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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효 기자
    정영효 기자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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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정영효 도쿄 특파원입니다.

  • 먹는 시간마저 아깝다는 일본인들…이젠 운전대도 놓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時)성비가 일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으면서 소비자들에게 가장 친숙한 유통업체인 편의점도 변신을 요구받고 있다. 소비자들이 언제든 찾을 수 있는 매장에서 소비자들을 찾아가는 매장으로 모습이 바뀌고 있다. 전국 방방곡곡, 동네 구석구석, 직장 바로 근처에 매장을 깔아두면 고객이 알아서 찾아오던 시대가 끝났다는 판단 때문이다. 사람들이 외출하는 시간을 줄이면서 음식 뿐 아니라 생활필수품까지 배달시키는 시대가 열린 영향이다. 일본의 편의점 수가 5만개를 정점으로 정체돼 있다는 통계가 트렌드 변화를 입증한다. 일본 최대 편의점 프랜차이즈 세븐일레븐재팬은 2024년까지 온라인으로 상품을 주문하면 30분 이내에 배달하는 배송망을 만들 계획이다. 편의점이 앞으로는 '편의점+택배 물류 창고'의 멀티(다중작업) 역할을 하는 셈이다. 편의점의 대명사 세븐일레븐이 스스로 전통적인 편의점의 모습을 포기한 것은 앞으로 절반 이상의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으로 물건을 살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고용시장도 바뀌고 있다. '타이미(タイミー)'라는 아르바이트 매칭 앱은 정해진 시간에 아르바이트를 하려는 구직자가 기업이나 매장을 찾던 기존의 방식과 반대다. 기업이 단발성으로 아르바이트생이 필요한 시간대를 앱에 올리면 일할 사람이 지원하는 형태다. '이번주 금요일 오후 1시~3시 비시는 분'하는 식으로 아르바이트생을 족집게 방식으로 모집할 수 있다. 강의가 비는 1~2시간 활용하려는 대학생들에게 인기가 있다. 가성비 넘어 시(時)성비의 시대가 온다(2)에서는 책 읽어 주는 서비스 '키키나가라(聞きながら·들으면서)' 서비스의 인기를 소개

    2023.07.10 07:25
  • 日상장사 순익 최대에도 자본이익률 하락, 왜?

    일본 상장사들의 이익이 올해 사상 최대를 기록할 전망이지만, 자본효율성은 미국과 유럽연합(EU) 기업의 절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9일 도쿄증시의 최상위 시장인 프라임시장 상장사 1630곳의 2023년 실적 예상치를 집계한 결과, 순이익 총액은 43조엔(약 394조원)으로 지난해보다 2%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배당 총액도 15조엔으로 1%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다. 반면 자본효율성을 나타내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9.0%로 작년보다 0.4%포인트 낮아질 것으로 분석됐다. 32개 업종 가운데 해운 등 20개의 ROE가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ROE가 높아지는 업종은 자동차 등 12개에 그칠 전망이다. 지난해 일본 상장사 ROE는 미국(20%)과 EU(16%)의 절반 수준에 불과했다. ROE는 순이익을 자기자본으로 나눈 지표다. 기업이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하는지를 나타낸다. 올해 ROE가 떨어지는 것은 내부유보를 늘리면서 분모가 커지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ROE는 투자자들이 중시하는 지표 가운데 하나다. 투자자의 87%가 투자 대상 기업에 중장기적으로 8% 이상의 ROE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상장사 가운데 이 기준을 만족시키는 곳은 절반에 불과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2023.07.09 18:16
  • "시간 아깝다" 우동도 흔들어 '후루룩'…놀라운 '시성비 시장'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時)성비가 일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재택근무 정착으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면서 시성비를 가장 따지게 된 분야가 가사다. 가사노동에 들어가는 시간을 줄일 수 있다면 기꺼이 돈을 쓰겠다는 소비자가 늘었다. 이 때문에 유통업과 외식업이 가장 민감하게 시성비에 반응하고 있다.장 봐서 밥 해서 먹고, 설거지 하는 시간을 줄이려다 보니 우동을 흔들어 먹는 시대도 열렸다. 일본의 우동 프랜차이즈 마루가메제면은 지난 5월16일부터 테이크아웃 전용 메뉴인 마루가메쉐이크우동(5종류, 390엔)을 판매한다. 이름 그대로 우동과 국물, 야채가 든 전용 용기를 흔들어서 먹는 우동이다. 집에 가서 먹는 테이크아웃이 아니라 사서 바로 먹는 우동이다. 일본은 길에서 걸어가면서 먹는 문화가 없는데 쉐이크우동은 사서 바로 먹는 우동, 걸으면서 먹는 우동, 즉 멀티(다중작업)가 가능한 우동 임을 강조한다. 6월말에는 군마현 시부카와시에 드라이브스루 우동 가게를 처음 열었다. 차에 탄 채로 갓 만든 우동을 받아 신호대기 중에 한 젓가락씩 먹는, 즉 운전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우동이다. 시성비는 일본인의 주식 카레 조리법도 바꿔놓고 있다. 냄비에 졸이는 전통 조리법 대신 프라이팬에 굽는 제품의 점유율이 10%까지 늘었다. 졸이는 대신 구우면 조리 시간을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 키코만은 조미료의 계량과 설거지가 필요 없는 초간단 조미료의 비중을 매년 늘리고 있다. 소스가 든 봉지 형태의 용기에 자른 고기를 넣은 뒤 전자레인지에 돌리기만 하면 반찬 1개가 완성된다. 가전제품 시장도 시성비가 탁월한 상품이 주도하고 있다. 전자

    2023.07.09 07:21
  • '미스터 엔'의 경고 "내년 160엔 넘을 것"

