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4년제 대학 진학률은 56.6%에 그쳤다. 그나마 최근 20년새 크게 늘어난 수치다. 일본은 2013년까지도 4년제 대학 진학률이 절반에 불과했다. 2001년 4년제 대학 진학률은 40%였다. 1992년 384개였던 사립대가 2022년 620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난 영향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4년제 대학진학률은 63.3%(2019년 한국교육개발원)였다. 대학 진학률에서도 확인할 수 있듯 흔히 일본인들은 대학입시에 목을 매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입에 목을 매지 않으니 사교육에 돈을 쏟아부을 일도 적다. 물론 일본도 대학의 서열이 존재하고,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초등학교부터 학원을 다니면서 입시를 준비하는 학생도 적지 않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중학교 입시가 존재한다. 일반 공립 중학교는 입시가 없지만 사립중학교나 사립보다 수업료가 저렴하면서도 입시 경쟁력이 뛰어난 중·고교 일관교에 들어가려면 시험을 치러야 한다. 도쿄의 경우 초등학생 5명 중 1명은 입시를 치르는 중학교를 선택한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의 모교인 가이세이고(開成高校)는 일본 최고의 진학률 덕분에 전역에서 입시생이 몰리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대입 경쟁은 한국에 비하면 약과라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일단 학교에 들어가면 모두가 명문대 진학을 목표로 입시경쟁에 뛰어드는 한국과 달리 일본인들은 중·고등학교에 대한 생각 자체가 다르다. 일본인의 절반 가까이는 중·고교 시절 부활동으로 청춘을 불사른 뒤 고교 졸업과 함께 생활 전선에 나선다. 진학을 하더라도 대학 간판 대신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전문학교를 선택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일본인이 대입에 목을 매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가업
한국의 과학기술 논문 경쟁력이 처음으로 일본을 앞섰다. 중국은 양과 질적인 측면에서 모두 미국과 격차를 벌리면서 세계 1위를 굳혔다. 9일 일본 문부과학성 산하 과학기술·학술정책연구소의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2019~2021년 한국은 '상위 1% 주목 논문'을 연평균 331건(점유율 1.8%) 발표해 세계 11위에 올랐다. 일본은 319건(1.7%)으로 12위였다. 10년 전 만해도 일본은 7위, 한국은 13위였다. '상위 10% 주목 논문'에서도 한국은 4100건(2.2%)으로 10위에 올랐다. 일본은 3767건(2.0%)으로 13위까지 처졌다. 10년 전엔 일본이 6위, 한국이 13위였다. 한국이 상위 1%와 10% 주목 논문에서 일본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일본은 이란에도 뒤지며 논문 경쟁력 순위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상위 10% 주목 논문은 주요 논문에 인용되거나 유명 학술지에 발표되는 빈도가 상위 10% 이내인 논문을 말한다. 상위 1% 주목 논문은 인용 빈도가 1%인 세계 최고 수준의 논문을 의미한다. 둘 다 논문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로 활용된다. 일본은 과학 논문 수와 특허 출원 수를 한 나라의 기술 경쟁력과 연구개발 성과를 측정하는 기본 지표로 보고 해마다 경쟁국의 현황을 집계한다. 매년 발표되는 과학 논문과 특허 출원의 숫자가 들쑥날쑥한 점을 감안해 최근 3년간 평균으로 순위를 매긴다. 논문의 양적인 경쟁력을 나타내는 전체 논문수에서는 일본이 7만775건(3.8%)로 5위, 한국은 5만7070건(3.0%)으로 8위였다. 중국은 양과 질에서 모두 미국을 앞서며 2년 연속 세계 1위에 올랐다. 논문수는 46만4077건(24.6%)을 발표해 30만2466건(16.1%)의 미국을 크게 따돌렸다. 상위 10% 주목 논문과 1% 주목 논문의 점유율도 각각 28.9%와 29.3%로 19.2%와 22.6%의 미국을 앞섰
올 상반기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반기 기준 처음으로 세계 최대 자동차 수출국이 됐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6일 보도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CAAM)에 따르면 중국 주요 기업의 올해 1~6월 자동차 수출 대수는 214만 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6% 증가했다. 반면 일본자동차공업회가 집계한 일본 완성차 업체들의 상반기 수출 대수는 지난해보다 17% 늘어난 202만 대에 그쳤다. 중국의 수출량이 일본보다 12만 대 더 많았다. 상반기 기준으로 중국의 수출량이 일본을 앞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독일을 밀어내고 세계 2위 자동차 수출대국에 오른 중국은 올 들어 일본마저 제쳤다. 중국의 자동차 수출을 이끈 것은 전기차와 같은 친환경 자동차였다. 중국이 수출한 자동차 가운데 친환경 자동차는 53만4000대로 작년 상반기보다 160% 증가했다. 전체 수출량의 4분의 1에 달한다. 중국 상하이에 공장을 둔 테슬라와 중국 최대 전기차 업체인 BYD가 각각 18만 대와 8만 대를 수출했다. 자유민주주의 국가들이 대러시아 경제 제재를 실시하는 데 따른 반사이익도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입한 국가가 러시아였다. 올 1~5월 러시아는 중국에서 28만7000대의 자동차를 수입했다.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한국과 일본, 유럽의 대기업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거나 사업을 축소하자 그 빈자리를 중국이 메우고 있다고 이 신문은 분석했다. 시장조사회사 마크라인즈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전기차 판매 대수는 726만 대로 2021년보다 1.6배 증가했다. 신차 판매에서 전기차가 차지하는 비중이 처음 10%를 넘었다. 영국 조사회사 LMC오토모티브는 올해 전기차 판매 대수가 1100만 대를 넘고 2025년에는 현재의 1.5배인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출구전략에 시동을 건 이후 일본의 장기금리가 10년 만의 최고 수준을 기록했는데도 엔화 가치는 떨어지는 이례적인 현상이 이어지고 있다. 미국 신용등급 하락이라는 돌발 변수가 겹치면서 엔저(低)를 저지하려는 일본은행의 전략이 꼬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4일 일본 채권시장에서 장기금리의 기준이 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한때 연 0.655%까지 상승했다. 2014년 1월 이후 9년7개월 만의 최고치다. 지난달 27일 연 0.44%였던 금리가 1주일 새 0.2%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지난 7월 28일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를 연 -0.1%, 장기금리는 연 0%±0.5%로 유지하면서도 “장·단기금리조작(YCC)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 가격 지정 공개시장운영의 실시 기준을 0.5%에서 1.0%로 상향 조정했다. 사실상 장기금리를 연 0.5%에서 연 1.0%로 상향 조정한 것으로 해석되면서 금리가 단숨에 연 0.5%를 넘어섰다. 일본은행은 장·단기금리조작을 유연화한 목적 가운데 하나로 환율 방어를 꼽았다. 일본의 금리가 오르면 미국과 금리차가 줄어들어 엔화 가치가 반등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 금융정책결정회의 직전인 지난달 27일 달러당 138.78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이후 지속적으로 올라(엔화 가치 하락) 지난 2일엔 143.32엔을 기록했다. 그 이후 엔·달러 환율은 소폭 하락하긴 했지만 여전히 140엔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금융시장 전문가들은 금리가 오르는데도 엔화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를 금리 상승 속도에서 찾고 있다. 일본은행이 금리 상승 속도를 조절하고 있어 환율이 금리를 적극적으
