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김경갑 기자
    김경갑 기자(종료)
  • 더이상 뉴스를 발행하지 않습니다.

  • [그림이 있는 아침] 박수근 '귀로'

    ‘국민화가’로 불리는 박수근(1914~1965)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6·25전쟁을 거치면서 자신만의 시각으로 독자적인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정식 미술교육을 받지 않았지만 평생 성실한 작가로 일관했던 그였다. ‘빨래터 아낙네들’ ‘절구질하는 여인’ ‘아이를 업은 소녀’ ‘농악’ 등 서민의 평범한 일상이 반영된 박수근의 그림은 투박한 질감과 수수한 색감이 특징이다.박수근의 1964년작 ‘귀로’는 화강암 같은 질감으로 서민들의 삶을 담담하게 그려낸 수작으로 꼽힌다. 앙상한 나뭇가지로 상징되는 가난한 시대의 일상을 황토색 짙은 질감으로 표현했다. 신작로에 늘어선 나무를 따라 보따리를 이고 귀가하는 아낙네들의 모습을 비교적 따뜻한 기운으로 가식 없이 담아냈다. 나무와 여인을 배치한 아주 단순한 설정이지만 어려운 시절의 삶, 그 속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풍경이 묘한 울림을 준다.단순한 형태와 선묘를 이용해 대상의 본질을 어루만지고, 서양화 기법을 통해 우리 민족적 정서를 거친 듯 소박하게 빚어냈다. 군더더기 없이 절제된 선, 원근과 명암이 배제된 대담한 구성, 은은하고 투명한 색채는 질박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옛 기억을 불러내며 어머니 품속처럼 은은한 체취도 느껴진다. ‘인간의 선함과 진실함으로 작품을 그려야 한다’는 그의 예술론이 화면에서 뿜어져 나온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5.20 17:36
  • 김환기·이우환·유영국…10억~80억대 초고가 그림에 베팅해볼까

    1986년 익명의 미술투자자는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의 대표작 ‘건초더미’를 250만달러(약 30억원)에 사들였다. 33년 동안 소장하다가 지난 14일 미국 뉴욕 소더비 경매에 다시 올렸다. 여섯 명이 그림을 놓고 경합했다. 한 여성애호가는 가격을 1억1170만달러(약 1318억원)까지 끌어올리며 경쟁자들을 물리치고 8분 만에 그림을 차지했다. 33년 만에 무려 44배 뛴 가격으로 거래된 이...

    2019.05.19 17:05
  • 墨香千里…먹으로 수행하듯 펼친 풍경

    한국화의 전통을 잇는 수묵화 작가들은 고민이 많다. 전통과 현대의 경계에서 늘 서성거려 보지만 뾰족한 해답이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1970년대 들어 적잖은 작가가 산수화의 현대성을 모색하면서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 그나마 위안이 되고 있다. 중견 여성 수묵화가 강미선 씨(59)도 그중 한 사람이다. 스승인 남천 송수남(1938~2013)과 함께 ‘현대 수묵화 운동’을 벌여온 강씨는 지난 30년 동안 오로지 이 질문...

    2019.05.15 17:33
  • 모네 '건초더미' 1300억에 낙찰…'수련' 뛰어넘은 역대 최고가

    프랑스 인상파 화가 클로드 모네(1840~1926)의 그림 한 점 가격이 사상 처음으로 1000억원을 넘어섰다. 14일(현지시간) 미술품 경매회사 소더비에 따르면 모네의 대표작 ‘건초더미’ 시리즈 가운데 한 점(사진)이 뉴욕 경매에서 1억1070만달러(약 1318억원·수수료 포함)에 팔렸다. 모네 작품 가운데 역대 최고가다. 모네가 그린 그림 중 이전 최고가 작품은 작년 크리스티 자선 경매에서 8470만달러(...

    2019.05.15 17:31
  • 백남준 작품 '라이트 형제' 크리스티 홍콩경매 출품

    세계적인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이 1995년에 선보인 작품 ‘라이트 형제’(사진)가 크리스티 홍콩 경매에 다시 나왔다. 미술품 경매회사 크리스티의 한국사무소인 크리스티 코리아는 오는 25~26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20세기와 동시대 미술 경매’에 백남준의 ‘라이트 형제’가 추정가 380만~550만홍콩달러(약 5억7000만~8억3000만원)에 출품됐다고 13일 발표했다. 이...

    2019.05.13 18:21
  • [그림이 있는 아침] 귀스타브 쿠르베 '미역 감는 여인들'

    고전 철학에서 리얼리즘은 사물의 실재성(reality)을 주장하는 이론이나 창작 태도를 통칭하는 개념이다. 리얼리즘이 예술적 사실주의 개념으로 전환되는 것은 19세기 중반이다. 산업혁명이 전 유럽을 강타할 때 화가들은 당대 풍속이나 현실을 화면에 되살려내기 시작했다. 프랑스 화가 귀스타브 쿠르베(1819~1877)는 사실주의 미학의 선봉에 서며 역사적 사실이나 명상적인 주제들을 다뤘던 낭만주의 화풍을 배격했다. “회화는 반드시 실제로 존재하는 사물에만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한 그는 눈에 보이는 풍경과 인물을 그대로 화폭에 옮겼다.쿠르베가 1853년에 처음 제작한 누드화 ‘미역 감는 여인들’은 사실주의 화풍의 걸작이다. 수면에 비치는 조약돌을 비롯해 나뭇잎, 여인의 손짓, 목욕을 마친 여인의 뒤태를 눈에 보이는 그대로 적나라하게 묘사했다. 벌거벗은 여성에서는 우아한 여성미보다는 억센 근육이 더 눈에 들어온다. 나폴레옹 3세는 살롱전에 출품된 이 그림을 보고 불경스럽다며 손에 든 채찍으로 화면을 내리쳤다. 결국 이 누드화는 철거당하고 말았다. 사람과 자연을 독특하게 분석한 그의 이런 붓질은 후에 인상파를 낳게 하는 계기가 됐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5.13 17:44
  • 윤형근·이강소·이불…한국 '예술 전사', 베네치아 사로잡다

