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갈 길을 알아. 나는 모아나(I know the way. I am Moana)!”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명가로 불리는 건 1923년 설립된 이후 단순히 10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버텼기 때문만은 아니다. 디즈니 예술의 핵심은 세대와 성별, 문화를 초월한 ‘공감의 힘’이다. 그 중심엔 캐릭터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있다.모투누이섬 부족장의 딸 모아나가 대표적이다. 모아나는 언젠가 자신을 구원해줄 왕자를 기다리거나, 운명에 순응하고 사랑을 위해 삶을 포기하는 ‘공주 클리셰’를 깨뜨린 여성 영웅 서사를 보여준다. 흰 피부와 고운 머릿결 대신 강렬한 태양 아래서 거친 파도에 뛰어드는 폴리네시아 문화권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곱슬머리마저 재밌다.이런 모아나가 2016년 이후 8년 만에 또 한 번 먼바다로 모험을 떠난다. 올해 글로벌 영화계 최고 흥행작인 ‘인사이드 아웃 2’를 뛰어넘는 글로벌 사전 예매량을 기록했다. 국내 개봉일은 오는 27일. ‘모아나2’ 제작현장의 K크리에이터로 불리는 한국인 애니메이터 윤나라 씨를 최근 인터뷰했다. 그는 모아나 1편부터 ‘겨울왕국’ 시리즈, ‘주토피아’ 등에 참여한 디즈니의 숨은 주춧돌이다.▷‘모아나’는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모아나적 사고’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모아나2는 전편과 비슷한 가족, 모험, 영웅적 행위를 다뤄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16세 소녀 모아나가 아니라 ‘모투누이 추장’ 모아나가 용감한 지도자로서 태평양의 새로운 길을 탐험하고 괴물들과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주로 모아나와 마우이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했
“한국 예술가들이 공연부터 미술까지 창작의 영역에선 제 몫을 다하고 있어요. 다만 이런 작품활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죠. 예술과 산업이 만날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예술이 첨단기술과 융합하는 요람인 아트코리아랩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굵직한 화랑들이 운집한 삼청동과 한국 공연예술의 산실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잇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일 이 곳에서 만난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 대표는 “예술적 실험들이 단순히 작품으로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되면 국가 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다”며 예술 창업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예경이 바로 예술을 산업의 영역으로 이끄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예경은 공연부터 시각예술까지 한국 예술시장 자생력을 키우고 예술 저변을 넓히기 위해 2006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이다. 잠재력 있는 예술가와 작품의 유통 활성화를 도맡는 예술경영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취임해 예경을 이끌고 있다. 문체부에서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하며 예술진흥 분야에서 폭넓은 행정경험을 쌓은 데다, 산업적 역할이 강조되는 관광·콘텐츠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적임자란 평가를 받았다.김 대표는 이날 한국 예술가와 창작단체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제대로된 시장이 조성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해외문화원을 총괄하는
지금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선술집 하나가 들어서 있다. 낙지볶음, 조개탕 같은 정감 있는 안주 이름이 적힌 입간판과 낡아빠진 나무 탁자들이 어지럽게 놓였다. 술집은 현대미술 거장 이강소(81)의 설치작품이다. 그는 1973년 첫 번째 개인전에 내놨던 ‘소멸-화랑 내 선술집’을 재해석했다. 50여 년 전 이강소는 명동화랑 주변 간이주점에서 탁자와 의자를 몽땅 빌려와 전시회장을 술집처럼 꾸몄다. 이강소는 “미군 부대에서 불하받은 나무판자로 만든 탁자에서 아저씨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웅성거리는 광경이 참 근사했다”며 “동시에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획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이달 개막한 이강소 개인전은 한날한시의 기억도 똑같이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암시하며 시작된다. 전시회 제목은 ‘이강소: 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 바람이 물을 스칠 때라는 뜻으로 새로운 세계와 맞부딪치며 깨달음을 얻은 작가의 의식을 담았다. 전시엔 1970~1980년대 이강소의 회화, 설치, 조각, 이벤트 등 100여 점이 나왔다. 이강소가 국내에서 실험미술 운동을 전개하면서(1970년대) 파리 시드니 도쿄 상파울루 등을 오가며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화적 시기에 몰두하기 시작한(1980년대) 때였다.전시에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열려 있는 회화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표현도 흐릿하고, 마치 덜 그린 듯 간략한 작품이다. 개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또 다른 해석을 낳는다는 점에서 캔버스에 관람자의 감상이 서 있을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강소는 “일부러 그림을 덜 그리려 한다”며 “스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의 국정 후반 문화정책 청사진으로 예술한류 해외영토 확장을 제시했다. 