이미지가 아니라 행위 혹은 수행’이라는 말을 신봉하며 살았다. 지난 30년 동안 화구를 걸머지고 전국 명승지는 물론 인도, 그리스, 네팔, 일본, 호주 등을 누비며 바늘로 우물을 파듯 사생(寫生)한 이유다.그런 치열함은 고무판을 잘라 먹선처럼 배열한 ‘고무산수’, 뽀글거리는 라면으로 풍광을 표현한 ‘라면산수’, 칠판에 그린 ‘분필산수’에 이어 2000년 이후 ‘기억의 풍경’ ‘흐르는 풍경’ ‘채집된 산수’로 확장됐다. 그동안 화첩만 500여 권, 초벌 그림도 1만여 점에 달한다. 지난해 9월에는 미국으로 건너가 두 달 동안 자동차에 몸을 싣고 약 1만㎞를 질주하며 그랜드캐니언과 세도나, 요세미티, 캘리포니아의 광활한 대자연을 채집해 화폭에 옮겼다. 이름도 ‘추니 박’으로 바꾸고 국제무대로 보폭을 넓히겠다는 결기를 다졌다. 지난 1월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트페어 ‘아시아 잉크페인팅 특별전’에 참가해 미국 서부 풍경을 담은 34m 대작으로 국제 미술계의 찬사도 받아냈다.서울 신문로 갤러리 마리에서 5일 개막한 ‘낯선 이국 풍경- 시간을 읽는 시선’ 전은 미국과 호주 풍경을 한국의 전통 필법으로 되살린 박씨의 작품을 통해 우리 미술의 혁신을 증명해 보이는 자리다. 서양화의 아류를 뛰어넘어 이국 땅의 곰삭은 존재와 시간을 화폭에 풀어낸 근작 30여 점을 걸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작가는 “이번 전시는 미국과 호주의 자연에 담긴 기(氣)를 동양 필법으로 잡아내 지금껏 서양미

    2019.06.05 17:47
  • 돌조각부터 미디어아트까지…3차원 공공미술 '큰場' 선다

    공공미술은 품격 높은 삶의 기회를 대중에게 제공하기 위해 일정 공간에 예술의 향기를 불어넣는 프로그램이다. 영국 미술행정가 존 윌렛이 1967년 발간한 《도시 속의 미술》에서 이 용어를 처음 사용했다. 1970년대 국내에 도입된 공공미술은 초기에 대중보다 장소의 관점으로 접근하며 창작과 예술성에 집중했다. 최근에는 전통 돌조각은 물론 건물 외벽의 디지털아트, 주민 참여형 설치 작업, 복합문화 공간의 초대형 상징물까지 대중의 호응을 이끌 수 있는...

    2019.06.05 17:46
  • 英 디자이너 폴 스미스 "매일 찍어 기록한 사진이 제 디자인의 원천"

    영국의 세계적 디자이너 폴 스미스(73·사진)는 클래식에 위트를 가미한 패션으로 유명하다. 영국적 장인 정신에 특유의 유머감각을 결합해 국제적인 패션 언어로 소화해서다. 그를 ‘가장 영국적인 디자이너’라고 꼽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물네 살이던 1970년 노팅엄에 처음으로 자신의 이름을 따서 연 가게는 40여 년만에 세계 72개국에 400여개 매장을 갖춘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는 1995년 영국 패션산업 발전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여왕 수출공로상을 받았고, 2000년에는 기사 작위도 얻었다. 스미스의 패션 디자인 세계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대규모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개관 5주년 기념 특별전으로 5일 개막한 ‘헬로, 마이 네임 이즈 폴 스미스’전이다. 스미스가 디자인한 의상뿐 아니라 사진과 회화, 오브제 등 540여 점과 수십년간 수집한 명화, 팬들로부터 받은 선물까지 아우른다. 유서 깊은 노팅엄 1호점 내부 공간을 전시장에 그대로 구현했고, 세계 여행을 하며 찍은 사진과 책·자전거·기념품·팬들에게 받은 선물로 채워진 디자인 스튜디오와 사무실도 재현해 보여준다. 이날 전시에 맞춰 내한한 스미스는 “보이는 모든 것이 영감의 원천이니 하나도 허투루 지나치지 말라”고 말했다. 영감을 얻기 힘들다고 말하는 사람은 제대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내가 작업한 건 것들을 찬찬히 둘러보세요. 물론 남들을 모방한다면 그건 예술이 아니겠죠. 영감을 얻어내려면 그냥 보는 것이 아니라 응시하고 관찰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수첩과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항상 기록해둡니다.” 그는 전시 제목에 대해서도 “모든 사람이 나를 안다고 생각

