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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태형 선임기자
    송태형 선임기자(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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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석열 대통령, KBS 사장 해임안 재가

    윤석열 대통령은 12일 KBS 이사회가 제청한 김의철 KBS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재가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임시이사회를 열고 김 사장의 해임 제청안을 표결한 결과 서기석 이사장 등 표결에 참여한 6명이 모두 찬성했다고 밝혔다. 이상요 김찬태 류일형 정재권 조숙현 등 야권 이사 5명은 김 사장의 해임이 부당하다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이사회는 해임 제청 사유로 △무능 방만 경영으로 인한 심각한 경영 위기 초래 △불공정 편파 방송으로 인한 대국민 신뢰 상실 △수신료 분리징수 관련 직무유기와 리더십 상실 △편향된 인사로 인한 공적 책임 위반 △취임 당시 공약 불이행으로 인한 대내외 신뢰 상실 △법률과 규정에 위반된 임명동의 대상 확대와 고용안정위원회 설치 등 여섯 가지를 제시했다. 김 사장은 표결 결과가 나온 직후 입장문을 내고 법적 대응을 예고했다. 윤 대통령은 김 사장에 대한 해임안을 제청 당일 즉시 재가했다. KBS 이사회는 이날 오전 임시이사회에서 김 사장의 해임제청안을 의결해 인사혁신처에 전달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2023.09.12 18:49
  • [이 아침의 안무가] 21세기 최고 발레 안무가…장 크리스토프 마요

    장 크리스토프 마요(1960~)는 21세기 최고의 현대 발레 안무가로 꼽힌다. 2008년 ‘파우스트’로 발레계 아카데미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안무가상을 받았다. 프랑스 투르에서 태어난 마요는 어릴 때 투르 국립음악학교에서 무용과 피아노를 익혔다. 프랑스 칸의 로셀라하이타워 국제 무용학교에 다니던 1977년 17세의 나이로 세계적 무용 경연 대회인 스위스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했다. 세계적 안무가인 존 노이마이어 함부르크 발레단 감독에게 발탁돼 이 발레단에서 5년 동안 주역 무용수(솔리스트)로 활약했다. 이후 예기치 못한 사고로 무용수에서 안무가로 변신했다. 마요는 1987년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을 위해 창작한 ‘중국의 이상한 관리’로 큰 성공을 거뒀다. 1993년 이 발레단의 예술감독 겸 상임안무가로 임명된 이후 ‘로미오와 줄리엣’(1996)을 비롯해 ‘신데렐라’(1999), ‘라 벨르’(2001), ‘파우스트’ 등 40여 편을 창작해 호평받았다. 마요는 시청각적인 요소를 총체적으로 활용한 ‘토털 시어터’를 지향하는 한편 고전 원작을 현대적으로 비틀어 재구성하는 파격적인 전개로 명성을 얻었다. 그의 이런 동시대적 감각은 2019년 모나코-몬테카를로 발레단이 내한해 선보인 ‘신데렐라’와 다음달 4년 만에 한국을 찾아 공연하는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두드러진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2023.09.12 18:44
  • 서울시, 발레단 만든다

    서울시가 컨템포러리(동시대) 발레 위주로 공연하는 시립 발레단 창단을 추진한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12일 “최근 ‘서울시발레단’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해 가동에 들어갔다”며 “TF팀은 우선 발레단 설립 필요성부터 법인 성격과 레퍼토리 운영 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 설립이 확정되면 국내 공공 발레단은 국립발레단과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어 세 곳으로 늘어난다. 국내에서는 기존 공공 발레단 두 곳과 통일교 재단이 운영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연간 레퍼토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빅3’ 발레단으로 꼽힌다. 이들 ‘빅3’의 레퍼토리는 최근 들어 현대 발레 장르로 확장되긴 했지만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고전발레나 ‘지젤’ 같은 낭만 발레에 치중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서울시는 기존 ‘빅3’와 차별화하고, 동시대 작품 창작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발레단의 레퍼토리를 컨템포러리 발레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공공 발레단 설립 추진에는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TF팀이 가동되긴 했지만 발레단 설립 여부는 초기 검토 단계”라며 “발레단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같은 독립된 재단법인으로 할지, 세종문화회관 전속 예술단체로 설립할지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에 소속된 서울시예술단은 무용단(전통무용 위주), 뮤지컬단, 국악관현악단, 오페라단, 극단, 합창단, 소년소녀

    2023.09.12 18:34
  • 현대 창작 발레 공연하는 '서울시 발레단' 생긴다

    서울시가 컨템포러리(동시대) 발레 위주로 공연하는 시립 발레단 창단을 추진한다. 서울시 출연기관인 재단법인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12일 “최근 ‘서울시발레단’ 설립을 위한 태스크포스(TF)팀을 조직해 가동에 들어갔다”며 “TF팀은 우선 발레단 설립의 필요성부터 법인 성격과 레퍼토리 운영 방식 등을 전반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발레단 설립이 확정되면 국내 공공 발레단은 국립발레단과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어 세 곳으로 늘어난다. 국내에서는 기존 공공 발레단 두 곳과 통일교 재단이 운영하는 유니버설발레단이 연간 레퍼토리를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빅3’ 발레단으로 꼽힌다. 이들 ‘빅3’의 레퍼토리는 최근 들어 현대 발레 장르로 확장되긴 했지만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 고전발레나 ‘지젤’ 같은 낭만 발레에 치중돼 있다는 지적을 받아았다. 서울시는 기존 ‘빅3’와 차별화하고, 동시대 작품 창작 활성화를 위해 서울시발레단의 레퍼토리를 컨템포러리 발레 중심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시의 공공 발레단 설립 추진에는 서울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문화예술을 활성화하겠다는 오세훈 시장의 의지가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세종문화회관 관계자는 “TF팀이 가동되긴 했지만 발레단 설립 여부는 초기 검토 단계”라며 “발레단을 서울시립교향악단과 같은 독립된 재단법인으로 할지, 세종문화회관 전속 예술단체로 설립할지도 결정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현재 세종문화회관에 소속된 서울시예술단은 무용단(전통무용 위주), 뮤지컬단, 국악관현악단, 오페라단, 극단, 합창단, 소

    2023.09.12 14:56
  • 뮤직 샤펠, 라흐마니노프로 달랜 피아니스트의 지독한 트라우마

    눈보라가 치는 어느 겨울밤. 외떨어진 한 주택에서 어린 소녀가 밖을 내다본다. 속옷 차림에 셔츠 하나만 걸친 채로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걸어간다. 눈 쌓인 정원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이 순간 라흐마니노프 ‘전주곡 c#단조’의 시작을 알리는 세 음이 울린다.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24편의 전주곡 중 가장 유명하고 자주 연주되는 피아노 독주곡이다. 카메라는 곧 미국 뉴욕의 어느 건물 방 안을 비춘다. 20대 초반의 젊은 피아니스트 제니퍼(타커 니콜라이)가 다소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의 이 곡을 연주하고 있다. 가슴 아픈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곡에 깊이 빠져든다. 연주를 마치자 제니퍼를 지도하는 선생이 감동을 받은 듯 박수를 치며 말한다. “제니퍼, 1998년 피셔홀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들은 이후로 이렇게 닭살이 돋은 건 처음이야. 넌 준비됐어. 정말 충분히 준비됐어.” 지난달 열린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영된 데 이어 오는 13일 개봉하는 벨기에 영화 ‘뮤직 샤펠’(사진)의 도입부다.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c#단조 연주가 인상적인 이 장면은 종영을 10분가량 남기고 진행되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와 연결된다. 세계적인 권위의 클래식음악 경연대회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최종 결선 마지막 날. 대회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의 보자르 아트센터에서 제니퍼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를 연주한다. 약 7분간 이어지는 결선 장면에서 제니퍼는 무언가 괴로운 과거를 떠올리는 듯한 모습으로 피아노를 친다. 연주 장면 틈틈이 도입부에 나온 제니퍼의 회상 장면이 이어진다. 어린 소녀는 추운 겨울밤, 집 밖에

