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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복도에서 날 봤어.” 이탈리아 작가 애드워드 애슈턴이 쓴 과학소설(SF) 의 첫 문장이다. 주인공 미키 반스가 집에 돌아와 함께 사는 연인 나샤를 보자마자 하는 말이다. 소설의 전편(前篇)이라 할 수 있는 을 읽은 독자는 이 문장이 어떤 의미인지 금방 알아차릴 것이다. 하지만 전편을 읽지 않았거나 소설에 대한 사전 지식이 전혀 없다면 첫 장을 한참 읽은 후에야 그 맥락을 이해할 수 있다. 는 봉준호 감독의 연출로 내년 3월말 개봉 예정인 영화 ‘미키17’의 원작 소설이다. 봉 감독이 2020년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을 받은 ‘기생충’ 이후 차기작의 소재로 택해 주목받았다. 미키는 ‘익스펜더블(소모품)’로 불리는 복제 인간이다. 소설 속 미래 세계는 익스펜더블이 위험한 일을 하다가 죽으면 그의 의식과 기억을 고스란히 내려받은 복제인간을 다시 만들어낸다. 미키 뒤에 붙은 7은 복제된 횟수를 의미한다. 미키7은 이미 여섯 번 죽고 일곱 번째로 복제된 미키를 뜻한다. 봉 감독은 소설을 각색하며 원작의 미키보다 열 번이나 더 죽음을 경험한 복제인간을 영화 속 주인공으로 내세운 셈이다. ‘반물질의 블루스’란 알쏭달쏭한 부제가 붙은 의 후속작은 전작 마지막 시점에서 약 2년이 지난 후부터 시작된다. 척박한 얼음행성 니플하임의 개척단 일원으로 온 미키는 이제 익스펜더블의 위험한 임무에서 은퇴해 토끼를 돌보는 평범한 노동자로 지낸다. 미키에 적대적인 개척단 사령관 마샬은 그를 그냥 내버려 둔다. 이유는 행성의 토착 지적 생명체인 크리퍼들이 위험한 반물질 폭탄을 가지고 있고, 이들과 유일하게 소통할 수 있는 미키만이 크리퍼가 폭탄을 사용하
20세기 드라마틱 발레의 선구자이자 완성자인 존 크랭코에게서 영향받은 현대무용 거장 중 그의 명성을 뛰어넘은 안무가들이 있다. 대표적인 인물이 ‘세계 현대무용의 나침반’이라고 불리는 지리 킬리언이다. 1947년 체코 프라하에서 태어난 킬리언은 1967년 영국 런던 로열발레학교에 장학생으로 입학해 크랭코를 처음 만났다. 크랭코의 권유로 이듬해인 1968년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에 들어가 1975년까지 무용수이자 안무가로 활동했다. 킬리언은 이곳에서 쌓은 기량을 바탕으로 1975년 28세의 나이에 네덜란드 댄스시어터(NDT)의 예술감독으로 취임한다. 1998년 감독직을 사임할 때까지 23년 동안 약 50편의 작품을 안무했다. 킬리언과 NDT의 활약에 힘입어 네덜란드는 현대무용 중심지로 도약했다. ‘신포니에타’(1978) ‘시편 교향곡’(1978) ‘잊혀진 땅’(1981) ‘추락하는 천사들’(1989) 등이 대표작이다. 킬리언은 현대무용의 넓은 스펙트럼을 보여주기 위해 NDT를 세 가지 단체로 나눴다. NDT 1은 무용단 간판 무용수 32명으로 이뤄졌고 NDT 2는 21세 이하 기대주, NDT 3는 40세 이상 중견 무용수로 구성됐다. 지난 9월 말 서울에서 열린 현대무용 축제 ‘모다페 2023’ 개막 무대에 오른 단체는 NDT 2였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두 분이 만나시면 박복자님 기억에서 따님이 지워진다고요. 나중에 따님이 저승에 찾아와도 못 알아보신다고요. 지금도 이렇게 그리워하시는데, 저 따님은 그냥 없는 사람이 되는 거라고요."(가이드) "하자. 내가 뭐 중하다고. 우리 진주가 웃고 사는 게 중요하지. 하자. 어이 하면 되는데."(복자) “어이쿠. 선배들이 그랬어요. 제일 통제가 안 되는 게 부모 마음이라고.”(가이드) 오는 6일 개봉하는 영화 ‘3일의 휴가’에서 종영을 약 15분가량 앞두고 나오는 대화다. 세상을 떠난 지 3년이 지나 저승에서 사흘간 휴가를 얻어 이승에 내려온 복자(김해숙 분)와 그녀를 안내하는 초보 가이드(강기영)가 이야기를 나눈다. 이 시점부터 객석 곳곳에서 훌쩍거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사흘 내내 진주(신민아)를 지켜보기만 했던 엄마 복자가 드디어 딸과 직접 소통하며 정을 나누다 헤어지는 순간까지 많은 관객이 눈물을 훔쳤다. 그래서 이 영화는 스스로 표방한 ‘힐링 판타지’ 앞에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란 수식어가 붙어야 더 적확하다. 복자와 가이드가 이 시점에 나누는 대화 내용은 영화 도입부에 두 사람이 저승에서 처음 만났던 순간을 떠오르게 한다. 가이드가 자신을 소개하며 “사흘의 휴가 동안 무얼 하고 싶냐”고 묻자, 복자는 “미국 명문대(UCLA)에서 수학과 교수로 재직 중인 딸을 만나러 가고 싶다”고 한다. 가이드는 ”딸과 말을 나눌 수도, 만질 수도 없다“는 등 이승의 여행규칙을 설명하면서 이렇게 덧붙인다. “따님에 대한 행복한 기억만 갖고 오시면 됩니다.“ 이 영화의 키워드이자 가장 많이 나오는 단어는 ‘기억’이다. 진주의 우울증을 치료하는 정신과 의사는 "기억이라
1973년 영국 케임브리지 근교 일리 대성당.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에든버러 축제 합창단,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와 함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5악장 ‘피날레’를 연주한다. 번스타인은 평소 지론대로 ‘온몸으로’ 지휘한다. 팔짝팔짝 뛰기도 하고 합창의 노래를 함께 부르기도 한다.말러 애호가라면 유튜브를 통해 한 번쯤 봤을 만한 영상이다. 다음달 6일 개봉하는 넷플릭스 제작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에 이 장면이 재현된다. 실제 일리 대성당에서 번스타인 역의 브래들리 쿠퍼가 런던 심포니, 합창단, 소프라노 등과 함께 연주한다.영화가 실제와 다른 점은 무대 옆에서 남편 번스타인의 지휘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캐리 멀리건 분)의 표정을 카메라가 때때로 비춘다는 점이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의 환호와 박수를 뒤로하고 번스타인은 아내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키스한다. 펠리시아는 환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당신 마음에 가득했던 증오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네요.”‘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20세기 위대한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번스타인의 예술적 성취와 업적을 다룬 전기 영화가 아니다. 극은 레니(번스타인의 애칭)와 그의 아내 펠리시아의 평생에 걸친 인연과 사랑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극 중 시기로 보면 1940년대부터 1980년대까지다.2018년 개봉한 ‘스타 이즈 본’을 연출한 쿠퍼가 두 번째로 주연에 감독까지 해낸 작품이다. 쿠퍼는 레니와 그의 가족에 대해 깊이 파고들면서 범상치 않은 번스타인 부부의 사랑 이야기에 빠져들었
