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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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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 있는 아침] 르네 마그리트 '세이렌의 노래'

    벨기에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1898~1967)는 한평생 상식을 뛰어넘는 창의적인 사고를 시각예술로 승화시켰다. 당시 초현실주의 화가들이 무의식적 자동기술법인 ‘오토마티슴(Automatisme)’에 심취한 것과 달랐다. 그는 사과, 돌, 새, 담배 파이프 등 친숙한 대상을 엉뚱하게 결합시켜 시각적 충격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키는 데페이즈망(Depaysement) 기법을 즐겨 썼다.그림으로 관계와 실존의 미학을 시도한 그의 데페이즈망 기법은 2차 세계대전 이후 팝아트를 비롯해 영화·건축·광고 등 문화산업 전반에 많은 영향을 줬다.1953년 제작한 ‘세이렌의 노래’ 역시 바다를 바라보는 남성의 뒷모습과 촛대 위 촛불, 나뭇잎, 물이 담긴 유리잔을 한 화면에 배치한 데페이즈망 기법을 활용해 시각적인 충격을 주는 작품이다. 대상을 사실적으로 묘사하되 모순되거나 대립되는 요소들을 한 화면에 담아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바다의 요정’ 세이렌을 연출했다. 특히 중절모를 쓴 남자는 마그리트가 평생 즐겨 사용했던 소재다.마그리트도 평소 중절모를 자주 쓰고 다니며 사람들에게 주목받는 것을 꺼렸다고 한다. 남자의 뒷모습을 극적으로 잡아내 그의 무의식을 여과 없이 표출한 이 그림은 상식과 고정관념의 틀을 깨고 현실의 세계를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도록 유도한다. 어쩌면 20세기 산업화의 격랑 속에서 고립돼가는 현대인의 외로움과 소외감에 대한 메타포가 아닐까.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3.25 17:50
  • 홍콩에 1조원대 아트마켓…국내 미술계 총출동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은 지난해 홍콩 경매에서 663억원의 낙찰액을 기록했다. 전체 낙찰총액(1280억원)의 절반이 넘는 액수다. 그만큼 국내 시장이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화랑과 경매회사, 작가들이 너도나도 ‘아시아 아트허브’ 홍콩으로 눈을 돌리는 이유이기도 하다.국내 미술계가 이번주 홍콩 ‘아트위크’ 시즌을 겨냥한 특수 잡기에 나선다. 아시아 최대 미술장터인 아트바젤 홍콩(3월 29~31일)을 비롯해 아트센트럴(3월 27~31일), 하버아트페어(3월 29일~4월 1일) 등 대규모 미술장터가 잇달아 열려 세계의 시선이 홍콩으로 쏠리기 때문이다. 세계 미술 애호가들이 이들 행사에서 미술품 구입에 쓰는 돈만 1조원이 넘는다.국내 화랑 100여 곳 ‘홍콩 출사표’국내 화랑 100여 곳은 세계적 컬렉터들이 흥분할 만한 단색화는 물론 단색 계열의 추상화, 민중미술까지 작품 영역을 넓히며 홍콩 판촉전에 뛰어든다. 국제, 학고재, 아라리오, PKM, 리안, 원앤제이 등 화랑 6곳은 오는 29일 홍콩 컨벤션센터에서 개막하는 아트바젤 홍콩에 참가해 가고시안, 하우저&워스, 화이트큐브, 리먼머핀 등 세계 유수 화랑들과 치열한 판매전을 벌일 예정이다.국제는 한국추상미술 개척자 유영국을 집중 조명한다. 학고재는 백남준 윤석남 신학철 강요배 오세열 김현식 노순택 등의 작품으로 부스를 꾸며 한국 미술의 새로운 방법론을 제시할 방침이다. 리안은 이건용 남춘모 김택상 윤희의 작품을 걸고, 아라리오는 엄태정 강형구 심문섭 변순철 권오상의 작품을 소개한다.올해로 7회째를 맞는 아트바젤 홍콩은 한국을 비롯해 미국 영국 중국 등 36개국, 242개 갤러리가 참가해 국

    2019.03.25 17:33
  • 교통표지판·웃통벗은 남성·맥주집…연극무대처럼 각색한 '아트의 수다'

    교통표지판은 ‘안전 운행’을 명분으로 사람들의 행동을 통제한다. 이런 교통표지판을 그대로 재현했다면 미술이 아니다. 고속도로나 좁은 길목에서 공통적으로 발견되는 익숙한 시설에 특정 기호와 색깔, 문자는 물론 거울 표면처럼 매끄럽게 처리했다. 그래서 눈에 익은 그 사물들이 문득 낯설게 다가온다. 제목이 ‘각색(Adaptations)’인 것은 그런 이유다.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듀오 아티스트인 덴마크 출신의 마이클 엘름그린(58)과 노르웨이 작가 잉가 드라그셋(50)은 예술처럼 보이지 않는 미술을 추구한다. 약간 이상한 느낌에서 오는 질문, 거기서 미술이 출발한다.지난 21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엘름그린 & 드라그셋’의 개인전은 프랑스 철학자 롤랑 바르트가 설파한 ‘의미는 어떤 방식으로 이미지에 투영되고, 실제 그 의미는 유한한가’를 화두로 잡고 죽어라고 창작에 몰두한 작가의 예술적 여정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두 사람은 이번 전시회 주제를 작품 제목에서 따온 ‘각색’으로 정하고 사회적 현상을 해학적인 시각과 미니멀리즘 방식으로 풀어낸 신작 20여 점을 펼쳐보인다.전시에 맞춰 서울을 찾은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공공장소에서 친숙하게 접하는 시각 언어가 잠재의식 속에서 연상작용을 일으키는 하나의 기표 같은 장치로 작용한다는 사실에 주목한 전시”라며 “미술은 관람객과의 관계 속에서 의미가 주어진다”고 입을 모았다.젊은 시절 드라그셋은 연극에 빠졌다. 엘름그린은 시를 쓰며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했다. 연극과 문학이라는 서로 다른 길을 걷고 있지만 사회적 관심과 권력 구