    ‘현대미술 올림픽’ 베니스비엔날레는 1895년 이탈리아 국왕의 제25회 결혼기념일을 축하하는 행사로 창설돼 격년제로 열린다. 이탈리아 베네치아 아르세날레 전시관의 본 전시를 중심으로 카스텔로 공원 내 28개 독립 전시관에서 세계 각국의 전시를 함께 여는 게 특징이다. 1993년에는 한국 출신 미술가 백남준이 베니스비엔날레 독일관 공동 대표로 참가해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비디오 아트의 아버지’라는 별칭...

    2019.05.12 17:32
  • 박수근·김환기·유영국·천경자…거장들 판화·아트상품 '상차림'

    촉촉한 눈망울과 서늘한 눈빛, 빨간 입술에는 외로움과 고독이 물결처럼 번진다. 두 손에 끌어안은 꽃다발이 화려하기 그지없다. 입가에 감도는 옅은 미소는 애써 고독함을 잊고자 하는 여인의 마음을 대변해준다. 고독에 싸인 한 여인의 침묵을 담아낸 고(故) 천경자 화백의 1981년 작 ‘꽃을 든 여인’이다. 천 화백을 비롯해 박수근 김환기 이대원 유영국 장욱진 정상화 김창열 이우환 이왈종 황규백 등 한국 화단을 빛낸 거장들의 ...

    2019.05.09 18:00
  • 이수동 화백 "고달픈 인생­에서 사랑 빼면 뭐가 남을까"…붓을 든 행복 전도사

    ‘화단의 로맨티스트’ 이수동 화백(60)은 작년 말 경기 일산 작업실에서 첫눈을 맞았다. 마침 작업실 귀퉁이 TV에서 가수 진성의 노래 ‘안동역에서’가 간절하게 들려왔다. 가사에 담긴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화폭에 담아내고 싶었다. 당장 붓을 곧추세워 화면에 눈을 백설기처럼 색칠했다. 수북한 눈길을 헤치며 약속 장소로 달려가는 여인의 피말리는 마음을 살갑게 터치했다. 제목은 한 편의 시처럼 ‘...

    2019.05.06 17:46
  • [그림이 있는 아침] 에드가르 드가 '리허설'

    발레는 르네상스 시대 이탈리아의 궁정 연회에서 탄생했다. 프랑스 국왕 루이 14세는 왕립무용학교를 설립하고 평생 발레를 후원했다. 초창기에는 남성이 여역(女役)을 연기했다. 1681년 장 밥티스트 륄리의 작품 ‘사랑의 승리’에서 믈 드 라퐁텐이 최초의 여성 직업 무용수로 등장해 큰 성공을 거뒀다.프랑스 인상파 화가 에드가르 드가(1834~1917)는 발레리나를 가장 잘 포착한 화가로 꼽힌다. 드가는 남녀가 함께하는 예술 장르가 아니라 발레리나에 주로 관심을 보였고, 무대보다는 리허설이나 공연 직후의 인간적인 모습을 자주 그렸다.드가가 1874년 완성한 ‘리허설’도 공연을 앞두고 연습하는 발레리나들의 모습을 포착한 걸작이다. 무용수들이 넓은 공간에서 자유롭게 연습하는 구도를 취하고 있다. 유연한 움직임과 광채가 전체 구도 속에서 완만한 선율을 나타내고 있다. 언뜻 보기에는 발레 공연 직전 리허설하는 아름답고 생동감 넘치는 장면처럼 보인다.하지만 발레리나들의 얼굴을 들여다보면 하나같이 고통에 몸부림치거나, 눈과 코, 입이 뭉개진 괴이한 모습을 하고 있다. 드가가 어머니의 외도와 그로 인한 아버지의 은행사업 파산으로 생겨난 여성혐오증을 그림에 반영한 결과라는 게 미술비평가들의 분석이다. 당시 언론들은 “드가의 발레 그림은 정신이상자의 작품”이라고 할 정도로 혹평하기도 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5.06 17:35
  • 알록달록 해외미술이 몰려온다

    미술시장이 좀처럼 활기를 찾지 못하는 가운데 알록달록한 해외 미술이 국내 화단을 점령하고 있다. 2015년 이후 국내 화단을 지배한 단색화 열풍이 한풀 꺾이면서 미국 유럽 중국 일본 등의 해외 미술품을 전시하는 미술관과 화랑의 경쟁이 더욱 뜨겁다. 많은 전시공간이 해외 작가 작품들로 채워지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국내 작가들의 설자리가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온다.서울 주요 화랑과 미술관은 스페인 산업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을 비롯해 영국 인기작가 데이비드 호크니, 스위스 현대미술가 우고 론디노네, 독일 작가 니콜라스 보데, 대만 출신 작가 제임스 진, 미국 사진작가 크리스 조던 등 해외 작가들의 전시회를 열거나 개막을 준비하고 있다. 팝아트, 난해한 개념미술, 첨단기술을 곁들인 미디어아트, 추상화, 사진예술, 디자인 등 장르도 다양하다.해외 미술 들여오는 미술관들대림미술관은 지난달 27일 스페인 산업디자이너 하이메 아욘의 국내 첫 개인전 ‘숨겨진 일곱 가지 사연’의 막을 올렸다. 디자인, 가구, 회화, 조각 장르를 넘나드는 아욘 특유의 작품전으로 애호가들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이다. 대림은 지난 5년 동안 ‘카를 라거펠트 사진전’ ‘핀 율 탄생 100주년’전, ‘북유럽 가구이야기’전, 스와로브스키 전시회, 린다 매카트니의 사진전, 스페인 작가 코코 카피탄 개인전 등을 잇달아 열어 10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을 끌어모았다.롯데뮤지엄도 해외 미술가 유치에 적극적이다. 유명 미술가를 통해 미술관의 브랜드와 사회공헌 가치를 높이겠다는 복안이다. 작년 1월 개관전으로 미국 미니멀리즘의 선구자 댄 플래빈을 소개한 데 이어 현대 회화의 거장 알

