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주의는 단체주의, 집단주의 등과 같은 사회주의적 속성을 배격한다. 정부 개입과 사회적 강제를 최소화함으로써 개인 자유와 시장의 선택을 최대한 넓히는 것이 옳다는 이념이다. 헌법적 가치인 자유주의가 철 지난 반공이념 따위로 전락한 것은 좌파 세력들의 집요한 흠집 내기가 우파 정권에 대한 피로감과 맞물려 대중에게 먹혀들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이 있는 이유는 부자들이 너무 많은 것을 가져가기 때문이며, 시장은 살벌한 경쟁과 탐욕이 지배하는 몹쓸 곳이라는 주장이었다. 좌파의 폭주는 문재인 정부에서 정점에 달했다. 전교조 민노총 참여연대 민변 같은 단체들의 의제가 날것 그대로 정책화됐다. 그사이에 종북 좌파들은 민주화 세력에 성공적으로 숨어들었다. 국민이 총살당해 불태워지고, 북한인권재단 출범이 장기 표류해도 더불어민주당이 미온적 태도를 보이는 이유다. 한국의 좌우 대립이 이토록 격렬한 것은 북한을 빼놓고 설명할 수 없다. 1970년대 일본 극좌단체 적군파가 끝내 소멸된 것은 숙주가 없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의 반체제 좌파들은 북한이라는 현실적 세력과 주체사상이라는 망상적 세계관에 기생하고 있다. 미군 철수 주장이 민노총 집회에 등장하는 것은 결코 놀랄 일도, 우연도 아니다.지난 20여 년간 선거판은 박빙이었다. 하지만 실상은 영남이라는 압도적 표밭을 갖고 있는 보수정당의 몰락이었다. 인물, 전략, 전투력 모두 선거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내부 권력 다툼에 골몰하다 보니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몰랐다. 지난 총선에서 무참하게 무너진 이후엔 부정선거 여부를 놓고 격렬한 내부 총질을 벌였다. 속수무책으로 밀리던 판세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공식 복귀에 대한 그룹 안팎의 기대는 본인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고 높다. 전방위 수사와 재판이 이뤄지는 지난 5년 동안 삼성 리더십은 일시적 공백 정도가 아니라 모든 것이 제멋대로 떠다니는 진공 상태에 가까웠다. 과도기라는 명목으로 인사와 조직 개편이 미뤄졌는가 하면 사장과 임원들에겐 나이와 직급을 섞는 기이한 계급정년제까지 시행됐다. 대놓고 본인 인사에 반발하는, 과거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던 일들도 벌어졌다. 조직의 응집력과 일체감이 약화되자 삼성 명함을 버리고 편하고 돈 많이 주는 판교밸리로 옮겨가는 직원들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임직원들이 삼삼오오 모여 “이대로 가면 큰일난다”며 앞날을 걱정하던 자리에 동석한 적이 있다. 그들이 구차하고 어지러운 상황들을 차례로 쏟아낸 뒤 유일한 희망으로 꼽은 것은 다름 아닌 이 부회장의 롤백이었다.삼성의 리더십 불안이 그토록 심각한 것이었다면 왜 그동안 실적이 현저히 나빠지지 않았느냐고 반문하는 이들도 없지 않다. 지난해 삼성전자 매출(280조원)은 5년 전에 비해 38.6% 증가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성장률이 70%에 이른다. 나쁘지 않은 성적이다. 하지만 사업 내용과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평가 방향이 달라진다. 삼성전자 사업 포트폴리오는 20년 전과 거의 달라진 것이 없다. 반도체 휴대폰 TV 디스플레이의 4각 편대로 이건희 회장 시절 그대로다. 보다 혹독하게 평가하면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 놓은 세상에 갇혀 있다고도 볼 수 있다. 잡스는 삼성의 숙적이었지만, 인류 문명에 혁신적 모바일 생태계를 선물함으로써 모든 기업에 새로운 성장 기회를 가져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공론화에 부친 이민청 설립은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과연 어떤 이민자를 원하느냐, 그리고 얼마나 많은 외국인이 기꺼이 대한민국 국민으로 살아줄 것이냐다. 저출산과 고령화 추세가 워낙 심각하다 보니 이민청 설립에 대한 국민 공감대는 넓은 듯하다. 하지만 노동시장에 미스 매칭이 있듯이 이민시장 수급에도 적잖은 간극이 있다. 어떤 나라든 첨단 산업이나 서비스업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우수 인력을 원한다. 미국 영국 일본 등은 국가 경쟁력 차원에서 고학력·고소득 요건을 갖춘 해외 인력들에게 영주권 취득 문턱을 낮춰주고 있다. 우리가 새롭게 원하는 국민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높은 부가가치를 낼 수 있는 기술자나 디자이너 같은 사람들이다. 난도가 높아 우리 역량이 미치지 못하는 창의적 업무를 해낼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하지만 이런 인재들을 국민으로 만드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한국은 ‘BTS’와 ‘오징어게임’을 가진 나라지만, 그런 매력이 이주를 결심하게 만들지는 않는다. 