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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예계 중진 선주선 작가가 29일부터 다음달 5일까지 서울 인사동 백악미술관에서 서예전 ‘행서시필전(行書試筆展)’을 연다. 선 작가는 중국 베이징대 서법예술연구소 객좌교수와 문화재청 문화재위원을 역임했다. 지난 8월엔 원광대 서예학과 교수로 정년 퇴임했다.선 작가는 자신만의 서예 세계를 구축하기 위해 앞으로 10년간 매년 말 각 서체의 탐색전을 여는 대장정에 들어간다. 이번 전시가 그 첫 번째로 한문작품 ‘여원(如願·사진)’, 한글흘림작품 ‘나뭇잎 배’ 등 모두 30점을 선보인다.선 작가는 “수십 년 동안 구축해온 관념에서 탈피해 새로운 서풍을 만들어나가는 과정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과거엔 화선지를 주로 썼는데 수명이 50~100년밖에 안 되는 단점이 있다”며 “이번 전시에선 한국 전통 한지인 ‘순지’에 작품을 담았다”고 설명했다.김경갑 기자 kkk@hankyung.com
서양인들은 대체로 제스처가 과장됐다. 큰 강이나 산을 사이에 두고 언어체계가 다르다 보니 소통의 방식으로 몸짓언어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서양미술에서도 사람들의 몸짓 표현을 스토리텔링의 형상화 수단으로 활용했다.프랑스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가 1870년 완성한 ‘오달리스크’는 길게 누워 있는 여성의 몸짓을 통해 에로티시즘 미학과 관능미를 살려낸 대표작이다. 터키 궁궐에서 황제의 시중을 드는 여인(오달리스크)의 몸짓을 다소 파격적인 자세로 포착했다. 베개로 상체를 지탱하면서 비스듬히 누운 채 고개를 바짝 세운 여인은 관람객을 뚫어지게 바라본다. 매력적인 여성이 욕망에 사로잡힌 남성의 시선을 끌어당기는 것처럼 고혹적인 표정을 짓고 있다. 옷을 입고 있는데도 마치 알몸인 것처럼 퇴폐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여인의 오묘한 표정에 부스럭거리는 소리를 낼 것만 같은 화려한 의상과 바닥에 깔린 고급 양탄자를 변주해 미감을 극대화했다.여기에 도자기와 과일을 은은하게 빛나도록 배치해 리얼리티를 더했다. 그림 속 요소 하나하나를 강조하며 전체적으로 어우러지게 한 것도 색다르게 다가온다. 지나가는 사람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마력과 에너지가 느껴진다. 작은 소재 하나하나 신경 쓰며 고민한 흔적에서 대가의 집중력과 세밀한 완성도를 엿볼 수 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주춤하던 외국 화가의 작품전이 겨울 시즌을 맞아 활발해지고 있다. 서울 화랑가와 미술관에는 21세기 개념미술의 선구자 마르셀 뒤샹, 미디어 아티스트 하룬 파로키(국립현대미술관), 프랑스 작가 줄리앙 프레비유(아트선재센터), 영국 아티스트 오스카 무리조(국제갤러리) 등 해외 작가들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거나 개막 준비 중이다. 팝아트, 난해한 개념미술, 첨단기술을 곁들인 미디어아트, 추상화, 사진예술 등 장르도 다양하다. 해외 작가 유치전 치열한...
일본 현대미술 거장 구사마 야요이(89)는 열 살 때부터 물방울이나 그물망을 모티브로 그림을 즐겨 그렸다.씨앗 상점을 운영하는 집안에서 태어난 그는 어린 시절 어머니로부터 심한 육체적 학대를 받아 환각 증세를 보였다. 1957년 미국 뉴욕으로 건너간 그는 도널드 저드, 앤디 워홀, 프랭크 스텔라 등과 교류하며 작품 활동을 했다. 1967년에는 모델의 벌거벗은 몸에 물방울 무늬를 그려넣는 퍼포먼스로 뉴욕 화단에서 주목을 받았다.1998년 제작된 ‘무한 그물에 의해 소멸된 비너스상’은 그물망 무늬를 입힌 비너스 조각상에 동일한 그물망을 무한대로 그려넣은 배경 그림이 짝을 이룬 작품이다. 당시 뉴욕에서 열리는 개인전에 출품하기 위해 각기 다른 색을 덧입힌 10점 가운데 보라색 버전이다. 무한한 그물을 입체 조각과 평면 회화에 동일하게 뒤덮어 비너스상이 소멸하는 착시효과를 노렸다. 그물 무늬의 반복 또는 변주, 강렬한 색감으로 인해 작품을 들여다보는 동안 현기증과 함께 그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을 준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프랑스에서만 볼 수 있었던 최첨단 몰입형 미디어아트 미술관이 제주에 상륙했다. 지난 16일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고성리 커피박물관 ‘바움(Baum)’ 내에 3000㎡ 규모로 개관한 ‘빛의 벙커’(사진)다.‘빛의 벙커’는 프랑스 예술전시 통합 서비스업체 컬처스페이스가 프로방스 지방의 버려진 광산을 활용한 ‘빛의 채석장’과 파리 인근 폐공단지역에 설치한 ‘빛의 아틀리에’에 이어 세 번째로 선보인 공간이다. 2015년 국내 기업 티모넷과 독점 계약을 맺고 ‘아미엑스(AMIEX)프로젝트’를 진행한 결과물이다. 