    2019.03.24 17:27
  • 홍익대-한경 '현대미술 최고위 과정' 공동 운영

    홍익대와 한국경제신문사가 양질의 교육과정 공동 개발 등 다양한 산학협력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양우석 홍익대 총장과 김기웅 한국경제신문 사장은 21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17층 영상회의실에서 산학협력 협약서에 서명했다. 홍익대의 미술·디자인 등 예술사업 경험과 한국경제신문의 미디어 및 비즈니스 역량을 묶어 새로운 산학협력 사업을 발굴, 기획하고 공동 운영한다는 게 골자다.두 기관은 먼저 1997년부터 운영돼온 홍익대의 대표 최고경영자(CEO) 프로그램 ‘현대미술 최고위 과정’을 새롭게 개편할 계획이다. 다음달부터 두 기관 실무진이 커리큘럼 개발 등에 착수해 오는 9월 가을학기에 첫 공동과정을 개강한다는 목표다.양 총장은 협약식에서 “한국경제신문과의 협력은 예술과 산업의 융합이라는 홍익대 목표와도 부합한다”며 “사회 여러 분야와 접점을 가진 한경과 교류하게 돼 기대가 크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경제와 문화의 가교 역할을 해온 한국경제신문이 홍익대와 미술을 포함한 여러 예술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답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3.21 17:27
  • 韓-브라질 수교 60주년 기념…전옥희 씨, 20일부터 초대전

    한국브라질소사이어티(KOBRAS)와 주한 브라질대사관은 올해 수교 60주년을 맞은 한국과 브라질 양국 간 우정과 친선을 다지기 위해 20일부터 오는 5월 19일까지 서울 삼청동 브라질대사관 내 브라질홀에서 브라질 교민 화가 전옥희(사진) 초청전 ‘우리는 하나’를 연다. 외교부 중남미국이 후원한다.1995년 가족과 함께 브라질로 건너간 작가는 2008년 다시 붓을 들며 현지에서 활발한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 2012년부터 한국의 각종 미술 공모전에 출품해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대한민국아카데미미술협회 초대작가가 됐다. 2017년 9월에는 서울·상파울루 자매결연 4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기도 했다. 이번 전시회에선 브라질 북동부 농촌 풍광에 한국적인 색채와 정서를 담아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엿볼 수 있다. 브라질 바이아지역 여인들의 소박하고 서정적인 모습, 평화로운 농촌 풍경과 생활 모습 등을 간결하게 그린 그림 등 35점을 내건다.최신원 KOBRAS 회장(SK네트웍스 회장)은 “이번 전시회를 계기로 한국과 브라질 간 쌍방향 문화 교류를 늘려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3.19 18:52
  • 이우환 그림값 들썩…파리 '퐁피두센터 메츠'展 훈풍 부나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면 ‘블루칩 화가’의 그림값은 가장 먼저 오르고 상승폭도 가장 크다. 탄탄한 수요층을 기반으로 활황기에는 시장을 선도한다. 불황기에도 작품 가격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한국 미술시장에서 김환기와 함께 대표적인 ‘블루칩 작가’로 꼽히는 이우환(83)은 최근의 침체된 미술시장에서도 그림값이 탄력을 받고 있고 거래 역시 활기를 띠고 있다. 국내 단색화 대가(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의 그림값이 조정받은 시점이어서 미술 애호가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미술계는 2014년 말 시작된 이우환 위작 논란이 지난해 사실상 마무리된 데다 지난달 27일 시작된 프랑스 퐁피두센터 메츠의 대규모 회고전 영향으로 국제적 관심이 더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이현숙 국제갤러리 회장은 “이우환의 1960년대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망라한 메츠 전시는 한국의 높아진 위상과 국내 기업 프로모션이 잘 맞아떨어진 결과”라며 “이를 계기로 그림값도 다소 힘을 받을 것”으로 낙관했다. 작년 낙찰액 151억원, 낙찰률 87%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에 따르면 이우환 그림은 작년 국내 경매시장에서 출품작 116점 중 107점이 팔려 낙찰률 87%, 낙찰총액 151억원을 기록했다. 낙찰총액은 위작 논란이 시작된 2014년(87억원)보다 두 배가량 늘었다. 지난해 서울옥션 홍콩경매에서는 100호 크기의 점 시리즈가 15억원에 팔려 그림값이 예전 수준을 회복하는 모습이다. 올 들어 이우환 그림 거래도 활기를 이어가고 있다. 서울옥션이 지난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연 봄철 경매에서 이우환의 4억원대 그림인 ‘바람과 함께’ 등 세 점이 모두 낙찰됐다. 서울옥션은 매수세

    2019.03.18 18:17
  • [그림이 있는 아침] 김환기 '정원 II'

    한국 현대미술의 선구자로 불리는 김환기(1913~1974)는 일생에 걸쳐 한국의 자연을 예술적 영감의 원천으로 삼아 남도의 산, 바다, 하늘을 화면에 담았다. 초기에는 향토색 짙은 서정적 모티브에 몰두했지만 점차 간결한 구성으로 산, 달, 학, 매화, 조선백자 등의 전통적인 아름다움을 통해 한국의 정신과 숨결을 시각화했다. 1935년 첫 작품 ‘종달새 노래할 때’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인 것’임을 표현하려 했던 그의 예술적 철학이 오롯이 담겨 있다.파리에서 활동하던 1957년에 완성한 ‘정원 Ⅱ’ 역시 특유의 푸른 색조로 한국의 서정을 가장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미로 승화시킨 걸작이다. 둥근달이 떠 있는 풍경을 바탕으로 매화꽃 가지와 달항아리, 새, 여인들을 파노라마처럼 그려넣었다.특히 조선백자를 화면 중앙에 깔아놓아 그 아름다움을 한국적인 미의 핵심으로 잡았다. 조선백자에 특별한 애정을 가졌던 김환기는 백자를 수집해 정원에 두고 감상했다고 한다. 보름달 사이로 팝콘처럼 피어 있는 매화는 무척이나 서정적으로 그려져 있다. 두 여인이 나란히 서서 보름달을 쳐다보는 모습 역시 쌀밥처럼 씹을수록 감칠맛이 난다. 머나먼 이국 땅에서 자연과 예술을 동일시하면서도 한국적인 전통미를 세계화하려 한 대가의 열정이 가슴 뭉클하게 다가온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이 그림을 20일 봄철 경매에 추정가 7억~10억원에 내놓는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3.18 17:49
  • 자신을 긍정하는 '나나랜드', 미술관 속으로

