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셔츠 한 장에 300만원을 호가하는 초고가 멀티숍 '10꼬르소꼬모(10 CORSO COMO)'.얼핏 보면 미술 갤러리 같은 가게다. 간판도 없다. 하지만 매장 측은 위치를 알리는 데 그다지 관심이 없다. 매장 숍마스터인 김민규씨는 "이곳을 찾는 손님들은 아무리 비싸도 하나밖에 없는 상품이라고 하면 바로 사가는 마니아들"이라며 "보다 트렌디하고 개성 있는 스타일이면 지갑을 연다"고 말했다. 강남은 압축 고도성장을 일궈낸 경제의 심장부다. 한국 특유의 역동성이 살아숨쉬는 공간답게 변화가 빠르고 사람과 기업들의 진 · 출입도 활발하다.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가 보유하고 있는 증권 부동산 등의 자산 비중은 서울 전체의 40%를 넘나든다. 교육 1번지로 통하는 강남 학원가는 이제 학원 수강내용과 방식을 컨설팅해주는 '전문 학원'까지 배출했다. 강남을 바라보는 비(非)강남인들의 시선은 언제나 이중적이다. 한쪽에선 사교육비와 집값 폭등의 진앙지로 지목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강남의 아파트와 교육을 선망하고 "언젠간 강남에 가리라"는 희망을 끌어안고 산다. 그랬던 강남이 이제 한 세대를 보내고 또 다른 성공신화를 준비하고 있다. 완공된 지 31년이 지난 대치동 은마아파트의 재건축 결정은 1969년 한남대교 완공-1970년 경부고속도로 개통-1976년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입주로 본격화된 강남개발의 한 시대가 저물었음을 의미한다. 이른바 '강남 2세들'은 과거 강남역 사거리의 뉴욕제과 대신 청담동 커피숍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압구정동의 로데오거리를 떠나 신사동의 가로수길을 누비고 있다. 지금도 많은 돈과 비즈니스가 '강남 스탠더드'를 좇아 몰려들지만 크라제버거가 롯데리아를,편집매장이 백화
그의 양복 안쪽에는 늘 빛바랜 메모가 들어있었다. 종이가 닳아 너절해지면 어김없이 코팅을 해놓았다. 몇 개의 숫자와 일정,중요한 터닝포인트가 빼곡하게 들어찬 메모는 뒤늦게 볼펜으로 추가해 놓은 글귀들로 범벅이 됐다. 매끈한 코팅지 속에 변색된 메모는 차라리 길흉화복을 관장하는 주술사의 부적 같은 것이기도 했다. 2009년 초 그가 들고 다닌 메모는 '위기가 왔다. 기회가 왔다'였다. 2008년 9월 리먼 브러더스 파산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 속에서 앞날을 어떻게 헤쳐나갈 것이냐에 대한 고민을 압축적으로 담아낸 것이었다. 해가 바뀌어 올해부터 그가 넣고 다닌 메모는 자산매각과 부채비율 등 회사의 재무구조 개선에 대한 일정으로 바뀌었다. 늘 입술이 부르트고 피로에 절어도 "2010년 말이 되면 부채비율이 두 자리 숫자로 내려갈 테니 두고보라"는 말을 입버릇처럼 강조했다. 그랬던 그가 오늘 퇴임을 발표한다고 한다. 올해로 직장생활 37년째.알 만한 대기업 최고경영자(CEO)를 맡아 7년여를 봉직하면서 한결같이 앞만 보고 내달려온 길에 마침표를 찍는 것이다. "이제 못 다 이룬 꿈을 후배들에게 물려주고…"라고 시작되는 눈물 어린 퇴임의 변은 지난 주말,사전에 아무 것도 모른 채 그와 저녁식사를 했던 기자에게 남다른 감회를 안겨다주었다. 그러고 보니 3월은 많은 기업들의 주주총회 일정이 몰려있는 달이다. 기업 조직에 청춘과 열정을 바쳤던 많은 이들이 표표히 자리를 내놓고,보다 젊고 촉망받는 사람들이 새로운 역할을 부여받는 공간이다. 누구도 거스를 수 없는 세월의 흐름으로 보면 자연스런 세대교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우리 모두는 떠나가는 기업인들에 대
"중책을 맡아 어깨가 무겁습니다. 하지만 온갖 우여곡절을 거쳐 정상화된 회사인 만큼 주주와 임직원들의 기대에 한치도 어긋남이 없도록 열심히 뛰겠습니다. " 25일 주주협의회로부터 차기 하이닉스반도체 최고경영자(CEO)로 지명된 권오철 전무(52)는 상기된 목소리로 포부를 밝혔다. 그는 "최근 한국 반도체 업계를 겨냥한 일본과 미국 업체들의 견제와 추격이 심상치 않다"며 "갈수록 격화되는 글로벌 경쟁에서 최후의 승자가 될 수 있도록 전략과 전열을 재정비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이트가 있는 인물"사내 최고의 전략통으로 손꼽히는 권 내정자는 2003년 유럽계 반도체 회사인 ST마이크로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사시켜 낸드플래시 사업을 새로운 수익원으로 편입시키는 역량을 발휘했다. 이어 미국과 유럽연합(EU)을 상대로 상계관세 협상을 벌여 자칫 공급선이 막힐 수도 있었던 위기국면을 무난하게 수습했다. 2005년엔 대만 프로모스와의 전략적 제휴를 성공시키고 ST마이크로와 중국 우시에 합작공장 설립을 위한 합의도 이끌어냈다. 하이닉스 엔지니어들이 공정기술을 삼성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따라잡는 동안 글로벌 경영 확대를 본격화, 워크아웃 조기 졸업의 발판을 마련하는데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의 한 임원은 "권 내정자는 분석적인 성향에 시야가 넓은 편"이라며 "이야기를 나눠보면 인사이트(통찰력)가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권 내정자는 "어느 누구보다 회사 문화와 직원들의 여망을 잘 이해하고 있다고 자부한다"며 "내부역량을 최고로 끌어올려 다가오는 반도체 업계의 질서 재편에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전자(하이닉스의 전신) 출신의 정통 '현대맨'인
