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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한국이 왜 그런 ‘오버’를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경위를 알아보고 대응 조치를 취하라.” 중동 산유국가인 A국의 한국 주재 대사는 얼마 전 본국으로부터 이런 업무 지시를 받았다. 전해 들은 내용이 황당했다. A국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하자 한국 대사가 이 나라 총리를 찾아가 항의했다는 것이다. 항의 내용은 차치하고, 일개 대사가 해...
미국인들이 마흔다섯 명의 역대 대통령 가운데 존경하는 인물 세 번째로 꼽는 사람이 프랭클린 루스벨트(1933~1945년 재임)다. 1등은 ‘국부’로 추앙받는 초대 대통령 조지 워싱턴, 2등은 흑인노예 제도를 폐지한 에이브러햄 링컨이다. 루스벨트가 두 거인과 함께 ‘빅3’ 반열에 오른 데는 이유가 있다. 미국은 물론 전 세계를 통틀어 최고의 공감 능력을 발휘한 지도자로 평가받는 덕분이다. 그의 &ls...
여당 지도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총선 의병·민병대론’은 도무지 어처구니가 없다. 여권 비례대표 의석을 늘리기 위한 위성정당 필요성이 제기되자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직접 창당하지는 않더라도) 의병들이 여기저기서 나오는 것을 어쩔 수 있겠느냐”고 했고, 여당 내 ‘기획통’이라는 민병두 의원이 “민병대가 나설 수는 있는 것”이라며 맞장구를...
한 나라의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표로 가장 많이 인용되는 게 성장률과 실업률이다. 성장률은 한 해 동안 그 나라에서 산출된 부가가치(국내총생산·GDP)가 얼마나 늘어났는지를 보여준다. 한국이 경제 대도약을 이룬 1966~1991년은 25년 동안 연평균 실질 성장률이 9.3%에 달했다. 7.5년마다 경제 규모가 두 배로 커졌다. 우리가 일군 고도성장이 얼마나 대단한 건지는 이렇게도 설명할 수 있다. “1953년 한 해 국민...
중국이 훌쩍 커버린 국력을 믿고 버릇없이 한국을 대하고 있지만, 매사에 그런 건 아니다. 자기들이 넘볼 수 없는 실력을 가진 존재 앞에선 고개를 숙인다. 메모리반도체 챔피언인 삼성전자를 비롯해 한국의 몇몇 세계적 기업들 앞에선 함부로 굴지 못한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꼼짝 못하는 게 있다. 축구다.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치졸한 사드 보복을 감행하고 제멋대로 전투기를 한국 방공구역에 띄우는 도발을 해대고 있지만, 축구 얘기만 나오면 꼬리를 내린다...
“야근 수당보다 가족과 함께 보내는 게 더 소중하다.” “일률적인 근무시간 제한은 또 하나의 규제다.” 주 52시간 근로제를 놓고 두 직장인이 대통령 앞에서 찬반토론을 벌였다. 문재인 대통령이 엊그제 서울 구로디지털단지에서 가진 ‘국민과의 점심’에서다. 자신을 ‘워킹맘’이라고 밝힌 여성 직장인은 “맞벌이하는 남편이 야근하면 오로지 내가 독박육아를 해...
‘홍콩 사태’는 중국 역사에 큰 굴욕으로 기록될 것이다. 짚어볼수록 그런 망신이 없다. “홍콩 광복, 시대혁명!” 홍콩 주민들이 중국 정부에 대한 복속을 거부하며 외친 구호다. 한마디로 “중국이 싫다”는 얘기다. 기구한 홍콩의 역사를 돌아보면 기가 막힐 노릇이다. 중국은 홍콩을 1842년 영국에 폭력으로 빼앗겼다. 중국에 더 많은 아편을 팔기 위해 우격다짐의 전쟁을 일으켰고, 압승...
