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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학영 논설고문
    이학영 논설고문(종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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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학영 칼럼] '경제철학 전환' 의 마지막 기회

    며칠 남지 않은 올해 ‘세계사적인 기록’이 예약돼 있다. 베네수엘라의 경제 궤멸 성적표다. 올해 이 나라의 경제 규모가 5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 게 확실하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올해 성장률이 -18%(IMF 추정)로 3년 연속 두 자릿수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한 결과다. 베네수엘라는 1950년까지만 해도 1인당 국민소득(GNI)이 미국, 스위스, 뉴질랜드에 이어 세계 네 번째로 높았다. 풍부하게 매장된 유전...

    2018.12.05 17:49
  • [이학영 칼럼] '철부지 정치'가 키우는 위기

    거침없는 화법으로 구설수를 일으켜 온 여당 대표가 또 뉴스를 탔다. 대통령이 ‘신(新)남방정책’에 한참 공을 들이고 있는 와중에 이 지역 국가에 대한 비하 발언을 해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나흘 전 한 행사에서 “필리핀은 지난 40~50년 동안 제대로 된 지도자가 나오지 못하는 바람에 제일 잘살던 나라에서 제일 못사는 나라로 전락했다”고 말했다. 정치리더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과정에서 나온 말...

    2018.11.21 18:07
  • [이학영 칼럼] 다시 묻는 '정의란 무엇인가'

    ‘정의(正義)’의 뜻풀이는 간단하지 않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자기에게 합당한 몫이 자신에게 돌아가는 것’이라고 했지만, 무엇이 ‘자기에게 합당한 몫’인지에 대한 해석 논란을 남겼다. ‘정의’를 어떻게 정의(定義)해야 할 것인지는 아직도 백가쟁명(百家爭鳴)이다. ‘정당화될 수 없는 불평등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라는 자유주의자...

    2018.11.07 18:14
  • [이학영 칼럼] "정권 운영의 냉엄한 현실을 몰랐다"

    프랑스 사회당이 파리 중심부에 있던 당사(黨舍)를 팔고 외곽 공업지대로 최근 이전했다. 당 운영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국고보조금이 거의 끊긴 데다 기부금까지 쪼그라든 탓이다. 17개월 전까지 집권당이었지만, 연명(延命)에 급급한 신세가 됐다. 작년 5월 대통령 선거에서 소속 후보가 5위로 낙선하는 망신을 당한 데 이어 총선에선 577개 의석 가운데 31석을 겨우 건졌다. 5년 전 선거에서 280석을 차지했던 ‘유럽 진보정치 본산&...

    2018.10.24 18:12
  • [이학영 칼럼] '가짜뉴스'보다 더 무서운 것

    한국에 ‘4·19 혁명’이 있다면 중국에는 ‘4·19 거사’가 있다. 다른 건 중국에선 ‘4·19’를 잊고 싶어 한다는 점이다. 1958년 4월19일 새벽 5시,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는 200곳으로 나뉜 ‘전구(戰區)’에서 총지휘관 명령에 맞춰 사수들의 총구가 불을 뿜었다. 총을 들지 않은 시민들은 세숫대야와 물통을 두들기...

    2018.10.10 17:57
  • [이학영 칼럼] '시선(視線)의 높이'가 문제다

    다언삭궁 불여수중(多言數窮 不如守中). “말이 많으면 궁지에 몰리게 된다”는 도덕경 구절이 떠오른 건 빌 게이츠가 ‘로봇세(稅) 지지’를 선언하면서 논란의 불을 지폈을 때다. 마이크로소프트 경영에서 손을 떼고 사회사업가로 변신한 그가 “일자리를 없애는 로봇에 세금을 물려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은 지난해 세계경제포럼(WEF) 일자리 보고서가 나온 직후였다. WEF 보고서는 &ld...

    2018.09.26 17:52
  • [이학영 칼럼] 대한민국 국회는 누가 탄핵하나

    며칠 전 국회에서 여야 의원들 간에 고성(高聲)이 오갔다. 한 의원 입에서 “당신…”이라는 말이 튀어나오자, 몇 살 더 많은 상대방이 발끈했다. “얻다 대고 당신이야!” 하대(下待)하는 호칭이 꽤 불쾌했던 모양이다. ‘최순실 게이트’ 국회 청문회가 처음 열린 보름 전으로 시곗바늘을 돌려보자. 한 의원이 자기보다 나이가 훨씬 더 많은 증인을 “당신은&hell...

    2016.12.21 17:44
  • [이학영 칼럼] "가장 나쁜 자들은 이 시대 정치인들이오"

    기업 총수들이 ‘최순실 게이트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불려나가 곤욕을 치른 6일, 지인들과의 저녁모임은 우국(憂國)토론장이 됐다. “세계에서 의회가 청문회를 하는 나라는 한국과 미국뿐인데, 우리나라가 껍데기만 들여왔다. 영어로는 청문회가 ‘듣는다’는 뜻의 ‘히어링(hearing)’인데, 다그치고 윽박지르는 ‘샤우팅(shouting)’으로 일관하는...

    2016.12.07 17:26
  • [이학영 칼럼] 최순실보다 더 무서운 '정치판 완장'들

    ‘완장’을 처단하겠다고 또 다른 ‘완장’들이 설쳐댄다. ‘최순실 게이트’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요즘 일들이 딱 그런 모양새다. 권력을 등에 업고 국정을 농단하고, 기업들까지 후려친 청와대와 최순실 일당의 작태는 매우 악질적인 ‘완장질’이었다. 전모(全貌)가 드러나기 시작하면서 다수 국민이 분노와 상실감에 젖었고, 국정은 마비 상태로 빠져들고 있다. 국정 최...