삼성전자 신사업추진단장인 김순택 부회장이 11일 세종시를 찾았다. 삼성그룹의 미래 신사업 총책을 맡고 있으면서도 세종시 사업부지에 대한 실사조차 못하고 있는 상황이 괴로워서였다. 김 부회장은 "삼성은 하루빨리 세종시에 LED(유기발광다이오드) 공장을 지어 제품을 생산해야 하는데 세종시특별법 개정안(수정안) 등 처리돼야 할 과제가 산적해 마음이 답답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지난달 세종시에 2조원 상당의 투자계획을 발표하면서 △수정안 국회 통과 △과학벨트의 핵심인 중이온가속기 설치 등 두 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한 상태다. 이 같은 고민은 세종시에 투자를 결정한 다른 기업과 대학들도 마찬가지다. 여기에다 수정안을 반대하는 측에서 입주기업들에 대한 특혜 논란까지 제기,갈길 바쁜 기업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지적이다. 세종시에 국방과학미래연구소를 지을 예정인 한화 관계자는 "투자가 늦어지면 그룹 주력사업 중 하나인 방산 사업이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며 "세종시 수정안이 계속 표류한다면 투자지역 교체를 포함한 다른 대안을 찾을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현재 한화는 국방부가 추진 중인 무기체계선진화사업(국방무기 국산화)에 참여,유도형 다연장로켓포 개발의 우선협상자로 선정돼 있는 상태다. 세종시 투자사업의 대부분이 성장속도가 빠르고 글로벌 경쟁이 치열한 차세대 디스플레이,그린 에너지,헬스 케어 등의 분야여서 업계의 시름이 더욱 깊다. 기업 관계자는 "수천억원에서 수조원대에 이르는 투자를 결정해놓고도 아무런 일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대학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이장무 서울대 총장은 이날 연합뉴스와
"자칫 정쟁에 휘말릴까봐 대놓고 말도 못해요. 지난 한 달 동안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간 느낌이에요. "연초 세종시에 투자를 결정한 A사 관계자 B씨는 기자를 만나 기업 투자업무에 필요한 로드맵을 상세하게 설명하며 답답한 속내를 털어놨다. 사업 타당성을 본격 검토하기 전에 '부지 정밀실사→인프라 점검→관련 인력 충원→법률 · 회계 자문→건설계약 및 IT 시스템 발주→고용계획 수립' 등 준비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처럼 밀려있지만 날선 정치권의 공방만 지켜보고 있을 뿐이라는 것이다. B씨는 "우리를 더욱 황당하게 하는 것은 특혜 논란"이라며 "한쪽에선 투자 확대와 고용 창출을 압박하면서 다른 쪽에선 기업을 정쟁의 도구로 활용하는 게 한국의 정치"라고 넌덜머리를 냈다. ◆대체 후보지 물색자칫 투자시기를 놓쳤다간 향후 글로벌 시장 선점은 고사하고 아예 경쟁무대에서 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이 세종시 입주를 기다리고 있는 기업들의 공통된 위기의식이다. 실제 삼성이 세종시에서 펼치기로 한 그린 에너지와 헬스케어 사업은 전 세계 모든 전자회사들이 미래 수종사업으로 키우기 위해 속속 투자대열에 합류하고 있는 분야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김순택 부회장이 오죽했으면 폭설을 뚫고 세종시를 찾았겠느냐"며 "경쟁사들은 펄펄 뛰어다니는데 우리만 발목이 묶여 있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웅진은 세종시 공장 착공이 내년 후반기로 예정돼 있어 다소 느긋한 편이다. 하지만 세종시 수정안이 통과되지 않을 경우 미련없이 다른 지역을 알아보겠다는 입장이다. 한화 역시 연내 국방과학연구소 착공이 불가능하다는 판단이 서면 세종시 투자를 전면 재검토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사정
하이닉스반도체의 차기 사령탑은 누가 맡을까. 하이닉스 주주협의회가 10일 오는 3월 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종갑 하이닉스 사장 후임자를 내부에서 발탁하겠다는 방침을 밝힘에 따라 차기 최고경영자(CEO) 후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주협의회 간사인 외환은행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간 독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경영 · 지배구조를 정착시키겠다"며 대표이사와 별도로 이사회 의장을 선임하겠다는 뜻을 내비친 것과 관련,누가 이사회 의장이 될지도 이목을 ...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어플라이드 머티어리얼즈 코리아(AMK)가 삼성전자의 핵심 반도체 기술을 불법 유출한 사건으로 삼성뿐만 아니라 기업들 전체가 큰 충격에 휩싸였다. 세계 최고 수준의 보안을 자랑하는 삼성의 핵심 기밀이 외부로 누출됐다는 사실도 놀랍지만,그동안 산업보안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던 해외 부품 · 장비업체가 무려 6년에 걸쳐 '산업 스파이' 노릇을 해온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국내 기업들의 허술한 산업보안 시스템에 경종을 울...
