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숨이 새어 나올 것 같은 입술, 까끌까끌한 수염, 고된 하루를 보낸 퇴근길에 마주할 법한 공허한 눈빛…. 사람 같지만 사람일 수 없는 것들로 가득한 ‘불쾌한 골짜기’에 발을 내디딘 순간, 두려움이 엄습한다. 하나 같이 기괴한 사람의 형상은 어딘가 섬뜩하다. 거부감이 잦아들면 이내 동질감이 밀려온다. 가짜 인간에게서 익숙한 외로움과 불안이 느껴져서다. 이 생경한 공감은 마침내 감탄으로 바뀐다. “이렇게 사실적인 조각이라니.”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리고 있는 현대 조각가 론 뮤익(67)의 개인전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공간이다. 믿기 힘들 정도로 정교한 표현, 완벽하게 구현된 디테일이 돋보이는 극사실주의 인체 조각은 인간의 본질이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뮤익은 이렇게 말한다.“비록 표상을 만드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지만, 내가 포착하고 싶은 것은 삶의 깊이다.” 현대조각의 이단아, 아시아 첫 회고전호주 출신의 뮤익은 현대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조각가 중 한 명이다. 영화나 어린이용 TV 프로그램에 필요한 모형 소품을 제작하다가 199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미술계에 발을 들였다. 1996년 사망한 부친의 모습을 실제의 절반 크기로 구현한 ‘죽은 아빠’를 영국 런던 왕립미술원에 출품해 스타가 됐다. 이후 30년 가까이 유리섬유, 실리콘 등으로 제작한 극사실적 인체 조각만을 고수하는 그의 작업은 서구 현대미술사의 물줄기를 트는 중요한 전환점으로 평가된다.영국 테이트모던과 내셔널갤러리, 미국 휴스턴미술관, 프랑스 파리 카르티에 현대미술재단 등 뮤익의 작품은 그간 유수의 공간에서 관객과 만났다.
시간은 쉼 없이 흐른다. 흘러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지만, 가끔 붙잡는 방법은 있다. 추억하고 싶은 과거의 지점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예술이 존재하는 이유이기도 하다.화가에게 캔버스는 추억하는 공간이다. 방식은 제각각이다. 잊어서는 안 될 기억을 숫자나 기호 같은 상징으로 만들어 화면에 새겨넣을 수 있다. 추억이 담긴 물건을 매개체 삼아 강렬한 자극을 유지하는 방법도 있다.서울 화동 백아트에서 열리고 있는 두 여성 작가의 개인전은 각자의 방식으로 추억을 선보이는 전시다. 1층에서 진행 중인 김미경(61) 작가의 ‘Grain of Time’이 반복과 축적을 통해 기억을 층층이 쌓아 올렸다면, 2층에서 열리는 리스 크랄(88)의 전시는 추억이 담긴 재료로 시간을 감각화한다.김미경은 불안정했던 어린 시절을 종종 작품의 영감으로 삼는다. 미국 뉴욕에서 미술 공부를 하고 작업 활동을 하는 10여년 간 자신을 뒷바라지 한 어머니라는 존재는 삶을 지탱하는 기둥 중 하나였다.‘끝나지 않는 노래 I-24(Unfinisished song I-24)’는 어머니의 삶을 추억하는 작품이다. 자신을 포함한 세 명의 형제를 뜻하는 숫자 1, 2, 3과 인체를 구성하는 주요 원소인 탄소(C), 수소(H), 질소(N), 산소(O)를 끝없이 새겨 넣고, 상감기법으로 색을 입혀 마무리했다. 백아트 관계자는 “작가에게 작업은 시간의 흐름을 반영하면서도, 그 속에서 인간 존재의 흔적을 남기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네덜란드 출신으로 1980년대부터 미국에서 활발하게 활동해온 리스 크랄(88)은 모노크롬 회화로 국제 미술계에서 잘 알려진 작가다. 매트하거나 광택이 감도는 표면, 그 위에 드러난 능선은 공간과 빛, 관람자의 시선에 따라 조
1962년 서울 태평로 신문회관에서 회화 전시가 열렸다. 홍익대 서양화과 최우수 학생으로 뽑힌 석난희(86)의 첫 개인전. 이곳에 겨울바람을 뚫고 한 중년의 신사가 걸어들어왔다. 훤칠한 키의 사내는 방명록에 이름을 쓰는 대신 쓱쓱 드로잉 한 점을 그리고선 옆에 ‘蘭姬얼골(난희얼굴)’이라고 새겨 넣었다. 이 별난 행위의 주인공은 김환기(1913~1974). 제자의 데뷔전을 응원하는 스승의 마음을 특유의 장난기 어린 선물로 갈음한 것이다.3년여의 프랑스 파리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1959년부터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약 5년간 홍익대 미대 교수로 재직한 김환기는 제자 석난희를 각별히 챙겼다. 틈만 나면 “여기 있으면 이도 저도 안 되니, 빨리 파리로 가라”고 유학을 권할 정도였다. 석난희가 홍익대를 졸업한 뒤 에콜 데 보자르(파리국립고등예술학교)에 들어갈 수 있었던 것도 김환기의 추천장 덕이 컸다. 천재 화가, 한국에서 가장 비싼 작가, 추상미술의 거장 등으로 불리는 김환기는 젊은 제자의 캔버스에서 무얼 봤길래 이토록 아낀 걸까.서울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석난희: 그림 속의 자연’은 석난희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감상할 기회다. 60년에 걸친 화업을 아우른다는 점에서다.석난희 회화의 바탕은 추상이다.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인 스승의 영향만 받았다고 할 순 없다. 석난희가 한창 자신의 가능성을 시험하던 1950~1960년대 한국 화단은 한마디로 앵포르멜(추상 표현주의) 시대였다. 어지러운 사회와 정치적 불안 속에서 젊은 화가들은 감정을 있는 그대로 토해냈다.첫 개인전에서 선보인 작품 ‘누드’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구상회화
베를린국제영화제는 언제나 논쟁적 분위기가 감돈다. ‘3대 영화제’로 묶이는 프랑스 칸, 이탈리아 베니스 국제영화제와 비교해 정치성이 뚜렷해서다. 화려한 드레스보단 두툼한 코트가 잘 어울리는 날씨의 베를린이 과거 냉전을 상징하는 도시였기 때문일까. 민감한 정치적 소재를 다룬 영화들이 이곳에서 유독 두각을 드러낸다. 지난해 홍상수 감독의 ‘여행자의 필요’를 제치고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받은 마티 디오프 감독의 다큐멘터리 ‘다호메이’ 역시 ‘베를리날레(Berlinale·베를린영화제)’가 남긴 유산이다.“인디아나 존스의 시대는 끝났다”. 최근 수년간 서구의 화두 중 하나는 과거 약탈했던 식민지·약소국 문화유산의 반환이다. 18~20세기 제국주의와 함께 꽃피웠던 ‘모험가들의 시대’가 막을 내리고, 각지에서 긁어모은 보물로 문화적 풍요로움을 독식한 값을 치를 때가 됐다는 것. 영국은 이라크에 명목상 빌렸던 6000여 점의 문화유산을 돌려줬고, 미국은 2300년 전 고대 이집트 왕조의 ‘녹색관’을 반환했다.문화유산하면 빠질 수 없는 프랑스도 비슷한 행보를 보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2017년 아프리카 문화유산의 반환 의사를 표명했고, 4년 후 아프리카 서부의 베냉 공화국에 약 130년 전 약탈한 당시 다호메이 왕국의 유물 26점을 돌려줬다. 영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파리의 케 브랑리 국립박물관 수장고에서 조각상 등 다호메이의 주요 유물이 나와 베냉의 아보메이 박물관에 전시되는 과정을 그린다.러닝타임 68분짜리 다큐멘터리로, 영화적 재미를 추구하지는 않는다. 시선을 끄는 연출이 있다면
