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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경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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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림이 있는 아침] 모네 '까치'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어릴 때 누구나 설을 맞아 고향 가는 길, 세뱃돈 받을 생각에 흥겹게 불러봤을 노랫말이다. 설 명절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이 노래는 윤극영 선생(1903~1988)이 1924년 작사, 작곡한 ‘설날’이다. 우리 조상들은 반가운 손님을 맞는 까치가 울면, 다음 날인 설에 친척과 친구들을 볼 수 있다고 믿었다.유럽에도 까치를 그린 그림이 간혹 등장한다. 프랑스 파리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하고 있는 클로드 모네의 ‘까치’는 인상파 화가 모네가 눈 덮인 겨울철 까치를 명쾌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행운과 기쁜 소식을 전하는 전령사로도 알려져 있는 까치 한 마리가 몇 개의 나뭇가지로 엮은 문 위에 앉아 있다. 모네가 가난하고 힘든 무명 화가 시절에 까치와 눈 덮인 풍경을 환상적으로 화폭에 재현한 그림이다. 비록 알아봐 주는 이가 없다고 해도 아련한 희망을 벗하며 안빈낙도하고자 한 자신의 현실을 은유한 게 색다르게 다가온다.인상파 화가들이 빛과 색채의 변화를 잡아내기 어려워 눈 그림을 꺼렸던 것과 달리 모네는 빠른 붓놀림으로 눈 풍경을 과감하게 시각화했다. 소재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고민한 흔적에서 대가의 집중력을 엿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1869년 프랑스 최대 공모전인 ‘살롱’전에서 입상작에 들지 못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1.28 17:47
  • 일상이 '축제'인 아이들…천진한 동심에 빠져볼까

    아이들이 춤을 추고 악기를 연주한다. 도시의 건물 사이로 부유하듯 날아다니기도 한다. 서로 겹치고 충돌하지만 얼굴과 몸짓의 리듬감은 가벼운 색채와 조화를 이루며 독특한 시각적 효과를 낳는다. 서양화가 이담 씨(47)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활기찬 에너지가 샘솟아 몸을 들썩이게 된다. 이씨가 민족 최대 명절인 설을 앞두고 28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었다. 한남대에서 회화를 전공한 이씨는 천진난만한 동심의 세계...

    2019.01.28 17:26
  • 새해 첫 미술경매 낙찰률 79.2%…상큼한 출발

    지난해 경매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인 2194억원의 ‘뭉칫돈’이 몰린 가운데 올해 경매회사들의 첫 미술품 세일 행사가 순조로운 출발을 보였다. K옥션과 서울옥션, 아이옥션이 지난 22~24일 잇달아 진행한 경매 평균 낙찰률(79.2%)이 80%에 바짝 다가섰다. 이는 작년 국내 9개 경매회사의 평균 낙찰률 65.3%보다 무려 13.9%포인트나 높은 수준이다. 연초 경기 하강 조짐에도 불구하고 미술품 같은 안전자산에 관심을 두...

    2019.01.27 17:17
  • 화가 남춘모 "논고랑·밭이랑·굴곡진 돌담…제 부조회화의 자양분이죠"

    유럽과 서울을 오가며 활동하는 단색화가 남춘모 씨(58)는 자연의 정서와 리듬감을 화면에 풀어내는 작가다. 어릴 적 고향 경북 영양에서 본 산 능선, 밭이랑, 돌담 등에서 느낀 선(線)의 운율이 마음에 오래도록 남았다. 구불구불한 선으로 풍경을 바라보고 자연을 해석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계명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한 남씨는 수많은 선으로 풍경을 부조처럼 새기는 데 전력을 다했다. 그의 손끝에서 탄생한 부조회화는 국내외 화단의 찬사를 이끌어냈다. 독일 안도 파인아트갤러리, 프랑스 이부갤러리에 잇달아 초대된 그는 지난해 독일에서 유명한 코블렌츠 루트비히미술관의 ‘러브콜’을 받았다.남씨가 오는 6월9일~8월20일 루트비히미술관 초대전을 앞두고 서울에서 자신의 조형세계를 미리 펼쳐보인다. 지난 18일 시작해 3월30일까지 서울 삼청동 리안갤러리에서 열리는 ‘남춘모’전을 통해서다.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선’이라는 모티브를 활용해 부조회화라는 독특한 영역으로 변주한 격자 골조 형태의 ‘스트로크 라인(Stroke Line)’과 ‘빔(Beam)’ ‘스프링(Spring)’ 시리즈 등 20점을 내보인다. ‘자연은 자연스러운 것’이란 사실에 평생 매달리며 구부러진 선으로 자연의 속내를 형상화한 작품들이다. 남씨는 “선으로 자연의 영혼과 흔적을 찾은 화가만 남았을 뿐 그 어떤 장식의 말조차 허락하지 않는다”고 했다.남씨가 자연의 생동감을 전달하려는 궁리 끝에 찾아낸 것이 호흡과 터치 같은 ‘자연의 리듬’이다. 벼 이삭이 넘실대는 논고랑과 씨앗을 파종하기 위해 쟁기로 갈아놓은 밭이랑, 구름인지 섬인지 모를 정도로 멀리 보이

    2019.01.22 17:41
  • [그림이 있는 아침] 박고석 '홍도'

