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임신부와 어린이 동반 가족은 앞으로 박물관과 미술관, 프로야구장에 들어갈 때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어린이가정청은 19일 첫 번째 관계 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임신부와 어린이 동반 가족이 줄을 서지 않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르면 올여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어린이 패스트트랙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이 올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선정한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 가운데 하나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출산율 반등을 유도한다는 정책이다.주말에는 입장권 구입에만 20~30분 줄을 서야 하는 도쿄국립박물관과 도쿄 시내의 대형 공원인 신주쿠교엔에서 제도를 시범 시행한 결과 대기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인정받았다.오구라 마사노부 어린이 정책 담당상은 “어린이 동반 가족의 외출이 늘어나는 5월 ‘골든위크’ 연휴와 여름 휴가에 맞춰 제도를 일본 전역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에게 폭발물을 던진 용의자 기무라 류지의 계정으로 보이는 트위터에 기시다 총리를 “세습 정치인”이라고 비난한 글이 게재돼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19일 보도했다.기무라 용의자는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둔 작년 6월 27일 출마 연령을 30세 이상으로 정한 공직선거법이 부당하다며 고베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기무라는 나이가 어리고 선거 공탁금 300만엔(약 3000만원)을 준비하지 못해 출마를 포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무라는 또 정부에 10만엔(약 100만원)의 손해배상을 요구하는 소장 사진이 첨부된 게시물을 올리기도 했다. 이를 시작으로 사건 나흘 전인 4월 11일까지 총 23건이 투고됐다. 계정명은 ‘피선거권연령·선거공탁금위헌소송 홍보’다.기시다 총리를 지명한 투고는 작년 9월 8일의 1건이었다. 그는 “기시다 총리도 세습 3세 정치인이지만 민의를 무시하는 사람은 통상 정치가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세습이 만연한 원인은 공탁금을 300만엔이나 요구하는 위헌적인 공직선거법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기무라 용의자는 지난 15일 와카야마현에서 보궐선거 지원 유세 중이던 기시다 총리에게 폭발물을 던진 혐의로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한편 요미우리신문은 사건 현장을 조사하고 있는 수사 당국이 폭발 지점으로부터 약 60m 떨어진 곳에서 폭발물의 일부로 보이는 원형의 금속 부품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이 부품은 목재로 추정되는 헛간의 벽에 꽂혀 있었다. 폭발물의 흔적은 폭발 지점에서 약 40m 떨어진 창고 외벽에서도 확인됐다. 일본의 총기 연구가는 “무거운 금속 부품이 장거리를 날았다면 상당한
일본의 임산부와 어린이 동반 가족은 앞으로 박물관과 미술관, 프로야구장에 들어갈 때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어린이가정청은 19일 첫번째 관계 부처 합동회의를 열고 임산부와 어린이 동반 가족이 줄을 서지 않고 행사장에 입장하는 '어린이 패스트트랙' 제도를 이르면 올 여름부터 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어린이 패스트트랙은 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이 올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선정한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 가운데 하나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출산율 반등을 유도한다는 정책이다. 주말에는 입장권 구입에만 20~30분 줄을 서야 하는 도쿄국립박물관과 도쿄 시내의 대형 공원인 신주쿠교엔에서 제도를 시범 실시한 결과 대기 시간을 줄이는 효과를 인정 받았다. 오구라 마사노부 어린이 정책 담당상은 "어린이 동반 가족의 외출이 늘어나는 5월 '골든위크' 연휴와 여름휴가에 맞춰 제도를 일본 전역으로 확산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지난해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피격으로 사망한 지 9개월 만에 총리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사건이 또다시 일어나 일본 열도가 충격에 빠졌다. 20대 일본인 남성이 선거 유세에 나선 기시다 후미오 총리를 향해 폭발물로 보이는 물체를 던졌지만 사상자는 나오지 않았다. 지난 15일 오전 11시28분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어항인 사이카자키항의 기시다 총리 유세 현장에서 한 남성이 폭발물로 추정되는 은색 금속제 원통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금속제 원통은 기시다 총리의 뒤편 1m 지점에 떨어졌다.주변에 있던 60대 어부와 경찰이 이 남성을 즉각 제압했지만 금속제 원통은 약 50초 뒤 ‘펑’하는 굉음과 함께 흰색 연기를 내며 폭발했다. 기시다 총리는 원통이 투척된 직후 경호 인력에 둘러싸여 현장을 피한 덕분에 무사했다.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던진 남성은 효고현 가와니시시에 거주하는 기무라 류지(24)로 파악됐다. 그는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를 “사회에 대한 개인적 반감 때문에 혼자 테러를 자행하는 일명 ‘외로운 늑대’일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지난해 7월에는 아베 전 총리가 나라현에서 선거 지원 연설을 하던 도중 통일교와 관련해 원한을 품은 남성에게 총격을 당해 사망했다. 이 일로 경찰청 장관이 사임하고, 경호 체계를 강화했지만 비슷한 사건이 또다시 발생했다.테러대책 전문가인 후쿠다 미쓰루 니혼대 교수는 “경호 체계가 개선되지 않았다”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앞두고 국제사회의 신뢰가 흔들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한국보다 일찍 저출산과 출산율 하락을 경험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1990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시작했다. 