1962년 서울 태평로 신문회관에서 회화 전시가 열렸다. 홍익대 서양화과 최우수학생으로 뽑히며 마련된 석난희(86)의 첫 개인전. 이곳에 겨울바람을 뚫고 한 중년의 신사가 걸어들어왔다. 훤칠한 키의 사내는 방명록에 이름을 쓰는 대신 쓱쓱 드로잉 한 점을 그리고선, 옆에 ‘蘭姬얼골(난희얼굴)’이라 새겨 넣었다. 이 별난 행위는 거장 김환기(1913~1974)의 짓이었다. 촉망받는 학생에서 어엿한 화가로 발돋움하는 제자의 데뷔전을 응원하는 스승의 마음을 특유의 장난기 어린 선물로 갈음한 것이다.3년여의 프랑스 파리 생활을 마치고 귀국한 1959년부터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기 전까지, 약 5년간 홍익대 미대 교수로 재직한 김환기는 석난희를 제자 삼아 각별히 챙겼다. 틈만 나면 “여기 있으면 이도 저도 안 되니, 빨리 파리로 가라”며 유학을 권할 정도였다. 석난희가 졸업 후 에콜 데 보자르(파리국립고등예술학교)에 들어가 김윤신(90), 최욱경(1940~1985) 같은 한국 현대미술사에 획을 그은 여성 작가들과 교류하며 앞선 예술을 배울 수 있었던 것도 김환기의 추천장 덕이 컸다. 천재 화가, 한국에서 가장 비싼 작가, 추상미술의 거장 등으로 불리는 김환기는 젊은 제자의 캔버스에서 무얼 봤길래, 이토록 아꼈던 걸까.서울 신문로2가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석난희: 그림 속의 자연’은 석난희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를 감상할 수 있는 기회다. 60년에 걸친 화업을 아우른다는 점에서다. 김환기가 오래 전 눈여겨 봤던 석난희의 재능과 노력의 편린을 한꺼번에 펼쳐낸 전시인 셈. 전시장에 걸린 작품들이 20세기 한국 미술을 대표한 거장이 어렴풋하게 그렸을 촉망받는 젊은 화가가 만든
다음달 열리는 ‘제78회 칸국제영화제’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영화가 대거 초청됐다. 한국 영화는 12년 만에 한 편도 초청받지 못했다.칸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10일 프랑스 파리 UGC몽마르스극장에서 올해 영화제에서 선보일 60편의 초청작을 공개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역대 최다인 2909편의 장편영화 출품작이 접수됐다”며 “세계 영화인의 높은 관심과 참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경쟁 부문에는 19편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영화가 많이 초청받은 게 특징이다. 전쟁, 전염병, 기후위기, 자연재해 등 갈등과 위기가 일상화한 시대적 흐름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성 노동자, 이민자 등 사회적 약자를 조명해온 숀 베이커 감독의 ‘아노라’가 황금종려상을 받은 지난해와 비슷한 맥락이 이어지고 있다.우크라이나 감독인 세르게이 로즈니차의 ‘두 검사’가 단적인 예다. 이오시프 스탈린의 대숙청 시기 소련을 배경으로 한 영화다. 강력한 권력의 어두운 이면을 비판하는 메시지를 담은 타릭 살레의 ‘공화국의 독수리들’, 1970년대 군사독재 정권에서 탄압을 피해 도망치는 남성의 이야기를 담은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의 ‘첩보원’도 결이 비슷하다. 프랑스 감독인 합시아 헤지의 ‘마지막 소녀’는 종교적·성적 소수자인 여성이 저항하며 성장하는 이야기를 그렸다.1999년과 2005년에 ‘로제타’와 ‘더 차일드’로 칸 최고 영예인 황금종려상을 받은 장피에르·뤼크 다르덴 형제는 올해 젊은 엄마들의 쉼터를 배경
올해 프랑스 남부 항구도시 칸에는 격동의 바람이 세차게 불어닥칠 예정이다. 다음 달 열리는 ‘제78회 칸 국제영화제’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품은 영화들이 대거 초청됐다. 이 바람을 타고 칸 영화제 역사상 처음으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 영화 한 편이 상륙한다. 반면 12년 만에 ‘초청작 제로(0)’ 성적표를 받아든 한국 영화는 먼발치에서 축제를 지켜보게 됐다.칸 영화제 집행위원회는 지난 10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UGC몽마르스 극장에서 경쟁부문과 ‘주목할 만한 시선’을 비롯한 비경쟁 부문 등 올해 영화제에서 선보일 총 60편의 초청작을 공개했다. 티에리 프레모 칸 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올해는 역대 최다인 2909편의 장편영화 출품작이 접수됐다”며 “전 세계 영화인들의 높은 관심과 참여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했다.돌아온 거장 vs 1980년대생 신예의 대결올해 경쟁부문에는 총 19편의 작품이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장피에르·뤽 다르덴 형제의 ‘젊은 어머니들’, 쥘리아 뒤쿠르노 ‘알파’, 하야카와 지에 ‘르누아르’, 웨스 앤더슨 ‘페니키안 스킴’, 아리 애스터 ‘에딩턴’, 올리버 허머너스 ‘소리의 역사’, 합시아 헤지 ‘마지막 소녀’, 올리버 라세 ‘시랏’, 리처드 링클레이터 ‘누벨바그’, 세르게이 로즈니차 ‘두 검사’, 마리오 마르토네 ‘탈출’,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첩보원’, 자파르 파니히 ‘우연한 사고’, 켈리 라이카트 ‘배후자’, 도미니크 몰 ‘137번 파일’, 마샤 슐린스키 ‘낙
대중음악도 클래식처럼 예술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까. 밥 딜런(84·사진)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이다. 노랫말을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올린 그는 21세기 대중음악인들에게 가장 큰 영감을 준 뮤지션으로 꼽힌다.미국 미네소타주에서 태어난 딜런은 열 살 무렵 기타와 레코드플레이어를 보고 음악에 눈을 떴다.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시를 짓는 재주까지 있던 그는 스무 살이 되던 해 기타 케이스 하나만 들고 뉴욕으로 이주해 음악 활동을 하며 이름을 알렸다. 전통적인 멜로디에 현대적 가사를 붙인 노래로 포크계 스타가 됐다.이후 그는 다양한 음악을 받아들였다. 대중음악사에서 가장 위대한 곡 중 하나로 꼽히는 ‘라이크 어 롤링스톤(Like a rolling stone)’은 포크록이란 장르의 시초로 여겨진다.‘미국 음악의 틀 안에서 새로운 시적 표현을 창조했다’며 대중가수 최초로 2016년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딜런의 경력 초기인 1960년대 모습을 다뤄 관심을 끌고 있다.유승목 기자
