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다리꼴의 평평한 공명상자 위 금속 줄이 얹어진 양금이란 악기는 현악기의 모습을 하고 있다. 하지만 대나무를 깎아 만든 가는 채로 줄을 쳐서 연주한다. 한국전통음악 가운데 유일한 타현(打絃)악기다. 유럽의 덜시머(Dulcimer)가 18세기 중국을 거쳐 조선 영조시대에 들어와 정착된 악기인데, 일부 궁중음악에 쓰였다. 중국 연변에서 나고 자라 북한 양금을 4살 때부터 쳐 온 연주자 윤은화(41)는 불모지인 한국에 와서 인생을 걸고 양금의 길을 개척했다. 중국에 양금 제조 공장을 뚫고, 국내 대학에 양금 전공 과정을 개설하면서 그야말로 하나의 밀알이 됐다. 최근 서울 국립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여우락 페스티벌의 특별 무대를 준비 중인 그를 9일 서울 역촌동의 작업실에서 만났다."양금은 현악기와 타악기, 두 얼굴을 가졌어요. 한국 현악기는 실을 사용하지만 양금은 철을 사용해서 소리가 매우 독특합니다. 화려한 기교도 가능하고 강하게 내리쳐도 끄떡없어요. 연주자가 자유자재로 소리를 표현할 수 있는 악기입니다." 윤씨는 양금이라는 악기가 유달리 한국에서 인기가 없었다고 했다.국악계에 ‘산조’라는 장르가 유행하면서 독주가 가능한 거문고나 가야금 같은 현악기는 일찍이 주목을 받았다고 했다. 명주실이 아닌 철을 사용하는 현악기인 양금은 상대적으로 주목받기 어려웠다. 농현(줄떨림)이 잘 안된다는 이유에서였다. 전통 음악에서도, 양금 연주자는 느릿한 동작으로 채를 들어 이따금 철로 된 현을 두드리는 구성이 많다.
"땅이 두텁다함은 만물이 모두 형통함이라. 농사는 보배이니 길이 그 성숙됨을 보리로다."발광다이오드(LED) 스크린 위 사직제례의 주제 의식이 한자와 한글 풀이로 새겨졌다. 만물이 편안하게 살 수 있도록 풍요를 기원한 마음을 담아 신을 보내는 의식이 이뤄지자 하늘과 땅이 맞닿는 순간일까. 무대 천장과 바닥이 경계없이 빛났다. 제관들과 음악을 연주하는 정악단과 무용단원 등 120여명이 오른 무대는 웅장함을 더하고 있었다.10일 서울 서초구 국립국악원 예약당에서는 '사직제례악' 최종 리허설 무대가 열렸다. 사직대제(社稷大祭)는 땅과 곡식의 신에게 군주가 올리는 제사다. 삼국시대때부터 이러한 제례를 거행한 기록이 있다. 이번 무대에 오른 사직제례악은 조선시대 국가 안녕과 풍요를 기리던 제사에 사용된 음악이다. 1908년 일본의 전통문화 말살 정책으로 맥이 끊겼다가 1988년 제례 절차가 복원됐고, 2014년 국립국악원이 제례에 쓰인 음악을 복원해 냈다. 그리고 10년만인 올해, 악기 편성과 복식, 의물까지 보완해 낸 결과물이 무대에 올랐다. 제사 주체는 조선의 황제다.국립국악원이 선보인 사직제례악은 제례 절차를 심도 있게 다루면서 공연으로서 심미적인 요소를 두루 챙기려고 노력했다. 제관들이 발걸음을 맞춰 한줄로 걸어 나오면, 타악기인 진고·영고·절고 소리가 울려퍼지며 신을 불렀다. 깃털 달린 무구를 쥔 무용수 8명이 군무를 추는 사이 대한제국 황제가 등장했다. 번영을 상징하는 용, 꿩, 산호 등 12가지 상징을 수놓은, 화려한 황제의 의상은 비운의 시기로 흘러가던 조선 말기와 대조돼 한편으론 애처롭기도 했다.사직대제는 종묘대제와 함께 군주가 주
“한국 발레는 고전 발레를 많이 해요. 정석적인 것에 머물러 있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가 수백 명인데, 이들이 외국으로 나간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에선 다양한 작품을 마주할 기회가 적어서예요.”미국 뉴욕에서 30년간 컨템퍼러리 무용수, 창작 안무가, 교육자(미국 펜실베이니아 포인트파크대)로 명성을 쌓은 주재만 안무가는 지난 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창단 공연을 올리는 서울시발레단의 초연작 ‘한여름 밤의 꿈’의 연출과 안무를 맡아 지난 5월 중순부터 한국에 머물고 있다.그가 선보일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모티프를 얻어 창작한 전막 컨템퍼러리 발레다. “인간적이고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발레단의 첫 공연작으로 만들고 싶었습니다. 사실 인간은 ‘사랑해야만 하는 존재’라는 모티프 하나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가져왔어요. 그 외에는 모두 제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한여름 밤, 주재만의 꿈’으로 생각하고 봐주시면 좋겠어요.”주재만은 사랑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온 평소 생각을 작품에 담았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사랑 아닌가요? 사랑을 바탕으로 인간관계가 지속되는 거잖아요. 또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죠.”주재만의 ‘한여름 밤의 꿈’에는 요정 ‘퍽’이 갖가지 사랑을 매개하는 주역으로 등장한다. 큐피드와 같이 사랑을 완성하는 요정이 아니라,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메신저다. 퍽은 사랑의 삼라만상으로 관객을 초대
"한국 발레는 고전 발레를 많이 해요. 정석적인 것에 머물고 있죠. 해외에서 활동하는 한국 무용수들이 수백명인데, 이들이 외국으로 나가는 근본적인 이유는 국내에선 다양한 작품을 마주할 기회가 적어서예요."뉴욕에서 30년간 컨템포러리 무용수·안무창작·교육자(미국 펜실베니아 포인트파크대학)로서 명성을 쌓은 주재만 안무가는 9일 한국경제신문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오는 8월 창단 공연을 올리는 서울시발레단의 초연작 '한여름 밤의 꿈'의 연출과 안무를 담당하면서 지난 5월 중순부터 한국에 머물며 단원들의 연습에 동참하고 있다. 그가 선보일 '한여름 밤의 꿈'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한여름 밤의 꿈>에서 모티프를 얻어 창작한 전막 컨템포러리 발레다. "인간적이고도 희망적인 메시지를 담은 작품을 발레단의 첫 공연작으로 만들어주고 싶었습니다. 사실 인간은 '사랑을 해야만하는 존재'라는 모티프 하나만 셰익스피어의 작품에서 가져왔어요. 그 외에는 모두 제 머리에서 나온 이야기들입니다. '한여름 밤, 주재만의 꿈'으로 생각하고 봐주시면 좋겠어요."주씨는 사랑이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여겨 온 평소 생각을 작품에 담았다. "인생을 살면서 가장 많이 생각하는 것이 사랑 아닌가요? 사랑을 바탕으로 인간관계가 지속되는 거잖아요. 또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온전히 사랑할 수 있죠." 주재만의 '한여름 밤의 꿈'에는 요정 '퍽'이 갖가지 사랑을 매개하는 주역으로 등장한다. 큐피드와 같이 사랑을 완성시키는 요정이 아닌, 사랑의 다양한 모습을
