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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일훈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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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에서] '통일 대박론' 北 경제부터 직시해야

    경제가 성장하는 것과 달라지고 있는 것과는 엄연한 차이가 있습니다. 취재팀이 북·중 접경지역에서 처음 주목한 것은 후자였습니다. 사실 성장률을 제대로 알 길도 없습니다.북한 경제가 배급제를 버렸다면, 제한적이나마 사유재산을 인정하고 시장경제시스템을 받아들이고 있다면 그 자체로 평가할 만하다고 여겼습니다.하지만 가만 생각해보니 갑자기 북한 경제가 성장기에 접어들었다거나 모처럼의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는 식으로 비쳐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건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접경지역과 평양 등 일부 대도시를 제외한 지역민의 삶은 여전히 피폐합니다. ‘고난의 행군’ 시절 부모를 잃은 고아들이 전국 곳곳 애육원에 수용돼 있고 장사 수완이 모자라거나 기회가 없는 사람들은 밥을 굶어야 합니다.공무원 월급이 북한 돈으로 3000원에 불과합니다. 시장환율이 달러당 8000원인 점에 비춰볼 때 50센트에도 미치지 못하는 것입니다. 도대체 이 돈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정수시설 부족으로 배탈이 나도 병원에는 약품이 없습니다. 스마트폰과 명품 소비 행렬은 극소수 특권층의 얘기일 뿐입니다.북한 경제의 앞날은 여전히 안갯속입니다. 장마당 활성화 정도로는 자생력을 가질 수 없는 경제입니다. 알면 알수록 기가 막히는 얘기들이 많습니다. 어쩌면 우리가 너무 일찍 ‘통일 대박론’을 터뜨린 것이 아닐까요. 북한이 어쩔 수 없이 변화를 선택했다는 것, 그리고 앞으로 더 변할 여지가 있다는 것. 취재팀이 확인한 총론은 여기까지입니다.조일훈 경제부장 jih@hankyung.com

    2014.11.30 21:04
  • 도매상 수만명 '1000원짜리 트럭' 타고 北 전역서 장사 행렬

    최근 북한에 풍년이 든 것은 1차적으로 기상여건이 좋았기 때문이다. 거의 연례적으로 농작물에 피해를 끼쳤던 가뭄과 태풍이 잠잠했다는 얘기다. 올해 북한의 농작물 생산량은 10년 전과 비교해 20% 이상 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가을 추수기엔 함경북도 청진에서 탈곡용 트랙터 200개(대당 한국돈 250만원 상당)를 한꺼번에 주문해 중국 업체들을 놀라게 한 적도 있다. “초과 생산분 다 가져라” 식량 사정이 좋아지면서 ...

    2014.11.30 20:59
  • 北 "배급없어도 산다"…단둥서 韓화장품 차떼기

    공식 통계는 없지만 북한 경제가 호전되고 있다는 소식이 곳곳에서 들려온다. 2년 연속 풍작에 집단농장과 국영기업들에 인센티브제를 도입하면서 생산량이 늘고 있다는 관측이다. 이달로 집권 3년을 채우는 북한 김정은 정권으로서는 어느 정도 체면치레를 한 것일까. 후계자 시절이던 2010년 11월, 경제 관료들을 모아놓고 “3년 안에 경제를 회복시켜 쌀밥에 고깃국을 먹게 해주겠다”고 호언했던 그다. 물론 채 여물지 않은 김정은...

    2014.11.30 20:37
  • [한경데스크] 정치의 탐욕, 공기업 人事

    강원랜드 사장 공모에 23명이 몰려든 것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개혁 1순위 공기업 사령탑에 자신을 적임자로 생각하는 ‘장년 백수’들이 이렇게 많았다니…. 그 용기를 가상하다고 해야 할지, 아니면 개혁의지가 충만한 것으로 받아들여야 할지 알 수가 없다.1차 전형을 통과한 10명 중에는 지난 대선 때 새누리당 캠프에 몸담았던 정치인, 전 지상파 방송사 사장, 전 기초지방자치단체장 등의 이름도 눈에 띈다. 모두 강원 출신이다. 최고경영자(CEO)를 뽑을 때 유독 지역연고가 중요한 곳이 강원랜드다. 전임 사장도 강원지사 출마를 위해 지난 2월 일찌감치 사표를 냈다. 영·호남의 지역패당 정치가 울고 갈 정도다.강원랜드의 낙하산 전쟁2012년 강원랜드가 사업상 아무런 관련성이 없는 태백의 오투리조트에 150억원을 기부한 것은 상상하기 힘든 엽기적 결정이었다. 강원 출신이 주축인 이사회가 ‘폐광지역의 특수성을 감안해 도내 기업의 어려운 처지를 방관할 수 없다’는 이유로 내린 것이었다. 이 일로 우리는 투자가 아닌데도 공기업이 수백억원 단위의 기부를 할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 됐다. 정부가 뒤늦게 나섰다. 감사원은 전직 이사들에 대한 손해보상 청구소송을 지시했고 강원랜드는 이를 실행했다.태백시도 발끈하고 나섰다. 당시 이사회 결정은 절차상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면서 내부적으로 전직 이사들을 위한 소송비용 모금을 시작한 것. 그러자 이번에는 지역 공무원 노조가 들고 일어났다. 왜 정치적으로 결정한 사안에 대해 공무원들이 경제적 부담을 지느냐는 것. 정말 엉망진창이다.이제 시선은 불가피하게 임명권자인 청와대로 향한다. 벌써부터 정치권

    2014.10.12 20:43
  • [한국경제신문 창간 50주년] 6일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 선언 "경제적 자유가 대한민국 번영 이끈다"

