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저출산 대책 정밀 비교(1)에서는 지난 3월말 발표한 두 나라의 저출산 종합 대책의 얼개를 살펴봤다. 한·일 저출산 대책 정밀 비교(2)에서는 두 나라의 저출산 대책을 분야별로 살펴보자. 한국의 ‘양육 비용 지원’은 일본의 ‘젊은 세대 소득 증가’와 같은 항목으로 볼 수 있다. ‘돌봄 지원’은 ‘모든 육아세대 지원’에 해당할 것이다. ‘일과 가정의 양립’은 ‘사회의 구조·의식 개혁’과 맞물리겠다. 한국에만 있는 대책 가운데 가장 눈길을 끄는게 주거 지원이다. 일본의 ‘젊은 세대 소득증가’ 분야에도 '다자녀 가구에 주거지원'이란게 있긴 하다. 하지만 한국과는 상당히 다른 내용이다. 월세 임대 거주가 주류인 일본에서 주거 지원이란 아이가 많은 집에 공공 임대 아파트의 입주 우선권을 주겠다는 것이다. 한국과 같은 내집 마련을 돕겠다는게 아니다. 한국의 주거지원은 신혼부부의 공공주택 분양, 대출 기준 완화 등 내집 마련을 돕는 정책이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한국의 주거지원은 청년·신혼부부 등이 공공분양과 공공임대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선택할 수 있도록 해 주거에 대한 경제적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펼칠 것"이라고 알려왔다. 수억원씩 하는 내집 마련을 돕자면 한국은 5대 저출산 대책 가운데 가장 많은 예산을 주거 지원에 투입해야 할 것이다. 나머지 4대 정책에는 예산을 충분히 배분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저출산고령사회위는 "정부의 주거지원 정책의 재원은 주택도시기금이어서 일반 회계 재정의 배분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고 알려왔다. 이번엔 두 나라가 공통적으로 제시한 대책을 비교해 보자. 먼저 돌봄 지원이다. 한국은 보육시
소멸 위기를 맞은 대표적인 두 나라 한국과 일본이 지난 3월 말 사흘 간격으로 대대적인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한 나라의 인구가 유지되려면 출산율이 2.07명을 넘어야 한다. 한국과 일본 모두 출산율 2.07명과는 까마득한 격차가 있다. 그 중에서도 한국의 출산율은 0.78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 일런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소멸 위기를 경고한 일본의 출산율 1.30명이 부러울 지경이다. 두 나라의 운명을 좌우할 저출산 정책을 비교해 본다. 우열을 가리기 위함이 아니다. 일본은 우리보다 20년 이상 먼저 저출산 대책을 시작한 선배 나라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한국 인구 문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할 지 알 수 있다. 한국은 윤석열 대통령이 3월28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를 주제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대통령이 저출산고령사회위 회의를 주재한 것은 7년 만이다. 일본은 3월31일 '차원이 다른 저출산 종합 대책 초안'을 발표했다. 지난 1월23일 기시다 총리가 2023년 정기 국회 개원 연설에서 "올해는 육아 지원을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겠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한지 3개월 만에 등장한 구체안이었다. 두 나라는 지금까지와 같은 백화점식 정책을 남발하지 않고 효과적인 저출산 대책을 골라서 선택과 집중하겠다고 공통적으로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5년간 280조 원을 쏟아붓고도 저출산을 해결하는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돌봄과 교육, 일·육아 병행, 주거, 양육비용, 건강 등을 저출산 정책의 5대 핵심 분야로 선정하고 각 분야마다 국민의 체감도가 높은 정책을 추려 중점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670조원
“한·일 정상들이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8일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을 이렇게 평가했다. 이 신문의 평가대로 전날 공동 기자회견에서 양국 정상은 자국 내 정치 역학 관계를 잠시 잊기로 한 듯 적극적으로 소신을 펼쳤다. 윤 대통령은 “과거사가 완전히 정리되지 않았다고 해서 현안과 미래관계에 대해 한 걸음도 내디뎌선 안 된다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말했다. 일본 정계에서는 윤 대통령도 현재 30% 안팎인 지지율이 더 떨어지면 역대 한국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반일(反日)’을 국면 전환 카드로 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우려를 반영한 일본 기자의 질문에 윤 대통령은 “정부의 방침은 바뀌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기시다 총리는 강제징용 피해자와 관련해 “많은 분이 매우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신 데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사전에 조율되지 않은 발언이었다. 일본 측에서는 즉각 “한국 측을 배려한 발언이 자민당 보수파 의원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극우 성향의 산케이신문도 “아슬아슬한 표현”이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의 취약한 당내 기반을 고려해 “너무 부담 갖지 말고 오시길 바란다”는 뜻을 사전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시다 총리는 한국 국민에게 자신의 진정성을 전달하려는 듯한 발언을 이어 나갔다. 한국의 강제 징용 해법에 대해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준 것에 감동했다”고 했다. 원전 오염수 문제와 관련해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
8일 일본의 주요 언론들은 전날 한일 정상회담에 대해 "양국 정상이 한일 관계 정상화를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배수진을 쳤다"고 평가했다. 특히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강제징용 피해자 등을 간접적으로 거명해 "매우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신데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한다"라고 발언한 것을 두고 윤석열 대통령의 관계 개선 의지에 호응했다는 반응을 내놨다. 보수 성향의 일본 최대 일간지 요미우리신문은 "한일관계 정상화에 강한 의욕을 보여준 윤석열 대통령에 호응해 기시다 총리가 '마음이 아프다'라며 한걸음 나아간 역사인식을 표명했다"며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불퇴전에 임한다는 결의를 나타냈다"고 보도했다. 