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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영효 기자
    정영효 기자 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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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경제신문 정영효 도쿄 특파원입니다.

  • [특파원 칼럼] 5년간 일본에서 보고 느낀 것

    일본 연수와 도쿄특파원으로 5년간 오키나와를 제외한 일본의 46개 광역지방자치단체를 모두 훑어볼 수 있었다.취재 주제 1위는 저출산·고령화였다. 북으로는 홋카이도에서 가장 외딴 편의점부터 남으로는 고령자 중심의 가고시마 상점가와 주민이 단 한 명 남은 구마모토의 산간 마을까지 직접 살펴봤다. 두 번째 취재 테마는 ‘잃어버린 30년’ 장기 침체였다. 일본은 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과 인재로도 30년이나 침체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했나. 정치의 후진성, 경제의 비효율성 등 수많은 진단이 있었지만 ‘이거다’ 싶은 건 없었다. 아무리 정치가 후진적이고 경제가 비효율적이어도 일본 정도 되는 나라가 30년이나 침체를 못 벗어나는 상황은 납득하기 어려웠다. 일본인도 걱정하는 '서울 집중'일본 방방곡곡을 직접 눈으로 보고 피부로 느낀 끝에 개인적으로 찾은 잃어버린 30년의 원인은 저출산·고령화다. 15~64세의 생산연령 인구 감소로 시들어 버린 경제 활력과 인력난은 일본 경제를 뿌리부터 좀 먹고 있었다.인구 감소는 모세혈관이 썩어들어가는 병과 같다. 피가 구석구석 전달되지 않으니 어떤 정책도 통하지 않는다. 일본 정부가 30년 가까이 소득과 소비를 늘리려고 안간힘을 썼지만 인구가 줄어 수요가 감소하는 나라에서는 백약이 무효였다.어떻게 해야 모세혈관을 재생시킬 수 있을까. “한국의 가장 큰 약점은 서울 집중”이라던 재일동포 3세 기업인 오야마 겐타로 아이리스오야마 회장의 인터뷰가 떠오른다. 과도한 서울 집중으로 학군 경쟁과 사교육비, 취업난과 집값을 감당할 수 없어진 젊은 세대가 출산을 엄두도 못 낸다는 지적이었다. 기자

    2024.03.25 17:48
  • "애 둘은 당연 셋은 기본, 넷째 낳을까 고민"…총리도 달려갔다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⑦에서 계속 "아이 둘은 당연하고, 셋이 기본이에요. 여기 엄마들은 넷째를 낳을까 말까 고민해요." 오카야마현 나기초의 하타 아야노(25세)씨.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1월 정기 국회의 시정방침 연설(정기 국회를 개원하면서 향후 국정 운영 방향을 밝히는 연설)에서 저출산 대책을 일본의 가장 중요한 과제로 선정했다. 약 한 달 뒤인 2월15일에는 관련 예산을 두 배 늘리는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처음 구체화했다. 그로부터 나흘 뒤 기시다 총리가 처음 찾은 저출산 대책 현장이 오카야마현 나기초였다. 나기초는 주고쿠 지방의 정중앙에 있는 인구 5742명의 산간 마을이다.일본인들도 아는 이가 많지 않은 동네를 첫 방문지로 선택한 건 나기초가 초(超)다산 마을이어서다. 나기초의 2019년 출산율은 2.95명으로 일본 평균의 두 배를 넘었다.아이 한 명을 낳을까 말까 하는 일본에서 나기초는 어떤 동네길래 아이 셋이 기본인 마을이 됐을까.나기초도 일본의 다른 시골 마을과 마찬가지로 인구감소와 마을 소멸의 위기를 맞았었다. 1957년 9000명이던 인구가 현재 5742명으로 60여년 만에 3분의 2로 줄었다. 이대로라면 20년 후 나기초의 인구는 다시 3분의 2로 줄고, 30년 후면 반토막 난다.2002년 헤이세이 행정구역 대합병 당시 나기초는 주민투표로 이웃 쓰야마시와 합병하는 대신 마을을 독자적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인구가 줄어드는 나기초가 독자생존할 수 있는 길은 많지 않았다.특히 주고쿠 지방의 교통이 불편한 산간 지역이라는 불리한 조건을 안고 싸워야 했다. 나기초가 선택한 독자생존의 길은 육아 환경이 뛰어난 마을이었다.

    2024.03.25 07:04
  • 日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시장은 엔低 베팅

    일본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범으로 지목된 마이너스 금리가 17년 만에 해제됐지만 엔화 가치는 34년여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일본 기업이 해외 수익을 자국으로 가져오는 대신 현지에 쌓아두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엔저(低)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자 일본 정부는 해외 자금을 본국으로 가져오면 세금을 일시적으로 낮춰주는 ‘자금 송환(repatriaton) 감세’를 검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엔저 브레이크’ 상실한 도쿄 외환시장니혼게이자이신문은 2021년 이후 4년 연속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세가 매수세를 웃돌았다고 24일 보도했다. 일본 기업과 금융회사가 주로 거래하는 도쿄 외환시장은 전통적으로 엔화 매수세가 우위를 보이는 시장이다. 일본 기업이 해외에서 벌어들인 외화를 팔고, 엔화를 사는 시장이기 때문이다. 1999~2020년 21년간 엔화 매도세가 우위를 보인 해는 네 차례뿐이었다.하지만 주요국과 일본의 금리 차가 벌어지기 시작한 2021년부터 도쿄 외환시장은 ‘엔저 브레이크’ 기능을 잃기 시작했다. 지난해 하루평균 엔화 가치의 하락폭이 0.04엔까지 확대됐다. 미국 중앙은행(Fed)과 유럽중앙은행(ECB)의 급격한 금리 인상 속에서 일본은행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마이너스 금리는 엔화 가치를 떨어뜨리는 주요인으로 지적됐다.지난 19일 일본은행은 17년 만에 기준 금리를 올려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 하지만 엔저는 멈추지 않고 있다. 23일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151.4엔으로 34년여 만의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전문가들은 해외 사업을 우선시하는 일본 기업의 동향을 원인으로 꼽는다.

    2024.03.24 18:45
  • "여보, 여기서 살자"…3040 맞벌이 부부가 반한 도시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⑥에서 계속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市)는 ‘육아 전문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4년 15만 명 안팎이었던 나가레야마의 인구가 2023년 약 21만 명으로 40% 늘었다. 30~40대 육아세대가 크게 늘면서 일본에서 0~9세 인구가 75세 이상 인구보다 많은 단 두 개의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나가레야마시청은 구시가지에 있다. 신시가지 주민들의 불편을 줄이기 위해 신시가지 시민홀에서 여권 발급을 포함한 모든 민원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했다. 도쿄로 출퇴근하는 맞벌이 부부들을 고려해 업무 시간은 평일 저녁 7시까지, 토요일도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로 늘렸다.'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숲의 마을'이라는 이미지를 극대화하는 장치도 마련했다. 나가레야마의 첫 인상을 결정하는 전철역 남쪽 출구 광장. 나가레야마에 임장을 온 맞벌이 부부는 이 광장에서 공원으로 이어지는 가로수길을 보면서 "그래, 여기서 살자"라고 결정한다고 한다. 이 가로수도 같은 크기의 나무를 단순하게 일렬로 심은게 아니다. 앞쪽에는 키 큰 나무를 심고 뒤로 갈수록 점점 작은 나무를 심는 원근법을 활용해 효과를 극대화했다. 이자키 요시하루 나가레야마 시장은 "키가 같은 나무를 심는 것과 예산은 같지만 효과는 훨씬 크다"고 말했다.남쪽 출구 광장은 시에서 유동인구가 가장 많은 지역이지만 왠지 모르게 차분하다. 광장을 거닐어보면 아이 키우기 참 좋은 환경이라는 생각이 절로 든다.유심히 살펴보면 자극적인 색깔의 간판이 없다. 나가레야마시는 10년 전 마을 미관 조례를 만들었다. 차분하고 고급스러운 주택가의 이미지를 만들기 위해 빨간색,