    2016.11.23 17:26
  • [이학영 칼럼] 미국을 모른다는 사실도 모르는 나라

    “내가 뉴욕 맨해튼 5번가 한복판에 서서 아무나 쏴도, 유권자들은 내게서 등을 돌리지 않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선거 과정에서 이런 말을 했을 때 귀담아 들은 사람은 별로 없었다. 대다수가 “말도 안 되는 허풍”으로 받아넘겼다. 하지만 그의 장담은 사실이었다.트럼프가 인종차별적 발언을 하건, 성차별 발언을 하건, 말도 안 되는 엉터리 통계를 들이대며 자유무역을 공격하건, 지지자들은 그를 기꺼이 받아들였다. 그리고 표를 몰아줬다.‘대이변’으로 불리는 미국 대통령 선거 결과를 놓고 가장 먼저 당황한 건 미국 주류 언론들이었다. 뉴욕타임스는 개표 직후부터 트럼프가 앞서가기 시작하자 ‘stunning upset(깜짝 놀랄 예상 밖의 승리)’이라는 말로 당혹감을 표현했다. upset이라는 단어에는 ‘예기치 않게 혼란스러운 상황, 곤경’이라는 뜻도 있다. ‘Hillary Clinton for President(클린턴을 대통령으로)’라는 사설을 쓸 정도로 대놓고 힐러리를 지지했으니 곤혹스러워할 만도 했다.트럼프가 ‘주류’들의 이런 예측을 깨부순 요인이 뭘까. 애런 제임스 UC어바인 교수가 쓴 《또라이 트럼프(ASSHOLES: A THEORY OF DONALD TRUMP)》에는 이런 대목이 있다. “트럼프 지지자들은 그의 어떤 실수도 쉽게 용서한다. 그만이 처치 곤란한 철면피들로 꽉 찬 정치판의 질서를 바로잡을 힘이기 때문이다. 그가 익살꾼을 벗어나 대중선동가로 변신했고, 허풍쟁이이며, 인종차별주의자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로 지지자들이 멍청하지는 않다. 그럼에도 부패한 정치판의 버르장머리를 고쳐놓기 위해서는 그와 같은 정치문외한(outsider)이 필요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그

    2016.11.09 17:44
  • [이학영 칼럼] 지대추구 사회, 우리가 키워 온 괴물

    ‘대통령 비선(秘線) 실세’의 국정 농단이 사실로 드러나 온 나라가 뒤집어진 지난 25일, 한국은행은 경제 성장률이 네 분기째 0%대(3분기 성장률 0.7%)에 머물렀다고 발표했다. 활발했던 건설 투자와 추가경정예산 효과를 제외하면 마이너스 성장이라는 진단도 내놨다. “앞으로가 더 걱정”이라는 경고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양대(兩大) 제조업체부터가 ‘고난의 행군’을 예고하고 있다....

    2016.10.26 17:37
  • [이학영 칼럼] 문재인 전 대표는 박성택 회장을 만나보시라

    “내년 대선에서 패배하면 한강에 빠져야 할지 모른다”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이틀 전 발언이 민망한 반향을 일으켰다. “OECD 자살률 1위 국가인 한국에서 정치인은 말조심해야 한다. 지키지도 못할 말을 왜 하나.”(박지원 국민의당 비대위원장) “(문 전 대표가 신자인) 천주교에서 자살은 손꼽히는 죄악인데, 그런 말 하면 날라리 신자가 되는 것이다.”(정진석 새누리당 원내...

    2016.10.12 17:38
  • [이학영 칼럼] 부메랑: 그리스가 우스워 보이던가

    “그리스인들은 캄캄한 어둠 속에서 정부를 어마어마한 돈 보따리로 만들어 한몫씩 나눠 받고 싶어 했다. 국영철도회사는 연간 임금이 4억유로에 기타 지출이 3억유로인 데 비해 연간 수익은 1억유로에 불과하다. 직원들의 연간 소득은 평균 6만5000유로(약 9500만원)다. 스테파노스 마노스 전 재무부 장관이 ‘그리스 철도 승객 전체를 택시에 태우는 것이 더 싸게 먹힐 것’이라고 지적했을 정도다.” 마이클...

    2016.09.28 17:39
  • [이학영 칼럼] 브라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장면들

    몇 해 전 한국 기업의 상파울루 주재원이 퇴근길에 납치당했다. 서울의 부모가 아들 가족을 보러 지구 반바퀴를 돌아 찾아온 날이었다. 집안이 발칵 뒤집혔지만 곧 수습됐다. 전화를 걸어온 납치범들이 한국 돈으로 몇 백만원 정도의 몸값을 요구했고, 흥정 끝에 ‘가격’을 낮춰주기까지 했다. 전형적인 ‘생계형 납치’였다. “도시 빈민들이 호구(糊口)를 위해 개발한 생업(生業)”이라며 씁쓸...

