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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대(젓대의 방언)는 박종기요, 박종기가 절대로다. (···) 형님 소리 내가 알고 내 소리를 형님이 아오 /종자기 가고 나서 백아 줄을 끊었으니 /나와 형님 떨어지면 /서로 간에 소릿길을 누가 있어 짚어주며 /어디에 비춰보리?”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개막한 음악극 ‘적로’의 도입부. 1941년 초가을, 오랜 경성(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진도)으로 돌아가려는 박종기(이상화 분)를 붙잡기 위해 부르는 김계선(정윤형 분)의 창(唱)이 애달프고 간절하다. 김계선은 ‘지음(知音)’ 종자기가 세상을 뜨자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 연주하지 않았다는 백아의 고사를 인용하며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표현한다.배삼식이 극작, 최우정이 작곡·음악감독, 정영두가 연출·안무를 맡은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인 박종기(1879~1941)와 김계선(1891~1943)은 일제강점기에 이름을 떨친 젓대(대금) 명인이다.두 명인이 함께한 공식 기록은 두 사람이 같이 연주한 음반 목록 정도만 남아 있다. 배 작가는 이 목록과 김계선이 민속악 예술가들과 교류한 기록, 실제 행적 등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발휘해 두 인물을 ‘지음지기(知音知己)’로 극화했다.두 인물이 깊은 관계와 사연을 맺게 하는 가상 인물로 춤추는 기생 산월(하윤주 분)이 등장한다. 세 사람이 처음 만난 계기는 조선총독부에 고위 관리가 부임한 것을 기념해 열린 파티장이다. 서로의 존재를 인식하게 된 박종기와 김계선은 어떤 성격의 자리인지 안중에도 없이 경쟁적으로 연주를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소리 배틀’을 벌인다.이 배틀 이후 동기(童妓)가 등장해 멋진 춤을 선보이는데 바로 산월이
러시아 발레리나 올가 스미르노바(33)와 이탈리아 발레리노 자코포 티시(29). 이 두 스타 무용수에겐 몇 가지 공통점이 있다.먼저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의 간판급 주역 무용수로 활약했다는 점이다. 이들은 각각, 때로는 함께 주요 볼쇼이 발레 공연 무대에 주인공으로 등장했다. 이들의 공연 실황은 영상으로도 촬영돼 세계 각국의 영화관에서 상영됐다. 특히 스미르노바가 오데트·오딜 역. 티시가 지크프리트 역을 맡아 함께 무대에 섰던 ‘백조의 호수’ 공연은 2022년 1월 국내에서도 상영돼 호응을 얻었다.하지만 ‘백조의 호수’는 두 무용수가 볼쇼이에서 함께 출연한 거의 마지막 작품이 되다시피 했다. 이들은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항의해 몇몇 동료들과 함께 볼쇼이와 러시아를 떠났다. 할아버지가 우크라이나 출신인 스미르노바는 그해 유럽 명문 발레단 중 한 곳인 네덜란드 국립발레단(Dutch National Ballet, DNB)에 둥지를 틀었다. 티시는 고국인 이탈리아의 라 스칼라 발레단 등을 거쳐 지난해 DNB에 합류했다.지난 21일 서울 코엑스점, 경기 고양 킨텍스점 등 메가박스 10개 점에서 처음 상영된 DNB의 ‘지젤’은 스미르노바와 티시의 탁월한 기량과 뛰어난 호흡, 180여년 간 인기를 누려온 발레 명작의 가치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는 무대였다,‘지젤’은 테오필 고티에의 2막 대본에 당대 최고의 안무가 장 코랄리와 쥘 페로가 함께 춤을 짠 낭만 발레의 대표작이다. 1841년 파리 오페라 발레단이 초연했다. 오늘날에는 차이콥스키와 함께 고전 발레를 만들어낸 마리우스 프티파가 원안무를 바탕으로 다시 짠 버전을 조금씩 변형하거나 각색한 버전이 주로 오른다
‘이른바 ‘아가일 패턴’이 화면에 가득하다. 패턴을 이루는 중앙의 작은 다이아몬드 문양에 뜬 실사 화면이 점점 커지더니 영국 팝스타 두아 리파가 연기하는 매력적인 악당 르그랑지가 등장한다. 르그랑지는 잘생긴 ‘레전드 스파이’ 아가일(헨리 카빌 분)에게 다가서더니 “스타일만큼이나 춤도 잘 췄으면 좋겠네요”라고 말한다. “알아볼 방법은 하나죠”라고 답한 아가일은 르그랑지의 손을 이끌고 댄스 플로어 중앙으로 간다.매혹적인 춤을 추던 두 사람. 하지만 르그랑지는 곧 아가일의 정체를 폭로하고, 댄스 플로어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이 그에게 총을 겨눈다. 아가일은 댄싱홀 밖에 있던 요원 와이어트(존 시나)의 도움을 받아 유유히 탈출한다. 와이어트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아나던 르그랑지를 한손으로 가볍게 낚아챈다.다음 달 7일 개봉하는 매슈 본 감독의 신작 영화 ‘아가일’의 도입부 주요 장면들이다. 개봉 전 일찍이 공개된 예고편 초반에도 등장한다. ‘스파이 액션 영화’ 장르에 익숙하다면 도입부 장면들을 영화의 중심 플롯이 전개되기 직전에 으레 나오는 ‘맛뵈기 액션 시퀀스’로 여기기 쉽다. ‘자, 본편에서는 아가일과 존 시나, 르그랑지가 어떤 활약을 보여줄까’ 하고 기대할 듯싶다.그런데 갑자기 화면 배경에 의문의 알파벳 문자들이 뜨더니, 우두둑 떨어진다. 알고 보니 도입부 시퀀스는 연작 스파이 소설 ‘아가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된 엘리(브라이스 달라스 하워드)가 이제 막 집필을 끝낸 새로운 장의 내용이었다. 시퀀스의 마지막 장면은
“절대(젓대의 방언)는 박종기요, 박종기가 절대로다. (···) 형님 소리 내가 알고 내 소리를 형님이 아오 /종자기 가고 나서 백아 줄을 끊었으니 /나와 형님 떨어지면 /서로 간에 소릿길을 누가 있어 짚어주며 /어디에 비춰보리? ”지난 17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개막한 음악극 ‘적로’의 도입부. 1941년 초가을, 오랜 경성(서울)살이를 접고 고향(진도)으로 돌아가려는 박종기(이상화 분)를 붙잡기 위해 부르는 김계선(정윤형)의 창(唱)이 애달프고 간절하다. 김계선은 ‘지음(知音)’ 종자기가 세상을 뜨자 거문고 줄을 끊고 다시 연주하지 않았다는 백아의 고사를 인용하며 자신의 애타는 마음을 표현한다.배삼식이 극작, 최우정이 작곡·음악감독, 정영두가 연출·안무를 맡은 이 작품의 두 주인공인 박종기(1879~1941)와 김계선(1891~1943)은 일제강점기에 이름을 떨친 젓대(대금) 명인이다.두 명인이 활약한 분야는 달랐다. 먼저 이름을 떨친 것은 김계선이다. 경성 태생인 그는 일제강점기 국립음악기관 이왕직아악부(국립국악원 전신) 소속으로 정악(正樂) 대금 명인이었다. 합주 중심의 정악에서 대금을 독주 악기로 부각한 주인공이다. “김계선 전에 김계선 없고, 김계선 후에 김계선 없다”는 말이 전해 내려올 만큼 전국적인 명성을 떨쳤다.박종기는 조선 순조 이후 발달한 서민적인 토속음악인 민속악의 대금산조 예인이다. 판소리 음악에 조예가 깊어 산조에 판소리 기법을 도입했다. 진도아리랑의 선율을 정리하고 연주화시킨 인물로도 알려져 있다.두 명인이 함께한 공식 기록은 두 사람이 같이 연주한 음반 목록 정