“뉴욕 증권시장에 가보고 눈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엄청난 것이 있구나 생각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취임 직후인 2003년 5월 미국에 다녀와서 한 얘기다.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에 당선이 되면) 밥 먹고 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지 않겠다” “반미(反美)면 어떠냐”고 쏘아댔던 그의 입에서 ‘유연한 진보’라는 말이 나오는 데는 오랜 ...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요즘 어수선하다. 내년 4월 총선거를 앞두고 존재감을 높이기 위해 취한 조치가 잇달아 역풍을 일으켜서다. 정부·여당의 실정(失政)에 대한 공격이 ‘품격’ 논란을 부르고, 당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인재 영입은 ‘졸속’ 잡음에 휘말렸다. ‘조국 파동’을 겪으며 한국당에 몰렸던 유권자들의 ‘혹시나’ 하는 기대는 ‘역시나...
한반도의 남과 북에서 베네수엘라가 각각의 비교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다. 대한민국에서는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베네수엘라 리포트위원회’를 출범시키며 문재인 정부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반(反)시장 및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경제를 파탄시킨 베네수엘라를 따라가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엊그제 미국의 제재 압박을 비난하는 노동신문 논평을 내면서 베네수엘라를 모범적인 극복 사례로 꼽았...
한 국가가 1000년도 아니고 2200년이나 존속한 건 대단한 기록이다. 고대 로마의 이 기록을 넘어선 나라는 아직 없다. 로마가 이렇게까지 장수(長壽)한 요인으로 꼽히는 건 많다. 그 가운데 하나가 지도층의 솔선수범 전통이다. “고귀하게 태어난 사람은 고귀하게 행동해야 한다”는 뜻의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는 로마제국 귀족들의 불문율이었다. 카르타고와 16년간 2차 포에니 ...
“북유럽 국가들을 사회주의 성공 사례로 꼽는 것은 만연해 있는 대표적 오류”라고 강조한 사람은 스페인 경제학자 다니엘 라카예다. 그는 지난해 오스트리아 미제스연구소 학회지에 기고한 글(‘노르딕 국가들은 사회주의체제가 아님을 직시하라’)에서 “북유럽 국가들이 정부 개입과 평등주의 정책으로 최고 단계의 사회복지국가를 실현했다”는 좌파들의 주장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북유럽 ...
의료 관광레저 첨단산업 등 분야의 외국인 투자를 집중적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경제자유구역법’이 제정된 건 2002년 12월이었다. 임기를 두 달 남겨둔 김대중 대통령이 심혈을 기울여 성사시켰다. 노무현 대통령은 전임자의 뜻을 이어받아 인천 송도 일대를 1호 경제자유구역으로 지정하고 병원과 카지노 리조트 유치에 우선적으로 나섰다. 투자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 경제자유구역 내에서는 영리법인도 병원을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l...
동학 농민군과 일본군 간에 벌어진 우금치 전투(1894년)의 결과는 참혹했다. 기록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만 명, 최대 3만6000명의 농민군이 목숨을 잃는 동안 일본군 사망자는 단 한 명에 불과했다. 무기의 차이가 결정적이었다. 동학군의 무기는 대나무 끝을 잘라서 만든 죽창이 대부분이었고, 심지에 불을 붙여 발사하는 화승총이 더해졌다. 일본군은 영국 스나이더 소총을 개선한 무라다 소총으로 무장했다. 엎드린 자세에서 한 번 장전으로 1분간 1...
반도체가 한국 경제 버팀목으로 자리 잡기까지의 과정은 되돌아보는 것만으로도 눈물겹다. 1982년 이병철 삼성 회장은 일본이 석권하고 있던 반도체산업에 도전할 결심을 굳히고 친분이 있던 일본 기업들에 도움을 요청했다. 도시바 히타치 NEC 등 선두기업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B급 기업’이던 샤프로부터 산업연수생을 받아주겠다는 허락을 받았다. 까다로운 조건이 붙었다. 생산라인에서 ‘시다바리(조수...