가임 여성 1명당 출산율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저인 1.57명을 기록한 해였다.일본의 출산율은 2005년 역대 최저인 1.26명까지 떨어졌다.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는 2015년 ‘1억총괄상’이란 특임장관직까지 만들었다. 인구를 1억 명 이상으로 유지하도록 출산율을 어떻게 높일지, 사회 시스템을 어떻게 바꿀지 모색하기 위해서였다.일본의 출산율은 2021년 기준 1.30명이다. 여전히 초저출산이긴 하지만 출산율 하락을 어느 정도 저지하는 효과를 거뒀다.고령화 추세도 최악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44년 일본의 65세 이상 고령 인구 비율은 한국보다 낮아질 전망이다.2021년 10월 집권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1억 명 유지 대신 출산율을 최대한 높여 생산가능인구(16~64세)를 7000만 명 이상으로 유지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지난 1월 “어린이 관련 예산을 두 배 늘리는 등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육아휴직 사용률을 높이겠다는 정책도 발표했다.4월엔 저출산 담당 장관이 이끄는 어린이가족청도 출범시켰다. 11개 정부 부처에 흩어져 있던 저출산과 육아 지원 관련 정책을 통합했다. 일본 언론들은 “인구 정책의 우선순위가 고령화 대응에서 저출산 대책으로 넘어갔음을 상징한다”고 전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다음달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를 한 달가량 앞두고 일본에서 현직 총리를 겨냥한 사건이 일어나면서 외국 요인의 경호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은 다음달 19~21일 히로시마에서 회원국 정상회의를 연다. 정상회의에는 G7 정상뿐 아니라 윤석열 대통령도 초청받아 참가한다. G7 정상회의를 전후해서는 회원국 장관급 회담이 홋카이도 삿포로, 나가노현 가루이자와 등 일본 각지에서 아홉 차례 열린다. 일본 외무성은 이번 사건에도 불구하고 회의 일정에는 변화가 없다고 16일 밝혔다.각국 주요 인사들이 총집결하는 G7 정상회의를 앞두고 요인 경호에 빈틈이 있다는 점이 부각된 것은 그냥 지나칠 수 없다는 지적이다. 테러대책 전문가인 이타바시 이사오 일본 공공정책조사연구회 센터장은 “현직 총리를 겨냥한 범죄라는 점에서 매우 중대한 일”이라며 “경호 체계 점검이 급선무”라고 NHK 인터뷰에서 밝혔다.도쿄=정영효 특파원
불과 1분, 1m 차이로 일본에서 9개월 만에 전·현직 총리 두 명이 위해를 입는 비극이 일어날 뻔했다. 폭발물이 시차를 두고 터진 데다 경호 인력이 빠르게 대처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무사했지만 일본인들은 작년 7월 총격으로 사망한 아베 신조 전 총리의 비극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지난 15일 오전 11시30분께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 사이카자키항의 기시다 총리 유세 현장에서 기무라 류지(24·무직)가 폭발물로 추정되는 은색 금속제 원통을 던진 사건이 일어났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23일 투표가 치러지는 의회 중의원 와카야마 1구 보궐선거 지원 유세 중이었다. 그의 연설은 오전 11시40분에 예정돼 있었다. 기시다 겨냥했나금속제 원통은 기시다 총리 뒤편 약 1m 지점에 떨어졌고, 50초가량 후 폭발했다. 강도가 센 폭발물이 땅에 떨어진 직후 터졌다면 총리의 안전을 보장하기 힘든 상황이었다.기시다 총리는 사이카자키항 연설을 중단했으나 이후 유세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했다. 그는 16일 기자들에게 “민주주의의 핵심을 침해하는 이 같은 행동은 결코 용서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용의자를 제압한 어부들에게 전화로 감사의 뜻을 밝혔다.현지 전문가들은 원통이 이른바 ‘쇠파이프 폭탄’일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통에 발화장치를 넣은 형태로, 인터넷에 떠도는 정보를 참고해 쉽게 제작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요미우리신문은 전문가들을 인용해 “폭발음 크기와 연기를 보면 화약의 양은 적었던 것으로 추정된다”며 “생명에 영향을 줄 정도의 위력은 없었던 것 같다”고 보도했다. 와카야마현 경찰은 현장에서 용의자인 기무라를 체포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연설 현장에서 젊은 남성이 폭발물로 추정되는 물체를 던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기시다 총리를 포함해 현장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무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작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가 선거 지원 연설 도중 피습당해 사망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일어난 사고다.15일 NHK에 따르면 이날 사고는 오전 11시28분 일본 와카야마현 와카야마시의 어항인 사이카자키항에서 일어났다. 기시다 총리는 오는 23일 투표가 실시되는 국회 중의원 와카야마 1구 보궐선거의 지원 유세 중이었다. 기시다 총리의 연설은 11시40분으로 예정돼 있었다.기시다 총리가 사이카자키항에서 해산물 시식을 마치고 연설대로 이동하는 사이 군중 사이에 있던 한 남성이 은색 원통 모양의 물체를 던졌다. 주변에 있던 경찰들이 이 남성을 제압했고, 기시다 총리는 경호인력에 둘러싸여 현장을 피했다.기시다 총리가 현장을 떠난 직후 폭발음과 함께 하얀 연기가 피어올랐다. 와카야마현 경찰은 폭발물을 던진 것으로 보이는 남성을 현장에서 위력업무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폭발에 따른 사상자는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현장의 목격자는 "20~30대로 보이는 젊은 남성이 은색 원통형 모양의 물체에 라이터로 불을 붙이려는 동작을 취했다"고 말했다. 또다른 목격자는 "기시다 총리가 연설대 앞에 멈춰선 순간 어딘가에서 '범인', '폭발물' 이라는 소리가 들려 모두들 피신했다"며 "남성이 경찰에 제압 당한 지 10초 쯤 지나 폭발음이 들렸다"고 말했다.기시다 총리는 사이카자키항에서의 연설을 중지했으나 이후 예정된 유세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했다. 사고 한 시간