1973년 영국 케임브리지 근교 일리(Ely) 대성당. 지휘자 레너드 번스타인(1918~1990)이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 에든버러 축제 합창단, 솔리스트인 소프라노, 메조소프라노와 함께 말러 교향곡 2번 ‘부활’의 5악장 '피날레'를 연주한다. 번스타인은 평소 지론대로 '온몸으로' 지휘한다. 손목과 어깨는 물론 무릎까지 사용해 때로는 팔짝팔짝 뛰기도 한다. 합창의 노래를 함께 부르며, 가사에 맞춰 풍부한 표정을 짓는다. 말러 애호가라면 유튜브를 통해 한 번쯤 봤을만한 영상이다. 널리 알려진 이 공연 실황 영상은 다음 달 6일 개봉하는 영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 후반부에 비슷하게 재현된다. 실제 일리 대성당에서 번스타인 역의 브래들리 쿠퍼가 런던 심포니와 합창단, 솔리스트들과 함께 5악장 '피날레'를 연주한다. 쿠퍼는 번스타인을 닯은 제스처와 표정으로 그야말로 온몸 지휘를 한다. 영화가 실제 영상과 가장 다른 점은 무대 옆에서 남편 번스타인의 지휘 모습을 지켜보는 아내 펠리시아 몬테알레그레 콘 번스타인(캐리 멀리건 분)의 표정을 카메라가 때때로 비춘다는 점이다. 연주가 끝나자 객석의 환호와 박수를 뒤로하고 번스타인은 아내에게 달려가 끌어안고 키스한다. 펠리시아는 환한 표정으로 남편에게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다. “당신 마음에 가득했던 증오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네요. 모두 사라졌어요.” 넷플릭스가 제작해 다음 달 6일 국내 개봉하는 ‘마에스트로 번스타인’은 제목처럼 20세기 위대한 지휘자이자 작곡가인 번스타인의 예술적 성취와 업적을 다룬 전기 영화가 아니다. 극은 레니(레너드 번스타인의 애칭)와 그의 아내 펠리시아의 평생에 걸친 인연과 사랑을 중심으로 전
세종대왕이 먼저 세상을 떠난 왕비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1447년 한글로 지은 찬불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 독창·중창·합창에 동서양의 관현악이 결합한 대형 칸타타로 재탄생한다.국립극장은 올해 서울 장충동 이전 50주년을 기념한 기획 공연 ‘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을 다음달 29~31일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종이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작가 겸 시인 박해진이 쉬운 현대어로 풀어 쓴 노랫말에 작곡가 겸 지휘자 박범훈이 곡을 붙인 칸타타 ‘21세기 월인천강지곡’을 초연한다.연출가 손진책과 안무가 국수호가 제작진으로 참여해 연극적 구성과 무용이 결합한 공연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의 세 개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모두 313명이 무대에 오른다.1950년 서울 태평로 부민관(현 서울시의회 의사당)에서 창립된 국립극장은 서울 명동 등을 거쳐 1973년 10월 17일 장충동으로 터를 옮겨 개관했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28일 “국립극장이 남산 시대를 연 이후 50년간 축적한 창조적 역량을 집약하는 무대”라고 말했다.‘세종의 노래: 월인천강지곡’은 세종이 지은 원문처럼 석가모니의 생애를 담고 있다. 박해진은 원문의 ‘도솔래의’를 ‘흰 코끼리 타고 오신 세존(석가모니의 다른 이름)’으로 옮기는 등 우리말로 쉽게 풀어 썼다. 손진책은 “조선시대 최고 커플인 세종과 소헌왕후가 월인천강지곡을 나눠 부를 것”이라고 설명했다.작품을 이끌어가는 세존 역은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김준수가 맡는다. 세종 역
“춤추다 스텝이 엉키면 그게 바로 탱고 아닌가요? 그리고 마음마저 엉키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그래서 탱고는 ‘3분의 사랑’입니다.”남미의 한 밀롱가. ‘세상의 끝’이란 의미의 ‘수 티엠포’로 불리는 밀롱가에서 노래하는 가수이자 극 중 화자인 화이트(임정희 분)가 ‘베사메무초’를 멋들어지게 부른 뒤 독백처럼 관객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밀롱가는 탱고를 즐기기 위해 모이는 장소를 말한다. 지난 25~26일 경기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 오른 ‘김주원의 탱고발레-3분: 수 티엠포 그녀의 시간’(사진)의 극 중 배경이다.2019년 초연한 이 작품은 지난해 서울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재연됐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이 없는 블랙박스형 소극장(300석)인 S씨어터에 오른 이 작품이 1800여 석 규모 대극장(아람극장)에서 상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이 작품은 밀롱가 ‘수 티엠포’를 찾은 레드(김주원 분)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열정적인 탱고음악과 춤, 노래로 풀어낸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15년간 활약한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이 탱고음악의 매력에 끌려 발레의 특징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기획한 작품이다.탱고와 발레를 접목한 춤과 바이올린·반도네온·베이스·피아노로 구성된 ‘고상지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결합한 융복합형 공연이다. 공연 제목의 ‘3분’은 두 파트너가 탱고를 추는 시간을 의미한다. 보통 두 파트너는 약 3분간 만남과 사랑, 이별의 서사를 담아내는 탱고를 춘다. 공연의 서막도 레드와 블랙(김희현 분)이 아스트로 피아졸라 음악에 맞춰 3분간 추는 탱고 듀엣 춤으로 연다. 레드
세종대왕이 먼저 세상을 떠난 왕비 소헌왕후의 명복을 빌기 위해 1447년 한글로 지은 찬불가 ‘월인천강지곡(月印千江之曲)’이 독창·중창·합창에 동서양의 관현악이 결합한 대형 칸타타로 재탄생한다. 국립극장은 올해 남산 장충동 이전 50주년을 기념한 기획 공연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을 다음 달 29~31일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에서는 세종이 직접 지은 ‘월인천강지곡’을 바탕으로 작가 겸 시인 박해진이 쉬운 현대어로 풀어쓴 노랫말에 작곡가 겸 지휘자 박범훈이 곡을 붙인 칸타타 ‘21세기 월인천강지곡’을 초연한다. 연출가 손진책과 안무가 국수호가 제작진으로 참여해 연극적 구성과 무용이 결합한 공연을 선보인다. 국립극장의 3개 전속단체인 국립창극단과 국립무용단,‧국립국악관현악단과 서양 오케스트라, 합창단 등 모두 313명이 무대에 오른다. 1950년 서울 태평로 부민관(현 서울특별시의회 의사당)에서 창립된 국립극장은 대구와 서울 명동을 거쳐 1973년 10월 17일 남산 장충동으로 터를 옮겨 개관했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28일 “국립극장이 남산 시대를 연 이후 50년간 축적한 창조적 역량을 집약하는 무대”라며 “월인천강지곡에 녹아든 세종대왕의 외로움과 지아비로서의 지고지순한 순정, 한글이 만백성에게 전파되기를 바란 마음에 주목해 ‘사랑’과 ‘화합’에 방점을 찍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의 노래 : 월인천강지곡’은 세종이 직접 지은 원문처럼 석가모니의 생애를 담고 있다. 노랫말을 쓴 박해진은 원문의 ‘도솔래의’를 ‘흰 코끼리 타고 오신 세존’으로 옮기는 등 오늘날의 관객이 이해할 수 있는 우리말로 쉽게 풀어썼다.