“준혁, 퍼스트 솔리스트로 승급하면 너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 “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Why not?)”영국 런던 ‘로열발레단’ 최초의 한국인 발레리노 전준혁(26)이 지난달 말 케빈 오헤어 단장과 나눈 대화다. 그가 솔리스트로 진급한 지 1년밖에 안 된 시점에 들려온 깜짝 승급 소식이다. 1931년 설립된 로열발레단은 유럽에선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과 함께 투톱으로 불린다. 로열발레단 단원 등급은 아티스트부터 시작해 퍼스트 아티스트, 솔리스트, 퍼스트 솔리스트, 수석캐릭터 아티스트, 최고 단계인 수석무용수로 구성돼 있다. 각 단계를 오를 때마다 통상 수년이 걸린다. 중도 하차하는 무용수도 수두룩하다. 단장의 파격 제안은 발레단 전체 분위기를 고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보여준 기량과 춤에 대한 태도가 훌륭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전준혁은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다.하계휴가를 맞아 잠시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2일 서울 자양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준혁은 2014년 아시아인 최초로 로열발레단 산하 발레학교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2017년엔 한국인 최초로 발레단원이 됐다. 발레단 산하 교육생이어도 졸업생 30명 중 1~2명만이 입단에 성공하는데, 그는 바늘구멍을 두 번이나 뚫은 셈이다. 로열발레단의 신화가 된 발레리노 필립 말스덴을 모델로 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한국 초연 당시 최종 오디션에 합격했던 그는 ‘한국판 빌리 엘리어트’를 연상시킨다. 전준혁은 “입단 후 7년 동안 더 나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했다”고 했다. 퍼스트 솔리스트 진급에 대해
오는 13일 성남아트센터 오페라하우스에서 열리는 '2024 발레스타즈'에서는 글로벌 무대에서 활약 중인 무용수와 세계를 호령할 신예들을 한 자리에서 만나는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 입단 평가에 1등을 거머쥐며 4일 정단원이 된 이예은(19), 6일 러시아 마린스키발레단 솔리스트로 입단 소식을 알린 한예종 무용원 3학년생 전민철(20)의 무대는 시즌 투입 직전의 마지막 국내 공연으로 기록될 것이라 더 기대를 모은다. 이예은은 "8일 귀국해 연습에 매진한 뒤 <라 실피드>의 일부를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민철은 <호두까기 인형> 2막의 그랑 파드되와 바흐 모음곡을 보여줄 계획이다.발레스타즈는 2020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회차를 맞은 성남아트센터의 기획 공연이다. 올해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 김용걸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가 예술감독으로 나서며 무용수들을 일일이 캐스팅했다. 재안무 작품도 대다수다. 올해 공연은 컨템포러리 작품이 많은 게 특징이다. 유럽발레단은 고전 작품과 현대물이 균형을 이루도록 매 시즌을 구성한다. 컨템포러리 작품에 경험이 많은 유럽 발레단의 무용수들이 이번 공연에 대거 등장하게 된 이유이기도 하다. 공연을 앞두고 각기 다른 매력으로 유럽 무대를 누비고 있는 발레리나들을 만나 각자의 무대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이상은 영국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는 고전 발레 <백조의 호수>와는 전혀 다른 작품인 <빈사의 백조>를 보여줄 예정이다. 이상은은 5000명의 객석을 갖춘 영국 로얄 알버트 홀에서 <백조의 호수> 전막 공연을 마치고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날아다닌다는 의미의 별명 ‘플라잉 킴’으로 불리는 발레리노 김기민(사진). 러시아 마린스키 발레단에 동양인 발레리노로서는 처음 입단했다. 러시아에서 발레 교육을 받지 않은 외국인이 순혈주의가 강한 마린스키 발레단에 들어가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형 김기완(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과 함께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원 영재원에 다녔다. 한예종 재학 시절 국립발레단 객원무용수 자격으로 17세에 ‘백조의 호수’ 지그프리트 왕자 역을 따내 일찍 주목받았다. 2011년 마린스키 극장 발레단에 견습단원으로 입단해 2012년 퍼스트 솔리스트로 승급했으며 2015년 수석무용수에 등극했다. 소속 무용수가 270여 명인 발레단에서 수석무용수는 15명이 채 안 된다. 그는 20대 초반에 위업을 달성했다. 이어 2016년에는 발레계 최고 권위의 상으로 여겨지는 ‘브누아 드 라 당스’에서 최고 남성 무용수 상을 거머쥐었다. 2019년, 2021년 마린스키 극장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단독 공연(리사이틀)을 열며 발레 황제가 됐다.이해원 기자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역사와 최고의 명성을 자랑하는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에 한국인 발레리나 이예은(19)이 입단했다. 그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파리오페라발레단에서 준단원 활동을 마쳤다. 이씨는 "곧바로 이어진 입단 평가에서 1등을 거머쥐며 정단원에 이름을 올렸다"고 전했다.2005년생인 그는 한국예술영재원에서 초등학교 4학년부터 중학교 3학년까지 수학했다. 선화예술중학교 졸업 후 만 15세에 대학교에 준하는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는데, 이마저도 3년만에 과정을 마치며 조기 졸업했다. 한예종 졸업 직후 파리로 건너간지 반년도 안 돼 입단이 결정됐다. 지난 2011년 입단해 동양인 최초로 2021년 수석무용수(에투알)가 된 발레리나 박세은처럼, 그 역시 조기 해외 유학없이 국내 교육기관서 발레를 배웠기에 더욱 무용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예은은 한국경제신문과 대화하며 "아직도 꿈만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그는 다음주에 귀국해 13일 성남아트센터에서 열리는 발레스타즈 갈라 공연에 참가할 계획이다.이해원 기자