주요 7개국(G7)이 중요한 광물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 광산 개발 등에 1조엔(약 10조원)이 넘는 재정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요미우리신문이 14일 보도했다.G7은 15∼16일 홋카이도 삿포로에서 열리는 기후·에너지·환경장관 회의에서 회원국이 중요 광물의 광산을 공동으로 개발하는 프로젝트 등에 1조엔 이상을 지원하는 행동 계획을 마련한다. “중국에 대한 중요 광물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움직임”이라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코발트와 리튬, 니켈 등은 전기차 배터리와 모터, 반도체 재료로 활용되면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 의존도가 높아 경제 안전보장 관점에서 공급망을 재구축할 필요성이 제기됐다. 중고 전기차 배터리 등으로부터 중요 광물을 회수해 재사용하는 국제 기준도 마련한다.개별 국가 단위로 중요 광물을 회수해서는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없기 때문에 국제 연대를 통해 중국 의존도를 최소화한다는 설명이다.도쿄=정영효 특파원
일본 정부가 공무원 주 4일제 근무를 추진한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14일 보도했다. 일본 인사원은 올여름 발표할 국가 공무원 업무 방식에 관한 권고안에 특별한 사정이 없어도 주 4일 근무를 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하는 방안을 담을 방침이다.지금까지 국가 공무원은 육아와 간병 등의 경우에만 주 4일 근무제를 허용했다. 이 때문에 2021년 주 4일 근무제 이용 실적은 평균 7.7%에 그쳤다. 국가 공무원의 주 4일 근무제가 확산하면 민간 기업과 지방자치단체에도 파급 효과가 클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했다. 단 주 4일 근무제를 선택하더라도 근무일의 업무 시간을 늘려 주당 38시간 이상의 근무 시간은 유지할 방침이다.일본 정부가 공무원을 대상으로 주 4일제 도입을 추진하는 건 민간 기업과의 인재 쟁탈전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다. 공무원의 인기가 높은 한국과 달리 일본에서는 장시간 근무와 민간 기업에 비해 부실한 처우 등으로 공무원 선호도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올해 국가 공무원 종합직(한국의 행정고시) 응시자 수는 역대 두 번째로 적은 1만4000여 명이었다. 응시자 규모가 10년 새 30%가량 줄었다.지난해 국가 공무원 종합직에 합격한 도쿄대 졸업생 수는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지금까지 8회에 걸쳐 사양산업이지만 자신 만의 기술과 시장을 만들어 일본과 세계를 제패한 히로시마 강소기업 다섯 곳을 살펴봤다. 죽어가는 시장에서 오히려 성장궤도를 달린 이 기업들은 네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첫째는 지역의 강점을 활용해서 사업을 시작한 기업들이라는 점이다. 히로시마는 면 생산지이면서 쌀 집산지, 그리고 일본 4대 공업단지다. 면과 쌀, 고무라는 지역의 터전에서 오늘날 가이하라데님, 스핑글컴퍼니, 사타케, 이마다주조, 캐스템과 같은 강소기업이 태어났다.지역의 터전을 활용했지만 모태사업을 고집하지 않았다는 공통점도 갖고 있다. 모태사업으로 쌓은 기술과 노하우를 살려 시대 변화에 빠르게 적응했다. 가이하라데님은 남색 기모노를 만들던 회사에서 일본 최대 청바지 원단 회사로, 사타케는 양조용 정미기 전문 회사에서 세계 최대 곡물 가공기기 회사로 변신했다.케스템은 붕어빵 회사에서 일본 1위 금형회사로, 고무를 만들던 이치만은 고급 스니커즈 제조사 스핑글컴퍼니로 변신했다.셋째로 일찌감치 양보다 질을 중시하는 경영으로 전환했다. 가이하라 마모루 가이하라데님 사장은 "대량생산을 포기한 대신 항상 새로운 상품을 만들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 그럴 수 있는 한 일본에서 계속 청바지 원단을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구니하라 나오키 스핑글컴퍼니 마케팅 담당자는 "'올 메이드 인 재팬'의 수작업을 고집하는데 스핑글컴퍼니의 부가가치가 있다"고 강조했다. 도다 다쿠오 캐스템 사장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수지 같은 기초 원료까지 과학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캐스템 뿐"이라고 말했다.모두가 독자적인
“쓰와타리씨, 지난번 진료 이후 별다른 이상은 없으셨어요?”“술자리가 늘어서 체중이 좀 불었습니다.”“이와다 간호사, 오늘 혈압과 맥박은 어떤가요?”“맥박은 80회, 혈압은 97/148입니다.”평범한 병원 진료 장면 같지만 의사인 노나카 후미아키 나가사키의대 낙도의료연구소 조교는 환자인 쓰와타리 도시카즈씨, 이와다 쇼고 간호사와는 버스로 1시간20분 거리에 있다.나가사키현 고토시가 지난 1월 23일부터 시작한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 ‘모바일 클리닉’의 비대면 진료 현장이다. 고토시 외에 나가노현 이나시 등 6개 지역이 올해부터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에 들어갔다.모바일 클리닉이 일반적인 원격의료와 다른 점은 원격의료 시설을 갖춘 차량이 간호사를 태우고 환자의 자택 근처로 찾아간다는 것이다. 간호사가 환자의 혈압과 맥박을 재고 의사가 쓰는 전문용어를 설명해준다. 의사는 전용 헤드폰으로 간호사가 짚는 청진기의 심장박동 소리도 확인할 수 있다.인터넷이 깔려 있지 않고, 정보기술(IT) 기기 사용이 서툰 데다 의사들의 전문용어를 어려워하는 고령자에게 맞춰 진화한 서비스다.원격의료로 끝이 아니다. 처방받은 약을 드론으로 배송해 환자가 병원과 약국을 오갈 필요가 없게 하는 서비스도 계획하고 있다. 고토시는 도요타통상의 계열사인 소라이이나(‘하늘이 참 좋구나’라는 뜻)와 손잡고 드론을 활용한 의약품 배송 실용화에 나섰다.일본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2020년 4월 한시적으로 허용한 초진 원격의료를 작년 4월 병원에, 작년 9월에는 약국까지 완전히 허용했다.한국은 일본보다 앞선 2020년 2월부터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초