    대한민국을 세계 10대 경제강국의 반열로 끌어올린 힘의 원천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다.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생명으로 하는 자유주의가 개인의 창발성(創發性), 기업의 혁신을 제도화하는 시장경제와 결합해 폭발적인 시너지를 분출한 것이 우리 경제의 비약적 성장사였다.한국의 경제계 및 정·관·학계를 대표하는 인사들이 6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대한민국 경제 대도약’을 선언한다. 오는 12일로 50돌을 맞는 한국경제신문 창간 기념식에서다. ‘민주 시장경제의 창달’이라는 사시(社是)를 앞세워 지난 반세기 격동의 역사를 함께 달려온 기념비적 이정표다.하지만 이를 자축하기에 앞서 수년간 2만달러(1인당 국민소득)의 함정에 빠져 있는 경제적 부진과 정치·사회적 불화를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시장에서의 성공을 장려하고 우대하기보다는 자유 경쟁을 간섭하고 저해하는 정치의 타락은 우려스럽기 짝이 없다. 지속적 성장의 토대이자 글로벌 성공의 결과인 집적과 집중을 해체하려는 반(反)시장적 시도들도 나타나고 있다.경제 대도약 선언은 국민소득 5만달러 조기 달성 등 충분한 성장이야말로 우리 경제의 난맥상을 치유하고 극복하는 길이라는 진단에서 나온 것이다. 안팎에서 도전받고 있는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부터 제대로 복원하고 경제적 자유를 확대하라는 명령이기도 하다. 이를 통해 그동안 우리가 축적한 시장의 소중한 자산을 미래 대한민국 번영의 자양분으로 삼아야 한다.한국경제신문은 창간 50돌을 맞아 △저성장 극복 △기업가정신 고양 △정치 개혁 △노동시장 개혁 △법치 확립 등을 5대 선결 과제로 제시한다. 앞으로 다가올 50년도 독

    2014.10.05 18:03
  • 610만 자영업자 '공멸의 치킨게임'

    직장인보다 한 해 335시간 더 일하지만 연간 소득은 518만원 적다. 주말이나 휴일에도 거의 못 쉰다. 10명 중 6명은 50대 이상이다. 평생 모은 억대 퇴직금을 쏟아붓기도 한다. 절반은 3년 안에 망한다. 한순간에 기초생활보장 수급자로 전락할 수도 있다. 누가 봐도 밑지는 장사다. 그런데 너도 나도 뛰어들고 있다. 한국 자영업의 현실이다. 우리 가족이나 이웃 얘기이기도 하다.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자영업자는 610만명에 이른다. 통계청은 ...

    2014.09.21 21:00
  • [한경데스크] 세월호, 국민들도 위로받아야

    슬픔은 격정과 분노를 동반한다. 타인에 대한 불신과 경계감, 자신의 마음을 다치게 한 모든 것들에 대해 원망과 한탄을 쏟아내는 고통스런 과정이다. 자연스럽기도 하고 때로는 다행스러운 감정의 동선이다.분노의 끝은 고요와 침잠이다. 공격이 더 이상 위로가 되지 않을 때 슬픔은 내부로 파고든다. 이것은 아주 위험한 경계선이다. 슬픔을 치유하는 단계로 나아갈 것이냐, 아니면 무력감과 우울감에 휩싸여 분노의 표출 대상을 자신으로 바꿀 것이냐의 기로다.프란치스코 교황이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을 만나고 돌아갔다.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고 영성의 손길로 어루만졌다. 가장 뭉클한 장면은 단원고 학생 고(故) 이승현 군의 아버지, 이호진 씨에 대한 세례였다. 6㎏짜리 나무 십자가를 메고 진도 팽목항에서 대전 월드컵 경기장까지 38일간의 ‘도보순례’를 마친 그였다. 교황은 자신과 같은 ‘프란치스코’라는 세례명을 부여했다. 이씨는 “진정한 천주교인으로서 한 줌 부끄러움 없이 늘 겸손하고 남을 위해 기도하면서 살 것”이라고 다짐했다.이로써 그의 슬픔은 온전히 치유되는 것일까. 하느님께 자신을 의탁했지만 가슴 깊이 자리 잡고 있는 슬픔을 극복하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례식에 참석했던 이씨의 딸 아름씨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은 우리 모두를 숙연케 하는 절박함으로 가득하다. “저는 아빠가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교황님이 아니라 어떤 누가 되더라도 아빠가 조금이라도 위안을 받고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있다면 응원하고 싶어요. 모든 분들이 아빠를 응원해주시길 바라지 않아요. 하지만 누구보다 캄캄한 어둠 속을 걷고 있는 아빠라는 걸

    2014.08.18 20:42
  • [한경데스크] 저출산…옛날 엄마 vs 요즘 엄마

    ‘아이는 안 낳아도 애완견은 키운다.’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젊은 여자들을 은근히 힐난하는 얘기다.물론 저출산은 여성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젊은 세대’의 결정이다. 이들에게 물어보면 출산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로 소득수준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교육비용을 든다.“옛날에 못먹고 못살 때도 세 명, 네 명 낳아서 잘도 길렀는데 이제 와서 뭔 소리냐”고 젊은이들을 꾸짖는 목소리도 있다. 예전보다 훨씬 잘사는데 한 명만 낳는 것은 너무 이기적인 것 아니냐는 책망이다. 하지만 출산은 윤리적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옛날 부모들은 “누구나 자기 밥벌이는 타고 난다”고 믿었다. 딱히 부모가 돌봐주지 않아도 대가족이, 지역 공동체가 공동으로 육아를 하는 구조였다.이기심이냐, 합리성이냐반면 현대사회는 이웃 간에 단절적이고 고립된 사회다. 아파트나 버스, 지하철에서 누구와 마주쳐도 인사를 건네기가 어렵다. 복잡성과 익명성을 배경에 깔고 있는 도시생활에선 ‘내 아이는 내가 책임져야 한다’는 각자도생의 원리가 지배한다.옛날엔 국가와 사회가 좋은 일자리를 끊임없이 제공했다. 그리하여 지금 50대의 99%는 부모세대보다 더 잘살게 됐다. 열심히 일하면 아이들 키워내기가 크게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시대는 1997년 외환위기를 전후로 종지부를 찍었다.고성장 모델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자 좋은 일자리는 상대적으로 눈에 띄게 줄어들기 시작했다. ‘더 온리(the only)’, ‘더 베스트(the best)’ 제품과 서비스만이 각광받는 현대 산업사회. 그 모든 것이 불확실해졌지만 더 선명하게 다가온 미래도 있다. 길어진

