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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미엄금단을 넘어 모두의 별이 된 화가 수잔 발라동

    지금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는 5년간의 긴 겨울잠을 앞두고 한 여성 화가를 조명하고 있다. 화가들의 누드 모델로 시작해, 서양 미술사에서 처음으로 금기를 깨고 남성의 나체를 그린 첫 여성 화가 수잔 발라동이다. 언제나 자신의 열정을 다했던 수잔 발라동의 화업을 돌아본다.“그 위대한 프랑스의 화가는 살아생전부터 이미 유명하고 전설적인 존재였다”. 1948년 프랑스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린 한 회고전에서 문인이자 비평가 장 카수는 이렇게 말했다. 퐁피두센터의 초대 관장으로 수많은 예술가와 교류하며 마르크 샤갈, 콩스탕탱 브란쿠시, 앙리 마티스 등 당대 최고 화가들의 작품을 손수 들여온 카수가 찬사를 보낸 화가의 이름은 수잔 발라동. 이 여성 화가의 이름은 어떻게 예술의 메카 파리에서 전설로 남게 된 걸까.휴관 앞둔 퐁피두의 PICK그림을 잘 그리는 화가는 많다. 어린 시절부터 천재로 주목받거나, 뒤늦게 재능이 만개하거나. 하지만 모두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기억되는 건 아니다. 특히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 이래로 하늘의 별처럼 많은 화가가 명멸했던 파리는 그림 좀 잘 그린다고 아무나 명함을 내밀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적어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낸 사람만이 진짜 예술가로 인정받아 오랜 세월 회자될 수 있었다.수잔 발라동은 이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한 화가였다. 화가들의 누드 모델로 시작해 자신이 이젤 앞에 앉아 금기를 깨고 남성의 나체를 그린 첫 여성 화가이자, 별다른 전문 교육을 받지 않고 어깨너머로 배운 터치와 드로잉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완성한 예술가란 점에서다. 수많은

    2025.03.27 08:19
  • 프리미엄밤의 퐁피두에서 마주한 짙은 파랑의 매력

    파리의 밤은 낮보다 아름답다. 별빛 쏟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즐기는 예술은 어떤 맛일까. 유럽 현대미술의 심장인 프랑스 파리 퐁피두 센터에선 밤 풍경처럼 짙은 푸른색의 예술을 선보인 화가들을 만나보자. 오는 9월부터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앞둔 퐁피두의 걸작들을 마주할 기회는 지금 아니면 5년간 없다.극장가에 다시 걸린 우디 앨런 감독의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2011)는 할리우드 각본가의 일을 그만두고 파리를 찾은 소설가 지망생이 100여년 전 예술가들과 마주치는 이야기를 그린다.낭만의 도시 파리에서 밤새 펼치는 예술가들과의 만남과 로맨스는 언제나 그럴싸하다. 파리가 단순히 누구나 한 번쯤 동경하는 각별한 도시라서만은 아니다. 파리라는 도시에선 유럽의 가장 아름다웠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의 잔향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 더 알맞다. 낮에 분주히 시내를 오가던 파리지앵과 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춘, 짙은 푸름이 깔린 밤의 적막한 파리 센 강변을 걸으면 왠지 압생트를 들고 있는 반 고흐를 만날 것만 같다. 비가 내려 돌바닥은 물기를 머금고. 아직 옷깃을 여미게 하는 쌀쌀한 바람이 부는 3월의 파리에선 이런 정취를 더 강하게 느낄 수 있다.영화에서도 “Actually, Paris is most beautiful in the rain(파리는 빗속에서 가장 아름다워)”라고 말하는 건 다 이유가 있다. ‘미드나잇 인 파리’는 결코 실현할 수 없는 시간여행을 담은 영화다. 그렇다고 한 세기 전 예술가들과 정서적 교감을 나눈 영화 속 주인공 길 펜더(오언 윌슨)까지 마냥 허구로 치부할 순 없다. 늦은 밤 파리 보부르 지역에 있는 파격적인 생김새의 거대

    2025.03.27 08:18
  • 밥 딜런의 이유 있는 저항, 3대 명장면과 패션 코드 대해부

    기타 하나 매고 뉴욕을 헤매는 촌뜨기 싱어송라이터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일한 가수가 되기까지 어떤 발자취를 남겼을까. 밥 딜런의 젊은 날을 보여준 티모테 샬라메의 연기는 인상 깊다.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에서 주목할 장면들을 꼽았다.‘아름다운 강산’은 희망차고 속이 뻥 뚫리는 노래로 인식된다. 원래 이 노래는 록의 대부 신중현이 1972년 그룹사운드 ‘신중현과 더 맨’을 통해 처음 발표했다. 러닝타임만 10분에 달하는 오리지널 곡은 어둡고 가라앉은 분위기를 관통하는 사이키델릭한 사운드가 특징이다. 시대에 대한 희망찬가를 짓는 대신 젊은 기타리스트의 반항기로 사운드를 채우자 일상적인 노랫말은 비로소 낭만적인 시가 된다.이보다 10여년 앞선 시절의 미국 뉴욕도 엄혹했다. 경제적으론 풍요롭지만, 사회 밑바닥엔 냉전, 핵전쟁, 인종차별 등 잃어버린 자유를 향한 그리움과 실존에 대한 공포가 자리 잡고 있던 시대였다. 그리고 이 한 가운데 대중음악사에 가장 중요한 낭만주의 음유시인이 등장한다. 포크부터 컨트리, 로큰롤, 블루스까지 당대 사람들이 즐기던 모든 장르에 걸쳐 ‘시대의 목소리’라 불린 밥 딜런이다. 그가 자신의 음악 세계를 구축해 나간 1961년부터 4년간의 초기 커리어를 조명한 영화 <컴플리트 언노운>은 이렇게 시작한다.SCENE#1. 허클베리 핀 모자를 쓴 촌뜨기화려한 자수 셔츠에 시선을 끄는 볼로 타이, 무심한 듯 걸친 가죽 재킷까지. 쌀쌀한 날씨로 어깨를 움츠린 포즈까지 세련됐다던 밥 딜런의 패션에도 흑역사는 있다. 미국 포크송의 전설 우디 거스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무작정 뉴욕에 온 그는 택시 기사에게 충분한 팁

    2025.03.27 08:03
  • 100년간 사라졌던 클림트 걸작이 돌아왔다…미술계 '흥분'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중요한 예술적 분기점은 1897년이다. 주류 아카데미즘 미술과 결별하고 “각 시대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엔 자유를!”이라는 구호와 함께 ‘빈 분리파’라는 새로운 미학을 추구했기 때문이다.이 시기 클림트 화풍의 변화를 보여주는 첫 작품으로는 ‘소냐 닙스의 초상’(1898)이 꼽힌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클림트의 작품 한 점이 최근 세상에 나와 미술계를 뒤흔들고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린 ‘테파프’(TEFAF·유럽미술박람회) 아트페어에서 공개된 초상화다. ‘윌리엄 니 노르테이 도우오나 왕자의 초상’(이하 왕자의 초상·사진)이란 제목의 그림으로, 1897년 그려진 것으로 확인됐다. 초상화로 수많은 걸작을 남긴 클림트가 가장 이른 시기에 완성한 작품인 것이다.25일 아트뉴스 등 해외 미술전문 매체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닷새간 열린 테파프 아트페어에 클림트의 초상화 작품인 왕자의 초상이 출품됐다. 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갤러리인 비너로이터&콜바허 갤러리(W&K)가 출품한 이 작품은 무려 1500만유로(약 240억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판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60㎝ 높이의 다소 작은 작품 크기에 오염, 훼손이 상당한데도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가치가 남다르다는 평가에서다. 오스트리아 벨베데레미술관이 클림트의 명작 ‘키스’에 영구반출 금지 딱지를 붙이는 등 19~20세기 최고 예술가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클림트의 그림은 부르는 게 값이다. 클림트의 마지막 초상화로 알려진 ‘부채를 든 여인’이 2023년 영국 런던 소더비 경매에서 8330만파운드(당시 약 1413억원)