    2016.09.07 17:55
  • [이학영 칼럼] '입법 바벨탑' 쌓아올리는 대한민국 국회

    유럽연합(EU)에서 탈퇴를 결정한 영국과 유럽 대륙국가들이 뚜렷하게 다른 것 가운데 하나가 법(法)제도다. 영국은 불문법(不文法·문장의 형식을 취하지 않은 법률), 대륙국가들은 성문법(成文法·문서로 제정된 법률)으로 나라를 운영한다.불문법·성문법의 차이를 구체적으로, 그리고 영국이 ‘브렉시트’를 결행하기에 이른 배경을 좀 더 명쾌하게 이해하게 해준 에피소드를 얼마 전에 전해 들었다. 초등학생 자녀를 각각 둔 두 회사원이 런던(영국)과 파리(프랑스) 지사에 발령받아 아이들을 현지 학교에 전학시키게 됐다. 아빠와 함께 찾아 온 아이를 만난 런던의 초등학교 교장은 “몇 살이냐”고 묻고는 곧바로 해당 학년의 학급으로 배치했다. 전학 수속에 필요한 서류는 ‘준비되는 대로’ 제출하라고 했다. ‘사람 먼저, 수속은 나중에’였다.파리의 학교는 달랐다. 한국에서의 재학증명서 등 몇 가지 서류가 먼저 필요했다. 급히 부임하느라고 챙기지 못한 서류가 한국에서 도착할 때까지 아이는 학교에 다닐 수 없었다.“구체화되고 명문화된 법률은 사람들을 필요 이상으로 제약할 소지가 크다. 게다가 어떤 법률이건 제정되는 순간부터 구닥다리(out-dated)가 돼 상황에 맞춘 사회적 대응을 어렵게 한다.” 영국이 불문법 전통을 지키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말이다. 이런 영국이 ‘통합 공고화(鞏固化)’를 명분 삼아 온갖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 온 EU체제를 견디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불문법 전통을 이어받은 미국과 함께 영국이 전 세계의 금융시장과 정보기술(IT) 분야 신산업 시장을 쓸어 담고 있는 까닭이 선명해진다. 사람과 기업을 시시콜콜

    2016.08.10 18:46
  • [이학영 칼럼] '내 편'과 '네 편' 가르는 법

    “누가 우리 편인가(Who is us)?” 이런 제목의 논문이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등장한 것은 1990년 초였다. 저자인 로버트 라이시 UC버클리 교수의 논지(論旨)를 요즘 말로 요약하면 ‘기·승·전·일자리’다.“어떤 회사가 진정한 ‘미국 기업’인가. 일본에서 활동하는 IBM저팬인가, 미국에서 자동차를 만들고 일자리를 창출하고 세금을 내는 도요타아메리카인가.” 자문(自問)에 이은 그의 자답(自答)은 명쾌했다. “누가 소유했느냐(owned-by)가 아니라 어느 곳에 둥지를 틀었느냐(based-in)를 기업 국적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통념을 깨뜨린 주장은 미국 사회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 1992년, 미국 내 일자리가 급속하게 줄어들기 시작하면서 더욱 주목을 받았다. 1980년대 말 650만명이었던 실업자가 1000만명에 육박하고, 5%대 초반에 머물렀던 실업률이 7%를 넘어서고 있었다.민주당 대선 후보로 나선 빌 클린턴은 라이시 교수를 선거캠프에 영입했고, 대통령에 취임한 뒤에는 고용정책을 총괄하는 노동부 장관으로 임명했다. “일자리 창출의 엔진(the engine of job creation)은 민간부문이며, 규제혁파가 1차 과제다.” 클린턴과 라이시는 진보 진영을 대표하는 정치인·경제학자였지만 미국인들에게 시급한 일자리가 어떻게 해야 창출되는지를 정확하게 짚고 있었다.기업 국적에 대한 기준을 새롭게 제시하면서까지 총력을 다한 해외 기업 유치 정책은 독일 메르세데스벤츠, 일본 도요타와 혼다, 네덜란드 필립스 등의 대형 공장 투자를 이끌어내는 결실을 맺었다.오는 11월 치러질 미국 대통령 선거 민주당 후보로 확정된 빌 클린턴의 부인

    2016.07.27 18:21
  • [이학영 칼럼] 'Attractive Korea'가 더 급하다

    “북핵(北核)보다 더 무서운 게 저출산”이라는 말이 있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문제가 그만큼 심각하다는 얘기다. 과장(誇張)이 아니다. 세계 최하위 수준인 한국 가임여성의 합계출산율(2010~2015년 평균 1.23명)이 이어질 경우 한국의 인구는 2100년에 1000만명 이하로 줄어든다. 2305년에는 한국인이 지구상에서 사라질 판이다. 2800년에 가서야 멸종될 일본인(현재 인구와 합계출산율로 예상)들을 부러워해야 할 지경이다.저출산·인구 감소의 재앙이 우리 사회에 ‘분명한 진행신호’를 보낸 지 오래다. 1971년 100만명을 넘은(102만4773명) 출생아 수(數)가 자식 세대인 2002년생은 50만명 이하(49만2111명)로 떨어졌다. 작년엔 43만명 수준으로 더 쪼그라들었다. 저출산 파고(波高)는 보육교사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데 이어 초·중·고등학교 교사, 대학교수들까지 상당수를 거리에 나앉게 할 것이다.저출산과 그로 인한 인구 고령화가 대한민국을 어떻게 초토화시켜 나갈지는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한국의 산업현장이 지금 수준의 생산을 유지하고, 생산가능인구(15~64세)와 노인 간 인구비율을 4 대 1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2050년 국내 거주 인구의 46%를 외국인으로 채워야 할 것이라는 경고까지 나와 있다.이렇게 심각한 저출산·고령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시책들이 쏟아져 나온 지도 오래다. 국회에서도 초당적(超黨的)으로 입법 대책을 논의하기 위한 ‘어젠다 2050’ 등 의원 연구모임이 등장하고 있다.하지만 제대로 된 효과 검증 없이 “내놓고 보자”는 식의 정책과 제도가 너무 많다. 만 3~5세 유아에게 전원 무상보육을 제공하는 ‘누리과정’은 재

    2016.07.13 18:17
  • [이학영 칼럼] 뒤집어 읽는 '브렉시트 드라마'