    1세대 서양화가 박고석(1917~2002)의 예술 궤적은 극적인 삶과 한 몸이다. 평양에서 태어나 일본 니혼대 미술과를 졸업한 그는 해방과 동시에 월남했다. 6·25전쟁이 터진 뒤에도 한동안 서울에 머물다 1·4후퇴 때 부산으로 피란 간 그는 가족을 먹여 살리느라 구호물자 시장에서 헌 옷을 팔거나 시계 행상, 밥장사를 했다. 한동안 추상미술에 빠진 그는 1968년부터 전국 명산을 찾기 시작하며 자연스럽게 ‘산의 화가’가 됐다. 형식과의 타협을 거부하고 스스로 택한 고립과 은둔 속에 오로지 ‘산 앞에서 느끼는 팽팽한 긴장감’을 화폭에 풀어냈다.1978년 완성한 이 그림은 천연기념물 170호로 지정된 전남 신안군 홍도의 풍광을 차지게 잡아낸 작품이다. 해발 368m의 깃대봉을 중심으로 해안 절경과 쪽빛 바다 풍경까지 아울렀다. 녹색 광채를 뿜어내는 화면은 청색, 백색, 노란색과 어우러져 야생의 뜨거움으로 번지며 숭고미를 만든다. 거대한 산세와 바다의 파도는 군무(群舞)처럼 펼쳐지고 성악보다 우렁찬 선율을 뿜어낸다. 바라보는 대상으로서 홍도의 산세를 그린다기보다 인간과 자연이 분리되지 않는 동양정신을 불러냈다. 다른 화가의 산 그림과 섞어 놔도 딱 ‘박고석 것’이라고 짚어낼 수 있을 만큼 강렬한 색채 대비와 두터운 붓터치가 독특하다. 산이 사람이 되고, 사람이 산이 되는 경지를 꿰뚫은 박고석의 노련함이 보는 이의 마음을 움직인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1.21 17:47
  • 서울옥션 강남시대 개막…"올 경매 낙찰액 1500억 찍겠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미술시장은 절체절명의 상황이었다. 그림 거래가 거의 끊겼기 때문이다. 1998년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등장은 초토화된 시장에 그나마 미세한 힘이 됐다. 첫 경매에서 근현대미술품과 고미술품 80여 점을 팔아 낙찰총액 3억원을 기록했다. 초라한 실적이었다. 하지만 그림 거래 투명성과 미술품 대중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미술 경매문화의 불모지를 개척한 서울옥션은 그림 투자가 주식보다 낫다는 인식을 심어주며 꾸준히 성장했다. 2008년 코스닥시장 상장과 함께 ‘미술한류’ 개척의 전진기지로 홍콩에 법인을 세웠다. 작년 3월에는 홍콩 센트럴에 있는 에이치퀸스 빌딩 11층에 상설전시장 ‘SA+’를 개관했다.최근에는 자회사 서울옥션 블루를 통해 해외 경매 대행 서비스와 온라인 스토어 사업에도 뛰어들었다. 서울옥션은 지난 20년 동안 미술품 2만6000여 점(낙찰총액 9100억원)을 거래하며 국내 경매시장을 이끌었다. 작년에는 낙찰총액 1286억원을 기록해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올렸다.지상 8층의 강남센터 개관창사 20년을 갓 넘은 서울옥션은 지난 18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강남센터를 개관해 미술시장 저변 확대에 나서며 제2 성장기에 들어갔다. 강남센터는 지하 5층~지상 8층, 연면적 4975㎡ 규모로 경매장, 전시공간, 레스토랑, 이벤트 홀 등을 갖췄다. 프랑스 건축가 빌모트가 설계와 디자인을 맡아 심미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을 살렸다. 서울 평창동 기존 사옥과는 별개로 연 4회 메이저 경매를 포함한 온라인 경매와 기획전, 아카데미교육 공간으로 운영된다. 주변에 코리아나미술관, 화장박물관, 호림박물관, 송은미술관, 에르메스아뜰리

    2019.01.20 17:08
  • 새해 미술품 경매시장 23일 '스타트'…김환기 분홍색 점화 30억대 노린다

    지난해 미술품 경매시장에 사상 최대 규모인 2194억원의 ‘뭉칫돈’이 몰린 가운데 새해 국내 시장의 가늠자 역할을 할 첫 경매가 열린다.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오는 23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 본사 경매장에서 김환기를 비롯해 박수근, 데이미언 허스트 등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과 고서화, 도자기 등 총 164점(120억원)의 경매를 진행한다. 경기 하강기에 미술품 같은 안전자산에 관심을 두는 컬렉터가 늘어나는 만큼 작년의...

    2019.01.17 17:16
  • 파리도 열광했던 '이응노의 예술혼' 다시 본다

    “그림을 그리지 못한다는 것은 나로서는 죽음과도 같다. 내 작품은 언제나 민족혼을 주제로 시대적인 여과 과정을 거쳐 국제화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한국 미술의 세계화를 선도했던 고암(顧庵) 이응노 화백(1904~1989년·사진)의 예술적 열정을 대변하는 말이다.1958년 프랑스 파리로 건너가 줄곧 유럽에서 활동한 고암은 1967년 동베를린 간첩단 사건으로 옥고를 치르고 1977년 백건우·윤정희 납북 미수 사건에 연루되면서 ‘금기 작가’ 신세가 됐다. 1980년대 중반을 넘긴 뒤에야 국내 화단의 부름을 다시 받은 그는 1989년 1월 호암미술관에서 대대적인 전시회를 열지만 전시 개막 열흘 만에 세상을 떴다. 동양화의 필묵이 갖는 현대적 감각을 발견한 고암이 올해로 프랑스로 건너간 지 60년, 별세한 지 만 30년이 된다.고암 서거 30주년을 기념하는 기획전 ‘원초적 조형본능’이 16일 서울 인사동 인사아트센터에서 열렸다. 가나문화재단이 기획한 전시로 전통적인 묵죽화를 비롯해 구상회화, 전위적인 문자추상, 군상 시리즈 등 회화 70여 점이 걸렸다. 1989년 1월10일 심장마비로 사망하기 바로 전날까지 70여 년의 화업과 그만의 독특한 미학세계를 탐색해보는 자리다.군상, 문자추상 등 70점 출품고암의 작품은 격동의 한국 근·현대사의 축소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끊임없는 도전과 실험정신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시대와 교감했기 때문에 치열함도 묻어난다. 실제 고암은 국제무대에 데뷔한 이후 시대상황과 민족의식을 창작세계의 원천으로 담아내려고 끊임없이 애썼다. 젊은 시절 곧고 힘찬 선의 대나무를 잘 그려 ‘청죽(靑竹)’으로 불린 그는 1970년대의 문자

