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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실물경기의 대표 지표인 다우존스주가지수 상승세가 대단하다. 20,000을 넘어선 지 3년10개월여 만인 지난주 30,000을 돌파했다. 1896년 출범한 뒤 10,000선을 돌파(1999년 3월)하는 데 103년을 기다려야 했고 20,000고지(2017년 1월)에 오르기까지 18년이 걸린 것을 감안하면 놀라운 속도다. 거침없는 다우지수 상승 행진을 보면서 21년 전 기억이 떠올랐다. 뉴욕특파원으로 근무하던 1999년, 미국에서는 연초부터...
정부와 여당이 ‘공정경제 3법’이라고 이름 붙인 법안에 대법원이 “공정하지 않다”는 의견을 냈다. 법안의 대(大)전제가 부인당한 셈이니 짚고 넘어가지 않을 수 없다. 대법원이 반대의견을 낸 것은 상장기업에 감사위원을 분리 선임하게 하고,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은 의결권을 3%까지만 인정받도록 한 상법 개정안이다. 대주주의 경영 전횡을 막고 소수주주를 보호해 ‘공정한 경영’이 이뤄지도...
문재인 정부가 ‘고졸·중소기업·청년’을 지원하겠다며 조성한 국가장학금을 ‘대졸·대기업·60대’에게도 퍼주고 있다는 사실이 지난달 국회 국정감사에서 드러났다. “젊은 인재들의 중소기업 취업 기피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도입한 이 제도가 변질·오용된 과정은 주먹구구식 예산살포사업의 실상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고...
미국 정치평론가들은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의 관계를 괴테의 소설 《파우스트》에 나오는 ‘악마와의 거래’에 비유해왔다. ‘보수 본산’ 당의 정체성을 대표하면서 대중적 흡입력도 갖춘 간판 인물을 찾지 못하자 타협적 대안(代案)으로 트럼프를 골랐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그렇게 찾아낸 트럼프를 내세워 4년 전 선거에서 민주당을 제치고 정권 탈환에 성공했다. 부동산 사업가 출신인 트럼프의 기존 ‘정치...
집권당 정치인들이 ‘기업규제 3법’을 밀어붙이면서 부작용을 지적하는 기업인들에게 단골로 하는 말이 있다. “우리는 ‘정의’를 말하는데, 당신들은 ‘불편’을 읊조리고 있다.” 논의 여지를 틀어막는 독선(獨善)의 화법 앞에서 기업인들은 할 말을 잃고 만다. 자기들이 주장하는 지배구조와 거래방식만이 옳다고 우기는 ‘정의 팔이’ 프레임정치의 무지...
삼성그룹이 수천 명의 대졸 신입사원 하반기 합격자를 발표한 2000년대 중반 어느 날, 사장단 회의에 참석한 이건희 회장의 표정이 무거웠다. “어젯밤 줄곧 뒤척이느라 한숨도 못 잤다”는 말로 운을 뗀 그의 얘기가 이어졌다. “저 많은 젊은이들이 부푼 꿈을 안고 삼성에 들어올 텐데, 우리가 그 꿈을 지켜줄 수 있을까 생각하니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베개 밑 홑청이 밤새 흘린 땀으로 펑 젖어 있더라...
영국 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10월 17일자 커버스토리(‘고문당하는 위구르인들’)는 충격적이다. 중국 공산당 정부가 신장자치구 지역 위구르족 ‘와해프로젝트’를 얼마나 폭압적이고 잔혹한 방법으로 자행하고 있는지를 고발했다. 공공장소에서 기도하거나 구레나룻을 길렀다는 이유로 ‘극단주의자’ 낙인을 찍어 수용소에 가두고는 “코란(이슬람 경전) 대신 시진핑 사상을 믿으라&rdquo...