문학부터 클래식, 공연, 미술 등 한국 예술과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지역소멸, 저출생 등 당면한 사회문제도 문화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해소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최근 정부 감사를 통해 수면 위로 떠 오른 스포츠계 불공정 관행도 바로잡아 체육 행정체계 개혁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문체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문체부 측은 “정부 출범 이후 모든 국민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투·융자 등 지원을 통해 문화콘텐츠 연관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새로운 미래 문화 환경에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해외로 가는 예술가 지원우선 문체부는 해외시장 개척을 우선 추진과제로 들고 해외 공연·전시 활동에 대한 항공료 지원, 해외 문화원 순회프로그램 개편을 약속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세계 클래식계에서 인정받은 것을 비롯해 소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설치미술가 이미래가 한국인 첫 영국 테이트모던 터바인홀 단독전시를 여는 등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책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한강 작가처럼 세계적 수준의 예술가와 작품이 나올 수 있게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체계를 개편했다”면서 “개인단위의 지원보단 공연,
“내가 갈 길을 알아. 나는 모아나!(I know the way. I am Moana!)”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명가(名家)’로 불리는 건 1923년 설립된 이후 단순히 10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버텼기 때문만은 아니다. 획기적인 기술과 깊은 스토리텔링이 만난 애니메이션이라는 디즈니 예술의 핵심은 세대와 성별, 문화를 초월한 ‘공감의 힘’이다. 이를 위해 디즈니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마저 과감하게 버리는 ‘창조적 파괴’를 시도하며 주제부터 캐릭터에 이르는 혁신적인 장면들을 선보여 왔다.1937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소개한 이후 수많은 ‘디즈니 프린세스 동화’가 탄생한 와중에 튀어나온 모투누이섬 부족장의 딸 모아나가 대표적이다. 모아나는 현실세계 속 생산노동과 동떨어진 고귀한 생활을 하거나, 언젠가 자신을 구원해줄 왕자를 기다리거나, 운명에 순응하고 사랑을 위해 삶을 포기하는 ‘공주 클리셰’를 깨뜨린 ‘여성 영웅 서사’를 보여준다. 흰 피부와 고운 머릿결 대신 강렬한 태양 볕 아래 거친 파도에 뛰어드는 폴리네시아 문화권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곱슬머리마저 재밌다. 비슷한 시기 등장한 ‘겨울왕국’(2014) 엘사, ‘주토피아’(2016) 주디와 함께 디즈니가 서양·남성 중심의 20세기적 가치에서 눈을 돌려 시대정신을 포착한 ‘100년 명가’로 가는 해답이다.이런 모아나가 2016년 이후 8년 만에 또 한 번 먼바다로 모험을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시장이 들썩인다. 티저 예고편 공개 하루 만에 1억 7800만 조회수를 기록하더니, 올해 글로벌 영화계 최고 흥
문화체육관광부가 11일 이기흥 대한체육회장의 직무 정지를 통보했다. 국무조정실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이 전날 직원 부정 채용 등의 혐의로 이 회장에 대한 수사를 의뢰한 데 따른 후속 조치다.문체부 관계자는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에 따라 주무기관으로서 공공기관 임원이 금품 비위, 성범죄, 채용 비위 행위를 한 사실이나 혐의가 있을 경우 수사 또는 감사를 의뢰해야 하고, 해당 임원의 직무를 정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당 통보가 체육회에 도달하는 즉시 이 회장의 직무는 정지된다.앞서 정부합동 공직복무점검단은 체육회에 대한 현장점검을 벌인 결과 업무방해, 배임 등의 비위 혐의가 드러났다고 발표했다. 점검단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인을 국가대표선수촌 직원으로 채용하도록 하고, 이를 위해 채용 자격 요건 완화 등 부당한 지시를 내렸다. 또 이에 반대하는 채용부서장을 교체하기도 했다.한편 대한체육회 스포츠공정위원회는 12일 이 회장의 3연임에 대한 승인 여부를 결론 내린다. 이 회장은 이번 직무 정지 조치로 연임 시도에 악재를 맞게 됐다.유승목 기자
복수를 위해 456번이 적힌 녹색 트레이닝복을 입고 게임에 또 한 번 도전하는 성기훈(이정재 분)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 분)의 맞대결. 다음달 공개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의 얼개다. 아수라장 속에서 “이러다 정말 다 죽어요!”라는 묘한 기시감이 드는 대사를 외치는 기훈의 모습이 예고편으로 최근 공개되자 전편 복습에 나서며 혹시 놓친 ‘떡밥’(복선이나 실마리)은 없는지 살피는 모습도 주변에서 볼 수 있다.물론 과거 이야기를 들춰도 크게 눈에 띄는 건 없다. 치열한 게임을 치른 탓에 전편 등장인물 대부분이 목숨을 잃었기 때문. 시즌2에서 양동근, 임시완, 박성훈 등 새 인물들이 대거 나오는 이유다. 대신 눈여겨볼 건 오징어게임의 주 무대인 무인도 게임장이다. 시즌2도 비슷한 공간에서 이야기라 진행되는 터라, 이곳의 의미를 짐작할 수 있다면 보다 해상도 높은 오징어게임을 즐길 수 있다. 넷플릭스측이 최근 공개한 대전 세트장의 모습을 통해 무대에 숨겨진 메타포를 짚어봤다.미로계단 욕망, 그리고 에셔의 ‘상승과 하강’네덜란드의 판화 거장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셔(1898~1972)의 작품세계는 신비롭다. 기하학적 원리와 수학적 논리에 기초한 패턴, 인지를 비트는 착시와 모순을 소재로 삼은 작품을 선보였기 때문이다. 평면과 입체를 넘나드는 그의 그림들은 당시 현대 미술계가 “이게 예술이냐”며 이해하지 못하고, 오히려 수학자들이 열광할 정도로 독특했다.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영국의 수학자 겸 이론물리학자인 로저 펜로즈 경이 고안한 ‘펜로즈 삼각형(Penrose Triangle)’도 에셔의 작품에서