먹고 사는 문제 외에도 언어·문화 장벽, 자녀교육 등 많은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리 기업들이 진정으로 해외 인력을 원하는지도 곰곰이 따져봐야 할 사안이다. 한국은 제조업 중심 국가다. 기술인력 교류가 가능한 나라는 미국 독일 일본 정도다. 풀(pool)이 작을 뿐만 아니라 기술적 격차도 거의 없다. 분야를 더 좁혀 반도체와 배터리만 보면 완전히 역설적인 진단이 나온다. 해외에서 데려올 전문 인력이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등이 세계 시장을 주도하기 때문이다.금융업과 서비스업에도 외국인
‘코로나 2년’은 중소기업과 자영업을 구조조정하는 일대 충격파를 몰고 왔다. 많은 학자와 정부 관료들이 오랜 세월 고민하고 연구한 산업구조 재편이 순식간에 이뤄지고 있다. 52만 명에 달했던 뿌리산업(금형 단조 용접 열처리 등) 종사자들은 48만 명으로 줄었다. 인력을 못 구해 폐업하는 중소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택시기사는 3만 명이 이탈했다. 배달 택배 보건서비스 등과 같은 신산업으로 대거 옮겨갔다.통계에 정확하게 잡히지 않지만, 음식 숙박 소매판매 등과 같은 전통 서비스업에서도 줄잡아 수십만 명의 인력 이동이 발생했다. 대부분 최저임금 기반의 자영업이다. 코로나 거리두기가 해제되고 사람들이 다시 모여앉게 됐지만 한번 떠나간 사람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이미 다른 업종에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식당 종업원들이 한 명, 두 명씩 줄면서 점심식사 줄은 더 길어지고 있다. 도심 식당은 오전 11시30분만 돼도 꽉꽉 찬다. 최저임금 이상을 지불할 수 없는 중소기업과 택시회사, 자영업과 소상공인은 존폐의 기로에 섰다. 고금리·고환율은 견뎌도 사람을 못 구하면 방법이 없다. 코로나 방역과 항공편 부족 문제로 한국에 들어오지 못하는 외국인 근로자 5만 명이 입국하더라도 사정은 쉽게 나아지지 않을 것이다. 그들이라고 한국의 임금 인플레이션을 모르겠나. 이미 농어촌 외국인 일당도 최저임금의 두 배 가까이 치솟은 상태다.현재 우리나라 실업률은 2.9%다. 경제학적으로 비자발적 실업이 없는 완전고용 상태에 해당한다. 코로나 사태 이후 세계 경제와 산업이 비상한 위기에 내몰렸고 지금은 4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시달리고 있는데도 그렇다. 심지어
윤석열 대통령이 부실 인사 논란에 대해 “그럼 전 정권에 지명된 장관 중 그렇게 훌륭한 사람 봤어요? 다른 정권 때하고 한번 비교해 보세요”라고 받아쳤다. 언론과 야당의 비판에 대한 불만이 잔뜩 배어 있었다. 이 말은 당연히 적절하지 않다. 국민은 윤석열 정부를 평가할 때 문재인 정부를 기준으로 삼지 않는다. 권력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인심은 조급하고 야멸차다. 약간의 실수도 너그럽게 넘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치는 전직 대통령이 아니라 이렇게 까다로운 국민과 언론을 상대하는 고단한 일이다.이런 것 말고도 윤 대통령이 스트레스받을 일은 첩첩산중이다. 무엇보다 시운이 좋지 않다. 지금 경제는 무척 어려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인플레이션도 골치 아프지만 이제 막 시작된 경기 침체는 바닥이 어디인지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실물경제 선행지표인 구리가격이 대폭락하는 가운데 중국 원자재 기업들은 덤핑을 시작했다. 시화공단에는 주인이 나타나지 않는 컨테이너가 쌓이기 시작했다.먹고사는 문제가 대두되면 국민은 지도자를 쳐다본다. 하필이면 이런 시기에 대통령 자리를 맡았다. 영광은 멀고 고난은 가까이 닥쳤다.경기 침체는 고용부터 때릴 것이다. 가장 걱정스러운 곳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일자리다. 실효성 있는 일자리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경제주체들의 고통 분담을 통해 기업 비용을 낮추고 임금을 조정해야 한다. 추경호 부총리가 얼마 전 대기업들에 임금 인상 자제를 요청해 젊은 직장인의 빈축을 산 적이 있다. 발언 취지와 관계없이 말하는 순서가 잘못됐다. 공무원과 공공부문의 솔선 의지를 먼저 밝혔어야 했다. 애초에 이런 생각이 없었다면 민간