“춤추다 스텝이 엉켜버리면 그게 바로 탱고 아닌가요? 그리고 탱고를 추다가 마음이 엉켜버리면 그게 바로~ 사랑이죠. 그래서 탱고는 ‘3분의 사랑’입니다.” 남미의 한 밀롱가. ‘세상의 끝‘이란 의미의 '수 티엠포(Su tiempo)'로 불리는 밀롱가에서 노래하는 가수이자 극 중 화자인 화이트(임정희 분)가 '베사메무초'를 멋들어지게 부른 후 독백처럼 관객에게 들려주는 말이다. 밀롱가는 탱고를 즐기기 위해 모이는 장소를 말한다. 지난 25~26일 고양아람누리 아람극장 무대에 오른 ‘김주원의 탱고발레-3Minutes: Su tiempo 그녀의 시간'의 극 중 배경이다. 2019년 세종문화회관 S씨어터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2020년 예술의전당의 대한민국발레축제에 초청받기도 했고, 지난해 S씨어터에서 재연됐다. 객석과 무대의 구분 없는 블랙박스형 소극장인 300석 규모의 S씨어터에서 주로 올려졌던 이 작품이 1800여석 규모의 대극장(아람극장)에서 상연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작품은 밀롱가 ‘수 티엠포’를 찾은 레드(김주원)의 사랑과 이별 이야기를 열정적인 탱고 음악과 춤, 노래로 풀어낸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로 15년간 활약한 ’스타 발레리나‘ 김주원이 탱고음악 매력에 끌려 발레의 특징적인 움직임을 바탕으로 기획한 작품이다. 탱고와 발레가 접목된 춤과 반도네오니스트 고상지를 주축으로 한 4인조 밴드의 라이브 연주가 연극적 요소와 구성으로 결합한 융복합형 공연이다. 공연 제목의 ‘3 Minutes’는 탱고를 추는 두 파트너가 춤을 추는 시간인 ‘3분’을 의미한다. 보통 두 파트너는 약 3분의 시간에 만남과 사랑, 이별의 서사를 담아내는 탱고를 춘다. 공연의 서막도 레드와 블랙(김희현)이 아스트
“일본의 아주 작은 마을과 학교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사건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사건이 지금도 전 세계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일본 영화계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1·사진)은 오는 29일 개봉하는 영화 ‘괴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2일 서울 한강로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시사회 직후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다. ‘괴물’은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사카모토 유지)을 받았다. “2018년 말에 대강의 플롯이 적힌 글을 받아서 한 장 한 장 읽어 나갔어요. 러닝타임(상영시간)으로 환산하면 한 시간이 지나도록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는데, 긴장감이 지속되더라고요. 담임 선생이 나쁜가, 엄마가 나쁜가, 나도 모르게 ‘괴물 찾기’를 하고 있었죠.” 고레에다 감독은 “저는 쓸 수 없는 플롯이었다”며 “제가 처음 읽었을 때의 긴장감이나 나도 모르게 괴물을 찾는 느낌으로 관객들을 끌어들일 수 있으면 좋겠다 싶었다”고 말했다. 영화는 일본의 한 소도시 고층 건물에 큰불이 나는 것으로 시작한다. 어느 순간 몰라보게 바뀐 초등학생 5학년 아들 미나토의 행동에서 이상함을 감지한 싱글맘 사오리가 학교에 찾아간다. 영화는 한 사건을 엄마 사오리와 미나토의 담임 선생 호리, 학생 미나토와 미나토의 친구 요리의 시선으로 담는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일본의 아주 작은 마을과 학교에서 일어난, 아주 작은 사건을 다루는 영화입니다. 하지만 저는 이런 사건이 지금도 전 세계 어디서나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단절을 그린 영화라고 할 수 있죠.” 일본 영화계 거장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61)은 오는 29일 국내 개봉하는 영화 ‘괴물’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2일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영화 시사회 직후 화상으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다.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가 국내 개봉하는 것은 지난해 6월 송강호, 강동원, 배두나, 아이유 주연의 ‘브로커’ 이후 1년 5개월여 만이다. 지난해 칸 영화제에서 송강호는 ‘브로커’로 남우주연상을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이 연출한 영화는 ‘브로커’를 비롯해 칸 영화제와 인연이 많다. 2013년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심사위원상을 받았고, 2018년 ‘어느 가족’은 대상인 황금종려상의 영예를 안았다. ‘괴물’도 올해 칸 영화제에서 각본상(사카모토 유지)을 받았다. 다만 각본상은 일본 최고의 각본가로 꼽히는 사카모토 유지가 받았다. 고레에다 감독은 대부분 자신이 직접 쓴 시나리오로 영화를 만들어 왔지만 이번은 사카모토 유지의 각본을 썼다. 고레에다 감독이 다른 사람의 시나리오로 연출한 영화는 데뷔작인 ‘환상의 빛’ 이후 처음이었다. 사카모토 유지는 드라마 ‘마더’ ‘최고의 이혼’, 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 등 수많은 히트작을 냈다. “약 5년 전인 2018년 12월에 완성형 각본이 아니라 대강의 플롯이 적힌 글을 받아서 한 장 한 장 읽어 나갔어요. 러닝타임(상영시간)으로 환산하면 한 시간이 지나도록 무슨 이야기인지 잘 모르겠
