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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황동혁 "밑바닥들의 각자도생? 돈키호테식 도전과 질문을 하고 싶었다"

    “다들 사는 게 힘들잖아요. 그 분노를 우리는 남녀로, 세대로 갈라치며 삿대질해요. 약자들끼리 서로 헐뜯는 거죠. 이런 각자도생의 시대에서 성기훈(이정재)은 ‘싸워야 할 것은 시스템’이라고 외치는 겁니다.”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시리즈를 연출한 황동혁(54) 감독은 최근 공개된 시즌2를 한 마디로 “거대한 풍차에 달려드는 돈키호테처럼, 깰 수 없는 권력에 도전하는 이야기”라며 이렇게 말했다. 첫 번째 이야기가 자본주의가 만든 무한 경쟁에 초점을 뒀다면, 두 번째 이야기는 인간을 비이성으로 몰아가는 보이지 않는 체제에 대한 비판으로 세계관을 키웠단 것이다. 지난 3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황 감독은 “대의민주주의 같은 제도, 다수결의 결정이 과연 올바른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보고 싶었다”고 말했다.지난해 연말 공개된 ‘오징어게임2’는 일주일 만에 4억876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전 세계적인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 2021년 10월 첫 주(9월 27일~10월 3일)에 5억7176만 시간을 기록하며 역대 주간 기준 1위를 기록한 시즌1에 이은 2위다. 각본부터 연출까지 시리즈를 책임지고 있는 황 감독은 이에 대해 소감으로 “한국에서 나온 비영어 작품을 전 세계가 기대하고 있다는 사실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흥행 여부와는 별개로 작품성에 대한 평가는 갈린다. 강렬한 충격을 줬던 전작과 달리 “날카로움을 잃었다”는 혹평도 적잖다. 등장인물이 많아지며 서사가 힘을 잃었다거나, 질질 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대해 황 감독은 다소 덤덤하게 “현재로선 받을 만한 합당한 평가를 받고 있다”

    2025.01.05 14:19
  • [이 아침의 작가] "히라가나로 된 성서" 극찬…<도쿄타워> 저자 프랭키

    밑그림 없이 단번에 일러스트를 그려내고 글도 좀처럼 퇴고하지 않는다. 릴리 프랭키(나카가와 마사야·61·사진) 이야기다. 그는 작가인 동시에 음악가, 배우의 삶을 살아왔다. 방송 버라이어티 쇼를 주름잡는 입담은 덤이다. 장르의 벽을 허문 그는 예술적으로도, 상업적으로도 성공하며 거장의 반열에 오르고 있다.일본 후쿠오카 기타큐슈시에서 태어난 그는 무사시노 미대를 졸업했다. 20대부터 글을 쓰기 시작해 2005년 한국에서도 유명한 소설 <도쿄타워>를 출간하며 베스트셀러 작가로 거듭났다. 자전적 장편소설인 <도쿄타워>는 ‘히라가나로 된 성서’라는 극찬을 받으며 일본 현대문학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자리매김했다.일본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페르소나로 유명하다. 국내 영화 애호가에겐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로 이름을 알렸다.지난달 24일 개봉해 이틀 만에 1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하얼빈’에서 이토 히로부미로 등장해 묵직한 연기를 선보여 국내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유승목 기자

    2025.01.03 18:13
  • 마약중독자에 LGBT까지…희비 갈린 오겜2 ‘신 스틸러’

    “날카로움(edge)을 잃었다”는 혹평 속에서도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가 전 세계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다. 2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순위집계 플랫폼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오징어게임2’는 전날 기준으로 넷플릭스 TV쇼 부문 1위에 올랐다. 미국, 일본 등 넷플릭스가 서비스되는 모든 나라(93개국)에서 가장 많이 시청한 콘텐츠에 이름을 올렸다.‘메가 히트작’인 시즌1의 후광효과에 더해 시즌2는 더 깊고 강렬한 서사를 풀어낼 것이란 기대감이 만든 결과다. 그만큼 새롭고 독특한 캐릭터가 대거 등장했다. 이정재(기훈·456번)와 이병헌(프론트맨·001번) ‘투톱’을 중심으로 이진욱(경석·246번), 양동근(용식·7번), 임시완(명기·333번), 강하늘(대호·388번), 강애심(금자·149번), 박규영(노을) 등이다.가장 돋보이는 건 그룹 빅뱅 출신의 가수 탑(타노스·230)과 박성훈(현주·120번)이다. 마약 중독자와 트랜스젠더라는, 기존 국내 영화·드라마에선 볼 수 없던 캐릭터를 맡았기 때문. ‘오징어게임2’가 이런 이슈에 조금 더 익숙한 미국, 유럽 등 글로벌 시장을 타깃 삼아 제작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황동혁 감독이 뚝심 있게 밀어붙인 약쟁이 래퍼와 군인 출신 성소수자는 과연 게임에 참여할 자격이 있을까.“놉, 약하면 저러지 않아.”연기력이 부족한데 유독 자주 보이거나, 과한 설정이 부여된 경우 고통받는 건 관객의 몫이다. 극장에 걸린 영화는 러닝타임을 마칠 때까지 중도퇴장이 쉽지 않지만, TV나 스마트폰으로 보는 OTT 시리즈는 언제든지 끌 수 있다. 이런 점에

    2025.01.02 09:18
  • '오겜2' 흥행 신기록…첫 주 4.9억시간 시청 1위

    ‘오징어 게임 시즌2’(사진)가 공개 1주일 만에 전 세계에서 4억8760만 시청 시간을 기록하며 흥행몰이를 하고 있다.1일 넷플릭스는 공식 사이트인 ‘넷플릭스 톱 10’을 통해 지난해 12월 넷째 주(23~29일) 오징어 게임 시즌2가 전 세계 넷플릭스에서 가장 많이 본 콘텐츠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전작인 ‘오징어 게임’이 공개 첫 주 세운 4억4873만 시간을 훌쩍 넘어선 수치다.역대 주간 기준으로 오징어 게임2의 순위는 오징어 게임1이 2021년 10월 첫 주(9월 27일~10월 3일) 기록한 5억7176만 시간에 이은 2위였다. 국가별로 보면 한국은 물론 미국과 프랑스, 일본, 인도, 호주 등 92개국에서 모두 1위였다. 누적 시간으로도 개봉 첫 주 만에 넷플릭스에서 역대 가장 인기 있는 비영어권 TV쇼 부문 7위에 올랐다. 같은 기준 1위는 오징어 게임1이다.유승목 기자