    ‘미스터 엔’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전 일본 재무성 차관(사진)이 엔화 가치가 내년에 달러당 160엔대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에이스케 전 차관은 6일(현지시간) 블룸버그 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과 일본의 상반된 통화정책으로 금리차가 벌어지면서 엔화 매도세가 강해지고 있다”며 “내년 엔·달러 환율이 160엔을 넘어설 수 있다(엔화 약세)”고 말했다. 또 “엔화 가치가 160엔 아래로 떨어지면 통화당국이 시장에 개입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날 도쿄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143.5엔에서 움직였다. 내년 들어 엔화 가치가 추가로 10% 이상 떨어진다는 뜻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3일 발표한 기업단기경제관측조사(단관)를 통해 올해 달러당 엔화 가치를 평균 132.43엔으로 전망했다. 에이스케 전 차관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이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기 전까지 엔화 가치는 계속 하락할 것”이라며 “지금 같이 일본 경제가 과열 양상을 나타낸다면 일본은행이 내년 긴축정책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올 들어 엔화 가치는 9% 하락했다. 주요 10개국 통화 가운데 낙폭이 가장 컸다. 대다수 전문가도 엔화 가치가 더 떨어질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에이스케 전 차관은 1990년대 후반 아시아 외환위기 당시 재무성 차관을 지냈다. 공격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통해 엔화 가치를 크게 떨어뜨려 ‘미스터 엔’으로 불린다. 작년 6월 인터뷰에서는 엔화 가치가 150엔 아래로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해 10월 엔화 가치는 32년 만의 최저치인 150엔까지 하락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2023.07.07 18:11
  • 하와이 밀어내고 '깜짝 1위'…일본 20대들 서울에 꽂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기록적인 엔저(低)의 여파로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주저하고, 해외로 떠나더라도 한국과 대만 등 가까운 나라들을 주로 찾는 것으로 나타났다. 20대의 절대적인 인기에 힘입어 서울이 코로나19 확산 이전까지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찾는 관광지였던 하와이 호놀룰루를 제치고 1위에 올랐다. 일본 최대 여행사 JTB는 올해 여름휴가 기간(7월15~8월31일) 해외여행을 떠나는 일본인 관광객수를 120만명으로 6일 추산했다. 1년 전보다 두 배 늘었지만 코로나19 확산 직전인 2019년에 비해서는 39.6%에 불과했다. 자국내 여행을 계획하는 일본인이 7250만명으로 2019년 수준을 웃돌 것으로 나타난 결과와 대조적이다. 또다른 여행사 HIS의 여행예약동향조사에 따르면 올 여름 일본인이 가장 많이 찾는 해외 여행지는 서울이었다. 2019년 1위였던 호놀룰루를 2위로 밀어냈다. 서울을 찾는 일본인 관광객의 30%가 20대였다. 대만 타이페이, 싱가포르, 태국 방콕이 3~5위로 근거리 여행지가 인기를 끌었다. 인기 해외여행지가 단거리화하는 반면 자국내 여행지는 홋카이도, 오키나와 같은 원거리 여행지가 인기였다. 일본인들이 해외여행을 주저하는 것은 엔화 가치가 20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경비 부담이 급증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일본인들의 구매력이 크게 떨어진 점도 한몫한다는 설명이다. 해외 물가가 지난 30년간 2~3배 오르는 동안 일본의 물가는 제자리걸음한 탓이다. 일본 경제분석회사 도탄리서치에 따르면 작년 말 중저가 일식 체인 '오토야' 뉴욕지점의 임연수어정식 가격은 엔화 환산 기준 6000엔(약 5만4430원)으로 일본의 6배였다. 2018년 2월 뉴욕과 일본의 가격차는 3.3배였다. 이러한 경향을 반영하듯 해

    2023.07.07 07:10
  • "더는 오지 마세요"…도쿄디즈니랜드의 '파격 전략'

    개장 40주년을 맞은 도쿄디즈니랜드가 연간 입장객을 줄이겠다고 선언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도쿄디즈니랜드 운영사 오리엔탈랜드컴퍼니(OLC)는 6일 중기 경영계획에서 2024년 입장객 목표를 2600만 명으로 제시했다. 2018년 기록한 3256만 명보다 20% 적은 수치다. 입장객 목표를 스스로 낮춘 이유는 놀이기구를 기다리는 데 대한 고객의 인내심이 한계에 다다랐다고 판단해서다. 2015년 이전까지 일본생산성본부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도쿄디즈니랜드는 80점대 중반을 유지했다. 입장객 급증으로 인기 놀이기구를 타기 위해 줄 서는 시간이 2시간까지 늘면서 2017년에는 만족도가 77점으로 하락했다. 2020~2021년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지침에 따라 하루 입장객을 5000~1만 명으로 제한했더니 고객 만족도가 84점으로 개선됐다. 입장객은 급감했지만 2022년 객단가는 1만5759엔(약 14만2800원)으로 코로나19 전보다 40% 높아졌다. 덜 붐비면 입장객의 소비가 늘어 고객 만족도와 수익성을 동시에 잡을 수 있음이 실적으로 증명된 것이다. 객단가를 높이기 위해 도쿄디즈니랜드는 2021년 10월부터 요일에 따라 자유이용권 가격을 7900엔부터 9400엔까지 4단계로 차등화하는 탄력요금제를 도입했다. 작년 5월부터는 유료 놀이기구 예약 서비스도 시작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시간을 아낄 수 있다면 기꺼이 지갑을 여는 소비자들의 시(時)성비(시간 대비 성능) 중시 트렌드가 테마파크의 전통적인 경영전략을 바꿔놨다”고 분석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2023.07.06 18:17
  • "적당히 좀 찾아오세요"…日 도쿄디즈니랜드의 '파격 전략'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가성비 넘어 시(時)성비의 시대가 온다(1~3)에서는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時)성비가 일본의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고 소개했다. 기업의 전략도 소비 트렌드 변화에 따라 진화하고 있다. 지난 4월15일 도쿄디즈니리조트가 개원 40주년을 맞았다. 40년 동안 8억명이 도쿄디즈니리조트를 찾았다. 코로나19 이전인 2018년 도쿄디즈니리조트 방문객수는 3256만명으로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다. 하루에 9만명이 방문한 셈이다. 도쿄디즈니리조트는 동화 나라를 무대로 하는 디즈니랜드와 바다를 테마로 한 디즈니씨 두 개로 구성돼 있다. 이해 도쿄디즈니랜드와 도쿄디즈니씨 방문자는 각각 1791만명과 1465만명으로 전세계 테마파크에서 3번째와 4번째로 많았다. 둘을 합치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찾은 테마파트인 미국 플로리다주의 디즈니월드(2096만명)를 훌쩍 뛰어넘는다. 도쿄디즈니리조트의 운영사 오리엔탈랜드컴퍼니(OLC)는 지난해 하반기 중기 경영 계획을 발표하면서 2024년 입장객 목표를 제시했다. 2018년 기록한 '3256만명 이상'을 제시할 것이란 예상을 깨고 OLC가 내놓은 목표는 2600만명. 2018년보다 20% 적은 수치다. '디즈니랜드에 좀 적당히 오시라'는 새 전략은 줄 서서 기다리는 시간에 대한 고객의 인내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이다. 일본생산성본부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도쿄디즈니랜드는 2015년 이전까지 80점대 중반의 높은 점수를 유지했다. 하지만 2017년 만족도가 77점까지 하락했다. 놀이기구 하나 타는데 2시간씩 줄을 서야 하는데 대한 불만이 점수에 반영된 것이다. 도쿄디즈니랜드가 전략을 바꾸게 된 계기는 코로나19였다. 일본 정부의 방역 지침에 따라 입장객 숫자를 하루 50

    2023.07.06 07:03
  • 이과 출신·피셔 제자…日銀 총재의 독특한 화법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물가 하락 속도가 생각보다 다소 느리다는 느낌이 듭니다. (높은 물가가 계속되면) 예상 밖의 장단기금리조작 수정도 어쩔 수 없을 것 같습니다.”(지난 6월 16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기자회견 발언) 4월 9일 취임한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진솔한 화법이 일본 금융가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취임 후 두 번째 금융정책결정회의인 지난달 16일 우에다 총재는 물가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어 장단기금리조작 정책을 갑작스럽게 수정할 수 있음을 ‘솔직히’라는 표현을 써서 예고했다. 통화정책 고민도 ‘솔직히’ 토로지난달 28일 포르투갈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통화정책 포럼에서 외신들은 기존 일본은행 총재에게선 볼 수 없었던 능숙한 영어 실력과 유머 감각에 주목했다. 우에다 총재는 “여기 오신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들도 (엔저에) 큰 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엔화 가치가 떨어졌다는 점을 농담을 섞어 전달했다. 일본 언론들은 “(물가가 내년에 다시 올라갈 가능성에 대해) 자신이 없지만 인플레가 다시 심해지면 정책 변경의 요소가 된다”는 발언을 더 크게 보도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이라거나 ‘자신이 없지만’ ‘예상 밖의 정책 결정도 어쩔 수 없다’ 같이 일본은행의 고민을 토로하고 시장의 이해를 구하는 것은 일본의 시장 전문가들에게 상당히 생소한 장면이다. 역대 최장수 일본은행 총재로 지난 10년 동안 대규모 금융완화를 주도한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에게 길들여졌기 때문이다. 구로다 전 총재는 시장과 소통하기보다 시장의 뒤통수를 치는