    2025.03.25 18:10
  • 지역민방협 "지상파 방송사 소유제한 규제 이젠 풀어야"

    한국지역민영방송협회는 최근 방송통신위원회가 지상파 방송사업자 소유 제한 위반을 이유로 마금과 삼라를 관계기관에 고발 조치하기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미디어 환경 변화와 국가 경제 성장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25일 업계에 따르면 협회는 전날 발표한 성명을 통해 “방통위가 시대착오적 원칙으로 행정처분을 남발할 것이 아니라 미디어 환경에 걸맞은 법령과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방통위는 지난 19일 대구문화방송(MBC)의 지분 32.5%를 보유한 마금, 울산방송 지분을 30% 소유한 삼라를 관계기관에 고발하기로 의결했다. 현행 방송법상 자산총액 10조원이 넘는 기업은 지상파 방송사 지분을 10% 이상 소유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협회는 “지분 소유 제한은 지상파 매체가 여론 형성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던 시기에 도입된 제도”라며 “지상파 방송 소유를 제한하는 자산총액 기준은 2002년 3조원 이상, 2008년 10조원 이상으로 상향 조정된 뒤 17년째 그대로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협회는 “다른 미디어 사업자와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도록 낡은 규제는 지금 당장 철폐해야 한다”고 설명했다.유승목 기자

    2025.03.25 18:03
  • 100년간 사라졌던 클림트의 '걸작'이 돌아왔다...세계 미술계 '들썩'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의 중요한 예술적 분기점은 1897년이다. 주류 아카데미즘 미술과 결별하고 “각 시대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엔 자유를!”이라는 구호와 함께 ‘빈 분리파’라는 새로운 미학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이후 클림트의 그림엔 우아하지만 관능적이고, 매혹적이면서 묘하게 퇴폐적인 분위기가 물든다. 풍요와 향락, 그리고 멸망이 공존했던 세기말 제국의 수도 빈의 모습과 어딘가 닮은 클림트만의 그림이었다.이 시기 클림트 화풍의 변화를 보여주는 첫 작품으론 ‘소냐 닙스의 초상’(1898)이 꼽힌다. 비슷한 시기에 그려진 클림트의 작품 한 점이 최근 세상에 나와 미술계를 뒤흔들고 있다. 네덜란드 마스트리흐트에서 열린 ‘테파프(TEFAF·유럽미술박람회)’ 아트페어에서 공개된 초상화다. ‘윌리엄 니 노르테이 도우오나(William Nii Nortey Dowuona) 왕자의 초상’(이하 왕자의 초상)이란 제목의 그림으로, 1897년 그려진 그림으로 확인됐다. 초상화로 수많은 걸작을 남긴 클림트가 가장 이른 시기에 완성한 작품인 것이다.100년 만에 등장한 아프리카 왕자의 초상25일 아트뉴스 등 해외 미술전문 매체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닷새간 열린 테파프 아트페어에 클림트의 초상화 작품인 ‘왕자의 초상’이 출품됐다. 오스트리아 빈에 위치한 갤러리인 비너로이터&콜바허 갤러리(Wienerroither & Kohlbacher·W&K) 부스에 걸린 이 작품엔 1500만 유로(약 240억 원)의 가격표가 붙었다. 판매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60㎝ 높이의 다소 작은 작품 크기에 오염, 훼손이 상당한데도 높은 가격이 책정됐다. 가치가 남다르단 평

    2025.03.25 13:09
  • 유망 K콘텐츠 아이디어·기술력 찾는다

    글로벌 트렌드를 주도하는 K콘텐츠의 지속가능성은 한발 앞선 기술력과 차별화된 아이디어에 달렸다. 콘텐츠 산업 가장 밑단에 잠재된 초기 스타트업과 예비 창업자를 발굴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창의성과 다양성의 원천인 스타트업이 풍요로운 콘텐츠 생태계를 만들기 때문이다.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다음달 9일까지 모집하는 ‘2025 콘텐츠 스타트업 지원사업’은 혁신적인 콘텐츠 스타트업의 성장을 모색하는 민관협력 프로젝트다. 정부의 ‘스타트업 코리아 종합대책’ 기조에 맞춰 지난해부터 액셀러레이터, 선도기업 등 민간 전문기관 주도 지원 방식으로 개편해 사업에 활력을 더하고 있다.콘진원은 지난달 공모를 통해 14개 민간기관을 우선 선정하고, 스타트업 모집부터 육성까지 전방위적 지원을 이어 나갈 방침이다. 아이디어 사업화 지원사업 협력기관으로 건국대, 경희대, 광운대, 동국대 등 4개 대학이 선정됐다. 씨엔티테크, 와이앤아처, 탭엔젤파트너스 등이 액셀러레이터 연계 지원사업 협력기관으로 뽑혔다. 선도기업 연계 동반성장 지원 협력기관은 교보문고, 롯데월드, 삼성물산, 에픽게임즈, LG유플러스, SK텔레콤CS T1, SM컬쳐파트너스 등 7곳이다.콘진원은 ‘아이디어 사업화’ 분야에서 40개 예비창업자(팀), ‘액셀러레이터 연계 지원’ 분야에서 스타트업 18곳, ‘선도기업 연계 동반성장지원’ 분야에서 스타트업 10곳, ‘투자연계 창업도약 프로그램’에서 스타트업 14곳 등을 e나라도움을 통해 모집한다.아이디어 사업화 지원은 혁신적 아이디어가 창업으로 이어질 수 있게 돕는 사업이다. 예비창업자에겐 500만원 상당의

    2025.03.24 16:32
  • 작가 이불, 세계 4대 갤러리 하우저앤드워스 합류

    현대미술가인 이불(61·사진)이 세계 4대 갤러리 중 하나인 하우저앤드워스의 전속 작가로 활동한다. 하우저앤드워스가 한국 작가를 전속으로 받아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하우저앤드워스는 19일(현지시간) BB&M 갤러리와 함께 이불의 공동 전속 갤러리가 됐다고 밝혔다. 이불은 국내 갤러리인 BB&M의 전속 작가로 활동해왔다.1992년 설립된 하우저앤드워스는 가고시안, 페이스, 데이비드즈워너와 함께 세계 4대 갤러리로 꼽힌다.이불은 약 40년간 드로잉부터 조각, 회화, 퍼포먼스, 설치, 비디오에 이르기까지 장르와 분야를 넘나드는 작업으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유승목 기자