다음달 공식 창단을 앞둔 서울시발레단이 창단 첫 공연으로 '한여름 밤의 꿈'을 선보인다고 4일 밝혔다. 서울시발레단은 세종문화회관 산하 단체로 설립되는 첫 발레단이자 국립발레단, 광주시립발레단에 이어 48년만에 창단하는 국내 3번째 공공 발레단이다.서울시발레단은 다음달 23일부터 사흘에 걸쳐 대극장에서 공연을 갖는다. 서울시발레단은 23일 개막 공연을 창단식으로 갈음한다는 방침이다. 한여름 밤의 꿈은 두 커플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를 그린 셰익스피어의 원작 희곡을 요정의 시점으로 각색해 춤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조지 발란신, 알렉산더 에크만 등 명망있는 안무가들이 나섰던 작품이기도 하다. 세종문화회관에 따르면, 서울발레단은 세계 최초로 이 작품을 컨템퍼러리 발레로 재해석해 창작했다고 한다. 안무와 총연출은 뉴욕 컴플렉션즈 컨템퍼러리 발레단, 피츠버그 발레단 등 미국 발레단에서 획기적인 작품을 선보인 주재만 안무가가 담당했다. 주재만은 "깊은 상상력을 동원해 환상적인 안무를 표현해 내 관객이 객석에 앉아있다는 사실을 잊을만큼 아름다운 무대를 만들겠다"고 말했다.이어 오는 10월에는 서울시발레단의 첫 해외 안무가 라이선스 작품 공연도 예정돼있다. 10월 9일부터 나흘동안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는 한스 판 마넨의 '캄머발레',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개폐회식 안무를 맡은 차진엽 안무가의 신작 '백조의 잠수'가 무대에 오른다. 한 무대에 두 개의 공연을 순차적으로 올리는 '더블빌' 방식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캄머발레에는 국립발레단 수석무용수 출신의 김지영 경희대 교수가 무대에 오른다. 백조의 잠수는 현대사
“준혁, 퍼스트 솔리스트로 승급하면 너의 커리어에 도움이 될까?”“안 될 이유가 있을까요? (Why not?)” 영국 런던 ‘로열발레단’ 최초의 한국인 발레리노 전준혁(26)이 지난달 말 케빈 오헤어 단장과 나눈 대화다. 그가 솔리스트로 진급한 지 1년밖에 안 된 시점에 들려온 깜짝 승급 소식이다. 1931년 설립된 로열발레단은 유럽에선 프랑스 파리오페라발레단과 함께 투톱으로 불린다. 로열발레단 단원 등급은 아티스트부터 시작해 퍼스트 아티스트, 솔리스트, 퍼스트 솔리스트, 수석캐릭터 아티스트, 최고 단계인 수석무용수로 구성돼 있다. 각 단계를 오를 때마다 통상 수년이 걸린다. 중도 하차하는 무용수도 수두룩하다. 단장의 파격 제안은 발레단 전체 분위기를 고려해 매우 조심스럽게 이뤄졌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와 올 상반기 보여준 기량과 춤에 대한 태도가 훌륭해 ‘하지 않을 수 없는’ 제안이었다고. 전준혁은 이를 기쁘게 받아들였다. 하계휴가를 맞아 잠시 한국을 찾은 그를 지난 2일 서울 자양동 한 카페에서 만났다. 전준혁은 2014년 아시아인 최초로 로열발레단 산하 발레학교에 전액 장학금을 받고 입학했다. 2017년엔 한국인 최초로 발레단원이 됐다. 발레단 산하 교육생이어도 졸업생 30명 중 1~2명만이 입단에 성공하는데, 그는 바늘구멍을 두 번이나 뚫은 셈이다. 로열발레단의 신화가 된 발레리노 필립 말스덴을 모델로 한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 한국 초연 당시 오디션을 통과하기도 했던 그는 ‘한국판 빌리 엘리어트’를 연상시킨다. 전준혁은 “입단 후 7년 동안 더 나은 예술가가 되기 위해 매일같이 고민했다”고 했다. 퍼스트 솔리스트 진
베이스바리톤 길병민(30·사진)은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서울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찍이 유수의 글로벌 콩쿠르를 석권했다.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들어갈 때만 해도 정통 성악가로서 성공이 머지않은 것 같았다. 하지만 그는 돌연 성공 가도에서 이탈하며 모험을 떠났다. 2020년 크로스오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한 이후 뮤지컬, 트로트를 넘나들며 활동 영역을 넓혔고 다달이 성악 리사이틀도 열었다.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열린 그의 리사이틀 ‘로드 오브 클래식(THE ROAD OF CLASSICS)’은 쉼 없이 달려온 그간의 행보를 잠시 마무리 짓는 자리였다. 그는 이날 오후 2시 공연 1부에서 성악가로 거듭나기 위해 연마한 아카데믹한 곡을, 2부에서는 상아탑 바깥에서 이뤄진 자신의 모험을 빗댄 곡과 팬들에 대한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답가로서의 음악을 골고루 들려줬다. 타고난 성량으로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 곡들을 특유의 악센트까지 소화하며 천재 성악가의 기량을 보여줬다.1부 포문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의 일부인 ‘무기를 들라, 그대 용사들이여’로 열었다. 이어 슈베르트의 ‘지옥에서 온 무리들’, 볼프의 ‘가끔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며’ 등을 베이스바리톤의 묵직한 중저음으로 표현해냈다. 철학적 깊이가 있는 이들 가곡은 낮은 음역대에서 노랫말의 의미를 전달해야 빛이 나는 터라 난곡으로 잘 알려져 있다. 1부 후반부 차이콥스키와 라흐마니노프의 곡은 앞선 곡들과 달리 테너에 비견될 만큼의 높아진 음역으로 풍부해진 낭만적 감성을 분출해냈다.2부에