올해부터 본격화한 원격의료(비대면 진료) 덕분에 고령화와 인구 감소로 붕괴해 가던 일본의 지역의료 서비스가 부활하고 있다. 인터넷 사용이 힘든 고령자를 위한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가 등장하는가 하면 드론을 활용한 의약품 배송이 실용화를 눈앞에 두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지만 의·약사단체의 반대로 초진을 금지한 반쪽짜리 법안도 통과가 불투명한 한국과는 대조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13일 일본 총무성과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에 따르면 지난 1월부터 나가사키현 고토시 등 7개 지역이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원격의료 시설을 갖추고 간호사를 태운 차량이 병원을 방문하기 힘든 산간 지역과 도서 지역의 고령자 자택 근처로 찾아가 원격의료를 받을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이다. 환자는 차량에 설치된 원격의료 설비를 통해 도심 병원에 있는 의사에게 진료받는다. 이들 지방자치단체는 드론으로 약을 배송하는 서비스를 실용화해 원격의료 체계를 완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일본에서 이 같은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가 가능한 것은 지난해 9월 관련 법을 개정한 덕분이다.일본에서 원격의료가 가능해진 데는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보건의료 위기 상황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지 일본은 부분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했지만 초진을 대면 진료로 의무화한 규제만큼은 요지부동이었다. 정부와 의회에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의사회의 반발이 거셌기 때문이다. 코로나19가 확산한 2020년 4월 ‘한시적’이라는 조건을 달아 초진부터 원격의료를 허용한 일본 정부는 작년 4월 이를 영구화하는 법 개정 작업에 들어갔다.마에다 다카히로
도요타자동차, 전일본공수(ANA) 등 일본 대기업들이 올해부터 본격화한 일본 원격의료 서비스를 주도하고 있다. 나가사키현 고토시와 나가노현 이나시 등 7개 지역이 지난 1월 23일부터 시작한 이동식 원격의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는 모네테크놀로지다.이 회사는 도요타자동차와 소프트뱅크그룹이 2018년 공동으로 설립한 모빌리티 전문 스타트업이다. 도요타의 차체를 이동식 원격의료 시설로 개조해서 운영한다.드론을 활용한 의약품 배송은 일본 최대 항공사인 ANA의 사내 벤처기업이 주도하고 있다. 고토시에서 낙하산으로 의약품과 생활필수품을 투하하는 방식의 드론 배송 서비스를 운영하는 소라이이나는 도요타 계열 종합상사인 도요타통상이 100% 출자한 회사다.원격의료 확대의 가장 큰 장애물은 부족한 디지털 인프라다. 2021년 4월 기준 원격의료가 가능한 의료기관은 전체의 17%, 온라인으로 처방전을 발급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0.6%에 그쳤다.대기업 계열사나 벤처기업이 원격의료를 주도하면서 인프라 개선 속도가 한층 빨라질 것으로 기대된다.대기업 덕분에 규제 완화도 한결 수월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일본 법률은 약품 수송용 드론이 주민 거주지 상공을 비행할 수 없도록 규제한다. 이 때문에 소라이이나 같은 드론 회사들은 운송 경로를 해상과 항구로만 짜고 있다. 내륙 지방에 거주하는 주민은 드론 배송 서비스를 이용하는 게 불가능하다.하지만 대기업들이 원격의료 관련 서비스를 본격화하면서 일본 정부도 드론의 거주지 상공 비행을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하고 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가격 경쟁력에서는 중국의 상대가 안되는 일본 금형회사 케스템의 성장 비결은 독자적인 사업모델이다. 금형업은 3D 산업의 대표이자 사양산업으로 분류되지만 케스템은 전혀 다른 사업으로 탈바꿈시켰다. 금형산업에 정보기술(IT)을 접목시킨 것이다.전신 CT 스캔과 3D 프린터를 활용한 금형제조가 대표적이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찰나의 순간을 영원히 남기는게 가능하다.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하기 때문에 제품의 크기를 자유롭게 조정할 수 있다.원료를 자체적으로 개발하는 덕분에 강도와 촉감까지 자유자재로 변화시킬 수 있다. 출산과 성인식, 입학식과 같이 영원히 남기고 싶은 순간을 3차원으로 구현한 서비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디지털 신기술에 금형이라는 옛 기술을 융합해 새로운 제품,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낸 것이다. 금형회사와 디지털 기업은 흔하다. 하지만 두 분야을 융합해 '디지털 종합 주조 모형'이라는 새로운 사업모델을 만든 기업은 캐스템 뿐이라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원료가 되는 소재 분야에도 강점을 갖고 있다. 도다 다쿠오 케스템 사장은 "설계 단계에서부터 수지 같은 기초 원료까지 전부 자체적으로 만들 수 있는 회사는 케스템 뿐이다. 한국과 중국에도 금형회사는 많지만 대부분 다른 곳의 원료를 사서 쓴다. 캐스템은 금형의 수지부터 자체적으로 합성해 기술을 축적한다."고 말했다.케스템은 디지털 종합 주조 모형의 활용법이 무궁무진하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는 반도체 제조장비 부품이 주력이었다. 앞으로는 의료장비 부품에 주력할 계획이다. 내시경 같이 체내에 들어가는 의료장비는 작으면 작을 수록 유리하다.디지털 종합 주조 모형이라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인수에 관심을 가진 것으로 알려진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미국 나스닥시장에 상장한다.파이낸셜타임스(FT)는 11일(현지시간) “(ARM의 모회사인) 소프트뱅크그룹과 뉴욕증권거래소가 전날 ARM을 나스닥시장에 상장시키기로 잠정 합의했다”며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이번주 서명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프트뱅크는 올가을을 목표로 ARM에 대한 본격적인 상장 절차를 시작할 계획이다.ARM은 반도체 생산에 가장 핵심이 되는 설계 지식재산권(IP)을 다수 보유한 팹리스(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다. 보통 반도체 한 개 안에 70~100개의 IP가 활용된다. 삼성전자와 애플 등이 제작하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의 대부분은 ARM의 기본 설계도를 사용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와 서버용 반도체 설계도 세계 상위권이다. 전 세계에 6000명, 영국에 3000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 등 주요 정보기술(IT) 대기업들이 ARM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소프트뱅크그룹은 2016년 ARM을 320억달러(약 40조원)에 인수했다. 2020년 미국 반도체 기업 엔비디아에 400억달러를 받고 매각하려고 했지만 독과점 가능성을 우려한 각국 경쟁당국의 반대로 무산됐다. 소프트뱅크그룹은 지난해 핵심 투자사업인 비전펀드가 약 60조원의 손실을 내자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ARM을 상장시키겠다고 밝혔다. ARM의 기업가치는 600억달러로 추산된다.영국 정부는 리시 수낙 총리가 직접 나서 자국 첨단산업의 핵심 기업인 ARM을 런던증시에 유치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ARM은 지난달 2일 미국 증시에 단독 상장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골드만삭스와 JP모간체이스, 바
