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은 누나와 14년 만에 파트너로 같이 무대에 서서 설렙니다. 그때 함께한 작품도 ‘라 바야데르’였거든요.”지난 27일 늦은 밤, 마린스키발레단 중국 투어를 마치고 한국에 온 김기민(32·사진)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10월 중순 중국 3개 도시를 돌며 마린스키발레단은 ‘해적’ ‘라 바야데르’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다.김기민은 러시아로 돌아간 동료들과 떨어져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박세은과 주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기민은 이날 박세은을 보자마자 포옹하며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라 바야데르’는 무희 니키아와 젊은 전사 솔로르, 왕국의 공주 감자티의 삼각관계를 3막에 걸쳐 다룬 고전 발레다. 솔로르 역의 김기민과 니키아 역의 박세은은 다음달 1일과 3일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 버전의 작품을 올리는데, 막과 막 사이 마임으로 구성된 장면을 춤으로 채워 넣어 볼거리를 더한 게 특징이다.김기민은 “한국 무대에서 전막 발레에 출연한다는 게 기쁘다”며 “캐스팅이 결정된 이후 박세은과 자주 통화하며 ‘라 바야데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두 사람은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서도 무대를 함께한 경험이 있다. 2009년에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서도 주역 데뷔를 함께한 바 있다.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오누이 같은 사이였다. 박세은이 예원학교에 재학 중일 때 초등학생이던 김기민은 “박
26년 전 영상 속 젊은 무용수 모습과 함께 무대에서 나이 든 현재의 무용수가 춤을 춘다. 무용이 ‘찰나의 예술’ ‘젊음의 예술’이라는 편견이 산산조각 나는 순간. 프랑스 공연예술 거장 필립 드쿠플레의 ‘샤잠!’은 무용에 대한 여러 가지 고정관념을 부수는 수작이었다.지난 25일 개막 공연 전, 드쿠플레는 무대에 등장해 자신의 공연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1998년 초연 후 26년이나 지났지만 “기술적인 이유, 예술적인 이유 그리고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미완성”이라는 고백이었다. ‘샤잠!’이 새로운 시대의 기술과 예술을 포용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공연이라는 점을 은유한 것이기도 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압도하는 현재, 드쿠플레의 공연에 쓰인 기술이 최첨단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존 기술을 천재적으로 활용하는 독창성과 상상력이 돋보였다.‘샤잠!’은 초연에서도 스크린 영상이나 거울, 액자를 활용해 관객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그런데 2024년의 ‘샤잠!’은 기술의 적용을 바탕으로 ‘시간의 축’을 새롭게 세워 과거 무용수와 현재 무용수의 모습을 무대에 대비시켰다. 관객은 과거와 현재의 무용수가 같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분명 같은 동작을 하지만 같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이 든 무용수 모습에서 기품이 더 두드러졌다.영화 연출가이기도 한 드쿠플레는 액자 프레임을 활용한 무대 연출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액자 프레임의 배치에 따라 무대 위 무용수들은 스크린 속 가상 인물과 실재 인물을 넘나들었다. 반투명 거울을 이용한 무대
"박세은 누나와 14년만에 파트너로 같이 무대에 서서 설렙니다. 그때 함께 했던 작품도 <라 바야데르>였거든요." 27일 늦은 밤, 마린스키발레단 중국 투어를 마치고 한국으로 입국한 김기민(32)은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마린스키발레단은 10월 중순 중국의 3개 도시를 돌며 <해적>, <라 바야데르>,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다.김기민은 러시아로 돌아간 동료들과 떨어져 한국에 입국했다. 그는 오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인 박세은과 주역으로 호흡을 맞춘다. 김기민은 이날 박세은을 보자마자 포옹을 하며 반가운 마음을 드러냈다. <라 바야데르>는 무희 니키아와 젊은 전사 솔로르, 왕국의 공주 감자티의 삼각관계를 3막에 걸쳐 다룬 고전 발레다. 솔로르 역의 김기민과 니키아 역의 박세은은 다음달 1일과 3일, 무대에 오른다. 국립발레단은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의 버전의 작품을 올리는데, 막과 막 사이 마임으로 구성된 장면을 춤으로 채워넣어 볼거리를 더한게 특징이다. 김기민은 "한국 무대에서 전막 발레에 출연한다는 게 기쁘고, 캐스팅이 결정된 이후 박세은과 자주 통화하며 <라 바야데르>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했다. 두 사람은 지난 2010년 유니버설발레단의 <라 바야데르>에서도 무대를 함께 했던 경험이 있다. 그전인 2009년에는 국립발레단의 <백조의 호수>에서도 주역 데뷔를 함께 한 바 있다.두 사람은 어릴 때부터 오누이 같은 사이였다. 박세은이 예원학교에 재학 중일 때 초등생이던 김기민은 "박세은과 2인무를 하