    2019.01.16 17:19
  • [그림이 있는 아침] 데이미언 허스트 '광활한 사막 속에…'

    ‘국제 화단의 악동’으로 불리는 데이미언 허스트(54)는 마크 퀸, 트레이시 에민 등으로 구성된 영국 젊은 아티스트 ‘yBa(young British artist)’ 그룹의 멤버다. 영국 브리스톨에서 태어나 런던 골드스미스대에서 공부한 그는 1991년 첫 개인전에서 죽은 상어를 포름알데히드가 가득 찬 유리 진열장 속에 넣고 모터를 연결해 움직이게 한 작품 ‘살아 있는 자의 마음속에 있는 죽음의 육체적 불가능성’을 선보여 미술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1992년에는 런던 브릭스턴의 스튜디오에서 둥근 화면을 빙글빙글 돌려가며 제작한 ‘스핀 페인팅(Spin Painting)’을 선보여 미술계의 시선을 끌었다. ‘광활한 사막 속에 아름다운 오아시스’란 제목이 붙은 이 그림은 원형의 캔버스 위에 물감을 뿌린 뒤 고속으로 회전시켜 우연의 효과를 노린 스핀 페인팅 가운데 대표작이다. 원심력의 원리를 적용해 에너지가 넘치는 색채 이미지를 도출해냈다. 순전히 자신의 색상 선택과 기계의 움직임으로 찬란한 예술이 태어날 수 있다는 점을 여과 없이 보여준다.인생은 스핀 페인팅처럼 처음 시작한 점(탄생)과 끝나는 점(죽음)이 만나고 돌고 돈다(반복)는 것을 보여주려는 허스트의 의도가 담겨 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1.14 18:10
  • 화가 김수수 "용광로 '불의 기운'을 화면에 풀어냈죠"

    추상화가 김수수 씨(사진)가 15~21일 서울 세종대로 조선일보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연다. 중국 베이징 중앙미술학원을 졸업한 김씨는 사막의 신기루처럼,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의 기운’을 화면에 시각화하는 데 주력해 왔다. 대형 화면에 검은색과 흰색을 대비하거나, 적색과 청색 등 서로 다른 색조의 긴장과 이완을 통해 화기(火氣)가 느껴지는 오방색 추상세계를 열었다. 작년에는 국내 대표적 공모전인 단원미술제 본상과 대한민국미술대전 대상을 거푸 수상하며 ‘화단의 샛별’로 떠올랐다.‘침묵의 언어’를 테마로 한 이번 전시에는 용광로에서 뿜어져 나오는 ‘불의 기운’을 오묘한 실루엣으로 잡아낸 색면추상화 50여 점을 건다.김씨는 회화에 담아온 작품의 내용과 메시지를 의외로 ‘일상 삶이 지닌 본연의 숭고함’에서 찾는다. 작가는 2017년 여름 신문 기사를 읽다가 엄청난 불길을 마주하며 일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꽂혔다고 한다. 순간 묘한 흥분이 일어 무작정 사진 속 장소를 찾아 나선 그는 제철소 고로에 도착해 정신없이 사진을 찍다가 어느 순간 손을 멈췄다. 단단하던 쇳덩이들이 어느새 물처럼 녹아내려 아무런 흔적조차 남기지 않고 사라지는 장면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흥을 불러일으켰다.작업실로 돌아온 그는 2m가 넘는 대형 붓을 만들어 들끓는 불의 이미지를 한 번의 붓질로 덮는 ‘전면일필법(全面一筆法)’으로 화면을 채워나갔다. 온갖 감정으로 때 묻고, 많은 관계 속에 상처받으며, 수많은 시행착오로 얼룩진 우리 삶도 일순간에 덧없이 사라질 것이란 생각을 붓끝으로 풀어냈다. 수없이 바탕색을 칠하는 행위를 반복했고, &l