    2019.05.01 17:52
  • 전방위 아티스트 김태철 개인전

    김태철 청주대 시각디자인과 교수가 1~15일 서울 창성동 갤러리자인제노에서 ‘인연생 인연멸(因緣生 因緣滅)’을 주제로 개인전을 연다. ‘인연생 인연멸’은 글자 그대로 세상 모든 것은 인연으로 태어나고 만나고, 인연이 다하면 흩어진다는 부처의 가르침이다. 이번 전시에는 주변에 널린 잡풀을 소재로 부처의 교훈을 응축한 근작 20여 점을 걸었다.김 교수는 회화를 비롯해 시각디자인, 산업디자인, 사진을 넘나들며 활동하는 전방위 아티스트다. 현대사회의 물질만능주의에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인간의 제한된 지성과 감각을 다양한 시각예술로 형상화해왔다. 다채로운 미술 장르에 두루 밝을 뿐 아니라 평생 카메라와 붓을 놓은 적이 없었다.햇빛이 물든 잡풀을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 작업실에서 밤새 채색한 작품들은 현란한 생명력을 쏟아낸다. 지천으로 무성한 풀잎들이 고개를 숙여 바람에 길을 공손히 내어주는 모습을 포착해 색을 올리고, 무수한 선을 담아내서다. 김 교수는 “무성히 자라서 군락을 이룬 풀 모습에서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인간관계를 유추해 냈다”며 “사유에 꼼짝없이 걸려 자유스럽지 못한 현대인들의 상념을 풀어냈다”고 설명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4.30 17:44
  • [그림이 있는 아침] 피터르 브뤼헐 '바벨탑'

    지금으로부터 4000년 전 노아의 홍수를 겪고 난 뒤 인간들은 하늘나라가 궁금해 바빌론에 바벨탑을 쌓는다. 거대한 탑을 쌓아 하늘에 닿으려 했던 인간의 헛된 욕망과 교만한 행동에 분노한 하느님은 본래 하나였던 언어를 여럿으로 분리해 서로 알아듣지 못하게 했다. 바벨탑은 결국 완성하지 못했고, 탑을 세우고자 했던 인간들은 불신과 오해 속에 세계로 뿔뿔이 흩어지게 된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바벨탑에 관한 이야기다.16세기 네덜란드 최고의 풍속화가 피터르 브뤼헐(1525~1569)이 1563년 완성한 ‘바벨탑’은 이런 성경 이야기를 차용한 걸작으로 꼽힌다. 16세기 유럽 섬유산업 도시 플랑드르의 모습을 생생하게 담아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시각예술로 보여준다. 화면 중앙에 바벨탑을 크게 배치하고 사람과 집, 나무 등을 상대적으로 작게 묘사해 탑의 웅장함을 강조했다.호위병과 건설 인부들로 둘러싸인 오만한 군주는 화면 왼쪽 하단에 배치해 왕의 절대적인 권력도 살려냈다. 군주의 과도한 허영심은 꼭대기가 구름에 닿을 정도로 점점 높아지는 탑에 반영했다. 바벨탑을 표현하면서도 당시 건설 장면, 건설 공법, 중장비도 매우 세밀하게 잡아냈다. 전체적으로 색에서 주는 느낌은 매우 따뜻하며 어찌 보면 정감있고 차분해 보인다. 정치사회적으로 오만한 욕망이 극에 달한 요즘 그림을 감상하며 바벨탑의 교훈을 되새겨보면 어떨까.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4.29 17:33
  • 갤러리 현대, 뉴욕시장 첫 진출…30일 트라이베카에 쇼룸 개관

    국내 최대 화랑 갤러리 현대가 세계 현대미술의 1번지 미국 뉴욕에 진출한다. 도형태 갤러리 현대 대표는 30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트라이베카 지역에 ‘갤러리 현대 뉴욕 쇼룸’(사진)을 연다고 29일 발표했다. 내년 개관 50주년을 맞는 갤러리현대의 뉴욕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다. 도 대표는 “뉴욕 쇼룸은 예약제 형태로 운영하되, 정기적인 전시는 가급적 지양한다”며 “뉴욕에서 열리는 다양한...

    2019.04.29 17:25
  • "아트 셰어링으로 고객과 소통…지역민들 문화 쉼터 만들겠다"