이번주부터 ‘거리두기 1단계’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조치를 완화한 정부 결정이 개운치 않은 뒷말을 낳고 있다. 며칠 전까지 ‘집단감염 차단’을 내세워 서슬 퍼렇게 도심 집회를 틀어막은 정부가 갑자기 ‘거리두기 완화’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1단계 적용 기준으로 제시한 ‘하루평균 확진자 50명 이하’도 충족되지 않은 상황이다. 엊그제는 하루...
“제 삶을 사는 것인데 다른 사람 신경 쓰면서 살 수는 없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남편이 엊그제 미국행 출국 길에 내놓은 말이다. 코로나 확산으로 해외여행 자제령이 내려진 상황에 코로나 최대 위험국인 미국 여행을 강행하면서 그는 당당했다. “코로나가 하루 이틀 안에 없어질 것이 아니잖냐. 만날 집만 지키고 있을 수는 없다”는 말도 했다. 그가 간과한 게 있다. 코로나 사태가 터진 이후 대다수 국민...
미국에서 가장 살기 좋은 곳으로 꼽혀온 캘리포니아가 쌓이는 악재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한 달여 전 시작된 산불이 서울 면적의 23배를 태우고도 멈출 줄 모른다. 사상 최악으로 치닫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원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지난주 캘리포니아를 방문했다. 그런 대통령에게 민주당 소속 개빈 뉴섬 주지사가 대놓고 결례를 저질렀다. 현직 대통령이 방문하면 비행기 앞까지 마중 나가는 의전 관례를 무시하고 터미널 응접실에서 ‘접견&rs...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중국 통치자 시진핑은 ‘정치귀족’ 집안 출신이라는 것 말고도 공통점이 많다. 집권 시기가 2012년 12월과 11월로 거의 같다. 나이도 아베 66세, 시진핑 67세로 비슷하다. ‘전후(戰後) 콤플렉스’를 딛고 자국의 국제위상 강화를 강력하게 꾀해 온 것도 닮았다. 다른 점은 추진 방법이다. ‘전랑(늑대)외교’라는 작명(作名)을 스스로 할 정도로 호전성(好戰...
미국 중앙은행(Fed)은 무슨 기준으로 금리를 결정할까. 경제방송 CNBC가 몇 년 전 흥미로운 ‘이론’을 소개했다. “역대 Fed 의장의 덩치와 재임 기간 기준금리를 비교해봤더니 정비례하더라”는 내용이다. 최장신(201㎝) 의장이었던 폴 볼커의 재임 기간(1979~1987년) 평균금리는 10.2%에 달했다. 2차 석유위기 여파로 치솟은 물가가 떨어질 조짐을 안 보이자 기준금리를 연 20%로까지 끌어올...
“화려하게 포장된 이벤트는 본질을 가린다. 대중이 그럴듯하게 꾸민 쇼에 환호할수록 정작 중요한 콘텐츠가 설 자리는 좁아진다. 그 대가(비용)는 열광과 흥분의 포로가 됐던 대중이 두고두고 치러야 한다.” 미국 경제일간지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요즘 미국 대통령 선거 보도에 담고 있는 메시지를 요약하면 이렇다. WSJ가 지난주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후보로 확정된 조 바이든의 ‘콘텐츠’를 따지는 사설과 칼...
“(홍수 피해와 관련해) 그 어떤 외부 지원도 허용하지 말라”고 했다는 북한 통치자 김정은의 말은 인도 여행자가 겪었다는 일화를 떠올리게 했다. 도심을 걷다가 만난 걸인에게 몇 푼을 쥐여주며 눈인사를 했다. 걸인은 받은 돈만 챙길 뿐 고마워하지 않았다. 그 태도가 하도 당당해 이유를 물었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선한 일을 할 수 있게 내가 기회를 줬으니 당신이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내세(...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쓴 《정책의 배신》은 그를 주목받게 한 ‘국회 본회의 5분 명연설’의 확장판이다. 최저임금, 주 52시간 근무제, 비정규직 등 문재인 정부의 주요 경제정책을 논리정연하게 비판한 내용이 많은 공감을 받으면서 베스트셀러로 떠올랐다. 급속한 최저임금 인상이 약자들의 일자리를 얼마나 날려버렸고, 현실에 눈감은 ‘주 52시간제’가 어떻게 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는지 등을 조목조목 짚어냈다....