"기업가는 기업을 구상해 그것을 실현시키고 합리적으로 운영하면서 새로운 기업을 단계적으로 일으켜 나갈 때 더 없는 창조의 기쁨을 느낀다. 그 과정에서의 흥분과 긴장과 보람,그리고 가끔 겪는 좌절감은 기업을 해본 사람이 아니고서는 알 수 없을 것이다. " 1986년에 펴낸 '호암자전'에서 고 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 회장이 밝힌 기업가 상(像)이다. 제일제당,제일모직의 잇따른 성공으로 한국 최고의 거부가 됐음에도 호암의 관심은 돈에 머물지 않았다...
처음엔 국수를 내다 팔았다. 얼마나 많은 주문을 받았는지 공장을 돌리는 전력이 모자랄 정도였다. 양조장을 인수해서는 가마니에 돈을 쓸어담을 정도로 큰 돈을 벌었다. 해방 후에는 설탕 공장과 양복지 공장을 지어 전량 수입에 의존하던 제품 값을 3분의 1로 떨어뜨렸다. 삼성 창업주 호암 이병철 회장(1910~1987년)은 민첩하면서도 멀리 내다봤다. 야심이 컸으나 현실적이었다. 한일병합의 비운을 맞은 해에 태어난 그는 기아와 궁핍의 늪에서 허우적...
LG디스플레이가 지난해 4분기 6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규모의 분기매출을 기록하며 연간 매출 20조원을 처음으로 돌파했다. 4분기 영업이익은 패널 판매가격 하락으로 전 분기보다 줄었지만 연간 영업이익은 1조원 선을 유지했다. LG디스플레이는 20일 지난해 4분기 6조822억원의 매출과 357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매출은 종전 최고치였던 3분기보다 2% 늘어나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46%나 증가했다. 분기 영업이익은 지난해 같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5월 주중 미 대사로 존 헌츠먼 유타주 주지사를 발탁해 미국 정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헌츠먼 지사가 야당인 공화당의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른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향후 정적이 될지도 모르는 사람을 주중 대사로 임명한 이유는 단순했다. 헌츠먼은 중국어에 능통하고 중국인 소녀를 수양딸로 입양하는 등 중국인들로부터 호감을 살 수 있는 조건을 두루 갖췄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인사와 관련해 "중국과의 관계에 놓여 있는 광범위한 문제들을 고려할 때 세계 어느 나라보다도 중국 대사직이 중요하다"며 "중국과 새 파트너 시대를 열기 위해 헌츠먼 지사보다 더 적합한 사람을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다. 드넓은 영토를 갖고 있는 중국은 56개 민족으로 구성된 다민족 국가다. 지역마다 언어(방언)와 풍속,문화도 다르다. 베이징에서 태어나고 교육받은 토종 중국인도 다른 지역 중국인을 확실하게 안다고 장담할 수 없다. 외국인이 중국의 이런 문화적 특성을 단기간에 이해하고 소화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때문에 많은 전문가들은 향후 한국이 중국과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인 관계를 구축하려면 중국을 잘 이해하는 전문가그룹을 체계적으로 양성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요즘 다소 늘고는 있다지만 아직도 많은 공무원과 기업체 임직원들은 중국으로 해외연수 떠나는 것을 꺼리고 있다"며 "곳곳에 미국통(通)은 많지만 중국통은 절대적으로 모자란다"고 전했다. 반면 중국 내 '한국통'들은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중국 유학생들은 5만명에 육박한다. 미국에 유학을 떠난 한국
"한경을 보면 세종시 해법이 보인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해 7월 초 '세종시 새판 짜자'라는 타이틀의 기획기사를 연재했을 때 많은 독자들과 전문가들이 보인 반응이었다. '33조 쏟아붓는 세종 · 혁신도시… 간다는 사람이 없다'라는 제하로 시작된 시리즈는 6일자에 '세종시,기업 · 대학 유치해야 자족 가능…행정부처 이전 집착 말아야','과천청사 들어와 덕 본 건 식당뿐…''땅은 어떻게,인센티브는 어디까지…' 등의 심층 기사들을 잇따라 내보냈다. 한경이 제시한 문제점과 비전은 11일 정부 수정안에 대부분 반영됐다. 한경은 세종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비중 있는 인사들과의 인터뷰도 잇따라 실었다. 지난해 11월4일자에 '독일,정치 논리로 수도분할…국민들 나쁜 경험만'이라는 제하의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 인터뷰 기사를 내보냈다. 