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이 순간’을 놓치면 당신의 자리는 없을지도 모른다.2024년의 달력이 단 한 장밖에 남지 않은 지금, 옷깃을 여미고 걸음을 재촉해야 할 곳이 있다면 공연장이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올 한 해를 잘 보냈다고 서로 다독일 수 있는 무대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어떤 무대는 소리만으로도 200년 전 그때로, 어떤 무대는 내 생애 가장 순수했던 어린 시절로, 어떤 무대는 낭만의 계절로 우리를 이끈다.클래식 음악과 발레가 낯설고 어려운 장르라는 편견은 잠시 내려놔도 좋다. 연말만큼은 누구와 함께해도 우리에게 익숙한 레퍼토리로 많은 공연장과 영화관이 장식된다. 차분하고 웅장한 클래식 음악으로 우아한 기분을 내고 싶다면 ‘합창 교향곡’을 검색해보자. 12월 내내 국내 주요 오케스트라가 전국 곳곳에서 합창 교향곡을 이어간다. 서울시립교향악단은 소프라노 황수미, 테너 김성호 등 정상급 성악가와 함께 연주한다. KBS교향악단은 소프라노 서선영과 김선미,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등과 협연한다.‘12월엔 호두’를 외치는 발레팬을 위한 ‘호두까기 인형’은 전국 곳곳에서 환상의 세계로 안내한다. 차이콥스키의 낭만적인 음악과 함께 다채로운 안무, 화려한 무대가 성인 관객의 마음까지 사로잡는 공연이다. 뮤지컬·연극계에서도 관객의 마음을 뜨겁게 할 대작들이 개막을 앞뒀다. 올해 최고의 기대를 모은 ‘알라딘’이 뮤지컬로 오늘 관객을 처음 만난다. 조승우, 홍광호 등 걸출한 스타들이 거쳐가고, 관객 20만 명이 감상한 ‘지킬 앤 하이드’ 역시 곧 공연을 앞두고 있다.부드럽고 따뜻한 재즈 선율이 어울리는 계절이어서일까. 세계적인 재즈 보
빨간 옷을 입은 왕자와 하얀색 튀튀를 입은 클라라(혹은 마리)가 이끄는 환상 동화 ‘호두까기 인형’은 송년 스테디셀러다. 1892년 12월 18일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에서 초연했으니 그 역사만 벌써 132년이다.호두까기 인형 포스터가 등장하면 많은 이들이 연말을 실감하며 가족, 연인, 친구와 함께 송년 발레를 보러 갈 채비를 한다. 발레 무용수들은 11월 중순부터 환상적인 동화의 세계로 떠난다. 유니버설발레단은 지난 15일 대구를 시작으로 대전, 성남, 군포, 경기 광주에서 국립발레단은 오는 23일 천안부터 대구, 세종, 강릉, 전주 등에서 지방 투어를 이어간다.12월 서울에서는 양대 발레단뿐만 아니라 작은 발레단들도 호두까기 행렬에 가세한다. 다음달 13일부터 30일까지 4개 단체의 호두까기 인형을 볼 수 있다. 국립발레단은 서울 예술의전당(12월 14~25일)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12월 19~30일), M발레단은 성동구 소월아트홀(12월 20~21일), 서울발레시어터는 마포아트센터(12월 13~15일)에서 각각 다른 매력의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발레 호두까기 인형은 모두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 성탄절 전날 밤 주인공 소녀는 대부이자 마술사 드로셀마이어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고, 무대는 소녀의 꿈으로 바뀐다. 대부의 마술로 소녀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호두까기 인형은 왕자로 변신해 펼쳐지는 환상적인 내용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스타 등용문이라고 불릴 만큼 다양한 등급의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캐스팅되는 작품이다. 전막 내내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드라마 발레와 같은 고도의 연기력이나 카리스마를 상대적으로 덜 요구한다. 그럼
"호두까기 인형을 매년 꾸준히 봐주시는 분들께 제가 질문하고 싶어요, 매년 만나는 작품이니까, 오히려 더 기대되고 설레지 않으신가요?"이미 한 차례 지방 투어를 통해 클라라(호두까기 인형 주인공)로 올해 무대를 시작한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41). 2002년 입단해 군무 일원부터 수석무용수까지 근성과 집념으로 계단을 차근차근 밟아온 발레리나다. 2009년 유니버설발레단의 자선 공연부터 매해 호두까기 인형의 여주인공인 클라라를 맡고 있다. 출산과 코로나 시기만 빼면, 호두까기 인형 무대에 섰다. "올해는 클라라로 어떻게 다른 점을 보여줄지 연구하고 있다"는 그를 지난 19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만났다. "연말 호두까기 인형을 준비할 시기가 되면 저는 2009년 첫 무대가 떠올라요. 그때 처음 클라라로 무대에 섰던 날이 생각나면서, 벅찬 감정이 돼요. 매년 하니까 물린다, 싫다 이런 생각을 한 번도 한 적 없어요."클라라는 강미선에게 어린 시절부터 꿈과 같은 존재였다. 초등학교 시절엔 '어린 클라라'를 연기하는 초등학교 6학년 언니들이 부러웠다. 선화예술중학교 시절엔 유난히 발레를 잘했던 학우들이 '어린 클라라'를 맡아서 또 부러웠다. "어린 클라라를 끝내 할 수는 없었지만 호두까기 인형의 무대에서 여러번 조연으로 춤추면서 이 작품을 진심으로 사랑하게 됐어요." 강미선은 입단 후 7년만에 어른 클라라를 비로소 연기하게 됐다.그는 눈을 감고 두 팔을 올렸다. 막이 전환해 클라라가 성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씬의 마임이었다. "클라라가 극중 꿈 속에서 성장한 모습으로 왕자와 환상적인 크리스마스를 보내
