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아그레망을 받지 않았지만 장 대사님이라고 부르겠습니다. 청와대 정책실장에 이어 또다시 중책을 맡았습니다. 일단 축하를 드려야겠죠. 문재인 대통령의 신임도 여전하고요. 다소 의외긴 했습니다. 중국 대사직은 대한민국 외교의 최전선입니다. 요즘 돌아가는 한반도 정세에서 ‘글쎄요’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입니다.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지휘한 분이 갑자기 북핵과 안보 문제를 챙길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이죠. 하지만 장 대사님...
지역균형 발전(개발)에 드러내놓고 반대를 하기는 어렵다. 균형개발에 반대하면 상생이나 공존을 거부하는 것처럼 비친다. ‘균형’이라는 단어가 갖고 있는 힘 때문이다. 자연계의 생명활동은 모두 균형의 결과물이다. 인체의 신경계 순환계도 마찬가지다. 균형에 어떤 단어를 갖다 붙여도 그 전체 단어는 사람들에게 호감을 준다. 균형성장과 불균형성장을 놓고 어느 쪽이 더 바람직한 것이냐고 물어보면 열에 아홉은 전자를 지목할 것이다. ...
‘전 세계에서 한국만큼 일본을 우습게 여기는 국가는 없다.’ 오래전부터 한국인끼리 모여앉아 반농담식으로 하는 말이다. 일본인들도 이런 실태를 잘 알고 있다. 함부로 드러내진 않지만, 그들도 한국의 존재감을 그다지 인정하거나 존중하지 않는다. 한국이 자랑하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가 유독 일본에서 맥을 못 추는 이유는 소비자들이 노골적으로 외면하기 때문이다. “과거 우리로부터 배워간 기술로 만든 제품 아니냐”는 것이다.요즘 한국인들은 일본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 1년에 관광객 800만 명이 곳곳의 맛집과 온천을 누비고 다닌다. 값싼 엔화와 양질의 인프라, 서비스를 만끽하고 있다. 정치적 긴장엔 큰 관심이 없다. “과거에 큰 죄를 지은 일본이 우리를 상대로 뭘 할 수 있겠느냐”는 인식이 만연해 있다. 그럴 수 있다. 감정적 거부감도 어쩔 수 없다.하지만 지난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린 일본이 스스로 어떤 진단을 내놓고 있는지는 알아둘 필요가 있다. 취재 현장에서 만난 일본 경제인과 학자들은 “아직도 멀었다”는 말을 되풀이했다. 대학가의 창업 열기와 규제개혁 의지를 강조하면서도 미국 실리콘밸리와는 까마득한 격차가 있다고 토로했다. ‘고용 대박’에 들뜨기보다는 인구 감소와 저축 제로(0) 세대가 늘어나는 것을 걱정했다.경제 사정이 일시적으로 호전됐다고 일본의 힘을 재평가하는 것은 온당치 않을지도 모른다. 이른바 ‘잃어버린 20년’을 완전히 탈출한 것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는다. 하지만 더 젊고 활기찬 국가를 만드는 데 한마음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현 좌표와 능력을 새삼 생각하게 된다.문
1957년생인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내년 말 은퇴를 돌연 선언했다. 소유와 경영의 분리방침도 밝혔다. 본인은 오래전에 미리 결정해놓은 인생 설계라고 한다. 하지만 경제인들 사이에선 억측이 나온다. “당국에 뭔가 걸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작년 말 이웅열 코오롱 회장이 은퇴를 발표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두 사람 모두 60대 초반이다. 얼마 전에는 더 젊은 김정주 넥슨 창업주(1968년생)가 회사를 팔겠다는 소식이 한국경...
판교밸리의 성공한 기업인 중에 가끔 만나는 사람이 있다. 정치적으로 확실한 진보성향을 갖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의 열렬 지지자다. 그는 얼마 전 “노동조합을 만들어도 되느냐”는 어느 직원의 공개 질의를 받고 무척 난감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내가 충분히 잘할 수 있는데,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더라”고 전했다. 이 회사 직원들이 노조 설립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
경제 투톱 교체 인사를 놓고 “사람 바꾼다고 달라질 게 있나”라는 얘기가 나온다. 소득주도성장을 사수하겠다는 정권 차원의 의지가 워낙 단호하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도 이 정도일 줄은 몰랐던 모양이다. 당초 그는 정치적 공약과 실물경제 사이의 불협화음을 노련하게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고학으로 일군 놀라운 성취와 착실하게 쌓아올린 전문성은 이런 믿음을 강하게 했다. 부총리 지명 직후 덕수상고 출신 친구들...