이어 2004년 신행정수도특별법 위헌 판결 당시 헌법재판소의 주심 재판관이던 이상경 변호사를 만나 "세종시 논란은 이미 예견됐던 일로 정치적 · 정략적 접근이 화를 불렀다"는 내용의 기사를 실었다. 2007년 세종시 설계를 총지휘했던 안건혁 서울대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현재 세종시 건설 현장엔 땅만 파헤쳐져 있지 사업 전망은 극히 불투명하다"는 비판적 내용도 내보냈다.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CES 2010'을 찾은 이건희 전 회장의 마음속에는 두갈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하나는 삼성의 글로벌 성장에 따른 자신감이었고,그럼에도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위기의식을 떨칠 수 없다는 것이 나머지 하나였다. 1995년 베이징 주재 한국 특파원들과의 간담회 이후 15년 만에 라스베이거스 CES 2010 전시장에서 기자들과 가진 대화는 이 전 회장의 요즘 관심사를 폭넓게 보여줬다. 그는 정 · 재계의 공식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짤막한 문답으로...
▶▶ 버려야 할 것일본 아키타현의 온천마을인 뉴토 온천향의 쓰루노유 료칸(旅館).평일 낮시간인데도 관광객이 넘친다. 주말 예약은 4월 말까지 꽉 차 있다. 최근 한국에서 인기리에 방영한 TV 드라마 '아이리스'를 관광 상품화한 덕분이다. 이곳의 아이리스 관광 유발 효과는 상상을 초월한다. 지난해 3월 단 3주간 이어진 현지 로케이션 때 경제효과를 2억엔(한화 약 27억원) 정도로 추산했던 교토통신 등 현지 언론은 드라마 전체로는 50억엔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작 한국에는 아이리스 특수(特需)를 살려 관광객을 끌어모으고 있는 상품이 눈에 띄지 않는다. 아이리스 촬영장이었던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과 장지동의 가든파이브 등에 일본인들이 눈길을 보내는 정도다. ◆관광산업,이대론 안 된다관광산업이 '고용 없는 성장시대'의 유력한 대안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관광산업의 취업유발계수(10억원 투자 시 신규고용 창출능력을 나타내는 지표)는 52명으로 일반 제조업의 2배를 넘어선다. 관광산업은 제조업,IT산업과 더불어 세계 3대 산업으로 성장하고 있다. 10년 뒤에는 세계 관광객 수가 연간 16억명에 달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중국 일본 등 아시아권의 다른 국가들에 비해 관광산업 경쟁력이 열세에 놓여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중국 관광객은 117만여명.중국 전체 해외관광객의 2.6%에 불과하다. 대부분의 상품이 단순 볼거리나 쇼핑 위주의 단조로운 체험관광인 데다 미국 유럽 등에 몰리는 관광 수요를 되돌릴 만한 매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부터 향후 3년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정하고 관광객 유치를 본격화한다는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7일 "올해 전 직원이 모든 휴가일수를 채울 수 있도록 이달 중 일괄 휴가명령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부처가 소속 공무원의 휴가일수를 의무적으로 소진토록 하는 것은 유례없는 일이다. 유 장관은 이날 한국경제신문과 가진 단독 인터뷰에서 "한국이 진정한 관광대국으로 가려면 외국인 관광뿐만 아니라 내국인 관광도 활성화해야 한다"며 "특히 지방의 관광거점이 성수기 · 비수기 가릴 것 없이 활황을 유지하려면 계절에 관계없는 연중 휴가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유 장관은 이어 "1만5000여명에 달하는 산하 공기업 임직원들에게도 똑같은 방침을 시달할 것"이라며 "행정안전부와 협의를 거쳐 다른 부처들도 동참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현재 중앙과 지방 공무원들의 휴가 미사용에 따른 연차휴가 수당은 연간 8000억여원에 달한다. 문화부의 휴가 소진 방침이 다른 부처로 확산될 경우 정부의 재정 건전성 강화에도 상당한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유 장관은 민간 기업들도 상시 휴가 체제를 가동할 수 있도록 협조를 구하기로 했다.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깃발 관광의 시대는 갔습니다. 사람들은 이제 관광을 통해 삶의 새로운 에너지를 충전합니다. 소프트 관광과 스토리텔링 관광을 적극 지원해 산업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열겠습니다. "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한국경제신문에 밝힌 새해 관광정책의 청사진이다. 2008년 2월 취임한 유 장관은 지난 2년 동안 추진해온 사업들이 속속 성과를 거두고 있다며 자신감을 감추지 않았다. 유 장관은 "도로에 길이 막히면 뻥튀기 장사에게 브레이크 댄스라도 가르...