    2024.03.21 07:11
  • 日, 대규모 금융완화 마침표…"글로벌 시장에 느린 쓰나미될 것"

    “느리게 움직이는 쓰나미가 될 것이다.”월스트리트저널(WSJ)은 19일 일본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이날 금융정책결정회의가 끝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금리 해제에도 불구하고 완화적인 통화 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11년 만의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 폐기에도 불구하고 엔·달러 환율이나 일본 증시는 일단 안정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외환·금융시장에 미치는 파장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일본은행 예상 벗어난 물가이날 일본은행은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어 마이너스 금리, 수익률곡선통제(YCC), 주가지수펀드(ETF) 및 부동산투자신탁(REITs) 매입 중단을 결정했다. 우에다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지금까지의 YCC와 마이너스 금리 정책과 같은 대규모 금융 완화 정책은 그 역할을 다했다”고 말했다. 2022년 이후 물가 상승률이 2% 이상으로 올라서고, 실질 임금도 올 들어 상승세를 나타내면서 통화정책을 정상화시킬 때가 됐다는 설명이다. 대규모 금융 완화를 주도했던 구로다 하루히코 전 일본은행 총재는 2022년 9월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적어도 2~3년간 대규모 금융 완화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했지만 글로벌 인플레 확산에 따른 파장은 예상보다 컸다.지난해 일본 물가 상승률은 3.1%를 기록하며 1982년 이후 사상 최고치를 나타냈다. 작년 1월 일본은행은 2024년과 2025년 물가상승률을 각각 1.6%와 1.8%로 내다봤지만 1년 뒤인 지난 1월에는 예상치를 각각 2.4%와 1.8%로 대폭 올려 잡았다.일본은행은 그동안 기준금리를 인상하는 대신 금리 상승 허용폭이란 변칙

    2024.03.19 18:28
  • 日, 17년 만에 금리 인상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이 17년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유지하던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해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에 마침표를 찍었다.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기준금리를 연 -0.1%에서 연 0~0.1%로 인상했다. 2007년 2월 이후 첫 금리 인상이자 2016년 1월 이후 유지해 온 마이너스 금리 정책의 폐기다. 일본은행은 국채 무제한 매입을 통해 장기 금리(10년 만기 국채 금리)를 인위적으로 끌어내리는 수익률곡선통제(YCC)도 종료하기로 했다. 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투자신탁(REITs)을 매입해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질적 금융완화 정책도 중단한다. 2013년 이후 지속해 온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끝내기로 한 것이다.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임금과 물가가 선순환하면서 2% 물가 목표를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달성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펴는 세계 중앙은행은 한 곳도 남지 않았다. 일본보다 앞서 2012~2014년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도입한 덴마크중앙은행과 유럽중앙은행(ECB), 스위스국립은행은 2022년 하반기 모두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했다.일본은행은 추가 금리 인상에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우에다 총재는 “당분간 완화적인 금융환경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2024.03.19 18:28
  • [속보] 일본은행, 17년 만에 기준금리 인상…금융완화 해제

    일본은행은 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단기 기준금리를 연 0~0.1%로 0.1~0.2%포인트 인상했다. 2016년 1월 도입한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8년 만에 해제했다. 단기 기준금리와 별도로 장기 기준금리를 운용해 금리를 인위적으로 낮추는 장단기 금리조작(YCC)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상장지수펀드(ETF)와 부동산신탁펀드(Reits)를 매입해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질적 금융완화 정책도 중단하기로 했다. 이로써 일본은행은 2013년 4월부터 이어온 대규모 금융완화를 11년 만에 해제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hugh@hankyung.com

    2024.03.19 12:39
  • 하루 900원이면 아이 등하원까지…日 '파격 정책' 비밀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⑤에서 계속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市)는 ‘육아 전문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 2004년 15만 명 안팎이었던 나가레야마의 인구는 2023년 약 21만 명으로 40% 늘었다. 30~40대 육아세대가 크게 늘면서 일본에서 0~9세 인구가 75세 이상 인구보다 많은 단 두 개의 도시 가운데 하나가 됐다. 나가레야마의 기적은 어떻게 가능했을까. 지난해 11월27일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협력을 얻어 이자키 요시하루 시장을 인터뷰했다. 2003년 취임한 이자키 시장의 첫번째 과제는 2005년 8월 쓰쿠바익스프레스 개통 전까지 3270㏊(32.7㎢)의 신도시 개발 계획을 성사시키는 일이었다. 이자키의 나가레야마는 주변의 지방자치단체보다 최대한 빨리, 되도록 비싼 값에 땅을 판다는 전략을 세웠다. SWOT 분석(강점, 약점, 기회, 위협 등 네 가지 요인을 분석하는 경영기법)을 통해 나가레야마가 선택한 길은 ‘육아 환경에 특화한 도심에서 가장 가까운 숲의 마을’이라는 브랜드화였다.주 타깃을 30~40대 맞벌이 육아세대로 잡았다. 이자키 시장은 "지방자치단체가 기업의 마케팅 전략처럼 인구를 유치할 주요 타깃을 정하고 영업에 나선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맞벌이 육아세대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첫번째 정책은 어린이집을 대폭 늘리는 것이었다. 어린이집이 없으면 맞벌이 부부가 나가레야마로 이사를 오지 않고, 그러면 집을 사거나 임대하지도 않는다고 봤다. 2010년 17곳이었던 어린이집을 2023년 104곳으로 늘렸다. 200세대 이상의 아파트는 어린이집을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했다.킬러 콘텐츠는 도쿄를 잇는 지하철역 바로 옆에 설치한 ‘