중국에서 주춤한 'K뷰티'가 일본에서 날아올랐다. 일본 시장에서 한국 화장품의 수입 규모가 30여년째 1위를 지키던 프랑스를 처음 꺾었다. 4일 일본 수입화장품협회에 따르면 2022년 한국 화장품 수입 규모는 775억엔(약 7068억원)으로 764억엔의 프랑스를 앞섰다. 랑콤, 샤넬과 같은 고급 브랜드를 내세워 일본 시장에서 30년 가까이 1위를 지키던 프랑스는 2위로 밀려났다. 한국 화장품의 일본 수출규모는 10년새 6배 늘었다. 일본의 대형 잡화점 로프트에서는 올 3~6월 한국 화장품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6배 늘었다. 로프트에서는 210개의 브랜드가 2000여 종류의 화장품을 판매한다. 이 가운데 특히 립스틱과 마스크팩이 인기라고 로프트측은 밝혔다. 일본 편의점 '빅3' 로손이 한국 화장품 브랜드 '롬앤드'와 공동개발한 립스틱은 2개월치 재고를 준비했지만 지난 3월말 발매 3일 만에 품절됐다. 사이즈를 일반 립스틱의 3분의 2로 줄이는 대신 가격을 1000엔 안팎으로 낮춘 전략이 먹혔다는 분석이다. 구리하라 사토시 일본수입화장품협회 전무는 "수입 화장품 업계의 큰 전환점"이라며 "한국 화장품의 인기는 일회성 현상이 아니라 정착 단계"라고 말했다. 한국 화장품이 일본인 남녀 모두에게 인기를 끄는 비결은 프랑스와 미국 제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하면서 품질은 우수하다는 점이 꼽힌다. 한국 화장품 제조사들에 위탁생산을 맡기는 일본 기업이 늘어난 점도 수입이 늘어난 이유라고 요미우리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에서 한국 화장품의 인지도가 높아진 것은 2007년 무렵부터다. 에센스와 프라이머, 파운데이션의 기능을 합한 BB크림이 유행하면서다. 그 전까지 브랜드를 따지는 경향이 강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를 국제적으로 규제하려는 방안의 윤곽이 처음 나왔다. ‘원작자 프로필(OP)’이라는 기술을 활용해 거짓 정보 확산과 저작권 침해 등의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계획이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주요 7개국(G7)의 생성형 AI 공동 규제안인 ‘히로시마 AI 프로세스’ 초안을 마련했다고 3일 보도했다. 생성형 AI의 가장 큰 문제인 허위 정보 확산을 막기 위해 OP 기술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일본 정부는 초안에서 “생성형 AI는 교묘한 허위 정보를 간단히 작성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OP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자고 제안할 계획이다. OP 기술은 언론사의 온라인 기사와 기업 등에 제3 기관의 인증을 받은 전자서명을 부여하는 방식이다. 인터넷 이용자가 기사나 광고의 OP를 클릭하면 콘텐츠 작성 주체와 작성 주체의 주소가 표시된다. SNS로 퍼 나른 기사나 광고에도 OP가 따라 붙기 때문에 이용자가 신뢰할 만한 정보인지 판단할 수 있다. 일본 정부는 4일 열리는 자문회의 ‘AI전략회의’에서 히로시마 AI 프로세스의 세부 내용을 발표할 계획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지난해 일본 상장사 3800여 곳의 평균 연봉이 638만엔(약 5794만원)으로 집계됐다고 시장조사회사 데이코쿠데이터뱅크가 2일 발표했다. 전년인 2021년보다 14만엔 늘며 2002년 조사를 시작한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2년 연속 평균 연봉이 늘었다. 비상장 중소기업을 합한 전체 기업의 평균 연봉은 443만엔으로 상장사 평균 연봉에 비해 195만엔 적다. 지난 한 해 동안 상장사의 68.9%가 연봉을 인상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봉을 30만엔 이상 올린 상장사도 25%에 달했다. 금액별로는 평균 연봉이 500만엔대인 상장사가 1509곳으로 가장 많았다. 1000만엔 이상인 상장사는 종합상사와 기업 인수합병(M&A) 중개회사 등 134곳이었다. 평균 연봉이 가장 많이 오른 업종은 운수·창고업이었다. 관련 기업의 78.4%가 연봉을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충격에서 벗어나 회복세를 타기 시작한 항공·해운업종과 인력난이 심각한 도매업, 서비스 업종 기업 가운데 70% 이상이 연봉을 인상했다. 데이코쿠데이터뱅크는 “물가 상승과 인력난 때문에 임금이 큰 폭으로 계속 인상되고 있어 올해도 상장사 평균 연봉이 더 오를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반면 일본인들의 체감 경기는 악화했다. 일본은행이 분기마다 실시하는 생활의식조사에서 “여유가 없어졌다”는 응답 비율이 56.8%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한창이던 2009년 12월 이후 가장 높았다. ‘물가가 올랐기 때문’이라는 응답이 89.2%에 달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일본의 공연 비자(흥행 비자) 발급 요건이 8월부터 크게 완화된다.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과 신인 음악가들의 일본 진출이 훨씬 수월해질 전망이다. 일본 정부는 8월 1일부터 외국인 가수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개최하기 위해 받아야 하는 ‘흥행 비자’의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고 31일 발표했다. 이전에는 △하루 보수가 50만엔(약 450만원) 이상이면서 체재 일수가 15일 이내 △객석이 100석 이상이면서 음식물을 판매하지 않는 공연장 △일본 정부와 학교 등이 여는 공적인 행사에 출연 가운데 최소 한 가지 요건을 맞춰야 외국인 가수가 일본 흥행 비자를 받을 수 있었다. 앞으로는 하루 보수가 50만엔 이상인 인기 가수의 체재 일수는 30일 이내로 늘어나기 때문에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이 일본 전역을 돌며 ‘투어 콘서트’를 여는 게 쉬워진다. 또 술을 판매하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외국인 음악가들이 공연할 수 있게 된다. 신인 음악가나 인디 밴드의 일본 진출도 수월해진다. 지금까지는 외국인 음악가가 세 가지 흥행 비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2년 이상의 해외 활동 경력에 13㎡ 이상의 무대에 서야 한다는 제한이 있었지만, 앞으로는 3년 이상 외국인 음악가를 초청한 경력이 있는 공연 기획사에는 이를 면제하기로 해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한국의 인기 아이돌 그룹이나 신인 음악가들의 일본 진출이 훨씬 쉬워질 전망이다. 8월1일부터 일본의 공연 비자 요건이 크게 완화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다음달 1일부터 외국인 가수가 일본에서 콘서트를 열기 위해 받는 '흥행 비자'의 요건을 대폭 완화한다고 31일 보도했다. 