26년전 영상 속 젊은 무용수 모습과 함께 무대 위에서 나이든 현재의 무용수가 춤을 춘다. 무용이 '찰나의 예술', '젊음의 예술'이라는 편견이 산산조각나는 순간. 프랑스 공연예술 거장 필립 드쿠플레의 <샤잠!>은 무용에 대한 여러가지 고정관념을 부수는 수작이었다. 지난 25일 개막 공연 전, 드쿠플레는 무대위에 등장해 자신의 공연이 완성되지 않은 상태라고 했다. 1998년 초연 후 26년이나 지났지만 "기술적인 이유, 예술적인 이유, 그리고 여전히 알 수 없는 이유로 미완성"이라는 고백이었다. <샤잠!>이 새로운 시대의 기술과 예술을 포용하며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공연이라는 점을 은유한 것이기도 했다. 인공지능과 가상현실이 압도하는 현재, 드쿠플레의 공연에 쓰인 기술이 최첨단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기존 기술을 천재적으로 활용하는 독창성과 상상력이 돋보였다.<샤잠!>은 초연에서도 스크린 영상이나 거울, 액자를 활용해 관객들에게 충격을 안겨준 바 있다. 그런데 2024년의 <샤잠!>은 기술의 적용을 바탕으로 '시간의 축'을 새롭게 세워 과거의 무용수와 현재 무용수의 모습을 무대에 대비시켰다. 관객들은 과거와 현재의 무용수가 같은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며 말로 할 수 없는 감정에 휩싸였다. 분명 같은 동작을 하지만 같지 않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나이든 무용수의 모습에서 기품이 더욱 두드러졌다.영화 연출가이기도 한 드쿠플레는 액자 프레임을 활용한 무대 연출로 영화에 대한 애정을 나타냈다. 액자 프레임의 배치에 따라 무대 위 무용수들은 스크린 속의 가상 인물과 실재 인물을 넘나들었다. 반투명 거울을 이용한 무대가 등장
“갈라 무대로 종종 한국을 찾았지만 전막 공연으로 서는 건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로서는 처음이에요. 고향과 같은 국립발레단에서 공연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발레리나 박세은(35)은 올림픽으로 치면 금메달리스트다. 이력서에 더 좋은 것을 써넣을 수 없는 최정상의 위치. 파리오페라발레단 수석무용수 중 동양인은 그뿐이며, 여전히 그 수식어가 유효하다. 한국 국립발레단에 잠시 몸담은 박세은은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준단원으로 입단해 군무부터 5단계를 차근차근 밟아 올라가 3년 전 에투알이 됐다. 파리에서 그는 오데뜨 공주(백조의 호수), 지젤(지젤), 키트리(돈키호테), 마농(마농), 니키아(라 바야데르) 등 다양한 주역으로 빛났다. “고향에서 공연해 행복”박세은은 오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또 한 번 니키아가 된다. 상대역인 솔로르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이 분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무용계 최고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실력 하나로 세계적 발레단에 입단해 세계를 제패한 국내파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무대를 1주일 앞둔 지난 25일 박세은을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만났다.“지금까지 한 안무 버전과 다른 ‘라 바야데르’를 익히고 있어요. 안무가 유리 그리가로비치는 기존 볼쇼이 발레단 안무를 국립발레단을 위해 수정했어요. 무대 위 동선과 편곡된 음악의 차이 덕분에 새롭고 설레는 기분이에요. 강수진 단장님의 코칭도 받고 단원들과 의견을 활발히 나눕니다.”‘라 바야데르’ 작곡가 루트비히 민쿠스
"갈라 무대로 종종 한국을 찾았지만, 전막 공연으로 서는 건 파리오페라발레단 에투알(수석무용수)로서는 처음이에요. 고향과 같은 국립발레단에서 공연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발레리나 박세은(35)은 올림픽으로 치면 금메달리스트다. 이력서에 더 좋은 것을 써넣을 수 없는 최정상의 위치. 한국의 국립발레단에 잠시 몸담았던 박세은은 파리오페라발레단에 준단원으로 입단해 군무부터 5단계를 차근차근 밟아올라가 3년 전 에투알이 됐다. 파리에서 그는 오데뜨 공주(백조의 호수), 지젤(지젤) 키트리(돈키호테), 마농(마농), 니키아(라 바야데르) 등 다양한 주역으로 빛났다.박세은은 오는 30일부터 11월 3일까지 공연하는 국립발레단 <라 바야데르>에서 또 한번 니키아가 된다. 상대역인 솔로르는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의 수석무용수 김기민(32)이 분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무용계의 최고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 수상자, 실력 하나로 세계적 발레단에 입단해 세계를 제패한 국내파라는 공통점을 가졌다. 무대를 일주일 앞둔 지난 25일, 박세은을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사옥에서 만났다."지금까지 했던 안무 버전과는 다른 <라 바야데르>를 익히고 있어요. 안무가 유리그리가로비치는 기존 볼쇼이 발레단 안무를 국립발레단을 위해 수정했어요. 무대 위 동선이나 편곡된 음악의 차이 덕분에 새롭고 설레는 기분이에요. 강수진 단장님의 코칭도 받고, 단원들과 의견도 활발히 나눕니다." <라 바야데르> 작곡가 루드비히 밍쿠스의 웅장하고 미려한 음악은 무용수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박세은도 인터뷰 도중 <라 바야데르>의
캐럴린 칼슨(사진)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1943년 태어났다. 현대무용 안무가 겸 연기자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 미국 유타대에서 철학과 연극을 전공했으며 샌프란시스코 발레학교에서도 수학했다.1965년 뉴욕의 알윈 니콜라이 댄스 컴퍼니에 합류해 무용수로 두각을 나타냈다. 이후 1968년 파리 국제 무용제에서 최우수 무용수(Meilleur Danseur)로 우승을 거머쥐었다. 1971년 프랑스 아비뇽 페스티벌에 참가한 것을 계기로 프랑스에 정착했다. 1974년 롤프 리버만을 만나 파리 오페라극장 안무가로 초빙됐고 이듬해 파리 오페라극장 연구 그룹을 이끌었다.안무가로서 1998년 무용계 최고 영예인 ‘브누아 드 라 당스(Prix Benois de la Danse)’를 수상해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1999년부터 2002년까지 이탈리아 베네치아 비엔날레의 무용 부문 감독을 지냈다. 그곳에서 ‘파라볼라’(1999)와 ‘라이트 브링거스(Light Bringers)’(2000) 등 매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였다. 칼슨은 미국 출신 안무가 중 가장 프랑스다운 감성을 잘 표현한 무용가로 평가받고 있다. ‘바람, 물, 모래’ ‘몸짓’ 등 약 14편의 작품이 파리 오페라발레단 아카이브에 올라와 있다.이해원 기자