    2019.01.14 17:16
  • 백남준·이우환·윤형근·이강소…세계로 훨훨 나는 K아트

    2019년에도 홍콩을 비롯해 미국 유럽 시장을 겨냥한 미술계의 해외 진출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화랑업계는 ‘아트바젤 홍콩’ 등 굵직한 아트페어에 잇달아 참가할 예정이고, 서울옥션은 홍콩 경매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세계적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을 비롯해 추상화가 이우환과 이강소, 한지조각가 전광영, 설치작가 양혜규 등 20여 명의 작품이 해외 유명 미술관과 화랑에서 전시되고 있거나 준비 중이다.영국 최대 미술관에서 백남준 회고전한국이 낳은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 백남준은 런던에서 큰 판을 벌인다. 오는 10월17일 영국 최대 미술관 테이트모던에서 개막하는 백남준 회고전은 국내외 무대에서 ‘거장’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간간이 열리던 작품전과는 완전히 다르다. 1960~1990년 시기별 비디오아트는 물론 대형 설치작품, 추모곡, 사진 작업, 퍼포먼스 영상이 대거 관람객을 맞는다.현대 음악가 샬럿 무어먼과 존 케이지, 무용가 머스 커닝햄, 화가 요제프 보이스 등과의 다양한 예술 협력도 조명한다. 2014년 미국 유명 화랑 가고시안갤러리가 백남준을 전속작가로 끌어들인 이후 최대 규모의 전시회여서 국제 미술계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위작 논란으로 한때 곤욕을 치른 이우환은 유럽 현대미술의 1번지 프랑스 화단을 ‘노크’한다. 파리 퐁피두센터 분관 1호 퐁피두메츠에서 다음달 27일부터 9월30일까지 펼치는 개인전에는 1960년대부터 2010년대 사이에 작업한 회화와 조형물 등 50여 점을 골라 내보인다. 2011년 뉴욕 구겐하임미술관 특별전 이후 최대 규모로, 시대별 대표작이 총망라된다.‘단색화의 거목’ 윤형근과 전방위 아티스트 이강소는 이탈리

    2019.01.13 18:00
  • 라틴 현대미술 마법에 빠져볼까

    라틴아메리카의 현대미술은 자유로운 상상력 구현과 함께 현실과 꿈, 사회와 신화의 공존을 추구하는 매직 리얼리즘(마술적 사실주의)으로 대표된다. 콜럼버스 이전의 원주민 문화는 물론 유럽으로부터의 독립, 혁명으로 촉발된 새로운 세계에 대한 욕구 등 문화적으로 다양한 스토리를 담아내 국제 화단에서 독자적 영역을 구축했다. 중남미 작가들의 작품을 비교해볼 수 있는 이색 전시회가 마련됐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오는 24일까지...

    2019.01.09 17:18
  • [그림이 있는 아침] 파블로 피카소 '무용'

    스페인 남부 말라가 출신인 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세 번째 여인이자 첫 번째 부인 올가 호흘로바를 만난 건 1917년쯤이다. 러시아 장성의 딸인 올가는 당시 프랑스 문인 장 콕토의 발레 ‘퍼레이드’에 출연한, 고전미를 지닌 귀족 느낌의 발레리나였다. 가난뱅이 화가 피카소는 올가의 도움으로 고급 사교계에 진출해 야생마같이 자유로운 ‘끼’를 발산한다. 올가와 결혼한 뒤 아들 파울로를 낳고 가정에 충실한 듯했으나, 부부관계는 점차 소원해졌다. 피카소는 올가의 발레 예술에서 영감을 받아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1925년 올가와의 결혼 생활이 파경을 맞았을 때 제작한 이 작품은 피카소의 작품이라고 보기 힘들 정도로 17세기 초현실주의 미학을 응용한 걸작이다. 긴장감 속에 고통과 환희가 결합돼 있다. 중앙에 수직으로 팔을 뻗은 발레리나와 두 명의 무용수를 극단적 형태로 변형해 조형화했다. 다소 폭력적이고 공격적인 인상을 주는 안무와 색채감, 향기, 음악 등까지 아울렀다. 무용수의 사지는 분리되고 얼굴 윤곽선은 사방으로 흩어졌으며 곳곳에 악몽과 괴물 같은 모습이 보인다.끔찍한 표정들, 빳빳한 털처럼 일어선 머리카락, 쇠못처럼 생긴 손가락 등이 비례와 균형감을 무시하면서도 운동감을 더 강조해 풍부한 역동성을 살려냈다. 불에 타 일그러지듯 왜곡된 무용수들의 육체는 화려한 색채와 만나 빛줄기처럼 발현된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9.01.07 17:45
  • 청전·소정에 마그리트·호크니까지…새해 화단 '스타워즈'

    지난해 국내 경매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새해에는 경매시장의 활력이 점차 화랑가로 번질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내용적으로는 국내외 인기 작가들의 구상과 추상화 전시는 물론 설치미술, 사진예술, 미디어아트 등 ‘백가쟁명(百家爭鳴)식 기획전’으로 재편될 전망이다. 주요 화랑과 미술관은 근대미술의 거장 청전 이상범과 소정 변관식을 비롯해 곽인식, 박서보, 전광영, 이수동, 김동유, 이불, 양혜규, 르네 마그리트(벨기에), 데이비드 호크니(미국), 우고 론디노네(스위스) 등 국내외 인기 작가 200여 명을 선발해 라인업을 꾸렸다. 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고가 미술품이 부유층의 안전자산 투자처로 각광받고 있다”며 “국내외 유명 작가 작품을 모을 기회”라고 말했다.근대 수묵화 거장 청전과 소정대형 화랑들은 작고, 원로, 중견작가의 다양한 기획전을 준비하고 있다. 갤러리 현대는 조선시대 회화 전통을 계승한 근대 수묵화의 거장 청전 이상범(4월)과 소정 변관식(5월)의 대규모 기획전을 잇달아 마련한다. 소정과 청전의 생전 활동상과 주요 작품을 통해 침체된 한국화 시장에 관심의 ‘불씨’를 살려내겠다는 복안이다.국제갤러리는 단색화와 민중미술에 매기가 쏠릴 것으로 보고 하종현과 민정기를 끌어들여 새해 진용을 짰다. 미국 화단에서 주목받은 하종현의 작품을 걸어 단색화 시장을 재점검하고 도시 풍경과 인간 삶을 회화언어로 다뤄온 민정기의 작품을 통해 민중미술의 새로운 변화를 조망한다.저평가된 구상작가 발굴에 적극적인 노화랑은 이수동(5월), 김동유(9월), 윤병락(10월)에 공을 들이고 있다. 세 작