“세상은 목격자가 필요합니다 (THE WORLD DESERVES WITNESSES)”. 독일 카메라 브랜드 라이카는 2021년부터 이런 이름을 앞세운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사진이 단순한 이미지 생산의 도구가 아닌, 시대와 삶을 증언하는 시각적 기록이자 예술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한 것이다. 사람 간의 교류가 줄어든 코로나19 팬데믹을 거치는 동안 사진이 소통의 도구가 됐기 때문이다. 연출이나 보정 없이 실제로 촬영된 이미지를 통해 사진 본연의 진정성과 사진가의 시선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데 중점을 둔다.라이카가 캠페인의 일환으로 지난 10일 새롭게 공개한 사진 4점은 조금 더 특별하다. 라이카 출시 100주년을 기념해 특별히 선정했단 점에서다. 조엘 메이어로위츠(87), 제프 머멜스타인(68), 맥 스튜어트(51), 오스카 바르낙(1879~1936)등 사진을 현대미술의 한 장르로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 4명의 사진작가와 기계공학자들이 찍은 작품들이다.가장 눈길이 가는 작품은 최초의 35㎜ 카메라인 우르-라이카(Ur-Leica)를 발명해 소형 카메라의 개척자로 불리는 오스카 바르낙의 ‘라디오 아마추어’다. 1925년 초기 라이카 카메라로 바르낙이 직접 촬영한 이 사진은 “세상의 소식에는 목격자가 필요합니다”라는 메시지와 함께 소개됐다. 당시만 해도 신매체였던 라디오에 대한 개인적인 관심을 배경으로, 이미지 구성에 담긴 유머와 급격한 기술 변화의 시대를 기록하려 했던 관찰자의 시선이 담겼다.조엘 메이어로위츠는 현대 사진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작가로, 특히 컬러 사진의 예술적 위상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의 ‘파리 1976’은 도시 일상의 찰나를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거
“네가 시집가면 꼭 그림 한 점 선물로 줄게.”60년쯤 된 얘기다. 화가 박수근(1914~1965)은 서울 소공동 반도화랑에 들를 때면 이곳에서 일하던 딸뻘의 직원 ‘미스 박’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그림값 받아 술 한잔 걸치러 가기 전에 던지는, 그런 기약 없는 공치사라기엔 퍽 다정하면서 믿음직한 한마디였다. 결혼생활의 안녕을 바라는 의미겠지만 언젠가 화상(畵商)으로 기반을 다질 밑천을 마련해주겠다는 선물 같았다.박수근이 세상을 뜬 이듬해, 약속대로 화랑 아가씨는 결혼식장에서 굴비 두 마리가 그려진 회화 한 점을 품에 안았다. 박수근의 부인 김복순 여사가 보따리에서 꺼낸 1962년 작 ‘굴비’였다. 그 시절 가난했던 밥상에 그림으로나마 귀한 생선 맛을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을 유화는 소박하면서도 생생한 필치가 돋보이는 박수근다운 그림이었다. 몇 년 뒤 자신의 화랑을 꾸려 ‘박 사장’이 된 이 화랑 아가씨의 이름은 박명자(82). 훗날 한국 화랑계의 대모로 이름을 날린 1세대 갤러리스트다.한국 1호 상업화랑박명자 갤러리현대 회장은 1970년 4월 서울 인사동 2층짜리 건물에 ‘국내 1호 상업화랑’인 현대화랑 간판을 걸었다. 그림을 사고판다는 개념조차 생소하던 당시 작가와 컬렉터 사이에서 미술품을 중개하겠다는 현대적 의미의 화랑을 보는 시선은 곱지 않았다. 서른도 안 된 젊은 여성이 운영한다는, 게다가 동양화도 아닌 서양화를 취급한다는 소식은 당시로선 썩 탐탁지 않은 일이었다.가보지 않을 길을 걷게 된 데엔 화가들의 도움이 컸다. 여류화가인 우향 박래현(1920~1976)이 화랑을 열라고 격려했다. “해외에선 여성 갤러리스트들이 미술계를
인사동에서 시작한 현대화랑이 ‘삼청동 미술 클러스터’의 시작점인 지금의 사간동으로 공간을 옮겨간 게 1975년. 한국 미술의 국제화 흐름에 맞춰 ‘갤러리현대’로 이름을 바꾸고(1987년) 보다 현대적인 전시를 위해 신관을 설립(2002년)하기까지 현대화랑을 거쳐 간 작가들은 하늘의 별처럼 많다.지금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55주년: 한국 현대미술의 서사’는 한국 미술이 흘러온 시간을 한 번에 짚어볼 수 있는 반가운 전시다. 본관은 이중섭과 박수근·도상봉·임직순 등 한국 1세대 모더니스트를 주축으로 사실주의 양식의 구상회화 작가, 반추상 양식의 김환기·장욱진·이대원 등 ‘현대적 구상 회화’ 작가 24명의 작품 50여 점으로 라인업을 꾸렸다. 창업주인 박명자 회장이 아낀 작품들로 반세기 동안 쌓아온 수장고가 열린 것이다. 특별히 눈여겨보면 좋을 작품과 그 뒤에 숨은 이야기들을 정리했다.라일락: 한국적 정물화도상봉은 현대화랑이 문을 연 1970년부터 1975년까지 총 다섯 번의 개인전을 열었다. 이중섭, 김환기 등과 함께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 유학을 통해 한국에 서양화를 들여온 1세대 서양화가다. 그는 고적하고 우아한 한국의 정서를 사실주의 회화로 확립했다. 특히 다소곳한 정물화가 유명한데, 전시에 나온 ‘라일락’은 이런 도상봉의 미학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함께 걸린 풍경화는 타임머신을 타고 온 듯 현대적인 분위기를 풍기는 의외의 면모가 인상 깊다.못: 선명한 색채의 세계홍익대 미대 학장과 총장, 대한민국 예술원 회원을 지낸 이대원은 박명자 회장과 인연이 깊다. 박 회장이 미술에 눈을 뜬 장소인 반도
미술에도 시대정신이 있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독창적 세계관을 제시한 작가가 위대한 예술가로 이름을 남기는 것처럼, 세월이 흘러도 명문 취급을 받는 화랑의 조건도 비슷하다. 한발 앞서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고,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경향을 받아들이는 화랑만이 작가와 컬렉터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다.해방 후 한국미술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 유학을 다녀온 1세대 모더니스트들이 서양 미술을 소개하고, 세계 미술계와의 간극을 줄이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시간이 흘러 세기 전환기를 앞둔 1990년대 들어선 세계 미술을 선도하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미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 과제에 도전한 건 당대 서양 첨단 작업에 영향을 받은 실험·개념 미술가들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지니고 세계를 누빈 ‘코리안 디아스포라’ 작가들이다.갤러리현대의 2막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한국 미술시장의 산파 역할을 한 박명자 회장이 2006년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전부터 경영에 관여해온 둘째 아들 도형태 갤러리현대 부회장(56)이 전면에 등장하며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백남준과 교분을 나눈 도 부회장은 ‘한국 실험미술 다시 보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다음달 22일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개막하는 55주년 특별전의 2부 전시가 도 부회장의 취향이 담긴 실험미술, 디아스포라 작품으로 채워진 이유다. 전시는 작가 12명의 작품 180여 점을 선보인다.곽덕준: 디아스포라 실험신관 지하에 걸린 곽인식(1919~1988)과 곽덕준(88)의 작품이 관람의 시작을 알린다. 두 작가는 한국 실험미술 선구자인 동시에 일본에서 작업