    2025.03.20 17:47
  • “신문이 내 손에, 세상이 내 눈에”…‘신문의 날’ 표어 대상

    한국신문협회·한국신문방송편집인협회·한국기자협회 등 언론 3단체는 제69회 신문의 날 표어 대상에 ‘신문이 내 손에, 세상이 내 눈에’(김아현·대구)를 선정했다고 20일 발표했다. 우수상은 ‘소통의 벽을 넘어 마음의 창을 여는 신문’(오지영·세종)과 ‘신문, 세상을 담다 사람을 잇다 미래를 열다’(이지연·부산)가 뽑혔다.심사위원들은 대상 수상작에 대해 “신문을 항상 손에 들고 읽으면 온 세상에서 일어나는 소식을 눈에 담을 수 있다는 의미를 적절한 운율에 맞춰 잘 표현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우수상 수상작 두 편에 대해선 “이 시대에 요구되는 덕목인 ‘소통’을 사용해 신문의 역할을 잘 표현했다”고 평가했다.지난 11일 신문협회에서 진행된 심사에는 언론 3단체가 각각 추천한 정향환 동아일보 문화부장, 조영상 경인일보 편집국장, 김봉철 아주경제 부장이 참여했다.올해 2회째를 맞은 신문홍보 캐릭터 공모전 대상은 ‘제트와 핀’(김성은·대구)이, 우수상엔 ‘신둥이와 신둘기’(김채령·서울)와 ‘까누’(최명규·부산) 등 두 편이 뽑혔다. 심사에는 권기령 동아일보 뉴스디자인팀부장, 송정근 한국일보 그래픽뉴스부장, 전진이 국민일보 디지털뉴스센터콘텐츠랩 플랫폼전략팀 차장이 참여했다.심사위원들은 대상 캐릭터에 대해 “동물 중 호기심 많고 빠른 이미지의 여우 제트와 신중하면서 느린 달팽이 핀을 대비시켜 ‘신속과 신중’이라는 신문의 특징을 표현한 독창성이 돋보였다”고 평했다.표어 및 캐릭터 대상 수상자는 상금 100만 원과 상패, 우수상 수상자는 상

    2025.03.20 14:04
  • 현대미술가 이불, ‘세계 4대 갤러리’ 하우저앤드워스 품으로

    “이불 작가는 자타공인, 당대 가장 뛰어난 한국 아티스트입니다.” - 마크 파요 하우저앤드워스(Houser&wirth) 대표세계적인 현대미술가로 꼽히는 이불(61)이 글로벌 최정상급 갤러리 하우저앤드워스의 전속 작가로 활동한다. 하우저앤드워스가 한국 작가를 전속으로 받아들인 건 이번이 처음이다.하우저앤드워스는 19일(현지시간) BB&M 갤러리와 함께 이불의 공동 전속 갤러리가 됐다고 밝혔다. 앞서 이불은 서울 성북동에 위치한 국내 갤러리인 BB&M의 전속 작가로 활동해 왔다. 다국적 갤러리인 하우저앤드워스와 공동 전속 관계를 맺으면서 글로벌 활동 기반의 외연을 넓히게 됐다는 평가다.파요 대표는 “이 놀라운 예술가의 업적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소개할 수 있게 돼 영광”이라며 “내년 함께할 첫 전시,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수년 동안의 협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1992년 설립된 하우저앤드워스는 가고시안, 페이스, 데이비드즈워너와 함께 ‘세계 4대 갤러리’로 묶이는 최고 수준의 화랑이다. 스위스 취리히를 기반으로 미국 뉴욕, 영국 런던, 프랑스 파리, 홍콩 등 전 세계 18곳에 지점을 거느리며 명성을 쌓고 있다.하우저앤드워스는 ‘예술가들의 예술가’ 루이스 부르주아(1911~2010), 필립 거스턴(1913~1980)의 작품을 관리하고 니콜라스 파티 등 동시대 미술을 이끄는 작가 100여 명을 소개하고 있다. 2022년 처음 열린 ‘프리즈 서울’에서 조지 콘도의 ‘붉은 초상과 구성’을 첫날 280만 달러(약 40억 원)에 팔아치워 공식 최고가를 기록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이불은 양혜규, 서도호 등과 함께 글로벌 미술시장이 인정하는 한국 작가다. 홍익대

    2025.03.20 13:40
  • 혼종문화, 페미니즘 … 래리 피트먼의 ‘시각적 과잉’에 숨은 은유

    동시대 미술에서 기억해야 할 중요한 작가들이 몇 있다. 회화를 논한다면 래리 피트먼(73)이 이 중 하나다. 미국 회화에서 보기 어려운 특유의 밀도 높은 스타일로 남다른 시각적 미학을 개척했기 때문이다.세계적인 갤러리 리만 머핀이 2021년 서울 한남동에 전시장을 열어 미술 열기가 뜨겁던 한국 시장 공략을 위한 첫 출사표로 피트먼의 작품을 내놨던 건 이런 이유에서다. 복잡한 기호와 상징적 어휘, 혼돈 속 질서가 보이는 정교한 테크닉, 색채와 텍스트, 이미지 사이의 팽팽한 긴장감은 그의 독창적인 회화를 설명하는 특징이다.전남 광양 전남도립미술관에서 지난 18일 개막한 ‘거울&은유(Mirror&Metaphor)’ 전시는 미술 애호가들의 남도행을 재촉할 만한 전시다. 동시대 회화의 한 갈래를 직접 살펴볼 수 있는 기회란 점에서다. 국내 미술관에서 피트먼의 개인전이 열리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라틴 문화 깃든 장식미피트먼의 회화는 미국 화단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장식미가 두드러진다. 그의 정체성의 기반이 ’혼종 문화‘이기 때문이다. 미국인 아버지와 콜롬비아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는 유년 시절을 콜롬비아에서 보냈고, 1980년대 이후엔 멕시코시티에서 자주 머물며 멕시코의 전통 미학에서 영감을 얻었다. 커다란 보석을 소재 삼은 '디오라마' 연작이나 패턴이 두드러지는 ‘후기 서구 제국의 진기한 물건들’이 대표적이다.이날 전시장에서 만난 피트먼은 “미국의 백인 앵글로-색슨 문화권에선 장식 요소가 작품의 내용을 방해한다고 보는 문화가 있지만, 라틴아메리카 문화에선 장식 요소가 있는 그대로 내용이 되고, 또 이미지가 되기도 한다”면

    2025.03.19 16:43
  • 던롭스포츠코리아, 시니어 비거리 위한 '젝시오 프라임 로얄에디션'