‘운수 오진 날’(사진)은 영화 ‘인질’로 주목받은 필감성 감독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드라마 데뷔작이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 10부작이다. 필 감독과 제작사 티빙이 가장 많이 공을 들였다고 한 부분은 이미 공개된 드라마 초반이다. 필 감독이 “드라마의 에센스가 1~2부에 다 들었다”고 할 정도다. 작품은 평범하고 소심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 분)이 묵포에 가려는 손님 금혁수(유연석 분)를 태우는 데서 출발한다. 택시기사는 큰돈을 주겠다는 손님이 연쇄살인마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한다. 드라마는 원작과 달리 택시기사의 개인사를 자세하게 소개한다. 택시기사 오택은 믿었던 후배에게 사기당해 가족이 뿔뿔이 흩어졌지만 다시 모여 사는 날을 꿈꾼다. 돼지꿈을 꾼 어느 날, 딸의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회사의 운행 규칙을 어겨가며 장거리 손님을 태우는 이유다. 잔혹한 연쇄살인마는 고등학생 때 발생한 교통사고로 뇌에 손상을 입어 감정과 고통을 느끼지 못한다. 잘 짜인 대본과 탄탄한 구성으로 긴박감 넘치는 드라마에서 살인자 금혁수의 사연은 가장 안이하게 처리된 설정이다. 금혁수에게 아들이 살해당하자 집요하게 살인범을 추적하는 어머니 황순규(이정은 분)의 존재는 원작에 나오지 않는 캐릭터다. 1부에서는 시리즈를 이끌 세 캐릭터의 사연과 특성이 주로 소개되고, 2부에서 택시기사와 살인마의 위험한 동행 그리고 이들의 행적을 뒤쫓는 황순규가 주로 등장한다. 구태의연해 보일 수 있는 설정과 자칫 단조로워 보이는 극적 구조에 생생한 현장감과 긴박감을 부여하는 것은 주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들의 열연이다. 이성민은 과거에
국립극장(극장장 박인건)은 21일 국립국악관현악단 신임 예술감독 겸 단장에 채치성 전 국악방송 사장(70)을 임명했다. 채 신임 예술감독 겸 단장은 KBS국악관현악단 부지휘자, KBS 라디오 국악 프로듀서, 국악방송 사장 등을 지내며 기획력과 단체 운영 역량을 인정받아 왔다. 국가무형문화재 판소리 고법 이수자인 그는 국악 작곡가와 지휘자로서 꾸준히 활동해온 예술인이다. 채 신임 단장의 임기는 이날부터 3년간이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채 신임 단장은 예술인이자 국악 기획·제작 전문가로서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전문가“라며 ”국립극장과 국립국악관현악단에 새 바람을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요즘 입만 벙긋하면 보안사로 바로 끌려간다던데. 그 말이 맞습니까? 세상이 ‘서울의 봄’이다 뭐다 해서 분위기 좋아지고 있는데….”(이태신)“이 장군, 난 말입니다. 이참에 우리 둘이 친해볼까 하는 마음도 솔직히 좀 있어요. 서로 같은 편 하면 큰 힘이 되고 그럴 텐데요.”(전두광)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의 두 축인 전두광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황정민 분·사진 왼쪽)과 곧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임명될 이태신 소장(정우성 분·사진 오른쪽)이 처음 대면할 때 나누는 대화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불기 시작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담은 ‘서울의 봄’이란 말은 이때 딱 한 번 나온다.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각색한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일어난 군사 쿠데타, 이른바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최초의 극영화다. 김 감독은 사건의 큰 틀은 사실(史實)에 맞게 그리되 주요 인물의 성격과 행적은 재창작하는 것으로 각색 방향을 잡았다.허구를 가미한 만큼 실존 인물들의 이름은 모두 가명이다. 단, 전두광과 노태건(박해준 분)은 듣는 즉시 두 전직 대통령이 떠오르는 이름으로 지었다. 반면 전두광과 정반대 유형으로 설정한 이태신은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장태완 전 수도경비사령관)과 전혀 다른 이름으로 했다.영화는 10·26 사태 직후 비상계엄이 선포되고, 계엄법에 따라 육군참모총장 정상호(이성민 분)가 계엄사령관, 보안사령관 전두광이 합동수사본부장을 맡는 것으로 시작된다. ‘12·12 전사(前史)’가 전개되는 초반부는 정상호와 전두광의 갈등과
“요즘 입만 벙긋하면 보안사로 바로 끌려간다던데. 그 말이 맞습니까? 세상이 ‘서울의 봄’이다 뭐다 해서 분위기 좋아지고 있는데, 각하 사건과 관련 없는 사람들 잡아다 족친다고 뭐가 나오겠습니까.”(이태신) "이 장군, 난 말입니다. 이참에 우리 둘이 친해볼까 하는 마음도 솔직히 좀 있어요. 뭐 이런 어려운 시국에 서로 같은 편하면 큰 힘이 되고 그럴 텐데요."(전두광) 22일 개봉하는 영화 ‘서울의 봄’에서 극을 이끄는 두 축인 전두광(황정민 분) 보안사령관 겸 합동수사본부장과 곧 수도경비사령관으로 임명될 이태신(정우성) 소장이 처음 대면할 때 나누는 대화의 일부다.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 이후 불기 시작한 민주화에 대한 열망을 은유적으로 일컫는 표현이자 영화 제목이기도 한 ‘서울의 봄’이란 말이 대사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나오는 대목이다. 두 사람의 만남은 이태신이 "대한민국 육군은 다 같은 편 아닌가요?"하고 대꾸하자 전두광이 “와~그렇습니까?” 하며 실없이 웃는 것으로 마무리된다. 김성수 감독이 연출하고, 시나리오를 각색한 '서울의 봄'은 1979년 12월 12일 일어난 군사 쿠데타, 이른바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최초의 극영화다. 이 역사적 사건과 관련된 회고록이나 평전, 기사 등 자료는 많지만 정작 군사반란이 본격 전개된 이날 밤 ‘운명의 9시간’ 동안, 반란군 내부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이야기와 모의가 오갔는지, 진압군이 어떻게 움직였는지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다. 김 감독은 사건의 큰 틀은 사실(史實)에 맞게 구축하되, 주요 인물들의 성격과 구체적인 행적은 영화적으로 재창작하고 재구성하는 것으로 각색의 큰 방향을