50년을 넘긴 갤러리들은 단순히 상업 공간을 넘어 동시대 미술의 흐름과 궤를 같이한 역사적 공간, 혹은 ‘작가들의 두 번째 작업실’로 평가받는다. 한국은 물론 국제 미술시장을 주름잡는 미국, 유럽 등에서도 오랜 역사를 이어온 갤러리는 손에 꼽는다. 마르크 샤갈 등 프랑스 파리 예술가들의 중심지 역할을 했던 매그 갤러리(1945년 설립), 전후 일본 현대미술과 아시아 미술의 허브 역할을 한 도쿄화랑(1950년 설립) 정도가 대표적이다.잘나가는 화랑은 많지만, 오래가는 화랑은 많지 않은 이유가 뭘까. 대개 창업주가 작고하면 화랑이 지켜온 철학이 이어지지 않거나 세대교체에 실패하는 경우가 많아서다. 창업주의 인맥에만 의존하다가 미술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는 게 결정적인 실수다. 미국 뉴욕 소호와 첼시 갤러리 시대를 연 전설적 갤러리스트 폴라 쿠퍼가 최근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자 해외 미술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다.이런 점에서 갤러리현대의 세대교체 연착륙은 미술계 안팎에서 흥미로운 주제다. ‘가장 최신의’라는 뜻을 담은 화랑의 이름을 정체성으로 삼으면서도 확연히 다른 취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사뭇 다른 모자의 예술 취향은 입맛에서도 드러난다. 갤러리현대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두가헌’을 운영 중이다. 청전 이상범의 수묵화 등이 걸린 이곳은 한국 컬렉터 입맛을 고려한 게 특징으로, 박명자 회장의 색깔이 강하다. 반면 도형태 부회장이 지난해 잠시 운영한 서울 청담동의 ‘에밀리오’는 보다 과감하다. 라이언 갠더의 설치 등 현대미술 작품이 걸렸던 이곳은 이탈리아 시칠리아 현지의 입맛을 강하게 밀고 나갔다. 한
도형태의 실험, 그리고 디아스포라미술에도 시대정신이 있다. 장강의 앞 물결을 뒷물결이 밀어내는 것처럼 늘 새로운 사조와 담론, 미학이 탄생하는 건 당연한 이치다.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독창적인 세계관을 제시해낸 작가가 위대한 예술가로 이름을 남기는 것처럼, 세월이 흘러도 명문 취급을 받는 화랑의 조건도 비슷하다. 한발 앞서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고,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새로운 경향을 받아들이는 화랑만이 작가와 컬렉터의 선택을 받기 마련이다.해방 후 한국미술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 일본 유학을 다녀온 1세대 모더니스트들이 서양미술을 소개하고, 세계 미술계와의 간극을 줄이는 것을 과제로 삼았다. 시간이 흘러 세기 전환기를 앞둔 1990년대 들어선 세계 미술을 선도하는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미술의 필요성이 대두됐다. 이 과제에 도전한 건 해방 후 태어난 베이비부머 세대를 중심으로 당대 서양 첨단 작업에 영향을 받은 실험·개념 미술가들과 한국인의 정체성을 갖고 세계를 누볐던 ‘코리안 디아스포라’ 작가들이다.갤러리현대의 2막도 이 지점에서 출발한다. 한국 미술시장의 산파 역할을 한 박명자 회장이 2006년 일선에서 물러나고, 이전부터 경영에 관여해 온 둘째 아들 도형태(56) 갤러리현대 부회장이 전면에 등장하며 세대교체에 시동을 걸었다. 미국 뉴욕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비디오아트의 선구자 백남준과 교분을 나눴던 도 부회장은 ‘한국 실험미술 다시 보기 프로젝트’를 추진해왔다. 다음 달 22일 갤러리현대 신관에서 개막하는 55주년 특별전의 2부 전시가 도 부회장의 취향이 담긴 실험미술, 디아스포라 작품으로 채워진 이
“네가 시집가면 꼭 그림 한 점 선물로 줄게.”60년쯤 된 얘기다. 화가 박수근(1914~1965)은 서울 소공동 반도화랑에 들를 때면 이곳에서 일하던 딸뻘의 직원 ‘미스 박’에게 이런 말을 건넸다. 그림값 받아 술 한잔 걸치러 가기 전에 던지는, 그런 기약 없는 공치사라기엔 퍽 다정하면서 믿음직한 한마디였다. 결혼생활의 안녕을 바라는 의미겠지만 언젠가 화상(畵商)으로 기반을 다질 밑천을 마련해주겠다는 선물 같았다.박수근이 세상을 뜬 이듬해, 약속대로 화랑 아가씨는 결혼식장에서 굴비 두 마리가 그려진 회화 한 점을 품에 안았다. 박수근의 부인 김복순 여사가 보따리에서 꺼낸 1962년 작 ‘굴비’였다. 그 시절 가난했던 밥상에 그림으로나마 귀한 생선 맛을 보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렸을 유화는 소박하면서도 생생한 필치가 돋보이는 박수근다운 그림이었다. 몇 년 뒤 자신의 화랑을 꾸려 ‘박 사장’이 된 이 화랑 아가씨의 이름은 박명자(82). 훗날 한국 화랑계의 대모로 이름을 날린 1세대 갤러리스트다.한국 1호 상업화랑1970년 4월 박 회장은 서울 인사동 2층짜리 건물에 ‘국내 1호&nb
“균형 잡힌 신문 콘텐츠로 세상을 바로 보고 숙의할 기회를 가지려는 독자들이 민주주의의 희망이자 신문 기업의 존재 이유입니다.”한국신문협회와 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 한국기자협회가 공동 주최한 ‘제69회 신문의 날 기념대회’가 7일 서울 태평로1가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언론인들은 이 자리에서 정치 갈등과 사회 분열을 해소하는 정통 언론의 역할과 책임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신문의 날은 한국 최초의 민간 신문인 독립신문 창간일을 기념해 1957년 제정됐다.이날 기념대회에서는 회원사 발행인과 임직원, 가족 등 2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신문상 시상, 신문의 날 표어 및 홍보 캐릭터 공모전 시상, 신문협회상 시상 등이 이뤄졌다. 신문협회상은 민귀동 한국경제신문 업무지원국 채권관리부 차장 등 54명이 받았다.임채청 한국신문협회장은 대회사를 통해 거대 플랫폼 알고리즘과 소셜미디어로 극단적 편 가르기 등 정치 분열이 심화하고 있다며 “희망적인 것은 소셜미디어의 폐해를 경계하고 신문의 가치에 주목하는 새로운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이날 기념대회를 마친 뒤 우원식 국회의장,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박찬대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등 각계 인사 300여 명이 참석한 축하연이 열렸다.유승목 기자