    ‘나나랜드’는 타인의 시선이나 사회의 기준에 연연하지 않고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려는 취향을 뜻한다. 김난도 서울대 소비자학과 교수가 할리우드 영화 ‘라라랜드’에서 영감을 얻어 자신의 저서 ‘트렌드 코리아 2019’에서 소개한 신조어다. 자신을 긍정하고 사랑하며 타인의 ‘다름’을 존중하는 나나랜더들은 취미와 일상의 경계를 뛰어넘...

    2019.03.17 10:54
  • [그림이 있는 아침] 박수근 '두 나무와 두 여인'

    아늑하고도 그리운 고향은 세월이 가도 눈에 밟힌다. 고향 마을 어귀 당산나무나 친구들과 뛰놀던 뒷동산, 아담한 초가집 등의 기억은 항상 가슴 한편에서 맴돈다. 어려웠던 시대에 마주친 평범한 사람과 사물에서 은은한 체취가 느껴지는 것은 순전히 소박하고 진솔한 삶이 그리워서일 테다.국민화가 박수근(1914~1965)이 작고 직전인 1964년 완성한 ‘두 나무와 두 여인’이 그렇다. 비록 그림이지만 옛 기억을 불러내며 잠시 쉬어가고 싶은 마음을 부추긴다. 박수근은 동시대인들의 소박한 삶을 개성 있게 묘사한 화가였다. 프랑스 화가 장 프랑수아 밀레가 부인과 고향을 소재로 즐겨 그렸듯이 박수근도 궁핍한 시대를 관통한 모성애와 가족을 작품 소재로 활용했다.이 그림 역시 고목 두 그루를 뒤로하고 머리에 바구니를 이고 가는 두 아낙네를 비교적 둔중하고 가식 없이 표현했다. 고목과 여인을 배치한 아주 단순한 설정이지만 가난한 시대의 삶, 그 속으로 돌아가는 사람의 풍경이 묘한 울림을 준다. 단순한 형태와 선묘를 이용해 대상의 본질을 어루만지고, 서양화 기법을 통해 우리 민족적 정서를 거친 화강암과 같은 재질로 빚어냈다. 군더더기 없는 절제된 선, 원근과 명암이 배제된 대담한 구성, 은은하고 투명한 색채는 절박한 아름다움을 고스란히 전해준다. 내 눈높이에 맞춘 작은 그림이 어머니의 품속처럼 아늑하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3.11 17:36
  • 물감에 모래 섞어 색다른 붓질…아련한 노스탤지어를 불러내다

    서양미술이 한국에 들어온 근대미술 도입기에 대구는 국내 화단의 변방에서 큰 역할을 했다. ‘천재화가’ 이인성(1912~1950)과 사실주의 화가 이쾌대(1913~1965) 같은 뛰어난 작가들이 위상을 높였다. 1970년대 이후에는 강우문 김진태 박광호 서석규 서창환 이원희 노태웅 박병영 등 많은 화가가 화단을 빛냈다.선배들의 향토적 구상화풍을 계승하면서도 현대적인 신(新)구상 경향을 구사하는 노태웅 화백(63)이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시작했다. 한경갤러리 개관 7주년 기념전에 초대된 노 화백은 정년을 10년 앞둔 2012년 교직(대구예술대)을 떠나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위해 고독한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다.영남 화단에서 복고풍 구상화로 주목받아온 그는 서른한 살에 첫 개인전을 열어 단번에 반향을 일으켰다. 이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어 하나로 만들고자 무던히 애쓰던 그는 이제 경북 칠곡 작업실에서 캔버스를 붙들고 자연의 숨소리를 붓질하는 노장부가 됐다. 기차역, 판자촌, 농경지, 어촌의 부둣가, 폐광 등을 차분하게 화폭에 품어온 그는 오랜 기간 ‘풍경의 마술사’란 평가를 받았다.노 화백은 이번 전시회 주제를 작품 제목에서 따온 ‘다시 마음이다’로 정하고 지난해 제주와 설악산, 남해, 동해 등을 찾아 사생한 대상을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낸 근작 30여 점을 펼쳐 보인다.노 화백은 “세상의 번잡스러움이나 그늘지고 어두운 것을 정화시켜 현대인의 삶을 따뜻하게 감싸는 게 최고의 화목(畵目)”이라고 했다. 그는 기차역과 한적한 어촌, 눈 쌓인 마을, 해변의 운치 등 일상의 언저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는 친근한 풍경을 날것처