일본인은 어디에서 왔는가. 《총, 균, 쇠》의 저자 재레드 다이아몬드 UCLA 교수가 쓴 논문 제목이다. 인류문명의 수수께끼를 파헤쳐 퓰리처상을 받은 책의 개정증보판 말미에 ‘특별논문’으로 첨부했다. 그는 이 논문에서 “현대 한국어는 신라어에서 비롯됐고, 일부 전해지는 고구려어 단어는 한국어보다 일본어와 비슷하다”며 “(고구려계가 주축을 이룬) 한국인의 이주가 현대 일본인에게 막대한 영향을 ...
이스라엘이 들어선 가나안(팔레스타인) 지역은 ‘젖과 꿀이 흐르는 땅’이 아니었다. 대부분 지역에 돌이 너무 많아 농작물을 기를 수 없었다. 전체 면적의 절반에 이르는 남쪽 네게브 지역은 아예 사막이었다. 북쪽 땅 일부에 물이 흘렀지만, 말라리아가 창궐하는 늪지대였다. 유대인들은 이런 불모지에 나라를 세우기 위해 치밀한 준비작업을 했다. 이스라엘을 건국한 1948년보다 36년 앞선 1912년, 영국이 지배하던 땅에 대학(테크...
미국 미네소타주는 프로미식축구리그(NFL) 팀 이름이 ‘바이킹스’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스칸디나비아 출신이 주 인구의 32%(2017년)에 이를 정도로 많아서다. 여기에는 아픈 사연이 있다. 대공황이 밀어닥친 1930년대 스칸디나비아 국가의 경제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곤두박질치면서 실업률이 20~30%대로 치솟았다. 견디다 못한 사람들이 미국 등 신대륙 이민에 나섰다. 스웨덴에서는 1931년 총인구(615만 명)의 5분의 ...
몸 안에 지방(脂肪) 성분인 콜레스테롤이 많다고 해서 무조건 나쁜 건 아니다. 저밀도 지방 단백질(LDL) 콜레스테롤은 동맥경화 원인으로 작용해 관리가 필요하지만, 고밀도(HDL)는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스테로이드 호르몬과 담즙산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세상 이치에는 이와 닮은 게 많다. 소득격차 지표도 그렇다. 흔히 ‘소득격차는 작을수록 좋다’는 말을 당연한 명제(命題)로 여긴다. 최상위 소득자와...
“노동계도 우리 사회의 주류라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투쟁이 아닌 상생으로 존중을 찾아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일 근로자의 날에 띄운 메시지다. 며칠 뒤 만난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대통령이 많이 다듬어서 한 말씀”이라고 했다. “(노동계에 대해) 답답하고 끓어오르는 게 많다. 언제까지 받아줄 수는 없다”고도 했다. 왜 아니겠는가. 문재인 정부가 각별하게 챙겨온 노동계,...
배가 속도를 내려면 순풍(順風)만 필요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배를 몰아본 사람은 안다. 처음 배를 움직일 때는 순풍이 도움을 준다. 일정한 속도가 붙고 나면 그만이다. 순풍이 주는 추진력은 배와 바람의 상대속도로 결정되기 때문에, 바람과 배의 속도가 같아지면 더 이상 힘을 얻지 못한다. 배가 속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역풍(逆風)이 필요하다. 맞바람의 방향에 맞춰 적당히 돛의 각도를 틀어주면 강한 추진력이 생긴다. 배가 빨라질수록 강...
조선조 세종대왕은 우리나라 역사에서 최고의 성군(聖君)으로 불리지만, 흠결도 적지 않았다. 노비종부법(奴婢從父法: 아버지가 양인이면 어머니가 노비라도 양인으로 인정)을 ‘종모법(從母法)’으로 환원해 노비 숫자를 크게 늘린 것은 대표적인 악업(惡業)으로 꼽힌다. 수령고소금지법이란 법을 제정해 사대부의 전횡에도 발판을 깔아줬다. 이영훈 전 서울대 교수가 저서 《세종은 과연 성군인가》를 통해 ‘세종은 양반에게만 성군이...