아미엑스는 역사(驛舍), 광산, 공장, 발전소 등 산업 발전으로 도태된 장소를 개조해 전시 영상을 투사하는 미디어아트 기술을 말한다. 100여 개의 비디오 프로젝트와 스피커들이 각종 이미지와 음악으로 관람자에게 깊은 몰입감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옛 국가기간통신시설 단지에 세워진 ‘빛의 벙커’ 개관전은 올해 서거 100주년을 맞은 오스트리아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의 작품들로 채워졌다. 클림트의 대표작인 ‘키스’와 ‘유디트’ 등 750여 점을 음악을 배경으로 벽면과 바닥을 화려하게 수놓은 영상으로 만날 수 있다. 전시는 내년 10월27일까지.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국민 화가’ 박수근 화백(1914~1965)은 어렵고 힘든 시대를 묵묵히 살아간 사람들의 꿈과 의지를 따스한 황토색 질감으로 화면 위에 살려내려 평생 힘썼다.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 스승도 없이 혼자 그림을 그리던 그는 1952년 월남해 다시 만난 아내의 삶을 통해 궁핍한 시대의 모성애를 깊이 있게 그려냈다. 어려운 시절을 관통하며 미술사에 길이 남을 그의 작품에 일하는 여인이 유독 많이 등장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서구 열강의 탐욕에 나라의 주권이 풍전등화의 위기를 겪던 1897년 10월. 러시아 공사관에 1년간 체류하던 고종은 경복궁이 아니라 덕수궁(당시 경운궁)으로 환궁해 대한제국을 창건했다. 당시 고종의 심정은 어땠을까, 화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나라의 안위를 걱정했을까 궁금할 만하다. 우리 민족 최초의 근대 국가였음에도 제대로 된 평가는 고사하고 눈길조차 제대로 받지 못하던 대한제국 시기의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전시회가 마련됐다. 15일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에서 개막하는 국내 최초 근대미술 기획전 ‘대한제국의 미술, 빛의 길을 꿈꾸다’이다.근대 한국화의 대가 소림 조석진과 심전 안중식을 비롯해 채용신, 박승무, 변관식, 양기훈, 이도영, 김규진, 김은호 등 국가적 혼란 속에서도 한국의 전통 미술을 지키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작가 36명의 회화, 사진, 공예 등 200여 점을 엄선해 한국 근대미술의 진수를 보여준다. 전통적 화원화의 기법과 서양화법이 절충된 10폭 병풍 ‘곽분양행락도’, 근대기 사군자화의 대표작가 김규진이 찍은 고종 사진 ‘대한황제 초상사진’과 12폭 병풍 ‘자수매화병풍’ 등은 일반에 처음 공개된다.전시장은 ‘제국의 미술’, ‘기록과 재현의 새로운 방법, 사진’, ‘공예, 산업과 예술의 길로’, ‘예술로서의 회화, 예술가로서의 화가’ 등 네 개의 주제로 나눠 꾸몄다.‘제국의 미술’ 섹션에서는 조선이 대한제국으로 바뀌며 발생한 미술의 변화를 입체적으로 조명한다. 검은 익선관을 쓴 황룡포 차림의 ‘고종 어진’, 군복을 입고 불법을 수호하고 있는 호법신이 그려진 불화 ‘신중
이탈리아 화가 마사초(토마소 디 조반니·1401~1428)는 스물일곱의 나이에 안타깝게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작품 ‘두 명의 기증자와 사도 요한과 성모 마리아와 함께 있는 성 삼위일체’는 아직도 교과서 같은 그림으로 남아 있다. 건축가 브루넬레스키가 발견한 원근법 원리를 적용한 최초의 그림이기 때문이다.‘감성의 꽃’이라 불리는 미술에 수학 원리가 처음 적용된 ‘성 삼위일체’는 마사초가 1428년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왼쪽 벽면에 프레스코 기법으로 완성한 작품이다.십자가에 매달린 예수, 양옆에 서 있는 마리아와 성 요한, 위에서 내려다보고 있는 성부, 그림을 기증한 부부를 원근법과 명암법으로 묵직하게 잡아냈다. 성부의 머리 위쪽에 모든 선이 하나로 연결되는 소실점이 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를 들어 올리는 성부의 모습을 더 입체적으로 보이도록 하기 위해 빛과 색조의 효과를 십분 활용했다. 전체적인 화면은 고대 로마의 영향을 받은 개선문의 아치 구조를 하고 있다. 당시 사람들은 벽화가 너무나 입체적으로 보여 마사초가 교회 벽에 구멍을 냈다고 생각했다.미켈란젤로는 이 그림에서 영향을 받아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에 세계 최대의 벽화 ‘천지창조’를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기업인과 문화, 교육행정계 인사들의 이색 그림전이 마련됐다.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1층 한경갤러리에서 오는 29일까지 펼쳐지는 ‘명사미술제’다. 한국경제신문 창간 54주년을 기념해 마련한 이번 행사는 예술 창작에 뛰어든 경영인, 문화예술인의 새로운 도전과 열정을 엿볼 수 있는 자리다. 정상은 중앙그룹 회장을 비롯해 강석진 전 GE코리아 회장, 이청승 전 세종문화회관 사장, 박재영 한국건설안전기술사회 회장, 박해룡 고...