한국경제신문이 만드는 프리미엄 문화예술 매거진 ‘아르떼’ 2호(7월호)가 1일 나왔습니다. 이번 호 커버스토리에서는 1세대 실험미술가 이건용 작가와의 만남을 다뤘습니다. 이 작가 단독 인터뷰와 작품 세계 분석은 물론이고 아르떼 취재진과 인터뷰하며 즉흥적으로 신작을 그려내는 순간까지 포착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도 예술을 향한 희구를 멈추지 않는 거장의 투혼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바젤 2024’ 구석구석을 소개한 현장 리포트 역시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아트바젤 속 작은 비엔날레로 여겨지는 ‘언리미티드’ 섹션을 자세히 다뤘습니다. 미술관에서도 보기 힘든 역사적인 명작과 현대미술의 걸작을 만날 수 있는 언리미티드 섹션의 독특한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합니다.음악 코너는 여름을 맞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유럽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과 다양한 국내 음악 축제에 주목했습니다. 이어 피아니스트 백건우가 들려준 모차르트 곡 해석과 함께 임윤찬의 공연을 다각적으로 다룬 리뷰를 실었습니다. 체코 정부로부터 초청받아 둘러본 ‘프라하의 봄 국제 음악 축제’ 소식도 전합니다. 축제 기간 스메타나의 고향에서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선율이 울려 퍼졌습니다. K-클래식 인물열전의 두 번째 주인공은 지휘자 정명훈입니다. 그의 일대기와 커리어, 앞으로의 도전을 상세히 들여다봤습니다.배우의 성별에 따라 캐릭터를 연기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아르떼 공연 섹션에서는 최근 무대 위에 부는 ‘젠더 프리’ 열풍을 심층적으로 취재했습니다. 영화계에서도 젠더 이슈의 열기는 뜨겁습니
성악가 베이스바리톤 길병민(30)은 될성 부른 떡잎이었다. 그는 서울대 성악과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일찍이 유수의 글로벌 콩쿠르를 석권했다. 영국 로열 오페라하우스의 영 아티스트 프로그램에 들어갈 때만해도 정통 성악가의 길을 의심하는 주변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돌연 정해진 성공가도에서 잠시 이탈하며 모험을 떠났다. 2020년 크로스오버 오디션 프로그램에 출전한 이래 가곡, 뮤지컬, 트로트를 넘나들며 음악의 저변을 넓혔고 매달 성악 리사이틀을 열며 클래식 팬들과 교감해왔다. 지난달 30일 경기 고양시 아람누리에서 열린 그의 리사이틀(THE ROAD OF CLASSICS)은 쉼없이 달려온 그간의 행보를 잠시 마무리 짓는 자리였다. 이날 오후 2시 공연 1부에서 그는 성악가로 거듭나기 위해 연마했던 아카데믹한 곡들을, 2부에서는 상아탑 바깥에서 이뤄졌던 자신의 모험을 빗댄 곡들과 팬들에 대한 사랑에 보답하겠다는 메시지를 담은 답가로서의 음악을 골고루 들려줬다. 타고난 성량으로 독일어, 러시아어, 프랑스어의 곡들을 특유의 악센트들까지 소화하며 천재 성악가의 기량을 보여줬다. 1부의 포문은 헨델의 오라토리오 '유다스 마카베우스'의 일부인 <무기를 들라, 그대 용사들이여>로 열었다. 이어 슈베르트의 곡인 <지옥에서 온 무리들> <고독을 찾는 자는>과 볼프의 곡인 <가끔 지나간 과거를 생각하며> <은둔>을 베이스바리톤의 묵직한 중저음으로 표현해냈다.이 가곡들은 독일어권 문학사적으로도 가치가 높은 철학적 내용을 담고 있어, 낮은 음역대에서 노랫말의 의미를 전달해야하는 이들이 꼭 거쳐야할 난곡으로
한국경제신문의 문화예술 전문 매거진 ‘아르떼’ 2호(7월호)가 나왔습니다. 이번 호도 미술을 비롯해 클래식 음악, 공연,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예술 이야기를 다뤘습니다. 지난달 창간호가 나온 이래 정기구독 신청자는 5000명을 넘어서며 큰 호응을 얻고 있습니다. 7월 호 커버스토리로는 1세대 행위예술가 이건용 작가와의 만남을 다뤘습니다. 아르떼 취재진과 인터뷰 하던 도중, 그의 신작이 탄생하는 순간까지 생생하게 담았습니다. 독자 여러분은 어떤 순간에도 예술에 대한 희구를 멈추지 않는 예술가의 투혼을 고스란히 느끼실 수 있을 것입니다. 지난달 스위스 바젤에서 열린 ‘아트 바젤’ 을 다룬 심층 기사 역시 볼거리가 가득합니다. 아트 바젤 속 작은 비엔날레로 여겨지는 ‘언리미티드’ 섹션에 대해 자세히 다뤘습니다. 미술관에서도 보기 힘든 역사적인 명작과 현대미술의 걸작을 만날 수 있는 언리미티드의 독특한 분위기를 생생히 전달합니다. 음악 코너에는 여름을 맞아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유럽의 클래식 음악 페스티벌과 함께 국내의 다양한 음악 축제에 주목했습니다. 이어 피아니스트
누구나 최선을 다하지만 최선만으로는 주인공이 될 수 없다. 노력과 재능을 겸비한 숱한 동료들 가운데서 부상하지 않는 행운과 캐스팅 타이밍도 갖춰야 하는 게 발레 무용수의 운명이다. 2021년 입단해 군무단원 출신으로 올 3월 ‘백조의 호수’, 6월 초 ‘돈키호테’의 주역을 연달아 맡은 안수연(21·사진)의 이야기는 그래서 더 특별하다. 국립발레단의 공연을 장시간 이끌어온 주연급 여자 무용수들이 부상과 임신, 출산 등으로 무대를 잠시 떠난 상황이어서일까.“재미없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발레밖에 몰라요, 취미도 없어요. 밤낮으로 발레만 하고 싶어서 대학도 안 가고 입단했어요(웃음).”지난해 발등 골절이라는 부상으로 강제로 6개월을 쉬어야 했다. 그는 “하루도 쉬어 본 적이 없는데 6개월 휴가라는 게 너무 어색했다”며 “기왕 이렇게 된 것 끝내주게 멋진 모습으로 복귀하자고 마음먹었다”고 했다. 발등을 제외한 온몸을 단련하며 6㎏을 감량해 발레단에 돌아갔다. 그리고 복귀 후 연습실 불을 맨 마지막에 끄는 사람이 됐다. 그는 “그때부터 발레단 선배들이 저를 알아봐주기 시작했다”고 회상했다.강수진 단장은 그런 그에게 선물처럼 ‘백조의 호수’의 주인공 오데뜨·오딜을 안겨줬다. 기대 반 우려 반. 베팅에 가까운 캐스팅이었다. 그러나 악바리 안수연은 ‘백조의 호수’를 신들린 양 소화해냈다. 떨리는 낯빛 하나 없이 무대로 달려 나가며 처연한 오데뜨와 요염한 오딜로 변신하고 또 변신했다. ‘멘털 갑’ ‘강철 멘털’이라는 그의 별명은 이 공연 이후 더 공고해졌다.6월 공연 ‘돈키호테’에
국립창극단의 창작극 ‘리어’가 10월 3일부터 나흘간 유럽 최대 규모 공연예술센터인 영국 런던 바비칸센터 무대에 오른다. 작품의 근간은 영국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 셰익스피어 원작에 판소리를 담은 한국의 창극이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으로 입성하는 것이다.창극 ‘리어’는 2022년 한국 초연에서 서양의 고전을 우리 말과 소리로 참신하게 재창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영국 바비칸센터는 이 점에 주목해 올해 시즌 레퍼토리 작품으로 초청했다. 바비칸센터 홈페이지에도 ‘연극·무용 가을·겨울 시즌작’으로 ‘리어’를 가장 먼저 게시해 관심을 유도하고 있다.국립창극단의 ‘리어’는 시간이란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인간의 욕망, 어리석음을 2막 20장(180분)에 걸쳐 그려낸 작품이다.딸들에게 왕위를 물려주고 배신 당한 리어왕의 비극을 노자의 사상과 연결 지은 것이 특징이다. ‘천지불인(세상은 어질지 않다)’이라는 노자의 말에 힌트를 얻은 작가와 연출가는 노자가 깨달음을 얻은 물상인 ‘물(水)’을 작품 곳곳에 연출했다. 국립창극단의 간판스타 소리꾼 김준수, 유태평양은 각각 리어왕과 신하 글로스터 백작 역을 맡았다.이해원 기자