    2019.01.06 18:02
  • 한국화가 민경갑 前 대한민국예술원 회장 별세

    원로 한국화가인 민경갑 전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 지난 30일 오후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5세. 고인은 충남 계룡 출신으로 1957년 서울대 미대 회화과를 졸업했다. 영남대와 동덕여대를 거쳐 원광대 미대 교수로 재직한 뒤 1997년 퇴임했다. 이후 미술은행 운영위원장(2005), 단국대 예술대 석좌교수(2012), 대한민국예술원 회장(2016∼2017) 등을 지냈다. 고인은 1960년대 초 서세옥 등과 함께 묵림회(墨林會)를 창립...

    2018.12.31 16:52
  • [그림이 있는 아침] 겸재 정선 '문암관 일출'

    조선시대 ‘진경산수의 대가’ 겸재 정선(1676~1759)은 두 차례 금강산을 여행하며 수많은 명작을 쏟아냈다. 36세 때 처음 금강산을 찾아 ‘신묘년 풍악도첩’을 남겼고 72세에 다시 노년의 무르익은 필치로 그곳의 진면목을 잡아내 화첩 ‘해악전신첩’(보물 1949호)에 담았다. 총 38첩으로 구성된 ‘해악전신첩’에는 금강산 비경 21폭이 실려 있고 그림마다 김창흡과 이병연의 시가 수록돼 있다.‘문암관 일출’은 ‘해악전신첩’에 실린 진경산수화의 대표작으로 꼽힌다. 강원 고성군 삼일포 문암에서 바라본 해돋이 광경을 손에 잡힐 듯 묘사했다. 문암(門巖)은 삼일포 몽천암 동쪽의 작은 언덕에 우뚝 서 있는 북고봉이라는 큰 바윗덩어리를 일컫는다. 두 개의 문짝 바위가 깎아지른 듯 서 있고 한 개의 너럭바위가 그 위를 덮고 있어 ‘문암’이라 불렸다.높은 곳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는 부감법(俯瞰法)으로 묘사한 이 작품에는 머리를 내미는 붉은 해가 앙증맞게 그려져 있다. 삼일포에 뜨는 해의 밑동을 살짝 가려 ‘비상과 숨김’의 미의식을 동시에 응축해냈다. 복잡한 바위 풍경을 극도로 간략하게 축약해 장쾌한 비경의 느낌을 극대화했다. 또 거대한 돌기둥을 도끼로 바위를 힘차게 내리친 부벽준(斧劈)의 필법으로 묘사해 새벽 일출의 기상을 돋보이게 했다. 잔물결 이는 수평선과 붉은 해가 선율처럼 변주되며 묘한 울림을 자아낸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8.12.31 15:58
  • '사진시장 쌍두마차' 구본창·이명호 미학 대결

    디지털 카메라와 인터넷을 이용한 콘텐츠 서비스가 다양화하면서 예술사진 시장이 덩달아 커지고 있다. 단순한 기록성에 머물렀던 전통적 사진(스트레이트 포토)에 더해 현대인의 생각을 표현한 ‘만드는 사진(making photo)’ 선호도 급속히 확산되고 있다. 30~40대 영상 디지털 세대가 경제주체로 떠올라 사진 컬렉션에 관심을 보이는 데다 미국과 유럽 등 해외시장이 활황세를 나타내는 것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국내 사진시...

    2018.12.30 17:24
  • 김환기·해외미술에 매수세…미술 경매시장 20년 만에 2000억 돌파

    올해 국내 미술 경매시장에 유입된 자금이 사상 처음으로 2000억원을 돌파했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이 1998년 경매를 시작한 이후 20년 만이다. 미국과 유럽 등 세계 미술경기 회복세와 ‘김환기 열풍’에 힘입어 국내 경매시장이 새로운 단계로 올라섰다는 평가가 나온다.25일 미술계에 따르면 양대 경매회사 서울옥션과 K옥션의 올해 낙찰총액 1985억원(서울옥션 1266억원, K옥션 719억원)에 10개 군소 경매업체의 실적 약 100억원을 더하면 시장에 공개적으로 유입된 자금만 2085억원인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서울 청담동 인사동 등 화랑가의 장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유독 경매시장에만 이처럼 자금이 몰리는 것은 미술품이 투자 대상이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기존 컬렉터 외에 일반인들까지 투자 대열에 합류해 작품을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일부 투자자들이 김환기의 1960~1970년대 점묘화 작품뿐 아니라 초기작도 싹쓸이한 게 시장 확대의 또 다른 요인으로 꼽힌다.김윤섭 한국미술경영연구소장은 “올해 경매시장은 김환기 열풍 지속, 해외 미술품과 고미술품 관심 증가 등으로 처음 2000억원의 벽을 뚫었다”며 “미국과 유럽 미술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어 일부 투자자들은 그림을 자산 포트폴리오에 편입하고 있다”고 분석했다.서울옥션 낙찰액 1260억원…사상 최대국내 최대 경매회사 서울옥션에는 올 들어 1260억원대의 자금이 몰려 경매시장의 열기를 이끌었다. 2005년 경매회사 설립 후 처음 낙찰총액 1078억원을 기록한 뒤 3년 만에 다시 1000억원 선을 넘어 1300억원까지 바짝 다가섰다. 특히 홍콩 경매의 매출이 약 663억원을 기록하며 전체 매출의 50%를 차지해