청년실업은 구조적 문제다. 매년 대기업,공무원 등 '괜찮은 일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대학에 들어가는 청년들은 갈수록 늘어난다. 하지만 일자리는 점점 더 줄어드는 추세다. '괜찮은 일자리'가 줄어들수록 역설적이게도 대학 진학률은 더 높아져 가고,대졸자가 늘면서 청년실업은 더 심각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실업의 이면에는 일할 사람이 없어 아우성인 중소기업이 있다. 중소기업은 매년 20만명의 인력부족에 허덕인다. 시각을 고등학교 졸업으로 넓혀보면 문제는 더 심각해진다. 한국에선 매년 60여만명이 고등학교를 졸업한다. 이 가운데 50여만명은 2년제와 4년제 대학에 가고 3만여명은 곧바로 취업전선에 뛰어든다. 1300여명은 군대에 가고 나머지 9만~10만여명은 뚜렷한 직업이 없거나 놀고 있다. 대학에 들어간 50만여명은 2년 내지 4년 가량 취업준비를 하다 졸업한다. 이 가운데 38만여명만 취업에 성공한다. 28만여명은 정규직이고 나머지 10만여명은 비정규직이다. 이 중에서 5만명 가량은 대기업에,23만여명은 중소기업에 취직하고 공무원이나 공기업에는 1만3000명 가량이 들어간다. 12만여명은 '백수'가 된다.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여년만에 찾아온 경제위기는 또 다시 청년실업을 악화시키고 있다. 지난해(11월 기준) 청년층 실업률은 7.7%,실업자는 32만5000여명이다. 전체 실업자 82만여명의 40%를 넘어선다. 그나마 이런 숫자는 통계로 잡힌 것일 뿐이다. 통계를 한꺼풀 벗겨보면 문제는 더 심각하다. 실질적으로 실업상태에 있는 청년층은 100만명을 넘어선 지 오래다. 공식적인 청년실업자 통계 외에 구직활동을 하지 않거나 취업준비에 몰두하고 있는 이들을 합하면 전체 청년층 인구 980만
지난해 말 사면 · 복권된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이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를 위해 6일 오후 미국으로 출국했다. 2008년 4월 그룹 회장직을 사임한 이후 처음으로 대외 활동을 공식 재개한 것이다. 이 전 회장은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이 전 회장은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전시회인 'CES 2010'을 둘러본 뒤 미국 등 주요 국가의 IOC 위원들과 만나 올림픽 유치 활동을 본격화할 것으...
▶▶버려야 할것10대 그룹의 한 계열사 인사팀장인 P씨.그는 신입사원 공채시즌이 끝나면 현업부서로부터 늘 싫은 소리를 듣는다. "도대체 뭘 보고 그런 친구들을 뽑았느냐"는 핀잔이다. 업무 능력은 제쳐놓고서라도 제대로 일을 배우려는 자세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많다. 그는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인재를 선발하기 위해 매년 면접 방식을 개선하고 합숙평가도 해봤지만 별 효과가 없다"고 푸념했다. 요즘 신입사원들은 학점과 영어점수 등 겉으로 드러난 조건들이 괜찮고,문서를 만들고 컴퓨터를 다루는 일에도 능숙하다. 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를 실행에 옮기고,도중에 나타나는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젬병'이라는 것이다. ◆학업능력은 상위권,창의력은 최하위권한국 학생들은 국제 학력 평가에서 매번 최상위권을 차지할 정도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2007년 '수학 · 과학 성취도 비교연구(TIMSS)'에서 한국 학생들은 수학 세계 2위,과학 분야에서 4위를 각각 차지했다. 2006년 '국제학력평가비교(PISA)'에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읽기능력은 1위,수학능력도 학년별로 1~4위를 기록했다. 고등학생의 대학 진학률도 84%로 일본(50%)과 미국(67%)을 훨씬 웃돈다. 하지만 기업과 사회가 원하는 창의력 성적은 저조하기 짝이 없다. 한국 학생들은 2007년 TIMSS 평가 결과 능동적 · 창의적 학습 수준을 측정하는 '자신감'과 '흥미도' 지수에서 49개국 가운데 모두 43위를 기록했다. 암기하고 분석하는 능력은 뛰어나지만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능력은 최하위권 수준인 셈이다. 이 때문에 자율적인 학습능력이 중시되는 선진국 대학에서 한국 학생들의 중도 포기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미국 아이
삼성그룹이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연내 삼성카드를 계열 분리하는 작업에 착수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카드 지분을 신세계 등에 매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 고위 관계자는 3일 "올 상반기 중 삼성생명 상장을 마치는 대로 삼성카드를 계열 분리하는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삼성카드를 인수할 수 있는 후보 기업들을 물색하고 있으며 방계 그룹인 신세계가 1차 접촉 대상"이라고 밝혔다. 현재 신...