    2025.01.01 17:14
  • 캔버스 대신 아이패드에 담은 노르망디 풍경…호크니의 ‘디지털 드로잉’ 왔다

    데이비드 호크니(87)가 캔버스가 아닌 아이패드로 그린 풍경화 대작이 해방촌에 걸렸다. ‘살아있는 거장’으로 불리는 호크니가 프랑스 서부 노르망디에 머물며 그린 작품이다.27일 아트테크 플랫폼 아티피오에 따르면 서울 용산동2가 포스트 갤러리에서 다음달 13일까지 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작 ‘30th May 2021, From the Studio’가 전시된다. 목가적 노르망디 시골 풍경이 담긴 작품으로 화려한 색채 속 호크니 특유의 공간감이 드러난다. 호크니는 미술계에서 예술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작가로 유명하다. 대표작 중 하나인 ‘예술가의 초상’은 2018년 뉴욕 경매에서 약 9030만 달러에 낙찰되며 생존 회화작가 중 가장 비싼 경매 기록을 세웠다. 2019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호크니 개인전에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릴 만큼 국내 미술애호가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높다.호크니는 전통적 회화를 벗어나 새로운 매체를 사용하는 데 거부감 없는 태도를 보여왔다. 아무 때나 손가락 하나로 원하는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즉각성’이 두드러지는 아이패드 드로잉에 매료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호크니는 자신의 저서에서 “아이패드는 정말 새로운 수단으로 피카소가 봤으면 광분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호크니의 아이패드 드로잉은 디지털 작품이지만 프린트로 제작될 경우 작가 서명과 증명서가 첨부되는 에디션이 되는 게 특징이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도 25개 에디션 중 11번째로 아티피오가 영국 런던에서 매입했다. ‘노르망디 연작’은 호크니가 아이패드를 통해 구현할 수 있는 양질의 작품으로 평가된다. 국내 관람객들과 만

    2024.12.27 17:29
  • 456번과 001번의 생존 게임…무궁화꽃이 '다시' 피었습니다

    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다. 욕망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돈의 가면을 쓸 때 종종 잔혹해진다. 이성을 무너뜨리고 폭력을 수반할 때가 많아서다.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흥행작 ‘오징어 게임’은 돈과 존엄을 맞바꾸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을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놀이로 풀어낸다.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 역시 변한 건 없다. 시청하는 내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돈과 빚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돈으로 쌓고 피로 얼룩진 계급 피라미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 456번(성기훈·이정재 분)이 돈보다 귀한 ‘목숨값’을 받으러 게임에 돌아온다. 456번이 낸 균열은 돈의 먹이사슬을 끊는 시발점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생채기에 그칠 것인가. 빵과 복권,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지옥‘속편의 딜레마’는 주로 이럴 때 생긴다. 익숙함이 진부함으로 바뀌거나, 새로운 서사가 명분을 잃거나. 3년 만에 돌아온 ‘오징어 게임 시즌2’는 이를 벗어나기 위해 고민한 흔적이 역력하다. 총 7화 중 1~2화까지 게임은 벌어지지 않는다. 대신 456억원을 손에 쥔 전 우승자 성기훈이 돌아온 이유와 게임에 참여해야 하는 당위를 설명하는 데 시간을 쏟는다. 긴 프롤로그지만 다행히 지겹지 않다. 시즌1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딱지맨(공유 분)의 존재감이 극 초반을 채운다.성기훈은 게임장에 돌아가려고 딱지맨을 뒤쫓는다. 새로운 참가자를 물색하는 딱지맨은 태평스럽게 양손에 빵과 복권을 잔뜩 들고 공원 노숙자를 찾는다. 그는 이들에게 빵으로 허기를 달랠지, 실낱같은 가능성을 안고 복권을 긁을지 선택을 종용한다. 빵을 바닥에 버리고 짓밟는

    2024.12.26 17:23
  • 456번과 001번의 생존게임…"무궁화꽃이 '다시' 피었습니다"

    ▶▶[관련 뉴스] 보도 금지에 비밀 각서까지…'오겜2' 이유 있는 '역대급 입단속'▶▶[관련 뉴스] '오겜2' 엇갈리는 해외 언론… "더 강렬" vs "질질 끈다"결핍을 채우려는 욕망은 인간의 본성이다. 욕망은 여러 모습으로 나타나지만 돈의 가면을 쓸 때 종종 잔혹해진다. 이성을 무너뜨리고 폭력을 수반할 때가 많아서다. 넷플릭스 역사상 최고 흥행작 ‘오징어 게임’은 돈과 존엄을 맞바꾸는 인간의 비뚤어진 욕망을 순진무구한 아이들의 놀이로 풀어낸다. 26일 공개된 ‘오징어 게임 시즌2’ 역시 변한 건 없다. 시청하는 내내 가장 많이 등장하는 단어가 돈과 빚이다. 달라진 게 있다면 돈으로 쌓고 피로 얼룩진 계급 피라미드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는 것. 456번(성기훈·이정재 분)이 돈보다 귀한 ‘목숨값’을 받으러 게임에 돌아오면서다. 456번이 낸 균열은 돈의 먹이사슬을 끊는 시발점이 될 것인가, 아니면 그저 생채기에 그칠 것인가.빵과 복권, 스스로 걸어 들어가는 지옥‘속편의 딜레마’는 주로 이럴 때 생긴다. 익숙함이 진부함으로 바뀌거나, 새로운 서사가 명분을 잃거나. 3년 만에 돌아온 ‘오징어 게임 시

    2024.12.26 17:00
  • 보도 금지에 비밀 각서까지…'오겜2' 이유 있는 '역대급 입단속'

    지난 23일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코엑스 영화관은 이른 오전부터 삼엄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게임’ 시즌2 공개를 앞두고 언론시사회가 먼저 열리면서다. 이날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 15분까지 1~7화 모두가 연달아 상영됐다. 이렇게 장시간 이어진 시사회도 이례적이었지만, 다른 시사회장에서 볼 수 없었던 높은 보안수준이 눈길을 끌었다. 영화·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담당 기자와 평론가들은 리뷰 엠바고(보도유예) 시점인 시리즈 공개 전까지 작품 관련 내용을 기사화하거나 SNS, 커뮤니티 등에 게재하지 않겠다는 비밀유지서약서를 작성하고, 휴대전화는 카메라 촬영 기능이 제한되는 특수코팅 봉투에 담아야만 상영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26일 오후 5시(한국시간)를 기해 전 세계에 공개되기 전까지 필사적으로 스포일러를 차단하겠다는 넷플릭스와 ‘오징어게임’ 제작진의 의지가 엿보인 대목이다.넷플릭스의 스포일러 차단을 위한 노력은 “히스테릭할 정도”라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업계에서 유명하다. 지난해 12월 국내 취재진을 대상으로 진행한 ‘오징어게임2’ 세트장 공개 행사가 대표적이다. 황동혁 감독과 채경선 미술감독이 시즌1과 달라진 세트장을 소개한 이날 행사의 엠바고는 지난달에서야 해제됐다. 무려 11개월이나 보도가 유예된 것으로, 정치권이나 산업계에서도 볼 수 없는 최장기간 엠바고였다. 출연진이 함께하는 제작발표회 역시 지난 8월에 열렸지만, 3개월이 지나서야 보도가 이뤄졌다.“미리 알면 재미가 떨어지니까”가 ‘오징어게임2’ 제작진이 밝힌 높은 보안을 유지하는 이유다. 영