선거 때마다 이합집산과 ‘신장개업’을 거듭해온 한국 정당(政黨)사에서 눈에 띄는 게 있다. 보수와 진보의 당 명칭 작법이 다르다는 점이다. 보수정당이 한나라·새누리·미래통합 따위 요령부득의 간판을 달아온 데 비해 진보정당은 표방하는 핵심가치를 열심히 담아내왔다. 평화민주·새천년민주·대통합민주·열린우리·민주통합·더불어민주 등으로 숱하게 문...
여당 대표의 “천박한 서울” 막말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해명 내용과 태도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서울 한강변에 배를 타고 지나가면 ‘저기는 무슨 아파트, 한 평에 얼마’ 그걸 쭉 설명해야 한다”며 “이런 천박한 도시를 만들면 안 된다”고 말한 건 지난 24일 세종시청 특강에서였다. 이 발언이 언론에 보도돼 논란을 빚자 민주당은 “언론이 앞뒤...
부산시에 이어 서울시도 시장의 사고로 ‘대행체제’에 들어갔다. 내년 4월 보궐선거에서 후임 시장이 선출될 때까지 행정부시장이 시장 역할을 대신한다. “지방자치단체의 장이 궐위된 경우 부단체장이 그 권한을 대행한다”고 규정한 지방자치법 111조에 근거해서다. ‘임시 시장’을 부르는 공식 명칭은 ‘시장권한대행’이다. 임시시장이 대행하는 것을 ‘권한&r...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인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비중은 25%에 이르는 나라. 지난주 하루 확진자가 7만 명을 넘어서며 연일 ‘세계 신기록’을 쏟아내고 있는 나라. 인구 100명당 한 명꼴로 확진 판정을 받은, 비교할 대상조차 없는 세계 최대 코로나 감염대국. 미국이 주인공이다. 정치·경제·군사 분야는 물론 과학·의료기술에서도 세계 최강을 자랑하는...
작명(作名)의 힘은 엄청나다. 똑같은 사람, 사물, 현상을 놓고도 어떤 이름을 붙이느냐에 따라 이미지가 달라진다. 헌법재판소의 ‘대체복무 허용’ 판결 이후 표현 적정성 논쟁이 불거진 ‘양심적 병역거부’가 그런 예다. 징병거부가 ‘양심적’이라면 군복무자는 ‘비양심적’이란 말이냐는 문제제기가 잇따랐다. 병역거부 당사자와 옹호세력이 붙인 ‘양심적&rsqu...
취업준비생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인천국제공항은 2001년 3월 문을 열기까지 곡절이 참 많았다. 1990년 6월 노태우 정부가 김포공항을 대신할 새 국제공항 건설계획을 발표하자 환경운동가들의 반대가 들끓었다. 인천 앞바다에 있는 영종도를 매립해 새 공항을 짓기로 한 게 시빗거리였다. 갯벌 매립에 따른 ‘지반침하론’부터 철새도래지여서 새떼와의 충돌로 인한 항공 참사 위험이 높다는 주장, 공항예정...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가(家)는 유럽 역사상 가장 강력한 가문이었다. 15세기 중반부터 600년 동안 스페인과 네덜란드, 헝가리에 이르기까지 광대한 영토를 통치했다. 그랬던 왕조가 종말을 맞은 과정이 허무하다. 대를 이어갈수록 아래턱이 돌출하는 유전병이 심해졌다. 가문의 마지막 왕자는 음식을 제대로 씹기조차 못했다. 결혼은 꿈도 꿀 수 없었고, 그렇게 대(代)가 끊겼다. 합스부르크 왕족들이 유전병을 앓은 것은 근친결혼 탓이었다. 가문이 이룬 것...