    2024.03.19 07:08
  • 인구증가율 6년 연속 1위…'육아 전문 도시' 나가레야마 탄생기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④에서 계속 저출산·고령화와 인구감소라는 거대한 물줄기를 한 개인이 바꿔놓을 수 있을까. 일본 지바현 나가레야마시(市)는 한 개인이 지역의 인구구조를 바꿔놓은 도시다. 도쿄에서 40분 떨어진 인구 20만 명의 이 도시는 ‘육아 전문 도시’로 유명세를 떨치고 있다.20년 가까이 브랜드화에 공을 들인 덕분이다. '엄마·아빠가 될 거라면 나가레야마(하하·치치니 나루나라 나가레야마)'라는 일본어 발음을 활용한 슬로건 덕분에 '육아'하면 나가레야마를 떠올리는 일본인이 늘고 있다.육아 전문 도시 나가레야마 탄생기는 약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90년대 도쿄 아키하바라와 이바라키현 쓰쿠바시를 잇는 수도권 신도시 철도 쓰쿠바익스프레스 건설 계획이 발표됐다. 마을은 철도가 깔리면 사람이 몰리고 땅값도 오를 것이란 기대에 부풀었다.1988년 나가레야마로 이주한 이자키 요시하루 씨의 생각은 달랐다. 이자키는 미국 샌프란시스코주립대학에서 인구환경연구 석사 과정을 수료하고 21년간 미국과 일본에서 도시 계획자(Urban Planner)로 활동했다. 전문가인 그가 보기에 철도 건설은 나가레야마에 대위기였다.일본 대도시 지역의 택지개발 및 철도정비의 일체적 추진에 관한 특별조치법(택철법)은 신설 철도 주변의 택지개발 사업을 의무화했다. 2005년 8월 쓰쿠바익스프레스 개통 전까지 개발할 면적은 3270㏊(32.7㎢)였다. 일본 역사상 최대 사업이었던 다마뉴타운 사업(1965년 도쿄도 서남부 지역의 균형 개발을 위해 2884㏊ 규모로 시행된 신도시 조성사업)보다 20% 컸다.나가레야마시가 담당하는 지역은 627㏊로 시 면적의 18%에

    2024.03.18 07:05
  • "예상 밖 변화에 깜짝"…한국도 하는데 日만 성공한 이유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③에서 계속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아침형 근무제와 '110 운동' 등 일하는 방식 개혁을 실시해 0.6명이던 출산율을 10년 만에 3배 끌어올렸다.출산율 상승은 이토추도 예상치 못한 변화였다. 아침형 근무와 아침식사 제공 모두 저출산 대책은 아니지만 일과 육아의 양립을 가능케 만드는 근무제도이기도 했다. 이토추 여사원들은 거의 매일 정시에 퇴근하는 대신 다음날 오전 5시에 일어나 자녀가 일어나는 시간까지 전날 남은 일을 처리하고 당일 스케줄을 정리한다.아이가 깨면 먹이고 씻겨서 어린이집에 맡긴 뒤 9시까지 출근한다. 아침형 근무제가 없었다면 일과 출산·육아의 병행은 어려웠을 것이라고 이토추의 여직원들은 입을 모은다.2010년부터 운영을 시작한 사내 탁아소도 저출산 제도라기보다 여직원 복직 지원 제도였다. 일본은 0~3세까지의 어린이집 입원 경쟁률이 가장 치열하다. 또 지원 시기(매년 12월과 이듬해 2월 두차례)와 등원 시기(매년 4월)가 정해져 있다. 출산시기에 따라 복직 시점이 제각각인 여성의 입장에서 맞추기가 쉽지 않다.등원시기와 복직시점의 불일치를 해소하기 위해 만든게 사내 탁아소다. 현재 육아휴직을 사용한 이토추 여직원의 복직률은 100%다.3300명에 달하는 이토추상사 종합직 직원 가운데 여성의 비율은 11.3%다. 최근 신입사원만으로 범위를 좁히면 33.3%가 여성이다. 소수정예로 경쟁사와 맞서야 하는 이토추는 여성 인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는 미래가 없다고 본다.이토추도 처음에는 여성 만을 위한 제도를 만들었다. 하지만 먹혀 들지 않았다. 여사원을 위한 제도가 왜 정착되지 않는지

    2024.03.15 07:02
  • "삼성 따라 했더니 연봉 5000만원 올랐다"…놀라운 반전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②에서 계속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아침형 근무제를 실시해 0.6명이던 출산율을 10년 만에 3배 끌어올렸다.오후 8시 이후의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오전 5~8시 근무를 심야근무로 취급해 야근 수당(할증수당)을 지급하는 아침형 근무제와 함께 '110 운동'이 비결로 꼽힌다. 110 운동은 회식은 '1차만 밤 10시까지 끝낸다'는 캠페인이다.아침형 근무제도로 기껏 일찍 퇴근했는데 밤 늦게까지 회식이 이어지면 제도가 무의미해 진다는 상사맨들의 경험칙에서 병행하는 제도다.110 운동은 삼성그룹이 2012년 도입한 '119 캠페인(1가지 술로, 술자리는 1차만 하고, 9시 전에 끝내는 회식 문화)'을 이토추가 일본식으로 변형해서 2013년부터 실시하는 운동이다.이케하다 마사토 이토추상사 홍보실장은 "일본은 술을 섞어 마시는 폭탄주 문화가 없기 때문에 '1가지 술로'를 뺀 대신 '9시는 너무 이르다'는 불만을 반영해 '10시까지'로 늘려 110 운동으로 정착시켰다"고 설명했다.이토추상사가 일하는 방식 개혁을 시작한 2010년 이후 12년간 노동생산성은 5.2배 늘었다. 주가는 7.6배, 배당은 8.9배 늘었다. 회사만 좋았던 게 아니다. 직원도 좋았다.2010년 1254만엔(약 1억1536만원)이었던 평균 연봉이 2022년 1830만엔(약 1억6834만원)으로 크게 늘었다. 평균 근속연수는 15.8년에서 18.3년으로 길어졌다. 더 많이 받으면서 오래 다니는 회사가 된 셈이다.주주들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해 졌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다. 아침형 근무제도를 실시한 이후 이토추는 건강검진을 강화했다. 새 제도가 생활리듬을 깨뜨려 건강을 해칠 수

    2024.03.14 07:00
  • "야근 싹 갈아엎었더니…" 10년 만에 기적 이룬 회사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저출산 극복의 현장을 가다①에서 계속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는 2013년부터 아침형 근무제를 실시해 0.6명이던 출산율을 10년 만에 3배 끌어올렸다.아침형 근무제란 오후 8시 이후의 잔업을 원칙적으로 금지하는 대신 오전 5~8시 근무를 심야근무로 취급해 야근 수당(할증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다. 야근과 같은 액수의 수당을 줄테니 야근을 하지 말고 새벽에 일하라는 취지다. 이토추상사의 내부 조사 결과 이토추 직원들은 허구헌 날 야근을 하지만 대부분 불필요한 것들이었다. 어차피 매일 야근을 하니 낮에 할 일을 밤으로 미뤄두거나, 상사의 눈치를 보느라 남아서 시간을 끄는 일이 대부분이었다.야근을 없애는 대신 새벽근무에 할증수당을 제공했더니 직원들은 목적이 분명한 잔업만 하게 됐다. 머리가 맑은 아침에 하는 일이 효율성도 더 높았다.아침형 근무제도 도입 3년 후인 2016년 자체 평가 결과 이토추상사의 월 평균 잔업시간은 15% 줄었다. 밤 8시 이후 퇴근자 비율은 30%에서 5%, 밤 10시 이후 퇴근자는 10%에서 거의 '제로(0)'로 감소했다. 반면 8시 이전에 출근하는 직원의 비율은 20%에서 45%로 늘었다.아침식사를 이용하는 직원은 1일 평균 1100명인데, 무료 식사를 제공하고도 회사의 월간 비용은 6% 줄었다. 잔업수당이 10%, 야근 택시비가 30% 줄어든 덕분이다. 전력 사용률은 6%, 온실가스 배출량은 7% 감소했다. 뜻하지 않게 아침형 근무제도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으로 이어진 셈이다.고바야시 부사장은 아침형 근무제도가 일의 양을 줄이려는 제도가 아니라 효율성이 높은 시간대에 일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는 "'잔업을 하지 말라