새 규정에 따라 한국의 유명 아이돌 그룹이 한 달 동안 일본 전역을 도는 투어 콘서트가 가능해지고, 아직 일본에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신인 음악가도 공연을 개최하기 수월해 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까지 일본의 흥행비자를 받으려면 ▲보수가 1일 50만엔(약 450만원) 이상이면서 체재일수가 15일 이내인 경우 ▲객석이 100석 이상이면서 음식물을 판매하지 않는 공연장인 경우 ▲일본 정부와 학교 등 공적인 이벤트에 출연하는 경우 가운데 한 가지 요건을 맞춰야 했다. 외국인 음악가들 사이에서 한 달짜리 장기 공연이나 팬들이 맥주를 마시면서 자유롭게 서서 공연을 감상하는 라이브 하우스의 출연이 어렵다는 불만을 제기해 온 이유다. 다음달 1일부터 시행되는 출입국관리·이민인정법 개정안에 따르면 1일 보수가 50만엔 이상인 인기 가수의 체재일수는 30일 이내로 늘어난다. 또 객석 구분이 없고 술을 판매하는 라이브 하우스에서 외국인 음악가들이 공연을 하는 것도 허용한다. 3가지 흥행비자 요건을 만족시키지 못하는 신인 음악가나 인디 밴드의 일본 진출도 쉬워진다. 지금까지는 3가지 흥행비자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외국인 음악가가 일본에서 공연하려면 2년 이상의 해외 활동경력이 필요했다. 또 이들을 초청하는 공연 기획사는 13㎡ 이상의 무대를 마련해야 했다. 이제 막 데뷔한 신인이나 일본에서 인지
‘매파적 비틀기(hawkish tweak).’ 일본은행이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장·단기 기준금리를 유지하면서도 장기금리가 연 1.0%까지 오를 수 있도록 허용한 결정을 블룸버그통신은 이렇게 해석했다. “금융완화의 지속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라는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설명과는 결이 다른 해석이다. 시장은 블룸버그의 해석대로 움직였다. 장기금리의 기준인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단숨에 연 0.5%를 넘어 연 0.55%까지 상승했다.○“금융완화 수정 아니다”고 했지만이날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는 모양새를 취하면서도 사실상 출구전략에 나선 것은 경기를 부양하면서 물가도 잡아야 하는 딜레마적 상황에서 내놓은 고육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행은 올해 일본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을 2.5%로 예상했다. 지난 4월 예상치(1.8%)보다 대폭 상향했다. 6월 물가상승률은 3.3%로 15개월 연속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그동안 “금융완화정책 조기 종료는 피해야 한다”고 경고한 국제통화기금(IMF)도 25일에는 “더 미적대지 말고 긴축을 준비해야 한다”(피에르 올리비에 구란차스 수석이코노미스트)고 권고했다. 물가 대책을 세워야 하지만 그렇다고 경기 부양책을 중단할 수도 없다는 게 일본은행의 고민이다. 일본 경제 성장세가 기대만큼 강하지 않아서다. 일본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4%(전 분기 대비, 연율 기준) 깜짝 증가했지만 GDP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소비는 0.1% 감소했다. 엔저(低)를 잡기 위한 조치로도 해석된다. 미국 및 유럽연합(EU)과의 금리차 확대로 최근 달러당 엔화 가치는 140엔대까지 떨어졌다. 엔화 가치 하락은 수입물가 상승
일본은행이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면서 글로벌 투자자금의 움직임도 급변할 전망이다. 금리가 사실상 ‘제로(0)’인 일본에서 엔화를 빌려 미국과 같이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급격히 청산되면서 금융시장에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S&P500지수 등 주요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다. 일본은행이 장단기금리조작 정책을 수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마켓워치는 “일본의 엔 캐리 투자자들이 자국 시장에서 더 큰 수익률을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자금을 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10년 넘게 초저금리 정책을 펴온 일본을 피해 미국 시장으로 몰려든 일본 투자자들이 자국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금융긴축을 서두른 미국 중앙은행(Fed) 및 유럽중앙은행(ECB)과 대조적으로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를 고수한 지난해 일본에서는 자산이 급격히 해외로 빠져나가는 자본 도피 현상이 발생한 것으로 분석된다. 일본에서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은 지난해에만 20조엔(약 183조원)가량으로 추산된다. 1994년 이후 최대 규모다. 자본 도피를 주도한 세력은 개인이었다. 작년 9월 한 달 동안 일본 개인의 외환거래 규모는 1098조엔으로 사상 처음 1000조엔을 넘었다. 일본은행이 본격적으로 출구전략에 나서 금리가 오르면 해외로 빠져나간 자금이 일본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반면 장기금리 인상으로 인한 부담도 만만찮다. 작년 말 현재 일본의 정부부채는 1026조엔에 달한다. 국채 이자와 원금을 상환하는 데만 연간 25조엔을 쓴다. 일본 재무성은 장기금리가 1%포인트 더 오르면 2025년부터 연간 이자 부담이
일본은행이 장단기금리조작 정책에서 용인하는 장기금리 상한을 연 0.5%에서 1%로 높이기로 했다. 주요국 가운데 마지막까지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고수해온 일본이 사실상 출구전략에 시동을 걸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은행은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기준금리를 연 -0.1%, 장기 기준금리는 0%±연 0.5%로 유지하면서도 “장단기금리조작 정책을 보다 유연하게 운영한다”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 가격지정 공개시장조작의 실시 기준을 연 0.5%에서 1%로 상향 조정했다. 지금까지 일본은행은 장기 기준금리인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변동폭 상한(0.5%)을 넘어서면 연 0.5%의 금리에 국채를 무제한 사들였다. 장기금리를 연 0.5% 이하로 묶어둠으로써 경기 부양, 디플레이션 탈출 등 정책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의도였다. 앞으로는 장기금리가 급변동하지 않는 한 연 1%까지 오르더라도 공개시장조작을 하지 않는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물가가 예상을 웃돌 위험을 차단해 금융완화를 지속하기 위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에서는 사실상 장기 기준금리를 연 0.5%에서 1%로 인상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주가는 하락하고 엔화 가치와 장기금리는 급등했다. 