프리다 칼로의 작품 속에 숨겨진 고통, 폴 세잔의 괴팍한 성격, 살바도르 달리의 광기….명작 뒤에 숨겨진 천재 화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는 건 언제나 흥미롭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책과 칼럼, 방송 프로그램이 끊이지 않고 나오는 이유다.성수영 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는 매주 토요일 연재하는 미술 칼럼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로 화가와 명작 미술이야기를 전해 인기를 끌고 있다. 포털사이트 네이버 구독자 6만5000여 명으로 국내 문화·예술 분야 기자 가운데 압도적 1위를 달려 칼럼 누적 조회수가 4000만 회를 넘었다. 역사적 사실을 기반으로 드라마 같은 몰입감을 불러일으키는 스토리텔링으로 호평을 받으면서다. 올해 상반기에 나온 칼럼을 엮은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은 예술부문 도서 베스트셀러 1위에 장기간 오르기도 했다.최근 후속작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이 출간됐다. 전작의 유려한 서술과 고품질의 인쇄, 아름다운 표지 디자인 등에 더 깊이 있는 자료 취재를 가미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추천사를 통해 “고뇌와 결핍, 끈기와 열정 모두를 가진 복합적인 예술가의 인간적 매력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해주는 책”이라며 “적절한 인용과 탁월한 비유 덕분에 이런 몰입이 가능했다”고 했다.화가의 내면과 작품에 대한 설명은 더욱 입체적으로 발전했다. 예술에 미쳐 자신의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폴 고갱, 뛰어난 실력을 갖췄지만 제국주의 일본의 한계를 뛰어넘지 못했던 고지마 도라지로의 삶이 단적인 예다. 전작에 비해 책에서 처음 공개되는 화가들의 이야기 비중이 늘어난 것도 눈여
‘이순신 3부작’으로 알려진 영화 시리즈가 있다. 이순신 장군이 두 차례 왜란에서 맞닥뜨린 결정적 순간을 그린 이야기로, 2014년 개봉한 ‘명량’으로 시작해 ‘한산: 용의 출현’(2022) ‘노량: 죽음의 바다’(2023)로 막을 내린다. 세 작품이 동원한 관객만 2944만 명. ‘범죄도시’ 시리즈와 함께 가장 성공적인 한국형 블록버스터 시리즈라고 부를 만하다.그런데 속을 뜯어 보면 성공이라고만 하기엔 조금 아쉽다. ‘한산’(726만 명)과 ‘노량’(467만 명)의 관객 수를 합쳐도 ‘명량’(1761만 명)에 한참 못 미쳐서다. 심지어 ‘노량’은 손익분기점(BEP)도 못 넘었다. 구국의 영웅이라는 소재, 화려한 캐스팅 등 흥행 보증수표를 두둑하게 들고도 결과가 아쉬운 배경엔 개봉 시기가 있다. ‘명량’이 한국영화가 가장 신바람 났던 2010년대를 수놓은 작품이라면, 다른 두 작품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극장과 관객이 단절된 시기에 나왔기 때문이다.지난 6일 국회에서 열린 ‘한국영화 활력충전 토크콘서트’에서 영화인들이 앞다퉈 “영화산업은 붕괴된 상황”이라고 밝힌 건 이런 맥락에서다. 팬데믹을 겪은 지 4년이 지났지만, 영화시장은 회복은커녕 악화일로다. 극장 대신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찾는 게 당연해졌고, 투자 경색으로 연간 70여 편에 달하던 제작 편수는 20여 편으로 뚝 떨어졌다. 지금 영화계는 감독부터 작가, 배우, 스태프까지 비자발적 이직과 전업이 가장 활발히 이뤄지는 곳이다.돌아보면 대중문화 개방, 스크린쿼터제 축소 등 한국영화가 위기가 아니었던 적이 없다. 다만 영화인들은 작금의 위기는 과거와 구분돼
상속세를 예술적 가치가 큰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대납하는 미술품 물납제도가 본격 시행되며 국내 미술시장에 모처럼 활기가 돌고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반입된 1호 물납품이 그간 국내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세계적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대중의 예술 향유 폭도 커졌다. 상속세 납부를 위한 기증이 글로벌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큰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미술품 물납제도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물납 허가를 받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수장고에 반입된 작품 4점에 대한 소장품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미술품 물납제가 도입된 이후 첫 사례다.눈에 띄는 작품은 쩡판즈(60)가 그린 두 점의 ‘초상’ 연작이다. 해외 컬렉션이 상대적으로 아쉽다고 평가받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다양성과 질을 끌어올릴 계기가 됐기 때문. 국립현대미술관이 쩡판즈의 작품을 소장하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미화 미술관 소장품자료관리과장은 “그간 작품 수집 경로가 구입, 기증, 관리 전환이었는데 물납제 시행으로 좋은 작품을 수집할 경로가 추가돼 고무적”이라고 했다.웨민쥔, 장샤오강, 팡리쥔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으로 불린 쩡판즈는 2000년대 중국 아방가르드 회화를 대표한다. 중국의 현실과 체제적 한계를 풍자한 작품 ‘최후의 만찬’이 2013년 홍콩 경매에서 약 250억원에 낙찰돼 가장 비싼 아시아 현대미술 작가로도 잘 알려져 있다.‘초상’은 ‘고기’ ‘가면’과 함께 쩡판즈의 예술 세