    2024.12.26 13:52
  • 고뇌하는 '인간 안중근'이 묻는다…"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여기 방황하는 인간이 있다. 만주에서 불어오는 삭풍을 맞으며 꽁꽁 언 두만강을 걷는 서른 살 청년 안중근(현빈 분)이다. 그는 수없이 지쳐 쓰러진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어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언젠가 올 광복을 위해 그는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하얼빈’의 얼개는 단순하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장군이 한국통감 이토 히로부미(프랭키 릴리 분)를 처단하러 러시아 하얼빈으로 가는 여정이다. 누구나 아는 역사여서 색다른 것도 없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면 관객들은 낯선 광경을 보게 된다. 영화 ‘영웅’(2022)을 비롯해 그간 연극, 소설에서 익숙하게 봐온 초인(超人)은 온데간데없고 나약한 인간이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다.안중근은 우덕순(박정민 분), 공부인(전여빈 분) 같은 조력자가 없으면 거사는커녕 목숨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능력이 빼어나지 않다. ‘동양평화론’을 꿈꿨던 그답게 포로로 잡은 일본군을 만국공법에 따라 풀어줬다가 동지들이 목숨을 잃는 비극의 단초를 제공하기도 한다. 감독을 맡아 각본까지 쓴 우민호 감독은 “그간 안중근을 다룬 작품들과 다르게 찍고 싶었다”며 “거사에 성공할지, 성공한다고 해서 독립을 쟁취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는 마음을 강조하려 했다”고 설명했다.‘내부자들’(2015), ‘마약왕’(2018), ‘남산의 부장들’(2020) 등 우 감독의 필모그래피는 대체로 권력, 돈, 출세에 대한 욕망으로 가득 찬 악인을 그린 피카레스크적 로망으로 가득했다. 전형적인 선인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건 이번이 처음. 그래

    2024.12.25 17:11
  • 흔들리고 방황하는 ‘인간 안중근’이 묻는다…“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인간은 지향하는 한, 방황하느니.” 괴테의 희곡 <파우스트>에서 천상의 신은 파우스트 박사를 꾀어내 보겠다는 악마 메피스토펠레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리고선 덧붙인다. “언젠가 부끄러운 얼굴로 나타나 이렇게 고백하리라. ‘착한 인간은 어두운 충동 속에서도 무엇이 올바른 길인지 잘 알고 있더군요’라고.” 부와 명예, 쾌락으로 유혹하고 시련과 고난에 빠뜨려도 심지가 굳센 인간은 꺾이지 않는다.여기 방황하는 인간이 있다. 만주에서 불어오는 삭풍을 맞으며 꽁꽁 언 두만강을 건너는 서른 살 청년 안중근(현빈)이다. 그는 수없이 지쳐 쓰러진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확신할 수 없어 포기하고 싶다. 하지만 방황한다는 건 마음에 무언가 솟구치는 게 있고, 닿아야 할 곳이 분명히 있다는 뜻. 안중근의 눈엔 빼앗긴 주권을 되찾고, 조국은 홀로서며, 모두가 평화로운 먼 훗날이 보인다. 언젠가 올 광복을 위해 그는 이리저리 흔들리면서도 묵묵히 발걸음을 옮긴다.지난 24일 개봉한 영화 ‘하얼빈’의 얼개는 단순하다. 대한의군 참모중장 안중근 장군이 한국통감 이토 히로부미(프랭키 릴리)를 처단하러 러시아 하얼빈으로 가는 여정이다. 누구나 아는 역사라 색다를 것도 없다. 그런데 영화가 시작하면 관객들은 낯선 광경을 보게 된다. 영화 ‘영웅’(2022)을 비롯해 그간 연극, 소설에서 익숙하게 봐 왔던 초인(超人)은 온데간데없고 나약한 인간 하나가 덩그러니 놓여 있어서다.안중근은 우덕순(박정민), 공부인(전여빈) 같은 조력자가 없으면 거사는커녕 목숨도 장담할 수 없을 만큼 능력도 빼어나지 않다. ‘동양평화론&r

    2024.12.25 09:26
  • 예술과 기술을 녹여 신시장 만들어내는 '용광로'가 있다

    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고 이들이 제대로 만나면 거대한 시장이 생겨났다.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빚어내는 폭발력을 연구하는 실험실이자 지원센터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역점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는 아트코리아랩은 예술가와 기업의 협업을 돕는다. 단순한 중개 역할에 그치지 않고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해 작품을 만들고 유통하고 투자를 받는 전 과정을 살펴준다.지난 9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서는 아모레퍼시픽재단, 교보문고 등 7개 선도 기업 관계자들이 모였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구는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성과를 짚어보는 행사였다. 참석자들은 올해 성과에 대해 호평을 내놨다. “예술가들이 새로운 사업적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계기가 마련됐다”는 평가가 많았다.올해 오픈이노베이션에선 미디어아트, 디자인, 사운드 등 미술과 음악을 넘나드는 다양한 분야에서 AI 기술과 지식재산권(IP) 비즈니스를 결합한 사업 아이디어가 돋보였다.아티스트 그룹 ‘프로젝트 팀 펄’과 호텔롯데 롯데월드 부문이 손잡고 지난해 베트남 하노이에 문을 연 롯데 아쿠아리움 하노이에서 선보인 ‘까옹의 바다(Sea of Ca Ong)’가 대표적이다. 현지 전설인 고래신 까옹의 이야기를 증강현실(AR) 도슨트로 구현했다. 동양화가부터 생명과학 전공까지 다양한 출신의 융합예술가가 모인 프로젝트 팀 펄이 3차원(3D) 모델링, 애니메이션을 활용해 만든 AR 전시솔루션을 통한 인터랙티브 전시로 관람 몰입도를 높였다. 정혜주 프로젝트 팀 펄 대표