    2023.07.02 18:37
  • "제네바가 통째로 신주쿠 왔다"…'시계들의 왕' 박람회

    1851년 영국 런던. 세계 엑스포의 시초로 꼽히는 런던 만국박람회장을 찾은 빅토리아 영국 여왕은 이곳에서 만난 회중시계 한 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의 눈동자 색깔을 쏙 빼닮은 연한 하늘색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였다. 여왕은 결국 이 시계를 사기로 마음먹었다. 여왕의 선택을 받은 시계 회사는 창업한 지 고작 12년째를 맞이한 스위스의 신생 브랜드, 파텍필립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파텍필립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파텍필립은 지금도 ‘여왕의 선택을 받은 이 순간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든 결정적 장면이다’라고 밝힌다. 본사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파텍필립 박물관에 여왕의 시계를 소중하게 전시하는 이유다.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시계 애호가들은 6월의 시작과 함께 들떠 있었다. 제네바까지 가지 않고도 파텍필립의 최고 정수를 도쿄 신주쿠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파텍필립 시계 아트 그랜드 박람회 도쿄 2023’은 말 그대로 “제네바가 신주쿠로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장인 스미토모빌딩 삼각광장에 들어서자 바로 제네바 레만 호수로 ‘순간 이동’을 했다. 명물 꽃시계 뒤편의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반짝이는 레만호 정경은 물 내음이 풍겨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고색창연한 통로를 지나면 파텍필립 제네바 본사의 나폴레옹룸이 관람객을 맞는다. VIP 고객을 영접하는 장소다. 소파와 가구 배치는 물론 벽지까지 제네바의 나폴레옹룸을 그대로 재현했다.손흥민도 사랑하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파텍필립은 세계에서 가장 비싼 시계 브랜드다. 2019년 11월 ‘온리 워치 제네

    2023.06.22 18:03
  • '시계의 왕' 파텍필립 500점의 도쿄 여행…레만 호수까지 옮겼다

    1851년 영국 런던. 세계 엑스포의 시초로 꼽히는 런던 만국박람회장을 찾은 빅토리아 영국 여왕은 이곳에서 만난 회중시계 한 점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자신의 눈동자 색깔을 쏙 빼닮은 연한 하늘색 디자인이 맘에 들어서였다. 여왕은 결국 이 시계를 사기로 마음 먹었다. 여왕의 선택을 받은 시계 회사는 창업한 지 고작 12년째를 맞이한 스위스의 신생 브랜드, 파텍 필립이었다. 이 일을 계기로 파텍필립은 세계 최고의 브랜드로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파텍필립은 지금도 '여왕의 선택을 받은 이 순간이 오늘날의 우리를 만든 결정적 장면이다'고 말한다. 본사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의 파텍필립 박물관에 여왕의 시계를 소중하게 전시하는 이유다. 빅토리아 여왕이 1851년 런던 만국박람회에서 선택한 파텍필립 회중시계가 전시됐다. 일본과 아시아 각국의 시계 애호가들은 6월의 시작과 함께 들떠 있었다. 제네바까지 가지 않고도 파텍필립의 최고 정수를 도쿄 신주쿠에서 볼 수 있는 기회가 예고됐기 때문이다. 지난 10일부터 25일까지 열리는 '파텍필립 시계 아트 그랜드 박람회 도쿄 2023'는 말 그대로 "제네바가 신주쿠로 왔다"는 걸 실감할 수 있는 전시였다. 전시장인 스미토모빌딩 삼각광장에 들어서자 순식간에 제네바 레만 호수로 '순간 이동'을 했다. 명물 꽃시계 뒷편의 초대형 디스플레이에 반짝이는 레만호 정경은 물내음이 풍겨오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 고색 창연한 통로를 지나면 파텍필립 제네바 본사의 나폴레옹룸이 관람객을 맞는다. VIP 고객을 영접하는 장소다. 소파와 가구 배치는 물론 벽지까지 제네바의 나폴레옹룸을 그대로 재현했다. ▲'파텍필립 도쿄 아트 그랜드 박

    2023.06.21 17:11
  • 딱 40대까지만 전력질주…나는 짧고 굵게 살기로 했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최근 일본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이어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時)성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에서부터 기업의 경영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떠오르면서 '타임 퍼포먼스'를 줄인 '타이파'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왜 사람들은 시간 대비 성능을 따지기 시작한 걸까. 니혼게이자이신문의 대표 칼럼리스트 나카무라 나오후미는 디지털 기술이 인간을 편리하게 만든 동시에 정보의 양을 폭발적으로 늘려 바쁘게 만들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과잉 정보사회라는 지금까지 없던 지구 환경의 변화에 인간이 진화한 결과물이라는 것이다. 누구나 언제든지 무제한으로 콘텐츠에 접속할 수 있는 시대에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려면 화제를 공유해야 한다. 날 잡아 '사랑의 불시착'과 'BTS' 전편, 전곡 감상했는데 자신의 취향과 맞지 않으면 시간 낭비일 수밖에 없다. 그 시간에 '오징어 게임'이나 '이태원 클래스' 등 다른 콘텐츠를 봤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다. 배속시청으로 대표되는 시성비는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시간을 투자한 콘텐츠가 유익하지 않을 때의 낭비도 줄이는 절충안이다. '작품을 감상한다'는 행위에 '정보 수집을 위해 콘텐츠를 소비한다'는 스타일이 새로 추가된 것이다. 코로나19는 시성비 추구를 가속화했다. 오늘날 일본인 가계의 70%는 맞벌이를 한다. 코로나19로 집에 머무르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자연스럽게 가사노동에 쏟는 시간과 노력이 늘어났다. 그만큼 가사 시간을 줄이는데 대한 수요도 커질 수밖에 없다. 일본의 젊은 세대가 시성비에 집착하는 이유는 다소 안쓰럽기까지 하다. 일본 광고회사인 하쿠호도생활종합