    던롭스포츠코리아는 활동적인 삶을 즐기는 ‘액티브 시니어 골퍼’를 위한 클럽 ‘25 젝시오 프라임 로얄에디션(25젝시오RE)’을 출시했다. 비거리는 물론 방향성과 정타율을 높인 퍼포먼스 클럽으로, 가벼운 스윙만으로도 기대 이상의 성능을 경험할 수 있다.비거리는 시니어 골퍼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다. 무리한 스윙이 자칫 부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25젝시오RE는 차별화된 ‘바이플렉스 페이스(BiFLEX FACE)’ 기술로 반발력을 극대화해 클럽 어느 부분에 공이 맞더라도 강한 타구를 만들어내는 것이 특징이다. 던롭스포츠코리아 측은 “테스트 결과 전작과 비교해 비거리가 4.3야드 증가했다”며 “비공인 고반발 클럽과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성능을 입증했다”고 설명했다.다운스윙 시 공기저항을 줄여 헤드 흔들림을 최소화하고, 임팩트 순간의 페이스 각도를 최적화해 더 빠르고 정확한 샷을 구현하는 ‘뉴액티브윙(NewActiveWing)’ 기술도 적용했다. 또 새롭게 설계된 드로우 바이어스 구조가 구질 보정은 물론 슬라이스 구질까지 교정해 보다 안정적으로 공이 센터에 안착하도록 했다. 더 멀리 보낼 뿐 아니라 일관된 방향성도 갖출 수 있는 셈이다.소재에서도 기술력이 돋보인다. 카본 샤프트는 고강도·고탄성 카본 ‘TORAYCA T1100G’에 신소재인 ‘NANOALLOY’ 수지를 결합해 더 가벼워졌다. 손목 부담을 줄이는 그립 설계까지 더해 부담 없이 더 강한 임팩트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아울러 젊은 감각을 지향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의 취향에 맞춰 남성용은 골드 컬러, 여성용은 로즈 골드 컬러를 선보이며 세련된 디자인 감

    2025.03.18 15:53
  • "AI 시대에도 여전히 창작의 중심은 인간이죠"

    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다. 상상력의 산물인 예술은 늘 동시대 첨단기술로 구현됐다. 건반악기의 혁명인 피아노의 탄생으로 클래식이 풍요로워졌고, 카메라의 발명으로 영화라는 장르가 생겼다. 백남준의 ‘비디오 아트’에서 시작한 미디어아트 등 미술 역시 전통적인 회화와 조각뿐 아니라 새로운 기술을 받아들이는 데 거리낌 없었다.하지만 인공지능(AI)은 조금 복잡미묘하다. AI시대가 도래했다지만, 여전히 예술가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음악, 문학, 영화뿐 아니라 미술에서도 AI가 개입할 경우 인간의 상상력과 창의성이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예술과 AI는 상호보완 관계가 아니라 누군가는 반드시 쓰러지게 될 제로섬(zero-sum) 관계란 것이다.AI의 도움을 받거나, 혹은 AI가 그린 그림도 ‘작품(Artwork)’으로 볼 수 있을까. 모두가 부정적으로 바라보던 2018년 흥미로운 일이 일어났다.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AI가 그린 ‘벨라미가(家)의 에드몽’이라는 그림이 43만2500달러(당시 약 4억5000만원)에 낙찰된 것. 당초 예상가의 40배를 웃도는 낙찰가였다.작품을 그린 작가는 프랑스의 3인조 그룹 ‘오비어스(Obvious)’. 2017년 결성한 이후 AI를 활용한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짜깁기 데이터’로 절하되곤 하는 AI 작품은 어떤 예술성을 지니고 있을까. AI도 화가로 인정받을 수 있을까. ‘초현실주의의 새로운 지평: IMAGINE’ 전시로 한국을 찾은 이들을 지난 11일 서울 인사동 선화랑에서 만났다.▷거대언어모델(LLM)의 방대한 데이터 속 적당한 프롬프트(명령어)를 입력해 결과물을 도출한다는 관점에서 예술계

    2025.03.13 09:37
  • B급의 탈을 쓴 S급 딴따라들…현대무용 경계 허물다

    “제대로 된 B급 정서를 보여주려면 실력은 S급이라야 한다.”영화판 사람들이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황혼에서 새벽까지’,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같은 작품을 두고 하는 말이다. 공식을 비틀고, 유쾌하면서 때론 엽기적인 ‘B급의 탈을 쓴 S급’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어서다.엘리트 무용수가 진지한 춤의 향연을 펼칠 것 같은 현대무용판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 수영모를 뒤집어쓰고 녹색 양말에 번쩍이는 쫄쫄이 타이츠를 입은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춤이라기보단 ‘몸짓’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빠질 때쯤 2000년대 대중가요 박지윤의 ‘바래진 기억에’가 흘러나와 관객들을 당황하게 한다.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 ‘바디콘서트’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12일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5주년 기념 기획공연을 펼쳤다. 1000석 극장에서 R석 표값만 10만원인 15회 장기공연이다. 가장 척박한 예술이라는 현대무용에서 보기 드문 무모한 도전. 지난 8일 공연에서 이들을 직접 만났다. ◇춤의 자유는 고통의 몸짓에서춤은 가장 자유로운 예술로 여겨진다. 미술이나 문학, 영화처럼 매개체가 필요한 다른 예술 장르와 달리, 오직 몸 하나로 추구하는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다. 그래서 역설적으로 무용은 가장 엄격한 예술이다. 찰나의 순간, 여럿의 무용수가 마치 한 사람 같은 동작을 보여주려면 철저하게 약속된 안무를 완벽하게 숙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 동작을 완성하기 위해 수천, 수만 번씩 같은 몸짓을 거듭하는 단련의 과정은 지난하고 고통스

    2025.03.10 17:06
  • 찢고, 꼬고, 박음질해 만든 신성희의 '회화 너머의 회화'

    여기 스물셋 젊은 미대생이 1971년 ‘공심(空心)’이라 이름 붙인 회화 세 점이 있다. 창문 아래 한 여인이 누워 있는 평범한 그림인데, 점차 창이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여인도 연기처럼 증발해버린다. 회화의 출발점이 현실의 재현(再現)이란 점에서 이 그림은 완성에서 미완으로 향하는 그림이다. 초현실주의 기법이 돋보이는 이 시리즈에선 회화의 본질을 허물고,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화가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신성희(1948~2009)는 이 3부작으로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을 받았다. 김환기가 직전 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대상을 받아 잘 알려진 공모전이다. 촉망받는 작가로 인정받았지만, 그는 이후 주류를 벗어나는 행보를 보인다. 1960~1970년대 뜨겁게 달아오른 실험미술에 뛰어드는 대신 회화에 몰두했다. 그렇다고 윗세대의 단색화를 추구하거나 아랫세대의 민중미술에 호응하지도 않았다. 신성희가 바라본 건 평면의 캔버스에 입체적인 공간을 구축해내는 ‘회화 너머의 회화’였다.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그가 40년 화업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를 완성한 과정을 살펴보는 귀한 전시다. 가장 독창적인 화가 중 한 명으로 평가받는 그의 데뷔작 ‘공심’ 시리즈가 처음 공개된 자리인 동시에 작가의 탈회화적 방법론을 구체화한 ‘박음회화(꾸띠아주)’, ‘엮음회화(누아주)’를 한눈에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신성희의 작업세계는 크게 네 번의 변화를 겪는다. 1970년대 극사실 물성 회화를 시도한 그는 1980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하며 10여 년간 과감하고