    ‘예술에도 삶에도 진정한 의미를 부여하는 색깔은 오직 하나다.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프랑스 화가 마르크 샤갈이 생전에 남긴 이 말을 젊은 시절 가슴 한편에 품고 살았다. 1975년 학군단(ROTC) 장교로 전역한 뒤 무역회사에 다니면서 미술에 관심을 가졌다. 1984년 직장을 그만두고 쌀 유전체(DNA) 분석 및 화학산업원료 수입 사업(오성켐스)을 하다가 1994년에는 의료 및 과학기기 제조업체인 한국케트를 설립했다.회사를 운영하며 틈나는 대로 미국 유럽 등에 가서 미술품을 구매했다. 그림에 투자하기보다는 감사와 나눔을 실천한다는 뜻에서다. 집무실을 비롯해 사무실, 회의실, 연구소에 수집한 그림을 걸었다. 그림으로 인해 직원들의 감성 에너지가 창조적인 아이디어로 전환될 수 있다는 게 어렴풋이 느껴졌다. 미술 애호가인 안대현 한국케트 사장(69)의 이야기다.안 사장은 올해 한국케트 25주년 및 오성켐스 설립 35주년을 맞아 큰 일을 벌였다. 충북 청주시의 준공 허가를 받아 지난달 29일 ‘SJ미술관’(관장 이순정)을 정식 개관했다. 총사업비 30억원을 투입한 미술관은 청주 서원구 죽전리 일대 3300㎡ 부지에 지상 2층, 연면적 330㎡ 규모로 들어섰다.안 사장은 “전시관과 카페 등으로 구성했다”며 “미술관에 딱 맞게 볕이 들고 환기가 잘 되도록 설계하는 데 역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술관은 지역, 도시, 나아가 국가의 문화적 수준을 보여주는 공간”이라며 “예술과 인간을 매개하는 쉼과 힐링의 공간으로 꾸밀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안 사장은 개관전으로 그동안 수집한 미술품 400점 가운데 김기창을 비롯해 심정보, 중국의 라이젠 등 국내외

    2019.04.28 17:26
  • "벚꽃이 활짝 핀 순간 포착…행복과 성공의 절정 붓질"

    “가슴에 켜켜이 쌓인 상념과 추억의 파편을 붓 가는 대로 화면에 옮깁니다. 내 속의 환영과 내밀한 속삭임을 그린다고나 할까요.”서울옥션이 운영하는 프린트베이커리 서울 삼청점에서 개인전을 열고 있는 중견화가 박현옥 아이네트코리아 대표(64)는 “앙리 마티스가 자신의 그림에 대해 쉼을 주는 ‘안락의자’라고 한 것처럼 늘 평범한 일상을 함께하는 사람들에게 붓끝으로 행복을 전해주고 싶다”며 이같이 말했다.꽃과 소나무 그림으로 유명한 박 대표는 박명구 금호전기 회장의 부인이다. 이화여대 의류학과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그는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교단 생활, 회사 업무 탓에 그림 그릴 엄두도 못 냈지만 1990년대 초 늦깎이로 시작해 25년의 미술 인생을 힘차게 달려왔다.어린 시절부터 미술에 푹 빠졌던 그는 집안의 반대로 화가의 꿈을 접었다가 교단에서 자리를 잡고 난 다음 붓을 들었다. 1999년 첫 개인전을 연 그는 시카고, 홍콩, 로스앤젤레스, 대만, 싱가포르, 두바이 등에서의 전시와 아트페어(미술장터)에 연달아 작품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2007년에는 프랑스 파리의 갤러리 ‘에스파스 퀼튀르’(문화공간)에서 올해의 작가상을 받았다. 최근에는 조명장치 유통업체 아이네트코리아를 이끌면서 그림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있다.오는 28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회 주제는 ‘봄날, 오후(spring afternoon)’. 봄의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벚꽃을 포착해 물감을 두툼히 쌓아 질감을 살려낸 근작 15점을 걸었다.끊임없이 자연과 교감하는 그의 꽃 작업은 예쁘고 화사한 부분에 중점을 두지 않는다. 인생의 가장 행복한 순간을 화면에 수놓아 영원히 기억하게 하

    2019.04.25 17:34
  • [그림이 있는 아침] 청전 이상범 '설악산'

    청전 이상범(1897~1972)은 한국의 보편적인 산수(山水)에 선인들의 이념, 즉 ‘요산요수(樂山樂水)’의 정신을 접목해 조선 회화와 근대 한국화의 가교 역할을 했다. 조선 말기 화가 심전 안중식의 문하에서 그림을 배운 그는 초창기에는 조선시대 사의적(寫意的) 화풍을 충실히 따랐다.하지만 1950년대 들어 새로운 진경산수 화풍을 모색하며 소위 ‘청전 양식’이라는 독자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농담을 달리한 짧은 붓질을 수없이 반복하고, 점을 찍는 듯한 ‘미점법(米點法)’을 활용한 작품들은 단번에 화단의 주목을 받았다.해방 이듬해인 1946년에 그린 ‘설악산’은 ‘청전 양식’의 탄생을 예고한 작품이란 점에서 눈길을 끈다. 설악산의 평화로운 풍경을 해방 이전에 즐겨 사용하던 뾰족한 침엽수 대신 맑고 연한 담묵으로 은은하면서도 부드럽게 재현했다. 붓질을 중첩해 바위의 묵직한 단면을 부각했고, 먹의 농도를 줄이면서 화선지 본래의 색이 드러나도록 환하게 처리했다. 뾰족하고 험악한 바위를 마치 도끼로 찍은 듯한 부벽준법으로 그려 산의 기운을 마음껏 펼쳐 보인다.설악산의 깊고 웅장한 모습을 그려 우리 산하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녹여냈고, 제작연도를 왼쪽 하단에 단기로 적어 광복의 감격도 담아냈다. 설악산의 풍경을 파격적인 수직 구도로 그려낸 청전의 손맛을 듬뿍 전해준다. 이 그림은 198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10주기 기념전에 출품돼 화제를 모았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4.22 17:36
  • 南에선 외면, 北은 추방…냉전에 가려진 천재 화가 변월룡

    축 늘어진 버들가지는 미세한 바람에도 이리저리 휘날린다. 꽃사슴은 항상 주위를 경계하면서 나뭇잎이 뒹구는 소리만 들려도 화들짝 놀란다. 버드나무가 ‘휘둘림’에 비유된다면, 사슴은 ‘놀람’의 상징이다. 국내 화단에서 이름이 낯선 ‘카레이스키’(옛 소련 고려인) 미술인 변월룡 화백(1916~1990·사진)은 러시아에서 뿌리내리지 못하는 자신과 소수민족의 비애를 버드나무와 ...