프레더릭 애슈턴(1904~1988)은 20세기 영국 발레를 대표하는 안무가다. 에콰도르에서 태어나 페루에서 유년기와 청소년기를 보낸 애슈턴이 발레의 세계에 눈을 뜬 것은 러시아 발레리나 안나 파블로바(1881~1931)의 남미 순회공연을 보고 나서다. ‘빈사의 백조’ 등 파블로바의 우아하고 세련된 동작에 매혹당한 애슈턴은 1921년 영국으로 건너가 발레 수업을 받았다. ‘세계 최고의 발레리노’를 꿈꿨지만, 스승 마리 램버트는 “그 꿈을 이루기에는 너무 늦게 발레를 시작했다”며 애슈턴의 재능이 안무에서 발휘되도록 이끌었다. 램버트 밑에서 다양한 안무 경력을 쌓은 애슈턴은 1948년 영국 로열 오페라 하우스에서 빅웰스 발레단(로열 발레단의 전신)과 함께 최초의 전막 영국 발레 ‘신데렐라’를 공연했다. ‘웨딩 뷔페’ ‘단테 소나타’ 등에 이어 그는 18세기에 창작된 ‘고집쟁이 딸’과 ‘두 마리의 비둘기’를 재안무해 런던 코벤트가든에서 초연했다. 이 두 작품은 애슈턴의 안무작 중 가장 매력적이고 영국적 정취가 뚜렷한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고전 발레를 큰 변형 없이 연극적으로 보여주면서도 세련되고 유연하게 풀어낸 그의 안무는 20세기 영국 발레 스타일의 정수로 꼽힌다. 이 중 코믹 발레 ‘고집쟁이 딸’(1960)은 국립발레단이 지난해 6월 국내 초연한 데 이어 최근(11월 8~12일) 재연해 큰 호응을 얻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시리즈(드라마)엔 처음 연출하는데요. 주위에서 1회와 2회가 중요하다고 많이들 얘기합디다. 저 역시 1~2회가 재미없으면 더 안보니…. 그래서 1·2회 콘티(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위해 각본을 바탕으로 필요한 것들을 기록한 것) 작업을 정말 꼼꼼하게 했어요. '운수 오진 날'의 에센스가 1~2회에 다 들어습니다. 캐릭터 간 충돌하는 갈등과 에너지를 충분히 담았죠.“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티빙이 오는 24일 공개하는 오리지널 10부작 시리즈 ‘운수 오진 날’을 연출한 필감성 감독은 지난 16일 기자들과 만나 이렇게 말했다. ‘운수 오진 날’은 영화 ‘인질’로 주목받은 필 감독의 OTT 드라마 데뷔작이다. 동명의 네이버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1~2회를 미리 본 관객이라면 필 감독의 이 말에 고개가 끄덕여질 수 있겠다. 어느 정도 기승전결을 갖춘 '스릴러+로드 무비' 형태의 이야기가 긴박감 있게 펼쳐지면서 극적 재미도 주는 게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느낌을 줬기 때문이다. 티빙이 전례 없이 1~2회만 갖고 활발하게 마케팅을 펼치는 이유도 짐작케 한다. 티빙은 지난달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 한 편 분량인 1~2회(2시간 10분)를 처음 공개했고, 17~19일 CGV 주요 영화관에서 ‘스페셜 상영’한다. 20~21일에는 tvN에서도 1~2회를 방영한다. 티빙이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를 일부이긴 하지만 영화관이나 케이블TV 채널에서 선공개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운수 오진 날' 1~2회에선 평범하고 소심한 택시 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묵포’행 손님 금혁수(유연석)을 태우는데서 출발한다. 오택은 금혁수가 연쇄 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된다. 원작과 달리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마지막 4편인 ‘더 파이널’(2015)에서 독재자 스노우의 파시스트적 지배가 끝나며 모든 것이 마무리됐다. 굳이 속편을 만든다면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이 일반적이다. ‘헝거게임’ 프리퀄은 주인공을 독특하게 골랐다.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 분)가 아니라 캣니스의 최대 숙적인 스노우(도널드 서덜랜드 분)를 내세웠다. 15일 개봉한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시리즈 첫 편인 ‘판엠의 불꽃’(2012)에서 캣니스가 출전한 74회 헝거게임이 벌어지기 64년 전 판엠을 배경으로 한다. 백발노인이었던 스노우는 18세의 잘생긴 금발 청년(톰 블라우스 분)으로 등장한다.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세워진 판엠은 지배층이 사는 캐피톨과 피지배층이 사는 12개 구역으로 이뤄졌다. 헝거게임은 12개 구역에서 13~18세 남녀 한 명씩 모두 24명을 뽑아 해마다 진행한다. 이들은 서로 목숨을 걸고 싸우며 게임은 TV로 생중계한다. 게임 설계자들은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멘토제’를 도입하는데 쇠락한 가문의 스노우는 12구역에서 가수로 활동하는 루시(레이첼 제글러 분)의 멘토가 된다. 스노우는 애정을 느끼는 루시를 살리기 위해 뱀처럼 교활한 계략을 편다. 마침내 루시는 우승해서 살아남지만 스노우는 부정한 계략을 꾸민 것이 들통나 루시가 사는 12구역의 군인으로 간다. 스노우는 거듭되는 운명의 갈림길에서 자신의 출세욕과 실리를 챙기는 처신을 하면서 다시 캐피톨에 화려하게 복귀한다. 영화는 프리퀄답게 시리즈 본편에 나오는 헝거게임의 원형을 그려냄과 동시에 교활하고 이기적인 성격을 애써 감추며 인간적인 면모를 드러냈던 스노우가 피도
제니퍼 로렌스 주연의 영화 ‘헝거게임’ 시리즈는 마지막 4편인 ‘더 파이널’(2015)에서 판엠의 독재자 스노우(도널드 서덜랜드 분)가 권좌를 잃으면서 파시스트적인 지배가 끝나고, 헝거게임도 완전히 폐지되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미국 작가 수전 콜린스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이 시리즈의 속편이 나오려면 주요 캐릭터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는 '프리퀄'이나 동시대의 다른 사건을 이야기하는 '스핀 오프'가 제작돼야 했다. ‘헝거게임’의 선택은 독특했다. 시리즈 네 편의 서사를 이끈 주인공 캣니스(제니퍼 로렌스)나 그와 같은 ‘조공인’ 출신의 요한나(지나 말론)나 헤이미치(우디 헤럴슨)가 아니라 캣니스의 최대 숙적이자 적대자 스노우를 주인공으로 택했다. 15일 개봉하는 ‘헝거게임: 노래하는 새와 뱀의 발라드’는 시리즈 첫 편인 ‘판엠의 불꽃’(2012)에서 캣니스가 출전한 ‘74회 헝거게임’이 벌어지기 64년 전의 판엠을 배경으로 한다. 첫 편에서 백발의 노인이었던 스노우는 18세의 잘 생긴 금발 청년(톰 블라우스)으로 등장한다. 폐허가 된 북미 대륙에 세워진 국가인 판엠은 부와 권력이 집중된 수도인 ‘캐피톨’과 열두 개 구역으로 구분돼 있다. 판엠은 가난한 피지배층이 주로 사는 열두 개 구역에서 13~18세를 대상으로 남녀 한 명씩 뽑아 이들 24명이 목숨을 건 생존 게임을 하고, 이를 TV로 생중계하는 ‘헝거게임’을 매년 개최한다. 이렇게 뽑인 젋은 남녀를 ‘조공인’이라 불렀다. 최고위층인 게임 설계자들은 단순하고 잔인한 살육전인 헝거게임의 시청률을 높이기 위해 10회 대회부터 '멘토제'를 도입한다. 스노우는 12구역의 조공인인 루시(레이첼 제글러)의 멘토가 된다