    2019.03.11 17:18
  • 미술품 300억대 봄맞이 경매 '빅 매치'…아트테크에 도전해볼까

    주식 및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자 미술품에 투자하는 아트테크(아트+재테크)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지고 있다. 아트테크는 화가의 그림이나 보석 및 가구 디자인, 고악기, 고미술품 등 예술품에 투자하는 것을 뜻한다.국내 양대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이 새봄을 맞아 아트테크를 위한 대규모 경매 잔치를 벌인다. 서울옥션은 12일, K옥션은 오는 20일 경매를 열고 국내외 인기 작가의 작품과 도자기, 고서화 등 326점을 올린다. 두 회사가 내놓은 작품의 추정가 총액은 약 300억원에 이른다. 미술 투자자들을 흥분시킬 만한 김환기와 이우환의 작품은 물론 고미술, 고악기, 보석 디자인까지 작품 영역을 넓혔다.지난해 기업이나 거액 자산가, 30~50대 투자자들이 경매시장에 뛰어들어 낙찰총액을 2000억원대까지 끌어올린 만큼 올해도 이들의 강한 매수세가 이어질지 주목된다.박수근·이중섭·도상봉 등 작품 주목서울옥션은 12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강남센터에서 개최하는 봄철 경매에 김환기 그림을 비롯해 박수근 이중섭 도상봉 등 거장들의 수작 117점(150억원대 추정)을 한꺼번에 경매에 부친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추정가 60억원에 나온 김환기의 1957년 작 반구상화 ‘항아리’다. 가로 145㎝, 세로 88.5㎝ 크기로 진한 청색 바탕에 부드러운 선으로 도자기, 매화, 학, 달을 담았다. 김환기의 반구상 작품 최고가 기록을 세운 1954년 작 ‘항아리와 시’(39억3000만원)를 넘어설지 주목된다.이중섭이 1956년 그린 양면화 ‘돌아오지 않는 강(3억~4억원)’, 박수근이 1960년 서울 창신동 풍경을 담은 ‘집골목’(4억5000만원), 도상봉의 1971년 작 ‘정물’ 등도 비교적 합리적인 가

    2019.03.10 11:31
  • 사진 속 기억, 조형예술로 태어나다

    30대 설치작가 양정욱 씨(37)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겪은 서사와 뭉클한 감정을 크고 복잡한 장치미학으로 형상화한다. 그는 머릿속에서만 머물던 생각들을 나무와 모터, 금속과 실, 플라스틱 등 하찮은 재료에 색과 질감, 소리, 무게를 얹어 유형의 시각언어로 ‘소환’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생각을 조형화한 그의 작업은 2015년 일본 도쿄 신미술관과 국립현대미술관 전시에 소개돼 그를 단번에 미술계 ‘이머징 스타’로 만들었다.지난달 28일 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시작한 양씨의 개인전 ‘어제 찍은 사진을 우리는 잘 보이는 곳에 걸어 두었다’는 현대인의 다양한 생각을 거대한 설치작업으로 보여준다. 작가는 이번 전시의 이야기 전개를 위해 중심 소재를 ‘단체사진’으로 잡았다. 특정한 날 또는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촬영하는 ‘단체사진’ 속 경험과 행위를 다양한 구조물에 대입해 예술로 승화했다. 지하 1층부터 2층까지 전시장을 채운 10여 점의 설치작품은 사진 속에 담긴 기억과 사진을 찍으며 벌어지는 상황을 형상화한 근작들이다. 사진에 담긴 감정과 경험이 작품에 녹아들어 관람객에게 낯선 경험을 선사한다.양씨는 “사진의 성격과 기록성을 단지 한 대의 기계로 온전히 대신하기는 쉽지 않았다”며 “그래서 시간, 장소, 상황별로 전문성을 끼워 맞추는 다양한 기기를 합작해 만들었다”고 했다. 소셜미디어 속 ‘셀피(selfie)’에 점점 익숙해져 가는 현대인에게 특정한 날 또는 사건을 기념하기 위해 벽에 걸어둔 단체사진이 던져주는 이야기를 되돌아보게 한다. 영화로 치면 관객의 호기심을 자극해 긴장감을 느낄 수 있게

    2019.03.07 14:56
  • 윤범모 신임 국립현대미술관장 "근대미술 조명·남북 교류 추진"

    “근현대미술사를 망라한 변변한 책 한 권 없는 현실이 안타까워요. 한국 미술사 통사 작업을 서두르고 근대미술도 적극 조명하겠습니다.”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MMCA) 관장(68·사진)은 5일 취임 1개월을 맞아 MMCA 서울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근현대미술사 특별연구팀을 가동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윤 관장은 개관 50주년을 맞은 국립현대미술관의 중점 과제로...

    2019.03.05 15:49
  • 돌·종이·유리·동전…조각의 진화

    미술 장르에도 서열이 있을까. 20세기 전반까지만 해도 회화가 맨 앞자리를 차지하며 조각 장르보다 우위를 누렸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다다이즘이 기존 예술과 관습에 반기를 들고 나온 뒤 상황이 바뀌었다. 최근에는 돌과 철은 물론 종이, 유리, 미디어아트와 혼합재료(mixed media) 등 다양한 재료와 형상성을 지닌 3차원 조형아트가 현대미술의 흐름으로 자리잡았다.서울 강남구 신사동 청작화랑이 6일부터 시작하는 새봄맞이 기획전 ‘현대조각의 구상과 추상 사이’는 3차원 조형예술과 재료의 다양성을 입체적으로 점검해보는 자리다. 오는 16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에는 작고 작가 유영교를 비롯해 돌 조각의 거장 전뢰진, 김성복, 고성희, 김승우, 김창희, 장형택, 양태근, 신재환, 백신기 씨 등 내로라하는 조각가 12명의 작품 30여 점을 내보인다. 전통 돌 조각을 비롯해 유리 조각, 종이 부조, 동전 조각 등으로 진화하는 조형미술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좋아한 조각가로 알려진 유영교 씨의 돌조각이 관람객을 사색의 세계로 안내한다. 1999년을 기점으로 작가는 구상에서 추상으로, 돌에서 철로, 정지된 형태에서 움직이는 조형물로 파격적인 변신을 시도했다. ‘사랑’이란 제목이 붙은 이번 출품작은 인간의 체온이 그대로 전달되는 돌로 두 연인의 뜨거운 사랑을 투영했다.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인 90대 전뢰진 홍익대 명예교수는 소녀를 등에 태운 바다표범의 모습을 잡아낸 돌조각을 들고 나왔다. 70년 동안 조각 재료로 돌에만 관심을 둔 그는 “돌과 궁합이 잘 맞는다는 점에서 인연인 듯하다”며 “내 작품을 전시장에서 보니까 새로운 느낌