이 신문은 기시다 총리가 충실히 계승한다고 밝힌 1998년 한일공동선언에는 "식민지배의 반성과 사죄를 표명하는 내용이 들어있다"며 "여기에 일본 정부의 입장을 전하는데 그치지 않고 한걸음 더 나아간 자세를 보여줬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의 발언은 "'윤 대통령이 일본에 양보만 하고 있다'는 불만이 강한 한국 여론을 감안해 (일본 정부가) 과거와 겸허히 마주하고 있다는 자세를 나타낸 것"이라며 "윤 대통령에 대한 비판이 걷잡을 수 없는 사태가 되면 개선 조짐을 보이는 한일관계가 되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위기감도 반영됐다"고 분석했다. "한국 측을 배려한 발언이 자민당 보수파 의원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다"는 일본 정부 내의 우려도 전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끄는 기시다파는 소속 의원이 43명에 불과한 자민당 4대 파벌이다. 최대 파벌인 아베파(9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일제 식민지배) 당시 혹독한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신 데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일본 총리로는 12년 만에 양국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죄’ 대신 ‘공감’을 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3월 6일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의 조치가 진전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께서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 데 감동받았다”며 “저 자신, 당시의 혹독한 환경에서 다수의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신 데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프다”는 기시다 총리의 말은 일본 내 예상을 뒤집은 ‘깜짝 발언’이다. 대부분의 일본 정부 관계자와 현지 언론들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외교 소식통은 “‘사죄와 반성’을 기대한 한국인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기시다 총리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기시다파는 소속 의원이 43명에 불과한 자민당 4대 파벌이다. 최대 파벌인 아베파(9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는 취약한 당내 기반 때문에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정책에서도 아베파를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제 식민지배) 당시 어려운 환경에서 많은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신데 대해 마음 아프게 생각합니다." 일본 총리로는 12년 만에 양국간 정상회담을 위해 한국을 방문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7일 공동 기자회견에서 '사죄' 대신 '공감'을 표시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했을 때 저는 1998년 10월 발표된 한일 공동선언을 포함해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전체적으로 계승한다고 말씀드렸다"며 "일본 정부의 입장은 앞으로도 변함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정부가 3월6일 발표한 강제징용 해법의 조치가 진전되는 가운데 많은 분들께서 과거의 쓰라린 기억을 잊지 않으면서도 미래를 위해 마음을 열어주신데 감동 받았다"며 "저 자신, 당시의 어려운 환경에서 다수의 분들이 매우 힘들고 슬픈 일을 겪으신데 마음이 아프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음이 아프다"는 기시다 총리의 말은 일본 내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깜짝 발언'이다. 대부분의 일본 정부 관계자와 미디어들은 기시다 총리가 이번 방문에서 "역대 내각의 역사인식을 계승한다"는 기존 입장을 반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외교 소식통은 "'사죄와 반성'을 기대한 한국인의 눈높이에는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기시다 총리로서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를 표했다"고 말했다. 그가 이끄는 기시다파는 소속 의원이 43명에 불과한 자민당 4대 파벌이다. 최대 파벌인 아베파(97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내년 9월 자민당 총재 선거를 앞둔 기시다 총리는 취약한 당내 기반 때문에 정치·외교는 물론 경제정책에서도 아베파를 의식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아베파를 비롯한 자민당 보수 세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12년 만에 재개된 ‘셔틀 외교’에서 한·일 안보 동맹을 한층 강화하기로 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과 중국의 군비 증강 등 동아시아 안보 환경 변화에 긴밀히 대처하기 위해서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논의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달 하순 열리는 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삼국 안보 동맹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북한 등 인도·태평양 정세 논의기시다 총리는 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이달 말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북한을 포함한 인도·태평양 지역의 최신 정세와 글로벌 과제에 대한 양국 간 공조를 논의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회담에서 북한이 핵무기를 탑재할 수 있는 탄도미사일 개발을 진행하고, 중국이 대만에 대한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는 등 동아시아 지역의 안보 환경이 엄중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의 동맹국인 한·일 양국의 안보 협력이 중요하다는 데도 뜻을 모았다. 자유민주주의 가치관을 공유하는 두 나라가 ‘자유롭고 평화롭게 번영하는 인도·태평양’을 실현하는 데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기시다 총리가 이날 방한 첫 일정으로 서울 동작동 국립현충원을 방문한 것도 양국 간 안보 동맹 강화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교도통신은 “한·일 관계 개선에 속도를 내고, 안보 등의 분야에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평가했다.北 미사일 정보 공유 강화할 듯한·일 정상은 안보 동맹을 다지는 방안의 하나로 북한의 미사일 정보 공유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한국과 미국, 일본 방위당국은 북한이 탄