    독일 철학자 임마누엘 칸트(1724~1804)는 러시아 땅 칼리닌그라드에서 태어나 평생을 살았다. 그곳에서 반경 16㎞ 이상을 벗어난 적이 없다. 지금의 독일 땅에는 발도 들여놓지 않았다. 독일인 작가 프란츠 카프카(1883~1924)는 체코 수도 프라하에서 태어나 죽을 때까지 그곳에서 작품활동을 했다. 독일인들이 사랑하는 고전 《트리스탄과 이졸데》를 쓴 고트프리트 슈트라스부르크(1200년대 초반 출생)는 프랑스 도시 스트라스부르에서 태어나서 자랐고, 글도 그곳에서 썼다.아차, 몇 군데 잘못 쓴 대목이 있다. 러시아 땅, 프랑스 도시…는 지금 기준일 뿐이다. 그들이 살았던 당시에는 엄연한 독일 땅(또는 공동 거주지)이었다. 칼리닌그라드는 1254년 독일 십자군 튜턴 기사단이 일군 이래 1945년 소련(지금의 러시아)이 몰수하기 전까지 동(東)프로이센의 수도 쾨니히스베르크였다. 프라하는 1348년 신성로마제국의 카를 4세 황제가 최초의 독일어대학을 세운 도시다. 1300년께부터 독일인들이 대거 이주하기 시작해 집단 거주지역을 형성하고, 프라하의 학문·문화 생활을 주도했다.독일이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한 1945년까지 체코 서부 주데텐란트는 300만명의 독일인들이 모여 살던, 사실상의 독일 땅이었다. 이들은 독일 패전의 죗값으로 고향에서 추방당한 채 전혀 낯선 동독이나 서독으로 이주해야 했다. 프랑스와 독일이 주거니 받거니 해 온 알자스로렌 지방의 중심 도시 스트라스부르는 1944년 11월 프랑스가 넘겨받기 전까지 독일 도시 슈트라스부르크였다.독일은 2차 세계대전 패전 이전까지 1000년 가까이 유럽대륙을 사실상 지배했다. 10세기 후반부터 19세기까지 유럽 중심부를 지배한 ‘천년제국&rs

    2016.06.29 17:36
  • [이학영 칼럼] 20대 국회가 기업이라면…

    A그룹이 파격적인 임원인사를 했다. 전자, 자동차, 에너지, 금융, 리조트 등 핵심 계열사 사장 임기를 1년으로 줄였다. ‘연임(連任) 불가’ 조건도 달았다. 1년 뒤 보직을 넘겨받을 ‘차기 사장’까지 예고발령 냈다. 인사 원칙은 단 하나, 근속 연수가 일정 수준을 넘어선 모든 임원들에게 사장 자리에 앉을 기회를 준다는 것이다.계열사 임원들 간 인사이동도 최대폭으로 했다. 전문성은 과감하게 무시했다. 고참 임원들이 ‘다양한 분야’에서 경험과 인맥을 쌓도록 하는 데 주안점을 뒀다. 각사 차기 사장 발령을 받은 임원조차 취임 직전까지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게 했다. 고참들의 경력관리를 최우선으로 삼다 보니, 신임 임원들은 ‘빈자리가 난 곳’에 꾸겨 넣었다. 전문성 따위는 살펴보지도 않았다.일반 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인사방식이다. A그룹은 다르다. 실적을 신경 쓸 필요가 없어서다. 생존 걱정을 할 일이 없다. 임직원 급여와 활동비를 포함한 그룹 운영경비가 꼬박꼬박 외부에서 들어온다.날벼락을 맞는 곳은 따로 있다. 협력업체들이다. ‘슈퍼 갑(甲)’ 회사의 사장들이 1년 단위로 바뀌니 말이다. 1년마다 새로 들어앉는 사장들이 사업성격을 이해하지 못해 엉뚱한 결정을 내리지나 않을지, 하루하루를 가시방석 위에서 보내야 한다. 업무 파악을 돕기 위해 ‘과외공부’를 시켜줘야 할 ‘갑님’이 사장만도 아니다. 임원진도 경력과 무관하게 앉은 사람들투성이다. 이들을 번갈아 만나 기초과정부터 사업 브리핑을 하고, 친분도 쌓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협력회사 본연의 업무는 뒷전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예화(例話)가 길어졌다. ‘

    2016.06.15 17:43
  • [이학영 칼럼] '호국의 빚' 갚아나가야 하는 나라

    지난 3월 열린 한·미 연합훈련에 호주군과 뉴질랜드군이 참가한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두 나라 군대는 6·25 전쟁 때부터 이어진 인연으로 매년 봄 ‘쌍룡훈련’을 함께하고 있다. 전쟁 당시 영국, 호주, 뉴질랜드, 캐나다 4개국 군대로 구성된 영연방 27여단이 중공군을 섬멸한 ‘가평전투’는 6·25 전쟁을 대표하는 기념비적 승리로 꼽힌다.1951년 4월, 국군 6사단이 중공군의 기습에 38선 일대를 빼앗기고 가평 일대로 후퇴하면서 서울로 이어지는 경춘가도를 내주고 말았다. 가평전선마저 빼앗기면 또다시 서울을 내줘야 할 상황에서 ‘기적’이 일어났다. 가평에 투입된 2000명의 영연방 27여단 부대원이 1만명이 넘는 중공군을 물리친 것이다. 승리는 거저 주어지지 않았다. 병력의 40%가 전사했다. 27여단의 주력이던 호주 왕실 3대대는 지금도 시드니 교외의 대대막사를 ‘가평막사’로 부르며 ‘피를 바쳐 지킨 한국’을 기념하고 있다.태국 휴양도시 파타야에서 수도 방콕으로 가는 길에 ‘촌부리’라는 도시가 있다. 태국군 최정예부대인 왕실육군 제2사단 21보병연대가 자리 잡은 이곳에 한국전쟁 참전 기념탑과 기념관이 있다. 매년 100만명이 넘는 한국인이 파타야 푸껫 등 태국 곳곳의 관광지를 방문하고 있지만, 촌부리 기념탑은 존재 자체를 아는 사람이 거의 없다.태국은 1950년 6·25 전쟁이 터지자 왕실근위대원을 포함한 1만5000여명을 파병했다. 개성 수원 오산 지역에 투입돼 한국군·미군과 평양 탈환을 함께 했다. 중공군이 참전하자 연천 북쪽 ‘폭찹고지’에서 12일간 벌인 전투에서 적을 궤멸, 세계 군사학교들이 지금까지