    2024.12.22 17:04
  • 작업실 밖으로 나온 예술가, 기업과 만나 융합예술 펼친다

    예술과 기술은 끊임없이 서로를 탐해왔다. 인간의 창의성이 만들어낸 아름다움의 정수인 예술을 담아내는 그릇은 늘 동시대 첨단기술로 빚어졌다. 과학과 기술의 영역에 있던 사진과 영상이 20세기를 거쳐 ‘일상 너머 이상을 찍는’ 예술로 받아들여지고, 21세기 들어선 인공지능(AI)이 새롭게 예술의 영역에 자리 잡는 모습은 이런 예술과 기술의 불가분성을 보여준다. 예술과 기술은 어쩌면 서로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존재라 할 수 있는 셈이다. 예술과 기술의 융합이 융합해 만들어진 ‘작품’이나 ‘상품’은 때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단초가 된다. 그러려면 작업실에 틀어박혀 있던 예술가가 밖으로 나와 기술을 실험하고, 기업과 협업할 수 있는 장(場)이 필요하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예술경영지원센터가 지난해부터 역점사업으로 ‘아트코리아랩’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예술가들이 창업한 초기 예술기업을 대상으로 AI 같은 첨단기술을 접목한 창·제작 실험부터 시연·유통, 투자유치에 이르기까지 창업주기 전반을 종합 지원하는 플랫폼이다.“예술기업과 파트너십, 새로운 사업기회 엿봤다”올해도 아트코리아랩을 통해 “예술가들이 새로운 사업적 인사이트를 창출하는 계기가 만들어졌다”는 평가가 쏟아졌다. 지난 9일 서울 중학동 아트코리아랩에는 아모레퍼시픽재단, 교보문고 등 각 분야에서 활동하는 7개 선도기업 관계자들이 초청된 자리에서다. 10개의 예술기업과 함께 올해 하반기 동안 예술과 기술의 융합협업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일구는 ‘아트코리아랩 기술융합 오픈이노베이션’ 성과

    2024.12.22 11:03
  • "얼음판 걷는 안중근의 고뇌 담았죠… 명화처럼 클래식하게"

    “안중근 장군이 남긴 말과 뜻을 관객들이 느끼면 좋겠단 취지였거든요. 그런데 지금 시국과 맞닿으면서 읽히잖아요. 이 또한 영화의 숙명이지 않을까요.”문학, 미술, 클래식, 그리고 영화까지…. 어떤 예술이건 좋은 작품은 살아있는 것처럼 생명력을 가진다. 내재적인 예술 본연의 가치가 훌륭해서도 있지만, 적절한 때를 맞이하면 마치 순풍에 돛을 단 듯 폭발적인 힘을 낸다.오는 24일 개봉하는 영화 ‘하얼빈’에선 안중근(현빈 분)이란 조선인이 자신을 노린다는 소식을 들은 이토 히로부미(프랭키 릴리 분)가 이런 말을 남긴다. “백성들이 제일 골칫거리다. 받은 것도 없으면서 국난이 있을 때마다 이상한 힘을 발휘한다.”100여년 전 역사를 재구성한 시대극의 대사 치곤 묘하게 기시감이 든다. 하얼빈까지의 고된 여정을 가는 동안 ‘우리 앞에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절대 멈춰선 아니 된다’라거나 ‘불빛을 들고 나아가야 한다’는 안중근의 내레이션은 더 공교롭다. 작두라도 탄 듯 영화가 개봉할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았던 걸까. 감독을 맡아 각본까지 쓴 우민호 감독은 “스스로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개봉을 앞둔 19일 서울 삼청동에서 만난 그는 “이래서 우리가 역사를 되짚고 돌아봐야 하는구나 싶었다”고 웃었다.‘하얼빈’은 올해 하반기 내내 부침을 거듭한 한국영화의 마지막 흥행 기대주다. 처음엔 세종대왕이나 이순신 장군처럼 속된 말로 ‘국뽕’을 자극하는 안중근을 소재로 한 영화란 이유였지만, 개봉 직전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비상계엄 사태와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어지러운 시국에서 어떤 울

    2024.12.20 17:23
  • '하얼빈' 우민호 감독 "조국에 헌신한 사람 다룬 영화 처음 만들었어요"

    “처음으로 나라를 위해 헌신한 사람을 다룬 작품을 만들었어요. 비록 우리가 혼란의 시대를 관통하고 있지만, 반드시 이겨낼 거라 생각합니다.”안중근 의사가 독립을 위해 동지들과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 영화 ‘하얼빈’이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대통령 탄핵 후폭풍으로 어지러운 시국에서 개봉을 앞둔 가운데 우민호 감독이 18일 “국민들이 자긍심을 가지면 좋겠다”며 이렇게 밝혔다. 이날 서울 한강로3가 CGV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하얼빈’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우 감독은 눈물을 보이면서 “영화가 위로가 되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우 감독은 영화 ‘내부자들’, ‘남산의 부장들’처럼 한국 근현대사를 다소 비판적인 시각으로 다룬 영화를 만들어왔다. 최근 혼란한 정국에서 우 감독의 신작이 개봉한다는 소식에 영화계 안팎이 주목한 이유다. ‘하얼빈’을 본 관객들이 영화 속 배경인 100여년 전 상황과 현 시국을 비교하며 해석할 거란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우 감독은 “3년 전부터 기획한 영화로 독립군의 숭고한 여정을 영화라는 매체에 담고 싶었다”며 지나친 확대해석에 선을 그으면서도 영화가 경직된 일상에서 활력소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드러냈다.우 감독은 “그간 악인들을 다루고 근현대사 비판에 가까운 작품을 만들어오다 이번에 처음으로 조국을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다룬 작품을 만들었다”며 “당시 안중근 의사가 30세란 점에서, 젊은이들이 헌신할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찾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한숨을 내쉬고 한참을 울먹거린 그는 “죄송스럽다”

    2024.12.19 08:22
  • 자원순환보증금제…29초영화제 열린다

    ‘제2회 자원순환보증금제 29초영화제’가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 3일까지 응모작을 받는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 주제는 ‘[ ]를 위해 용기 내는 우리’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운영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빈용기보증금제도’가 낳은 긍정적인 변화를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음료를 주문할 때 부과된 300원의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빈용기보증금제도는 소주병, 맥주병 등 빈 병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받는 제도다.영화제는 일반부와 청소년부로 나눠 운영된다. 영화는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내면 된다. 총상금은 3000만원으로 수상작은 예심과 본심을 거쳐 결정된다. 수상작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홍보 콘텐츠로 활용된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보증금제도의 목적을 알리고 실천 문화 조성에 의의를 두는 만큼 환경을 위한 다양한 자원순환 이야기를 환영한다”고 밝혔다.유승목 기자

    2024.12.17 17:20
  • 카발리 총괄감독, "나전칠기·한지 인상적…세계에 한국 공예 소개할 것"