한국 정부가 올여름 방류를 앞둔 후쿠시마 제1원전 사고 현장의 안전성을 살펴보기 위해 시찰단을 파견한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7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한국 전문가들의 현장 시찰단 파견에 합의했다. 윤 대통령은 회담 후 공동 기자회견에서 “과학에 기반한 객관적 검증이 이뤄져야 한다는 우리 국민의 요구를 고려한 의미 있는 조치가 취해지길 바란다”며 이 같은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이어 “기시다 총리가 이웃 국가인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고, 해소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기시다 총리도 “한국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며 “일본 총리로서 자국민, 그리고 한국 국민의 건강과 해양 환경에 나쁜 영향을 주는 형식의 방류는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2011년 후쿠시마 제1원전 1~4호기의 원자로가 녹아내리는(노심용융) 사고 이후 일본 정부는 사고 현장에 지하수와 빗물이 섞여 발생하는 고농도 방사성 물질을 약 1000기(137만t 분량)의 물탱크에 보관하고 있다. 물탱크 용량이 이르면 내년 봄 다 찰 전망이어서 일본 정부는 오염수를 다핵종제거설비(ALPS)로 정화 처리한 뒤 후쿠시마 앞바다에 방류하기로 결정했다. 안전성을 국제적으로 인정받기 위해 국가원자력기구(IAEA)의 전문가 집단에 검증받고 있다.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에 특정 국가의 정부 대표단을 받아들인 것은 이례적이다. 기시다 총리가 한·일관계 개선 속도를 내기 위해 한국 국민을 안심시켜야 한다고 판단하고 결단을 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방문 시기는 5월 23일
일본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 부담이 2030년에도 미국과 유럽연합(EU) 기업의 9분의 1에 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비례해서 물리는 탄소세 부담은 한국 기업의 10분의 1 수준이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자연에너지재단의 연구결과를 인용해 2030년 일본 기업이 이산화탄소를 1t 배출하는데 약 2000엔(달러 환산시 약 15달러)을 부담할 것으로 예상했다. 현행 탄소세와 2028년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 비용을 합한 액수다. 반면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30년 선진국 기업들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1t 배출하려면 130달러를 물어야 할 것으로 예상했다. 일본 기업은 미국과 유럽 기업에 비해 9분의 1의 비용으로 이산화탄소 1t을 배출하는 셈이다. 세계은행은 파리협정을 달성하기 위해 2030년 전 세계 기업이 t당 50~100달러의 비용을 물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일본 기업의 부담은 세계 평균에도 미치지 못한다. 2015년 채택한 파리협정을 통해 전 세계 모든 나라들은 지구의 기온 상승을 18세기 중반 산업혁명에 비해 2도 이내로 억제하기로 약속했다.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 위해 탄소세와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동시에 운영하는 나라가 늘어나는 반면 일본은 탄소세(지구온난화대책세)만 부과하고 있다. 이마저 t당 세금이 289엔(약 2.1달러)으로 19달러인 한국의 10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의 탄소세는 9달러다. 일본도 세계적인 추세에 맞춰 탄소세와 별도로 이산화탄소 배출권 거래제도를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기존의 전기료 가산요금을 대체하는 방식이어서 기업의 비용 부담은 오히려 낮아질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모로토미 도오루 교토대
한국이 '세계에서 어린이와 청소년의 비율이 가장 낮은 나라'가 되는 수모를 가까스로 피했다. 어린이·청소년 인구가 42년 연속 감소한 일본 덕분이었다. 일본 총무성은 지난 4월1일 기준 15세 미만 인구가 1435만명으로 1년 전보다 30만명 줄었다고 5일 발표했다. 1982년 이후 42년 연속 15세 미만 인구가 감소하면서 역대 최저치를 또다시 갈아치웠다. 전체 인구에서 15세 미만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은 11.5%로 1년새 0.2%포인트 떨어졌다. 15세 미만 인구 비율은 1975년 이후 49년 연속 하락했다. 1950년만 하더라도 어린이·청소년의 숫자가 전체 인구의 3분의 1을 넘었었다. 2022년 국제연합(UN) 인구통계연감에 따르면 인구가 4000만명을 넘는 전세계 36개국 가운데 일본의 어린이·청소년 비율이 가장 낮았다. 한국의 15세 미만 인구 비율은 11.6%로 일본 덕분에 꼴찌를 겨우 면했다. 인도의 15세 미만 인구 비율은 25.3%에 달했다. 미국과 영국은 18.0%와 17.5%였다. 중국과 프랑스는 17.2%였다. 일본의 어린이·청소년 비율은 더욱 낮아질 전망이다. 유아의 숫자가 청소년보다 적기 때문이다. 12~14세 인구는 321만명인 반면 0~2세는 243만명이었다. 일본 정부는 젊은 인구 감소로 사회보장제도를 지탱하는 현역세대가 감소하고 노동력 부족이 심각해 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인구가 줄어드는 만큼 경제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하위권인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과제도 커지게 됐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자원 가격 급등에 힘입어 일본 종합상사들이 ‘순이익 1조엔(약 9조8454억원) 시대’를 열었다. 최대 승자는 이들 종합상사의 주가가 급락하던 시기에 과감하게 투자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벅셔해서웨이 회장이라는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쓰이물산은 지난 2일 일본 4대 종합상사 가운데 가장 먼저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실적을 발표했다. 미쓰이물산은 지난해 순이익이 1조1306억엔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다고 공개했다. 일본 종합상사의 순이익이 1조엔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일본 대표 기업 소니그룹의 지난해 순익(9371억엔)보다 많다. ○도요타 압도한 4대 종합상사 미쓰이물산뿐이 아니다. 오는 9일 실적을 발표하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 미쓰비시상사의 지난해 순익 추정치는 1조1500억엔이다. 작년 순이익을 1조300억엔으로 추정했던 미쓰비시상사는 지난달에 이 수치를 1200억엔 상향 조정하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일본 종합상사가 순이익 1조엔 시대를 열도록 해준 ‘일등 공신’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 가격 급등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자원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일본 종합상사 대부분은 자원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전체 순익에서 자원 사업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미쓰이물산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거래로 ‘대박’을 내면서 에너지 부문 순익(3094억엔)이 1년 새 3배 늘었다. 반면 자원 사업 비중이 작은 이토추상사는 지난해 순이익 1조엔을 달성하지 못한 것으로 추정된다. 4대 종합상사 가운데 유일하게 비자원 사업 비중이 80%에 달하는 이토추상사의 지난해 순이익 추정치는 8000억엔이