“집 떠날 때는 버들잎이 푸르렀는데 집 돌아가는 길, 흰 눈 날리네. 고향 돌아가는 길, 마음은 이리 바쁜데 굶주린 내 몸은 걸음을 떼지 않네.” 오강(烏江)을 건너지 않고 자결한 패왕(霸王) 항우를 우희의 혼령이 어루만진다. 한(漢)나라 병사들이 그 모습을 지켜볼 때 맹인 노파를 비롯한 여러 혼령이 나타나 노래한다. “천 년 동안 파도는 멈추지 않고 강변에 사람들은 한탄하네. 영웅은 어째서 강동으로 건너지 않고 죽음을 택했나!“ 약 130분(인터미션 제외)간 진행되는 창극 ‘패왕별희’를 마무리하는 합창이다. 국립합창단 전 단원 등 출연진 47명이 거의 모두 국립극장 해오름극장 무대에 올랐다. 혼성 2부 합창으로 부르는 민요조의 대합창이 공연장에 가득 울려 퍼졌다. 2019년 4월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 이 작품은 당시 ‘경극과 창극의 만남’으로 화제를 모았다. 천카이거 감독, 장국영(장궈룽) 주연의 동명 영화로도 유명한 ‘패왕별희’는 중국 경극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초한지(楚漢志)의 백미로 꼽히는 ’패왕 항우가 애첩 우희와 이별하는 장면‘(패왕별희·覇王別姬)을 중심으로 극이 전개된다. 2019년 11월 재연(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에 이어 4년여 만에 지난 11일 해오름극장에서 개막한 창극도 마찬가지다. 초연과 마찬가지로 경극의 현대화 및 재창작에 힘써온 대만의 우싱궈가 연출하고, 린슈웨이가 대본·안무를 담당했다. 소리꾼 이자람이 작창·공동 작곡하고, 음악감독도 맡았다. 결과물은 국립창극단이 기획한 의도대로 '경극을 품은 창극'이라 할 만했다. 대본부터 그렇다. 창극의 도창(해설자) 격인 맹인노파 캐릭터가 새롭게 만들어져 극의 서사를 이끌고, 중국 역사
“그냥 ‘캡틴 마블’의 속편이 아닙니다. 등장인물들과 관련된 ‘미즈 마블’ ‘완다비전’ ‘시크릿 에이전트’ ‘어벤져스: 엔드 게임’ 등의 속편을 만든다는 각오로 연출했습니다.” 미국 마블스튜디오의 새 영화 ‘더 마블스’(사진)를 연출한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국내 개봉 전날(7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이 영화를 ‘캡틴 마블 2’ 정도로 생각하고 보러 갔다면 당황했을 법한 얘기다. 제대로 알고 보려면 이런 작품들을 다 봐야 한다는데, ‘미즈 마블’ ‘완다비전’ ‘시크릿 에이전트’ 등 세 편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디즈니+의 시리즈물이다. 전작을 볼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포기할 필요는 없다. 다른 할리우드 속편 영화처럼 이 영화 역시 전작들을 보지 않아도 대충 따라갈 수 있다. 주요 캐릭터의 특성과 사연, 주요 에피소드와 장면에 담긴 의미 등을 깊이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말이다. ‘더 마블스’는 수없이 되풀이된 ‘마블 슈퍼 히어로물’의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요소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요소들이 엉성하고 난삽한 스토리텔링과 맞물려 신선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작품의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캡틴 마블인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분)는 ‘완다비전’에 나온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분), ‘미즈 마블’의 주인공 카말라 칸(이만 벨라니 분)과 각자 지닌 초능력을 동시에 사용할 때마다 서로의 시공간이 뒤바뀌는 위기에 빠진다. 한자리에 모인 세 여성 히어로는 이런 위기에 맞서 ‘스위칭 액션’을 함께 펼치는 팀 ‘더 플레이’를 구성한다. 여성 히어로 팀이나 스위칭 액션이나 이전 마블
“단순히 ‘캡틴 마블’의 속편이 아니라 영화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과 관련된 ‘미즈 마블’ ‘완다비전’‘시크릿 인베이전’ ‘어벤져스: 엔드 게임’ 등의 속편을 만든다는 각오로 연출했다.” 미국 마블 스튜디오의 새 영화 ‘더 마블스’를 연출한 니아 다코스타 감독이 국내 개봉 전날(7일) 한국 언론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8일 개봉한 ‘더 마블스’를 ‘캡틴 마블 2’ 정도로 생각하고 보러 갔다면 당황했을 법한 얘기다. 감독이 언급한 작품 중 ‘캡틴 마블’과 '어벤져스: 엔드 게임'만 극장용 영화다. 나머지 세 편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디즈니+'의 시리즈물이다. 영화를 제대로 파악하려면 전작들을 다 봐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거의 모든 할리우드 속편 영화들이 그렇듯이 ‘더 마블스'의 내용을 따라가고 액션 장면을 즐기는 데는 전작들을 보지 않아도 별 문제가 안된다. 주요 캐릭터의 특성과 사연, 주요 에피소드와 장면에 담긴 의미 등을 깊이 이해하는 데는 한계가 있겠지만 말이다. ‘더 마블스’는 마블 스튜디오의 33번째 극장 개봉용 장편 영화다. 그동안 수없이 되풀이 된 ‘마블 슈퍼 히어로물’의 피로감과 식상함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요소들을 전면에 내세웠다. 문제는 이런 새로운 요소들이 엉성하고 난삽한 스토리텔링과 맞물려 신선한 느낌을 주기보다는 완성도를 떨어뜨린다는 것이다. 마블 최초의 여성 히어로 단독 영화인 ‘캡틴 마블’의 속편을 표방한 영화의 제목이 ‘캡틴 마블 2’가 아니라 ‘더 마블스’다. 캡틴 마블인 캐럴 댄버스(브리 라슨 분)는 ‘완다비전’에 나온 모니카 램보(테요나 패리스), ‘미즈 마블’의 주인공 카말라 칸(이
“쓰레기에도 최선을 다하는 남자. 그의 쓰레기에는 품위가 있다. 존재의 최후를 배려하는 걸까.”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너를 줍다’에서 극 중 주인공 지수(김재경 분)가 바로 옆집에 이사 온 우재(현우 분)가 버린 쓰레기봉투를 집어와 그 내용물을 분석한 뒤 내뱉는 독백이다. 지수는 사랑에 배신당해 깊은 상처를 입은 후 쓰레기장에서 쓰레기봉투를 몰래 들고 와 그 내용물을 분석해 봉투 주인의 습성을 파악하는 악취미를 갖게 된다. “버려진 것들이 그 사람에 대해 더 솔직하게 말해준다”고 믿는 지수. 온라인 먹거리 쇼핑몰의 유능한 팀장인 그는 잘못된 행위임을 알면서도 “나쁜 뜻은 없다”고 합리화한다. 우재에게 호감이 생긴 지수는 쓰레기에서 얻은 정보들을 더 깊이 파고든다. 우재가 키우는 물고기를 사서 키우고, 그가 즐겨 마시는 차를 구입한다. 우재가 일요일 오전에 자주 가는 영화관에 들르고 그가 친구들과 만나는 카페에도 혼자 가본다. ‘너를 줍다’는 심혜정 감독이 고령화 사회의 이면을 파고든 ‘욕창’(2019) 후 4년 만에 선보이는 장편 영화다. 올 4월 말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돼 CGV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등 2관왕에 오르며 호평받았다. 심 감독은 요즘 누군가와 사귀기 전 그 사람의 SNS를 미리 살펴보는 세태와 남이 버린 쓰레기에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 내용의 하성란 작가 소설 에서 작품의 소재를 얻었다고 했다. 지수와 우재가 가까워지고 서로 호감을 품게 하는 결정적인 소재는 물고기 ‘안시 롱핀’이다. 우재는 어느 날 안시 롱핀을 사 들고 온 지수에게 말을 걸고, 물고기를 키우는 데 필요한 장치(토굴)를 건네준다. 또 며칠 집을 비우는