    2019.06.05 17:37
  • [그림이 있는 아침] 이왈종 '제주 생활의 중도'

    불교에서 중도(中道)란 극단을 떠나 한편에 치우치지 않는 올바른 행법(行法)을 말한다. 현대판 풍속화가 이왈종이 평생 매달려온 화두(畵頭)인 중도는 불교의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불가의 중도가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규정한 것인 데 비해 이왈종은 인간과 자연 사이의 관계, 인간의 내면까지를 아우르는 총체적인 삶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 ‘제주 생활의 중도’ 시리즈에는 이런 중도의 세계관이 잘 반영돼 있다.2017년 완성한 이 그림은 중도의 세계를 붓질한 150호 크기 대작이다. 사람과 자연, 현실과 꿈이 일체가 돼 아름다운 시각적 화음을 이룬다. 한지에 그리는 전통적인 관념 산수에서 벗어나 제주 풍광을 배경으로 한 사람들의 일상을 따스한 색채와 애정 어린 시선으로 보듬었다. 흐드러지게 핀 꽃잎 사이로 새, 물고기, 사슴, 강아지 등이 자유롭게 뛰논다. 거실에서는 사람들이 오순도순 술잔을 기울이며 세상을 읊조린다. 나무에 나이테가 생기듯 사람들의 이야기는 시간을 먹으며 차곡차곡 쌓여간다. 시공을 초월한 화면은 자연스레 사람들에게 말을 건다.이 작품은 지난달 25일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시작가의 두 배인 2억1000만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돼 이왈종 작품 중 경매 최고가를 기록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6.03 17:27
  • 월급쟁이·경영인·화가, 이젠 미술관장…인생 4막 시동 건 박해룡

    제약업계 최고령 최고경영자(CEO)인 박해룡 고려제약 회장(84)은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한 뒤 종근당에서 25년가량 근무하다 1982년 회사를 창업했다. 회사 경영이 점차 호전되면서 경제력도 갖추고 행복한 가족의 꿈도 이뤘다. 하지만 그의 마음속에는 늘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었다. 바로 미술에 대한 꿈이었다. 결국 2005년 회사 경영을 아들 박상훈 사장에게 넘겨주고 붓을 들었다. 잊히지 말아야 할 땅과 사람의 기억, 자취를 화폭에 담아내기 시작했다. 화가로서의 역량을 보여주며 더 큰 꿈을 꾸기 시작한 그는 2013년부터 재능과 열정을 사회적 가치로 환원하는 일을 고민했다. 현실적으로 다가온 것이 미술관 건립이었다.월급쟁이, 경영인, 화가로 살아온 박 회장이 결국 큰일을 해냈다. 지난달 28일 경기 여주시에 ‘여주미술관’을 공식 개관하고 미술관장으로 4모작 인생을 시작했다. 여주대 인근 1만㎡ 부지에 들어선 미술관은 지상 1층 건물 두 동과 2층 건물 한 동, 연면적 1000㎡ 규모다. 박 회장은 이번 미술관 건립에 총사업비 100억원을 투입했다. 건립 예산으로 그동안 모은 자신의 재산을 쏟아부었다. 미술관은 소장 작품에 최적화한 상설 전시관, 특별 전시관, 조각 공원, 어린이 미술 교실, 문화예술 세미나실, 카페 등으로 꾸몄다.2일 여주미술관에서 만난 박 회장은 “그동안 기업인과 화가로 대중과 만났다면 이제는 예술경영인으로서 화가, 미술애호가들과 만나겠다”며 “지역주민을 위한 문화 공간이자 쉼과 힐링의 공간으로 꾸며 국제적인 미술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세상이 팍팍하게 돌아가다 보니 사람들은 무엇보다 따뜻한 감성과 힐링,

    2019.06.02 17:24
  • [그림이 있는 아침] 제프 쿤스 '토끼'