이날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0.4% 떨어진 32,759.23으로 마감했다. 일본은행의 결정이 발표된 직후 닛케이지수는 한때 2.4% 급락하기도 했다. 도쿄 외환시장에서 오전에 달러당 141엔대까지 떨어졌던 엔화 가치는 오후 들어 139엔까지 급등했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1%포인트 오른 연 0.550%로 9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2027년부터 2nm급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한 일본의 민관 합작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 日 반도체 부활 전략 뜯어보니(7)에서 살펴본 것처럼 라피더스의 성공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게 대체적인 평가다. 하지만 성공을 점칠 만한 요인도 있다. 라피더스의 가장 강력한 무기는 역시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전폭적인 지원이다. 최첨단 반도체 생산에는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확보가 필수다. 반도체 수요 급증으로 EUV 장비 주문량도 따라서 느는데 ASML의 연간 생산량은 50대 안팎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전자와 TSMC가 EUV 장비를 먼저 확보하기 위해 신경전을 벌인다거나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담판을 위해 네덜란드 ASML 본사를 방문했다는 뉴스가 심심찮게 나오는 이유다. 라피더스는 생산기술도, 공장도 없지만 EUV 장비를 이미 두 대나 확보했다. 라피더스에 기술을 제공하는 벨기에 imec이 ASML과 공동개발한 EUV 노광장치를 우선 공급하는 덕분이다. 지금까지 일본 정부가 주도했다가 실패한 산업재편과 라피더스는 두가지 점에서 큰 차이가 있다. 일본 재계에서 자주 쓰는 자조 중에 “일본은 기술에서 이기고 사업에서 진다”라는 표현이 있다. 일본 기업들이 기술력을 과신한 나머지 독자성을 고집하다가 세계의 흐름에서 멀어지는 ‘갈라파고스화’한다는 뜻이다. 소비자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 '쓸고퀄(불 필요할 정도로 품질이 높아서 가격만 비싼 제품)' 제품을 만들어 스스로 자멸하는 사례가 수십년째 반복되고 있다. 라피더스 프로젝트에는 NEC와 기오시아 등 반도체와 전자업체 뿐 아니라 도요타자동차, 소니그룹, 덴소 등 반도체를 구매하는 고객 기업이 함께
일반 사원에게 주식을 보너스로 주는 일본 기업이 464곳(올 6월 말 기준)으로 5년 새 10배 늘었다. 세계적으로 부족한 반도체와 인공지능(AI) 관련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근로자 의욕을 높이기 위한 변화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7일 전했다. 소니그룹은 앞으로 수년 동안 약 3000명의 사원에게 1인당 평균 2000만엔(약 1억8222만원)어치 주식을 보너스로 지급할 방침이다. 임원에게만 적용하던 제도를 일반 사원으로 확대했다. 반도체와 모빌리티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소니그룹은 전문 인력을 확보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 가운데 하나가 주식 보너스 제도다. 구글과 아마존 등 미국 정보기술(IT) 경쟁사들은 일반 사원에게 주식 보너스를 지급하는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자동차 반도체 전문 제조회사인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도 2만 명에 달하는 전체 일반 근로자에게 수백만엔어치의 주식 보너스를 주는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현금으로 받는 급여와 상여금에 주식 보너스를 합치면 20대 중반인 대졸 신입직원도 1000만엔(약 9100만원) 이상의 연봉을 기대할 수 있다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르네사스는 반도체 인력 확보 경쟁이 치열한 미국 법인에서부터 주식 보너스 제도를 시작할 방침이다. 보너스로 받은 주식은 3~5년 이상의 매각 제한 기간이 붙는 게 일반적이다. 경영진과 사원이 함께 기업가치를 높이기 위해 노력하는 동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주식 보너스는 세제상 비용으로 인정된다. 이 때문에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도 법인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외국기업인 TSMC의 구형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데 혈세를 5조원이나 들이는게 국익에 도움이 되느냐는 논란의 결론은 일본의 신생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독자적으로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느냐에 따라 완전히 달라진다. 라피더스가 공언한 대로 2027년부터 2nm급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할 수 있다면 지금까지 일본이 쏟아부은 모든 비용과 노력은 아깝지 않게 된다. 반대로 실패한다면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 자체가 허물어지게 된다. 한국과 일본을 막론하고 지금까지 취재한 반도체 업계 관계자 가운데 라피더스의 성공을 점치는 이는 한 명도 없었다. 하나같이 "반도체 공정을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이라면 말이 안되는 소리라는 걸 안다"고 했다. 타이어와 자동차 부품 경쟁력이 뛰어난 오토바이 메이커가 갑자기 포뮬러1 슈퍼카를 만들 수는 없지 않냐는 것이다. 일본 정부가 주도한 산업재편 전략이 성공한 전례가 없다는 점도 비관론을 뒷받침한다. 1999년 히타치제작소와 NEC의 메모리 반도체 사업을 통합한 엘피다메모리는 2012년 파산해 미국 반도체 기업인 마이크론테크놀로지에 인수됐다. 미쓰비시전기, 히타치, NEC의 반도체 부분을 통합한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는 만년 적자를 면치 못하다가 공적자금의 지원을 받았다. 현재는 자동차용 반도체 생산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지만 세계 시장에서의 존재감은 크지 않다. 단독으로 차세대 반도체를 개발할 능력도 없다는 평가다. 라피더스는 일본 정부와 도요타자동차, 소니그룹, NTT, NEC,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 등 일본 대표 기업 8곳이 공동으로 설립했다. 일본 재계 역사상 다수 기업의 집단 지도체제가 성공한 사례도 거의 없다. 기업마다 의사