경인(庚寅)년 새해,대한민국의 기운이 꿈틀거리고 있다. 도전과 성취,자신감의 3박자가 강력한 국운 상승을 예감케 한다. 한국은 지난해 말 아랍에미리트(UAE)가 발주한 400억달러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사업권을 따냈다. 신흥경제국으로는 사상 첫 원전 플랜트 수출이다. 한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최대 승자로 올라섰다. 전자 자동차 조선 등 주력 제조업이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다. 올해는 건국 이래 최대 국제행사인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영국 등의 정상이 한국을 찾아온다. 100여년 전 풍전등화의 한국을 집어삼키기 위해 각축전을 벌였던 그 나라들이다. 경인년은 한일병합 100주년,한국전쟁 60주년이 되는 해다. 일제의 강점과 수탈에 신음하던 한국은 지난해 425억달러(전망치)의 무역흑자를 올려 사상 처음으로 일본을 추월했다. 미국 유럽연합(EU)과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일방적으로 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다른 개발도상국들에 도움을 주는 나라로 탈바꿈한 유일한 나라가 됐다. 한국의 젊은이들은 단 한번의 해외 공연으로 100억여원을 벌어들이고,피겨 스케이팅 골프 축구 야구 등 국제 스포츠 무대를 주름잡고 있다. 전 세계에 이처럼 극적인 반전을 연출한 국가는 없다. 100년 전의 국권 상실은 역설적으로 스스로 근대화의 실체를 자각하게 했고,온 나라를 폐허로 만들었던 한국전쟁은 불굴의 도전 의지를 다짐토록 한 계기였다. 박정희 대통령,구인회 LG 창업주,이병철 삼성 창업주,정주영 현대 창업주 등은 모두 한일병합 전후에 태어나 새로운 조국 건설에 절치부심했다. 1960년 주한 미군은 자국의 원조에 기대어 연명하는 한국에 대해 "
"이제 일본은 보란 듯이 부강해질 것이다. 앞으로 중국은 일본 때문에 고생하리라."청나라 근대화의 기수 리훙장(李鴻章 · 1823~1901)이 1895년 시모노세키 조약을 맺기 위해 일본의 내각 총리대신 이토 히로부미를 만난 뒤 한 얘기다. 이 조약은 그해 4월 일본의 승리로 귀결된 청 · 일전쟁을 정리하기 위한 것.이토는 이날 사실상 항복문서에 서명한 리훙장을 향해 "제가 10년 전에 조선을 치고자 했을 때 대인(리훙장)에게 충고를 드린 적이 있지요. 신속하게 내정을 개혁하지 않으면 10년 뒤 우리 일본에 따라잡힐 것이라고 말입니다. 이제 전쟁을 해보니 제 말이 맞다는 것을 아시겠지요"라고 이죽거렸다. 리훙장과 이토는 당시 자국을 대표하는 근대화의 기수였다. 하지만 그 전개과정이 엇갈리면서 양국의 운명도 극과 극을 달리게 된다. 청은 일본의 메이지유신보다 8년이나 앞선 1861년부터 양무운동을 전개했지만 기대한 만큼의 실효를 거두지 못했다. 기술만 배우고 서구의 신문물 도입이나 시스템적 개혁을 등한시했기 때문이다. 리훙장은 자신의 한계를 "중국이 너무 커 인심을 하나로 모으기 어렵다"는 말로 변명했다. 반면 메이지유신 주도세력들은 일본을 송두리째 뜯어고쳤다. 막부파의 엄청난 저항을 무릅쓰면서 철저한 유신과 변법을 실천했다. 1873년 일본의 미국유학생이 무려 1000명에 달할 무렵,중국의 미국유학생은 겨우 60명에 그쳤던 게 대표적인 사례다. 당시 흥선대원군의 10년 세도 끝 무렵에 있던 조선은 한심하게도 전국 곳곳에 척화비를 세우며 혼자 꿈속을 헤매고 있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미래를 준비하지 않은 나라들은 그 대가를 혹독하게 치렀다. 반대로 세계정세의 흐름에 맞춰
장면1.우리나라에서 처음 합성수지로 빗과 비누갑을 만든 이는 LG 창업주 구인회(1907~1969년)였다. 시기는 1952년 10월.당초 화장품 판매업을 하던 구인회는 플라스틱 공업에 대한 이해를 넓히면서 원료와 시설만 있으면 온갖 생활필수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당시 이승만 대통령은 이 빗을 받아들고 "이 빗이 우리나라에서 만든 국산이다 이 말이지?"라며 대견해 했다고 한다. 한국의 일상용품과 주방문화를 획기적으로 바꾼 플라스틱 혁명의 시작이었다. 장면 2.1961년 6월27일,5 · 16 혁명 지도자 박정희 소장(1917~1979년)과 이병철 삼성 창업주(1910~1987년)가 단독 회동을 가졌다. 혁명 정부가 빈약한 재정 확충과 민심 수습을 위해 많은 기업인들을 부정축재자로 몰아붙이던 시절이었다. 