투자가 자기 책임이긴 하지만 실의와 도탄에 빠진 투자자들에게 이렇게 냉담한 말을 하고 싶지는 않다. 과거의 판단과 실행을 지금의 결과론으로 평가하는 것은 허망할 뿐만 아니라 부당하기까지 하다. 누가 주식시장의 앞날을 알 수 있겠나. 후회와 탄식은 개인만의 것이 아니다. 주식시장에 대한 진단과 분석은 대체로 후행한다. 상승장이든 하락장이든 대세가 굳어지면 그제서야 전문가들의 확인사살이 쏟아진다.지금 우리는 지난 10여 년간 즐긴 제로금리와 유동성 파티의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던 것은 아니다. 자산시장에 거품이 많이 끼었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도중에 투자를 정리할 타이밍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코스피는 지난해 여름 고점을 찍은 뒤 10% 정도 조정을 받아 올초까지 횡보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한 각국의 확장적 재정-통화정책이 큰 폭의 경기 반등을 이끈 터였다. 2020년과 2021년에 걸친 성장률 반전은 그야말로 극적이었다. 미국은 -3.4%에서 5.7%로, 유로존은 -6.4%에서 5.3%로, 한국은 -0.9%에서 4.0%로 각각 돌아섰다. 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간헐적으로 나오긴 했지만 미국 중앙은행(Fed)의 위기 타개 노하우에 대한 신뢰가 더 컸다. 지구촌 투자시장은 적벽 전체를 사슬로 묶은 조조의 대연환 작전처럼 팬데믹 앞에서 공동운명으로 묶여 있었다. 누구도 섣불리 대오를 이탈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막연한 믿음이 있었다.동학개미라 불린 개인 투자자들의 연대감은 더 컸다. 그들은 코로나 사태 발생 이후 지수가 급락하자 외국인과 기관투자가 매물을 받아내면서 기어이 상승장을 만들어냈다. 주식투자 역사상 최초의 개미 혁명이었다. 한국만
민주당의 대통령선거 승리 공식은 영남 출신 후보 선출이었다. 지역주의가 강하게 작동하는 대선에서 호남의 인구 열세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했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을 배출한 민주당 당원들은 지난해 대선 경선에서도 경북 안동 출신인 이재명을 후보로 뽑았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나와 국회의원, 국무총리, 당대표를 지낸 ‘호남의 성골’ 이낙연은 분루를 삼켰다. 호남 출신은 본선 경쟁력이 없다는 자칭 정치 9단들의 스테레오타입은 이재명 최악의 스캔들인 대장동 의혹까지 밀쳐냈다.결과는 대선 패배였다. 개표 결과가 나온 심야에 나는 수첩에 이런 메모를 남겼다. “윤석열의 승리가 아니라 이재명의 패배다. 더 정확하게는 민주당 당원들의 패배다.” 오랜 세월 공들여 키운 후보를 외면하고 약점투성이 후보를 내세운 선거공학의 오만함이 선거를 그르쳤다고 봤다. 물론 영남 후보라는 것이 이재명을 선택한 이유의 전부는 아니었을 것이다. 대중적 인기가 훨씬 높았고 정치적 순발력도 탁월했다. 특히 대장동 사태를 야당 스캔들로 되치기하는 장면은 민주당 극성 지지층에 명장면으로 남았다. 절대적으로 불리한 상황 속에서도 ‘곽상도 50억 스캔들’이 터지던, 그 짧은 순간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명의 부덕은 이런 정치적 돌파력을 모두 상쇄하고도 남는 것이었다. 이낙연은 후보 경선에서 탈락한 뒤 억울한 심경을 애써 누르면서 “민주당은 민주당다움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아무리 대선 승리가 중요해도 어떻게 이재명 같은 사람을 후보로 뽑느냐는 항변과 다름없었다.그 이재명이 이제 국회의원 신분으로 민주당의 차기
‘6만전자’ 터널에 갇힌 삼성전자 주가가 좀처럼 오르지 못한다. 대장주가 힘을 못 쓰니 시장 전체가 활력을 잃어가고 있다. 어느새 500만 명으로 불어난 개인투자자의 원성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하지만 삼성전자의 대응은 회사 차원이 아닌, 임원들의 자발적 자사주 매입이다. 기간과 목표도 없이 각자 눈치껏 사는 매수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10만전자’를 향한 담대한 스케줄 발표를 기대한 투자자 사이에선 “장난치나”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코로나19 사태 이후 워낙 많은 개인이 주식시장에 진입한 터라 삼성전자 주가의 정체 원인을 들여다보기로 했다. 경영진이 왜 과거처럼 자사주 매입·소각과 같은 주가 부양 조치를 내놓지 못하는지도 궁금했다. 알고 보면 ‘6만전자’ 탈출은 복잡하고 난해한 문제풀이다. 고금리 고물가로 세계 경제가 하방 압력을 받고, 자유진영과 공산진영 간 격돌이 냉전에서 열전으로 변해가는 상황에선 특히 그렇다.삼성전자의 문제는 대한민국 전체 산업계가 당면한 내부적 문제이기도 하다. 인재와 기술이 아니라 설비 중심의 자산, 그 자산가치를 밑도는 주가, 연 1%짜리 예금에 묶여 있는 자기자본, 점증하는 경영권 방어 부담, 사업 실패에 따른 책임 추궁을 두려워하는 풍조 등이다. 현금만 잔뜩 움켜쥔 채 어쩔 줄 몰라 하는 한국 기업들의 미래 생존전략을 탐색해본다. 현금 움켜쥔 한국 기업들, 글로벌 인재·원천기술 투자에 올인해야애플은 지난 10년간 총 640조원(이하 원·달러 환율 1200원 기준)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여기에서 배당(140조원)과 자사주 소각(560조원)을 통해 약 700조원을 주주에게 환원했다.