    “한국 공예의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있어요. 올해 ‘호모파베르 비엔날레’ 최우수 작가 역시 한국인이었죠.”아름다움과 쓸모 사이를 채우는 공예는 세상을 짓는 예술 행위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이자 가구, 패션, 디자인, 건축까지 끊임없이 신작이 탄생하는 첨단예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한국 미술이 두각을 나타내는 장르로도 주목받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 지난 13일 만난 알베르토 카발리 호모파베르 총괄감독(49·사진)은 “한국에는 일상에서 쓸 수 있으면서 미적 완성도가 높은 공예품이 많다”고 평가했다.카발리 총괄감독은 지난 12일부터 나흘간 열린 공예트렌드페어에 이탈리아관 부스를 꾸려 한국을 찾았다.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한국 전통공예에서 현대공예로 이어지는 흐름을 짚고 산업적 성장 가능성을 전망하는 자리다. 카발리 총괄감독은 “나전칠기, 한지를 현대적인 기술로 응용한 작품과 일상에서 쓰임새가 높은 공예품들이 인상적이었다”고 말했다.카발리 총괄감독은 유럽 공예미술계에서 잘 알려진 큐레이터다. 장인정신 보전과 공예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미켈란젤로재단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여는 호모파베르 비엔날레를 기획하고 국제적인 공예가 네트워크를 주도했다.올해 호모파베르는 ‘미술 올림픽’으로 불리는 베네치아 비엔날레가 열린 9월 산조르조마조레섬에서 개최됐다. 3회째인 이번 행사엔 70여 개국 400여 명의 작가가 약 800점의 작품을 출품했는데, 이 중 민들레 홀씨 모양 금속을 이어 붙인 항아리를 선보인 고혜정 작가가 최우

    2024.12.17 17:18
  • “나전칠기와 한지 인상적… 세계에 한국 공예 소개할 것”

    “전세계 재능 있는 공예가들과 소통하면서 한국 공예의 가능성을 눈 여겨 보고 있어요. 올해 열린 ‘호모파베르 비엔날레’ 최우수작가 역시 한국인이었죠.” 아름다움과 쓸모 사이를 채우는 공예는 세상을 짓는 예술행위다. 인류의 가장 오래된 예술이자, 가구·패션·디자인·건축까지 끊임없이 새로운 작품이 탄생하는 첨단예술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회화, 설치, 미디어아트와 함께 한국미술이 두각을 드러내는 장르로도 주목 받는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진행된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 만난 알베르토 카발리(49) 호모파베르 총괄감독은 13일 “직접 한국에 와보니 일상에서 쓸 수 있으면서 미적 완성도가 높은 공예품이 많다”고 평가했다. 카발리 총괄감독은 지난 12일부터 나흘 간 열린 공예트렌드페어에 호모파베르 비엔날레 작품들로 이탈리아관 부스를 꾸리며 한국을 찾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한국 전통공예에서 현대공예로 이어지는 흐름을 짚고 산업적 성장 가능성을 전망하는 국내 대표 공예박람회다. 카발리 총괄감독은 “삶의 질이 높은 나라답게 나전칠기나 한지를 현대적인 기술로 응용한 작품이나 일상에서 쓰임새가 높은 공예품들이 인상적”이라는 감상을 밝혔다. 카발리 총괄감독은 오랜 역사를 가진 유럽 공예미술계에서 잘 알려진 큐레이터다. 스위스 제네바를 중심으로 장인정신 보존과 공예시장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미켈란젤로 재단이 이탈리아 베네치아에서 여는 호모파베르 비엔날레를 기획하고, 신진작가부터 장인에 이르는 국제적인 공

    2024.12.17 16:10
  • "환경 위해 용기 내는 우리"…'제2회 자원순환보증금제 29초영화제' 개최

    ‘제2회 자원순환보증금제 29초영화제’가 오는 20일부터 내년 2월3일까지 응모작을 받는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 주제는 ‘[   ]를 위해 용기 내는 우리’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운영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빈용기보증금제도’가 낳는 긍정적인 변화를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커피전문점 등에서 사용한 컵을 반납하면 음료를 주문할 때 부과된 300원의 보증금을 돌려받는 제도다. 빈용기 보증금제도는 소주병, 맥주병 등 빈 병을 돌려주면 보증금을 받는 제도다. 영화에 관심 있는 누구나 참여할 수 있으며 일반부와 청소년부로 나눠 운영된다. 장르와 출품작 수에 제한을 두지 않으며 영화는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출품하면 된다. 총상금은 3000만원으로 예심과 본심을 거쳐 최종 수상작을 결정한다. 최종 수상 작품들은 사전 고지 없이 내년 2월 열리는 시상식에서 발표되며, 수상작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홍보 콘텐츠로 활용된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 관계자는 “보증금제도에 동참해야 하는 이유와 이 제도를 통해 무엇이 변화되는지를 영화에 담으면 된다”며 “보증금제도의 목적을 알리고 실천문화 조성에 의의를 두는 만큼, 환경을 위한 다양한 자원순환 이야기를 환영한다”고 밝혔다.유승목 기자

    2024.12.17 14:59
  • "낭만 가득한 특별한 일상"…부산 여자도, 외국인도 반한 서울

    “내 사실 니를 처음 봤을 때는 별 마음 없었거든. 근데 사람 마음이란 게 바뀌데. 니 이름이 특별한 덴 다 이유가 있더라. 마 서울, 사랑한디!”‘서울 뭐 별거 있나’ 하는 생각으로 상경한 무뚝뚝한 부산 여자는 요즘 ‘서울 앓이’ 중이다. 아침엔 서울시 스마트 건강관리서비스 ‘손목닥터9988’과 함께 한강을 달리며 힘찬 하루를 시작하고, 오후엔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야외 도서관에서 책을 읽는다. 밤엔 여의도에 뜬 열기구 ‘서울달’을 타고 아름다운 도시 야경을 바라본다. 이 모든 건 지하철과 버스, 따릉이를 이용할 수 있는 ‘기후동행카드’ 하나만 들고 있으면 즐길 수 있다. 일상의 모든 순간이 특별해지는 순간, 서울‘특별시’라는 이름을 다시 한번 곱씹게 된다.엄태준·전형주 감독이 출품한 ‘이름마저 특별한 너에게’라는 제목의 영상 줄거리다. 이 작품은 11일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통합(일반부+청소년부)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수도 서울에서 누리는 사소하지만 기억에 남는 일상을 짚어보는 취지로 열린 영화제 주제를 연인이 사랑에 빠지는 과정에 빗대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서울시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 주제는 ‘특별함이 일상이 되는 서울’ ‘서울의 자연성 회복’이다. 지난 10월 11일부터 11월 20일까지 진행된 응모 기간에 총 328개(일반부 204편, 청소년부 90편, 메이킹 34편) 작품이 출품됐다. 이 중 통합 대상을 포함해 일반부 5개, 청소년부 4개 등 10편이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일반부 최우수상