국립창극단 간판스타인 소리꾼 김준수(33). 2013년 창극단에 최연소로 입단한 이후 줄곧 ‘국악계 아이돌’ ‘국악 프린스’로 불렸다. 11년간 우리 소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창극뿐 아니라 뮤지컬, 대중음악계에서 활약하며 그는 진짜 아이돌이 됐다. 김준수 캐스팅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티켓은 예매 1~2분 만에 전석 매진된다.김준수는 올해 소리꾼의 여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었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창극 ‘리어’를 공연한 것.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국립창극단이 각색해 2022년 초연한 작품에서 30대 초반 김준수는 반백의 리어 왕이 돼 무대에 섰다.이 무대는 도전이자 파격이었다. 영국의 자랑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 왕을 한국의 전통극단이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던 이도 많았다. 공연이 끝나자 이변이 일어났다. 매회 기립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온 것. “당신의 리어는 정말 대단했다!” 분장을 지우지 못한 채 바비칸센터를 나서던 김준수를 알아본 현지 관객들에게 둘러싸이기도 했다. 공연을 마치고 돌아온 김준수를 18일 국립극장에서 만났다.도회적인 얼굴에 뿔테 안경을 걸치고, 연둣빛 니트와 진한 청색의 데님을 입은 그가 걸어 들어왔다. 부채를 펼쳐 들고 소리를 뽑아내는 모습이 한껏 멋스러웠다. 김준수는 “자신의 본질은 소리에 있다”고 했다. 국악 아이돌이라는 별명보다 ‘모던한 소리꾼’이 그의 정체성에 더 가깝다.“극이 진행될수록 관객들의 표정이 또렷이 보였어요. 셰익스피어 작품이라 그런지 모두 무척 진지했어요. 그런데 관객이 저희 유머에 중
인생과 소리에서 득음의 경지에 올랐던 광대 이날치가 신명나는 놀이판을 벌인다.국립창극단은 신작 '이날치傳(이날치전)'을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초연한다고 23일 발표했다. 창극 '이날치전'은 조선 후기 8인의 명창 중 한 사람이자, 잽싸게 줄을 탄다고 하여 '날치'라는 별명을 얻은 이경숙(1820~1892)의 삶을 소재로 했다. 이경숙은 신분제가 몰락하던 조선 후기 양반집 머슴으로 태어나 조선 최고의 명창이 된 인물. 줄광대와 고수를 거쳐 소리에 일생을 바친 인물이다.작품 주인공인 이날치 역에는 국립창극단의 젊은 소리꾼 이광복(사진 앞 쪽)과 김수인이 캐스팅됐다. 김수인은 노래를 하기 전 무용을 했던 이력이 있어 이날치 역할에 기대를 모으고 있는 소리꾼이기도 하다. 이날치의 의형제 '개다리'역에는 최용석이, '어릿광대'역에는 서정금이 나선다. 이날치를 사랑한 여인 '유연이' 역은 신입 단원 이나경이 맡는다.창작극이기에 다양한 분야의 예술인이 두루 뭉쳤다. 작창은 국가무형유산 판소리 '적벽가' 예능 보유자 윤진철이, 작곡과 음악감독은 국악관현악과 창극, 뮤지컬을 넘나들고 있는 손다혜가 맡았다. 극본을 쓴 윤석미 작가는 역사책 기록을 토대로, 상상력을 불어넣어 이날치를 둘러싼 이야기를 꾸몄다. 신분의 굴레를 벗어던지고 운명을 개척해 예인으로 살다간 이날치의 삶을 여러 일화로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연출가 정종임은 이날치의 서사를 중심으로 흥겨운 우리소리와 전통연희가 어우러진 창극을 선보일 계획이다. 판소리가 가장 성행했던 조선 후기 모습이 무대에 오르는 가운데 줄타기, 판소리,
국립창극단 간판스타인 소리꾼 김준수(33). 2013년 창극단에 최연소로 입단한 이후 줄곧 ‘국악계 아이돌’ ‘국악 프린스’로 불렸다. 11년간 우리 소리의 저변을 넓히기 위해 창극뿐 아니라 뮤지컬, 대중음악계에서 활약하며 그는 진짜 아이돌이 됐다. 김준수 캐스팅의 공연이 있을 때마다 티켓은 예매 1~2분 만에 전석 매진된다.▶▶▶[관련 리뷰] 셰익스피어 본고장 울린 창극 '리어'…김준수 판소리에 런던 기립박수김준수는 올해 소리꾼의 여정에 새로운 이정표를 찍었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에서 창극 ‘리어’를 공연한 것. 영국의 대문호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을 국립창극단이 각색해 2022년 초연한 작품에서 30대 초반 김준수는 반백의 리어 왕이 돼 무대에 섰다.이 무대는 도전이자 파격이었다. 영국의 자랑인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중 하나인 리어 왕을 한국의 전통극단이 얼마나 표현할 수 있을지 반신반의하던 이도 많았다. 공연이 끝나자 이변이 일어났다. 매회 기립박수와 환호성이 터져 나온 것. “당신의 리어는 정말 대단했다!” 분장을 지우지 못한 채 바비칸센터를 나서던 김준수를 알
미술관이라면 '음식물 반입 금지'가 당연하다. 그런데 지난 16일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뜻밖의 음식 냄새가 풍겼다. 한달에 한번 열리는 기획 프로그램 '예술가의 런치박스' 때문. 미술 작가가 음식을 매개로 일반인들을 자신의 예술 세계로 초대하는 행사다. 참가자들이 아티스트가 준비한 점심을 먹으며 현대미술을 즐긴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이를 2013년부터 시행해왔다.10월 런치박스의 주인공은 설치미술가 황문정(34). 서울대 조소학과(2012년 졸업)와 영국 글래스고 예술학교에서 레터즈 인 파인 아트 프랙티스 석사 과정(2014년 졸업)을 마쳤다. 2015년 글래스고의 갤러리 파빌리온에서 'Intervention: Bried encounters'에서 개인전을 가졌고 2018년 서울 송은아트큐브의 '무애착 도시'를 열며 미술계에 이름을 알렸다.황문정은 이날 자신을 지구상회 공장장으로 소개하며 참여자들을 공장에서 일하는 작업자들로 정의했다. 4개의 테이블마다 10명씩 참여자들을 앉혔고, 테이블 위에는 장난감 기차가 초밥 접시들을 얹고 달렸다. 몇 명이 밥을 빚어 접시에 올리면, 다른 작업자가 고명을 얹고 또 다른 작업자는 이를 내려서 나물로 묶어 초밥을 완성하도록 했다.황문정이 설치미술가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래 꾸준히 집중해 온 주제는 '우리를 둘러싼 도시 환경'이다. 그는 도시의 질서와 체계를 구성하는 인간과 인간이 아닌 존재(비인간)의 관계에 천착하고 있다. 인간의 도시화로 인해 가려진 존재가 돼 버린 잡초, 돌멩이 등을 살피고 이들을 전면에 내세운다. 잡초나 돌멩이를 가만히 살펴보는 방식보다는 관객과 전시물의 상호작용에 주목한 방식을 전시에 접목한다. 예를 들면 전시를