지난 8월 숨 막히는 폭염에 날아든 소식 하나. 터키 리라화 폭락으로 해외 명품을 반값에 사들일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속된 말로 “남의 고통은 나의 행복”이라고 했던가. 리라화는 기어이 포털의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터키만이 아니었다. 인도네시아 루피아화, 러시아 루블화, 인도 루피화도 순차적으로 무너져 내렸다. 미국 경제 호황에 따른 달러화 강세가 신흥국에 쓰나미처럼 밀려든 것이다. 앞서 브라질 헤...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8일 국세청 자료를 하나 공개했다.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기업 중 상위 0.1%에 해당하는 695곳의 소득금액이 흑자기업들의 전체 소득 대비 54%에 이른다는 것, 또 하나는 이들 기업의 법인세 납부액이 총 법인세의 63%에 달했다는 것이다. 심 의원 측은 이를 토대로 기업 소득의 격차, 다시 말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양극화가 더 심해졌다고 설명했다. 양극화에 대한 방점은 ‘세금’이 아니라 &...
문재인 대통령은 애국자인가. 그렇다. 애국자이지 않을 리가 없다. 나라 사랑하는 마음 없이, 국민을 위해 일하겠다는 마음가짐 없이 그 고된 여정과 막중한 책임을 감당하지는 않을 것이다. 문 대통령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나 “인도에서처럼 국내 일자리도 늘려달라”고 당부한 것도 애국심의 발로였을 것이다. 삼성전자가 인도에 건설한 휴대폰 공장을 보면서 국내 50만 명의 청년 실업자를 떠올리지 않았을까.문 대통령은 ‘사람이 먼저다’ ‘더불어 잘사는 세상’ ‘정의로운 대한민국’을 표방하고 있다. 이렇게 아름다운 언어로 치장된 국정철학을 누가 잘못된 것이라고 하겠나. 하지만 현실 속의 정책은 대통령의 애국심을 철저하게 배반하고 있다. ‘친노동-탈원전-소득주도성장-재정확대’로는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민생을 제대로 돌볼 수가 없으며, 경쟁력을 갖춘 개방경제를 유지할 수도 없다.그 이유는 자명하다. 현 정부의 핵심정책들은 한결같이 높은 비용을 요구하고 있다. 친노동과 소득주도성장은 생산성을 넘어서는 고임금, 탈원전은 에너지 비용 상승, 재정확대는 세금 인상으로 각각 나타날 수밖에 없다. 한국은 해외에 물건을 팔아서 먹고사는 나라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내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긴 하지만 수출 없이 내수를 돌릴 수가 없는 구조다. 그런데 모든 정책이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가 강대국들 사이에서 우리 기업들의 핵심 이익을 지킬 만한 능력을 갖고 있는 것도 아니다. 트럼프의 무지막지한 관세폭탄과 시진핑의 야멸찬 사드 보복을 떠올려보면 안다.문 대통령은 보다
삼성전자와 삼성에버랜드(삼성물산의 리조트사업부) 중에 미래 생존능력이 더 뛰어난 기업은 어느 곳일까. ‘향후 30년 뒤 둘 중에 하나만 살아남는다’는 가정 아래 전 재산을 걸라고 하면 어디에 베팅을 해야 할까. 현대 비즈니스의 복잡성을 절감할수록, 단절적 변화의 무관용적 속성을 체감할수록 삼성전자를 선택하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큰돈을 벌지 못하지만 국내 최대 놀이공원과 일류 골프장을 갖고 있는 에버랜드의 안정적 생...