올해 창립 20주년을 맞은 서울옥션이 아시아 최대 아트마켓 홍콩에 진출한 건 2008년이다. 한 해 미술품 거래액이 2조~3조원에 달하는 거대 시장 홍콩을 ‘미술한류’ 개척의 전진기지로 활용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옥션은 지난 10년간 홍콩에서 국내 연간 미술시장 규모와 맞먹는 3300억원대 미술품 거래를 성사시켰다. 한국 미술품 경매 최고가 기록을 여섯 번이나 갈아치운 김환기를 해외 시장에 알렸고, 백남준·남관·이응노·이성자·권옥연·박서보·황재형·임옥상·김구림·이강소·오수환 등 유명 작가들을 소개했다. 해외에 흩어진 우리 문화재를 경매에 끌어내 환수하는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가도 받았다. 지난 3월에는 홍콩 센트럴에 있는 에이치퀸스 빌딩 11층에 상설전시장 ‘SA+’를 개관해 한국 작가들의 해외 진출을 위한 다양한 기획 전시를 시도하고 있다.서울옥션이 홍콩 진출 10주년을 기념하는 대규모 경매 세일 행사를 펼친다. 오는 25일 홍콩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국내외 유명화가 작품 54점을 내놓는 제27회 홍콩경매를 통해서다. 전체 출품작 추정가는 270억원에 달한다. 서울옥션이 2015년 5월 기록한 홍콩 경매 사상 최대 낙찰총액(232억원)과 낙찰률(94.7%)을 넘어설지 주목된다.브라운의 43억~70억원대 작품 눈길서울옥션은 ‘팝아트의 황제’ 앤디 워홀을 비롯해 프랑스 출신 미국 여성 조각가 루이스 부르주아, 영국 인기 여성 화가 세실리 브라운 등 해외 대가들의 초고가 작품을 전면에 내세웠다. 이들 작품을 통해 서울옥션의 세계적 위상을 높이는 동시에 해외 ‘큰손’ 컬렉터를 끌어들이는 ‘투트랙 전략’
‘당나귀 작가’로 유명한 사석원 씨(58)가 아프리카 케냐와 탄자니아로 여행을 떠난 건 2007년이다. 초원을 여행할 당시, 힘센 자에게 희생당하지 않으려고 긴장을 늦추지 않는 동물들의 모습이 계속 마음에 남았다. 한편으론 버펄로를 물어뜯는 사자와 누 떼를 잡아먹는 악어, 코끼리, 들소, 얼룩말 등 야생의 광경을 숨 막힌 채 바라봤다. 닭, 당나귀, 올빼미, 호랑이 등 따뜻하고 해학적이면서 세련된 원시성을 지닌 동물을 주로 그렸던 그에게는 충격이었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도처에서 확인한 그는 치열한 약육강식의 세계를 화면에 풀어내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여행을 결산한 2010년 전시회는 수많은 미술애호가를 끌어들이며 잔잔한 돌풍을 일으켰다.사씨가 8년 만에 다시 동물 그림을 들고 부산 화단에 돌아왔다. 해운대 해변로 노보텔앰배서더호텔 4층 가나아트부산에서 오는 25일까지 펼치는 ‘정면 돌파’전은 지난 5월부터 강인한 생명력을 뿜어내는 동물의 정면 모습을 캔버스에 현란하게 옮긴 근작 32점을 내보이는 자리다.아직도 어린 왕자처럼 해맑은 사씨는 “동물의 당당한 정면 모습에서 기운과 교훈을 얻어 사람들의 내면에 숨어든 교만과 착각, 부조리, 위선, 탐욕 등을 쳐부수고 싶었다”고 전시회 취지를 설명했다.당당한 것은 물론, 고귀하기까지 한 동물들의 모습을 닮고자 한 그의 열망은 현란한 색채미학으로 재탄생했다. 전시장에는 그만의 필법으로 한껏 고조된 생명의 꿈틀거림이 날것으로 다가온다. 산도 뚫고 지나갈 듯 우직한 기세의 황소, 포효하는 호랑이, 저돌적인 돼지, 눈을 부릅뜨고 울어 젖히는 수탉 등은 살아있는 것 같은 원초적 생명력을 분출한다.