프리다 칼로의 작품 속에 숨겨진 고통, 폴 세잔의 괴팍한 성격, 살바도르 달리의 광기…. 명작 뒤에 숨겨진 천재 화가들의 인간적인 모습을 들여다보는 건 언제나 재미있고 유익하다. 위대한 예술가들의 삶을 조명하는 각종 책과 칼럼, 교양 방송이 계속 쏟아져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이 중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콘텐츠는 드물다. 그만큼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이다.한국경제신문 문화부 기자 성수영이 매주 토요일 연재하는 칼럼 ‘성수영의 그때 그 사람들’은 올해 가장 두드러지는 성공 사례 중 하나다. 포털사이트 고정 구독자 수 기준(6만5000여 명, 네이버 기자페이지)으로 국내 문화·예술 분야 기자 중 압도적 1위를 달리고 있고, 칼럼 누적 조회수는 4000만회가 넘는다. 철저한 사실에 기반하면서도 드라마를 연상시키는 몰입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강점이란 평가다. 덕분에 올해 상반기에 나온 칼럼을 엮은 책 <명화의 탄생, 그때 그 사람>은 장기간 예술부문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기도 했다.그 후속작인 <명화의 발견, 그때 그 사람>이 출간됐다. 유려한 서술과 고품질의 인쇄, 아름다운 표지 디자인 등 전작에서 호평받았던 장점은 그대로 이어받았다. 여기에 더욱 깊이 있는 자료 취재를 가미했다.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학예연구실장은 추천사를 통해 “고뇌와 결핍, 끈기와 열정 모두를 가진 복합적인 예술가의 인간적 매력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해주는 책”이라며 “적절한 인용과 탁월한 비유 덕분에 이런 몰입이 가능했다”고 했다.화가의 내면과 작품에 대한 설명은 전작보다 더욱 입체적으로 발전했다. 예술에 미쳐 자신의 가족에게는 소홀했던 폴 고갱
상속세를 예술적 가치가 큰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대납하는 미술품 물납제도가 국내에서 본격 시행되며 미술시장에 활력소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립현대미술관 수장고에 반입된 1호 물납품이 그간 국내에선 흔히 볼 수 없던 세계적인 작가의 작품이란 점에서 대중의 예술 향유 폭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술품 컬렉션을 물려받은 ‘큰 손’ 수집가들의 상속세 납부를 위한 기증이 글로벌 미술시장을 움직이는 큰 변수 중 하나로 떠오르면서 미술품 물납제도를 적극 장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진다.6일 문화체육관광부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따르면 지난달 물납 허가를 받아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 수장고에 반입된 작품 4점에 대한 소장품 등록 절차가 진행 중이다. 지난해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으로 미술품 물납제가 도입된 이후 첫 사례다.눈에 띄는 작품은 쩡판즈(60)가 그린 두 점의 ‘초상’ 연작이다. 상대적으로 해외 컬렉션이 아쉽다고 평가받는 국립현대미술관의 소장품 다양성과 품질을 끌어올릴 계기가 됐기 때문. 국립현대미술관이 쩡판즈의 작품을 소장하게 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박미화 미술관 소장품자료관리과장은 “그간 작품수집 경로가 구입, 기증, 관리전환이었는데 물납제 시행으로 좋은 작품을 수집할 경로가 추가돼 고무적”이라면서 “쩡판즈 작품은 고가로 거래되는 터라 미술관 예산으로 수집이 어려웠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향후 전시, 교육프로그램에서 선보일 수 있게 돼 기대가 크다”고 했다.웨민준, 장샤오강, 팡리쥔과 함께 ‘중국 현대미술 4대 천왕’으로 불린 쩡판츠는 2000년대 중국 아방가르드 회화를 대표한다
지난 10월 부산 ‘영화의 바다’에 빠졌던 시네필들이 11월 들어 서울을 주목한다. 오는 28일부터 한국 독립영화인들의 큰 잔치인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가 열리기 때문이다. 국내 최고(最古) 경쟁 독립영화제로 50돌을 맞이한 올해는 무려 1704편의 출품작이 쏟아진 가운데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영화 ‘백현진쑈 문명의 끝’이 개막작으로 포문을 연다.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는 5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개막작 등 주요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11월 28일부터 12월 6일까지 9일 동안 CGV영등포와 CGV압구정, CGV청담씨네시티 등 7개 관에서 열리는 영화제는 단편 92편, 장편 41편 등 올해 제작된 133편의 독립영화를 상영한다.집행위에 따르면 올해는 전년 대비 330편(24.0%) 늘어난 1704편(단편 1505편·장편 199편)이 출품됐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영화시장이 침체한 2020년 이후 4년간 평균 1482편에 불과하던 출품작이 대폭 늘었다.다만 출품작 증가는 상업영화 제작이 얼어붙어 유휴 인력이 독립영화에 참여하고, 영화관의 경영난이 스크린 독점 등 상업영화 양극화로 이어지며 영화적 다양성을 보장하는 영화제가 반대급부로 주목받은 영향도 컸다는 분석이 나온다.서울독립영화제는 1975년 한국청소년영화제로 출발해 금관단편영화제, 한국독립단편영화제 등을 거쳐 2001년부터 영화진흥위원회와 한국독립영화협회가 공동 주최하는 국내 유일한 경쟁 독립영화제다. 강제규, 김성수, 임순례, 류승완, 봉준호, 나홍진, 연상호, 변영주 등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연 주역부터 역량 있는 신진 영화인들이 발굴됐다.올해 개막작 역시 도전적이다. 집행위에 따르면 개막작은 미
“솔직히 영화를 만들면서 ‘이게 영화야?’란 생각했거든요. 백현진 작가가 ‘우기면 영화지’라고 말해서 한 번 우겨봤어요. 기존 영화 문법엔 안 맞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재밌게 나온 것 같아요.” (박경근 영화 ‘백현진쑈 문명의 끝’ 감독)“말로 모든 걸 표현할 수 없으니까 보이고 들리는 작업을 만들어내는 거죠. 이 영화를 언어 몇 줄로는 설명할 수 없고, 직접 봐야 호기심을 해소할 수 있을 거예요.” (백현진 영화 ‘백현진쑈 문명의 끝’ 프로듀서 겸 배우)독립영화는 흔히 ‘블록버스터’로 대표되는 상업영화에선 다룰 수 없는 자유로움과 예술적인 면모를 품고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다. 넉넉하진 않아도 독립된 자본으로 ‘아트필름’을 만드는 만큼,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와 살아가는 방식에 대한 강렬한 질문을 던지는 게 독립영화의 역할이다. 미지의 감각을 탐구하는 걸 즐기고, 순간의 서정에 매료될 줄 아는 씨네필(Cinephile·영화 애호가)들이 돈과 시간을 들여 영화가 걸린 몇 안 되는 상영관을 찾아가는 이유다.지난 10월 부산 ‘영화의 바다’에 빠졌던 씨네필들이 11월 들어 서울을 주목한다. 오는 28일부터 한국 독립영화인들의 큰 잔치인 ‘제50회 서울독립영화제’가 개최되기 때문. 국내 최고(最古) 경쟁 독립영화제로 50돌을 맞이한 올해는 무려 1704편의 출품작이 쏟아진 가운데 실험정신이 돋보이는 영화 ‘백현진쑈 문명의 끝’이 개막작으로 포문을 연다.‘50돌’ 영화제, 위기 속 역대급 흥행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회는 5일 서울 사당동 아트나인 기자회견을 열고 개막작 등 주요 프로그램을