    2024.03.13 07:05
  • 야근 말고 새벽 6시 출근하라고 했더니…'깜짝 반전' [정영효의 인사이드 재팬]

    일본 여대생들에게 가장 인기있는 직장은 어디일까. 경제주간지 도요게이자이가 2023년 졸업 예정자 2만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가 2년 연속 여대생이 선호하는 직장 1위에 올랐다. 이토추상사는 남자 대학생들이 선호하는 직장에서도 1위에 오르며 종합 1위를 차지했다.미쓰비시상사와 미쓰이물산 등 경쟁사들은 매출의 60%가 자원사업에서 나온다. 이토추상사는 매출의 80%가 생활·소비용품이다. 데상트 등 다수의 의류 브랜드를 운영하고 편의점 프랜차이즈 패밀리마트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여대생이 이토추상사를 선호하는 이유다.그렇다고 해도 이토추상사가 종합상사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다. 종합상사는 일본 고도성장기를 이끈 주역으로 평가받는다. 일본 최고의 엘리트들이 전세계를 누비며 '메이드 인 재팬' 상품을 팔았다.최고 수준의 처우를 자랑했지만 24시간 사무실 등이 꺼지지 않는 노동 강도 또한 악명 높았다.꼭두새벽에 출근해서 별 보며 퇴근해선 밤 새 마시고, 다시 다음날 새벽 출근하는 것을 미덕으로 여기는 슈퍼맨, 원더우먼의 직장.이런 회사의 직원들이 아이를 많이 낳을 리 없다. 이토추상사의 2013년 사내 합계특수출산율(여성 한 명이 평생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자녀 수)은 0.6명으로 일본 평균(1.41명)을 한참 밑돌았다.그런데 2022년 이토추의 출산율이 1.97명으로 9년 만에 세 배 뛰어오른 반전이 일어난다. 같은 해 일본 전체 평균은 1.3명이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기자는 지난해 7월 '이토추의 기적'을 한국 언론 가운데 처음으로 한국경제신문 칼럼을 통해 소개했다. 이 인연으로 일본외신기자센터(FPCJ)의 지

    2024.03.11 07:04
  • 닛케이 랠리…日銀, ETF로 34조엔 대박

    일본 닛케이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주요국 중앙은행 가운데 유일하게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일본은행이 대박을 터뜨렸다. 일본 증시에 투자한 상장지수펀드(ETF)의 평가이익이 사상 최대치인 34조엔(약 305조원)을 기록했다.10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민간 경제연구소 닛세이기초연구소의 분석 결과를 인용해 2월 말 현재 일본은행이 보유한 ETF의 시가총액이 71조엔으로, 장부가보다 34조엔 높다고 보도했다. 71조엔은 한국의 올해 예산(656조원)과 비슷한 규모다. ‘주식회사 일본’ 최대주주 일본은행작년 9월 말 일본은행은 보유한 ETF의 장부가가 37조1160억엔, 시가총액은 60조6955억엔이라고 발표했다. 23조5794억엔의 평가이익이 반 년도 안 돼 10조엔 이상 늘었다. 당시 31,857이던 닛케이지수가 같은 기간 8000포인트가량 오른 덕분이다. ETF 수익률은 개별 종목이 아니라 닛케이지수 등락에 따라 결정된다. 일본은행의 ETF 손익분기점은 닛케이지수 20,600으로 알려져 있다.일본은행은 주요국 중앙은행 중 유일하게 ETF에 투자하는 방식으로 증시에 개입한다. 2009년 3월 닛케이지수가 버블(거품) 경제 붕괴 이후 최저치인 7054까지 떨어지자 이듬해인 2010년 금융완화 정책의 하나로 도입됐다.처음 도입 당시 연간 매입 한도는 4500억엔이었다. 하지만 2013년 대규모 금융완화 이후 매입 한도가 세 차례에 걸쳐 6조엔까지 늘었다. 2020년 3월에는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완화한다는 명목으로 매입 한도가 12조엔으로 확대됐다.2013년부터 2020년까지 일본 주식을 가장 많이 사들인 주체는 일본은행이다. 순매수 규모가 32조5000억엔에 달한다. 같은 기간 기업(16조4000억엔)과 연기금(5조엔)의 순매수 규모를 합친 것

    2024.03.10 18:26
  • "세계적 꼴찌 수준, 한국보다 올려라"…마음 급해진 日 '비상'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日경제 발목잡는 최저임금③에서 계속 일본의 최저임금은 세계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올해 주요국의 최저임금을 엔화로 환산해 보면 일본의 최저임금(1004엔)은 한국(1080엔)보다 낮다. 프랑스(1786엔)와 영국(1876엔), 독일(1924엔) 등도 일본보다 월등히 높다.미국의 연방 최저임금도 7.25달러(약 1084엔)로 일본보다 높은데다 15달러 이상인 지역이 급증했다. 샌프란시스코시는 18.07달러(엔화 환산시 2701엔), 워싱턴DC와 LA는 각각 17달러(약 2541엔)와 16.78달러(약 2509엔)로 일본보다 2.5배 가량 높다.풀타임 근로자의 임금 중간값을 100으로 했을때 최저임금의 비율이 일본은 46%로 선진국 가운데 가장 낮은 편이었다. 프랑스와 한국은 61%에 달했다. 주요 경제대국들이 코로나19 기간에도 최저임금을 1~2%씩 인상한 반면 일본은 0.1% 오르는데 그친 결과다.소득이 늘지 않으면 소비가 얼어붙어 '잃어버린 30년'의 장기침체와 만성 디플레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걸 일본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이 때문에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2035년 무렵까지 평균 최저임금을 1500엔까지 올린다는 목표를 내걸었다. 광역 지자체장 선거 공약으로 최저임금 인상을 내거는 후보자도 늘고 있다.기업 입장에서는 최저임금의 급격한 상승이 반가울 리 없다. 미무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전 회장은 임기 내내 "도쿄와 오사카 등 대도시를 제외한 지방의 경우 중소기업 비중이 80%를 넘는다"며 "최저임금 인상으로 중소기업이 무너지면 도시로의 고용 유출이 더욱 빨라져 지방의 쇠퇴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했다.하지만 글로벌 인플레와 인력난의 아우성에 최저임금 인상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묻히는 분위기다. 반대로