한국화가 지전 김종순 씨의 개인전 ‘물이 만든 색과 화면’이 7~13일 서울 인사동 그림손갤러리에서 열린다. 물이 만든 색과 화면은 문자 그대로 물을 진득하게 머금은 전통 한지 캔버스와 색채를 말한다. 고향 장맛처럼 우러난 색채의 아우라를 늦가을 좋은 사람들과 나누고 싶은 화가의 마음을 담았다. “볼수록 행복해지는 작품이 됐으면 한다”는 작가의 말이 따뜻하게 다가온다.어린 시절 소아마비에 걸려 거동이 다소 불한 김씨는 제도권 미술 교육을 받지 못했다. 하지만 미술에 대한 끊임없는 수련과 연습으로 묵화는 물론 서예, 현대미술까지 섭렵했다. 1999년과 2000년 대한민국 미술대전 사군자 부문에서 입상하며 주목받았다. 평생 붓을 놓은 적이 없으니 그림과 동행한 25년의 세월이 이제 무르익어 색채 미학으로 빛나고 있다. ‘획과 색’을 주제로 한 이번 전시에는 다채로운 단색으로 화면을 구성한 명상적이고 시적(詩的)인 추상화 30여 점을 건다.“전통적인 채색의 물성과 동양화 모필, 가는 실을 활용해 단색화의 새로운 경지를 개척하고 싶어요.” 색을 머금은 물감과 물이 만나 이룬 농도, 질감을 만들어 ‘색채 언어’를 창조하고 싶다는 얘기다.그의 작품은 얇은 한지를 20겹 정도 깔고 무수히 반복하는 획으로 캔버스에 색을 먹이면 아래로 깊숙이 침투됐다가 다시 밑에서 위로 우러나온다. 화면이 흠뻑 젖은 한지가 마르면 한폭의 그림이 완성된다. 단색으로 칠해진 화면이지만 물감이 흘러내린 자취가 은은한 흔적을 남긴다. 작가는 “색이 있어 형(形)이 되고, 음(音)이 있어 형이 되는 경지를 형상화란 것”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단색의 추상화를 보
모든 그림에는 그 나름의 규칙과 스토리가 있다. 화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보고, 그림을 그릴 때도 자신의 독특한 관점을 따르기 때문이다.영국 화단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 데이비드 호크니(81)도 자전적인 독특한 이야기들을 마치 일기를 쓰듯 팝아트 형식으로 풀어낸 작가로 유명하다. 1964년 영국에서 미국 캘리포니아로 건너간 그는 집마다 갖춰진 수영장 위로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광경에 매료돼 이를 모티브로 ‘수영장’ 시리즈를 발표해 명성을 얻었다. 1972년 완성한 ‘예술가의 초상’(214×305㎝)은 수영하는 사람과 이를 지켜보는 사람을 마치 스냅 사진처럼 포착한 ‘수영장’ 시리즈의 대표작이다. 수영장 수면 위로 쏟아지는 햇살의 반짝임에는 작가 특유의 감성과 스토리가 녹아 있다. 빨간 재킷을 입고 서서 수영장을 응시하는 남자는 당시 호크니의 열한 살 연하 동성 연인인 피터 슐레진저로 추정된다. 슐레진저는 1966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에서 미술을 강의하던 호크니와 처음 만났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화가와 모델로 자주 교류하며 결국 연인으로 발전했다.이 그림은 오는 15일(현지시간)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 추정가 8000만달러(약 910억원)로 올려져 생존 작가 작품 중 경매 최고가에 도전한다. 지금까지 최고가 작품은 2013년 낙찰된 미국 조각가 제프 쿤스의 ‘풍선 개(Ballon Dog·5840만달러)’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한국사립미술관협회 명예회장이자 과학문화융합포럼 공동대표인 이명옥 사비나미술관장은 젊은 시절 미술을 전공했지만 유난히 허우적댔다. 성신여대와 불가리아 소피아 국립미술아카데미에서 회화를 공부하면서도 대가가 될 재능이 없어 포기했다. 홍익대 대학원에서 다시 예술기획을 공부한 뒤 미술사업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1996년 3월 서울 안국동에 사비나갤러리를 차렸다. 2003년에는 공공성이 강한 사비나미술관으로 이름을 바꿨다. 은근히 젠체하는 미술관의 높은 ‘문턱’을 없애고 영화관처럼 누구나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전시공간을 표방했다. 미술에 인문학과 수학, 과학, 패션, 일상 트렌드를 접목한 융복합 전시를 쏟아내며 관람객과 마주했다. 