오스트리아의 큰손 컬렉터 루돌프 레오폴트는 27세 청년이던 1953년 3만실링이라는 거금을 주고 그림 한 점을 샀다. 촉망받는 의대생이 학업은 뒷전이고 화랑가나 경매장을 기웃거리는 모습이 답답했던 부모가 졸업 선물로 약속한 폭스바겐 비틀 차 한 대 가격이 3만실링이었다. 졸업 선물을 마다하고 대신 품에 안은 그림은 에곤 실레의 ‘은둔자들’. 당시만 해도 실레는 28세에 요절하기까지 우울과 불안이 잔뜩 묻은 초상과 망측한 누드 드로잉이나 남긴 별 볼 일 없는 외설 화가였다. 괴짜 취급을 받았지만 레오폴트는 이 순간이 미술사를 다시 쓰는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확신했다.레오폴트와 실레의 만남은 반세기에 걸쳐 씨줄과 날줄처럼 엮여 20세기 미술사의 한 페이지를 펼쳐냈다. 이날 이후 레오폴트는 어느 집 벽장이나 지하실에 버려져 있던 실레의 작품을 하나하나 찾아냈다. 돈으로 환산하기 힘든 220여 점의 ‘실레 컬렉션’이 이렇게 완성됐다. 실레가 그린 작품들은 구스타프 클림트와 함께 19세기 근대사회에서 20세기 현대사회로 넘어오는 문턱에서 화려하게 불타오른 ‘빈 모더니즘’의 정수로 재평가받는다.예리한 안목과 과감한 투자만이 레오폴트를 ‘위대한 수집가’로 만든 건 아니다. 그는 걸작들을 수장고에 꼭꼭 숨기는 대신 대중과 공유했다. 1994년 당시 5억7000만유로로 평가되던 실레 컬렉션을 비롯한 소장품 5200여 점을 시세의 3분의 1 수준인 1억6000만유로에 정부가 매입하도록 했다. 헐값이나 다름없는 가격에 작품을 넘긴 대가로 바란 건 자신의 이름을 딴 미술관의 종신 관장으로 미술 애호가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뿐이었다.레오폴트 같은 수집
1962년에 배우 활동을 시작한 원로 배우 신구(88·왼쪽)와 강부자(83·오른쪽)가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권위의 정부 포상 가운데 하나인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1일 서울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문화훈장 수훈자 6명과 대통령 표창 7명 등 총 31명(팀)에게 상을 수여했다. 은관문화훈장을 받은 신구는 연극 ‘소’로 데뷔했으며 강부자는 KBS 공채 2기로 연기 생활을 시작했다.보관문화훈장은 ‘아니 벌써’ 등의 노래로 유명한 뮤지션 김창완(70)과 ‘가족오락관’ 등의 예능 프로그램을 집필한 임기홍 방송작가(67)가 수훈의 영광을 안았다. 옥관문화훈장은 가수 이문세(65)가, 화관문화훈장은 최수종(62)이 받았다.대통령 표창은 국내 최고 블루스 기타리스트인 김목경(65)과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의 김한민 감독(55) 등 7명에게 돌아갔다. 국무총리 표창은 배우 천우희(37)와 영화 ‘파묘’의 장재현 감독(43) 등 8명이, 문체부 장관 표창은 ‘뉴진스님’ 캐릭터로 젊은 세대에 인기를 얻은 희극인 윤성호(48)와 배우 차은우(27) 등 10명이 받았다.유승목 기자
원로 배우 신구(88)와 강부자(83)가 대중을 위로하는 연기 활동으로 대중문화산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대중문화예술 분야 최고 권위의 정부 포상 중 하나인 은관문화훈장을 받았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31일 서울 장충동2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 시상식에서 문화훈장 수훈자 6명과 대통령 표창 7명 등 총 31명(팀)에게 상을 수여했다.1962년 나란히 배우 활동을 시작한 신구와 강부자는 이날 은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연극 ‘소’로 데뷔한 신구는 60년 넘게 영화와 드라마, 연극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들며 ‘연기 장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익살맞은 역할부터 진지한 역할까지 넓은 연기 스펙트럼으로 다채로운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며 2010년 보관문화훈장을 수훈하기도 했다.KBS 공채 2기로 데뷔한 강부자는 공연계에 ‘엄마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연극 ‘친정엄마와 2박3일’과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 등 수많은 작품에 출연하며 대중에게 끊임없는 감동을 선사한 원로 배우로 평가받는다.보관문화훈장에는 ‘아니 벌써’ ‘내 마음의 주단을 깔고’ 등의 노래로 유명한 록 밴드 산울림으로 데뷔한 이후 DJ, 배우까지 대중문화예술 전 분야에서 활약해온 뮤지션 김창완(70)과 ‘가족오락관’, ‘불후의 명곡’ 등 수많은 가요·코미디 프로그램을 집필하며 한국 예능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임기홍(67) 방송작가가 선정됐다.옥관문화훈장은 ‘광화문 연가’ ‘옛사랑’ ‘소녀’ 등 수많은 인기곡을 부른 가수 이문세(65)가, 화관문화훈장은 드라마 ‘태
“일생에 큰 사고를 두 번 당했다. 하나는 교통사고였고, 다른 하나는 디에고를 만난 것. 비교하자면 디에고가 더 끔찍했다.”고통이 키운 위대한 화가 프리다 칼로(왼쪽)는 생전 이런 고백을 남겼다. 예술적 영감을 준 배우자이자 라틴 아메리카 미술을 대표하는 예술가 디에고 리베라(1887~1957·오른쪽)와의 만남은 칼로에게 일생일대의 사건이었다.멕시코 과나후아토에서 태어난 디에고는 일찌감치 예술적 재능을 드러냈다. 멕시코시티 국립 미술학교를 마친 그는 이탈리아 여행 중 접한 르네상스 프레스코화에서 영감을 받아 커다란 화면을 채우는 벽화를 연구하며 자신의 예술 세계를 정립했다.멕시코로 돌아온 그는 민중화가들과 다양한 벽화를 선보였다. 노동자, 농민 같은 소외된 계층의 서사와 전통을 벽화 소재로 삼아 20세기 멕시코를 대표하는 화가로 자리매김했다. 위대한 예술가인 동시에 칼로의 남편으로도 기억된다. 지나칠 정도의 여성편력을 보여준 그는 뚱뚱하고 못생긴 외모에도 스물두 살의 칼로가 반할 만큼 매력이 뛰어난 예술적 소울메이트였다. 다음달 6일 개봉하는 ‘프리다. 삶이여 영원하라’는 디에고와 칼로의 관계를 다룬 영화다.유승목 기자