    2019.04.22 17:27
  • 형형색색 봄꽃·나비 그림으로 집안·사무실 산뜻하게 바꿔볼까

    봄을 맞아 집안과 사무실을 화사한 분위기로 바꿀 만한 중저가 미술품 위주로 구성된 이색 온라인 경매가 열린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24일까지 펼치는 ‘자선+프리미엄 온라인 경매’다.미술품으로 일상의 공간을 매력적으로 연출해보자는 취지에서 꽃 그림을 비롯해 화조도, 럭셔리 아이템, 자선 상품 등 200여 점을 경매에 부친다. 예상 추정가는 20억원에 달한다. ‘봄을 맞아 분위기 한번 바꿔보세요!’를 주제로 한 프리미엄 경매에는 영국 미술가 데미안 허스트를 비롯해 김종학, 황염수, 임직순, 천경자, 이숙자, 이왈종, 윤병락, 유의랑, 권기수 등 쟁쟁한 작가들의 작품이 비교적 싼 가격에 나와 있다. 직장인이나 주부, 기업인 컬렉터들이 새봄을 맞아 부담 없는 가격으로 그림을 구입해 집안과 사무실 분위기를 산뜻하게 꾸밀 수 있는 기회다.가장 눈길을 끄는 작품은 데미안 허스트의 2007년작 ‘내 사랑은 순수(My Love is Pure)’다. 형형색색의 나비를 수놓은 이 그림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삶을 보여주는 동시에 부정할 수 없는 소멸의 현실을 아울렀다. 추정가는 1억2000만~2억원이다.‘장미의 화가’로 알려진 황염수의 작품도 나와 있다. 강하고 짙은 윤곽선과 강렬한 색채로 장미의 아름다움과 생명력을 개성 있고 독특하게 그려냈다. 경매는 1200만원부터 시작한다. ‘설악산 화가’ 김종학의 ‘벚꽃’(추정가 2000만~4000만원), 김순겸이 방짜유기(놋쇠를 두드려 만든 그릇)에 담아낸 노란 유채꽃 그림(1000만~1500만원), 김덕기의 ‘꽃향기’(500만~800만원) 등도 새 주인을 찾는다.고미술품으로는 조선시대 민화 6폭짜리 ‘화조도’가 추정가 1800만원

    2019.04.21 17:35
  • 난청으로 못다한 음악인생…들리는 색채미학으로 변주

    음악가 겸 아티스트 최소리(52)는 유년 시절 남도 농악에 빠져들어 농악패를 따라다니곤 했다. 중학교 때 밴드부에 들어가 드럼을 만났다. 매일 12시간 이상은 두들겨야 직성이 풀렸다. 누가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닌데 신들린 사람처럼 소리를 만들어 냈다. 1991년대 헤비메탈그룹 백두산의 드러머로 4년 가까이 활약하다가 솔리스트 타악기 연주자로 독립해 1997년 첫 앨범 ‘두드림’을 냈다. 한창 음악가로 질주할 때 느닷없이 소음성 난청 질환이 찾아왔다. 막막한 현실에 뜬눈으로 밤을 새우며 ‘보이는 소리’를 만들어야겠다고 다짐했다. 드럼 대신 금속판과 종이에 스틱과 북채를 거칠게 두들겨 형태를 마련하고 색감을 입혔다. 숨차게 달려온 미술 인생의 벅찬 여정이 이제 봄꽃처럼 피어나고 있다.17일 서울 인사동 토포하우스갤러리에서 개막하는 최씨의 개인전 ‘소리를 본다’전은 지난 20년 동안 죽어라 그림에 매달린 음악가의 감성이 얼마나 풍요로울 수 있는가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전시장 1~3층에는 드럼 대신 금속판과 종이에 색을 입히고, 지워내는 과정을 통해 완성된 대작 60점이 걸린다. 그림과 음악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로 만들고자 캔버스를 붙들고 열정을 ‘씨줄’로, 집념을 ‘날줄’로 변주한 작품들이다.두툼하고 따듯한 손, 텁수룩한 수염에 시꺼먼 작업복, 길게 딴 머리, 벙거지 모자로도 그의 미술 인생이 가슴을 치고 들어온다. 최씨는 칙칙한 검정 일색에 둘러싸여 있었으나 눈빛만은 반짝 빛났다.사람들이 ‘반쪽 화가’라 치부했을 때 그는 “미술이란 인간이 절망하는 지점에서 색깔을 내보여 꿈과 희망을 일깨우는 것”이라고 반문

    2019.04.16 17:28
  • [그림이 있는 아침] 변관식 '농촌의 만추'

    근대 한국화의 거장 소정 변관식(1899~1976)은 일제 강점과 해방, 6·25전쟁으로 이어지는 역사적 굴곡 속에서 세상의 명리에 연연하지 않고, 한국적이면서 현대적 미감을 갖춘 수묵산수의 새로운 경지를 일궈냈다. 건필·농묵의 수많은 묵점과 묵필로 점철된 그의 산수화는 예술이기 이전에 시간과 열정의 결정체이자 내재화된 삶의 방식이다.1957년 완성한 ‘농촌의 만추’는 이런 삶과 열정을 고스란히 담아낸 소정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소정이 얼룩진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를 공개 비판하면서 기존 화단의 비리와 결별을 선언하고 스스로 정직한 야인으로 살기 시작한 해 완성했다. 추수를 다 마친 늦가을 농촌의 풍경과 시골의 흙내음을 비교적 진하게 풀어냈다. 짧은 선을 문지르듯 겹쳐 그으면서 윤곽과 음영을 동시에 살려내고, 거기에 갈색을 입힌 색감이 곳곳의 진한 먹빛과 어우러져 조화를 이룬다. 나무와 집, 논두렁, 마른 풀을 진한 먹으로 대담하게 표현한 화면은 활달한 느낌마저 자아낸다. 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것처럼 그리는 부감법(俯瞰法)을 취하면서도 하늘을 과감하게 차단해 공간경영의 묘미도 살려냈다. 1939년부터 전국을 돌며 동양화의 근본인 수묵을 차곡차곡 쌓은 공력이 화면 곳곳에 다양한 뉘앙스를 풍기며 빛을 발한다.효율성이 미덕으로 칭송되고, 단순함이 미학의 표준이 돼버린 21세기에도 소정이 일궈낸 수묵화의 세계는 세월을 거스르는 생명력으로 다가온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4.15 17:42
  • "예술엔 완성이란 없어…창작 당시 정신세계를 기록하는 과정"