고궁에서 발레를 본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한강에 인접한 노들섬에서도 마찬가지. 지난 10월 둘째주 가을답지 않게 따스한 밤공기를 느낄 수 있었던 야외에서 환상적인 두 편의 발레 공연이 펼쳐졌다.호젓한 반달이 하늘에 걸린 지난 10~13일, 경복궁 집옥재에서 화려한 발레 춤판을 만나볼 수 있었다. 북악산에서 지내고 있다던 요정과 도깨비가 소리꾼의 호령에 등장하고, 현란한 춤사위로 관객을 홀렸다. '고궁음악회 발레X수제천(壽齊天)'의 무대의 한 장면. 궁중음악 수제천과 서양 궁중무용으로 탄생한 발레가 접목된 공연이다. 이 작품은 2022년 초연해 한국예술종합학교 발레단원들이 매해 완성도를 높여왔다. 발레 정재, 발레 판타지, 발레 비나리 등 3가지 마당으로 구성된 이번 공연을 즐기러 온 관객의 절반 이상은 외국 관광객이었다. 모든 무대의 음악은 라이브로 진행됐다. 국립국악원의 대금·소금 연주자 등 최고 실력자들이 ‘수제천 프로젝트’라는 팀 아래 모여 전통 음악의 진수를 선사했다.집옥재는 경복궁에서도 가장 안쪽에 있는 전각이다. 귀한 보배(玉)를 모은다(集)는 뜻을 가졌다. 고종은 이곳을 어진과 도서를
김주원(47)은 2012년까지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였고 황혜민(46)은 2017년까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였다. 세상은 그들을 라이벌로 여겼을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선화예술중 시절부터 애틋한 선후배이자 서로를 지지하는 업계 동료였다.양대 발레단 간판스타들은 은퇴 후 각자의 삶을 살다가 올 들어 부산에서 동고동락을 시작했다. 부산에 방을 얻어 놓고 1주일에 사나흘을 함께 지낸다. 무대를 떠난 이들이 부산까지 내려온 건 부산 오페라하우스발레단을 돕기 위해서.올초 김주원이 2024년도 발레단 예술감독에 위촉됐고 절친한 예술가 황혜민을 수석지도위원으로 추천했다. 둘은 오디션에서 단원들을 선발했고 11월 15일부터 사흘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창단 공연 ‘샤이닝 웨이브’를 올린다. 이들을 최근 부산 시민회관에서 만났다.김주원 예술감독은 “해외나 서울로 가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고 무용수들이 커리어를 쌓을 곳이 필요하”며 “부산 오페라하우스발레단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황혜민 수석지도위원은 “2027년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완성됐을 때 발레단이 상주 예술단체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김주원은 부산 출신으로 오랜만에 고향에 돌아왔다. 선화예술중에 진학하면서 부산을 떠난 이후 쭉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했기 때문. 새로운 발레단을 꾸린 김주원은 “고향을 위해 예술가로서 쌓은 경험을 나눌 소중한 기회”라며 “춤만 추던 무용수 시절과는 달리 예술감독이 되면서 예산부터 기획까지 수많은 도전과제를 해결하며 배우고 있다”고 했다.황혜민은 부산시민회관에 마련된 연습실 3, 4층을 부지런히 오가며 단원
발레리나 김주원(47)이 대한민국발레축제 신임 예술감독에 위촉됐다. 대한민국발레축제 추진단은 새로운 예술감독으로 김주원을 선정했다고 15일 발표했다. 김주원은 내년부터 3년동안 발레축제를 이끌게 된다. 대한민국발레축제는 2011년부터 매년 서울 예술의전당을 거점으로 열리는 축제다. 2011년 문화체육관광부 지정사업으로 출범한 이래 2020년부터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지원사업으로 변경돼 우수 축제로 평가받는 국내 대표 발레 행사다.김주원 신임 예술감독은 90년대 후반부터 15년간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로 활약했다. 발레의 대중화 물꼬를 튼 무용수로 평가받는다. 2012년 무용계 최고 권의의 상인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하면서 세계적으로도 이름을 알렸다. 국립발레단 은퇴 후에도 한국 공연예술계와 문화예술교육, 방송 등 전방위적인 활약을 하면서 대중성도 갖춘 인물. 올해 3월부터는 부산오페라하우스발레단의 2024년 예술감독을 맡아 지역의 문화예술 성장에도 일조하고 있다.김 신임 감독은 현재 서울사이버대학 교수로도 활동하며 후학 양성 및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의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춤을 통한 연결과 소통의 가치를 전하고 있다. 김 신임 감독은 "15주년을 맞이하게 된 내년부터 대한민국발레축제를 이끌게 돼 기쁘다"며 소감을 전했다.이해원 기자
발레리나 김주원이 무대에 오르면 황혜민은 객석에서 뜨거운 박수를 보냈고, 황혜민이 공연하면 김주원이 관객들과 눈물을 흘리던 시절이 있었다. 김주원(47)은 2012년까지 국립발레단의 수석무용수였고 황혜민(46)은 2017년까지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였다.일찍이 김주원은 러시아 모스크바로, 황혜민은 미국 워싱턴으로 발레학교 유학을 떠났다가 귀국해 쭉 한국 무대를 누볐다. 세상은 그들을 라이벌로 여겼을지 모르지만 두 사람은 선화예술중학교 시절부터 애틋한 선후배이자 서로를 지지하는 업계 동료였다. 양대 발레단 간판스타들은 은퇴 후 각자의 삶을 살다 올해 부산에서 동고동락을 시작했다. 부산에 방을 얻어 일주일에 사나흘을 정말로 함께 지낸다. 무대를 내려온 이들이 부산까지 내려온 건 부산 오페라하우스발레단을 돕기 위해서다. 올 초 김주원이 2024년도 발레단 예술감독에 위촉됐고 절친한 예술가 황혜민을 수석지도위원으로 추천했다. 두 사람은 오디션에서 단원들을 선발했고 11월 15일부터 사흘간 부산 영화의전당에서 창단 공연 '샤이닝 웨이브'를 올린다. 이들을 지난 7일 부산 시민회관에서 만났다. 김주원 예술감독은 "해외나 서울로 가야한다는 강박에 시달리지 않고 무용수들이 커리어를 쌓을 곳이 필요하다"며 "향후 부산 오페라하우스발레단이 그 역할을 해주길 바란다"고 했다. 황혜민 수석지도위원은 "2027년 부산 오페라하우스가 완성됐을 때 발레단이 상주 예술단체가 되길 희망한다"고 했다. 두 사람 모두 발레단의 초창기 성과가 향후 발레단의 향방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입을 모았다. 지역 발레단이 안정적으로 공연을
소련 태생의 발레리노 겸 안무가. 1938년 시베리아 횡단열차에서 태어났다. 우연히 발레 공연을 본 것을 계기로 발레리노의 꿈을 키웠고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볼쇼이 발레학교에 입학했다. 그곳에서 알렉산더 푸시킨이라는 스승을 만나 1955년 마린스키발레단에 입단했다. 이후 마린스키발레단과 볼쇼이발레단을 오가는 프로 무용수로 활약했다.당시 소비에트 정권은 정치적 이념에 따라 발레를 선전용으로 바꿔놓았다. 누레예프는 이런 정부의 행동에 불만을 토로하다 정부 블랙리스트에 올랐다. 1961년 프랑스 파리에서 공연을 마친 그는 소비에트 연방의 눈을 피해 프랑스에 망명을 요청했다.천신만고 끝에 서방 세계에 정착한 그는 전 세계 무대를 누비며 이름을 떨쳤다. 특히 영국 로열발레단에서 유명 발레리나 마고 폰테인과 20년 넘도록 파트너로 호흡을 맞췄다. 그의 전성기는 폰테인과 함께한 시절로 기록됐다. 안무가로서도 천부적인 재능이 있었다. ‘백조의 호수’를 남성 무용수 중심으로 개작해 무용계의 주목을 받았다. 1983년부터 1989년까지 파리오페라발레단 예술감독을 지냈다. 1993년 에이즈로 세상을 떠났다.이해원 기자