애플은 지난 10년간 총 640조원(이하 원·달러 환율 1200원 기준)의 순이익을 벌어들였다. 여기에서 배당(140조원)과 자사주 소각(560조원)을 통해 약 700조원을 주주에게 환원했다. 번 돈보다 더 많은 금액을 주주에게 돌려줬다는 의미다. 삼성전자는 지난 10년간 누적 294조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하지만 배당(68조원)과 자사주 소각(60조원)을 통해 주주가치 제고에 투입한 금액은 128조원에 그쳤다. 애플이 극단적으로 주주환원율이 높은 기업이긴 하지만 삼성전자의 비율이 글로벌 경쟁사에 비해 낮은 것 또한 사실이다.글로벌 시장을 뛰는 한국 대기업에는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총자산과 자기자본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자기자본이익률(ROE:return on equity)은 낮다는 것이다. 이런 구조가 절대적으로 좋다, 나쁘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자기자본과 ROE가 동시에 높으면 이상적이겠지만 현실적으론 두 가지 모두 충족하기가 어렵다. 엇갈린 자산·자본 vs 시가총액다만 구조별 특성은 있다. 그것이 해당 기업의 강점 또는 약점으로 작용한다. 지난해 말 기준 삼성전자의 총자산은 427조원으로 애플(457조원), 구글(431조원), 마이크로소프트(408조원)와 비슷했다. 현대차·기아도 300조원에 달해 인텔(202조원)을 가볍게 넘어섰다. 자본총계(자기자본)는 우리 기업들이 압도적으로 많다. 삼성전자는 304조원으로 어떤 글로벌 기업보다 많았다. 이익 창출과 주주 출자 능력이 그만큼 뛰어나다는 점을 보여준다. 반면 세계에서 가장 돈을 잘 버는 기업인 애플의 자기자본은 719억달러(86조원)에 그쳤다. 구글(302조원)만 삼성전자에 필적할 뿐, 마이크로소프트(192조원) 아마존(166조원) 인텔(114조원) TSMC(93조원)는 100조~200조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는 각자의 경제활동이 타인을 이롭게 하는 정도에 따라 경제적 보상의 크기를 결정한다. 그래서 어떤 경제 시스템보다도 정의롭고 공정하다. 제품과 서비스 혁신으로 소비자를 행복하게 만드는 사람들은 큰돈을 번다. 시장 선택에는 권력이나 위계가 작동하지 않으며, 신분이나 정치적 성향도 경제활동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이런 거래의 익명성이 우주의 별만큼이나 모여 시장 정의를 완성한다.그렇다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코인)로 돈을 버는 것은 얼마나 정의로운 일일까. 지난해 11월 전 세계 암호화폐 시장의 시가총액은 무려 3조달러에 달했다. 지구상의 모든 자동차를 사고도 남을 정도의 돈이다. 코인이 없는 세상과 자동차가 없는 세상 중에 선택해야 한다면 무엇을 버려야 할까.테라·루나의 폭락 사태는 부나방 같은 투기꾼들의 필연적 폭망으로만 설명할 수 없는 근본적 의문을 우리에게 던지고 있다. 블록체인이 우리에게 어떤 미래를 약속하고 있느냐다. 이 문제는 코인의 미래와도 직결돼 있다. 코인이 내재가치를 확보하는 배후가 블록체인이라는 생태계이기 때문이다. 테라를 만든 권도형 테라플랩스 대표는 탈중앙화 금융시스템을 일컫는 ‘디파이(DeFi·decentralized finance)’를 내세웠다. 정부 통제나 금융사의 중개 기능 없이 블록체인 기술만으로 모든 금융거래를 가능케 하는 생태계다. 거래의 중심은 코인이었다. 코인을 사용하는 사람들과 거래 횟수가 늘수록 디파이 생태계가 성장하고 코인의 가치도 올라간다는 구조를 표방했다. 하지만 정작 코인에 투자하는 많은 사람은 이 생태계의 얼개나 지속 가능성에 관심을 두지 않았다. 오로지 가격 등
외환당국이 달러당 1270원대를 간신히 방어하고 있다. 달러화 초강세 국면에서 나름 선방하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 개입이 없었더라면 진작에 1300원 선이 뚫렸을 터다. 원·달러 환율 1300원은 몇 가지 변곡점적 의미를 갖는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코로나 사태 초기에나 보던 환율이다. 지난 5년간의 평균 환율이 모두 1100원대였던 만큼 장기 박스권을 이탈한 가격이다. 1300원은 수출기업들의 환차익 효과를 무력화하는 기준선이기도 하다. 누군가 통계적으로 입증하진 않았지만, 우리 산업계에 내려오는 오랜 경험칙이다. 한국 제품을 수입하는 해외 업체들은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어김없이 제품값을 깎아달라고 요구한다. 환율 상승에 따른 이득을 나누자는 것이다. 