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고 이들이 제대로 만나면 거대한 시장이 생겨났다.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빚어내는 폭발력을 연구하는 실험실이자 지원센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와 기업의 협업을 돕는다. 단순한 중개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해 작품을 만들고 유통하고 투자를 받는 전 과정을 살펴준다.지난 9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는 아모레퍼시픽재단, 교보문고 등 7개 선도 기업 관계자들이 모였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구는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짚어보는 행사였다. 참석자들은 올해 성과에 대해 호평을 내놨다. “예술가들이 새로운 사업적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많았다.올해 오픈이노베이션에선 미디어아트, 디자인, 사운드 등 미술과 음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과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를 결합한 사업 아이디어가 돋보였다.아티스트 그룹 ‘프로젝트 팀 펄’과 호텔롯데 롯데월드 부문이 손잡고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문을 연 롯데 아쿠아리움 하노이에서 선보인 ‘까옹의 바다(Sea of Ca Ong)’가 대표적이다. 현지 전설인 고래신 까옹의 이야기를 증강현실(AR) 도슨트로 구현했다. 동양화가부터 생명과학 전공까지 다양한 출신의 융합예술가가 모인 프로젝트 팀 펄이 3차원(3D) 모델링,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만든 AR 전시솔루션을 통한 인터랙티브 전시로 관람 몰입도를 높였다. 정혜주 프로젝트 팀 펄 대표
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다. 인간의 창의성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정수인 예술을 담아내는 그릇은 늘 동시대 첨단기술로 빚어졌다. 과학과 기술의 영역에 있던 사진과 영상이 20세기를 거쳐 ‘일상 너머 이상을 찍는’ 예술로 받아들여지고, 21세기 들어선 인공지능(AI)이 새롭게 예술의 영역에 자리 잡는 모습은 이런 예술과 기술의 불가분성을 보여준다. 예술과 기술은 어쩌면 서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존재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융합해 만들어진 ‘작품’이나 ‘상품’은 때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단초가 된다. 그러려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던 예술가가 밖으로 나와 기술을 실험하고,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역점사업으로 ‘아트코리아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가들이 창업한 초기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한 창·제작 실험부터 시연·유통, 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창업주기 전반을 종합 지원하는 플랫폼이다.“예술기업과 파트너십, 새로운 사업기회 엿봤다”올해도 아트코리아랩을 통해 “예술가들이 새로운 사업적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난 9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는 아모레퍼시픽재단, 교보문고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7개 선도기업 관계자들이 초청된 자리에서다. 10개의 예술기업과 함께 올해 하반기 동안 예술과 기술의 융합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구는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안중근 장군이 남긴 말과 뜻을 관객들이 느끼면 좋겠단 취지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시국과 맞닿으면서 읽히잖아요. 이 또한 영화의 숙명이지 않을까요.”문학, 미술, 클래식, 그리고 영화까지…. 어떤 예술이건 좋은 작품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명력을 가진다. 내재적인 예술 본연의 가치가 훌륭해서도 있지만, 적절한 때를 맞이하면 마치 순풍에 돛을 단 듯 폭발적인 힘을 낸다.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하얼빈’에선 안중근(현빈 분)이란 조선인이 자신을 노린다는 소식을 들은 이토 히로부미(프랭키 릴리 분)가 이런 말을 남긴다.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100여년 전 역사를 재구성한 시대극의 대사 치곤 묘하게 기시감이 든다. 하얼빈까지의 고된 여정을 가는 동안 ‘우리 앞에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선 아니 된다’라거나 ‘불빛을 들고 나아가야 한다’는 안중근의 내레이션은 더 공교롭다. 작두라도 탄 듯 영화가 개봉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았던 걸까. 감독을 맡아 각본까지 쓴 우민호 감독은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개봉을 앞둔 1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이래서 우리가 역사를 되짚고 돌아봐야 하는구나 싶었다”고 웃었다.‘하얼빈’은 올해 하반기 내내 부침을 거듭한 한국영화의 마지막 흥행 기대주다. 처음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처럼 속된 말로 ‘국뽕’을 자극하는 안중근을 소재로 한 영화란 이유였지만, 개봉 직전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어지러운 시국에서 어떤 울
“처음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을 다룬 작품을 만들었어요. 비록 우리가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낼 거라 생각합니다.”안중근 의사가 독립을 위해 동지들과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하얼빈’이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어지러운 시국에서 개봉을 앞둔 가운데 우민호 감독이 18일 “국민들이 자긍심을 가지면 좋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날 서울 한강로3가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우 감독은 눈물을 보이면서 “영화가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우 감독은 영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처럼 한국 근현대사를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룬 영화를 만들어왔다. 