    미국 현대미술가 제프 쿤스(64)는 고급 문화와 저급 문화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팝아티스트로 유명하다. 대리석, 유리, 스테인리스를 재료로 강아지나 인형, 장난감, 꽃, 보석 등과 같이 동심을 자극하는 대상을 작품으로 형상화한다. 친근한 소재에 화려한 색감과 거대한 스케일을 부여한 작품들은 마치 풍선처럼 크게 부풀어진 형태를 하고 있다.쿤스가 1986년 제작한 ‘토끼’는 스테인리스강으로 귀여운 토끼를 풍선처럼 구현한 104㎝ 크기의 조형작품이다. 얼굴은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았고, 앞발에 당근을 쥐고 있는 모습을 귀엽고 앙증맞게 형상화했다. 약간 차가워 보이지만 깔끔하고 시원한 외형을 통해 어린 시절의 동심을 이끌어낸다. 반지르르한 스테인리스강이 거울 역할을 하기 때문에 작품 앞에 서면 보는 사람과 주변의 풍경이 함께 반사된다. 쿤스에게 은색 토끼는 현대인의 희망과 순수를 상징한다. 거울처럼 반사되는 표면은 자신을 바라봐주길 바라는 욕구를 뜻한다.미국의 S I 뉴하우스 주니어가 1992년 당시로서는 고가인 100만달러에 사들였던 이 작품은 지난 15일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9107만5000달러(약 1084억원·수수료 포함)에 낙찰됐다. 지난해 11월 영국 현대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의 그림 ‘예술가의 초상’(9030만달러)이 세운 기록을 따돌리며 생존 작가 작품으로는 경매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낙찰자는 스티븐 므누신 미국 재무장관의 아버지이자 화상인 로버트 므누신으로 확인됐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5.27 17:35
  • 김환기 붉은 점화 '무제' 72억…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낙찰

    한국 추상미술 선구자 김환기(1913~1974)의 붉은색 전면점화가 홍콩 경매시장에서 72억원에 팔렸다.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김환기의 1971년작 ‘무제’(사진)가 지난 26일 홍콩 그랜드하얏트살롱에서 열린 경매에서 구매수수료를 제외한 4750만홍콩달러(약 72억원)에 낙찰됐다고 27일 발표했다. 지난해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 85억3000만원에 팔린 김환기의 ‘3-Ⅱ-72 #220’이 세운 최고가 기록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뉴욕 시절 그린 이 작품은 세로 255㎝, 가로 204.1㎝의 화면에 붉은색 점을 무한히 찍고, 맨 위쪽에는 푸른색 점띠를 두른 작품이다. 캔버스 왼쪽 밑단에도 작은 푸른 색면을 냈다. 대작인 데다 푸른색과 붉은색이라는 색채 사용의 탁월성 등이 작용해 미술계에서는 이미 70억원 이상에 팔릴 것이라는 낙관적 전망이 나왔다.이번 경매로 한국 미술품 경매가 순위도 일부 바뀌었다. 김환기의 ‘3-Ⅱ-72 #220’이 1위를 고수하고, 2위도 붉은 전면점화가 차지하면서 낙찰가 65억5000만원의 김환기 푸른색 전면점화 ‘고요 5-IV-73 #310’은 3위로 밀려났다. 상위 10위권에 김환기의 작품은 여덟 점으로 늘었다. 서울옥션은 이날 경매낙찰률 74%, 낙찰총액 6800만홍콩달러(104억원)를 기록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5.27 17:28
  • 이우환의 점·선·돌덩이…불안한 현대인 포용한 '고요의 오아시스'