    2014.07.13 20:46
  • [한경데스크] 대통령 담화 이후…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가 오늘 발표된다. 세월호 참사가 일깨운 우리 사회의 적폐를 해소하는 ‘국가 대개조’가 핵심이다. 이 담화가 우리를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일상으로 돌아가게 할지는 알 수 없다. 아마 당장은 어려울 것이다.아직 많은 실종자들이 깊고 어두운 바닷속에서 구조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가족들은 꿈에도 그리던 모습을 만날 때까지 진도 팽목항을 떠날 수가 없다. 사망을 확인한 유가족들은 주기적으로 밀려오는 슬픔과 분노의 파도에 휩싸여 있다. 생각할수록 기가 막힌다. 생때같은 자식과 피붙이가 정부의 사전 감독부실과 초기 대응 실패, 부패 기업의 무지막지한 돈벌이에 희생됐기 때문이다.국가의 한계 인정해야여론의 십자포화 속에 총리와 장관들이 줄줄이 물러서자 청와대는 최후의 보루가 됐다. 유가족들이 유일하게 기댈 언덕, 무너져 내린 억장을 표출할 수 있는 통로다. 이건 세월호 참사의 또 다른 비극이다. 우리 사회가 두고두고 감수해야 할 불신과 배덕의 참담함이다.대국민담화는 이 모든 것을 끌어안는 하나의 모멘텀이다. 국난 극복을 위한 절박한 다짐과 결연한 의지의 결집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룰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정책적 해법은 어느 정도 나와 있다. 실행단계가 복잡하고 시간이 걸릴 뿐이다.때로는 성마른 우리 사회가 그 기다림을 얼마나 용인할 수 있을지 걱정스럽다. 국가 대개조라는 큰 용어가 적절한지도 의문이다. 너무 무거우면 자칫 공허해질 수 있다.근본적으로, 국가(정부)는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슬픔을 치유하고 개인을 구원하는 문제라면 더욱 그렇다. 할 수 없는 일을 할 수 있다고 기만해서는 안

    2014.05.18 20:38
  • [시네마노믹스] 비틀스·코롤라·아이팟…시대를 풍미한 감성코드에 바치는 헌사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골든 슬럼버’로 본 시대의 아이콘들2010년 8월 개봉한 ‘골든 슬럼버(golden slumber)’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골든 슬럼버’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반미 성향을 가진 젊은 신임 총리가 취임 퍼레이드를 하는 도중 폭탄테러로 암살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에 앞서 현장 부근에선 택배기사인 아오야기가 대학 시절 친구인 모리타와 오랜만에 재회하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친구는 “너는 곧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당할 거야. 도망쳐!”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곧 총리가 탄 차량에 원격조종된 헬기 폭탄이 날아들고 모리타가 탄 차량도 폭발한다. 아오야기는 영문도 모르는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가 암살현장에 있었음을 증언하는 목격자, 헬기 폭탄을 조종하고 있는 아오야기의 증거 영상 등이 차례로 공개되고 그의 모든 과거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증거가 된다. 아오야기는 그를 사살하기 위해 다가오는 경찰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결백을 증명해야만 한다.추억의 감성코드이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나 스펙터클은 없지만 일본 문화콘텐츠 특유의 아기자기한 구성과 스토리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무엇보다도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심리적·정서적 코드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비틀스의 노래 ‘골든 슬럼버’와 도요타의 코롤라 자동차는 공교롭게도 탄생연도가 1960년대로 엇비슷하다. 반면 주인공이 애지중지하는 애플의 아이팟나노와 막판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아이돌 스타는 현대 소비문화의

    2014.05.09 17:57
  • [한경데스크] CJ를 위한 '변명'

    아무래도 청와대가 CJ를 정조준하고 있는 듯하다. 직접 거명은 하지 않았지만 박근혜 대통령의 잇단 발언으로 짐작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은 지난 4일 문화융성회의를 주재하며 “영화산업에서 계열사를 밀어주는 관행이 나타나고 있는데 바로잡아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20일 열린 규제개혁 민관합동회의에서도 수직계열화에 따른 불공정거래 가능성을 강하게 지적했다. CJ는 속된 말로 ‘멘붕’이다. 발언의 방점이 ‘불공정거래’가 아니라 ‘수직계열화’에 찍혀 있기 때문이다. CJ는 배급사(CJ E&M)와 극장사(CJ CGV)를 양대축으로 제작-투자-배급-상영의 영화 공급망을 구축한 기업이다. 수직계열화가 맞다. 그렇다면 CJ는 계열 극장에 자신의 배급영화를 얼마나 몰아줬을까. 금세 알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홈페이지는 매일 밤 12시에 영화별 스크린·좌석 점유율을 공개하고 있다. 장난을 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관객이 들지 않는데도 계열 영화를 계속 걸면 표가 날 수밖에 없다. 상장사인 CJ CGV 투자자들이 좌시하겠는가. 신생배급사 NEW의 돌풍 ‘해운대’ 연출 감독으로 이름난 윤제균 JK필름 대표. 지난 민관합동회의에서 “예전엔 비흥행 영화라고 하더라도 최소 1주일간 기본상영 시간이 지켜졌지만 요즘엔 그렇지 않다”고 호소해 눈길을 끌었다. 윤 대표가 직접 제작한 것들 중에 CJ가 주투자자로 나선 ‘제7광구’라는 작품이 있다. 그는 이 영화가 CJ 투자콘텐츠로는 가장 망했다는 평을 들으며 얼마나 빨리 CGV에서 간판을 내렸는지 잘 알 것이다. 한국에서는 매년 200여편의 영화가 새로 제작되고 있다. 그중에 50여개는 배급을 거절당한다. 부당계약 등과 같은 불공정거래야 당연

    2014.04.06 20:38
  • [시네마노믹스] 銀구두 신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로시의 마음을 옐런은 알까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오즈의 마법사’ 를 통해 본 국제통화체제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무지개 너머 어딘가 저 높은 곳에~자장가 속에나 나오던 그런 곳이 있어요~) 미국의 제작사 MGM이 1939년에 만든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Over the rainbow’라는 주제가로도 유명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든 빅터 플레밍이 메가폰을 잡았다. 미국의 동화작가 프랭크 바움(1856~1919)이 쓴 불멸의 작품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1900년)가 원작인 이 영화는 ‘도로시’라는 소녀가 회오리바람에 날려 오즈라는 마법의 나라에 떨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도로시와 그의 개 토토, 그리고 두뇌는 없지만 말을 할 줄 아는 허수아비, 양철로 만들어진 나무꾼,겁 많은 사자 등이 힘을 합쳐 갖은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스토리는 연극 영화로도 상영돼 청소년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디플레이션 20년의 그늘 2009년 9월에는 영화개봉 70주년을 기념해 미국 전역의 400여개 영화관에서 디지털로 복원된 ‘오즈의 마법사’가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는 도로시의 은색구두가 진홍색으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는 소설의 내용을 충실히 담았다. 주디 갈랜드의 노래 실력과 환상적인 모험을 담은 스토리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작자 바움이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를 쓴 데는 미국도 그림형제와 안데르센의 작품 못지않은 자국 동화를 내놓을 때가 됐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소망대로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는 유럽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출간 첫해