서울 세종문화회관은 서울시뮤지컬단 창작 뮤지컬 '맥베스' 개막을 한 주 앞두고 12월 5일 민음사와 함께 '뮤지컬 북토크'를 연다고 20일 밝혔다. 뮤지컬 북토크는 세종문화회관 세종라운지 지하 1층 세종예술아카데미 서클홀에서 열린다.맥베스는 햄릿, 리어왕, 오셀로와 함께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맥베스 역시 다른 비극 작품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무대 공연으로 변주되면서 사랑받아온 고전이다. 스코틀랜드의 왕족이자 장군으로 이름을 떨친 영주 맥베스가 밤중 마녀들을 만나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고, 야심을 채우기 위해 살육을 저지르면서 종래에 자신도 복수를 당하며 파국을 맞는 내용이다. 이번 뮤지컬 북토크는 1부 김하나 작가의 맥베스 강연과 2부 뮤지컬 맥베스의 신재훈 연출가와 대담으로 구성된다. 연출가가 바라보는 셰익스피어와 뮤지컬 맥베스에 관한 이야기뿐 아니라, 연출로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부분 등을 짚어본다. 올해 맥베스로 캐스팅된 허도영, 맥버니 역할의 이연경이 작품의 곡들을 그 자리에서 들려줄 계획이다. 뮤지컬 북토크에 참여하려면 민음사 홈페이지 내 이벤트 탭에서 신청하면 된다. 참여 인원은 60명으로 선착순 마감된다. 서울시뮤지컬단은 유튜브 채널로 북토크 현장을 생중계할 예정이다.서울시뮤지컬단의 맥베스는 지난해 초연작으로, 오는 12월 12일부터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 다시 오른다. 세종문화회관은 셰익스피어 작품과 관련한 공연을 장르나 장소에 구분없이 관람했던 이들에게 맥베스 티켓 할인 행사도 진행한다. 예술의전당의 연극 '햄릿'이나 국립극단의 '햄릿'을
지난 16일(현지시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은 성명을 통해 수석무용수인 블라디미르 쉬클리야로프가 39세 일기로 사망했다고 발표했다. 1985년 레닌그라드 태생인 그는 2003년 바가노바 발레 아카데미를 졸업한 후 세계적 명성의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했다.고인은 <백조의 호수> <돈키호테> <지젤> <스파르타쿠스> 등 유명 작품에서 명성을 떨쳤고 2011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로 승급했다. 그는 지난 20년간 프로무용수로 활약하면서, 어느 발레단이나 함께 공연하고 싶은 발레리노가 됐다. 영국 로열발레단과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에서 객원 주역 무용수로서 활약한 바 있다. 2019년에는 방한해 유니버설발레단과 함께 창작발레 <춘향> 무대에 섰다.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춘향을 맡았고 그는 이몽룡을 맡아 '푸른 눈의 도련님'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마린스키발레단에 게시된 수석무용수 소개 글에는 그에 대한 평단의 찬사가 함께 올려져있다. 무용 전문지 '댄스 탭'은 그는 무엇이든 다 잘하는 무용수(He is good at everything)이라고 첫머리에 썼다. 높은 점프, 빠르고 빈틈 없는 회전, 정갈한 발동작 등 최고의 테크닉은 물론 조화로운 외모와 기분 좋은 이미지까지 갖춘 최고의 발레리노라고 설명했다.쉬클리야로프는 출중한 연기력으로도 주목받았다. 댄스 탭은 <지젤>에서 시골 처녀 지젤을 희롱하다 그녀를 죽음에 이르게 한 뒤 회한에 잠기는 남자 주인공 알브레히트를 매우 설득력있게 연기했다고 언급했다. 궁정 생활로 인한 염증, 시골의 삶을 경험하며 느끼는 자유로움과 기쁨을 매우 대조적으로 잘 표현해 냈다는 것이다. 사인이 아직 밝혀지지 않
“세계를 누비는 훌륭한 제자들과 함께 우리 발레의 실력을 알리고 싶어 이번 공연을 마련했어요.”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한국종합예술학교 연구실에서 김선희 교수(65·사진)를 만났다. 그는 1996년 한예종 무용원 창립 후 학교에 몸담으며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수많은 발레 영재를 길러냈다. 내년이면 어느덧 정년 퇴임. 그는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 있는 특급 제자를 한데 모아 내년 1월 서울에서 공연을 연다. 김 교수는 “지난 30년 동안 한국 발레는 다른 예술 분야보다 압축적으로 성장해 엄청난 아웃풋(결과)을 냈다”며 “발레라는 예술에 대한 다양한 지원책도 이번 공연을 계기로 논의되길 바란다”고 전했다.무대에 서는 면면은 화려하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박세은,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채지영, 로열발레단 솔리스트 전준혁, 아메리칸발레시어터 박선미 등 40여 명이 모인다. 20만원의 티켓값에도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R석이 모두 팔려나갔다.김 교수는 지난여름 제자들이 속한 발레단 예술감독들에게 일일이 서신을 띄웠다. 그는 “보석 같은 무용수를 잠시 서울로 초청해 한국 관객에게 소개하고 싶다고 간청했다”며 웃었다. 전년도 8월 말부터 당해년 6월까지 공연의 한 시즌이 이어지기에 1월은 시즌의 한가운데다. 연말 공연이 지나 한숨을 돌리며 다음 작품을 준비하는 시기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제자가 ‘단장님이 허락했어요. 꼭 갈게요’라더군요. 심지어 몇몇 발레단 예술단장님은 공연을 보러 서울에 오지요.”내년 1월 11~12일 서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발레의 별빛’이란 이
"여성들 예술단체로는 일본의 다카라즈카(寶塚) 가극단이, 중국의 월극(越劇)이 있지요. 여성국극도 우리나라에서 인정받고 싶습니다."홍성덕 한국여성국극예술협회 이사장은 14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 공연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여성국극은 소리와 춤, 연기가 어우러진 국악극이다. 1948년 박록주 명창이 여성국악동호회를 설립해 활동한 것이 시초로 알려졌으며 한국전쟁 이후 1950년대 선풍적 인기를 누렸다. 모든 배역을 여성이 도맡아 연기하는 장르라는 특색, 춘향전과 자명고 등 남녀간 사랑을 다루는 이야기에 집중해 배우에 대한 팬덤이 상당했다. 다만 레퍼토리 변주에 실패하고 단체들이 난립하면서 빠른 쇠퇴의 길을 걷게 됐고, 지금은 간신히 명맥만 이어오고 있는 실정이다.홍성덕을 비롯한 여성국극 원로배우들은 국가유산진흥원과 함께 다음달 3일 국가무형유산전수교육관 민속극장 풍류(서울 삼성동)에서 여성국극 특별공연 '한국 최초 여성 오페라, 전설이 된 그녀들(이하 전설이 된 그녀들)'을 올릴 예정이다.홍성덕(80), 이옥천(78), 허숙자(85), 이미자(79), 남덕봉(79). 1939~1946년 태어난 이 배우들은 여성국극 2세대 배우로 불린다. 조금앵, 임춘앵 등 1세대 배우(위 사진 남역)들의 공연을 보며 여성국극계로 들어와 일생을 투신했다.어찌보면 쇠퇴기가 본격화한 시대부터 지금까지, 일종의 책임감을 안고 여성국극을 지켜온 인물들이다. 2009년 중국의 월극이 유네스코에 등재될 때나 일본의 다카라즈카가 지원을 받으며 현대적 레퍼토리를 채워 인기를 다시 이어가는 모습들을 보며 가장 아쉬워했을 장