“내일, 폐교를 앞둔 학교와 이 사랑에 나는 안녕을 고한다. 이곳이 내겐 세상의 전부였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루 앞둔 소녀 야마시로 마나미(가와이 유미 분)가 학교 울타리 밖에서 교정을 내려다보며 하는 독백(내레이션)이다.오는 24일 개봉하는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는 일본 작가 아사이 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나미와 그의 친구들, 여학생 네 명의 졸업식 전날과 당일 이야기를 펼쳐낸다. 이들은 졸업식 이후 곧 철거될 시골 고등학교에 함께 다니는 동급생이지만, 각각 ‘안녕을 고하는’ 사랑의 대상과 성격은 판이하다. 원작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한 나카가와 슌 감독은 ‘4인 4색’의 이야기를 섬세한 감성으로 촘촘하게 엮었다.여학생 네 명의 이야기가 균형감 있게 각각 전개되지만, 플롯의 중심축은 요리부 부장 마나미의 사랑과 이별이다. 마나미는 일찌감치 요리 전문학교로 진학이 결정돼 졸업식 답사까지 준비했다. 그는 졸업 전날 요리부 동아리방에 앉아 남자친구를 떠올린다. 자신이 만든 도시락을 점심시간에 함께 먹었던 남자친구. 설레는 로맨스는 어찌하여 이어지지 못했을까.졸업식 당일 마나미는 남자친구 얼굴을 사진으로 본다. 남자친구의 엄마는 아들의 사진을 들고 졸업식에 참석했다. 마나미는 남자친구의 엄마와 눈인사를 나누고 답사를 위해 연단에 오른다. 하지만 끝내 답사를 읽지 못했다.졸업식 후 밴드 공연에서 모리사키의 ‘대니 보이’ 열창을 들으며 마음을 달랜 마나미는 텅 빈 졸업식장에서 누군가에게 답사를 들려준다. 고등학교를 졸업하지는 못했지만, 영원한 젊음 속에 남겨질 친구의 잃어버린
“내일, 폐교를 앞둔 학교와 이 사랑에 나는 안녕을 고한다. (···)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이곳이 내겐 세상의 전부였다.” 고등학교 졸업식을 하루 앞둔 소녀 야마시로 마나미(카와이 유미 분)가 학교 울타리 밖에서 교정을 내려다보며 하는 독백(내레이션)이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소녀는 졸업하지 않는다(少女は卒業しない)’는 일본 작가 아사이 료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마나미와 고토 유키(오노 리나), 간다 교코(코미야마 리나), 사쿠타 시오리(나카이 토모) 등 여학생 4명의 졸업식 전날과 당일 이야기를 펼쳐낸다.이들은 졸업식 이후 곧 철거될 시골 고등학교에 함께 다니는 동급생들이지만, 각각 ‘안녕을 고하는’ 사랑의 대상과 성격은 판이하다. 원작을 각색해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까지 한 나카가와 슌 감독은 ‘4인 4색’의 이야기를 섬세한 감성으로 촘촘하게 엮었다. 먼저 농구부 부장 유키와 남자 친구 테라다(우사 타쿠마). 이들은 유키가 졸업 후 도쿄로 대학을 가고 테라다가 고향에 남기로 결정하며 서툰 이별 앞에 놓인다. 이대로 서먹하게 헤어지기 싫은 유키는 테라다가 평소 하고 싶어 했던 ‘학교 건물 옥상 불꽃놀이’를 준비하며 관계를 회복해 보려고 애쓴다.경음악(밴드)부 부장인 교코. 졸업식 직후 열리는 밴드 공연을 앞두고 중학교부터 짝사랑해온 경음악부 동료이자 친구 모리사키(사토 히미)의 비밀을 공개하기로 결심한다. 수줍음 많고, 반에서 겉도는 외톨이인 시오리는 유일한 안식처인 도서실에서 위로와 용기를 주던 사서 선생 키시타니(후지와라 키세츠)에게 그동안 반납하지
조지 발란신(1904~1983)은 플롯 없이 고전음악에 맞춰 춤을 추는 ‘신고전주의 발레’를 확립한 안무가로 이름이 높다. 러시아 출신이지만 뉴욕시티발레단에서 약 35년간 예술감독을 지내면서 미국 발레의 육성과 발전에 힘썼다.러시아 발레의 본거지인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그는 어머니의 권유로 아홉 살 때인 1913년 황실 발레학교에 입학했다. 1924년 세르게이 댜길레프가 프랑스 파리에서 창설한 ‘발레 뤼스’에 들어가 1929년까지 세르게이 프로코피예프, 이고르 스트라빈스키, 에릭 사티, 모리스 라벨 등 작곡가와 파블로 피카소, 조르주 루오, 앙리 마티스 등 미술가들과 교류하며 작품을 만들었다.발란신은 미국 무용 평론가인 링컨 커스턴의 제의로 1933년 뉴욕으로 이주했다. 그와 함께 아메리칸 발레학교를 열어 무용수를 육성하고, 아메리칸발레단(1935년)과 뉴욕시티발레단(1948년) 등을 세워 새로운 발레를 선보였다. 발란신은 이곳에서 ‘신고전주의 발레’를 완성했다. 그는 관객들이 무용수의 춤에 집중할 수 있도록 현란한 무대 장치나 의상 등은 배제하고 고전음악의 리듬, 음절에 정확히 맞춘 춤을 짰다. ‘세레나데’(1935)와 ‘네 가지 기질’(1946), ‘심포니 인 시’(1947), ‘에피소드’(1959) 등이 대표작이다.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인간이 달 표면을 걸어 다니고, 인간이 만든 비행체가 지구를 벗어나 우주 저 멀리 계속 날아가는 시대가 도래하면서, 초자연적인 현상을 설명하는 옛 신화나 설화에 대한 인간의 상상력도 확장됐다. 전설적인 고대 고등 문명은 외계인이 세운 것이고, 신화나 설화에 등장하는 초자연적인 존재도 알고 보니 외계 생물이었다는 시각이 생겨난 게 대표적이다.‘범죄의 재구성’ ‘타짜’ ‘전우치’ ‘도둑들’ ‘암살’ 등 히트작들을 만든 최동훈 감독이 연출하고, 이기철과 함께 각본을 쓴 영화 ‘외계+인’에도 이런 SF(과학소설)적 상상력이 발휘됐다. 고려시대 말인 1380년대 삼각산에서 내려온 두 신선 흑설(염정아)과 청운(조우진)은 인간의 뇌 속에 가둬졌다가 ‘탈옥’한 외계 생물 죄수를 요괴로 여긴다. 현재를 사는 외계 로봇 ‘가드’(김우빈)와 외계 프로그램 '썬더’(목소리 연기 김대명)는 ‘신검’을 통해 ‘시간 여행’을 하면서, 시대를 가리지 않고 탈옥하는 ‘요괴’를 다시 잡아들여 가둔다.2022년 7월 선보인 ‘외계+인’ 1부가 ‘참패’란 말이 나올 정도로 흥행이 부진했던 요인 중 하나는 이런 상상력에서 비롯된 설정의 개연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점이다. 어느 외계의 고등 문명은 그 언젠가부터 죄수들을 정기적으로 지구에 싣고 와 인간들의 뇌 속에 가둔다. 이들을 관리하려고 지구에 남겨진 가드가 그렇게 된 이유를 짧게 설명하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SF나 판타지로서 ‘B급’이란 평가를 들었던 이유 중 하나다.1부는 주요 등장인물이 다른 2012~2022년 ‘현재 한국’과 1380~1390