일본의 인구가 사상 최대 폭으로 줄면서 14년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처음으로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 전 지역의 인구가 감소했다. 이런 가운데 육아 지원과 기업 및 관광 리조트 유치로 인구를 늘린 기초 지자체들도 있었다. 일본 총무성이 26일 발표한 인구동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3년 1월 1일 기준 일본인 인구는 1억2242만3038명으로 1년 전보다 80만523명 줄었다. 인구가 1년 새 80만 명 넘게 줄어든 것은 처음이다. 일본의 인구는 2009년 1억2707만6183명으로 정점을 찍은 이후 14년 연속 감소했다. 특히 1973년 조사 이후 처음으로 47개 광역 지자체 전 지역에서 인구가 줄었다. 전통적으로 출산율이 높은 오키나와도 인구가 처음 감소했다. 인구의 4분의 1이 모여 있는 수도권 지역(도쿄도·가나가와현·지바현·사이타마현) 인구도 3353만7661명으로 2년 연속 감소했다. 반면 일본에 주소지를 둔 외국인 인구는 299만3839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립사회보장·인구문제연구소에 따르면 2067년 일본 인구의 10.2%를 외국인이 채울 전망이다. 외국인 인구 덕분에 15~64세 생산연령인구 비율은 59.08%로 소폭 반등했다. 일본의 생산연령인구가 늘어난 것은 1994년 조사 이후 처음이다. 국제협력기구(JICA)는 2040년 일본의 경제성장률이 정부 목표치를 달성하려면 외국인 근로자가 현재의 4배인 675만 명 필요하다고 추산했다. 인구 절벽이 가팔라지는 가운데 인구가 늘어난 기초 지자체들도 있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인구가 늘어난 기초 지자체는 육아 지원 제도를 늘렸거나 기업이나 관광 리조트를 유치했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분석했다. 육아 지원제도는 젊은 세대 유입, 기업 유치는 고용 창출, 관광 리조트 신
“발아래의 상류 수조가 바닷물로 희석한 처리수가 최종적으로 모이는 곳입니다. 이곳에서 처리수는 해저 파이프를 거쳐 원전 1㎞ 앞 바닷속에 방류됩니다.” 다카하라 겐이치 도쿄전력홀딩스 폐로커뮤니케이션센터 리스크 커뮤니케이터는 발아래에 있는 가설 철판을 쾅쾅 밟으며 말했다. 지난 21일 기자는 도쿄전력홀딩스와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초청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 내부에 들어가 봤다.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한 처리수를 바닷물로 희석해 방류하는 과정을 모두 공개했다. 원전 시설이 국내외 언론에 공개된 적은 있다. 하지만 방류 준비를 끝낸 뒤 한국 기자에게 처리수 희석·방류 시설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처음 본 후쿠시마 제1원전은 2011년 폭발 사고를 일으킨 1~4호기 원자로만 없다면 정리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정유공장 같았다. 서울광장 265개 크기인 원전 부지의 4분의 1에는 약 1000개의 탱크가 빽빽하게 들어차 있고, 사람 크기보다 큰 배관 파이프가 이리저리 연결돼 있었다. 탱크는 ALPS로 거른 처리수를 모아두는 저장고다. 지난 5월 현재 처리수가 133만㎥까지 늘어 저장 능력의 97%에 도달했다. 물탱크를 더 늘렸다가는 폐로 작업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처리수를 방류한다는 게 일본 정부의 입장이다. 이날 방문한 후쿠시마 제1원전 부지의 96%는 별다른 보호장비 없이 돌아다닐 수 있었다. 예상과 달리 방호복으로 중무장한 직원은 찾아볼 수 없었다. 시찰은 ALPS 처리수 희석·방류 설비와 ALPS 설비, 폭발 사고를 일으킨 원전 1~4호기를 둘러보는 순서로 이뤄졌다. 다카하라 커뮤니케이터는 “현장 작업원은 1개월에 0.2~0.3m㏜(밀리시버트·1시간 동안 노출되는
작년 7월8일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총탄에 사망한지 두 달여 뒤인 9월24일 대만 2대 도시 가오슝시에는 아베 동상이 세워졌다. 지역 유지들의 기부로 제작된 동상에는 "아베 전 총리는 생전 대만을 전력을 다해 지지했다. 감사의 마음을 담아 이 동상을 제작했다"라고 쓰여 있다. 지난 8일 아베 총리 사망 1주기를 맞아 식사 자리에서 만난 아베파 국회의원은 "아베 전 총리가 죽기 전에 가장 역점을 둔 활동이 일본-대만 경제협력이었다"라고 증언했다. 이를 위해 아베 전 총리의 최측근 의원들이 여러 차례 대만을 오갔다고 했다. 아베파는 일본의 집권여당 자민당내 최대 파벌이다. 아베파 주도로 자민당은 최근 수년에 걸쳐 반도체 관련 기업을 전폭적으로 지원했다. TSMC의 구마모토 공장 유치 역시 자민당 최대 파벌의 이러한 노력에 힘입은 성과라는 분석이다.하지만 TSMC 공장 유치에 대한 반응이 환영일색인 것만은 아니다. 일본 정부는 구마모토 공장 건설비(1조2000억엔)의 40%인 4760억엔을 보조한다. 이 공장에서는 내년부터 12~28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 반도체를 생산한다. 주로 이미지 센서 등에 사용되는 반도체다. 최첨단 반도체(2nm 이하)에 비해서는 8~15년 이전의 기술이다. 일부에서 해외의 구형 반도체 공장을 유치하는데 왜 혈세를 5조원이나 쏟아붓느냐는 볼맨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TSMC는 작년 6월24일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의 연구개발센터를 가동했다. 연구개발 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일본 정부는 190억엔을 지원했다. 일본 정부는 "차세대 반도체 제조기술을 확립할 수 있게 됐다"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하지만 "조성사업의 성과(신기술)는 TSMC에 귀속된다"고 인정한다. TSMC가 이 연구소에서
2030년까지 반도체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인 15조엔(약 136조원)으로 늘려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겠다는 일본 정부. 약점을 보강하는 동시에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도 마련했다. 일본이 세계시장을 석권하는 반도체 소재 산업을 재편하는 것이다. 지난 6월24일 일본 정부계 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는 포토레지스트 세계 1위 JSR을 약 1조엔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회로를 새길 때 필수적인 소재(감광액)를 말한다. 한일관계가 최악이었던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로 한국에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3개 가운데 하나가 포토레지스트였다. JSR의 포토레지스트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특히 최첨단 반도체 생산용 포토레지스트 분야에 강점을 갖고 있다. JSR은 1957년 일본 정부가 세계적인 천연고무 부족에 대처하기 위해 만든 회사다. 원래 사명도 '일본합성고무'였다. 1969년 민영화 이후 1970년대 후반 포토레지스트 사업에 진출한 게 지금의 주력사업이 됐다. JIC는 2018년 출범한 경제산업성 산하 투자펀드다. 일본 정부가 지분의 96%를 갖고 있다. 도요타, 소니, 히타치, 파나소닉 등 일본 대표 대기업 24곳이 나머지 지분을 갖고 있다. JSR 인수 발표 이후 경제산업성과 JIC 모두 입이라도 맞춘 듯 "JSR 인수는 JIC의 독자적인 결정이었다"라고 밝혔다. 지분 구도만 봐도 일본 정부의 주도로 이뤄진 거래임을 쉽게 추측할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키기 위해 일본 정부는 한 번 민영화했던 회사를 도로 사들인 것이다. 일본 정부 계열 펀드가 JSR을 사들인 이유는 두가지다. 첫째는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 규모가 반도체 소재 기업 홀로 감당하기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가 작년 7월 죽기 전 가장 공을 들인 활동이 일본·대만 경제협력이었습니다. 그의 최측근 의원들이 여러 차례 대만을 오갔어요.” 지난 8일 아베 전 총리 사망 1주기를 맞아 사석에서 만난 아베파 소속 의회의원의 말이다. 아베 전 총리가 대만을 주목한 이유가 반도체 때문임은 말할 것도 없다.