일본 인구가 12년 연속 감소하면서 1억2500만 명 선마저 무너졌다.일본 총무성은 2022년 10월 1일 기준 인구가 1억2494만7000명으로 1년 전보다 55만6000명(0.44%) 줄었다고 12일 발표했다.저출산·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면서 일본의 인구는 2008년 1억2808만 명을 찍은 뒤 감소세로 전환했다. 2011년부터는 12년 연속 인구가 줄고 있다.특히 저출산의 진행 속도가 심각하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신생아는 79만9000명으로 사상 처음 80만 명을 밑돌았다. 15세 미만 인구는 1450만3000명으로 1년 새 28만여 명 줄었다.생산가능인구(15~64세)도 7420만8000명으로 29만6000명 감소했다.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59.4%로 사상 최저치를 이어갔다. 반면 65세 이상 고령자(3624만 명) 비중은 29%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일본은 1990년부터 저출산 대책을 시작했다. 특수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일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이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소인 1.57명을 기록한 해다.저출산 대책이 일부 효과를 나타내면서 2015년 출산율은 1.45명까지 회복됐다. 하지만 2016년부터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고 2021년에는 1.30명으로 하락했다. 일본 인구를 1억 명 이상으로 유지하려면 출산율이 2.07명을 넘어야 한다.인구 감소 속도를 늦추기 위해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달 말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발표했다.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급여를 사실상 100% 보장하고, 다자녀 가구의 육아수당을 늘리는 등 경제적인 부담을 줄이는 정책을 대거 포함했다. 2030년까지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85%까지 끌어올리는 등 육아 분담을 장려하는 대책도 마련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세계에서 가장 긴 시간 하늘을 난 종이 비행기는 29.2초를 떠 있었다. 비행기를 개발한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 기록이 12초였다.기네스북의 종이 비행기 체공시간 기록을 세운 사람은 도다 다쿠오라는 일본인이다. 종이 비행기를 보다 멀리, 오래 날리기 위해 전용 타워를 건설할 정도로 종이비행기에 진심인 기인이다. 체공 시간 세계 기록을 세운 것으로는 성에 차지 않았던지 도다는 세계 최초의 '우주 종이 비행기' 기록에 도전하고 있다. 상공 150㎞ 지점에서 70㎝짜리 종이 비행기를 날려서 도중에 불타버리지 않고 지구에 착륙시키는 시도다. 크기를 70㎝로 만드는 이유는 사람이 망원경으로 관찰할 수 있는 최소 사이즈여서다.꿈만 꾸는게 아니라 이미 몇차례 시도도 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우주선 끄트머리에 매단 종이 비행기가 상공 150㎞까지 올라가는 도중에 번번이 떨어져 버렸다. 도다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150㎞에 도달할 때까지 종이 비행기가 우주선에서 떨어지지 않는 전용 부품을 개발했다.종이 비행기에 미친 도다는 우주물리학자냐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 사실은 종이 비행기와 아무런 관련이 없는 금형회사 사장이다. 히로시마현 후쿠야마시의 금형회사 캐스템(CASTEM)의 2대째 사장이 도다 다쿠오의 직함이다.금형은 제품의 틀을 만들어 같은 모양의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이다. 붕어빵 기계를 생각하면 쉽다. 가전제품부터 자동차, 각종 생활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공산품이 금형으로 만들어진다.빠른 시간 안에 동일한 품질의 제품을 대량생산하는 금형은 제품의 가격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이다. 제조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중요한 기술이지만
광역 지방자치단체마다 다른 일본의 최저임금 제도가 45년 만에 지역 간 격차를 줄이는 방향으로 개정된다. 지역과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한국과 대조적인 흐름이다.일본 후생노동성은 현재 A~D의 4단계인 최저임금 지역 등급을 올해부터 A~C의 3단계로 줄인다고 7일 발표했다. A등급은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 지역 6곳으로 변화가 없으나 B등급이 14곳에서 28곳으로 늘어난다. 47개인 일본 광역 지자체의 절반 이상이 B등급이다. C등급 지역은 13곳으로 줄어든다.일본은 매년 여름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평균 인상액을 결정하면 광역 지자체가 지역 사정을 반영해 독자적으로 최저임금을 확정한다. 단 전체 지역을 4단계로 나누고, 같은 등급의 지역은 동일한 액수를 인상한다. 같은 A등급인 도쿄와 오사카, 아이치는 이듬해 최저임금을 동일하게 30엔씩 올리는 식이다.하지만 대도시 지역인 A등급의 최저임금이 크게 오르는 반면 농촌지역인 C~D등급의 인상 폭은 부진하면서 도농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02년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와 가장 낮은 오키나와의 차이는 104엔(약 1040원)이었다. 올해 두 지역의 최저임금 차는 219엔으로 20여 년 새 두 배 이상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지방 인재들이 최저임금이 훨씬 높은 도쿄로 몰리면서 지방은 인력난에 시달리는 반면 수도권 집중 현상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최저임금 지역 등급을 4단계에서 3단계로 줄이면 등급 간 차이가 좁혀지면서 자연스럽게 도농 격차도 줄어들 것으로 일본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새 최저임금 지역 등급은 지역 경제지표뿐 아니라 근로자 수도 감안했다. A와 B등급에 포함된 34개 광역 지자체의 근