폴란드 부부 감독인 도로타 코비엘라(DK) 웰치먼과 휴 웰치먼이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2017년 작품 ‘러빙 빈센트’는 독특한 애니메이션 기법과 높은 완성도로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들은 노동집약적인 로토스코프 방식을 사용했다. 배우들과 실제로 영상을 찍은 뒤 이를 바탕으로 107명의 아티스트가 6만2450여 점의 유화 프레임을 그려냈다.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영화는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 40여 개를 받는 성과를 올렸다.오는 10일 개봉하는 ‘립세의 사계’(사진)는 두 감독이 ‘러빙 빈센트’ 이후 약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번에도 유화 애니메이션인데 주제는 딴판이다. 고흐 같은 유명 화가를 다루지 않았다.영화의 원작은 19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가 쓴 1000쪽 분량의 4부작 대하소설 ‘농부들(Chlopi, the Peasants)’이다. 폴란드의 작은 농촌 마을 립세에서 1년간 벌어지는 이야기를 사계절로 나눠 러닝타임 115분 분량의 영화로 제작했다.영화 속 립세의 농민 대부분은 소작농이다. 시대적 배경은 19세기 말. 주인공은 억압적인 가부장제와 봉건주의 관습이 지배하는 마을에서 가장 아름다운 10대 소작농 소녀 야그나다. 어머니의 강요로 갓 홀아비가 된 마을 최고의 부농 보리나와 팔려 가다시피 결혼하고, 몸과 마음을 준 보리나의 아들 안텍에게도 결국 배신당하는 비극적 운명을 그린다.마을 사람들에게 집단 린치를 당한 야그나를 일종의 페미니스트처럼 당당한 희생자의 모습으로 그려내는, 앞으로는 다른 인생을 살겠다는 의지가 충만한 여성으로
폴란드 부부 감독인 DK(도로타 코비엘라) 웰치맨과 휴 웰치맨이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한 2017년 작 ‘러빙 빈센트’는 독특한 애니메이션 기법과 높은 완성도로 세계적인 반향을 일으켰다. 빈센트 반 고흐 사후 1년 뒤에 그의 마지막 삶과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쫓는 이 영화는 수동적이고 노동집약적인 로토스코프(촬영한 동영상의 이미지를 한 프레임씩 베껴 그리는 장치) 방식으로 만들어졌다.먼저 실제 장소에서 배우들의 연기로 실사 동영상을 찍은 후 이 영상을 바탕으로 107명의 아티스트가 6만2450여 점의 유화 프레임을 그렸고, 이를 두 감독이 편집해 세계 최초의 ‘유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선보였다. 인물의 표정과 동작은 대부분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배경은 고흐의 잘 알려진 명작과 그림체를 연상시키는 장면들로 채웠다. 이로 인해 극의 몰입도는 실사보다 오히려 더 높아졌고. 참신성과 예술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미국 아카데미상 작품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을 비롯해,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에서 40여 개의 상을 받는 성과를 올렸다.오는 10일 개봉하는 ‘립세의 사계’는 두 감독이 ‘러빙 빈센트’ 이후 약 6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전작의 고흐처럼 렘브란트나 피카소 등 세계적인 인지도를 지닌 유명 화가의 극적인 삶과 예술세계를 담은 영화를 웰치맨 부부의 차기작으로 예상했다면, 오산이다. 전작처럼 실제로 촬영한 동영상을 바탕으로 일일이 유화 프레임을 그리고 디지털 기술을 입혀 완성하는 ’유화 애니메이션‘은 맞지만, 주제나 소재는 딴판이다.영화의 원작은 1924년 노벨문학상을 받은 폴란드 작가 브와디스와프 레이몬트가
차이콥스키 음악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만큼 다양한 안무와 내용의 버전이 공연되는 작품도 드물다. E.T.A. 호프만 원작의 ‘호두까기 인형’은 1892년 레프 이바노프 안무로 초연됐을 당시 극적 결함이 지적되며 혹평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부여한 것은 귀에 착착 감기는 차이콥스키의 빛나는 음악이다.바실리 바이노넨, 조지 발란신, 유리 그리고로비치, 존 크랑코 등 탁월한 안무가들이 차이콥스키 음악은 그대로 살리면서 드라마를 보강한 버전들을 지난 연말 무대에 올렸다. 국내에서도 국립발레단, 유니버설발레단 등이 각자 매만진 ‘호두까기 인형’을 선보였다.오는 14일까지 서울 코엑스점 등 메가박스 10개 점에서 상영하는 영국 로열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사진)은 국내 관객에게 낯설게 다가올 만하다. 국내에선 본 적 없는 안무와 내용의 버전이어서다. 영국 무용가 피터 라이트가 1892년 이바노프 버전을 토대로 춤을 바꾸고, 이전 버전에는 없는 호프만 원작 내용을 살렸다. 1984년 초연하고 1992년 대폭 수정했다. 로열발레단이 주 공연장인 런던 로열 오페라하우스에서 40년 가까이 공연한 대표 작품이다.메가박스 상영분은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2023~2024시즌 작품으로 로열발레단이 24일까지 공연하는 ‘호두까기 인형’ 중 지난달 12일 생중계한 공연 실황이다. 사탕 요정 역에 안나 로즈 오설리반, 과자나라 왕자 역에 마르셀리노 삼베, 드로셀 아이어 역에 토머스 화이트헤드, 클라라 역에 소피 올내트, 한스-피터(호두까기 인형) 역에 레오 디슨이 출연했다. 세계적인 명성의 로열발레단에서도 특별히 선별한 무용수들인 만큼 뛰어난 퍼