예술잡지 ‘모노폴’을 창간한 독일 작가 플로리안 일리스는 12년 전 펴낸 <1913년 세기의 여름>으로 세계 지식인의 찬사를 받았다.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은 그의 신작이다. 1차 세계대전과 2차 세계대전 사이 1929~1939년의 기간을 다룬다. 세계사에서 가장 불행했던 시기였다. 증시 폭락, 대공황, 나치즘과 파시즘의 부상을 겪었고 불안과 증오가 가득해 파국으로 치달았던 시대였다.저자는 이 시기 유명인들이 남긴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추적한다. 일기, 편지, 잡지, 신문, 그림 등 수많은 자료가 밑바탕이 됐다. 각 에피소드가 고증이 잘된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책 속 사랑은 낭만보다 집착이나 광기에 가깝다. 사랑을 갈구하며 쟁취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거나 상처를 입힌다. ‘전쟁 같은 사랑’이다.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망명지마다 애인을 뒀다. 애인들은 그가 나쁜 남자란 사실을 알면서도 돕는다. 사상가 장 폴 사르트르와 계약 결혼한 시몬 드 보부아르는 남편의 바람기에 괴로워한다. 화가 파블로 피카소의 아내 올가는 남편이 새로운 뮤즈를 찾고 난 뒤 자신을 괴물같이 그려내는 것에 환멸을 느낀다.요제프 괴벨스(정치가), 한나 아렌트(철학자), 알베르트 아인슈타인(과학자) 등 다양한 인물의 사랑 이야기가 옴니버스 영화처럼 펼쳐진다. 에피소드마다 ‘사랑이란 도대체 무엇인지’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일화가 병렬적으로 나열돼 한 인물에게 과몰입하지 않게 하는 것은 장점이다.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다. 같은 이유로 산만함 역시 지울 수 없다.이해원 기자
"받으시오, 받으시오. 이 술 한 잔을 받으시오(권주가·勸酒歌)" 객석을 향해 무용수들이 술을 권한다. 서울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27일 개막한 국립무용단의 <신선>은 술 취해 노니는 신선놀음을 무용으로 표현했다. 전통무의 요소에 현대무용의 감각을 입혀 틀을 깨는 요소가 공연 내내 이어졌다. 현대무용가 집단 '고블린파티'와 국립무용단이 안무를 구성했고, 2022년 초연했던 작품을 조금 더 밝고 명랑한 분위기로 각색했다고 한다.일명 개다리 소반으로 알려진 술상은 이 공연의 또 다른 주인공이었다. 소반이 위험천만하게 공중을 날아다니는가 하면, 사물놀이를 연상케 하는 타악기로 변신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부채춤의 마지막 장면 '꽃봉오리 춤'도 재현되는데 펼쳐진 무용수들이 부채 대신 술상을 들어 원을 만들고 표현해 재미를 줬다. 무용수들이 점차 취해가는 가운데 환상을 보고, 붕 뜬 기분이 돼 발걸음을 옮길 때 그 밑에도 개다리 소반 징검다리가 있었다. "장르가 다른 무용이 만나 새로운 선을 만들었다"는 <신선>의 중의적인 의미가 익살스럽게 와닿는 지점이었다.인간의 소리를 최대한 배제하는 여느 무용 무대와는 다르게 <신선>은 내레이션도 적극 활용했다. 권주가가 여러 차례 흘러나오는 가운데 무용수들은 마이크를 잡고 설명을 하며 장면, 장면을 매개했다. 다만 이 내레이션이 현대의 서울말로 표현된지라 조금 밋밋하게 들렸다. 판소리나 창의 기법으로 다뤄졌다면, 무용 공연에서 언어가 주는 이질감을 조금 줄일 수 있었지 않았을까. 위트있는 연출과 음향은 무대의 숨은 공신이었다. 무용수들이 술을 마시고 물을 마
사직제례악이 복원 10년만에 최초로 무대에 오른다. 국립국악원은 오는 7월 11일부터 이틀에 걸쳐 예악당에서 사직제례악을 공연한다고 27일 밝혔다. 사직제례악은 조선시대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사직대제'에 쓰이는 음악과 노래, 무용을 의미한다. 이는 역대 왕들의 제사인 '종묘제례'와 더불어 조선 왕이 직접 주관했던 가장 중요한 의식이었다. 사직대제는 1988년 사직대제보존회에 의해 복원되었으나, 사직제례악은 복원되지 못했다. 이에 국립국악원은 2014년 사직서의궤(1783년)와 일제 강점기 왕실 음악기구였던 이왕직아악부의 음악 자료를 토대로 복원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복원 10년 만인 올해, 드디어 무대에 오르게 됐다. 공연에서는 120여명의 국립국악원 정악단과 무용단이 참여해 웅장한 음악과 무용을 함께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에서는 대한제국 시기 자주 국가로서 위상에 적합한 예법을 기록한 '대한예전(1898년)'의 내용을 토대로 황제국의 위엄을 갖춘 사직제례악을 만나볼 수 있다. 악학궤범을 근거로 복원한 악기인 관(管), 화(和), 생(笙), 우(竽)가 연주된다. 관(管)은 두 개의 대나무를 붙여 만든 관악기로 제작법이 까다롭고 정확한 음정을 내기 어려운데 올해 국립국악원 악기연구소(국악연구실)와 김환중 인천광역시 무형유산 단소장 보유자에 의해 복원됐다. 생황과 유사한 악기인 화(和), 생(笙), 우(竽) 역시 김현곤 국가무형유산 악기장 기능보유자에 의해 복원돼 모두 이번 공연을 통해 색다른 음색을 들려줄 예정이다.연출과 의상도 눈여겨볼만하다. 무대 위 천정과 바닥면에는 LED 스크린을 설치해 제례의 절차