    2014.04.04 16:54
  • [한경데스크] 2016년에 대한 단상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에 대해 어떤 막연한 기대를 품었던 모양이다. 본인과 정부가 사심 없이 열정적으로 일하면 좋아지지 않겠느냐는 것. 하지만 집권 1년차 경제는 어느 것 하나 성과로 내세울 만한 것이 없었다. 바닥을 기는 부동산 경기, 고령화 추세의 가속화, 늘어나는 가계부채 등 난제들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은 대통령의 조바심이 만들어낸 작품이다. 이대로 가면 자칫 경제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은 새로운 돌파구, 뉴 플랜을 필요로 했다. 이런 속내를 잘 몰랐던 경제관료들로선 느닷없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의 돌출에 적잖이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정책입안과 손질에 이골이 난 청와대 경제수석실조차 그랬다. 정부가 부랴부랴 준비한 방대한 정책집이 발표 당일 대통령의 담화문으로 대체된 데는 단시일 내 대통령과 관료들 사이의 간극이 좁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순풍이 불고 있다 하지만 이제 이런 부차적인 것들은 다 잊자. 핵심은 박 대통령이 자신의 목표, ‘근혜노믹스’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화살을 쏘았다는 점이다. 연평균 4% 성장으로 2016년께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여는 것이다. 환율 급변과 특별한 악재가 돌출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한 상황이다. 국제정세 불안과 가계부채 증가 등의 역풍도 있지만 순풍도 불고 있다. 한국 제조업 경쟁력은 최소 5년 정도는 세계시장에서 버텨낼 수 있다. 투자와 소비 부진도 규제완화 바람을 타고 최악의 상황은 비켜갈 수 있을 것이다. 현오석 부총리도 사석에서 올해 4%대 성장이 가능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투자용 땅을 사들이는

    2014.03.03 20:35
  • [한경데스크] 윤진숙 장관은 뭘 하고 계신가

    구조조정의 격랑에 휩싸여 있는 한국 해운 위기의 본질은 투자의 위기다. 지난 10년간 해운경기 침체와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로 투자를 머뭇거리는 사이에 머스크(덴마크)-MSC(스위스)-CMA CGM(프랑스) 등 세계 3대 선사와의 격차는 까마득하게 벌어졌다. 세계 1위 머스크가 운영하고 있는 583척의 선박은 한진해운(116척)과 현대상선(58척)을 합친 것의 3배가 훌쩍 넘는다. 초대형 선박을 앞세운 규모의 경제, 전 세계 운항노선을 거미줄처럼 엮는 네트워킹의 효율은 이미 족탈불급이다. 이근영 위원장의 오판 이 같은 상황에서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지난해 말 각각 3조원대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하며 또 한 번의 투자 빙하기로 빠져들고 있다. 재무구조를 개선하라는 금융위원회와 산업은행의 고강도 압박에 선박과 항만 터미널뿐만 아니라 심지어 개당 1000달러짜리 컨테이너 박스까지 매물로 올려놓았다. 이런 식으로 핵심 자산들을 다 팔고나면 장차 뭘로 영업을 하고 돈을 벌겠다는 건지…. 많은 전문가들의 예측대로 올해 글로벌 해운경기가 살아난다 하더라도 그 과실을 향유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 들어 해양강국을 기치로 내걸고 부활한 해양수산부는 속수무책이다. 지난해 대선공약이었던 선박금융공사 설립은 무산됐고 2조원 규모의 해운보증기금 설립도 감감무소식이다 물론 해운업계가 공멸의 위기에 내몰린 것은 원천적으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기업들이 자초한 측면이 크다. 하지만 금융 논리가 지나치게 득세하는 것은 금물이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해운산업의 경쟁력 약화가 수출로 먹고사는 경제 전반에 어떤 파장을 몰고올지를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한다. 돌이켜

    2014.01.06 20:36
  • [2014 대전망] 성장의 불씨…상생의 불꽃 되어 활활 타올라라

    기회와 위기. 이 단어들만큼 복잡한 경제 흐름을 압축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경제는 언제나 그렇다. 무수히 교차하는 기회와 위기 요인들 속에서 실낱 같은 성장의 경로를 찾아내는 것이다. 올해 경제의 화두는 도약과 전환이다. 가까스로 살려낸 경기회복의 불씨를 저성장 탈출의 모멘텀으로 삼아야 한다. 정부가 올해 3.9%의 성장률을 제시했지만 각 경제주체들이 하기에 따라 등락의 편차가 심해질 수 있다. 성장률은 정부가 끌어올리는 것이 아...

    2014.01.01 07:08
  • [한경데스크] G2시대의 불편한 개막

    서울 용산구 원효로4가에 ‘왜명강화지처(倭明講和之處)’라는 글귀가 새겨진 비석이 있다. 왜국과 명나라가 강화협상을 한 장소라는 뜻이다. 1593년 4월의 일로 임진왜란이 발발한 지 1년여 뒤의 시점이다. 당시 협상대표는 왜의 제1군 사령관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와 명의 유격장군 심유경(沈惟敬). 양국이 강화협상에 나선 데는 나름의 절박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개전 석 달여 만에 평양성을 함락시킨 고니시 군은 명의 즉각적인 출병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여기에 북측의 강추위는 왜군들이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것이었다. 충무공 이순신의 해상권 장악으로 병참 사정도 말이 아니었다. 전쟁이 없어도 얼어죽거나 굶어죽을 판이었다. 평양성을 탈환하며 파죽지세로 남하했던 명군도 1월26일 벽제관 전투에서의 대패로 전의를 상실했다.  조선을 사이에 둔 기만과 협잡 강화협상은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왜는 한양에서 부산으로, 명은 평양에서 요동으로 각각 철수하기로 했다. 이들에게 유일한 걸림돌은 본국에 대한 보고, 다시 말해 철수명분이었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가 아무런 전과도 없는 철수를 용인할 리 없었기 때문이다. 고니시는 조선의 남쪽 4개도를 일본이 넘겨받는 것으로 합의가 됐다는 허위 보고를 올렸다. 심유경은 심유경대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다. 중화사상에 사로잡혀 있던 명나라 황제 신종(神宗)이 기다리고 있던 것은 도요토미의 항복문서였다. 그렇게 해서 고니시와 심유경 간에 기묘한 공조체제가 이뤄졌다. 본국을 상대로 한 기만과 협잡이었다. 두 사람이 도요토미에게 보낸 명나라의 사절은 가짜였고 도요토미의 항복문서는 거짓으로 꾸며졌다. 조