삼성전자가 31일 발표한 주주환원 방안은 대담하고 파격적이다. 이른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고 그동안 주주들이 보내준 신뢰에 화답하는 측면도 강하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위험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미래 현금흐름에 대한 자신감이 넘쳐나는 것을 이해하더라도 너무 경직적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삼성전자가 총수 부재 속에서 새로운 성장을 위한 대규모 투자나 인수합병(M&A)을 도외시하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주식 투자는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게임이다. 가격을 판단하는 것은 시장 참가자의 몫이다. 거래가 성립하려면 그 가격을 서로 반대 방향으로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 미래의 불확실성이 이를 가능하게 한다. 최근 코스피지수가 급등하자 많은 사람이 의아해하고 있다. “경제지표는 달라진 것이 없는데 도대체 왜 오르는 거죠?” “우리가 일본의 ‘잃어버린 20년’을 그대로 따라간다...
홍완선 전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장(이하 홍완선)이 26일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소환됐다. 업무상 배임 혐의다. 홍완선에게 배임죄를 물으려면 그는 삼성물산(제일모직과 옛 삼성물산의 합병법인) 주가가 하락해 투자손실이 발생할 것을 알면서도 양사 합병에 찬성했어야 한다. 청와대나 정부 지시가 있었느냐 여부는 일단 부차적이다. 지시가 있었다 하더라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을 판단하는 것은 홍완선의 몫이기 때문이다. 이번 수사에 자본시장 전문가들이 제기하는...
최근 한국 주택 가격 상승은 하나의 반전이라고 평가할 만하다. 그동안 일반인은 물론이고 대다수 전문가조차 “한국의 부동산 신화는 끝났다”고 단언해왔기 때문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대변되는 인구구조의 대변화, 저성장 고착화에 따른 수요 부진을 극복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대세였다. 하지만 서울 주택 가격은 2014년 8월 이후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하더니 아파트 가격이 정점을 찍었던 ‘버블 세븐’ 시절...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28일부터 시행에 들어갔다. 대다수 국민의 일상적 가치체계와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거대한 전환점이다. 이제 이 법을 둘러싼 그간의 숱한 논란은 뒤로 물렸으면 한다. 기자 또한 법 제정 취지와 세부 시행법령 사이의 정합성에 품어왔던 의구심을 거둬들이려 한다. 대신 몇 가지 걱정과 함께 법적용 당사자로서 스스로의 다짐을 전하고 싶다. 그것은 답답하고 불편할지 모르는 온갖 금지 규정...
스코틀랜드 최대 도시 글래스고에서 남서쪽으로 약 300㎞ 떨어진 곳에 캠벨타운이라는 곳이 있다. 찰스 헤이 주한 영국대사가 다음달 7일 인구 5000여명의 이 조그만 도시로 출장을 간다. 스코틀랜드 주정부의 폴 휠하우스 에너지부장관도 합류한다. 한국 풍력타워업체인 씨에스윈드가 가동하고 있는 ‘CS WIND UK’의 출범을 축하해주기 위해서다. 씨에스윈드는 지난 3월 말 영국의 풍력타워기업 WTS(Wind Tower Scotland)를 단돈 1파운드에 인수해 계열로 편입했다. 영국 정부는 적자 국영기업을 공짜로 넘기면서 현금 80억원의 보조금도 지급했다. 어떻게든 기존 근로자 170명의 일자리를 지켜 달라는 당부와 함께였다.헤이 대사의 영국 출장한적한 시골 마을의 이 작은 인수합병(M&A)에 고위 공직자들이 총출동하는 장면은 무척 생경스럽다. 정치인과 공직자들이 자녀 취업 청탁과 가족·친지들 밥그릇 챙기기로 물의를 빚고 있는 한국에선 특히 그렇다. 거꾸로 생각해 보자. 외국 기업이 한국에 투자한다고 현지 대사가 비행기를 타고 날아와 박수를 쳐주겠는가. 상상하기 어려운 얘기다.일자리는 한 국가의 정치·경제적 체제의 우열을 판가름하는 핵심 요소다. 브렉시트(Brexit: 영국의 유럽연합 탈퇴) 논쟁의 처음과 끝도 일자리 문제였다. 영국 정부의 앤드리아 리드섬 에너지장관은 지난 21일 런던 웸블리 아레나에서 열린 브렉시트 찬반 토론에서 “이민자 증가로 근로자들의 일자리와 임금이 모두 감소할 것”이라며 찬성론을 펼쳤다. 반대 진영에선 브렉시트가 현실화될 경우 자본 이탈과 산업 경쟁력 약화로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맞섰다. 어떻게 보면 찬성 진영은 당장