    2019.03.05 15:16
  • [그림이 있는 아침] 에두아르 마네 '봄'

    ‘인상주의의 아버지’로 불리는 프랑스의 에두아르 마네(1832~1883)는 도심 사람들의 일상을 세련된 화법으로 포착한 화가였다. 동시대 시인 샤를 보들레르, 소설가 에밀 졸라, 작곡가 자크 오펜바흐 등과 교류하며 그늘과 대비되는 밝은 햇빛, 검은 색조를 활용해 사물과 사람을 화폭에 담아냈다.마네는 1881년 파리의 아름다운 여인 네 명을 모델로 사계절을 그리려 마음먹었다. 하지만 ‘봄’과 ‘가을’만 그리고, 1883년 51세에 타계했다.1881년 완성한 ‘봄’은 유명 여배우 잔 드 마르시의 옆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낸 걸작이다. 머리에 예쁜 꽃 장식을 달고 꽃무늬 드레스에 보닛(여성이나 어린아이들이 쓰는 모자)으로 멋을 잔뜩 부린 마르시가 양산을 들고 있다. 마네의 섬세한 붓터치와 풍부한 색감으로 봄기운이 생생하게 살아 있다. 1882년 당시 프랑스의 가장 권위 있는 미술공모전인 파리 살롱전에 처음 출품한 작품이어서 더욱 화제를 모았다. 미국의 석유부호 폴 게티 가문이 설립한 게티미술관은 2014년 11월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이 그림을 6510만달러(약 732억원)에 사들여 세계 미술계를 놀라게 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3.04 17:18
  • 도상봉 라일락, 장욱진의 동심에 흠뻑 빠져볼까

    서양화 1세대 작가 도상봉(1902~1977)은 ‘그림은 생활 속에서 나온다’는 말을 평생 화두처럼 붙들고 정물화와 풍경화를 그렸다. 함경남도 홍원에서 태어나 보성고보를 졸업한 그는 국내 최초의 서양화가 고희동에게서 그림 공부를 했다. 이어 일본으로 유학, 동경미술학교를 나와 대한민국미술전람회(국전) 창설에 참여하는 등 초창기 한국 화단의 중추 역할을 맡았다. 비슷한 시기 활동한 장욱진(1917~1990)은 1948년께 ...

    2019.03.03 17:23
  • 한풀 꺾인 단색화 열풍…해외시장서 '불씨' 살릴까

    2015년 시작된 ‘단색화 열풍’이 4년 만에 국내외 시장에서 엇갈린 운명을 맞고 있다. 국내에서는 경매 작품의 일부가 유찰되고 가격도 조정을 받는 등 찬바람을 맞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새로운 한류 바람과 함께 ‘순풍에 돛’을 단 형국이다. 미술계에 따르면 지난해 ‘단색화 6총사’(김환기 이우환 정상화 박서보 윤형근 하종현)의 경매 낙찰액(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집계)은 총 592억원으로 단색화 인기가 절정을 이룬 2016년(758억원)에 비해 28% 정도 감소했다. 정통 단색화가로 꼽히는 네 명(박서보 정상화 윤형근 하종현)의 작년 낙찰액(87억원)도 전년(140억원)에 비해 60% 줄어들었다. 반면 해외 화단에서는 세계적 컬렉터들이 지속적으로 단색화에 관심을 보여 전시회가 줄을 잇고 있다. 한국 단색화는 서양의 단색조 모노크롬과 달리 제작 과정에서 행위의 반복과 물성(物性), 정신의 결합 등을 통해 1970~1980년대 화단을 주름잡은 미술 장르다. 독특한 자연관을 바탕으로 우주적 사고가 깃들어 있는 특성 때문에 미술애호가들이 주목하고 있다. 단색화 가격 ‘반 토막’ 수준 국내 미술시장을 이끌던 단색화 열기가 작년 하반기부터 한풀 꺾이는 분위기다. 불안한 경제 상황에다 가격 ‘거품’ 논란까지 일면서 조정을 받고 있다는 게 미술계 분석이다. 수작의 경우 80억원대까지 치솟은 김환기 점화는 최근 작품 크기에 따라 15억~40억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K옥션의 지난달 경매에는 추정가 20억~30억원대에 나온 김환기 점화가 17억원에 팔려 최근의 가격 하락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10억원을 웃돌던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의 작품값(100호 기준)도 4억~8억원까지 내려앉았다. 가격이 주춤하면서 단색

    2019.02.26 17:36
  • [그림이 있는 아침] 조희룡 '백매도'

    ‘봄의 전령’ 매화는 오래전부터 우리 민족의 심미안을 키워온 꽃이다. 단아하고 청초할뿐더러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다른 꽃보다 앞질러 핀다고 해서 춘고초(春告草)라 불렸다. 조선시대 후기 화가 조희룡(1789~1866)은 매화를 즐겨 그리며 자신의 호를 ‘매화 늙은이’라는 뜻의 ‘매수(梅)’라고 했다. 매화를 그리다 흰머리가 됐다고 했을 만큼 매화를 끔찍이 사랑한 그는 매화도는 물론 매화차와 매화시를 즐겼고, 매화를 예찬한 책 《석우망년록》도 남겼다.조희룡이 그린 ‘백매도’는 서울대박물관에 소장된 수작이다. 추운 겨울을 이겨내고 이제 막 피어난 백설기 같은 매화 꽃잎들을 디테일하게 잡아냈다. 둥치는 용처럼 꿈틀거리고 가지들은 사방으로 힘차게 뻗어 있다. 붓자국 사이사이에 흰 공간이 표현되는 비백법(飛白法)과 윤곽선 없이 꽃잎을 찍듯 그리는 몰골법(沒骨法)을 탁월하게 구사했다. 맑고 은은한 배색의 매향은 군자의 기개를 연상케 한다.조희룡보다 한발 앞서 매화를 극진히 사랑한 조선시대 지식인 매월당 김시습이 남긴 ‘매불매향(梅不賣香)’이란 말이 생각나는 계절이다. ‘추워도 지조를 잃지 않고 가난해도 절개를 굽히지 않는 매화는 결코 향기를 팔지 않는다’는 뜻이다. 힘들고 어지러운 세상에 하얀 매화정신이 더욱 그리워진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2.25 17:38
  • 한국 고미술품 세계 최고가 나올까…고려 청자·조선 백자 등 뉴욕 경매