    2016.06.01 17:46
  • [이학영 칼럼] '지역학 까막눈'이 진짜 위기다

    이란을 다녀온 통상전문가로부터 흥미로운 얘기를 들었다. “1200~1300년대 몽골제국에 관한 기록물을 구하려면 몽골이 아니라 이란에 가야 한다더라.” 설명은 이랬다. 800년 전 아시아 동쪽 끝에서 유럽 일부까지 점령을 끝낸 몽골제국은 점령지 민족들을 등급을 매겨서 부렸다. ‘1등 민족’ 몽골인에 이어 페르시아인을 2등급, 고려인은 3등급, 중국 한족(漢族)은 4등급 민족으로 분류했다.몽골 황실은 문화와 지식수준이 높았던 페르시아인들에게 학문 연구를 주로 맡겼다. 상당수 자료가 페르시아어로 쓰여진 채 이란에 남게 된 배경이다. 이란이 주변 아랍국은 물론 서방국가들에 쉽사리 곁을 열어주지 않으며 ‘자존감’을 세워 온 데는 역사 곳곳에 이런 자부심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수천년 역사에 수메르와 페르시아제국 시절의 유산, 오랜 상인(商人) 전통까지 갖춘 이란인들과 몇 번 만나 비즈니스를 하거나 세미나를 한 정도로 “이란을 잘 안다”고 해선 곤란할 것 같다.도행지이성(道行之而成). ‘없던 길을 걸어가면서 만들어낸다’는 뜻의 장자(莊子)에 나오는 구절을 박근혜 대통령이 인용하면서 관심을 모았다. 이란에서의 비즈니스 외교 성과를 기업인들에게 설명하는 자리에서였다. 대통령은 30개 프로젝트에서 최대 456억달러(약 52조원) 규모 수주를 이끌어낸 이란을 새 시장 개척의 모델로 제시했다. 제2, 제3의 이란 시장을 열어내 미국 중국 등에 편중된 수출시장을 다변화해 달라는 당부였다.먼저 짚어 봐야 할 게 있다. 새 시장을 온전하게 개척하기 위해 필수적인 ‘지역학적 지식기반’을 우리나라가 얼마나 갖추고 있느냐는 점이다. 교

    2016.05.18 17:59
  • [이학영 칼럼] 너희가 '총선민심'을 아느냐

    “이웃이 일자리를 잃으면 경기침체, 당신이 일자리를 잃으면 불황, 카터가 실직하면 경기회복을 뜻한다.” 1980년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로널드 레이건 후보는 경쟁자였던 지미 카터 대통령을 이렇게 공격했다.레이건은 선거에서 승리했고, 재담(才談)도 현실로 입증했다. 8년 재임 기간 동안 2000만개 가까운 일자리를 창출했다. 2% 안팎이던 경제성장률도 연평균 4% 이상으로 끌어올렸다. 감세(減稅)와 규제 완화로 기업들의 투자를 이끌어 내는 ‘공급중심 경제정책(supply-side economics)’이 먹힌 덕분이었다.재정 투입 등 수요를 부추겨 일자리를 늘리려다가 실패한 카터 행정부와 대조를 이뤘다. 그의 이름을 딴 ‘레이거노믹스’는 시장 개입이 아닌 ‘조장(助長)’이 왜 옳은 처방인지를 설명해주는 고전적인 사례가 됐다. 최근 중국 정부에서 도입을 추진하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공산당 일당독재 체제인 중국에서 대표적인 자유주의 경제정책을 도입하겠다니, 국제사회에서 화제가 됐다.요즘 한국의 경제 상황이 36년 전 미국을 떠올리게 한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0.4%로 2분기 연속 0%대로 추락했다. 설비투자는 전기 대비 5.9%나 급감했다. 미래의 성장을 가늠하게 해주는 대표적 지표인 설비투자의 마이너스 추락은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청년실업률이 1997년 외환위기 수준인 12.5%로까지 치솟아 있는 터다.이런 경제난국을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 없다는 게 문제다. 미국 일본 중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 한국의 투자감소율이 단연 1위다. ‘경제민주화’에 맞춰 개정된 공정거래법, 자본시장법 등이 기업들의 투자 의지를 꺾고 있다. 척박한 기업생