“요즘 볼만한 영화 찾기가 어렵다”는 영화 애호가의 흥미를 끌 영화들이 온다. 봄을 맞아 서울과 부산에서 그간 만나지 못한 프랑스 영화들이 상영된다.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아트나인, 영화의전당 공동 주최로 지난 4일 개막한 ‘2025 프랑스영화주간’이 오는 13일까지 이어진다. 국내 미개봉 최신 프랑스 영화 10편을 선보이는 자리다.상영작은 극영화 7편, 다큐멘터리 2편, 애니메이션 1편으로 구성됐다. 로맨스, 미스터리, 드라마, 코미디 등 장르도 다양하다.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상영된다. 주최 측은 “작품 상영과 함께 상영작 모두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영화를 더욱 깊이 만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베를린·베니스국제영화제는 물론 지난해 부산·전주국제영화제가 점찍은 수준 높은 작품들이 상영 시간표를 채웠다. 눈에 띄는 작품은 마티 디오프 감독의 ‘다호메이’다. 한국 예술영화를 대표하는 홍상수 감독이 프랑스 대표 배우 이자벨 위페르와 호흡을 맞춘 ‘여행자의 필요’를 누르고 지난해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최고 영예인 황금곰상을 받은 작품이다. 프랑스가 약탈한 유물을 아프리카 본국 베냉으로 반환하는 과정을 다룬 다큐멘터리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는 시적인 시선의 연출이 호평받았다.지난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남우주연상을 받은 작품 ‘콰이어트 선’도 눈길을 끈다. 델핀 쿨랭, 뮈리엘 쿨랭 자매가 연출한 영화로 홀로 두 아들을 키우는 철도 노동자 가족 앞에 닥친 비극을 시사적으로 풀어냈다. 지난해
오픈AI의 생성형 인공지능(AI) 챗GPT 가입자가 5억 명을 넘어섰다. 일본 애니메이션 제작사 지브리스튜디오(이하 지브리) 특유의 스타일을 고스란히 따온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기능이 인기를 끈 영향이다. 어릴 적 봤던 센과 치히로가 사는 세상에 함께 존재하는 듯한 그림을 남길 수 있다는 기대감에 너도나도 챗GPT에 접속해 “지브리 스타일로 그려 달라”는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하고 있다.고작 몇 분 만에 챗GPT가 뚝딱 만들어낸 이미지를 저장하고 스마트폰 배경 화면으로 설정하는 과정에서 몇 가지 물음표가 따라붙는다. ‘지브리 스튜디오가 허락한 그림인가’, ‘저작권 문제는 없을까’ 등이다. 그림이라는 매체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도 떠오른다. “AI가 ‘특정 스타일을 모방’해 그린 그림을 과연 예술로 볼 수 있을까.”‘작가의 명함’ 스타일시각예술에서 ‘스타일’은 중요한 요소다. “~풍(風)의”로 쓸 수 있는 스타일은 그림과 작가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등 부드러운 터치감과 따뜻한 분위기의 작화가 돋보이는 지브리 작품을 보고 작가인 미야자키 하야오를 떠올리거나, 만화 ‘드래곤볼’에 나오는 근육질의 손오공에게서 작가인 토리야마 아키라를 투영하는 식이다. 미국의 인기 애니메이션 ‘심슨 가족’의 노란 피부색을 보는 순간 ‘익살스럽다’는 단어가 연상되는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순수미술에선 스타일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별처럼 많은 예술가 중 시공간을 초월해 미술사에 기록된 작가들은 하나 같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했다
예술영화에 푹 빠진 ‘씨네필(Cinephile·영화 애호가)’에게 프랑스 영화는 보물창고와 같다. 미국 할리우드가 자본으로 무장한 블록버스터 상업영화로 산업을 이끈다면, 프랑스는 독특한 취향과 남다른 철학적 깊이를 품은 영화들이 태어나는 예술영화의 요람이다. 영화관을 찾는 발길이 줄었다지만, 역설적으로 예술영화 상영관은 붐비는 요즘 극장가에서 프랑스 영화가 주목받는 이유다. 트란 안 훙 감독의 ‘프렌치 수프’가 지난해 보여준 흥행은 높아진 프랑스 영화의 수요를 보여주는 단적인 장면이다.“요즘 볼만한 영화 찾기가 어렵다”는 영화 애호가들의 흥미를 끌 영화들이 온다. 봄을 맞아 서울과 부산에서 그간 만나지 못했던 프랑스 영화들이 상영된다. 주한 프랑스대사관과 아트나인, 영화의전당 공동 주최로 오는 4일부터 13일까지 ‘2025 프랑스영화주간’이 진행된다. 국내 미개봉 최신 프랑스 영화 10편을 선보이는 자리다.상영작은 극영화 7편, 다큐멘터리 2편, 애니메이션 1편으로 구성됐다. 로맨스, 미스터리, 드라마, 코미디 등 장르도 다양하다.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과 부산 우동 영화의전당에서 각각 상영된다. 주최 측은 “작품 상영과 함께 상영작 모두 ‘관객과의 대화(GV)’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라며 “영화를 보다 깊이 만나고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칸부터 부산까지…영화제가 PICK한 수작들3대 영화제로 꼽히는 칸·베를린·베니스 국제영화제는 물론 지난해 부산·전주국제영화제가 점찍은 수준 높은 작품들이 상영 시간표를 채웠다. 눈에 띄는 작품은 마티 디옵 감독의 ‘다호메이’
래리 피트먼(73)은 미국 회화에서 보기 어려운 특유의 밀도 높은 스타일로 남다른 시각적 미학을 개척한 작가다. 세계적인 갤러리 리만머핀은 2021년 서울 한남동에 전시장을 열 때 피트먼의 작품을 제일 먼저 걸었다. 복잡한 기호와 상징적 어휘, 혼돈 속 질서가 보이는 정교한 테크닉, 색채와 텍스트, 이미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그의 독창적인 회화를 설명하는 특징이다.전남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피트먼의 개인전 ‘거울&은유(Mirror&Metaphor)’는 미술 애호가들의 남도행을 재촉할 만한 전시다. 동시대 회화의 한 갈래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기회란 점에서다. 국내 미술관에서 피트먼의 개인전이 개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피트먼의 회화는 미국 화단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장식미가 두드러진다. 그의 정체성의 기반이 ‘혼종 문화’이기 때문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콜롬비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을 콜롬비아에서 보냈고, 1980년대 이후엔 멕시코시티에 자주 머물며 멕시코의 전통 미학에서 영감을 얻었다. 커다란 보석을 소재로 삼은 ‘디오라마’ 연작이나 패턴이 두드러지는 ‘후기 서구 제국의 진기한 물건들’이 대표적이다.전시장에서 만난 피트먼은 “앵글로·색슨 문화권에선 장식 요소가 작품의 내용을 방해한다고 보는 경향이 있지만, 라틴아메리카 문화에선 장식 요소가 있는 그대로 내용이 되고 또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며 “나는 미국과 라틴아메리카 문화의 하이브리드(혼종)적인 존재로 태어났기 때문에 개념과 장식미를 동시에 보여주는 게 가능하다”고 말했다.그의 예술을 설명하는 또 다른 중요