    큼직한 캔버스에 선들이 하늘을 향해 꿈틀거린다. 터질 듯 부풀어 오른 점들은 때론 서로에게 눈짓을 보내기도 하고 화음을 내기도 한다. 작은 점들이 무너지는 곳에서 길이 열리고 바람이 인다. 그 사이로 소리 없는 대화가 흐른다. 인간과 사물, 자연, 시공간의 ‘관계’에 주목하며 50여 년을 쉼없이 달려온 추상화가 이우환 화백(83·사진)의 열정이 고요한 오아시스처럼 그대로 화면에 묻어 있다.서울 강남구 신사동 서울옥션 강남센터에서 다음달 16일까지 이어지는 이 화백의 개인전 ‘시간(Le temps)’은 유럽과 미국, 아시아를 누비며 일군 예술의 넉넉한 열정을 시계열로 보여준다. 5층 전시장에는 1960년대 초기 나무작업부터 1970년대 ‘점’ ‘선’ 시리즈, 1980년대 ‘바람’, 1990년 ‘조응’, 2000년대 이후 작업한 ‘대화’와 설치작품 ‘관계항’ 등 19점이 맨손으로 세계 무대에 당당히 진출한 한국 추상화가의 작품답게 강렬한 에너지를 터뜨린다.치열했던 미술인생 50년국내 생존 작가 가운데 국제무대에서 가장 활발하게 뛰고 있는 이 화백의 삶은 누구나에게 내미는 손처럼 반갑지만 그만큼 치열했다. 1956년 서울대 미학과에 입학해 한 학기를 마친 뒤 삼촌이 살고 있던 일본으로 건너간 그였다. 일본에서 철학을 공부한 작가는 1969년 ‘사물에서 존재에로’라는 글로 예술평론상을 받았다. 2년 뒤에는 최소한의 작업으로 정신성을 극대화한 미술운동 ‘모노하(物派)’의 이론적 기반이 된 비평집 《만남을 찾아서》를 출간해 국내외 미술계에 반향을 일으켰다.독일 철학자 하이데거를 비롯해 프랑스의 메를로 퐁티, 미셸 푸코 같은 대

    2019.05.26 17:29
  • 워홀·키르히너·칼더·호크니…거장들의 미술혁신을 추억하다

    현대 이전 미술가들은 자연을 캔버스에 시각적으로 재현했다. 화면 자체를 자연과 세상을 비추는 거울이자, 시대를 반영하는 창으로 여겼다. 현대사회로 접어들면서 화가들의 표현 방식과 매체가 다양해졌다. 화면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자연이 아니라 ‘문화’를 담아내기 시작했다. 전통적인 수직 방향의 화면을 수평으로 눕히기도 했다. 재현에 치중했던 화면도 점차 실물 형태를 누그러뜨리면서 추상화나 개념미술, 팝아트 형태로 변했다.화면의 혁신을 통해 다채로운 목소리를 낸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모은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삼청로 학고재갤러리에서 지난 24일 개막해 7월 10일까지 펼치는 ‘픽처 플레인(picture plane)’전이다.독일 표현주의 그룹 ‘다리파’ 창시자 에른스트 루트비히 키르히너,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 미국 추상표현주의 대가 윌렘 드 쿠닝, 키네틱 아트의 선구자 알렉산더 칼더, 영국 미술가 데이비드 호크니 등 현대미술가 12명이 각각 미술의 진화를 꾀하며 혁신적인 기법으로 대상을 표현한 작품 20여 점이 걸렸다. 우찬규 학고재갤러리 대표는 “런던과 파리에서 활동하는 큐레이터이자 소장가인 수잔 앤 로렌스 반 하겐의 컬렉션에서 전시 작품을 선별했다”며 “예술가의 관점 변화를 단서로 현대미술의 흐름을 짚어보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특유의 붓질로 현대인의 일상을 담은 작품들이 힘찬 에너지를 뿜어낸다. 독일 표현주의 화풍을 이끈 키르히너의 ‘얕은 욕조 안의 두 소녀’는 1차 세계대전이 발발했을 무렵인 1912~1913년 그리기 시작해 1920년 완성한 수작이다. 예각적 묘선으로 형태와 색채를 단순

    2019.05.26 17:28
  • 사과에 담은 農心 vs 얼음 뚫는 생명력…사진보다 더 정교한 극사실 그림 대결

    한국의 극사실주의 화풍(사진처럼 정교한 ‘눈속임 회화’)은 1970년대 미국의 하이퍼리얼리즘과 동시에 출발했다. 서양화가 지석철 고영훈 이석주 주태석 김강용 등은 국내외 화단에 들불처럼 번지던 단색조의 미니멀한 추상화를 뒤로하고 극사실주의 작업에 뛰어들었다. 사진 기술에 당당하게 맞서면서 회화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고, 미래 지향적 사유를 공유하려고 시도했다. 2000년대에는 윤병락 박성민 도성욱 이정웅 안성하 등이 발 빠르...

    2019.05.20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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