달러 표시 가격이 굳어져 있는 반도체 정도를 제외하고는 이런 압박을 피하기가 어렵다. 결국 수출 제품 단가만 떨어지는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 유동성 파티는 끝나고…환율이 위험 수위에 도달했지만 원화 약세 흐름을 반전시킬 만한 카드가 마땅치 않은 게 문제다. 무역수지가 적자로 돌아서고 해외여행은 폭발 중이다. 금리 인상과 고물가로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코로나 경제를 지탱한 소비가 이제 내리막길에 들어서고 있다. 알고 보니 소비 호황은 각국의 ‘코로나 재정’이 일궈낸 것이었다. 미국 정부가 푼 돈만 4조5000억달러다. 양적완화와 재정 폭주의 양대 잔치가 끝나면 한국 수출의 앞날도 밝지 않다. 실제 올해 무역수지 적자가 100억달러에 육박하고 있다.그래서 환율 1300원은 여전히 일촉즉발이다. 현 상황은 위기 발발의 5부 능선을 넘어섰다고 본다. 만약 1300원이 무너지면 다음
직원 식당은 한국 제조업에 특별한 존재다. 하루 24시간 돌아가는 산업현장에서 직원들의 유대감과 소속감을 확인하고 키워주는 유일한 공간이다. 예로부터 ‘한솥밥을 먹는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최고경영자들이 직원과의 수평적 소통을 위해 가장 먼저 찾는 곳도 식당이다. 2019년엔 삼성물산 구내식당에서 일반 직원들과 함께 줄을 서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화제가 됐다.오늘은 밥과 경영에 대한 이해, 그리고 이것을 거래의 범주로 파고든 공무원들의 기묘한 상상력에 대해 얘기하고자 한다. 공정거래위원회 고발로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 사건 중에 ‘삼성그룹의 웰스토리 부당지원’이라는 것이 있다. 웰스토리는 삼성물산의 100% 자회사로 10만 명이 넘는 삼성 직원에게 매일 식사를 제공해왔다. 고발 요지는 과거 삼성 미래전략실이 삼성전자 등을 동원해 웰스토리에 부당하게 많은 밥값을 지급했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웰스토리가 이렇게 얻은 이익을 모회사인 물산에 배당금으로 제공했고, 이 돈은 다시 물산의 대주주인 이 부회장 일가에 들어갔을 것이라는 단계적 배당론까지 보도자료에 적시했다.사건의 발단은 2012년 말 삼성전자 젊은 직원들이 식당 운영에 대해 잇따라 불만을 터뜨리면서다. 품질이 엉망이고 맛도 없다는 불평이 사내 인터넷 게시판을 달궜다. 가뜩이나 구글이나 애플로 핵심 인재들이 이탈하던 상황이었다. 당시 삼성 미래전략실장인 최지성은 사태가 심상치 않다고 보고 참모들에게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 웰스토리가 즉각 식재료비를 올렸고, 전자를 비롯한 계열사들도 웰스토리에 지급하는 식대를 인상했다. 이런 과정이 모두
조민에 대한 대학과 대학원의 잇따른 입학 취소는 ‘조국 사태’의 비극적 장면이다. 나는 현 시점에서 그의 입학을 취소하는 것은 가혹하다고 본다.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본인을 둘러싼 입시부정으로 최종 유죄 판결을 받은 어머니가 수감생활을 하고 있다. 둘째, 아버지인 조국(전 법무부 장관)의 정치적·사회적 생명은 끝났다. 반성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모든 것을 잃은 마당에 사과하지 않을 자유 정도는 보장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난해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론이 나왔을 때 ‘충분한 반성을 전제로’라고 말하는 것을 보고 경악한 적이 있다. 타인의 양심과 영혼을 지배하겠다는 말을 서슴지 않아서였다. 셋째, 조민도 큰 고통을 받았다. 보통 사람들이 누리기 힘든 혜택을 입은 것이 사실이지만, 사태가 불거진 이후 개인으로선 감내하기 어려운 사회적 비난을 받았다.이런 것들보다 더 중요한 이유가 있다. 조민이 고려대 입학 이후 보낸 10여 년을 전면적으로 부정할 수 있느냐는 의구심이다. 한 사회의 법과 제도는 언제나 완벽하지 않다. 말 많고 탈도 많은 한국 입시 제도는 특히 그렇다. 조민의 입학에 시스템상의 준비 부족이나 허점도 일정 부분 작용한 것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정도의 책임은 면제해줘야 하지 않을까.조민은 마치 타임머신 영화에 나오는 스토리처럼 누군가 10년 전으로 날아가 자신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릴 기로에 놓여 있다. 굳이 이렇게까지 해야 우리 사회의 공정과 상식을 회복할 수 있는 것일까. 이런 종류의 개운찮은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시간을 질질 끌다가 이제야 입학을 취소한 고려