    2023.09.10 18:34
  • '초자연적 탐정 영화'로 부활한 애거사 크리스티…'베니스 유령 살인사건'

    북아일랜드 벨파스트 태생의 케네스 브래너(1960~)는 20~30대엔 주로 셰익스피어 전문 배우·연출가로 활동했다. 20대 초반부터 영국 로열 셰익스피어 극단(RSC) 배우로 활약하다가 주역을 맡은 셰익스피어 연극 ‘헨리 5세’(1984)로 명성을 얻었다. 이 여세를 몰아 1989년 직접 제작하고, 연출과 주연까지 해낸 영화 ‘헨리 5세’가 호평을 얻으면서 세계적으로 이름을 날렸다. 국내에는 브래너가 직접 연출하고 주연한 ‘헛소동’(1993)과 ‘역대급 이아고’연기를 펼친 올리버 파커 감독의 ‘오델로’(1995) 등이 개봉되면서 존재감을 알렸다. 브래너는 이후 ‘해리포터’ 시리즈의 록하트 역과 ‘토르 : 천둥의 신’ 감독 등을 맡아 할리우드로 활동 영역을 넓혔고, ‘덩케르크’ ‘오펜하이머’등 크리스토퍼 놀란 영화에 단골로 출연하는 배우로도 잘 알려졌다. 그런 그가 최근 관심을 쏟는 작가와 배역은 세계적인 영국 추리 소설가인 애거사 크리스티와 크리스티 작품의 해결사인 명탐정 에르큘 포와로다. 오는 13일 개봉하는 ‘베니스 유령 살인사건(A Haunting in Venice)’은 브래너가 ‘오리엔트 특급 살인’(2017)과 ‘나일강의 죽음’(2022)에 이어 선보이는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 기반의 추리극이다. 두 전작과 마찬가지로 할리우드 메이저 영화사인 20세기 폭스와 합작해 브래너가 직접 연출하고, 주인공 포와로 역을 연기했다. 하지만 이 영화의 분위기나 장르적 특징은 전작들과 사뭇 다르다.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나일강의 죽음’은 크리스티 소설 중 잘 알려진 작품들로 1970년대 할리우드에서 영화로 만들어져 널리 알려진 작품이 이미 존재했다. 브래너는 새로운 에피소드들을 일부 추가하고 자기 감

    2023.09.10 11:11
  • 시간의 속도가 다른 곳에서 헤어진 연인… 재회할 수 있을까

    ‘따분하네. 근데 그게 바로, 둘만의 행복인 걸~.’ 오는 14일 개봉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영화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를 마무리하는 장면에 흐르는 노래 '피날레(Finale)'의 마지막 가사다. 영화 주인공들의 마음을 대변한 듯한 이 주제가를 작사·작곡한 일본 싱어송라이터 에일(eill)의 호소력 짙은 목소리가 가슴을 울린다. 가사만 보면 고개를 갸우뚱할 법하지만, 영화를 처음부터 봤다면 특정 장소와 장면이 떠올라 미소를 지을 듯싶다. 멀리 바다가 보이는 한 시골 마을의 한적한 기차역 플랫폼. 이 마을에 사는 남학생 토오노 카오루가 도쿄에서 온 전학생 하나시로 안즈를 처음 만나고, 서로 마음을 터놓은 곳이다. 하굣길 방향이 같아 이곳에서 둘이 함께 앉아있을 때마다 열차가 사슴과 충돌해 도착이 30~40분가량 지연되겠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기 일쑤다. 늦어지는 열차를 기다리는 것은 따분하겠지만, 함께하는 시간이 길어진 둘의 표정은 그리 어둡지 않다. 영화의 원작은 작가 하치모쿠 메이가 쓴 동명의 경소설(light novel)이다. 일본 특유의 장르문학인 경소설은 만화·애니메이션풍의 일러스트를 사용하는 오락소설로 10대 청소년들이 주요 독자다. '여름을 향한 터널, 이별의 출구'는 안팎의 시간이 다르게 흐르는 터널이란 독특한 판타지 소재를 바탕으로 두 남녀 학생의 가슴 설레는 감정을 그린 러브 코미디다. “뭐든 가질 수 있는 터널 얘기 들어봤어? 터널 안 신사 입구 기둥을 지나가면 원하던 걸 가질 수 있대. 하지만 그 대신 백 살이나 더 먹는대” “그 터널 이름은… ‘우라시마 터널’” 기차역 플랫폼에서 첫 만남을 가진 카오루와 안즈. 다음날 안즈가 카오루 반으로 전학을

    2023.09.06 14:56
  • 삶이 버거운 그녀에게 멋진 아침이 올까

    신경 퇴행성 질환으로 기억과 시력을 점차 잃어가는 아버지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 분)가 입원해 지내는 프랑스 파리의 한 요양원. 어느 날 딸 산드라(레아 세두 분)가 요양원을 찾아 “아버지가 좋아하고 즐겨 듣던 음악”이라며 챙겨온 CD를 재생한다. 이때 흐르는 음악이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 2악장. 슈베르트가 3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1828년 9월) 완성한 세 편(19~21번)의 연작 소나타 중 가장 잘 알려진 악장이다. 4악장으로 구성된 소나타 20번의 2악장은 F# 단조로 조금 느리게(Andantino) 연주하는 3부 형식(A-B-A)의 곡이다. 영화에서는 우수에 찬 가곡풍의 구슬픈 주제 선율이 다섯 번 반복되는 2악장 초반부 A파트가 흐른다. 게오르그는 음악을 듣고 흥얼거리며 따라하다가 곧 머리를 쥐어짜며 “음악이 너무 무겁다”고 한다. 산드라가 요양원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는 아버지 때문에 끊긴 2악장 A파트가 다시 배경음악으로 흐른다. 이번엔 다이내믹(셈여림)이 급변하는 변주 부분이다. 곧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얼굴의 산드라.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집으로 향한다. 6일 개봉하는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프랑스 영화 ‘어느 멋진 아침’(사진)에서 음악과 인물의 심리 묘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멋진 장면이다. 5년 전 남편과 사별한 산드라는 통역사로 바쁘게 일하면서 여덟 살 난 딸을 홀로 키우고 병세가 악화하는 아버지를 돌본다. 그는 남편의 오래된 친구이자 유부남인 클레망(멜빌 푸포 분)과 연인 관계로 발전한다. 산드라의 일상은 버겁기 그지없다. 갈수록 버거워지는 산드라의 삶에도 ‘어느 멋진 아침’이 찾아올까. 영화 엔딩은 연인 그리고 딸과