이병철은 "경제인을 죄인시하지 말고 새로운 경제건설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호소했다. 박정희는 이 얘기를 즉각 수용해 이듬해부터 시작된 제1차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추진력으로 활용했다. 장면 3.1968년 12월30일 현대건설의 도색기술자 김경호씨는 새벽녘에 귀가해 작업복을 벗어 던지자마자 깊은 잠에 빠졌다. 한숨도 못잔 채 40시간이 넘도록 차선의 도색작업을 하고 난 뒤였다. 발단은 1968년 12월21일 열린 경부고속도로 서울~수원 간 개통식장에서 건설부 장관이 대통령에게 "연내 오산까지 개통을 마무리하겠다"는 보고를 하면서였다. 장관의 착각이 빚은 이 보고를 실현하기 위해 건설현장에서는 온갖 소동이 벌어졌다. 정주영 현대 창업주(1915~2001년)는 현장에서 근로자들과 숙식을 함께하며 작업을 지휘했다. 공사는 12월30일 오전 9시 수원~오산 간 개통식을 시작하기 불과 3시간 전에 마무리됐
삼성은 16일로 예정된 부사장급 이하 임원 인사를 통해서도 큰 폭의 세대교체를 단행키로 했다. 이를 위해 부사장급은 만 58세(1951년생),전무급은 만 57세(1952년생) 이상을 기준으로 퇴진 기준을 마련했다. 반면 신규임원 승진폭은 지난해보다 30%가량 늘어난 200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인다. 삼성 관계자는 15일 "올해는 대부분 계열사들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만큼 전체 승진대상은 지난해보다 100여명 늘어난 350명 수준에 달할...
이건희 전 삼성 회장의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최고운영책임자(COO)를 맡아 경영 전면에 나선다. 김순택 삼성SDI 사장과 최도석 삼성카드 사장은 부회장으로 승진하고 최지성 삼성전자 사장은 단독 CEO(최고경영자)로 회사 경영 전반을 총괄한다. 삼성그룹은 15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10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발표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12명이 승진하고 11명이 자리를 옮겼다. 삼성은 부사장 이하 후속 임원 인사...
정부가 삼성 LG 서울대를 세종시 핵심 유치 대상 '빅3'로 선정했다. 정부는 그러나 일각에서 거론하고 있는 롯데 맥주공장은 유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19일 "세종시의 자족 기능을 조기에 확보하기 위해 고용 창출과 인구 유입 효과가 큰 삼성 LG의 대규모 사업장과 서울대의 단과대학 등을 유치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며 "이를 위해 주요 부처 장관들이 삼성 LG의 총수급 경영자들을 직접 접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형 사업장 이전(신설)이 먼저 확정돼야 군소 협력업체나 관련 중소기업들의 입주도 늘어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최근 일부 언론이 세종시 내 롯데의 맥주공장 건설 의사를 보도하고 있지만 맥주공장은 첨단 과학 · 기업도시를 지향하는 세종시의 컨셉트에 맞지 않는다"며 "롯데가 공식적으로 맥주공장 건설을 제의해도 받지 않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는 맥주공장 같은 오염물질 배출시설뿐 아니라 단순히 투자 인센티브만 노리고 입주(이전)를 희망하는 업체들도 도시 성격에 맞게 선별해 처리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조일훈/장진모 기자 jih@hankyung.com
'나날이 매물은 쌓이는데….' 하이닉스반도체 매각이 12일 불발에 그쳤다. 매각 작업 재개는 실질적으로 내년 하반기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은 "그럴 줄 알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문제는 하이닉스 이후의 인수 · 합병(M&A) 시장이다. 당장 대우조선해양이 또다시 매물로 나온다. 민유성 산은금융지주 회장은 이날 "대우조선해양 매각 시기를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며 "내달 중 매각 주간사를 선정해 내년부터 재매각 작업을 본격 추...