    2018.12.25 17:22
  • [그림이 있는 아침] 조르주 루오 '십자가의 그리스도'

    프랑스 화가 조르주 루오(1871~1958)는 14세에 스테인드글라스 수습공 생활을 시작하면서 그림을 처음 접했다.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앙리 마티스와 함께 귀스타브 모로에게 수학한 루오는 1903년 미술단체 ‘살롱 도톤(Salon d’Automne)’에 참여한 이후 야수파 장르에 천착했다. 주로 성서적 주제를 독창적으로 시각화했던 그는 “기독교도로서 나는 이 무모한 시대에 십자가 위의 예수만 믿는다”고 말할 만큼 그리스도에 지대한 관심을 가졌다.루오가 1936년 완성한 ‘십자가의 그리스도’는 인간을 구원하기 위해 십자가에 묶인 예수와 그를 애도하는 성도들의 모습을 차지게 묘사한 걸작이다. 교조적인 성화(聖畵)나 권위적인 성상(聖像)보다는 인간의 고통과 멍에를 함께 아파하는 연민을 품고 있는 예수의 모습을 부각시켰다. 따뜻하면서도 엄숙한 색채와 선을 활용해 예수의 희생적 무게는 물론 지상에 발을 딛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짊어져야 할 번뇌의 무게까지 담아냈다. 루오가 얼마나 인간에 대한 사랑을 따뜻하고 다양한 색채의 하모니를 통해 표현하려 했던가를 강하게 느낄 수 있다.‘고요한 밤, 거룩한 밤’ 등 크리스마스 캐럴을 연상시키는 듯한 이 작품을 통해 성서처럼 평온한 세상이 되기를 바라는 대가의 열정과 집념을 엿볼 수 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8.12.24 17:54
  • 그림 싸게 사고, 아이티 구호 돕고…연말 미술경매 세일 잔치

    미술품 경매회사 K옥션은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매년 한 차례씩 꾸준히 자선 경매를 열어왔다. 미술 애호가와 투자자들에게 보다 친근하게 다가가기 위한 메세나(기업의 문화예술 지원) 활동의 중요성을 간파해서다. 그동안 자선 경매를 통해 조성한 기금만 20억원에 달한다. 한국메세나협회에 전액 기부해 저소득층 미술영재 교육 프로그램 ‘K옥션 주니어 아티스트’와 다양한 문화예술 사회공헌 사업에 썼다. 올해부터는 경매 횟수를 연 ...

    2018.12.23 17:16
  • [그림이 있는 아침] 김환기 '무제'

    “나는 동양 사람이고 한국 사람이다. 내가 아무리 비약하고 변모한다 해도 내 이상의 것은 할 수 없다. 내 그림은 동양 사람의 그림이요, 한국 사람의 그림일 수밖에 없다.”1956년 44세에 홍익대 미대 학장 자리를 과감히 버리고 프랑스 파리로 예술적 여정을 떠난 수화 김환기 화백(1913~1974)은 평생 미술을 거대한 발견으로 생각하며 국제 무대에서 한민족의 정서를 살려내려 고심했다. ‘그림이 세계적이려면 가장 민족적이어야 한다’고 틈만 나면 설파했던 그는 항상 새로운 눈으로, 처음 뜨는 눈으로 대상을 화면에 옮겼다.1958년 파리 유학 시절에 그린 이 그림은 고유한 민족 정서를 국제 화단에 알리려는 염원을 담아낸 수작이다. 둥근 달을 배경으로 두 마리 학이 날아가는 모습을 드라마틱하게 잡아냈다. 매화와 산의 이미지도 곁들여 한국 자연의 영혼은 물론 자신의 아호 ‘수화(樹話)’처럼 소통과 어울림까지 녹여냈다. 낯선 타지에서 세상과 대화하며 캔버스를 온통 푸른 바탕으로 물들여 고향의 하늘이자 동해 바다를 은유했다. 샘처럼 솟아나온 푸른 색깔과 두터운 질감이 서로 조화를 이루며 은은한 메아리 같은 여운을 남긴다. 고국의 산천과 한민족의 슬기에 귀를 기울였던 대가의 솜씨에 더욱 눈길이 간다. 이 그림은 지난달 21일 K옥션 경매에서 12억5000만원에 낙찰돼 새 주인을 찾아갔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2018.12.17 17:33
  • 샤갈·피카소·천경자…미술품 3000점 송년 세일

    파블로 피카소와 마르크 샤갈, 호안 미로, 앤디 워홀 등 세계적인 대가는 물론 천경자, 김종학, 정상화, 박서보, 이왈종 등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 3000여 점을 전시하는 미술장터가 열린다. 오는 21일 개막해 25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펼쳐지는 ‘서울아트쇼’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서울아트쇼는 누구나 미술 작품을 감상하고 소유할 수 있게 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미술시장 대중화를 위한 아트페어다. 올해는 롯데카...

    2018.12.16 16:49
  • 이중섭·이왈종…유명화가 판화 '연말 상차림'

    천재 화가 이중섭(1916~1956)은 전쟁 통이던 1952년 늦은 봄 경남 통영을 찾았다. 6·25전쟁의 상흔이 조금 덜한 곳에서 작업도 할 겸 잠시 머물 생각이었다. 매일 눈앞에 펼쳐지는 쪽빛 바다의 시원함과 봄 햇살이 교차하는 눈부심은 그의 마음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김상옥 김춘수 유치환 등 많은 예술인과 교류하며 통영의 매력에 흠뻑 빠진 그는 ‘선착장을 내려다본 풍경’ ‘남망산을 오르는 길이...