    2023.09.05 18:55
  • '집'과 '잠'…일상 속 공포라 더 무섭다

    연극 무대에 익숙하다면 정유미·이선균 주연의 영화 ‘잠’을 보면서 ‘갈매기’ ‘세 자매’ 등 러시아 대문호 안톤 체호프가 쓴 장막극(長幕劇)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영화는 연극의 막(幕)과 비슷한 개념의 장(場)으로 나뉜다. 체호프의 장막극은 똑같은 일상의 공간을 배경으로 하되 막과 막 사이에 달라진 극적 상황을 보여주는데, ‘잠’도 비슷한 전개를 장을 통해 표현한다. 영화의 핵심 무대는 연극처럼 신혼부부인 ‘수진’(정유미)과 ‘현수’(이선균)가 살고 있는 아파트 한 곳이다. 다만 체호프의 장막극이 대부분 네 개의 막으로 구성된 반면 영화 ‘잠’은 세 개의 장으로 끝난다. ‘잠’을 연출하고, 시나리오도 쓴 유재선 감독은 “수진과 현수의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3장으로 나눴다”며 “각 장 사이마다 벌어진 일을 추측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잠’은 ‘절망적인 상황을 이겨내고 계속 살아가는 희망을 발견한다’는 주제의식에선 체호프의 장막극과 일맥상통하는 점도 있지만, 구체적인 극적 세계와 재미는 전혀 다르다. 미스터리 공포물에 스릴러적 요소를 가미한 장르 영화다. ‘잠’이 장편영화 데뷔작인 유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고, 영화를 준비하고 촬영하는 과정 내내 제1의 철칙은 재밌는 장르 영화를 만들자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제1장 초반, 잠이 덜 깬 남편 현수가 중얼거린 혼잣말과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난 몽유병 같은 수면 중 이상행동은 행복한 신혼부부의 일상을 180도 바꿔 놓는다. 1장에서 극중 공포의 근원이 이상행동 강도가 점점 높아지는 현수라면 2장과 3장에선 거실 벽에 붙어 있는 ‘둘이 함께하면 극복 못 할 일이 없다

    2023.09.04 18:02
  • 라흐마니노프로 어루만진 소녀의 트라우마 …영화 '뮤직 샤펠'

    눈보라가 치는 어느 겨울밤, 외떨어진 한 주택. 집밖을 내다보던 한 어린 소녀가 속옷 차림에 셔츠 하나만 걸친 채로 현관문을 열고 걸어간다. 눈 쌓인 정원에 발자국을 남기면서. 이 순간 라흐마니노프 ‘전주곡(prelude) c#단조(Opus 3, No.2)’의 시작을 알리는 세 음이 울린다. 라흐마니노프가 남긴 24편의 전주곡 중 가장 유명하고 자주 연주되는 피아노 독주곡이다. 곡이 이어지는 가운데 화면이 전환돼 카메라는 미국 뉴욕의 어느 건물 방 안을 비춘다. 20대 초반의 젊은 피아니스트 제니퍼(타커 니콜라이 분)가 다소 어둡고 침울한 분위기의 이 곡을 연주하고 있다. 가슴 아픈 과거를 회상하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곡에 깊이 빠져든다. 연주를 마치자 제니퍼를 지도하는 선생이 감동 받은 표정으로 말한다. “제니퍼, 1998년 피셔 홀에서 마르타 아르헤리치의 연주를 들은 이후로 이렇게 닭살이 돋은 건 처음이야. 넌 준비 됐어. 정말 충분히 준비됐어.” 오는 13일 개봉하는 올해 제천국제음악영화제 개막작 ‘뮤직 샤펠’의 도입부다. 라흐마니노프의 전주곡 c#단조 연주가 인상적인 이 장면은 종영을 10분가량 남기고 진행되는 이 영화의 클라이맥스 대목과 연결된다. 세계적인 권위의 클래식 음악 경연대회인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의 최종 결선 마지막 날. 대회가 열리는 벨기에 브뤼셀의 보자르 아트센터에서 제니퍼가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2번 c단조’를 연주한다. 약 7분간 이어지는 결선 장면에서 제니퍼는 무언가 괴로운 과거를 떠올리는 듯한 모습으로 피아노를 친다. 연주 장면 틈틈이 도입부에 나온 제니퍼의 회상 장면이 이어진다. 어린 소녀는 추운 겨울밤, 집 밖에

    2023.09.03 11:10
  • 피곤한 주인을 깨워라…반려견에 떨어진 '미션 임파서블'

    “차콜아, 누나 너무 피곤해.” ‘누나’와 놀고 싶어 거실로 나간 강아지 ‘차콜이’가 소파에 쓰러져 누워 있던 주인에게 들은 말이다. 차콜이는 문득 뭔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는 듯 서재로 향한다. 서랍장 위에 놓인 박카스 한 병. 물끄러미 올려다보는 차콜이에겐 위치가 너무 높다. 차콜이는 기지를 발휘해 로봇청소기를 작동하는 등의 방식으로 박카스를 안전하게 떨어뜨리고, 발로 굴리며 거실로 간다. 누나가 “뭐야. 박카스네. 차콜아, 까주면 안 돼?”라고 묻자 차콜이는 이번엔 정말 ‘불가능한 미션’이라는 듯 왈왈 짖으며 거실을 뛰쳐나간다. 김동규 감독이 제10회 박카스 29초영화제에 출품한 ‘미션 박카서블’이란 제목의 영상 내용이다. 차콜이는 이 작품을 만든 김 감독의 반려견이다. 김 감독은 “보통 제가 피곤할 때 차콜이가 옆에 와서 귀찮게 굴지만, 문득문득 비치는 영리함에서 작품의 힌트를 얻었다”며 “이 작품을 통해 차콜이의 귀여움을 널리 알리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 작품은 31일 서울 청파로 한국경제신문사 다산홀에서 열린 시상식에서 일반부 대상을 차지했다. 영화 ‘미션 임파서블’의 제목을 차용해 강아지의 시점에서 이번 영화제의 주제를 기발하면서도 재치있게 담아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제10회 박카스 29초영화제는 올해로 60년째 박카스를 만들어온 동아제약이 한국경제신문사와 공동 주최했다. 주관은 29초영화제사무국이 맡았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박카스가 있어 영화 같은 하루’였다. 박카스와 함께하는 일상에 영화 같은 상상이나 에피소드를 더해 재미와 감동을 담아낸 작품이 대거 출품됐다. 공모는 지난 7월 7일부터 8월 17일까지 이뤄졌