작품의 모티브가 된 영국인 화가와 그가 남긴 그림들을 잘 모른다면, 조금은 예습하고 공연장에 들어서는 게 좋겠다. 공연의 내용을 보다 잘 받아들이면서, 무대에 몰입해 감상하는 데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지난 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개막한 서울시무용단의 신작 ’엘리자베스 기덕‘은 스코틀랜드 태생인 엘리자베스 키스(Elizabeth Keith, 1887~1956) 이야기다. 공연장에 들어서면 거대한 두루마리 형상의 무대 세트 배경에 적힌 키스의 영문 이름이 눈에 띈다. 공연이 끝날 즈음엔 이 이름 위로 ’기덕(奇㥁)‘이란 글자가 한자로 덧입혀져 있다. 이 작품은 키스가 1919년 봄, 식민지 조선에 처음 방문했을 때부터 1934년 경성에서 연 두 번째 전시회 때 ’기덕‘이란 한국식 이름으로 낙관을 변경했을 무렵까지 다룬다. 이 시기에 키스가 그린 한국 풍속화들과 친언니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바탕으로 그가 만났거나 관찰한 사람들과 사건들, 풍경들을 새롭게 구성했다. 이를 통해 키스가 한국에 대해 느낀 연민의 감정과 사랑, 그의 시선으로 바라본 한국인들의 모습을 영상과 음악, 무용수들의 몸짓이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무대예술로 표현했다. 올해 재연과 뉴욕 공연까지 성공리에 마친 ’일무‘에서 안무 호흡을 맞춘 서울시무용단장 정혜진과 현대무용가 김성훈이 이번 작품에서도 협업했다. 두루마리 형상의 무대에 키스가 그린 한국 풍속화를 해체하고 재조합해 만든 영상을 배경 삼아 서울시무용단의 무용수들이 전통의 품위와 현대적인 멋이 공존하는 춤을 펼쳐낸다. ‘정월 초하루 나들이’ ‘신부’ ‘과부’ 등 키스가 그린 그림 속 인물들이 무대에서 되살아난다. 일본군에 잡혀간 신랑 없
"쓰레기에도 최선을 다하는 남자. 그의 쓰레기에는 품위가 있다. 존재의 최후를 배려하는 걸까." 오는 8일 개봉하는 영화 '너를 줍다'에서 극 중 주인공 지수(김재경 분)가 바로 옆집에 이사 온 우재(현우)가 버린 쓰레기봉투를 집어와 그 내용물을 분석한 후 내뱉는 독백이다. 믿었던 사랑에 배신당해 깊은 상처를 입은 지수는 아파트 쓰레기장에서 쓰레기 봉투를 몰래 들고 와 그 내용물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며 그 봉투 주인의 습성을 파악한 후 다시 내다 버린다. "버려진 것들이 그 사람에 대해 더 솔직하게 말해 준다"고 믿는 지수. 겉으로 보기에는 온라인 먹거리 쇼핑몰의 유능한 팀장인 그녀는 잘못된 행위임을 알면서도 "나쁜 뜻은 없다"고 스스로 합리화하며 스토커 같은 악취미를 지속한다. 우재에게 호감이 새긴 지수는 쓰레기들로부터 얻은 정보들을 더 깊이 파고든다. 우재가 키우는 물고기를 사고, 그가 즐겨 마시는 차를 구입해 마신다. 우재가 일요일 오전에 자주 가는 영화관에 들르고, 그가 친구들과 만나는 주점식 카페에도 혼자 가본다. '너를 줍다'는 심혜정 감독이 고령화사회의 이면을 파고든 '욕창'(2019) 이후 4년 만에 선보인 장편 영화다. 올 4월 말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 처음 공개돼 CGV상, 왓챠가 주목한 장편상 등 2관왕에 올랐다. 심 감독은 작품의 소재를 요즘 누군가와 사귀기 전에 그 사람의 SNS를 미리 살펴보는 세태와 남이 버린 쓰레기에서 인물에 대한 정보를 얻는 하성란 작가의 소설 에서 얻었다고 했다. 감독은 하 작가의 허락을 얻어 주인공을 남자에서 여자 지수로 바꾸고, 멜로적인 요소를 가미해 영화화했다 . 지수와 우재가 가까워지고 서로 호감을 갖게 하는 결정적인
지난주 서울은 ‘오페라 위크’였다. 국내 양대 오페라 공연장인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26~29일 각각 벨리니의 ‘노르마’(연출 알렉스 오예)와 푸치니의 ‘투란도트’(연출 손진책)를 자체 기획·제작으로 무대에 올렸다. 이 공연들은 현대 오페라 연출의 주요 트렌드인 ‘레지테아터’(연출가 중심의 극)가 원작을 얼마나 새롭게 조명할 수 있는지 보여줬다. 레지테아터는 오페라 대본(리브레토)과 음악은 그대로 살리면서 시·공간적 배경을 연출가의 해석과 의도에 따라 원작과 달리하는 것을 말한다. 두 공연 모두 현대적인 연출과 접근이 신선했다. 단, 퍼포먼스와 내용이 원작과 동떨어진 대목이 많아 오페라 애호가 사이에서 평가가 엇갈린 무대였다. 현대 오페라 공연의 새로운 트렌드인 ‘레지테아터’는 국내 무대에서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오페라단만 해도 지난해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연출 이혜영)을 공연할 때 극의 배경을 1940년대 미국 뉴욕으로 바꿨고,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연출 장서문)는 지금의 서울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무대와 의상 연출로 공연했다. 지난 26일 서울시오페라단이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 ‘투란도트’는 한발 더 나아갔다. 이번 오페라 연출은 연극계 거장인 손진책(76)이 맡았다. 손 연출가는 마당놀이 등 연희극과 창극을 비롯한 음악극을 연출한 경험은 풍부하지만 투란도트 같은 클래식한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적은 없었다.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4대 오페라 중 하나인 투란도트는 국내외 무대에 자주 오르는 인기 오페라다. 중국 베이