“일천 강에 비치는 달 보고 또 보며, 당신께서 불러주는 사랑의 노래 들었어요. 물소리 들리는 그림 보듯, 당신의 노래 보며 오늘을 살아요.”지난 2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이 오른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에서 세종(김수인 분)의 부인 소헌왕후(이소연 분)가 부르는 노래다.577년 전 세종이 소헌왕후(1395~1446)의 명복을 빌기 위해 한글로 지은 찬불가(讚佛歌)가 새롭게 태어났다. 세종이 직접 부인에게 불러주고 보여주는 가무악극 형식의 ‘오늘을 비추는 사랑과 달빛의 노래’로 말이다.이 공연은 1950년 창립된 국립극장이 1973년 서울 명동에서 남산 장충동으로 이전한 지 50주년이 된 것을 기념하는 무대다. ‘국립극장의 산증인’ 박범훈(작곡·지휘)과 손진책(연출), 국수호(안무)가 창작진으로 뭉쳤다.막이 오르면 커다란 반지 모양의 기울어진 원형 무대 중앙에 박범훈이 지휘하는 관현악단이 눈에 들어온다. 무대 양쪽에는 빌딩 숲을 연상시키는 직사각형 구조물이 놓이고, 그 사이에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다. 그 사이 공간은 합창단 차지다. 공연 내내 무대에 앉아 연주하고 노래하는 관현악단과 합창단만 240명에 이른다.극의 서사는 원형무대를 들락날락하는 국립창극단원(11명)과 국립무용단원들(31명)이 이끈다. 이들을 합쳐 이번 무대에 총 280여 명이 올랐다. 흔치 않은 초대형 무대다.‘달(부처의 자비와 공덕)이 천 개의 강(중생)을 비춘다’는 의미를 노래한 ‘월인천강지곡’은 세종이 훈민정음 창제 직후 한글로 지은 찬불가로, 석가모니의 생애를 담았다. 하지만 악보가 남아 있지 않고, 가사도 3분의 1가량만 전
“일천 강에 어리는 달빛을 보아요. 한 그루 조선 소나무 같은 그리운 달빛의 노래. 당신이 불러주는 사랑의 노래를 들어요.”“일천 강에 비치는 달 보고 또 보며, 당신께서 불러주는 사랑의 노래 들었어요. 물소리 들리는 그림 보듯 당신의 노래 보며 오늘을 살아요.”지난 29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 막이 오른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에서 세종(김수인 분)의 부인 소헌왕후(이소연)가 공연의 시작과 끝에 부르는 노래의 가사 일부다.577년 전 세종이 먼저 세상을 떠난 소헌왕후(1395~1446)의 명복을 빌기 위해 한글로 지은 찬불가(讚佛歌) ‘월인천강지곡’이 새롭게 태어났다. 세종이 옆에 함께 있는 소헌왕후에게 불러주고 보여주는 가무악극 형식의 ‘오늘을 비추는 사랑과 달빛의 노래’로 말이다.이 공연은 1950년 창립된 국립극장이 1973년 서울 명동에서 남산 장충동으로 이전한 것을 기념하기 위한 무대다. ‘남산 이전 5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국립극장 공연의 산 역사이자 산 증인’인 박범훈(작곡·지휘)과 손진책(연출), 국수호(안무)가 창작진으로 뭉쳤다.막이 오르면 커다란 반지 모양의 기울어진 원형 무대가 한눈에 들어오고, 무대 중앙에 박범훈이 지휘하는 관현악단이 자리한다. 무대 배경으로 양쪽에 현대 사회의 빌딩 숲을 연상시키는 직사각형 구조물이 놓이고, 그사이에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다. 원형 무대와 직사각형 구조물 사이에 합창단이 앉고, 바로 앞에 원형 무대 중앙에 들어가지 못한, 부피가 큰 악기 연주자들이 자리했다. 공연 내내 무대를 떠나지 않고, 앉아서 연주하고 노래하는 관현악단과 합창단 숫
차이콥스키 음악의 발레 ‘호두까기 인형’만큼 전 세계적으로 다양한 안무와 내용의 버전이 공연되는 작품도 드물다. E.T.A. 호프만 원작의 ‘호두까기인형’은 1892년 레프 이바노프 안무로 초연됐을 당시 극적 결함이 크게 지적되며 혹평받았다. 하지만 이 작품에 지속적인 생명력을 부여한 것은 처음 들어도 귀에 착착 감기는 차이콥스키의 빛나는 음악이다.바실리 바이노넨, 조지 발란신, 유리 그리고로비치, 존 크랑코 등 탁월한 안무가들이 차이콥스키의 음악은 그대로 살리면서 드라마를 보강해 새롭게 춤을 짠 버전들이 크리스마스 시즌을 포함한 연말에 세계 곳곳에서 인기리에 무대에 오른다. 국내도 마찬가지다. 국립발레단과 유니버설발레단 등 주요 발레단들이 각기 다른 버전으로 올리는 ‘호두까기인형’이 매년 12월을 대표하는 인기 공연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지난 26일 서울 코엑스점, 경기 고양 킨텍스점 등 메가박스 10개 점에서 처음 상영된 영국 로열발레단의 ‘호두까기인형‘은 국내 양대 발레단이 수십 년간 올린 버전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낯설게 느낄 만하다. 국내에선 본 적 없는 안무와 내용의 버전이어서다. 영국 무용가 피터 라이트가 1892년 레프 이바노프 버전을 바탕으로 재안무하되 이전 버전들에는 없던 호프만 원작 내용을 살려 드라마를 강화했다. 1984년 초연하고 1992년 대폭 수정했다. 로열발레단이 주 공연장인 런던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초연 당시부터 40년 가까이 연말연시에 올려 이 발레단의 전매특허처럼 된 버전이다.피터 라이트 버전이 유리 그리고로비치 안무의 볼쇼이 버전에 바탕을 둔 국립발레단과 바실리 바이노넨의 마린
영화 ‘빌리 엘리어트’(2001)의 마지막 장면. 영국 로열발레단의 무용수로 성장한 주인공 빌리가 남성 백조로 분해 무대에서 힘차게 날아오른다. 이 영화의 끝을 맺는 작품은 영국 안무가이자 연출가 매슈 본(사진)의 출세작이자 대표작인 ‘백조의 호수’다.1960년 영국 런던 북부 해크니에서 태어난 그는 22세 때 저명한 무용 교육기관인 라반센터에 입학하면서 무용과 인연을 맺었다. 1995년 기발한 착상의 발레 한 편으로 유명해졌다. 흰색 튀튀를 입은 여성 백조 대신 깃털 바지를 입은 남성 백조를 무대에 올린 백조의 호수였다. 줄거리와 구성도 볼거리 많은 뮤지컬 스타일로 포장하더니, ‘댄스 뮤지컬’이라고 불렀다. 이어 ‘호두까기 인형’ 등을 ‘댄스 뮤지컬’ 스타일로 개작해 명성을 얻었다.본은 이들 작품으로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 최다 수상자(9회)가 됐고, 현대 무용가로는 최초로 기사 작위도 받았다.송태형 문화선임기자
“별 보며 소원을 빌어 나를 이끌어주고/ 두려움 없이 나아가게 해 달라고.”내년 1월 3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사진)의 대표곡이자 주제가인 ‘This wish’의 한국어 번역 가사 일부다. 주인공인 17세 소녀 아샤(목소리 연기 및 노래 아리아나 더보즈)가 숲속 언덕에 올라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다.이 노래의 핵심 단어는 ‘별’과 ‘소원’이다.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에 밝다면 이 단어들과 관련해 떠오르는 노래가 있을 듯싶다.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주제가이자 한동안 디즈니의 회사 주제곡으로 쓰인 ‘When You Wish Upon a Star’다. 노래는 ‘네가 별에 소원을 빌면 그 꿈은 이뤄진다’란 가사로 끝난다. 이 노래처럼 디즈니 작품에는 별에 소원을 비는 장면이 많이 나온다. 나무 인형 피노키오에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고 별을 바라보며 기원하는 제페토 할아버지처럼.1923년 문을 연 디즈니의 ‘100주년 기념작’인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이 영화에선 사람들에게 소원을 돌려주고 싶은 아샤의 소원을 들어주려 ‘스타’란 이름의 별 캐릭터가 등장한다. 무대는 마법사 군주인 ‘매그니피코’(크리스 파인)가 통치하는 지중해 섬 나라 ‘로사스’다. 희망과 꿈이 잠재적인 불만의 원천이 된다고 생각하는 매그니피코는 사람들의 소원을 몰수한 뒤 자신의 통치에 도움이 될 만한 소원만 골라 들어준다. 사람들은 누구나 18세가 되면 매그니피코에게 소원을 얘기한 뒤 그 소원을 잊고 산다.로사스를 처음 찾는 사람들에게 섬을 소개하는 가이드로 일하던 아샤는 사람들의 소원을 없애