    2023.08.31 22:39
  • 미안해하지 말고 고맙다고 하세요

    제10회 박카스 29초영화제 수상작 중에는 ‘박카스가 있어 영화 같은 하루’라는 주제에 맞게 다양한 세대가 겪을 만한 평범하거나 특별한 일상을 극적으로 담아내 훈훈한 감동을 주는 작품이 많았다. 일반부 우수상을 받은 황회지, 민유경 감독의 ‘영화 같은 때’는 무더운 여름날, 앉아서 밭일을 하던 할머니가 “아이고, 허리야” 하면서 일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마침 손을 맞잡고 담소를 나누며 지나가는 젊은 커플을 보며 “영화 같을 때여~”라고 빙긋 웃으면서 말한다. 그때 “할멈~ 힘들지?”라고 말하면서 할아버지가 다가온다. 손에 든 박카스 한 병을 할머니에게 건네며 “우리, 마실 갈까”라고 얘기한다. 방금 전 젊은 커플이 지나간 길을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나란히 걷는다. 할아버지는 할머니의 손을 슬쩍 잡으며 말한다. “할멈, 우리도 지금 영화 같아.” 배승환 감독의 ‘어느 식당’은 한 중년 부부의 일상을 감동적으로 담아내 일반부에서 특별상을 받았다. 일용직 건설 노동자인 문식은 어느 날 저녁 한 식당을 찾아 빈자리에 앉는다. 그를 달갑지 않은 표정으로 바라보던 식당 주인 인옥은 아무 말도 없이 밥과 반찬을 문식 앞에 내려놓는다. 식사를 마친 문식은 계산도 하지 않고 나가려 하고, 인옥도 별다른 기색 없이 빈 그릇을 치운다. 그 순간 문식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말한다. “여보, 늘 미안해.” 남편이 떠나간 테이블 위에는 박카스 한 병이 놓여 있다. 길을 가던 문식은 아내가 보내온 문자 메시지를 보고는 흐뭇한 미소를 짓는다. “다음부터는 미안해 말고 고맙다고 해요. 몸 잘 챙겨요.” 청소년부 장려상을 받은 송민서 감독의 ‘영화 같은 만남은 박카스와 함께’는

    2023.08.31 22:37
  • [이 아침의 안무가] '드라마틱 발레' 선구자, 남아공 출신 존 크랭코

    올해 50주기를 맞은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 안무가 존 크랭코(1927~1973)는 20세기 중후반 유럽에서 꽃핀 ‘드라마틱 발레’의 선구자이자 완성자다. 크랭코가 세계적인 발레단으로 키운 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감독 시절 안무한 ‘로미오와 줄리엣’(1962)과 ‘오네긴’(1965), ‘말괄량이 길들이기’(1969)는 드라마틱 발레의 진수를 보여주는 걸작으로 꼽히며 요즘도 한국을 비롯해 세계에서 자주 무대에 오른다. 크랭코는 남아공 케이프타운대 발레학교에서 기초 안무 훈련을 받았다. 1946년 영국 런던으로 건너간 크랭코는 영국 로열발레단의 전신인 새들러스 웰스 발레단에서 활동하다가 더욱 폭넓은 안무 공연 기회를 얻기 위해 1961년 당시로선 무명이었던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감독이 된다. 이곳에서 발레에 연극적인 요소를 대폭 도입한 그의 드라마틱 발레는 만개했고, 이른바 크랭코의 3부작을 바탕으로 슈투트가르트 발레단은 세계적인 발레 명가로 발돋움했다. 크랭코는 1973년 미국 순회공연을 성공리에 마치고 필라델피아에서 슈투트가르트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복용한 수면제에 알레르기 반응을 일으켜 질식사했다. 그의 나이 45세였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2023.08.31 18:26
  • 국내 첫 야외 전막 발레 '백조의 호수', 노들섬서 10월 공연

    서울문화재단이 유니버설발레단 등 민간 발레단 3곳과 함께 국내 첫 야외 전막 발레 공연인 ‘백조의 호수’를 오는 10월 한강 노들섬 무대에 올린다. 이창기 서울문화재단 대표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오는 10월 14~15일 양일간 오후 6시부터 첫 공연으로 시대를 초월한 고전발레인 ‘백조의 호수’를 노들섬 야외무대에 올린다”며 “그동안 국내에서 갈라나 단막 발레 야외 공연을 한 적은 있었지만 완결성을 갖춘 장막 발레극 야외 공연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서울문화재단의 야외 발레 공연은 유니버설발레단이 1992년 국내 초연한 이후 꾸준히 무대에 올려온 버전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총 4막의 프티바·이바노프 버전을 유병헌 유니버설발레단 예술감독 등이 2막4장으로 구성한 공연을 인터미션 없이 약 90분의 상연시간(러닝타임)으로 무대에 올린다. 이번 공연의 총감독을 맡은 문훈숙 유니버설발레단 단장은 “야외에서 전막 발레를 공연하는 게 쉽지 않지만 관객들이 한강의 아름다운 자연 풍광과 어우러져 최고의 예술성을 맛볼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단장은 “실내 극장과 달리 무대 전환이 여의치 않고, 인터미션이 없어 분장을 고칠 시간이 부족해 한 명의 발레리나가 함께 맡는 흑조 오딜과 백조 오데트를 무용수 두 명이 나눠 맡게 된다”며 “1막에서 꽤 길게 나오는 3인무를 제외하고, 군무를 축소하는 등 야외 무대 환경에 맞춘 특별한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연에는 유니버설발레단 무용수들을 주축으로 서울발레시어터와 와이즈발레단의 여성 무용수 단원들이 함께한다. 지난 6월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2023.08.29 14:47
  • 국립무용단 '홀춤' 그 3년의 집대성

    국립무용단이 지난 3년간 이어온 ‘홀춤’ 시리즈를 집대성하는 ‘온춤’ 공연을 선보인다. 2020년 ‘홀춤’, 2021년 ‘홀춤Ⅱ’, 지난해 ‘홀춤Ⅲ: 홀춤과 겹춤’에서 선보인 13편의 작품 중 9편을 다음달 1~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온춤은 1인무인 ‘홀춤’과 2인무인 ‘겹춤’, 3명 이상이 합을 맞추는 ‘다춤’까지 다양한 형태의 춤을 아우른다는 의미다. 한량무 진도북춤 진쇠춤 살풀이춤 소고춤 신칼대신무 바라춤 사랑가 검무 등 전통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을 홀춤과 겹춤, 다춤의 형태로 선보인다. 눈길을 끄는 작품은 홀춤과 겹춤으로 시작해 이번 무대에서 다춤으로 확장된 네 편이다. 전통 검무를 재해석한 김회정의 ‘단심’은 2021년 독무로 초연했고, 지난해 여성 이인무로 무대에 올랐다. 이번엔 ‘단심, 합’이라는 제목으로 여성 6인, 남성 4인이 출연하는 혼성 군무로 변화한다. 김회정은 “10인의 무용수들은 춤으로 완벽한 ‘합’을 이루며 예인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펼쳐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충청지역 농악에 바탕을 둔 정관영의 꽹과리춤 ‘너설풀이’는 혼성 2인무에서 4명의 남성 군무로 확대된다. 승무 북가락과 진도북춤을 접목한 박재순의 ‘보듬고’는 2020년 독무로 선보였던 작품을 5명의 남성 군무로 키웠고, 바라를 치는 행위에 스며든 울림의 본질을 표현한 김은이의 ‘바라거리’는 독무로 초연한 작품을 6명의 남녀 혼성군무로 발전시켰다. 홀춤은 윤성철의 ‘산산수수’, 정소연의 ‘다시살춤’, 정현숙의 ‘심향지전무’ 등 세 편이 재연된다. 겹춤은 박기환과 박지은이 함께 안무하고 춤추는 ‘월하정인’과 황태인