쌀을 40% 깎은 긴조용 쌀(정미보합 60 이상)로 50% 이상 깎은 다이긴조급 사케의 맛과 향을 내는 편평정미(扁平精米) 기술. 세계 최대 정미기 업체 사타케가 사케의 등급 체계를 바꿔놓을 기술을 개발했지만 술을 빚는 건 결국 양조장이다.편평정미가 아무리 획기적이어도 양조장이 써주지 않으면 꽃을 피울 수 없었을 것이다. 일본의 양조업계는 보수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양조장일수록 새로운 기법과 새로운 정미기를 도입하는데 저항이 크기 마련이다.연수양조법과 동력정미기를 과감하게 도입해 사케 불모지 히로시마를 일본 3대 사케 양조 지역으로 탈바꿈시킨 이 지역의 양조장들은 변화를 받아들이는데 적극적이었다. 편평정미 기술을 받아들여 빚은 사케가 하나 둘 늘어나고 있다.편평정미를 가장 앞서 도입한 양조기업 가운데 한 곳이1868년 창업한 이마다주조(今田酒造)다. 이마다주조는 100여년 전 연수양조법과 사타케의 동력정미기를 처음 받아들인 양조장 가운데 하나. 이번에는 편평정미의 진가를 가장 먼저 알아본 양조장이 됐다.이마다주조의 대표이자 도지(杜氏·술 제조 총책임자)는 일본 양조업계에서는 드물게도 여성이다. 이마다주조의 4대째인 이마다 미호(今田美穂) 사장 겸 도지가 주인공이다. 33살에 이마다주조를 물려받은 그는 올해로 술 빚기 28년째를 맞는다.이마다 미호 사장은 "가업을 잇기 위해 (술 빚기에) 도전했는데 잘 안됐다. 잘 안 됐기 때문에 계속할 수 있었다. 간단하게 맛있는 사케를 만들 수 있었다면 지금까지처럼 힘을 내지 못했을 것이다. 몇 년을 노력해도 제대로 된 사케가 만들어 지지 않았기 때문에 '이대로는 그만둘 수 없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의 임기가 8일 끝난다. 그는 3673일 동안 재임하며 최장수 일본은행 총재라는 기록을 세우게 됐다. 구로다 총재는 세계 3대 경제대국 일본을 무대로 세계 중앙은행 역사상 유례없는 ‘실험’을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대규모 국채 매입, 마이너스 금리 정책 도입, 장단기 금리 조작 정책 도입 등 전례가 없는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펼쳤다. 그러나 퇴임을 앞둔 지금 그의 정책 성과를 호평하는 전문가는 드물다. ○통화량 늘려도 꿈쩍 않은 디플레이션구로다 총재는 취임 한 달 만인 2013년 4월 “통화 공급량과 국채 매입 규모를 두 배 늘려서 2년 안에 물가상승률을 2%로 끌어올리겠다”고 장담했다. 일본 경제의 골칫거리인 디플레이션(물가 장기 하락)을 해결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시중에 돈을 살포하겠다는 그의 정책을 시장에서는 ‘구로다 바주카포’라고 부르며 환영했다. 엔화 가치는 떨어지고 일본 증시는 급등했다.하지만 그의 장담은 현실화하지 못했다. 통화 공급량과 국채 매입량을 두 배 늘리겠다는 약속만 지켰을 뿐이다. 통화 공급량은 2012년 134조엔에서 2022년 646조엔, 일본은행이 보유한 일본 국채는 125조엔에서 556조엔으로 4~5배로 불어났다. 현재 일본의 기대 물가상승률(앞으로 1년간 예상치)은 0.6% 수준이다. 당시 일본은행은 통화량을 10% 늘리면 기대 물가상승률이 0.44% 오를 것으로 분석했다. 돈을 두 배 풀면 물가가 어렵지 않게 2%를 넘길 것으로 내다본 이유다. 구로다 총재도 지난달 “임금과 물가가 오르지 않는다는 사회통념이 예상보다 강했다”고 했다. 2022년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546조엔으로 2012년보다 5% 늘어나는 데
정미기라면 쌀겨가 사방에 튀고 대화가 불가능할 정도로 소음이 심한 동네 방앗간 풍경을 떠올리기 쉽다. 정미기로 부가가치를 얼마나 올릴 수 있을 지도 의문스럽다.세계 최대 정미기 회사인 사타케의 신형 정미기는 대당 가격이 10억엔이다. 1시간에 8t의 쌀을 정미할 수 있다. 40만명이 먹을 수 있는 분량이다. 본사에 전시된 신형 정미기는 전시관에 넣기 위해 축소 제작된 것이다. 실제 정미공장에 납품하는 제품은 훨씬 규모가 크다. 최근의 정미기는 현미를 깎아서 백미로 만드는 정미 자체보다 선별 기능이 더 중요하다. 위생에 대한 소비자의 요구 수준이 훨씬 까다로워졌기 때문이다. 벌레와 알을 골라내는 건 기본이다. 무게 센서와 시각 센서를 장착해 앞면은 괜찮아 보이는데 뒷면에 상처가 났거나 색이 변한 것까지 선별한다.쌀 한 포대 분량의 불순물을 약 1분만에 골라낸다. 불량미는 뜨거운 압력으로 불어낸다. 이 기술을 통해 곡물 뿐 아니라 김에 섞인 작은 새우, 불순물, 벌레 먹은 아몬드 등도 선별이 가능하다.정미기의 핵심 부품은 모터다. 사타케는 100년 넘게 정미기를 만들면서 쌓은 노하우로 독자적인 모터를 개발했다. 정미기용 모터는 작은 전류로도 시동이 잘 걸리면서 곧바로 큰 동력을 낼 수 있어야 한다.소형 발전기로도 고출력을 내는 모터는 정해진 공간에 많은 기능을 집약시켜야 하는 초고층빌딩과 고속철도에 적격이다. 오늘날 사타케의 모터는 롯폰기힐스와 같은 초고층 건물의 소화설비에 사용된다. 도쿄와 도호쿠 지역을 오가는 신칸센인 하야부사호(E5 계통)에도 사타케가 개발한 모터가 장착된다.사타케가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동안 양조용 정미기 사업
도요타자동차와 소프트뱅크그룹 등 일본 대표 기업이 도쿄증권거래소로부터 주가를 끌어올리라는 이례적인 요구를 받았다. 일본 증시로 투자자를 끌어들이기 위한 조치지만 정부 입김 아래 있는 거래소가 상장사들에 주가 부양을 주문하는 것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5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도쿄증권거래소는 최근 도쿄증시에 상장한 3300여 개 기업에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사는 주가 수준을 끌어올리기 위한 구체적 방안을 공시하고 실행해 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보냈다. ○상장사 절반이 투자자 외면PBR은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PBR 1배 미만은 시가총액이 회사를 청산한 가치보다 낮은 상태로 투자자의 신뢰를 받지 못함을 뜻한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사들에 가능한 한 빨리 주가 부양 방안을 공시토록 하고, 앞으로 매년 1회 이상 이행 상황을 공개할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거래소가 상장사들에 시장에서 결정되는 주가를 높이라고 요구하는 것은 보기 드문 일이다. 거래소는 “해외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찾기 힘든 일”이라면서도 “일본 기업이 매출과 이익에만 신경을 써 자본효율 의식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장기침체 영향으로 투자자의 외면을 받은 결과 일본 증시는 해외 주요 증시에 비해 투자자를 끌어들일 요인이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다.일본 상장사 가운데 PBR이 1배 미만인 기업 비율은 40%에 달한다. 도요타자동차(0.92배), 미쓰비시UFJ파이낸셜그룹(0.61배), 소프트뱅크그룹(0.84배) 등 시가총액 10위권 상장사 가운데 여러 곳의 PBR이 1배를 밑돈다. 유럽 증시와 미 증시에서 PBR이 1배를 밑도는