자원 가격 급등에 힘입어 일본 종합상사들이 '순이익 1조엔(약 9조8454억원) 시대'를 열었다. 최대의 승자는 종합상사들의 주가가 급락하던 시기 과감하게 투자한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이라는 평가다. 4일 업계에 따르면 미쓰이물산은 지난 2일 일본 4대 종합상사 가운데 가장 먼저 2022회계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 실적을 발표했다. 미쓰이물산은 지난해 순이익이 1조1306억엔으로 1년 전보다 24% 늘었다고 밝혔다. 일본 종합상사의 순이익이 1조엔을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일본 대표기업 소니그룹의 지난해 순익( 9371억엔)보다 많다. 도요타 압도한 4대 종합상사 미쓰이물산의 종합상사 순익 기록은 열흘을 넘기지 못할 전망이다. 오는 9일 실적을 발표하는 일본 최대 종합상사 미쓰비시상사의 지난해 순익은 1조1500억엔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작년 순익을 1조300억엔으로 예상했던 미쓰비시상사는 지난달 예상치를 1200억엔 상향 조정했다. 종합상사 순익 1조엔의 일등 공신은 원유와 천연가스 등 자원 가격 급등이라는 분석이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의 충격에서 회복하면서 자원 수요가 크게 늘어난 영향이다. 일본 종합상사 대부분은 자원 사업을 주력으로 한다. 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은 전체 순익에서 자원 사업의 비중이 60%에 달한다. 미쓰이물산은 지난해 액화천연가스(LNG) 거래로 대박을 내면서 에너지 부문 순익(3094억엔)이 1년새 3배 늘었다. 이토추상사의 순익 예상치가 8000억엔으로 주춤한 것과 대조적이다. 4대 종합상사 가운데 유일하게 비자원 사업 비중이 80%에 달하는 이토추상사는 매출 2위 자리도 내주게 됐다. 미쓰이물산의 지난해 매출은 14조3060억엔이었다. 이토추상사의 매출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오는 7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한국을 방문한다. 지난 3월 15~16일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을 방문한 지 약 두 달 만이다. 일본 정계에서는 기시다 총리의 방한을 ‘윤 대통령 지원 성격의 방문’으로 평가했다. 한·일 관계 정상화라는 결단을 내렸지만 국내 여론의 반발로 고전하는 윤 대통령을 측면 지원하기 위한 방문이라는 것이다. 기시다 총리도 3일 윤 대통령을 예방한 아키바 다케오 국가안전보장국장을 통해 “한·일 관계 개선을 주도한 대통령의 용기 있는 결단을 높이 평가하며, 이에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마음으로 이번 답방을 결심하게 됐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과거사 언급 어디까지 할까 이날 일본 언론들은 한국 측이 7일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에게 강제징용 문제 해법의 이행 상황을 설명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한국 정부는 3월 6일 ‘제3자 변제’ 방식의 강제징용 피해자 문제 해결책을 발표했다. 피해자 15명 가운데 10명의 유족이 정부 해결책을 받아들였지만 5명은 일본의 사죄가 없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부정적인 한국 내 여론을 감안하면 기시다 총리가 직접 ‘사죄’와 ‘반성’을 언급하는 것이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 정부가 강제징용 문제의 해법을 내놓은 날 기시다 총리와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은 “1998년 한·일 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대 내각의 역사 인식을 계승한다”고만 발표했다. 전문가들은 한국의 기대와 달리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깜짝 사죄’를 할 가능성은 작다고 내다봤다. 교도통신은 전날 “기시다 총리가 정상회담에서 역사 인식을 둘러싼 역대 일본 내
“100% 일본제를 쓰던 삼성과 LG가 물량의 20%를 한국 중소기업에 배정하고 있다.” 한 경영 컨설턴트가 전한 2019년 일본의 반도체 소재 수출 규제 이후 한국 생산현장의 변화다. 규제 대상이었던 불화수소, 포토레지스트, 불화폴리이미드 3개 소재의 얘기가 아니다. 황산, 인산과 같은 기초 화합물부터 솔벤트 같은 세정제까지 소재 전반에 걸쳐 대기업의 ‘국산 할당’이 이뤄지고 있다고 했다. 성능도 우수하고 가격도 합리적인 일제를 당연시하던 한국 대기업이 20% 정도는 의도적으로 한국 제품을 쓴다는 것이다.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소재는 가격이 좀 비싸져도 괜찮으니 개발해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일본의 갑작스러운 수출 규제에 데인 한국 대기업들이 제2, 제3의 공급망 단절에 대비해 대체수단을 마련해 두려는 전략이다. 日 소재 기업 대부분 '유탄 맞았다'지난 3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를 철회한 데 이어 지난달 28일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 복귀시키면서 4년간의 한·일 수출 분쟁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지난 4년 동안 불화수소와 같이 규제 대상에 오른 소재를 생산하는 일본 기업의 타격이 컸다는 사실은 일본 미디어의 보도로 여러 번 알려졌다. 한국 대기업 고객과 거래하던 대부분의 일본 소재 기업이 유탄을 맞고 있다고 이 컨설턴트는 증언한다. 한국을 때린 후유증이 생각보다 깊고, 오래간다는 것이다. 일본의 수출 규제는 미·중 패권경쟁이 격렬해진 시기와 겹친다. 한국과 일본은 세계에서 중국 의존도가 가장 높은 나라다. 리처드 볼드윈 주네브국제고등문제연구소 교수에 따르면 2015년 기준 한국과 일본 제조업은