빨강 옷을 입은 왕자와 하얀색 튀튀를 입은 클라라(혹은 마리)의 환상 동화 <호두까기 인형>은 대표적인 송년 스테디셀러다. 국내 발레단은 11월 중순부터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유니버설발레단은 15일 대구를 시작으로 대전, 성남, 군포, 경기도 광주에서 국립발레단은 23일 천안부터 대구, 세종, 강릉, 전주 등 지방 투어를 이어간다.12월이 되면 서울에서는 양 발레단 뿐만 아니라 작은 발레단들도 호두의 행렬에 가세한다. 다음달 13일부터 30일까지 4개 단체의 호두까기 인형을 볼 수 있다. 국립발레단은 서울 예술의전당(12월 14~25일)에서, 유니버설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12월 19일~30일), M발레단은 성동구 소월아트홀(12월 20~21일), 서울발레시어터는 마포아트센터(12월 13~15일)에서 단체별 개성이 두드러진 <호두까기 인형>을 무대에 올린다. 14일 기준으로 이미 예매가 시작된 곳은 유니버설발레단과 서울발레시어터. 국립발레단은 오는 20일, M발레단은 다음주 중 예매가 시작된다.<호두까기 인형>은 모두 독일 작가 에른스트 호프만의 동화를 원작으로 한다. 성탄절 전날 밤 주인공 소녀는 대부이자 마술사 드로셀마이어에게 호두까기 인형을 선물받고, 무대는 소녀의 꿈으로 바뀐다. 대부의 마술로 소녀는 아름다운 여성으로 호두까기 인형은 왕자로 변신해 펼쳐지는 환상적인 내용이다. <호두까기 인형>은 수년전부터 스타 등용문이라고 불릴만큼 다양한 등급의 무용수들이 주역으로 캐스팅되는 작품이다. 전막 내내 즐겁고 신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데, 드라마 발레와 같은 고도의 연기력이나 카리스마를 상대적으로 덜 요구한다. 그럼에도 가장 대중적으로 알려져
현대발레의 거장 조지 발란신과 윌리엄 포사이스의 안무작은, 저작권료도 비싸지만 무용수들의 기량이 철저히 뒷받침돼야 한다. 한마디로 돈만 낸다고 무대에 올릴 수 없단 것.그런데 어느샌가부터 한국인 무용수들이 이 까다로운 거장들의 작품을 공연하고 국제적 성과를 올리는 일들이 생겨났다. 윌리엄 포사이스는 보스턴발레단 상임 무용가였던 시절 한국인무용수 채지영, 이선우, 이상민을 위해 트리오 작품(부저드&캐스트렐)을 만들어줬다. 파리오페라발레단 박세은은 조지 발란신의 '주얼스'로 브누아 드 라 당스 상을 탔다. 박세은, 채지영 등 미국과 유럽의 유수 발레단의 주역급 무용수로 뛰고 있는 한국인 무용수 대부분은 한국예술종합학교를 거쳤다.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 네덜란드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최영규,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박세은, 보스턴발레단 수석무용수 채지영, 영국 로열발레단 솔리스트 전준혁,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솔리스트 박선미, 폴란드국립발레단 퍼스트솔리스트 정재은, 올해 파리오페라발레단에 1등으로 입단한 이예은, 내년 초 마린스키발레단에 솔리스트로 입단할 전민철까지 최고의 무용수들에겐 한예종 무용원 김선희 교수(65)의 지도가 있었다.러시아 마린스키발레의 바가노바 발레학교에서 지도자 과정을 마친 그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실기과 교수, 무용원장 등을 역임했다. 1996년 무용원 창립과 함께 한예종에 몸담은 이래 30년이 흘러 내년이면 정년퇴임이다. 그는 최고의 기량을 펼치고 있는 제자들을 한데 모아 내년 1월 서울에서 성대한 발레 잔치를 열기로 했다. 그를 지난 11일 서울 서초동 한예종 연구실에서 만났다.
국립중앙극장(이하 국립극장)이 일본 도쿄소재 신국립극장과 한일 문화교류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고 12일 발표했다. 이번 협약은 2025년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양국 간 문화예술 교류와 협력을 촉진하고 공동 사업을 확대하기 위한 취지로 이뤄졌다. 협약의 구체적인 내용은 '문화예술 인적교류 확대'와 '예술사업 교류 활성화', 그리고 '양극장 시설과 인프라 활용'등으로 구성됐다. 업무협약의 첫 걸음으로 내년 2월 8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서는 일본 신국립극장이 올렸던 알렉스 올레 연출작인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를 1회 상영한다. 내년 8월 28일에는 도쿄 신국립극장 중국장에서 국립무용단의 <무용극 호동(2022년 버전)>과 차진엽 안무·연출작인 <몽유도원무>도 상영할 계획이다. 박인건 국립극장장은 이번 협약 체결에 대해 "양국의 문화 유대를 공고히 하고 창의성과 예술적 잠재력을 극대화하는 새로운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일본 신국립극장은 일본 유일의 국립극장으로 오페라, 발레, 전통 무용 등 각종 예술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극장이자 일본을 대표하는 오페라하우스로 이름이 알려져 있다. 이해원 기자
갈라는 명작의 일부를 발췌해 꾸민 무대다. 종합 선물세트 같아서 장단점이 명확하다.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이지만 대단원을 향해 가는 긴장감을 맛보기가 어렵다. 발레 갈라도 그렇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BT)가 내한 갈라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했을 때 고전 발레의 하이라이트를 짜깁기해 색다른 모습을 제시할 수 있겠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던 이유다.지난 9~10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펼쳐진 ABT 갈라는 ‘확실한 한 방’을 선사해줬다. ‘더 나잇 인 뉴욕’이라는 제목을 달고 무대에 등장한 무용수들이 자유로움과 열정으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발레리노들은 단단한 코어 근육을 자랑하며 용수철처럼 뛰어올랐고, 중심축이 흔들리지 않게 착지했다. 격동적으로 춤을 추다가 어느 한순간 정지화면처럼 온몸의 근육을 꽉 조여 멈추는 안무 구성도 신선했다. 하늘하늘, 흐르는 물처럼 움직임을 이어가는 유럽식 발레에 익숙한 발레 팬들에게 새로운 볼거리를 안겨준 건 확실해 보였다.백미는 1부의 마지막인 ‘성조기 파드되’였다. 안무가 조지 발란신이 만든 작품으로 높은 저작권료 때문에 국내에서 접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양인치고는 작은 두 남녀 무용수가 미국 군가에 맞춰 등장했는데 놀라울 정도의 무대 장악력을 보였다.발레리노 제이크 록샌더는 갈라 공연임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개척자 정신을 담고 있는 뉴욕이란 도시를 발레로 전달하는 데 사력을 다했다. 윙크와 깜찍한 경례 같은 무대 매너와 함께 힘찬 도약과 손끝 발끝까지 터져나가는 에너지를 모두 보여줬다. 마치 발에 스프링이 달린 듯한 모양새로 군가의 박자를 가지