    2023.06.21 07:33
  • 돈 쏟아붓더니…중국, 처음 미국 꺾고 1위 올랐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중국의 자연 과학 분야 연구력이 처음으로 미국을 제치고 세계 1위에 올랐다. 일본은 5위, 한국은 7위였다. 세계 최고 권위의 과학 학술지 네이처를 발행하는 스프링거 네이처가 20일 발표한 '더 네이처 인덱스 2023년'에서 중국이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위였던 미국은 2위로 떨어졌다. 더 네이처 인덱스는 스프링거 네이처가 매년 주요 자연 과학 학술지 82곳에 발표된 논문의 공헌도를 집계해 발표하는 연구력 순위다. 중국이 이 순위에서 미국을 제친 것은 처음이다. 3~6위는 독일, 영국, 일본, 프랑스로 지난해와 순위 변화가 없었다. 지난해 8위였던 한국은 7위로 한 계단 순위가 올랐다. 캐나다가 8위로 처졌고, 스위스와 인도가 9~10위였다. 한국의 자연 과학 분야 연구력은 물리(48%)와 화학(42%) 두 개 분야의 비중이 90%에 달했다. 생물학, 지구환경과학, 보건과학이 뒤를 이었다. 중국은 연구기관별 순위에서도 미국을 압도했다. 중국화학원이 1위를 차지하는 등 총 6개의 중국 연구기관이 세계 1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미국 하버드대가 2위, 독일 막스프랭크연구소가 3위였다. 일본은 10위권내 연구기관이 한 곳도 없었다. 도쿄대(18위)와 교토대(44위), 오사카대(74위), 도호쿠대(89위) 등 4곳이 100위권내 들었다. 한국은 서울대(60위)와 KAIST(79위) 두 곳이 100위권이었다. 연세대(138위), 성균관대(165위), 포스텍(166위)이 세계 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기업 연구소 순위는 로쉬, 아스트라제네카, 머크 등 글로벌 제약사의 연구소가 세계 1~3위를 싹쓸이했다. 삼성그룹 연구소가 8위로 한국의 기업 연구소 가운데 유일하게 100위권내에 들었다. 스프링거 네이처는 "자연 과학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을 앞서는 것은 시간문제

    2023.06.20 08:04
  • 30년 침체가 낳은 유산…日 '시성비' 바람

    최근 일본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이어 ‘시(時)성비’(시간 대비 성능)가 대세다. 개인의 라이프스타일부터 기업의 경영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떠오르면서 ‘타임 퍼포먼스’를 줄인 ‘타이파’라는 말까지 생겼다. 극도의 시간 효율을 추구하는 시성비 현상의 이면에는 30년 장기침체를 겪은 일본인들의 불안감이 도사리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래에서까지 ‘시간 아끼자’일본의 시성비 문화는 대중음악의 변화로 드러난다. 1980~1990년대와 2011년 일본 20대 히트곡의 도입부는 평균 17초로 30년째 변화가 없었다. 그런데 2021년 20대 히트곡의 도입부는 평균 6.3초로, 10년 새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1997년 발표된 아무로 나미에의 ‘캔 유 셀러브레이트’의 도입부는 29초인데, 요아소비의 ‘밤을 달리다’와 원피스 수록곡 ‘신시대’ 등 최근 인기곡의 도입부는 0초다. 전주 없이 ‘다짜고짜’ 노래가 시작된다. 전문가들은 정기구독형으로 음악을 무제한 골라 듣는 시대가 되면서 생긴 변화라고 설명한다. 첫 소절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는 곡을 소비자들이 외면하다 보니 작곡가들이 도입부를 과감하게 생략한다는 것이다. 시성비 수요를 발 빠르게 공략하는 서비스도 줄지어 등장해 인기를 끌고 있다. ‘들으면서’를 뜻하는 ‘기키나가라(聞きながら)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콘텐츠를 들으면서 다른 일을 해 시간을 절약하려는 목적이 반영됐다. 책을 읽어주는 서비스인 ‘오디오북재팬’의 이용자 수는 2019년 100만 명 미만에서 2022년 250만 명으로 급증했다. 실용서 한 권을 10분 분량으로 요약해서 읽어주고 월 2200엔(약 2만원)을 청구하는 서비스 ‘플라이어’의 회원 수

    2023.06.19 18:12
  • "밥 먹을 시간도 없다"…입소문 타고 품절 대란 난 '0초 라멘'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최근 일본에서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에 이어 '시간 대비 성능'을 뜻하는 시(時)성비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라이프 스타일에서부터 기업의 경영 전략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현상으로 떠오르면서 '타임 퍼포먼스'를 줄인 '타이파'라는 이름까지 붙었다. 시성비의 트랜드를 단 적으로 보여주는 사례가 배속시청이다. 세이코홀딩스의 2021년 조사에서 온라인 강의를 배속시청하는 학생이 절반을 넘었다. 드라마나 유튜브 콘텐츠를 1.25배속이나 1.5배속으로 듣는 30~40대 소비자들도 30%에 달했다. 콘텐츠를 배속으로 시청할 정도로 시간을 아끼다 보니 행동 양식도 '멀티(다중작업)'로 변해간다. '들으면서'를 뜻하는 '키키나가라(聞きながら) 서비스'의 인기가 이를 반영한다. 시간을 물리적으로 늘릴 수 없으니 들으면서 일이나 가사노동을 하는 시간활용법이다. 책 읽어주는 서비스인 오디오북재팬(オーディオブック.jp)의 이용자수는 2019년 100만명 미만에서 2022년 250만명으로 급증했다. 일에 치이면서 자기개발도 게을리 할 수 없는 직장인에게는 독서도 사치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비즈니스 서적 1권을 10분으로 요약해서 읽어주는 정기구독 서비스도 등장했다. 정기구독료가 월 2200엔인 플라이어(フライヤー)의 회원수는 2019년 50만명에서 지난해 100만명을 돌파했다. 오디오북재팬 운영사 오토뱅크의 구보타 유야 사장은 "보통 사람들의 귀는 하루 평균 3.7 시간 아무 것도 안하고 있다. 이 시간을 활용하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시장을 창출할 수 있다"고 말한다. 먹는 시간도 아깝다. 인간은 꼭 하루에 꼭 세끼를 먹느라 시간을 허비해야 할까. 공상과학 영화처럼 하루에 한끼 그것도 알약 한 알

    2023.06.19 08:01
  • 꿈틀대는 日 경제…잃어버린 30년 탈출이냐, 반짝 반등이냐

    일본 경제가 활력을 되찾고 있지만 전망은 크게 엇갈리고 있다. 일본 경제가 ‘잃어버린 30년’의 장기 침체에서 벗어나기 시작했다는 진단과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에 따른 ‘반짝 반등’이라는 분석이 맞서고 있다. 표면적으로 일본의 각종 경제지표는 지난 20~30년 동안 경험한 적 없는 활력이 넘친다. 18일 일본 내각부에 따르면 지난 8일 발표된 일본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전 분기 대비 연율 2.7%였다. 5월 발표된 잠정치보다 1.1%포인트 급등했다. 1분기 일본 기업의 설비투자는 1.4% 늘었다. 작년 4분기 0.6% 감소에서 반등했다. 설비투자의 선행지표인 기계 수주는 4월 전년 같은 기간보다 5.5% 증가했다. 3개월 만에 반등했다. 닛케이225지수도 33년 만에 33,000선을 회복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10주 연속 일본 주식을 4조5000억엔(약 40조7516억원)어치 순매수한 덕분이었다. 5월 무역수지는 22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지만 적자 폭은 42% 감소했다. 무역적자가 줄면서 4월 경상수지 흑자는 1조8951억엔으로 76.3% 급증했다. 올해 일본의 임금인상률은 3.7%로 30년 만의 최고 수준이고, 4월 소비자물가지수(CPI)는 3.5% 상승해 13개월 연속 일본 정부와 일본은행의 목표치인 2%를 웃돌았다. 최근의 지표 개선을 주요국 경제 가운데 코로나19 충격으로부터 회복세가 가장 더딘 데 따른 기저효과에 불과하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일본의 실질 경제성장률은 매 분기 성장과 역성장을 번갈아 나타냈다. 그 결과 2022년 경제성장률은 1.4%로 주요국 가운데 가장 부진했다. 최근 일본 경제의 활력은 주요국이 이미 지난해 경험한 회복세가 1년 늦게 나타난 것이라고 이들은 분석한다. 일본은행이 매 분기 기업