중국 정부를 비판한 뒤 주로 일본 도쿄에 머물러 온 인터넷 플랫폼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사진)이 일본 최고 명문인 도쿄대 방문 교수로 부임한다. 도쿄대는 1일부터 마윈이 지속가능한 농업과 식량 생산을 주제로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한다고 이날 밝혔다. 기업 대상 세미나도 개최할 계획이다. 마윈은 2020년 10월 공개 행사에서 중국 정부의 핀테크 규제를 작심하고 비판한 일로 당국의 눈 밖에 났다. 중국 정부는 그 직후 마윈이 직접 지배하는 알리바바의 핀테크 계열사 앤트그룹 상장을 전격 중단했다. 이듬해 4월에는 알리바바에 독점금지법 위반으로 역대 최대 규모인 182억위안(약 3조474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과징금 탓에 알리바바는 7년 만에 적자를 기록했다. 마윈은 지난 1월 세계 최대 핀테크 기업인 앤트그룹의 지배권을 상실했다. 마윈은 한때 1년 넘게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체포설이 돌기도 했다. 지난해부터는 도쿄 중심가에서 외부 노출을 피한 채 생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리바바 초기 투자자인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마윈의 일본 생활을 지원한 것으로 전해진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에 대한 국제적인 규제 방안이 마련된다. 거짓 정보와 저작권 침해 등 부작용을 최소화한다는 취지다.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서라는 분석도 나온다. 주민 감시에 챗GPT를 활용한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다. 주요 7개국(G7)은 29~30일 이틀간 일본 군마현 다카사키시에서 디지털·기술 담당 장관 회의를 열고 AI와 같이 새롭게 등장한 기술을 적절하게 활용하기 위해 공통 규제를 내놓기로 합의했다. AI 개발·부작용 억제 병행30일 교도통신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G7 디지털·기술 담당 각료들은 △법의 지배 △적정한 절차 △혁신 기회의 활용 △민주주의 △인권 존중 등 AI 개발의 5대 원칙을 제정했다. 5대 원칙에 따라 저마다의 규제 차이를 감안하면서 AI의 기술과 위험성을 평가하는 공통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다. G7은 고성능 AI의 개발과 활용을 진행하는 동시에 편견과 거짓 정보의 확산, 사생활·저작권 침해와 같은 폐해를 억제하는 방안 또한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데 입장을 같이했다. “규제가 기술 혁신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면 첨단 기술이 그릇된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G7 회원국이 공유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의장국인 일본 대표로 참가한 마쓰모토 다케아키 총무상은 “(급속히 발달하는) AI와 관련한 우려를 감안해 G7이 통일된 규제를 만들어 보급에 나서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G7은 표준 기준을 마련하는 목적이 AI를 규제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책임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서라는 점을 강조했다. 규제가 나라마다 제각각 다른 방향으로 발달하면 AI의 활용이 오히려 제한받는다는 설명이다. AI의 리스크를 공통으로 평가하고 적절히 규제해 균형 잡
대규모 금융완화 10년, 日경제 어떻게 변했나(上)에서는 "통화공급량과 국채 매입규모를 두 배 늘려 2년 내 물가를 2%로 끌어올리겠다"는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의 호언장담이 임기 10년 동안 어떻게 진행됐는지 살펴봤다. 그의 '2·2·2 공약' 가운데 지켜진 건 통화공급량과 국채 매입규모를 두 배 늘린다는 것 뿐이었다. 구로다 총재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는 '구로다 바주카포'라는 화끈한 이름이 붙었지만 실물 경제를 부양하는 효과도 지지부진했다. 2022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46조엔으로 2012년보다 5% 늘어나는데 그쳤다. 민간 기업의 설비투자는 16% 증가했지만 일본 GDP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개인소비는 2% 감소했다. 물가를 반영한 실질 임금이 2012년보다 5% 감소한 탓이었다. 일본의 연구개발비, 즉 미래에 대한 투자 규모는 17조6000억엔으로 미국(71조7000억엔), 중국(59조엔)에 이어 3위다. 하지만 2000년 이후 중국과 한국의 연구개발비가 14.2배, 4.6배 늘어나는 동안 일본은 30% 늘어나는데 그쳤다. 돈을 살포하는 양적완화로도 효과가 없자 일본은행은 2016년 1월 기준금리를 -0.1%로 낮추는 초유의 마이너스금리 정책을 도입했다. 대출을 못하고 남은 돈을 일본은행에 맡기면 이자 대신 페널티를 물릴테니 돈을 더 많이 빌려주라고 은행에 으름장을 놓은 것이었다. 마이너스 금리를 결정한 이후 일본 시중은행의 대출 잔고는 460조엔에서 560조엔으로 6년간 100조엔 증가했다. 하지만 늘어난 100조엔 가운데 4분의 1에 달하는 26조엔은 부동산 대출 시장으로 흘러 들어갔다. 도쿄 도심 아파트 가격이 버블(거품) 경제 이전 수준을 넘어 사상 최고치로 오른 배경이다. 경제성장의 밑거름이 되
일본 정부가 한국을 수출심사 우대국 명단(화이트리스트)에 복귀시켰다. 지난달 반도체 핵심소재의 수출규제를 철회한 데 이어 수출심사 우대국에 다시 포함함으로써 한·일 양국의 수출규제 갈등이 4년여 만에 일단락됐다. 일본 경제산업성은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던 조치를 취소하고 우대국으로 재지정한다고 28일 발표했다. 일본 정부는 2018년 10월 한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책임은 일본 기업에 있다’고 판결하자 2019년 7월 반도체·디스플레이 핵심 세 개 소재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다. 2019년 8월에는 한국을 화이트리스트에서 제외했다. 한국도 한 달 뒤인 9월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서 뺐다. 두 나라의 수출규제가 해결된 것은 지난달 16일 도쿄에서 열린 양국 정상회담에서였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정상회담 직후 일본은 반도체 핵심 소재 세 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해제했고, 한국은 일본의 수출규제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철회했다. 이어 한국 정부는 지난 24일 일본을 화이트리스트에 다시 포함했다. 두 나라는 24∼25일 도쿄에서 국장급 ‘수출관리 정책대화’를 열고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복원 문제를 논의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일본의 수출규제 철폐로 한국의 연간 수출액이 17조7200억원 증가할 것으로 분석된다. 수출 증대에 따른 취업자 증가 폭은 12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국 국내총생산(GDP)은 수출규제 전인 2019년보다 5조1500억원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윤석열 정부의 대일 외교로 한국이 일본보다 더 많은 경제적 혜택을 얻을 것이란 분석이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일본은행이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취임한 이후 처음 열린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대규모 금융완화를 유지하기로 했다. 