윤석열 후보의 대선 승리가 확정된 지난 10일 새벽. 어느 유튜브에서 이재명 후보 지지자가 절규하는 모습을 본 적이 있다. “평화를 주장한 이 후보가 선거에서 졌으니 전쟁이 나게 생겼다. 이제 20대 남자들 다 죽는다”는 것이었다. 처음엔 어이가 없었다. ‘전쟁이냐, 평화냐’라는 극단적 선거 슬로건 탓이라고 해도 엉뚱한 망상이었다.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니 경위야 어쨌든 전쟁 가능성이 아예 없다고 단언할 수 있겠나 싶었다. 우리가 싫어도 상대가 시작하면 어쩔 수 없이 끌려들어 가는 게 전쟁이다.러시아 공격을 받은 우크라이나도 그랬다. 조 바이든이 “푸틴이 우크라이나 침공을 결정했다고 확신한다”고 말한 것이 지난 2월 18일이었다. 그리고 엿새 뒤에 전쟁이 터졌다. 전쟁 자체는 느닷없었지만 발발 요인까지 갑작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지정학적 불안은 연원이 있는 것이었다. 방아쇠를 당긴 것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었다. 이 종잡을 수 없는 독재자는 자국 군인들을 전쟁터로 보내면서 제대로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 군 기강도 점검하지 않은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전사자들이 속출하자 중국에 지원을 요청하는 낭패까지 겪고 있다. 그래도 러시아에는 푸틴을 견제할 정당이나 시민세력이 없다. 전쟁을 시작한 사람도, 끝내는 사람도 푸틴이다.전체주의 국가를 상대하는 나라들이 맞닥뜨리는 최대 위험은 독재자들의 예측 불가 폭주다. 청년들을 전장에 몰아넣으면서도 의회나 국민의 동의 절차를 받지 않는다. 국가주의 또는 민족주의로 모든 것을 덮어버린다. 의사결정의 일차적 기준은 본인의 권력 유지와 강화다. 국익은 자신의 이익과 일치할 때만 유
지난 24일 병원을 나와 시민들 앞에 선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4년9개월간 옥살이에 모든 명예와 재산을 잃었으며, 신원(伸)하고픈 억울한 마음들을 켜켜이 눌러놓은 사람의 표정이 아니었다. 그저 이날만은 자유를 되찾아 홀가분하고 즐거워하는 모습이었다.대구 달성군 사저로 들어가면서 내놓은 대국민 메시지에도 지난 일들에 대한 원념이나 비탄, 지지자들을 향한 비장함 같은 것을 내비치지 않았다. “…제가 대통령으로 있으면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한다고 했지만 이루지 못한 꿈들이 있습니다. 제가 못 이룬 꿈들은 이제 또 다른 이들의 몫이라고 생각합니다.”지난 주말 궂은 날씨에도 많은 시민이 사저에 몰려들었다. 주변 교통이 막힐 정도였다고 하니 그를 반기는 지역민들의 마음을 헤아릴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사정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는 시도는 금물이다.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사망은 그 자체로 역사의 평가에 맡겨야 한다. 또다시 정치적 격랑의 한복판으로 소환해 두 번, 세 번 죽이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온갖 영욕이 교차하는 박 전 대통령의 생애를 살펴보면 권력무상을 넘어 정치무상을 느끼게 된다. 탄핵 사태를 주도한 ‘촛불권력’은 어느새 임기를 다했고 새로운 권력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이제 본인들이 당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양측의 인사 갈등에 그대로 묻어난다. 권력의 칼날은 쥐고 있을 때 그 예리함을 알지 못하다가 내려놓을 때 비로소 보게 되는 법이다. 피가 철철 나도록 서로 경쟁하고 싸우지만 세월은 누구에게도 정주를 허용하지 않는다.우리 정치는 권력을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숭배한다. 그래서 중
미국 국무부가 ‘2020 국가별 인권보고서’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 여권 인사들의 부패와 성추행 사건을 중요한 인권 문제로 거론했습니다. 법률적으로는 대북 전단 살포 불법화를 포함한 표현의 자유 제한과 군대 내 동성애 불법화 등을 꼽았습니다. 미국 정부가 한국의 특정 공직자들을 콕 집어서 인권침해 사례로 지목한 것은 이례적입니다. 생각하기...