“어떻게 시작할까 망설이고 머뭇대는 나/살짝 나아가 보지만 아직은 겁이 나/별 보며 소원을 빌어 나를 이끌어주고/두려움 없이 나아가게 해 달라고/시련도 찾아오겠지만/하나씩 이겨나갈 거야/나 이렇게 소원을 빌어/지금보다 더 큰 꿈 꿀 수 있는 우리/이렇게 소원을 비네/지금보다 더 큰 꿈 꿀 수 있는 우리.”내년 1월 3일 개봉하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영화 ‘위시’의 대표곡이자 주제가인 ‘This wish’의 한국어 번역 가사 일부다. 주인공인 17세 소녀 아샤(목소리 연기 및 노래 아리아나 드보스)가 숲속 언덕에 올라 밤하늘에 반짝반짝 빛나는 별들을 바라보며 부르는 노래다. 영화가 시작된 지 약 25분이 지나 나온다. 극 전개상 초반부에서 중반부로 진입하는 전환점이 되는 노래다.이 노래 가사의 핵심 단어는 ‘별(star)’과 ‘소원(wish)’이다. 영화 제목인 ‘wish’는 이 노래뿐 아니라 극 중 대사에서도 가장 많이 나온다. 디즈니 고전 애니메이션이나 디즈니 역사에 밝다면 이 단어들이나 극 중 내용을 보고 떠오르는 노래가 있을 듯싶다. 애니메이션 ‘피노키오’의 주제가이자 한동안 디즈니의 회사 주제곡으로 쓰인 ‘When You Wish Upon a Star’다.노래는 ‘네가 별에 소원을 빌면, 네 꿈은 이뤄진다(Your dreams come true)’란 가사로 끝난다. 이 노래처럼 디즈니 장편 애니메이션에는 주요 인물이 별에 소원을 비는 장면이 나오는 작품이 많다. 자신이 만든 나무 인형 피노키오에 생명을 불어넣어 달라고 별을 바라보며 기원하는 제페토 할아버지처럼 말이다.‘디즈니 100주년 기념작’인 이 영화도 마찬가지다. 월트 디즈니는 형 로
‘1000만 관객 돌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둔 ‘서울의 봄’(19일 기준 관객 수 921만 명)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개봉으로 연말연시 극장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모처럼 높아진 한국 영화의 기세를 새해에도 이어갈 흥행 기대작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도둑들’ ‘암살’ 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판타지 영화 ‘외계+인’ 2부(1월 10일 개봉)가 새해 초 관객을 맞는다. 2022년 7월 극장에 걸린 1부는 154만 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주문형비디오(VOD)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로 영화를 접하고 호평한 관객이 늘면서 2부 흥행에 대한 기대를 높이고 있다. 1부에 이어 김태리(이안), 김우빈(썬더), 류준열(무륵) 등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활약한다.‘검은 사제들’ ‘사바하’ 등 흥행작들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장재현 감독의 ‘파묘’(2월 개봉)도 기대작이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이 출연한다.지난 5월 말 개봉해 1000만 관객을 넘은 ‘범죄도시3’의 후속작도 내년 5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1~3편의 무술감독을 담당했던 허명행이 ‘범죄도시4’의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마동석이 괴물 형사 마석도 역으로 열연할 뿐 아니라 기획과 제작, 각색까지 맡았다. 필리핀을 주 무대로 김무열(백창기 역)이 강력한 악당으로 등장한다. 내년 12월께 개봉할 예정인 ‘베테랑2’는 2015년 1341만 관객을 모은 ‘베테랑’의 속편이다. 1편의 흥행을 이끈 배우 황정민과 오달수, 장윤주, 오대환, 김시후 등 강력범죄수사대에 막내 형사로 정해인이
‘천만 관객 돌파 영화’ 등극을 눈앞에 둔 ‘서울의 봄’(20일 기준 관객 수 931만명)에 이어 김한민 감독의 이순신 3부작 중 마지막 영화 ‘노량: 죽음의 바다’ 개봉으로 연말연시 극장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모처럼 높아진 한국 영화의 기세를 새해에도 이어갈 흥행 기대작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도둑들’‘암살’ 등을 연출한 최동훈 감독의 판타지 영화 ‘외계+인’ 2부(1월 10일 개봉)가 새해 초 관객을 맞는다. 2022년 7월 극장에 걸린 1부는 154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지만, VOD(주문형비디오)나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영화를 접하고 호평한 관객이 늘면서 2부 흥행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1부에 이어 김태리(이안), 김우빈(썬더), 류준열(무륵) 등이 과거와 현재, 미래를 오가며 활약한다. ‘검은 사제들’‘사바하’ 등 흥행작들의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한 장재현 감독의 ‘파묘’(2월 개봉)도 기대작이다. 최민식, 김고은, 유해진, 이도현 등이 출연한다. 엄청난 돈을 제안하며 흉지의 묘를 이장해달라는 의뢰를 받은 풍수사(최민식 분)와 그와 동행하는 장의사(유해진), 무당(김고은 분)에게 벌어지는 기이한 사건을 그린 오컬트 미스터리 영화다. 지난 5월말 개봉해 천만 관객을 넘은 ‘범죄도시3’의 후속작도 내년 5월께 선보일 예정이다. 1~3편의 무술감독을 담당했던 허명행이 ‘범죄도시4’의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마동석이 괴물 형사 마석도 역으로 열연할 뿐 아니라 기획과 제작, 각색까지 맡았다. 필리핀을 주 무대로 김무열(백창기 역)이 강력한 악당으로 등장한다. 내년 12