    2024.12.12 20:00
  • ‘선의 미학’ 살아있는 한국공예 ‘일상명품’ 한 자리에…공예트렌드페어 개막

    아름다움과 쓸모 사이에서 줄타기하는 공예는 세상을 짓는 예술행위다. 일본공예가 화려한 색채(色), 중국공예가 완벽한 형태(形)에서 아름다움을 찾는다면, 한국공예의 미학은 선(線)에 있다. 끝이 번쩍 들려 유려한 곡선을 보여주는 한옥의 추녀, 두 곡면이 연결된 선에서 드러나는 달항아리의 담백하면서 풍요로운 분위기가 그렇다. 한국공예에 나타나는 선은 인공미를 버리고 무덤덤하고 무심한 자연을 닮으려는 절제의 미의식이 반영돼 있다.일상에서 쓰는 젓가락과 소반부터 공간을 꾸미는 인테리어 소품으로 어울리는 오브제까지 직선과 곡선이 직조해낸 한국공예 작품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12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막한 ‘2024 공예트렌드페어’에서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공예·디자인문화진흥원이 주관하는 이 행사는 한국 전통공예에서 현대공예로 이어지는 미적 흐름을 한눈에 확인하고 산업적 성장 가능성까지 짚어보는 국내 대표 공예전문 박람회다.올해는 작가, 공방, 기업, 갤러리 등 280여 개사가 ‘나의 삶을 빛나게 해주는 일상 명품’을 주제로 가구·조명·주방·생활·사무용품, 패션잡화, 장식품 등 다양한 공예품을 전시하고 판매한다. 미적 감상과 실용적 기능을 모두 담은 공예의 성격답게 페어 역시 소비자와 공예가가 만나는 판매의 장(場)인 동시에 페어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전시장으로 바뀐 게 올해 행사의 특징이다. 작년 청주공예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던 강재영 큐레이터가 총괄감독으로 참가사 선정부터 공간 큐레이션, 전시 프로그램 기획까지 맡으면서다.장동광 공진원장은 “그간 예술감독이 주제전

    2024.12.12 16:46
  • 레오폴트 미술관장이 꼽은 '비엔나1900展' 관람 포인트 [강연 하이라이트 영상]

    “1900년대 빈에서 에곤 실레가 그린 그림에 2024년을 살아가는 수많은 한국인이 깊게 몰입하는 이유가 뭘까요?”지난 2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 특별 강연에서 한 청중이 묻자 한스 페터 비플링어 레오폴트 미술관장은 이렇게 답했다. “무엇이 우리 감정을 휘젓는지 같이 생각해 봅시다. 실레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파고들었어요.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이 사랑받는 이유죠.”오스트리아 빈에 있는 레오폴트 미술관은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 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소장하고 있다.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동시대 거장의 작품도 걸려 있다. 내년 3월 초까지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리는 ‘비엔나 1900’전에서는 레오폴트 미술관이 소장한 실레의 대표작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 191점을 볼 수 있다. 실레는 1918년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마치기 전 “전쟁은 끝났고, 나는 이제 가야 해. 내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릴 거야”라는 말을 남겼다. 비플링어 관장은 이 유언을 소개하며 “그의 말이 서울에서 실현됐다”며 “한국에서 이렇게나 사랑받는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2시간가량 이어진 강연에서 그는 미술관 창립자 루돌프 레오폴트가 어떻게 실레와 클림트 작품을 수집하게 됐는지, 1900년대 빈이 미술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지 설명했다. 비플링어 관장은 “1950년대 젊은 의대생이던 루돌프가 작품을 수집하기 전까지 실레는 당대 미술계에서 알아주는 작가가 아니었다”며 “실레를 알리겠다는 각

    2024.12.11 11:07
  • "비엔나1900展, 역대 클림트·실레 아시아 전시 중 최고"

    “비엔나전은 지금까지 레오폴트미술관이 해외에서 선보인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에곤 실레의 작품 46점이 전시된 건 그간 아시아에선 볼 수 없던 광경이죠. 놓칠 수 없는 ‘일생에 한 번 있는 전시’(Now or Never)인 겁니다.”‘전쟁은 끝났고, 나는 이제 가야 해. 내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릴 거야.’ 에곤 실레는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마치기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 최근 서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에서 만난 한스 페터 비플링거 오스트리아 레오폴트미술관장(56)은 실레의 마지막 한 마디를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서울에서 실현됐어요.” 빈 분리파 걸작 191점 전시미술사를 바꾼 결정적 분기점이 여럿 있다. 190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이 그중 하나다.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청춘의 초상을 그린 실레, 표현주의 대가 오스카어 코코슈카 같은 거장들이 ‘빈 분리파’라는 이름으로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했다.정확히 한 세기가 흘러 2001년 세워진 레오폴트미술관은 이 시기 빈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 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비롯해 동시대 거장들의 명화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어서다. 미술관 핵심 컬렉션을 옮겨 온 비엔나전이 지난달 30일 개막 이후 매일 미술애호가 수천 명의 발길로 붐비는 까닭이다.비엔나전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역대 국내 전시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레오폴트미술관이 실레의 대표작인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 무려 191점의

    2024.12.09 18:13
  • "비엔나1900展, 역대 클림트·실레 아시아 전시 중 최고"

    “비엔나전은 지금까지 레오폴트 미술관이 해외에서 선보인 전시 중 가장 큰 규모입니다. 에곤 실레의 작품 46점이 전시된 건 그간 아시아에선 볼 수 없었던 광경이죠. 놓칠 수 없는 ‘일생에 한 번 있는 전시’(Now or Never)인 겁니다.”‘전쟁은 끝났고, 나는 이제 가야 해. 내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릴 거야.’ 에곤 실레는 스물여덟의 짧은 생을 마치기 직전 이런 말을 남겼다. 언젠가 자신의 그림을 매개 삼아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교류가 이뤄질 것이란 확신이었다. 최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비엔나전) 특별전에서 만난 한스 페터 비플링어(56)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장은 실레의 마지막 한 마디를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말이 서울에서 실혔됐어요.”미술사를 바꾼 결정적 분기점이 여럿 있다. 1900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 빈이 그중 하나다. 황금의 화가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청춘의 초상을 그린 에곤 실레, 표현주의 대가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거장들이 ‘빈 분리파’라는 이름으로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했다. 정확히 한 세기가 흘러 2001년 세워진 레오폴트 미술관은 이 시기 빈의 예술혼을 고스란히 품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 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비롯해 동시대 거장들의 명화를 가장 많이 소장하고 있어서다. 미술관 핵심 컬렉션을 옮겨 온 비엔나전이 지난달 30일 개막 이후 매일같이 미술애호가의 발길로 붐비는 까닭이다.비엔나전은 양과 질 모든 측면에서 역대 국내 전시 가운데 최고 수준으로 평가받는다.