    2018.12.11 17:57
  • [그림이 있는 아침] 도상봉 화백의 '라일락'

    서양화 1세대 작가 도천(陶泉) 도상봉 화백(1902~1977)은 ‘그림은 생활 속에서 나온다’는 말을 화두로 삼고 평범한 일상을 소재로 정물화와 풍경화를 그렸다. 국내 최초 서양화가인 고희동에게 그림을 배운 그는 주로 라일락, 국화, 백합, 코스모스 등을 조선시대의 잘생긴 백자 달항아리에 꽂아 자연미와 생활의 소박한 서정을 담아냈다. 꽃송이가 크지 않고 작으면서 다발을 이루고 있는 라일락을 즐겨 그려 ‘라일락 화가’라는 별명도 얻었다.1972년 완성한 이 그림은 하얀 라일락을 은은한 백자 항아리와 대비시켜 특유의 사실성을 강조했다. 방금 막 개화한 라일락 꽃다발을 아담한 크기의 도자기에 담아 꽉 채우는 풍성한 형태로 되살렸다. 완고하면서도 단아한 백자 항아리의 형태미가 꽃으로 번져 전체적인 매무새를 맞추는 세심함까지 챙겼다. 도 화백이 평생 추구한 특유의 고요하고 우아한 생활미학이 돋보인다. 이 그림은 서울옥션이 오는 13일 여는 150회 경매에서 추정가 1억8000만~3억원으로 나와 새 주인을 찾는다.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

    2018.12.10 17:36
  • 옛 석유비축기지 물들인 '빛의 눈꽃송이'

    설치미술가이자 미디어 아티스트인 안종연 씨(67)는 젊은 시절부터 눈과 마음, 영혼을 기쁘게 하는 빛의 의미를 찾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 기독교 집안에서 자라 성경 창세기에 나오는 ‘창조주가 빛이 있으라…’를 주문처럼 외우고 살았던 그는 먼발치에서 쏟아지는 빛을 화첩에 옮기며 ‘빛의 화가’를 꿈꿨다.부산 동아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빛을 사실적으로 재현하기도 하고, 상상력을 가미해 빛의 세계를 3차원 형태로 조형화했다. 국내 굴지의 화랑 가나아트센터 전속적가였던 그는 미국 뉴욕의 스쿨오브비주얼아트에서 유학한 뒤로는 ‘예술전사’처럼 빛의 세계를 공공예술의 영역으로 확장했다. 빛과 우주를 아우른 그의 작품은 2013년 삼성그룹 신경영 선포 20주년 기념작으로 선정됐고, 같은해 11월에는 아랍에미리트 아부다비의 초대형 미술관인 에미리트팰리스에서 초대전을 열어 ‘미술 한류’의 가능성을 제시했다. 서울 광화문 교보문고(‘좌화취월’), 제주도 피닉스아일랜드(‘광풍제월’), 강원 동강생태공원(‘수광영월’) 등에 설치된 작품은 지역 명물로 꼽힌다.평생 빛을 화두로 삼아 회화, 설치, 미디어영상 등 다양한 장르를 넘나들며 작업한 안씨가 내년 2월9일까지 서울 상암동 월드컵경기장 옆에 있는 문화비축기지에서 개인전을 연다. 축구장 22개와 맞먹는 14만㎡ 부지의 문화비축기지는 서울시가 2013년 산업화 시대 유산인 석유비축기지의 탱크와 옹벽 등을 그대로 살려 조성한 문화공간이다. ‘빛의 어머니’라는 별명의 소유자답게 이번 전시 주제는 ‘빛의 눈꽃송이’다. 6m가 넘는 미디어아트 대작과 가변 설치

    2018.12.10 17:21
  • 古書로 감싼 포용과 사랑, 情…뉴요커 홀린 '한지 마술'

    ‘한지 미술의 거장’ 전광영 화백(74)은 칠순이 지났는데도 ‘꿈을 꾼다, 고로 존재한다’는 말을 절대적으로 신봉한다. 지금도 세계 정상을 향해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을 빈틈없이 누빈다. 지난 50년 동안 비행기에 몸을 싣고 지구 100바퀴(약 400만㎞)를 돌며 ‘미술 한류’ 개척에 앞장섰다. 미국 와이오밍대 미술관을 비롯해 일본 모리아트센터, 캐나다 몬트리올의 란다우 갤러리,...

    2018.12.09 17:20
  • 35억대 이중섭 그림부터 70억대 바이올린까지 경매

    서울옥션이 국내 처음으로 미술품 경매시장에 진출한 건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이었다. 한 해 국내 미술품 거래액이 껌시장 규모보다 작았던 시절이다. 어떤 식으로든 시장의 ‘파이(규모)’를 키우는 게 급했다. 서울옥션은 첫 경매에서 근현대미술품과 고미술품 36점을 팔아 낙찰총액 3억원을 기록했다. 초라한 실적이었다. 하지만 그림 거래 투명성과 미술품 대중화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2008년에는 ‘미술 한류’ 개척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 홍콩에 법인을 세웠다. 지난 3월에는 홍콩 도심 센트럴에 있는 에이치퀸스 빌딩 11층에 상설전시장 ‘SA+’를 개관해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돕고 있다. 서울옥션은 지난 20년 동안 미술품 2만6000여 점(낙찰총액 9100억원)을 거래하며 한국 미술시장을 이끌어왔다.서울옥션이 경매시장 진출 2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경매 세일 행사를 펼친다. 오는 13일 서울 평창동 본사에서 국내외 유명화가 작품 89점을 내놓는 제150회 특별경매를 통해서다. 전체 출품작 추정가는 330억원에 달한다. 한국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근현대 미술가의 수작(秀作)은 물론 바이올린, 와인, 의자 등 특별 아이템도 포함돼 더욱 눈길을 끈다.서울옥션은 이번 경매 빅이벤트로 이탈리아 악기 명장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1644~1737)가 1692년 제작한 바이올린 ‘팰머스’(사진)를 내놨다. 70억원부터 경매를 시작한다. 서울옥션 측은 “최근 그리스 음악가 레오니다스 카바코스가 이 바이올린으로 연주해 주목받았다”며 “보통 바이올린보다 긴 ‘롱 패턴’ 시리즈”라고 설명했다.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도상봉 등