세계사 교과서에 소개되는 산업혁명의 시초는 면직물을 만드는 방적기계들의 출현입니다. 하지만 기계화·공업화의 진정한 출발선은 철도혁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람과 물자의 정확하고도 빠른 이동을 제도화하고 레일의 확장에 맞게 생산력을 끌어올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한 국가가 근대적이냐, 전근대적이냐를 가름하는 중요한 잣대가 철도였던 이유입니다. 인류의 교통혁명은 철도-자동차-항공으로 이어져 왔습니다. 철도는 근거리와 장거리...
바이러스는 면역력이 약한 개체부터 쓰러뜨린다. 방역에 가장 취약한 집단부터 때린다. 인간이 바이러스를 극복하는 길은 치료약을 개발하거나 면역력을 키우는 수밖에 없다. 인류와 오랜 세월 동행해온 천연두 결핵 흑사병 홍역 콜레라 등은 이제 더 이상 공포의 전염병이 아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도 같은 과정을 거쳐 극복될 것이다. 그때까지 최우선적 과제는 생존이다. 코로나19는 지구촌의 열린 경제시스템을 숙주로 삼고 있다. 외부충...
“대통령의 마음이 참모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습니다.”문재인 대통령과 대화해본 기업인들이 자주 하는 말이다. 기업의 국제경쟁력과 일자리 문제를 걱정하는 대통령의 진정성은 의심할 여지가 없지만 정작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된다는 얘기다.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간담회’가 끝나고 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삼성과 현대자동차의 협력업체 긴급 지원, SK의 불화수소 국산화, LG의 경북 구미 2차전지 투자, 롯데의 중국 우한 교민 지원, CJ의 ‘기생충 쾌거’ 등을 호평하고 격려하며 투자확대를 당부했다. 취임 이후 기업인들과 한 간담회 중 가장 좋은 분위기였다는 전언이다.하지만 구체적인 변화를 기대하느냐는 질문에는 많은 기업인이 고개를 젓고 있다. 기업을 고비용 구조로 몰아넣고 있는 친노동, 탈원전, 기업규제 정책에 거의 이념적 대못이 박혀 있기 때문이다.그래서 기업들의 속은 더 타들어간다. 돌아보면 사방이 지뢰밭이다. 밖으로는 중국의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보복과 한·일 간 경제·외교 분쟁,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쳐 하루도 마음 편할 날이 없다. 안으로는 기업경영의 자율성을 훼손하는 독소조항들이 속속 제도화되는 가운데 문재인 정부 들어 급속도로 세를 불린 노동권력의 발호는 수그러들 줄을 모른다. 실적 부진 우려는 차라리 부차적이다.정부는 국민연금이 민간기업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길을 공식화했을 뿐만 아니라 회사와 주주의 인사권을 침해하는 사외이사 임기 제한을 밀어붙이고 있다. 경제계의 반대는 전혀 고려되
일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보수의 대안으로 거론하는 것은 보수의 비극이다. ‘적의 적은 동지’라는 유치한 논법과 다를 것이 없다. 윤 총장의 정치적 성향이 어떻든 반(反)문재인이면 된다는 것인가. 사정이 아무리 다급하고 절박해도 이럴 수는 없다. 보수는 내세울 인물이 없어 고전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보수의 위기는 정체성의 위기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구성원리로 삼고 있다. 헌법이 바뀌기 전까지는 이것이 ...
삼성이 연말 인사를 거른 채 새해를 맞았다. 세대교체와 조직의 신진대사가 막힌 데 따른 안팎의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많은 임직원이 여러 사건으로 재판을 받고 있거나 구속된 마당에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인사를 하는 것은 적절치 않았을 것이다. 사법적 결말이야 어찌됐든 회사의 기존 의사결정 시스템을 충실히 따른 사람들이다. 그들의 고단하고 외로운 처지를 감안하면 도의적 측면에서라도 인사를 미루는 것이 온당했다. 그래도 금명간 사장단-임...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지난 9일 밤 타계했다. 향년 83세. 모든 인생엔 부침이 있기 마련이지만 고인(故人)만큼 극적인 성공과 실패의 영욕을 보여준 사람은 많지 않다. 맨주먹으로 일어나 재계 2위 그룹을 일군 기업인이자 천하의 제너럴모터스(GM)를 그로기로 몰아넣은 불세출의 승부사였다. 동시에 외환위기 후폭풍에 쓰러져 모든 성취와 명예를 날려버린 비운의 주인공이기도 했다. 이제 영면(永眠)에 들어가 지난 20년간 천형(天刑)처럼 눌러쓴 자...