    오른손에 붓을 들고, 왼손은 쥐거나 휘저으면서 그림을 설명한다. 색채에 대해 이야기하는가 싶더니 눈 깜짝할 순간에 형상과 비형상의 세계를 숫자로 명쾌하게 비유한다. 그림은 ‘1+1=2’가 되는 절충이 아니라 합쳐지면 무엇이든 다 되는 ‘종합’이란다. 형상과 비형상은 동전의 앞뒷면에 불과하다며 그 틈새를 파고들어 노자의 무위(無爲)사상을 연출하기 위해 ‘지금, 여기’에 붓을 들고 있다는 말이 생경하다. 한국 추상미술 1세대 작가 김병기 화백의 목소리는 103세에 어울리지 않게 아직도 쩡쩡하다.10일 생일에 맞춰 서울 평창동 가나아트센터에서 개인전을 시작한 김 화백은 “오늘도 붓질을 하면서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 즐겁고 행복하다”며 “예술에 ‘완성’이란 게 없고, 창작 당시의 정신과 형상을 기록하는 과정일 뿐”이라고 말했다.1916년 4월 평양에서 태어난 김 화백은 도쿄에서 서양화를 배운 부친(김찬영)의 뒤를 이어 자신도 일본에서 유학하며 김환기, 유영국, 이중섭 등과 함께 한국 근대미술 정립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 1948년 월남(越南)한 그의 치열한 삶의 족적은 디아스포라(이산)의 아픔을 떠올리게 한다. 월남 전에는 북조선문화예술총동맹 산하 미술동맹 서기장을, 월남 후에는 한국문화연구소 선전국장, 종군화가단 부단장, 서울대 강사, 서울예고 미술과장을 지냈다. 1965년 한국미술협회 3대 이사장으로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에 참석했다가 홀연히 미국에 정착한 그는 2015년 뉴욕 생활을 청산하고 귀국했다. 이듬해 서울 평창동에 작업실을 차리고 인근 북한산과 건물, 사람과의 관계 등을 화면에 녹여내고 있다.다음달 12일까지 &lsqu

    2019.04.10 17:25
  • 서예가 죽암 여성구 개인전…10일 갤러리 라메르서 개막

    중견 서예가 죽암 여성구 씨가 10~16일 서울 인사동 갤러리 라메르에서 개인전을 연다. 2004년과 2009년, 2014년에 이어 네 번째 개인전이다. 초등학교 시절 처음 서예를 접한 여씨는 아버지가 글씨 쓰는 모습을 어깨너머로 보며 평생 서예가로 살았다. 구당 여원구를 스승으로 모시고 36년간 서예를 공부한 그는 최근 철(鐵)필로 쓰는 전각, 모(毛)필로 쓰는 서예의 세계를 탐구하며 대중화에도 힘쓰고 있다.‘칼과 붓으로 유유자적을 즐긴다’라는 뜻의 ‘도필자적(刀筆自適)’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전각 502방, 서예 402점을 전시장에 풀어놓는다. 중국 명나라 말기의 홍자성이 쓴 채근담의 전문을 전각과 서예로 각각 옮겼다. 채근담은 청빈한 생활과 자연의 아름다움, 인격의 수련을 담은 책이다. 붓으로 자연의 순리를 따르면서도 칼의 힘으로 난관을 뚫는 문구들이 더욱 정감이 간다. 그래서일까, 여씨의 서예 작품은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은 균형이 돋보인다.여씨는 “서예가가 직업이지만 쓰고 새기는 작업을 일로 여기기보다는 그 과정의 즐거움과 묘미를 잃지 않으려 한다”며 “획이 공간으로 들어차는 것과 여백을 활용해 조화를 이루고 ‘필’을 잡는 강약을 달리하며 서체의 조화를 만들어간다”고 말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4.09 17:27
  • "나비는 행복과 자유의 상징…현대인의 자화상 같은 존재"

    봄꽃들이 즐거움과 치유의 기쁨을 안겨주듯 활짝 피어나 있다. 나비들은 하늘과 꽃을 향해 힘차게 날아다닌다. 나비의 날갯짓은 우주의 수많은 별처럼 화려하고 은은하게 빛난다. 평생 나비와 꽃에 천착해 온 중견 여성화가 곽연주 씨의 최근작 ‘행복 여행’은 마치 봄기운처럼 묘한 생명력을 쏟아낸다.‘행복 여행’을 주제로 한 곽씨의 개인전이 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시작됐다. 오는 29일까지 열리는 이번 전시회는 ‘행복 여행’이란 글자 그대로 꿈과 행복을 찾아 어디론가 무작정 떠나는 감미로운 여정이다. 작년 겨우내 작업한 신작들을 모아 좋은 사람들과 여행을 하듯 즐기고 싶은 화가의 마음을 담았다. “볼수록 행복해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따뜻하고 정겹다. 홍익대 미대 대학원을 졸업한 곽씨는 동서양의 미술에 두루 밝을 뿐 아니라 평생 붓을 놓은 적이 없다. 그림과 동행한 30년 세월이 이제 무르익어 나비처럼 날고 있는 것이다.전시장에는 나비의 나풀거림과 화려한 꽃의 간극을 메워 일체의 교감을 이끌어낸 작품들이 미감을 뿜어낸다. 나비들은 자유를 갈망하는 현대인의 삶을 은유하고, 방긋 웃는 화초들은 부유하는 생(生)의 발자취처럼 소곤소곤 말을 걸어온다. 화면에 자동차와 훈민정음의 글자를 끌어들여 현대성과 역사성까지 아울렀다. 자연의 온갖 감미로운 향기를 퍼 나르는 나비를 통해 현대인의 꿈과 행복을 색칠한 작가의 생각이 기발하다.곽씨가 이런 나비를 화면의 중심 소재로 즐기는 이유는 뭘까. 그는 “나비의 몸짓은 연약한 날갯짓이지만 아름다운 꿈을 향해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의 자화