    2024.03.10 08:07
  • "月 200만원도 못 벌어요"…어느 일본인 가장의 절규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日경제 발목잡는 최저임금②에서 계속 2023~2024년 최저임금이 가장 높은 도쿄(1113엔)와 가장 낮은 이와테(893엔)의 차이는 220엔(약 2000원)에 달한다. 2006년의 109엔에서 2배 이상 벌어졌다.원인은 역시 '인구감소의 역습' 인력난이다.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과 외식업체들은 일손을 확보할 수만 있다면 다른 지역과의 인력쟁탈전도 불사하겠다는 분위기다.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이 넋 놓고 있다가는 젊은 인력을 다 빼앗길 상황이다.이 때문에 최근 일본의 지역별 최저임금 협상은 한국의 도지사격인 지사가 노조 편에 서서 적극적인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풍경이 흔해졌다.스기모토 다츠지 후쿠이현 지사는 2023년 8월초 이례적으로 후쿠이현 최저임금심의회에 출석해 "적극적인 인상"을 요청했다. 이바라키현 심의회의 결정액은 중앙심의위 목표액보다 2엔 많은 42엔이었지만 오이가와 가즈히코 이바라키 지사는 공개질문장을 던지며 최저임금 추가 인상을 요구했다.그 결과 후쿠이현의 2023~2024년 최저임금 인상률은 4.8%로 900엔이 넘는 지자체 중에 가장 높았다. 이바라키의 2023~2024년 인상률은 4.6%로 900엔을 넘는 지자체 가운데 세번째로 높았다. 지난해 12개 광역 지자체가 최저임금심의회가 제시한 목표 인상액보다 최저임금을 더 많이 올렸다.일본 정부도 최저임금을 통일시키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2023년 후생노동성은 A~D의 4단계이던 최저임금 지역 구분을 A~C의 3단계로 줄였다. 최저임금 제도를 현재의 방식으로 개편한 1978년 이후 처음 제도를 바꿨다.등급을 줄임으로써 지역간 격차를 축소시키겠다는 의도다. 후생노동성은 "인상폭이 매년 대도시인 A지역에서 지방인 D지역

    2024.03.09 08:05
  • 똑같은 햄버거도 지역마다 가격 다르다…수렁에 빠진 日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日경제 발목잡는 최저임금①에서는 지역과 업종별로 다른 일본의 최저임금 제도의 결정 방식과 예기치 않은 후유증을 살펴봤다. 총무성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일본 평균을 100으로 했을 때 도쿄도(104.5)와 가나가와현(103.0), 교토부(101.1)의 물가는 평균을 넘었다. 도쿄의 물가는 9년 연속 일본 1위였다.반면 미야자키현(96.2)은 4년 연속 일본에서 물가가 가장 싼 지역이었다. 군마현(96.6)과 가고시마현(97.2)이 뒤를 이었다.물가와 생활수준의 차이에 가장 먼저 반응하는 곳은 일본 전역에 점포망을 가진 대형 외식 체인점들이다.일본 42개 광역 지방자치단체에서 360여개의 점포를 운영하는 중식 체인 오사카오쇼는 가게마다 메뉴와 가격이 제각각인 '마이크로매니지먼트 전략'을 벌이고 있다. 2019년 전략을 시작할 때만해도 메뉴의 90%가 전국 공통이었지만 현재는 20%만 같다.2022년 10월부터는 간판 메뉴인 군만두 1인분 가격을 270~290엔(세금포함)으로 지역에 따라 3개 가격대로 나눴다. 지역에 따라 임대료와 인건비 차이가 10배씩 나는 상황을 반영했다. 우에츠키 다케시 오사카오쇼 사장은 "지역과 고객이 다르면 요구하는 메뉴도 다르기 마련이다. 전국 균일 가격으로는 대응이 안된다"고 설명했다.패밀리 레스토랑 '가스토' 매장 1320개를 운영하는 스카이라크홀딩스도 2022년 7월부터 가격을 도시와 지방으로 나눴다. 10월에는 도쿄 등 '초도심' 지역을 추가해 가격대를 3개 등급으로 나눴다.주력 메뉴인 '치즈 인 햄버거' 가격은 769~879엔(세금 포함)으로 지역에 따라 110엔 차이가 난다. 스카이라크홀딩스 관계자는 "지방과 도시의 구매력 차이에 대응한 전략"이라고 설명했

    2024.03.08 07:06
  • 日건설사 "男도 무조건 육아휴직"…둘째 출산 두 배 늘었다

    일본 종합 건설회사 ‘빅5’인 다이세이건설은 2015년까지만 하더라도 육아휴직을 활용하는 남자 직원이 거의 없었다. 2016년 7월 남자 직원은 모두 육아휴직을 쓰도록 하는 특단의 조치가 내려졌다. 그해 6개월 동안 244명의 남자직원이 육아휴직을 썼다. 이듬해인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다이세이건설의 남자 직원들은 육아휴직을 100% 사용했다. 2016년 5.8일이던 평균 사용일수가 지난해 24.5일로 늘었다. ○男 육휴 의무화하니 출산율 ‘쑥’시오이리 데쓰야 다이세이건설 인사부장은 7일 ‘출산율 기적’의 비결을 묻자 주저하지 않고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제도를 소개했다. 시오이리 부장은 “여성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선 일하는 방식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결론을 얻었다”며 “남성 육아휴직은 ‘일 못하는 사람이 쓴다’는 이미지를 없애기 위해 전 직원이 의무적으로 쓰도록 제도를 바꿨다”고 설명했다.다이세이건설에서 ‘일하는 방식’을 고민하기 시작한 건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건설업계의 만성적인 인력난 때문이다. 건설회사는 벌이가 나쁘지 않지만 휴일이 적고, 예상치 않게 해외로 파견을 나가야 할 때가 많았다. 대학 졸업생들의 건설사 외면이 심해지자 다이세이건설은 ‘여성 직원을 늘려야 한다’고 판단했다.2006년 ‘여성활약추진실’을 설치하면서 일하는 방식과 제도를 대대적으로 바꿨다. 남성 육아휴직 의무화 외에 단축근무와 근무시간 유연제,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둔 여직원을 다시 받아들이는 ‘잡 리턴 제도’ 등을 단계적으로 도입했다.출산율은 이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올라갔다. 전체 여직원 중

    2024.03.07 18:28
  • 日 기업은 '출산율 교과서'…일하는 방식 바꾸니 2.5명

    일본 종합건설회사 ‘빅5’ 가운데 하나인 다이세이건설의 합계출산율은 일본 전체 평균(2021년 1.33명)의 두 배에 가까운 2.5명 수준이다. 이 회사에서 둘째와 셋째 아이를 가진 여직원 비율은 2013~2021년 사이 각각 두 배 뛰었다. 일본 3대 종합상사인 이토추상사의 2021년 출산율은 1.97명으로 10년 동안 세 배 뛰었다.한국의 출산율이 곤두박질치는 것과 달리 일본 출산율은 완만하게 하락하고 있다. 다이세이건설과 이토추상사처럼 ‘출산율의 기적’을 이끄는 주요 기업이 국가 출산율 추락을 막고 있다는 평가다. 다이세이건설과 이토추상사는 일찌감치 ‘일하는 방식’을 개혁했다. 다이세이건설은 2006년, 이토추상사는 2010년 일하는 방식을 개혁하는 전담 부서를 신설했다. 두 회사 모두 여성의 근무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전 직원을 대상으로 근무 여건을 바꿨다. 다이세이건설은 육아휴직을 활성화하기 위해 남자 직원도 육아휴직을 100% 쓰도록 의무화했다. 이토추상사는 전체 직원을 대상으로 아침형 근무 제도를 도입했다. 오후 8시 이후 야근을 금지하는 대신 오전 5~8시에 일하면 심야 근무와 동일하게 추가 근무수당을 지급했다.두 회사가 일하는 방식을 혁신하고 나선 것은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난 때문이다. 출산율의 기적은 일하는 방식을 바꾸는 과정에서 얻은 의외의 성과였다. 당초 계획한 우수 여성 인재도 확보했다. 2005년 회사에 거의 없던 여성 기술자가 지난해 말 전체 인원의 11%(873명)로 늘었다. 여성 임원 비율도 지난해 말 기준 11.1%까지 올라갔다.시오이리 데쓰야 다이세이건설 인사부장은 “우수한 여성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일하는 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2024.03.07 18:24
  • 日 저출산 극복 주체는 기업…셋 낳으면 2000만원