에곤 실레(1890~1918)는 우수(憂愁)를 그려내고 싶었다. 자화상과 초상화뿐 아니라 풍경화에서도 사람들이 유독 강한 끌림을 느끼는 건 그가 살았던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곳곳에 묘한 ‘멜랑꼴리(melancholy)’가 서려 있어서다. 왈츠처럼 우아하지만 빛바래듯 쇠락해버린 제국의 풍경은 실존에 대한 불안을 투영하기 좋은 대상이었다.실레와 그가 추앙했던 스승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예술 발자취를 좇아보기 위해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비엔나전)을 관람한 후 동유럽으로 떠나보는 건 어떨까. 실레는 10년 남짓의 짧은 활동으로 작품 수가 많지 않고, 손상이 가기 쉬운 금박을 재료로 걸작을 남긴 클림트의 주요 작품은 영구반출 금지라 오스트리아를 중심으로 한 옛 제국의 땅을 밟지 않는 이상 직접 원화를 만나기가 어렵다. 실레가 본 그 풍경, 체스키크룸로프블타바강 위에 떠 있는 한 떨기 장미. 체코의 소도시 체스키크룸로프는 실레가 풍경화를 그리던 장소다. 그는 어머니의 고향이었던 이곳을 자주 찾아 보헤미아 풍경을 화폭에 담았다. 2011년 소더비 경매서 약 426억 원에 팔린 ‘빨래가 널린 집’이나 ‘몰다우
오스트리아 빈의 ‘무제움스크바르티어’(Museums Quartier·박물관 집합단지) 중심부에 자리 잡은 레오폴트미술관은 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900년을 전후해 생겨난 ‘빈 모더니즘’ 미술로 시간여행을 떠나는 교차점이기 때문이다. 이 미술관은 낡은 전통에 맞서 도전과 실험에 나선 구스타프 클림트와 에곤 실레 등 ‘빈 분리파’ 거장들의 작품을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다. 개관한 지 20년 조금 넘은 젊은 미술관이지만, 오스트리아를 대표하는 빈미술사박물관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미술관으로 꼽히는 이유다.레오폴트미술관은 ‘위대한 수집가’ 루돌프 레오폴트(1925~2019)가 반려자인 엘리자베스 레오폴트(1926~2024)와 함께 평생에 걸쳐 수집한 소장품 5200여 점을 바탕으로 세워졌다. 수많은 유명한 ‘큰 손’ 수집가 사이에서도 레오폴트는 특별하다. 단순히 부를 축적하거나 재력을 과시하기 위해 값진 작품을 수집한 게 아니라 누구도 주목하지 않았던 미술사 한 페이지의 파편들을 모았기 때문이다.1925년 빈에서 태어난 루돌프 레오폴트는 안과의사로 활동했다. 의대생이던 1947년부터 미술품을 수집했는데, 제2차 세
“솔직히 말하자면 아름다움이란 개념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우리가 두 눈을 통해 무언가를 응시하고자 하는 필요성, 즉 개념적인 태도를 갖는 겁니다. 갤러리스트로서 개방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사람들과 상호작용하려고 노력하는 이유죠.”존 암레더, 카를라 아카르디, 마시모 바르톨리니, 마우리치오 카텔란, 엘름그린&드라그셋…. 작품 한 점으로 짜릿한 전율을 일으키며 동시대 미술의 역사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이 예술가들은 늘 그와 함께였다. 작업에 오롯하게 몰두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갤러리스트인 동시에, 이들의 예술세계에 파장을 일으키는 ‘영감 한 스푼’을 떨어뜨려 새로운 창작의 실마리를 던지는 동반자. 1987년 이탈리아 밀라노에 자신의 이름을 내건 갤러리를 연 이후 세계 미술계에서 가장 유명한 갤러리스트가 된 마시모 데 카를로(66) 얘기다.마시모 데 카를로의 머릿 속은 복잡하다. 미술에 몰두하는 걸로도 모자라 음악과 영화에 애정을 쏟고, 또 건축에 대한 관심도 깊다. 애초에 약사로 일하며 돈을 벌고, 실험 음악에 매료돼 콘서트 기획 프로듀서를 하다 홀린 듯 미술의 영역에 발을 들인 삶의 궤적부터가 종잡을 수 없다. 그래서일까, 그가 선보이는 컬렉션도 한 마디로 정의 내리기 어렵다. 60여 명이 넘는 그의 ‘전속 작가 군단’은 장르적 경향성으로 묶기도 애매하고 지역성도 흐릿하다. 무질서해 보이는 혼돈(Chaos) 속을 관통하는 질서(Cosmos)가 있다면, 실험성과 예술에 대한 열정. 잘 팔리는 ‘예쁜 작품’을 우선하는 여느 상업 갤러리와 결이 다르다.이 예측 불가능한 갤러리스트는 요즘 서울을 눈 여겨 본다
오는 11월 3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비엔나전) 전시 입장권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얼리버드 티켓’이 판매를 시작한 지 반나절 만에 ‘완판’(완전 판매)됐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꼽히는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와 에곤 실레(1890~1918)가 남긴 걸작 원화를 눈에 담을 기회라는 입소문이 퍼져 미술 애호가가 대거 몰렸다.29일 티켓링크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비엔나전 얼리버드 티켓 물량이 반나절 만에 모두 소진됐다. 개막일을 비롯한 주말 황금시간대는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고, 주말에 비해 관람 수요가 다소 적은 평일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단위로 구성된 15개 회차 입장권이 금세 팔려나갔다.올겨울 놓쳐선 안 될 ‘블록버스터 전시’를 싼값에 미리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이 매진을 불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켓링크에서 한정 판매로 풀린 얼리버드 티켓 가격은 1만3000원으로 성인 정가 1만8500원, 청소년 정가 1만6000원에 비해 20~30% 저렴해 관람객들의 ‘광클’(빠른 마우스 클릭)이 이어졌다.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에는 오스트리아 빈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레오폴트미술관 소장품 191점이 걸린다. 하나같이 서양 미술사를 수놓은 걸작으로, 유럽 대륙을 호령한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이 끝을 보인 1900년을 전후해 전통에 맞서 도전과 실험에 나선 거장들의 예술이 담겼다. 리하르트 게르스틀, 오스카어 코코슈카 등의 작품을 만날 수 있는데, 이 중 자유와 혁신을 꿈꾸며 ‘빈 분리파’를 만든 클림트와 그의 제자 실레의 그