    2016.04.27 17:54
  • [이학영 칼럼] 한국의 민주주의, 인도의 민주주의

    출근길에 들른 투표소에서 ‘점 복(卜)’자 기표 용구를 들어올리는 심정이 묘했다. 주권(主權)을 행사하는 표식이 왜 하필 ‘점집’을 떠올리게 하는가. 후보들도, 정책도 뒤죽박죽이었던 이번 선거판을 상징하는 것 같아 씁쓸했다.“나의 선택이 올바른 것이기를, 찍어준 후보가 당선돼서 제발 잘해주기를” 기도하며 한 표를 행사했지만, 지지한 정당과 후보의 정체(正體)를 온전하게 알지 못한다는 낭패감을 떨치기 어려웠다.이번 선거전을 지켜보는 내내, ‘지상 최대의 민주주의 축제’라는 인도의 총선거 풍경이 자주 겹쳐졌다. 인구의 40%대가 문맹(文盲)인 인도에서 정당들은 연꽃, 자전거, 코코넛 같은 그림들을 당(黨)의 상징물로 등장시켜 글을 모르는 유권자들의 투표를 유도한다. 복잡한 정책이나 공약보다 호주머니에 찔러주는 10루피(약 250원), 20루피짜리 봉투에 그려진 당의 상징물을 보고 지지 정당과 후보를 결정하는 까막눈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싸구려 민주주의’의 서글픈 전형(典型)이다.“한국은 다르다”고 단언할 수 있을까. 짚고 따져 봐야 할 것들이 많다. 정치와 정당을 시장(市場)과 상품에 비유한다면, 소비자인 유권자들이 선거라는 ‘장터’에서 제대로 상품을 고르도록 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제품 사용설명서’가 있어야 한다. 그게 정당의 정강(政綱)과 정책이다. 한 표가 아쉽다고 정강·정책을 뒤집거나 혼란스럽게 하는 건 물건을 ‘사기 판매’하는 것과 다를 게 없다.이번 선거과정에서 각 당이 보인 행태에는 엄정한 검증과 결산이 필요하다. 집권당인 새누리당부터가 그렇다. 정부와 여당이 표방해 온

    2016.04.13 18:02
  • [이학영의 이슈 프리즘] 당신도 '다문화 가정' 후손입니다

    영도 하씨, 구리 신씨, 안산 김씨, 동탄 이씨…. ‘귀화(歸化) 성씨’가 봇물 터지듯 늘고 있다. 부산 사투리를 걸쭉하게 구사하는 미국계 변호사 로버트 할리 씨는 ‘하일’이라는 이름으로 한국 국적을 등록하면서 본관을 ‘영도 하씨’로 신고했다. 프로축구단 성남 일화의 골키퍼로 활약했던 러시아 출신 발레리 사리체프 씨는 현역 시절 자신의 별명이었던 ‘신의 손’을 한국이름으로 채택하면서 ‘구리 신씨’로 국적을 취득했다. 외국인이 귀화하면서 한국식으로 성(姓)과 본관을 새롭게 정하는 ‘창성창관(創姓創貫)’의 급속한 증가는 주시해야 할 현상이다. 귀화 외국인에 의한 창성창관은 2010년 이후 매년 7000건을 넘어서고 있다. 외국인의 귀화가 활발하지 않았던 1985년만 해도 국내의 성씨는 통틀어 275개에 불과했다(통계청 자료). 그랬던 성씨가 2000년에 728개로 늘어났고, 이제는 수만개로 급속하게 불어났다.  '그들'이 '우리'인 이유 1985년 당시에도 275개 성씨 가운데 절반에 육박하는 136개 성씨는 시조(始祖)가 귀화 외국인이었다. ‘다(多)문화’는 이미 오래전부터 반도(半島)국가인 한국 사회를 설명하는 데 불가결한 지정학적 특징이었다. ‘해양왕’ 장보고가 맹위를 떨쳤던 삼국시대와 그 직전 시기 아랍에서 귀화한 처용(處容)을 비롯해 40여개 성씨가 외국에서 들어왔다. 조선시대 황희 정승을 비롯해 대한민국 국무총리와 여당 대표 등 숱한 인재를 배출한 황씨(黃氏)의 시조 황락(黃洛)도 이때 중국 후한(後漢)에서 귀화했다. 대통령과 국무총리 등을 탄생시킨 ‘대한민국 10대 성씨’ 김해김씨와 허씨의 시조모(始祖母)는 인도 아유타국 공주였다. 여진, 거란, 몽골, 베트남 등 아시

    2013.12.26 21:22
  • [이슈 프리즘] 연평도에서 '추모 마라톤'을 하자

    매년 9월11일 아침, 뉴욕의 브루클린과 맨해튼섬을 연결하는 배터리터널 입구에는 전 세계에서 수만 명이 몰려든다. ‘그라운드 제로(‘9·11 테러’로 사라진 트레이드타워 터)’까지 5㎞ 코스를 달리는 마라톤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다. ‘9·11 테러’ 당시 트레이드타워 입주자들을 구조하다 순직한 뉴욕소방청의 스티븐 실러 소방관을 추모하는 행사다. 사고 당일 비번(非番)이었던 그는 트레이드타워가 테러범에 납치된 항공기에 들이받혀 화염에 휩싸였다는 긴급 뉴스를 들었다. 가족들의 만류를 물리치고 즉각 소방장비를 챙겨 사고현장으로 차를 몰았다. 사고로 인해 배터리터널 통행이 차단되자, 75파운드(약 34㎏)에 이르는 장비를 둘러메고 트레이드타워까지 달려갔다. 다섯 아이의 아버지였던 실러는 끝내 가족들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사고현장을 수습하다 목숨을 잃은 343명의 소방관 가운데 한 명이 됐다. 뉴욕소방관 충혼 기리는 마라톤 사고 1주기인 2002년 9월11일 시작된 ‘스티븐 실러 추모 마라톤대회’에는 미국 육군사관학교(웨스트포인트)의 모든 생도들도 군장차림으로 매년 참가한다. 애국과 조국수호의 충혼(忠魂)을 키우는 데 더없는 ‘살아 있는 교육’이라는 판단에서다. 주요 정치인과 공무원, 종교 성직자, 연예인 등 ‘공인’들도 대거 참여한다. 3주 전 열린 ‘글로벌 인재포럼 2013’ 마지막 날 특별세션에서 팀 트레이노어 웨스트포인트 학장이 들려준 얘기다. 그가 전한 실러 소방관 이야기는 듣는 이들을 전율하게 했다. 그 감동이 여전한 요즘, 연평도 포격사건과 천안함 폭침의 배경·전말을 놓고 새삼 벌어진 소란이 더욱 씁쓸하다. 천주교 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2013.11.28 21:36
  • [이슈 프리즘] 본질 흐리는 엉터리 작명들