    만성 인력난에 시달리는 일본 기업들은 일하는 여성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한 유인책을 제시하고 있다.7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보험사인 미쓰이스미토모해상화재보험은 지난해 4월부터 육아휴직을 쓰는 직원의 팀 동료들에게 최대 10만원(약 89만원)의 ‘육아휴직 직장 응원 수당’을 지급했다. 동료들의 업무 부담이 늘어날까 봐 육아휴직 사용을 꺼리는 직장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다. 최근 들어 이런 육아휴직 응원 수당은 일본의 기업과 지방자치단체로 확산하고 있다.일본 최대 생활용품 업체 가오는 지난해부터 남녀 모두를 대상으로 ‘유급육아휴가’를 신설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직원은 열흘간 육아휴직을 반드시 쓰도록 의무화했다.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은 올해부터 남성 직원이 배우자의 출산예정일 8주 전부터 사용이 가능한 ‘아빠 산전휴가’ 제도를 도입했다.컴퓨터 게임으로 유명한 일본 2위 게임회사 고에이는 셋째를 낳은 직원에게 축하금으로 200만엔(약 1776만원)을 지급한다. 첫째는 10만엔, 둘째 축하금은 20만엔이다. 남녀 모두 육아휴직을 100%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임산부와 육아를 담당하는 직원은 단축근무 등 업계 최고 수준의 출산과 육아 지원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출산 축하금 규모는 늘어나는 추세다. 규슈 지역의 철도회사인 JR규슈는 1만엔이던 출산 축하금을 다음달부터 첫째는 30만엔, 둘째는 40만엔, 셋째는 50만엔으로 늘리기로 했다.도쿄=정영효 특파원

    2024.03.07 18:22
  • 20대 여성, 수도권 카페서 알바하는 이유…日 '무서운 현실'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지바현 지바시에 거주하는 미야자와 리오 씨(25세)는 도쿄 오모테산도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지바의 최저임금은 1026엔(약 9120원)인데 반해 도쿄의 최저임금은 1113엔(약 9894원)으로 87엔(약 773원) 더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근로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도쿄를 오가는 지하철 비용은 문제가 안된다. 이바라키현 쓰지우라시에 사는 대학생 에가와 가즈키(24세)는 이웃 현이자 수도권인 지바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에가와는 "JR조반센(도쿄, 이바라키, 후쿠시마, 미야기를 잇는 철도 노선)을 타면 도쿄까지 갈 수도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말했다. 이바라키현의 최저임금은 953엔으로 도쿄와 지바보다 훨씬 낮다.지방의 젊은 인력들이 대도시로 향하는 건 간사이 지방도 다르지 않다. 최저임금이 929엔인 와카야마현의 젊은 세대들은 1064엔의 이웃 오사카부로 아르바이트를 간다. 반대로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은 소멸 위기를 맞고 있다. 일본 중서부 해안 지방인 후쿠이현의 최저임금은 931엔으로 교토(1008엔) 시가(967엔) 등 주변 지역보다 낮다. 2022년까지 15년간 후쿠이현의 20대 인구는 24% 감소했다.인력난이 심각해 지면서 후쿠이현의 유효구인배율(구직자 한 명당 일자리수를 나타내는 지표)은 일본 최고 수준이다. 일본의 최저임금은 지역과 업종에 따라 다르다. 그만큼 결정 방식도 한국보다 복잡하다. 먼저 후생노동성의 자문기관인 중앙최저임금심의회가 47개 광역 지방자치단체를 경제 사정에 따라 3개 등급으로 나눈다. 그리고 경기와 고용 지표 등을 참고해 목표 인상폭을 결정한다.이를 기준으로 경영자와 근로자 대표 등으로 구성된 각 지자체의 지방최저임금

    2024.03.07 07:07
  • [특파원 칼럼] 최저임금 차등화 성공하려면

    일본 지바현 지바시에 거주하는 미야자와 리오 씨(25세)는 도쿄 오모테산도의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 지바의 최저임금은 1026엔(약 9120원)이지만 도쿄는 1113엔(약 9894원)으로 87엔 더 높기 때문이다. 일본은 근로자에게 교통비를 지원하기 때문에 도쿄로 오가는 지하철 비용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미야자와씨의 고향인 이와테현의 최저임금은 893엔으로 일본에서 가장 낮다.최저임금이 929엔인 와카야마현의 젊은이들은 1064엔인 인근 오사카부로 아르바이트를 간다. 그 결과 최저임금이 낮은 지역은 심각한 인력 유출을 겪고 있다.최저임금이 931엔으로 교토(1008엔) 시가(967엔) 등 주변 지역보다 낮은 후쿠이현은 2022년까지 15년간 20대 인구가 24% 감소했다. 日 일각, "최저임금 통일하자"한국에서도 지역과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하는 일본식 제도를 도입하자는 주장이 제기된다. 최저임금이 지역의 현실을 반영하지 않고 전국 공통이다 보니 지방 경제가 피폐해진다는 이유에서다. 일본에서는 같은 이유로 최저임금을 통일하자는 움직임이 활발하다.집권 여당인 자민당에서는 작년 5월 최저임금 일률화를 목표로 내건 의원 연맹이 발족했다. 지난 3일 일본 최대 노조 렌고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최저임금 통일을 요구하는 의견서를 채택한 지방의회가 80곳으로 사상 최대였다. 기초 지방자치단체뿐 아니라 이와테, 시마네 등 광역지자체 2곳도 최저임금 통일을 요구했다.2021년 기준 일본 평균 물가를 100으로 했을 때 도쿄도는 104.5로 9년 연속 일본 내 1위였다. 반면 96.2의 미야자키현은 4년 연속 일본에서 물가가 가장 싼 지역이다. 사정이 이런 만큼 지역별 최저임금 차등