내년 2월 2~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프리 드 로잔’(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본선에 한국 학생 14명이 올랐다. 본선에서 경쟁을 치르는 전체 무용수(86명)의 16%가 넘는다. 5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 한국보다 많은 본선 진출자를 배출한 나라는 미국(17명)이 유일하다. 일본에서는 13명이 본선에 참여한다.프리 드 로잔 조직위원회는 비디오 심사를 통해 선발한 본선 진출자를 11일 공개했다. 본선 명단에는 이름과 나이, 국적, 학교 등이 영어로 적혀 있다. 콩쿠르 참가 연령은 만 15~19세다. 한국 학생 14명 가운데 본선 진출자가 가장 많은 학교는 선화학교였다. 중학생 3명과 고등학생 4명 등 모두 7명이 뽑혔다. 서울예고와 계원예고에서 각각 3명, 부산예고도 1명이 진출했다. 여성 무용수는 10명, 남성 무용수는 4명이다.본선 진출자 가운데 20여 명이 파이널리스트(결선 진출자)로 선정되며 이 중에서 우승자가 가려진다. 우승자는 많게는 8명까지 선정된다. 최종 우승자는 세계 유스 발레단에 견습단원으로 입단하거나 명문 발레학교에서 수학할 기회를 얻는다.한국인 최초로 로잔 콩쿠르에서 우승한 사람은 강수진 국립발레단장(1985년)이다.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 수석무용수인 서희,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 박세은 등의 발레 스타들도 이 콩쿠르를 거쳐 갔다.이해원 기자
갈라는 명작의 일부들을 발췌해 꾸민 무대다. 종합 선물세트 같아서 장단점이 명확하다. 누구나 즐길 수 있을 만큼 대중적이지만 대단원을 향해 가는 긴장감을 맛보기가 어렵다. 발레 갈라도 그렇다. 미국 아메리카발레시어터(ABT)가 내한 갈라 공연을 선보이겠다고 했을 때 유명 고전 발레의 하이라이트를 짜깁기해서 색다른 모습을 제시해 줄 수 있겠느냐가 최대 관심사였던 이유다. 이프로덕션이 지난 2022년에 이어 세번째로 기획한 갈라 공연 <더 나잇 인 뉴욕>이 지난 9~10일 서울 광진구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펼쳐졌다. 초청된 ABT 무용수들은 ‘확실한 한 방’을 선사해줬다. <더 나잇 인 뉴욕>이라는 제목을 달고 무대에 등장한 무용수들은 자유로움과 열정으로 무대를 즐기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발레리노들은 단단한 코어 근육을 자랑하며 용수철처럼 뛰어올랐고, 중심 축이 흔들리지 않게 착지했다. 격정적으로 춤을 추다가 어느 한순간 정지화면처럼 온 몸의 근육을 조여 멈추는 안무 구성도 신선했다. 하늘하늘, 흐르는 물처럼 움직임을 이어가는 유럽식 발레에 익숙했던 발레 팬들에겐 새로운 볼거리를 안겨준건 확실해보였다.백미는 1부의 마지막인 <성
내년 2월 2~9일 스위스 로잔에서 열리는 ‘프리 드 로잔(로잔 국제 발레 콩쿠르)’ 본선에 한국 학생 14명이 올랐다. 본선에서 경쟁을 치르는 전체 무용수들(86명)의 16%가 넘는다. 반세기의 역사를 자랑하는 이 대회에 한국보다 많은 본선 진출자를 배출한 나라는 미국(17명)이 유일하다. 일본은 13명이 본선에 참여한다. 프리 드 로잔 조직위원회는 비디오 심사를 통해 선발한 본선 진출자를 11일 공개했다. 본선 명단에는 이름과 나이, 국적, 학교 등이 영어로 적혀있다. 한국 학생 14명 가운데 본선진출자가 가장 많은 학교는 선화학교였다. 중학생 3명과 고등학생 4명 등 모두 7명이 뽑혔다. 서울예고와 계원예고에서 각각 3명, 부산예고도 1명이 진출했다. 여성무용수는 10명, 남성무용수는 4명이다. 본선 진출자는 스위스 로잔에 모여 경연한다. 본선 진출자 가운데 20여명이 파이널 리스트(결선 진출자)로 선정되며 이중에서 우승자가 가려진다. 로잔 콩쿠르가 특이한 점은 무대 위에서의 모습만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회가 진행되는 약 일주일간 참가자들은 매일 연습시간인 ‘발레 클래스’에 참여하게 되는데, 클래스 때 무용수로서의 태도와 기량까지 무대 위 경연과 함께 종합적으로 평가된다. 이렇게 선발된 파이널리스트들은 결선 무대에서 클래식 발레 1편과 컨템포러리 발레 1편을 심사위원 앞에서 보여줘야 한다. 우승자는 주로 복수로 선발되는데 많게는 8명까지 선발된 바 있다. 로잔 콩쿠르는 대회 전과정을 일반인에게 공유하는 것도 특징이다. 대회 기간의 클래스, 결승무대, 결승 후 갈라 공연 등의 티켓도 판매하는 식으로 일반의 관심을 유도한다. 로
1880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태어난 미하일 포킨(사진)은 20세기 클래식 레퍼토리에 큰 영향을 미친 무용수이자 안무가다.아홉 살에 상트페테르부르크 발레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마리우스 프티파의 지도 아래 ‘탈리스만’으로 무대에 데뷔했다. 그림에도 열정적이었고 만돌린, 돔라 등 악기도 연주할 정도로 예술 분야 다방면에서 재능을 보였다.그는 20세기 초를 뒤흔든 유럽 발레단 발레뤼스의 첫 상주 안무가로 1909년 임명돼 활동했다. 1910년 작곡가 니콜라이 림스키코르사코프와 ‘세헤라자데’를 발레로 만들었다. 역사적으로는 부정확한 요소가 많았지만 세헤라자데는 화려한 색상, 이국적인 분위기 등으로 큰 성공을 거뒀다. 1914년 제1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포킨은 1918년 스웨덴으로 이주한 뒤 다시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1921년 발레학교를, 1924년에는 아메리칸 발레 컴퍼니를 설립했다. 포킨은 유럽과 미국에서 80개 이상의 발레를 무대에 올렸다. ‘빈사의 백조’를 비롯해 그의 작품들은 여전히 국제적으로 사랑받는다.포킨은 명확하고 완전한 아이디어를 갖추고 첫 리허설에 참석하는 완벽주의자였다. 안무 발상, 악보를 외우는 능력이 뛰어났던 것으로 전해진다.이해원 기자