대우조선해양이 아직 망하지 않은 것은 이 회사가 대마불사(大馬不死)의 전형적 수혜를 입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 고용, 지역경제…. 이 모든 것이 허약한 자생력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다.정부의 첫 지원은 198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만성 적자와 극심한 노사 분규로 폐업 직전의 위기에 몰렸던 시기다. 당시 산업은행은 대우조선에 기존 대출금 2500억원의 만기를 유예하고 1500억원의 신규 대출을 제공했다. 김우중 대우그룹 회장은 4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발표한 뒤 옥포에서 장기 상주를 시작했다. 양복 대신 작업복, 호텔방 대신 현장 숙소를 선택한 김 회장의 분투는 1990년대 대우조선의 정상화와 맞물려 두고두고 회자됐다.하지만 1994년 대우중공업에 합병된 대우조선이 김 회장의 ‘세계경영’을 떠받치는 불법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었을 줄은 아무도 몰랐다. 1999년 대우그룹 주력 계열사들이 워크아웃에 들어간 직후 대우중공업이 2조1000억여원의 분식회계를 자행한 사실이 드러났다. 조선사업으로 벌어들인 돈이 자동차와 무역 부문의 부실을 은폐하는 데 투입된 것이다.농락당한 정책금융두 번째 지원은 2000년에 이뤄졌다. 산업은행은 대우중공업에서 분리된 대우조선에 1조7000억여원의 출자전환을 단행하며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당시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외환위기 여파로 30대 그룹의 절반이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미래 경제 재건에 필요한 공장과 설비를 사장시킬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하지만 지난해 4조2000억원에 달하는 산업·수출입은행의 지원 방안 발표는 최소한의 공감대도 없는 것이었다. 수년간 5조원이 넘는 누적 손실을 감춘 채 주주와 채권단을 속여온
알파고의 탁월함, 인공지능의 눈부신 진화보다 더 우리를 놀라게 하는 것이 있다.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의 투혼이다. 전체 승부를 가른 세 판의 바둑이 결과와 내용면에서 모두 완패였음에도 도무지 포기할 줄을 모른다. 대국마다 옥쇄를 각오하고 불리한 판세를 현란하게 비틀어나간다. 피를 말리는 초읽기에 몰리면서도 시간이 모자란다고 푸념하지도 않는다. 그 힘겨운 고군분투의 결과가 13일 첫 승리로 이어졌다.이세돌이 아무리 타고난 승부사라고 하지만 요즘처럼 고통스러운 때는 없었을 것이다. 그래도 그는 복기(復棋)를 한다. 패국 후의 탈진과 무력감을 한쪽에 밀어놓고 동료 기사들을 불러 모은다. 대단한 정신력이다. 알파고가 말을 할 줄 안다면 지나간 수순을 놓아가며 승착과 패착, 기회와 위기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겠지만 알파고는 그런 상대가 아니다.딥러닝의 창시자는 인간이세돌은 거의 밤을 새우는 복기를 통해 이미 인간 능력을 넘어선 알파고와의 대국을 지속해야 하는 이유, 바둑이 정신 스포츠로서 인간세계에 가져야 하는 의미를 찾고 있다. 알파고 식으로 표현하면 ‘딥러닝(deep learning)’이다.딥러닝은 인간 신경망이 갖고 있는 학습체계를 컴퓨터에 이식한 것이다. 한마디로 인간의 일부 능력을 복제한 것이다. 이런 인공지능의 능력을 사람과 비교하거나 인류의 미래를 위협하는 존재로 부각시키는 것은 처음부터 가당치 않다. 인간은 누구나 백지상태로 태어난다. 부모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을 갖고 있더라도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지식과 기술을 스스로 배우고 익혀야 한다.인간의 교육시스템은 이런 물리적·생물학적 한계를 효과적으로 극복하도록 고안됐