    2024.03.05 17:57
  • 닛케이, 올들어 10% 급등…포모 장세 지속

    연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쓰는 일본 닛케이지수가 40,000선마저 넘어섰다. 4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5% 오른 40,109.23으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가 40,000선을 웃돈 것은 1949년 5월 16일 176.21로 거래를 시작한 이후 처음이다. 도쿄주가평균지수였던 이름을 닛케이지수로 바꾼 1985년부터 따지면 39년 만이다. 대형 하이테크주 랠리1990년 버블(거품)경제가 붕괴한 이후 닛케이지수는 줄곧 약세를 면치 못했다. 2009년 3월에는 지수가 7054까지 떨어졌다. 이로부터 2015년과 2021년 지수가 20,000선과 30,000선을 회복하기까지 6년씩 걸렸다. 반면 40,000선을 넘는 데는 3년밖에 걸리지 않았다.지난달 22일 39,098로 1989년 12월 말 기록한 38,915를 34년 만에 갈아치운 이후 닛케이지수는 연일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고 있다. 전날 미국 주식시장에서 하이테크주로 구성된 나스닥지수가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데 힘입어 도쿄증시에서도 반도체 관련주가 일제히 올랐다.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밴티스트, 신에쓰화학공업, 소프트뱅크그룹 등 반도체 관련주 네 개가 이날 지수를 200포인트(약 0.5%)가량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반도체 관련주 중심의 대형 하이테크주가 지수를 끌어올리는 구도는 이날도 이어졌다. 닛케이지수를 상대적으로 가치주 비중이 높은 토픽스지수로 나눈 ‘NT배율’은 14.82배로 2021년 중반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2021년은 코로나19의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주요국 중앙은행이 대규모 금융 완화에 나선 영향으로 성장주가 급등한 때다.실적도 지수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다. 최상위 시장인 프라임시장 상장사의 2023년 순이익은 3년 연속 사상 최고치를 기록할 전망이다. 일본 기업

    2024.03.04 18:10
  • 1.7% vs 0.2%…갈림길 선 일본

    ‘잃어버린 30년’이 계속되느냐, 25년 만에 한국을 앞선 기세를 이어가느냐. 저출산·고령화에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일본의 국운이 달렸음이 통계로 나타났다.일본 내각부가 1일 발표한 장기 경제성장률 전망치에 따르면 출산율, 고령자 취업률, 생산성에 따라 2060년까지 연평균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낮으면 0.2%, 높으면 1.7%까지 달라지는 것으로 나타났다.2045년 무렵까지 65~69세 고령자의 노동참가율이 78%, 출산율이 1.8명, 전요소생산성(TFP·기술 진보와 근로자 능력 향상 등에 따른 생산성 변화) 상승률이 1.4%로 회복되면 일본 경제는 2060년까지 연평균 1.7% 성장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의 고령자 노동참가율(53%), 출산율(1.26명), 전요소생산성 상승률(0.8%)이 극적으로 개선돼야 가능한 수치다.반면 지금과 같은 저출산·고령화 추세와 낮은 생산성이 이어지면 일본 경제는 만성 불경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45년께 고령자 노동참가율이 57%, 출산율과 전요소생산성 상승률이 각각 1.36명과 0.5%면 일본 경제는 2060년까지 연평균 0.2% 성장한다. 잃어버린 30년과 비슷한 수준의 저성장이 이어진다는 뜻이다.성장률이 0.2%에 그치느냐, 1.7%로 회복되느냐는 일본의 선진국 지위를 결정할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저성장이 이어지면 일본의 1인당 GDP가 주요국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도쿄=정영효 특파원

    2024.03.01 18:19
  • 닛케이도 천장이 없다…'40,000 고지' 찍을 기세

    일본 증시가 사흘 만에 또다시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며 40,000선 돌파를 눈앞에 뒀다.1일 도쿄증시에서 닛케이지수는 전날보다 1.9% 오른 39,910.82로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27일 기록한 종가 기준 사상 최고치인 39,239를 3일 만에 넘어섰다. 올해 첫 2개월간 상승률은 7.9%로 2020년 11월 이후 3년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우량주로 구성된 토픽스지수도 1.26% 오른 2709.42로 1990년 2월 이후 34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닛케이지수는 지난달 22일 39,098로 1989년 기록한 38,915를 34년 만에 넘어섰다. 이후 3거래일 연속 사상 최고치를 이어가는 등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날도 닛케이지수는 39,254로 개장한 뒤 줄곧 오름세를 유지했다. 오후 한때 지수는 39,990까지 치솟으며 40,000선에 10포인트 차로 접근했다. 지난달 27일 기록한 기존 장중 사상 최고치인 39,426을 단숨에 500포인트 이상 넘어섰다.전날 미국 뉴욕증시에서 나스닥지수가 2년3개월 만에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닛케이지수를 끌어올렸다는 분석이다. 나스닥에서 반도체 종목이 급등한 영향으로 이날 도쿄증시에서도 반도체 종목이 오름세를 주도했다. 일본 최대 반도체 장비업체인 도쿄일렉트론과 어드밴티스트가 각각 4.1%, 3% 올랐다.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인 ARM의 지분 90%를 보유한 소프트뱅크그룹도 1.3% 상승했다. 도요타는 1.63% 올라 일본 기업 중 처음으로 시가총액 60조엔(약 533조원)을 넘어섰다.시장 전문가들은 반도체 관련 종목의 오름세와 엔화 약세가 이어져 일본 증시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수가 크게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증시가 고평가됐다’고 의식하는 투자자는 적은 편”이라고

    2024.03.01 18:13
  • "男직원 육아휴직률 목표 공개"…日, 출산율 끌어올리기 속도낸다

    내년부터 근로자가 100명이 넘는 일본 기업은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률을 얼마까지 높일지 목표치를 공개해야 한다. 일본 정부는 향후 6년 내 남성의 육아휴직률을 85%로 끌어올려 출산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2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근로자 100명 초과 기업이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 목표치를 설정하고 공개하도록 의무화하는 차세대육성지원대책추진법 개정안을 이번주 정기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내년 4월부터 제도가 시행된다. 근로자가 100명을 넘는 일본 기업은 5만여 곳으로 파악된다. 목표치를 공개하지 않는 기업은 후생노동성이 시정을 권고할 수 있다.목표치는 기업이 자유롭게 결정할 수 있다. 후생노동성은 “목표치가 낮은 기업은 일과 육아의 양립을 중시하는 구직자로부터 외면받아 인재를 확보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근로자가 1000명이 넘는 기업은 2023년 4월부터 남자 직원의 육아휴직 사용률을 의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내년 4월부터는 근로자 300명 초과 기업으로 공개 의무가 확대된다.기시다 후미오 총리 내각은 ‘차원이 다른 저출산 대책’을 간판 정책으로 내세우고 있다.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육아가구 소득 보장과 함께 저출산 대책의 핵심이다. 지난해 기시다 내각은 30%인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 목표치를 2025년까지 50%로 높이고 2030년에는 남성의 85%가 육아휴직을 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목표도 새로 제시했다.남성의 육아휴직률에 주목하는 것은 남편의 육아와 가사 분담이 출산율 상승으로 직결된다는 조사 결과 때문이다. 후생노동성의 2021년 조사에 따르면 남편이 평일에 4시간

    2024.02.26 18:17
  • "美·日·대만 삼각동맹에 한국만 '팽'"