    2023.06.18 18:26
  • "예약하려면 2년 기다려라"…동네 이자카야 갔다가 화들짝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저녁예약을 문의드리고 싶은데요." "저녁예약 말씀인가요. 죄송합니다. 저녁은 비는 날이 전혀 없는 상황입니다." "언제부터 예약이 가능한가요?" "현재는 예약을 받고 있지 않습니다만 비어있는 건 내후년 6월부터입니다." 2년치 예약이 차 있는 동네 이자카야. 도쿄 주오구의 가와지(川治)는 여행 가이드북이나 맛집 사이트에 요란스럽게 소개된 가게가 아니다. 미식가들 사이에서만 알음알음 알려져 있는 해산물 전문 이자카야다. 일본에는 이런 숨은 맛집들이 많다. 도쿄 시나가와구의 토다카 식당(食堂とだか)이라는 이자카야도 2년을 기다려야 맛 볼 수 있는 곳이다. 10명이 들어가면 꽉 차는 작은 이자카야다. 1인당 1만엔(약 9만원)이면 오마카세로 연달아 나오는 안주에 술은 취할 때까지 마실 수 있다. 이런 이자카야의 특징은 신선한 고급 식재료를 합리적인 가격에 아끼지 않고 듬뿍 내놓는다는 점이다. 굳이 2년씩이나 기다려야 하나 싶지만 이 정도라면 2년을 못 기다릴 것도 없겠다 싶은 가게였다. 토다카 식당을 방문한 때는 2022년 7월19일이었다. 다음 예약을 하려니 2024년 11월19일, 정확히 2년 4개월 뒤에 예약이 됐다. 도쿄특파원의 임기가 끝난 뒤지만 일단 예약부터 하고 봤다. 예약에만 몇 개월씩 걸리는 이자카야들은 '이런 곳에 가게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외진 곳에 자리잡은 곳도 적지 않다. 도쿄에는 미슐렝의 본고장 파리보다 미슐렝 레스토랑이 더 많다. 자신의 솜씨 하나만 믿고 상권 불문 과감하게 가게를 내는 요리인과 맛을 위해서라면 도쿄 끝에서 끝까지 찾아가는 수고를 아끼지 않는 술꾼들이 있기 때문에 생겨난 현상일 것이다. 물론 모든 일본인들이 맛을 위해서라면 기꺼

    2023.06.16 07:08
  • "日 소부장 기업, 550조원 투자하는 한국으로 오세요"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한국 기업들은 반도체, 배터리, 디스플레이, 바이오 제약, 로봇, 미래차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하기 위해 2026년까지 550조원을 투자할 계획입니다. 일본의 첨단 산업 기업들이 한국에 투자하기에 적절한 때입니다." (김태형 인베스트코리아 대표) KOTRA의 외국인 투자유치 전담 기구인 인베스트코리아는 15일 일본 도쿄 제국호텔에서 한국 진출에 관심 있는 일본 기업들을 대상으로 '첨단 분야 日 소부장 기업 대상 설명회(IR)'를 개최했다. 일본 소재·부품·장비 기업의 한국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이번 행사는 한·일 관계 개선에 힘입어 6년 만에 열렸다. 첫번째 세션에서는 KOTRA와 반도체산업협회, 배터리산업협회 등이 한국의 반도체,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산업 육성 정책과 한국 투자환경을 소개했다. 두번째 세션에서는 SK의 일본 투자 계열사인 SK재팬인베스트먼트가 반도체와 이차전지 분야에서 한일 기업이 협업할 수 있는 기회를 소개했다. 소부장 분야에서 유망한 입지를 보유한 대구광역시와 경상남도, 경기도 용인시 등 지방자치단체 관계자가 직접 지역의 투자환경을 소개하는 자리도 마련됐다. 한국의 스타트업과 일본 소부장 기업의 협업 가능성도 나왔다.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인공지능(AI) 반도체 성능 테스트 대회인 MLperf에서 자사 제품이 엔비디아와 퀄컴을 제친 이후 일본 기업의 관심을 받고 있다"며 "엔비디아 제품보다 전력효율이 최대 6배 이상 좋다는 점이 주목받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행사에는 총 140개 기업에서 207명이 참석했다. 예상보다 참석자가 많아 행사장 측이 급히 좌석을 추가로 마련하기도 했다. 반도체, 이차전지, 디스플레이 기업인 간토전화공

    2023.06.15 16:27
  • 요미우리 1면에 '관동대학살' 이례적 보도

    보수 성향의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이 관동대지진 당시 일본인 자경단에 의해 벌어진 조선인 학살 사건을 1면에 실었다. 일본 정부가 100년째 조선인 학살의 진상 조사와 사과를 피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요미우리신문은 13일 ‘관동대지진 100년의 교훈’이라는 시리즈 기사를 통해 “조선인이 폭동을 일으켰다는 유언비어가 퍼지면서 각지에 조직된 자경단이 일본도와 도끼, 쇠갈고리 등으로 조선인들을 닥치는 대로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중앙방재회의가 2008년 발표한 보고서를 인용해 1923년 9월 1일 대지진 발생 첫날 단발적으로 돌기 시작한 유언비어가 둘째날부터 ‘조선인이 우물에 독을 탔다’, ‘수백 명이 약탈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구체적으로 확산된 과정을 자세히 전했다. 보고서는 “지진으로 인한 사망·행방불명자 약 10만 명 가운데 수 %가 이런 경우(조선인 학살)”라고 추산했다. 조선인 학살 사건은 일본의 교과서에도 역사적 사실로 기록돼 있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당시 기록이 남아 있지 않다는 이유로 진상 조사와 공식 사과를 거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보수 세력을 대변하는 요미우리신문이 1면에 관동대학살을 상세히 보도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양국 정상의 셔틀외교 복원 이후 일본 보수 세력의 분위기 변화를 반영한 것이란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2023.06.14 01:32
  • "2030년까지가 日저출산 반전 기회"