한강이 지난 10일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받자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그의 주요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영국 번역가 데버라 스미스(사진)에게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7년생인 스미스는 케임브리지대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번역가를 희망한 그는 영국 문학시장에서 틈새시장인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져 런던대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한국어를 배운 지 3년 만인 2012년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작품으로 한강과 함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그는 제14회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번역상도 받았다. 그가 영어로 옮긴 한강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 <흰> 등이다. 한강의 작품에 등장하면서 한국 문화를 담고 있는 단어인 소주, 선생님, 형 등을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원작자인 한강도 그의 번역에 만족했다고 밝힌 바 있다.스미스는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기는 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특정한 뉘앙스를 표현하는 표현이 영어에 없을 때 번역가의 창의성이 요구됐다”고 고백했다. 스미스는 2015년 “내가 하지 않으면 영어로 출판하지 못할 수도 있는 책들을 전문으로 취급하겠다”며 비영리 출판사 틸티드엑시스프레스를 차렸다.스미스의 경우처럼 문학 번역이란 작가와 세계의 독자를 잇는 징검다리다. 번역가는 작가의 모국어를 외국어로 단순히 치환하는 사람이 아니다. 많은 번역가는 최대한 화자의 어조에 빙의해 번역한다. 올해 유력한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된 작가 마거릿 애트우드의 여러 작품을 한국어로 번역한 김선형 씨는 한국경
한강이 10일 한국 작가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채식주의자’를 비롯한 그의 주요 작품을 영어로 번역한 영국 번역가 데보라 스미스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1987년생인 스미스는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영문학을 전공했다. 번역가가 되기로 결정한 그는 영국 문학시장에서 틈새시장이었던 한국 문학에 관심을 가지면서 런던대학교 소아스(SOAS)에서 한국학 석박사 과정을 마쳤다. 한국어를 배운지 3년만인 2012년 채식주의자를 영문으로 번역하기 시작했다. 이후 이 작품으로 한강과 함께 맨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을 수상했다. 이후 그는 제 14회 한국문학번역원 한국문학번역상도 받았다. 그가 영어로 옮긴 한강의 작품은 ‘소년이 온다‘, ‘흰’ 등이 있다. 한강의 작품에 등장하면서 한국의 문화를 담고 있는 단어인 소주, 선생님, 형 등을 한국어 발음 그대로 옮기기도 했다. 원작자인 한강도 그의 번역에 만족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미스는 “채식주의자를 영어로 옮기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했다. 그는 “한국에서 특정한 뉘앙스를 표현하는 표현이 영어에 없을 때 번역가의 창의성이 요구됐다”고&
소설가 한강의 노벨문학상 수상 소식이 전해지자 미국 일본 유럽 등 각지에서 속보가 이어졌다. AP통신은 “노벨문학상은 오랫동안 유럽과 북미 지역 작가에 치중해 왔다는 비판을 받았다”며 “지금까지 수상자 119명 가운데 여성은 17명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한강 작가의 수상이 모든 것을 뒤집는 결과였음에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AP는 한강을 수상자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역사적 트라우마에 맞서고 인간 삶의 연약함을 드러낸 강렬한 시적 산문을 썼다”고 소개했다. 이어 2016년 한강이 육식을 거부하는 여성을 그린 소설 <채식주의자>로 맨부커 인터내셔널상을 받았다는 소식을 덧붙였다. 또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과 황동혁 감독의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을 함께 거론하며 한강의 노벨상 수상이 한국 문화의 국제적 위상을 반영한 것이라고 평가했다.로이터통신은 “한국 작가가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것은 최초”라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한강 작가의 아버지 역시 유명한 소설가며 어린 시절부터 다양한 예술에 열정을 쏟은 배경이 문학 전반에 반영됐다”고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한강 작가가 한국에서 선구자로 칭송받고 있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무라카미 하루키의 수상 기대를 내비친 일본 언론도 한강의 수상 소식을 긴급히 전했다. 교도통신과 아사히신문은 여성의 노벨문학상 수상은 통산 18번째며 아시아인 여성으로는 한강이 처음 수상하는 것이라고 소개했다.이해원 기자