한국 바둑의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의 사제 간 맞대결을 그린 영화 ‘승부’가 연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2020년 촬영을 시작해 개봉까지 무려 5년이 걸린 ‘창고 영화’의 반란이다. 하지만 영화판 와신상담의 미담으로 내세우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마약 파문을 일으킨 배우 유아인(사진)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이 논란이 흥행 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1일 영화계에 따르면 ‘승부’는 개봉 당일 관객 9만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이후 전날까지 6일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은 전날 기준으로 76만9246명. 손익분기점(약 180만 명)을 넘기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미키 17’의 흥행 둔화세가 뚜렷한 데다 별다른 경쟁작도 없는 만큼 당분간 순항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몰아치는 싸움 바둑으로 ‘전신(戰神)’이라 불린 조훈현과 이와 반대되는 과묵한 기풍의 바둑으로 ‘돌부처(石佛)’라 불린 이창호의 청출어람 서사가 관객의 흥미를 자극했다.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는 영화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밀리며 수많은 창고 영화 중 하나로 전락했고, 이후 넷플릭스가 배급권을 가져갔지만 공개되지 못했다. 유아인이 마약 투약 혐의로 수사·재판을 받게 되면서다. 한때 범죄를 저지르거나 논란이 된 연예인의 복귀 통로라는 지적을 받은 넷플릭스마저 리스크 감당이 버거웠는지 “오랜 논의 끝에 국내 극장 개봉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스트리밍을 포기했다.승부는 바이포엠스튜디오의 배급으로 극장에 걸렸다. 광고대행사로 시작해 2022년 투자배급 사업에 진출한 바이포엠
한국 바둑의 전설 조훈현과 이창호 사제 간 맞대결을 그린 영화 ‘승부’가 연일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키고 있다. 2020년 촬영을 시작해 개봉까지 무려 5년이나 걸린 ‘창고 영화’의 반란이다.하지만 영화판 와신상담의 미담이라 내세우기엔 석연치 않은 구석도 있다. 마약 파문을 일으킨 배우 유아인이 주연으로 등장하고, 이 논란이 흥행요소로 작용한다는 점에서다. 법적 매듭도 짓지 않은 배우의 초고속 스크린 복귀라는 승부수를 둔 배급사의 결정은 위기의 한국 영화에 활력소가 될 묘수일까, 아니면 초읽기에 몰려 국민 정서를 읽지 못한 채 둬버린 악수에 불과할까.넷플릭스마저 포기한 영화1일 영화계에 따르면 ‘승부’는 개봉 당일 9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이후 전날까지 6일째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다. 누적 관객 수는 전날 기준으로 76만9246명. 손익분기점(약 180만)을 넘기긴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오지만, ‘미키 17’의 흥행 둔화세가 뚜렷한 데다 별다른 경쟁작도 없는 만큼 당분간 순항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몰입도 높은 스토리가 흥행요인으로 꼽힌다. 몰아치는 싸움 바둑으로 ‘전신(戰神)’이라 불린 조훈현과 이와 반대되는 과묵한 기풍의 바둑으로 ‘돌부처(石佛)’라 불린 이창호의 청출어람 서사가 관객의 흥미를 자극했다. 복잡한 바둑 규칙을 몰라도 볼 수 있을 만큼 인물의 감정에 몰입하는 드라마적 연출과 함께 스승과 제자를 연기한 이병헌, 유아인의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적지 않다.한국 관객의 입맛에 맞는 영화지만, 우여곡절이 많았다. 코로나19 여파로 개봉이 밀리며 수많은 창고영화 중 하나로 전락했고, 이
유명 화가가 그린 작품이 모두 비싼 것은 아니다. 어떤 그림엔 ‘잃어버린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수집가의 창고 구석에 오랜 세월 먼지로 뒤덮여 있거나, 몇 차례 손바뀜 과정에서 분실될 경우 작품은 미술사에서 지워진다. 물론 작품 본연의 가치까지 잃는 건 아니다. 수집가들이 유명 갤러리나 메이저 경매뿐 아니라 지역 소규모 경매장부터 벼룩시장, 골동품 상점까지 찾는 이유다. 헐값에 나온 작품이 알고 보니 오래전 자취를 감췄거나, 혹은 한 번도 발견된 적 없던 ‘잭폿’인 경우가 종종 있어서다.최근 미국 필라델피아의 한 시골 동네에서 이런 잭폿이 터졌다. 30일 아트뉴스 등 해외 미술전문매체에 따르면 지난 1월 필라델피아 몽고메리 카운티에서 열린 작은 경매에서 프랑스 유명 화가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1841~1919)의 작품으로 추정되는 회화 한 점이 낙찰됐다. 가로 44.5㎝, 세로 41.9㎝ 크기의 목탄화인 이 그림의 낙찰자는 지역에서 골동품점을 운영하는 하이디 마코우. 그가 내건 입찰가는 단돈 12달러(약 1만8000원)에 불과했다.“어딘가 특별해”…‘안목감정’ 통했다미술품 감정은 소유 이력이나 거래자료, 재료 분석 등 객관적인 데이터를 중심으로 이뤄지지만, 이보다 앞서 판단 근거로 쓰이는 게 안목 감정이다. 오랜 경력을 지닌 화상(畵商)이나 비평가 등 전문 감정가의 연륜과 경험, 직관을 따르는 감정이다. 특히 한 작가나 특정 사조만 다룬 감정가의 경우 작품 속에서 작가의 사소한 습관부터 특유의 스타일을 알아채며 진품을 가리거나 가격을 매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마코우 역시 직관을 따랐다. 골동품상을 운영하며 다양한 작품들을 다뤄
지금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는 5년간의 긴 겨울잠을 앞두고 한 여성 화가를 조명하고 있다. 화가들의 누드 모델로 시작해, 서양 미술사에서 처음으로 금기를 깨고 남성의 나체를 그린 첫 여성 화가 수잔 발라동이다. 언제나 자신의 열정을 다했던 수잔 발라동의 화업을 돌아본다.“그 위대한 프랑스의 화가는 살아생전부터 이미 유명하고 전설적인 존재였다”. 1948년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 회고전에서 문인이자 비평가 장 카수는 이렇게 말했다. 퐁피두센터의 초대 관장으로 수많은 예술가와 교류하며 마르크 샤갈, 콩스탕탱 브란쿠시, 앙리 마티스 등 당대 최고 화가들의 작품을 손수 들여온 카수가 찬사를 보낸 화가의 이름은 수잔 발라동. 이 여성 화가의 이름은 어떻게 예술의 메카 파리에서 전설로 남게 된 걸까.휴관 앞둔 퐁피두의 PICK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는 많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주목받거나, 뒤늦게 재능이 만개하거나. 하지만 모두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기억되는 건 아니다. 특히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 이래로 하늘의 별처럼 많은 화가가 명멸했던 파리는 그림 좀 잘 그린다고 아무나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적어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낸 사람만이 진짜 예술가로 인정받아 오랜 세월 회자될 수 있었다.수잔 발라동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화가였다. 화가들의 누드 모델로 시작해 자신이 이젤 앞에 앉아 금기를 깨고 남성의 나체를 그린 첫 여성 화가이자, 별다른 전문 교육을 받지 않고 어깨너머로 배운 터치와 드로잉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예술가란 점에서다. 수많은