시장에 계속해서 돈이 풀릴 것으로 기대되면서 주가가 급등하고 엔화 가치는 떨어졌다. 일본은행은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금리를 연 -0.1%, 장기금리는 0% ± 연 0.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일본 국채와 상장지수펀드(ETF)를 대규모로 매입하는 조치도 계속하기로 했다. 대신 일본은행은 새 총재를 맞아 과거의 금융완화 정책을 다각도로 평가하는 종합검증을 하기로 했다. 우에다 총재는 지난 10일 취임 기자회견에서 “20년 넘게 금융완화 기조가 이어진 만큼 (지금까지의 정책을) 종합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출구 전략을 향한 포석을 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은행이 대규모 금융완화를 수정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다음 금융정책결정회의는 6월 15~16일이다. 일본 정계에서는 기시다 후미오 총리가 올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6월 21일을 전후해 국회를 해산하고 총선거를 실시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현재의 일본은행법이 시행된 1998년 이후 일본은행은 국정선거를 앞두고 통화정책을 변경하는 것을 철저히 피해 왔다. 선거에 중립적이지 못하다는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라는 해석이다. 정가 예상대로 6월 말 총선이 치러지면 일본은행은 일러야 7월 28일 금융정책결정회의 이후 대규모 금융완화를 수정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통화공급량과 국채 매입규모를 2배 늘려 2년 내 물가를 2%로 끌어올리겠다." 대통령 선거 후보자의 경제 공약처럼 간명한 메시지. 하지만 이 공약은 정치인의 것이 아니라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메시지다. 2013년 4월 대규모 금융완화 도입을 발표하면서 내건 목표다. 중앙은행 총재는 애매모호한 표현을 써서 돌려 말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시장에 혼란이나 방향성을 주지 않기 위해서다. 구로다 총재의 '2·2·2 공약'은 여느 중앙은행 총재와는 전혀 다른 스타일 때문에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2023년 4월8일, 구로다 총재는 10년 임기(한차례 연임)를 마쳤다. 3673일의 재임 기간은 역대 최장수 기록이다. 그가 역대 최장수 일본은행 총재의 기록을 세우는 동안 약속한 시간의 5배가 지났다. 하지만 임금 인상을 동반한 물가 상승을 통해 일본을 장기 디플레이션에서 끄집어 내겠다는 약속은 거의 지켜지지 않았다. 정치 구호처럼 시원시원했던 목표들은 10년 내내 구로다와 일본은행을 속박했다. '2년 내'라는 표현 때문에 구로다 총재는 여러 차례 "임기 내에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서 죄송하다"라고 사과했다. 목표를 '2%'라고 못박는 바람에 단기 충격요법에 그쳤어야 할 대규모 금융완화를 10년이나 끌었다. 스스로 퇴로를 끊은 결과다. 대규모 금융완화는 시장에 돈을 마구 풀겠다는 정책이다.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기업의 실적을 끌어올리면 소비가 늘어 물가도 상승한다는 논리다. 2년 만에 통화공급량과 국채 매입량을 2배 늘리겠다고 했으니 구로다 총재가 자신의 정책을 '차원이 다른 금융완화'라고 이름 붙일 만 했다. 2년 안에 시중에 돈을 134조엔(약 1340조원) 쏟아붓겠다는 것이었다. 구로다
우에다 가즈오 새 일본은행 총재가 취임과 동시에 딜레마에 빠졌다. 대규모 금융 완화가 10년 넘게 계속되면서 일본 경제가 3대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지만, 당장 출구전략을 펼칠 수 없는 세 가지 이유도 있기 때문이다. ○시장기능 망가졌다 일본은행은 27일부터 이틀 동안 기준금리를 포함한 일본의 통화정책을 정하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연다. 우에다 총재가 지난 9일 취임한 이후 처음 열리는 회의다. 시장은 새 일본은행 총재가 장단기금리조작(YCC)과 같은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을 수정할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일본은행이 2013년 4월 시작한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이 이제 10년을 넘기면서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이례적인 금융정책을 장기간 펼친 결과 나타난 대표적 부작용은 채권시장의 기능 마비다. 최근까지 일본의 채권시장은 국채 수익률 곡선의 왜곡 현상으로 혼란을 겪었다. 수익률 곡선 왜곡이란 국채 금리가 전반적으로 높은 가운데 일본은행이 통제하는 10년 만기 국채 금리만 연 0.5% 근처에 묶여 곡선이 움푹 꺼진 모습을 뜻한다. 일본은행이 단기금리를 연 -0.1%, 장기금리를 ‘연 0%±0.5% 정도’로 통제하는 장단기금리조작을 시행한 데 따른 부작용이다. 만기가 길수록 금리가 높아지는 채권의 기본 원리가 작동하지 않자 일본 기업들은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제때 조달하지 못하는 부작용에 시달리고 있다. 2월에는 회사채 발행액이 0를 기록하기도 했다. 빈부 격차 확대와 좀비기업 양산도 오랜 대규모 금융 완화의 부작용으로 꼽힌다. 2019년 기준 일본 최상위층의 평균 자산은 1억3511만엔(약 13억5276만원)으로 2014년보다 1030만엔 늘었다. 반면 자산이 가장 적은
역사적인 엔저(低)가 일본이 다시 일어설 수 있는 기회라는 시각도 있다. 일본이 애플의 생산기지가 될 수 있는 기회라는 것이다. 엔저 여파로 지난해 일본의 도심 오피스 빌딩 임대료, 현지인 고용 비용 등은 한국보다 낮아졌다. 일본이 주변 경쟁국들보다 해외투자를 유치하기에 유리해 진 것이다. 특히 엔저로 인한 인건비 인하 효과를 기회로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본 재계가 '자동차와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빼곤 다 죽었다'고 자조할 정도로 제조업이 몰락한 건 가격 경쟁력에서 뒤진 탓이 컸다. 비싼 인건비에 비해 낮은 노동생산성으로 경쟁력을 잃어버린 일본 기업은 값싼 노동력을 앞세운 중국의 저가 공세에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 밖에 없었다. 판세를 바꾼게 엔저다. 일본생산성본부에 따르면 적어도 전자부품 업계에서 중국의 저가 경쟁력 시대는 저물고 있다. 지난 25년간 일본의 전자부품과 디바이스 산업의 시간당 생산성은 74% 올랐다. 일본의 노동생산성이 주요국에 비해 떨어진다고 해도 제조업에서는 어느 정도 성과를 올린 것이다. 그 사이 지난 25년간 중국의 임금은 18배 늘었다. 높아진 제조업 생산성에 엔저의 날개까지 달면 중국과 겨뤄볼 만하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SMBC닛코증권에 따르면 고부가가치 상품 분야에서 일본의 달러 기준 단위 생산액 당 노동비용은 2013년 이후 중국을 밑돌고 있다. 마키노 준이치 SMBC닛코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고부가가치 상품은 중국보다 일본에서 생산하는 쪽이 이득이라는 의미"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설명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의 스타 칼럼리스트 나카야마 아츠시는 "이 참에 애플의 아이폰 생산 공장을 구마모토현에 유