“12세 무렵 서울 옛 원각사에서 처음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어요. 그때는 너무 어렵게 이 곡을 친 것 같아요. 물론 그 후에도 여러 번 연주한 곡이지만, 이번 공연에서 다시 한번 제대로 소리를 전해보고자 합니다.”일평생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온 피아니스트 백건우(78)는 “아무리 여러 번 연주해도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빚을 진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어린 시절, 독학으로 무수한 곡을 섭렵한 신동이었지만 깊은 고민 없이 수행했던 작품들을 지금까지도 다시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탐구하는 게 그의 일상이기 때문일까.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경아르떼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하는 그를 9일 서울 서초동 씨앤엠문화재단 대주아트홀에서 만났다. 백건우의 쇼팽은 이미 음반으로 정평이 난 지 오래다. 하지만 이날 백건우는 연필을 들고 수없이 마주했을 쇼팽의 악보를 진지하게 정독했다. 피아노 소리가 연습실 바깥으로 들려온 건 한참 뒤였다.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작곡가의 곡답게 관현악보다 피아노의 색채가 두드러진다. 스무 살 무렵 짝사랑이 끝난 아픔을 쇼팽이 음악으로 승화한 곡인데, 건반 위의 구도자가 읊어낼 피아노의 시(詩)여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연주는 음악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지, 완성됐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연주 자체도 움직이는 것이니 연주자에게는 항상 새로운 경험이 되지요.” 그는 아직도 자신이 작곡가의 메시지를 오롯이 전하고 있는지를 고민한다. “예전에는 내가 음악가를 대변한다는 느낌으로 스스로를 내세우는 연주를 했다면,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오로지 내가
"12세 무렵 서울 옛 원각사에서 처음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했어요. 그 때는 너무 어렵게 이 곡을 친것 같아요. 물론 그 후에도 여러번 연주한 곡이지만, 이번 공연에서 다시 한번 제대로 소리를 전해보고자 합니다."일평생 자신만의 음악세계를 구축해 온 피아니스트 백건우(78)는 "아무리 여러번 연주해도 쇼팽의 피아노 협주곡 2번에 빚을 진 느낌"이라고 고백했다. 어린 시절, 독학으로 무수한 곡들을 섭렵해왔던 신동이었지만 깊은 고민없이 수행했던 작품들을 다시 들여다보고, 끊임없이 탐구하는게 그의 일상이었기 때문일까.1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한경arte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을 앞둔 그를 9일 서울 서초동 씨앤엠문화재단 대주아트홀에서 만났다. 백건우의 쇼팽은 이미 음반으로 정평이 난지 오래다. 하지만 이날 백건우는 연필을 들고 수없이 마주했을 쇼팽의 악보를 진지하게 정독했다. 피아노 소리가 연습실 바깥으로 들려온 건 한참 뒤였다. 쇼팽 피아노 협주곡 2번은 피아노의 시인으로 불리는 작곡가의 곡답게 관현악보다 피아노의 색채가 두드러진다. 스무살 무렵 짝사랑으로 끝나버린 아픔을 쇼팽이 음악으로 승화한 곡인데, 건반위의 구도자가 읊어낼 피아노의 시(詩)여서 더욱 기대를 모으고 있다."연주는 음악을 완성해 나가는 과정이지, 완성됐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연주 자체도 움직이는 것이니 연주자에게는 항상 새로운 경험이 되지요." 그는 아직도 자신이 작곡가의 메시지를 오롯이 전하고 있는지를 고민한다. "예전에는 내가 음악가를 대변한다는 느낌으로 스스로를 내세우는 연주를 했다면, 이제는 그러지 않아요. 오로지 내가
일러스트레이터 민예원(27·스튜디오 파도나무)은 어릴 때도 아이돌 가수를 좋아한 적이 없다. K팝도 거의 안 들었다. 외국 록, 인디 음악에 심취했고 남들과 다른 음악을 듣고 싶었다. 대중음악의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다 어느덧 재즈라는 역에 도착했다.“다른 장르보다 깊이가 있었어요. 빠르게 빠져들었고, 지금도 여전히 재즈가 좋아요.” 그를 만난 건 지난달 19일. 한 독립출판사가 운영하는 카페에서다. 그곳에 그가 스케치한 재즈 연주자 드로잉 수십 점이 걸려 있었다. 한옥 건물 곳곳 창호지에 스며든 빛은 그림을 더 돋보이게 했다.미술을 좋아했지만 안정적인 길을 가길 바라는 부모님 맘을 헤아려 미대엔 진학하지 않았다. 대학에서는 철학을 전공했고, 그리고 싶은 마음을 매주 학보에 삽화를 그리며 해소했다고. 지금 본업은 요가를 가르치는 선생님이다.그런 그가 전시하는 작품은 미술이나 음악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정물 같은 정형화된 그림보다는 인물화 중에서도 움직이는 모습, 순간의 표정을 포착하는 게 예전부터 좋았어요. 재즈를 듣다 보니 연주자들 영상을 자주 보는데 그들이 연주할 때 황홀경에 빠지는 모습에 끌렸어요.”그리기 도구는 단순했다. 연필, 구아슈 물감, 아크릴 물감. 디지털 도구를 쓸 때는 연필 질감이 나는 브러시를 쓴다. 색깔은 재즈의 블루스 느낌을 살려 검지만 오묘하게 푸른 감이 도는 색을 섞어 순식간에 칠해버린다고 했다. 그리다 보니 욕심이 생겼다. “나를 통해 사람들이 재즈라는 음악을 궁금해하고, 들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재즈 일력을 기획해 출시했는데 그 계기로
1984년 어느 날, 독일 음반사 ECM을 세운 만프레드 아이허는 자동차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음악을 들었다. 곧장 차를 돌린 그는 어느 언덕에 멈춰서서 침묵 속에 그 음악을 끝까지 감상했다. 정화와 영적인 느낌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에스토니아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곡, 프라트레스(Fratres·형제들)였다. 패르트는 오스트리아 빈에 머물고 있는 현대음악가였다.아이허는 그길로 패르트의 음반을 만든다. 라틴어로 백지, 깨끗한 석판을 의미하는 ‘타불라 라사(TABULA RASA)’는 그렇게 세상에 나왔다. 세상에 나온 지 40년 된 이 음반을 기리는 전시가 서울 한남동에서 열리고 있다. ‘타불라 라사’에 담긴 수록곡을 한 곡씩 깊이 있게 듣는 특별한 전시다. 음반사 ECM과 전시기획사 UNQP가 협력해 마이알레라는 공간에서 ‘타불라 라사: 침묵, 그 이전’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열었다. 3년 전 은퇴한 패르트를 추억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지난달 26일 이곳을 찾았다.리빙룸 마이알레는 원래 지난해까지 2층 단독 주택이었다. 이를 전시공간으로 탈바꿈하면서 주거 공간은 그대로 살려뒀다. 그러면서 공간에 어울리는 타불라 라사의 수록곡을 들려주고 있다. 방마다 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는데 재생 방식도 진공앰프, 소니의 카세트테이프, CD, 뱅&올룹슨의 하이엔드 오디오 등 제각각인 게 특징이다.1층 거실. 진공앰프로 아이허가 들었던 프라트레스를 기돈 크레머의 바이올린과 키스 재럿의 피아노로 들을 수 있다. 전통적 클래식 교육을 받은 크레머와 즉흥 재즈 연주자인 재럿이 함께했다는 것에서부터 패르트 음악이 가진 포용을 느낄 수 있었다. 거실 바로 옆 주방과 이어진 작