    2018.12.06 17:15
  • [그림이 있는 아침] 소동파 '고목죽석도'

    당송팔대가(唐宋八大家)의 한 사람인 소순의 아들 소동파는 학자이자 시인, 산문가, 화가, 서예가로서는 물론 백성을 아끼는 관리로 일세를 풍미했다. 본명은 소식이지만 아호(동파)로 이름을 알린 그는 “나 또한 고목과 대나무를 잘 그린다”는 글을 남겼을 정도로 문인화에도 조예가 깊었다. 현재 전해지는 소동파의 그림은 ‘고목죽석도(枯木竹石圖)’와 중국 미술관에 소장된 ‘소상죽석도(瀟湘竹石圖)’ 딱 두 점뿐이다.길이 185.5㎝의 두루마리 그림인 ‘고목죽석도’는 둥근 바위 옆에 앙상하게 서 있는 고목을 용이 비상하는 듯한 모습으로 묘사한 수작이다. 지식인다운 깊은 사색이 풍기고, 필세가 힘차면서도 뼈대 있는 수묵의 획선들에선 먹빛의 그윽한 조형미가 돋보인다. 화면에는 송대 문인 유양좌(柳良佐) 등 역대 소장자 41명의 인장이 찍혀 있다. 소장자의 손을 거쳐 청나라 때 처음 실물이 공개된 이 그림은 1930년대 중·일전쟁 때 일본인에게 팔려간 뒤 80여 년간 행방이 묘연했다. 마지막 중국인 소장자는 북양(北洋)군벌 우페이푸(吳佩孚)의 비서인 바이젠푸(白堅夫)로 알려졌다. 바이젠푸는 베이징 골동품상에서 소동파의 그림 두 점을 사들였다가 이 그림을 일본인에게 팔았다. 중국의 한 기관은 이 그림을 지난달 26일 크리스티 홍콩경매에서 4억6300만 홍콩달러(약 670억원)에 전화로 응찰해 낙찰받았다.김경갑 기자 kkk1010@hankyung.com

    2018.12.03 18:10
  • 국제 미술계 '앙팡 테리블'…무리조의 색채 파워

    영국 런던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오스카 무리조(32)는 아시아권에서는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 ‘루벨패밀리 컬렉션’에 이름을 올릴 정도로 작품성을 인정받고 있다. ‘루벨패밀리 컬렉션’은 미국의 호텔 사업가 돈 루벨과 메라 루벨 부부가 50여 년에 걸쳐 축적한 방대한 소장품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사립 컬렉션을 자랑한다.무리조가 이들 부부의 눈길을 사로잡은 건 2012년이다. 당시 미국 뉴욕 인디펜던트 아트페어를 찾은 부부는 무리조의 작품을 보고 “뉴욕의 천재화가 장 미셸 바스키아 이후 처음 보는 엄청난 에너지”라고 찬사를 터뜨렸다. 루벨 부부는 당장 햇병아리 화가에게 스튜디오를 제공하고 미국 첫 데뷔전도 주선했다. 무리조의 전시는 엄청난 화제를 뿌리며 미국과 유럽 화단을 단번에 사로잡았다. 세계 정상급 배우 리어나도 디캐프리오도 그의 작품에 반해 2011년작 회화 ‘무제’를 뉴욕 필립스경매에서 치열한 경합 끝에 40만1000달러(약 4억2000만원)에 낙찰받으며 화제를 모았다.지난달 29일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에서 개막한 무리조의 국내 첫 개인전 ‘캐털리스트(Catalyst·촉매)’는 회화와 영상, 설치 작업을 넘나들며 짧은 기간 당당히 스타 반열에 오른 그의 예술세계를 중간 점검하는 자리다. 두 개의 전시장(K2, K3)에는 드로잉 ‘비행(flight)’ 시리즈와 낙서화 같은 회화 ‘촉매’, 빨래처럼 설치한 검은 천 작업, 비디오 영상 등 지난 6년간 작업한 작품 중 대표작 20여 점을 골라 걸었다.지난 1일 전시장에서 만난 무리조는 “세계 각지를 여행하며 수집한 물건이나 오브제에서 영감을 얻어 작업한다”며 “1

    2018.12.02 17:18
  • 신화·설화·속담에 내포된 상상력, 이불 속으로

    프랑스 화단에서 활동하는 이슬기 씨(46)가 파리에 건너간 건 1992년이다. 당시 지인에게서 오방색 누빔 이불을 선물받았다. 색깔이 곱고 화려해 오랫동안 품고 살았다. 프랑스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좋아할 것 같아 서울을 찾을 때마다 이불을 구입해 갔다. 이불을 덮고 자면 꿈에 영향을 주지 않을까 하는 막연한 상상도 했다. 이불을 소재로 현대인의 복잡한 일상을 간결한 시처럼 시각화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가족공동체가 공유하는 이불에 관한 이야기...

    2018.11.2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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