    2023.08.28 17:57
  • 국립무용단 '홀춤'의 결정판 '온춤'…독무부터 군무까지 한 자리에

    국립무용단이 지난 3년간 이어온 ‘홀춤’ 시리즈를 집대성하는 '온춤' 공연을 선보인다. 2020년 ‘홀춤’, 2021년 ‘홀춤Ⅱ’, 지난해 ‘홀춤Ⅲ: 홀춤과 겹춤’에서 선보인 13편의 작품 중 9편을 심화하고 발전시켜 다음달 1~3일 서울 장충동 국립극장 달오름극장 무대에 올린다. 박재순 정관영 등 국립무용단원 10인이 오랜 기간 수련한 전통춤을 재해석한 창작 춤을 독무부터 군무까지 다채로운 형태로 펼쳐낸다. ‘온춤‘은 홀로 추는 독무를 뜻하는 ‘홀춤’, 2인무를 의미하는 ‘겹춤’, 세 명 이상의 무용수가 합을 맞추는 군무인 ‘다춤’까지 다양한 형태의 춤을 아우르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량무·진도북춤·진쇠춤·살풀이춤·소고춤·신칼대신무·바라춤·사랑가·검무 등 전통춤을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품을 홀춤과 겹춤, 다춤의 형태로 선보인다. 이 중 홀춤과 겹춤으로 시작해 다춤으로 새롭게 확장되는 작품 네 편이 눈길을 끈다. 전통 검무를 재해석한 김회정의 ‘단심’은 진주검무를 변형한 구음검무를 바탕으로 한삼·맨손·칼을 활용해 예인(藝人)의 기개를 표현한 작품이다. 2021년엔 독무 ‘단심’으로 초연했고, 지난해엔 여성 이인무 ‘단심,둘’로 무대에 올랐다. 올해 ‘온춤’ 무대에선 ‘단심. 합’이라는 제목으로 여성 6인, 남성 4인이 등장하는 혼성 군무로 변화한다. 작푸믈 안무한 김회정은 “화려한 색감에 풍성한 부피감이 돋보이는 의상을 입고 무대에 오르는 10인의 무용수들은 춤으로 성별의 경계를 허물고 완벽한 ‘합’을 이룬다”며 “예인의 정성스러운 마음을 펼쳐내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정관영의 ‘너설풀이’는 경기‧충청지역 농악의 짝쇠(휘모리장단에

    2023.08.28 14:21
  • 영화 '물꽃의 전설', 두 제주 해녀는 '물꽃'을 찾았을까

    87년. 제주 서귀포시 삼달리에 사는 현순직 할머니(97)가 해녀로 물질한 기간이다. 만 일곱 살에 시작해 94세 때인 2020년에 은퇴한 최고령 해녀다.3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6년 동안 현 할머니(촬영 당시 89~94세)가 거주하는 삼달리 해녀촌을 비춘다. 해녀들의 일상을 현 할머니와 삼달리 최연소 해녀 채지애(34~39세)를 중심으로 밀도 있게 그렸다. 제주 출신 고희영 감독이 ‘물숨’(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제작한 다큐멘터리다.현 할머니는 해녀들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고래 상군’이던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바다에 나섰다. ‘모전여전’이라고 했던가. 물질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그는 16세에 베테랑 해녀를 의미하는 ‘상군 해녀’가 됐다.그는 독도 강화도 완도 등 전국 바다를 헤치면서 세 아들을 뒷바라지했다. 아들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거의 매일 테왁(해녀가 물질할 때 가슴에 받쳐 몸이 뜨게 하는 공 모양 기구)과 그물망을 짊어지고 바다에 나선다.현 할머니는 후배 해녀들과 제작진에게 젊을 때 자주 갔다는 들물여의 ‘물꽃’(분홍색 산호인 밤수지맨드라미)을 전설처럼 들려준다. 삼달리에서 멀찌감치 떨어져 있는 데다 조류 변화도 심해 물질에 능한 자신만 갈 수 있었다고 현 할머니는 말한다. 그곳에는 물꽃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전복 소라 등 해산물이 넘쳐났다고 했다.채지애는 해녀인 어머니의 뒷바라지로 육지에서 대학을 졸업한 뒤 헤어디자이너로 일했다. 하지만 헤어드라이어 소리가 바닷소리로 들릴 만큼 향수병이 심해지자 고향으로 돌아와 어머니 반대를 무릅쓰고 해녀가 됐다. 촬영을 시

    2023.08.27 17:45
  • 버거운 그녀 삶에도 '멋진 아침'이 올까…佛영화 '어느 멋진 아침'

    신경퇴행성질환으로 기억과 시력을 점차 잃어가는 아버지 게오르그(파스칼 그레고리 분)가 입원해 지내는 프랑스 파리의 한 요양원. 어느 날 딸 산드라(레이 세이두)는 요양원을 찾아 “아버지가 좋아하고 즐겨들었던 음악”이라며 몇 장 챙겨온 CD 중 한 장을 재생한다. 이 때 흐르는 음악이 슈베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20번 2악장. 슈베르트가 31세 나이로 세상을 떠나기 두 달 전(1828년 9월)에 완성한 세 편(19~21번)의 연작 소나타 중 가장 잘 알려진 악장이다. 4악장으로 구성된 소나타 20번의 2악장은 F샾(#) 단조로 조금 느리게(Andantino) 연주하는 3부 형식(A-B-A)의 곡이다. 영화에서는 우수에 찬 가곡풍의 구슬픈 주제 선율이 다섯 번 반복되는 2악장 초반부의 A파트가 흐른다. 게오르그는 음악을 듣고 잘 아는 듯이 단조의 주제 선율을 흥얼거리며 따라하지만, 곧 머리를 쥐어짜며 힘들어한다. “음악이 너무 무겁다”고 하자 수잔나는 “보다 가벼운 음악을 틀겠다”며 CD플레이어를 끈다. 산드라가 요양원에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2악장 A파트가 배경음악으로 다시 흐른다. 이번엔 다이내믹(셈여림)이 극심하게 변하는 변주부분이다. 곧 울음이 터져 나올 것만 같은 얼굴의 산드라. 왈칵 쏟아지는 눈물을 애써 삼키며 집으로 향한다. 다음달 6일 개봉하는 미아 한센-러브 감독의 프랑스 영화 ‘어느 멋진 아침’에서 음악과 인물의 심리 묘사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멋진’ 장면이다. 이 영화는 파리에서 동시통역사로 일하는 산드라의 일상을 따라가며 그의 인생 한 단락을 섬세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보여준다. 이 영화처럼 한센-러브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해 베를린 영화제에서 감독상(은곰