    일본이 저출산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현재 중학생까지 지급하는 아동수당을 고교생까지로 늘리고, 부모의 소득제한도 철폐하기로 했다. 또 육아휴직 사용 시 실수령 수입이 줄지 않도록 육아휴직 급여율을 인상하기로 했다. 기시다 후미오 총리(사진)는 13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산 대책을 직접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미혼율 상승과 출산율 저하의 큰 요인은 젊은 세대의 소득 문제”라며 젊은 층이 미래에 대한 희망을 갖고 결혼해 아이를 낳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지 않는 한 저출산 추세를 반전시키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젊은 세대 인구가 급격히 줄어들기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2030년까지가 추세를 반전시킬 마지막 기회라면서 “물러서지 않겠다는 각오로 경제성장과 저출산 대책을 자동차의 두 바퀴처럼 실행해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취임 초부터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수시로 강조해온 기시다 총리는 이날 ‘어린이 미래 전략 회의’를 주재하고 결정한 저출산 대책을 설명했다. 대표적으로 기존에 중학생까지 지급하던 아동수당 대상을 고교생까지로 늘리고 부모의 소득제한도 철폐해 내년 10월부터 시행에 들어가기로 했다. 0~3세 영유아는 1인당 월 1만5000엔(약 15만원)을, 그 뒤 고교생까지는 월 1만엔(약 10만원)을 주고, 셋째 이후 아이에게는 월 3만엔(약 30만원)을 지급한다는 방안을 마련했다. 또 2026년부터는 출산 비용에 보험을 적용하기로 했다. 부모 모두에 대해 육아휴직 사용 시 실수령 수입이 줄지 않도록 육아휴직 급여율을 인상하는 방안도 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재원 확보 방안과 관련해서는 “경제성장을 저해하고 젊은 세대의 소

    2023.06.14 01:27
  • [특파원 칼럼] 미·중 패권경쟁에 웃는 일본

    미국 프로야구 최하위 리그인 루키리그에 막 입성한 선수가 있다. 스스로도 “메이저리그와의 격차는 20년 정도”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이 선수는 4년 내 오타니 쇼헤이의 최고 구속을 뛰어넘고, 메이저리그 최고의 홈런 타자인 애런 저지의 홈런 기록을 깨겠다고 공언한다. 메이저리그 스타 집안 출신이라는 점과 최고급 야구 방망이와 글러브를 갖고 있다는 점 등이 자신감의 근거다. 일본 정부와 대기업들이 ‘사무라이 반도체의 부활’을 내걸고 작년 8월 설립한 반도체 기업 라피더스의 상황을 야구에 빗댄 얘기다. 1988년 일본 반도체는 세계 시장의 50.3%를 차지한 메이저리그의 슈퍼스타였다. 오늘날 점유율은 10%까지 떨어졌다. "20년 격차 따라잡겠다"현재 일본이 만들 수 있는 반도체는 40㎚(나노미터·1㎚=10억분의 1m)급이다. 히가시 데쓰로 라피더스 회장은 최근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지난해 3㎚급 양산을 시작한 삼성전자와 TSMC에 비해 20년 정도 뒤처졌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라피더스는 2027년 2㎚급, 2030년대 초반에는 삼성전자와 TSMC도 못 한 1㎚급 최첨단 반도체를 양산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로부터 전수하기로 한 반도체 제조 기술에 세계 최고 수준인 자국의 반도체 소재·부품·장비 생태계를 접목하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라피더스는 최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기까지 총 5조엔(약 46조원)이 필요하다고 추산하는데 일본 정부의 보조금은 3300억엔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라피더스가 성공을 자신하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미·중 패권 경쟁을 빼놓고 설명이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은다. 첨단 반도체의 85%를 생산하는 한국, 대만은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달을 경우 불똥이

    2023.06.12 18:05
  • "연봉 3억 준대도 의사 못 구해서 난리? 한국은 왜 그래요"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은 작년 4월 초진을 포함해서 원격의료를 전면 허용했다. 작년 9월30일부터는 약국도 원격의료가 가능해졌다. 일본이 원격의료를 도입한 과정은 한국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원격의료는 세계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새로운 기술과 제도의 도입으로 수입이 줄어드는 걸 환영할 사람은 없다. 일본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을 계기로 일부 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다. 의료진과 병원이 사라진 지역의 주민들에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였다. 10년 이상의 검증을 거치면서 의사들의 반대를 줄여나갔다. 가토 타쿠미 모네테크놀로지 실장에 따르면 일본의사회의 가장 큰 우려는 아마존케어(작년말 철수)나 텔레닥처럼 미국식 원격의료가 도입되는 것이었다. 도쿄 대형 병원 의사가 고토열도의 환자들을 빼앗아 갈 것이라는 우려였다. 하지만 일본은 날선 대립을 피하는 특유의 융합의 문화를 원격의료 도입에도 발휘했다. 일단 지역 의료기관이 지역환자를 돌보는 네트워크를 정착시켜 공급 측면(의료진)의 양극화를 최소화했다. 법적으로는 초진부터 가능하지만 원격의료 서비스 회사들도 '시작은 의료진과의 신뢰관계를 구축하라'고 유도한다. 3회당 1회는 대면 진료를 받는 식이다. 광역 지자체마다 다른 의료 차트 및 진료기록 공유 시스템이 미국과 같이 전국망을 갖춘 거대 원격의료 서비스 회사의 출현을 막은 점도 있다. 어쨌든 좀 느리더라도 부작용을 줄이는 일본의 이런 '차근차근 접근법'은 붕괴 위기에 처한 한국의 지역의료 서비스 문제에도 참고할 만하다. 마에다 다카히로 나가사키의대 낙도의료연구소장은 한국의 지역 공공의료원이 연봉을 3억~4억원씩 제

    2023.06.12 07:01
  • 도쿄전력, 오염수 방류 시운전 돌입…IAEA 지적 없으면 내달 방출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의 해양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갔다. 도쿄전력은 12일부터 2주일 동안 오염수의 해양 방류를 위한 시운전을 할 예정이라고 11일 밝혔다. 먼저 방사성 물질이 없는 물과 바닷물을 섞어 약 1㎞ 길이의 해저터널을 통해 방류하는 작업을 한다. 오염수 방류 및 차단 장치들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최종 확인하는 절차다. 일본 정부는 도쿄전력이 이달 방류 설비 공사를 마무리하고, 국제원자력기구(IAEA)가 같은달 발표할 최종 보고서에서 특별한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으면 올여름 오염수를 방류한다는 방침이다. 현재의 진행 속도라면 다음달 초 방류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후쿠시마 제1원전에서는 하루평균 90t의 방사능 오염수가 발생한다.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한 뒤 부지 내에 설치한 약 1000기(137만t 분량)의 저장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ALPS로 정화해도 트리튬(삼중수소)은 걸러내지 못한다. 저장탱크의 오염수에는 L당 평균 61만 베크렐(㏃)의 삼중수소가 포함돼 있다. 일본 정부가 방류를 결정하면 도쿄전력은 저장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길이 1.5㎞의 배관을 통해 바닷가에 건설한 대형 수조로 보낸다. 도쿄전력은 수조에서 오염수를 100배 이상의 해수와 섞는다. 이 과정에서 삼중수소의 농도가 1500㏃ 미만으로 낮아진다. 일본 정부 배출 기준(6만㏃)의 40분의 1, 세계보건기구(WHO) 음료수 기준(1만㏃)의 7분의 1 수준이다. 희석한 오염수는 해저터널을 통과해 해상 1㎞ 지점에서 최종 방류된다. 도쿄전력은 해저터널에서 나온 직후 삼중수소의 농도가 30㏃까지 희석될 것으로 추산했다. 오염수가 해류를 타고 뭍으로