일본 정부가 인공지능(AI) 정책을 총괄하는 자문기구인 AI전략회의를 신설한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6일 보도했다. AI전략회의는 생성형 AI 챗GPT를 포함해 AI에 대한 국가 전략을 세우고 정책 방향성을 제시하는 사령탑 역할을 하게 된다. 지난 24일 정부 관계 부처가 출범시킨 AI전략팀의 상위 조직으로 AI 정책 전반을 다루게 된다. 이르면 다음달 내각부 자문기구로 정식 출범할 예정이다. AI의 활용과 연구개발을 지원하는 역할뿐 아니라 규제 강화 문제도 함께 담당할 계획이다. 이달 말 주요 7개국(G7) 디지털·기술담당 장관회의에서 논의하는 AI 규제와 관련해 일본이 어떤 입장에 설지가 AI전략회의의 첫 번째 과제가 될 전망이다. 일본은 지금까지 AI 기술 개발의 자율성을 보장해 왔다. 하지만 미국과 유럽연합(EU)이 AI 규제를 강화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일본에서도 일정 수준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엔低는 축복인가, 저주인가(2)에서 살펴봤듯 엔화 가치 하락은 일본 중소기업과 가계에 고통을 준다. 도요타자동차와 같은 수출 대기업이 누리는 '엔저 특수'도 과거에 비하면 크게 줄었다. 그런데도 "엔저는 일본 경제 전체에는 이익"이라는 구로다 일본은행 총재의 진단은 소수의 대기업이 얻는 이익의 합이 중소기업과 가계가 받는 손실보다 크다는 의미다. 그의 진단대로 달러당 엔화 가치가 130엔이면 일본의 국내총생산(GDP)은 1조엔 늘어난다. 경제성장률을 0.19% 끌어올리는 효과다. 엔화 가치가 150엔까지 떨어지면 일본 경제 전체적으로 1조5000억엔의 이익이 늘어나면서 GDP가 0.29% 증가한다. 엔저가 경제 전체에 이익이 되려면 대기업이 이익을 다른 경제주체들과 나눠야 한다. 일본 대기업은 그러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1989년에서 2021년까지 32년간 임금은 2% 올랐다. 반면 기업의 내부유보금은 4.5배, 배당금은 7배 늘었다. 2021년 일본 기업들의 내부유보금은 516조엔으로 10년 연속 사상 최대치를 이어갔다. 일본 상장사들의 배당 총액은 30조엔으로 근로자 금여 총액의 20% 수준까지 늘었다. 일본의 대기업들은 엔저로 올린 이익을 근로자와 나누기보다 주주를 우선시했다는 뜻이다. 일본인들이 지난해 엔화 가치하락을 '나쁜 엔저'로 부르는 이유다. 글로벌 인플레이션의 파고가 일본을 강타하고, 일본 정부와 노조가 이익을 나누라고 압박하자 올해 일본 기업들은 임금을 3% 이상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임금 인상률이 3%를 넘는 건 1994년 이후 29년 만이다. 하지만 '기업이 이익을 나누는데 적극적이다'라고 평가하긴 어렵다. 닛세이기초연구소는 올해 임금 인상률이 3%를 기록하더라도 물가를 감안한 실질
일본인들이 올해 소득의 절반을 세금과 사회보험료로 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전되면서 일본의 사회보장 보험료 부담률은 주요 7개국(G7) 가운데 프랑스와 독일 등 복지 선진국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일본 건강보험조합연합회는 2023회계연도(2023년 4월~2024년 3월) 건강보험 평균 부담률이 9.27%라고 21일 발표했다. 이에 따라 간병과 연금 등을 합친 사회보장 보험료율은 18.7%까지 오를 전망이다. 소득 가운데 약 5분의 1을 사회보험료로 내는 셈이다. 버블(거품) 경제가 붕괴한 1990년만 해도 10.6%이던 일본의 사회보장 부담률은 30여 년 새 두 배가량으로 뛰었다. 오늘날 부담률은 G7 국가 가운데 프랑스(24.9%) 독일(23.7%)에 이어 세 번째로 높다.사회보장 부담률이 높아지면서 올해 일본의 국민부담률은 46.8%까지 오를 전망이다. 국민부담률은 국민소득(NI)에서 세금과 사회보험료의 합계가 차지하는 비율이다. 일본의 국민부담률은 1990년 38.4%에서 30여 년 새 10%포인트 상승했다. 한국의 국민부담률은 41.7%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6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였다.저출산·고령화의 진전으로 일본은 사회보장 보험료를 내는 사람과 혜택을 누리는 사람으로 갈리고 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75세 이상 일본인은 건강보험료로 1년에 15만엔(약 149만원)을 내지만 연금(190만엔), 의료(80만엔), 간병(45만엔) 등 총 300만엔이 넘는 혜택을 누린다. 반면 40~44세는 연간 40만엔의 보험료를 내고도 12만엔의 의료보험 혜택을 누리는 게 고작이다.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올해 핵심 정책으로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내걸었다. 저출산 대책의 재원으로는 사
일본의 전체 수출에서 수입을 뺀 무역수지를 보더라도 엔저는 더 이상 반가운 요인이 아니다. 1995~1998년 달러 당 엔화가치는 80엔에서 140엔으로 떨어졌다. 이 때만 해도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질 때마다 연간 무역흑자가 970억엔씩 늘었다. 당시 일본의 주력 수출품인 TV와 자동차 판매가 늘어난 덕분이었다.하지만 2011~2015년에는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무역수지가 160억엔씩 적자가 났다.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한데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원전 가동을 전면 중단하고 화력발전 비중을 급격히 높인 탓이었다. 일본은 에너지 자원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한다.현재는 엔화 가치가 1엔 떨어지면 무역적자는 7000억엔씩 늘어난다. 일본 최대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지난해 손익분석에 일본 제조 대기업의 현 주소가 잘 나타나 있다. 2022회계년도 도요타자동차는 2조4000억엔의 영업이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한다. 2021년의 2조9956억엔보다 20% 줄었다.엔저에 따른 환차익으로 1조850억엔을 올리지만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1조6500억엔을 까먹는 탓이다. 일본 최대 수출 제조기업 도요타에도 엔저는 마냥 반가운 요인이 아닌 셈이다.제조업체들의 엔저 효과가 예전만 못한데 비제조업체들의 손실까지 반영하면 엔화 가치 하락으로 인한 이익은 더욱 쪼그라든다. 엔화 가치가 본격적으로 하락하기 시작한 작년 2분기(4~6월) 닛케이225지수를 구성하는 제조업체 110곳은 1조470억엔의 환차익을 올렸다. 반면 비제조업종의 대표 기업인 소프트뱅크그룹 한 곳만 같은 기간 8199억엔의 환차손을 입었다.제조업, 비제조업을 포함해 일본 기업 전체적으로 이 기간 엔저 효과는 4200억엔까지 줄었다. 이마저도 대기업에 해당하는 얘