또 《팜므파탈》 《명화 속 흥미로운 과학이야기》 《그림 읽는 CEO》 《아침 미술관》 등 다양한 저술 활동과 기업 강연을 병행하면서 수많은 대중과 만났다.그가 대중과 또 다른 만남을 시도하느라 여념이 없다. 22년의 안국동 사비나미술관 시대를 마감하고 지난달 31일 서울 은평구 진관동에 새 건물을 완공해 재개관했다. 신축 미술관은 지상 5층, 연면적 1740.23㎡ 규모로 건립했다. 설계와 건축을 공간종합건축이 맡아 전시공간, 커피숍, 교육장, 학예실, 미술체험공간 등으로 꾸몄다. 삼각형 모양의 미술관은 내부를 화이트큐브가 아니라 노출 콘크리트로 마감해 공간 자체에서 모험적이고 진취적인 느낌을 살렸다.5일 전시장에서 만난 이 관장은 “미술관의 ‘문턱’을 낮추는 데 힘을 쏟았다면 이제는 ‘쉼과 앎의 공간’으로 꾸미고 싶다”며 “지역주민을 위한 공간이자 국제적인 미술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노
정교한 묘사의 극치를 보여주는 하이퍼리얼리즘(극사실주의)의 40대 대표작가 윤병락 씨(47)가 사과 그림에 꽂힌 지 올해로 정확히 15년이 됐다. 경북 영천에서 농사를 짓는 부모님의 소중한 땀방울을 보며 사과를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은 게 2003년이다. 생산되고 창조되는 모든 것은 무한한 정열과 에너지를 쏟아야 사랑이 깃든다는 걸 느껴 붓을 들었다. 어렵기 짝이 없는 ‘머리로 그린 미술’에 지친 사람들에게 ‘손으로...
1999년부터 2007년까지 상명대 총장을 지낸 서명덕 화백(68)은 요즘 ‘무중력’에 심취해 있다. 틈만 나면 우주 관련 서적을 들추고 공상과학(SF) 영화를 즐긴다. 무중력 상태에서는 물체를 아래로 당기는 힘(중력)이 없기 때문에 갖가지 신기한 현상이 일어난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3차원의 시각 공간을 4차원의 우주로 확장해 사람과 사물의 숭고한 실존을 색칠하는 게 흥미롭기도 했다. 꽃과 벌거벗은 여인, 과일 등을 공중에...
“그림 하나하나마다 이야기가 있는데, 평면 회화는 이를 다 담는 데 한계가 있어요. 이야기를 직접 드러내는 것도 좋겠다 싶어서 글쓰기에 도전했죠. 현실과 비현실의 모호한 경계에서 줄타기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서커스에 빗대어 표현하고 싶었고요.” 서울 사간동 갤러리 현대에서 지난 24일 개인전을 시작한 서양화가 박민준 씨(47)는 “그림이란 단지 개념이나 아름다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미적인 가치와 문학적 상상력...
한글은 최근 또 하나의 문화로 인식되고 있다. 한글의 조형적 특징이 다양한 문화 장르와 융합해 창조적 가치를 재현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글은 서예문화의 정수로 떠오르며 예술의 한 장르로 자리매김했다. 과학에서 미학으로 진화한 한글서예는 이제 미술 애호가조차 갖고 싶어 하는 최고의 예술품이 됐다.미술품 경매시장에 생소한 아이템인 한글서예 76점이 경매에 부쳐진다. K옥션이 29일까지 온라인을 통해 진행하는 ‘아름다운 한글서예-새바람’을 통해서다. 한글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 문화사적 가치를 높인다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번 경매에는 한국서학회 설립 32주년 기념 서예전 ‘아름다운 한글서예-새바람전’에 출품된 작품들로 구성했다. ‘새바람전’은 한글서예의 전통을 바탕으로 서예시장이 형성돼 새 바람이 일어나길 바라는 마음에서 꾸려진 전시다.대부분의 출품작은 국내외 유명 문인 글을 서예로 승화했다. 노산 이은상의 시 ‘푸른 민족’을 디자인 예술로 형상화한 이곤의 작품, 시인 박두진의 시 ‘해’를 디자인아트로 되살린 고인숙의 작품, 시조 시인 김현승의 시 ‘아버지의 마음’을 그림처럼 묘사한 신명숙의 작품, 이해인의 시 ‘아침의 향기’를 아기자기하게 쓴 강인숙의 작품 등이 나온다. 글씨가 뿜어내는 팽팽한 기운과 미적 여운에 고개가 저절로 끄덕여진다.손이천 K옥션 팀장은 “한글서예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현대화하는 과정의 하나로 경매를 열게 됐다”며 “한글서예가 미술시장의 한 부문으로 인정받고 발전해 가는 디딤돌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K옥션 홈페이지(k-auction.com)에 접