◆라피더스가 성공의 관건2020년 9월 총리 자리에서 물러난 그가 대만으로 눈을 돌린 2021년 봄은 일본 반도체 산업의 분기점으로 기록될 만하다. 2030년이면 사실상 소멸할 것으로 예상되던 반도체 산업을 소생시키려는 마지막 시도가 시작된 때다. 그해 5월 반도체전략추진의원연맹이 발족됐다. 아베 전 총리는 집권여당인 자민당 의원 100여 명으로 구성된 이 연맹의 특별고문을 맡았다. 한 달 뒤인 6월 대만 TSMC의 구마모토 공장 유치를 기점으로 일본 정부는 반도체 전략을 발표한다. 반도체 생산공장 신설 등에 총 2조엔을 지원해 2030년 일본 반도체 매출을 15조엔까지 늘린다는 내용이다. 반도체 시장은 회로 선폭에 따라 크게 미래 최첨단 반도체(2㎚ 이하)와 범용 반도체(12~28㎚), 구형 반도체(40㎚ 이상) 등 세 가지로 나뉜다. 2021년 6월 반도체 전략을 발표할 당시 일본은 구형 반도체밖에 만들 수 없었다. 비어 있는 범용 반도체 분야는 TSMC 등 해외 반도체 기업을 끌어들여 해결했다. 현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지원을 약속한 보조금이 6154억엔인데, 글로벌 반도체 기업이 일본에 투자하기로 한 금액은 2조7000억엔에 달한다. 마지막 남은 미래 최첨단 반도체는 일본 정부와 도요타자동차, 소니 등 대표 기업들이 작년 8월 공동으로 설립한 라피더스가 맡는다. 라피더스가 2027년 2㎚급 반도체를
일본이 글로벌 반도체 생산기지로 떠오르는 인도와 반도체 동맹을 결성했다. 1980년대 세계시장을 석권했던 반도체산업을 부활시키려는 일본 정부의 전략이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도를 방문 중인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19일 양국 간 반도체 분야 협력 각서에 서명했다. 보조금 지원 대상 정보 공유, 기술·소재 공동 개발, 인재 육성 등을 통해 최적의 공급망을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이달 초 유럽연합(EU)과도 반도체 분야 협력을 위한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최근 미·중 패권 경쟁의 영향으로 반도체 공급망이 재편되는 흐름을 틈타 일본을 세계 반도체 시장의 중심으로 만들기 위해 외교력을 총동원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해 5월 23일 워싱턴DC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반도체 협력 기본 원칙’에 합의했다. 반도체업계는 이 합의를 통해 미국이 일본의 반도체 부활을 사실상 승인한 것으로 해석한다. 미국 IBM과 벨기에 IMEC이 일본에 최첨단 반도체 제조 기술을 제공하는 근거가 이 합의로 마련됐다. 작년 8월 설립된 신생 반도체 회사 라피더스가 2027년부터 2나노미터(㎚, 1㎚=10억분의 1m)급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선언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일본의 전략은 반도체 생산시설 확보에 그치지 않는다. 반도체 소재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기 위해 업계 재편에도 나서고 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가 반도체 부활을 위한 10년치 로드맵을 짜놓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일본 정부는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되찾기 위해 외교력을 활용한 반도체 동맹을 강화하고 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지난 13일 벨기에를 방문해 유럽연합(EU)의 샤를 미셸 상임의장,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과 “반도체 수급 정보를 공유하는 데 협력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를 위해 ‘반도체 조기 경보 체제’를 통해 반도체 공급망을 유지하기로 했다. 양측이 반도체 수급에 관한 정보를 공유해 공급 부족이 발생할 가능성을 조기에 파악하는 시스템이다. 양측은 “특정 지역에서 반도체 공급이 부족하면 조기에 조달 수단을 바꿔 공급이 중단되지 않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한 보조금 분배 기준과 지급 내용, 효과 등 반도체 정책 정보도 공유하기로 했다. 반도체 보조금을 각각 2조엔과 6조엔 규모로 편성한 일본과 EU가 중복 투자를 막고 차세대 반도체 연구개발(R&D)과 인재 육성에 힘을 합치기로 한 것이다. 일본과 EU가 반도체 동맹을 결성하면 ‘미국·일본·EU’ 삼각 동맹도 본격화한다. EU, 일본이 각각 미국과 반도체 보조금 및 공급망 관련 정보를 공유하고 있는데 이번에 EU와 일본이 동맹을 맺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1990년대 세계 반도체 생산의 중심은 미국 일본 유럽이었지만 2000년대 이후 한국 대만 중국으로 이동했다”며 “대만 유사시에 대비해 안전한 반도체 공급망을 구축하고 반도체 패권을 되찾겠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정부는 인도와도 비슷한 형태의 동맹을 맺었다. 니시무라 야스토시 경제산업상은 19일 인도를 방문해 보조금 지원 대상 등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반도체 분야 대화를 여는 각서
일본 정부는 약점인 반도체 생산 기술을 보강하는 동시에 자국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전략에 손을 댔다.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춘 반도체 소재 산업을 정부 주도로 재편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6월 24일 일본 정부 주도로 조성한 펀드인 산업혁신투자기구(JIC)는 포토레지스트 세계 1위 기업 JSR을 약 1조엔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JSR의 포토레지스트 세계 시장 점유율은 30%에 달한다. 포토레지스트는 반도체 회로를 새길 때 필수적인 소재(감광액)다. 한·일 관계가 최악이던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보복 조치로 한국에 수출을 규제한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세 개 가운데 하나가 포토레지스트다. 일본 정부에서 조성한 펀드가 JSR을 사들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분석된다. 첫째는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의 투자 규모가 반도체 소재 기업 홀로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커지고 있어서다. 반도체 공정 난도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반도체 대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도 급격히 늘고 있다. TSMC는 올 1월 연간 설비투자액을 최대 360억달러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도 앞으로 20년간 총 30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연간 매출 4088억엔, 순이익 157억엔(2022년 기준)인 JSR이 홀로 쫓아가기는 어려운 규모다. 더 큰 이유는 JSR이 적대적 인수합병(M&A)으로 해외에 팔릴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JSR 시가총액은 약 7000억엔인데 외국인 보유지분이 54%에 달한다. 4조원이면 JSR 외국인 지분을 모두 사들일 수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글로벌 사모펀드(PEF)들이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JIC는 JSR 지분 100%를 사들여 2024년 상장 폐지할 방침이다. 지분 100%를 확보하면 외국인 주주들의 눈치를