세상에서 말이 안 되는 것 같은 일이 벌어지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속사정을 제대로 아는 게 중요하다. 그래야 잘못된 걸 바로잡을 수 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야유와 비난만 퍼붓는 건 감정 배설을 넘어 사회적 소모일 뿐이다. 요즘 기업 노사관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들도 그런 관점을 갖고 짚어볼 때가 됐다. 한국경제신문에 얼마 전 보도된 기사와 기사에는 “대기업 노동조합이 억지를 부린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르노삼성자동차 노조가 올해 ...
100년 전 만주에서 독립군 특공대가 일본군 1개 대대를 무찌른 ‘봉오동 전투’는 일제강점기 시절 독립전쟁 사상 첫 승리를 거둔 전투였다. 홍범도 장군 지휘 아래 일본군 157명을 사살하고 300여 명을 부상시킨 이 전투에서 독립군 전사자는 단 네 명뿐이었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봉오동 계곡에서의 승리는 독립군이 넉 달 뒤 청산리 전투에서 일본군 1200여 명을 궤멸시키는 ‘대첩’으로 이어졌다. 홍...
‘특수부대 전랑(戰狼).’ 역대 아시아지역 최고 흥행을 기록한 중국 영화다. 특수부대 출신 주인공이 중동의 전장(戰場)에 뛰어들어 자국민을 구출해낸다는 줄거리의 ‘애국영화’다. 미국인이 이끄는 용병부대와 마주치는 족족 눕히고 때려 부순다는 설정에 중국인들이 열광했다. ‘중국판 람보(Wolf Warrior)’로 불리는 이 영화가 요즘 중국 외교의 상징어로 떠올랐다. ‘전...
시민단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의 기부금 유용 논란보다 더 걱정스러운 건 여권의 대응 방식과 태도다. 회계투명성 의혹 제기를 놓고 도지사와 장관을 지낸 중진 의원이 “친일·반(反)인권·반(反)평화 세력의 최후공세”라고 몰아붙인 것을 신호탄 삼아 여당 인사들이 거칠고 거센 엄호사격을 쏟아냈다. 여당 국회의원·당선자 15명은 “역사...
시민단체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가 기부금 사용내역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엉뚱한 말을 했다. 엊그제 기자회견에서 “세상 어느 NGO(비정부기구)가 활동내역을 낱낱이 공개하느냐, 기업들에는 (회계 투명성을) 왜 요구하지 않는 건지 너무 가혹하다”는 말을 했는데, 그냥 넘길 수 없는 얘기다. 먼저 두 번째 주장, “기업들에는 회계투명성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말...
“나는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강하다(Perhaps I am stronger than I think).” 시인 토머스 머튼이 남긴 이 명언은 대한민국의 요즘 상황에 딱 들어맞는다.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혼란을 빠르게 수습해나가면서 전 세계가 경탄하는 ‘모범국가’로 떠올랐다. 세계 최고 수준임을 입증한 안정적인 보건의료체계와 의료인들의 헌신, 뛰어난 의술과 장비 제조기...
독일과 스웨덴, 네덜란드, 아일랜드에는 공통점이 있다. 한동안 ‘구제불능’으로 여겨졌던 만성적 경제·사회 위기를 딛고 ‘모범국가’로 탈바꿈했다는 점이다. 2005년 실업률이 11%를 넘으며 ‘유럽의 병자(病者)’ 소리까지 들었던 독일을 반전시킨 주역은 좌파 사회민주당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정부다. “최선의 사회보장은 경제발전”이란 말로 노동계 대표를...
정부가 최근 확정지은 ‘한전공대’ 설립과 국가공무원 정원 확대에는 공통점이 몇 개 있다. 막대한 재원(財源)이 두고두고 소요된다는 점, 그래서 야당은 물론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반대의견이 적지 않다는 것 등이다. 한전공대를 짓는 데는 설립비용과 운영경비 등을 합쳐 최소한 1조6000억원이 필요하다. 설립 예정지인 전남 나주 인근에 광주과학기술원과 전남대 등 국립을 포함해 대학이 10여 개나 있는데 별도의 공대가 왜 필요하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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