‘호러 아티스트’로 잘 알려진 한효석 인천대 교수(46)는 어린 시절 경기 평택 미군기지 주변에서 컸다. 백인도 아니고 황인도 아닌 혼혈아가 가끔씩 그의 눈에 띄었다. 이들은 동네 아이들의 놀림 대상이었다. 소와 돼지 축사를 운영하는 아버지는 동네 정육점보다 싼 가격으로 미군기지에 고기를 공급했지만 사료 값이 폭등하자 경영난을 겪어야 했다. 인종차별의 아픔과 소상공인, 농민의 고통 등을 피부로 체험한 것이다. 홍익대 미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고향에 작업실을 차린 그는 ‘공포아트’라는 독특한 장르를 통해 세상의 균형과 형평을 시각화하는 데 매달렸다.다음달 18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열리는 ‘한효석-불평등의 균형’전은 자본주의의 사회 구조적 현상과 모순을 엽기적인 화법으로 표현해온 작가의 예술 철학과 정신을 유감없이 보여준다.한 교수는 그동안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얼굴의 껍질을 벗긴 작품, 실제 크기의 돼지를 천장에 매달아 도살장 같은 전시장 분위기를 연출한 작품, 고통스러운 얼굴조각 등을 쏟아내며 인종차별, 생명, 사회구조에 관한 문제들을 다뤄왔다. 4년 만에 마련된 이번 전시에는 미군 병사인 백인과 흑인을 모델로 한 작품을 비롯해 얼굴 조각, 추상회화 등 20여 점을 걸었다. 인간의 본질적인 가치와 존엄이 위협받는 현대 산업시대 이야기를 풀어낸 작품들이다. 한 교수는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대상을 통해 지배권력에 존엄성을 위협받는 현실을 담아냈다”며 “비록 작품이 세상을 바꿀 수 없다고 하더라도 인간의 가치관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싶다”고 했다.흰 벽에 설치된 작품들은 그림자를
영국 출신 미술가 뱅크시는 벽이나 화면에 낙서처럼 긁적이거나 스프레이 페인트를 이용해 정치 사회적 현실을 신랄하게 비판한 작업으로 유명하다. 예술의 형식성과 허영심을 비판해온 그는 한 번도 마스크를 벗고 대중 앞에 나타난 적이 없어 ‘얼굴 없는 아티스트’로 불린다.스스로를 ‘아트 테러리스트’라고 말하는 그는 최근 영국 런던의 소더비경매장에서 현대미술 시장의 거래 관행을 조롱한 퍼포먼스를 벌였다. 자신의 그림 ‘풍선과 소녀’가 104만파운드(약 15억원)에 낙찰되는 순간, 미리 설치한 파쇄기로 그림의 절반을 파손해 보는 이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예술이 시장의 부속품이 되는 것을 거부한다는 메시지였다.‘풍선과 소녀’는 원래 2002년 런던 쇼디치 근교의 그레이트 이스턴 스트리트에 있는 건물 담벼락에 그려졌다. 2014년 지워졌지만 지난해 영국에서 가장 사랑받는 예술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회화로 복원된 이 작품은 소녀가 하트 모양의 빨간 풍선을 하늘로 날려 보내는 모습을 담고 있다. 최근 뱅크시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접경지역에 자주 나타나는 점을 들어 구원을 요청하는 시리아 난민 소녀의 회화 버전이라는 설이 힘을 얻고 있다. 뱅크시가 시리아 난민 아이들의 현실에 대한 경각심을 그림으로 일깨웠다는 얘기다. 프랑스 파리 미술품 경매회사 아트큐리얼은 24일 동화 《오즈의 마법사》 주인공 도로시를 소재로 한 뱅크시의 또 다른 작품 ‘검문검색’을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디지털 혁명이 미술품 유통구조를 변화시키면서 이른바 ‘국경 없는 아트소비 시대’가 열렸다. 저렴한 가격에 좋은 작품을 구매하기 위해 해외 직구(직접 구매)에 나서는 미술 애호가가 매년 늘고 있다. 해외 역직구(수출) 규모도 증가하는 추세다. 미술품 경매회사 서울옥션의 자회사 서울옥션블루는 이 같은 추세를 반영해 최근 글로벌 미술품 경매대행 서비스 사업(월드와이드옥션)을 통한 미술품 직구시장에 뛰어들었다. ‘월드...