    2023.08.27 09:31
  • 오즈의 마법사, 위대한 개츠비, 구니스...극장서 다시 본다

    지난 겨울 추억의 명화 ‘사랑은 비를 타고’, ‘카사블랑카’ 등의 상영으로 영화팬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메가박스의 ‘워너 필름 소사이어티’가 올해 워너브러더스 100주년(1923-2023)을 맞아 ‘특별전–시즌2’를 열고 있다. 총 세 가지 주제로 준비한 이번 특별전은 지난 6월 ‘스릴러’라는 테마로 ‘샤이닝’‘디파티드’ ‘조디악’을 상영한 데 이어 다음달(9월)에는 ‘판타지&드림’이란 주제로 ‘오즈의 마법사’ ’위대한 개츠비‘’구니스‘를 선보인다. 먼저 1939년 빅터 플레밍 감독이 연출한 뮤지컬영화 걸작 ‘오즈의 마법사’가 메가박스에서 다음달 6일 재개봉된다. 주인공 도로시 역의 주디 갈랜드가 부른 ‘오버 더 레인보우(Over the Rainbow)’ 등 주옥 같은 명곡들을 커다란 스크린과 첨단 음향 시설로 만나볼 수 있다. 다음달 13일 개봉하는 ‘위대한 개츠비’는 ‘로미오와 줄리엣’, ‘물랑 루즈’, ‘엘비스’와 같은 화려한 음악과 연출이 돋보이는 영화를 내놓은 바즈 루어만 감독의 2013년 작품이다. 20세기 미국 문학 최고의 걸작으로 손꼽히는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남자의 꿈과 사랑, 욕망을 스크린에 담아냈다.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주인공 제이 개츠비 역을 맡아 열연한다. 마지막 작품으로는 다음달 20일 스티븐 스필버그 제작의 ‘구니스’가 개봉한다. 1986년 작품으로 ‘리썰 웨폰‘’엑스맨’ 등을 만든 리차드 도너가 만든 추억의 명작이다. 메가박스는 ‘워너 필름 소사이어티 시즌2’의 두 번째 상영을 맞아 다양한 이벤트도 마련했다. 먼저 오는 24일부터 메가박스 자사 온라인 스토어에서 워너 필름 소사이어티 패키지권을 판매한다. 영화

    2023.08.24 11:32
  • 두 해녀는 ‘물꽃’을 찾았을까… 경이로운 '제주 해녀' 다큐

    87년간이라고 했다. 제주 서귀포시 성산읍 삼달리에 사는 현순직 할머니(97)가 해녀로서 '물질'한 기간이다. 물질은 주로 해녀들이 바닷속에 들어가서 해산물을 따는 일을 이르는 말이다. 현 할머니는 “여덟 살(만 7세) 때부터 시작했다”는 물질을 2020년 94세 나이에 공식적으로 그만둔다. 오는 30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물꽃의 전설'은 2016년부터 2021년까지 햇수로 약 6년 동안 최고령 해녀인 현순직(촬영 당시 89~94세) 할머니가 거주하는 삼달리 해녀촌을 비춘다. 해녀들의 일상과 해수 오염 등에 따른 위기와 고충 등을 현순직 할머니와 삼달리 최연소 해녀 채지애(34~39세)씨의 범상치 않은 삶을 중심으로 밀도 있게 펼쳐낸다. 제주 출신 고희영 감독이 '물숨'(2016년)에 이어 두 번째로 삼달리에 살다시피 하며 제주 해녀의 삶을 기록한 장편 다큐멘터리다."이어도 사나 이어도 사나 / (파도야) 쳐라 쳐라 / 우리 부모 날 무사 나거(왜 나를 낳으셔서)/요런 고셩(이런 고생), 다 시키나…” 영화 초반과 중반, 종반에 해녀 민요 '이어도 사나'가 현순직 할머니의 육성으로 들려온다. 마치 주제가처럼 나오는 이 노래는 상상의 섬 '이어도'에서 아무런 고통이나 어려움 없이 살고 싶은 해녀들의 바람을 담았다. 현순직 할머니는 해녀들의 우두머리를 뜻하는 '고래 상군'이었던 어머니를 따라 어릴 때부터 바다에 나섰다. 모전여전(母傳女傳)이라고 했던가. 물질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인 그는 16세에 베테랑 해녀를 의미하는 '상군 해녀'가 됐다. 구체적인 사연은 나오지 않지만, 그는 독도와 강화도. 완도 등 전국의 바다를 돌아다니

    2023.08.23 15:16
  • 영화 '밀정'의 주인공 등 여성 독립열사, 해금으로 만나다

    여성 독립운동가 윤희순 송수은 현계옥 안경신 열사의 이야기를 다양한 편성의 해금 창작곡과 문학, 영상 등으로 풀어낸 공연이 무대에 오른다. 해금연주자 고수영은 오는 31일 오후 7시 30분부터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우면당에서 ‘고수영의 해금으로 만나는 역사 사색-녹두꽃’을 공연한다. 국립국악원 정악단에서 해금 수석을 지낸 연주자 고수영이 해금으로 여성 독립운동가들의 삶을 들려주는 공연은 2019년 7월 이후 두 번째다. 윤희순과 송수은 열사의 이야기를 담은 곡은 4년여 만에 재연되고, 현계옥과 안경신 열사의 곡은 이번 무대에서 초연된다. 김성국이 작곡한 해금과 피아노를 위한 ‘들풀의 노래’는 일제에 맞서 의병운동을 일으킨 최초의 여성 의병장 윤희순 열사의 이야기를 담았다. 들풀과 같이 평범하지만 꺾이지 않는 유연함과 광대하고 강인한 정신 등 윤 열사의 삶을 노래한다. 이어 김대성이 독립운동에 헌신한 친외조모(친할머니의 어머니)의 삶을 그린 곡 ‘반석’이 무대에 오른다. 해금과 첼로, 가야금, 타악의 합주로 들려주는 ‘반석’의 주제 인물은 송수은 열사다. 그는 불혹의 나이에 항일 단체 결성을 주도했였으며, 평남 평양 등에서 반석대한애국부인청년단의 단원으로 선전문을 배포하고 독립운동자금을 모집하는 등 활발한 독립운동을 했다. 장석진 작곡가에게 위촉한 초연곡인 해금과 현악사중주를 위한 '여름의 정원'은 현계옥 열사의 삶을 주제로 작곡됐다. 항일무장결사단체인 의열단의 활동을 조명한 영화 '밀정'의 실제 주인공인 현계옥은 독립운동 자금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아 활동했다. 의열단 단장인 김원봉으로부터 폭탄 제조 및 총기 사용법을 익혔고

    2023.08.22 09:26
  • 아버지를 숙청한 가해자가 갑자기 찾아와 용서를 구한다면…

    클래식 애호가라면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회고록 이나 이를 바탕으로 창작한 소설 등을 통해 1930년대 스탈린 정권의 ‘피의 대숙청’ 관련 이야기를 접했을 것이다. 스탈린은 1936년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관람하던 도중 자리를 뜬다. 뒤이어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에 이 오페라를 ‘형식주의’로 비판하는 글이 실린다. 쇼스타코비치는 곧 숙청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는 어느 날 새벽 집에 들이닥친 비밀경찰 ‘엔카베데(NKVD)’에 급작스럽게 끌려갈 것이란 공포에 사로잡힌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러시아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의 시공간적 배경은 피의 대숙청이 절정으로 치닫던 1938년, 옛 소련의 제2도시였던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다. 무대는 피의 대숙청을 집행하던 엔카베데의 본거지다. 볼코노고프 대위(유리 보리소프 분)는 엔카베데의 경찰관이다. 러시아 부부 감독인 나타샤 메르쿨로바와 알렉세이 추포프가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도 같이했다. 볼코노고프는 어느 날 동료 한 명이 ‘재평가’ 소환을 앞두고 창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 것을 목격한다. 동료 경찰관들이 고문과 즉결 처형을 의미하는 재평가를 받기 위해 잇달아 소환되는 것을 본 볼코노고프는 바로 도망친다. 재평가받은 동료들이 매장된 집단무덤에 간 그는 절친하던 동료 베레테니코프(니키타 쿠쿠슈킨 분)의 환영을 본다. 친구는 볼코노고프에게 “피해자 중 한 사람이라도 진심 어린 용서를 해준다면 지옥에서 벗어날 기회가 있다”고 말한다. 볼코노고프는 이후 직속상관 골로비나 소령(티모페이 트리분체프 분)과