    2023.06.11 18:41
  • 세계 오피스 공실률, 금융위기 수준 급등

    세계 주요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보다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 침체는 은행 부실로 이어져 금융 시장의 또 다른 불안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11일 미국 부동산 서비스 회사 CBRE에 따르면 2023년 3월 말 기준 세계 17개 주요 도시 가운데 10개 도시의 공실률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기록한 사상 최고치를 넘어섰다. 뉴욕 홍콩 상하이 런던 등 10개 도시의 공실률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시카고와 LA, 샌프란시스코 등 미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은 20% 안팎까지 치솟았다. 상하이와 홍콩 등 중국 주요 도시의 공실률도 15%를 넘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공실률이 낮은 도시는 베이징, 도쿄 등 7곳이었다. 도쿄의 공실률도 불경기와 호경기의 경계 수준인 5%에 달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했다. 올 3월 말 세계 오피스 공실률은 평균 12.9%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2010년 기록한 13.1%와 거의 같은 수준이다. 재택근무가 정착된 데다 경기 부진에 대비해 정보기술(IT) 대기업 등이 대규모 정리해고에 나서면서 오피스 수요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도심 지역의 낮시간대 인구가 감소하면서 오피스뿐 아니라 호텔과 쇼핑몰 등 상업시설 가동률도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치솟는 오피스 공실률에 각국 금융당국은 잔뜩 긴장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대출의 부실화가 금융시장을 휘청거리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상업은행의 오피스와 상업시설 대출 규모는 3조달러(약 3881조원)로 불어났다. 시장 조사회사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지난 4월 미국 상업용 부동산 거래 가격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3% 하락했다. 2009년 9월 이후 하락폭이 가장

    2023.06.11 18:39
  • 주가부양 압박에…日상장사, 15조엔 역대급 배당

    일본 상장사들이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인 15조엔(약 139조원)이 넘는 배당을 할 전망이다. 일본 정부와 도쿄증권거래소가 상장사에 ‘주가를 올리라’고 압박한 것이 효과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이 지난 9일 도쿄증시 상장사의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배당 계획을 종합한 결과 예상 배당금 총액은 15조2200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보다 배당 규모가 1000억엔가량 늘어나면서 3년 연속 사상 최대 기록을 세울 전망이다. 세계 경기 전망이 불투명한 와중에도 일본 상장사 가운데 30%가 지난해보다 배당을 늘릴 계획인 것으로 파악됐다. 자사주 매입 규모도 사상 최대 기록을 새로 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분석된다. 5월 말까지 일본 상장사들이 발표한 자사주 매입 규모는 5조1600억엔이다. 이 추세가 이어진다면 역대 최대 규모로 자사주를 매입한 지난해(9조4000억엔) 기록을 뛰어넘게 된다. 일본 기업들이 주주환원에 적극 나서게 된 데는 도쿄증권거래소의 압박이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 4월 도쿄증시에 상장한 3300여 개 기업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한 가치보다 낮은 상태로, 저평가 상태임을 뜻한다. 거래소가 시장에서 결정되는 주가를 인위적으로 부양하라고 기업에 요구한 것은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일이어서 당시 논란이 됐다. 거래소의 압박에 상장사들이 적극 호응하면서 닛케이225지수는 이날 1.97% 오른 32,265.17에 장을 마쳤다. 9주 연속 오르며 2017

    2023.06.11 18:03
  • 日 최고 엘리트 도쿄대 출신들 "행시 안볼래요"

    일본에서 공무원의 인기가 떨어지면서 최고 명문대학인 도쿄대 출신 신진 ‘엘리트 관료’가 10년 새 절반으로 줄었다. 일본 인사원은 2023년 국가공무원 종합직 시험(한국의 옛 행정고시에 해당) 합격자 2027명을 9일 발표했다. 이 가운데 도쿄대 출신은 193명으로 사상 최소였다. 2013년 도쿄대 출신 합격자는 438명이었다. 도쿄대 출신 합격자 비율도 2015년 26%에서 이번에 9.5%로 급락했다. 반면 사립대 출신 합격자 비율은 31.3%로 10년 전보다 4.2%포인트 올랐다. 인사원은 “국립대 출신 합격자의 감소는 학생들이 공무원을 외면하는 현상이 강해진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인사원 분석대로 일본에서 공무원의 인기는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 민간 기업과의 인재 쟁탈전에서 밀리면서 인사원은 올해 종합직 시험을 예년보다 2개월 앞당겼다. 합격자를 일찍 뽑아 민간 기업에 인재를 뺏기지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하지만 올해 종합직 시험 지원자는 1만4372명으로 역대 두 번째로 적었다. 2021년 인사원이 대학생을 대상으로 ‘공무원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를 설문 조사한 결과 “시험공부와 준비가 힘들어서” “초과근무가 많아서”라는 응답이 가장 많았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2023.06.09 18:16
  • '온라인결제는 도저히'…日 대기업, 원격의료 해결사로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한일 원격의료의 현주소(1~3)에서 살펴본 것처럼 일본은 정보기술(IT)에 의료 서비스를 접목한 원격의료로 저출산·고령화에 대응하고 있다. 과제도 많다. '디지털 후진국'이란 오명을 들을 정도로 부실한 디지털 인프라가 역시 최대 장애물이다. 2021년 4월 기준 원격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이 17%, 온라인으로 처방전까지 발급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0.6%에 그쳤다. 정보통신기술(ICT)에 대한 진입 장벽 때문에 원격의료 이용자 가운데 70세 이상 고령자의 비율은 4%에 그쳤다. 특히 고령자의 온라인 결제는 도저히 무리라는 결론이 내려졌다. 시골에 사는 일본의 고령자 대부분은 현금만 쓰기 때문이다. 나가사키현 고토시를 비롯한 일본 7개 기초 지자체가 올해 1월부터 간호사가 동승하는 형태의 이동식 원격의료를 시작한 이유다. 원격의료를 완전히 자율화했는데도 보급이 더딘데는 경제적인 이유도 있다. 일본에서 원격의료를 받으려면 앱 사용 수수료 330엔을 포함해 880엔(약 8600원)의 비용이 추가로 들어간다.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변화에 소극적인 일본인들의 의식도 한몫한다. 코로나19가 수습될 수록 원격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의 증가율은 둔화하고 있다. 통원이 자유로워지면서 기다리더라도 병원을 직접 찾는 환자가 늘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규제도 원격의료 보급을 지체시키는 대표적인 요인이다. 드론으로 처방약을 배송하는 방식은 원격의료의 완결판으로 평가받는다. 환자가 진료를 받고 약을 찾느라 집을 나설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드론 처방약 배송을 실현시키려면 두가지 장벽을 넘어야 한다. 현재 일본 법률상 드론은 인간의 거주지 위를 비행하지 못하고 개인 소비자에게 처방약