[관련 기사] '황금빛 화가' 클림트, '청춘 아이콘' 에곤 실레…드디어 韓 온다오는 11월 30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개막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비엔나전) 전시 입장권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얼리버드 티켓’이 판매를 시작한지 단 반나절 만에 ‘완판(완전판매)’됐다.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화가로 꼽히는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와 에곤 실레(1890~1918)가 남긴 걸작 원화를 눈에 담을 기회라는 입소문이 퍼지며 미술 애호가들이 대거 몰렸다.29일 티켓링크 등에 따르면 지난 28일부터 판매를 시작한 비엔나전 얼리버드 티켓 물량이 반나절 만에 모두 소진됐다. 개막일을 비롯한 주말 황금시간대는 티켓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됐고, 주말에 비해 관람수요가 다소 적은 평일도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30분 단위로 구성된 15개 회차 입장권이 금세 팔려나갔다.올겨울 놓쳐선 안 될 ‘블록버스터 전시’를 싼값에 미리 손에 쥘 수 있다는 점이 매진을 불렀다는 분석이다. 티켓링크에서 한정판매로 풀린 얼리버드 티켓 가격은 1만3000원으로 성인 정가 1만8500원, 청소년 정가 1만6000원과 비교해 20~30% 저렴하게 책정되면서 관람객들의 ‘광클(빠른 마우스 클릭)’이 이어졌다.국립중앙박물관과 한국경제신문이 공동 주최하는 이번 전시에는 오스트리아 빈을 대표하는 미술관인 레오폴트미술관 소장품 191점이 걸린다. 하나 같이 서양 미술사를 수 놓은 걸작들로, 유럽 대륙을 호령하던 합스부르크 왕가의 영광이 끝을 보이던 1900년을 전후해 전통에 맞서 도전과 실험에 나섰던 거장들의 예술이 담겼다. 리하르트 게흐스틀, 오스카 코코슈가 등
“고령화 시대에 접어든 시점에서 문화·예술정책을 수립하는 방향성이 궁금합니다. 앞세우는 가치관이 있으신가요?” - 박소정(27) 국립중앙박물관 청년인턴“문화적으로 앞서가는 나라들은 미술관, 박물관, 공연장에서 노후를 즐기는 모습이 자주 보여요. 그런데 우리는 20~30대가 사실상 예술시장 소비를 전부 하고, 고령층은 많지 않죠. 문화정책은 결국 삶의 방식을 바꾸는 겁니다. 노인의 삶의 질을 높이는 현실적인 정책을 내년부턴 선보일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유인촌(73) 문화체육관광부 장관28일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서 열린 정책 토크콘서트 ‘2024 문화왓수다2’에서 질문이 있다며 손을 번쩍 들고 일어선 스물 일곱살 ‘사회초년생’ 청년인턴과 유인촌 장관이 나눈 대화다. 문체부와 소속·산하 기관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하는 직원과 예술인 경력만 50년이 넘는 70대 장관이 초고령사회를 앞둔 한국 문화·예술 정책이 나아갈 방향에 대한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던 것이다.이 자리에서 “그간 문화정책은 보조금을 나눠주거나 예술가에겐 창작을 지원하는 복지 개념으로만 접근해 왔었다”는 유 장관은 “저출산 고령화 문제가 대두된 만큼, 현실과 동떨어지지 않고 노인층이 더 쉽게 문화예술에 접근할 수 있는 서비스가 가미돼야 한다”면서 관련 정책 발표를 예고했다. 이날 토크콘서트를 마친 후 만난 박 청년인턴은 “박물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청년인턴을 하면서 노인 관람객들이 전시 서비스에서도 중요해지고 있다는 고민을 하고 있던 차에 만족스러운 답을 얻고 간다”고 말했다.문화왓수다는 유
서울 송현동은 광화문과 북촌, 인사동을 잇는 연결고리다. 청와대와 경복궁 등 역사유적부터 국립현대미술관을 중심으로 내로라하는 갤러리들이 늘어선 ‘한국미술 1번지’ 삼청동과 외국인 관광객이 즐겨 찾는 쌈지길까지 손쉽게 오갈 수 있는 지름길이 되는 동네다.그런데 이 금싸라기 같은 공간은 오랜 세월 동안 제대로 쓰인 적이 없다. ‘소나무 고개(松峴)’라는 이름 뜻 그대로 조선시대엔 궁궐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 소나무 숲 구릉지였고, 구한말부터 일제강점기엔 안동김씨 등 세도가와 일본인이 거주할 수 있었다. 해방 후엔 미국대사관 사택으로 쓰이다 1990년대 들어서야 겨우 민간에 개방됐지만, 각종 개발계획이 막히며 오랫동안 펜스에 가로막힌 채 잡초 무성한 땅으로 방치됐다.송현동 이건희 기증관 이름은 ‘시간의 회복’고(故)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이 기증한 ‘세기의 컬렉션’으로 불리는 미술품과 문화재를 전시할 이건희 기증관(가칭 송현동 국립문화시설)의 이름이 ‘시간의 회복’으로 결정된 이유다. 개인의 사유물에서 모두의 공유물로 전환된 값진 기증품을 매개 삼아 다시 대중의 품으로 돌아온 송현동 땅에 세대와 시간을 초월하는 연결이 발생한다는 의미가 담긴 것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건축가협회는 25일 송현동 국립문화시설 국제설계공모 당선작으로 제제합건축사사무소의 ‘시간의 회복’을 선정했다고 밝혔다. 문체부는 이건희 회장 유족이 기증한 기증품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이건희 기증관으로 알려진 수장·전시시설 건립사업을 추진하며 설계공모를 진행해 왔다. 국내외 67개 팀의 작품이 접수된 가
“평범한 의사 가운 속에 예술을 향한 뜨거운 열정이 숨어 있습니다. 그림은 소통이자 치유의 도구죠.”흰 진료 가운을 벗고 병원을 나와 작업실로 향한다. 물감 냄새가 물씬 묻어나는 화실에서 청진기 대신 붓을 쥔다. 산책하다 마주한 인상 깊었던 풍경을 기억에서 꺼내 정성스레 캔버스에 담다 보면 어느새 적막한 밤중이다.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그림 그리는 의사들’ 26명의 하루다. 낮에는 의업(醫業)을, 밤에는 화업(畵業)을 병행하는 의사 겸 화가들이다.한국의사미술회라는 간판 아래 26인의 의사가 병원이 아니라 갤러리에 모인다. ‘그림 그리는 의사들’이라는 전시 제목으로 오는 29일부터 11월 10일까지 서울 성북동 르한스갤러리에서 올 한 해 그린 작품을 선보인다. 2006년부터 전북 전주와 충남 천안, 울산, 충북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리며 19회를 맞이한 나름대로 유서 깊은 전시다. 지난 22일 만난 이강온 한국의사미술회 회장은 “새벽에 일어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 뒤 출근하고, 또 퇴근하면 밤까지 정말 열심히 그렸다”고 설명했다.한국의사미술회는 그림을 통해 환자와 교감을 넓히려는 취지로 2005년 설립됐다. 현재 41명이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아름다운 만남 행복한 동행’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봄 회원들로 구성한 정기전을 연다. 가을엔 그림을 좋아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그림 그리는 의사들’ 전시를 열고 있다. 이 회장은 “의업과 화업 중 어떤 게 본업인지 구분이 안 될 정도로 회원들이 모두 미술을 사랑한다”며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개인전을 연 의사도 적지 않다”고 했다.이 회장만 해도