한국경제신문 편집국 간부들로 구성된 ‘미래혁신태스크포스(TF)’가 22일부터 나흘간 열리는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6’의 현장, 스페인 바르셀로나를 찾았다. 세계 최대 정보통신기술(ICT) 전시회에서 눈부시게 발전하는 전자산업의 흐름을 진단하고 한국 산업의 앞날을 조망하기 위해서다.올해 MWC에서는 ‘모바일이 모든 것(Mobile is Everything)’이라는 주제에 걸맞게 모바일 기술이 스마트폰을 넘어 가전, 자동차, 헬스케어, 페이(결제) 등 전 산업으로 무한 확장해나가는 움직임을 포착할 수 있다.한경 TF의 화두는 ‘제조업의 희망 찾기’다. 조선 기계 철강 등 고속성장을 주도해 온 주력 산업이 잇달아 위기에 빠지면서 금융과 서비스 등 내수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해야 한다는 제조업 패배주의가 확산하고 있다. 미국 독일 일본 등 선진국들이 중장기 비전을 세우고 ‘제조업 혁명’에 나서고 있는데 우리만 제조업을 포기할 수는 없다. 모든 산업과 긴밀하게 연결돼 융합·복합화의 정점을 달리는 모바일을 통해 우리 가슴을 짓누르고 있는 ‘제조업 패배주의’에서 벗어날 길을 찾아야 한다.삼성전자는 가상현실(VR) 등 혁신 기술을 담은 전략폰 갤럭시S7과 함께 운전자 성향과 차량 진단을 통해 안전운전을 유도하는 커넥티드카 솔루션을 공개한다. LG전자는 혁신 역량을 결집한 신개념 전략스마트폰 G5를 선보였다.지난해 세계 스마트폰 시장 3위에 오르며 한국 기업들의 주적(主敵)으로 떠오른 중국 화웨이와 중국 시장 1위를 차지한 샤오미도 신제품을 내놓는다. 중국 경쟁사들을 물리치고 한국 기업들이 모바일 생태계에서 우위를 지켜갈 수 있으면 제
독자 여러분. 오늘 오전 10시 한국 증권시장이 새해 문을 엽니다. 출발 준비가 되셨는지요. 지난해 주식·채권 투자로 쓴맛을 봤다는 분이 많습니다.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연 3.37%, 채권형 펀드는 연 2.64%에 그쳤죠. 은행 예금금리보다는 높았지만 그것도 진득이 들고 있는 사람들의 평균치일 뿐입니다. 2012년부터 2015년까지 3년간 국내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더 실망스럽습니다. -0.98%입니다. 손실을 봤다고 심하...
‘공정성장론’을 앞세운 안철수 의원의 지난 27일 기자회견은 실망스러웠다. 경제를 바라보는 관점이 3년여 전 정치에 입문하던 시절과 하등 달라진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지난 세월 정치적 풍파와 지지도 부침을 겪으며 쌓았을 법한 내공도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그는 우리 경제를 “몇몇 재벌에 의존해서는 재벌만 행복하고 국민 다수는 불행한 구조를 바꿀 수 없다. 지금 약육강식의 수직적 경제 질서는 정글의 법칙, 승자 독식의 질서가 지배한다”고 규정했다. 과거 ‘삼성 동물원’ ‘LG 동물원’이라는 조어를 만들어 한국의 글로벌 기업을 한껏 이죽거리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을 수탈과 피탈의 이분법적 관계로 양단한 사고의 틀을 벗어나지 못한 화법이었다.재벌만 행복하다?승자 독식이라니? 그의 눈에는 지난 외환위기 때 30대 그룹의 절반이 날아가고 지금도 조선 기계 철강 화학 분야의 대기업이 사경을 헤매고 있는 현실이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재벌만 행복하고 국민 다수는 불행하다’는 주장은 ‘국회의원만 행복하고 국민 다수는 불행하다’는 것과 거의 동일한 수준의 저급한 수사다.진단이 이 지경이니 해법이 온전할 리 없다. “온갖 독과점 질서를 공정거래 질서로 바꿔야 한다. …중소기업도 실력만으로 대기업이 될 수 있어야 한다. 개인도 기업도 개천에서 용이 날 수 있어야 한다.” 안 의원은 이것이 자신이 오랫동안 강조해온 ‘공정성장론’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를 실제로 구현할 수 있는 구체적 방법론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심히 불쾌할지 모르겠지만 이런 주장은 이명박 정부가 집권 후반기에 들고 나온