    2023.08.20 18:35
  • 나만의 숲 이야기 들려주세요

    산림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는 이야기를 짧은 영상으로 펼쳐 놓는 ‘산림청 29초영화제’가 열린다. 올해 ‘국토 녹화 50주년’을 기념해 산림청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한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내가 쉬어가는 가장 큰 숲은 [ ]다’이다. 힘든 일상과 버거운 삶에 지칠 때 찾는 ‘나만의 숲’ 이야기를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 명산과 휴양림, 둘레길은 물론 가족의 품이나 이불 속 등 일상에 ‘초록빛’을 더하는 쉼터에 관한 이야기라면 뭐든 소재가 될 수 있다. 19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출품하면 된다. 총상금은 3000만원이며, 장르와 출품작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열린다. 수상작은 네티즌 심사 20%, 전문가 심사 80%를 반영해 결정한다. 네티즌 심사는 댓글과 조회 및 추천 수 등을 종합 집계한다. 최종 수상작은 시상식 당일 발표된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2023.08.20 18:34
  • 정유미·이선균이 안겨준 '잠'의 공포…참신한 미스터리 스릴러

    연극 무대에 익숙한 관객이라면 정유미·이선균 주연의 영화 ‘잠’을 보면서 ‘갈매기', '세 자매', '바냐 아저씨’, '벚꽃 동산’ 등 러시아 대문호 체호프가 쓴 장막극(長幕劇)을 떠올릴 수도 있겠다. 영화는 연극의 막(幕)과 비슷한 개념의 장(場)으로 나뉜다. 이 영화의 ‘장’은 연극에서 막의 하위 단위인 장이 아니다. 연극에선 막과 막 사이에 세트 전환 등을 위한 시간이 있는 것처럼 이 영화에선 친절하게도 ‘제1장’‘제2장’이란 자막이 뜨면서 장의 시작과 끝을 알려준다. 체호프의 장막극이 대부분 동일한 일상의 생활공간을 배경으로 하되 막과 막 사이 시간이 흐르고 그 시간 동안 극적 상황이 달라졌음을 역시 동일하지만 캐릭터가 조금은 변한 주요 등장 인물들의 대사를 통해 추정할 수 있는 것처럼 ‘잠’도 그렇다. 영화의 시작부터 끝까지 주요 극적 무대는 신혼부부인 수진(정유미)과 현수(이선균)가 살고 있는 아파트 집이다.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각 장마다 수진과 현수의 ‘이상 행동’이 드라마를 이끈다. 다만 체호프의 장막극이 대부분 네 개의 막으로 구성된 반면, 영화 ’잠‘은 세 개의 장으로 끝난다. 지난 18일 첫 언론 시사회 직후 열린 간담회에서 ‘잠‘을 연출하고, 시나리오까지 직접 쓴 유재선 감독은 “수진과 현수의 상황이 극적으로 변화하는 시기를 3장으로 나누면 좋을 것 같았다”며 ”각 장 사이마다 시간이 많이 지나는 데 그 시간동안 큼직한 일도 많이 발생한 것에 대해 추측하는 재미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음달 6일 개봉하는 ’잠‘은 체호프의 장막극과 ‘절망적인 상황을 인내로 이겨 나가면서, 계속 살아가야 하는 희망을 발견한다’는 주제의

    2023.08.20 09:03
  • 지칠 때 쉬어가는 숲이 있나요…'산림청 29초영화제' 공모

    산림의 가치와 중요성을 일깨우는 이야기를 짧은 영상으로 펼쳐 놓는 ‘산림청 29초영화제’가 열린다. 올해 '국토 녹화 50주년'을 기념해 산림청과 한국경제신문사가 공동 주최하고, 29초영화제사무국이 주관한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내가 쉬어 가는 가장 큰 숲은 [ ]다'이다. 힘든 일상과 버거운 삶에 지칠 때 찾게 되는 ‘나만의 숲’ 이야기를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 명산과 휴양림, 둘레길은 물론 가족의 품이나 이불 속 등 일상에 '초록빛'을 더하는 쉼터에 관한 이야기라면 무엇이든 영화의 소재가 될 수 있다. 완성된 영화는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출품하면 된다. 출품 기간은 19일부터 다음달 24일까지다. 총상금은 3000만원이며, 장르와 출품작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중 열릴 예정이다. 수상작은 네티즌심사 20%, 전문가심사 80%를 반영해 결정한다. 네티즌 심사는 댓글과 조회 및 추천 수 등을 종합 집계한다. 최종 수상작은 사전고지 없이 시상식 당일 발표된다. 출품작들은 향후 산림청 홍보 콘텐츠로 적극 활용된다. 산림청 관계자는 "이번 영화제의 목적은 지난 50년간 잘 가꿔온 우리 숲의 가치를 더욱 품격 높은 자원과 공간으로 가꾸어 가고, 기후변화와 지구 환경 보호에 대한 책임감을 높이는 데 있다”며 “푸른 숲에 문화적 가치를 더해 산림의 가치와 중요성을 보다 쉬운 방식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으로 29초영화제를 기획했다"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2023.08.18 10:42
  • '피의 대숙청' 집행자의 참회…피해자는 그를 용서할 수 있을까

    클래식 애호가라면 러시아 작곡가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1906~1975)의 회고록 이나 이를 바탕으로 창작한 소설 등을 통해 1930년대 구(舊)소련 시절 스탈린 정권의 ‘피의 대숙청’ 관련 이야기를 접했을 것이다. 스탈린은 1936년 쇼스타코비치의 오페라 ‘므첸스크의 맥베스 부인’을 관람하던 도중 자리를 뜬다. 뒤이어 공산당 기관지 ‘프라우다’에 이 오페라를 ‘형식주의’로 비판하는 글이 실리고, 쇼스타코비치는 멀지 않아 숙청 당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낀다. 그는 어느 날 새벽 집에 들이닥친 비밀경찰 ‘엔카베데(NKVD)’에 급작스럽게 끌려갈 것이란 공포에 사로잡힌다. 오는 23일 개봉하는 러시아 영화 ‘볼코노고프 대위 탈출하다’(Captain Volkonogov Escaped)의 시공간적 배경은 ‘피의 대숙청’이 절정으로 치닫던 1938년, 소련 수도 모스크바에 이은 제2의 도시였던 레닌그라드(상트페테르부르크)다. 주요 무대는 ‘피의 대숙청’을 집행하던 엔카베데의 본거지다. 영화 제목에 등장하는 볼코노고프 대위(유리 보리소프)는 엔카베데의 자신감 넘치고 늠름한 경찰관이다. 러시아 부부 감독인 나타샤 메르쿨로바와 알렉세이 추포프가 함께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도 같이 했다. 볼코노고프는 어느 날 그의 동료 중 한명이 ‘재평가’ 소환을 앞두고 창문에서 뛰어내려 목숨을 끊는 것을 목격한다. 동료 경찰관들이 고문과 즉결 처형 및 신속한 매장을 의미하는 ‘재가’를 받기 위해 잇달아 소환되는 것을 보고들은 볼코노코프는 즉시 도망친다. 재평가 받은 동료들이 신속하게 함께 매장된 집단 무덤에 간 그는 절친했던 동료 베레테니코프(니키타 쿠쿠슈킨)의 환영을 본다. 친구는 볼코노코프에게