기업 유치가 세종시 자족기능의 핵심으로 부각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동향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세종시 건설에 관여하고 있는 정부 핵심 관계자는 "지금까지 80여개 기업과 접촉해 입주 의사를 타진했다"며 "해당기업 명단과 대화 내용은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정부가 접촉한 기업들에는 삼성 현대자동차 LG SK 등 4대그룹의 주력 계열사들이 모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가 빠른 속도로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지만 기업들은 관망세로 일관하고 있다. 세종시 건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걷히기 전에는 어떤 판단이나 행동도 하기 어렵다는 게 지배적인 분위기다. 정부가 공언하고 있는 '파격적인' 인센티브도 구체적 내용이 나오기 전까지는 투자 판단의 준거로 삼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의 위축된 투자여력과 심리를 감안할 때 정부가 기대하는 수준의 대규모 투자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10대 그룹의 한 관계자는 "투자를 결정하는 기준은 인센티브가 아니라 투자효율"이라며 "정부 입장에선 기업투자를 세종시로 집중시키고 싶겠지만 무리한다고 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특혜' 시비를 야기할 정도의 강력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기업들 사이에 세종시에 업무시설을 두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판단이 확산될 경우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뀔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가 기대하는 반전 포인트이기도 하다. 수도권에 반듯한 본사가 없는 대기업이나 전국에 흩어져 있는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관장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기업들은 관심을 가져볼 만하다는 관측도 나온다. 초기 자본금이 부족한 벤처기업이나 첨단 업종 진출을 준비하고 있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이 2020년까지 매출 4000억달러와 40조원을 각각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공교롭게도 양사 모두 현 시점 대비 4배의 매출목표를 제시했다. 삼성은 실행 슬로건으로 'Inspire the World,Create the Future(전 세계에 영감을 불어넣어 새로운 미래를 창조하자)'를 내놓았고 SK측은 'IPE(산업생산성 증대)전략을 앞세워 글로벌 ICT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을 설정했다. 성장정체 국면을 선제적으로 타개해나가겠다는 양사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다. 두 회사뿐만 아니라 많은 기업들이 2020년을 겨냥한 미래 비전을 준비하고 있다. 1999년 새로운 '밀레니엄' 도래를 앞두고 앞다퉈 세기적 비전을 내놓았던 기억을 떠올려보면 시기적으로도 그럴 때가 됐다. 하지만 애써 마련한 비전이 구성원들에게 강력한 호소력을 갖지 않는다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오히려 조직에 해악을 끼칠 수도 있다. 그릇된 자만심을 부를 수도 있고 '한번 맘대로 해봐라'는 냉소주의를 야기할 수도 있다. 기업의 미래 비전은 간결하고 선명해야 한다. 한두 가지의 키워드로 전 임직원들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지난 20여년간 세계 스포츠산업을 석권해온 나이키의 비전은 'think different(다르게 생각하라)'였다. 자율성을 기반으로 창의성을 극대화한다는 나이키의 기업문화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우리는 더 이상 보험을 팔지 않는다. 우리는 스피드를 판다'는 구호는 미국 최대 자동차보험회사인 프로그레시브의 슬로건이다. 사고 신고가 들어오면 즉각 현장에 출동,30분 내 보험금 지급까지 마무리하는 스피드 경영이 요체였다. 나이키와 프로그레시브의 명실상부한 '이륙(take-off)'은 이들 슬로건을 마련한 직후 이뤄졌다. 비전에는 또 현
"제조원가를 줄이는 것보다는 시장이 원하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지난 23일 러시아 칼루가주(州)의 생산법인을 이끌고 있는 이상수 상무(50)는 다소 상기된 표정이었다. 지난해까지 러시아 대통령을 지냈던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가 전날 칼루가주의 외국인 투자기업 대표들을 모아놓고 삼성 공장의 높은 생산성과 제품력을 칭찬한 직후였기 때문이다. 모스크바에서 남서쪽으로 85㎞ 떨어져 있는 이 공장은 총 1억6000만달러를 들여 2007년 9월 착공해 1년 만에 준공됐다. 그렇게 빠른 속도로 완공될 줄 몰랐던 칼루가주 공무원들은 전기와 공업용수를 조기에 끌어들이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는 후문이다. 삼성이 완공을 서두른 이유는 러시아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던 LCD TV 때문이었다. 해외 각지에서 TV 판매가 늘면서 러시아 지역의 판매물량은 자체 생산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생산량 증가 속도도 덩달아 빨라질 수밖에 없었다. 종업원 1260명에 연 300만대의 TV · 모니터 생산규모를 구축하고 있는 이 공장은 완공 1년 만에 100만대 생산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이 큰 공장의 본사 주재원들은 고작 10명.하지만 모든 제조공정이 표준화돼 있는 데다 현지 인력 양성과 교육시스템까지 완비돼 있어 운영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모스크바=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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