최근 혼란한 정국에서 우 감독의 신작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영화계 안팎이 주목한 이유다. ‘하얼빈’을 본 관객들이 영화 속 배경인 100여년 전 상황과 현 시국을 비교하며 해석할 거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우 감독은 “3년 전부터 기획한 영화로 독립군의 숭고한 여정을 영화라는 매체에 담고 싶었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에 선을 그으면서도 영화가 경직된 일상에서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우 감독은 “그간 악인들을 다루고 근현대사 비판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조국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다룬 작품을 만들었다”며 “당시 안중근 의사가 30세란 점에서, 젊은이들이 헌신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숨을 내쉬고 한참을 울먹거린 그는 “죄송스럽다”
‘제2회 자원순환보증금제 29초영화제’가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 3일까지 응모작을 받는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 주제는 ‘[ ]를 위해 용기 내는 우리’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운영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빈용기보증금제도’가 낳은 긍정적인 변화를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음료를 주문할 때 부과된 300원의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빈용기보증금제도는 소주병, 맥주병 등 빈 병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받는 제도다.영화제는 일반부와 청소년부로 나눠 운영된다. 영화는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내면 된다. 총상금은 3000만원으로 수상작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결정된다. 수상작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홍보 콘텐츠로 활용된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보증금제도의 목적을 알리고 실천 문화 조성에 의의를 두는 만큼 환경을 위한 다양한 자원순환 이야기를 환영한다”고 밝혔다.유승목 기자
“한국 공예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올해 ‘호모파베르 비엔날레’ 최우수 작가 역시 한국인이었죠.”아름다움과 쓸모 사이를 채우는 공예는 세상을 짓는 예술 행위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이자 가구, 패션, 디자인, 건축까지 끊임없이 신작이 탄생하는 첨단예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한국 미술이 두각을 나타내는 장르로도 주목받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지난 13일 만난 알베르토 카발리 호모파베르 총괄감독(49·사진)은 “한국에는 일상에서 쓸 수 있으면서 미적 완성도가 높은 공예품이 많다”고 평가했다.카발리 총괄감독은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열린 공예트렌드페어에 이탈리아관 부스를 꾸려 한국을 찾았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한국 전통공예에서 현대공예로 이어지는 흐름을 짚고 산업적 성장 가능성을 전망하는 자리다. 카발리 총괄감독은 “나전칠기, 한지를 현대적인 기술로 응용한 작품과 일상에서 쓰임새가 높은 공예품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카발리 총괄감독은 유럽 공예미술계에서 잘 알려진 큐레이터다. 장인정신 보전과 공예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미켈란젤로재단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여는 호모파베르 비엔날레를 기획하고 국제적인 공예가 네트워크를 주도했다.올해 호모파베르는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열린 9월 산조르조마조레섬에서 개최됐다. 3회째인 이번 행사엔 70여 개국 400여 명의 작가가 약 800점의 작품을 출품했는데, 이 중 민들레 홀씨 모양 금속을 이어 붙인 항아리를 선보인 고혜정 작가가 최우
“전세계 재능 있는 공예가들과 소통하면서 한국 공예의 가능성을 눈 여겨 보고 있어요. 올해 열린 ‘호모파베르 비엔날레’ 최우수작가 역시 한국인이었죠.” 아름다움과 쓸모 사이를 채우는 공예는 세상을 짓는 예술행위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이자, 가구·패션·디자인·건축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첨단예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와 함께 한국미술이 두각을 드러내는 장르로도 주목 받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 만난 알베르토 카발리(49) 호모파베르 총괄감독은 13일 “직접 한국에 와보니 일상에서 쓸 수 있으면서 미적 완성도가 높은 공예품이 많다”고 평가했다. 카발리 총괄감독은 지난 12일부터 나흘 간 열린 공예트렌드페어에 호모파베르 비엔날레 작품들로 이탈리아관 부스를 꾸리며 한국을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한국 전통공예에서 현대공예로 이어지는 흐름을 짚고 산업적 성장 가능성을 전망하는 국내 대표 공예박람회다. 카발리 총괄감독은 “삶의 질이 높은 나라답게 나전칠기나 한지를 현대적인 기술로 응용한 작품이나 일상에서 쓰임새가 높은 공예품들이 인상적”이라는 감상을 밝혔다. 카발리 총괄감독은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 공예미술계에서 잘 알려진 큐레이터다. 스위스 제네바를 중심으로 장인정신 보존과 공예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미켈란젤로 재단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여는 호모파베르 비엔날레를 기획하고, 신진작가부터 장인에 이르는 국제적인 공