일본공적연금에 이어 세계 2위 규모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일본 상장사의 경영진 선임안에는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 300여 곳에 비상이 걸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노르웨이의 국부펀드 ‘노르웨이 정부 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뱅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NBIM)는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임원이 사안을 활발하게 논의해 이사회의 질을 높이려면 여성 임원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NBIM은 “일본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10%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1조2600억달러(약 1673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NBIM은 일본 기업 1533곳에 640억달러를 투자했다. 해외 투자자가 보유한 일본 주식의 4%를 NBIM이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은 약 300곳이다.NBIM은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2020년부터 여성 임원이 0명인 기업의 임원 선임안에 반대해왔다. 현재는 여성 임원을 최소 2명 이상 임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에 응하지 않는 기업에는 경영진의 선임과 해임을 논의하는 지명위원회 위원장의 재임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선 적어도 1명 이상의 여성 임원 임명을 요구한 뒤 점차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기준을 높여갈 계획이다.도쿄=정영효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를 겨냥한 폭발물의 위력이 예상보다 강력했음을 나타내는 증거가 잇따라 발견되고 있다. 요미우리신문은 용의자 기무라 류지가 기시다 총리를 향해 던진 폭발물의 뚜껑으로 보이는 금속제 부품이 폭발 지점에서 약 60m 떨어진 곳에서 발견됐다고 20일 보도했다.금속제 뚜껑은 지면에서 2m 위에 있는 나무 소재의 벽에 꽂힌 채 발견됐다. 일본 경찰은 폭발물의 위력이 예상보다 강했음을 입증하는 새로운 물증으로 보고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현지 경찰은 폭발물의 뚜껑이 유세 현장에 모였던 청중의 머리 위로 날아갔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총기 연구가인 다카쿠라 소이치로는 “무거운 금속제 뚜껑이 장거리를 날아갔다는 점에서 폭발물의 위력이 상당했음을 추정할 수 있다”고 말했다.기무라가 던진 폭발물에는 너트와 같은 금속 부품이 여러 개 들어가 있었다. 현지 경찰은 폭발할 때 너트를 주변에 흩어지도록 해 위력을 높이려는 의도로 보고 폭발물의 구조 등을 중점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전날에는 폭발물의 흔적이 약 40m 떨어진 창고 외벽에서 확인됐다.기무라는 지난 15일 와카야마현에서 보궐선거 지원 유세 중이던 기시다 총리에게 폭발물을 던진 혐의로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폭발물이 50초가량 지난 뒤 터져 기시다 총리는 화를 면할 수 있었다. 기무라는 경찰 조사에서 줄곧 묵비권을 행사하고 있다. 다만 일본의 선거제도에 불만을 품고 소송에 나선 사실이 확인되면서 정치적인 의도가 있을 것으로 현지 경찰은 추정하고 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세계 2위 연기금인 노르웨이 국부펀드가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일본 상장사의 경영진 선임안에 반대표를 던지겠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일본 기업 300여 곳에 비상이 걸렸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0일 보도했다. 노르웨이의 국부펀드 '노르웨이 정부 연금 기금'을 운용하는 노르웨이뱅크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NBIM)는 "다양한 사고방식을 가진 임원이 사안을 활발하게 논의해 이사회의 질을 높이려면 여성 임원 비율이 30% 이상이어야 한다"며 이 같이 밝혔다. NBIM은 "일본 기업의 여성 임원 비율은 평균 10%로 다른 선진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고 말했다. 작년 말 기준 1조2600억달러(약 1673조원)의 자금을 운용하는 NBIM은 일본 기업 1533곳에 640억달러를 투자했다. 해외투자가들이 보유한 일본 주식의 4%를 NBIM이 갖고 있다. 이 가운데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기업은 약 300곳이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이미 2020년부터 여성 임원이 0명인 기업의 임원 선임안에 반대해 왔다. 현재는 여성 임원을 최소 2명 이상 임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요구에 응하지 않는 기업에는 경영진의 선임과 해임을 논의하는 지명위원회 위원장의 재임에 반대표를 던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우선 적어도 1명 이상의 여성 임원 임명을 요구한 뒤 점차 미국과 유럽 수준으로 기준을 높여갈 계획이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지난 1월20일 사쿠마제과라는 도쿄의 제과회사가 문을 닫았다. 일본인들이 아쉬움의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이유는 114년의 역사가 끊기게 됐다는 사실 뿐만이 아니다. '사쿠마식 드롭스'라는 이 회사의 대표 상품 때문이다.지브리스튜디오가 1988년 발표한 애니메이션 '반딧불이의 묘(火垂るの墓)'에 등장한 바로 그 상품이다. 제2차 세계대전 중 미군의 공습으로 엄마를 잃고 배고픔에 허덕이던 14살 오빠 세이타와 4살 여동생 세츠코가 차례로 비극적인 죽음을 맞는다는 내용의 작품이다.반딧불이의 묘에서 사쿠마식 드롭스는 중요한 소품으로 사용된다. ‘1945년 9월21일 나는 죽었다’로 시작하는 첫 장면에서는 숨이 끊어진 세이타가 먼저 죽은 여동생의 화장한 뼈를 간직한 도구였다. 부스러기만 남은 사탕 통에 물을 섞어 마시고 "정말 맛있다"며 기뻐하는 장면은 세계인을 울렸다.사쿠마제과는 "원자재 가격 급등과 엔저(低)로 인한 경영 악화"를 폐업의 이유로 들었다. 원자재값 상승의 부담을 엔저가 증폭시키면서 지난 2월까지 일본의 무역적자는 19개월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지난 1월 무역적자는 3조4996억엔으로 사상 최대였다.일본의 서민들도 고통스럽다.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은 -0.9%였다. 월급이 찔끔 올랐어도 물가가 더 뛴 탓에 실제 소득은 오히려 줄었다는 뜻이다. 일본의 실질임금은 작년 12월까지 7개월 연속 마이너스였다.그런데도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는 "엔저는 일본 경제 전체로 봐서는 플러스"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엔저는 일본에 축복인가, 저주인가'는 2022회계연도(2022년 4월~2023년 3월) 일본 경제의 최대 논쟁거리였다.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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