    2023.08.16 09:54
  • '커피 29초영화제' 다음달 9일까지 출품하세요

    커피와 함께하는 일상과 삶이 극적으로 변하는 순간을 짧은 이야기 영상으로 펼쳐 놓는 ‘제8회 커피 29초영화제’가 열린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하며 국내 최대 커피문화축제인 ‘청춘, 커피 페스티벌’이 후원한다. 이번 영화제 주제는 ‘[ ]을 바꾸는 커피 한 잔’이다.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여유를 가지며 지친 마음을 달래고, 연인이나 친구와 커피를 함께 나누며 더욱 빛나는 사랑과 우정의 순간 등을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 완성된 작품은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출품하면 된다. 출품 기간은 11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다. 총상금은 1500만원으로 장르와 출품작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14일 잠실 롯데월드 잔디광장에서 열리는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과 함께 진행된다. 수상작은 네티즌 심사 20%, 전문가 심사 80%를 반영해 결정한다. 네티즌 심사는 댓글과 조회 및 추천 수 등을 종합 집계한다. 전문가 심사는 관련 전문가로 구성된 위원단이 엄격하고 공정한 평가를 할 예정이다. 최종 수상작은 사전 고지 없이 시상식 당일 현장에서 발표한다. 출품작은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는 ‘청춘, 커피 페스티벌’의 홍보 콘텐츠로 활용될 예정이다. 29초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꾸는 커피 한 잔에서 피어날 다채로운 이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toughlb@hankyung.com

    2023.08.15 18:10
  • 판도라의 상자가 열리자…원자폭탄 설계자는 울음을 터뜨렸다

    “제 손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가 묻어 있어요.”미국의 이론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분)는 백악관에서 대통령 해리 트루먼(게리 올드먼 분)에게 이렇게 말한다. 고개를 숙이고 자책하듯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는 오펜하이머를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트루먼은 말한다.“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있었던 일본인들이 핵폭탄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딴 거 신경이나 쓸 거 같소? 그들에겐 투하 명령을 내린 사람만이 기억될 거요. 내가 투하 명령을 내렸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소이다.”대통령 집무실을 힘없이 걸어 나가는 오펜하이머를 쳐다보던 트루먼은 보좌관에게 말한다. “저 울보를 다시는 여기 들이지 말게”.15일 개봉하는 미국·영국 합작 영화 ‘오펜하이머’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렸다. ‘메멘토’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이 ‘덩케르크’(2017) 이후 두 번째로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의 삶에 기반해 만든 장편영화다.영화는 여러 다른 시간대의 교차 편집, 흑백과 컬러 화면의 사용 등 놀런 감독의 전작인 ‘덩케르크’ ‘메멘토’에 적용한 기법을 함께 사용하면서 서사를 진행한다. 오펜하이머의 영국 유학 시절에서 ‘맨해튼 프로젝트’로 이어지는 기본 시간대는 총천연색 컬러로, 1954년 원자력 협회에서 벌어진 오펜하이머 청문회는 약간 빛바랜

    2023.08.13 18:14
  • "나는 세상의 파괴자"…'원자폭탄의 아버지' 오펜하이머

    “제 손에는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피가 묻어있어요" 미국 이론물리학자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킬리언 머피 분)는 백악관에서 대통령 해리 트루먼(게리 올드만)에게 이렇게 말한다. 고개를 숙이고 자책하듯 자신의 두 손을 내려다보는 오펜하이머를 경멸하는 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트루먼은 말한다.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있었던 일본인들이 핵폭탄을 누가 만들었는지, 그 딴거 신경이나 쓸 거 같소? 그들에겐 투하명령을 내린 사람만이 기억될 거요. 내가 투하명령을 내렸소. 히로시마와 나가사키는 당신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소이다.” 대통령 집무실을 힘없이 걸어나가는 오펜하이머를 쳐다보던 트루먼은 보좌관에게 말한다. “저 울보를 다시는 여기 들이지 말게". 15일 개봉하는 미국·영국 합작 영화 ‘오펜하이머’ 후반부에 나오는 장면이다. 이 영화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 원자폭탄 개발 계획인 ‘맨해튼 프로젝트’를 주도한 물리학자 오펜하이머의 삶을 그렸다. ‘메멘토’ ‘다크 나이트‘ ‘인셉션’ ‘인터스텔라’ 등을 연출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 ‘덩케르크’(2017) 이후 두 번째로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의 삶에 기반해 만든 장편영화다. 카이 버드와 마틴 셔윈이 함께 쓴 오펜하이머 평전<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를 읽고 감동을 받은 놀란 감독은 이 평전에 극적 상상력과 허구를 가미해 직접 시나리오를 썼다. “프로메테우스는 신들로부터 불을 훔쳐 인간에게 주었다. 그 형벌로 그는 바위에 묶여 영원히 고통받았다”는 영화의 오프닝 문구와 주인공이 원자폭탄 투하 이후 겪는 내적 번민과 외적 고난에 대한 세밀한 묘사에서 오펜하이머를 프로메테우

    2023.08.11 18:16
  • 커피 한 잔에서 비롯된 극적인 변화…제8회 커피 29초영화제 공모

    커피와 함께하는 일상과 삶이 극적으로 변하는 순간을 짧은 이야기 영상으로 펼쳐 놓는 ‘제8회 커피 29초영화제’가 열린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29초영화제 사무국이 주관하며, 국내 최대 커피문화축제인 ‘청춘, 커피 페스티벌’이 후원한다. 이번 영화제의 주제는 ‘[ ]을 바꾸는 커피 한 잔’이다.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여유를 가지며 지친 마음을 달래고, 연인이나 친구와 커피를 함께 나누며 더욱 빛나는 사랑과 우정의 순간 등을 29초 영상에 담으면 된다. 완성된 작품은 29초영화제 홈페이지에 온라인으로 출품하면 된다. 출품 기간은 11일부터 다음달 9일까지다. 총상금은 1500만원이며, 장르와 출품작 수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 시상식은 오는 10월 14일 잠실 롯데월드 잔디광장에서 열릴 ‘2023 청춘, 커피 페스티벌’과 함께 진행된다. 수상작은 네티즌 심사 20%, 전문가 심사 80%를 반영해 결정한다. 네티즌 심사는 댓글과 조회 및 추천 수 등이 종합 집계된다. 전문가 심사는 관련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단이 엄격하고 공정한 평가를 진행할 예정이다. 최종 수상작들은 사전 고지 없이 시상식 당일 현장에서 발표한다. 출품작들은 한국경제신문이 주최하는 ‘청춘, 커피 페스티벌’의 홍보 콘텐츠로 활용될 예정이다. 29초영화제 사무국 관계자는 “평범한 일상을 특별하게 바꾸는 커피 한 잔에서 피어날 다채로운 이야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송태형 문화선임기자

    2023.08.1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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