    2025.03.10 17:03
  • B급의 탈을 쓴 S급 딴따라들의 춤사위

    영화판에 이런 말이 있다. “제대로 된 B급 정서를 보여주려면 실력은 S급이라야 한다”. 로버트 로드리게스의 ‘황혼에서 새벽까지’나 쿠엔틴 타란티노의 ‘킬 빌’ 같은 영화를 두고 하는 말이다. 공식을 비틀고, 유쾌하면서 때론 엽기적인 ‘B급의 탈을 쓴 S급’은 아무나 만들 수 있는 게 아니다.엘리트 무용수가 진지한 춤의 향연을 펼칠 것 같은 현대무용판에도 이런 작품이 있다. 수영모를 뒤집어쓰고 녹색 양말에 번쩍이는 ‘쫄쫄이’ 타이즈를 입은 기괴한 차림의 무용수들이 춤을 춘다. 현대무용수라면 으레 할 줄 아는 기본동작만으로 박수갈채를 받는가 하면, 춤이라기보단 ‘몸짓’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바흐의 ‘골드베르크 변주곡’에 빠질 때쯤 2000년대 대중가요 박지윤의 ‘바래진 기억에’가 흘러나와 관객들은 당황하기 일쑤다.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의 대표 레퍼토리 ‘바디콘서트’다.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9일까지 12일간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서 15주년 기념 기획공연을 펼쳤다. 1000석 극장에서 R석 푯값만 10만원인 15회 장기공연이다. 가장 척박한 예술이라는 현대무용에서 보기 드문 무모한 도전. “그냥 딴따라의 쇼”라고 말하는 이들은 정작 별생각 없이 “15주년이라 15회 해보기로 했다”고 말할 뿐이다. 장정의 막바지인 지난 8일 공연에서 이들을 직접 만났다.▶▶[관련 인터뷰]"화성에서 로봇과 춤추고 싶어요" … 안무가 김보람의 도전춤의 자유는 고통의 몸짓에서춤은 가장 자유로운 예술로 여겨진다. 미술이나 문학, 영화처럼 매개체가 필요한 다른 예술 장르

    2025.03.10 14:39
  • [이 아침의 영화감독] 군더더기 없는 우리네 삶, 카메라에 담다

    이창동(71·사진) 감독은 군더더기를 덜어낸 리얼리즘 영화를 추구한다. 그는 “세상과 인생에 대해 늘 질문했다”며 소설부터 영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걸작을 남겼다. 최근 ‘아노라’로 미국 아카데미상 5관왕을 차지한 숀 베이커 감독이 “커다란 영감을 준 최고의 감독”으로 꼽은 게 이 감독이다.대구에서 태어난 이창동은 경북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한 뒤 고등학교 국어 교사로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후 소설 <전리>로 1983년 등단해 소설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녹천에는 똥이 많다> 등 소시민의 시각을 담은 작품들은 문단에서 호평받았다.이창동은 1997년 영화 ‘초록물고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이어 ‘박하사탕’(2000)을 선보이며 충무로를 대표하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했다. 2002년 개봉한 ‘오아시스’로 베니스국제영화제 감독상을 거머쥐었다.2003년 문화관광부 장관에 취임하며 관료로 파격 변신하기도 했다. 2007년 전도연과 송강호가 주연한 ‘밀양’으로 복귀했고, ‘시’(2010)로 칸영화제 각본상을 받으며 녹슬지 않은 감각을 과시했다. 지난달 단편소설집 영문판이 미국에서 출간되는 등 그의 작품은 국내외에서 꾸준히 주목받고 있다.유승목 기자

    2025.03.06 18:12
  • 찢고, 꼬고, 박음질해 만든 ‘회화 너머의 회화’

    어느 분야나 빼어난 실력자들이 있다. 어린 시절부터 주목받는가 하면, 뒤늦게 재능을 꽃피우기도 한다. 그러나 모두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며 기억되는 건 아니다. 예술도 마찬가지. 수많은 천재, 또는 기재들이 명멸하는 가운데 기존의 패러다임을 바꾸거나 자신만의 독창적인 세계관을 구축해낸 사람만이 오랜 세월 회자되기 마련이다.여기 스물셋 젊은 미대생이 1971년 ‘공심(空心)’이라 이름 붙인 회화 세 점이 있다. 창문 아래 한 여인이 누워 있는 평범한 그림인데, 점차 창이 일그러지더니 어느새 여인도 연기처럼 증발해버린다. 회화의 출발점이 현실의 재현(再現)이란 점에서 이 그림은 완성에서 미완으로 향하는 그림이다. 초현실주의 기법이 돋보이는 이 시리즈에선 회화의 본질을 허물고, 새롭게 바라보고자 하는 화가의 치열한 고민을 엿볼 수 있다.신성희(1948–2009)는 이 삼부작으로 1971년 ‘제2회 한국미술대상전’ 특별상을 받았다. 김환기가 직전 해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로 대상을 받아 잘 알려진 공모전이다. 촉망받는 작가로 인정받았지만, 그는 이후 주류를 벗어나는 행보를 보인다. 1960~1970년대 뜨겁게 달아 올랐던 실험미술에 뛰어드는 대신 회화에 몰두했다. 그렇다고 윗세대의 단색화를 추구하거나 아랫세대의 민중미술을 호응하지도 않았다. 신성희가 바라본 건 평면의 캔버스에 입체적인 공간을 구축해내는 ‘회화 너머의 회화’였다.서울 사간동 갤러리현대에서 열리고 있는 신성희 개인전 ‘꾸띠아주, 누아주’는 그의 40년 화업을 통해 독창적인 회화를 완성한 과정을 살펴보는 귀한 전시다. 가장 독창적인 화가 중 한

    2025.03.05 16:40
  • "AI 시대 저작물에 뉴스도 포함돼야"

    한국신문협회는 뉴스를 별도의 저작권 대상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 의견을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고 뉴스 저작권 침해 방지 관련 조항을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고 4일 밝혔다.신문협회는 저작권법 제4조 저작물의 예시에 ‘뉴스 기사’를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신문협회에 따르면 현행 저작권법은 소설, 시, 논문, 각본, 음악, 연극, 무용, 회화, 서예, 조각, 건축 설계도, 사진, 지도 등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반면 뉴스 기사는 특별한 언급 없이 ‘그 밖의 어문저작물’로 포괄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뉴스 데이터 무단 활용, 콘텐츠 불법 복제 등 뉴스 저작권 침해와 콘텐츠 가치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신문협회의 설명이다. 막대한 투자와 정제 과정을 거쳐 생산한 신문사의 지식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현행법은 뉴스 저작물의 보호 및 공정한 이용에 관한 규정이 미흡하다”며 “AI·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논리에 맞는 뉴스 저작권 보호 법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신문협회는 지난해 12월 제정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의 보완 입법 필요성도 제기했다. AI산업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입법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AI 학습데이터 기록 보관 및 공개 등의 규정이 빠졌다고 지적했다.신문협회는 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의무를 담은 AI 기본법 제31조에 AI 개발 및 활용에 사용된 학습데이터 공개 의무 조항을 추가하고, 공개 방법과 항목은 시행령으로 규정할 것을 국회