1924년 프랑스 파리에서 태어난 롤랑 프티(사진)는 20세기를 대표하는 발레 안무가다. 9세 때 파리 오페라발레학교에 입학해 16세에 파리 오페라발레단원이 됐다. 19세에 솔리스트로 승급할 정도로 기량이 뛰어난 무용수였다. 안무에도 재능을 보인 그는 1942년 데뷔작 ‘점핑’을 선보였고 2년 뒤 무용수 커리어를 접은 뒤 안무가의 길에 본격적으로 나섰다.프티는 1945년 샹젤리제 발레단, 1948년 롤랑 프티 파리발레단 등 유수 발레단을 창단했다. 고전 발레에만 머문 것이 아니라 판타지와 현대적 사실주의의 요소를 결합한 발레를 꾸준히 선보였다. 주로 상실과 허무에 빠진 인간의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한 작품을 발표하며 세계적 안무가 반열에 올랐다. 그가 명성을 얻으면서 프랑스가 19세기 러시아로 넘어간 발레 명가로서의 주도권을 다시 찾아왔다는 평가도 받았다.이해원 기자
한국무용의 대가 국수호(76)와 차세대 현대무용가 김재덕(40)이 함께 만드는 실험적 무용 무대가 관객을 맞는다.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무용단은 오는 31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국수호·김재덕의 사계'를 공연한다고 2일 발표했다.한국 전통무용과 현대무용을 대표하는 두 사람의 공동작업으로 탄생한 이번 작품은 계절을 소재로 인간과 자연의 움직임을 표현한다. 2개의 작품을 순차적으로 선보이는 방식이 아닌, 대본과 연출, 음악 등 전 과정을 함께 구상해 하나의 공연으로 올린다.국수호는 한국 남성 직업무용가 1호로 손꼽히는 인물. 1988년 서울올림픽 개막식과 2002년 한·일 월드컵 개막식 안무를 총괄했다. 싱가포르 T.H.E 댄스컴퍼니의 해외상임안무가인 김재덕은 지난 2022년 초연한 서울시무용단의 '일무'를 안무한 현대무용가다.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이번 무대는 관객이 한국무용과 현대무용의 협업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영상 등 미디어 장치를 최대한 배제했다. 의상도 무용수의 춤사위와 신체의 선이 최대한 돋보이도록 연출했다. 무대 디자인은 무대미술가 박동우가 담당했고 의상은 홍콩 출신의 패션디자이너 예웅 츤이 맡았다. 안호상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이번 작품은 전통과 현대가 조화를 이루는 특별한 무대"라며 "한국 무용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공연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이해원 기자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이후 두 번째 작품인 ‘백조의 잠수’로 오는 9일부터 나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을 만난다. ‘백조의 잠수’는 감각적인 안무와 연출로 주목받는 안무가 차진엽(46·사진)의 신작이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 감독을 맡아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 서울시발레단은 서울 노들섬의 새로운 연습실에서 둥지를 틀고 차진엽과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지난달 25일 이곳에서 안무가 차진엽과 만나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서울시발레단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은 뒤 어떤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야 발레단에 어울릴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최근 제가 참여하고 있는 잠수 훈련이 떠올랐어요. 육지의 소리를 끊어내고 깊이 잠수해 물아의 경지에 이르는 순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현재 작품의 영감을 얻었습니다.”차진엽은 프리다이빙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깊이 물에 잠겨들수록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명상과도 같은 편안함을 느꼈기 때문이다.그렇게 시작된 ‘백조의 잠수’는 차진엽이 2020년부터 연작으로 선보여온 창작물 ‘원형하는 몸’과 궤를 같이하게 됐다. 동작보다 몸이란 본질에 집중한다는 의도를 계승했다. 재미있는 점은 물이 지니는 상징성도 맥락을 같이한다는 것이다.‘원형하는 몸’에서도 물이 상징적으로 등장하고 ‘백조의 잠수’도 마찬가지다. ‘원형하는 몸’에서는 딱딱한 얼음에서 녹아내린 ‘똑똑’ 물방울 소리가 생명의 시작을 알린다면 ‘백조의 잠수’에서는 깊은 바닷속에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뽀글뽀글’ 물방울 소리가 원
1984년 어느날, 독일의 음반사 ECM을 세운 만프레드 아이허는 자동차를 몰고 독일에서 스위스로 넘어가고 있었다. 그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음악을 들었다. 곧장 차를 돌린 그는 어느 언덕에 멈춰서서 그 음악이 끝날때까지 침묵 속에서 그 음악을 끝까지 감상했다. 정화와 영적인 느낌이 그의 온몸을 휘감았다. 이후 이 음악의 정보를 찾기 위해 수개월을 헤맸다.음악의 제목은 프라트레스(Fratres·형제들), 에스토니아의 작곡가 아르보 패르트의 곡이었다. 패르트는 소비에트 연방에서 추방돼 오스트리아 비엔나에 머물고 있는 현대음악가였다. 아이허는 "아르보 패르트의 음반은 공간을 찾고 있었다"며 그길로 아르보 패르트의 음반을 만든다. 이 때 나온 앨범은 <타불라 라사(TABULA RASA)>. '타불라 라사'란 라틴어로 백지, 깨끗한 석판을 의미한다. 인간이 출생 이후에 외부 세상의 감각적 지각활동과 경험으로 서서히 마음이 생기고, 전체적인 지적 능력을 갖춰간다는 개념을 포함하는 말. 서구권 주류 음악의 한복판에 변방의 예술가가 보여준 <타불라 라사>는 커다란 충격을 안겨줬다. 평론가들은 음악사의 중요한 변곡점을 이룬 음반이라며 입을 모았고, 패르트의 작곡법이 진리와 아름다움, 순수함에 대한 탐구라며 극찬했다. 세상에 나온지 40년이 된 이 음반을 기리는 전시가 서울 한남동에서 열리고 있다. <타불라 라사>에 담긴 수록곡을 한곡씩 깊이 있게 듣는 특별한 전시다. 음반사 ECM과 전시기획사 UNQP가 협력해 마이알레라는 공간에서 <타불라 라사: 침묵, 그 이전>이라는 이름의 전시를 열었다. 3년전 은퇴를 선언하고 모든 대외 활동을 멈춰버