    ‘기초연금’ 수혜 대상과 지급방식을 둘러싼 정쟁(政爭)이 다시 끓어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문형표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가 “기초연금을 국민연금과 연계해 운영해야 한다는 소신에 변함이 없다”고 못을 박았고, 야당은 “복지 확대에 반대하는 사람에게 복지부 장관을 맡겨선 안된다”며 ‘일전(一戰)’을 벼르고 있어서다. 기초연금 논란은 박근혜 대통령이 “65세 이상 모든 고령자에게 월 20만원씩 지급하겠다”던 선거시절 공약에 수정을 가하면서 불거졌다. 공약을 지키는 데 소요될 엄청난 재정부담을 피하기 위해, 수혜 대상과 지급액을 국민연금 가입 유무(有無)와 수령액 규모에 따라 축소 조정하겠다는 게 골자다. “국민연금 가입자에게 손해를 주는 것”이라는 반발은 “결코 그렇지 않다”는 정부 해명에도 불구하고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노령수당' '경로보조금'이 맞다 ‘기초연금 논란’은 재정을 얼마나 쏟아부어야 하는지 진지하게 따져보지 않고, 고령자들의 ‘표심(票心)’을 얻기 위해 덜컥 내놓았던 공약이 스스로의 발목을 잡은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그건 이미 알려진 얘기다. 하지만 그에 못지않게 심각한 또 하나의 본질적 문제가 덮여져 왔다. 정책의 핵심을 오독(誤讀)하게 만든 ‘엉터리 작명(作名)’ 문제다. 새누리당 대표를 지낸 정몽준 의원은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기초연금’이라는 명칭을 ‘노령수당’으로 바꿀 것을 제안했다. 수혜자의 재정적 기여가 없는 공적 부조에 ‘연금’이라는 이름을 붙여 공연한 오해와 혼란을 불렀다는 지적이다. 맞는 얘기다. 국민연금도 가입자가 납부한 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을 정부가 세금으로 지원하는 구조이므

    2013.10.31 21:40
  • [이슈 프리즘] "이럴 거면 왜 세금 더 빼앗나"

    미국의 연방정부 기능이 중단(셧다운)되는 사태를 보면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발단은 미국 내 건강보험 사각지대를 없애겠다는 ‘오바마케어’의 시행 시점에서 비롯했지만, 그 배경에는 ‘예산 낭비 포퓰리즘’ 공방이 자리잡고 있다. 미국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약속대로 10월1일 시작된 새 회계연도부터 ‘오바마케어’를 시작할 경우 전체 예산의 20%를 추가비용으로 집행해야 한다. 연방하원 다수당인 야당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시행을 1년 늦출 것을 요구했지만, 상원을 지배하고 있는 집권 민주당이 거부하면서 나라살림이 마비되는 지경을 맞았다.미국은 수십년 동안 누적된 재정적자로 인해 16조달러(약 1경7000조원)가 넘는 국가부채를 떠안고 있다. 상황이 그런 만큼, 나랏빚을 더 가파르게 늘릴 새 건보제도는 재정상황이 호전될 때까지 시행을 늦춰야 한다는 게 공화당 주장의 골자다.포퓰리즘 논란, ‘오바마케어’‘양극화 해소’와 ‘일자리’를 명분으로 내건 오바마 행정부의 재정 확대와 증세(增稅) 드라이브는 곳곳에서 파열음을 내고 있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게재한 서먼 존 로저스 사이프러스반도체 최고경영자(CEO)의 기고문은 포퓰리즘으로 치닫는 오바마의 ‘혈세 낭비’에 대한 미국 기업인들의 좌절과 분노를 대변한다.“사이프러스반도체는 1983년부터 2003년까지 실리콘밸리의 칩 제조공장에 7억9700만달러를 투자해 4033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일자리 하나를 만드는 데 평균 19만5000달러가 들었다. 반면 미국 의회예산처에 따르면 오바마 정부가 창출한 일자리는 하나당 50만~400만달러의 비용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은 ‘질투의 정치’를 하고