일본 반도체 산업 부활의 첫단추는 경제산업성이 2021년 6월 내놓은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이다. 총 2조엔을 반도체 산업에 투자해 2030년까지 일본의 반도체 관련 매출을 현재의 3배인 15조엔으로 늘린다는 정책이다. 일본에 반도체 생산시설을 새로 짓는 기업에 최대 절반까지 건설비를 지원하는 대책이 이 때 마련됐다. 세계 최대 반도체 파운드리(수탁회사) 기업 TSMC를 구마모토현에 유치하는 성과를 냈다. 지난 2월에는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안보법)에 반도체를 '특정중요물자'로 지정하면서 범용 반도체는 물론 반도체 소재, 제조장비 기업도 지원할 수 있게 됐다. 국적을 불문하고 일본에 투자하는 기업에 투자금의 2분의 1~3분의 1을 지급한다. 반도체 산업을 지원하기 위해 미국이 7조엔, 유럽연합(EU)이 민관 합쳐 6조엔, 중국이 지방정부를 포함해 10조엔을 쏟아붓는데 비해 일본의 지원규모는 상대적으로 적은게 사실이다. 하지만 성과는 쏠쏠하다. 현 시점에서 일본 정부가 투자를 결정한 TSMC,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지원을 약속한 보조금은 6154억엔이다. 같은 기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은 일본에 2조7000억엔(발표치 포함)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의 반도체 대기업 관계자는 "일본이 인건비가 비싸지만 정부 보조금을 감안하면 운영비용이 오히려 한국보다 싸진다"고 말했다. 지원 체계도 꼼꼼하다. 회로 선폭에 따라 반도체 시장을 3가지로 구분할 때 일본의 생산 능력은 최하위 등급인 범용 반도체(40나노미터 이상)에 머물러 있다. TSMC를 구마모토에 유치함으로써 비어있는 첨단 반도체(12~28나노미터) 생산능력을 해결했다. 일본 정부는 건설비의 절반까지 지원하는 대
워런 버핏의 투자로 글로벌 인기주가 된 일본 종합상사 가운데 이토추상사는 또 다른 이유로 일본에서 주목받고 있다. 출산율 때문이다. 2021년 이토추상사 여성 사원의 합계특수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1.97명을 기록했다. 일본 전체 평균인 1.3명을 크게 웃돌았다. 2005년 이토추의 출산율은 0.6명이었다. 똑같은 회사의 출산율이 15년 만에 세 배로 뛰어오른 기적에 일본 사회 전체가 놀랐다. 이토추는 매출의 80%가 생활·소비용품이다. 데상트 등 다수의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편의점 프랜차이즈 패밀리마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여학생 비율이 높은 문과 계열 대졸자가 취업하고 싶은 기업 순위에서 최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이유다. 그렇다고 해서 이토추가 종합상사인 점은 변함이 없다. 24시간 사무실 등이 꺼지지 않는 종합상사의 업무 특성상 노동 강도 역시 최고 수준이다. 이토추의 출산율이 바닥을 기었던 이유다. 기적 일으킨 '아침형 근무제'기적이 일어난 건 일하는 방식을 바꾸면서다. 특히 2013년 도입한 아침형 근무제는 기적의 시작으로 평가받는다. 2010년 0.94명이던 출산율이 2015년 1.54명으로 뛰었다. 아침형 근무제란 오후 8시 이후의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오전 5~8시 업무를 심야근무로 취급해 추가 근무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이토추 여성 사원들은 거의 매일 정시에 퇴근하는 대신 다음날 오전 5시에 일어나 자녀가 일어나는 시간까지 전날 남은 일을 처리하고 당일 스케줄을 정리한다. 아이가 깨면 먹이고 씻겨서 어린이집에 맡긴 뒤 9시까지 출근한다. 아침형 근무제가 없었다면 일과 출산·육아의 병행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토추의 여성 사원
일본은 1년에 전기·전자제품을 얼마나 수출할까. 닌텐도 스위치, 캐논과 니콘의 카메라, 소니의 영상장비, 후지쓰 NEC의 통신 인프라 장비 등등 일본은 세계가 알아주는 전자강국이니만큼 수출 규모도 엄청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일본은 전자통신기기 부문에서 2021년 1조4000억엔, 지난해에는 2조엔이 넘는 적자를 냈다. 일본이 반도체 산업을 부활시켜야 하는 절실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계 반도체 시장 규모는 2020년 50조엔에서 2030년 100조엔으로 10년새 두 배 성장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에 쓰이는 고성능 SSD와 스마트폰에 쓰이는 반도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기 때문이다. 시장이 급격히 커질수록 반도체 산업이 부실한 일본의 적자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도체 시장은 회로 선폭에 따라 크게 세가지로 나눌 수 있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에 사용되는 최첨단 반도체(2나노미터·nm 이하)와 자율주행 기술과 센서 등에 사용되는 첨단 반도체(12~28나노미터), 자동차와 가전제품에 사용되는 범용 반도체(40나노미터 이상)다. 현재 일본의 반도체 기술은 40나노미터급 범용 반도체에 머물러 있다. 차량용 반도체(마이콘) 세계 2위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 등이 일본의 범용 반도체 생산 기업이다. 최근 몇 년 동안 지진과 화재로 르네사스일렉트로닉스의 생산 공장이 멈출 때마다 일본 자동차 업체들이 생산에 차질을 빚은데서 일본 반도체 산업이 얼마나 취약해 졌는지 알 수 있다. 특히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의 성장이 일본의 무역적자를 심화시킨다는 점이 눈여겨 볼 만하다. 미국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 기업들의 클라우드 서비스에 대한 일본 기업들이 의존도가 높이지고
중국이 대만을 침공하더라도 일본이 직접 군사력을 동원할 가능성은 낮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미국과 일본의 정부 관계자들을 인용해 16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과 일본은 1년 이상 중국의 대만 침공에 대비한 방어 계획을 논의하고 있지만 일본의 군사개입과 관련해 합의를 보지 못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일본에 중국 잠수함 수색 등과 같은 군사적인 기여를 요청했지만 일본은 확답을 피하고 있다. 올초 미국 싱크탱크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미국이 일본과 호주 등 동맹국의 지원을 받으면 중국의 대만 침공을 저지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일본의 함정과 항공기가 중국 해군을 저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중국의 대만 침공 움직임이 현실화하는 것을 가정했을 때 미국이 주일 미군기지를 통해 대응에 나서려면 1960년 체결된 미·일상호안보조약에 따라 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만 한다. WSJ는 “일본은 이를 거절할 경우 자국 안보를 보장해주는 동맹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승인해야 한다는 압력을 느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일본이 직접 전쟁에 뛰어들도록 하기는 훨씬 어려울 것”이라며 “일본 지도자들은 대만 전쟁에서의 역할에 대한 공개 언급을 회피하는데, 이는 일반적인 국내 여론이 분쟁에 얽히는 것을 싫어하기 때문”이라고 짚었다. 