“우린 이제 로봇이란 말 안 써. 인공 인간이라고 하지.”무대 위 아이들은 로봇을 인공 인간이라고 부른다. 이들에게 로봇을 기계의 집합체로 보는 시대는 과거며, 인간과 로봇은 이미 어떠한 관계를 형성한 존재란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달 7~10일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프랑스 연극 ‘이야기와 전설’은 로봇과 함께하는 인간들의 일상을 청소년 관점에서 관찰하도록 연출됐다. AI와 함께하는 일상 사실적으로 그려연극은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과 AI휴머노이드(사람처럼 생긴 인공지능 로봇)의 일상적 관계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연극 속에서는 10가구당 1개의 휴머노이드가 있다고 가정한다. 로봇은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거나, 요리와 가사를 돕거나, 말동무가 돼 준다. 청소년들은 로봇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려고 시도하고, 감정 조절이 미성숙한 관계로 로봇에 심하게 의존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마치 10년 안에 도래할 우리 일상을 미리 엿본 것 같았다.연출가 조엘 폼므라(61·사진)는 LG아트센터 대극장 중 절반인 500석만 관객이 들도록 했다. 마치 거실의 소파에서 무대를 바라보듯,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절제된 무대에서 10명의 배우는 속사포 같은 대사를 치며 110분간 극을 이어갔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혼란한 성 정체성, 부모와의 아슬아슬한 관계, 죽음, 진실과 거짓을 탐구하는 청소년기의 아이들을 중심으로 11개 이야기가 촘촘하게 쌓였고 한순간도 눈을 뗄 수 없었다.거리의 소년들은 과거 욕정을 느낀 상대가 여성의 모습을 한 로봇이었단 걸 알고 수치심에 젖었다. 그들은 길에서 마주친 다른 여자아이에게 “로
“우린 이제 로봇이란 말 안 써, 인공 인간이라고 하지.”무대 위 아이들은 로봇을 인공 인간이라고 부른다. 이들에게 로봇을 기계의 집합체로 보는 시대는 과거이며, 인간들과 로봇은 이미 어떠한 관계를 형성한 존재란 점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7일부터 10일까지 서울 마곡동 LG아트센터에서 공연된 프랑스 연극 <이야기와 전설(연출·각본 조엘 폼므라)>은 로봇과 함께 하는 인간들의 일상을 청소년의 관점에서 관찰하도록 만들었다.연극은 자연에서 태어난 인간과 AI휴머노이드(사람처럼 생긴 인공지능 로봇)의 일상적 관계를 매우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연극 속에서는 10가구당 1개의 휴머노이드가 있다고 가정한다. 로봇은 아이들의 숙제를 봐주거나, 요리와 가사를 돕거나, 말동무가 돼 준다. 인간 청소년들은 로봇과 정서적인 교감을 나누려고 시도하고, 감정 조절이 미성숙한 관계로 로봇에 심하게 의존하는 장면도 등장한다. 마치 10년 안에 도래할 우리 일상을 미리 엿본 것 같았다.연출가 조엘 폼므라(61)는 LG아트센터 대극장 중 절반인 500석만 관객이 들도록 했다. 마치 거실의 쇼파에서 무대를 바라보듯, 몰입감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었다. 절제된 무대에서 10명의 배우들은 속사포 같은 대사를 치며 110분간 극을 이어갔다. 남자다움과 여자다움, 혼란한 성 정체성, 부모와의 아슬아슬한 관계,
무대 안팎 무용수들의 아름다움을 그림으로 담아두는 사람. 무용 드로잉을 하는 베로니카제이(35)는 지난해부터 미국과 유럽, 국내 갤러리에 그림을 전시하며 주목을 받기 시작한 신예 작가다. "무용수들은 아름다운 장면, 완벽한 무대를 보여주기 위해 무대 뒤에서 수천번 연습해요. 보통 무대 위에서 모습으로 대중들은 기억하지만, 무용과 얽힌 다양한 모습을 그림으로 소개하고 싶었어요." 베로니카제이는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는 걸 좋아했다. 하지만 진지하게 미술로 진로를 생각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대학에서 현대무용을 전공했다. 그는 "무용을 하다보니, 무용수들의 어려움에 더 잘 공감하게 됐고 이를 그림으로 옮겨보면 어떨까 생각만 했다"고 했다. 본격적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건 2020년 팬데믹이 심화하면서부터였다. "요가 강사였는데 코로나19가 터지면서 일이 줄었어요. 이 시기를 어떻게 슬기롭게 버텨나갈까 고민하다가 무용 드로잉을 시작했어요." 2020년부터 온라인 공간에 꾸준히 그림을 올리다가 2년 쯤 지나고 보니 그림 실력이 좋아졌다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발레를 좀 더 잘 그린다는 걸 알게 됐다."발레는 의상도 예쁘고, 백조의 호수처럼 작품 속 상징물도 그림으로 표현하기 좋아요. 그리고 무용수들이 보여주는 선도 예뻐서 즐겁게 그리고 있습니다."베로니카제이는 지난해 신진 작가를 뽑는다는 어느 공모전을 보고 무작정 출품했다. 결과는 한 번에 당선. 특전으로 7명의 작가들과 함께 지난해 2월 서울 인사동 갤러리 이즈에서 첫 전시를 열었다. 보통 개인전은 단체전을 2-3년 진행한 뒤에 진행하는 것이 보통이지만 그는 욕심을
“마당은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있는 곳입니다. 시간으로는 ‘지금’이며 공간으로는 ‘여기’를 의미해요. 연극은 영어로는 플레이(play)고 일본어로 아소비(遊び)인데요. 모두 놀이에서 기인한 말입니다. 마당놀이는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 순수의 연극입니다.”5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린 ‘마당놀이 모듬전’ 간담회에서 손진책 연출가는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전의 골계미, 미래를 향한 개방성, 전통의 계승은 마당놀이가 4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비결”이라고 했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마당놀이 모듬전에서는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라는 별명을 얻은 베테랑 배우 3인방이 특별 출연한다. 윤문식(심봉사)부터 김성녀(뺑덕), 김종엽(놀보) 팔순 안팎의 세 사람은 14년 만에 마당놀이에서 얼굴을 맞댄다.마당놀이는 공영방송 MBC가 1981년 첫선을 보인 이후 30년간 약 350만 명의 관객이 든 작품이다. 1980년대에는 사회 문제를 풍자와 해학으로 대변해 인기를 모았다. 국내 이머시브 공연의 원조 격이다. 배우는 객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고 관객도 공연에 적극 참여했다.윤문식, 김성녀, 김종엽 세 배우는 2010년 마지막 마당놀이 무대에 섰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질 뻔한 이 공연을 국립극장이 ‘극장형 마당놀이’로 재구성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창극단 배우들과 명맥을 이어왔다. 이때는 ‘심청이 온다’ ‘놀보가 온다’ ‘춘향이 온다’ 등 하나의 이야기를 선택해 무대에 올렸다. 대체로 호평이었지만 관객들은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이 없으니 ‘앙꼬 없는 찐빵’”이라