일본 정부가 차세대 연료로 지정한 수소 분야에 앞으로 15년간 15조엔(약 150조원)을 투자해 공급량을 현재의 여섯 배로 늘릴 계획이라고 5일 발표했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이날 총리 관저에서 열린 재생에너지·수소 등의 보급 확대를 위한 관계 장관 회의에서 2017년 결정한 ‘수소기본전략’을 이같이 개정하기로 했다.새 수소 전략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040년 수소 공급량을 지금보다 여섯 배 많은 1200만t으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 일본의 수소 공급량은 연간 약 200만t이다. 기존 전략에는 연간 수소 공급량을 2030년 300만t, 2050년 2000만t으로 늘린다는 목표가 담겼다. 개정안을 통해 2040년 1200만t으로 확대하는 목표를 새로 추가했다.일본 정부는 수소 공급량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민관이 공동으로 15년간 15조엔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20조엔 규모의 ‘탈석탄경제 이행 채권’ 등을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수소 생산 가격을 현재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춘다는 계획도 포함시켰다.수소는 연소할 때 이산화탄소를 전혀 배출하지 않는 청정 원료다. 탈석탄 시대를 맞아 주요국이 차세대 연료의 하나로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일본 정부도 일찌감치 수소와 암모니아를 차세대 연료로 선정했다. 2030년까지 전체 전력 생산량의 1%를 수소와 암모니아에 의존한다는 목표를 세웠다.도쿄=정영효 특파원
알콜쌀 한톨 한톨을 40% 이상 깎아서 만든 사케를 긴조吟醸酒라고 한다. 50% 이상 깎아서 만든 사케는 다이긴조大吟醸酒가 된다. 쌀을 많이 깎을 수록 맛과 향이 좋아지기 때문에 고급 사케로 분류한다. 쌀을 40%에서 50%로 10% 더 깎는데는 두 배의 시간과 전기료 그리고 쌀이 사용된다. 대신 다이긴조는 긴조보다 세 배 가량 비싸게 팔린다. 지금 히로시마에서는 '혼조조本醸造, 긴조, 다이긴조'로 이어지는 사케 등급 체계를 완전히 바꿀지도 모르는 혁명이 일어나고 있다. 긴조용 쌀로 다이긴조를 능가하는 맛과 향의 술을 만들 수 있게 돼서다. 위스키에 비유하자면 18년산 원액으로 30년산을 능가하는 위스키를 만들 수 있게 된 셈이다.버블(거품)경제 시기 사케는 맛 없고 '아재'들이나 마시는 술 취급을 받으며 오랜 침체기를 겪었다. 사케가 부활한 건 2000년대 들어서다. 여성들도 즐겨 마시는 세련된 술로 이미지 변신에 성공한 덕분이었다. 이미지를 변신시킨 원동력이 사케의 고급화다.다이긴조, 긴조 등 등급을 강화하고, 지역마다 독특한 개성을 가진 '지사케(地酒)'가 만들어지면서 사케는 프랑스 와인처럼 문화와 얘깃거리가 있는 주종이 됐다. 지금은 사케 애호가들 사이에서 '준마이 다이긴조, 준마이 긴조, 혼조조'와 같은 사케 등급은 상식으로 통한다.하지만 사케 등급화가 생겨난 건 쇼와시대(1926~1989년) 후기 들어서부터였다. 사케 등급화를 가능하게 만든 곳이 히로시마다. 쌀을 40~50% 이상 깎을 수 있는 정미 기술이 이 지역에서 처음 개발됐기 때문이다.한 세기 전만 하더라도 히로시마는 사케 불모지였다. 사케 양조를 위해서는 적합한 물과 정미 기술이 필요하다.
일본 최대 외식업체 젠쇼홀딩스(244배), 손정의 회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자회사 Z홀딩스(236배), 유니클로의 패스트리테일링(160배), 반도체 장비업계의 신흥 강호 레이저테크(120배), 일본 최대 가구업체 니토리홀딩스(117배).아시아 외환위기로 금융시장이 대혼란에 빠졌던 1997년 11월 이후 시가총액 증가율 상위 일본 기업들이다. 정보기술(IT), 반도체 장비, 외식, 의류 등 업종은 제각각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모두 오너 기업이라는 점이다.시가총액 증가 순위에 들지는 못했지만 세계 최대 모터회사인 NIDEC(옛 일본전산)과 세계 최초로 치매 치료제를 개발한 에자이 등 최근 일본 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회사는 하나같이 오너 기업이다. 변질된 중기 경영계획한국은 포스코와 농협을 제외하면 10대 대기업이 모두 오너 체제다. 반면 창업한 지 100년을 넘은 기업이 3만3000여 개에 달하는 일본에서는 오너 기업이 소수파다. 상장사도 사정은 비슷하다. 설립 연도가 오래된 6대 상장사는 모두 1500~1600년에 문을 열었다. 여러 대를 거치면서 오너의 지분은 대부분 희석됐다. 다수의 금융회사와 신탁회사가 지분을 조금씩 나눠 갖고 있을 뿐 뚜렷한 1대 주주가 없다. 미쓰비시, 미쓰이, 스미토모 등 일본을 대표하는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일본 최대 대기업 미쓰비시의 이름을 단 기업들도 사명을 공유하는 느슨한 기업 연합일 뿐 지분으로 엮인 모회사와 자회사 관계가 아니다.뚜렷한 1대 주주가 없다 보니 일본 기업들의 사장은 주로 임원 출신이 돌아가며 맡는다. 임기제 사장은 확장보다 수성에 주력하기 마련이다. 과감한 사업재편을 통한 기술혁신(이노베이션)보다 사업 부문 간 조정자 역할에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에서도 제화(신발 제조)업은 섬유 못지 않게 사양화한 산업이다. 일본의 유명 스포츠 브랜드와 신발 브랜드가 여럿 존재하지만 생산은 대부분 동남아 등 해외에서 한다. 그런 일본에서 100% 수작업, 100% '메이드 인 히로시마'를 고집하는 신발회사가 있다.고급 스니커즈 브랜드 스핑글무브를 만드는 스핑글컴퍼니다. 지금은 한 켤레 20만원이 넘는 스니커즈를 생산하는 스핑글컴퍼니지만 원래는 싸구려 고무장화를 대량 생산하던 회사였다. 1933년 설립한 고무공장 이치만이 스핑글컴퍼니의 전신이다.이치만도 중국과 동남아의 저가공세에 밀려 생존의 위기에 몰렸다. 이 회사가 살아남은 비결 역시 20여년 전부터 사업모델을 박리다매에서 독자기술의 고부가가치 제품을 다품종 소량생산하는 쪽으로 바꾼 것이다.스핑글무브는 특히 미국 대만 홍콩 등 해외에서 인기가 높다. 스니커즈는 면 재질의 본체에 고무 밑창이 붙어있는 신발이다. 스핑글무브는 가죽 재질에 고무 밑창을 붙여서 가죽구두 같기도 하고 스니커즈 같기도 한 스타일로 인기를 끌고 있다.고무에 다른 재질을 붙이려면 열이 필요하다. 가죽은 열에 약하기 때문에 보통의 가죽구두는 밑창을 붙일 때 접착제를 사용한다. 스핑글무브는 세계에서 거의 유일하게 열로 가죽과 고무를 붙인 제품이다.열을 이용해 가죽과 고무를 붙이는 방법을 '벌커나이즈(Vulcanized) 공법'이라고 한다. 100도의 고온·고압 화류관에서 1시간 이상 쪄서 가죽과 고무 밑창을 붙이는 방식이다.구니하라 나오키 스핑글컴퍼니 마케팅 담당자는 "고무를 쪄 붙이는 벌커나이즈 공법은 밑창이 물리적으로 떨어질 수 없다"며 "낭