국립창극단의 창작극 <리어>가 10월 3일부터 나흘간 유럽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센터인 영국 런던 바비칸 센터(Barbican Center) 무대에 오른다. 작품의 근간은 영국의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비극 <리어왕>. 셰익스피어 원작에 판소리를 담은 한국의 창극이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으로 입성하는 것이다.▶▶▶[관련 리뷰] 딸들에게 버림받은 절망의 노인… 리어왕의 恨을 판소리로 풀다 창극 <리어>는 2022년 한국 초연에서 서양의 고전을 우리 말과 소리로 참신하게 재창조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영국 바비칸 센터는 이 점에 주목해 올해 시즌 레퍼토리 작품으로 초청했다. 바비칸 센터 홈페이지에도 '연극·무용 가을/겨울 시즌작(Teatre & Dance Autumn/Winter)'으로 <리어>를 가장 먼저 게시해 관심을 유도 하고 있다.유럽 최대 규모의 공연예술센터를 자랑하는 바비칸 센터는 런던 금융가 한복판에 자리하고 있다. 2차 세계대전 후 폐허가 됐던 런던 바비칸 지역을 재건하기 위해 복합예술공간을 표방하며 지어진 곳이다. 1971년 첫삽을 떴고 1982년 문을 열었다. 이곳은 공연장과 전시, 영화, 도서관, 학교, 주거 공간까지 아우르고 있으며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상주한다. 우리나라의 전통 판소리로 각색된 <리어>가 셰익스피어의 본고장에서, 런던의 핵심 공연장에서 초청으로 이뤄진다는 점은 남다른 의미를 가진다.국립창극단의 <리어>는 시간이란 물살에 휩쓸리지 않으려는 인간의 욕망, 어리석음을 2막 20장(180분)에 걸쳐 그려낸 작품이다. 삶의 비극과 인간 본성에 대한 원작의 통찰을 노자의 사상과 연결지은 것이 특징이다. '천지불인(세상은 어질
클래식 발레마다 시그니처 군무(群舞)가 있다. '눈송이의 춤(호두까기 인형)', '백조들(백조의 호수)', '윌리들(지젤)'…. 군무는 조화·대칭·비례의 미(美)에 입각해 누구 하나 튀지 않는, 통일된 장면을 연출해야 한다. 하지만 아무리 숨겨놔도 '군계일학'은 존재하는 법. 국립발레단 안수연(21)이 그렇다.2021년 입단해 군무 단원(코르드발레)에 이름을 올린 그는 지난 3월 국립발레단 정기공연 '백조의 호수'에서 오데뜨(백조)와 오딜(흑조)로 '깜짝' 데뷔했다. 백조의 호수는 클래식 발레 중에서도 난도가 높다. 오데뜨와 오딜이라는 선악의 캐릭터를 한 명이 연기해야해 전막 공연을 한 발레리나의 체력 소모는 전·후반부 경기를 뛴 축구 선수와 맞먹는다. 그만큼 이 작품은 체력 소모가 크고, 고도의 집중력을 요한다.국립발레단에 따르면 백조의 호수에서 군무 단원이 오데뜨·오딜이 된 것은 2009년 이후 15년만이다. 국립발레단을 오랜시간 이끌어온 주연급 여자 무용수들이 부상과 임신, 육아 등으로 무대를 잠시 떠나있는 상황이어서일까. 안수연의 등장은 발레씬에 신선한 충격이자 반가운 소식이기도 했다. 지난 6월 12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연습에 매진 중인 그를 만났다. 눈 떠보니 주인공...그대로 무대를 삼켜버렸다안씨는 "단장님(강수진 예술감독)이나 발레마스터 선생님의 어떤 언급도 없이 하루 아침에 백조가 됐다"고 털어놨다. 아직도 그는 왜 본인이 주연에 발탁됐는지 정확히 알지 못했다. 테크닉, 근성, 무대 위에서 더 해보려는 열정, 그런 것들이 눈에 띄었을까 짐작만 하는 게 전부다. 안씨는 "이런 인생의 터닝
서울 예술의전당이 오는 7월과 11월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소프라노 홍혜경을 초청해 ‘보컬 마스터 시리즈’를 선보인다.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이들의 리사이틀과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해 클래식 음악 팬을 위한 공연과 미래 음악인을 위한 기회를 두루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프로그램은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다.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첫 문은 소프라노 홍혜경이 연다. 수십 년간 미국 뉴욕 메트의 디바라는 수식어를 지켜온 그는 깊이 있는 해석을 바탕으로 ‘정결한 여신이여(노르마)’를 부를 예정이다. 이 밖에 푸치니의 ‘투란도트’ ‘토스카’처럼 널리 알려진 오페라 작품의 아리아도 준비했다. 이번 공연은 2014년 이후 10년 만에 이뤄지는 한국 공연이어서 더 기대를 모은다.다음달 26일에는 현존 최고의 베이스로 평가받는 연광철이 무대에 나선다. 그는 바그너를 기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150회 이상 출연하고 독일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연광철은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 베르디, 바그너의 곡으로 구성한 공연을 선보인다. 저음의 베이스 가수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무대를 꾸민다.11월 16일에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방랑자’를 주제로 고독, 슬픔, 혼돈, 절망과 죽음, 구원과 희망이라는 다섯 가지 성격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사무엘 윤의 공연은 단순한 독창이 아니라 드라마가 있는 음악극 형식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공연과 더불어 성악가들의 노하우를 전수하는 워크숍도 연다. 세
대공황으로 혼란하던 1929년. 미국 작곡가 콜 포터는 노래 "우리가 사랑이라고 부르는 건 도대체 무엇일까(What is this thing called love)?"를 발표했다. 작가 플로리안 일리스도 이 시기 사랑의 행태를 눈여겨봤다. 새 책의 배경이 되는 출발점이 1929년인 것은 공교롭다.세계 지식인의 찬사를 받는 독일 작가 플로리안 일리스가 신간 <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문학동네)>을 내놨다. 전작 <1913년 세기의 여름>을 출간한지 11년 만이다. 작가는 1929년부터 1939년에 이르는 시기에 유명인들이 남기고간 다양한 방식의 사랑을 추적하고 독자에 공유한다. 일기, 편지, 잡지, 신문, 그림 등 수많은 자료가 책의 밑바탕이 됐는데 각 에피소드가 고증이 잘 된 드라마처럼 느껴진다. 이 시기는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직전으로, 세계사적으로 가장 불행한 시기로 여겨진다. 뉴욕 증시 폭락, 대공황, 나치즘과 파시즘이 부상하고 불안과 증오가 가득해 파국으로 치달았던 시대였다. 작가는 불가항력적이며 비극적인 시대의 흐름 가운데 개인이 어떤 생각과 감정을 나누며 살아왔는지 천착했다. 기록이 많이 남아있는 위인, 유명 인물들의 삶을 짚어가며 당대의 사랑과 열정을 가감없이 보여주었다. 그런데 책 속 사랑은 낭만이라기 보다는 집착이거나 광기 그 자체에 가까워 도통 건강하지 못하다. 등장 인물들은 저마다 사랑을 갈구하며 쟁취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상처를 입거나 타자에게 상처를 입히는 식이다.그야말로 '전쟁같은 사랑'이 아닐 수없다.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망명지마다 애인을 뒀고 애인들은 그가 나쁜 남자란 사실을 알면서도 그를 돕는다.