‘제2회 자원순환보증금제 29초영화제’가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3일까지 응모작을 받는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 주제는 ‘[ ]를 위해 용기 내는 우리’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운영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빈용기보증금제도’가 낳는 긍정적인 변화를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음료를 주문할 때 부과된 300원의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빈용기 보증금제도는 소주병, 맥주병 등 빈 병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받는 제도다. 영화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일반부와 청소년부로 나눠 운영된다. 장르와 출품작 수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영화는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출품하면 된다. 총상금은 3000만원으로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다. 최종 수상 작품들은 사전 고지 없이 내년 2월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되며, 수상작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홍보 콘텐츠로 활용된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보증금제도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와 이 제도를 통해 무엇이 변화되는지를 영화에 담으면 된다”며 “보증금제도의 목적을 알리고 실천문화 조성에 의의를 두는 만큼, 환경을 위한 다양한 자원순환 이야기를 환영한다”고 밝혔다.유승목 기자
“내 사실 니를 처음 봤을 때는 별 마음 없었거든. 근데 사람 마음이란 게 바뀌데. 니 이름이 특별한 덴 다 이유가 있더라. 마 서울, 사랑한디!”‘서울 뭐 별거 있나’ 하는 생각으로 상경한 무뚝뚝한 부산 여자는 요즘 ‘서울 앓이’ 중이다. 아침엔 서울시 스마트 건강관리서비스 ‘손목닥터9988’과 함께 한강을 달리며 힘찬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엔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야외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밤엔 여의도에 뜬 열기구 ‘서울달’을 타고 아름다운 도시 야경을 바라본다. 이 모든 건 지하철과 버스, 따릉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하나만 들고 있으면 즐길 수 있다. 일상의 모든 순간이 특별해지는 순간, 서울‘특별시’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엄태준·전형주 감독이 출품한 ‘이름마저 특별한 너에게’라는 제목의 영상 줄거리다. 이 작품은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통합(일반부+청소년부)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누리는 사소하지만 기억에 남는 일상을 짚어보는 취지로 열린 영화제 주제를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빗대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서울시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 주제는 ‘특별함이 일상이 되는 서울’ ‘서울의 자연성 회복’이다.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진행된 응모 기간에 총 328개(일반부 204편, 청소년부 90편, 메이킹 34편) 작품이 출품됐다. 이 중 통합 대상을 포함해 일반부 5개, 청소년부 4개 등 10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일반부 최우수상
아름다움과 쓸모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공예는 세상을 짓는 예술행위다. 일본공예가 화려한 색채(色), 중국공예가 완벽한 형태(形)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한국공예의 미학은 선(線)에 있다. 끝이 번쩍 들려 유려한 곡선을 보여주는 한옥의 추녀, 두 곡면이 연결된 선에서 드러나는 달항아리의 담백하면서 풍요로운 분위기가 그렇다. 한국공예에 나타나는 선은 인공미를 버리고 무덤덤하고 무심한 자연을 닮으려는 절제의 미의식이 반영돼 있다.일상에서 쓰는 젓가락과 소반부터 공간을 꾸미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어울리는 오브제까지 직선과 곡선이 직조해낸 한국공예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한국 전통공예에서 현대공예로 이어지는 미적 흐름을 한눈에 확인하고 산업적 성장 가능성까지 짚어보는 국내 대표 공예전문 박람회다.올해는 작가, 공방, 기업, 갤러리 등 280여 개사가 ‘나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일상 명품’을 주제로 가구·조명·주방·생활·사무용품, 패션잡화, 장식품 등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미적 감상과 실용적 기능을 모두 담은 공예의 성격답게 페어 역시 소비자와 공예가가 만나는 판매의 장(場)인 동시에 페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바뀐 게 올해 행사의 특징이다. 작년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던 강재영 큐레이터가 총괄감독으로 참가사 선정부터 공간 큐레이션, 전시 프로그램 기획까지 맡으면서다.장동광 공진원장은 “그간 예술감독이 주제전
“1900년대 빈에서 에곤 실레가 그린 그림에 2024년을 살아가는 수많은 한국인이 깊게 몰입하는 이유가 뭘까요?”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 특별 강연에서 한 청중이 묻자 한스 페터 비플링어 레오폴트 미술관장은 이렇게 답했다. “무엇이 우리 감정을 휘젓는지 같이 생각해 봅시다. 실레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파고들었어요.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죠.”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레오폴트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 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동시대 거장의 작품도 걸려 있다. 내년 3월 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비엔나 1900’전에서는 레오폴트 미술관이 소장한 실레의 대표작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 191점을 볼 수 있다. 실레는 1918년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마치기 전 “전쟁은 끝났고, 나는 이제 가야 해. 내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릴 거야”라는 말을 남겼다. 비플링어 관장은 이 유언을 소개하며 “그의 말이 서울에서 실현됐다”며 “한국에서 이렇게나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강연에서 그는 미술관 창립자 루돌프 레오폴트가 어떻게 실레와 클림트 작품을 수집하게 됐는지, 1900년대 빈이 미술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설명했다. 비플링어 관장은 “1950년대 젊은 의대생이던 루돌프가 작품을 수집하기 전까지 실레는 당대 미술계에서 알아주는 작가가 아니었다”며 “실레를 알리겠다는 각