올해 달력도 이제 한 장을 남겨놓고 있다. 증권가는 잔뜩 주눅이 들어 있다. 내년 시장을 밝게 보는 전망은 찾아보기 어렵다. 이렇게 많은 걱정을 하면서 한 해를 보낸 시절이 또 있었을까 싶다. 제조업이 당면한 어려움은 필설로 이루 말하기가 어렵다. 위기가 벼락처럼 들이닥칠 것이라는 얘기가 많다. 기업들의 실적 부진과 구조조정 바람에 월급쟁이들은 난민들처럼 우리 경제의 한 모퉁이에 아슬아슬하게 매달려 있다. 한 차례 광풍이라도 불면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나갈 신세다.2016년은 말 그대로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다. 세계 경제의 방향타 역할을 하는 미국 금리와 중국 경제가 어떤 움직임을 보이느냐에 따라 상전이 벽해가 될 정도의 격변이 일어날 것이다. 미시적으로는 인구구조의 변화, 사업구조 재편과 구조조정 가속화 등에 따라 주력 기업(사업)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위기돌파는 기업의 숙명내년도 한국 제조업의 최대 불확실성은 역시 중국이다. 중국 정부가 성장과 고용을 희생하면서 과잉설비로 몸살을 앓고 있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에 대한 강력한 구조조정에 나설 경우 한국 기업들은 단기 수혜를 입을 수 있다. 하지만 그에 따른 글로벌 금융시장의 연쇄 충격파를 감당해야 한다. 반대로 중국 당국이 성장률 방어를 위해 ‘좀비기업’ 청산을 최대한 늦추면 한국 기업들의 고통은 그만큼 장기화될 것이다. 어떤 경우든 풍파를 피해 나가기가 어렵게 돼 있다.잊지 말아야 할 점은 저성장 시대에도 성장기업(산업)이 존재한다는 것, 누군가의 위기는 또 다른 누군가에는 기회라는 것이다. 삼성전자를 비롯한 주력 기업들이 실적 부진에 시달리기 시작한 것은 중국
지난 17일 재닛 옐런 미국 중앙은행(Fed) 의장이 기준금리 동결 배경을 설명하면서 중국을 거명한 것은 이례적인 것이었다. “중국을 비롯한 신흥국의 성장률 둔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는 발언은 외교적 결례에 가까웠다. 하지만 중국 당국은 미동도 없다. 미국의 반대를 정면으로 돌파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창설을 서두르던 몇 달 전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중국 제조업은 과잉설비 과잉재고로 몸살을 앓고 있다. 중국에 수직계열화 형태로 편입된 대만 경제도 동반 추락 중이다. 수익성 악화를 동반하며 빠르게 늘고 있는 기업들의 부채는 위험수위에 근접했다. 정확한 통계는 없지만 10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외화 부채는 3조달러 안팎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7년간의 양적 완화 시대에 ‘환차익의 달콤함’에 빠져 제로금리 부채를 앞다퉈 끌어들인 결과다.‘슈퍼달러’에 신음하는 위안화이런 상태에서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정부 지원으로 힘겹게 버티고 있는 ‘좀비 기업’들은 곧장 나락으로 떨어질 수밖에 없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제법 이름 있는 대기업이 달러 부채를 부도내는 순간에서 시작된다. 기업신인도 하락과 금융안정성 훼손이 어느 정도의 충격을 몰고올지는 짐작조차 어렵다.미국의 금리인상 파고를 헤쳐 나갈 수 있는 중국의 가장 유력한 선택지는 위안화 평가절하다. 이미 중국 인민은행은 지난달 11~13일 사흘간 위안화를 4.7% 기습 절하했다. 당초 경기 침체와 수출 기업의 채산성 악화를 막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됐지만 무역수지보다는 자본수지의 정상화를 겨냥한 조치로 보는 시각이 점차 늘고 있다. &ld
대우조선해양 부실사태는 한국 제조업이 당면한 문제를 압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 회사는 곧 3조원대의 대규모 손실을 실토한다. 해양플랜트 사업에 켜켜이 쌓인 손실을 올 2분기에 모두 털어내겠다는 것이다. 주인 없는 회사, 아니 주인이 주인 같지 않은 회사라고 하지만 정말 제멋대로다. 그럼에도 구조조정을 하겠다는 얘기는 않는다. 감원 보도가 나오면 회사 측은 물론 대주주인 산업은행도 부인한다. 실사를 해봐야 알겠단다. 무책임의 극치다.적자 나도 구조조정 불가지난해 현대중공업도 그랬다. 3조원대 적자가 났지만 근로자들의 급여는 단 한 푼도 깎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 측의 인력 구조조정에 파업으로 저항했다. 노조는 올해도 파업을 결의했다. 올 2분기까지 7개 분기 연속 적자를 낸 회사의 실상이다. “우리는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다”며 임금인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항변은 무지의 소산이다. 열심히 일해도 망하는 기업들은 부지기수다. 