    2023.06.09 07:00
  • 직원들 '영혼 없이' 일하면…임원 보너스 깎는 日기업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직원의 '의욕'에 비례해 경영자의 보너스를 지급하는 일본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 수익성만으로 기업 가치를 평가받던 시대가 바뀌면서 일본 기업들도 인적 자본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8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전자 대기업 히타치제작소와 정유사 이데미쓰코산, 파나소닉홀딩스의 자동차 부품 계열사인 파나소닉오토모티브시스템스(PAS) 등이 올해부터 임원의 주식보수 지급액을 직원의 의욕과 연동시키는 제도를 도입했다. 히타치제작소는 2024년까지인 중기 경영계획의 목표 달성률에 따라 임원의 주식보수를 10% 추가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한다. 달성 목표 가운데 하나가 직원의 의욕이다. 일에 대한 의욕과 충실감 등 4개 항목에 대해 직원들의 긍정적인 답변 비율이 68% 이상이면 주식 보너스를 추가로 지급한다. 이데미쓰코산은 임원의 실적 연동형 주식 보너스 가운데 20%를 직원의 의욕으로 결정한다. 이달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정식 제도로 도입한다. PAS는 전 직원 6000명을 대상으로 매년 설문조사를 벌여 근로의욕이 높아지면 담당 임원의 보너스를 올리고, 변화가 없거나 떨어지면 보너스를 깎는다. 10개 항목으로 모든 직원의 근로의욕을 5단계로 평가한다. 평가 결과에 따라 100만엔 이상 성과급 액수가 달라진다. 기업이 직원의 의욕을 높이는데 공을 들이는 것은 생산성 향상 및 투자가 평가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인재 컨설팅 기업인 링크앤모티베이션이 2017~2018년 일본 2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 직원의 의욕은 이듬해 매출 및 이익 증가율과 비례했다. 미국과 유럽연합(EU) 기업들은 일찌감치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는 요소로 직원의 의욕을 주목해 왔다. 컨

    2023.06.08 15:25
  • 日 원격의료 완결판 '드론 의약품 배송'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스리, 투, 원, 발사!” 일본 서쪽 국경 지역 고토열도에서 가장 큰 섬인 후쿠에섬에는 드론 배송 전문 기업 소라이이나가 있다. 소라이이나가 운영하는 드론은 미국 유니콘 기업 집라인(Zipline)이 개발한 제품이다. 집라인은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 부부의 자선기부 단체인 벌 머린다 재단이 투자한 회사로 유명하다. 일본어로 '하늘 참 좋구나'라는 뜻인 소라이이나는 집라인의 첫번째 전략적 파트너다. 집라인의 드론은 바퀴가 없어서 배송지점에 이착륙이 불가능하다. 해발 30m 상공에서 배송품을 투하하고 돌아오는 방식이다. 이착륙을 반복하지 않는 덕분에 시속 100km로 반경 80km를 운항할 수 있다. 고토열도 전역을 배송할 수 있는 거리다. 비행기나 배가 못 뜨는 악천후에도 운항할 수 있다. 시간당 강우량 50mm, 초속 14m의 강풍까지 견딜 수 있다. 태풍이 고토열도를 직격하는 일주일 정도를 제외하면 1년 내내 배송이 가능하다. 미리 설정된 비행 항로로 드론이 자동으로 오고간다. 바람방향과 강도에 따라 투하시점을 자동으로 계산해 원하는 지점 반경 10m 안에 짐을 떨어뜨릴 수 있다. 지금까지 투하성공률은 98%다. 배송을 담당하는 건 충격흡수제가 들어간 가로세로 50cm, 높이 20cm의 종이 박스다. 이 박스에는 작은 낙하산이 달려 있다. 박스에는 최대 1.5kg까지 물건을 넣을 수 있다. 30m 높이에서 떨어뜨린 종이 박스가 멀쩡할까 싶지만 유리병과 달걀도 깨지지 않는다. 의약품 배송이 가능한 이유다. 동시에 4기를 띄워 4kg까지 배송할 수 있다. 드론 배송은 지난해 검증 실험을 거쳐 올해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고토열도 주변의 작은 섬들에 흩어져 있는 진료소에 약품을 공급하는 ‘B2B

    2023.06.08 07:22
  • 기시다 "정부 주도 반도체 부활" 공식 선언

    일본이 한때 세계 시장의 절반을 석권했던 반도체 강국의 지위를 되찾기 위해 정부 주도로 반도체산업을 키울 것임을 공식화했다.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의 생산공장을 일본에 유치하는 동시에 자국산 최첨단 반도체를 자체 개발해 ‘산업의 쌀’을 안정적으로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세계 수준에 손색없는 지원할 것”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 회의를 열어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산업, 데이터센터 등 네 개를 전략 분야로 선정했다. 미래 성장 산업에 필수적이면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이후 경제 안전보장상 중요도가 높아진 물자들이다. 일본 정부는 급변하는 국제 정세를 자국 산업의 육성 기회로 보고 있다. 일본 정부는 “선진국들이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부품 공급망을 이전하려는 상황에서 새 투자처로서 일본의 매력이 높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네 개 전략 분야 가운데 일본 정부가 특히 지원을 집중하겠다고 밝힌 분야가 반도체다. 세계적으로 폭발적인 수요 증가가 예상되면서 투자를 늘리려는 글로벌 반도체 대기업과 이들을 유치하려는 각국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어서다. 기시다 총리는 반도체 대기업들의 투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의 지원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자본주의 실현회의는 기시다 내각의 간판정책인 ‘새로운 자본주의’를 실현시키기 위한 세부 정책을 짜는 자문기구다. 지난해 11월 발표한 첫 번째 실행계획은 가계 자산을 주식시장으로 끌어들여 자산소득을 두 배 늘리는 것과 같은 소득 증대 정책이 주를 이뤘다. 첫 번째 실행계획을 개정한 이번 종합대

    2023.06.07 18:17
  • 日, 수소 R&D에 140조원 투자

    일본 정부가 군사용으로 쓰일 수 있는 기술 특허를 비공개로 유지하고, 기밀 정보를 다루는 자격 제도를 도입해 경제안보를 강화한다. 또 7년 이내에 수소 가격을 3분의 1로 낮춰 차세대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보급하기로 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일본 정부가 작년 5월 제정한 경제안전보장추진법(경제안보법)의 후속 조치로 25개 기술을 특허 비공개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7일 보도했다. 스텔스 기능과 극초음속 비행 기술, 무인항공기 자율제어 기술 등이 포함됐다. 원칙적으로 특허는 출원으로부터 1년6개월 뒤 공개된다. 하지만 경제안보법에 따라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해칠 가능성이 큰 기술로 지정되면 비공개 상태를 유지할 수 있다. 일정한 자격을 갖춘 사람만 기밀 정보를 다룰 수 있는 제도도 도입한다. 다카이치 사나에 경제안전보장상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특정 정보에 접근 가능한 자격을 심사하는 ‘적격성 평가’ 제도를 도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2014년 공무원을 대상으로 시행한 특정기밀보호법의 ‘적격성 평가’를 민간 기업으로 확대하는 내용이다. 2024년 제도가 도입되면 인공지능(AI)과 우주·사이버 등 군사용으로 활용 가능한 기술을 다루는 연구자 및 기업 관계자는 기밀정보를 취급하는 자격을 따야 한다. 주요 7개국(G7) 가운데 관련 제도가 없는 것은 일본뿐이다. 일본 정부는 “경제안보 기준을 미국과 유럽연합(EU) 수준으로 강화해 자국 기업의 국제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제안보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동시에 미래 성장산업에 대한 지원은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이날 발표한 수소기본전략을 통해 15년간 민관이 합쳐 15조엔(약 140조원)을 수소 관련 기술에 투자

    2023.06.07 1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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