“비엔나전은 지금까지 레오폴트미술관이 해외에서 선보인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에곤 실레의 작품 46점이 전시된 건 그간 아시아에선 볼 수 없던 광경이죠. 놓칠 수 없는 ‘일생에 한 번 있는 전시’(Now or Never)인 겁니다.”‘전쟁은 끝났고, 나는 이제 가야 해. 내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릴 거야.’ 에곤 실레는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마치기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 최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에서 만난 한스 페터 비플링거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술관장(56)은 실레의 마지막 한 마디를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서울에서 실현됐어요.” 빈 분리파 걸작 191점 전시미술사를 바꾼 결정적 분기점이 여럿 있다. 190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이 그중 하나다.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청춘의 초상을 그린 실레, 표현주의 대가 오스카어 코코슈카 같은 거장들이 ‘빈 분리파’라는 이름으로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했다.정확히 한 세기가 흘러 2001년 세워진 레오폴트미술관은 이 시기 빈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 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비롯해 동시대 거장들의 명화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어서다. 미술관 핵심 컬렉션을 옮겨 온 비엔나전이 지난달 30일 개막 이후 매일 미술애호가 수천 명의 발길로 붐비는 까닭이다.비엔나전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역대 국내 전시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레오폴트미술관이 실레의 대표작인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 무려 191점의
“비엔나전은 지금까지 레오폴트 미술관이 해외에서 선보인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에곤 실레의 작품 46점이 전시된 건 그간 아시아에선 볼 수 없었던 광경이죠. 놓칠 수 없는 ‘일생에 한 번 있는 전시’(Now or Never)인 겁니다.”‘전쟁은 끝났고, 나는 이제 가야 해. 내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릴 거야.’ 에곤 실레는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마치기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젠가 자신의 그림을 매개 삼아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교류가 이뤄질 것이란 확신이었다. 최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비엔나전) 특별전에서 만난 한스 페터 비플링어(56)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장은 실레의 마지막 한 마디를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서울에서 실혔됐어요.”미술사를 바꾼 결정적 분기점이 여럿 있다. 190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이 그중 하나다.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청춘의 초상을 그린 에곤 실레, 표현주의 대가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거장들이 ‘빈 분리파’라는 이름으로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했다. 정확히 한 세기가 흘러 2001년 세워진 레오폴트 미술관은 이 시기 빈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 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비롯해 동시대 거장들의 명화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어서다. 미술관 핵심 컬렉션을 옮겨 온 비엔나전이 지난달 30일 개막 이후 매일같이 미술애호가의 발길로 붐비는 까닭이다.비엔나전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역대 국내 전시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우리의 주고받음은 섬유에서 시작해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를 주고받는 데 이르렀습니다.”흑백사진 속 방직공장에서 앳된 여공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서 생산한 섬유를 건네는 순간 대한민국 무역의 역사가 시작된다. 섬유는 이내 한국 경제 성장의 꿈을 실은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시대를 연 반도체를 지나 K컬처를 상징하는 마이크로 바뀐다. 1950년대 저부가가치 상품에서 출발한 무역 품목이 70여 년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며 얻은 풍요로움은 한 가정의 일상까지 든든하게 지킨다. 할머니부터 갓 태어난 손자까지 가족의 얼굴은 ‘무역 덕분에’ 미소가 번진다.한웅찬 감독이 ‘무역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우리 곁의 무역’이라는 제목의 영상 줄거리다. 이 작품은 ‘무역의 날’인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통합(일반부+청소년부)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된 무역의 힘과 미래 가치를 짚어보는 취지로 열린 영화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한 감독은 “어머니부터 조카까지 온 가족이 모여 영화를 촬영했다”며 “한국 무역의 역사를 3대에 걸친 가족사로 녹여내려 시도했는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 주제는 ‘무역 덕분에’였다.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 중추 역할을 하며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무역의 힘을 확인하고, 일상 속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는 행위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 10월 2일부터 11월 8