    2025.03.04 17:56
  • [취재수첩] 한국판 '아노라'는 언제쯤 탄생할까

    영화 ‘아노라’가 미국 최고 권위 영화시상식인 아카데미(오스카상)에서 5관왕을 차지했다. 영화를 연출한 숀 베이커 감독은 명실상부 거장의 반열에 섰다. 영화 ‘마티’(1955)의 델버트 만, ‘기생충’(2019)의 봉준호와 함께 프랑스 칸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과 오스카 작품·감독상을 동시에 받은 세 번째 감독에 이름을 올렸다.영화판을 흔든 숀 베이커 신드롬을 이쯤에서 한 번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고작 600만달러짜리 저예산 독립영화를 들고 제작비로 1억달러쯤 쓰는 게 당연한 할리우드 대작 틈바구니에서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할리우드에선 “아노라 제작비가 경쟁작의 케이터링(밥차) 예산보다 적다”는 우스갯소리까지 나올 정도다.베이커는 필모그래피를 비주류의 삶을 그린 독립영화로 채워 온 ‘언더독’이다. 남들은 하루 대여료 1000만원이 넘는 카메라를 쓸 때 아이폰을 들고 영화를 찍은 적도 있다. 굳이 고된 독립영화의 길을 고집하는 이유는 간명하다. “일정 수준의 예산을 넘기면 편집권을 보장받을 수 없기 때문”이란다. 독립영화가 창의성과 다양성의 원천으로 평가받는 이유이기도 하다.이런 외골수가 ‘오스카 신데렐라’로 다시 태어난 건 관객의 눈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조금 성기더라도 독보적인 미학을 보여주는 독립·예술영화에 열광할 줄 아는 관객이 늘었다. ‘브루탈리스트’(960만달러) 등 할리우드 기준으로 저예산에 속하는 작품들이 ‘아노라’와 함께 올해 오스카를 주름잡은 배경이다.그래서일까. 베이커 감독은 오스카를 거머쥔 채 “독립영화를 제작한다면 계속 만들라. 그 증거가 바로 이

    2025.03.04 16:51
  • 한국신문협회 “AI 시대 맞아 뉴스 저작권 보호해야”

    한국신문협회는 뉴스를 별도의 저작권대상으로 규정하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 의견을 최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하고 뉴스 저작권 침해 방지 관련 조항을 보완할 것을 촉구했다고 4일 밝혔다.신문협회는 저작권법 제4조 저작물의 예시에 ‘뉴스 기사’를 추가할 것을 요구했다. 신문협회에 따르면 현행 저작권법은 소설·시·논문·각본·음악·연극·무용·회화·서예·조각·건축 설계도·사진·지도 등을 저작물로 예시하고 있다. 반면 뉴스 기사는 특별한 언급 없이 ‘그 밖의 어문저작물’로 포괄 규정하고 있다.이에 따라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뉴스 데이터 무단 활용, 콘텐츠 불법 복제 등 뉴스 저작권 침해와 콘텐츠 가치 훼손이 심각해지고 있다는 게 신문협회의 설명이다. 막대한 투자와 정제과정을 거쳐 생산한 신문사의 지식재산권이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신문협회는 의견서에서 “현행법은 뉴스 저작물의 보호 및 공정한 이용에 관한 규정이 미흡하다”며 “AI·디지털 미디어 시대의 논리에 맞는 뉴스 저작권 보호 법률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신문협회는 지난해 12월 제정된 ‘인공지능 발전과 신뢰 기반 조성 등에 관한 기본법(AI 기본법)’의 보완 입법 필요성도 제기했다. AI 산업의 규제 불확실성을 해소하기 위해 신속하게 입법을 완료하는 과정에서 AI 학습 데이터 기록 보관 및 공개 등의 규정이 빠졌다고 지적했다.신문협회는 인공지능 투명성 확보 의무를 담은 AI 기본법 제31조에 AI 개발 및 활용에 사용된 학습데이터 공개의무 조항을

    2025.03.04 13:20
  • "난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오스카 쥔 배우의 작심발언

    “나는 아카데미에서 상을 받은 첫 도미니카 출신 미국인입니다. 그리고 제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되지 않을 거란 것도 알아요.”2일(현지 시각)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여우조연상을 받은 조이 살다나가 수상 소감으로 던진 말이다. “나는 이민자 가정에서 자랐다”는 그는 “1961년 미국으로 이민 온 우리 할머니는 스페인어로 노래하고 연설하는 역할로 상을 받는 나의 모습을 정말 자랑스러워 할 것”이라고 했다. 생애 첫 오스카상을 거머쥔 자리에서 이런 수상소감을 밝힌 이유가 무엇일까.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에밀리아 페레즈'는 다양성이 짙은 영화다. 프랑스와 멕시코가 합작한 스페인어 뮤지컬 영화로 할리우드 주류 영화 스타일과는 조금 거리감이 있다. 멕시코 마약 카르텔의 두목이 성전환 수술을 받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이 영화엔 트랜스젠더 배우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살다나는 영화에서 주인공의 성전환을 돕는 변호사 역을 맡아 수준급의 연기를 펼쳤다.살다나의 소감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대한 우회적인 비판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직후 다양성·형평성·포용성(DEI) 원칙을 없애고 반(反) 이민정책을 강조하는 데다, 성소수자 권리도 제한하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트럼프의 정책 기조와 대척점에 있는 영화란 점에서 살다나가 직접 이민자 가정에서 자란 배경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글로벌 영화 산업의 본산인 할리우드는 미국 내에서 트럼프에 반감을 드러내는 가장 대표적인 집단 중 하나다. 배우 멜 깁슨이나

    2025.03.03 16:17
  • ‘봉준호 한 스푼’에 훈기도는 극장가…흥행 질주 시작한 ‘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신작 <미키 17>이 개봉하자마자 박스오피스 정상을 차지하며 흥행 질주에 시동을 걸었다. “영화관에서 보지 않는다면 후회할 것”이라는 봉 감독의 한마디에 연휴를 맞은 관객들의 발길이 몰리며 썰렁했던 극장가에도 훈기가 도는 모습이다. 다만 전작인 <기생충>처럼 ‘천만 영화’에 이름을 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2일 영화진흥위원회 입장권전산망에 따르면 <미키 17>은 개봉 이틀째인 전날 35만6300여 명을 동원하며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다. 25만여 명이 관람한 지난달 28일 오프닝 스코어와 비교해 10만 명이 늘었다. 누적 관람객은 61만 명으로, 올해 개봉작 중 가장 이른 시점에 100만 고지에 오를 것으로 기대되는 등 가파른 흥행 그래프를 그리고 있다.[관련 리뷰]미키17의 세계관, 소설 <미키7>의 103쪽에 답이 있다[관련 인터뷰]봉준호 “위험한 권력자들, 용광로에 섞었다…인간=부품인 시대에 위로를 ”세계 최초 개봉 ‘입소문’에 박스오피스 독주3월 극장가에서 <미키 17>의 존재감은 관객을 빨아들이는 블랙홀과 비슷하다. 영화시장 경색과 제작 편수 감소에 따른 불황 여파로 별다른 경쟁작이 없어서다. 전날 기준 <미키 17>의 박스오피스 매출액 점유율은 68.8%(약 35억7000만원)로 집계됐다. 2~3위인 <캡틴 아메리카:브레이브 뉴 월드>(8.1%), <퇴마록>(6.4%)과 비교하면 압도적이다.믿고 보는 봉준호표 영화라는 점이 가장 큰 흥행요인이다. 작품성이 보장된 영화에 티켓값을 지불하려는 영화 관람 트렌드가 굳어진 상황에서 거장의 신작 소식이 극장으로 향하는 발길을 재촉한 것. 글로벌 대형 스튜디오인 워너브라더스