퀴즈 하나.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을 배출한 미국 만화 출판사 DC코믹스의 ‘영웅 영화’ 중 가장 흥행한 작품은? 배트맨이나 슈퍼맨 시리즈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겠지만 정답은 ‘아쿠아맨’이다. 2018년 12월 개봉해 전 세계에서 11억50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20일 개봉한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딱 5년 만에 선보인 ‘아쿠아맨’의 속편이다. 전편의 최종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전 아쿠아맨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본인도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극적으로 구조된 해적 블랙 만타가 복수 의지를 다지는 장면이 나온다. 후속작의 주요 내용을 살짝 공개해 영화가 시리즈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법이다.“모든 장면이 만화책에서 나온 듯 보여지기를 바랐다. 전편보다 크고, 화려하고 훨씬 다채로운 세계를 완성했다.”‘아쿠아맨’과 이번 후속작을 연출한 제임스 완의 이야기다. 감독 말대로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전편에서 관객들이 박수 친 포인트를 업그레이드했다. 온몸을 던지는 아쿠아맨의 격렬한 액션과 다채롭게 표현되는 시각 효과, 장엄한 수중 전투 장면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스케일이 커졌다. 정글과 사막, 남극, 심해 등을 오가며 다양하면서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1편처럼 코믹스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전편에선 촌스럽고 유치하게 느껴질 만한 복고풍 분위기에 적응하는 데 다소 시간이 걸렸을 수 있다. 속편에도 만화적인 공상과학(SF) 감성이 두드러진 액션 장면이 여전히 많지만 훨씬 세련되고 역동적으로 연출됐다. 전편을 봤다면 어색함 없이 바로 몰입할 수 있다.제이슨 모모아(아서 커리·아쿠아맨 역), 패트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으로 대표되는 미국 만화 출판사 DC코믹스 원작의 ‘영웅 영화’ 중 전 세계적으로 가장 흥행한 작품은 무엇일까? 인지도가 높은 배트맨이나 슈퍼맨 시리즈 중 한 편을 떠올리기 쉽겠지만, 정답은 2018년 12월에 개봉해 11억 5000만 달러의 글로벌 흥행 수입을 올린 ‘아쿠아맨’이다.20일 개봉한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딱 5년 만에 선보이는 ‘아쿠아맨’의 속편이다. 전편의 최종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기 전, 아쿠아맨에 의해 아버지를 잃고 본인도 목숨을 잃을 뻔했으나, 극적으로 구조된 해적 블랙 만타가 복수 의지를 다지는 장면이 나온다. 후속작의 주요 내용을 살짝 알려주면서 영화가 시리즈물로 이어진다는 것을 알려주는 수법이다. 전편의 화제성이나 흥행 성적 등을 감안했을 때 ‘아쿠아맨 2’에 해당하는 속편이 코로나19 등의 여파로 다소 늦게 나온 감이 있다.“모든 장면이 만화책(코믹스)에서 그대로 나온 듯 보여지길 바랐다. 전편보다 크고 화려하고 훨씬 다채로운 세계를 완성했다.”‘아쿠아맨’과 이번 후속작을 연출한 제임스 완의 이야기다. 감독의 말처럼 ‘아쿠아맨과 로스트 킹덤’은 전편에서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은 점들을 한층 더 업그레이드해 보여준다. 온몸을 던지는 아쿠아맨의 격렬한 액션과 다채롭게 표현되는 시각 효과, 장엄한 수중 전투 장면 등이 그렇다. 무엇보다 스케일이 커졌다. 정글과 사막, 남극, 심해 등을 오가며 다양하면서도 화려한 액션을 보여준다.전편처럼 코믹스 원작에 충실한 편이다. 전편에선 촌스럽고 유치하게도 느껴질 수도 있는 코믹스의
‘자원순환보증금제 29초영화제’(사진)가 다음달 27일까지 응모작을 받는다. 영화제는 이미 사용한 일회용 컵이나 빈 용기를 지정된 공간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를 알리기 위해 마련됐다.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다 쓰고 다시 쓰는 [ ]’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운영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빈용기보증금제도’가 낳는 긍정적인 변화를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 센터 관계자는 “29초영화제로 인해 더 많은 국민이 자원순환의 가치를 알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영화 응모는 장르와 작품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출품하면 된다. 상금은 3000만원 규모다. 수상작은 네티즌과 전문가 심사로 결정되며 시상식은 내년 2월 열릴 예정이다. 수상 작품은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홍보 콘텐츠로 적극 활용된다.송태형 문화선임기자
다 사용한 일회용 컵이나 빈 용기를 지정된 공간에 반환하면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를 알리기 위한 ‘자원순환보증금제 29초영화제’가 열린다.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하는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다 쓰고 다시 쓰는 [ ]’다.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가 운영하는 ‘일회용 컵 보증금제’와 ‘빈용기보증금제도’가 낳는 일상의 긍정적인 변화에 관한 이야기를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자원순환을 통해 탄소중립 사회를 실현하자는 취지로 2021년 설립된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는 일회용 컵과 유리병 등 보증금 대상 용기의 회수와 재사용·재활용 촉진에 힘쓰고 있다. 센터 관계자는 "이번 29초영화제로 인해 보다 많은 국민들이 자원순환의 가치를 알고, 기후 위기에 대응하는 움직임에 동참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완성된 영화는 29초영화제 홈페이지(www.29sfilm.com)에 온라인으로 출품하면 된다. 출품 기간은 20일부터 다음 달 27일까지다. 장르와 출품작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상금은 총 3000만원 규모다. 시상식은 내년 2월 중 열릴 예정이다.수상작은 네티즌과 전문가 심사로 결정된다. 네티즌 심사(20%)는 조회 · 감상평 · 좋아요 수 등이 종합 집계된다. 최종 수상작은 사전고지 없이 시상식 당일 발표되며, 추후 자원순환보증금관리센터의 홍보 콘텐츠로 적극 활용된다.송태형 문화선임기자