“1900년 빈에서 에곤 실레가 그린 그림에 2024년을 살아가는 수많은 한국인이 깊게 몰입하는 이유가 뭘까요?” -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관람객“무엇이 우리 감정을 휘젓는지 같이 생각해 봅시다. 실레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파고들었어요.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이 사랑 받는 이유죠.” - 한스 페터 비플링어 레오폴트 미술관장‘전쟁은 끝났고, 나는 이제 가야 해. 내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릴 거야’. 세기말 청춘의 초상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가 스물 여덟의 짧은 생을 마치기 전 남긴 마지막 한 마디는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교감에 대한 확신이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과 만난 한스 페터 비플링어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장은 실레의 유언을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그의 말이 서울에서 실현됐네요. 한국에서 이렇게나 사랑받는단 사실이 감격스럽습니다.”비플링어 관장은 이날 특별전 개막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강연의 연사로 나섰다. 전시를 공동기획한 레오폴트 미술관이 1900년을 전후해 빈에서 태동한 빈 분리파와 표현주의 명작을 두루 소장한 만큼, 전시 주요 작품을 설명하는 특별 도슨트 역할을 자처한 것.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 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동시대 거장들의 작품이 즐비한 레오폴트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실레의 대표작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 191점을 걸었다. 원화만 100점이 넘는 역대급 컬렉션으로, 실레와 클림트의 작
“한류가 커다란 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닦았습니다. 순수예술부터 대중문화 콘텐츠까지 ‘K웨이브’가 이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겁니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은 한류가 전 세계 2억 명의 잠재 소비자를 보유한 유망 시장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장관은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는 이제 핵심 수출 상품”이라며 “내년 여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K컬처를 총망라한 메가 이벤트가 그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어 순수예술 시장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제2의 조성진 피아니스트, 차세대 한강 작가를 꿈꾸는 예술가들의 해외 진출의 장(場)을 넓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정부 문화 정책이 반환점을 돌았습니다.“침체한 문화예술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렸습니다. 예술인 창작 공간도 확대했습니다. 더 자유로운 도전이 가능해졌습니다. 효율적인 문화예술 지원 체계도 갖췄습니다.”▷‘한류산업진흥기본법’이 내년부터 시행됩니다.“한류와 한류산업의 법적 정의를 처음 명시한 법입니다. 지난 10월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그 일환으로 내년 6월 서울에서 한류 연관 산업을 한데 모은 ‘비욘드 케이 페스타(Beyond K Festa)’(가칭)를 열 겁니다.”▷어떤 취지의 행사인가요.“전 세계 한류팬이 2억25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이 소비하는 음악, 영화, 게임 등 콘텐츠산업의 수출 규모는 이미 2차전지와 가전을 뛰어넘었죠. K뷰티, K푸드, K패션 같은 연관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겁니다.”▷평
30일 오전 9시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영하를 오가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표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에곤 실레와 클림트의 걸작을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을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이들이다. 개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예매 가능 티켓이 일찌감치 다 팔리자, 현장 판매 표를 손에 넣으려고 박물관 문이 열리기도 전에 '오픈 런'을 감행한 것이다. 이날 오픈 전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 커플은 "에곤 실레 작품 원본을 한국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며 "하루라도 더 빨리,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침 이른 시간부터 달려왔다"고 했다.박물관측은 관람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일일 관람 가능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도 개막일인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객 수는 2000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박물관 관계자는 “주말 예매가 어렵다면 평일이나 박물관이 야간 개장하는 수요일, 토요일 관람을 권장한다”며 “어떤 전시든 폐막이 가까워질수록 관객이 늘어나기 때문에, 개막 초반에 전시를 관람하는 게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현장 발권 수량도 한정돼 있다. 잔여 수량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나 티켓링크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관객들이 헛걸음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30일의 경우 오후 1시 40분 현재시간 기준으로 회차별 수량이 20~50매 남아 있다.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0일 개막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비엔나전)은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한 1900년 오스트리아 빈을 고스란히 재현했다.명작 그림뿐 아니라 가구, 공예품, 당대 공연·전시 포스터 등이 총출동해 격동과 전환의 한 시대를 조명했다. 191점의 전시품은 하나같이 “각 시대에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을 추구한 ‘빈 분리파’ 미학의 정수가 담긴 걸작이다.총 5부로 구성된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의외로 오래 잡아둔 지점이 있었다. ‘일상의 예술로, 비엔나 디자인 공방의 설립’이라는 주제의 제3부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는 오스트리아 건축계 전설 오토 바그너의 ‘안락의자, 721번’, 그의 제자로 빈 공방을 설립해 당대 유행을 이끈 요제프 호프만의 ‘꽃장식 테이블, M436번’, 만능 예술가 콜로만 모저가 디자인한 묘한 빛깔의 ‘유리잔’ 등이 전시됐다.