    2024.12.08 11:47
  • 세상 휩쓰는 K컬처…초고속 성장 뒤엔 '무역 코리아'

    “우리의 주고받음은 섬유에서 시작해 자랑스러운 한국의 문화를 주고받는 데 이르렀습니다.”흑백사진 속 방직공장에서 앳된 여공들이 분주히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이곳에서 생산한 섬유를 건네는 순간 대한민국 무역의 역사가 시작된다. 섬유는 이내 한국 경제 성장의 꿈을 실은 자동차와 정보기술(IT) 시대를 연 반도체를 지나 K컬처를 상징하는 마이크로 바뀐다. 1950년대 저부가가치 상품에서 출발한 무역 품목이 70여 년간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탈바꿈하며 얻은 풍요로움은 한 가정의 일상까지 든든하게 지킨다. 할머니부터 갓 태어난 손자까지 가족의 얼굴은 ‘무역 덕분에’ 미소가 번진다.한웅찬 감독이 ‘무역 29초영화제’에 출품한 ‘우리 곁의 무역’이라는 제목의 영상 줄거리다. 이 작품은 ‘무역의 날’인 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통합(일반부+청소년부) 부문 대상을 차지했다.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밑바탕이 된 무역의 힘과 미래 가치를 짚어보는 취지로 열린 영화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한 감독은 “어머니부터 조카까지 온 가족이 모여 영화를 촬영했다”며 “한국 무역의 역사를 3대에 걸친 가족사로 녹여내려 시도했는데, 큰 상을 받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한국무역협회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 주제는 ‘무역 덕분에’였다. 경제 강국으로 성장하는 중추 역할을 하며 한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린 무역의 힘을 확인하고, 일상 속 필요한 것들을 주고받는 행위로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이야기를 다뤘다. 지난 10월 2일부터 11월 8

    2024.12.05 18:10
  • "에곤 실레의 꿈이 서울에서도 실현돼 감격스럽습니다" ['비엔나 1900'展]

    “1900년 빈에서 에곤 실레가 그린 그림에 2024년을 살아가는 수많은 한국인이 깊게 몰입하는 이유가 뭘까요?” -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관람객“무엇이 우리 감정을 휘젓는지 같이 생각해 봅시다. 실레는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깊이 파고들었어요. 오늘날에도 그의 작품이 사랑 받는 이유죠.” - 한스 페터 비플링어 레오폴트 미술관장‘전쟁은 끝났고, 나는 이제 가야 해. 내 그림들은 전 세계 미술관에 걸릴 거야’. 세기말 청춘의 초상을 그린 화가 에곤 실레가 스물 여덟의 짧은 생을 마치기 전 남긴 마지막 한 마디는 시공간을 초월한 예술적 교감에 대한 확신이었다. 지난 2일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과 만난 한스 페터 비플링어 오스트리아 레오폴트 미술관장은 실레의 유언을 상기하며 이렇게 말했다.“그의 말이 서울에서 실현됐네요. 한국에서 이렇게나 사랑받는단 사실이 감격스럽습니다.”비플링어 관장은 이날 특별전 개막을 기념해 마련된 특별강연의 연사로 나섰다. 전시를 공동기획한 레오폴트 미술관이 1900년을 전후해 빈에서 태동한 빈 분리파와 표현주의 명작을 두루 소장한 만큼, 전시 주요 작품을 설명하는 특별 도슨트 역할을 자처한 것.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여 점의 ‘에곤 실레 컬렉션’을 비롯해 구스타프 클림트, 오스카 코코슈카 같은 동시대 거장들의 작품이 즐비한 레오폴트 미술관은 이번 전시에 실레의 대표작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등 191점을 걸었다. 원화만 100점이 넘는 역대급 컬렉션으로, 실레와 클림트의 작

    2024.12.03 09:53
  • "노벨문학상·아파트 열풍 놀랄 일 아냐…이젠 K웨이브가 성장엔진"

    “한류가 커다란 산업으로 도약하는 기반을 닦았습니다. 순수예술부터 대중문화 콘텐츠까지 ‘K웨이브’가 이제 한국 경제의 성장 엔진이 될 겁니다.”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내년은 한류가 전 세계 2억 명의 잠재 소비자를 보유한 유망 시장으로 도약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 장관은 “다양한 문화예술 콘텐츠는 이제 핵심 수출 상품”이라며 “내년 여름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K컬처를 총망라한 메가 이벤트가 그 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유 장관은 이어 순수예술 시장의 생태계를 활성화하고 제2의 조성진 피아니스트, 차세대 한강 작가를 꿈꾸는 예술가들의 해외 진출의 장(場)을 넓혀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정부 문화 정책이 반환점을 돌았습니다.“침체한 문화예술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렸습니다. 예술인 창작 공간도 확대했습니다. 더 자유로운 도전이 가능해졌습니다. 효율적인 문화예술 지원 체계도 갖췄습니다.”▷‘한류산업진흥기본법’이 내년부터 시행됩니다.“한류와 한류산업의 법적 정의를 처음 명시한 법입니다. 지난 10월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제도적 기반이 마련됐습니다. 그 일환으로 내년 6월 서울에서 한류 연관 산업을 한데 모은 ‘비욘드 케이 페스타(Beyond K Festa)’(가칭)를 열 겁니다.”▷어떤 취지의 행사인가요.“전 세계 한류팬이 2억2500만 명에 달합니다. 이들이 소비하는 음악, 영화, 게임 등 콘텐츠산업의 수출 규모는 이미 2차전지와 가전을 뛰어넘었죠. K뷰티, K푸드, K패션 같은 연관 산업의 성장 가능성도 더욱 높아질 겁니다.”▷평

    2024.12.01 18:04
  • "지금 아니면 안 돼"…미술 애호가 '오픈런' 용산 달궜다 ['비엔나 1900'展]