임금이 생산성을 추월하면 어떤 기업도 버텨낼 수 없다.한국 제조업에 썩는 내가 풀풀 난다. 매출신장률 수출증가율 노동생산성 등 모든 지표가 곤두박질치지만 수술대도, 집도의도 찾아볼 수 없다. 주식시장은 일찌감치 징후를 알아차렸다. 전자 자동차 기계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을 대표하는 간판주들은 줄줄이 내리막길이다. 외환위기(1998년)를 벗어나고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를 극복하는 데 견인차 역할을 한 업종들이다.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성공한 한국 제조업은 국민의 자랑이자 일자리의 보고(寶庫)였다.하지만 이제 다시 위기가 닥친다면 제조업부터 굉음을 내며 한순간에 무너져 내릴 것이다. 어쩌면 우리는 지금 분수에 넘
한화자산운용이 운용 중인 ‘한화글로벌프라임상업용부동산투자신탁(리츠-재간접)’은 8일부터 위탁운용사가 푸르덴셜인베스트먼트에서 라살인베스트먼트로 바뀐다. 안정적인 수익을 원하는 투자자 수요를 맞추기 위해 부채비율이 높은 부동산개발회사, 호텔의 자산 비중을 20%에서 10%로 낮춰 변동성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허란 기자 jih@hankyung.com
얼마 전 국내 5대 자산운용사 중 한 곳이 삼성전자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수십조원을 굴리며 수익률에 목을 매는 대형 바스켓이 한국 증권시장의 대장주를 싹둑 도려낸 것이다. 자산운용사 대표의 설명은 이랬다. “삼성전자는 더 이상 성장주가 아닙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주가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공식적으로 언급한 바도 없다. 하지만 주가가 경영 실적을 평가하는 수많은 잣대 중 하나라는 점은 분명하다. 횡보하는 주가는 적잖은 부담이다. 코스피지수가 2500을 넘어 3000까지 치고 올라가려면 삼성전자 주가가 200만원대로 올라서야 한다. 그럼에도 대세상승을 점치는 전문가들조차 향후 주도주로 삼성전자를 지목하지 않는다. 과거 글로벌 시장을 거침없이 질주했던 ‘전차군단(삼성전자-현대자동차)’의 재림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이들은 뜻밖에도 아모레퍼시픽 한미약품 같은 회사들을 꼽고 있다.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도전최근 주요 언론들은 ‘이재용 체제 1년’의 성과와 경영 스타일을 조명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미국과 중국을 종횡무진하는 글로벌 경영과 한화와의 ‘석유화학 빅딜’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가 쏟아졌다.아직은 많은 것이 물음표다. 기대와 의구심이 동시에 교차하고 있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경영자로서 성공 여부가 애플을 극복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는 점이다. 이것은 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을 계량하는 수준을 넘어서는 궁극적 문제다.삼성전자는 글로벌 전자회사 가운데 최고의 부품 경쟁력을 갖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2차전지는 경쟁사들이 범접하기 어려운 기술력과 생산성을 자랑
힘이 있는 장관은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 국회든 언론이든 협력자를 끌어모으기가 용이하다. 관료들의 역할을 배분하고 조직 간 칸막이를 제거하는 데도 강점을 갖고 있다.이런 점에서 현오석 전 부총리는 불운했다. 재임시절 그에 대한 세간의 비판은 지나치게 야박했다. 경제팀 전체를 이끄는 지도력이 미흡하고 국회를 상대하는 정치력도 부족했지만 무능·무소신으로 싸잡아 매도당할 정도는 아니었다. 여권 내 지원세력이 없었고 대중적 인기도 빈약했던 탓에 언론들도 그를 얕잡아본 것이 사실이다.남 탓하는 자리 아니다한쪽의 극단이 다른 쪽의 극단을 불러들이듯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임자의 유약한 이미지를 대척점으로 삼으며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여당 원내대표 출신에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도 돈독했다. 