현대 오페라 공연의 트렌드 중 하나는 대본(리브레토)과 음악은 그대로 두면서 시·공간적 배경을 연출가의 해석과 의도에 따라 원작과 아예 달리하는 것이다. 서울시오페라단만 해도 지난해 구노 오페라 '로미오와 줄리엣'(연출 이혜영)을 공연할 때 극의 배경을 1940년대 뉴욕으로 바꿨고, 베르디 오페라 '리골레토'(연출 장서문)는 지금의 서울을 연상시키는 현대적인 무대와 의상 연출로 공연했다. 독일어로 ’연출가 중심의 극‘을 뜻하는 '레지테아터(Regietheater)' 오페라로 불리는 이런 공연은 관객에게 작품에 대해 새롭게 통찰할 기회를 주고 신선한 감흥을 불러올 수 있지만, 원작의 리브레토·음악과 새 배경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면 반감만 일으킬 수도 있다. 서울시오페라단이 지난 26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무대에 올린 푸치니의 미완성 유작 '투란도트'는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이번 오페라 연출은 연극계 거장인 손진책(76)이 맡았다. 손 연출가는 마당놀이 등 연희극과 창극을 비롯한 음악극을 연출한 경험은 풍부하지만, 투란도트 같은 클래식한 오페라를 무대에 올린 적은 없었다. '라 보엠' '토스카' '나비부인'과 함께 푸치니의 4대 오페라 중 하나인 ’투란도트‘는 국내외 무대에 자주 오르는 인기 오페라 중 한 편이다. 푸치니는 이 작품의 3막 1장인 ’류의 죽음‘까지 작곡하고, 투란도트와 칼라프의 이중창과 왕궁의 피날레 송이 이어지는 마지막 장을 완성하지 못한 채 세상을 떠났다. '투란도트'는 10분이 채 안 되는 마지막 장을 푸치니의 후배 프랑코 알피노가 완성해 1926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에서 초연됐다. 이 마지막 장에는 주로 쓰이는 알피노 버전 이외에 여러 공연 버전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82)의 대표작들을 좋아한다면, TV 시리즈 ‘미래소년 코난’에 열광한 세대라면, 2013년 그가 은퇴 작으로 발표했던 ‘바람이 분다’에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이전 작품들처럼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가상의 세계를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펼쳐낸 게 아니라, 실존 인물의 꿈과 사랑을 어른의 관점에서 전기 영화처럼 묘사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그 인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을 만든 미쓰비시의 비행기 설계사 호리코시 지로였다는 자체만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하야오가 은퇴를 번복하고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지난 25일 국내 개봉했다. 개봉일 오전 9시 현재 예매 관객 수가 약 30만6000명에 달했다. 전작인 ‘바람이 분다’를 국내 극장에서 본 관람객 수(10만6546명)의 약 3배 수준이다. 이는 지난 7월 일본에서 이 작품이 먼저 개봉한 이후 전작과는 달리 하야오 작품답게 어른이 아닌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현실이 아닌 이세계(異世界)가 주로 펼쳐진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거장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다.이 작품에 실존 인물까지 나오지는 않지만, ‘태평양 전쟁’(1941~1945년)이란 시대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는 것은 전작과 같다. 극 중 주인공인 11세 소년 마히토는 이렇게 독백한다. “전쟁이 일어난 지 4년째 어머니를 잃었고, 5년째 시골로 갔다.”영화는 전시 대공습이 일어난 도쿄의 사이렌 소리와 폭발 장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웃집 토토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등을 만든 일본 애니메이션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82)의 대표작들을 좋아한다면, TV 시리즈 ‘미래소년 코난’에 열광한 세대라면, 2013년 그가 은퇴 작으로 발표했던 ‘바람이 분다’에 실망했을 수도 있겠다. 이전 작품들처럼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가상의 세계를 특유의 기발한 상상력으로 펼쳐낸 게 아니라, 실존 인물의 꿈과 사랑을 어른의 관점에서 전기 영화처럼 묘사했다는 점에서다. 더구나 그 인물이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의 주력 전투기인 ‘제로센’을 만든 미쓰비시의 비행기 설계사 호리코시 지로였다는 자체만으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하야오가 은퇴를 번복하고 10년 만에 내놓은 신작 애니메이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가 지난 25일 국내 개봉했다. 개봉일 오전 9시 현재 예매 관객 수가 약 30만6000명에 달했다. 전작인 ‘바람이 분다’를 국내 극장에서 본 관람객 수(10만6546명)의 약 3배 수준이다. 이는 지난 7월 일본에서 이 작품이 먼저 개봉한 이후 전작과는 달리 하야오 작품답게 어른이 아닌 아이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현실이 아닌 이세계(異世界)가 주로 펼쳐진다는 내용이 알려지면서 거장의 신작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진 덕분이다. 이 작품에 실존 인물까지 나오지는 않지만, ‘태평양 전쟁’(1941~1945년)이란 시대적 배경이 구체적으로 명시되는 것은 전작과 같다. 극 중 주인공인 11세 소년 마히토는 이렇게 독백한다. “전쟁이 일어난 지 4년째 어머니를 잃었고, 5년째 시골로 갔다.” 영화는 전시 대공습이 일어난 도쿄의 사이렌 소리와 폭발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히토의 엄마가 일하는 병원에 불
CGV는 미국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사진)의 콘서트 실황을 담은 영화 ‘테일러 스위프트: 디 에라스 투어’를 다음달 3일 국내에서 단독 개봉한다고 밝혔다.스위프트는 2006년 데뷔 이후 세 차례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고, 12장의 앨범을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린 슈퍼스타다. 지난 3월 시작한 이번 투어는 내년 11월 23일까지 이어진다. 스위프트는 이번 투어로 미국에서만 300만 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해 1조원이 넘는 입장료 매출을 올렸다. 지난 13일 북미에서 공개된 콘서트 실황 영화도 개봉 열흘 만에 1억7900만달러(약 2410억원)를 벌어들였다. CGV용산 아이맥스관 등 41개 극장에서 상영한다.송태형 문화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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