    30일 오전 9시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 영하를 오가는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매표소 앞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에곤 실레와 클림트의 걸작을 국내에서 최초로 선보이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을 보기 위해 박물관을 찾은 이들이다. 개막일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 예매 가능 티켓이 일찌감치 다 팔리자, 현장 판매 표를 손에 넣으려고 박물관 문이 열리기도 전에 '오픈 런'을 감행한 것이다. 이날 오픈 전 현장에서 만난 한 대학생 커플은 "에곤 실레 작품 원본을 한국에서 볼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 못 했다"며 "하루라도 더 빨리, 지금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에 아침 이른 시간부터 달려왔다"고 했다.박물관측은 관람객들의 안전과 편의를 위해 일일 관람 가능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 그런데도 개막일인 이날 전시장을 찾은 관객 수는 2000명을 훌쩍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박물관 관계자는 “주말 예매가 어렵다면 평일이나 박물관이 야간 개장하는 수요일, 토요일 관람을 권장한다”며 “어떤 전시든 폐막이 가까워질수록 관객이 늘어나기 때문에, 개막 초반에 전시를 관람하는 게 조금이라도 여유있게 전시를 감상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현장 발권 수량도 한정돼 있다. 잔여 수량은 국립중앙박물관 홈페이지나 티켓링크 홈페이지를 통해 인터넷으로도 확인이 가능하다. 관객들이 헛걸음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30일의 경우 오후 1시 40분 현재시간 기준으로 회차별 수량이 20~50매 남아 있다.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2024.11.30 14:14
  • "강렬하고 혁신적인 색감…포스터 하나도 미학의 정수"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30일 개막하는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비엔나전)은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한 1900년 오스트리아 빈을 고스란히 재현했다.명작 그림뿐 아니라 가구, 공예품, 당대 공연·전시 포스터 등이 총출동해 격동과 전환의 한 시대를 조명했다. 191점의 전시품은 하나같이 “각 시대에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을 추구한 ‘빈 분리파’ 미학의 정수가 담긴 걸작이다.총 5부로 구성된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의외로 오래 잡아둔 지점이 있었다. ‘일상의 예술로, 비엔나 디자인 공방의 설립’이라는 주제의 제3부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는 오스트리아 건축계 전설 오토 바그너의 ‘안락의자, 721번’, 그의 제자로 빈 공방을 설립해 당대 유행을 이끈 요제프 호프만의 ‘꽃장식 테이블, M436번’, 만능 예술가 콜로만 모저가 디자인한 묘한 빛깔의 ‘유리잔’ 등이 전시됐다.이들 작품이 눈길을 끈 이유가 있다. 특별전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어서다. 빈 분리파를 창립한 구스타프 클림트와 동료들은 ‘총체예술’을 꿈꿨다. 예술부터 과학, 철학, 생활 등 모든 게 변화하던 1900년 빈에 모인 예술가들은 모든 장르의 예술을 하나로 통합하는 실험에 나섰다. 캔버스에 그려진 회화나 상류층 대저택에 놓인 조각상뿐 아니라 평범한 일상생활에서 쓰이는 유리잔, 가구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게 분리파의 생각이었다. “언젠가는 생활필수품도 예술가에게 주문하는 날이 올 것”이라는 호프만의 한마디는 당시 빈

    2024.11.29 18:10
  • "강렬하고 혁신적인 색감..포스터 하나도 미학의 정수"

    서울 용산동 국립중앙박물관에서 29일 개막한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특별전(비엔나전)은 세기말의 불안과 새 시대에 대한 기대를 예술로 분출한 1900년 오스트리아 빈을 고스란히 재현했다. 명작 그림뿐 아니라 가구, 공예품, 당대 공연·전시 포스터 등이 총출동해 격동과 전환의 한 시대를 조명했다. 191점의 전시품은 하나같이 “각 시대에는 그 시대 예술을, 예술에는 자유를!”이라는 구호를 외치며 일상에 스며드는 예술을 추구한 ‘빈 분리파’ 미학의 정수가 담긴 걸작이다.총 5부로 구성된 특별전에서 관람객들의 발길을 의외로 오래 잡아둔 지점이 있었다. ‘일상의 예술로, 비엔나 디자인 공방의 설립’이라는 주제의 제3부 전시 공간이다. 이곳에는 오스트리아 건축계 전설 오토 바그너의 ‘안락의자, 721번’, 그의 제자로 빈 공방을 설립해 당대 유행을 이끈 요제프 호프만의 ‘꽃장식 테이블, M436번’, 만능 예술가 콜로만 모저가 디자인한 묘한 빛깔의 ‘유리잔’ 등이 전시됐다.이들 작품이 눈길을 끈 이유가 있다. 특별전의 중요한 축 가운데 하나가 디자인이어서다. 빈 분리

    2024.11.29 18:10
  • “나는 어떻게 존재하는가”…‘근대성의 탈피’ 외친 거장 이강소

    60여년간 한국 현대미술의 변화를 이끌어온 이강소는 ‘단색화 거장’이라는 세간의 섣부른 규정을 두고 “천부당만부당하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대신 그는 자신의 예술세계를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회화부터 조각, 영상까지 마음속의 의문을 어떻게 새로운 형식으로 실험하고, 구현할 수 있을지를 고민하는 그런 작가예요.”이강소(81)는 왼쪽 눈 위에 반창고를 붙이고 나타났다. 염려를 건네자 그는 그리 대수롭지 않다는 듯 "침대에서 굴러떨어지는 바람에 몇 바늘 꿰맸다"며 너털웃음을 돌려줬다. 이내 반듯한 미술관과는 영 어울리지 않는 선술집용 낡은 의자에 앉아 탁자에 팔을 괴고선 문득 꿈 얘기를 꺼냈다. “꿈에서 제가 참 좋아하는 선생님과 전시장을 갔어요. 그리고 기분 좋게 산보도 하고 대화도 나누며 오랜 시간을 즐겁게 보내고 돌아가는 길에 황소 두 마리가 갑자기 저 멀리서부터 달려들데요. 글쎄 그 중 한 마리가 제 얼굴을 꽝하고 들이받는데, 그 순간 잠에서 깨니 머리가 바닥과 만나고 있더라고요.그런데 말입니다. 현실에선 침대에서 떨어지는 시간이 1초도 안 되는 찰나였겠지만, 꿈에서 황소가 제게 달려오는 시간은 훨씬 더 길고 생생했거든요. 우리가 살아가는 지금을 실재하는 것이라 여기지만, 정말 그런가 싶은 거죠. 저는 오히려 현실이 진짜란 생각이 안 들어요.” 반창고 속 상처의 고통과 멍의 쓰라림은 깨달음이 주는 기쁨을 이기지 못한다. 팔순이 넘은 노화백의 얼굴은 꿈 얘기를 시작하는 순간, 한국 현대미술이 나아갈 길을 고민하느라 밤을 지새우던 50년 전의 젊음이 드리우기 시작했다.한국 현대미술을 수놓은 무수한 작가들 가

    2024.11.29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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