"마당은 우리가 두 발을 딛고 있는 곳입니다. 시간으로는 '지금'이며 공간으로는 '여기'를 의미해요. 연극은 영어로는 플레이(Play)이고 일본어로 아소비(遊び)인데요. 모두 놀이에서 기인한 말들입니다. 마당놀이는 지금 여기, 인간다운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이야기를 다룬 한국 순수의 연극입니다." 손진책 연출가는 5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에서 열린 '마당놀이 모듬전'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그는 "고전의 골계미, 미래를 향한 개방성, 전통의 계승은 마당놀이가 40년이 지나도록 사랑받는 비결"이라고도 꼽았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마당놀이 모듬전에서는 '마당놀이 인간문화재'라는 별명을 얻은 베테랑 배우 3인방도 특별 출연한다. 윤문식(심봉사)부터 김성녀(뺑덕), 김종엽(놀보) 팔순 안팎의 세 사람은 14년만에 마당놀이에서 얼굴을 맞댄다.마당놀이는 공영방송 MBC가 1981년 첫 선을 보인 이래 30년간 약 350만명의 관객이 든 작품이다. 80년대에는 독재정권 등 우리 사회 문제에 대한 서민의 심정을 풍자와 해학으로 대변해 인기를 모았다. 어쩌면 국내 이머시브 공연의 원조격이다. 배우는 객석을 자유자재로 넘나들었고 관객도 공연에 적극 참여했다. 마당 바로 앞에 깔린 멍석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자리 경쟁도 치열했다고 전해진다. 윤문식, 김성녀, 김종엽 등 세 배우는 2010년 마지막 마당놀이 무대에 섰다.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뻔한 이 공연을 국립극장이 '극장형 마당놀이'로 재구성해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립창극단 배우들과 명맥을 이어왔다. 이때는 '심청이 온다', '놀보가 온다', '춘향이 온다' 등 각 이야기를
지난 3일(현지시간) 91세로 별세한 퀸시 존스. 미국 대중음악계에서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했던 인물이었다. 일생동안 80번의 그래미상 후보에 올랐고 28번 수상했다. 400장 이상의 앨범에 이름을 올렸고, 35편의 영화 음악을 작곡했다. 미국 대중문화사의 한 챕터를 그로 정리해도 될 정도다. 퀸시 존스의 가족은 부고를 전하는 성명에서 "우리 가족에게는 엄청난 상실이지만 그가 살았던 위대한 삶을 축하하며 그같은 사람은 다시 없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부고 소식을 전하며 그가 지내온 위대한 삶을 다시금 조명해본다.1933년 미국 시카고에서 탄생한 퀸시 존스는 부모의 이혼 뒤 아버지와 함께 워싱턴 주로 갔다. 14세 때 시애틀의 한 클럽에서 레이 찰스의 밴드에 들어가 트럼펫을 연주하며 본격적으로 음악가의 길을 걸었다. 1950년대부터 클리포드 브라운, 듀크 엘링턴 등 유명 재즈 아티스트의 앨범을 작업하며 이름을 날렸고, 프로듀싱 뿐 아니라 뮤지컬·TV프로그램 제작 등 다방면의 활동을 이어갔다.영화 산업에서도 그의 업적이 적지 않다. 트루먼 카포테의 '인 콜드 블러드' 영화 음악을 만들면서 존스는 헐리우드 영화 음악을 작곡한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으로 기록됐다. 1977년 미국 사회 노예의 뿌리를 추적한 드라마 ‘뿌리’의 음악으로 에미상을 공동수상하기도 했다.하지만 가장 주목받는 건 팝의 황제 마이클 잭슨과의 일군 커리어일 것이다. 1979년 마이클 잭슨이 성인이 되고 처음으로 발표한 5집 '오프 더 월(Off the wall)'은 세계적으로 2000만장이 팔려나간 명반. 마이클 잭슨이 소니로 이적하면서 그의 음반을 소니에서 처음 프로듀싱해 준 사람이 퀸시
깜깜한 무대 위, 산등성이처럼 굴곡진 형체를 살펴보니 몸을 웅크린 채 한 데 모인 무용수들이었다. 싹을 틔우듯 조심스러운 몸짓을 시작하자 봄이 왔다는 것을 바로 직감할 수 있었다. 경쾌한 여름을 지나, 보름달이 높이 뜨자 무용수들이 원형으로 강강술래를 추었다. 이어 천을 휘두르는 무용수의 몸짓에서 매서운 한파가 느껴졌다.76세 한국 전통춤 대가 국수호와 40살 현대무용가 김재덕. 두 사람은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한국의 사계절을 무용(국수호·김재덕의 사계)으로 풀어냈다. 서울시무용단의 신작이기도 한 이번 공연에서, 봄과 여름은 김재덕이 가을과 겨울은 국수호가 고안했다. '국수호·김재덕의 사계'는 사계절을 탄생과 소멸 등의 묵직한 주제로 치환하지 않았다. 어부사시사의 윤선도처럼 자연에 대한 감상을 있는 그대로 전하는 듯했다. 그러면서 계절마다 몇몇 주요한 장면에서, 생명력과 생동감을 보여주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였다. 기술적으로는 한국무용의 손사위 등 국수호 특유의 움직임과 추상화와 같은 김재덕의 몸짓이 섞이면서 나름대로 신선한 동작을 보여주기도 했다. 1988년 서울 올림픽 개막식 연출에 빛나는 국수호의 관록과 김재덕의 에너지를 융합하고자 한 점도 서울시무용단의 새로운 시도여서 기대가 작지 않았다. 하지만 공연이 진행되면서 각 안무가의 스타일이 너무 진하게 드러나, 공연 내에서 조화를 이루지 못한 부분이 간혹 눈에 띄었다. 특히 가을. 봄과 여름에서 느꼈던 원초적 생명력은 가을을 지나면서 수확과 공동체를 의식한 춤으로 갑자기 옮겨갔다. 강강술래나 일렬로