이들 작품이 눈길을 끈 이유가 있다. 특별전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어서다. 빈 분리파를 창립한 구스타프 클림트와 동료들은 ‘총체예술’을 꿈꿨다. 예술부터 과학, 철학, 생활 등 모든 게 변화하던 1900년 빈에 모인 예술가들은 모든 장르의 예술을 하나로 통합하는 실험에 나섰다.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나 상류층 대저택에 놓인 조각상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유리잔, 가구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게 분리파의 생각이었다. “언젠가는 생활필수품도 예술가에게 주문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호프만의 한마디는 당시 빈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9일 개막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비엔나전)은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한 1900년 오스트리아 빈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명작 그림뿐 아니라 가구, 공예품, 당대 공연·전시 포스터 등이 총출동해 격동과 전환의 한 시대를 조명했다. 191점의 전시품은 하나같이 “각 시대에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을 추구한 ‘빈 분리파’ 미학의 정수가 담긴 걸작이다.총 5부로 구성된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의외로 오래 잡아둔 지점이 있었다. ‘일상의 예술로, 비엔나 디자인 공방의 설립’이라는 주제의 제3부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는 오스트리아 건축계 전설 오토 바그너의 ‘안락의자, 721번’, 그의 제자로 빈 공방을 설립해 당대 유행을 이끈 요제프 호프만의 ‘꽃장식 테이블, M436번’, 만능 예술가 콜로만 모저가 디자인한 묘한 빛깔의 ‘유리잔’ 등이 전시됐다.이들 작품이 눈길을 끈 이유가 있다. 특별전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어서다. 빈 분리
60여년간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이끌어온 이강소는 ‘단색화 거장’이라는 세간의 섣부른 규정을 두고 “천부당만부당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회화부터 조각, 영상까지 마음속의 의문을 어떻게 새로운 형식으로 실험하고, 구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그런 작가예요.”이강소(81)는 왼쪽 눈 위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타났다. 염려를 건네자 그는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몇 바늘 꿰맸다"며 너털웃음을 돌려줬다. 이내 반듯한 미술관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선술집용 낡은 의자에 앉아 탁자에 팔을 괴고선 문득 꿈 얘기를 꺼냈다. “꿈에서 제가 참 좋아하는 선생님과 전시장을 갔어요. 그리고 기분 좋게 산보도 하고 대화도 나누며 오랜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돌아가는 길에 황소 두 마리가 갑자기 저 멀리서부터 달려들데요. 글쎄 그 중 한 마리가 제 얼굴을 꽝하고 들이받는데, 그 순간 잠에서 깨니 머리가 바닥과 만나고 있더라고요.그런데 말입니다. 현실에선 침대에서 떨어지는 시간이 1초도 안 되는 찰나였겠지만, 꿈에서 황소가 제게 달려오는 시간은 훨씬 더 길고 생생했거든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을 실재하는 것이라 여기지만, 정말 그런가 싶은 거죠. 저는 오히려 현실이 진짜란 생각이 안 들어요.” 반창고 속 상처의 고통과 멍의 쓰라림은 깨달음이 주는 기쁨을 이기지 못한다. 팔순이 넘은 노화백의 얼굴은 꿈 얘기를 시작하는 순간, 한국 현대미술이 나아갈 길을 고민하느라 밤을 지새우던 50년 전의 젊음이 드리우기 시작했다.한국 현대미술을 수놓은 무수한 작가들 가
8년 만에 후속편으로 돌아온 모투누이의 추장 모아나가 겨울 극장가를 점령했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모아나2’가 폭설 속에서도 개봉 당일 19만 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 레이스에 돌입했다.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모아나2’는 개봉일인 전날 19만 6880명이 관람한 것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15억 5300만 원으로 전날 전체 극장 매출의 53.6%에 달하는 매출액 점유율을 기록했다.11월 극장가 화제작인 ‘위키드’와 ‘히든페이스’, ‘글래디에이터2’ 등 쟁쟁한 경쟁작을 모두 제쳤다. 이날 전체 상영작 중 10만 관객을 넘긴 건 ‘모아나2’가 유일했다. 최근 일주일간 박스오피스 정상을 지켰던 ‘위키드’는 6만 2000여 명을 기록해 2위로 내려갔고, ‘히든페이스’와 ‘글래디에이터2’는 각각 4만 5000여명, 2만여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다.전국적인 폭설로 이동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도 20만 명에 가까운 평일 관객 동원력을 보여줬다. 전작인 ‘모아나’가 8년 전 개봉할 당시 기록한 8만 4797명의 2배가 넘는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한 것도 유의미한 성과란 게 영화계의 분석이다.다소 이르지만 ‘모아나2’가 올해 최고 흥행 극장 애니메이션이 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지난 6월 개봉해 879만 명의 관객을 기록한 ‘인사이드 아웃2’의 오프닝 스코어(19만 4831명)를 제친 데다, 국내에서 ‘천만 애니메이션’으로 유명한 ‘겨울왕국’(16만 592명)의 기록까지 넘어섰기 때문이다. 이날 정오 기준으로 예매율도 38%대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월트디즈니코리아 관계자는 “지난 일요
미국의 천재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삶을 들여다보는 아트멘터리(아트+다큐멘터리) ‘에드워드 호퍼’가 27일 개봉했다. 한국인의 호퍼 사랑은 유명하다. 지난해 열린 서울시립미술관의 ‘에드워드 호퍼: 길 위에서’ 전시에는 33만 명이 다녀갔다.사실 호퍼는 수많은 영화를 통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앨프리드 히치콕의 ‘이창’(1954)과 ‘글래디에이터2’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룸 넥스트 도어’(2024) 같은 명작들의 장면 하나하나가 호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호퍼의 그림을 보면 처음엔 선명하고 강렬한 색채에 시선을 뺏겼다가, 이내 쓸쓸함에 빠져들곤 한다. 호퍼의 그림이 물질적으로 풍요로웠지만, 정신적으론 고독했던 20세기 미국을 고스란히 담아냈기 때문이다.영화는 ‘밤을 지새우는 사람들(Nighthawks)’, ‘뉴욕의 방(Room in New York)’ 등 그의 작품들을 하나하나 스크린으로 보여준다. 동시에 그의 생의 궤적을 짚으며 고독과 외로움, 고립을 섬세하게 포착해낸 호퍼만의 그림이 그려진 이유를 설명한다. 휘트니 미술관, 시카고 뮤지엄 소속의 전문 도슨트와 카르메니타 히긴보탐 버지니아커먼웰스대 미대 교수 등 전문가들이 직접 호퍼의 예술 여정을 전해주는 방식이다.영화는 호퍼의 어린 시절부터 조명한다. 그림을 그리도록 격려한 어머니, ‘독서광’이라 불릴 정도로 책을 사랑한 아버지 밑에서 자란 호퍼는 타고난 예술에 대한 재능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다. 구상적 재현에 의지