    2013.12.08 20:56
  •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비틀즈·코롤라·아이팟…시대를 풍미한 최고의 감성코드에 바치는 헌사

    2010년 8월 개봉한 ‘골든 슬럼버(golden slumber)’는 일본의 베스트셀러 작가로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의 소설 ‘골든 슬럼버’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영화는 반미 성향을 가진 젊은 신임 총리가 취임 퍼레이드를 하는 도중 폭탄테러로 암살당하는 충격적인 장면으로 시작된다. 이에 앞서 현장 부근에선 택배기사인 아오야기가 대학 시절 친구인 모리타와 오랜만에 재회하고 있다. 그러나 어딘가 모르게 이상한 친구는 “너는 곧 총리 암살범으로 지목당할 거야. 도망쳐!”라는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곧 총리가 탄 차량에 원격조종된 헬기 폭탄이 날아들고 모리타가 탄 차량도 폭발한다. 아오야기는 영문도 모르는 채 쫓기는 신세가 된다. 그가 암살현장에 있었음을 증언하는 목격자, 헬기 폭탄을 조종하고 있는 아오야기의 증거 영상 등이 차례로 공개되고 그의 모든 과거는 그를 범인으로 몰아가는 증거가 된다. 아오야기는 그를 사살하기 위해 다가오는 경찰을 피해 필사적으로 도망치며 결백을 증명해야만 한다. 추억의 감성코드 이 영화는 화려한 액션이나 스펙터클은 없지만 일본 문화콘텐츠 특유의 아기자기한 구성과 스토리로 관객들을 빨아들인다. 무엇보다도 여러 세대를 아우르는 심리적·정서적 코드를 갖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의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매개체로 작용하는 비틀스의 노래 ‘골든 슬럼버’와 도요타의 코롤라 자동차는 공교롭게도 탄생연도가 1960년대로 엇비슷하다. 반면 주인공이 애지중지하는 애플의 아이팟나노와 막판에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아이돌 스타는 현대 소비문화의 첨단을 달리고 있다. 서른 살의 나이에 불과한 주인공에게 40년을 오르내리는 영화적 소품들을

    2013.11.22 21:49
  • [영화로 쓰는 경제학원론] 銀구두 신고 고향으로 돌아가던 도로시의 마음을 옐런은 알까

    “Somewhere over the rainbow way up high~There’s a land that I heard of once in a lullaby~.”(무지개 너머 어딘가 저 높은 곳에~자장가 속에나 나오던 그런 곳이 있어요~) 미국의 제작사 MGM이 1939년에 만든 영화 ‘오즈의 마법사’는 ‘Over the rainbow’라는 주제가로도 유명하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만든 빅터 플레밍이 메가폰을 잡았다. 미국의 동화작가 프랭크 바움(1856~1919)이 쓴 불멸의 작품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1900년)가 원작인 이 영화는 ‘도로시’라는 소녀가 회오리바람에 날려 오즈라는 마법의 나라에 떨어졌다가 우여곡절 끝에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내용이다. 도로시와 그의 개 토토, 그리고 두뇌는 없지만 말을 할 줄 아는 허수아비, 양철로 만들어진 나무꾼,겁 많은 사자 등이 힘을 합쳐 갖은 어려움을 이겨 나가는 스토리는 연극 영화로도 상영돼 청소년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디플레이션 20년의 그늘 2009년 9월에는 영화개봉 70주년을 기념해 미국 전역의 400여개 영화관에서 디지털로 복원된 ‘오즈의 마법사’가 상영되기도 했다. 영화는 도로시의 은색구두가 진홍색으로 바뀌었다는 점 외에는 소설의 내용을 충실히 담았다. 주디 갈랜드의 노래 실력과 환상적인 모험을 담은 스토리는 전 세계 어린이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원작자 바움이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를 쓴 데는 미국도 그림형제와 안데르센의 작품 못지않은 자국 동화를 내놓을 때가 됐다는 생각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의 소망대로 ‘오즈의 놀라운 마법사’는 유럽에 내놓아도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대성공을 거뒀다. 출간 첫해에 2만5000권이나 팔려나간 것. 하지만 바움이 순전히 동화를 만들겠다는 취지로

    2013.10.11 21:42
  • [한경데스크] '30 대 70' 시대를 사는 법

    기초연금 지급대상에서 소득상위 30%는 배제됐다. 전 계층에 연금을 지급하겠다는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공약은 불발에 그쳤다. 그럼에도 하루아침에 월 20만원의 돈을 날려버린 상위 30%는 별 말이 없다. 개별적 불만을 조직화하려는 움직임도 없다. 민주당이 “공약을 지켜라”며 공세를 취하고 있지만 정작 그들의 관심은 상위 30%가 아니라 증세에 있다. 재정이 모자란다고 복지혜택을 줄일 바에야 세금을 더 걷으라는 주장이다. 증세 대상은 두말할 것도 없이 소득상위 계층이다. 주는 쪽이냐, 받는 쪽이냐박 대통령 표현대로 기초연금 도입은 한국형 복지국가로 가는 첫걸음이다. 공교롭게도 그 길목은 30 대 70으로 갈라졌다. 이것이 우연일까. 현행 기초노령연금 지급대상은 소득하위 70%다. 지난해 초 전면적 복지로 전환되기 전의 무상보육 기준선도 동일했다. 돌이켜 보면 지난 8월 ‘중산층 증세’ 논란을 야기했던 세법 개정안 초안도 30 대 70의 구도였다. 전체 근로자의 28%로부터 세금을 더 걷어 나머지 72%를 돕는다는 골격이었다. 이 구도는 정치적으로도 꽤 유용하다. 70이라는 절대 과반을 포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보편적 복지와 선별적 복지에 대한 국민적 논란을 행정적으로 절충하는 데도 편리하다. 이런 관점에 대한 동의 여부와 별개로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다른 쪽으로 이동할 것이다. 과연 미래의 나는 어느 쪽에 속할 것이냐다. ‘더 내고 덜 받는 30’이냐, ‘덜 내고 더 받는 70’의 갈림길이다. 100% 국민세금을 기반으로 하는 기초연금은 일종의 제로섬 게임이다. 누군가 더 낸 돈을 누군가 더 받아 가도록 돼 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70을 선택하는 바보들은 없을 것이다. 열심히 일해서

    2013.09.29 18:06
  • '16만원 증세' 프레임에 갇힌 朴정부

    '복지 확대를 위한 증세는 없다'고 호기를 부린 박근혜 정부가 '중산층 증세'라는 정치적 프레임에 갇히고 말았다. 복지를 늘린다면서 만만한 월급쟁이 지갑만 털어간다는 고약한 비난에 봉착한 것. 전혀 예기치 못한 상황 전개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는 거의 패닉 상태에 빠졌다. 현오석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조원동 경제수석, 김동연 총리실 국무조정실장 등은 11일 청와대에서 긴급 회동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지만 뾰족한 타개책을 찾지 못했다. 야당은 ...