    2019.04.08 17:24
  • 청전의 秋色에 반하고, 소정의 금강산 萬古絶色에 홀리고…

    중국 근대미술의 대가 치바이스(1864~1957) 작품 ‘산수십이조병’은 2017년 베이징 경매회사 폴리의 추계 경매에서 무려 9억3150만위안(약 1570억원)에 낙찰되며 세계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근대 중국화 그림값이 파죽지세로 1500억원 가까이 치솟는 동안 비슷한 시기에 활동한 전통 한국 화가들의 작품 가격은 국제 화단의 시선이 민망할 정도로 맥을 못 추고 있다. 근대 한국화의 거장 청전 이상범(1897~19...

    2019.04.07 17:30
  • 김동유·윤병락·김덕기·박성민…인기화가들 신작이 200만원

    ‘인사동 터줏대감’ 노승진 노화랑 대표(70)는 1976년 서울 인사동에서 우연히 그림을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졌다. 그 느낌으로 이듬해 화랑을 열었다. 갤러리 현대, 국제갤러리, 가나아트센터 등 대형 화랑들이 속속 인사동을 떠나도 흔들리지 않았다. 오히려 1990년에 4층 건물을 매입하며 사업을 확장했다. 하지만 미술 애호가층이 너무 좁고 시장도 협소했다. 화랑의 문턱을 낮추고 미술시장의 저변을 확대하자는 취지에서 1999년 ‘미니아트 마켓’이란 타이틀로 국내 처음 작은 그림전을 시도한 이유다. 2006년부터 ‘작은 그림-큰 마음’ 전으로 이름을 바꿔 매년 열어 큰 성공을 거뒀다. 고인이 된 송수남 이두식 윤형근을 비롯해 서세옥 이우환 하종현 이왈종 전광영 이석주 황주리 이수동 등 인기 작가나 거장 200여 명이 이 전시회를 거쳐 갔다. 그동안 작은 그림전을 통해 확보한 미술애호가도 1500여 명에 달한다.노 대표가 지난 20년 동안 벌여온 작은 그림전은 이제 노화랑의 인기 브랜드가 됐다. 올해도 그가 직접 기획한 ‘내일의 작가-행복한 꿈’전을 6일부터 오는 20일까지 연다. 유능한 작가를 발굴하고 육성하는 동시에 봄철을 맞아 집안과 사무실 인테리어에 관심을 보이는 애호가들을 끌어모으겠다는 생각에서다. 스타작가 김동유를 비롯해 윤병락 김덕기 박성민 이동재 이호련 노세환 등 탄탄한 화력을 갖춘 작가 10명이 공들여 제작한 3~12호 소품 100여 점을 내건다. 작다고 허투루 그린 그림이 아니다. 저마다 독자적인 조형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들이 전시에 맞춰 보내온 ‘물감이 채 마르지 않은 작품’이다. 미술 경기 불황을 반영해 점당 판매가격을 시중보다

    2019.04.04 17:30
  • 마그리트 기막힌 상상력…사진·영상으로 마주하다

    지난달 29일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홍콩경매에서 벨기에 초현실주의 대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의 ‘세이렌의 노래’가 응찰자들의 치열한 경합 끝에 추정가 4000만~4800만홍콩달러를 훌쩍 넘긴 약 72억원(5000만홍콩달러)에 팔렸다. 낙찰가의 18%인 구매 수수료까지 더하면 85억5200만원이다. 마그리트 작품이 아시아 경매시장에 처음 나온 것은 물론, 초고가에 팔려 미술애호가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세계적으로 사랑받는 현대미술 거장 마그리트의 예술세계가 어떻게 ‘발아’했는지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경기 용인 뮤지엄그라운드에서 1일 개막한 ‘르네 마그리트, 더 리빌링 이미지(The Revealing Image)-사진과 영상’전을 통해서다. 전시장에는 벨기에 자비에 카노네미술관과 개인 소장가 5명에게 빌려온 사진과 영상, 판화 등 총 150여 점이 걸렸다. 상식의 세계를 뒤집은 마그리트의 유년시절부터 말년에 이르기까지 삶의 여정을 사진과 영상으로 엿볼 수 있다.사진 영상 등 130점 출품‘초현실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마그리트는 20대 초반 벨기에 왕립미술학교에서 그림을 배웠다. 초기에 입체파의 영향을 받은 그는 1926년부터 5년간 프랑스 파리에 머물면서 살바도르 달리와 호안 미로, 시인 폴 엘뤼아르 등과 교류하며 상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를 시각예술로 승화시켰다. 당시 파리의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무의식적 자동기술법인 ‘오토마티즘(Automatisme)’에 심취한 것과 다른 길을 택했다. 그는 사과, 돌, 새, 담배 파이프 등 친숙한 대상을 엉뚱하게 결합시켜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즐

    2019.04.01 18:05
  • [그림이 있는 아침] 호크니 '더 큰 첨벙'