각종 신발이 홀로 걷는 장면이 이어진다. 먼저 평범한 하얀 운동화, 다음은 발목까지 올라오는 청색 운동화, 그다음은 갈색 구두다. 각 신발이 홀로 걸을 때 주위엔 다양한 신발이 널브러져 있다. 카메라는 그런 신발 중 갈색 단화를 비춘다. 화면 오른쪽 상단 위로 ‘서울 내 은둔 고립 청년 13만명 추정(서울시 조사)’이라는 자막이 뜬다. 쓸쓸히 멈춰 있는 갈색 단화에 검정 구두가 다가가 톡톡 두드린다. 갈색 단화가 서서히 움직이더니 검정 구두와 마주 보고 선다. 자막으로 ‘서울시 고립·은둔 청년 지원 사업’ 내용이 간단하게 뜬다.석설호·김태완 감독(일반부)이 ‘제9회 서울 29초영화제’에 출품한 ‘함께하는 서울, 동행하는 서울’이라는 제목의 영상 내용이다. 이 작품은 14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통합(일반부+청소년부) 대상을 차지했다. 청년들을 은유한 신발들로 고립되고 외로운 상황을 강렬하게 표현하며 함께하고 동행하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해 이번 영화제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전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서울시와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한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동행·매력 특별시 서울’. 10월 19일부터 11월 25일까지 공모가 이뤄졌고 접수작 가운데 7개 작품이 수상작으로 선정됐다.일반부 최우수상은 박성환 감독의 ‘서울시 이대로 괜찮은가’가 받았다. 방송 뉴스 포맷을 차용해 서울시 정책을 효과적으로 알리면서 청년들의 재치 넘치는 모습을 유쾌하게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청소년부 최우수상은 외로운 여성에게 힘이 돼 주는 서울시 정책을 공감
‘세기의 흥행사.’20세기 초 프랑스 파리에서 ‘발레 뤼스’ 창립을 주도해 유럽에 러시아 발레 돌풍을 일으킨 세르게이 파블로비치 댜길레프(1872~1929)를 일컫는 말이다.러시아 페름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댜길레프는 1899년 러시아 황실 극장 감독의 특별 어시스턴트, 1900년엔 황실극장의 연간 공연 책임자가 되면서 발레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문화 기획자와 흥행사로서의 재능은 미술 분야에서 먼저 꽃피웠다. 19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러시아 초상 화가들의 전시를 주최했고, 다음 해 파리에서 전시회를 열고 러시아 미술을 소개했다.그는 파리에 본거지를 마련하고 전시뿐 아니라 음악과 발레 등 공연 분야로 활동 영역을 넓혔다. 1907년 러시아 음악 콘서트, 1908년 오페라 ‘보리스 고두노프’ 공연을 주최한 데 이어 1909년 러시아 발레를 뜻하는 발레 뤼스란 이름의 발레단을 창립한다. 안나 파블로바, 바슬라프 니진스키 등 최고의 젊은 러시아 무용수가 참여한 이 발레단은 그해 5월 19일 열린 첫 공연으로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안무가로는 미하일 포킨과 레오니드 마신 등이 활약했다.댜길레프와 공동 작업한 가장 유명한 작곡가는 이고리 스트라빈스키다. 그의 3대 발레 음악으로 불리는 ‘불새’(1910) 등이 댜길레프의 손을 거쳐 발레 뤼스 무대에 올랐다.송태형 문화선임기자
“다시 합시다”피아노 연주자 사카모토 류이치의 육성이 처음 나온 건 영상 콘서트가 시작된 지 40여 분이 흐른 뒤였다. 영화 ‘바벨’(2007)의 주제곡으로 쓰인 ‘bibo no aozora’의 연주가 끝난 직후다.백발의 머리를 한번 뒤로 넘기고, 다시 피아노 건반 위로 올라간 열 손가락을 타고 평온하고 차분한 멜로디가 흘러나왔다. 최근 국내 개봉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영화 ‘괴물’을 봤다면 ‘아 이 음악!’하고 반길 만한 멜로디다. 영화 마지막에 주인공인 두 소년의 앞날을 마치 축복하는 듯이 흐르던 음악이다.사카모토가 1998년 발표한 앨범 ‘BTTB’에 수록된 이 곡의 제목은 ‘Aqua’. 오는 27일 개봉하는 ‘류이치 사카모토: 오퍼스’에서 열 번째로 연주되는 곡이다. 모두 20곡이 연주되는 이 콘서트 영화의 전반부를 마무리 짓는 음악이다.이 영화는 지난 3월 28일 세상을 떠난 사카모토 류이치가 지난해 9월 8일부터 15일까지 8일 동안 ’온라인 피아노 콘서트‘용으로 촬영한 것을 재편집한 것이다. 당시 암 투병 중이던 그는 인생의 끝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느끼고 ‘한 번 더 납득할 만한 작품을 만들고 싶다’는 의지로 연주와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라틴어로 예술작품을 가리키는 기호이자 그가 마지막으로 연주한 곡 제목인 ‘오퍼스(opus)’가 영화 제목에 붙은 이유를 짐작게 한다.촬영은 사카모토 류이치가 ‘일본에서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 곳’이라고 생각한 도쿄 NHK 509 스튜디오에서 이뤄졌다. 그는 하루에 3곡 정도를 2~3번의 연주로 촬영을 마쳤다고 한다. 영화 속에 “다시 합시다”란 사카모토 류이치의 말은