모리 사토루 게이오대 정치학과 교수는 “대만 방어를 위해 목숨을 걸 것이냐는 물음을 던진다면 아마 현시점에서 일본인의 90%는 ‘아니다’라고 답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지난해 초부터 일본 전자업계에서는 한국과 대만의 반도체 생산 능력 상당 부분을 중국의 위협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일본으로 옮긴다는 시나리오가 돌았다. 음모론 정도로 취급됐던 시나리오는 1년이 지나지 않아 현실이 됐다. 일본은 세계 1~3위 반도체 기업인 TSMC, 삼성전자, 인텔의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 거점을 모두 자국에 유치했다. TSMC는 작년 6월 이바라키현 쓰쿠바시에 연구개발센터를 가동해 3차원 반도체 제조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또 구마모토현에 1조2000억엔(약 11조원)을 투자해 반도체 생산공장을 짓고 있다. 류더인 TSMC 회장은 지난달 6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본의 두 번째 신공장을 구마모토현에 건설할 방침”이라고도 밝혔다. 해외진출 자체가 드물었던 TSMC가 같은 시기, 같은 나라에 두 곳의 거점을 동시에 설치하는 곳은 일본이 유일하다. 삼성전자도 300억엔 이상을 투자해 요코하마시에 연구개발(R&D) 전용 반도체 생산라인을 건설할 계획이다. 세계 4위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도 히로시마현 공장에서 차세대 반도체를 생산하기 위해 최대 5000억엔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본에 잇따라 진출하는 상황은 5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다. 코로나19 확산,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미·중 패권 경쟁이 아니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다. 일본의 신생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가 자칫 황당해 보이기까지 하는 최첨단 반도체 양산을 꿈꿀 수 있는 것도 미중 패권 경쟁 덕분이다. 라피더스는 IBM으로부터 2nm 반도체 기반기술을, 벨기에 반도체 연구개발기관인 imec으로부터 2nm급 반도체 제조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 노광기
15년 동안 미국의 최대 수입국이던 중국이 3위로 밀려났다. 미국이 최대 경쟁자인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공급망 재구축에 나서면서 국제무역 구조가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14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미국 상무부 무역통계를 분석한 결과 올해 1~5월 미국이 중국으로부터 수입한 재화 등 규모는 1690억달러(약 214조원)로 나타났다. 이 기간 미국의 전체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3.4%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3%포인트 줄었다. 19년 만에 가장 작은 수준이다. 미국 최대 수입국 자리는 멕시코가 차지했고, 2위는 캐나다 몫이 됐다. 같은 기간 미국이 멕시코에서 수입한 액수는 1950억달러로 사상 최대였고, 이웃인 캐나다로부터의 수입액은 1760억달러였다. 중국이 미국의 3위 수입국으로 밀려나면서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이 부상했다. 미국이 아세안에서 수입한 액수는 1240억달러로, 비중은 10년 새 두 배로 늘었다. 전날인 13일 중국 관세청은 6월 수출이 작년 같은 달보다 12.4% 감소한 2853억달러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미국에 대한 수출이 426억달러로 1년 새 23.7% 급감한 여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올해 상반기 전체로도 미국의 수입액에서 멕시코와 캐나다가 중국을 앞지를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은 2009년 캐나다를 제치고 처음으로 미국의 최대 수입 상대국이 됐다. 미국과의 무역이 증가한 덕분에 지난 15년간 중국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3.8배, 수출 규모는 2.5배 늘었다. 2015~2018년 미국의 수입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 안팎까지 늘었다. 흐름이 바뀐 것은 2017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서다. 미국 제조업의 부활을 공약으로 내건 트럼프 행정부는 3700억달러 규모의 중
미국 프로야구 최하위 리그인 루키리그에 막 입성한 선수가 있다. 스스로도 “메이저리그와의 격차는 20년 정도”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이 선수는 4년 내 오타니 쇼헤이의 최고 구속을 뛰어넘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인 애런 저지의 홈런 기록을 깨겠다고 공언한다. 메이저리그 스타 집안 출신이라는 점과 최고급 장비로 현역 메이저리그의 개인과외를 받는다는 점이 자신감의 근거다. 일본 정부와 대기업들이 ‘사무라이 반도체의 부활’을 내걸고 작년 8월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상황을 야구에 빗댄 얘기다. 1988년 일본 반도체는 세계 시장의 50.3%를 차지한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였다.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6곳이 일본 기업이었다. 지금은 점유율이 6%(2021년)까지 떨어졌다. 현재 일본이 만들 수 있는 반도체는 40㎚(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에 머물러 있다. 히가시 데쓰로 라피더스 회장은 최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3㎚급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와 TSMC에 비해 20년 정도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그런데도 2030년대 초반에는 삼성전자와 TSMC도 아직 생산하지 못하는 1㎚급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2025년 2nm급 반도체 시제품을 생산한다는 일정표도 제시했다. IBM과 벨기에 반도체 연구개발 기관 imec으로부터 반도체 제조기술을 전수받고, 세계 최고 수준인 자국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접목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라피더스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까지 총 5조엔(약 46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한다. 시제품 라인을 만드는데 2조엔, 양산 라인을 까는데 3조엔이 들어간다. 일본 정부가 약속한 보조금은 10분의 1도 안되는 3300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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