    세계 화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생존 작가 중 한 사람인 데이비드 호크니(82)는 자전적인 독특한 이야기들을 마치 일기를 쓰듯 팝아트 형식으로 풀어낸 작가로 유명하다. 영국 왕립예술학교를 졸업하고 1964년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간 그는 샌타모니카 인근에 거주하며 도시의 뜨거운 햇빛과 유리, 수영장 등을 표현하는 데 몰두했다. 집마다 갖춰진 수영장 위로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광경에 매료돼 이를 모티브로 한 ‘수영장’ 시리즈를 발표해 큰 명성을 얻었다.1967년 완성한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도 샌타모니카 인근 대저택에 딸린 풀장을 마치 스냅 사진처럼 포착한 수영장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버클리의 캘리포니아대에서 강의하던 시절, 직접 촬영한 사진을 바탕으로 작업한 2m 크기의 대작이다.호크니는 수영장을 그리면서도 미술 장르와 기법, 사물을 포착하는 방식에 깊이 파고들었다고 한다. 캘리포니아의 햇빛을 여과 없이 잡아내기 위해 광택이 풍부한 아크릴 물감을 활용했고, 공들여 그린 물거품은 추상표현주의 그림에서 자주 등장하는 우연성에 대한 탐구로 여겨진다. 또 수영장 뒤쪽 배경의 낮은 건물은 미니멀리즘 미학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격자 형태를 은유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4.01 17:53
  • 새 봄 집단장에 이사철 겹쳐…그림 판촉전 치열

    경기 하강 국면으로 위축된 화랑업계가 봄 시즌을 맞아 모처럼 북적인다. 직장인과 주부, 기업인들이 집안과 사무실 분위기를 산뜻하게 꾸미는 계절 수요가 그 어느 때보다 증가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봄 이사철과 5월 가정의달 선물 수요가 겹치면서 거래가 한층 힘을 받고 있다. 화랑업계는 절호의 기회를 놓칠세라 다채로운 기획전을 마련해 애호가들을 대상으로 뜨거운 판촉전을 벌이고 있다.주요 화랑은 근대화가 변관식과 이상범을 비롯해 변월룡, 김병기, 이건용, 김정수, 토비 지글러 등 국내외 작가 50여 명을 라인업해 작품전을 열거나 준비 중이다. 경기가 안 좋다곤 하지만 지난해 경매시장 규모가 2000억원대를 넘어선 데다 1000만원 미만 중저가 그림이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정부가 올 들어 기업의 미술품 손비 처리 범위를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늘린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화랑업계 ‘봄철 특수’ 공략상업화랑들은 예술성이 높고 투자 가치도 겸비한 작가들로 진용을 짜고 있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 현대는 전통 한국화를 봄철 특수의 키워드로 잡았다. 조선시대 회화 전통을 계승한 근대작가 이상범과 변관식의 대작 100여 점을 걸어 두 작가의 치열한 삶과 예술을 조명하는 동시에 투자자에게 근대미술의 가치와 가능성을 부각할 방침이다.학고재갤러리는 ‘옛것을 배워 새것을 창조한다(溫故而知新)’는 정신을 화면에 녹여낸 한국화가 김호득과 ‘카레이스키(옛 소련 고려인)’ 미술인 변월룡의 그림으로 특수 공략에 나섰다. 특히 한민족 출신 변월룡의 작품세계를 조명하면서 판매와 연계할 계획이다. ‘인사동 터줏대감’ 노화랑은 김동유 윤병락

    2019.03.31 17:34
  • 전통 한국화에 흠뻑 빠진 50년…봄꽃처럼 활짝 핀 공력과 연륜

    붓 잡은 지 50년, 오용길 화백(70)은 한결같이 한국화의 정통성을 고수하며 장식적인 것이나 시류에 빠지지 않고 전통 수묵담채화를 꾸준히 보여줬다. 27세 때인 1973년 대한민국 미술대전(국전)에서 문화공보부 장관상을 받아 일찍이 두각을 나타낸 그는 선미술상, 월전미술상 등을 잇달아 수상하며 굴곡 없이 평탄한 화가의 길을 걸어왔다. 전통 한국화의 명맥을 이어온 그의 50년의 공력(功力)과 연륜은 이제 고향집 앞마당의 홍시처럼 한껏 무르익었다. 한국화의 정체성은 아무리 시대가 바뀌어도 계속 지켜야 할 우리의 자산이라는 그의 생각이 빛을 발한다.지난 25일 서울 신사동 청작화랑에서 시작한 그의 개인전은 서양화가 대세인 화단에서 ‘지필묵의 전통은 한국 미술의 장점이면서 정체성’이라는 점을 단번에 증명해 보이는 자리다. ‘봄’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전남 광양을 비롯해 서울 인왕산, 경남 함양과 강원의 설악산 등을 찾아 마음속에 풍경을 담아뒀다가 작업실에서 되살려낸 30여 점을 내놨다. 전시장에서 만난 오 화백은 “한국화와 서양화는 엄연히 지필묵이 다르고 그 맛 역시 같을 수 없다”며 “내 그림은 수묵의 특성을 살리면서 서양의 풍경화적인 요소를 수용해 그린 풍경화”라고 힘줘 말했다.현장 사생에 충실한 풍광은 먹이 번져 퍼져나가는 부드러움으로 따듯하고 정겹다. 빛을 따라 점점이 붓질한 점묘 기법의 독특한 변주는 수묵담채와 만나 은은하게 반짝거린다. 겨울에서 이제 막 깨어난 갈색과 하얀 빛도 점점이 화선지에 비친다. 온유한 성격의 작가는 자신의 몸에서 걸러낸 감각적이면서 깔끔한 매무새로 전원의 서정을 단정하면서도 감칠

    2019.03.28 17:23
/ 1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