주말이면 사람들로 붐비는 극장의 모습은 옛말이다. 요즘 극장에선 단순히 ‘흥행 예감’이나 마케팅의 힘만 믿고 한 두편의 블록버스터 영화만 걸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경기를 생중계해 야구팬을 끌어모으고, 공연 실황 영화를 틀어 가수 임영웅의 팬덤 '영웅시대'를 모시며 때론 경기장으로, 콘서트장으로 극장의 역할을 확장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한 가지 더. 극장이 그림을 눈에 담고 거장 화가의 삶을 느끼려는 미술 애호가를 위한 또 다른 미술관도 될 수 있지 않을까.일부 극장이 그림을 보고, 화가의 작품세계를 듣는 도슨트 현장으로 바뀐다. 미국의 천재 화가 에드워드 호퍼(1882~1967)의 삶을 들여다보는 아트멘터리(아트+다큐멘터리)인 ‘에드워드 호퍼’가 개봉하면서다. 한국인의 호퍼에 대한 사랑은 이미 지난해 서울시립미술관이 미국 휘트니미술관과 공동기획해 33만 명의 관람객을 동원한 역대급 전시 ‘에드워드 호퍼: 길위에서’에서 증명됐다.극장에서도 사실 에드워드 호퍼는 그리 낯선 화가가 아니다. 수많은 거장의 작품에서 에드워드 호퍼를 이미 만난 적 있다. 역사상 가장 위대한 감독 중 한명으로 평가받는 서스펜스 거장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1954)이나 ‘글래디에이터2’로 돌아온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 페드로 알무도바르 감독의 작품으로 올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은 ‘룸 넥스트 도어’(2024) 같은 명작들의 장면 하나하나가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진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보면 처음엔 선명하고 강렬한
당대 수학자들이 고민하던 개념을 시각화한 작품을 선보인 마우리츠 코르넬리스 에스허르(1898~1972)는 수학과 예술의 교차점에 선 예술가다. 뒤엉킨 계층질서를 함축한 ‘이상한 고리’ 개념을 제시한 인지과학자 더글러스 호프스태터의 과학 교양서 <괴델, 에셔, 바흐>로도 잘 알려진 네덜란드의 판화 거장이다.건축가가 되길 바란 부모의 뜻과 달리 판화가의 길을 걷기로 한 에스허르는 스페인 알람브라 궁전의 반복적인 패턴 양식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자신의 예술을 구축해 나갔다.평면을 규칙적으로 채우는 테셀레이션부터 공간을 뒤엎는 초현실적 작품을 남긴 에스허르는 수학계에서도 유명 인사였다. 1953년 작인 ‘상대성’은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로저 펜로즈 경이 고안한 ‘펜로즈 삼각형’에 영감을 줬다. 에스허르는 무한하게 오르내림을 반복하는 ‘펜로즈의 계단’을 시각화한 ‘상승과 하강’(1960)을 선보였다.‘상승과 하강’은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에서 만날 수 있다. 등장인물들이 이동할 때 오가는 미로계단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설계됐다. 상금에 욕망을 품고 계단을 오르내리지만 누구도 돈을 쥐지 못하는 모습에서 에스허르 작품의 모순이 나타난다.유승목 기자
“미디어아트 작가들은 여태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의 뚜껑을 열어 본질을 탐구하고, 가지고 놀고, 예술과 엮어보며 ‘인간이 인간 되게 만드는 게 무엇일까’란 질문을 던질 겁니다.”인공지능(AI)을 비롯한 첨단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흐름 속에서 예술은 어떤 역할을 할까. 노소영(63) 아트센터 나비 관장은 22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 열린 ‘2024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 컨퍼런스에서 “디지털 세상이 태동하면서부터 예술가들은 기술을 줄기차게 탐구해왔다”며 이렇게 밝혔다. 그는 “AI가 모두의 관심인 건 인류를 디스토피아로 몰아갈지, 새로운 세상을 열 희망이 될지 모르기 때문”이라며 예술에 기술을 접목한 미디어아트 같은 예술장르가 인류의 앞날을 가늠하는 잣대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 관장은 ‘AI 휴머니티’를 주제로 국내외 AI전문가, 미디어 아티스트들이 참여한 이날 컨퍼런스의 모더레이터로 참석해 논의를 이끌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가 주최한 이번 컨퍼런스는 1주년을 맞은 아트코리아랩의 성과를 공유하고 AI시대에 예술의 변화와 활용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들이 창업한 초기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창·제작 실험과 시연·유통, 투자유치 등 창업주기 전반을 지원하는 플랫폼으로, 뉴미디어를 접목한 작품과 비즈니스모델을 선보이고 있다.이날 단상에 오른 노 관장은 아트코리아랩 페스티벌을 계기로 전시 중인 국내외 미디어 아티스트들의 작품을 둘러본 소감을 전했다. 그는 “대한민국 수도 가장 깊숙한 심장부에 자리 잡은
“내가 갈 길을 알아. 나는 모아나(I know the way. I am Moana)!”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명가로 불리는 건 1923년 설립된 이후 단순히 10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버텼기 때문만은 아니다. 디즈니 예술의 핵심은 세대와 성별, 문화를 초월한 ‘공감의 힘’이다. 그 중심엔 캐릭터에 대한 ‘창조적 파괴’가 있다.모투누이섬 부족장의 딸 모아나가 대표적이다. 모아나는 언젠가 자신을 구원해줄 왕자를 기다리거나, 운명에 순응하고 사랑을 위해 삶을 포기하는 ‘공주 클리셰’를 깨뜨린 여성 영웅 서사를 보여준다. 흰 피부와 고운 머릿결 대신 강렬한 태양 아래서 거친 파도에 뛰어드는 폴리네시아 문화권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곱슬머리마저 재밌다.이런 모아나가 2016년 이후 8년 만에 또 한 번 먼바다로 모험을 떠난다. 올해 글로벌 영화계 최고 흥행작인 ‘인사이드 아웃 2’를 뛰어넘는 글로벌 사전 예매량을 기록했다. 국내 개봉일은 오는 27일. ‘모아나2’ 제작현장의 K크리에이터로 불리는 한국인 애니메이터 윤나라 씨를 최근 인터뷰했다. 그는 모아나 1편부터 ‘겨울왕국’ 시리즈, ‘주토피아’ 등에 참여한 디즈니의 숨은 주춧돌이다.▷‘모아나’는 실패해도 좌절하지 않는 ‘모아나적 사고’로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모아나2는 전편과 비슷한 가족, 모험, 영웅적 행위를 다뤄요. 하지만 이번 영화에선 16세 소녀 모아나가 아니라 ‘모투누이 추장’ 모아나가 용감한 지도자로서 태평양의 새로운 길을 탐험하고 괴물들과 맞서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주로 모아나와 마우이 캐릭터를 만드는 데 집중했