노무현 대통령 재임기간과 겹친 3년6개월 남짓했던 경제부장 근무 시절, 청와대 오찬에 세 차례 초대받았다. 노 전 대통령은 1년에 한 번꼴로 언론사 경제부장들과 점심을 먹으며 정책현안을 토론했다. 사전 질문 취합 없이 즉석토론을 즐겼다. 그중 한번은 저(低)출산 문제가 화제에 올랐다. “출산대책요? 정부가 돈을 푼다고 효과가 제대로 나겠습니까?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 참 살 만하다. 이 좋은 세상 혼자만 살다 가서는 안 되...
미국 증권시장에 거품이 한창이던 1990년대 후반 ‘개념주(concept stock)’라는 신조어가 등장했다. 인터넷 열풍을 타고 출현한 ‘닷컴(.com)’기업 주식을 일컫는 용어로 쓰였다. 아메리카온라인, 월드컴, 버티컬넷 등 닷컴기업들이 상장하자마자 증시를 달궜다. 확실한 수익모델은커녕 기업가치도 검증받지 않은 주식에 투자자가 몰려들었다. 앨런 그린스펀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비...
‘LED(발광다이오드) 없는 스마트폰과 TV’는 생각하기 힘들 만큼 LED는 영상화면의 대세(大勢)로 자리 잡았다. LED의 ‘초(超)고화질 혁명’을 완성한 사람은 일본인 나카무라 슈지다. 다들 ‘불가능하다’고 고개를 젓던 청색 LED를 1993년 개발해냈다. 그 이전까지는 노란색과 빨간색의 LED만 있어서 여러 가지 색깔을 낼 수 없었다. 청색 덕분에 3원색이 완성됐고, 모든 색...
역사에는 가정(假定)이 없다지만, 문학에서는 가능하다. ‘이랬다면…’ ‘저랬어야 했는데…’를 마음껏 상상의 나래로 펼칠 수 있다. 이문열의 단편소설 ‘장군과 박사’는 한·일 현대사를 현실과 반대로 상상했다. “일본을 아는 이라면 서력 1945년 패전 이후 혼란을 틈타 그 땅을 두 토막 낸 금촌장군과 목자박사를 기억할 것이다&rdquo...
미국 뉴욕과 샌프란시스코, 캐나다의 토론토와 밴쿠버, 호주 시드니 등 ‘신대륙’ 대도시에는 공통적인 풍경이 있다. 도심 노른자위 땅에 차이나타운이 들어서 있다. 씁쓸한 사연이 있다. 신대륙 국가들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 중국 하층민을 값싼 인력으로 사들여 도로 항만 교량 등의 건설에 대거 투입했다. 일거리를 찾아 헤매던 중국인들이 인부로 팔려가 혹독한 노동을 강요당했다. ‘쿨리(苦力)’로 불...
19세기 후반 한국과 일본의 운명을 가른 건 서양 문물에 대한 문호 개방 여부이며, 조선왕조의 쇄국은 그래서 크나큰 패착이었다는 게 통설(通說)이다. 한영우 서울대 명예교수는 저서 《미래를 여는 우리 근현대사》에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조선이 쇄국정책을 쓴 것이 아니라 서양이 조선을 외면했다”는 것이다. 무슨 얘기인가. 네덜란드 포르투갈 영국 프랑스 등의 서양인들은 동아시아 지역과 본격 교류를 시작한 16세기에 한 번...
대만이 올해부터 영어를 제2공용어로 공식 통용한다. 정부기관 인터넷 사이트, 공공 안내서비스, 공공 데이터, 문화·교육 행정서비스, 전문 기술직 자격시험 등을 올해부터 중국어와 함께 영어로도 제공한다. “국가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결단”(라이칭더 국무총리)이다. ‘탈(脫)원전 취소’ 못지않게 놀라운 소식인데, 우리나라에선 무덤덤하다.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멀쩡한 모국어가 ...
정권 수립에 공헌한 사람을 주요 공직에 임명하는 관행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1800년대 중반에 ‘엽관(獵官·관직 사냥, spoils)’이라는 말이 등장했을 정도로 역사가 오래됐다. 이 시기 연방 상원의원을 지낸 윌리엄 트위드(뉴욕주)가 대놓고 말한 “전리품은 승자의 것(To the victor belongs the spoils)”에서 ‘엽관제도’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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