    2013.10.03 18:32
  • [이슈 프리즘] 기업과의 소통, '판'을 바꿔라

    박근혜 대통령이 이틀에 걸쳐 10대 그룹 총수 및 중견기업 대표들과 각각 오찬간담회를 했다. “분위기가 진지했고, 좋았다”는 게 참석자들의 전언이다. 대통령은 기업들의 현안에 대해 “걱정하는 걸 잘 알고 있다”고 했고, “경제에 찬물을 끼얹는 입법은 심각한 문제”라고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기업인들의 노력에 실질적인 도움을 주려고 애쓰는 진심이 느껴졌다”고 했다. 그런데도 이번 행사를 ‘삐딱하게’ 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판에 박힌, 또 한번의 이벤트였을 뿐”이라는 비판도 들린다. 제한된 시간에 그 많은 참석자들이 얼마나 진솔하게 얘기를 나눌 수 있었겠느냐는 의구심도 내놓는다. 역대 대통령들이 비슷한 행사를 했던 데서 오는 ‘기시감(旣視感)’ 탓일 수도 있다. 정권마다 되풀이되는 '이벤트' 이번 행사보다 훨씬 더 ‘오붓하게’ 기업인들과 대화를 나눈 사례도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취임 직후 4대 그룹 총수들만 따로 불러 삼계탕집에서 오찬간담회를 가졌다. 임기 중반에 4대 그룹 총수들과 청와대에서 또 한차례 회동했다. 하지만 이런 행사가 대통령과 재계 사이의 진정한 소통으로 이어졌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언론에 일정을 미리 공개하고, 오찬을 곁들인 한정된 시간에 흉금을 털어놓는 대화가 오가기는 쉽지 않은 탓이다. 대외홍보용 이벤트 성격이 짙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시장경제의 핵심 축을 이루는 기업의 현실을 제대로 이해하고 정책에 반영하기 위해서라면, 이제까지의 틀을 뛰어넘는 소통의 장(場)이 필요하다. 기업인들과의 소통에 충분한 시간을 할애하고, 그 결과를 정책에 반영해 경제체질을 튼튼하게 바꿔놓은 대표적인

    2013.08.29 17:52
  • [이슈 프리즘] 한국에 있고, 중남미엔 없는 것

    브라질 최대 갑부로 한때 ‘세계 부자순위 8위’에까지 올랐던 에이케 바티스타의 추락은 드라마틱하다. 에너지 물류 부동산 정보통신 등 분야의 자회사를 거느린 EBX그룹을 이끌고 있는 그의 재산은 1년 새 343억달러에서 2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막대한 원유가 묻힌 유전 세 곳을 발견했다며 60여명의 전 세계 투자자들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이끌어냈지만, 생산성이 전무(全無)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몰락을 자초했다. 자신의 주력 석유회사인 OGX의 경영파탄은 물론 투자자들로부터 사기혐의로 피소당해 철창신세를 걱정해야 할 판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이런 바티스타를 ‘돈키호테’로 부르며 “그는 결국 원자재 붐과 정·관계 로비에만 기대했던 허상에 불과했다”고 꼬집었다. 브라질·멕시코 경제의 그림자바티스타의 몰락을 접하면서 생각난 중남미의 또 다른 기업가가 있다. 멕시코의 통신재벌 카를로스 슬림이다. 멕시코 최대 통신회사 아메리카모빌 회장인 그의 재산은 지난 5월 현재 721억달러(약 80조원)로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와 세계 1, 2위를 다투고 있다. 하지만 슬림을 진정한 ‘기업가’로 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에게 거대한 부(富)를 가져다준 것은 기업가 특유의 ‘혁신’이나 위험을 무릅쓴 ‘시장경쟁’에서의 승리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가 ‘돈방석’에 앉게 된 것은 1990년 카를로스 살리나스 당시 멕시코 대통령이 민영화한 국가독점 통신회사 텔멕스를 인수한 덕분이었다. 멕시코 정부가 경쟁입찰에 부친 텔멕스 주식 매각에서 슬림은 최고가를 제시하지 않고도 인수권자로 선정되는 ‘마법’을 발휘했다. 그의 신통력은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황

    2013.08.08 17:01
  • [이학영의 이슈 프리즘] 정전 60년, 서럽고 치열했던 날들

    “모두가 전기 부족으로 고생하는데 이런 특혜는 가당치 않소.” 1955년 9월, 김일환 상공부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자기 집에 들어온 ‘특선(特線)’을 끊어버렸다. 그러고는 권력자들에게 제공하던 특선을 모조리 철거시켰다. 극도의 전력공급 부족에 시달렸던 6·25전쟁 직후, 정부가 특별한 사유가 있는 공장이나 지역에 ‘특선’을 깔아 전기를 특별 공급해줬던 시절의 에피소드다. 6·25전쟁 당시, 남북한 간에 가장 치열하게 벌어졌던 전투 가운데 하나는 강원도의 화천수력발전소 쟁탈전이었다. 전쟁 이전 38선 이북에 있던 이 발전소를 대한민국은 혈전을 벌인 끝에 확보했다. 전쟁이 끝난 뒤 가장 먼저 복구작업에 박차를 가한 곳도 이 발전소(발전량 5만4000㎾)였다. 해방 직후 10만㎾의 전력소비량 가운데 7만1000㎾를 북한의 전력공급에 의존했다가, 1948년 북한의 일방적인 ‘5·14 단전’으로 온 천지가 암흑으로 바뀌었던 기억은 그토록 뼈아팠다.(그런 북한의 개성공단지역에, 정부는 공장들이 폐쇄됐음에도 매일 10만㎾의 전기를 아직도 송전해주고 있다) '하얀 띠''특선'의 추억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면서 3년1개월에 걸친 6·25전쟁은 일단 쉼표를 찍었지만 상흔은 너무나 컸다. 전쟁 직전 대한민국 인구(2016만명)의 10%인 199만8900여명이 목숨을 잃거나, 실종되거나, 납북 당하는 참극을 겪었지만, 마냥 슬픔에 젖을 겨를조차 없었다. 전쟁기간 동안 61만3000채의 주택이 파괴돼 전 국민의 12.4%가 거리에 나앉아야 했다. 핵심 산업설비였던 면방직기의 70% 가까이가 고철로 변했고, 도로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시설의 60%가 폐허로 바뀌었다. 당장 입에 풀칠하는 게 더 절박했다. “해마다 3~4월이 되면

    2013.07.04 1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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