    2013.08.11 17:24
  • [데스크 시각] 다시, 기업가 정신을 생각한다

    좋은 생각이 결실을 거두기 위해서는 정밀한 계산과 타격이 필요하다. 촌각의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 연습을 거듭하는 곡예사들처럼 시간과의 싸움을 벌여야 한다. 이건희 삼성 회장은 대폭발의 임계점을 1993년에 맞췄다. 그는 1987년 말 그룹 회장 취임 이후 5년이라는 긴 시간을 기다렸다. 창업주 고(故) 이병철 회장 아래서 20년이나 경영수업을 받은 터였다. 비록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어도 아버지가 다져놓은 경영구도를 일거에 허물 수는 없었다. 더욱이 그는 질서와 효제를 중시하는 유교적 세계관 속에서 자라났다. 그렇게 오랜 기간을 참으며 가다듬었던 개혁구상들이 일거에 분출된 것이 신경영이었다."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꿔라" 1993년 6월7일 ‘마누라, 자식 빼고 다 바꾸라’고 했던 독일 프랑크푸르트 선언 역시 내부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기 위한 타이밍의 전략적 설계였다. ‘3만명이 만들고 3000명이 고친다’는 이 회장의 한탄대로 제품 불량은 뿌리 깊은 것이었다. 삼성전자 세탁기는 처음부터 부품 규격이 맞지 않았다. 종업원들은 칼을 잡고 있었다. 불쑥 튀어나온 표면을 깎아내기 위해서였다. 이런 모습이 삼성 사내방송(SBC) 카메라에 그대로 담겼다. 삼성전자 중역들은 방영 일정을 사전에 알지도 못했다. 국내 대표기업이라는 착각과 우물 안 신화의 종말이었다. 이날 프랑크푸르트의 유서 깊은 호텔 캠펜스키에 문제의 방송테이프가 방영되자 좌중은 그대로 얼어붙었다. 이 회장은 “내가 그렇게도 질경영을 강조했는데 변한 게 고작 이거냐”며 “사장들과 임원들 전부 여기로 집합시켜라”고 대로했다. 그는 더 이상 시간이 없다며 독려하고 질타하고 때로는 설득했다. 새로

    2013.06.06 17:05
  • [한경데스크] 근혜노믹스, 벌써 길을 잃다

    요소환원주의의 결정적인 오류는 부분의 합이 언제나 전체는 아니라는 점이다. 근대 실증주의 철학의 기수, 르네 데카르트가 주창한 요소환원주의는 전체를 부분으로 나눌 수 있고 그 부분의 합은 다시 전체가 된다는 세계관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피조물인 인간이 창조주의 다른 피조물을 분석해서는 안 된다는 신성(神聖)에 도전함으로써 중세의 미몽을 일깨우고 근대 합리적 사고의 기초를 닦는 데 기여했다는 평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요소환원주의는 동행세력이었던 해부학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다. 물고기를 해부한 뒤 그 조각을 다시 꿰어맞춰도 원래의 살아있는 물고기로 복원할 수 없다는 간단한 실험에서였다. 요소 환원주의의 위험성 요즘 박근혜정부의 경제운용을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요소환원주의의 오류를 떠올리게 된다. 박 대통령은 경제부흥과 창조경제를 통해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했다. 이를 위해 140개 국정과제도 마련했다. 여기에 요소환원주의를 대입하면 부분(개별 과제)의 합이 전체(국민행복)가 돼야 한다. 문제는 박 대통령이 이 세계관의 결함, 다시 말해 140개를 다 모아도 유기체로 살아가고 있는 우리 경제의 생명력이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험성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지적했듯이 성장과 복지, 일자리와 규제, 시장경제와 경제민주화는 상호 보완적·대립적 요소를 동시에 갖고 있다. 한 바구니에 담으려다간 자칫 한쪽의 생명을 끊어놓을 수도 있다. 이것이 오랜 세월 유기적 상호작용이라는 진화를 거듭해 성공적으로 조직과 기관을 구성해온 자연계의 세포와 다른 점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일 “정부는 기업들이 미래성장동

    2013.05.13 17:51
  • [한경데스크] 누가 아베를 비웃나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흥미로운 인물이다. 일본은행 총재를 갈아치우겠다고 엄포를 놓더니 기어이 무제한 돈 풀기를 관철시켰다. 중앙은행의 독립성은 안중에도 없는 태도였다. 엔화 시세가 급락하자 이번엔 기업들을 압박하고 나섰다. 임금을 인상하라는 요구다. 환율을 움직여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해왔으니 이제 소비진작을 위해 기업들이 나서달라는 것이다. 이른바 수출과 내수의 확대균형을 도모하겠다는 얘긴데, 정제되지 않은 논리에도 불구하고 발상 자체는 무척 과감하다. 물론 우려의 목소리가 없지는 않다. 강력한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기에 오히려 부실기업의 숨통을 틔우고 있다는 비판이다. 근본적으로 경제를 살릴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도외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절박한 아베 정부한국 정책 당국자들도 비슷한 시각이다. 국채 발행을 통해 재정적자를 충당하는 구조로 언제까지 엔저(低) 정책을 쓸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2011년 일본의 재정적자 규모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무려 9.8%에 달했다. 일본 산업의 경쟁력 약화도 엔고(高)의 문제가 아니라 글로벌 경영을 거부한 채 내수 시장에 틀어박힌 기업들의 체질 탓이라고 진단한다. 일리가 있는 얘기다. 일본의 위기는 오랜 투자·소비 위축에 믿었던 무역수지마저 적자로 돌아서면서 본격화됐다. 내부 성장동력 약화를 해외 수출로 메워오던 전통적 구조가 와해된 것이다. 우리 정부 당국자들이 “아베의 경기부양책은 사상누각이 될 것”이라는 냉소를 보내는 이유이기도 하다. 본원 경쟁력 향상 없이 양적 완화만 앞세운 수출은 반짝 회복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그럼에도 아베는 좌고우면할 틈이 없다. 아베 정부