서울 예술의전당이 7월과 11월에 베이스 연광철,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 소프라노 홍혜경을 초청해 <보컬 마스터 시리즈>를 선보인다. 세계 무대에서 활약한 이들의 리사이틀과 교육 프로그램을 결합해 클래식 음악팬을 위한 공연과 미래 음악인들을 위한 기회를 두루 제공하겠다는 취지다. 이번 프로그램은 오페라극장에서 진행된다. <보컬 마스터 시리즈>의 첫 문은 소프라노 홍혜경이 연다. 수십년간 뉴욕 메트의 디바라는 수식어를 지켜온 그는 깊이 있는 해석을 바탕으로 '정결한 여신이여(노르마)'를 부를 예정이다. 이밖에 푸치니의 <투란도트>, <토스카>처럼 많은 이들에게 알려진 오페라 작품의 아리아도 준비됐다. 이번 공연은 2014년 이후 10년 만의 한국 공연이어서 더 기대를 모으고 있다. 다음달 26일에는 현존 최고의 베이스로 평가받는 연광철이 무대에 나선다. 그는 바그너를 기리는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 150회 이상 출연하고 베를린 국립오페라극장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연광철은 이번 공연에서 모차르트, 베르디, 바그너의 곡으로 구성한 공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저음의 베이스 가수 공연으로는 이례적으로 오케스트라 연주와 함께 무대를 꾸몄다. 11월 16일에는 베이스바리톤 사무엘 윤이 무대에 오른다. 그는 '방랑자'를 주제로 고독, 슬픔, 혼돈, 절망과 죽음, 구원과 희망이라는 5가지 성격의 음악을 들려줄 예정이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사무엘 윤의 공연은 단순한 독창이 아닌, 드라마가 있는 음악극 형식의 공연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공연과 더불어 성악가들의 노하우를 전수받을 수 있는 워크숍
장대비가 쏟아지던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불볕더위를 식히는 폭우에도 하늘극장은 열기로 가득 찼다. 무용수에게 안무가의 길을 열어주는 국립발레단 KNB 무브먼트 때문이다.KNB 무브먼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개 시리즈를 통해 59편의 작품을 소개했다. 매년 작품 세계를 확장해온 베테랑 안무가도 있지만 무용수로 살다가 안무에 도전한 신예도 있다.22일부터 이틀에 걸쳐 이뤄진 공연에서 가장 눈에 띈 작품은 발레리노 김준경이 안무한 ‘교차로(Intersection)’. 무대를 이끈 여자 주역 안수연의 활약이 컸다. 그는 올 상반기 정기 공연에서 군무단원임에도 ‘백조의 호수’와 ‘돈키호테’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무서운 신예다.안수연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플로어에서 독무와 파드되(2인무)를 췄는데, 고전 발레의 템포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가 한 손을 올려 불을 켜는 동작을 하자 소극장이 터질 듯한 125비트와 함께 무대 위는 순식간에 16명의 무용수로 넘쳐났다.워킹하듯 걸어 나오는 모습이 패션쇼장을 방불케 했고 평소 연습으로 다듬어진 신체는 유명 의류 브랜드의 모델들을 연상케 했다. EDM 음악에 몸을 맡겼지만 현대 무용의 자유로운 움직임 위주로 보여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전 발레 양식에 맞춘 칼군무와 팔 동작, 턴 등이 빠른 음악에 조화롭게 녹아들어 더욱 절도 있고 꼿꼿한 느낌을 선사했다.발레리노 선호현은 베토벤이 청력을 잃은 뒤 작곡한 ‘비창’에서 영감을 받아 ‘아름다움 Me’의 안무를 꾸몄다. 국악기 소리를 몸으로 표현하도록 구상한 이영철(‘공명’), 마음의 소리를 따르라는 스티브 잡스의 말에 영감을 얻은 김나
장대비가 쏟아졌던 지난 22일 서울 중구 국립극장. 불볕더위를 식하는 폭우 속에서 국립극장 하늘극장은 열기로 가득찼다. 국립발레단의 KNB 무브먼트 때문이다. KNB 무브먼트는 무용수가 안무가로서 재능을 발굴할 수 있도록 마련된 자리다. 무대 위의 무용수들은 거추장스러운 의상도, 진한 화장도 없이 오로지 몸의 움직임만 집중하며 안무가들의 뜻을 구현했다. 객석과 무대는 무용수들의 숨가쁜 소리까지 공유할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웠다. <무브먼트>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총 8개의 시리즈를 통해 59편의 작품을 소개한 바 있다. 매년 작품 세계를 확장해온 베테랑 안무가도 있지만 무용수로서 살다 안무에 도전한 신예도 있다. 가장 눈에 띈 작품은 발레리노 김준경이 안무한 '교차로(Intersection)'. 무대를 이끈 여자 주역 안수연의 활약이 컸다. 그는 올 상반기 정기공연에서 군무단원임에도 <백조의 호수>와 <돈키호테>의 여주인공으로 발탁된 무서운 신예다.안수연은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플로어에서 독무와 파드되(2인무)를 보여줬는데, 고전 발레의 템포와는 확연히 달랐다. 그가 한 손을 올려 불을 켜는 동작을 하자 소극장이 터질듯한 125비트와 함께 무대 위는 순식간에 16명의 무용수로 넘쳐났다. 워킹을 하듯 걸어나오는 모습이 패션쇼장을 방불케했고 평소 연습으로 다듬어진 신체는 유명 의류 브랜드의 모델들을 연상케 했다.EDM음악에 몸을 맡긴 무용수들이었지만, 현대 무용의 자유로운 움직임 위주로 보여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고전발레 양식에 맞춘 칼군무나 팔동작과 턴 등이 빠른 음악속에 조화롭게 녹아들어 더욱 절도 있고 꼿꼿한 느낌을 선