윌리엄 포사이스(사진)는 50년 넘게 안무가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 그는 클래식 레퍼토리와 동일시되던 발레를 21세기형 예술 형식으로 재조명한 안무가로 평가받는다. 발레의 한계를 혁신적으로 확장해 고전 발레가 현대 무용으로 옮겨오는 데 크게 기여했다.1949년 미국 뉴욕에서 태어난 그는 1970년대 초 유럽 무대에 무용수로 등장해 1984년부터 20년간 프랑크푸르트발레단의 예술감독을 지냈다. 그는 수많은 모던 발레 작품을 창작했고, 뉴욕시티발레단, 영국 로열발레단 등 세계 유명 발레단의 주요 레퍼토리도 만들었다. 2005년 포사이스 컴퍼니를 창단한 이후 철학과 미술, 건축, 영상을 결합한 실험적인 예술을 선보이기도 했다. 무용 부문에서 너무 전위적으로 변했다는 평가도 받았지만 최근에는 다시 발레의 현대화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해진다.그의 주요 작품으로는 ‘상승의 한가운데’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 등이 있으며 유럽 지역의 발레단에서 자주 만나볼 수 있다. ‘정교함의 짜릿한 전율’은 놀라운 속도와 정교한 테크닉으로 발레의 고전적인 문법을 해체하며 유수 발레단의 러브콜을 받기도 했다. 남녀 무용수 5명이 복잡한 선율의 슈베르트 교향곡 9번의 피날레곡을 무용으로 가시화한 명작이기도 하다.이해원 기자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1일과 3일 공연은 치열한 예매경쟁이 벌어졌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박세은(35)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이 남녀 주역 페어로 서는 날이다. 표를 구하지 못한 팬들은 시야제한석이라도 구해볼까 싶어서 공연 당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창구 주변을 서성이기도 했다. 15년 만에 국립발레단에서 다시 합을 맞춘 박세은과 김기민. 이들 월드클래스의 공연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어떠한 빈틈도 느낄 수 없었다.박세은은 지난여름 파리오페라발레단 동료들과 함께 한국을 찾아 발레단의 레퍼토리 갈라 무대를 선보여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하이라이트를 모아 놓은 갈라보다는 역시 전막 무대에서 드러났다. ‘라 바야데르’의 주인공 니키아는 수석무용수에 오른다고 해서 다 주어지는 배역이 아니다. 박세은은 니키아에 대해 “발레라는 기본기 위에 자신만의 연기와 주관, 특성을 자연스럽게 노출해야 하는 어려운 캐릭터”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인도의 여성 댄서를 뜻하는 ‘라 바야데르’는 무희 니키아와 니키아의 연인이자 전사 솔로르 그리고 공주 감자티의 삼각관계가 줄거리를 이룬다. 박세은은 이번 무대에서 솔로르가 자신을 배신한 현실과 그러면서도 여전히 그를 사랑하며 함께하고픈 이상 사이의 괴리감을 완벽하게 표현했다. 점프나 고난도의 기술도 뛰어났지만 솔로르에 절망하며 일그러지는 표정으로 죽음을 선택하는 장면에서 니키아의 복잡한 심경이 느껴졌다. 느린 음악에도 자연스럽고 기품 있게 춤을 추는 프랑스 발레가 묻어났다.그랑주테로 등장한 김기민은 솔
3일 막을 내린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 한국 무대에서 박세은(35·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과 김기민(32·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이 남녀 주역 페어로 서는 당일(1일, 3일)까지 예매경쟁이 치열했다. 공연날에 풀리는 '시야제한석'이라도 구하기 위해 많은 이들이 서울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창구 부근을 서성댔다. 15년만에 국립발레단에서 다시 합을 맞추게 된 박세은과 김기민을 언제 또 볼 수 있겠느냐는 기대감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국립발레단은 닷새간 <라 바야데르>를 통해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의도를 훌륭하게 구현했다. 그리가로비치는 주역 무용수들이 무대를 최대한 넓게 쓰도록 독려하는 것으로 알려진 인물. 2000년부터 자신의 레퍼토리를 국립발레단이 공연하도록 지도했다. 국립발레단은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백조의 호수>, <스파르타쿠스>, <호두까기 인형>, <로미오와 줄리엣>을 비롯해 2010년 <라이몬다>를 올려 김지영, 김주원, 김현웅, 이동훈 등 발레스타들이 탄생했었다. 그리가로비치의 무대 특징은 음악이 흐르는 모든 시간이 안무로 짜여져 있다는 것이다. 이번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 역시 그냥 흘러가는 장면이 없게끔 안무를 넣었다. 막과 막 사이에 주요 인물들이 등장하는데 그저 걸어가는 것이 아니라 춤을 추며 지나간다.특히 박세은과 김기민이 남녀 주역으로 선 무대에서는 어떠한 빈틈도 느낄 수 없었다. 주역들의 역량에 따라 무대가 빈약할수도, 반대로 풍성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두 사람이 증명해냈다. 박세은은 지난 여름에도 파리오페라발레단 동료들과 내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 박세은(35)이 열연한 '백조의 호수'가 세계 60개 국가에서 아이맥스 영화로 동시 상영된다. 파리오페라발레단이 자신들의 작품을 영화관에서 공개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개봉에 앞서 오는 4일에는 세계 최초 상영이 서울 압구정 CGV에서 진행된다. 영상에 주역으로 등장하는 박세은이 무대 인사를 통해 국내 발레팬들을 만날 계획이다. 10월 31일 오후 8시에 진행된 무대 인사 예매 티켓은 2시간만에 동났다.'백조의 호수'는 백조와 왕자의 사랑, 혼란에 빠진 인물들의 고뇌를 묘사한 고전 발레 대작이다. 1877년 러시아 볼쇼이극장에서 초연된 이래 안무가 마리우스 프티파, 레프 이바노프에 의해 각색되면서 지금까지도 세계적인 명성을 이어오는 작품이다.파리오페라발레단이 보여줄 이번 '백조의 호수'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예술감독이었던 루돌프 누레예프의 버전이다. 프티파와 이바노프 버전을 발레단 스타일에 맞게 재안무한 누레예프의 백조의 호수(1984년 초연)는 파리오페라발레단의 독자적 레퍼토리로 자리잡았다. 그의 안무는 해외 무대에도 자주 초청된다. 누레예프의 백조의 호수는 올해 2월 일본 도쿄에서, 2019년에는 중국 상하이와 2007년에 호주 시드니에서도 무대에 만나볼 수 있었다.이번 '백조의 호수' 상영은 현대적인 영화기술인 IMAX(아이맥스로 구현됐다. 대형스크린에서 재현되는 무대는 마치 파리의 오페라하우스에서 직접 공연을 감상하는 듯한 몰입감을 준다.352년만에 이 발레단의 최초 동양인 수석무용수가 된 박세은이 주역인 오데트(백조)와 오딜(흑조)을 맡았다. 상대역인 지크프리트 왕자로는 박세은의 에투알