    2013.02.18 00:00
  • [한경데스크] 되돌릴 수 없는 것

    수영선수가 좋은 기록을 내려면 일정 수준의 근육과 유연성을 필요로 한다. 긴 팔과 다리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뛰어난 신체적 조건을 갖추고 있어도 물의 저항력 자체를 무력화시킬 수는 없다. 있는 힘껏 물을 내리쳐도 저항력만 커진다면 빨리 나아갈 수가 없다. 최적의 영법은 완벽한 경제성을 추구하는 데서 나온다. 경지에 오른 수영선수들은 수면을 치더라도 그들 앞의 물을 부드럽고 평탄하게 유지시킨다. 그들은 저항력이 허락하는 한계 내에서 꾸준한 속도로 엄청난 거리를 주파한다. 미국 Fed는 왜? 한 나라가 잠재성장률에 도달하는 경로도 영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잠재성장률은 물가상승에 대한 우려없이 노동 자본 기술 등의 생산요소를 활용해 달성할 수 있는 최적의 성장률을 뜻한다. 물가상승에 대한 부담이 ‘물의 저항력’이라면 노동 자본 기술은 ‘신체적 조건’으로 치환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수영과 경제는 닮았다. 한계와의 싸움이다. 수영장처럼 저항력이 일정하다면 내재적 역량을 극대화할수록 좋은 기록(성장률)을 낼 수 있다. 반대로 물살이 일정하지 않은 곳이라면 저항력(외부변수)의 변화를 능수능란하게 활용할 수 있는 운용능력이 필요하다. 지금 우리 경제는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새로운 기록을 내기 위한, 한계를 넘어서기 위한 수영선수의 몸가짐과 비교하면 어떨까. 지난주 미국 중앙은행(Fed)은 ‘물가상승률 2.5%를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실업률이 6.5% 이하로 떨어질 때까지 양적완화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경기가 살아날 때까지 사실상 무제한 돈을 풀겠다는 예고였다. 좀 의아스러웠다.올 들어 미국 제조업과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고 있다는 보

    2012.12.16 00:00
  • [한경데스크] 안철수의 단일화 선택은…

    “정권을 바꾸고 정치를 바꾼다.” 안철수 무소속 대선 후보의 출사표다. 현 대선 국면에서 이보다 강력한 캐치프레이즈는 찾아볼 수 없다. 가장 곤혹스런 이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 후보다. 그는 ‘새 정치’ 프레임에서 쇄신의 대상이다. 안 후보가 단일화의 전제조건으로 기존 정치권의 쇄신이라는 카드를 던지는 순간, 졸지에 기득권 진영에 들어앉게 됐다.의도한 것이었다면, 실로 절묘한 카드다. 안 후보는 일방적으로 두들기고, 문 후보는 방어에 급급하다. 국회의원 숫자를 100명 줄이고 정당 국고보조금을 삭감하겠다는 안 후보의 정치쇄신 공약은 점입가경이다. 그렇게 줄기차게 쇄신을 요구했건만 답이 없으니, 이제 내가 나설 수밖에 없다는 모양새다. “안 후보가 현실정치를 잘 몰라서 하는 얘기”라는 문 후보 측 평가는 그저 새 정치에 역행하는 이죽거림으로 비쳐질 뿐이다.새정치 프레임으로 정국 주도박-문-안 3자 대결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역시 이 프레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어쩌면 박 후보가 고전하는 이유는 과거 역사인식 문제가 아닐지도 모른다. 선거를 코앞에 두고 역사관을 바꾼다고 해서 정치적 외연이 넓어질까. 당장 ‘진정성이 없다’는 반대자들의 날선 비판이 앞을 막아서고 있다. 경제민주화 공약 역시 그다지 큰 감흥을 얻지 못하고 있다. 차별화도 안 된다. 그러니 정권과 정치를 동시에 바꿔야 한다는 구호에 무기력하게 끌려다니고 있는 것이다. 박 후보의 강점은 원칙과 신뢰, 진정성과 애국심이었다. 지금 박 후보에게는 이 가치가 오버랩되지 않는다.오히려 신뢰와 진정성은 안 후보의 전유물이 됐다. 그가 쏟아내는 수사는 ‘진심

    2012.10.28 00:00
  • [한경데스크] MB를 위로하는 것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가 지난달 말 한국 신용등급을 ‘더블A(Aa3)’로 높였다. 일본 중국과 같은 레벨이며 역대 최고 등급이다. 예기치 않은 소식에 청와대와 정부는 환호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올해 이명박 대통령을 가장 기쁘게 한 것 두 가지만 꼽으라면 새누리당의 총선승리와 국가신용등급 상향”이라고 말했다.대통령이 총선승리를 위해 백일기도를 했다는 얘기는 아무리 여의도 정치가 싫어도 정치인으로서 최소한의 정파성은 버릴 수 없는 현실의 엄정함을 떠올리게 한다. 이명박이 아니라 박근혜의 승리였다고 해도 한때 여당의 대주주로서 떠안아야 했던 책임과 부담감을 홀가분하게 내려놓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런 연유로 어제 만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대선 승리도 진심으로 바라고 있을 것이다. 3% 성장이 가져다준 선물대통령에게 국가신용등급 상향이 갖는 의미는 좀 다르다. 그동안 G20정상회의 유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괄목할 만한 대외 성과를 많이 일궈냈지만 국민들로부터 열렬한 지지와 호응을 받았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반대세력들의 전략적 외면과 집요한 추궁이 부각되는 경우가 많았다. 어디서부터 꼬인 건지 꼭 집어내기는 어렵지만 국정 전반에 대한 평가도 그다지 후하지 않다. 하지만 무디스가 전해준 낭보는 대통령의 보람이기에 앞서 어느 누구도 폄하할 수 없는 우리 모두의 자랑이다. 경기침체 지속과 가계부채 증가로 경제 전반에 비등하고 있는 비관론을 일정 거리에서 차단할 수 있게 됐다. 무디스는 한국의 재정건전성이 뛰어나고 세계적인 불황에도 나름의 경제활력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등급상향 근거로 들었다. 우리는 올해 성장률이 3%