“한국 예술가들이 공연부터 미술까지 창작의 영역에선 제 몫을 다하고 있어요. 다만 이런 작품활동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발전하고,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지에 대해선 물음표가 따라붙죠. 예술과 산업이 만날 연결고리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예술이 첨단기술과 융합하는 요람인 아트코리아랩이 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은 국립현대미술관과 굵직한 화랑들이 운집한 삼청동과 한국 공연예술의 산실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을 잇는 지점에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일 이 곳에서 만난 김장호 예술경영지원센터(예경) 대표는 “예술적 실험들이 단순히 작품으로 그치지 않고 시장에서 수익을 창출해 하나의 산업으로 자리 잡게 되면 국가 경쟁력도 함께 높일 수 있다”며 예술 창업생태계 조성의 필요성을 거듭 강조했다. 예경이 바로 예술을 산업의 영역으로 이끄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다.예경은 공연부터 시각예술까지 한국 예술시장 자생력을 키우고 예술 저변을 넓히기 위해 2006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법인이다. 잠재력 있는 예술가와 작품의 유통 활성화를 도맡는 예술경영 플랫폼이다. 김 대표는 지난 8월 취임해 예경을 이끌고 있다. 문체부에서 30여 년간 공직생활을 하며 예술진흥 분야에서 폭넓은 행정경험을 쌓은 데다, 산업적 역할이 강조되는 관광·콘텐츠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적임자란 평가를 받았다.김 대표는 이날 한국 예술가와 창작단체의 역량은 뛰어나지만, 제대로된 시장이 조성되지는 않았다고 진단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하는 해외문화원을 총괄하는
지금 서울 소격동 국립현대미술관에는 선술집 하나가 들어서 있다. 낙지볶음, 조개탕 같은 정감 있는 안주 이름이 적힌 입간판과 낡아빠진 나무 탁자들이 어지럽게 놓였다. 술집은 현대미술 거장 이강소(81)의 설치작품이다. 그는 1973년 첫 번째 개인전에 내놨던 ‘소멸-화랑 내 선술집’을 재해석했다. 50여 년 전 이강소는 명동화랑 주변 간이주점에서 탁자와 의자를 몽땅 빌려와 전시회장을 술집처럼 꾸몄다. 이강소는 “미군 부대에서 불하받은 나무판자로 만든 탁자에서 아저씨들이 막걸리를 마시며 웅성거리는 광경이 참 근사했다”며 “동시에 여기 있는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기억을 갖고 있을 것이란 생각에 기획한 작품이었다”고 말했다.이달 개막한 이강소 개인전은 한날한시의 기억도 똑같이 인지하지 못한다는 점을 암시하며 시작된다. 전시회 제목은 ‘이강소: 風來水面時(풍래수면시)’. 바람이 물을 스칠 때라는 뜻으로 새로운 세계와 맞부딪치며 깨달음을 얻은 작가의 의식을 담았다. 전시엔 1970~1980년대 이강소의 회화, 설치, 조각, 이벤트 등 100여 점이 나왔다. 이강소가 국내에서 실험미술 운동을 전개하면서(1970년대) 파리 시드니 도쿄 상파울루 등을 오가며 세계 현대미술의 흐름을 접한 경험을 바탕으로 회화적 시기에 몰두하기 시작한(1980년대) 때였다.전시에선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열려 있는 회화 작품들이 눈에 들어온다. 표현도 흐릿하고, 마치 덜 그린 듯 간략한 작품이다. 개개인의 기억과 경험이 또 다른 해석을 낳는다는 점에서 캔버스에 관람자의 감상이 서 있을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이강소는 “일부러 그림을 덜 그리려 한다”며 “스스
문화체육관광부가 임기 반환점을 돈 윤석열 정부의 국정 후반 문화정책 청사진으로 예술한류 해외영토 확장을 제시했다. 문학부터 클래식, 공연, 미술 등 한국 예술과 콘텐츠가 글로벌 시장 주도권을 쥐기 시작한 만큼, 해외시장 개척에 박차를 가한다는 구상이다.지역소멸, 저출생 등 당면한 사회문제도 문화자원을 적재적소에 투입해 해소한다는 밑그림을 그렸다. 최근 정부 감사를 통해 수면 위로 떠 오른 스포츠계 불공정 관행도 바로잡아 체육 행정체계 개혁도 마무리 짓는다는 계획이다.문체부는 19일 이런 내용을 담은 문화예술·체육·관광 분야 정책 추진 계획을 발표했다. 문체부 측은 “정부 출범 이후 모든 국민이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투·융자 등 지원을 통해 문화콘텐츠 연관 산업이 성장할 수 있도록 도왔다”며 “새로운 미래 문화 환경에도 적극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해외로 가는 예술가 지원우선 문체부는 해외시장 개척을 우선 추진과제로 들고 해외 공연·전시 활동에 대한 항공료 지원, 해외 문화원 순회프로그램 개편을 약속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과 임윤찬이 세계 클래식계에서 인정받은 것을 비롯해 소설 <채식주의자>를 쓴 한강 작가가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고, 설치미술가 이미래가 한국인 첫 영국 테이트모던 터바인홀 단독전시를 여는 등 순수예술 분야에서도 위상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정책지원을 확대한다는 것이다.이와 관련, 문체부 관계자는 “한강 작가처럼 세계적 수준의 예술가와 작품이 나올 수 있게 순수예술에 대한 지원체계를 개편했다”면서 “개인단위의 지원보단 공연,
“내가 갈 길을 알아. 나는 모아나!(I know the way. I am Moana!)”월트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이하 디즈니)가 애니메이션 ‘명가(名家)’로 불리는 건 1923년 설립된 이후 단순히 100년이 넘는 긴 세월을 버텼기 때문만은 아니다. 획기적인 기술과 깊은 스토리텔링이 만난 애니메이션이라는 디즈니 예술의 핵심은 세대와 성별, 문화를 초월한 ‘공감의 힘’이다. 이를 위해 디즈니는 기존의 성공 방정식마저 과감하게 버리는 ‘창조적 파괴’를 시도하며 주제부터 캐릭터에 이르는 혁신적인 장면들을 선보여 왔다.1937년 최초의 장편 애니메이션 영화 ‘백설공주와 일곱 난쟁이’를 소개한 이후 수많은 ‘디즈니 프린세스 동화’가 탄생한 와중에 튀어나온 모투누이섬 부족장의 딸 모아나가 대표적이다. 모아나는 현실세계 속 생산노동과 동떨어진 고귀한 생활을 하거나, 언젠가 자신을 구원해줄 왕자를 기다리거나, 운명에 순응하고 사랑을 위해 삶을 포기하는 ‘공주 클리셰’를 깨뜨린 ‘여성 영웅 서사’를 보여준다. 흰 피부와 고운 머릿결 대신 강렬한 태양 볕 아래 거친 파도에 뛰어드는 폴리네시아 문화권의 까무잡잡한 피부와 곱슬머리마저 재밌다. 비슷한 시기 등장한 ‘겨울왕국’(2014) 엘사, ‘주토피아’(2016) 주디와 함께 디즈니가 서양·남성 중심의 20세기적 가치에서 눈을 돌려 시대정신을 포착한 ‘100년 명가’로 가는 해답이다.이런 모아나가 2016년 이후 8년 만에 또 한 번 먼바다로 모험을 떠난다는 소식이 들려오며 시장이 들썩인다. 티저 예고편 공개 하루 만에 1억 7800만 조회수를 기록하더니, 올해 글로벌 영화계 최고 흥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유승목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