파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별빛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즐기는 예술은 어떤 맛일까. 유럽 현대미술의 심장인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선 밤 풍경처럼 짙은 푸른색의 예술을 선보인 화가들을 만나보자. 오는 9월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앞둔 퐁피두의 걸작들을 마주할 기회는 지금 아니면 5년간 없다.극장가에 다시 걸린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는 할리우드 각본가의 일을 그만두고 파리를 찾은 소설가 지망생이 100여년 전 예술가들과 마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밤새 펼치는 예술가들과의 만남과 로맨스는 언제나 그럴싸하다. 파리가 단순히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하는 각별한 도시라서만은 아니다. 파리라는 도시에선 유럽의 가장 아름다웠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의 잔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더 알맞다. 낮에 분주히 시내를 오가던 파리지앵과 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춘, 짙은 푸름이 깔린 밤의 적막한 파리 센 강변을 걸으면 왠지 압생트를 들고 있는 반 고흐를 만날 것만 같다. 비가 내려 돌바닥은 물기를 머금고. 아직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바람이 부는 3월의 파리에선 이런 정취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영화에서도 “Actually, Paris is most beautiful in the rain(파리는 빗속에서 가장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결코 실현할 수 없는 시간여행을 담은 영화다. 그렇다고 한 세기 전 예술가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눈 영화 속 주인공 길 펜더(오언 윌슨)까지 마냥 허구로 치부할 순 없다. 늦은 밤 파리 보부르 지역에 있는 파격적인 생김새의 거대
기타 하나 매고 뉴욕을 헤매는 촌뜨기 싱어송라이터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일한 가수가 되기까지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 밥 딜런의 젊은 날을 보여준 티모테 샬라메의 연기는 인상 깊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에서 주목할 장면들을 꼽았다.‘아름다운 강산’은 희망차고 속이 뻥 뚫리는 노래로 인식된다. 원래 이 노래는 록의 대부 신중현이 1972년 그룹사운드 ‘신중현과 더 맨’을 통해 처음 발표했다. 러닝타임만 10분에 달하는 오리지널 곡은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관통하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시대에 대한 희망찬가를 짓는 대신 젊은 기타리스트의 반항기로 사운드를 채우자 일상적인 노랫말은 비로소 낭만적인 시가 된다.이보다 10여년 앞선 시절의 미국 뉴욕도 엄혹했다. 경제적으론 풍요롭지만, 사회 밑바닥엔 냉전, 핵전쟁, 인종차별 등 잃어버린 자유를 향한 그리움과 실존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던 시대였다. 그리고 이 한 가운데 대중음악사에 가장 중요한 낭만주의 음유시인이 등장한다. 포크부터 컨트리, 로큰롤, 블루스까지 당대 사람들이 즐기던 모든 장르에 걸쳐 ‘시대의 목소리’라 불린 밥 딜런이다. 그가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간 1961년부터 4년간의 초기 커리어를 조명한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이렇게 시작한다.SCENE#1. 허클베리 핀 모자를 쓴 촌뜨기화려한 자수 셔츠에 시선을 끄는 볼로 타이, 무심한 듯 걸친 가죽 재킷까지. 쌀쌀한 날씨로 어깨를 움츠린 포즈까지 세련됐다던 밥 딜런의 패션에도 흑역사는 있다. 미국 포크송의 전설 우디 거스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뉴욕에 온 그는 택시 기사에게 충분한 팁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중요한 예술적 분기점은 1897년이다. 주류 아카데미즘 미술과 결별하고 “각 시대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엔 자유를!”이라는 구호와 함께 ‘빈 분리파’라는 새로운 미학을 추구했기 때문이다.이 시기 클림트 화풍의 변화를 보여주는 첫 작품으로는 ‘소냐 닙스의 초상’(1898)이 꼽힌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클림트의 작품 한 점이 최근 세상에 나와 미술계를 뒤흔들고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린 ‘테파프’(TEFAF·유럽미술박람회) 아트페어에서 공개된 초상화다. ‘윌리엄 니 노르테이 도우오나 왕자의 초상’(이하 왕자의 초상·사진)이란 제목의 그림으로, 1897년 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초상화로 수많은 걸작을 남긴 클림트가 가장 이른 시기에 완성한 작품인 것이다.25일 아트뉴스 등 해외 미술전문 매체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닷새간 열린 테파프 아트페어에 클림트의 초상화 작품인 왕자의 초상이 출품됐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갤러리인 비너로이터&콜바허 갤러리(W&K)가 출품한 이 작품은 무려 1500만유로(약 240억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판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60㎝ 높이의 다소 작은 작품 크기에 오염, 훼손이 상당한데도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가치가 남다르다는 평가에서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미술관이 클림트의 명작 ‘키스’에 영구반출 금지 딱지를 붙이는 등 19~20세기 최고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클림트의 그림은 부르는 게 값이다. 