원로 문인 이문열 작가(76)와 한국연극의 대부 김정옥 연출가(92)가 한국문학과 연극을 해외에 알린 공로로 문화예술 분야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서울 충정로3가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2024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문화훈장 수훈자 15명과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수상자 5명 등 총 31명에게 상을 수여했다.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황제를 위하여> 등 90편이 넘는 작품을 출간한 이문열 작가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극단 민중극장 대표, 자유극장 예술감독을 지낸 김정옥 연출가는 ‘무엇이 될꼬 하니’ 등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하며 국민 문화예술 향유 확대를 이끌었다.정부는 1969년 제정한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을 1973년 ‘문화훈장’으로 확대해 매년 유공자를 포상하고 있다.유승목 기자
원로 문인 이문열(76) 작가와 한국연극의 대부 김정옥(92) 연출가가 한국문학과 연극을 해외에 알린 공로로 문화예술분야 정부 포상 최고 영예인 금관문화훈장을 받았다.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25일 서울 충정로3가 모두예술극장에서 열린 ‘2024년 문화예술발전 유공자’ 시상식에서 문화훈장 수훈자 15명과 대한민국 문화예술상(대통령 표창) 수상자 5명 등 총 31명에게 상을 수여했다. 소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황제를 위하여> 등 90여 편이 넘는 작품을 출간한 이문열 작가는 한국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다. 주요 작품들이 31개국 24개 언어로 번역·출간돼 변방에 머물렀던 한국문학이 세계시장에 문을 두드린 계기를 만든 1세대 작가로 평가 받는다. 극단 민중극장 대표, 자유극장 예술감독을 역임한 김정옥 연출가는 ‘무엇이 될꼬 하니’ 등 100편이 넘는 작품을 연출하며 국민 문화예술 향유 확대를 이끌었다. 스페인 ‘시제스 국제연극제’ 초청공연 등 해외공연으로 한국연극의 세계무대 진출 발판을 마련했다.은관문화훈장은 65년 간 독주곡, 실내악곡, 오페라, 칸타타 등 100곡이 넘는 작품을 발표해 한국현대음악 발전에 기여한 백병동(88) 서울대 명예교수와 양혜숙(88) 한국공연예술원 이사장, 우규승(83) 아키텍츠 대표 등 3명이 받았다. 보관문화훈장은 한국 1세대 조각가로 세계 미술계가 주목하는 시각예술가 김윤신(89) 등 5명이다. 옥관문화훈장은 김종원(87) 한국영화평론가협회 상임고문 등 5명이 받았다. 대한민국 문화예술상은 전인건 간송미술관 관장(53·문화 일반), 이금이 아동청소년문학 작가(62·문학), 원일
한국 일본 중국에서 동시에 사랑받는 TV 시리즈와 영화를 찾는 건 쉽지 않다. 국민 정서 문제도 있지만 콘텐츠 소비 취향도 확연히 갈리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본의 배우 겸 영화감독 마쓰시게 유타카(61·사진)는 동아시아 삼국의 경계를 쉽게 넘나든다. 주린 배를 부여잡고 툭 내뱉는 “배가 고파졌다. 좋아, 가게를 찾자” 한마디에 한·중·일 ‘혼밥러’(혼자 밥 먹는 사람)들이 열광하기 때문이다.1963년 일본 후쿠오카현에서 태어난 마쓰시게는 메이지대 문학부 졸업 후 유명 연출가 니나가와 유키오의 극단에 들어가 배우 활동을 시작했다. 깡마른 외모가 그리 매력적인 편은 아니라 조연에 머물렀다. 야쿠자, 건달 같은 악역을 주로 맡던 그는 2012년 처음 주연으로 나선 TV 시리즈 ‘고독한 미식가’로 대배우 반열에 올랐다. 중국판이 나올 정도로 중화권에서 인기를 끌었고, 한국에서도 마니아층이 두터운 드라마로 자리매김했다.마쓰시게는 ‘고독한 미식가’를 들고 영화판에 뛰어들었다.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지옥의 경비견’(1992) 등 영화 출연 경력도 꽤 되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고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를 연출했다. 한국 남해의 풍광과 맛을 비중 있게 담아낸 영화는 최근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상영돼 호평받았다.유승목 기자
“평범한 의사지만, 가운 속엔 예술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가득해요. 그림은 소통이자 치유의 도구죠.”흰 진료 가운을 벗고 병원을 나와 작업실로 향한다. 물감 냄새 물씬 나는 이곳에서 청진기 대신 붓을 쥔다. 인상 깊었던 풍경을 기억 속에서 꺼내 아픈 환자를 살피듯 정성스레 캔버스에 담다 보면 어느새 찾아오는 고요한 밤. 전국 각지에 퍼진 26명의 ‘그림 그리는 의사들’의 하루다. 낮엔 의업을, 밤엔 화업을 병행하는 일상을 보내는 의사 겸 화가들이다.'한국의사미술회'라는 간판 아래 모인 의사 26인이 병원이 아닌 갤러리에 모인다. ‘그림 그리는 의사들’이라는 명료한 전시 제목으로 오는 29일부터 11월10일까지 서울 성북동 르한스갤러리에서 올 한해 그린 그림들을 선보인다. 2006년부터 전주, 천안, 울산, 청주 등 전국 각지에서 열리며 벌써 19회를 맞이한 나름 유서가 깊은 전시다. 지난 22일 만난 이강온 한국의사미술회 회장은 “새벽에 일어나 작업실에서 그림을 그린 후 출근하고, 또 퇴근하면 밤까지 정말 열심히 그렸다”고 설명했다.한국의사미술회는 그림을 통해 환자와 교감을 넓히려는 취지로 2005년 설립된 모임으로 41명이 활동하고 있다. 2006년 ‘아름다운 만남 행복한 동행’ 전시를 시작으로 매년 봄 회원들로 구성된 정기전을 여는데, 가을엔 그림을 좋아하는 의사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그림 그리는 의사들’ 전시를 열고 있다. 이 회장은 “의업과 화업 중 어떤 게 본업인지 모를 정도로 다들 미술을 사랑한다”면서 “각종 공모전에서 수상하고 개인전을 연 의사들도 많다”고 했다.실제로 이 회장만 해도 의학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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