프랑스 소설가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1900~1944)의 《어린왕자》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들도 감동시키는 고전 중 고전으로 꼽힌다. 사막에 불시착한 비행기 조종사인 화자에게 어린왕자가 일곱 행성에서 겪었던 일들을 전해주는 과정에서 따뜻한 인간애와 섬세한 관찰력을 엿볼 수 있다. 생텍쥐페리는 어린이 눈을 통해 어른은 어떻게 살아야 하며 또 어떻게 살 수 있는지를 가르쳐준다. 어린왕자의 시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보아야 한다&rs...
사각형 화면에서 환희와 그리움이 새어 나온다. 싱그러운 설렘까지 담고 있다. 붉은 색면은 웃으며 달려오고 보라색 띠는 뒷걸음질친다. 색면을 가로질러 보이지 않는 생각이 끊임없이 탄생하고, 묘한 생명감도 꿈틀거린다. 한국 색면추상의 선구자 유희영 화백(78)의 대표작 ‘작품 2014 R-7’은 명상 없이는 그림이 안 되고, 그림 그리는 수단 없이는 명상도 불가능하다는 뜻을 유감없이 보여준다. 다음달 4일까지 서울 사간동 갤...
화가이자 미술 애호가인 박해룡 고려제약 회장(83)에게 그림은 가보지 않은 미지의 세계인 동시에 그를 에워싸고 있는 경영환경에 대한 도전이다. 박 회장은 열여섯 나이에 경동고 미술반에서 김진명 화백을 만나 처음 배운 그림을 통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사람과 사물을 이해하고 접점을 찾으려 부단히 애써 왔다. 성균관대 약대를 졸업한 후 종근당에 입사해 25년가량을 월급쟁이로 생활하다 1982년 고려제약을 창업해 병들어 아픈 사람 없는 세상을 만들고...
19세기 영국에서 활동한 미술가 조지 프레더릭 와츠(1817~1904)는 보헤미안적 삶을 추구한 당대 화단의 이단아였다. 다윈의 진화론에 큰 감화를 받은 그는 산업사회에서 불완전한 지식을 가진 권위주의자들의 고정관념을 자유주의적 관점을 담은 시각예술로 타파하려 했다. 그것은 때론 보편적인 가치의 상징으로, 때론 사회 현실의 부조리에 대한 비판으로 나타났다.의붓딸이 죽은 뒤 절망감에 빠져 있을 때 작업한 ‘희망’은 바로 그런 관점을 응축한 대표적 작품이다. 천으로 눈을 가린 한 여인이 겨우 몸을 추스르듯 구체 위에 맨발로 앉아 있는 모습을 섬세하게 잡아냈다. 조심스럽게 드러나 있는 왼발은 떨어지지 않기 위해 오른쪽 종아리를 감아올린다. 보듬고 있는 리라는 사슬에 묶여 있고, 소리를 낼 수 있는 현은 단 하나밖에 없다. 여인은 오른손으로 달래듯 현을 뜯으며 그 소리를 듣기 위해 귀를 쫑긋 세우고 있다. 마치 절망을 묘사한 듯 음울하고 처절하다. 이런 상황에서 누가 희망을 떠올릴까.당시 미술 비평가들조차 작품 제목에 의문을 제기한 건 당연했다. 그러나 와츠는 “단 하나의 코드로라도 연주할 수 있다면 그것은 희망”이라고 반박했다. 가슴이 저려오는 슬픔의 한 자락이 찬란한 희망으로 다가온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기업이 구입한 가격 500만원 이상 미술품은 업무용 자산으로 인정받아 취득·관리 비용에 비과세 혜택이 있다. 예를 들어 A기업이 은행에서 연 3% 금리로 대출받아 1억원 상당의 미술품을 샀을 때 연간 금융비용(300만원)에 대해 손비 인정을 받아 법인세 등을 내지 않아도 된다. 기업이 구입한 미술품을 ‘업무용’으로 인정받기 위해선 회사 자산으로 등록하고 사무실과 로비, 복도 등 업무 공간에 반드시 걸어야 한다....