“가라오케 간 날 기억해요? 거기 여자 두 명 있었잖아요. 그중 키 작은 여자를 만났는데 거의 결혼할 뻔했거든요.” “왜 안 했어?” “(전화)번호를 잃어버렸거든요.” “전화번호부에 나오잖아?” “이름을 몰라요.” 오는 20일 개봉하는 핀란드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사진)에서 남자 주인공 홀라파(주시 바타넨 분)가 나이 많은 직장 동료 한스네와 맥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다. 두 남자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무표정하게 툭툭 말을 주고받는다. 핀란드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스무 번째 장편 영화인 이 작품은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다. 헬싱키를 배경으로 비정규직이거나 일용직 근로자인 두 남녀의 척박한 노동 환경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이런 역경을 이겨내고 기적처럼 서로를 찾는 이야기를 동화같이 펼쳐낸다. 여자 주인공 안사(알마 포이스티)는 유통기한이 지나 버려야 할 샌드위치를 집에 가져갔다는 이유로 슈퍼마켓에서 해고당한다. 홀라파는 이 공장, 저 공장 떠돌아다니며 일하는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동자다. 어느 금요일 밤 동료와 함께 놀러 간 가라오케에서 두 사람은 대화 없이 짧지만 강렬한 눈길을 나눈다. 두 사람은 안사가 주방 보조원으로 일하게 된 한 주점 앞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경찰이 그 주점 주인을 마약 판매 혐의로 체포하는 현장을 함께 목격한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안사가 이곳에서 처음 월급을 타는 날. 홀라파는 월급을 못 받게 된 안사에게 커피를 사주고 극장에 데리고 가 영화도 함께 본 뒤 이렇게 말한다. “그러면 또 만날까요? 근데 이름도 모르네요.” 안사는 “다음에 알려줄게요”라며 자신의 전화번호를 종이에 적어 홀라파의 점퍼 주머
“방금 복도에서 날 봤어.” 이탈리아 작가 에드워드 애슈턴이 쓴 공상과학(SF) 소설 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 미키 반스가 집에 돌아와 함께 사는 연인 나샤를 보자마자 하는 말이다. 소설의 전편(前篇)이라고 할 수 있는 을 읽은 독자는 이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은 봉준호 감독의 연출로 내년 3월 말 개봉 예정인 영화 ‘미키17’의 원작 소설이다. 미키는 ‘익스펜더블’(소모품)로 불리는 복제 인간이다. 소설 속 미래 세계는 익스펜더블이 위험한 일을 하다가 죽으면 그의 의식과 기억을 고스란히 내려받은 복제인간을 다시 만들어낸다. 미키 뒤에 붙은 7은 복제된 횟수. 미키7은 여섯 번 죽고 일곱 번째로 복제된 미키를 뜻한다. 봉 감독은 원작의 미키보다 열 번이나 더 죽음을 경험한 복제인간을 영화 주인공으로 했다. ‘반물질의 블루스’란 부제의 후속작은 전작 마지막 시점에서 약 2년이 지난 뒤부터 시작된다. 척박한 얼음행성 개척단 일원으로 온 미키는 토끼를 돌보는 평범한 노동자로 지낸다. 하지만 개척단 사령관이 미키에게 반물질 폭탄을 가지고 오라고 한다. 미키는 다시 위험한 여행을 떠난다. 영화로 그려진다면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 상상하면서 보면 더 재미있다. 봉 감독이 연출한 영화의 원작에 이 후속작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아쉽게 느껴질 수도 있겠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가라오케 간 날 기억해요? 거기 여자들 두 명 있었잖아요? 그중 키 작은 여자 만났는데 거의 결혼할 뻔했었거든요.” “왜 안 했어?” “(전화)번호를 잃어버렸거든요.” “전화번호부에 나오잖아?” “이름을 몰라요.” “그럼 괴로울 만 하지.” 오는 20일 개봉하는 핀란드 영화 ‘사랑은 낙엽을 타고’에서 남자 주인공 홀라파(주시 바타넨 분)가 한 주점에서 나이 많은 직장 동료 한스네(얀 히티아이넨)와 맥주를 마시며 나누는 대화다. 두 남자는 사뭇 진지하면서도 별 표정 없이 툭툭 말을 주고받는다. 핀란드 거장 아키 카우리스마키의 스무 번째 장편 영화인 이 작품은 헬싱키를 배경으로 한 독특한 로맨틱 코미디다. 비정규직이거나 일용직 근로자인 두 남녀의 척박한 노동 환경을 현실적으로 묘사하면서, 이런 역경을 이겨내고 기적처럼 서로를 찾는 이야기를 동화처럼 펼쳐낸다. 무표정하게 농담을 내뱉고, 건조한 유머를 구사하는 카우리스마키 특유의 ‘데드팬(deadpan)’ 스타일로 달곰씁쓸한 웃음을 유발한다. 여자 주인공 안사(알마 포이스티)는 유통기한 만료로 폐기해야 할 샌드위치를 노숙자에게 주기도 하고, 가방에 챙겼다는 이유로 슈퍼마켓에서 해고당한다. 홀라파는 이 공장, 저 공장 떠돌아다니며 일하는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노동자다. 어느 금요일 밤 동료와 함께 놀러 간 가라오케에서 두 사람은 대화 없이 짧지만 강렬한 눈길을 나눈다. 두 사람은 안사가 주방 보조원으로 일하게 된 ‘캘리포니아 펍’ 앞에서 우연히 마주치고, 경찰이 펍 주인을 마약 판매 혐의로 체포하는 현장을 함께 목격한다. 이날은 안사가 이곳에서 처음 월급 받는 날. 홀라파는 월급을 못 받게 된 안
“두 분이 만나면 박복자님 기억에서 따님이 지워진다고요. 나중에 따님이 저승에 찾아와도 못 알아보신다고요. 지금도 이렇게 그리워하시는데, 저 따님은 그냥 없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요.”(가이드)“하자. 내가 뭐 중하다고. 우리 진주가 웃고 사는 게 중요하지. 하자. 어이 하면 되는데.”(복자)6일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가 끝나기 15분 전에 나오는 대화다. 저승에서 사흘간 휴가를 얻어 이승에 내려온 복자(김해숙 분)와 그녀를 안내하는 초보 가이드(강기영 분)가 이야기를 나눈다. 사흘 내내 진주(신민아 분)를 지켜보기만 했던 엄마 복자가 딸과 정을 나누다 헤어질 때까지 객석 곳곳에서 훌쩍이는 소리가 흘러나왔다.그래서 이 영화는 스스로 표방한 ‘힐링 판타지’ 앞에 ‘눈물샘을 자극하는’이란 수식어가 붙어야 더 적확하다. 복자와 가이드의 대화는 영화 도입부에 두 사람이 처음 만난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가이드가 “사흘의 휴가 동안 무얼 하고 싶냐”고 묻자, 복자는 “딸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한다. 가이드는 “딸과 말을 나눌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등 이승 여행 규칙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따님에 대한 행복한 기억만 갖고 오시면 됩니다.”이 영화의 키워드는 ‘기억’이다. 그리고 ‘음식’은 진주가 엄마에 대한 기억을 되살리는 장치 역할을 한다. 복자가 진주를 만난 곳은 3년 전 복자가 세상을 떠나기 직전까지 살았던 한국 시골 마을이다. 진주는 엄마가 해준 손맛으로 레시피를 개발해 고향에서 막 백반 장사를 시작한 터였다. 모녀가 소통한 마지막 밤은 공교롭게도 복자가 태어난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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