클림트의 마지막 초상화로 알려진 ‘부채를 든 여인’이 2023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8330만파운드(당시 약 1413억원)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사업자 소유 제한 위반을 이유로 마금과 삼라를 관계기관에 고발 조치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미디어 환경 변화와 국가 경제 성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25일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방통위가 시대착오적 원칙으로 행정처분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법령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방통위는 지난 19일 대구문화방송(MBC)의 지분 32.5%를 보유한 마금, 울산방송 지분을 30% 소유한 삼라를 관계기관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현행 방송법상 자산총액 10조원이 넘는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을 10%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협회는 “지분 소유 제한은 지상파 매체가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에 도입된 제도”라며 “지상파 방송 소유를 제한하는 자산총액 기준은 2002년 3조원 이상, 2008년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 뒤 17년째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협회는 “다른 미디어 사업자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낡은 규제는 지금 당장 철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유승목 기자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중요한 예술적 분기점은 1897년이다. 주류 아카데미즘 미술과 결별하고 “각 시대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엔 자유를!”이라는 구호와 함께 ‘빈 분리파’라는 새로운 미학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클림트의 그림엔 우아하지만 관능적이고, 매혹적이면서 묘하게 퇴폐적인 분위기가 물든다. 풍요와 향락, 그리고 멸망이 공존했던 세기말 제국의 수도 빈의 모습과 어딘가 닮은 클림트만의 그림이었다.이 시기 클림트 화풍의 변화를 보여주는 첫 작품으론 ‘소냐 닙스의 초상’(1898)이 꼽힌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클림트의 작품 한 점이 최근 세상에 나와 미술계를 뒤흔들고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린 ‘테파프(TEFAF·유럽미술박람회)’ 아트페어에서 공개된 초상화다. ‘윌리엄 니 노르테이 도우오나(William Nii Nortey Dowuona) 왕자의 초상’(이하 왕자의 초상)이란 제목의 그림으로, 1897년 그려진 그림으로 확인됐다. 초상화로 수많은 걸작을 남긴 클림트가 가장 이른 시기에 완성한 작품인 것이다.100년 만에 등장한 아프리카 왕자의 초상25일 아트뉴스 등 해외 미술전문 매체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닷새간 열린 테파프 아트페어에 클림트의 초상화 작품인 ‘왕자의 초상’이 출품됐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갤러리인 비너로이터&콜바허 갤러리(Wienerroither & Kohlbacher·W&K) 부스에 걸린 이 작품엔 1500만 유로(약 240억 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판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60㎝ 높이의 다소 작은 작품 크기에 오염, 훼손이 상당한데도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가치가 남다르단 평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K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은 한발 앞선 기술력과 차별화된 아이디어에 달렸다. 콘텐츠 산업 가장 밑단에 잠재된 초기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를 발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의성과 다양성의 원천인 스타트업이 풍요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다음달 9일까지 모집하는 ‘2025 콘텐츠 스타트업 지원사업’은 혁신적인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장을 모색하는 민관협력 프로젝트다. 정부의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 기조에 맞춰 지난해부터 액셀러레이터, 선도기업 등 민간 전문기관 주도 지원 방식으로 개편해 사업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콘진원은 지난달 공모를 통해 14개 민간기관을 우선 선정하고, 스타트업 모집부터 육성까지 전방위적 지원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아이디어 사업화 지원사업 협력기관으로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동국대 등 4개 대학이 선정됐다. 씨엔티테크, 와이앤아처, 탭엔젤파트너스 등이 액셀러레이터 연계 지원사업 협력기관으로 뽑혔다. 선도기업 연계 동반성장 지원 협력기관은 교보문고, 롯데월드, 삼성물산, 에픽게임즈, LG유플러스, SK텔레콤CS T1, SM컬쳐파트너스 등 7곳이다.콘진원은 ‘아이디어 사업화’ 분야에서 40개 예비창업자(팀), ‘액셀러레이터 연계 지원’ 분야에서 스타트업 18곳, ‘선도기업 연계 동반성장지원’ 분야에서 스타트업 10곳, ‘투자연계 창업도약 프로그램’에서 스타트업 14곳 등을 e나라도움을 통해 모집한다.아이디어 사업화 지원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게 돕는 사업이다. 예비창업자에겐 500만원 상당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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