    2025.03.02 16:27
  • 프리미엄루이 14세 방에 디올 드레스, 나폴레옹 의자 옆 매퀸…루브르, 패션을 품다

    여느 유럽의 도시가 그렇듯, 겨울의 파리는 자못 우중충하다. 잿빛 하늘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 매섭진 않지만 옷깃을 여미게 불어대는 바람은 들뜬 마음을 짓누른다. 새로운 시대감각을 배우고자 약 한 세기 전에 파리 구석구석을 거닐었던 나혜석은 이렇게 썼다.“파리라면 누구든지 화려한 곳으로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파리에 처음 도착할 때는 누구든지 예상 밖인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첫인상은 화려한 파리라는 것보다 음침한 파리라고 안 할 수 없다.”‘옛 파리의 모습은 이제 보이지 않는다!’며 거리의 우울한 풍경을 빅토르 위고에게 전한 보들레르의 시 <백조>는 어쩌면 겨울에 쓰였을지 모른다.역설적이게도 겨울의 파리는 우울해서 더 값지다. 오히려 전 세계가 사랑하는 도시로 만든 아름다움의 원천이 한층 돋보이곤 한다. 파리지앵이 자랑하는 예술과 패션 얘기다. 샹젤리제, 몽테뉴 거리에 늘어선 럭셔리 패션하우스들과 불후의 명작이 걸린 루브르, 오르세미술관을 오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수놓는 도시는 회색빛 하늘 속에서도 반짝인다.‘빛의 도시(Ville Lumiere)’. 파리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이다. 이 화려한 이명은 예술과 패션이 씨줄과 날줄처럼 엮이며 탄생했다. 19세기 샹젤리제 거리에 세계 최초로 가로등이 설치돼 밤을 밝힌 이후 파리는 최신 유행(à la mode)을 보여주는 런웨이가 됐고, 이런 매력에 이끌려 예술가들이 몰려들었다. 네덜란드에선 빈센트 반 고흐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선 아메데오 모딜리아니와 파블로 피카소가 건너와 파리를 둥지 삼아 걸작을 그렸다. 크리스챤 디올, 코코 샤넬, 요지 야마모토 같은 걸출

    2025.02.28 09:00
  • [이 아침의 화가] 구겨진 한지 위에 찰나의 빛을 담다

    클로드 모네와 폴 세잔 등 프랑스 파리에서 인상주의자들이 나타난 이후 화가들에게 빛은 영감의 원천이 됐다. 찰나의 빛이 비치는 순간마다 세상은 다른 색으로 옷을 갈아입기 때문이다. 인상주의가 태동한 파리에서 활동하며 ‘빛의 화가’로 불린 한국 1세대 여류화가 방혜자(1937~2022)의 예술세계도 빛이 원천이다. 생전 “빛은 생명이고, 생명은 사랑이고, 사랑은 평화”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대작들을 남겼기 때문이다.1937년 당시 경기도 고양군 능동(서울 광진구 능동)에서 태어난 방혜자는 어린 시절 맑은 개울가 물결이 빛으로 일렁이는 모습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어 화가의 길에 들어섰다. 서울대 서양화가에 입학해 거장 장욱진에게 그림을 배은 그는 1961년 국비 장학생 1호로 파리로 건너갔다. 파리 국립미술학교 등에서 채색유리, 프레스코화 등을 배우며 화폭에 빛을 담아내는 법을 익혔다.방혜자는 한지와 닥종이, 황토 등 한국 전통이 살아있는 재료들로 빛을 그렸다. 닥지를 구긴 뒤 색을 입히는 방식으로 빛의 입자와 파동을 그려낸 그의 작품은 미술 평론가들은 물론 유럽의 천체물리학자들까지 감탄할 정도로 정교하다. 프랑스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 1호인 샤르트르 대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 작품을 비롯해 파리 길상사의 후불탱화 등 역사적인 공간에 걸린 작품마다 방혜자의 이름을 찾아볼 수 있는 이유다.2022년 세상을 떠난 방혜자의 예술은 그가 평생 사랑했던 파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지난해 6월부터 파리 현대미술의 심장인 퐁피두센터에서 그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콧대 높은 퐁피두센터에서 한국 작가의 개인전 열린 건 2017년 고암(顧庵) 이응노(1904~1989)

    2025.02.27 18:15
  • 루브르의 보물 오트 쿠튀르를 입다

    예술의 도시 프랑스 파리가 패션으로 물들었다. 샹젤리제 거리가 아닌 루브르에서 만나는 오트 쿠튀르 걸작은 상업의 경계를 넘은 또 하나의 예술 장르다. 루브르는 개관 231년 만에 처음으로 전 세계 패션 디자이너의 작품을 전시장 안에 품었다.겨울의 파리는 자못 우중충하다. 잿빛 하늘에 추적추적 내리는 비, 옷깃을 여미게 불어대는 바람은 들뜬 마음을 짓누른다. 새로운 시대 감각을 배우고자 약 한 세기 전 파리 구석구석을 거닐던 나혜석은 이렇게 썼다.“파리라면 누구든지 화려한 곳으로 연상하게 된다. 그러나 파리에 처음 도착할 때는 누구든지 예상 밖인 것에 놀라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 첫인상은 화려한 파리라는 것보다 음침한 파리라고 안 할 수 없다.”역설적이게도 겨울의 파리는 우울해서 더 값지다. 아름다움의 원천이 한층 돋보이곤 한다. 파리지앵이 자랑하는 예술과 패션 얘기다. 샹젤리제, 몽테뉴 거리에 늘어선 럭셔리 패션 하우스들과 불후의 명작이 걸린 루브르, 오르세 미술관은 회색빛 하늘 속에서도 반짝인다.파리를 부르는 또 다른 이름은 ‘빛의 도시’(La Ville Lumière)다. 이 화려한 이명은 예술과 패션이 씨줄, 날줄처럼 엮이며 탄생했다. 19세기 샹젤리제 거리에 세계 최초로 가로등이 설치돼 밤을 밝힌 후 파리는 최신 유행을 보여주는 런웨이가 됐고, 이런 매력에 이끌려 예술가가 몰려들었다. 네덜란드에선 반 고흐가, 이탈리아와 스페인에선 모딜리아니와 피카소가 건너와 파리를 둥지 삼아 걸작을 그렸다. 크리스티앙 디오르, 코코 샤넬, 요지 야마모토 같은 걸출한 디자이너는 예술가들이 남기고 간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절)에서 영감을

    2025.02.27 17:41
  • 백남준의 질문처럼…젊은 작가들이 비틀어 본 세상

    인공지능(AI), 양자역학 등 개개인의 지성으론 따라잡기 힘들 만큼 기술의 발전이 빨라진 시기에 예술가들은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할까.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다. ‘랜덤 액세스’는 1963년 백남준이 첫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의 이름. 백남준은 이 작품을 소개한 당시 전시 포스터에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던진 질문 ‘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를 적었다. 이번 전시는 앎에 대해 반문하고, 끊임없이 이해를 넓히려 했던 백남준처럼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려는 동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을 보여준다.전시에는 고요손, 김호남, 사룻 수파수티벡(태국), 얀투(일본), 장한나, 정혜선·육성민, 한우리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7팀(8명)의 젊은 예술가가 만든 작품 14점이 나왔다. 비디오와 조각, 설치 등으로 구성됐다. 백남준아트센터 측은 “우리가 규정해 놓은 사고방식과 관행에 의문을 제기하고, 공존을 모색하거나 예술의 형식과 의미를 확장하는 실험도 있다”고 설명했다.장한나의 ‘신 생태계’는 사고를 지배하는 인식을 비튼다는 면에서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과 결이 비슷하다. 작가는 2017년부터 동해안에서 직접 수집한 ‘암석’으로 작품을 만들고 있다. 흥미로운 건 ‘뉴 락’(새로운 암석)이라 직접 이름 붙인 이 암석이 사실은 자연 속에서 돌처럼 변한 플라스틱이라는 것. 인간이 만든 인공물질인 플라스틱은 버려지는 순간 자연과 섞일 수 없는 쓰레기가 된다는 기존의 인식과 달리, 작품은 뉴 락이 바닷가 동식물의 서식지로 바