1970년대 후반만 해도 단색조의 추상미술이 국내 화단을 압도했다. 당시 작가들은 추상화를 하지 않으면 시대에 뒤떨어진 것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주태석 화백(64·홍익대 교수)은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 채 현실과 동떨어져 있는 추상화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런 흐름을 성급하다고 보고 이에 저항하면서 극사실회화(hyper realism·사진처럼 정교한 ‘눈속임 회화’)의 깃발을 들어올리고 평생 한국판 ‘하이퍼 리얼리즘의 진지’를 구축했다. 지금은 토착화된 리얼리즘을 기반으로 감각과 관념을 혼용한 특유의 미의식을 통해 대중으로부터 폭넓게 사랑받는 작가가 됐다.오는 17일 서울 관훈동 노화랑에서 개막하는 주 화백의 개인전은 지난 40여 년 동안 한국 특유의 맛이 살아 있는 극사실주의 화풍을 파고든 작가의 고집과 역량, 예술을 조명하는 자리다. 내년 2월 홍익대 정년퇴임을 앞두고 초심을 돌아보는 의도도 깔려 있다. 전시장을 가득 채운 30여 점의 작품은 1970년대 이후 극사실의 좌표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고 기계가 재현할 수 없는 감성적 느낌으로 나무와 숲을 그린 근작들이다.작가는 “이번 신작들은 숲과 나무의 전경을 사실과 추상의 이중구조로 분할해 현실과 환상, 물질과 정신을 대비하려는 시도”라고 했다. 풍경화라는 회화적 형식에 사람들이 은근히 욕망하는 세상과 어두운 현실을 결합해 표현하는 식이다. 사진의 ‘아웃 포커스’ 기법을 활용, 상단과 하단이 잘린 나무를 클로즈업해 세밀하게 묘사하는 반면 배경인 숲은 과감하게 무시했다. 인공조명처럼 느껴지는 빛의 개념을 통해 그림자로 두드러진 허상을 더 실제처럼 느껴지도록 하기 위해
인상주의의 창시자로 불리는 프랑스 화가 카미유 피사로(1830~1903)는 젊은 시절 파리 에콜 데 보자르와 스위스 아카데미에서 미술 교육을 받았다. 스위스 아카데미에서 클로드 모네, 아르망 기요맹, 폴 세잔을 만난 그는 초기에 풍경화를 주로 그려 소설가 에밀 졸라로부터 격찬을 받았다. 1860년대에 파리 최대 공모전 ‘살롱전’에 출품해 화단에 이름을 알린 그는 인상파 특유의 기법을 바탕으로 모네보다 한층 구성적인 면에 특색을 보였다. 1850년대 중반에는 시슬레의 점묘법(點描法)에 끌려 밝고 몽환적인 작품에 빠졌다.프랑스 국립 오르세미술관이 소장한 ‘빨래를 너는 여인’은 점묘기법을 활용한 가장 탁월한 걸작으로 꼽힌다. 평범한 여인이 잔디밭에 앉아 있는 딸을 바라보며 빨래를 너는 모습을 포착했다. 여인에게 가을 빛의 영롱한 색을 입혀 작품 분위기를 거의 성화에 가깝게 묘사했다. 윤곽이 흐릿한 인물과 점묘로 이뤄진 몽롱한 채색은 마치 꿈속의 풍경을 연상시킨다. 짤막하면서도 약간 휘어진 곡선 모양으로 붓놀림을 하고, 가끔은 십자 형태로 교차되는 방식으로 자유롭게 색을 칠했다. 눈병으로 야외에서 그림을 그릴 수 없게 된 피사로가 창밖으로 보이는 평범한 일상의 풍경들을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유망 현대 미술가들의 가장 트렌디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자리가 마련됐다. 오는 10일까지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2층 크레아 라운지에서 열리는 ‘2018 아트마이닝-서울’를 통해서다. ‘예술을 발굴한다’는 모토로 국내 아티스트의 다양한 프로모션과 매니지먼트를 위해 지난해 설립한 주식회사 아트마이닝의 첫 번째 글로벌 아트 프로젝트다. 순수 미술, 현대 공예, 디자인 분야를 대표하는 중견 작가부터 역량 있는 신진 작가까지 한국 현대미술 작가 150명의 작품 330여 점이 걸렸다.메인 전시관인 주제관은 작품을 장르별로 소개하는 대신 ‘순수(Pure)-환희(Delight)-열정(Passion)-명예(Honor)’의 네 가지 키워드에 맞춰 구분하고, 각 단어를 상징하는 화이트·옐로&골드·레드·블랙으로 섹션을 꾸며 독창적이면서 시각적으로 강렬한 풍경을 선사한다. 공간 디자이너 박재우가 전시장 아트 디렉팅을 맡았다.독자적인 창작 키워드인 ‘색동율’의 미감을 담는 옻칠 아티스트 정해조, 아트 퍼니처 분야 선구자인 최병훈, 조선의 산수화를 모티프로 크리스털 재료를 덧입힌 김종숙 등의 작품이 눈길을 끈다. 신승원 아트마이닝 대표는 “서울 행사에 이어 내년 4월 밀라노, 5월 파리 전시를 통해 역량 있는 한국 작가들의 작품을 세계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국내 최대 ‘미술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3일 프리뷰를 시작으로 오는 7일까지 닷새간 서울 삼성동 코엑스A&B홀에서 열린다. 한국, 대만, 중국, 일본, 독일, 영국, 이스라엘, 프랑스, 미국 등 14개국 화랑 174곳이 참여해 작품 3000여 점을 판매한다. 올해는 데이비드 즈워너와 페이스 갤러리(미국), 페로탱 갤러리(프랑스), 이노우에 갤러리(일본) 등 세계 최정상급 화랑들이 참가해 판매 경쟁을 벌인다.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이원희 화백의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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