일본 정부가 이르면 내년부터 부부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쓰더라도 급여를 사실상 100% 보장한다. 2030년에는 남성의 85%가 육아휴직을 쓰도록 지원하고, 자녀가 세 명인 일본 가정에 소득과 관계없이 월 최대 10만5000엔(약 104만원)의 육아수당을 지급한다.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저출산 종합대책의 원안을 31일 발표했다. 기시다 총리는 지난 1월 23일 “저출산 대책을 올해 가장 중요한 정책으로 삼고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대책을 실현하겠다”고 선언했다. 이로부터 2개월여 만에 구체적인 방안이 공식 발표됐다.기시다 총리의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은 임신·출산을 계획하는 젊은 부부와 아이를 키우는 세대에 경제적인 지원을 크게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아이 낳기를 꺼리는 세태를 반영했다는 설명이다.일본 정부는 육아휴직 기간 임금의 67%를 보장하는 현행 지원금 제도를 임금의 80%까지 보장하기로 했다. 육아휴직 기간에는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 등 사회보장료 납부가 면제된다. 이 때문에 임금의 80%를 지급하면 실질적으로 휴직 전의 소득을 100% 보장받는다고 일본 정부는 설명했다.2025년까지 30%였던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 목표치를 50%로 높이고, 2030년에는 남성의 85%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도 새로 제시했다.육아수당도 대폭 늘리고, 지급 대상 역시 확대한다. 지금은 연령에 따라 월 1만~1만5000엔을 지급했다. 일본 정부는 육아수당을 첫째 아이는 월 1만5000엔, 둘째 월 3만엔, 셋째부터는 월 6만엔으로 올릴 방침이다. 자녀가 둘인 가정은 월 4만5000엔, 셋이라면 월 10만5000엔을 받을 수 있다.중학생까지이
세계 최대 자동차 기업 도요타자동차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14년 만에 전격적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숨은 이유는 일본에 대한 실망 때문이라는 보도가 나왔다. 아사히신문은 복수의 도요타 관계자를 인용해 "일본에 대한 애정이 강했던 도요타 아키오 사장이 의욕을 잃어버린 것이 갑작스런 발표의 배경"이라고 31일 보도했다. 지난 1월26일 도요타 사장은 4월1일부터 자신이 회장으로 물러나고 사토 고지 최고브랜드책임자(CBO)를 새 사장에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일본 자동차 업계에서는 66세인 도요타 사장이 70세까지는 사장을 맡을 것으로 예상했다. 도요타는 갑작스런 사장 교체의 이유를 "전기차 전환을 서두르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일본에 대한 실망감 또한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해외는 고마워하는데…""일본에서는 자동차 산업과 자동차 업종 종사자들에게 '고맙다'라고 말하는 것을 거의 들을 수가 없습니다." 사장 교체 발표 3주전인 1월초 자동차 협회 신년 인사회에서 일본자동차공업회 회장인 도요타 사장은 인사말을 대독하게 했다. 불참 사유는 코로나19 감염이었지만 이러한 내용의 인사말을 대신 낭독하게 하는 방식으로 일본에 대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됐다. 더불어 지난해 태국 출장을 동행 취재한 자동차 전문지의 기사도 화제가 됐다. '일본을 조금씩 단념하는 도요타'라는 제목의 이 기사는 "착실하게 탈석탄화를 진행해도 일본의 언론과 정치가들은 이해해 주기는 커녕 비판만 하니 에너지 낭비다. 차라리 도요타의 노력을 함께 기뻐해 주는 태국과 탈석탄화를 진행하는 편이
작년 하반기 통화 가치가 32년 만의 최저 수준까지 떨어지면서 안전자산의 지위를 내려놓는 듯하던 일본 엔화가 위상을 되찾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금융시장 불안에 따른 반사이익을 누리면서 3월 들어 통화 가치가 주요국 통화 가운데 가장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금융시스템 불안 안전지대블룸버그통신은 “미국 달러와 스위스프랑이 주춤하는 사이 엔화가 안전자산의 지위를 되찾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해 달러 대비 엔화 가치는 24% 하락했다. 하락폭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작년 9월 말 일본 재무성과 일본은행은 24년 만에 처음 엔화를 매수하는 방식으로 외환시장에 개입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0월 21일 엔화 가치는 달러당 151엔까지 떨어지면서 3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30일 도쿄외환시장에서는 달러당 132엔 선에 움직였다. 작년 말부터 조금씩 회복세를 타던 엔화 가치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크레디트스위스(CS) 경영위기 등으로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이 가중되면서 크게 올랐다. 다케베 리키야 오카산증권 선임전략가는 “글로벌 투자자금이 금융 시스템 불안의 불똥이 튀지 않은 엔화를 도피처로 선택하면서 3월 들어 엔화 가치가 거의 모든 주요국 통화에 비해 올랐다”고 설명했다.주요국의 통화 가치를 종합한 닛케이통화지수에 따르면 3월 한 달간 엔화는 3.2% 상승했다. 25개 주요 통화 가운데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유로와 태국 밧, 중국 위안화가 1% 안팎의 오름세로 뒤를 이었다. 한국 원화도 0.5%가량 올라 다섯 번째로 가치가 많이 오른 통화였다. 가치가 많이 상승한 5개 통화 가운데 4개가 아시아 지역 통화였다. 아시아 지역이 상대적인 안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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