    소박하면서도 볼수록 정감이 가는 생김새가 옛 우리 도자기의 매력이다. 조선시대 도자기 ‘철화백자용문항아리’는 1996년 뉴욕 크리스티경매에서 842만달러(약 94억원)에 낙찰돼 세계 최고가 기록을 세웠다. 조선 숙종이 사용한 것으로 알려진 ‘용문청화백자’도 2012년 뉴욕 경매에서 321만8500달러(약 36억원)에 거래됐다. 작년 4월에는 조선시대 도자기 ‘분청사기 편호’가 추정...

    2019.02.24 17:17
  • 서예가 춘강 서정건, 한국미술관서 첫 작품전

    서예가 춘강 서정건 씨(82·사진)의 첫 작품전이 다음달 6~13일 서울 인사동 한국미술관에서 열린다.한양대 공대를 나와 한국전력, 효성, 한화그룹에서 일한 서씨는 퇴직 후 본격적으로 서예를 시작해 실력을 인정받았다. 56세에 캐나다로 떠난 그는 신·구약성서, 노자의 ‘도덕경’, 퇴계선생 언행록, 율곡 이이의 풍악기를 완서해 주목받았다. 서씨는 밴쿠버로 이민간 후 27년간 공들여 쓴 작품 2000여 점 가운데 300점을 골라 내보인다.서씨는 자신을 좋은 글을 쓰는 사람이라는 뜻에서 ‘서가(書家)’라 칭했다. 좋은 일을 듣거나 명문을 접할 때마다 그 감동을 힘차게 써내려간다. 글씨의 미학적 형태뿐 아니라 한학의 중요성과 인문학적 가치도 아우른다. 그의 글씨에선 뿜어내는 팽팽한 기운과 운필의 깊은 맛, 미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글씨는 곧 그 사람과 같다(書如其人)’는 청나라 문인 유희재의 말처럼 고개가 끄덕여진다. ‘글을 쓰는 것이지 글씨를 쓰지 않는다’는 서씨는 “기교를 우선으로 여기는 서단 분위기에서 벗어나 고전을 다시 한번 새기며 서예의 가치를 높이고 싶다”고 말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2.24 17:16
  • [그림이 있는 아침] 이중섭 '나무와 달과 하얀 새'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은 6·25전쟁 때 부인과 자녀를 일본으로 보낸 뒤 종군화가로 활동하며 쓸쓸함과 외로움을 예술로 승화시켰다. 전쟁이 끝나자 1953년 임시로 마련한 선원증으로 아이들과 부인을 보러 도쿄로 건너갔지만 불법체류자가 될까 두려워 6일간의 꿈같은 시간을 보내고 돌아왔다. 1955년 8월 수도육군병원에 간염으로 입원한 그는 화가 박고석의 도움으로 서울 정릉에 거처를 정하고 삽화 이외에 소묘를 포함한 다수의 유화를 남겼다.종이에 크레파스와 유화물감으로 그린 ‘나무와 달과 하얀 새’는 정릉에 머물며 완성한 대표작으로 꼽힌다. 병원을 드나들던 비극적 현실에도 불구하고 흐릿한 눈 풍경에 앙상한 나뭇가지, 둥근달, 새들을 두터운 검은 선과 노란색이 물든 회색톤으로 채색해 희망찬 염원을 표현했다.일본에 거주하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은은한 달빛에 물든 나뭇가지를 오가며 지저귀는 하얀 새들의 모습으로 응축했다. 다가올 죽음을 예견이나 한 듯 비교적 밝은 색채로 화면을 꾸렸고, 붓질 사이사이로 실낱 같은 희망을 담아내려 애쓴 흔적이 엿보인다. 정월 대보름(19일)에 이중섭의 찬란한 슬픔을 아우른 달 그림을 보며 무병장수와 풍년을 기원해보면 어떨까. 이 그림은 지난달 작고한 이인희 한솔그룹 고문의 애장품으로 잘 알려져 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2.18 17:34
  • 방긋 웃는 꽃송이에 녹여낸 思夫曲

    1999년 8월 남편 김기동 화백이 교통사고 후유증에 시달리다 55세로 세상을 떠났다. 1960~1970년대 시대적 고뇌와 산업화 과정의 아픔을 감내하며 화가로 살다 간 남편의 그림을 다시 꺼내 보며 가슴을 쳤다. 그 슬픔을 넘어서기 위해 빠져든 게 꽃 그림이었다. 고희를 앞둔 중견 작가 이신호 화백(69)이 꽃 그림으로 사부곡(思夫曲)을 부르는 사연이다.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18일 개인전을 시작한 이 화백은 “남편에 대한 미안함과 슬픔을 잊기 위해 작업을 이어왔다”며 “어렵고 힘들고 괴로운 일도 많았지만 얼마나 성실한 모습으로 남편이 살아왔는가를 당당히 예술로 승화해 보이고 싶었다”고 말했다.이화여대 동양화과와 대학원을 졸업한 이 화백은 남편 작고 이후 다양한 꽃에서 현대적 시각예술을 뽑아내리라 다짐했다. 초창기 진경 산수화와 문인화에 몰두한 그는 한지와 붓, 먹, 아크릴 물감을 사용해 우리 토양에서 자라난 꽃의 아름다움을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형상화했다. 남편이 생전에 유독 좋아한 꽃들을 골라 화폭에 옮긴 그의 작품은 한지라는 전통 재료를 활용해서인지 미국, 캐나다, 독일 등지에서 호평을 받았다.그의 꽃에 대한 관심은 자연스럽게 자연이 지닌 넉넉함, 무욕, 정감으로 옮겨갔다. 주로 전국에서 자생하는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꽃을 비롯해 호절란, 인동초, 장미, 국화, 무궁화, 철쭉 등 꽃무리 중에서 방긋 입을 벌린 꽃 송이를 클로즈업해 평면회화로 풀어냈다.이 화백은 “제 꽃그림은 한국화 장르에 남다른 애정을 가진 여자가 남편의 빈자리를 채워가는 그림으로 이해해 달라”고 했다. 올해 20주기를 맞은 남편을 생각하는 그