유니버설발레단이 ‘사랑의 발레단’이라고 불리는 것은 수석무용수들이 부부의 연을 맺고도 계속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발레 팬덤을 만들어낸 황혜민·엄재용이 그랬고, 그 뒤를 이어받아 손유희·이현준(현역 수석무용수)이 발레단의 주축이 돼 이끌었다. 지금 수석무용수로 뛰는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도 부부다. 이들은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40주년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에서 주인공으로 호흡을 맞췄다.춤을 추다가 사랑에 빠진 이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면 공기가 달라진다.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 오프닝 공연에서도 그랬다. 주인공을 맡은 강미선(니키야), 노보셀로프(솔로르)가 표현한 무대는 발레가 테크닉과 젊음의 영역만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이들이 마임으로 채워가는 몸짓에서 자꾸만 대화가 들렸다. 사랑, 배신, 비탄, 비난…. 다양한 대화가 이들 사이에서 쏟아져 나왔다.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는 신분의 차이로 비밀스럽게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제사장 브라민에 의해 그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국왕이 딸인 공주 감자티를 솔로르와 결혼시키려는 것을 알게 된 브라민은 솔로르를 제거하기 위해 니키야와 솔로르의 관계를 발설해버린다. 그런데 국왕은 오히려 니키야를 없애버리겠다고 한다. 고전발레에서 대부분 남자 주인공이 그렇듯 솔로르는 어리석게도 연인을 배신하고 감자티와 혼인해버린다.강미선은 슬픔으로 가슴이 터져 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춤을 춰야 하는 운명을 처연하게 춤으로 풀어냈다. 비탄에 잠겨 춤을 추면서도 솔로르를 계속 바라보는 애절한 눈빛은 단시간에 체득한 것이 아니었다. 독사가 든 꽃바구니를 들고
유니버설발레단이 '사랑의 발레단'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수석무용수들이 부부의 연을 맺고도 계속 무대에 오르기 때문이다. 발레 팬덤을 만들어낸 황혜민·엄재용이 그랬고, 그 뒤를 이어받아 손유희·이현준(현역 수석무용수)이 발레단의 주축을 이끌었다. 지금 수석무용수로 뛰고 있는 강미선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도 부부다. 이들은 유니버설발레단 창단 40주년 정기공연 <라 바야데르>에서 주인공들로 호흡을 맞췄다. 함께 춤을 추다가 사랑에 빠진 이들이 함께 무대에 오르면 공기가 달라진다. 지난 27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오프닝 공연에서도 그랬다. 주인공을 맡은 강미선(니키야)과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솔로르)가 표현한 무대는 발레가 테크닉과 젊음의 영역만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이들이 마임으로 채워가는 몸짓에서 자꾸만 대화가 들렸다. 사랑, 배신, 비탄, 비난…. 다양한 대화가 이들 사이에서 쏟아져나왔다.무희 니키야와 전사 솔로르는 신분의 차이로 비밀스럽게 만나 사랑을 나누지만, 제사장 브라민에 의해 그 사랑은 파국으로 치닫는다. 국왕이 자신의 딸인 공주 감자티를 솔로르와 결혼시키려는 생각을 알게 된 브라민은 솔로르를 제거하기 위해 니키야와 솔로르의 관계를 발설해버린다. 그런데 국왕은 오히려 니키야를 없애버리겠다 한다. 고전발레에서 대부분의 남자 주인공이 그렇듯 솔로르는 어리석게도 연인을 배신하고 감자티와 혼인을 해버린다.강미선은 슬픔으로 가슴이 터져나갈 것 같은 상황에서도 춤을 춰야하는 운명을 처연하게 춤으로 풀어냈다. 비탄에 잠겨 춤을 추면서도 솔로르를 계속 바라보는 애절한 눈빛은 단시간에 체득한 것이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이후 두번째 작품인 <백조의 잠수>로 오는 10월 9일부터 나흘간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관객을 만난다.▶▶▶[관련 프리뷰] '백조의 잠수' & '캄머 발레', 서울시발레단의 두번째 파격<백조의 잠수>는 감각적인 안무와 연출로 주목받는 안무가 차진엽(46)의 신작이다. 그는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 감독을 맡아 대중적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 서울시발레단은 서울 노들섬의 새로운 연습실에서 둥지를 틀고 차진엽과 호흡을 맞추고 있었다. 지난 25일 이곳에서 안무가 차진엽과 만나 신작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서울시발레단으로부터 협업 제안을 받은 뒤, 어떤 주제로 작품을 만들어야 발레단에 어울릴지 고민했어요. 그러다 최근 제가 참여하고 있는 잠수 훈련이 떠올랐어요. 육지의 소리를 끊어내고, 수심 깊이 잠수해 물아의 경지에 이르는 순간이 있었는데, 거기서 현재 작품의 영감을 얻었습니다."차진엽은 프리다이빙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다. 수심 20m에서 머물러 있는 법을 터득했다. 이제는 40m대의 깊이에 도전할 생각이라고. 깊이 물에 잠겨들수록 온전히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었고 명상과도 같은 편안함을 느꼈기 떄문이다. 수심의 경험에서 시작된 <백조의 잠수>는 차진엽이 2020년부터 연작으로 선보여온 창작물 <원형하는 몸>과 궤를 같이 하게 됐다. 동작보다는 몸이란 본질에 집중한다는 의도를 계승했다. 재밌는 점은 물이 지니는 상징성도 맥락을 같이한다는 점이다. <원형하는 몸>에서도 물이 상징적으로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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