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르샤바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 우승자들의 이름은 별들의 전쟁이라 할만큼 화려하다. 최근 사망소식을 알린 마우리치오 폴리니를 비롯해 살아있는 전설인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침머만, 화려하진 않지만 음악적으로 신뢰와 존경을 받는 피아니스트 당 타이손, 블레하츠, 콩쿠르에서는 3위 수상자였지만 독보적인 활동을 보여주는 다닐 트리포노프 등이 있다.그리고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있다. 21살 나이에 2015년 콩쿠르에서 우승한 최초의 한국인 피아니스트, 굴지의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DG)과 전속 계약을 맺은 첫 한국 연주자, 카네기홀 데뷔에 이어 베를린 필하모닉 데뷔 등 콩쿠르 우승에 이어진 조성진의 행보는, 이전에는 우리가 상상도 해볼 수도 없었던 벅찬 사건들의 연속이었다.놀랄만한 뉴스가 이어지다보니 ‘목적 달성’, ‘성취’의 상징으로서 조성진을 조명했던 팽팽한 시선은 2018년 베르비에 페스티벌 25주년 갈라 콘서트에서 무장해제 되었다. 예프게니 키신, 리차드 구드, 안드라스 쉬프, 미하일 플레트뇨프, 다닐 트리포노프, 세르게이 바바얀 등 21세기 최고의 피아니스트들이 모였던 상징적인 무대에서, 이들과 함께 화기애애한 모습으로 웃고 즐기며 연주하는 조성진을 봤기 때문이다. 신기하게만 여겨졌던 그의 행보가 어느새 조성진에게 맞는 옷, 어울리는 자리가 되었고, 우러러만 보던 훌륭한 연주자들은 어느새 ‘음악적 동료’가 되어 그의 곁에 서 있었다.그런데 이 모든 것들은 콩쿠르 우승이라는 타이틀 덕분에 자동으로 주어진 혜택은 결코 아니다. 2000년 콩쿠르 우승자였지만 무대에 서지 못하게 된 윤디 리, 2010년 우승자였지만
피아니스트는 홀로 무대에서 악기와 대면하는 직업이다. 무대 등장부터 의지할 데 없이 혼자 입장해야하는데, 조성진은 꽤 다양한 자리에서 앙상블과 협연 무대를 가졌다. 특히 2019년 통영국제음악당 기획으로 열린 ‘조성진과 친구들’ 무대는 조성진의 피아노 리사이틀, 마티아스 괴르네와의 듀오, 벨체아 콰르텟과의 피아노 5중주, 그리고 본인이 지휘하며 피아노를 연주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까지 피아노가 함께 하는 다양한 무대를 한 자리에서 보여줬다. 조성진은 듀오 무대를 가장 좋아하고 그 다음은 트리오, 콰르텟보다는 현악 사중주라는 한 팀과 듀오 형태를 이루는 퀸텟을 좋아한다.마르타 아르헤리치는 혼자 서는 무대가 싫어서 실내악과 협연 무대만 찾고, 김선욱은 다시 태어나면 피아노는 안할 것 같다고 하는데, 조성진은 피아노가 혼자 하는 악기라서 좋다고 한다. 실내악도, 협주곡도 좋지만, 피아니스트라는 직업이 본인의 성격과 잘 맞는다는 것이다. 피아니스트 직업 성격에 맞아“규칙적인 시간에 일어나 출근을 안 해도 되잖아요. 피곤해서 일찍 잠들 때가 있고, 건강에는 좋지 않겠지만 늦게 잠들고 싶을 땐 늦게 자고 다음 날엔 오후에 일어나기도 하고요. 그러다보니 요일 감각이 없어진 지는 오래됐어요. 주말이라고 특별하지 않고, 문 닫은 식당이 많으면 일요일인가 보다 하죠(웃음).”파티에 가면 앉아있을 수는 있지만 5명 이상의 사람과 있으면 불편하고, 뭘 해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타입이라는 것이다. 사람과 알아가는 것도 오래 걸린다. 자주 본다고 친해지지 않는다. 만약 한 달 동안 매일 본 사람과, 3년 동안 알고 지내며 그사이 다섯 번 본 사람 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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