    2025.02.26 17:24
  • 백남준의 ‘굿모닝, 미스터 오웰’처럼…젊은 작가들이 비틀어 본 세상

    세상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 예술가의 책무다. 백남준(1932~2006)이 ‘비디오 아트계의 조지 워싱턴(미국 초대 대통령)’으로 불리는 건, 그가 미술사에 비디오 아트라는 새로운 장(章)을 펼쳤기 때문만은 아니다. 백남준은 1984년 새해 첫날 세계 최초로 인공위성을 이용한 동시 송출 텔레비전(TV)쇼를 통해 미국과 뉴욕, 파리, 베를린, 서울을 연결한 작품 ‘굿모닝, 미스터 오웰’로 매스미디어란 존재를 긍정했다. 바보상자라는 표현으로 TV를 비판하고, 빅브라더가 현실이 됐다는 두려움이 지배하던 당시 TV가 전 세계를 잇는 혁신의 시발점이 될 거란 화두를 던진 것. 그 예측대로 바보상자는 스마트폰으로 진화해 전 세계인의 거리를 좁혔다.인공지능(AI), 양자역학 등 개개인의 지성으론 따라잡기 힘들 만큼 기술의 발전이 빨라진 시기에 예술가들은 어떤 비전을 제시해야 할까. 경기 용인 백남준아트센터에서 열리고 있는 ‘랜덤 액세스 프로젝트 4.0’은 바로 이런 질문에서 출발한 전시다. ‘랜덤 액세스’는 1963년 백남준이 첫 개인전에 출품한 작품의 이름. 백남준은 이 작품을 소개한 당시 전시 포스터에 프랑스 철학자 몽테뉴가 던진 질문 “Que sais-je?(나는 무엇을 아는가)”을 적었다. 요약하자면 이번 전시는 앎에 대해 반문하고, 끊임없이 이해를 넓히려 했던 백남준처럼 세상을 다른 방식으로 바라보려는 동시대 젊은 예술가들의 실험을 보여주는 시도인 것이다.전시에는 고요손, 김호남, 사룻 수파수티벡(태국), 얀투(일본) 장한나, 정혜선·육성민, 한우리 등 국내외에서 활동하는 7팀(8명)의 젊은 예술가들이 만든 작품 14점이 나왔다. 백남준아트센터 특유

    2025.02.24 09:39
  • 신구 와인 '문명의 충돌' 파리를 휘감다

    '진리는 와인 속에(IN VINO, VERITAS).'프랑스 보르도에서 미국 캘리포니아 나파밸리까지. 온 세상 와인을 단 한 곳에 쏟아붓는다면 어떤 맛이 날까. 달곰씁쓸한 꿈은 때론 현실이 된다. "한 병의 와인엔 그 어떤 책보다 많은 철학이 담겼다"고 파스칼이 말했던가. 볼은 발그레 혈색이 돌고 입가엔 미소가 걸린다. 혀끝으로 진리를 느낄 수 있는 시간은 1년에 딱 사흘. 전 세계 와인 애호가의 꿈같은 축제 ‘와인 파리’를 가봤다. 프랑스 파리 15구 포르트 드 베르사유는 100년간 프랑스를 대표해 온 박람회장이다. 지난해 파리 올림픽 당시 경기장으로도 쓰인 이곳은 지난 10일부터 사흘간 와인으로 물들었다. 독일 ‘프로바인’, 이탈리아 ‘빈이탈리’와 함께 와인 및 스피리츠(증류주) 분야를 대표하는 박람회 ‘와인 파리 2025’가 열렸다. 올해는 54개 와인 생산국에서 5300여 개 와이너리가, 154개국에서 찾은 5만2000명의 방문객이 참가했다.대륙과 신대륙의 교차점 ‘와인 만국 박람회’와인의 세계는 여전히 ‘올드 앤드 뉴’로 나뉜다.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한 유럽의 구세계와 미국, 호주, 그리고 아르헨티나와 칠레 등이 속한 라틴아메리카의 신세계 와인이다. 2000년 넘는 엄격한 전통에 따라 정석의 풍미를 보여주는 게 구세계라면 신세계 와인은 균일한 기후와 창의적 발상으로 독창적인 맛을 만들어낸다.올해 와인 파리는 신구 세계 간 ‘문명의 충돌’로 불렸다. 여덟 개의 커다란 전시장 중 프랑스와 이탈리아가 한 곳씩 차지하는 위용을 보이면서 미국부터 페루, 헝가리 등 숨은 진주 같은 와이너리가 대거 등장했다. 1981년 첫 박람회 이후

    2025.02.20 18:05
  • 로돌프 라메즈 "라벨만 스캔하면 역사·정보 쫙…와인시장도 AI와 만나 혁신중"

    잘 빚은 와인 한 잔은 미각으로 감상하는 하나의 예술로 인정받는다. 본질적으로 럭셔리 소비재란 뜻이다. 글로벌 미술품 옥션 양대 산맥인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경매를 열 때마다 블루칩 작가들의 회화와 함께 ‘억’ 소리 나는 초고가 와인을 선보이는 건 이런 이유에서다.문제는 전 세계를 강타한 ‘R(recession·경기 침체)의 공포’로 소비시장이 휘청이고 있다는 것. 와인과 주류산업은 천국과 지옥 어느 쪽을 향하고 있을까. 지난 12일 프랑스 파리에서 만난 로돌프 라메즈 비넥스포지엄 대표(사진)는 “힘든 시기지만 사람들은 마시게 될 것”이라며 시장 반등에 베팅했다. 비넥스포지엄은 와인 파리 주최사로 미국 마이애미, 인도 뭄바이, 싱가포르 등 전 세계에서 주류 관련 시리즈 박람회를 열고 있다.▷파리가 예술과 패션, 그리고 와인의 도시가 됐습니다.“정확해요. 수많은 사람이 와인을 보고 시음하며 즐거워하고 있어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아 긍정적인 기폭제가 필요했는데, 와인 파리가 그 역할을 하고 있죠.”▷지난 행사와 비교해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전시 공간은 25% 늘었고 방문객은 30% 증가했어요. 규모만 커진 게 아닙니다. 알코올 함량이 낮거나 아예 없는 와인을 선보이는 신생 기업도 늘었어요. 시대 변화에 맞춘 질적 변화인 것이죠.”▷미국 나파밸리, 라틴아메리카 등 신세계 와이너리의 참여가 늘었습니다.“나파밸리와 중남미 지역에선 카베르네 소비뇽, 메를로, 말벡 등 구대륙 와인과 같은 포도 품종을 사용하지만 맛과 특성은 확연히 달라요. 혁신도 나타나고 있죠.”▷구체적으로 어떤 혁신인가요.“예를 들면 인공지능(AI) 와

    2025.02.20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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