단도(短刀)를 든 니키아에게 겁먹고 도망치는 공주 감자티의 발걸음은 높은 ‘점프’로 표현됐고(1막), 니키아가 독사에 물려 죽자 연인 솔로르는 공주를 따라 무대 뒤편으로 달아나버렸다(2막). 대단원의 막. 죽은 연인(니키아)의 환영을 본 솔로르가 멍하니 홀로 선 채 공연이 끝난다.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공연한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와 확연하게 다른 연출을 보여줬다. 국립발레단은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를 개막 전날인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언론에 미리 공개했다.‘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으로 댄서 니키아와 ‘니키아의 연인’ 전사 솔로르, 공주 감자티의 삼각관계가 줄거리를 이룬다. 러시아 황실에서 탄생한 고전 발레지만 인도의 힌두사원이 배경이어서 무대와 의상, 상체 동작 등이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유니버설발레단이 화려한 안무와 다수의 무용수로 볼거리를 강조했다면 국립발레단은 마임에 춤의 요소를 삽입해 작중 인물의 성격을 보다 입체적으로 연출한 점이 눈에 띄었다. 막과 막 사이, 음악만 흐르던 장면에 주요 인물이 등장해 앞으로 일어날 이야기를 암시하기도 했다. 죽음에 이른 니키아를 버려두고 줄행랑치는 솔로르는 다소 충격적이면서도 한편으론 사실적으로 느껴졌다.국립발레단의 결말은 유니버설발레단과 확연히 달랐다. 유니버설발레단 공연에서는 니키아와 솔로르가 망령의 세계에서나마 이어지지만 국립발레단 무대에서는 이들의 사랑에 두 번의 기회는 없었다. 잠시 꿈속에서 니키아를 만난 솔로르는 다시는 니키아를 만날 수 없다는 현실을 자
단도(短刀)를 든 니키아에 겁먹고 도망치는 공주 감자티의 발걸음은 높은 '점프'로 표현됐고(1막), 니키아가 독사에 물려 죽자 연인 솔로르는 공주를 따라 무대 뒷편으로 달아나버렸다(2막). 대단원의 막. 죽은 연인(니키아)의 환영을 본 솔로르가 멍하니 홀로 선 채 공연이 끝난다. 국립발레단의 <라 바야데르>는 지난달 같은 장소에서 공연된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와 줄거리는 같지만 연출 차이가 또렷했다. 국립발레단은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를 개막 전날인 29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언론에 공개했다. 개막 공연의 캐스팅대로 무대와 의상이 완벽히 갖춰진 상태에서 진행됐다.<라 바야데르>는 프랑스어로 인도의 무희라는 뜻으로 무희 니키아와 전사 솔로르, 공주 감자티의 삼각 관계가 줄거리를 이룬다. 솔로르가 권력 욕심에 국왕의 제안으로 공주와 약혼하던 날, 계략에 빠진 니키아는 꽃바구니 속 독사에게 물려 죽는다. 러시아 황실에서 탄생한 고전 발레지만 인도의 힌두사원이 배경인지라 무대와 의상, 상체 동작이 기존 발레와는 달라 이국적인 느낌을 준다. 발레단은 예술감독으로 러시아 볼쇼이발레단을 33년 이끌었던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97)의 <라 바야데르>를 채택했다. 이는 그가 2013년 창작한 새로운 버전의 안무로, 국립발레단이 그 해 이 버전을 초연한 바 있다.지난달 유니버설발레단이 상대적으로 화려한 안무 및 더 많은 무용수의 투입으로 볼거리를 더했다면 국립발레단은 마임에 춤의 요소를 삽입해 작중 인물들의 성격을 보다 입체적으로 연출한 점이 눈에 띄었다. 또한 막과 막 사이, 음악만 흐르던 장면에 주요 인물들이 등장해 앞으
피아니스트 백건우는 평생 음악 때문에 자신과 싸우고 끊임없이 고뇌해 왔다. 피아노 앞에서 무엇보다 자연스러운 태도가 중요하다던 그는 피아노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것을 거부했다. 자신의 음악적 일상이 피아노 앞에서만 존재하는 것처럼 보여지는 게 싫다고 했다."음악이 무엇인지 알려고 하지 않은 채 그냥 쳤어요. 그 때 나는 한마디로 엉터리지. 어려운 곡을 치는 게 최연소인들, 최초인들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요?"백건우의 인생이 탄탄대로였을 것이란 편견은 산산이 깨졌다. 10살부터 피아노를 쳤던 그가 오랜 시간 피아노를 두려워했다는 고백 때문이었다. 그는 피아노와 첫 만남을 "잘못된 시작"이라고 했다. 백건우는 눈을 감고 아주 먼 옛날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일본 도쿄에서 세계 최고 아티스트의 연주를 본 아버지가 그 수준에 제가 이르기를 원하셨어요. 제대로 된 레슨도 없이 저는 혼자 두 귀와 손가락으로 그 곡을 달달 외워서 쳤어요." 그에 따르면 자신의 연주로 무엇을 해야하고, 또 삶을 어떻게 살아갈지 답이 나오지 않았던 때였다.극한의 가난함과 고독, 생사의 갈림길에 놓였던 뉴욕 시절15세에 미국 뉴욕으로 건너가 유학 생활을 하면서도 피아노는 부담스러운 존재였다. 피아노 때문에 너무 어린 나이에 이방인으로 혼자 남겨졌고 생활고에 시달렸다. 향수병을 심하게 앓았고, 어머니 품이 너무나 간절했다. 심하게 아팠던 어느 겨울 날, 진료를 보기 위해 병원에 갔던 그는 "내 인생은 대체 무엇인가"라는 생각에 한없이 우울해졌다. 진료를 마치고 교통비가 없어 병원에서 집까지 수십 블록을 걸어
득음의 경지에 올랐던 조선의 전설적 광대 이날치가 신명 나는 놀이판을 벌인다.국립창극단이 창극 ‘이날치傳(전)’(사진)을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 신작 ‘이날치전’은 조선 후기 8인의 명창 중 한 사람이자, 잽싸게 줄을 탄다고 해 ‘날치’라는 별명을 얻은 이경숙(1820~1892)의 삶을 소재로 했다. 이경숙은 신분제가 몰락하던 조선 후기 양반집 머슴으로 태어나 조선 최고의 명창이 된 인물. 줄광대와 고수를 거쳐 소리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극본을 쓴 윤석미 작가는 역사책 기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불어넣어 이날치를 둘러싼 이야기를 꾸몄다. 무대는 지름 10m 안팎의 원형으로 이뤄져 ‘소리판’의 느낌을 부각한다.이해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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