학교라는 곳은 특이한 공간이다. 교육이라는 재화가 거래되는 시장적 관점에서 보면 교사와 학교는 생산자, 학생과 학부모들은 소비자다. 그런데도 생산자가 소비자에 대해 압도적 지위를 갖는다. 교육 방식이나 프로그램이 마음에 들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제대로 대항할 수도 없다. 3년 동안 주입식 이념교육을 감내하다가 학생부 작성이 끝난 뒤에야 반기를 든 인헌고 학생들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학교 제도는 전통적으로 교사의 지위를 강화하는 쪽으로 만들어져 왔...
사회가, 국가가 용인할 수 있는 윤리적 수준을 낮추면 그 피해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구성원들이 굳이 주위를 둘러보며 절제를 해야 할 유인이 작아지기 때문이다. 누군가 특권과 반칙을 일삼아도 제재를 받지 않는다면 더 늦기 전에 그 대열에 합류해야 한다는 조바심을 부채질하게 된다. 자연히 정직하고 성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그래서 그들도 상대방을 속이거나 부패에 가담하는 악순환에 빠져든다. 이 같은 도덕적 파멸상황을 복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다’는 정치적 판단 때문이었을 것이다. 지명을 철회해 봤자 이미 잃은 것을 되찾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새로 얻을 것도 없다는 계산을 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조 장관이 자진 사퇴를 하지 않고 끝까지 버틴 것도 같은 심리였을 가능성이 높다. 자신의 표현대로 만신창이가 돼버렸지만 현실적으로 장관직을 갖는 것과 갖지 못하는 것은 천양지차다. 김기식 전 금융감독...
윤동한 전 한국콜마 회장은 극일(克日)을 이룬 대표적 기업인이다. 그는 1990년 창업 때 일본콜마를 합작사로 끌어들였다. 부족한 자본과 기술력을 메우기 위해서였다. 이제 한국콜마는 일본콜마의 10배가 넘는 매출을 올리며 세계 최고의 화장품 ODM(제조업자개발생산) 회사로 올라섰다. 기술 독립도 진작에 이뤘다. 한국콜마의 직접수출 비중은 5% 안팎이지만 이 회사가 만든 화장품은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 등을 통해 전 세계로 팔려나가고 있다. ...
동아시아는 중동 못지않은 화약고다. 남과 북의 대치, 중국과 일본의 반목, 공산주의와 자유주의 진영 간의 대립이 복합적·중층적으로 얽혀있다. 일대일로(一帶一路)를 앞세운 중국 공산당의 패권적 민족주의는 주변 국가들과 끊임없는 정치적·군사적 긴장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북핵이라는 치명적 위협이 우리 머리 위를 맴돌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미국을 매개로 한 우방이다. 하지만 과거 역사에 발목이 잡힌 한·일 ...
일본 도시바의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진 것은 2015년 2월이었다. 공교롭게도 삼성바이오로직스(삼바)의 분식회계 논란이 시작된 것과 같은 해다. 일본의 증권거래감시위원회(한국의 증권선물위원회)는 도시바 측 내부 고발을 계기로 조사에 착수했다. 도시바 경영진은 같은해 9월 “2009년부터 2014년까지 총 2248억엔의 이익을 과대계상하는 부정회계가 있었다”고 실토했다. 니시다 아쓰토시, 사사키 노리오, 다나카 히사오 등 분식...
간단한 퀴즈 하나. 누군가 제조업을 하기 위해 ①땅을 사서 ②공장을 짓고 ③설비를 구입하고 ④인력을 고용한다면 어느 것이 투자에 해당할까? 일반인은 물론 기업인들도 ‘모두 투자’라고 대답하는 사람이 많을 것 같다. 경제적 이득을 얻기 위해 들이는 모든 비용과 노력을 투자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민계정에서 국내총생산(GDP)을 산출할 때 ①과 ④는 투자행위가 아니다. 자연 자산인 땅은 국부에는 편입되지만 새로운 부가...
도덕이나 이타심은 진화의 산물이다. 만약 도덕성이 개인의 이익을 훼손하는 것이라면 도덕성이 높은 사람은 생존경쟁에서 도태됐을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양심의 가책’이 인간을 안전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거듭 강조해왔다. 양심의 가책은 육체의 통증과 비슷한 것이다. 일종의 경고다. 아픔을 느끼지 못하거나 외면하는 사람들이 사고나 질병의 위험에 쉽게 노출되듯이 도덕심이 약한 사람들은 스스로 파멸의 길로 빠져든다. 조국 청와대 민정...
기자를 구독하려면
로그인하세요.
조일훈 기자를 더 이상
구독하지 않으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