여름의 문턱을 넘어가던 이달 초, 우연히 서울 서초동을 지나다 한 갤러리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어머니의 기원>을 쓴 여성 작가 시리 허스트베트. 얼마 전 별세한 폴 오스터의 아내다. 오스터의 부고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일까, 초상화 속 눈동자가 유난히 공허해 보였다. 유화인데도, 신기하리만치 투명했다.발걸음을 옮기자 조앤 디디온, 마거릿 애트우드, 토니 모리슨(1993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매기 넬슨까지 명료한 사상으로 세상을 움직여온 스토리텔러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그림을 그린 이는 30년간 이 작가들의 글을 번역해온 김선형 씨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해외 문학가들의 마음을, 글자와 문장으로 수없이 마주했을 사람. 김씨는 1년 전 어느 날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 구띠갤러리에서 1일부터 열흘간 열린 첫 전시의 제목은 ‘나를 통과한 여자들’이었다. 전시를 마친 그를 서교동 홍대 인근의 20㎡ 남짓 스튜디오에서 만났다.“딸이 미술을 전공해 소묘용 연필은 많이 깎아줘 봤지만 저 자신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먹은 적은 없었어요. 그러다 1년 전쯤 불현듯 드로잉부터 시작했습니다. 아크릴화와 유화에는 완전한 실패란 없음을, 조앤 디디온을 덧칠하며 배웠죠.(웃음)”이날 그는 비비언 고닉의 얼굴을 칠하고 있었다. 이젤 뒤로 여러 색의 물감들, 컬러 마커, 색채 혼합에 관한 이론서가 눈에 띄었다. 출판사와 독자들로부터 인정받는 번역가가, 손에 물감을 잔뜩 묻힌 채 고닉의 초상에 흠뻑 빠져 있는 모습이라니. 고닉은 여성해방 운동가이자 일인칭 저널리즘을 창안해 ‘작가들의 작가’로 불리는 인물이다. 김씨는 최근 그의 세
여름의 문턱에 접어들던 이달 초, 우연히 서울 서초동을 지나다 어느 갤러리에서 익숙한 얼굴을 마주했다. <어머니의 기원>을 쓴 여성 작가 시리 허스트베트. 얼마 전 별세한 폴 오스터의 아내다. 폴 오스터의 부고 소식을 들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서일까, 초상화 속 눈동자가 유난히 공허해 보였다. 유화인데도, 신기하리만치 투명했다. 지나가던 이들이 여러 번 멈춰섰다.발걸음을 옮기자 조앤 디디온, 마거릿 애트우드, 토니 모리슨, 매기 넬슨까지 명료한 사상으로 세상을 움직여온 스토리 텔러들의 얼굴이 나타났다. 얼굴들을 그린 사람은 김선형씨다. 그는 이들 작가의 글을 30년 동안 번역해왔다. 멀리 떨어져 살고 있는 해외 문학가들의 마음을, 글자와 문장으로 깊게 읽어낸 사람. 수 없이 들여다봤을 얼굴들을 그는 1년 전 어느 날부터 그리기 시작했다. 이번달 1일부터 열흘간 구띠갤러리에서 열렸던 첫 전시의 제목은 ‘나를 통과한 여자들’이었다. 전시가 끝나고 일주일 쯤 지나 서울 성산동의 20㎡ 남짓한 스튜디오에서 그를 만났다. “딸이 미술을 전공해 소묘용 연필은 많이 깎아줘 봤지만, 제 자신이 그림을 그려야겠다고 마음 먹은 적은 없었어요. 그러다 1년 전쯤 불현듯 드로잉부터 시작했습니다. 아크릴화와 유화에 완전한 실패란 없음을, '미국 문학계의 아이콘' 조앤 디디온을 덧칠하면서 배웠죠(웃음).” 이날 그는 비비언 고닉의 얼굴을 칠하고 있었다. 이젤 뒤로 여러 색의 물감들, 컬러 마커, 색채 혼합에 관한 이론서가 눈에 띄었다. 출판사와 독자들로부터 인정받는 번역가가, 손에 물감을 잔뜩 묻힌 채 비비언 고닉의 초상에 흠뻑 빠져 있는 모
서울 예술의전당이 영국 로열오페라하우스가 제작한 오페라 ‘오텔로’를 국내에 처음 선보인다. 지난해 오페라 ‘노르마’에 이어 소개하는 프리미엄 오페라 시리즈의 연장선상이다. 대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극에 주세페 베르디의 음악을 입힌 작품이다.1622년 발표된 오텔로는 셰익스피어의 4대 비극 소설 중 하나다. 주인공인 오텔로는 이탈리아 베네치아의 장군이다. 인자하고 유능해 명망이 높았으나 악인 이아고의 계략으로 사랑하던 아내 데스데모나가 간통을 한다며 의심하고, 도덕적으로 비난한다. 끝내 오텔로는 아내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는 파국을 맞는다. 등장인물의 심리 변화 과정과 행동 묘사가 탁월해 예술가들은 다양한 방식으로 소설 오텔로를 변주해왔다.로열오페라하우스와의 특별 협업으로 진행되는 이번 무대는 8월 18~25일 다섯 차례에 걸쳐 공연된다. 예술의전당 관계자는 “로열오페라하우스의 무대 세트와 의상, 소품을 그대로 한국 무대에 올린다”고 설명했다.무대에서는 세계적인 성악가들이 노래할 예정이다.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 밀라노 라스칼라 극장, 런던 로열오페라하우스 등 세계적 극장에서 주역으로 활동 중인 테너 이용훈을 비롯해 테오도르 일린카가 오텔로로 나선다. 악역 이아고는 2017년 영국 초연 당시 무대에 오른 바리톤 마르코 브라토냐가 담당한다. 또 소프라노 흐라추히 바센츠와 홍주영이 비운의 여인 데스데모나를 연기한다.유명 오페라 지휘자 카를로 리치도 이번 공연에서 국립심포니오케스트라와 호흡을 맞춘다. 공연 전 관객의 이해를 높이기 위한 사전 강좌도 7월 열린다. 오페라 오텔로의 탄생, 작품의 시대적
“너의 아버지를 죽인 너야말로, 여기 있는 시신을 잘 묻어드려야 할 사람이야.”소녀 사베가 친구 아메에게 소리쳤다. 아메는 아버지를 죽였다. 아버지를 적군으로 착각해 방아쇠를 당겼다. 사베의 고함에 아메는 생각하기도 싫은 그날이 떠올랐다. 사베가 아메의 상처를 건드린 이유는 또 다른 친구 윌프리드의 아버지가 숨을 거뒀기 때문이고, 아메가 윌프리드 아버지의 시신을 아무 데나 묻자고 했기 때문이다. 사베는 아메에게 속죄할 기회를 잡으라고 했다.사실은 소녀 사베의 아버지도 죽었다. 그는 전쟁통에 자신의 아버지가 무참히 살해되는 모습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사베, 아메, 윌프리드 모두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 윌프리드는 친구들과 함께 아버지가 응당 묻혀야 할 곳을 찾아 나선다.서울시극단의 올해 두 번째 연극인 ‘연안지대’(사진)는 주인공 윌프리드가 아버지 이스마일의 시신을 묻을 땅을 찾아 나서는 과정에서 마주치는 전쟁의 민낯을 그렸다. 레바논 출신 캐나다 작가 와즈디 무아와드의 전쟁 4부작 가운데 첫 작품이 원작이다. 한국에서 공연하는 건 이번이 처음.세 친구의 여정은 순탄치 않다. 내전으로 희생된 시신들로 가득 찬 세상을 마주하며 아이들은 희망에 대한 의심, 그리고 포기와 회피 등 복합적인 감정으로 혼란스러워한다. 전쟁이 횡행하는 땅에 아버지를 묻을 수 없었기에, 결국 바다에 그를 떠나보낸다.연안지대 후반부는 펩사이신만큼 맵고 쓰라리다. 어머니 곁을 거절당한 아버지의 시신을 들고, 아버지의 고향으로 떠나는 여정을 그린 부분이다. 대사는 전쟁의 포화보다 끔찍한 인간의 잔인함을 날 것 그대로 표현해 관객의 불쾌와 불편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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