    2012.09.02 00:00
  • [한경데스크] 공정위가 말하지 않는 것

    하이마트가 롯데로 넘어갔다. 웅진코웨이는 재계 서열 8위 GS로의 매각이 유력시된다. 시장은 ‘주인을 제대로 찾았다’며 반긴다. 앞서 하이닉스반도체는 SK에, 대한통운은 CJ로 각각 팔렸다. 대기업과 또 다른 대기업 간 결합이다. 다른 대안은 없었을까. 현실적으로 찾아내기가 어렵다. 수조원에 달하는 인수자금 때문이다. 재무적 투자자는 어떨까. 자금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정거장’이다. 또다시 전략적 투자자를 찾아나서게 돼 있다. 정부도 이런 사정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인수·합병(M&A) 와중에는 특별한 언급이 없다. 사실, 별 관심도 없는 경우가 태반이다. 난타 당하는 글로벌 성공 무심하던 정부가 갑자기 눈이 휘둥그레지는 때가 있다. 매년 한 차례씩 자산 5조원 이상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명단이 발표되는 순간이다. 으레 ‘경제력 집중’ 문제가 논란의 중심에 오른다. 직접 기업결합요건을 심사하고 승인한 공정위도 갑자기 몰랐던 사실을 안 것처럼 쏠림현상에 대한 우려를 쏟아낸다. 여기에 좌파 성향의 언론·시민단체들이 가세하면 정치권까지는 일사천리다. 올해도 어김없이 그랬다. 상위 5대그룹의 자산(754조원)이 정부자산(1523조원)의 절반에 육박하게 됐다며 이대로 가다간 재벌의 힘이 국가보다 더 세질 것이라는 엄포가 나왔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을 가만히 뜯어보면 요즘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구호 만큼이나 모호하고 자의적이다. ‘재벌체제’가 못마땅하다는 것인지, ‘경제력 집중’이 잘못됐다는 건지 논의 방향에 따라 입맛대로 갖다 붙인다.이들이 M&A말고도 하지 않는 얘기는 또 있다. 성장과 성공이다. 삼성은 최근 십수년 사이에 이렇다 할 만한 국내 기

    2012.07.08 00:00
  • 실물경제 덮친 '유럽 쓰나미'…'15년 불패' 제조업이 흔들린다

    유럽발(發) 재정·금융위기가 한국 실물경제로 곧장 밀고들어오는 징후가 곳곳에서 포착되고 있다. 전통적 위기 전파 경로인 '금융→실물'이 아니라 '실물→금융'을 통해 부동산 경기 침체와 1000조원에 육박하는 가계부채에 아슬아슬하게 얹혀 있는 경제 전반의 안정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지난달 3대 시장(중국 미국 유럽)의 수출이 동시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은 실물경제가 그만큼 심각한 국면에 진입했다는 징후로 볼 수 있다. “아...

    2012.06.24 00:00
  • [한경 데스크] 지금 발 밑이 무너지고 있다면

    ‘친기업’에서 ‘친서민’으로 돌아선 이명박 정부의 모드 전환은 꽤나 드라마틱하다. 역대 어느 대통령도 임기 중에 이런 대척점을 오간 적이 없었다. 물론 친기업과 친서민의 개념 자체는 상호 배타적이라고 할 수 없다. 현대 경제학에 기업과 서민이 제로섬 게임을 한다는 이론은 어디에도 없다. 하지만 두 개념을 놓고 상반된 정치적 구호와 정책적 수사가 난무하면서 친기업과 친서민은 분열적이고 대립적인 가치체계로 자리잡아버렸다.‘상생’과 ‘공정’이라는 구호 역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발발 이후 무력화된 ‘747 공약’의 대체 카드로 등장했다는 점에서 국면 전환용 정치적 선택에 가깝다. 그렇게 해서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은 부자와 서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갈라졌고 대기업은 필연적으로 서민과 중소기업의 반대쪽 지점에 서게 됐다.새로운 바늘과 실 청와대와 경제부처 당국자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봤다. “어떤 연유로 대기업들이 ‘반(反)상생’과 ‘불(不)공정’의 타깃이 됐느냐”고. 대답은 조금씩 달랐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었다. 근저에 이명박 대통령의 배신감이 자리잡고 있다는 것. 집권 초 저금리·저세율에 고환율정책까지 얹어 ‘전폭적으로’ 밀어줬는데도 돌아온 것은 투자 및 고용 부진에 중소기업 사업영역과 골목상권에 대한 침탈이었다는 얘기다. 대기업들이 위기 극복의 과실을 독식하면서 ‘트리클 다운(trickle down)’을 외면하고 있다는 섭섭함도 곁들였다.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이명박 정부가 또 다른 모드 전환을 시도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기업들도 이를 잘 알고 있다. 세칭 ‘일감 몰아주기’에 대한 비판이나 중소기업 적합업종이라는 명

    2012.05.06 00:00
  • [한경데스크] 삼성과 CJ의 싸움을 보며

    최근 삼성과 CJ 간 첨예한 갈등의 핵심은 두 가지다. 하나는 지난 14일 고(故) 이병철 삼성 창업주의 장남 이맹희 씨가 이건희 삼성 회장을 상대로 삼성생명 주식 등을 반환해달라며 제기한 소송에 CJ가 조직적으로 관여했느냐 여부다. 소송사실이 알려지자 CJ 측은 즉각 성명을 내고 “개인적인 문제일 뿐, 우리는 전혀 몰랐던 내용”이라고 했다. 나머지 하나는 소송 직후 불거진 삼성물산 직원의 ‘미행’ 사건이다. 이재현 CJ회장의 동선을 추적하며 동향을 파악했다는 것이 CJ 측 주장이다. 삼성은 “호텔신라 소유 부지에 대한 사업타당성을 검토하기 위해 이 회장 자택 인근을 둘러본 것은 사실이지만 미행을 한 사실은 없다”고 부인하고 있다.뿌리깊은 불신이 도화선그래서 시작된 것이 이른바 ‘진실게임’이다. 삼성은 CJ 측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미행’사건을 언론에 공개하고 관련 자료까지 제시하는 모습을 보면서 소송 또한 사전에 치밀하게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CJ 측 변호사와 이맹희씨 간 사전 접촉설도 제기하고 있다. CJ 역시 누가 어떤 의도로 이재현 회장 주변에 사람을 보냈는지를 낱낱이 밝히라며 삼성을 압박하고 있다. 이들 사건은 과거 삼성가의 후계자 선정과정, 삼성과 CJ의 끈질긴 악연 등과 맞물려 많은 얘깃거리를 쏟아내고 있다. 굴지 기업들이 얽혀 있는 데다 휘발성이 강한 사안들이 곳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대개 좋은 얘기들은 없다. 삼성 직원이 도중에 차량을 바꿔가며 이 회장을 따라붙었다는 정황도 놀랍지만 이중삼중의 포위망으로 해당 직원을 붙잡아낸 CJ의 기동력도 생경스럽긴 마찬가지다.양측의 분쟁은 이제 서로를 비난하는

    2012.0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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