    “한국의 반도체 정책은 몇 년 뒤 어떻게 될지 모르지만 자민당이 장기집권하는 일본의 반도체 정책은 바뀌지 않고 계속될 겁니다. 이 점이 제일 부럽고 무섭습니다.”TSMC의 구마모토 제1공장 개소식을 바라본 한국 반도체 대기업의 일본 지사장 말이다. 지난 24일 열린 개소식에는 일본과 대만 언론만 초청됐다. 반도체 경쟁국이라는 점을 의식해서인지 TSMC 대만 본사는 한국 언론의 거듭된 취재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미국 일본 대만으로 이어지는 반도체 3각 동맹이 강해지는 계기가 되는 반면 한국만 팽 당하는 그림도 그려진다”는 이 지사장의 말이 겹쳤다.2011년 TSMC의 일본 진출과 일본 정부의 지원책이 발표됐을 때만 해도 ‘외국 기업의 구형 반도체 공장을 모시려 혈세를 낭비한다’는 비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오늘날 일본의 반도체 부활 전략은 생각보다 판세를 깊이 있게 읽었다는 평가를 받는다.일본 반도체산업 부활의 첫 단추는 경제산업성이 2021년 6월 내놓은 ‘반도체·디지털 산업전략’이다.2022년 5월 미국과 일본은 ‘반도체협력기본원칙’에 합의했다. 두 달 뒤 열린 미·일경제정책협의위원회(경제판 2+2)에서는 반도체 관련 중요 기술의 육성과 보호를 위해 두 나라가 공동으로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합의했다.지원 방향도 상당히 정교하다. 일본의 생산 능력은 최하위 등급인 범용 반도체(40나노미터 이상)에 머물러 있다. TSMC를 구마모토에 유치함으로써 일본은 비어 있는 첨단 반도체(12~28나노미터) 생산능력을 해결했다.일본 정부가 지정학적 판세와 세계 경제 구조의 변화를 놓치지 않은 사이 한국은 어땠나. 지난 16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2024.02.25 19:11
  • 90兆 퍼붓는 '실리콘 재팬'…반도체 부활에 국가 명운 걸었다

    1988년 일본 반도체 기업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50.3%였다. NEC 도시바 히타치제작소가 1~3위를 휩쓴 것을 비롯해 세계 10대 반도체 기업 가운데 6곳이 일본 회사였다. 일본 반도체 기업의 생산공장이 몰린 규슈는 ‘실리콘 아일랜드’로 불렸다.2021년 일본 반도체의 세계 시장 점유율은 6%까지 떨어졌다. 일본의 반도체 전략을 담당하는 경제산업성은 이듬해 “이대로라면 2030년 일본의 반도체 점유율은 거의 ‘제로(0)’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랬던 일본 반도체산업이 대만 TSMC 공장 유치를 계기로 전환기를 맞았다는 분석이 나온다.2년 새 세계 1~3위 반도체 기업 유치사이토 겐 경제산업상은 지난 24일 구마모토현 기쿠요초에서 열린 TSMC 구마모토 제1공장 개소식에서 “일본에서 처음 12~28나노미터(㎚: 1㎚=10억분의 1m) 첨단 반도체를 생산하게 됨에 따라 반도체산업의 빠진 조각(미싱 피스)을 채우게 됐다”고 말했다. 현재 일본 반도체업계에서 양산할 수 있는 최신 공정은 40㎚ 수준이다.사이토 경제산업상의 말대로 불과 2년 새 일본은 세계 1~3위 반도체 기업인 TSMC, 삼성전자, 인텔의 생산 공장과 연구개발(R&D) 거점을 모두 자국에 유치했다.구마모토 제1공장은 미국 애리조나주 공장에 이은 TSMC의 두 번째 해외 생산 거점이다. 2022년 4월 착공해 작년 12월 건물을 완성했다. 당초 4~5년 걸릴 것으로 예상된 공사 기간을 7000여 명의 인력이 24시간 3교대로 일하며 20개월로 단축했다. 대만 주재원 약 400명, 소니 반도체 파견 직원 200명을 비롯해 총 1700명이 근무한다. 제1공장 투자비 1조3000억엔(약 11조5092억원) 가운데 4760억엔을 일본 정부가 지원했다.TSMC는 올해 말에는 제2공장을 착공해

    2024.02.25 18:29
  • TSMC 등에 업고 日 반도체 부활 선언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일본에 처음으로 대규모 생산공장을 가동했다. 한때 50%가 넘었던 세계 시장 점유율이 10% 미만으로 쪼그라든 일본 반도체산업이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TSMC에 따르면 이 회사는 전날 일본 구마모토현 기쿠요마치에서 모리스 창 창업자, 류더인 회장, 사이토 겐 일본 경제산업상, 가바시마 이쿠오 구마모토현 지사, 요시다 겐이치로 소니그룹 회장,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 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구마모토 제1공장’ 개소식을 했다. 창 창업자는 기념사를 통해 “일본 반도체 제조의 르네상스가 시작됐다고 믿는다”며 “일본과 세계의 반도체 공급망을 한층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영상 메시지로 참석을 대신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첨단 연산 반도체가 생산되는 것은 일본 반도체산업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며 “TSMC의 세계 전략 속에서 일본이 중요한 거점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것을 환영한다”고 밝혔다.구마모토 1공장은 기쿠요마치의 약 21만㎡ 부지에 자리 잡았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 필수인 클린룸만 4만5000㎡ 크기로, 일본 프로야구 경기장인 도쿄돔 면적에 육박한다. 이 공장은 당분간 시험생산에 들어간 뒤 올해 4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업생산에 나선다. 자동차와 가전기기에 사용되는 12~28나노미터 웨이퍼(반도체 원판)를 월 5만5000장 이상 제조한다. 일본 소니와 덴소, 도요타도 이 공장을 운영하는 TSMC 자회사 JASM에 출자했다.TSMC 공장 유치는 일본 반도체 부활 전략의 최대 성과로 평가된다. TSMC는 2027년 말 가동을 목표로 인근에 제2공장도 건설할 계획이다.도쿄=

    2024.02.25 18:27
  • "7년 만에 역전 당했다"…日에 또 자리 내준 삼성전자 '비상' [정영효의 일본산업 분석]

    한국 최대 기업 삼성전자의 실적과 주가가 잇따라 일본 대표 기업에 역전을 허용했다. 24년 만에 처음 소니그룹에 영업이익을 역전 당한데 이어 시가총액 경쟁에서 7년 만에 도요타자동차에 밀렸다.16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날 도쿄증시에서 도요타의 주가는 0.1% 내린 3382엔(약 3만48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삼성전자 주가는 전날보다 1.35% 내린 7만3000원에 마감했다.15일 종가 기준 도요타의 시가총액은 55조1772억엔(약 490조2274억원)으로 435조7941억원의 삼성전자를 54조원 앞섰다. 아시아 기업 시총 2위 자리도 내주게 됐다. 아시아 기업 시총 1위는 TSMC다. TSMC의 시가총액은 18조900억대만달러(약 768조원)다.삼성전자가 도요타에 시가총액을 역전 당한 것은 약 7년 반 만이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2011년 1월28일 처음 도요타를 앞섰다. 이 때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164조3000억원, 도요타는 11조6887억엔(당시 환율로 환산시 157조1900억원)이었다.그로부터 10년 뒤인 2021년 2월1일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도요타의 두 배를 넘었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은 495조4920억원이었고, 도요타의 시가총액은 23조8003억엔(약 253조9611억원)이었다.두 배가 넘던 시가총액이 뒤집어 지는데는 3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삼성전자의 주가가 지지부진하면서 시가총액이 60조엔 줄어드는 사이 도요타 시가총액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난 결과다.도요타의 시가총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매년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서다. 지난 6일 도요타는 2023년 순이익이 4조5000억엔으로 전년보다 84% 증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기존 전망치를 5500억엔 상향 조정했다.예상대로라면 도요타는 일본 단일 기업 최초로 순익 4조엔을 넘게 된다. 골드만삭스증

    2024.02.16 0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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