    2019.02.18 17:22
  • 올 미술품 직거래 장터 '스타트'…7000점 쏟아진다

    올해 첫 미술품 직거래 장터(아트페어)가 서울과 부산에서 잇따라 열린다. 화랑들이 대거 참여하는 화랑미술제가 오는 20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하고, 호텔 객실에서 그림을 판매하는 아시아호텔아트페어(AHAF·Asia Hotel Art Fair)는 28일부터 나흘간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에서 진행된다. 올해 미술시장의 분위기를 가늠하는 두 아트페어에는 미국 조각가 로버트 인디애나, 윤형근, 박서보의 수억원대 작품부터 100만원대 국내 신진 작가 소품까지 7000여 점이 나온다. 애호가들의 주머니 사정을 감안해 출품작의 80~90% 가격을 점당 1000만원 미만으로 매겼다. 직장인과 주부, 기업인 컬렉터들이 부담 없는 가격으로 그림을 구입해 집안과 사무실 분위기를 산뜻하게 꾸밀 수 있는 기회다. 정부가 최근 기업들의 미술품 손비 처리 범위를 기존 500만원에서 1000만원까지 늘린 만큼 화랑들은 판매 실적에 벌써부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화랑 111곳 참여하는 화랑미술제 올해로 37회를 맞은 화랑미술제는 한국화랑협회 회원 111곳을 참여시켜 사상 최대 규모로 연다. 화랑미술제는 누구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1979년 국내 처음 시작된 ‘미술 5일장터’다. 20~24 코엑스에서 펼쳐지는 이번 행사에는 5000여 점의 작품이 쏟아질 예정이다. 화랑들은 각 부스에서 전속 및 교류 작가의 작품을 내걸고 판매 경쟁을 벌인다. 국내 최대 화랑인 갤러리현대는 ‘물방울 작가’ 김창열과 추상화가 이강소, 사진작가 이명호 등 인기 작가 근작 30여 점을 선보인다. 국제갤러리는 단색화가 박서보와 영국 작가 줄리앙 오피의 작품을 ‘얼굴 상품’으로 내놓는다. 노화랑은 전시 때마다 ‘완

    2019.02.17 17:28
  • "정부 추진 '미술품 유통법', 규제보다 진흥에 비중 둬야"

    “미술품이 일상생활 속으로 깊숙하게 파고드는 ‘아트 라이프’ 시대가 활짝 열렸는데 시장은 갈수록 위축되고 있네요. 미술품 거래 1차 시장을 책임지는 화랑 본연의 기능과 역할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게 바로 세워 작가와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 겁니다.” 최웅철 신임 한국화랑협회 회장(59·사진)은 “지난해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데이비드 호크니의 회화 ‘예술가의 초상&...

    2019.02.13 17:54
  • 길다란 색띠를 보고 빛으로 느낀다

    빛은 초월적이다. 특정 공간에 가둘 수 없고 특정 이미지로 고정할 수 없다. 절대공간이나 절대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절대적인 빛은 없다. 머무는 시간과 공간에 따라 실체와 존재를 지각하게 하는 힘으로 작용할 뿐이다. 빛을 인간의 시각 속에 잡아두겠다는 시도는 애초에 불가능하다. 그렇지만 일부 화가는 빛을 물질처럼 시각화하는 데 평생을 바치기도 한다. 중견 서양화가 박현주 씨는 ‘회화적 오브제(object)’로 빛을 ...

    2019.02.13 17:16
  • [그림이 있는 아침] 英 화가 존 컨스터블 '솔즈베리 대성당'

    영국 남서부 소도시 솔즈베리에는 123m 첨탑으로 유명한 중세 고딕 양식의 건축물 솔즈베리 대성당이 있다. 영국 낭만주의 화가 존 컨스터블(1776~1837)은 솔즈베리 대성당을 소재로 많은 작품을 남겼다.1820년 솔즈베리 대성당 주교인 존 피셔의 주문으로 제작한 이 그림에도 화면의 중심에 성당이 견고하게 서 있다. 성당 전면에 훤칠한 아름드리나무들을 좌우로 시원스레 그려넣고, 그 사이로 드넓은 하늘을 배경으로 성당의 장엄한 모습을 담았다. 성당 앞 나무 사이의 목초지와 냇가에는 소들이 풀을 뜯거나 물을 마시고 있어 목가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까운 대상은 갈색조로, 먼 배경은 푸른색 톤으로 표현하던 당시 관례를 깨고 초록색 톤으로 풍경을 그대로 살려냈다. 또 화면에 흰색 점을 추가해 밝은 분위기를 연출했다.컨스터블은 상상 속의 풍경은 결코 실제의 풍경에 근거한 작품보다 뛰어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야외에 나가 자연을 치밀하게 관찰한 뒤 화폭에 옮겼다. 야외에서 채색까지 병행하는 ‘오일 스케치’로 현장의 느낌까지 담았다. ‘솔즈베리 대성당’은 그의 이런 태도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그의 작업 태도는 훗날 인상파 화가들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2.11 18:08
  • 雪山에 雪花, 雪松까지…이원희의 '현대판 진경산수'

    경기 고양시 삼송테크노밸리에 있는 이원희 화백(64)의 화실은 높다란 천장이 그림의 성전 같은 경건함을 느끼게 한다. 문을 열자 두툼하고 따뜻한 손이 덥석 손님을 반긴다. 노란색 재킷과 무테안경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을 아는 데는 손이 제일이라 했던가. 악수만으로도 그의 인생 반 너머가 가슴을 치고 들어온다. 난해한 현대미술이 판치는 화단에서도 꿋꿋하게 구상화와 인물화에 천착해온 이 화백은 작은 캔버스에 둘러싸여 눈빛마저 눈처럼 빛났다. 천재...