공무원들도 실세 장관 등장을 반겼다. 주요 정책이 국회에 막혀 오도 가도 못하거나 조변석개식 여론에 밀려 정책 일관성이 훼손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는 기대가 만발했다.하지만 취임 7개월여를 맞은 최 부총리의 중간 성적표는 전임자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다. 주택거래량 정도를 빼놓고는 분기 성장률, 투자·소비 증가율, 청년실업률, 가계부채, 세수실적 등 거의 모든 지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지표보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요즘 무력감에 빠져 있는 듯한 그의 언사다.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하려면 다 같이 힘을 합쳐야 하는데 뭐만 잘못되면 나 때문이라네. 부총리가 법 개정하고, 여론 형성하고 온갖 것을 다 할 수 있는 게 아니다.”(2월11일 터키 이스탄불 기자간담회)뜻대로 되는 일이 없다는 하소연이지만 타이밍은 ‘글쎄’다. 이
경기 이천의 건강기능식품업체 뉴트리바이오텍은 지난해 500만달러 수출탑을 받으며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는 회사다. 이 회사는 남모를 고민이 있다. 수차례 증설하는 과정에서 수도권정비계획법상 공장부지면적 제한(3만㎡) 규제의 턱밑에 이른 것. 이제 더 이상 공장을 지을 수 없다. 오랜 세월 기업의 불편을 초래한 수도권 규제는 ‘성역 중의 성역’이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이라는 이유로 지난 32년간 정부는 뒷짐을 지고 국회는...
올해 우리 경제의 핵심 과제는 구조개혁과 경제 활성화다. 그 어느 때보다 적극적인 행정과 규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관건은 공무원이 얼마나 움직이느냐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3일 정부세종청사 완공식에서 “대한민국의 발전을 이끌어가는 구심점으로 우리 역사에 길이 남는 나침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공무원을 독려했다. 이 대목에서 생각해봐야 할 것이 있다. 공무원의 사기 진작 문제다. 연말 송년모임에서 만난 적잖은 ...
박근혜 대통령에겐 올 한 해가 최악의 해로 기억될 것이다. 세월호 참사에 막판엔 ‘비선 실세 개입 의혹’까지 불거져 리더십에 적지않은 손상을 입었다. 크고 작은 사건·사고에 언론들도 날 선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세상 마치는 날이 고민 끝나는 날”(12월2일 통일준비위원회)이라는 박 대통령의 말에는 지칠 대로 지친 심신의 피로감이 짙게 배어 있다.경제만 살리는 묘책은 없어그럼에도 박 대통령에게 “올 한 해 수고하셨다”는 간단한 덕담조차 건네기가 어렵다. 실망감에 지지를 철회한 사람들이 늘어서가 아니다. 지지율 하락은 역대 어느 대통령도 피해 가지 못했다. 20%대 지지율로도 국정은 쉼없이 돌아갔다. 대통령을 둘러싼 의혹이 말끔하게 규명되지 않아서도 아니다. 오히려 비선 개입 의혹사건의 핵심, 이른바 ‘박관천 문건’은 대부분 사실무근인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누군가 할리 데이비슨을 타고 박 대통령의 동생 박지만 씨를 미행했다는 내용은 작성자의 지적 수준을 의심케 한다.박 대통령이 이런 문건을 ‘찌라시’로 규정한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다. 검찰에 ‘수사 가이드라인’을 줬다는 비판도 있지만 박 대통령은 자기 책임 아래 ‘찌라시’를 ‘찌라시’라고 말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당사자다. 수사에 영향을 미칠 의도였다면 공개적으로 언급했을 리도 없다. 그래도 사람들은 쉽게 고개를 끄덕이지 않는다. 교수신문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선정한 ‘지록위마(指鹿爲馬: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일컫는다는 뜻)’는 어느 쪽에서 봐도 다의적이다. 도무지 진실과 거짓을 분간할 수 없다는 지식인들의 고백에는 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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