    2019.02.10 17:07
  • K옥션 온라인 경매에 김구 글씨·김영삼 서예 등 나온다

    올해로 70주기를 맞은 백범 김구(1876~1949)가 타계하기 직전에 쓴 중용(中庸) 제14장 글귀가 경매에 부쳐진다.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이 오는 20일까지 여는 노프리미엄 온라인경매에 가로 24㎝, 세로 87㎝ 크기인 김구 글씨(추정가 1200만~2000만원)를 출품했다. 또 김대중·김영삼 전 대통령이 남긴 서예를 비롯해 화가 유영국·정상화·박서보·이성자·김창열·오치균·사석원 작품을 경매한다. 경매 작품 수는 159점이며, 추정가 총액은 약 21억원이다.K옥션은 같은 기간 온라인에서 작가와 미술품 애호가, 기업, 예술단체에서 기증받은 물품을 팔아 사회공헌 활동에 사용하는 사랑나눔자선경매도 연다. 정상화·김창열 작가와 박명자 현대화랑 회장, 도현순 K옥션 대표, 신옥진 공간화랑 대표, 유홍준·이태호 명지대 석좌교수, 왈종미술관, 예올이 작품을 기증했다. 작품 수는 75점. 두 경매 응찰 마감은 20일 오후 4시부터 5분 간격으로 이뤄진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2.10 17:04
  • 현대사회 촉촉히 물들인 이미지, 시각예술로 피어나다

    일본 아티스트 미나미카와 시몬(47)과 미국 작가 네이슨 힐든(41)이 다음달 30일까지 서울 청담동 학고재 청담점에서 작품전을 펼친다. 두 작가는 일본 도쿄에 2006년 문을 연 미사코앤로젠갤러리의 전속 작가다. 도쿄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고 있는 미나미카와는 도시에서 목격한 이미지와 기억을 수집해 캔버스에 옮긴 감각적인 작품, 로스앤젤레스에서 작업하는 힐든은 현대사회의 다양한 이미지의 생산 과정을 탐구한 작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두 사람의 작업은 얼굴 생김새 만큼이나 다르지만 현대 사회의 분업과 대량생산 과정을 주요 조형 요소로 끌어들인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학고재 청담은 닮은 듯 다른 두 작가의 작품 14점으로 전시장을 채웠다.일러스트 같은 초상화 작업으로 이름을 알린 미나미카와는 잡지 콜라주와 광고나 뉴스, 미술사 속 작품 등 어디에선가 봤음직한 이미지들을 주요 소재로 삼는다. 대도시의 파사드와 대중문화 속에 무한하게 이어지는 이미지를 포착해 이를 빠르고 감각적인 필치로 풀어낸다. 작업 속에 차용한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같은 이미지들은 우리를 매일 스쳐 지나가는 무한한 파노라마의 정지 화면과도 같다. 작품들은 수채화처럼 보일 정도로 묽다.미나미카와는 “대개는 스핑크스나 피라미드를 봐도 유구한 이집트 역사 같은 ’진짜 의미‘를 떠올리지는 않는다”라며 “이렇게 우리 시각이 이미지 표면에만 머물 뿐, 본 의미는 전달되지 않고 ’취소‘ 되는 것을 형상화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반면 힐든은 현대 사회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인 분업과 대량생산 과정에 주안점을 둔다. 캔버스 위에 다른 캔버스를 겹쳐놓고 아크

    2019.02.05 08:00
  • 고려청자에 피카소·뒤샹까지…설 연휴 아트에 빠져볼까

    올해 설 연휴는 주말까지 겹쳐 그 어느 해보다도 길다. 문화의 향기를 맡으며 그간 쌓인 심신의 피로를 풀 수 있는 미술 전시회가 연휴 기간에 다채롭게 열린다.국립현대미술관과 서울시립미술관은 설에도 문을 열고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대구미술관, 수원시립아이파크미술관 등도 휴무 없이 관람객을 맞는다. 서울서예박물관은 5일 하루만 휴관한다.아시아 현대미술과 뒤샹의 예술국립현대미술관은 오는 3~6일 정상 개관하고 과천관 서울관도 모두 무료로 개방한다. 새해 특별전으로 과천관에 마련한 ‘아시아미술과 사회’전에서는 한국 중국 일본 싱가포르 등 아시아 지역 13개국 100여 명의 작품 17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1960년부터 1990년 사이에 변화된 아시아 지역 정치, 사회 변화에 따른 현대미술의 다양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서울관에서는 현대미술 선구자인 마르셀 뒤샹의 회고전이 열린다. 남성용 소변기를 뒤집어 놓고 작품으로 ‘둔갑시킨’ 대표작 ‘샘’을 비롯해 회화, 드로잉 등이 눈길을 끈다. 덕수궁관 ‘대한제국의 미술: 빛의 길을 꿈꾸다’, 청주관 개관전 ‘별 헤는 날-나와 당신의 이야기’전도 볼 만하다.치바이스의 삶과 예술‘중국의 피카소’로 불리는 서화가 치바이스(1864~1957)의 예술세계를 조명하는 전시회는 서울서예박물관에서 열린다. 치바이스는 농민화가로 시작해 거장 반열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정규 교육을 받지 못하고 목공일을 하다 30대에 독학으로 그림을 배운 그는 중국 근현대미술을 혁신시켰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치바이스와의 대화’를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연꽃, 파

    2019.01.31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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